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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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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인문·교양] ◆한국의 성곽(차용걸·최진연 지음,최진연 사진) 20년동안 전국의 성곽을 촬영해온 현직 뉴욕타임스 사진기자의사진집.2000년동안 조상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호국의현장’을 해설과 함께 담아냈다.눈빛.2만5000원. ◆삼국유사 1·2((고운기 지음,양진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양진과 91년부터 삼국유사 현장을 답사해 온 전문연구자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시리즈의 하나로 펴낸 대중적 고전해설서.생생한 사진과 젊은 감각이 친근하게 다가온다.현암사.각권 2만원. ◆중독(로너 크로지어 외 지음,이은선 옮김) 캐나다 유명작가 10인의 마약 알콜 폭식 흡연 등 중독체험기.적나라한 실상, 치명적 해악을 자기고백적 참회로 고발한다.홍익출판사.7500원. ◆흡혈귀의 비상(미셸 투르니에 지음,이은주 옮김) 프랑스문학 거장의 독서노트.비평적 시각과 광범한 사료 제시로유럽의 고전과 근현대작품을 새롭게 되살려 낸다.현대문학.1만5000원. ◆세균전쟁(주디스 밀러 외 지음,김혜원 옮김) 최근 반세기 동안 미국및 구 소련,이라크등이 비밀리에 개발해 온세균무기에 대한 진실을 폭로하고 비밀주의와 무방비주의를 동시에 공격하며 대책을 촉구한다.황금가지.1만5000원. ◆이시형과 함께 읽는 프로이트(이시형·여인중 해설) 프로이트가 1916·17년 행한 정신분석 입문강의를 이해하기쉽게 국내 정신과 의사들이 사례를 곁들여 해설했다.꿈,무의식,성적 욕동,실수,노이로제,오해 등을 다뤘다.중앙 M&B.7500원. ◆렛츠고 세계여행 시리즈 일본의 여행사이자 여행가이드북 전문 출판사인 JTB와 손잡고 펴내는 잡지 스타일의 여행안내서.명소와 함께 요리 쇼핑 호텔 교통정보를 안내광고 형식으로 담고 있다.오스트레일리아 중국 도쿄편 등 5권이 먼저 나왔다.한길사.1만원. 경제·경영 ◆카오딕(다혹 지음,권진욱 옮김) 비자카드 창업자 다혹의 성공신화.혼란와 질서의 합성어인 ‘카오딕’의 개념으로 이 회사의 괴력을 설명한다.청년정신.1만6000원. ◆시장의 도전 기업의 응전(제임스 D 언더우드 지음,오현아 옮김)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도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비밀은 무엇일까?사례분석을 통해 성공 3요소,즉 리더십 학습 민첩성의 전략적 균형을 제안한다.시대의창.1만5000원. ◆아∼아아∼(김영안·강대진 지음) 현직 벤처 CEO들이 ‘타잔에게 배우는 벤처 생존전략’을 소개한다.닷컴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타잔경영 10조를 경험담및 사례와 함께제시한다.물푸레.9500원. ◆물 흐르듯이 말하기(아란 가너·정연아 함께 지음) 미국의 화술 전문서적을 국내전문가의 참여로 한국화했다.효과적인 대화법과 비즈니스 성과의 비결을 소개.21세기북스.1만원.
  • 인생참의미 발견 ‘책과의 결혼’

    ▲'엑스리브리스-서재 결혼시키기(패디먼 지음/지오 펴냄). 친구에게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듯 부담없이 독서의즐거움을 전하는 책이 어디 없을까. ‘엑스 리브리스(Ex Libris)-서재 결혼시키기’(지호 펴냄)는 그런 읽을거리가아쉽던 독자들에게 꼭 맞춤인 책이다.지은이 앤 패디먼은미국의 유명 매체에 꾸준히 글을 실어오면서 이름을 얻은여성 칼럼니스트.통신판매용 전단까지 탐독할 정도의 독서기벽이 있는 저자는 깜짝 놀랄만큼 독특한 화술로 ‘독서예찬론’을 편다. ‘엑스 리브리스’의 사전적 의미는 ‘책 소유자의 이름이나 문장(紋章)을 넣어 책표지 안쪽에 붙이는 장서표’. 도입글 ‘책의 결혼’에서부터 지은이의 살뜰한 책사랑이감지된다.“결혼한 지 5년째지만 몇달전 ‘나의 책’과 ‘그의 책’을 섞어 ‘장서 합병’을 하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결혼을 했다”고 말할 정도다. 수필 형식으로 전개되는 책의 갈피갈피에서 독서의 참 의미를 문득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이 색다르다.소설을 읽듯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건,사소한 경험이나먼 기억들까지멋진 글감으로 이끌어낸 지은이의 재주 덕분이다. 이를테면 ‘너덜너덜한 겉모습’이란 소제목의 글은 열한살 때 여행길의 작은 추억을 재료삼아 책을 아끼는 다양한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케 한다.책을 거꾸로 엎어놓았다는 이유로 ‘책벌레’ 오빠를 나무랐던 호텔 청소부는과연 정당했을까.책의 내용을 넘어 물성(物性)까지 숭배하는 것이 옳은 독서자세인지,천진할만큼 참신한 질문을 던진다. 다독(多讀)의 해박함이 곳곳에서 느껴지면서도 현학적이지 않아서 좋은 경쾌한 글들이 계속된다.집안의 책꽂이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가치를 고민하기도 한다.18편의 에세이 속에서 애서가들의 독서기벽을 들춰보는 재미도 그만이다. 황수정기자 sjh@.
  • 고시촌 이사람/ 신림동 한국서점 장옥희씨

    고시생(考試生)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거쳐가는 고행(苦行)의 거처인 서울 관악구 신림9동 고시촌.그곳에 가면 고시공부에 지친 수험생들의 마음을 어루는 따뜻한 누이가 있다. 지난해 6월부터 남편(41)과 함께 고시서적 전문점인 한국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옥희씨(39)는 26일 “외롭고 고달픈 고시생들에 대한 따뜻한 말한마디와 인정이 고시촌에서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가 고시서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남편에 대한 사랑과 배려때문이다.행정고시 1차까지 합격했지만 생활고와부친의 죽음으로 끝내 접어야 했던 남편.새 삶을 시작하는남편이 제일 자신있어 했던 것이 고시 서점운영이었고 그녀는 미련없이 15년동안 일해온 간호사를 그만뒀다.그녀는“거듭된 좌절에다 나이는 먹고 아는 것이라곤 고시공부밖에 없는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폐인이 되는모습이 제일 안타깝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자가 많아 어려운 고시서적을 설명하기 위해 옥편을 찾아가며 공부를 했다는 그녀는 이제 웬만한 법조문도 읊조릴 정도가 됐다.집에 내려갈 차비가 없다는 고시생에게는 차비를 쥐어주고 슬럼프에 빠지면 과일 한 조각과 따뜻한 말 한마디를잊지 않는 그녀에게도 마음이 아팠던 때가 있다.책을 훔쳐간 탓에 덩그러니 비어있는 책꽂이를 볼 때마다 ‘옛부터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데…’라며 자위하지만 잃어버린책이 아까와서가 아니다.책을 훔쳐야 했던 가난한 고시생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책값이 비싸고 자주 바뀌는데다 시험 전형료마저 오를 예정이라 고시생들의 생활고가 더 커질 것 같다”면서 “고시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책값이 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서울대 기업형 과외 실태/ 피라미드식 학생모집 충격

    취재진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대 학생회관 앞에서 과외교사 회원이 3,000명에 이른다는 ‘H 과외동아리’ 관계자를 만났다. 자신을 회장이라고 소개한 김모씨(29)는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 위헌 판결 이후 대학 밖에서 활동하는 과외알선 업체가 100여개에 이르렀으나 과열경쟁 등으로 이미지가 나빠져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운영하는 과외동아리가 등장했다”면서 “순수 모임인 만큼 학생들에게 피해를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회원 교사는 각 학과의 선·후배를 통해 소개 받았다고 말했다.김씨는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은 취업할 때까지과외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 회원 모집이 쉬웠다”면서 “그러나 개인 신상은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자 회원이 급속하게 늘었다. 사이트에는 서울대 휘장과 캠퍼스 전경 사진이 올라 있다.사이트 주소(서울대 영문 약자인 SNU를 사용)도 서울대 공식사이트와 비슷해 대학에서 운영하는 모임으로 착각하기 십상이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주변에 있는 또다른 서울대 S과외동아리 사무실. 10여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책상 4개와 상담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벽면에는 대형 수도권 지도가 붙어 있었다.일정기록판에는 강남·서초,구로·양천,안양·수원 등 수도권을 15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마다 뜻을 알 수 없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책꽂이에는 겉에 ‘교사명부’라고 적힌 30㎝ 두께의 서류철이 꽂혀 있었다. 취재진과 동행한 박사과정 대학원생 박모씨(31)는 사무실여직원의 요구에 따라 서울대 학생증을 제시하고 회원 가입서를 작성했다.인적사항,출신고교 및 과외경력,어학연수 및입상경력과 희망 과외지역을 기재하자 여직원은 학생증을 복사한 뒤 ‘선생님 준수 사항’이라고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준수 사항은 ▲학부모에게 학생증과 재학증명서를 제시한다 ▲면담은 적극적인 대화로 주도한다 ▲학습교재를 준비하고 1시간 무료수업을 진행한다 ▲날짜와 시간이 확정되면 회사에 통보한다 ▲첫달 과외비를 받는 즉시 수수료 50%를 모 은행계좌로 입금한다 등이었다.서울대생 80여명이 회원교사로가입한 또 다른 과외동아리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원하는지역과 전공학생을 언제든 공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이들 과외조직은 자신들을 ‘순수한 학생 동아리’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학교측에 동아리로 등록되지는 않았다. 과외 알선은 관할 구청에 신고하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해야 하나 이를 지킨 과외 조직은 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회원이 3,000여명인 H과외동아리만이 사업자등록을 마쳤을 뿐이다. 이들 조직은 회원 교사가 새 학부모를 다른 회원에게 소개하면 첫달 수입의 50%인 알선료를 소개해 준 회원에게 넘기는 ‘피라미드 방식’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회원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서울대 기업형 과외 법적 문제. 말로만 떠돌던 서울대 대학생과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기업형’ 과외조직의 실체가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4월27일 과외 금지 조치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과외교습은 전면 자유화됐다. 이에 따라 오는 7월8일 시행을 목표로 입법예고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과외 교습에 대한 신고만을 의무화했을 뿐이다.누구나 과외교습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신고 절차를 거치도록 해 소득 만큼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재학 중인 대학생과 대학원생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됐다.스스로의 노력으로 학비를 조달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한 것이다.그러나 본사 취재팀에 의해 확인된 서울대 ‘H 과외동아리’는 건전한 아르바이트의 정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교육계의 중론이다.회원 모집 및 운영 체계 등으로 미뤄 ‘기업화’됐기 때문이다.더욱이 ‘H 과외동아리’는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까지 마쳤다. [법적 문제] ‘기업형 과외’라도 ‘학원의 설립·운영 법률 및 시행령’에 근거해 제재할 수 없다.과외교습을 위한모임 자체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10명 이상을 30일 이상과외교습할 때’라는 학원에 대한 규정을 엄밀히 적용하면규제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업형 과외’라 하더라도 학원의 외양을 갖추지않는 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더많다. ‘H과외동아리’처럼 과외 교습료의 25∼50%를 ‘동아리발전기금’으로 떼면 직업안정법의 적용은 가능하다.과외알선을 직업소개사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직업소개사업은 유료든 무료든 직업안정법에 따라 관할 구청에 신고토록 규정하고 있다.이를 어기면 유료의 경우,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무료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세법에 의한 제재도 가능하다.대학생과 대학원생은 과외교습 신고대상에서 빠져 ‘치외법권’ 지역에 있지만 세법의 테두리에서 제외된 것은아니다.관할 세무서에 ‘기업형 대학생 과외’가 제보되면세무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문제는 그동안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의 고액 과외가 한번도 드러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교육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과외를 통해 학비를 마련토록 한 취지를 어기고 조직적으로 ‘돈벌이’에나선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법적인 제재와 함께 대학생들의 자정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홍기기자
  • 신간 맛보기

    ◆D-730 김대중 정부 3년:평가와 대안(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지음, 이후 펴냄)진보세력의 눈으로 바라본 현정권의 공과.정치 경제 사회 복지 인권 등 21개 주제별로 현황을 진단하고 문제점의 원인분석과 대안을 제시.총론에서 지난 3년을 ‘신자유주의 함정에 빠진 총체적 실패’라고 규정하고 진보적 구조개혁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성장·집권을 주장한다. 정치에는 낙제점을 준 반면 통일정책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평가하면서도 현실적 인식과 냉전적 인식의 혼재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거꾸로 가는 조세정책과 신자유주의정책으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와 언론의 공공성 상실 등을 지적했다. 1만5,000원◆자유로서의 발전(아마티아 센 지음,박우희 옮김,세종연구원 펴냄)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발전론.인간이 향유하는 실질적 자유를 확장시키는 과정을 발전으로 간주.전례없는 풍요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현대인들이 여전히 기아와 빈곤,정치적 자유의 침해 등 놀랄만한 권리 박탈과 궁핍,억압 속에사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이 발전의 중심부분이라고 강조. 정치적 자유,경제적 편의,사회적 기회,투명성 보장,보호적안전의 5가지 유형별로 도구적 자유를 고찰.국가와 시장,법체계,정당,언론 등 사회적 장치들이 개인의 실질적 자유 증진에 얼마나 공헌했는지도 분석.1만5,000원◆절망의 시대 선비는 무엇을 하는가(허권수 지음,한길사 펴냄)올해로 탄생 500주년을 맞는 실천의 사상가 남명 조식의생애와,‘경의(敬義)’로 요약되는 사상을 담은 평전.사화와 권신들의 횡포가 난무한 16세기 조선 유림사회의 복원도이기도 하다.세 임금에 걸쳐 12차례나 벼슬을 제수받았으나 모두 사양하고 난세를 극복할 제자 양성에 주력.퇴계 이황과함께 16세기 조선 성리학의 양대산맥을 이뤘던 대학자임에도 불구하고 후세에 덜 알려진 이유는 그가 실천을 중시한 나머지 저술을 거의 남기지 않았기 때문. 황진이 토정 이지함 등과의 교류도 소개.1만1,000원◆의사대란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이종찬 지음,몸과마음 펴냄)한국의료의 미국식 의료에 대한 종속적 상황을 바꾸지 않는 한 의료개혁은 또다른 대란을 초래한다고 강조. 19세기에 서양의학을 수용했던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모국어를 팽개치고 영어로 의술행위를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우선 진료기록부를 한글로 쓰자고 제안.시민단체에도전문가들의 컨설팅에 근거한 의료정책 중심의 방식에서 탈피,풀뿌리 조직에 기반한 생활건강 중심의 운동에 앞장서도록주문.정상분만하기 힘든 임산부를 위해 도입된 제왕절개술이 남용되는 등 ‘수단의 반역’이 심각하다고 지적.1만2,000원◆서가에 꽂힌 책(헨리 페트로스키 지음,정영목 옮김,지호펴냄)도서관하면 무조건 연상되는 게 천장까지 닿는 책꽂이에 빼곡히 꽂힌 책들.일견 당연해뵈는 이런 책꽂이 문화는그러나 책이 진화해온 역사에 비춰보면 끄트머리에 출현한것이다. 지은이는 고대 두루마리부터 첨단 e-북까지 책의 양태변화를 따라 훑으며 보관법 변천사,즉 독서문화의 테크놀로지에 현미경을 들이댄다.사슬로 묶여 독서대에 세워지기도 했던 책이 일어나 꽂히기까지 걸린 세월은 1,200여년. 이처럼 책 소장과 관련된 소소한 야사들이 애서가들을열광시킬만 하다. 1만5,000원
  • 출판사들‘업그레이드’붐

    “옛이야기는 아이들 무의식에 작용,성장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심리적도전을 극복하도록 돕는다”심리학자 부르노 베텔하임을 빌지 않더라도 ‘옛이야기의 매력’은그 세례를 받고 자란 부모들이 먼저 아는 법. 하지만 흔히 명작동화라고 이름붙여지는 우리 어린이용 고전의 출판현실은 척박하기 이를데 없다.어린이책 출판사치고 한질씩 안 갖춘곳이 없건만 아무거나 조금만 들춰보면 차마 아이에게 사줄 ‘용기’가 사라진다.디즈니를 급히 베껴놓은 듯 조악한 애니메이션,‘TV만화용 집중력’에 맞춰 배짱좋게 난도질한 스토리,원작의 형체마저 뭉개버릴 정도의 언어폭력 등 어찌 그리 하나같이 닮은꼴인가 싶을 정도. 이런 고전동화시장에 최근 손꼽히는 어린이책 출판사들이 제대로 된‘작품’을 출간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일단은 ‘풍요속 빈곤’인 시장 현실에 눈길을 돌린 셈.90년대 후반 창작 그림책 시장을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키웠던 30대 주부들의 양서에 대한 욕구가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고전쪽으로 옮아오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듯 하다. 어린이용 고전 기획은 크게 두갈래 흐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림책 쪽에서는 무엇보다 삽화의 고급화가 지상명제.반면 조금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명작동화는 원본의 완역을 표방하거나 축약을 하더라도 전문가들을 동원,원작의 향기를 최대한 살린다는 질적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전자의 대표적 예가 비룡소에서 최근 내기 시작한 세계의 옛이야기시리즈.펠릭스 호프만 등 옛이야기를 독창적으로 해석한 화가들의 그림에 방점을 둬 그림책을 하나의 화집,또는 ‘예술작품’으로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기획이다. 그림작가들의 참신한 삽화로 출간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보림의 까치호랑이 시리즈도 빼놓을수 없다.우리 옛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독보적.충실한 문헌 고증,맛깔스런 입말 구사로 전래동화 그림책 시장의 바이블 자리를 꿰찼으며 현재 18권외에 앞으로 22권이 더 나올 계획. 후자의 선두주자는 시공사.지난 95년 최초의 명작동화 정식계약·완역으로 화제를 모았던 시공사는 이때의 ‘세계걸작 이야기책 시리즈’를 내년까지 페이퍼백으로다시 펴내는 것과 함께 네버랜드 클래식이란 타이틀로 새 완역작업을 계획중.이상한나라의 앨리스,왕자와 거지,걸리버여행기,소공자,소공녀 등 너무도 유명하지만 때로 전혀 엉뚱하게 각색되곤 했던 것들을 김석희,최윤정씨 등 황금번역진을 동원,완역한다는 것. 비룡소 역시 세계명작선집 출간을 준비중이다.70∼80년대 초중등생책꽂이를 풍미했던 계몽사의 빨간표지 세계소년소녀명작선집 50권이래 한국 출판계가 이렇다할 명작동화집을 내지 못했다는 반성이 대전제다.현재 목록을 선정중이며 번역은 물론 삽화도 고급화,아이들에게세계명작의 ‘맛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손정숙기자 jssohn@
  • 어린이 책꽂이

    ●풀과 벌레를 즐겨 그린 화가 신사임당(조용진 지음)마을 혼인 잔치에서 하인이 실수로 손님 치마에 음식을 엎어 얼룩진 치마를 보고 안절부절했다.보다 못한 신사임당은 그 치마에 포도덩굴과 포도송이를싱싱하고 탐스럽게 그렸다.분노로 가득했던 치마 주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율곡의 어머니로 널리 알려진 현모양처 겸 효녀의 대명사 신사임당(1505∼1551)은 뛰어난 화가이기도 하다.이 책은 작품과 일화를 중심으로 그의 진면목을 소개한 전기 형식의 화집.국립중앙박물관 등에소장된 그림 30여점과,검은 대나무가 무성한 강릉시내 생가 오죽헌등의 자료 사진 10여점도 실었다. 그는 꽃과 풀,벌레를 소재로 한 초충도(草蟲圖)를 많이 그렸다.수박과 들쥐,맨드라미와 개구리,오이와 메뚜기 등 옛날 우리 마당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작은 것들이 모두 훌륭한 작품 대상이었다.당시에는 중국의 그림을 흉내내 화선지에 먹물을 사용하는 수묵화가 유행이었다.그러나 신사임당은 비단 등 스며들지 않는 바탕에 색깔을 칠해 자연을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채색화를 애용했다.어린이들에게 그림에대한 이해와 함께 올바른 생활태도를 배우게 한다.나무숲의 ‘어린이미술관 시리즈’ 제3권.9,000원김주혁기자
  • EBS, 초등교과 프로 개편

    미루 아라왕 짱아 번개 코코 수리….언뜻 보면 만화영화 주인공이 연상되는이들 캐릭터는 EBS가 새달 개편과 함께 새롭게 선보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용교과 프로그램의 학습 도우미들. EBS는 2D,3D,찰흙 애니메이션 등의 특수효과를 써 독자개발한 15개 캐릭터가 등장하는 초등교과 프로그램을 매주 월∼목요일 오후6시부터 15분간 방송한다.만화 캐릭터와 실제 인물이 등장하는 실사(實寫)장면을 접목시켜 줄거리가 있는 드라마 형식으로 꾸며졌다.교과 프로라면 으레 갖던 딱딱함에서 벗어나 만화영화를 보는 것처럼 구성해 초등학생들이 흥미를 느끼도록 했다. 교육과정은 영국 BBC,일본 NHK 프로를 모델로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독자개발했다.EBS는 전문성과 기획성을 살리기 위해 올 1년동안 방송할 80편 전편을 사전제작한다. 국어영역인 ‘미루의 요술글방’(월)은 요술글방이라는 공간에서 동물캐릭터 ‘미루’(용의 순우리말)와 ‘예나’ ‘현빈’이라는 두 남녀 어린이,책꽂이를 의인화한 ‘책꽂이 아저씨’ 등이 나온다.찰흙 애니메이션과 실사장면을 적절히배합해 창의적인 말하기와 글쓰기를 익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과학영역인 ‘슬기로운 생활-미루와 코코’(화)는 땅속 세계에 사는 ‘미미’ ‘코코’ ‘치치’가 땅 위 세계를 구경하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우리 주변의 사물과 자연을 탐구해 나가는 내용이다.미세 촬영이나 특수촬영 등 자연 다큐멘터리 성격을 더해 환경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수학영역인 ‘수학나라 아라별’(수)은 상상의 별 ‘아라별’에 사는 ‘아라왕’ ‘푸리’ ‘수리’ ‘별이요정’ 들이 등장한다.이들이 지구에서 수학이치를 배워 아라별에 적용해 나간다는 내용이다.예체능 영역인 ‘즐거운 생활-야호! 짱아랑 번개랑’(목)은 ‘짱아’와 ‘번개’가 생활 주변에서 느낀 궁금증에서 출발,문제를 해결하는 캐릭터 ‘알지’가 그 답을 가르쳐주고아이들이 이를 직접 해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사전제작을 한다든지 캐릭터를 독자적으로 개발한다든지 EBS의 의욕은 높이살만하다.하지만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7∼9세의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전경하기자 lark3@
  • 성북구 민원봉사실 공간넓히고 주민위주 개조

    ‘어,여기 민원실 맞아?’ 요즘 성북구 청사를 찾는 주민들 사이에 달라진 민원봉사실이 화제다. 관청을 찾은 것이 아니라 호텔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구는 민원실을 개조하면서 고객위주의 인테리어 개념을 최대한 적용했다.30평이던 민원인 대기공간을 45평으로 넓혔고 원형기둥과 조화를 이루도록 대기석도 원형으로 배치했다.기다리는 동안 책을 볼수 있도록 책꽂이와 각종잡지를 비치하고 민원창구의 높이도 낮췄다.또 종전에 ‘ㄷ’자형이던 민원창구를 미적 감각을 연출,‘S’자형으로 바꿨다. 아울러 직원들은 개량한복을 근무복으로 착용하고 민원인이 찾아오면 반드시 일어서서 맞고 있다.출구에는 직원들의 친절 여부를 묻는 ‘그린-옐로카드함’을 설치,민원인의 불편을 수시로 찾아내 개선하도록 했다. 최근 민원실을 찾았던 이인숙(45·여·정릉3동)씨는 “호적등본을 떼러 왔다가 달라진 민원실 때문에 놀랐다”면서 “주민들로 하여금 구청은 딱딱하기만 한 관청이 아니라 필요할 때 손쉽게 도움을 얻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덕현기자
  • 동화책 읽어주는 이색모임 ‘동화구연 아버지회’

    ‘아이들 책읽기는 아버지하기 나름’. 자녀의 독서지도에서 아버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화구연 아버지회’(회장 편사범·47)의 주장이다.이들은 아버지가 아이의 독서교육에 관심을 쏟으면 가정은 물론 세상도 달라질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회원은30∼50대의 30여명.직업도 회사원,고교 교사,택시기사,경찰관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매주 한번꼴로 저녁 9시 편회장이 운영하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웅변학원에 모여 동화구연을 연습한다.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는 밤을 새우기일쑤다. 서울에 사는 회원들은 지방에서 올라온 회원들을 서로 자기 집에 데려가려 할 정도로 정이 깊다. 동화구연 연구회가 생긴 것은 지난 92년.한국아동문학연구소 주최로 열린제1회 전국아버지동화구연대회가 계기였다.자녀교육에 관심이 많던 입상자들이 “어린이에게 건전한 정서를 길러주고 이야기하는 아버지상을 확립해 대화하는 가정의 분위기를 널리 펴자”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정식으로 모임을출범시켰다. 편회장은“아이들이 중이염을 앓을 때 청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동화를 들려주면서 동화구연에 재미를 붙이게 됐다”고 말하고“동화를 읽다보면 마음이 깨끗해지고 아이들의 세계도 알 수 있다”고 밝힌다. 그는 또 “동화읽기를 시작한 이후 가족관계도 더할 수 없이 좋아졌다”면서 “동화를 읽어주는 아버지가 있는 한 청소년문제는 파고들 틈이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 동화를 듣는 아이들이 책을 절로 읽게 될까.회원 박영실씨(44·택시기사)는 이렇게 말한다.“비결이 필요합니다.아이가 글자를 알게되면 일단읽어주다가 딱 멈추고,‘오늘은 이만’하고 책꽂이에 책을 꽂습니다.그러면아이가 책을 스스로 꺼내 읽게 되지요”.박씨는 이어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게 되면 함께 서점으로 책구경을 갈 것을 권고한다. “어머니의 이야기가 아무리 섬세하고 재미있어도 아버지의 동화구연과는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오는 10월 2일 비무장지대 통일촌마을에서 동화구연 공연을 갖는다.또 농민위문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돈 맛들이지 않기 위해’ 유명백화점의 출연섭외 등은 일체 거절하며 무료공연을 나선다.여자목소리가 장기인 서정환씨(50·농업)는 “동화를 읽으면 속된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10월16일쯤부터 편회장의 학원에 ‘어버이 이야기 교실’을 마련,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동화구연 방법 등을 가르칠 계획이다.(02)967-9787. 허남주기자 yukyung@
  • 어린이놀이터 같은 화장실 인기

    어린이들이 화장실에서 책을 읽고 친구들과 어울려 맨발로 마음껏 뛰어논다. 전국 처음으로 휴식공간을 갖춘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박달2동 다목적복지회관 내 보육시설인 박달어린이 집 화장실이 어린이와 교사,학부모들로부터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10일 문을 연 박달어린이 집 화장실은 바닥이 나무로 된 7평 크기의공간에 의자,책꽂이,대형 화분,그림액자,악취 제거를 위한 향수,냉·난방시설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어린이집측은 견학하기 위해 잇따라 찾아오는 보육시설 관계자와 학부모 등에게 화장실에서 음료수를 대접할 정도다. 박달어린이 집에서 보육되는 만 6세 미만 어린이들의 화장실에 대한 거부감이 해소되고,다른 보육시설의 어린이에 비해 대·소변 가리기를 5∼6개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시는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분위기가 바뀐 화장실이 인기를 끌자 올해 말까지 관내 시립보육시설 20곳과 민간시설 4곳의 시설을 개선하고 2001년까지관내 245개 전체 보육시설의 화장실을 박달어린이집 수준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안양 김병철기자 kbchul@
  • [굄돌]‘절판’을 찾아서

    뒤늦게 대학원을 다니면서 겪는 어려움 중에서 가장 답답한 노릇이 있다면,그것은 절판되거나 품절된 책을 찾아 서점이나 도서관을 전전하는 일이다.내가 찾는 책이라면 대체로 문학이나 예술 분야의 책들이지만,철학이나 역사쪽의 기초적인 교양서들도 적지 않다.불과 70·80년대까지만 해도 인문학 분야의 양서 또는 필독서로 여겨지던 책들의 상당수가 절판되어 아무리 다리품을 팔아도 구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으니,그 때마다 인문학의 위기 운운하는것이 얼마나 절박한 지경에 와 있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하루에도 수백 종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그 중에서 정말 필요한책은 얼마나 될까.물론 그 필요성이나 가치의 기준은 독자들에 의해 결정되므로,나 개인의 취향이나 기준을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그러나 양적인 풍요 속에 읽을 만한 책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은 대부분 독자들의 공통된 느낌일 것이다.더욱이 폭넓은 공인을 받았던 책들이 시대의 유행에 밀려 급속도로 잊혀져가고 있는 것은 오늘날 한국사회와 문화가 가지고있는경박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강화시켜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출판시장이 상업자본에 의해 움직여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그래서 베스트셀러 중심의 출판문화나 일시적으로 반짝하는 사회 이슈와 관련된책들이 급조되는 것은 이미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실용학문과 첨단과학 분야에만 투자가 집중되는 교육의 문제점이 출판문화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하루 아침에 그런 현상을 뒤집자는 불가능한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내가 말하려는 것은 최소한의 균형이다. 100 사람의 수요 앞에 10 사람의 수요는 무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국가가 정책적인 차원에서라도 그 책들을 살려내야 한다.단 500부씩이라도찍어서 그것을 찾는 사람들 손에 쥐어 주어야 한다.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책꽂이를 한 번 살펴보시라.거기에는 일일이 나열할 수도 없는 많은 책들이 무단복사되어 꽂혀 있다.책꽂이에 복사본이 늘어갈 때마다,서점에서 ‘절판’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 단어가 웬지 ‘절망’이라는 말로만 자꾸 들린다.
  • 詩속에 아름다운 세상 있었네…/각 분야 60인 참여

    ‘한 그루 나무에 대한 시인의 명상은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매력으로 살아와서,수도원의 나무들을 바라보노라면 으레 이 시가 떠오르고 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는 느낌이다’.조이스 킬머의 시 ‘나무들’을 읽으며 이해인 수녀(시인)는 성스러운 기도자 모습의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어한다. ‘시는 나와 같은 바보가 짓지만/나무를 만드는 건 하느님뿐’이라는 끝연은 자신의 기도처럼 느껴진다고 이해인 수녀는 말한다.그는 신의 무한성과인간의 유한성을 생각케 하는 ‘나무들’이라는 시를 가장 좋아한다.시를 좋아하는 각계의 인사 60명의 애송시 이야기를 담은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시’라는 책이 두권으로 나왔다.문학사상사 각권 7,000원 이 책은 이어령·차범석·손숙·김경동·박동규·박춘호·김영덕·유안진·박재삼·황병기·이해인·이윤택·유지나·최태지·조영남·노영심 등 문화예술·종교·학계 등 각분야 인사들의 가장 좋아하는 시와 그 시에 얽힌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 이상의 애송시로 꼽힌 시인은 박목월·윤동주·이상·정지용 등 4명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인들의 시는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고 있음을보여준다.외국 시중에는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걸어 보지 못한 길’을 애송시로 꼽은 사람이 김경동(서울대 교수)·배창호(영화감독)·김형모(‘십대들의 쪽지’ 발행인)등 3명으로 가장 많았다.60명의 애송시는 대부분 서정시로 사랑을 주제로 한 시(10편)와 신과 자연을 노래한 시(10편)가 많았다. 이어령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박목월의 ‘나그네’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그는 ‘나그네’는 한국말 가운데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세음절의미학을 최대한 살린 시라고 평했다. 손숙 환경부장관(연극인)은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익숙한 동작으로 책꽂이세 번째 칸에서 이성복 시집 ‘남해금산’을 꺼낸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처음 당신을 알게 된 게 언제부터였던가요’로 시작되는 ‘남해금산’ 시집의 표지글을 읽으면 여러명의 ‘당신’ 얼굴에서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그 얼굴은 큰 딸일 때도 있고 존경하는 스승과 벗이 되기도 한다”.권영민 서울대교수(문학평론가)는 ‘책을 펴내며’라는 글에서 “언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는 인간의 아름다운 심성으로부터 빚어진다.그래서 잃어버린 시 정신을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한가운데에 온전히 자리잡을 수 있는 길이다”고 강조한다.우리의 정서는 메말라 있고 현실은 각박하지만 커피 한잔 값이면 살 수 있는 빛나는 언어의 시집은 고단한삶을 위로하고 마음의 풍요를 느끼게 할 것이다. 이창순기자
  • 방사성물질 절도범은 의사

    ◎내연관계 간호사 배신에 車속 세슘 넣어 살해 기도 원자력병원 방사성동위원소 도난사건의 범인은 이 병원 레지던트 崔澤熙씨(32·서울 중랑구 묵동)인 것으로 밝혀졌다.崔씨는 11일 오전 3시40분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영통동 전처 朴모씨(30)의 아파트에 들렀다가 朴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崔씨에 대해 특수절도와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범행 동기 崔씨와 이 병원 내과 간호사로 일하던 A씨(34·여)는 지난해 11월부터 내연의 관계를 맺어오다 각각 이혼한 뒤 결혼하기로 약속했다.崔씨는 약속대로 지난 3월 부인과 이혼했다.崔씨는 위자료로 6,000만원을 지급하고 10년 동안 매달 100만원씩 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A씨는 좀처럼 이혼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崔씨는 배신감에 A씨를 죽이고 자살하기로 결심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과정 崔씨는 동위원소실 직원이 모두 퇴근한 것을 확인한 뒤 9일 새벽 2시쯤 쇠톱으로 자물쇠를 자르고 안으로 들어갔다.崔씨는 장갑을 끼고 세슘과 이리듐 309개를 보자기에 담아 오전 3시쯤 병원 밖으로 나왔다. 이어 오전 3시30분쯤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A씨의 집 앞에 있던 A씨의 승용차 문을 복제키로 열고 운전석과 등받이 책꽂이 부분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넣었다.
  • 도난 방사성물질 회수

    ◎의정부 거주 원자력병원 前 간호사 車서 발견/내연관계 레지던트 용의자 지목 신병확보 나서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에서 도난당한 방사성 동위원소가 10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용현동 용현초등학교 앞 벌판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레지던트 C모씨(32)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중이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50분쯤 의정부시 신곡동에 사는 A모씨(34·여)로부터 “아침에 남편을 태워 주려고 자동차를 타보니 운전석 바닥과 등받침 뒤의 책꽂이 주머니에서 TV에서 본 방사성 동위원소와 비슷한 물건이 있어 들판에 버렸다”는 신고를 받고 병원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세슘 등을 회수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세슘 7개,폐기처분된 이리듐 280개를 발견한 데 이어 A씨의 승용차 트렁크에서 나머지 세슘 10개와 어플리케이터 6개를 회수했다. 지난 9월16일까지 원자력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희망퇴직한 A씨는 “같은 병원 레지던트 C씨와 내연관계를 맺어왔는데 두달 전 직장을 그만둔 뒤 더이상 만나주지 않자 나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반면 동료의사들은 “C씨가 방사선과 소속 일부 직원만 아는 방사성 동위원소 저장소를 알았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1년만 있으면 수련의과정을 마쳐 개업할 수 있는데 무모하게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C씨는 이날 오후 원자력병원에 전화를 걸어 “이번 도난사건과 무관하며 11일 병원으로 출근,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C씨는 지방 J대에서 인턴생활을 마치고 96년부터 원자력병원에서 수련의로 재직해왔다. 전 부인 P모씨와 지난 봄 이혼한 뒤 혼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씨가 A씨의 승용차 열쇠를 복제해 갖고 있고 A씨에게 최근 “나는 너를 소리없이 죽일 수 있다”는 말을 한 점 등으로 미루어 서울대 병원에 파견근무중인 C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신병확보에 나서는 한편,A씨가 남편 L모씨와의 공모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 신촌 세브란스 도서대여 자원봉사/서울여대 3학년 박진희양

    ◎“투병 환자들에 작은 힘 됐으면…”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어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도서대여 자원봉사를 하는 박진희양(21·서울여대 생물학과3년). 박양은 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돌보기 위해 지난 6월말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 곧바로 이곳을 찾았다. 박양은 “백혈병과 소아암으로 고생하는 어린이 모습을 TV에서 보고 무척 가슴이 아팠다”면서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이곳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양은 어린이를 돌보는 간병인은 전문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 박양이 먼저 시작한 일은 책정리.5백여권의 책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사무실을 청소하고 찢어진 책은 테이프로 붙여 책꽂이에 정리했다.소설과 비소설,어린이 동화책 등은 나누어 분류했다.그리고 문앞에 큰글씨로 ‘무료로 책을 빌려가세요’ 안내문도 내붙였다. 박양의 노력으로 지금 이곳에서 책을 빌려 가는 사람은 하루 20여명. 장기 입원환자와 병원직원,장시간 치료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들이찾아온다.환자들이 주로 찾는 책은 소설과 잡지,시집 등이다. 박양은 “환자들이 내가 빌려준 책을 보고 잠시나마 아픔을 잊을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보람을 느낀다”며 밝게 웃었다.
  • 뉴코아 「오피스월드」/사무용품 전문할인

    ◎사무실관련 비품 「원스톱쇼핑」/개장 50여일만에 “OL 인기독점” 지난 11월초 뉴코아백화점이 선보인 사무용품 전문할인점 「오피스월드(Office World)」가 개장 한달 보름만에 인기 전문매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피스월드란 학용품·사무용품·사무용기물·사무용 가구 등 사무실 관련 비품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원스톱(One­Stop) 쇼핑이 가능한 곳이다.특히 대규모 구매를 활용한 가격파괴로 도·산매를 겸하는 카테고리 킬러 개념의 전문할인점이다. 뉴코아백화점 3층에 230평의 매장을 갖추고 3천637개 품목을 진열하고 있다.학용품류와 전산용품,제도용품,화방용품 등 일반문구사무용품은 물론 전문제도용품까지 망라돼 있다. 품목관리의 자동발주 전산시스템으로 매장을 과학적으로 관리,직원은 5명에 불과한 최적시스템으로 운영된다.상품은 유통마진을 없앤 전량 직매입화로 판매가격을 최대한 낮추었다. 또 기존 할인매장에서는 현금으로만 상품을 살수 있으나 각종 신용카드로도 구매가 가능토록 했다.상품가격은 시중가보다 25∼30% 더 싸다.사무용품 중 2.5결재함은 5천750원으로 시중가(9천원)보다 3천원 이상 싸다.4단 책꽂이는 5천210원,2800화일박스는 1천960원이다.가비앙 전자수첩은 8만5천원으로 시중가보다 무려 3만6천원 더 싸게 살 수 있다. 학용품은 월드카파 연필꽂이가 9천640원(시중가는 1만5천원,이하 괄호안은 시중가),투명팔레트는 2천원(3천원),50색 난장이파스는 5천600원(7천원),하모니 6630앨범은 1만원(1만5천원),베이비앨범은 2만원(3만원) 등이다. 오피스월드의 관계자는 『개장후 3일간은 잘 알려지지 않아 하루 매출이 80만원대에 그쳤으나 4일째부터 2백50만원 이상의 매출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카테고리 킬러 개념의 신업태는 현재 신세계에서 운영중인 일산 E마트내의 스포츠데포,뉴코아에서 운영하는 스포츠마트와 토이월드(완구전문할인매장),뉴마트주방용품전문점 등이 있다. 이같은 신업태는 일반 소매점의 높은 가격대를 해소하고 창고형 매장이나 디스카운트스토아의 구색 부족을 메워줄 차세대 할인점의 또 다른 모습으로 2∼3년내에 국내 할인점시장을 휩쓸 전망이다.
  • 대입참고서 업계 “비상”/“시장축소­재편 불가피”… 위기의식 팽배

    ◎대학 전형방법 변경과목 파악에 촉각 대입참고서 출판업계가 술렁대고 있다. 대학 본고사폐지,논술강화등을 담고 있는 5·31 교육개혁조치가 발표된 뒤 참고서업계에는 『다가올 지각변동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이 감돌고 있다. 고교교육이 인성교육강화와 내신강화의 추세로 변하게 됨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참고서시장이 축소·재편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위기의식의 출발점이다. 그동안 수험생의 필독서로 「전설적인」 명성을 떨쳐오던 성문영어시리즈,정석·해법수학시리즈등은 물론 다른 참고서·문제집도 지금 형태로는 학생의 책꽂이에 자리잡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는 물론 일선학교의 분석이다. 업체들은 개혁안발표 후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사태의 심각성을 숙의하는가 하면 당국과 각 대학에 전형방법 및 시험과목변경계획 등을 확인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형 본고사참고서 출판업체인 D사의 한 관계자는 『본고사가 축소된다는 것은 예상했지만 그 시점이 예상보다도 빨리 다가왔다는 점에서 뭔가 한대얻어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바뀐 내용의 첫 고객층이 될 고교 2학년생의 눈길을 먼저 끌기 위해서는 적어도 올 11월까지는 서점에 내놓아야 하는데 집필교사의 선정과 인쇄등에 시간도 빠듯하다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서문여고 김정무(56) 교무주임은 『수능시험과 내신이 실질적으로 강화되므로 그동안 애용된 참고서가 과거와 같은 명성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기본적인 내용을 심화·확대시켜 고난도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수능과 논술중심의 참고서와 문제집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년부터 제6차 교육과정개편으로 교과서가 바뀔 것에 대비해 참고서를 많이 찍어놓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입시서적 전문출판업체인 동아출판사·교학사·대성출판·천재교육 등 그동안 명성을 쌓아온 업체들은 우선 수능문항수가 늘어나고 변별력을 위해 난이도도 상향조정될 것에 대비,기초실력을 확실히 다잡아주고 응용력을 길러주는 쪽으로 변화의 가닥을 잡고 있다.또 논술참고서를 개편하기 위해 대학교수와 벌써부터 접촉을 시도하는 곳도 있다. K사의 이모과장(40)은 『과목별 석차기재와 다양한 가중치부여 등으로 국·영·수 이외의 과목으로 중요도가 분산될 것』이라고 밝히고 『시장은 축소되도 오히려 보다 다양한 참고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업계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부진을 만회하고 새롭게 차세대 선두자리를 차지하려는 업체의 노력도 활발하다. 동아출판사 이주상(34) 대리는 『앞으로는 기발한 아이디어성 참고서가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특히 컴퓨터관련 참고서나 인성교육에 도움이 될 참고자료등의 출판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새학기/학생용 조립가구 큰 인기

    ◎필요한 부분만 서서 책상·침대 등 조립/경제적이며 위치변경 쉬위 공간 극대화 새학년이 시작되는 3월을 앞두고 학생용 가구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필요한 부분만을 구입, 조립해 쓰는 시스템형 학생가구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스템형 학생가구는 높이가 같은 2개의 서랍통이나 코너테이블 등에 상판을 올려서 책상을 만들거나 아니면 서랍통과 책장을 연결,책상을 만드는 것이 기본으로 필요에 따라 손쉽게 위치와 모양을 바꿀 수 있는것이 특징. 이동식 서랍통은 특히 책상밑에 두지않을 경우엔 학생방의 전화받침대나 TV받침대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시스템가구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필요한 부분만 구입할 경우 제각각 별도의 완제품을 살때보다 훨씬 경제적이며 한정된 공간을 극대화할 수 있어 좋다』고 밝히는데 특히 아파트거주자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선뵈고 있는 시스템형 학생가구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품목은 컴퓨터 받침과 키보드 선반.컴퓨터받침은 받침만 별도로 나와 있어 책상의 상판처럼 원하는 위치에 받침을 올리기만하면 돼 컴퓨터 책상을 따로 살 필요가 없다.키보드선반은 원목과 톱밥압축형 재질의 기존 책상 상판아래에 나사로 선반을 부착하는 것으로 가격이 싼것은 물론 공간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컴퓨터 책상은 상판을 학생용책상과 기역자로 연결하면 기능성이 있어 편리하다. 그밖에 저학년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이층식 침대는 침대에 책상과 서랍장 옷장 등 수납공간을 연결,공간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들도 선뵈고 있다. 시스템형 학생가구의 가격은 재질과 업체에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으나 책상이 11만6천∼21만원,이동식 3단서랍통이 11만5천∼23만원,컴퓨터받침이 6만∼9만원,키보드선반이 3만4천∼9만2천원선이다.또 6단책장이 13만8천∼29만원,선반용 책꽂이가 4만8천원,책상과 책장(6단)겸용책상이 35만∼45만원,컴퓨터용 책상이 11만6천∼17만원 안팎이다. 한편 학생가구 전문업체 하이파의 신복균씨는 『학생가구를 구입할때 자녀가 어릴수록 원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나 싫증이 쉽게 나고 눈의 피로가심하다』고 지적한다.따라서 진한 원색보다는 옅은색을 택하며 스탠드를 켰을때 빛의 반사를 고려,무광재질을 고르는것이 좋다고 일러준다.또 책상의 높이는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약간 높다고 느끼는것이 자세를 편안하게 하여 안정감을 준다. 의자는 일반 식탁형 의자보다 아이의 성장에따라 높이와 등받이 조절이 가능하고 팔걸이가 있는 사무용 의자가 자세교정에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 책이 귀한 사회/문정희 시인(일요일 아침에)

    직업 탓인지 어떤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을 때면 나는 유심히 그 집의 책꽂이부터 살펴보곤 한다. 이집 주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가,또한 요즘에는 어떤 분야에 관심을 쏟고있는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의 책꽂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내장치를 제법 잘 해놓은 집이라고 하더라도 의외로 서재는 커녕 조촐한 책꽂이 하나 제대로 갖춘 집이 그리 많지않음에 적이 놀라곤 한다. 현관에는 보란 듯이 비싼 골프채가 놓여있기도 하고,또 집안구석 어딘가에는 비싼 오디오세트가 갖추어져 있고,그집 주부의 보기좋은 화장대는 있는데 웬일인지 책장이나 서재를 갖춘 집은 드문 것이다. 요컨대 우리에겐 이상하게도 책을 사는 문화가 없다고나 할까.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기실 독서를 거의 하지않고 건성으로 수준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기도 한다. 해외에서 구입한 듯한 특이한 장식품이 한 두점 놓여있는 가운데 가족끼리의 추억이 담긴 사진 한점이 운치있게 비싼 그림 대신 벽에걸려있기도한 아늑한 실내를 둘러보며 왜 장식으로나마 책을 집안에 들여놓지 않을까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작 책이라고 하면 아이들 공부방 책꽂이 한켠에 즐비한 참고서와 함께 몇권의 월간지 정도가 섞여 꽂혀있는 수준이 전부인 것을 보며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된다. 책이 없는 집은 아무리 그럴 듯한 실내장식으로 꾸며 놓았다고 해도 마치 향기없는 꽃밭처럼 삭막하다.소비만 있고 정신은 없는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가볍고 경박하다.그런 공간에서 시험과 참고서와 과외만을 전전하며 자란 아이들이 얼마나 메마르고 삭막한 어른이 될것인가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해진다. 한동안은 집 장식을 위해 집장수들이 벽면적 만큼의 책을 넓히고 구입해 가곤했다는 말이 있었는데 기실 책한권 없이 황폐한 집에 가보면 하다못해 그런 집장수 책꽂이 마저도 은근히 그리워질 지경이다. 며칠전이었다.소설 쓰는 친구와 찻집에서 얘기를 나누다 말고 우리는 심한 곤혹과 혼란에 빠졌었다.그 찻집의 팥빙수값과 최근 나온 우리들의 책값이 거의 같은 것이 아닌가.아니 냉방이 잘 되어 있는 집이기는 했지만 우리가 마신 커피 두잔값이 바로 책한권 값이었다. 그녀도 그렇지만 나 역시도 책한권을 쓰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어떨땐 외국을 몇번씩이나 왕래하며 피땀흘려 쓴 책들이었다. 유태인들은 자식에게 어린시절부터 책읽기를 가르치기 위해 책위에 꿀을 발라둔다고하는 얘기는 유명하다.바로 책이란 이렇게 꿀맛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책장을 넘길때 마다 꿀을 핥게 하며 그들은 책을 봉하여 기적처럼 그들의 역사를 면면히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 나는 강의때 마다 여학생들에게 늘 강조한다.시집갈 때 반드시 혼수속에 책을 넣어가는 여성이 되라고 강조한다.최고학부를 나온 한 분야의 전공을 가진 여성이 전기밥솥이나 화장대·냉장고 따위를 싸들고 시집가면서 조촐한 책장하나 갖추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도 창피하고 자존심 없는 짓이 아닌가. 요즘 국제화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독서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국제화될수 있을까.소위 선진국이라 일컫는 나라의 슈퍼마켓에 가보면 감자나 양파등의 일용품 옆에 책코너가 반드시 있어서 주부들이나 퇴근길에 장보러 온 남성들의 장바구니 안에 일용할 양식과 함께 책한권이 꼭 골라져 들어있음을 보게된다.또 바닷가에서 비키니를 입고 피부를 태우고 있는 미끈한 여성들의 손에도 어김없이 책이 들려져 있는 모습은 너무도 쉽게 발견할수 있다. 비행기 안이건 공항이건 공원이건 어디에서건 목격할수 있는 가장 흔한 풍경이 바로 선진국 사람들의 책읽는 모습이다. 우리의 국제화는 이렇듯 사람들이 차를 마시듯 저녁 찬거리를 사듯 책을 사고 읽는 습관으로 비롯되어야 한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선배의 얘기가 생각난다. 『나이들어 걱정이 있다면 그것은 주름살이 아니라 혹시 시력이 나빠져 책을 맘껏 볼수 없게 될까봐 그것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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