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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 왕세손비 메건 마클, SAS 훈련 받은 사연

    예비 왕세손비 메건 마클, SAS 훈련 받은 사연

    오는 5월 영국 해리왕자(34)와 결혼을 앞둔 메건 마클(36)이 왕실가족이 되기 위한 특별한 훈련을 받았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현지언론은 마클이 이틀에 걸쳐 테러리스트에 의한 납치 및 구조 훈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훈련은 마클이 새로운 '왕자비'가 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다. 곧 혹시나 발생할 지도 모르는 테러리스트에 의한 납치 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 전문가를 통해 배우는 것. '교관'으로 나선 것은 영국이 자랑하는 육군 공수특전단(SAS)이다. 특수부대의 원조격인 SAS는 각종 전쟁부터 대테러전까지 투입되는 전천후 특수부대다. 보도에 따르면 마클이 교육받는 것은 만약 납치돼 인질이 됐을 시 테러리스트를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탈출했을 시 생존 방법, 구조시 행동 등이다. 현지언론은 "마클의 훈련은 헤리퍼드셔에 위치한 SAS 사령부에서 실시됐다"면서 "육체적, 정신적인 내용을 모두 담은 혹독한 훈련으로 전과정을 예비신랑인 해리왕자와 함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과거 다이애나비 역시 결혼 전 아일랜드계 무장단체인 아일랜드공화군(IRA)의 위협 때문에 유사한 훈련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리 왕자와 마클은 오는 5월 19일 런던 교외에 있는 윈저성의 세인트 조지 채플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다이어트가 암 진행과 전이 막는다

    다이어트가 암 진행과 전이 막는다

    많은 사람들이 체중 조절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암 환자들도 육류 섭취를 줄이고 야채와 과일 섭취를 늘리는 것이 암의 재발과 전이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영국 케임브리지대, 왕립암연구소,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미국 하워드휴즈 메디컬센터 생명과학부, 세다스-시나이 메디컬센터 생명과학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대, 미시건대 의대, 버지니아 공중보건대,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아스파라긴이라는 아미노산이 포함된 음식이 암, 특히 유방암의 전이와 재발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9일자에 발표했다. 아스파라긴은 아스파라거스에서 발견된 아미노산으로 콩나물 뿌리에도 많이 함유돼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스파라긴은 우유나 유청 같은 낙농제품, 쇠고기, 닭, 칠면조 같은 가금류, 계란, 생선, 해산물, 감자, 콩, 통곡물 등에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유방암을 유발시킨 생쥐를 대상으로 아스파라긴의 섭취를 차단할 경우 암이 신체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것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유방암이 발생한 생쥐는 2주만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스파라긴의 섭취를 차단하고 항암치료를 받은 생쥐가 항암치료만 받는 생쥐에 비해 암치료 속도도 훨씬 빠르고 예후가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레고리 해넌 영국 케임브리지대 암연구센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음식 섭취가 질병의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 것”이라며 “항암치료시 식이요법도 병행하는 것은 유방암 뿐만 아니라 다른 전이암들의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지식문화복지도시 안착 큰 성과… 이젠 ‘가족친화 관악’ 온 힘”

    [자치단체장 25시] “지식문화복지도시 안착 큰 성과… 이젠 ‘가족친화 관악’ 온 힘”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은 지난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있었던 신년 인사회 이야기를 꺼냈다. 유 구청장은 그 자리에서 큰절을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일찌감치 3선 도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구청장으로 주민에게 하는 마지막 신년 인사였다. 유 구청장은 취임 이래 ‘달동네’라는 이미지가 있던 관악구를 인문학의 도시, 도서관의 도시로 바꿔 놨다. 도서관, 평생학습, 인문학 사업을 통한 지식문화복지도시 건설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지역 내 5개였던 도서관을 43개로 늘리고 통합전산시스템으로 이들 도서관을 연결한 ‘지식도시락’ 배달체제를 구축했다. ‘가장 좋은 도서관은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이란 신념에 따라 주민들이 집 가까운 ‘작은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자유로이 받아 볼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관악구가 지난해 1년 동안 배달한 책은 관악산 15배 높이에 해당하는 45만권이다. 유 구청장은 이러한 비전이 성공적으로 구현된 것을 전부 주민의 공으로 돌린다. 다음은 유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신년사를 하며 큰절을 한 게 화제가 됐다. -불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 신년사였다. 그동안 주민들이 저를 두 번이나 구청장으로 만들어 주시고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오늘 이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하면서 진 빚은 평생을 두고도 못 갚는다. 어느 자리에서 무엇을 하든 은혜를 갚겠다는 마음으로 큰절을 했다. 신년사에 앞서 마음을 다잡고 단상에 올라갔는데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찡했다. 지식문화복지 사업은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 중심 관악구의 핵심적 비전이다. 이러한 비전이 성공적으로 구현된 것은 주민의 적극적 참여와 성원 덕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1987’과 더불어 신림동의 ‘박종철 거리’도 인기다. -박종철 거리는 영화가 흥행하기 전인, 1년여 전부터 준비한 것이다. 동판을 먼저 만들었는데 제막식에 박 열사의 누나와 형도 오셨다. 앞으로 그 거리 내에 있는 작은 공원에 박종철 기념관을 만들 것이다. 3층 규모로 예상하고 있고 건물 한 면 전체를 모자이크 벽화로 한다는 구상이다. 다음해 5월 완공 예정인데, 민주주의를 위한 산교육장으로 활용될 것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31년 전 이야기지만, 제게는 진짜 생생하고 엊그제 이야기 같다. 1988년 12월 한겨레신문에서 기자로 근무할 때 박종훈(박종철의 대학 선배)과 박종철 가족들의 만남을 성사시키고 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기사로 썼다. 박종훈은 박종철이 죽음으로 지켜냈던 인물이다. 박종철 가족들 입장에서는 그가 아들 죽음의 단초가 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아들처럼 따뜻하게 맞아 줬다. 시대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 ▶새해 각오는 무엇인가. -무슨 일이든 끝이 중요하니까 마무리를 잘하려고 한다. 8년 동안 하고자 했던 것은 다 했다.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모두 11번 수상했다. 민선 5, 6기 내내 한 번도 매니페스토 수상을 놓친 적이 없다. 주민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한 실천 노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결과가 성과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한다. 또 기존에 시작한 사업들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올해부터 쓰레기 수거를 기존 일주일 세 번에서 ‘매일 수거제’로 전환했다. 이를 위해 종량제쓰레기 수거 청소대행업체 인력과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환경미화원을 확충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취임 7주년을 맞이해 ‘Family First 관악’을 선포, 가정과 가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고 가족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그중 가족문화복지센터 건립은 ‘Family First 관악’ 실현을 위한 핵심사업 중 하나로, 총 23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0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향후 센터는 출산과 육아, 일과 가정의 양립, 아동놀이, 가족행복 프로그램 등 주민들에게 ‘원스톱 가족 종합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8년째 수상 이외에도 서울시 행정우수사례 최우수상 등 지난해 구정 평가가 좋았는데. -2012년 처음 시행된 서울시 행정우수사례 발표회에서 관악구는 지금까지 최우수상을 5차례나 받았다. 특히 시민이 현장에서 직접 ‘최고 정책’을 뽑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상이다. 그만큼 관악구의 정책이 시민과 소통하고 공감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지하방·옥탑방 전수조사를 비롯해 2012년 10분거리 작은도서관, 175교육지원프로그램, 2015년 청년사회적기업 육성정책, 2016년 자원봉사 활성화 사업 등이 상을 받은 정책이다. ▶민선 6기 4년을 돌이켜 볼 때 가장 큰 성과는. -주민들이 지식문화복지도시인 관악구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된 점이다. 이미 상당수 국민들이 물질적인 굶주림은 해소가 된 상태다. 음식물을 제때 섭취하지 않으면 육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처럼 제때 지식정보가 섭취되지 않으면 정신의 결핍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의 중요성에 대해 주민들이 인식하게 됐다는 게 큰 의의가 있다. 관악구의 도서관 사업을 배우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오고 인터뷰나 강연 요청이 쇄도한다. 도서관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데 이바지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민선 6기 가장 아쉬운 점과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서울대와 함께 ‘관악 벤처 타운’을 조성하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다음 사람이 해야 할 거 같다. 서울대에서 키운 창업·벤처와 구청이 키운 사회적 기업이 협업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다. 다음 사람에게 그 씨앗을 넘겨야 할 거 같다.▶지방분권 논의가 활발한데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제언이 있다면. -지방분권 개헌에는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 다만 논의가 서울시, 광역시 단위의 지방분권에 편중된 것 같다. 서울시도 자치구에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악구에 필요한 일을 서울시가 알기 힘들다. 심지어 관악과 인근 동작구, 금천구의 사정이 판이하다. 관악 내에서도 서울대입구역과 신림역, 난곡의 관심사가 다르다. 그건 서울시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보니 서울시의 예산을 받아다 쓰다 보면 행정력 낭비가 심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과 서울시 부시장, 국장, 과장, 팀장에게 각각 정책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서 예산을 가져와야 하는데, 어렵지 않은 일도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관악구의 ‘도시농업공원’ 같은 경우도 서울시에 설명하고 브리핑도 했다. 서울시 간부들을 설득하고 서울시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2016년 예산에 도시농업 공원 사업이 들어갔다. 하지만 마지막 의결하기 전에 의회에서 예산 넣고 빼고 하다가 해당 사업이 빠져버렸다. 시급한 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거 같다. 이미 완성됐어야 하는 사업이었지만, 지난해 겨우 예산이 잡혀서 올해 완공될 예정이다. ▶구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행사에서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고, ‘붐바스틱’ 댄스를 췄다. 주민 아이디어에 따라 축제 때마다 소크라테스, 찰리 채플린, 세종대왕 등의 분장을 했다. 주민과 함께 어울리고 주민을 즐겁게 해주는 구청장이 되고 싶었다. 백 마디 말보다 한번 보이는 게 좋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앞으로 어느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든 주민이 제게 베푼 은혜를 갚아 나가겠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유종필 구청장은 누구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한국일보에 입사했다. 1988년 창간한 한겨레신문에 이직했다. 1995년 서울시의회 의원에 당선되면서 지방자치에 참여했으며 같은 해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요청으로 부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2001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공보특보로 활동했다. 이후 민주당에 남아 대변인을 맡았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회도서관 관장을 역임했으며 2010년부터 관악구청장으로 일하고 있다. ■관악구는 어떤 곳 자연ㆍ역사ㆍ교육 어우러진 수도권 남서부 교통 요충지 관악구는 수많은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처 관악산, 강감찬의 얼이 서린 유서 깊은 낙성대, 대한민국 지성의 요람인 서울대 등 자연과 역사, 교육이 어우러진 지식복지 도시이다. 또한 지하철 2호선, 남부순환로, 강남순환고속도로 등 경기도와 서울시의 중심부를 잇는 수도권 남서부 교통의 요충지이다. 관악구는 서울 서남권 중심으로 우뚝 서는 편리한 도시기반 위에 자연과 공존하는 명품 친환경 도시, 365일 따뜻함이 넘쳐나는 희망의 복지도시, 주민과 소통하는 민관협치도시로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
  • 마트에서 웨딩 촬영한 커플…거기 담긴 특별한 이유

    마트에서 웨딩 촬영한 커플…거기 담긴 특별한 이유

    웨딩 사진은 부부에게 평생 추억이 된다. 따라서 사진을 찍을 장소를 고를 때 신중할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채플(예배당)이나 석양이 내리쬐는 해변 등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장소에서 결혼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한 커플은 의외의 장소에서 결혼사진을 찍어 화제가 되고 있다. 호주 골드코스트에 사는 제시카와 로드니 레인스마는 최근 채플 결혼식을 올렸다. 무사히 결혼식을 마친 두 사람은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곧장 한 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바로 현지에 있는 한 대형마트였다. 사실 두 사람은 이 마트에서 처음 만났다. 각자 이 마트에서 근무하고 있던 이들은 2013년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후 연인 사이가 된 두 사람은 이제 결혼까지 골인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마트는 두 사람에게 특별한 장소로 웨딩 사진까지 촬영한 것이다. 실제로 두 사람의 웨딩 사진을 보면, 마트에는 여전히 장을 보는 고객들도 있다. 아마 이들 고객은 갑자기 예복 차림의 두 사람이 나타나 깜짝 놀랐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 역시 마트에서 웨딩 촬영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들에게 특별한 장소에서 웨딩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아름다운 장소보다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사진=제시카 레인스마/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천주교 4·3특위 출범 “한국교회, 사회 문제에 한목소리를”

    천주교가 올해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학술 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연다. 제주교구 부교구장인 문창우 주교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천주교회는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지역 공동체에 남겨진 깊은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평화를 위한 화해와 상생의 교훈을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창우 주교를 위원장으로 한 ‘제주 4·3 70주년 특별위원회’는 ‘희생 속에 핀 4·3, 화해와 상생으로- 4·3 죽음에서 부활로’라는 슬로건도 정했다. 오는 22일에는 서울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학술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4월 부활절에 맞춰 주교회의 명의의 ‘제주 4·3 70주년 추념 부활 담화문’을 발표하고, 같은 달 1~7일을 ‘제주 4·3 70주년 기념주간’으로 정해 추념 미사를 개최한다. 아울러 ‘인권·평화·화해·용서’라는 제주 4·3의 정신을 신자들의 삶에 연결하는 실천 운동도 전개하기로 했다. 문 주교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제주 4·3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문제들에 한목소리를 내는 전환점을 맞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해리 왕자·마클 공식 약혼사진…“보고만 있어도 행복”

    해리 왕자·마클 공식 약혼사진…“보고만 있어도 행복”

    내년 5월 결혼을 앞둔 영국 왕위계승 서열 5위 해리 왕자(33)와 약혼녀 메건 마클(36)의 공식 약혼 사진이 공개됐다.21일(현지시간) 해리왕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켄싱턴궁은 SNS를 통해 예비부부가 최근 윈저성 내 프로그모어 하우스에서 촬영한 흑백 사진 등 공식 약혼 사진 2장과 비공식 사진 1장을 공개했다. 해리 왕자는 푸른색 양복을 차려입었고 마클은 검은색 드레스에 금빛 자수 장식이 달린 영국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 ‘랄프 앤 루소’의 의상을 입었다. 사진을 촬영한 패션 사진작가 알렉시 루보미르스키는 해리 왕자의 어머니 다이애나비의 사진작가로 이름을 날린 마리오 테스티노의 조수로 일한 경력이 있다. 그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 짓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그만큼 행복했다”고 촬영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2장의 공식 약혼 사진 이외에 켄싱턴궁은 커플이 다정하게 정원을 거니는 사진도 공개했다. 해리 왕자와 흑인 혼혈의 미국 배우 출신 약혼녀 마클은 내년 5월 19일 런던 교외의 윈저성에 있는 왕실 전용 예배당 세인트 조지 채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개신교 신자인 마클은 결혼식 전까지 ‘영국 성공회’ 세례를 받을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국 왕실 “해리 왕자, 약혼녀 마클과 내년 5월 19일 결혼”

    영국 왕실 “해리 왕자, 약혼녀 마클과 내년 5월 19일 결혼”

    영국 해리(33) 왕자와 약혼녀인 미국 여배우 매건 마클(36)이 내년 5월 19일 결혼식을 올린다고 켄싱턴궁이 15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CNN 등에 따르면 해리 왕자와 마클은 런던 교외에 있는 윈저성의 세인트 조지 채플에서 결혼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런던 교외의 윈저성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여름 거처다. 인트 조지 채플은 해리의 부친인 찰스 왕세자가 2005년 커밀라 파커 볼스(콘월 공작부인)와 윈저시 시청 대강당에서 짧은 ‘결혼 등록소 결혼식’을 올린 뒤 축복 예배를 올렸던 곳이기도 하다. 왕실 인사가 남편이 살아 있는 이혼녀와 ‘성공회 의식’으로 결혼하는 것은 불법이란 주장이 제기돼 세속 결혼식을 올린 뒤 교회에서 축복 예배를 올린 것이다. 또 세인트 조지 채플은 2008년 해리의 사촌이 결혼식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해리 왕자와 마클은 올해 크리스마스를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해 영국 왕실 일가와 함께 보낼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우스운 사람이었지만 우습지 않았던 인생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우스운 사람이었지만 우습지 않았던 인생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쟈니 윤 쇼’라는 방송을 했다. 그때까지 내게 코미디란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그런 표정을 짓는 것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쟈니 윤의 코미디는 전혀 다른 식이었다. 게다가 한국 사람인데 미국에 가서 미국사람들을 대상으로 코미디를 했다고 하니 더욱 대단한 사람처럼 보였다.사사로운 자리에서 그를 직접 만난 일이 있다. 나는 그가 심형래를 능가하는 최고의 코미디언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실제로 만난다면 그 얼굴을 보자마자 인사도 하기 전에 웃음부터 날 것 같아 긴장했다. 하지만 내 우려는 완전히 빗나갔다. 쟈니 윤은 우스운 사람이 아니었다.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나타난 그는 시종일관 입가에 자연스러운 미소를 살짝 머금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이가 보일 정도로 웃는 일은 없었다. 그는 행동이 무척 신사적인 사람이었고 기대와는 달리 말하는 내내 가벼운 농담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날 이전까지 내 머릿속에 있던 쟈니 윤의 이미지는 완전히 지워졌다. 여전히 나는 그의 본 모습을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방송인으로서 그는 우스운 연기를 하지만, 실제 쟈니 윤은 로버트 드니로처럼 멋진 신사라고 믿는다. 그 만남이 있은 후부터 나는 쟈니 윤이 한 시대를 풍미한 명배우 찰리 채플린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됐다.찰리 채플린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왜소한 체격에 허름한 양복, 윗옷은 자기 치수보다 작아 꽉 끼지만 바지는 헐렁하다. 커다랗고 다 낡아빠진 구두는 발에 매달려 있는 수준이라 걸을 때면 오리처럼 뒤뚱거린다. 우스운 차림이지만 대나무 지팡이까지 있어서 신사로서 갖출 것은 다 갖춘 모습이다. 채플린은 매번 똑같은 차림으로 영화에 출연했고 그가 맡은 배역은 언제나 말썽을 몰고 다니는 떠돌이 방랑자 역할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은 많이 웃었고, 또 감동도 받았다. 하지만 채플린이 죽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그렇게 전 세계를 웃겼던 사람의 삶이 실은 전혀 즐겁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많은 사람의 증언을 보더라도 영화 밖의 채플린은 한없이 진지한 사람이었다. 채플린과 비슷한 시기에 무성영화에 출연한 배우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버스터 키튼은 경쟁자였던 채플린을 이렇게 회상한다. “사실 그가 가장 우습지 않을 때는 영화를 제작할 때이다. 차분하고 냉정하고 명석하고 면밀한 그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은 나비의 날개를 다루는 곤충 채집가의 꼼꼼함에 비견된다.”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사람 채플린은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서 정작 자신은 가장 우습지 않은 삶을 살아야 했던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채플린은 영화에 있어서만큼은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해내고야 마는 완벽함을 추구했다. 배우 섭외에서부터 촬영, 연기지도, 시나리오 작성, 필름 편집은 물론 나중에는 영화에 들어갈 음악까지 독학으로 공부해 직접 작곡했다. 영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노동조합이 생겨나고 촬영장에 의무적으로 분장사를 고용해야 했을 때도 특유의 ‘떠돌이 찰리’ 분장은 언제나 스스로 했다. 이 놀라운 인간은 자서전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썼다. 보통 유명인들의 자서전인 경우 전문 작가의 도움을 받으며 쓰는 일이 많은데 채플린은 삶의 후반기 여러 해 동안 방대한 분량의 자서전을 직접 썼다. 우리말로 번역된 책만 해도 본문 분량이 1000쪽이 넘어가는 책이다.워낙 다채로운 삶을 살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에 관한 평전이나 연구서도 꽤 많다. 그런데 그중에서 분량이 비교적 적은 책 한 권이 눈길을 끈다. 제목은 ‘나의 아버지 채플린’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판본은 중앙신서에서 문고본 시리즈로 펴낸 작은 책이다. 서지를 보니 1978년에 초판을 낸 이래 1981년까지 다섯 번을 더 찍었으니 나름 잘 팔린 책이다. 제목으로 미루어 보아 글을 쓴 사람은 찰리 채플린의 아들인 것이 분명하니 더욱 인기를 끌었을 것이 분명하다. 평론가나 전문 작가보다 아들의 위치는 채플린과 더욱 가깝다. 그래서 이 책에는 좀더 인간적인 면이 많이 드러나 있다. 책의 저자는 찰리 채플린의 두 번째 아내인 리타 그레이의 아들인 ‘찰스 스펜서 채플린 주니어’인데 채플린은 그 자신의 이름과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들의 이름을 지어주었을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 리타 그레이와의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해 자녀를 본 직후인 1927년에 이혼했다. 아내와 함께했던 날은 만 3년뿐이었지만 자녀들과는 이후로도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채플린과 지낼 수 있었기 때문에 채플린 주니어는 바로 이 책 ‘나의 아버지 채플린’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들은 채플린이 ‘키드’, ‘모던 타임즈’, ‘독재자’를 만들 때 작업장에 함께 있었다. 이 때문에 배우이자 감독 그리고 연기 지도자였던 채플린을 누구보다 생생한 모습으로 책에 그려 내고 있다. 채플린은 믿음이 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일을 맡기지 않았고 모든 걸 직접 해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한번 믿음을 준 사람에겐 모든 걸 맡겼다. 책 속에는 채플린의 집에서 일하던 세 일본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들은 각각 집사, 운전사 그리고 요리사였는데 꼼꼼한 채플린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큰 신뢰를 얻었다. 진주만 공습의 여파로 집에 일본인을 두지 못하게 됐을 때도 채플린은 이들에게 때마다 봉급을 줬다. 재미있는 일화도 꽤 있다. 채플린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히트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공로로 아카데미 특별상 수상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그는 수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의 영화를 전문가 몇 명이 평가해서 상을 수여하는 것에 반감이 있던 것이다. 채플린은 평론가들의 의견보다는 더 많은 영화팬들이 자신의 영화를 보고 웃어 주는 게 더 값지다며 상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는 수 없이 아카데미 특별상 트로피는 채플린의 집으로 배달됐고 그는 한동안 이 ‘물건’을 문이 닫히지 않도록 틈에 고정해 두는 도구로 사용했다. 떠돌이 방랑자 캐릭터가 워낙 세계적인 인기를 끌다 보니 여기저기서 채플린 흉내 내기 경연대회도 많이 열렸던 모양이다. 채플린은 미국의 한 동네에서 열린 닮은꼴 경연대회에 신분을 숨긴 채 본인이 직접 참가했던 일이 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재미있게도 본인이 직접 참가한 채플린 흉내 내기 경연대회에서 진짜 채플린은 3등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아들이 쓴 책에 따르면 아버지로부터 경연대회 결과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히틀러와 외모가 닮았다는 이유로 나치가 정권을 잡았던 독일에서는 채플린의 영화가 상영금지되었던 때가 있다. 히틀러와 채플린은 외모도 닮았지만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났다는 점 때문에 당대뿐 아니라 후대에도 두 사람의 운명에 관한 숱한 이야기가 양산됐다.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전 세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인물로 성장한 것도 같다. 나중에 채플린은 아예 히틀러와 똑같은 분장을 하고 그의 연설 장면을 흉내 낸 영화 ‘독재자’를 만들어서 크게 히트시켰다. 이처럼 아들이었기 때문에 좀더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채플린의 여러 모습이 이 작은 책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하지만 아들이 쓴 책의 마지막 장은 채플린이 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인 우나 오닐과 결혼해 스위스에 정착한 것에서 멈췄다. 이때 채플린은 방대한 자서전의 첫 부분을 쓰고 있었다. 얘기가 이렇게 끝난 것은 아들이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 채플린’은 1960년 롱맨출판사에서 처음으로 출판됐고 채플린 주니어는 1968년에 세상을 떠났다. 위대한 떠돌이 찰리 채플린은 1974년에 자서전 ‘My Life in Pictures’를 펴냈고 1977년 12월 25일 성탄절에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배우가 죽었을 때 영국 신문 가디언지는 그를 추모하며 다음과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 영국 해리 왕자, 메건 마클과 결혼 발표 이후 첫 공식 석상

    영국 해리 왕자, 메건 마클과 결혼 발표 이후 첫 공식 석상

    영국 해리 왕자(33)와 배우 메건 마클(36)이 1일(현지시간) 결혼 발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함께 모습을 나타냈다. 영국 BBC 방송은 두 사람이 이날 세계 에이즈의 날 자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노팅엄에서 군중들의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왕실의 예비부부는 추운 날씨에도 자신들을 보려고 몰려온 사람들과 악수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들은 “결혼 축하해요” “행복하세요”라고 외치며 두 사람에게 카드와 꽃, 초콜릿 등을 건넸다. 어떤 이는 해리 왕자에게 “메건과 함께 하니 기분이 어때요?”라고 물었고, 해리 왕자는 웃으며 “정말 멋지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왕실 대변인은 두 사람이 약 30분 동안 거리를 걸으며 가능한 많은 사람을 만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해리 왕자와 마클은 이후 노팅엄 컨템퍼러리 전시 센터에서 열린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 자선 행사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해리 왕자가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해 노팅엄에 설립한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학생들을 만나 이들이 출연한 힙합 오페라를 감상했다. 두 사람은 내년 5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여름 거처인 런던 교외의 윈저성에 있는 왕실 전용 예배당 세인트 조지 채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개신교 신자인 마클은 결혼식 전까지 영국 성공회 세계를 받을 예정이며 앞으로 몇 년간 영국 시민이 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제야 타석에 제대로 들어온 기분, 최고령 타자 되고 싶어” 장항준 감독

    “이제야 타석에 제대로 들어온 기분, 최고령 타자 되고 싶어” 장항준 감독

    2008년 ‘전투의 매너’라는 작품이 극장 개봉하기는 했었다. 케이블 TV용으로 만든 거다. 우연치 않게 짧게 스크린에 걸렸으나 소리소문 없이 내려갔다. 제대로 된 스크린 복귀는 2003년 ‘불어라 봄바람’ 이후 무려 14년 만이다. 장항준(48) 감독이 ‘기억의 밤’(29일 개봉)을 갖고 돌아왔다. 그것도 스릴러다. 장기인 코미디가 아닌. 긴 세월, 얼마나 조바심이 났을까 싶은 데 씨익 미소 짓는다. “한 작품은 길게 갔어요. 죽을만 하면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게 아주 사람을 미치게 만들더라고요. 그나마 다행인건 불러주는 분들이 있어서 쫄딱 굶지는 않았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죠. 가장의 책임감 때문에 돈 벌러 예능에 나간 적도 있어요.(부인 김은희 작가가 뜨기 전의 이야기다.)”마냥 빈둥댄 것은 아니다. 방송 일을 하면서도 영화에 복귀하려 했지만 어떤 작품은 펀딩이 안되고, 어떤 작품은 캐스팅이 안됐다. 크랭크인도 못하고 엎어진 것만 세 개. 중간에 제작이 중단된 경우도 있다. 실패가 반복되면 초초하고 급하고 쫓기기 마련인데 그는 오히려 힘을 빼는 순간이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2014년 말 ‘기억의 밤’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다. “간절함의 경지에 올라 해탈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계약 제안도 있었지만 거절하고 그냥 혼자 자유로운 기분에서 썼어요. 전에는 쫓기듯 썼는데 힘을 빼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야구 선수들이 몸이 가볍다는 말을 하잖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곧 오십인데 이게 어른이 된다는 것지,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관대해지는 것 같아요.” ‘기억의 밤’을 이야기 하려면 스포일러의 지뢰밭을 건너야 한다. IMF 구제금융으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가족이 해체되던 1997년을 배경으로 등장한다. 아버지(문성근), 어머니(나영희), 형 유석(김무열)과 함께 새 집에 이사온 재수생 진석(강하늘). 형은 난데 없이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19일 만에 돌아온다. 진석은 돌아온 형에게서 점점 낯선 느낌들을 받게 되고 새 집은 혼돈으로 뒤덮힌다. 요즘엔 관객들에게 힌트도 주지 않은 채 두뇌 게임을 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은 데 장 감독은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벌인다. 허점이 보이더라도, 헐렁이 감독이 디테일에 신경 못썼다고 쾌재를 부르면 나중에 자존심 상하기 십상이다. 의아한 부분들이 구슬처럼 줄줄이 꿰어지기 때문이다. 스릴러를 바탕으로 추격전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공포물 문법도 차용하고, 후반부에 가서는 드라마가 짙어지며 장르가 파괴된다. “장르 자체가 목표는 아니었어요. 다양한 맛이 나는 음식을 만 들려 했지요. 후반부에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족에 대한 이야기, 또 세상에 모든 것은 보이지 않은 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장 감독은 원래 예능 작가 출신이다. 데뷔작 ‘라이터를 켜라’가 인기를 끌며 주목받았지만 이후 오랜 기간 영화로는 빛을 못봤다. 그 사이 방송 드라마에서 ‘싸인’ 등 큰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왜 다시 영화일까. “사실 드라마 쪽 개런티가 더 세요. 드라마 제안도 많았지만 모두 거절했어요. 한 번도 영화를 떠난다는 생각은 안했지요.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는 욕망은 플랫폼과 상관은 없는 데 저는 왠지 드라마가 버겁더라고요. 재미도 영화 같지 않고요. 영화는 낮에도 꿀 수 있는 꿈이라고 하잖아요.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그 반응을 느끼는 맛은 정말 남다르죠.” 평소 대중이 자신을 방송인이나 예능인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섭섭할 것 같기도 한데, 오히려 그런 이미지를 전복시킬 수 있어 재미 있다고도 했다. “‘싸인’ 때도 반응이 ‘장항준이 법의학 드라마를?’ 이었어요. 해왔던 것으로 보면 로맨틱 코미디를 하는 게 마땅했겠죠. 처음엔 편성이 나오지도 않았어요. 당시 그런 장르 드라마가 없어서 받아준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었는 데 방송사에서 그랬어요. ‘어차피 안 될 것 같으니 망신만 시키지 말아달라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번에 스릴러를 한다고 하니, ‘니가 왜?’라는 이야기가 많았죠. 그래도 전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되고 있는 것을 하려고 하면 이미 유행이 지나가 버린 게 되니까요.”좋아하는 장르도 움직인다고 했다. 처음엔 코미디를 좋아했다가 거대한 서사에 끌리더니 지금은 스릴러에 꽂혀있단다. “사실 한 장르에서 톱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때 그때 제가 좋아하면 그만이고, 대중까지 좋아해주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지요. 영화하는 사람들은 싫건 좋건 모두 채플린의 후예이자 히치콕의 후예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처음엔 채플린이 었는데 나이 먹으며 히치콕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아직 스릴러에 대한 욕구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 그 끝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해도 해도 안되면 다른 것을 찾아봐야죠.” 널리 알려졌다 시피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와 부부 사이다. 예능 작가 시절 사수, 부사수로 만났다. 장 감독은 자신을 ‘남자 김은희’, 김 작가를 ‘여자 장항준’이라고 이야기하며 껄껄 웃었다. “척하면 척이라고 할까, 감이 비슷해요. 각자 작품에서 갈림길에 섰을 때,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어 혼란스러울 때 서로에게 도움이 되죠. 작품에 푹 빠지지 않고 한 발 물러나서 바라보며 의견을 주니까 신뢰할 수 있는 거죠. ‘기억의 밤’ 초고가 나왔을 때 ‘시그널’로 한창 바쁘던 김 작가에게 보여줬더니 재미 있다고, 잘 되겠다고 그랬죠. 그 한마디가 저에게 큰 힘이 됐죠. 반대로 ‘시그널’ 1, 2부 책이 나왔을 때 김 작가가 저에게 물어봤어요. 방송국에서 무전기 설정을 빼라는 의견인데 어떨 것 같냐고요. 저는 무전기가 결정적인 거라고 절대 빼면 안된다고 답해줬지요.” 부부 창작자로 단점은 없을까 했더니 곰곰이 생각하더니 지금까지는 장점 만 있었다며 웃었다. “제일 위험한 게 둘 다 잘됐다 둘 다 망하는 것인데, 저희 부부는 서로 달라 달라 정말 다행이었어요. 제가 한창 영화 작업할 때는 김 작가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때였고, 제가 주춤거렸을 때는 김 작가가 잘 되어서 마치 보험을 들어놓은 것처럼 안정감 있게 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김 작가도 10년 넘게 고생이 많았어요. 수면 위로 나오기까지 과정은 정말 힘들었죠.”‘위기일발 풍년빌라’, ‘사인’에 이어 부부 합작품을 또 볼 수 있을까 했더니 단칼에 자른다. “아니요. 이제는 김 작가가 너무 거물이 되어서. 하하하. 농담이고요. 제가 진화하지 못하고 정체된 사이 김 작가는 저보다 더 훌륭한 창작자가 됐어요. 앞으로 공동 작업은 김 작가에게 손해고 저도 좋을 게 없을 것 같아요. ‘무한상사’ 때 서로 본능적으로 느꼈어요. 다음에 같이 일하면 안되겠구나 하고요. 왜 그런 말이 있잖습니까,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그는 생각보다 필모가 두텁지 않은 감독이다. 제대로 찍은 건 ‘기억의 밤’까지 세 편에 불과하다.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위대한 타자가 누구냐면, 타석에 많이 들어선 타자라고요. 그렇게 보면 저는 출장 기회가 없었던 셈이에요. 이제부터라도 오래 선수 생활을 해 최고령 타자가 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홈런도, 안타도 터뜨리겠죠. 이제부터 영화를 더욱 진중하고 차분하게 대할 것 같아요. 영화감독으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이제야 터득한 것 같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세계의 ‘피스메이커’들 한반도 화해의 길 찾다

    세계의 ‘피스메이커’들 한반도 화해의 길 찾다

    전쟁의 극한 위기로 치닫는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종교계가 나섰다. 조계종과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대규모 토론회와 포럼, 평화 염원대회를 잇따라 열 태세다. 특히 종교계가 주축이 된 이 행사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과 대치를 해결하고 평화 정착을 위한 종교적 차원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이 가운데 조계종 화쟁위원회와 시민평화포럼이 27일 오후 3시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보수·중도·진보 100인 토론회’는 보수·중도·진보 측이 토론하며 평화를 위한 중론을 모으는 자리. ‘전쟁 반대, 평화 실현’이란 대전제 아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보, 보수의 주장과 근거를 이해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호 시민평화포럼 정책위원장, 김종수 더불어민주당 통일전문위원, 정낙근 여의도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발제에 나선다. 화쟁위는 “전쟁 참화의 위기 앞에서 진보·보수의 소통 부재와 편견 탓에 올바른 사회적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실천방안을 터놓고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민화위)가 다음달 4일 서울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여는 ‘2017 한반도 평화나눔포럼’은 남미의 천주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한반도 문제 해법을 구하는 자리. 세계적으로 이름난 남미 천주교 지도자들이 군부 억압과 내전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수습해온 교회의 역할을 설명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은다.포럼은 3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 엘살바도르의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추기경, 멕시코의 카를로스 가르피아스 메를로스 대주교, 브라질의 오질루 페드루 셰레르 추기경이 첫 번째 세션 연사로 나선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 아르헨티나, 콜롬비아의 전문가들이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한 평신도 역할을 놓고 토론한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최근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더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포럼에 참석해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모든 이들에게 힘이 돼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서울 민화위는 다음달 6일 오전 9시 30분 서울 명동성당 파밀리아채플에서 ‘함께 평화를 꿈꾸다’ 주제로 한반도 평화와 관련 특별대담을 진행한다. 메를로스 대주교와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 갈린도 전 콜롬비아 헌법재판소장, 차베스 추기경과 비센테 에스페체 질 전 교황청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 셰레르 추기경이 다섯 차례 대화마당을 갖고 평화를 위한 지혜를 모색한다. ‘한반도 평화통일 세계대회 조직위원회’가 다음달 11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여는 ‘한반도 평화통일 세계대회’는 초종교·초국가적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규모 행사다. 한·미·일·아시아 종교·정치지도자, 각국 대사와 시민 등 8만여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각 종단 대표자들의 한반도등불 점화 및 개회 선언으로 시작해 종단 대표자의 축원의식, 미·일 성직자의 평화연설이 이어진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아들 원했던 20대 엄마, 14개월된 딸 살해

    아들 원했던 20대 엄마, 14개월된 딸 살해

    한 엄마가 14개월된 딸아이의 숨을 막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딸이 아닌 아들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낙태를 원했던 20대 여성이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여성은 살인을 부인하고 있다. 글래스고 고등법원 심리에 따르면, 드럼채플 출신의 아흐메드(28)는 임신 중인 아이가 딸이란 사실을 알고 매우 슬퍼했다고 한다. 아이의 이모 샤구프타 야스민은 “아흐메드가 울면서 낙태를 희망했다. 우리는 신을 절대적으로 믿으면 다음 번에 아들을 주실 지도 모른다. 만약 중절 수술을 바란다면 그건 네 결정이니, 우린 네 결정이 무엇이든 존중한다”며 그녀를 다독였다. 그러나 엄마 아흐메드는 낙태를 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했다. 그리고 딸은 돌이 채 되기도 전에 숨을 거뒀다. 급히 병원으로 실려간 아이는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다 3일 후 세상을 떠났다. 당시 마취과 전문의 조슬린 어스킨은 “아이가 맥박과 심장박동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실려왔고, 회복 불가능한 뇌 손상으로 결국 사망했다”고 밝혔다. 야스민은 조카가 숨진 날, 아흐메드로부터 “아이가 엎치락 뒤치락하거나 발차기하는 걸 막으려 자신의 다리로 제압해 베개를 딸 아이 얼굴 위에서 눌렀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야스민의 그 다음 행동은 또다른 논란과 혼선을 불러왔다. 큰 충격을 받은 야스민은 지난해 5월 경찰을 찾아가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거짓 자수를 했다. 조카의 시신이나마 양도받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아흐메드 또한 자신이 딸을 죽이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야스민은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아흐메드가 딸을 죽였다고 자백했다”며 “지난해 4월 17일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던 집 위층에서 딸을 질식시켰다”고 진술했다. “왜 처음부터 아흐메드가 그랬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냐”는 검사의 질문에 야스민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무슨 말을 해선 안될지 몰라 변호사의 지시대로 말을 아꼈다”고만 답했다. 검사측은 딸아이가 엄마에게 폭행을 당해 3일 후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다. 사진=비비씨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루터와 원효…종교개혁을 돌아보다

    루터와 원효…종교개혁을 돌아보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자 원효 탄생 1400주년을 맞는 해이다. 기독교 개혁을 이끈 독일의 마르틴 루터(1483~1546)와 신라의 승려 원효(617~686)는 모두 자신이 속한 종교의 개혁을 강하게 외쳤던 개혁가 겸 사상가라는 공통점을 갖는다.이웃 종교인들이 그 두 사람의 개혁사상을 새롭게 조명하는 독특한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끈다. 손원영교수불법파면시민대책위(대책위)와 한국영성예술협회, 마지아카데미가 다음달 13~14일 이틀간 서울 중구 경동교회와 성북구 정법사에서 여는 종교평화예술제가 그것. 종교 간 마찰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종교 간 평화와 공존을 함께 고민하는 학술대회와 콘서트로 진행된다. 첫날인 13일 오후 3시 경동교회 장공채플에서 문을 여는 행사는 ‘종교개혁을 함께 생각한다’란 주제의 학술대회. ‘개혁자 루터와 그리스도교개혁’, ‘개혁자 원효와 불교개혁’ 등 두 주제로 나누어 발표와 열띤 토론이 있을 예정이다. 먼저 ‘개혁자 루터와 그리스도교개혁’ 세션에선 이정배 현장아카데미원장, 백소영 이화여대 교수, 황경훈 가톨릭 우리신학연구소장이 발제에 나선다. ‘만들어진 소명의 폭력’ ‘교황청 개혁과 한국천주교회 개혁’에 관한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세션 ‘개혁자 원효와 불교개혁’에선 이도흠 한양대 교수와 이찬훈 인제대 교수,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가 발제에 나서 ‘탈종교시대의 화쟁적 불교개혁의 길’ ‘화쟁의 윤리와 평화의 길’ 등을 발표한다. 둘째 날인 14일 오후 2시부터는 정법사 앞마당에서 종교평화 콘서트가 펼쳐진다. 박종화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의 축사에 이어 음악공연 ‘낯선시간’, 범패 ‘마당쓸기’, 조각보 퍼포먼스, 패치워킹 댄스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트럼보와 매카시즘 그리고 그 기시감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트럼보와 매카시즘 그리고 그 기시감

    근래 북핵 다음으로 가장 뜨거운 단어가 ‘블랙리스트’가 아닐까. 전 정부에서 비롯된 블랙리스트가 이제 전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소위 ‘요주의인물’이라는 뜻의 블랙리스트가 우리 사회 대중문화예술계를 망라한다는 것은 문화예술의 힘이 대단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예술계가 과도하게 정치화됐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블랙리스트의 면면에 영향력도 인지도도, 예술적 성과도 부족한 사람들이 포함돼 있는 것을 보면 어떤 정신 나간 이가 이런 리스트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대명천지에 있어서는 안 될 이런 이야기는 이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다. 시초는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 할리우드에서 1940~50년대 있었던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정치적인 신념을 가지고 공산당에 가입했거나 특정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진보 성향을 내비쳤던 연예산업 종사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활동을 제한당했다. 유명 극작가와 배우, 감독, 영화 음악가가 모두 대상이었다. 1·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과 구소련은 동맹이었지만 전쟁이 끝나면서 세계는 미국의 자본주의와 소련의 사회주의로 나뉘어 냉전이 본격화했다. 미국은 ‘공산주의의 위협을 막기 위해’, 소련은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자기 진영의 결속과 단속을 시작했다. 외부로는 냉전이, 내부에서는 경제공황 때문에 생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할 묘책이 필요했다. 이때 홀연히 조지프 매카시가 등장해 미국 정부 내에 공산주의자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사실 1930년대 이전부터 소련과 동맹이었던 탓에 많은 이들이 공산당원이었고, 공무원 중에도 사회주의자들이 꽤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공산당을 척결해야 한다는 매카시 열풍은 곧 할리우드에도 몰아쳤다. 공산주의자를 색출한다며 1937년 임시로 만들어졌던 미 하원비미활동위원회(HUAC)를 1945년 상임위로 격상시켰고 1947년 본격적으로 영화인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청문회를 통해 극작가 아서 밀러나 배우 찰리 채플린 등 324명을 리스트에 올려 영화계에서 퇴출시켰고 이후 1만여명을 실업자로 만들었다. 당대 최고 극작가였던 달톤 트럼보도 소환을 피할 수 없었다. 많은 영화인들이 청문회에 나와 동료들을 ‘고자질’했지만 트럼보를 포함한 10명은 증언을 거부해 이들을 ‘할리우드 텐’이라 부른다. 이들은 1960년대 초까지 영화계를 떠나야 했는데 트럼보는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B급 영화사의 ‘고스트 작가’가 되어 밥을 벌어먹어야 했다. 그가 11개의 가명으로 쓴 시나리오 중에 ‘로마의 휴일’(1953), ‘더 브레이브 원’(1956)이 오스카상을 받았다. 1960년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을 맡고 커크 더글러스가 출연한 영화 ‘스파르타쿠스’를 통해 그는 얼굴과 이름을 다시 알렸다. 영화 ‘트럼보’는 트럼보(브라이언 크랜스톤)가 겪었던 할리우드 블랙리스트 사건을 그의 일대기를 통해서 보여 준다. 재능 있는 많은 사람이 이념 때문에 아니 이념을 빙자한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희생되어야 했던 역사적 비극을 상기시켜 준다. 영화에서 트럼보는 순진한 공산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는 “모든 시나리오 작가는 자신의 방식으로 전쟁에 종사하며 문학적 게릴라전을 벌인다”며 선전을 위해 영화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투쟁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선언할 정도로 열렬한 공산주의자였다는 설도 있다.정치적 입장이 어떠했던 간에 트럼보를 돕는 친구들도 많았다. 특히 당대 최고의 갱스터 배우이자 미술품 컬렉터였던 에드워드 G 로빈슨은 지금은 파리 로댕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신의 애장품인 고흐의 ‘탕기영감의 초상’을 팔아 소송비용을 건네준다. 몽마르트르의 클로젤가에서 물감과 캔버스를 팔던 화방주인으로 어려운 화가들에게 재료를 공짜로 주기도 하고 때론 그림으로도 받았던 줄리앙 프랑수아 탕기는 인상파 화가들에게는 은인이었다. 그의 화방에는 피사로, 모네, 르누아르, 세잔, 고흐, 고갱 등의 그림이 걸려 있어 컬렉터들에게 소개됐다. 동생 테오를 통해 탕기를 알게 된 고흐를 유독 아꼈는데 고흐도 그를 좋아해 3점의 탕기 초상을 그렸다. 로빈슨이 소장했던 그림은 3번째 것으로 탕기영감 뒤로 후지산과 벚꽃나무 그리고 우타카와 카가와 구니사다의 일본기녀가 새겨진 우키요에가 가득 들어차 있다. 배경이나 탕기의 재킷을 보면 이제 자연의 색을 버리고 고흐 특유의 원색을 대담하게 구사함으로써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사실 묘사가 아니라 표현주의적인 화풍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렇듯 귀한 작품을 소장했던 로빈슨은 루마니아 출신의 유대계 미국인으로 흑인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요구하며 1930~40년대 문화, 교육 및 종교단체와 전쟁 구제 관련 850개 이상의 단체에 25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자선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중 11개 단체가 공산당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청문회에 소환됐지만 무혐의로 밝혀졌다. 사실 그는 자선가이기 전에 1953년 자신의 소장품 40점을 가지고 뉴욕 근대미술관(MoMA)에서 전시를 열 정도로 매우 중요한 미술품 컬렉터였다. 아끼던 그림을 팔아 거액의 소송비용을 전했던 로빈슨을 트럼보는 후에 당시 소극적으로 처신했다며 힐난했다. 동료들이 실업자가 되어 고통받는 그 척박한 시대에 그가 아무렇지 않게 활동했다는 이유로. 로빈슨은 트럼보에게 “너는 영화에 얼굴이 안 나오지만 나는 배우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도 나를 숨길 수는 없었다”고 강변한다. 사실 같은 상황과 생각이라도 처지에 따라 처신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누가 로빈슨을 비난할 수 있을까. 6·25 전쟁 때 서울수복 후 피난 못 갔던 사람들을 비도강파라 해서 부역했다고 몰아세운 일이 문득 떠오른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매카시즘의 적폐인 정적 말살과 인권탄압의 방법을 새로운 정적이나 다른 진영 사람들을 때려잡는데 써서는 안 될 것이다. 문득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니 기시감이 들어 하는 말이다.
  • ‘결혼’ 이지혜, 축의금 전액 기부 ‘마음도 예뻐’

    ‘결혼’ 이지혜, 축의금 전액 기부 ‘마음도 예뻐’

    결혼식을 올린 가수 이지혜가 축의금 전액을 기부한다. 19일 이지혜 측에 따르면 이지혜 부부는 결혼식 축의금 전액을 기부할 예정이다. 지인들의 축복이 담긴 축의금을 의미 있게 쓰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지혜는 지난 18일 제주도 중문 하얏트 리젠시 시사이드 채플에서 3살 연상 일반인 남자친구와 비공개 결혼식을 가졌다. 이날 예식에는 양가 가족들과 친구 지인 등 약 70명 정도가 참석했다. 사회는 배우 임형준, 축가는 백지영과 유재환이 맡아 이지혜 부부의 행복을 기원했다. 이지혜는 “오랜 기다림 끝에 존경스러운 성품을 가진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됐습니다. 이제 드디어 유부녀가 됩니다. 많이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며 “늘 주위를 살피고 건강하게 겸손하게 사는 아내 이지혜로 살아가겠습니다”고 결혼 소감을 밝혔다. 한편, 현재 이지혜는 샵 해체 이후엔 솔로 가수 활동은 물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英 런던 하수도서 130t 기름 덩어리 발견

    英 런던 하수도서 130t 기름 덩어리 발견

    영국 런던에 있는 한 하수구에서 무게 130t, 길이 250m에 달하는 거대한 기름 덩어리가 발견됐다고 영국 상하수도 업체 템스워터가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하수구를 막히게 하는 이런 기름 덩어리를 영국 등에서는 빙산에 빗대어 ‘팻버그’(fatberg)라고 말하는데, 이번 덩어리는 특히 거대해 이른바 ‘몬스터 팻버그’로 불리고 있다. 이번 기름 덩어리가 발견된 곳은 런던 동부 화이트채플 고속도로 밑을 관통하는 하수구로, 이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만들어졌다. 이 덩어리는 부패한 식용유나 기름, 유아용 물티슈가 섞여 바위처럼 딱딱하게 변한 것이다. 이를 제거하는 작업에는 최대 3주가 걸릴 것으로 템스워터는 예상한다. 템스워터의 폐기물 담당 처리 부서의 책임자인 맷 리머 부장은 이번 발표에서 “이번 팻버그는 우리가 지금까지 발견한 것 중 가장 크다. 그야말로 괴물급”이라면서도 “너무 딱딱하게 달라붙어 있어 이를 제거하는 작업에는 엄청난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요점은 하수도의 콘크리트를 깨부숴야 하는 상황이다. 원래는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지만 부엌 싱크대로 기름을 그대로 흘려버리거나, 화장실에서 젖은 물티슈를 그대로 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돼 그야말로 안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템스워터가 공개한 사진에는 팻버그가 하수구를 완전히 막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있다. 현재는 작업자 8명이 강력한 고압 호스로 기름 덩어리를 무너뜨리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하루 평균 20~30t을 제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템스워터(위), A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미 이지스함 싱가포르 해역서 유조선과 충돌…10명 실종·5명 부상(종합)

    미 이지스함 싱가포르 해역서 유조선과 충돌…10명 실종·5명 부상(종합)

    트럼프, 트위터 통해 “실종자 무사귀환” 기도 미군 해군의 구축함이 싱가포르 동쪽 믈라카 해협에서 유조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0명이 실종되고 5명이 다쳤다.미 해군 7함대는 21일 성명을 통해 7함대 소속 존 S.매케인함(DDG-56)이 싱가포르 동쪽 해상에서 라이베리아 선적의 유조선과 충돌하면서 10명의 수병이 실종되고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5명 중 4명은 헬기를 타고 싱가포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7함대는 설명했다. 1만 2000t의 원유를 운송하다가 존 S.매케인함과 충돌한 유조선에서는 사상자가 없었으며, 선체가 일부 파손됐지만 기름도 유출되지 않았다고 싱가포르 정부는 밝혔다. 존 S.매케인함은 이날 오전 5시 24분(현지시각)쯤 싱가포르 항구로 향하던 중 라이베리아 선적의 유조선 알닉 MC(Alnic MC, 총톤수 3만t)와 충돌했다. 사고 직후 싱가포르 해군과 해안경비대, 미 해군이 예인선과 헬기, 해안 경비정 등을 투입해 공동으로 구조와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7함대는 밝혔다. 또 말레이시아 해군도 구조작업에 동참했다. 미 해군 홈페이지에 따르면 1994년 취역한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인 존 S.매케인함에는 23명의 장교와 24명의 하사관, 291명의 수병이 탑승한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미 해군의 주력 전투함으로,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춰 대양에서 독자적인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이지스함의 대명사로 통한다. 일본 요코스카 항을 모항으로 사용하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함정이 사고를 낸 것은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다. 지난 1월에는 7함대 소속 미사일 순양함 앤티텀이 일본 도쿄만에서 좌초해 선체가 파손됐고, 지난 5월에는 순양함인 레이크 채플레인(CG 57)이 한반도 작전 중 소형 어선과 충돌했다. 또 지난 6월 17일 새벽에는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가 일본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선적의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조사에서 승조원 실수와 지휘관의 부적절한 통솔력 등이 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실종된 승조원들의 무사 귀환을 기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도 자신의 이름을 딴 이지스함 사고에 대해 부인과 함께 수병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구조에 동참한 선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In&Out] 학교 내 종교 강요, 이대로 안 된다/류상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In&Out] 학교 내 종교 강요, 이대로 안 된다/류상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지금은 거의 잊혀졌지만, 13년 전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종교 관련 사건이 있었다. 서울 대광고 3학년생이자 학생회장이었던 강의석군이 교내 방송을 통해 “강요되는 예배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강군은 46일간에 걸친 단식투쟁 끝에 예배선택권을 얻어 냈지만 학교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이 문제는 이듬해에 법정으로 갔다. 5년이 지난 2010년 4월 22일 최종 판결이 나왔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강제로 종교교육을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 이후 학생들에게 예배선택권을 준 기독교계 사립학교는 많지 않다.학교 내 종교 강요에 대한 대학생들의 저항은 강군 사건보다 앞선다. 1995년 숭실대 학생이 6학기 동안 채플(기독교 학교의 교내 예배의식) 이수를 졸업 요건으로 정한 학칙이 종교의 자유를 침범한 것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결과는 학생의 패소로 끝났다. 2003년에는 이화여대에서 ‘채플반대모임’이 결성됐다. “신을 위해 기도할 권리만큼 기도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나는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 신을 위해 기도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당시 채플반대모임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이다. 2003년 명지대, 2004년 연세대, 2006년 다시 숭실대에서 채플반대운동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법적 소송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강의석군이 제기한 고교와는 달리 대학은 학생 스스로 학교를 선택해 입학했다는 이유에서다. 절대 강자인 학교와 약자인 학생 간의 불공정 계약이라는 학생들의 주장은 무시됐다. 대학생들의 채플반대운동은 2006년 숭실대 사건을 정점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학생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기독교 학교의 유연한 대응으로 학생들의 불만이 상당 부분 누그러졌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학뿐 아니라 중·고교도 종전 경직된 의식에서 벗어나 저명 인사 초청 강연, 뮤지컬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 학생들의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내용을 유연하게 바꾼다고 강제 참석제의 문제점이 사라지는 것일까? 기독교 학교 운영자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 기독교는 절대자를 인격신으로 고백한다. 예배의식은 그 신과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하느님에 대해 사랑을 고백하고 설교자를 통해 신의 음성을 듣는다. 죄를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결단도 예배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학생들의 기호에 맞춘 변형된 채플, 그대로 괜찮은 걸까. 예배의 중요 요소가 실종된 채 춤, 노래로 채워진 채플을 기독교 인격신은 어떤 마음으로 내려다보고 계실까. 어쩌면 그것이 기독교의 종교적 품위를 떨어뜨리고 하느님은 물론 경건해야 할 예배 자체까지 모독하는 건 아닐까.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희망 학생만 자율적으로 참여토록 해 제대로 격식을 갖춰 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미국 기독교 학교인 하버드대는 1986년 의무 채플을 중단했다. 일본의 대표적 기독교 학교 도시샤대학은 1960년대에 채플이 자율화됐다. 종교의 자유란 ‘종교를 선택할 자유’와 ‘종교를 거부할 자유’,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전할 자유’, ‘종교를 (합법적 범위 안에서) 교육할 자유’를 포함한다. 기독교 학교의 ‘종교교육을 할 권리’와 학생들의 ‘종교를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를 동시에 충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고교에선 대법원 판결대로 학생들에게 예배선택권을 주고, 대학에서는 필수 이수 과목인 채플을 선택 과목으로 바꾸는 것이다.
  • 산 아래 금빛 세상, 하늘 품은 너른 쉼터

    산 아래 금빛 세상, 하늘 품은 너른 쉼터

    미국 최고의 전쟁 드라마로 꼽히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의 마지막 회 첫 장면. 이지 중대를 이끌었던 윈터스 소령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호수 속으로 몸을 던진다. 재잘대는 새소리, 잔잔한 물결 등은 이제 전쟁의 피비린내를 씻을 차례라는 암시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마지막 10회를 대하는 시청자들은 모처럼 마음 푹 놓고, 더이상의 전투는 없는 평화로운 상황을 즐길 수 있었다. 윈터스 소령이 땀과 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은 곳,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평온을 안겨줬던 호수가 바로 첼 호수다.첼호(Zell a see)가 속한 곳은 첼암제(Zell am see) 시다. 이름을 풀자면 ‘호수(see) 아래(혹은 옆, am) 첼 마을(zell)’이란 뜻이다. 잘츠부르크 외곽의 유명한 휴양 관광도시로, 이웃한 카프룬과 함께 ‘첼암제 카프룬’이란 이름으로 곧잘 불린다. 잘츠부르크에선 100㎞ 남짓 떨어져 있다. 주민 수는 첼암제의 9000여명과 카프룬의 3000여명을 합쳐 1만 2000명 남짓. 한데 현지 관광국 직원인 크리스티안은 “1년 숙박일 수가 두 도시를 합쳐 무려 260만박에 이른다”고 했다. 첼암제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사람 가운데 태반이 관광객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비교적 최근에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첼암제의 핵심 볼거리는 역시 도시 이름이 비롯된 첼호다. 둘레가 11㎞가 조금 넘는 호수다. 해발 고도는 757m. 사람이 가장 쾌적한 느낌을 갖는다는 700m 언저리에 있다. 우리의 강원 평창과 비슷한 높이다. 좀 더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평창 같은 고원의 산간마을에 깃든 너른 호수 정도 되겠다. 물도 맑아 주민들이 그냥 마실 정도라고 한다. 글쎄, 물이 맑은 건 분명해 보이지만 실제 마시는 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만큼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첼호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마지막 장면 촬영 장소다. 놀라운 건 이처럼 우리에게도 알려진 이야기들을 정작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잘츠부르크 사람들조차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 장소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란 사실을 잘 모른다. 이는 영화의 내용 가운데 일부가 자신들을 다소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에 대한 거부감의 표시일 수도 있다. 사연이야 어쨌든, 웅장한 산자락들이 서정적인 호수를 품고 있는 곳이 당신의 로망과도 같은 여행지라면 첼암제는 당신의 선택지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오를 만한 곳이지 싶다.호수는 역시 새벽이 정답이다. 인적 드문 호숫가를 따라 산책에 나서는 맛이 각별하다. 알프스의 설산을 휘돌아온 바람이 청량하다. 수면은 유리처럼 맑고 잔잔하다. 해가 떠오르면 공기가 순식간에 더워진다. 뜨거운 공기는 분란을 일으키고 유리 같던 호수에도 파문이 인다. 아침의 호수는 온전히 주민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작은 낚싯배에 오르는 할아버지, 부지런하면서도 완고한 느낌의 출근길 가장의 표정이 정겹다. 다소 시니컬한 청년과 뻣뻣한 표정의 아주머니도 만난다. 이들의 언어는 이해하지 못해도 가벼운 눈인사 정도는 어렵지 않게 건넨다. 평온한 호수가 만드는 변화다. 호수를 즐기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유람선을 타는 것이다. 50분가량 장판 같은 수면을 헤치며 호수 이곳저곳을 기웃댈 수 있다. 호수 곳곳에 공공 수영장도 조성돼 있다. 호수 주변에선 분수쇼 등의 공연 프로그램이 여름 시즌 내내 펼쳐진다. 첼암제 전경은 슈미텐산에서 감상하면 된다. 산 정상까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곤돌라는 저 유명한 자동차 업체 포르쉐에서 디자인했다. 첼암제는 포르쉐 가문이 시작돼 대를 이어 살고 있는 곳이다. 시내 안쪽에 이들의 이름을 딴 작은 박물관도 조성돼 있다.산정에 오르면 ‘시시 채플’이 이방인을 맞는다.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성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시시 황후가 방문했다는 작은 교회다. 시시 황후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사실상의 마지막 황제였던 프란츠 요제프의 아내다. 이들의 드라마틱한 사랑과 결혼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시시 황후가 돌아본 유럽의 도시들은 대부분 관광 명소가 됐는데, 슈미텐의 ‘시시 채플’도 그중 하나다. 슈미텐산은 고도 2000m 정도의 ‘비교적 낮은’ 봉우리다. 한데 주변은 알프스의 고산준봉들이 둘러치고 있다. 낮은 산에서 마루금을 좁힌 알프스의 산군들을 보는 맛이 아주 각별하다. 알파인 로즈 등 고산지대의 야생화와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린아이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잎 몇 장 내건 꽃들이 대부분이다. 첼암제 시내는 작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들이 어우러졌다. 그 가운데 성 히폴리트 교회가 볼만하다. 조성 시기가 1000년을 헤아린다는 교회다. 육중한 문 때문에 거리감도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아무 제약 없이 교회 안을 둘러볼 수 있다. 글 사진 첼암제(오스트리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잘츠부르크까지 직항편은 없다. 터키항공이 인천공항에서 이스탄불을 경유해 잘츠부르크까지 간다. 이스탄불은 유럽의 허브를 자처하는 공항이다. 터키항공이 이를 활용한 스톱 오버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환승시간을 활용해 이스탄불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본다. 4시간 정도 소요된다. →관광용 증기기관차가 첼암제에서 크리믈 폭포까지 하루 1회 왕복 운행한다. 승용차로 30분 거리지만 관광열차로는 세 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첼암제 출발은 오전 9시 20분, 크리믈 폭포 도착은 낮 12시 16분이다. 돌아오는 차편은 크리믈 폭포에서 오후 2시 40분에 출발한다. →첼암제 주변에 60유로(2인)의 아파트형 숙소부터 5성급 호텔까지 다양한 숙박 시설이 몰려 있다. →첼암제 카프룬 카드(서머 카드)는 상당히 유용하다. 각종 곤돌라와 첼호 유람선 등 첼암제와 카프룬에 속한 온갖 관광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머 카드 회원 호텔에 투숙하면 종업원들이 서머 카드를 나눠준다. →그로스글로크너산 등 고산지대는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긴소매 옷을 준비해 가는 게 좋다. →호흐알펜슈트라세는 눈 외에 폭우 등의 악천후에도 통제되는 경우가 있다.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 눈도 입도 즐거운 음식 영화 축제… 부산푸드필름페스타 22일 개막

    음식영화와 부산음식의 다양한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음식영화축제가 열린다. 부산시는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영화의전당에서 ‘제1회 부산푸드필름페스타(BFFF)’를 연다고 19일 밝혔다. 부산푸드필름페스타는 13편의 음식영화 상영과 함께 음식과 콘텐츠에 관한 전문가들의 푸드콘텐츠포럼, 영화 속 음식을 셰프와 관객이 함께 즐기며 대화하는 쿡톡, 영화 속 주제 음식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알려 주는 푸드테라스 등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영화 속 음식을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푸드트럭과 부산 셰프들의 팝업스토어 부산푸드존을 운영한다. 야외에서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행사와 가족관람객을 위한 벼룩시장, 푸드테라피 체험공간 등도 마련된다. 개막작으로는 찰리 채플린 감독의 ‘모던 타임스’가 선정됐다. BFFF 운영위원장 황교익 맛칼럼니스트가 해설한다. ‘모던 타임스’는 기계처럼 끼니를 때우는 영화 속 사람들의 모습에서 현대인의 식습관과 먹는 즐거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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