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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금으로 배 채운 ‘남승룡 마라톤’ 조직위

    올해 11번째 개최되는 전남 순천 남승룡마라톤대회가 선생의 얼을 기리기 위한 목적보다는 보조금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등 마라톤 조직위원회 위원들의 ‘잇속 챙기기 대회’로 전락했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순천 출신의 남승룡 선생은 1936년 제11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에 이어 동메달을 땄으며 올림픽대표 선발전에서는 손기정을 제치고 1위로 뽑힌 세계적인 마라토너다. 오는 13일 열리기로 돼 있는 남승룡마라톤대회는 450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대회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순천시 9500만원, 전남도 1000만원의 보조금과 선수들의 참가비 6800여만원, 기관이나 업체 협찬금 2200여만원 등 총 2억여원의 예산으로 대회를 치렀다. 그러나 조직위는 이 가운데 참가비와 후원 협찬금 수천만원을 자부담으로 변칙 처리했으며, 전남도 보조금 1000만원을 사무국장 급여로 집행했다. 조직위는 또 행사화환, 조직위원들의 단체복, 고급한정식 식사비 등을 수개월이 지난 후 자부담이 아닌 참가등록비와 협찬금으로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제식구 배불리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마라톤 홍보책자, 참가 선수들의 단체보험, 의류 제작 등을 전·현 조직위원이 운영하는 특정업체와 수년째 계약을 해 왔다. 9회 대회 2800만원과 10회 대회 2100만원 상당의 참가 기념 티셔츠와 기념품은 당시 조직위 운영위원이 운영하는 K사가 납품했다. 운영위원에서 물러난 뒤에도 조직위는 K사에 바람막이 120벌(시가 360만원)의 공급을 맡겼다. 조직위는 또 전 사무국장이 운영하는 S인쇄소에 9회(1100만원)와 10회(860만원), 올해 대회의 홍보책자 제작을 맡겼으며, 대회 참가자 일일 상해단체보험은 역시 조직위 위원이 운영하는 보험업체와 계약하기도 했다. 순천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마포나루 새우젓축제’ 구경 오세요

    ‘마포나루 새우젓축제’ 구경 오세요

    홍대 앞 거리, 월드컵경기장,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등이 들어선 지금의 서울 마포구 지역은 문화·예술·산업 분야에서 첨단을 달리고 있다. 난지도로 대표되는 ‘자연환원’ 특구를 뽐낸다. 반면 과거 마포는 한강마포나루를 중심으로 질 좋은 소금과 새우젓을 비롯해 전국 특산물이 모여들던 곳으로 한강 포구문화의 중심지였다. 마포구가 오는 4~6일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 일대에서 개최하는 ‘제4회 한강마포나루새우젓축제’는 과거와 현재의 마포가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구민에게는 질 좋고 저렴한 먹거리를, 농어촌에는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는 상생과 나눔의 행사”라고 설명했다. 행사에는 인천 강화군과 소래포구, 충남 논산시 강경읍, 홍성 광천읍, 전남 신안군 등 전국 5대 유명 새우젓 산지 관할 기초자치단체들로부터 추천받은 공신력 있는 업체 14곳이 참여한다. 모두 원산지 가격으로 판매하며 첫날 오전 10시 30분부터 30분간은 ‘마포해피타임’ 행사를 열어 젓갈과 고추를 판매가보다 싸게 내놓는다. 행사장 일대는 당시 나루터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전통주 시음 및 해설 행사도 연다. 특산품을 실어 나르던 황포돛배도 전시되며, 옹기나 사기그릇, 엽전 등 민속품을 살 수 있는 옛날 장터도 열린다. 특히 올해는 전통문화와 지금의 홍대 앞 인디문화를 접목시킨 독특한 공연도 준비돼 있다. 전통 재현 행사에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가미해 젊은 층의 관심을 유발시킨다는 것이 마포구의 생각이다. 이에 5일에는 소리 없이 춤판을 벌이는 신종 놀이문화 ‘사일런트 디스코’를 진행하며 DJ와 함께하는 젊음의 댄스파티가 저녁까지 이어진다. 6일 축제 마지막 날에는 홍대 앞 놀이터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와 공연팀 들이 무대를 채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보사노바 종주국 브라질에 보사노바 역수출

    보사노바 종주국 브라질에 보사노바 역수출

    ‘러시아에 보일러를 수출하는 일은 러시아에 발레를 수출하는 것만큼 놀라운 일’이란 보일러 회사의 광고 문구는 종주국 시장을 뚫는 어려움을 잘 대변한다. ‘새로운 경향’ ‘새로운 감각’이란 뜻을 지닌 보사노바 음악의 종주국은 브라질이다. 일본에서 리사 오노 등 수준급 보사노바 뮤지션이 나온 건 남미와 교류가 잦았던 데다 음악시장이 두터운 덕분이다. 반면 다른 나라에서 전문적인 보사노바 가수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포르투갈어 부담은 물론 브라질 특유의 감성과 리듬을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 국내에서도 1980년대 후반부터 보사노바 리듬의 곡들이 드문드문 발표됐지만, 앨범에 1~2곡 끼워넣는 수준에 그쳤다. ●“진짜 보사노바 리듬·정서 느껴보고 싶었죠” 보사노바 음악만으로 15곡을 빼곡 채운 데뷔앨범 ‘히나’(HEENA)를 발표한 나희경(24)에 눈길이 가는 까닭이다. 더군다나 혈혈단신 브라질로 건너가 현지 최고 뮤지션들과 편곡, 녹음까지 마쳤다. 그가 자신의 CD와 기타만 덜렁 챙겨들고 리우데자네이루로 떠난 건 지난해 10월. 앞서 9월에 ‘보싸다방’이란 이름의 미니앨범(EP)을 발표한 게 공식 경력의 전부다. 딱히 초대를 받은 것도, 기획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지난 21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희경은 “진짜 보사노바 리듬과 정서를 느껴보고 싶었다. 또 내 음악을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군더더기 없이 설명했다. ●새달 브라질로 날아가 현지 앨범 발매 추진 출국 전 달팽이관 이상으로 한 달쯤 입원했던 터라 컨디션은 엉망. 도착한 뒤 바이러스 감염으로 3주를 앓았다. 걸어다닐 만하자 곧바로 보사노바 ‘성지’로 꼽히는 라이브클럽 ‘비니시우스 바’를 찾아갔다. 무작정 EP를 나눠주고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 “노래를 해보라기에 조빔의 ‘데사피나두’(Desafinado)를 불렀어요. 보사노바 음악을 비판하던 평단을 향해 조빔이 ‘너희들은 나를 음치가수라고 부르지만, 내 음악에는 사랑이 있다’며 반박하는 노래인데 제 맘대로 자유롭게 불렀어요. 그 모습을 보고 관계자들이 보사노바 정신에 충실하다고 느낀 것 같아요.” 입소문을 타고 꼬리를 물듯 기회가 이어졌다. 유명 밴드 보사쿠카노바의 마르시우 메네스칼은 보사노바 선구자로 꼽히는 아버지 호베르투에게 음원을 전달했다. 강한 인상을 받은 호베르투가 연락처를 수소문해 직접 전화했다. 나희경은 “낮잠 자다가 전화를 받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곡을 직접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녹음 과정에서 편곡과 기타 연주까지 해줬다.”며 웃었다. 얽힌 인맥을 타고 또 한 명의 거장 세자 마샤두가 총괄 프로듀서로 앨범에 참여했다. 나희경은 “한 달간 합숙하면서 눈만 뜨면 녹음하기를 반복했다. 브라질 사람들이 들어도 외국인임을 눈치 못 채게 한다는 목표로 미세한 발음 하나까지 신경 썼다.”고 말했다. 떠나기 전 독학으로 한 달 익힌 게 포르투갈어 실력의 전부. 앨범을 들은 현지 관계자들은 “65%쯤은 원어민 발음과 같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새달에는 브라질로 다시 날아가 현지 앨범 발매를 추진할 작정이다. 공연과 방송 일정도 잡혔다. 보사노바 리듬으로 만들어진 가요를 포르투갈어로 번안·편곡해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하고 싶다는 ‘로망’도 털어놓았다. ●“보사노바는 외유내강의 음악” “보사노바는 외유내강의 음악이에요. 한없이 부드러운 듯싶지만, 내공과 탐구가 없으면 결코 할 수 없죠.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음악을 채워가는 동시에 벗어던지고 싶어요. 알몸으로 태어나 옷도 걸치고, 관념도 생기고, 인간관계도 촘촘해졌지만 음악을 통해 하나씩 지워나가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글 사진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랑을 나누는 기업들] 희망의 손길 행복한 공생

    [사랑을 나누는 기업들] 희망의 손길 행복한 공생

    ‘공생발전’은 지난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처음 거론된 단어다. 동반성장 등 기존에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사용됐던 단어들보다 의미가 한층 강화됐다. (경제)‘발전’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에 ‘함께 살아간다’는 공생(共生)의 가치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자칫 공생은 ‘시장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시장주의와 배치된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좁은 내수시장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라는 우리의 숙명을 전제로 한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이라는 견해가 더 많은 힘을 얻고 있다. 전체 기업 중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기업이 90% 이상의 이윤을 취하는 반면, 9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겨우 10% 남짓의 과실을 가져가는 현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더구나 고령화·저출산 풍조에 따라 내수 비중 역시 수출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여서 중소기업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이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강화에 따른 사회적 안정성의 약화로 직결된다. 청년들은 높은 대학등록금과 일자리 부족으로 고통받고, 신혼부부들은 집값 부담과 고물가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고, 서민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불투명한 노후 생활로 불안해한다. 이런 사회에서 미래 세대들이 쉽사리 희망을 갖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 구조를 바꾸는 것은 비현실적인 논리다. 좁은 땅덩어리와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라는 상황은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고, 우리 사회의 곳간을 채운 뒤, 이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발전 등 ‘따뜻한 자본주의’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공생발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빚었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룹 총수들 역시 동반성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일시적인 시혜성 행사나 일회성 사업으로는 동반성장의 대상인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LG는 장비 및 부품 국산화 등을 통해 협력사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협력사들에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 자체 역량을 높여주는 ‘SK상생 아카데미’ 역시 비슷한 취지다. 대기업들이 동반성장 문화 정착을 위해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협력업체를 담당하는 부서장의 인사고과에 동반성장 실적을 반영하는 것도 동반성장 문화의 자연스러운 정착을 위해서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할 수 있는 공생발전의 핵심은 대규모 인력 채용과 투자다. 재계 역시 이를 잘 인식하고 적극적 화답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8월 31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공생발전을 위한 대기업 간담회’에서 30대 그룹의 올해 채용계획을 집계한 결과 사상 최대 규모인 12만 4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12.8% 증가한 것이다. 올해 30대 그룹의 투자 역시 전년 대비 14.3% 증가한 114조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투자실적 역시 50조 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늘어났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시론] 서울시장 후보에게/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서울시장 후보에게/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주말 따뜻한 햇살에 이끌려 딸아이와 동네 공원을 찾았다. 가을의 고즈넉함을 즐기며 오랜만에 딸과의 산책을 바랐던 기대는 서울시장 선거유세를 위해 출력을 최대로 올린 확성기 소리에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너무 시끄러워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초등학교 1학년생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저기 확성기에서 말하는 서울시장이 뭐 하는 사람이야?” 이 기회에 딸에게 사회 공부를 시킬까 해서 말했다. “우리가 사는 서울을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편안하고 안전하며,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야!”라고 말하자 딸아이가 물었다. “어떻게 만든다는데?” 이에 갑자기 말문이 막혀서 잠시 우물쭈물하는 사이, 다시 물었다. “아빠, 그런데 피부과 이야기랑, 협찬 이야기가 서울을 살기 좋게 만드는 것과 관계 있어? 저 아저씨들이 그런 이야기만 하던데?” 갑자기 창피해서 내 얼굴에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현재의 선거는 더 나은 서울과 시민을 위한 정책대안 제시보다는 후보자의 이미지에 의존한 네거티브 전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신문 기사도, 시민들이 그것에 관심이 있어하는 줄 알고, 후보자의 공약정책 비교와 실현가능성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보다는 후보자의 이미지와 관련 인물들 기사로 연일 지면을 채운다. 물론 후보자의 도덕성과 바른 몸가짐도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에서 이야기했듯이 매우 중요한 시장 후보자의 판단기준 중 하나다. 하지만, 이것이 필요조건일지언정 충분조건은 아니다. 바라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란 세금을 통해 마련한 귀중한 재원을 바탕으로 한정된 예산하에서 어떻게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시민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실현 가능하고, 소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대안들을 제시하는 정책선거여야 한다. 그래서 어느 후보자의 정책이 나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내가 바라는 서울을 만드는 데 더 근접해 있는지를 판단해서 유권자가 투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 유권자가 구체적 정책을 요구하고 이에 따라 투표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해야겠다. 그래야지 언론도, 정치인들도 시민의 표에 대한 수요와 판단기준이 구체적 정책에 있음을 알고 서울을 발전시키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고자 진지한 고민과 공부를 더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주위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던 딸아이가 또 물어본다. “그런데 시장은 누가 나와? 저 아저씨들이 박근혜 아줌마와 안철수 아저씨 이야기만 많이 하던데?” 나는 “아니야.”라고 대답했지만 왜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하는데 중앙의 정치와 연계되어야 하고 그분들의 이미지가 선거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되는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아저씨들은 서로 핏대를 올려가며 “나경원 후보가 맞다.”, “박원순 후보가 맞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로 다른 윤리적·도덕적·정책적 가치가 경쟁하고, 상대방의 의견 불일치를 받아들여 이를 인정하며, 토론과 치열한 논리적 논쟁을 통해서 상대의 주장에 대한 인정과 이해, 설득의 과정을 통해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해 나가는 사회야말로 또 다른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상식이 지배하기보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관점의 상식이 지배하는 것 같다. 너무 자기만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며, 남을 가르치려고만 하고 인정하려 들지 않는 문화가 팽배하다. 이런 갈등들이 사회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차기 시장 당선자는 물질적인 부분의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드는 정책 이외에도 이러한 점도 고려하는 정책들을 내놓았으면 한다. 고려말 가정 이곡 선생이 목민관으로 떠나는 관리에게 건넨 ‘一心之義利 而庶民之休戚係焉 可不謹哉’(일심지의리 이서민지휴척계언 가불근재·목민관 한 사람이 마음의 의를 추구하느냐 이익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백성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는데 어찌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말을 시장 후보자들도 깊이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해바라기/김채운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해바라기/김채운

    해바라기/김채운 이승의 맨 끝 계단을 건너는가 황홀한 멀미 포효하는 팔월 태양의 아가리 속으로산 제물 되어 활활 목숨 사르러 가는 그 사내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뮤지컬·연극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 앙코르 공연 11월 27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DJ D.O.C의 히트곡으로 음악을 채운 주크박스 뮤지컬. 5만~6만원. (02)766-3390. ●연극 ‘벌’ 30일까지 서울 명동1가 명동예술극장. ‘3월의 눈’, ‘벽속의 요정’ 등을 집필한 연극계의 대표 작가 배삼식의 신작. 지난해 구제역으로 가축 살처분이 한창일 때 한편에선 토종벌 95%가 폐사했던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1만~5만원. 1644-2003.
  • [주말 하이라이트]

    ●SBS스페셜(SBS 일요일 밤 11시) 한대수(63)는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소년’처럼 살아왔다. 돈과 명예, 국가, 심지어 가족까지도 그를 구속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07년 거칠 것 없는 바람처럼 살아온 그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으니 바로 환갑의 나이에 딸을 얻게 된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식의 탄생은 큰 의미겠지만 한대수에게 딸 양호의 탄생은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은 사건이었는데…. ●광개토태왕(KBS1 토요일 밤 9시 40분) 설지는 다시 설도안을 찾아가지만, 부족의 배신자라며 쫓겨나고 만다. 부여홍과 유민촌 촌장 송필을 대질시켜 본 결과 백제 사신단은 모용수 암살 시도와 무관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모용수는 더더욱 고구려도 백제도 아닌 제3의 세력을 의심하고, 모용보와 풍발은 설도안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다.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토요일 오전 9시 40분) 온두라스는 중미 카리브 해 연안에 다소곳이 숨어 있는 나라다. 초기 마야문명의 온상인 코판을 비롯하여 해발 1000m 고지대에 자리 잡은 수도 테구시갈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호초 군락이 장관을 이루는 로아탄 섬까지, 마야문명의 역사가 있고 열대 원시림의 자연이 살아 숨쉬는 땅 온두라스로 떠나 본다. ●주말연속극 오작교 형제들(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태필의 말에 충격 받은 복자는 밤새 잠 못 이루며 괴로워한다. 태필 역시 엄마에 대한 실망과 충격에 눈물 흘리며 괴로워한다. 자은은 사채업자들이 윤숙을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긴 망설임 끝에 자은은 윤숙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알리며 잠시 피해 있으라고 전한다. ●드라마 스페셜(KBS2 일요일 밤 11시 25분) 떼인 돈 받아주는 사채업계의 해결사인 케이(이필모)는 되레 자기 돈을 떼이고, 최나영(김별)이라는 계약직 은행원 아가씨의 약점을 잡아 와야 채무를 해결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나영은 케이를 자신의 수호천사로 생각하고, 급기야 케이는 나영의 부탁을 엉겁결에 받아들여 그녀와 동행하게 된다. ●바람에 실려(MBC 일요일 오후 5시 10분) ‘바람에 실려’는 음악원정대장 임재범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들이 미국으로 떠난 음악여행이다. 새로운 멤버로 가수 이홍기가 합류한다. 이홍기와 함께할 곳은 바로 UC버클리.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인파와 알 수 없는 중압감, 그리고 공연장을 가득 채운 긴장감. 뜨겁게 시작된 공연을 만나 본다.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애정만만세(MBC 일요일 밤 9시 50분) 재미는 오토바이 소매치기에 의해 총명죽 비법이 담긴 다이어리를 빼앗기고 만다. 그리고 재미는 우연히 정수의 죽집에서 총명죽과 똑같은 맛의 죽이 팔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주리에게 만나자는 형도. 옷과 신발 등을 사주며 당황스럽게 만든다.
  • 샤넬 패션의 거장이 찍은 사진들

    샤넬 패션의 거장이 찍은 사진들

    눈부신 백발에 까만 선글라스. 목 부분이 두드러지는 하얀 셔츠에 폭주족이 좋아할 법한 손가락이 뻥 뚫린 검은 장갑까지.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떠오를 법하다. 50년간 브랜드 펜디를 이끌었고 28년간 샤넬을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73)다. 그의 사진전 ‘워크 인 프로그레스’(Work In Progress)가 내년 3월 18일까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해서 눈길을 잡아끄는 작품은 2층을 가득 채운 모델들. 모델들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비유해 놓고 관능적인 누드 사진을 찍었다. 시선이 절로 간다. 단순히 ‘벗겨서’라기보다는 그만큼 집요한 탐미적 시선이 느껴져서다. 인물 사진이 전부는 아니다. 3층에 올라서면 미국 뉴욕에 존재하는 복잡한 철골구조, 혹은 단순한 건물 외벽 같은 사진들도 여럿 있다. 패션쪽 일을 하다 보니 사진까지 찍게 된 거 아니냐 라는 질문은 맞다. 패션화보 작업을 하는데 사진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이럴 바엔 직접 하겠다고 작정하고 나선 게 계기란다. 패션계 명성에 기대어 쉽게쉽게 작업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은 약간 다르다. 1989년, 그러니까 49살 때부터 시작해 20년 넘게 작업해 왔고 이 가운데 400여 작품을 골랐다. 꽤 오랜 시간, 많은 작업이 쌓였음에도 전시 제목을 그렇게 지은 것도 그런 뜻에서다.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 작업, 그러니까 자신의 작업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란 얘기다. 그가 한국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그렇다. 사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카메라를 통하되 카메라에 집착하지 않고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가르칠 수도 없고, 가르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개성과 관점을 찾아내라는 것 외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답했다. 스스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한국 전시는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은 것으로 대림미술관 전시가 마무리되면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로 옮겨간다. (02)720-0667.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中, 러·베트남과 잇단 회담… 외교 토너먼트 중

    中, 러·베트남과 잇단 회담… 외교 토너먼트 중

    최장 10일간의 국경절 연휴를 끝낸 중국이 베이징에서 ‘외교 토너먼트’에 돌입했다. 베이징 외교가는 파장을 분석하느라 분주해졌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베트남의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이 각각 11일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이날 베이징에서 제2차 미·중 아태사무협상을 마쳤다. 중국과 러시아는 천연가스 가격담판 등 경제문제, 중국과 베트남은 남중국해 문제, 중국과 미국은 타이완에 대한 무기판매 문제 및 위안화 절상 압력 등으로 강도는 다르지만 ‘불편한 현안’을 안고 있다. 푸틴 총리의 이번 방중은 표면적으로 원자바오 총리와의 ‘제15차 총리회담’을 위한 것이다. 양국은 1996년 이래 매년 정기적으로 총리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총리회담이니만큼 경제협력에 주안점을 뒀다. 푸틴 총리가 160여명의 수행인사 대부분을 국영 석유·천연가스 회사 최고경영자(CEO) 등 경제계 인사들로 채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국은 이날 70억 달러(약 8조원) 규모의 경협 사항에 서명했다. 양국이 지루하게 끌어온 천연가스 가격담판을 마무리 지을지도 관심사이다. 양국은 러시아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연간 680억㎥씩 중국으로 보내는 데 합의하고, 가스관을 건설 중이다.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남쪽과 동쪽 두 개의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쿠어러(庫爾勒)와 헤이룽장성 다칭(大慶)으로 공급된다. 문제는 가격으로 러시아는 유럽 공급가격인 1000㎥당 300~400달러는 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중앙아시아로부터 공급받는 가격인 200달러면 충분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아 이를 동부 산업지대로 보낼 계획이어서 수천㎞에 이르는 중국 내 가스관 건설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200달러 이상의 가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급계약 기간인 30년 동안 1000억 달러 이상을 손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지만 중국이 추가적인 경협을 제의하면서 실타래가 풀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취임 후 첫 방중인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 대해 중국은 최고의 의전으로 맞이하고 있다. 공산당 총서기인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카운터파트로 나서고,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원 총리,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 등 정치국 상무위원 9명 대부분이 면담할 계획이다. ‘웃는 낯’이지만 베트남이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 인도와의 남중국해 유전 공동개발, 해군력 증강 등으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양측이 긴장감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판단이다. 이날 열린 미·중 제2차 아태사무협상도 미국의 대타이완 무기판매, 위안화 절상 압력 등으로 상당히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 대표인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은 “타이완에 대한 무기판매와 위안화 관련 법안이 양국 관계에 큰 해를 끼칠 것”이라며 캠벨 차관보를 상대로 무기판매 철회와 위안화 절상압력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美 만삭 임신부 마라톤 풀코스 완주

    임신 39주 상태의 만삭 임신부가 세계 5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미국 시카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직후 출산해 화제다. 10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시카고 교외도시 웨스트체스트에 사는 앰버 밀러(27)는 전날 열린 42.195㎞의 시카고 마라톤을 6시간 25분 만에 완주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해 둘째 아이를 순산했다. 완주 후 배가 고팠던 밀러는 마라톤 결승선 부근에서 샌드위치로 허기를 채운 뒤 산통이 느껴져 병원으로 향했으며 이날 밤 10시 29분 3.54㎏의 건강한 딸을 순산했다. 밀러는 “결승점을 통과하고 몇 분이 지난 뒤 진통이 강화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임신 사실을 알기 전인 지난 2월 시카고 마라톤 대회 출전 신청서를 냈고 임신 17주차에도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밀러의 평소 마라톤 기록은 3시간 25분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밀러는 “임신기간 내내 꾸준히 달리기 연습을 했기 때문에 의사가 마라톤 구간의 절반을 달리는 것을 허용했고 대회 주최 측에서도 참가를 막지 않았다.”면서 “남편과 함께 구간 절반을 달린 뒤 나머지는 걸었다.”고 밝혔다. 이날 도로에 늘어선 응원단들은 밀러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밀러는 “뛰면서 응원단의 반응을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밀러는 여태까지 마라톤을 8차례 완주했으며, 그중 3차례는 임신 상태였다. 그녀는 심장혈관이 아주 건강한 체질로 알려졌다. 의사들은 임신부의 운동은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하는 게 안전하다고 충고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사건Inside] (3)믿었던 여친이 불륜을…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Inside] (3)믿었던 여친이 불륜을…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어머~ 사장님. 지금 밖에서 친구 만나고 있어요. 내일 맛있는 것 사주실거죠?” 1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데이트 도중 다른 남자와 이런 내용의 통화를 하는 것을 듣는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20대 여대생과 30대 회사원, 40대 중견 기업인의 수상한 삼각관계가 치정살인으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 있었다. ●결혼까지 약속한 그녀가 알고보니 ‘불륜녀’ 회사원 A(35)씨는 지난해 소개를 받아 서울에 있는 예술대학원에 다니는 B(25)씨를 만났다. 그는 화려한 얼굴과 훤칠한 키 등 모델 못지않은 외모를 가진 B씨에 금방 빠져들었다. B씨 역시 그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다. 그 이후 1년 남짓의 연애기간은 A씨에게 꿈 같은 나날이었다. 노총각 문턱에 접어들던 그로서는 B씨는 너무나도 소중한 피앙세였다. 그녀를 너무나 사랑했던 A씨는 자기 월급의 대부분인 200만~300만원을 매월 데이트에 쏟아부었다.맹수열 기자의 <주간 사건 Inside> [사건 Inside](1) 믿었던 여친이 불륜을… 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 Inside](2) 소개팅女와의 하룻밤이 지옥으로… 인천 ‘미성년자 꽃뱀 사건’ [사건 Inside](3) 생면부지 여중생에게 몹쓸 짓을… ‘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사건 Inside](4) 밀폐공간에세 발견된 3구의 시신, 메모장에는… ‘울산 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사건 Inside](5) 어이없는 오해가 앗아간 가여운 생명… ‘구로 영아 폭행치사 사건’ [사건 Inside](6) 조강지처 베란다서 밀어 살해해 놓고… 태연히 음료수 마신 ‘엽기 남편’ [사건 Inside](7) 피해자 피의자 증인 모두 시신으로… ‘거창 40대 여성 실종사건’ [사건 Inside](8) “내 애인이 ‘꽃뱀’이라니”… 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들의 사랑이 파국으로 치달은 것은 올 여름에 접어들면서부터였다. A씨는 어느 순간 직감적으로 B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 같다는 낌새가 느껴졌다. “항상 새벽마다 전화 통화를 했어요. 저와 같이 있을 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서…. 제가 밖에서 듣고 있는데 그 남자하고 소곤소곤 다정하게 이야기할 때의 그 심정 아세요?” A씨는 미칠 것만 같았다. 결국 지난 8월초 A씨는 B씨에게 헤어지자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은 그는 B씨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휴대전화 잠금 설정을 풀고 문자메시지 내용을 들여다봤다. 역시 B씨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다. ●배신당한 남친의 복수…‘양다리’가 부른 대낮의 활극 B씨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남자는 20세나 연상인 사업가 C(45)씨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B씨가 A씨를 만나기 전인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씨는 한 중견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었고, 그 회사의 대표가 바로 C씨였다. 유부남인 C씨는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대학교에 강의를 나가고 있었을 정도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진 남자였다. B씨는 C씨와 불륜관계를 갖던 중 소개팅으로 만난 A씨와도 연인으로 지냈던 것이었다.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20살이나 연상인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분노에 몸서리를 쳤다. 결국 그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복수를 위해 A씨는 차근차근 준비에 나섰다. 서울 남대문시장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둔기와 삼단봉, 수갑은 물론 가스총까지 구입했다. 그러던 중 8월 9일 오후 1시30분쯤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 B씨가 살고 있는 서울 대치동의 한 오피스텔 근처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A씨는 두 사람이 B씨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범행도구가 가득 담긴 배낭을 든 상태였다. “누구세요?”(B씨) “나야. 문 좀 열어봐.”(A씨) 예상치 못한 전 남자친구의 방문에 놀란 B씨는 안전걸쇠를 걸어둔 채 문을 열었다. C씨가 있는 상황에서 집 안으로 들일 수는 없었고 차갑게 거절하면 A씨가 돌아갈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이미 A씨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준비한 드라이버로 안전걸쇠를 부수고 집안으로 거칠게 들어갔다. A씨에게는 더 기막힌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던 B씨가 가벼운 옷을 걸친 채 C씨와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던 정황이 그대로 포착됐다. A씨에게 더 이상 이성은 남아있지 않았다. A씨는 두 사람을 향해 사정없이 둔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혼비백산한 두 사람이 집 밖 복도로 도망가기 시작하면서 쫒고 쫒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자’ 구조의 좁은 복도에서 15분 가량 추격전을 벌이던 A씨는 급기야 B씨를 향해 가스총을 쐈다. 기절한 전 여자친구에게 수갑을 채운 A씨는 그녀를 끌고 가려고 했지만 연적인 C씨와 소동에 놀란 주민들이 합세해 달려들자 결국 도망쳤다. 대낮의 복수극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살인미수와 중상…수상한 삼각관계의 비극적 결말 그날로 직장까지 그만둔 A씨는 경찰의 눈을 피해 도주를 시작했다. 피해자인 B·C씨는 뇌진탕 및 안면부 다발성 좌상 등 전치 3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A씨의 도주는 그리 치밀하지 못했다. 수도권 일대의 PC방과 모텔 등을 전전하던 A씨는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경찰의 수사망이 점점 좁혀지는 것까지 느껴지면서 겁도 났다. 경찰은 A씨가 어머니와 주기적으로 통화를 하는 것을 알고 자수를 종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검거보다는 자수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어머니의 설득에 A씨는 3주간의 도주 생활을 정리하고 그달 28일 경찰서로 향했다. A씨는 현재 1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연인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시작된 A씨의 극단적인 선택은 살인미수라는 큰 죄로 돌아왔다. 하지만 자기 미모를 무기로 두 남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B씨, 재력과 지위를 이용해 불륜을 맺었던 C씨도 A씨가 범죄를 저지르도록 만드는데 일조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잘못된 연애가 만든 삼각관계가 세 사람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셈이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사설] 솔선수범은커녕 건보료 떼먹은 공공기관

    건강보험료 떼먹는 데는 공공기관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엊그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월부터 올 8월까지 실시한 ‘사업장 지도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공무원 및 교직원 사업장 2495개 가운데 4분의3인 1874개 사업장이 소득을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건강보험료를 적게 납부해 123억 3300만원을 추징당했다. 특히 공공기관의 추징비율은 75%나 돼 44%인 민간사업장을 월등히 앞섰다. 건보료 성실납부로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사회에 건보료 떼먹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건보료 납부실태를 기관별로 보면 교육기관이 가장 비양심적이었다. 2156개 교육기관 가운데 1638개 기관이 건보료를 적게 내 불성실 납부율이 75.9%로 가장 높았으며, 지자체가 75.6%로 뒤를 이었다. 중앙정부가 그나마 64.7%로 가장 낮았지만 자료제출을 거부한 기획재정부, 법무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힘있는 기관을 포함했을 경우 그 수치가 얼마나 올라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건보 재정은 해마다 악화일로에 있다.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의료비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조 2994억원에 이르렀던 건보 재정적자는 2015년 5조원으로 늘어난 뒤 불과 5년 뒤인 2020년에는 3배가 넘는 17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무원들이 건보료를 적게 내 개인 호주머니를 채운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모럴 해저드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공무원들은 연금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연간 1조원 이상의 보조를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은 정년이 보장돼 기업 등 민간에 비해 고용안정성도 뛰어나다. 처우도 개선돼 요즘 공무원 월급을 박봉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만큼 공직사회는 건보료 성실납부에 앞장서야 한다. 다행히 소득 축소가 민간과 달리 의도적인 게 아니고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라고 하니 쉬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공단도 성실납부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해 건보료 누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 美 여대생 녹스, 伊유학중 친구 살해 혐의… 4년만에 무죄

    美 여대생 녹스, 伊유학중 친구 살해 혐의… 4년만에 무죄

    ‘그룹 섹스’를 거부한 룸메이트를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미국 여대생 어맨다 녹스(24)가 4년의 법정 다툼 끝에 결백을 인정받았다. 섹스와 마약, 살인 등 원초적 소재뿐 아니라 미국과 이탈리아, 영국, 코트디부아르 등 다양한 출신의 ‘등장인물’이 뒤얽혀 빚어낸 이 사건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성녀와 악녀의 이미지를 동시에 지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녹스는 반전 드라마 끝에 평범한 여대생으로 돌아오게 됐다. 3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이탈리아 페루자 항소법원. 재판부가 배심원 6명과 함께 결정한 평결을 읽어내려가자 법정은 긴장감으로 숨이 막혔다. 판사가 이윽고 “어맨다 녹스와 라파엘레 솔레치토(27)의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히자 피고 측 가족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재판부는 “검찰 측이 제출한 DNA 증거를 재조사한 결과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사실이 이번 평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마지막 공판에서 “나는 가장 잔인한 상황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친구를 잃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녹스는 가족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녹스의 언니 디에나는 “4년을 끌어온 악몽이 드디어 끝나 감사할 뿐”이라며 기뻐했다. ●세계인 이목 집중시킨 ‘섹스 스릴러’ ‘녹스의 악몽’은 2007년 11월 1일 자신의 룸메이트였던 영국 유학생 메레디스 커처(당시 21)가 목이 거의 잘린 반나체로 침실에서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수사기관은 당일 있었던 녹스와 커처의 다툼에 주목했다. 검찰은 녹스와 그의 남자친구인 솔레치토, 지역 마약상인 코트디부아르 출신 뤼디 게드(24) 등 4명이 핼러윈데이(10월 31일)를 맞아 시간을 함께 보내다 녹스가 커처에게 ‘그룹섹스’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하자 3명이 커처를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수사 중 솔레치토의 집에서 15㎝ 길이의 칼이 발견됐고 칼날에서는 피해자의 혈흔이, 손잡이에서는 녹스의 DNA가 검출되면서 검찰 측 주장에 힘이 실렸다. 또, 커처의 브래지어에서 솔레치토의 DNA가 발견됐다. 1심 법원은 2009년 12월 살인과 성폭행 혐의로 녹스에게 징역 26년형을, 솔레치토에게 25년형을 각각 선고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게드가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1월 항소했다. 궤드는 성폭행 및 살인혐의가 인정돼 30년형을 선고받았다가 16년으로 감형됐다. 검찰과 녹스, 솔레치토 측은 이후 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 하는 불꽃튀는 법정 공방을 벌였다. 녹스 측은 홍보전문가까지 고용해 그의 청초한 이미지를 한껏 부각시키며 여론전을 폈다. 녹스의 부모들은 미국의 유명 토크쇼 등에 잇달아 출연, 딸의 결백을 주장했고 변호인단도 녹스를 ‘신념에 찬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포장했다. 많은 미국인은 이탈리아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녹스를 감싸기 시작했고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인사까지 나서 구명운동을 벌였다. ●伊 담당검사 비위로 ‘악녀’ 낙인 실패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었던 솔레치토도 초호화 변호진을 꾸렸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밑에서 하원의원을 지냈던 줄리아 본지오르노 등이 포함됐다. 유명한 비뇨기과 전문의인 솔레치토의 아버지 프란체스코는 “우리 아들은 (선량해서) 파리 한 마리 다치게 하지 못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이탈리아 검찰은 녹스에게 악녀 이미지를 씌우려 했으나 수사를 주도한 줄리아노 미그니니 검사가 다른 사건 조사 과정에서 권한남용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으며 궁지에 몰렸다. 또, 검찰의 DNA 증거를 재조사한 민간 조사단이 “DNA가 사건 발생 40여일 후에 채취되는 등 증거 수집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배심원의 마음은 녹스 쪽으로 돌아섰다. 녹스는 이날 재판에서 “술집 주인 디야 파트리크 루뭄바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유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녹스는 이미 명예훼손에 따른 3년의 형기를 채운 상태다. 검찰 측은 아직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교도소를 빠져나온 녹스는 4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녹스 스토리를 스크린에 옮길 계획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상록수 잎이 붉은색으로… ‘탄소 저장고’ 숲이 죽어 간다

    상록수 잎이 붉은색으로… ‘탄소 저장고’ 숲이 죽어 간다

    “열병(熱病)을 앓는 나무는 더 이상 인류를 위해 탄소를 마실 수 없다.”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해 온 세계의 숲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산림 지대의 감소는 인류의 오래된 숙제지만 최근에는 최소한의 제동장치마저 풀린 듯 급감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등 급격한 기후변화 탓에 4006만㎢에 이르는 지구의 숲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탄소 저장고’인 산림이 기능을 멈추면 피해는 고스란히 인류가 떠안는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숲의 죽음, 중요한 기후 보호장치의 상실’이라는 심층보도를 통해 세계 산림의 황폐화 현황과 대책 등을 짚었다. 북미 지역 곳곳에서는 산림의 신음이 끊이지 않고 들린다. 원인은 지구온난화와 관련 깊다. 미국 콜로라도 주를 가득 채운 사시(백양)나무 가운데 15%가량이 수분 부족 탓에 최근 죽었고 텍사스 주 남서부 산림은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그리고 산불 탓에 지난여름 큰 타격을 입었다. 로키산맥의 수백㎢ 소나무숲도 불볕더위와 병충해 등으로 죽어 가고 있다. 몬태나 주 서부 산악 지역의 나뭇잎들이 최근 붉은색으로 변했다. 가을 단풍이 퍼진 듯 보이지만 이곳 나무들은 대부분 사계절 푸른 상록수다. 소나무 갑충 등 해충 피해를 입어 발생한 기현상으로 겨울에도 날이 따뜻하자 갑충들이 얼어 죽지 않고 급증하면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숲의 죽음’은 대륙을 가리지 않고 목격된다. 지구 산소의 20%를 만들어 낸다는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은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가뭄을 최근 5년 사이 두 번이나 겪었고 이 과정에서 나무들이 말라 죽었다. 남미 지역에서는 온난화에다 산림 벌채 등으로 해마다 4만 468㎢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장기적인 가뭄 탓에 2000년 이후 산불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호주나, 가뜩이나 뜨거운 날씨가 온난화로 인해 더욱 뜨거워져 나무들이 말라 죽는 아프리카 등도 온난화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산림의 병세가 깊어지면 인간의 삶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이 내뿜는 탄소의 4분의1가량을 나무들이 빨아들인다. 이는 지구상 모든 차량이 내뿜는 온실가스를 숲이 온전히 들이마신다는 얘기다. 탄소의 또 다른 4분의1은 바다에 녹아 들어가는데 이 때문에 해양 산성화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나무의 죽음은 단순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죽은 나무는 태워지거나 부패하는 과정에서 몸 안에 품었던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낸다. 이럴 경우 온난화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온난화로 황폐화한 지역에서는 나무를 다시 키울 수 없어 기후변화 현상은 더욱 심화하게 된다. 지구촌은 기후변화와 산림 황폐화를 막기 위해 1992년 리우환경협약 등을 맺었지만 20년 넘게 별다른 진척이 없다. 뉴욕타임스는 “산불에 강한 나무 품종을 개발하려는 미국이나 사막 등에 나무를 심으려는 중국의 노력 등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나무를 살리고 궁극적으로는 지구를 보호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일본통신] 재미 뚝~ ‘투고타저’ 심각한 日프로야구

    [일본통신] 재미 뚝~ ‘투고타저’ 심각한 日프로야구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양대리그를 통틀어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타자는 한명 뿐이었다. 바로 요미우리 외국인 타자인 알렉스 라미레즈(37)가 그 주인공이다. 라미레즈는 전 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304 홈런 49개, 그리고 129타점을 쓸어담으며 센트럴리그 홈런과 타점부문 2관왕에 올랐다. 비록 정규시즌 MVP는 주니치를 리그 우승으로 이끈 와다 카즈히로(39)가 차지했지만 라미레즈가 보여준 정교함과 장타력 그리고 찬스에서 보여준 타점 본능은 명불허전 그 자체였다. 라미레즈를 제외하면 비록 3할-30홈런-100타점은 아니지만 이에 근접한 성적을 남긴 타자들이 상당수다. 와다는 타율 .339 홈런 37개 93타점을 크레이그 브라젤(한신)은 타율 .296 홈런 47개, 117타점을 기록하며 중심타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무라이 검객’으로 유명한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는 타율 .308 홈런 34개 90타점, 죠지마 겐지(한신)는 타율 .303 홈런 28개 90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퍼시픽리그 MVP에 오른 T-오카다(오릭스)는 타율 .284 홈런 33개 96타점, 베테랑 타무라 히토시(소프트뱅크) 역시 타율 .324 홈런 27개 89타점을 각각 기록했다. 그런데 올 시즌엔 이러한 성적을 기록한 타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센트럴리그에선 20홈런 타자가 단 3명뿐이며 퍼시픽리그는 2명이다. 센트럴리그 홈런1위(30개)인 블라디미르 발렌티엔(야쿠르트)은 타율 .238이 말해주듯 정교함은 상당히 떨어지는 타자다. 그리고 리그에서 3할은 물론 20홈런 타자 자체가 거의 없기에 3할-30홈런-100타점은 절대로 나올수가 없을듯 싶다. 센트럴리그는 이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100타점 타자가 나오지 않을수도 있다. 현재 이 부문 1위는 83타점의 하타케야마 카즈히로(야쿠르트)다. 하타케야마는 83타점을 기록중인데 앞으로 야쿠르트의 남은 경기수는 15경기. 수치상으로 보면 경기당 1타점 이상씩을 꾸준히 기록해야 100타점을 달성할수 있는데 지금의 페이스를 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해 3할-30홈런-100타점을 유일하게 달성한 알렉스 라미레즈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264 홈런 18개, 그리고 63타점으로 성적이 급락했다. 한신의 거포 브라젤 역시 타율 .288 홈런11개 56타점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와다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중 타율 꼴찌(.225)에 홈런11개 그리고 44타점에 머물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리그를 호령했던 대표타자들이 단 1년만에 평범한 타자가 돼 있는 것이다. 퍼시픽리그라고 별반 다를게 없다. 독보적인 장타력을 과시하며 이미 100타점을 넘은(105타점) 나카무라 타케야(세이부) 정도만 거포 기준에 부합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나카무라는 현재까지 타율 .270 그리고 홈런을 무려 44개나 쏘아올렸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50홈런 도전도 가능하다. 나카무라야 40홈런 이상을 이미 두차례나 달성한 바 있고, 바뀐 공인구와 자신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듯 연일 대포쇼를 펼치고 있지만 그 외 타자들은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나카무라 뒤를 이어 마츠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가 24홈런(77타점)으로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제 올 시즌도 막바지에 이른 현재 20홈런 타자는 이 두명으로 끝날듯 보인다. 올 시즌 센트럴리그의 평균 타율은 .245다. 반면 평균자책점은 3.10, 퍼시픽리그의 평균 타율은 .251 평균자책점은 2.94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예년 같으면 우승 팀에서나 나올법한 기록이다. 하지만 올해는 센트럴리그에서 2점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인 팀이 3팀(주니치, 요미우리, 한신), 퍼시픽리그 역시 3팀(소프트뱅크, 니혼햄, 라쿠텐)이나 될 정도로 마운드 높이가 상당하다. 3할타자 역시 씨가 마를 정도인데, 센트럴리그에선 3명 그리고 퍼시픽리그는 6명만이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야구에서 3할을 정교함의 상징이라 부르지만 올해 일본야구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2할 7푼대 정도의 타율만 기록하더라도 정교한 타자라고 불러도 이상할게 없는 시즌이다. 국제대회 기준에 맞춘 공인구, 그리고 태평양처럼 넓은 일본의 스트라이크 존 역시 투고타저를 부채질했다. 아무리 투고타저라지만 이정도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렇지 않아도 작전이 많은 일본야구가 재미가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 이쯤되면 일본야구기구(NPB)에서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듯 싶다. 강팀이 되기 위해선 투타밸런스가 맞아야 하듯 야구가 재미 있으려면 어느 한쪽으로만 쏠려 있어선 안된다. 144경기를 치르면서도 두자리수 타점왕이 탄생되는 비극(?)이 현실로 다가 오고 있다. 사진= 하타케야마 카즈히로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6)천재 화가 반 고흐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6)천재 화가 반 고흐

    모난 머리와 튀어나온 광대뼈, 그리고 꾹 다문 입술. 얼핏 봐도 비호감의 외모를 지닌 스물 다섯의 청년 반 고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목사가 되고 싶었던 그다. 그의 부친 역시 개신교 목사였으나, 부친은 장남 반 고흐의 꿈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신에게 직접 다가가려는 그의 열망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무시”하는 듯이 격렬한 그의 행동과 신앙이 부친에겐 한없이 위험해 보였던 터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사실 반 고흐에게 치명적으로 결여되었던 것은 목사가 지님직한 권위였다. 교구의 교사나 목사에게는 반 고흐의 옷차림이나 태도가 영 마뜩잖았다. 그러던 중, 반 고흐는 보리나주의 탄광지대에서 임시전도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거기서 그는 “거칠고 세련되지는 못했으나 허위라고는 없는” 사람들을, “허술한 옷차림으로 그를 판단하지 않는 남자들”과 “자연스럽고 겁없이 마주할 수 있는 여자들”을, “그 자신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거기가 바로 신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반 고흐는 위원회로부터 해고당하고 만다. 교구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너무 낮추고, 그들의 비참한 활동에 동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해고의 이유였다(1879년 광부 파업 당시 광부들의 편에 섰다는 것도 중요하게 작동했겠지만). 목사가 되고 싶었던 청년 반 고흐는, 그렇게 교회와 아버지를 옭아맨 소명에서 벗어났고,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1880년. 나이 서른도 되기 전에 오십줄에 들어선 남자처럼 폭삭 늙어버린 이 사내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동생 테오의 권유도 있었지만, 설교로 전하지 못하는 말씀을 그림으로는 전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품어온 터였다. ‘감자 먹는 사람들’은 19세기에 흔히 그려진, 화가의 시선으로 멀찌감치에서 바라본 ‘민중의 풍경’이 아니라, 가난한 시절 반 고흐 자신의 초상이다.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를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1885년 일기) 감자를 먹는 그 손으로 그들은 땅을 일구고, 감자를 심고, 감자를 거뒀다. 예술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농부처럼 뿌리고, 뿌린 대로 거둘 뿐이다. 농부들의 손처럼 화가의 손이 정직할 수 있다면! 농부들의 정직한 식사만큼이나 그림 또한 정직할 수 있다면!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반 고흐는 1886년 앤트워프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하지만, 거기서도 그는 ‘아카데미’의 적이 되었다. 그의 취향, 기질, 그림의 스타일, 그 어느 하나 고상한 아카데미의 예술가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로 반 고흐는 주기적인 신경발작증에 시달리게 된다. ●‘노란집’, 화가공동체의 꿈 동생 테오는 형에게 프랑스 파리행을 권유한다. 당시 모든 예술은 파리로 통했다. 파리는 멋진 댄디들로 북적였고, 순간의 빛을 담은 인상주의 회화가 유행했으며, 새로 단장한 거리는 스펙터클로 넘쳐 흘렀다. 이 모든 것이 반 고흐를 사로잡을 듯했으나, 시시각각 변하는 ‘모던 시티’ 속에서 반 고흐는 기쁨보다는 환멸과 허무를 느꼈다. ‘성공한’ 파리의 인상주의자들은 반 고흐의 세련되지 못한 행동을 용납하지 못했으며, 반 고흐 또한 흥청거리는 파리를, 그곳의 가볍게 살랑거리는 그림들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성공이 끔찍스럽다. 인상파 화가들이 성공해서 축제를 열 수도 있겠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 축제의 다음날이다.” 1888년. 반 고흐는 파리를 떠나 아를로 향한다. 파리에 없던 풍경이 거기 있었다. “대기가 그의 짐들을 벗겨주었고, 그래서 그는 마치 천한 가죽신 대신에 날개에 실려 다니기라도 하는 듯이 움직였다.” 그는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아를의 ‘노란집’은 그의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화가공동체를 만들자! 반 고흐는 “사람들의 무관심은 내가 값비싼 구두를 신고 신사의 생활을 원한다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나막신을 신고 나갈 거니까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는 밀레의 말을 가슴에 품어왔다. 계속 그림을 그리면서 살 수만 있다면, 그럴 수 있는 최소한의 생계만 보장된다면 억지로 ‘잘 팔리는’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그럼 화가들이 함께 모여서 그리면 된다. 화가들이 고립되어 있으면 패배하기 마련이라고, 함께 의지하고, 함께 생계를 마련하며 살 수 있는 화가공동체를 만들면 외롭지도 가난하지도 않게 그림을 그리며 살 수 있을 거라고, 아를로 가는 기차에서 반 고흐는 생애 가장 환한 희망을 품었다. 그 때 거기에, 그, 고갱이 왔다. 대단히 현실적이고, 지배하려는 성향이 강했던 고갱은 매사에 지나치게 열정적이고 물음이 많은 반 고흐를 도저히 견디지 못했다. 몇 번의 말다툼과 예기치 못한 자해. 꿈으로 설레던 ‘노란 집’의 행복한 날들은 그렇게 저물었다. 생레미 요양소에서의 날들은 반 고흐의 삶에서 가장 비참했던, 동시에 가장 찬란했던 순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반 고흐를 미치게 한 것은 그림’이라며 그를 고발했지만, 반 고흐는 ‘그래도 나를 살게 하는 것은 그림뿐’이라는 사실을 절절하게 깨닫는다. 병원의 창문 밖으로 누렇게 익은 벼를 수확하는 농부들을 보며, 반 고흐는 저들처럼 정직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의지를 다진다. 그림이 광기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그림만이 자신의 광기를 치유해줄 거라고 믿었던 반 고흐. 병원을 나온 후 머물렀던 오베르 쉬아즈의 정신과 의사이자 ‘예술애호가’였던 가셰 박사 역시 마을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가셰와의 다툼 후 집을 뛰쳐나가 권총을 발사했다. 그리고 이틀 후 세상을 떠났다. ●나는 해바라기고, 햇빛이고, 길이다 가난, 외로움, 정신발작, 자살. 드라마틱하다면 드라마틱한 인생이지만, 이런 몇 가지로 반 고흐의 삶을 드라마화하는 것은 대단히 부당하다. 예술가의 삶을 이런 식으로 드라마화하거나 신화화하게 되면, 그의 예술이 갖는 단단함과 특이성을 놓치기 십상이다. 사람들은 ‘불멸’, ‘천재’, ‘광기’ 등의 수식어가 붙는 반 고흐의 화면에서 무턱대고 죽음을 읽으려 하고, 그의 색채와 붓질에서 광기를 끄집어낸다. 하지만 이런 식의 신화화야말로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을 박제화시켜 버리는 길이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 반 고흐는 해바라기였고, 아를의 햇빛이었으며, 오베르 쉬아즈의 길들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리고 있는 바로 그것이 되기 위해 땅을 기고, 비를 맞고, 종일토록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이런 그에게서 사람들은 광기를 봤지만, 그는 그런 식으로 자신의 광기를 다스렸다. 중요한 건, 그의 광기 자체가 아니라 그가 자신의 광기를 돌파한 그 지점이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반 고흐는 발작이 일어난 순간에는 붓을 들지 않았다.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자가 어떻게 손의 붓질을 통제한단 말인가. 그는 자신의 병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병을 넘어서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서, 흔들림 없이. 바로 이것이, 예술을 예술이게 한다. “위대한 일이란 그저 충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속되는 작은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서 이루어진다. 그림이란 게 뭐냐? 어떻게 해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그건 우리가 느끼는 것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서 있는, 보이지 않는 철벽을 뚫는 것과 같다. 아무리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는 그 벽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인내심을 갖고 삽질을 해서 그 벽 밑을 파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럴 때 규칙이 없다면, 그런 힘든 일을 어떻게 흔들림 없이 계속 해나갈 수 있겠니?”(1882) 반 고흐를 ‘드라마’로부터 구출해내고, 그의 그림을 광기로부터 해방시키고 나면,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이 말해주는 진리는 지극히 단순하다. 흔들리고 넘어지더라도, 그것이 길이라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채운 남산강학원 연구원 서울신문, 수유+너머 공동기획
  • ‘성추행’ 고대 의대생 3명 실형… 3년간 신상공개

    성추행 혐의로 법정에 선 고려대 의대생 박모(23), 한모(24)씨는 선고공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줄곧 무죄를 주장한 배모(25)씨는 판결문을 읽는 재판장을 응시했다. 법정을 가득 채운 50여명의 방청객을 둘러보기도 했다. 배씨도 재판장이 유죄를 선고하자 목 뒤의 땀을 닦고 손깍지를 끼는 등 안절부절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배준현)는 30일 특수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대 의대생 박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한씨와 배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3년간 신상 공개를 명령하고 범행에 사용된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을 압수했다. 박씨는 당초 검찰이 구형한 징역 1년 6개월보다 1년 높은 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들의 대학교 같은 과 친구로 6년간 친밀하게 지내왔는데, 범행으로 인해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지나친 사회적 관심의 집중으로 개인 신상정보와 사생활이 알려져 현재까지도 고통스럽고 불안한 생활을 하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등 2차 피해를 겪고 있다.”면서 “피해자가 피고인들에 대해 엄한 처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폭력특례법에 따르면 2명 이상이 저지른 특수준강제추행죄에 대한 법정형은 징역 3년, 양형기준은 징역 2년 6개월 이상이다. 재판부는 “박씨와 한씨의 경우, 찍은 사진을 삭제했고 배씨는 사과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참작하고 전과가 없는 점도 고려했지만 죄질이 중하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한 뒤 잠이 든 것으로 생각할 때마다 피해자를 추행했고, 잠자리를 옮긴 피해자를 쫓아가 계속해 추행한 점을 따져 상대적으로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무죄를 주장한 배씨에 대해서는 “방안으로 들어왔을 때 추행 장면을 목격하고 피해자의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해주려는 의도였다면 추행 행위를 제지했을텐데 직접 상의를 내려줬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지난 5월 21일 오후 11시 40분쯤 경기 가평군의 한 펜션에서 술에 취해 잠든 동기 여학생의 옷을 벗긴 뒤 가슴 등 신체를 만지고 촬영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5일 대학 측으로부터 학적에서 완전히 삭제돼 재입학할 수 없는 최고 수준의 징계인 출교 처분을 받았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Weekend inside] ‘도가니’ 공판 女검사 당시 일기 공개

    [Weekend inside] ‘도가니’ 공판 女검사 당시 일기 공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황당해하지 않지만 치가 떨린다.” 영화 ‘도가니’의 모델이 된 청각장애인학교인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의 재판에 참여했던 당시 공판검사 임은정(36·사법연수원 30기)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가 그때의 소회를 남긴 일기의 한 토막이다. 임 검사는 30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2007년 ‘도가니’ 실제 사건의 공판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감정에 대해 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2007년 공판검사로 당시 사건의 피해자들을 증인신문하고, 현장검증도 했다. 임 검사가 쓴 일기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2007년 3월 12일 6시간에 걸친 증인 신문 시 이례적으로 법정은 고요하다.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 어렸을 때부터 지속된 짓밟힘에 익숙해져버린 아이들도 있고, 끓어오르는 분노에 치를 떠는 아이들도 있고…. 눈물을 말리며 그 손짓을, 그 몸짓을, 그 아우성을 본다. 변호사들은 그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막을 수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본분을 다하는 것일 텐데. 피해자들 대신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 주는 것, 그리하여 이들에게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 변호사들이 피고인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해야겠지. 해야만 할 일이다. ●2009년 9월 20일 도가니… 베스트셀러라는 말을 익히 들었지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잘 아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걸 알기에…. 서점에 들렀다가 결국 구입하고, 빨려들 듯 읽어버렸다. 가명이라 해서 어찌 모를까. 아, 그 아이구나, 그 아이구나…. 신음하며 책장을 넘긴다.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면 한발 물러서서 사건을 바라봐야 하지만, 더러는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이 돼 버려 눈물을 말려야 할 때가 더러 있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 나왔다는 뉴스를 들었다. 2심에서 어떠한 양형요소가 추가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황당해하지 않지만 치가 떨린다…. 법정이 터져나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그 열기가, 소리 없는 비명이 기억 저편을 박차고 나온다.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대신 싸워 줘야 할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한 아우성이 밀려든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단독]도가니 관련 공판 검사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 올려

    [단독]도가니 관련 공판 검사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 올려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  영화 ‘도가니’의 모델 사건의 재판과정을 지켜봤던 임모 공판검사가 당시 남긴 일기의 한 토막이다. 임 검사는 30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광주 인화학교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에 대한 재판과 소설 원작이 나왔던 당시의 소감을 일기 형식으로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이다. 임 검사는 2007년 공판검사로 당시 사건의 피해자들을 증인신문하고, 현장검증도 했다.  그는 “속상한 마음도 있지만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을 반성하는 기촉제가 된다면,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또다른 ‘도가니’를 막을 수 있다면 감수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글을 소개했다.  임 검사는 2007년 3월 당시 6시간 동안 진행된 재판을 지켜보며 무력감과 분노를 함께 느꼈다. 그는 “변호사들이 그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막을 수 없었다.”면서 “피해자들을 대신해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2009년 소설 ‘도가니’가 나왔을 때도 임 검사는 감정이 동요됨을 또다시 느꼈다. 그는 자신이 공판검사로 참여했던 사건이 소설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설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당시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내가 대신 싸워줘야 할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한 아우성이 밀려든다.”며 검사로서 사명을 다시 한번 새겼다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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