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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음악(한국문화 50년:11·끝)

    ◎60년대 금지곡 양산… 최대위기/최근 랩·댄스 주류로… 日 가요 상률 초읽기 우리 대중가요의 빈약한 하드웨어를 채운건 해방의 감격과 정부수립 의욕이었다. 레코딩조차 힘든 상황에서도 ‘귀국선’‘고향만리’등 대중가요로 시름을 달랬다. 6·25전쟁은 소프트웨어를 바꾸어 ‘전우여 잘자라’‘전선야곡’‘단장의 미아리고개’ 등 전선주제 노래들이 폐허의 서러움에서 피어났다. 60년대에는 미8군무대 출신 가수들의 팝음악은 트로트 일변도의 풍속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노란샤쓰의 사나이’의 한명숙,현미,최희준,패티김,신중현 등이 활약했다. 하지만 대세는 트로트였다. 50년대 후반 ‘열아홉 순정’으로 명성을 얻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비롯,‘안개낀 장충단공원’의 배호,‘빨간 구두 아가씨’의 남일해가 뒤를 이었다. 이 흐름은 70년대 나훈아·남진 라이벌시대를 거쳐,80년대 주현미 송대관 태진아 등으로 맥을 이었다. 5·16군부정권은 62년 방송윤리위원회에 칼을 댔다. ‘동백아가씨’를 비롯, 수많은 곡들이 금지곡으로 지정돼 가요계의 위기를 맞는다. 누르면 튀는게 청년문화. 70년대의 암울함을 청바지와 통기타·장발로 상징되는 포크음악은 억압을 참을 수 없었다. 한대수를 비롯해 서유석,김민기,양희은,송창식 등이 포크선풍으로 자유의 몸짓과 대항문화를 주도했다. 그러나 이들이 공안당국의 괘씸죄에 걸리고 설상가상으로 70년 중반 ‘천재적 아티스트’ 신중현 등이 대마초사건에 휘말리면서 대중가요는 침체일로를 걷는다. 80년대는 조용필의 시대.70년대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스타는 대마초 은둔의 세월을 보상하려는듯 ‘창밖의 여자’로 한을 푼 뒤 80년대 중반까지 가요계를 휩쓴다. 변진섭·신승훈 등의 발라드로 문을 연 90년대는 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광풍으로 새 국면을 맞는다.‘난 알아요’로 시작된 노도 앞에서 가요사는 새로 씌어진다. 랩·댄스뮤직이 주류로 떠오르고 10대가 소비시장의 주고객으로 등장한 것이다. H.O.T,젝스키스,영턱스 클럽,지누션 등의 댄스그룹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왔다. 왜색·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대중가요는 여전히 백척간두의 앞날을 맞고 있다. 일본 대중가요의 공식적인 ‘한국상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개방을 앞둔 대중음악의 제일 큰 과제다.
  • 60세 이상 실향민 가족 60% 배정/관광객 모집 기준

    ◎50세이상 일반인 30%­외국인 10% 금강산 관광은 실향민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오는 9월25일 첫 출항할 현대금강호에 탑승할 1,400명 정도의 관광객 가운데에는 실향민이 60%,일반인 30%,외국인 10%정도 비율로 채워질 전망이다. 또한 50세 미만의 내국인은 금강산 관광이 본격화되기 이전까지는 당분간 금강산 유람선을 타기 어려울 것 같다. 현대그룹은 26일 통일부에 제출한 ‘금강산 관광 사업계획’에서 관광객 선정기준을 ▲경로 ▲일반 ▲외국인 고객으로 나눴다. 경로고객은 실향민 위주로 하되 나이를 60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실향민 관광객은 △단독여행 가능자 △부부동반 여행 가능자 △아들·딸과 동반여행이 가능한 60세 이상 고객으로 세분해 실향민이 부인이나 자녀를 동반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측은 금강산 관광에 나이 많은 실향민이 많이 몰릴 것으로 보고 당분간 전체 승선 관광객의 50∼65%를 실향민 위주 경로고객으로 채울 예정이다. 경로우대 원칙을 적용,관광객 선정의 잡음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선발은 실향민이 많은 점을 고려,컴퓨터로 추첨해 결정하기로 했다. 일반고객은 내국인이 대상이다. 다만 해외여행에 결격사유가 없는 50세 이상으로 나이를 제한했다. 전체 관광객의 20∼40%를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나이에 관계없이 전체 승선 관광객의 10∼15%를 배정키로 했다. 이중 30%를 주한 외국인과 해외교포로 채운다. 현대는 2차로 9월29일 출항할 현대봉래호 관광객 900명도 이같은 기준을 적용해 선발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한편 이같은 관광객 선정기준은 통일부와 협의를 거쳐 마련된 것이어서 승인시에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현대는 이번 주안에 관광사업 승인이 날 것으로 보고 주말부터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금강산 관광객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전국 66개 관광사와 대리점 계약을 맺어 각지에서 골고루 관광객을 모집할 계획이다.
  • 大農꿈 와르르… “올농사 다망쳤다”/중부 물난리­침수피해 농경지

    ◎파주­물 빠지는데 3∼4일… 밭작물 물에 쓸려/김포­한강 유입 곡릉천 만조때 역류 ‘물벼락’/당진­골재 채취장 흙더미 덮쳐 논밭 사라져/보성­“벼멸구 판쳐 복구해도 30% 減收” 개탄 서울·경기·충청 등 중부지역을 강타한 기습폭우는 엄청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안기며 삶의 터전을 뿌리째 짓밟았다. 대풍(大豊)을 기대하며 바쁜 일손을 놀리던 농민들은 수마가 한순간에 할퀴고간 깊은 상처를 허탈한 심정으로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밭작물이 떠내려간 수해피해 현장을 긴급 점검한다. ▷경기도◁ 11일 상오 파주시 탄현면 갈현리 갈현들녁. 인근 곡릉천이 범람,한때 바다로 변해 버린 들녘을 바라보는 농민들은 할말을 잊은채 깊은 시름에 잠겼다. 주민들은 한포기 벼라도 건지기 위해 마을어귀에 나왔지만 흙탕물로 변해버린 논에 들어갈 수 없어 무거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황토물에 잠긴 벼는 줄기부터 썩어들어가고 있다. 탄현면 지역의 침수 농경지는 1,200㏊. 이중 40여㏊의 논은 물이 빠지는데 앞으로도 3∼4일쯤 걸려 사실상 올 농사를 망쳤다. 밭작물도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군데군데 남아 있는 고구마가 뿌리를 덩그러니 내놓은 채 썩어가고 있다. 金張淳씨(45·탄현면 갈현리)는 “피땀 흘려 가꾼 고추 참깨 콩 등 밭작물이 물에 쓸려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며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같다”고 허탈해 했다. 교하면 일대 농경지 2,298㏊도 한강으로 유입되는 곡릉천이 만조때 역류하면서 끝내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황토물에 담긴 벼를 일으켜 세우려 논에 들어갔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형편이다. 김포군 김포읍 걸포·사우리 지역 농경지도 걸포천이 역류하면서 대부분 침수됐다. 인천시 강화군 불온면 삼성 1·2리 지역 역시 농경지 전체가 물에 잠겼고 평택시 포승·현덕면의 농경지 1,191㏊는 만조때 수문을 열지 못해 불어난 하천이 범람하면서 극심한 침수피해를 입었다. 경기도내 농경지 침수는 이날 현재 논 2만2,495㏊,밭 5,030㏊ 등 2만7,525㏊에 이른다. ▷충남◁ 황토물이 빠진 당진·태안군 일대 농경지는 폐허나 다름없다. 300만평의 당진읍 채운평야는 빗물이 빠지면서 벼포기가 넘어진 채 흉한 모습을 드러냈다. 흙더미에 깔려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일부는 송두리째 뽑혀 하얀 뿌리가 거꾸로 솟아오른 모습이다. 당진읍 대덕리 5만여평의 꽈리고추밭은 떨어진 고추가 낙엽처럼 가득히 널린채 벌써 짓물러 터져 썩기 직전이다. 그나마 몇개 달려있는 고추마저 금방 떨어질 지경이다. 밭고랑 사이로 농민들이 떨어진 고추를 줍느라 분주하게 헤매고 있다. 정미면 봉생리 논과 밭은 모습이 아예 사라졌다. 뒷산 골재채취장에 쌓여 있던 흙더미가 빗물에 순식간에 무너져 떠내려오면서 논과 밭을 덮친 때문이다. 농민들은 복구작업조차 포기한 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도내 두번째로 피해가 큰 태안군도 마찬가지다. 소원면 신덕리 150만평 논은 벼포기들이 모두 드러누웠다. 흙더미가 덮쳐 벼의 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영전리 4만평의 논은 공사장을 방불케 한다. 뒷산인 철마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흙더미가 평야를 덮쳐 산 중턱의 절반은 깎였다.최대 생강 생산지인 태안읍 남산리 들판의 생강밭들은 하얀 뿌리들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물살에 깎여나간 일부 밭은 흙만 보일 뿐 텅 비어 있다. 깊게 파여 흉칙한 웅덩이가 여러 군데 눈에 띈다. 송암리 난(蘭)재배단지와 산후리 장미 재배단지의 시설도 모두 망가졌다. 장미단지는 쓰러지면서 덮친 주변 전봇대가 깔고 있다. 1,000여평의 비닐하우스 안에는 하천 물이 들어와 붉은 장미 꽃잎을 흙으로 덮었다. 1만2,000평의 난 재배시설도 흙더미에 깔려 있다. 물살에 쓸린 난 줄기는 방향을 알 수 없이 여러 갈래로 뻗어 보기조차 흉하다. 이날까지 충남도내에는 당진군의 4,500㏊를 비롯해 태안 3,659㏊,천안 301㏊,아산 1,000㏊,서산 2,225㏊,홍성 375㏊,예산 176㏊등 모두 1만2,236㏊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이중 논은 1만1,904㏊에 이른다. ▷전남◁ 보성군 득량면 일대 간척지 들녘에는 벼끝이 하얗게 말라 죽고 각종 쓰레기더미가 군데군데 쌓여 있다. 한톨의 쌀이라도 더 건져보려는 농민들은 매일 논에 나와 농약을 뿌리고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워낙 피해면적이 넓은데다 복구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득량면 해평·오봉·예당리 일대 간척지에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쏟아진 폭우로 300여㏊가 물에 잠겼다.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3∼4일 동안 벼가 흙탕물에 잠겼다. 물이 완전히 빠지자 이제는 벼잎이 말라죽고 벼멸구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농약을 뿌리러 나온 朴金彩씨(49·예당리)는 “복구를 한다 해도 평년의 30% 이상 감수가 예상된다”고 한숨지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시간당 135㎜의 폭우가 쏟아진 구례·순천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덕은천 주변 700여평의 논이 모두 유실된 金선철씨(38·구례군 토지면 구산리)는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라며 “지금 당장은 대체작물을 심을 기력조차 없다”고 허탈해 했다. 이번 폭우로 인한 전남도내 농경지 침수면적은 논 1,924㏊와 밭 71㏊ 등 1,995㏊에 이른다. 이중 동부에 위치한 보성(549㏊) 구례(401㏊) 순천(391㏊) 지역이 집중 피해를 입었다.
  • 결실 앞둔 들판 황토로 뒤범벅/당진군 수해 현장을 가다

    ◎볏논 4,500㏊·상가 200곳 싹쓸어/진흙뻘엔 장롱·차량 뒤엉켜 참혹/끊겨진 도로 곳곳 토사더미 가득 가도 가도 끝없는 흙탕물 뿐이었다. 전날 밤 늦게 마을을 가로지르는 당진천이 범람,읍내리 상가 200여곳을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장롱이며 스티로폴 조각들이 진흙과 함께 어지럽게 널려져 간밤의 참상을 짐작게 했다. 특히 당진천 둑 50여m가 터지면서 구두 2리 일대 논 4,500여㏊가 거대한 호수로 변해 어제까지만 해도 바로 이곳이 논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거센 물살에 휩쓸려 뒤엉킨 차들 사이로 가재도구 등을 챙기려는 주민들은 실종 위험에도 아랑곳없이 미친 듯 헤매고 있다. 서산으로 가는 국도 32호선은 곳곳에서 흙더미가 내려 앉았다. 당진읍 용현리 용현초등학교 앞과 용현가든 앞 도로는 산사태로 교통이 모두 끊겼다. 삽교천을 거쳐 서산과 태안 방면으로 향하는 차들은 꼬리를 길게 문 채 당진군 면천면으로 우회하고 있다. 당진읍 채운리 채운평야도 물속에 잠겨 푸르던 들판이 온데간데 없이 자취를 감췄다. 자연부락 ‘북창’은 아예 물속으로 사라졌다. 일부 물이 빠진 논바닥에는 진흙을 잔뜩 뒤집어쓴 벼가 덩그렇게 누워 있다. 당진중학교 뒤에 있는 집 한채는 뒷산이 무너지면서 완전 파괴돼 흉칙한 몰골이다. 흐름이 막힌 하천 물이 이 일대 논을 휩쓸어 자갈과 흙더미가 논바닥을 뒤덮고 있다. 마을 뒷산 밑에는 산사태로 인해 집 한채가 부서져 있다. 이 평야는 폭우에 항상 잠기는 상습침수지역이어서 최근 농지개량사업까지 마쳤으나 이번 폭우에 또 다시 망가졌다. 송악면 한진리도 마찬가지다. 평소 비가 오면 아산만으로 곧 바로 빠져 피해가 없었으나 이번 ‘살인폭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30여가구가 침수됐다. 주민 金貞卿씨(70)는 “폭포처럼 쏟아진 비로 손쓸 사이도 없이 안방 물이 금방 허리까지 찼다”며 “승용차를 타고 7㎞쯤 떨어진 송산면 큰아들 집으로 피신하는데도 도로 곳곳이 무너지고 다리가 물에 잠겨 죽을 고비를 몇번 넘겼다”고 말했다.
  • 정상의 박세리 ‘처신의 여왕’ 되게(박갑천 칼럼)

    “덕(德)은 재주의 주인이요 재주는 덕의 종이다.재주는 있어도 덕이 없으면 집에 주인은 없고 종이 일보는 것(用事)과 같으니 어찌 도깨비가 놀아나지 않으리요”.(菜根譚)에 쓰인말.사람됨이 재주를 누르며 사는 자세가 옳은 것임을 가르치는 글귀다. 한때 남다른 재주로 세상을 울린 신동 가운데 그걸 꽃피우지 못한 경우들이 적지않다.사회의 뒷받침 부족등도 있겠으나 사람관리를 못해 ‘도깨비가 놀아난’ 때문이라 할수도 있을 것이다.계몽주의시대의 재사 볼테르가 “일찍 명성을 떨치면 부담이 크다”고 했던 말은 그점에서 뜻이 깊다.볼테르의 말 그대로 일찍 찾아온 명성의 무게가 클때 거기에 자칫 사람이 눌려버릴 수도 있는것.‘덕­인격’을 갖추지 못한 자승자박의 이치라 할것이다. 세계골프계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박세리는 정치·경제의 어려움속에 풀죽은 영세판 국민들에게 한줄기 양풍(凉風)구실을 한다.“박세리 읽고 보는 재미로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사람들은 그 박세리에게 나이를 생각잖고 ‘덕망의 인간’까지를 은근히 기대한다.인간이면 누구나 약점 지니는 것을 알면서도 명성높은 사람에게서 그걸 기대하는게 사람마음 아니던가.그런만큼 기대심리가 무너질때 배신감같은 실망을 느낀다.인기높던 정치인이나 학자·연예인의 귀접스런 추문에 상 찡그리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최근만 해도 그렇다.한 축구지도자의 ‘돌출발언’은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그동안의 명성위에 재를 뿌렸던 터.박세리에 거는 ‘처신의 여왕’도 그 맥락이다. 그렇다 할때 어린‘여왕’이 하는 슬거운 말들은 우선 우리를 기쁘게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숙인다 했으니 그말따라 저도…”“항상 배우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등등.하건만 세상은 고약하다.유명해지면 ‘오만’을 부추기는것 아니던가. 그래놓고선 이러쿵저러쿵 흉하적한다.또 현실에서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기란 어려운 법이기도 하다.“마음을 비웠다”고 한 정치지도자가 실제로는 마음을 채운것과 같이.더구나 박세리의 경우 그를 둘러싼 어른들이 자신들의 떠세나 욕망에 사로잡혀 그의 얼굴에 먹물 묻힐수 있다는 점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그의 ‘장기집권’을 위해,국민의 사랑을 영속시키기 위해‘덕갖춘 여왕’으로 키우는데 어른들이 마음써야겠다.그러기 위해 (傳習錄)의 경고를 옮겨적는다.“인생의 큰병은 오직 ‘오(傲)’라는 글자 하나에 있느니”.
  • 바그너 ‘오페라 서곡들,기타’(명반과 함께하는 음악여행:7)

    ◎리하르트 바그너/서쪽으로,서북쪽으로/파시즘 선구자로 숭배 유태인 몰살의 음악/서로 흐러던 문명사조 북향시키려던 노력들/베토벤 교향곡 ‘확장’ 오페라속으로 신화화/망상의 평화 꿈꿨으나 엷기만한 희망의 흔적 1.발할라,유태인을 혐오하는 천재를 환영하다… 1883년 2월13일 베니스에서 바그너가 사망하자 신문은 그런 부고를 냈다. 발할라는 그의,4일 동안 연속 공연되는 총 16시간짜리 대작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신들의 궁전. 독일신화의 주신(主神) 보탄의 딸 발퀴레들이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전사한 영웅들을 이곳으로 데려온다. 보탄은 그들에게 날마다 주연을 베풀며 마지막 ‘악과의 전쟁’에 대비한다. 그러나 그 싸움에서 신들이 승리할 수는 없다. 신들과 악의 세력이 모두 멸망하고 새로운 인간의 세상이 열린다. 그래서 ‘반지’ 4부의 각 제목은 전야제 격인 ‘라인의 황금’(라인의 황금을 지하세력 난장이가 탈취하면서 세상의 질서가 뒤흔들리는 ‘사건 발단’),첫째날 ‘발퀴레’, 둘째날 ‘지그프리트’(미래의 주인인 지상의 ‘인간영웅’ 이야기)에 이어 마지막날이 ‘신들의 황혼’이다. 그렇게,그런채로 발할라가 천재­바그너를 환영한다.‘유태인 혐오’는,무슨 소린가? 식인종이었던 자들을 교육시켜 사회를 주무르는 장사꾼으로 키웠다… 유태인 종족에 대해 바그너는 그렇게 극언했다. 그리고 사망 40여년후 그는 악명높은 히틀러 파시즘의 선구자로 숭배되고 그의 음악속으로 수백만의 유태인들이 몰살한다. 2.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문명은 태양의 동쪽에서 태동,서쪽으로 그 중심지를 옮겨갔다. 뒤늦은 문명이 앞선 문명을 보다 빠른 기간에 배우고 여력을 계승­발전에 투여한다. 그렇게 고대 그리스에서 문명이 만개하고 로마에서 위대한 건축물을 이룬다. 문명의 주역은 그후 프랑스­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바뀌었다. 동에서 서로… 바그너는 독일문명의 세계 주도를 위해 그 흐름을,거대하게 북향(北向)시킨다. 그의 음악은 그래서 음악사상 가장 거대한 폭으로 흐른다. 물에서 태어나 가장 강렬한 욕망의 불길을 태우다가 다시,물의 평정으로,죽음으로회귀하려는 필생의,그리고 전 생애에 걸친 음악. 그러나 당대와 후대의 바그너 예찬자들은 그의 음악에 평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바그너 자신은? 그는 소망했지만,소망을 성취할 수 없었다. 각 민족에게는 고유한 문화가 있다. 그것들을 선진­미개의 틀로 설명할 수는 없다. 요는,주류 문명에 대응하는 방식. 바흐는 ‘독일속으로’ 더 흔들리면서 더 명징한 종교음악을 세웠고,독일을 종교음악의 본산지로 세웠다. 괴테는 그리스­로마의 문명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독일문학을 이룩했고 베토벤은 자신의 불행과 독일의 열정을 음악사적인 낭만주의로 전화시켰다. 브람스 또한 북(北)독일의 우울을 음악의 보편적 심오함으로 담금질했다. 그리고 마르크스는 영국과 프랑스의 학문적 업적을 독일적으로 종합,독일의 후진성을 혁명성으로 변혁시켰다. 바그너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복원을 꿈꾸면서 이탈리아 코믹 오페라 형식(사랑의 금지)과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 형식(리엔치)을 기웃댔지만 처음부터 북행(北行)이 그의 목표였다. 그렇게,서북 쪽으로. 그 결과는무엇인가? 문명의 야만을 치유하기 위한 생체실험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으나,위대한 실패로 끝난. ‘베토벤의 교향곡 세계를 오페라 세계로 심화­확대시키자’. 바그너의 음악적 꿈은 그랬다. 베토벤이 오페라를 단 한편 남겼으므로,그리고 그렇게 그의 ‘교향곡세계’가 ‘보이는 것’의 음악적 응축이었으므로,그것은 타당한 꿈이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 일찍 북쪽의 광포하고 웅대한 신화로 꿈의 내용을 채운다. 3.웅대한 규모는 막대한 자본을 요구하고 ‘야만의 신화’는 신화의 성스러운 야만화를,그리고 역사관의 반동화를 초래한다. 야비한 사기,불륜 행각과 과대망상의 천재 행각이 오페라 ‘속으로’ 신화화 하고 그 신화음악이 오페라 ‘밖으로’ 나와 다시 바그너의 현실세계를 미화,영웅화하는,악순환 고리가 반복 심화된다. 예찬자들은 열광하고,그러나 바그너로서는 ‘마음의 지옥’이었던 그 악순환의 고리. 그러므로,그의 음악은 그가 그 지리한,고통의 생체실험을 멈추지 않고 마침내 육(肉)의 고행으로까지 밀어부치는 대목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다. 도대체 어디까지니이까.어디까지 음악의 육욕을,탐닉해야 하니이까. 저를 도와주소서… 그러나 그는 끝까지 ‘음악의 살속’을 파고 든다. ‘끝까지’가 지리하고 심오한 반복을 낳고 ‘파고 듦’이 음악을 이제껏 가장 극단적인 반음(半音)사용으로, 사랑의 환희의,몰아의 황홀경의,그렇게 ‘사랑의 완성을 위한 죽음’의 정황으로 치닫는다. 물의 죽음에서 물의 죽음으로… 그러나 그 과정은 아름다움이 죽음으로 완성되는 극단의 불의 경지. 그것으로 물과 불의 구분 자체가 극복되는 경지이다. 4.반프리트. 망상에서 평화로운 곳. 혹은,망상으로 평화로운 곳. 바그너는 만년의 저택을 스스로 그렇게 불렀다. 숱한 거장들이 바그너를 ‘망상으로 평화로운 곳’으로 연주한다. 그러나,예술가는 망상에서 평화롭지 않으면 망상으로 평화로울 수 없다. 흥분은 금물. 루돌프 켐페의 음반은 한마디로 바그너 ‘반지’ 작곡 생애에 바치는 진정한 반프리트이다. 오페라 ‘방황하는 네델란드인’(1841)서곡,‘탄호이저’(1845)서곡 및 1막 일부,‘뉘른베르크의 명가수’(1867) 1막,3막 서곡 및 일부,그리고 ‘신들의 황혼’(1874) 서주­‘새벽’과 ‘지그프리트의 라인여행’등 수록곡은 켐페의 ‘독일 정통’ 연주를 통해 ‘바그너 선언’,‘정체성과 전통 발견’,그리고 ‘평정의 갈구’로 재설계된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바그너의 진정한 소망의 골격을 보는 것이다.가장 중요한,이 모든 것이 종합되는 ‘지그프리트 장례행진곡’은 등장하지 않고 각 곡 도처에 흔적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위대한 망상의 흔적이 (아직)아니고 상상력 풍부한 희망의 흔적이다. 바그너 사망 한달 후 마르크스도 세상을 떠났다. 그는,어느 쪽?
  • 잘못 알려진 음주 상식

    ◎한잔… 한잔에 어지럼·속쓰림 거뜬하게 이겨낼 수 없을까/속 채운후 맥주는 간에 무리/음주후 커피 판단력 떨어뜨려/뜨거운물 목욕 혈압높여 위험 찔끔찔끔 게릴라 장마의 기습이 몇날이고 이어지는 올 여름.날씨도 궂은데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이 온통 울적한 IMF 불황 뉴스 뿐이다.여성들도 시원한 맥주 한잔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계절이다.이같은 유혹에 잘못 넘어갔다간 두주불사후의 어지럼증과 속쓰림만 남기 십상.특히 바캉스철 피서지에서 잘못 먹은 술은 탈선이나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높다. 술에 먹히지 않고 과음한 뒤에도 금새 거뜬해지는 비법은 없을까.술에 관해서는 뜻밖에 잘못 알려진 상식들이 많다.PC통신 하이텔 술사랑 동호회의 도움말로 바른 술마시기와 바른 술깨기 방법들을 소개한다. ▲든든히 속을 채운뒤 저알콜주인 맥주를 마시면 간에 무리가 덜 간다는 속설은 잘못=위장에 음식물이 있으면 대부분의 술은 천천히 흡수돼 혈중 알콜 농도 상승률도 낮아지는게 보통이지만 맥주만은 예외.맥주 탄산가스의 거품이 위의 유문을 자극,위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재빨리 소장으로 빠져나가도록 돕기 때문에 오히려 간에 부담이 될수 있다. ▲‘술마신뒤 커피 한잔’의 효험을 믿지 말라=커피를 술깨는 민간요법 쯤으로 여기는데 커피에 든 카페인은 술로 흐려진 판단력을 더욱 떨어뜨린다. 이 처방을 맹신하는 음주운전자들은 큰일 내기 딱 알맞다.일본 한 대학에서 알콜을 섭취한 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카페인을 투여한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돌발적 상황에서의 순간판단력에서 크게 뒤졌다. ▲목욕은 널리 공인된 숙취해소법 이지만 완벽한 건 아니다=섭씨 38∼39도의 따뜻한 물에선 혈액순환이 좋아져 해독작용을 하는 간기능이 활성화된다. 토막잠이라도 곁들이면 더 좋다.간장은 잠자는 동안 가장 활발하게 술찌꺼기를 처리하기 때문.하지만 독이 되는 목욕도 있다.사우나나 지나치게 뜨거운 목욕 등은 체온보다 훨씬 높은 열을 몸에 가하는 셈이어서 간장에 많은 부담을 준다.술마시고 바로 하는 목욕도 좋지 않다.혈중 알콜농도가 너무 높으면 혈액순환이 지나치게 빨라져 혈압이 높아질위험이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간장이 적당히 술을 소화한뒤 탕에 들어가야 한다.
  • 은행가 사상최대 인사돌풍 분다

    ◎조건부 승인 7개은 임원 70% 물갈이/중임자·여신담당 간부들 ‘퇴출 0순위’/박태규 평화은행장 유임 유력… 빈자리 외부서 채울듯 은행권에 사상 최대규모의 경영진 물갈이가 시작됐다. A급 인사태풍이다. 조건부 승인을 받은 조흥 상업 한일 외환 평화 강원 충북 등 7개 은행은 휴일인 17일에도 종합기획부와 비서실 직원들이 출근해,이사회와 주총 준비에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18일 이사회를 여는 조흥은행을 시작으로 7개 은행은 다음달 주총을 열어 임원 60∼70%를 물갈이 한다. ■중임자와 여신담당은 퇴진 0순위=금감위 관계자는 “은행경영에 꼭 필요한 인물이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 중임자와 여신담당 임원은 퇴진에서 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이들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의 경우 張喆薰 행장은 지난 16일 李憲宰 금감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며,3명의 이사 대우를 제외한 11명의 임원 가운데 7명 가량이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선임 전무인 許鍾旭 전무는 최근 사표가 수리됐다. 魏聖復 전무가 행장을 대행하게 돼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중임자인 李元淳 李鎔元 宋承孝 邊炳周 상무 등 4명 가운데 1∼2명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상업은행 裴贊柄 행장의 경우 올 2월에 선임된 점이 고려돼 유임을 점치는 시각도 있으나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아직 사의 표명은 하지 않았으나 최근 임직원들에게 “금감위에 낼 이행계획 가운데 임원진 교체가 가장 쉬운 사안”이라고 밝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상업은행 관계자는 “이사 대우와 감사를 제외한 10명의 임원 중 6명은 물러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임으로 여신담당인 金東煥 상무는 물러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은행의 물갈이 대상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한일은행 관계자는 “본인이 아직 사의 표명도 하지 않았는데 李寬雨 행장이 퇴진한 뒤 대우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金宇中 회장이 추진 중인 슈퍼뱅크 설립의 산파 역을 맡는다는 얘기가 나와 곤혹스럽다”고 했다.그러나 중임이어서 李 행장이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금융계에서는 한일은행이 34억달러의 대규모 외자유치를 추진 중이어서 李 행장이 외자유치를 마무리지은 뒤 퇴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친다. 洪世杓 외환은행장의 경우 코메르츠은행과의 합작 성사 등 공이 인정돼 유임될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정부는 과거 임원 경력까지 포함해 부실책임을 따질 방침이어서 유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지난 2월 행장으로 선임된 朴泰圭 평화은행장은 근로자 전문은행이라는 특수성이 감안돼 유임될 것이 확실하다는 시각이다.경우에 따라 유일하게 살아남는 행장이 될 수도 있다.崔鍾文 강원은행장은 강원은행이 올 연말 현대종금과 합병되기 때문에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빈자리 50% 이상은 외부 전문가로 채운다=임원진이 대폭 물갈이 되더라도 내부 승진자는 별로 없을 것같다. 은감원 관계자는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임원들을 퇴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빈 자리는 대부분 외국인과 국내 전문가로 메우는 것이 불가필할 것”이라며 “특히 조흥 상업 한일 외환 등 4개 대형은행은 이행계획에 외국인 영입계획을 명시해야한다”고 했다.이 관계자는 “7개 은행이 낼 이행계획서가 미흡할 경우 퇴진 대상 임원을 구체적으로 명시토록 요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 영입 숫자까지도 금감위에서 제시할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상업은행은 현재 2∼3명의 외부 전문가 영입을 추진 중이다.
  • 가전제품 절전 요령

    ◎선풍기­미풍 사용때 최고 30% 아낀다/냉장고­음식 식혀 보관해야 낭비 줄어/세탁기­세탁시간 10분 정도 최적효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전제품을 가까이 하는 때다.전력 소비량을 줄이면서 씀씀이도 아끼는 가전제품 절전요령을 알아 본다. ■선풍기=오래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콘센트를 빼놓는 게 좋다.미풍을 사용하면 강풍시보다 전력소모량을 30%정도 줄일 수 있다.가급적 미풍을 사용하되 사람에서 멀리 떼어 놓아 내부 공기의 자연순환을 유도하는 게 효과적이다.냉방효과를 높이려면 방문을 열어 놓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선풍기를 두면 된다.잠자기 전에는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꺼야 한다.가동시에는 타이머를 작동해 일정시간만 사용,전기를 아낄 수 있다. ■에어컨=리모콘으로 정지시킬 때 약 10W의 전력이 계속 소모된다.오래 집을 비울 때에는 콘센트를 뽑아 놓는다.설정온도를 2도 정도만 높이면 약 20%의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고 고장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약하게 틀고 냉방효과를 높이려면 창문을 닫은 후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직사광선을 막아주면 효과적이다.커튼과 창문 사이에 공기층이 형성돼 단열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필터는 하루 8시간 사용할 경우 일주일에 한번씩 청소를 해주면 6%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하루 3∼4시간 사용하면 2주에 1회 정도 청소를 해준다. ■냉장고=전력소비를 줄이려면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지 않는 게 좋다.냉장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음식을 넣지 말아야 한다.올바른 식품보관법을 지키는 것도 절약의 요령이다.수분이 많은 식품은 냉장실 선반 앞쪽에 넣는 게 좋다.가능하면 음식을 잘게 나눠 반드시 뚜껑이 있는 그릇이나 랩으로 싸서 보관한다.뜨거운 음식은 식혀서 넣어야 전력낭비를 줄이고 음식의 변질을 막을 수 있다.또 냉장고 안의 식품을 다닫다닥 붙여 놓고 보관하지 않아야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세탁기=사용하지 않고 오래 방치하면 제대로 쓸 수가 없다.그럴 경우 세탁조에 물을 적게 채운 뒤 5∼10분 정도 돌리는 것이 가동효율을 높일 수 있다.세탁기에 있는 먼지나 보푸라기,물대 등을 빼려면 식초나 표백제를 넣고돌리면 된다.또한 탈수시간을 제외하고 세탁시간을 10분 이내로 하는 게 옷감도 보호하고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 WP紙 매리 맥로리 칼럼 요지(해외논단)

    ◎DJ 美 의회연설은 민주주의의 승리 미국의 유력 워싱턴 포스트는 金大中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과 관련,칼럼니스트 메리 멕그로리의 칼럼을 실었다.칼럼은 金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민주주의 승리이었다고 평가했다.워싱턴 포스트 최고의 여성 정치 논객 메리 멕그로리의 ‘金대통령의 미국 의회 방문’이란 제목의 칼럼을 요약,소개한다. ○옛 망명지서 감회의 연설 미국 의회는 별로 생산적이지 못한데도 가끔 위대한 인물들이 방문하곤 한다.바클라브 하벨 체코 대통령,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 등이 미 의회를 방문했다.귀감이 될만한 인물들로 의원들에겐 자신들을 되돌아보는 자극제가 되곤 했다. 한 낯익는 인물이 미국 의회를 찾았다.한국의 金大中 대통령이었다.80년대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한국도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미국 정가에 확신시키주기 위해 의회 주변을 맴돌곤 했었다.민주주의는 그에게 몇 차례나 목숨을 내걸어야 했던 이상(理想)이었다.망명생활을 하면서도 박학다식함,실천적인 기독교 정신,그리고 유머감각을발휘해가며 여러 의원들과 친분을 쌓았다. 미국 의회에 다시 돌아와 연단에 서는 모습에서 뜨거운 신념은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교훈을 추스릴 수 있었다.金大中 대통령과 그를 도와줬던 인사들의 만남이 축제 분위기는 아니었다.金대통령은 옛날보다 침중해 보였다.빡빡한 일정으로 피곤한 기색도 역력했다. 80년대 하루 벌어 하루를 살면서 조국에 대한 이해를 구걸하다시피할 때에는 자신의 사활이 문제였다.지금은 그의 나라 사활이 문제되고 있고 경제위기가 그를 억누르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와 대화가 아주 잘 되어가고 있다.클린턴은 민주주의가 승리를 거두었고 그 지도자가 열렬한 인권 옹호자라는 것을 기뻐한다.金대통령은 정실과 부패를 용납하지 않으며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엄격한 요구사항을 최선을 다해 이행하고 있다.옛 동지들이 많은 노조에게도 정색으로 임금삭감 등 긴축적인 조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힌다. 굶으면서도 호전적인 입장인 북한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金대통령은 안간힘이다.미국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金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갖가지 제재는 해제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北 응징보다 도움 자청 조금만 살펴보면 金대통령은 원한 따위는 간직하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납치,연금,추방,암살 등 생명에 대한 위협을 숱하게 겪은 그가 오래전에 복수하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면 앙갚음하는 데다 모든 시간을 써야만 할 것이다.나라를 압제해온 군사 독재자이자 한때 증오했던 정적들을 용서했다.핵확산 기미가 있는 북한에 적대적인 응징보다는 중유를 주는 쪽을 원한다.상하 양원 합동 연설에서 강조했다. “북한을 화해로 이끌기 위해 한국과 미국은 ‘햇볕‘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그리고 북한에 선의와 성의를 다함께 보여 불신을 삭이고 개방이 나타나도록 해야 합니다” ○연설동안 이례적 숙연함이 金대통령은 미 의회에서 긴 연설을 했다.그것도 영어로.80년대와 달리 극적으로 지위가 달라 졌지만 결코 흡족해거나 자화자찬하는 내용은 없었다.아마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중의 한 사람일 수 있고,용기와 인품을 지닌 그이지만 다소‘무거운 마음’을 훌훌 떨쳐 버리기에는 너무 오랜 동안 공적 악행의 희생자였다. 金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동안 의원들과 빈 자리를 채운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례적으로 숙연함이 감돌았다.미국 의회는 가끔 인격 문제로 논란을 벌이곤 했지만 대충 수습되기 일쑤였다.만약 미국 의회가 인격문제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면 한국 金大中 대통령의 용기와 순수한 일념에 의해 그렇게 됐을 것이다.
  • 교수부터 각성을(대학 개혁 시급하다:中)

    ◎“연구보다 감투”… 비리 개입까지/임용·편입학 부정에 총·학장도 연루/일부 정치교수들 수시로 전공도 바꿔/임용되면 정년 보장에 무사안일 만연 ‘대학 개혁은 교수 개혁부터’.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가릴 것 없이 교수들의 부정 비리가 봇물처럼 터지면서 교수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학 안팎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지식을 창출하고 인재를 배출하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외도를 일삼고 학내 감투에 신경을 쓰는 교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교수 임용비리나 대학입시,편·입학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심지어 국립대의 총·학장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교수 공정 임용을 위한 모임’(회장 朴昌庫 강원대 교수)은 지난 2월 서울대 치대에서 교수 임용에 따른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나자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전국 대학 곳곳에서 비리가 횡행하고 있다”면서 “금품수수,자기 사람 심기 등 임용관련 비리를 철저히 밝혀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교수들은 자리가 올라갈수록 공부를 하지 않는다.그럼에도 65세까지의 정년은 대부분 보장된다. 한국 대학교육협의회가 95년 기준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수 1인당 연간 논문 편수는 1.97건으로 90년의 2.99건 보다 오히려 1.02건이 줄었다.하지만 대학교수의 보직비율은 국·공립대가 29.5%,사립대는 29.2%에 이르렀다.연구는 뒷전으로 미루고 보직에만 눈독을 들인 결과다. 보직을 맡으면 주당 법정 강의시간(10시간)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보통 4∼8시간 강의를 하고,나머지는 시간 강사로 채운다.강의의 질이 떨어지는 게 뻔하다. 金大中 대통령도 지난 달 교육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리나라 교수는 일단 임용되면 정년까지 간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자기대학 출신과 자기 사람만을 심어 비판적 상호토론을 못하게 만드는 교수 사회의 정체성에 기인한다”고 질타했다. 宋梓 명지대 총장은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 개인의 자질과 능력에 비례한다”고 전제,“교수들은 본연의 임무인 지식을 창출하는 데 힘써야 하며,그잣대는 논문 발표 건 수”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玄宅洙 교수(서창캠퍼스 사회학과)는 최근 발행된 ‘고대대학원신문’에서 “텔레비전에 나와 대중적 인기를 얻으려는 ‘텔레페서’와 정치교수인 ‘폴리페서’들이 교수직을 이용해 권위와 권력행사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면서 “이들 문제 교수들은 정세나 유행,인기에 따라 이리저리 날뛰며 수시로 자신의 전공분야까지 바꾸고 있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국민신당 朴範珍 의원도 “대학 교수들은 재벌 이상으로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고 꼬집었다.
  • 시화호 바닷물로 채운다/재경부,오·폐수 차집관로 조기완공 추진

    ◎갑문 3개로 늘려 민물 하루 3천만t 방류 정부는 시화호를 100% 바닷물로 채우는 해수호로 만든다는 방침아래 경기만으로 방류하는 시화호의 수량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리기로했다. 10일 재정경제부와 해양연구소에 따르면 정부는 시화호 수질이 농업용수는 물론,공업용수로도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현재 1천만∼2천만t인 하루 방류량을 3천만t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이를 위해 현재 1개뿐인 경기만으로의 배수관문을 3개로 늘리기로 하고 예산당국과 배수관문 확대설치 비용을 협의중이다. 정부는 지난 해 12월부터 만조와 간조때 시화호와 바닷물을 하루에 2백50만∼750만t씩 섞는 방식으로 수질을 개선하고 있다.그러나 주변 시화지구의 오폐수 유입으로 생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20ppm으로 담수 3급기준(8ppm)의 3배 가까이 되고 해수기준으로도 8ppm으로 3급에 해당된다. 이와 함께 반월공단 및 시화지구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를 하수처리장으로 모으는 4천억원 규모의 차집관로 개설작업도 신속히 마무리하기로 했다.
  • 고종즉위 40년(秘錄 南柯夢:10)

    ◎외채위기에도 팔도 名妓·악공불러 “지화자…”/세자탄신과 번갈아 요란한 경축행사/극심한 가뭄에 굶주린 백성 줄 이었지만 덕수궁서 잔치상받은 3천여 내직관료/함포고복 속에 “堯임금 시절보다 좋은 세상” 1902년은 지금의 IMF사태에 버금갈만한 대한제국 위기의 해였다.국가의 연간 총세입이 7백50만원에 지나지 않았지난 대포 몇문 사들이는데 20만원이 나들였다.그러니 외채는 늘어나고 돈값은 날로 폭락해 갔다.전라,경상,충청 등 3남에서 거둬들인 토지세 전액이 일본 외채를 갚는데 들어갔다 할 정도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럴 때 큰 행사날이 돌아왔다.고종 즉위 40주년 경축대회가 그것이다.고종의 나이도 바로 이 해에 50을 맞았다.일찍이 조선왕조로서는 이렇게 경사스런 일이 없었다.거기다 세자의 탄신일까지 겹쳐서 부자간에 번갈아 생일잔치를 벌여야만 했다.먼저 세자(순종)의 탄신일 경축행사 광경을 살펴보자. ○50주년 생일잔치 겸해 “음정월을 지나 중춘(仲春) 2월 9일이 오니 세자(명성황후 소생)의 탄신일이다.많은 영재들을 뽑는과거시험을 치르게 됐으니 이를 경과(慶科)라 했다.그래서 그날 팔도의 유생들이 과거보러 상경을 했는데,황상(皇上) 부자분께서는 친히 창경궁의 춘당대(春塘台)에 납시어 합격자를 가리셨다.그러나지난 갑오년(1894년) 경장(更張) 이후로 모든 과거가 폐지되다 보니 경연(經筵)에서 임금께 강의하던 유학은 낡은 학문이 되어 비웃음받는 처지가 되었다.대신 일본과 태서(泰西=유럽)에서 들어온 신학문이 교과목이 되어 마치 국학처럼 우대를 받았다.이러한 시국을 당하여 아관박대(갓 쓰고띠 두른) 차림을 한 선비들은 적막공산에서 썩어버리고 대신 높은 모자에 단장 짚고 뽐내는 들뜬 놈들이 세상에 가득찼으니 선왕이 남긴 정신문화는 영원히 끊어져 없어지고 시세를 타는 서양 풍조만 날마다 급하게 불어닥쳤다.” 세자도 나이 28세.어엿한 청년이 되었고 모후인 명성황후가 비명에 돌아가신 뒤라 고종은 세자의 생일잔치를 성대하게 치르고 싶어했다.옛날같으면 과거시험을 치러 선비들의 사기를 북돋아주었을 터이지만 개화바람에 폐지돼버렸으니 다만 먹고마시고 춤추는 잔치만 요란하였다. ○“5백칸 마당 장막 치고” “지금 춘궁(春宮·세자)의 탄신일을 맞이하여 다만 기생의 노래와 춤으로 요란할 뿐이다.9일 탄신일을 맞아 상감께서는 궁내부에 분부하시기를 관명전(觀明殿) 앞뜰에 장전(張殿·임금이 앉도록 임시로 꾸민 자리)을 베풀고우구청(雨具廳)으로 이름하라 하셨는데 5백여칸이나 되는 마당에 기름먹인 장막을 치고 그 안에 나무판자를 깔았다.그 위에는 비단 무늬를 그린 담요를 깔았다.한가운데 전등을 매달아놓았는데 큰 전등은 해와 달같이 둥글었고 작은 것은 별과 같이 촘촘히 반짝거렸다.” 세자의 생일찬치는 그다지 큰 규모가 아니었으나 고종의 즉위 40주년 경축잔치는 어마어마했다.고종이 26대 임금인데 22대 순조부터 내리 4대에 걸쳐 모두가 단명,재위 40년에 향년 50년을 채운 분이 없었다.22대 정조는 재위 24년에 수(壽)는 49세였고,23대 순조는 34년에 45세,24대 헌종은 더욱 짧아 15년에 23세,25대 철종도 14년에 불과 33세였다.따라서 당시의 정부는 고종즉위 40주년 경축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수밖에 없었다. 나라는 외채 때문에 빛더미에 올라 오늘 내일 하는 지경인데,엄청난 예산을 들여 잔치를 벌이고 외국사신을 초청하고,그 때문에 새로 영빈관을 짓고,광화문 네거리에 비각을 세웠다.광화문 비각에는 이런 글이 새겨있다.‘신민의 간절한 소망에 부응하여 원구(圓丘)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제위에 오른 뒤 천하를 소유할 칭호를 대한이라 하고 연호로 광무라 하였다’. 이 얼마나 좋은 글귀인가.대한이 천하를 소유하고 무(武)에 빛났다 하여연호를 광무라 했다는 것이다.그러나 현실은 글귀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었다.1897년에 조선왕조가 허울좋은 대한제국을 선포하여 겉으로는 면모를 일신한 것처럼 보였으나 6년만인 1902년(광무 6년) 마침내 외채위기를 맞게 되고2년뒤 러일전쟁 발발,그리고 을사조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해마다 대소조(大小朝·고종과 세자) 두분의 탄신일에는 팔도의 명기(名妓)들을 뽑아올려 무대 위에서 노래와 춤을 추는데 이것을 진연이라 불렀다.궁궐 뜰에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화초가 사시장철 봄경치를 방불케 했다.장막 앞에 선 악공과 선녀도 일대의 기관(奇觀)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해 극심한 흉년에다 호열자가 만연하여 모든 행사가 다음해로 연기되었다.잇따른 가뭄과 기근,거기다가 유행병까지 만연하였으니 민심이 흉흉했다.사람들은 모두 정감록에 귀를 기울였다.정감록에는 공공연히 ‘이씨가 망하고 정씨가 흥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그러나 그것도 모르고 궁궐의 잔치는 성황을 이루었다. ○유행병 만연 인심 흉흉 “이해 7월 25일은 고종황제께서 탄신하신 날이다.함녕전 앞뜰에 또 한번장전을 설치하였는데 한결같이 관명전의 앞뜰에 설치했던 것과 같은 모양이었다.기생이 노래하고 춤을 추고 악공이 북을 치고 피리를 불기를 한결같이 세자의 탄신때와 같이 하였다.상을 겹겹이 차릴 필요가 없었으나 고기를 산처럼 쌓아놓고 포는 숲처럼 준비하였으며(肉山脯林) 술도 샘처럼 차려 잔치를 즐기니(酒泉需雲) 보통 때의 수라상에 비하면 10배가 넘는 가지수였다.또 상에 진열한 것으로 논하면 주척(周尺)으로 1척 이상 높이 진열하였다.내직 3천명의 관료에게 균일하게 지급하여 주어 함께 먹게 하니 흡사 함께떼지어 강에서 물을 먹는 것과도 같았다.각자가 배를 채우되 한 사람도 모퉁이에 돌아 앉아 탄식하는 자가 없었으니 위대하도다,왕의 덕이여. 옛날 요임금 시절에 한사람의 백성이 굶주리면 임금이 말하기를‘내가 배고픈 것이다’라고 했으니 오늘로 보면 모두 잔뜩 먹고 배를 두드리니(含哺鼓腹) 한 사람도 굶주린 자가 없는 것이다.요임금 시절보다 훨씬 좋은 세상이다.” ○서울­옷 전라­음식 사치 3천명의 중앙 공무원들이 덕수궁 뜰에 앉아 잔치상을 받아 먹었으니 나라는 먹고 마시는 가운데 망해가고 있었다.시골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못먹고 굶어죽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었지만 서울의 덕수궁 밖을 보면 일부 부유층이 외제 비단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자고로 서울은 옷사치,전라도는 음식 사치,경상도는 집 사치로 유명했으나 1902년에는 서울의 옷사치를 빼놓고는 먹고 죽을래도 먹을 것이 없고 집을 지을래도 지을 돈이 없었다.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오고 기쁨이 극에 달하면 서러움이 오게 마련이다.돌연 인천 감리 하상기(河相冀)로부터 월미도가 일본인 손에 들어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주지육림 속에 빠져 있을때 인천의 월미도가 날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 서울 김백진씨네 생활비 아끼기 자린고비 百態

    ◎절약과 환경보호 한꺼번에 해결/20년된 전자레인지 160㎖ 냉장고 사용/빨래세제는 표시량의 반만으로 충분/에어컨 덜쓰고 겨울철엔 옷 두둑히 서울 영등포구 신길4동 20평 남짓한 김백진씨(29·고시준비)네는 골동품상 저리가라다.김씨네 냉장고는 대우 로얄 원투쓰리.이름이 기억속에 가물가물한 이 모델 160㎖ 짜리를 김씨네는 15년째 쓰고 있다.김장철 3차원 테트리스 하듯 그릇 포개는데 절묘해져야 하는 점 빼곤 여느 신형 특대형 못잖게 반찬거리들을 시원하고 싱싱하게 지켜준다. 터줏대감은 냉장고만이 아니다.20년된 전자레인지,고물상도 주워가지 않을 냄비들….모두 손때 듬뿍 묻고 미운정 고운정 들어 쫓아낼 수 없는 한 식구가 됐다. 지난해말 IMF한파가 닥쳐오자 주변에선 살림살이 허리띠를 졸라맨다며 끙끙댔다.하지만 외할머니,어머니 등 세식구 김씨네 살림엔 따로이 경계령이 필요없었다.궂으나 개나 자투리없이 사는게 체질화돼 왔기 때문. “원래 어머니 세대는 다 그랬잖아요.6·25 겪고 개발시대 거치며 뭐든 아끼는게 당연했죠.저도 그런 우리 어머니에게 적극 동감 되더라구요” 미용실을 하는 어머니 채향연씨(55) 수입이 전부인 이 집 가계는 넉넉한 편은 아니다.하지만 살림이 빠듯하지 않았어도 IMF가 없었어도,김씨는 불필요한 소비를 몰랐을 터다.절약은 환경보호와 직결된다고 믿기 때문. “빨래할 때 세제는 표시량의 반만 쓰면 돼요.세제회사의 뻥튀기대로 따르다간 국토는 세제와 샴푸거품 범벅이 된답니다.치약은 칫솔위 5㎜정도만 짜면 충분해요.머리 헹굴땐 린스 대신 무공해 식초를 쓰지요” 얼마전 김씨는 이 집 알뜰살이 정보를 모아 ‘누구나 가능한 생활비 절약방법’이란 글을 PC통신에 올렸다.변기 물탱크에 1.5ℓ짜리 물 채운 페트병을 넣으면 수도요금이 절약된다거나 재활용 표시된 종이는 꼭 모아두라는 등은 기본. △목욕할 때 바가지로 퍼붓는 것보다 샤워기쪽이 훨씬 절수된다.단 비누칠 등으로 사용하지 않을땐 꼭 잠글것. △거실 전구는 백열등보다 형광등,그보다는 장미전구가 전기를 덜 잡아먹는다.전구 6개 달린 우리집 등은 신문보거나 세금계산때는 5개,TV 볼때는 2개 켜지고 밤 영화 볼 때는 부엌불만 켜고 다 끈다.간접조명은 눈의 피로도 덜어준다. △이기적인 에어컨을 쓰지말자.집안 온도 낮추는데 든 에너지(열)는 환풍기를 통해나가 바깥온도를 크게 올린다.전기,석유도 엄청 잡아먹는다. △겨울은 추운게 정상.실내에서 추우면 불을 때기전에 스웨터까지 옷을 껴입으라.난방비 절약뿐 아니라 가스와 석유를 덜 쓰는만큼 지구는 숨을 쉰다 등. 절약과 환경보호를 함께 아우른 이 글은 많은 조회수를 보였고 통신상의 다른 방에서 퍼가는 인기를 끌었다.
  • 기무라 히로시 국제日문화연 교수 도쿄신문 칼럼(해외논단)

    ◎수하르토 장기집권의 폐해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장기 집권은 스탈린 등 옛 소련의 독재적 장기집권자들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폐해를 가져오고 있다고 기무라 히로시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가 주장했다.‘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도쿄신문에 보도된 그의 칼럼을 요약한다. ○구소 독재자와의 유사성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수하르토씨가 7선됐다.5년 임기를 다 채운다면 81세인2003년까지 35년 동안,인구 1억9천만명의 세계 4번째 인구대국의 위정자 자리에 군림하게 된다. 현대 세계에서 쿠바의 카스트로정권에 이은 두번째 장기정권이 될 것이다.최고지도자에 수반되는 책임과 긴장을 고려할 때 정치세계의 상식을 넘는 이상 장기집권이다. 소련·러시아의 정치지도자와 비교·참조하면서 수하르토장기정권이 가져오는 폐해에 대해 생각해 보자.소련에서 최장기 정권의 기록 보유자는 약 35년간 군림한 스탈린.그의 통치 전기간이 모두 암흑정치라고 완전히 부정될 이유는 없다.공업화의 수행,나치 독일의 공격으로부터의 조국 방위 등을 위해 위로부터의 강한 지도력의 존재가 필요악으로서 정당화되는 점도 존재한다.하지만 만년의 약 10년간은 전혀 불필요한,아니 유해한 실정(失政)이었다. 두번째로 장기 통치자는 18년간 크렘린에 군림했던 브레즈네프.전반은 긴장완화 등 긍정적 평가를 내릴 만한 정책을 실시했지만 후반은 ‘드니에프르인맥’ 중심의 인사를 행하고 지식인을 억압하며 경제의 정체를 불러일으켰다.딸 갈리나 부부의 난행(亂行)과 오직도 저지할 수 없었다.만일 브레즈네프가 전반 10년 만의 통치로 은퇴했다면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바뀌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의 평가가 옐친 현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도 들어맞을지 모른다.초기 옐친은 민주주의의 기수로서 쿠데타를 진압하고 경제개혁을 대담하게 실시하려 한 공적이 현저했지만 그 뒤는 심장발작에 놀란 채 자기보신에 급급하고 있다. ○혁신은 시들고 집권욕만… 소련·러시아 정치지도자들과 수하르토 대통령과의 사이에는 놀라울 만큼 유사점이 발견된다.예를들면 다음과 같은 패턴이다. 당초는 전임자의보수통치를 대담하게 비판하는 혁신가로서 등장해 어느 정도의 실적도 올려 국민의 인기를 넓힌다.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히 통치기간이 길어지면서 초기의 뜻을 잃고 ‘존재 구속성’의 포로가 된다. 자신의 권력과 정책 지지자 및 집행자에 대한 보답·보상으로서 이권의 분배와 보호의 필요에 쫓겨 공사혼동 이권정치 등의 폐해를 보이게끔 된다.특히 살아있는 인간인 지도자의 건강이 약해진다던지 고령화함에도 불구하고 최고 자리로부터 내려오려 하지 않음으로써 허다한 폐해가 분출돼 나온다. 자신의 육체적,기타 능력의 쇠약으로 인한 자신 상실로부터 주위의 인간 모두가 자신의 뒷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을 키워 나간다.후계자를 키우려 하기는 커녕 라이벌이나 넘버 2를 차례차례 제거해 간다.그 결과 절대 충성을 맹세하는 아부꾼,경호원,인척으로 자기 주위를 다지려 한다.연고주의,측근정치,후계자 부재의 악폐가 만연하게 된다. ○국민 이익보다 사익 우선 현 인도네시아는 루피아화의 대폭락으로 대표되는 경제위기에 직면하고 있다.이 위기를 넘어가려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아 대담하게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이외의 길은 남아 있지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주의의 원리’ 옹호의 명목 아래 자기 가족 기업의 온존을 기도하는 수하르토 대통령은 가족 기업의 청산을 융자조건으로 하는 IMF의 지도를 순순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다.단적으로 말하자면 수하르토 대통령은 자기 및 인척의 이익을 국가와 국민의 이익보다 우선시키려 하고 있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와같은 자신의 정책이 학생 데모 나아가 국민대중의 폭동까지도 야기시킬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이노키 마사미치(猪木正道) 교토대 교수가 앞서 소비에트 독재자를 비판할때 인용한 ‘플루타크 영웅전’ 가운데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인도네시아나 러시아 대통령에 비춰보아도 해당되는 듯하다.‘독재체제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일단 올라가면 내려올 길이 없다’
  • ‘굳히기’ ‘뒤집기’ 4黨 지도부 총출동/4·2 再·補選 D­1

    ◎여­경제파탄 책임론 내세워 구여 압박/야­영남 푸대접 부각… 대자민련 공세 여야는 ‘4·2 국회의원 재·보선’을 이틀 앞둔 31일 당 지도부와 소속의원들을 총 동원해 막바지 지원유세를 펼쳤다.각 당은 특히 앞으로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재·보선 승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를 설득하려 안간힘을 썼다. ▷여권◁ 국민회의는 趙世衡 총재권한대행과 鄭均桓 사무총장,辛基南 대변인 등 지도부가 부산 서구 정당연설회에 참석,鄭吾奎 후보를 지원했다.이 자리에는 金泳鎭·李吉載·金한길·千正培·方鏞錫 의원 등도 동참,경제파탄에 대한 책임론을 내세우며 구여권 후보들을 압박했다. 국민회의는 또 정당연설회가 열리지 않은 대구 달성에서는 의원들이 유권자들과 직접 접촉하며 嚴三鐸 후보의 막판 역전극을 끌어내려 애썼다.柳在乾 부총재와 鄭東泳·張在植·孫世一·南宮鎭·金秉泰·朴燦柱·崔善榮·李聖宰 의원과 달성이 고향인 秋美愛 의원 등이 앞장서 유권자의 정서를 파고 들었다. 자민련은 경북 의성 재선거와 문경·예천 보선 지원을 위해 朴浚圭 최고고문과 朴哲彦 부총재 등 지도부와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녹색바람지원팀’이 곳곳을 누볐다.두 지역 모두 끝내기 전략에 따라 당락을 결정짓는다는 판단에서다.특히 의성에서 金相允 후보가 한나라당 鄭昌和 후보와 접전을 벌이자 지난 93년 대구 수성갑 보궐선거에서 鄭후보를 눌렀던 朴부총재의 부인 玄慶子 전 의원도 지원활동에 긴급 투입했다. ▷한나라당·국민신당◁ ‘4개지역 석권’을 최대 목표로 삼은 지도부는 이날 상대적으로 접전이 예상되는 문경예천 지역에 총출동했다.부산서구와 대구달성,의성지역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릴레이식 거리 유세로 막판 승세 굳히기에 힘을 쏟았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소속 의원 20여명은 경북 점촌역 광장과 예천시장에서 잇따라 열린 문경예천지역 정당연설회를 통해 ‘영남 푸대접론’을 집중 부각,지지를 당부했다.특히 자민련에 대한 공세가 거셌다.趙淳 총재는 “자민련은 여당집에 셋방살이하는 정당”이라며 “모든 국가 주요직을 호남사람으로 채운 金大中 정부의 지역편중인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정당은 한나라당뿐”이라고 호소했다.李漢東 대표는 “원내 40여석밖에 안되는 자민련 후보를 뽑아서는 지역개발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李基澤 고문과 金德龍 의원도 “온갖 눈치를 보는 자민련은 혹부리 정당”“빌붙어 정권을 만드는 가짜 여당,기생 여당이 자민련”이라며 자민련을 깎아 내렸다. 李會昌 명예총재는 “이번 선거에 경북의 자존심과 명예가 걸렸다”며 “북풍파문과 정계개편 등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현정권을 어떻게 믿고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한편 국민신당 朴燦鍾 고문과 徐錫宰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지지세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자체 분석한 부산서구 연설회에 참여,지지를 호소했다.앞서 경북 의성 마늘시장에서 열린 연설회에는 젊은 당직자들을 집중 투입,기동력 있는 득표활동을 펼쳤다.
  • 생보사 17곳 무더기 제재 불가피/증자명령 이행 못해

    ◎동아 등 3사 합병·정리권고 받을듯/18개사중 SK생명만 명령액 모두 채워 지난해 지급여력부족으로 정부로부터 이달말까지 증자이행을 명령받은 생명보험사 18개사 가운데 30일 현재 이를 충족한 회사는 SK생명 한곳에 불과해 나머지 생보사에 대한 대규모 제재가 불가피해졌다. 보험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정부가 이달말까지 증자를 실시하도록 명령을 내린 동아생명 등 18개 생보사중 증자를 실시한 회사는 9개사이나 명령액을 완전히 채운 회사는 SK생명 1개사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증자액이 미달하거나 아예 증자를 실시하지 못한 나머지 17개사는 3월 결산실적이 나오는 오는 5월말쯤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최저 대표이사경고에서 최고 합병(M&A)또는 정리권고의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마련한 제재기준은 지급여력이 1백억원미만은 대표이사 경고,1백억∼3백억원미만은 기관경고,3백억∼5백억원미만은 계약자배당제한,5백억∼1천억원이하는 사업규모제한,1천억원초과는 합병 및 정리권고이다. 생명보험사별 증자명령액은 ▲동아 3천1백78억원▲한국 1천3백86억원▲국민 1천76억원▲대신 9백54억원▲동양 9백20억원▲태평양 8백77억원▲국제 8백69억원▲태양 7백58억원▲한덕 7백51억원▲BYC 6백53억원▲고려 5백91억원▲신한 5백51억원▲금호 4백31억원▲SK 3백76억원▲두원 2백87억원▲조선 2백74억원▲한성 2백53억원▲코오롱메트 2백20억원 등 모두 1조4천4백5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마감하루전인 이날 현재까지 증자 실적은 대신(2백30억원)동양(2백20억원)SK(1백90억원)신한(1백30억원)한덕(1백26억원)고려(80억원)금호(71억7천만원)태평양(50억원)태양(7억원) 등 9개사에 불과하다.이가운데 SK생명만 지난 10월이전 증자를 실시,증자액을 두배로 인정받아 명령액을 모두 채웠다. 이에 따라 일단 증자명령액이 1천억원이상이면서 이를 아예 실행하지 않은 동아 한국 국민 등 3개 회사는 합병 및 정리권고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증자 미달액이 5백억원이상인 대신 동양 태평양 국제 태양 비와이씨 고려 등 7∼9개사는 사업규모에 제한을받게 될 전망이다. 지급여력부족액이 3천억원 이상인 동아생명 관계자는 “국내에서 증자를 실시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없는 일이어서 아예 포기했으며 외국자본을 유치해 이달안에 자본금을 늘리려고 했으나 여의치않았다”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도 “증자명령을 받은 대다수 생보사들이 IMF이후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증자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조치가 떨어지면 다시 대응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철강왕 자존심 걸고 한풀이 없었다”/박태준 총재 포철인사 해명

    “박태준 사람이 어디에 있고,박태준 사람이 아닌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 자민련 박태준 총재가 일부 언론보도 내용에 발끈했다.최근 단행된 포항제철 인사를 놓고 박총재의 ‘한풀이 인사’ 등으로 분석한 대목이 거슬린 것이다.그는 ‘철강왕’으로서의 자존심을 내걸며 ‘노’(NO)를 외쳤다. 박총재는 18일 당무회의 말미에 ‘포철인사’를 직접 해명했다.먼저 “포철 경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대통령직인수위 활동과정에서도 이미 밝혀진 바 있다”고 전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뜻”이라고 김만제 전 회장의 경질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박총재는 이어 “(청와대에서)산업자원부장관을 통해 포철을 재정립하는데 누가 적합한지 의견을 물어왔고,한 명을 추천한 것이 전부다”고 유상부 회장을 추천한 사실을 공개했다.그러나 “사장은 부사장에서 승진된 사람이고,임기가 다된 사람이 나가고 그 공석을 내부에서 채운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그는 “그런데도 이를 한풀이 인사 운운하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 가진구촌 60대 조선족의 하소연(흑룡강 7천리:24)

    ◎“여기선 잘 먹는데 북의 동생은 굶주린다니…” 가진구촌에 조선족이 산다는 사실을 듣고 오채운 여사의 안내로 찾아갔다.마을 한복판 팔뚝만큼씩 굵은 나무를 일정한 높이로 베어 울타리를 친 한족식 흙 벽돌집이었다.벌써 35년이 됐다는 집은 회칠을 하지 않아서 누런 황토빛인데다 새를 얹은 두터운 이엉이 삿갓처럼 푹 씌여서 가뜩이나 낮은 집이 움막처럼 보였다.논 한마지기 없고 어렵과 콩농사로 산다는 허저족들속에 조선족이 섞여 산다는 것은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부자간에 점심술을 마시던 주인은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다.안주인은 구들 위에 앉았는데 주름살이 많은 얼굴을 잔뜩 찡그린 것을 보아 병이 있는 모양이다. 주인 전철운(63)씨는 말했다. “저의 부친은 함경도 명천군 삼감면 낙두리가 고향입니다.저는 무원(흑룡강성 무원현)에서 났습니다.할아버지가 러시아로 이사를 갔다가 다시 옮겨 왔습니다.나는 무원에서 한족학교를 졸업하고 농사를 하다가 저 노친을 만나서 결혼을 해서 이리로 왔습니다” 안주인은 장선화(62)씨는 경상북도 영일군 창주면 장길리가 고향이고 1943년,여섯살 나던 해에 중국으로 왔다고 한다.오상현 명락촌(조선족마을)에서 살다가 스물한살에 전씨를 만나 결혼하고 이리로 왔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이 마을에 조선족이 10여호 됐습니다.그러다가 1958년도에 조선으로 전쟁후 복구건설을 지원한다고들 태반이 떠나갔어요.시동생도 그때 갔답니다” ○동생 58년 북으로 떠나 당시 혈기가 왕성했던 전씨의 동생 전영해(57)는 조국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떠났다,얼마전에 식량이 떨어졌으니 구원해 달라는 편지가 왔다고 한다. “고난의 행군인가 뭔가 썼습니다.꼭 잘 살 날이 올 것이라면서 지원을 해달라고 합디다.연변같으면 통행증을 해서 갔다라도 오겠지만 여권을 내서 간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아니어서…” 전씨가 한탄했다. 중국에서는 변경지구에 사는 주민들은 해외에서 온 편지 한 장이면 수속비 200여원을 내고 당일로 통행증을 낼 수 있다.그러나 변경지구 밖의 사람들은 꼭 여권을 내야 한다.그러나 조선에서 여권을 내서 중국으로 친지 방문을 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그래서 두만강이나 압록강 연안에 친척을 둔 사람들은 몰래 국경을 넘어왔다가 돌아가기도 한다. “우리 집 식구가 다섯인데 밭이 7㏊입니다.콩을 심는데 4천500근 소출이납다.콩 한근에 1원 20전.그리고 배 한 척이 있어 고기잡이도 합니다.우리는 배가 터져 죽을 지경인데 동생은 굶주린다고 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농사와 어렵수입을 합치면 매년 2만∼3만원을 번다.먹고 사는데는 불편이없지만 조선족이 그리워서 못 살겠다는 것이다.조선족들이 사는 곳으로 옮기려도 이젠 자식들을 이곳에 시집 장가를 갔으니 이 곳 귀신이 될 수 밖에 없단다.큰딸은 동광시 신광촌에 시집가고 둘째 딸은 동강시 박물관장으로 있는 한족 왕씨한테 시집을 갔고 아들 지룡(32)은 본 마을의 허저족 처녀와 7년전에 결혼했다고 한다.결혼시 허저족 며느리 필취영(27)을 맞는 서글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신부한테 치마 저고리를 입혔다는 것이었다.신부에게 한복을 입히기 위해 전씨는 버스와 기차를 타고 수천리 길의 연변에 다녀왔다고 한다. “연변에 갔는데 정말 살기 좋데.한족말을 할 필요가 없더구먼” 전씨는 허저족 며느리와 함께 사는게 불편하지 않은가 하는 나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불편이 없다면 거짓 말이긴 하겠지만 허저족과 조선족이 비슷한게 많아서 괜찮아.허저족들이 예의가 밝고 위생적이고 생회나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전씨를 모시고 오채운 여사의 본가로 갔다.오채운 여사의 부친 오명옥과 전씨는 친구였다.의리를 중히 여기는 허저족들은 친구를 한 번 사귀면 영원히 생사를 같이 하는데 그들 둘은 친 형제나 다를 바 없다고 한다.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아인 오명옥을 전씨의 부친은 친 자식처럼 돌보아 주었다고 한다.그의 결혼식도 전씨네가 도맡아 했다.그래서 오씨는 전씨의 부친을 양부모로 삼아 모셨다고 한다.이미 전씨의 부친은 사망하고 87세 된 모친이 동강시에 생존해 계시는데 오씨네는 생일은 물론 명절같은 때에도 꼭꼭 찾아간다고 한다. ○“애들이 고국 생각 하겠나” 맵고 신 맛의 물고기 생회를 안주하여 60도 배갈을 큰 잔에 부어서 마시고 모두들 얼근히취해서 기분이 나자 노래와 춤판이 벌어졌다.반가운 손님을 모신 술상에서 노래와 춤은 허저족의 예의라고 한다.향문화소 소장으로 있는 오씨의 아들이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오채운이 조선말로 ‘도라지’를 부르자 그녀의 언니가 그 곡조에 맞추어 조선족의 춤을 추었다.오채운은 20년전에 북경에서 중앙민족대학을 다닐 때 조선족 학생들과 함께 기숙했으므로 간단한 의사표시를 조선말로 할 수 있고 그녀의 언니는 전씨의 딸과 함께 동강시 가무단에 무용배우로 근무하므로 조선족 춤을 배웠다고 한다.노래와 춤가락속에 술판이 무르 익어갈 무렵 전씨가 눈물 흘렸다. “우리는 친척 하나 없이 여기서 일생을 살았어.조상의 땅이 그립지 않고 혈육이 그립지 않을 수 있나.우리가 죽고나면 한족이나 별 다름이 없는 애들이야 고국생각이나 하겠나” 불타는 전씨의 애향심은 나의 마음을 울렸다.얼어붙은 흑룡강을 따라 눈덮인 평야를 누벼가는 나는 통곡이라도 해야 속이 후련해질 듯 싶었다.
  • 허저족의 어렵문화(흑룡강 7천리:23)

    ◎물고기 껍질 옷­이불 보온성 탁월/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장갑­자루 등 생활용품도 생산/4월 해빙기엔 강에 제사… 최대 명절로 지난해 12월 6일 우리는 동강시 가진구 허저족자치향(가진구혁철족자치향) 소재지인 가진구로 갔다.가진구는 동강진에서 동북으로 4.5㎞ 떨어져 있다.북으로 흑룡강을 등지고 동,남,북으로 나지막한 가진산에 둘린 분지에 오붓하게 자리잡은 가진구촌은 허저족의 어향이다. 때가 겨울이어서 아름다운 자연은 없어도 겨울풍치가 가관이었다.서남에서 흘러온 연화하가 얼어서 거울같이 햇빛을 반사하는데 수십척의 크고 작은 어선들이 얼음판과 강역 모래사장에 세워져 있다.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썰매를 타기도 하고 팽이를 치기도 했다. 연화하를 따라 산굽이를 돌아가니 일망무제한 흑룡강이 시야에 안겨왔다.강 건너는 러시아 유태인자치주의 변경도시 레닌스코야가 있다고 하지만 육안으로는 볼 수가 없었다.바로 가진구에서 0.5㎞ 강물을 거슬러오른 곳에서 흑룡강과 송화강이 합수되면서 강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결빙땐 움막지어 생활 삼강구로 불리는 합수목은 이름 그대로 무변대해다.강이 얼기 전에는 누런 색을 띠는 송화강과 검푸른 흑룡강이 합쳐지면서 신기한 보검으로 갈라놓듯 두가지 색깔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흐른다고 한다.그것이 기묘한 경관이다.합수목에서부터 강을 따라 10여㎞ 가서야 점차 물빛은 검푸른색깔로 바뀐다는 것이다. 두가지 색깔의 물이 조화를 이루는 경관을 상상속에 떠올리면서 매운 겨울 바람이 쓸고 가는 강판을 바라보았다.강이 얼기 전에 집채같은 얼음덩이들이 밀고 밀리다가 그대로 얼어붙은 강판은 마치 가을 보습을 댄 밭처럼 우툴두툴했다.두만강,압록강 얼음위에서 스케이트를 탄다는 상식이 송화강이나 흑룡강과 같은 북방의 대하에서는 통하지를 않는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강위에서는 나무판자로 작은 집을 짓고서 겨울 물고기들을 잡고 있었다.침대 하나에 난로를 놓은 비좁은 막안 얼음에 우물구멍만큼 구멍을 뚫었는데 바로 거기로 물고기들을 잡아 올린다고 한다.겨울 물고기는 하루 50∼60근은 쉽게 잡는다고 한다.한근에15원,몇백원 벌이는 된다.흑룡강에서는 바로 이 구간에 고기가 제일 많다는 것이다.‘삼화(자라,방어,붕어)’와 ‘오라(정장어,뿔수염어,황어,숭어,가물치)’ 등 명어들 외에도 잉어,백조어,연어,붉은발도요,열목이,물개,송어 등 많은 종류의 고기가 있다.늘 철갑상어가 출몰하고 매년 백로가 지나면 바다에서 연어가 무리로 강을 거슬러온다. 가진산이 흑룡강과 부딪치며 동강이 난 벼랑바위에 자그마한 정자가 서있었다.여름이라면 정자속에 앉아서 시원한 강바람을 쏘이며 고기를 낚기에 알맞는 곳이다.오채운 여사는 정자를 가리키면서 조어대(낚시터)라고 일러주었다.개방이 되면서 여러 나라에서 낚시꾼들이 여기로 오는데 일본인들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조어대에 올랐다.수면과 10여m 높이 정자가 세워진 널따란 바위와 그 언덕에는 1천여명은 모일만한 광장이 있었다.매년 4월 강이 풀릴 때면 마을의 허저족들은 여기에서 강에 제를 지낸다.오채운여사는 말한다. “우리 민족은 강에 제를 지내는 것을 중대한 명절의식으로 안답니다.얼음이 풀리기 시작하는 날 저녁이면 사람들은 제물들을 갖추어 갖고 와서 화톳불을 피워놓고 의식을 지냅니다.우리 민족은 강과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민족이랍니다.입는 것은 물고기 가죽옷이고 먹는 것도 물고기거든요.우리의 문화는 강의 문화입니다” 오채운 여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제사 때 부르는 민요 한가락을 불러주었다. “…어머니 강이여/ 우리는 대대로 그 품에서 사노라/ 수리개는 푸른 하늘을 떠날 수 없고/ 허저족은 강을 떠날 수 없네/…” 허저족들은 물고기껍질을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다.그것으로 옷을 짓는 것은 물론 이부자리나 기타 생활용품… 허리띠,앞치마,각반,장갑,자루 등을 만들어 쓴다.물고기껍질로 만든 제품들은 보온성이 좋아 추위를 막을 수 있고 또 여름에는 살에 붙지 않아서 시원하다. 오채운 여사는 우리를 자기의 친정집으로 안내했다.그녀의 부친 오명옥(60)은 직접 손을 걷고 귀빈을 대접하는 특별한 음식 ‘타라하(탑라합)’를 만들었다. 타라하란 우리의 물고기 회와 비슷한 음식이다.오노인은 물고기 머리는 떼고 능란한 솜씨로 잉어가죽을 벗겨내고 나서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어 따로 건사하는데 부레는 그대로 입에 넣고 씹어 먹는 것이다.그리고 칼로 통째로 고기만을 발라내고 다시 칼로 새끼손가락 마디만큼씩 간격을 두고 가로에었다.그런 다음 끝을 뾰족하게 깎은 나무꼬챙이에 꿰어 들고 불에 굽기 시작했다. ○고기뼈는 공예품 만들어 겉면만 굽는데 기름기가 밖으로 내배일만 하면 된다.밖은 익고 안은익지 않은 반숙이다.구운 고기를 칼로 썰어서 상에 올렸다.마늘과 고추가루를 듬뿍 놓은 초간장에 반숙이 된 물고기 살점을 찍어서 입에 넣으니 맛이 좋다.언 가물치를 그대로 썰어서 초간장에 찍어 입에 넣으니 입안에서 고기가 사르르 녹았다. 허저족들은 물고기에서 비늘 외에는 버리는 것이 없다.서과(40)는 고기뼈로 공예품을 만들어 개인 박물관을 차린 사람이다. 허저족은 물고기민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기가 사람이 되려고 하는 서양 문화와 사람이 고기가 되려고 하는 동양 문화가 고루 몸에 밴 민족이다.2천여년 전에 장자는 물고기가 되지 못하는 것을 한탄했는데 누군가 “물고기한테도 쾌락이 있을소냐”고 묻자 그는 “물고기한테 쾌락이 없음을 그대는 어찌 아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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