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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도현의 꽃차례] 멧돼지 생존 입장문

    [안도현의 꽃차례] 멧돼지 생존 입장문

    10월 6일 대한민국 국방부는 멧돼지가 DMZ 남측 철책을 넘어오는 게 발견되면 즉시 사살하라는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10월 15일부터 군은 GOP 철책과 민간인출입통제선 사이에 사는 멧돼지를 사살하기 위해 민관군 통합 저격 요원을 운용한다고 밝혔습니다. 10월 17일 국방부는 이틀간 126마리의 멧돼지를 사살해 매몰 조치했고, 10월 25일 2차 민관군 합동 포획작전으로 132마리가 사살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합동포획팀 800명이 투입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군사작전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담당하는 농림수산식품부는 물론 야생 동식물을 관리하는 환경부까지 협조해 매우 긴박하고 치밀하게 진행됐습니다. 나쁜 바이러스 확산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하겠지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더이상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국가가 예방 차원에서 조치를 취한 거라고. 국가란 무엇입니까? 국가란 일정한 영토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인간이 조직한 공동체가 아닙니까? 우리도 인간이 행복하게 복지 혜택을 누리고 사는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우리의 숲에서 자식새끼들을 낳고 기르며 행복하게 살고 싶은 소박한 꿈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멧돼지로 살기 위해서는 어떤 열매와 나무뿌리를 먹어야 하는지, 어디에 가면 맑은 물이 솟는 연못이 있는지 우리도 아이들에게 훈육을 합니다. 숲이 우리의 국가이고 우리의 교실입니다. 인간들은 왜 우리의 공동체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것입니까? 사육되는 돼지와 우리 멧돼지는 같은 종이기는 합니다만 왜 모든 걸 돼지의 탓으로만 돌립니까?한국인들은 너무 많이 먹습니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50년 전에 비해 한국인들의 동물성 식품 섭취 비율이 7배나 올랐다고 합니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연간 1조원이 넘는 돈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의 헬스장은 성업 중이고 살을 빼기 위해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다이어트라는 말은 이제 초등학생들의 입에서도 일상어가 돼 버린 지 오래입니다. 멧돼지들도 가끔 먹이를 찾기 위해 도시를 방문한 것뿐입니다. 쓰레기장을 뒤지기도 하고 열린 식당 문으로 들어가 식당 안을 휘젓기도 했습니다. 어느 때는 트럭에 부딪치고 강을 건너다가 사살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인간을 해칠 생각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총이라는 무기를 소지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의 무기는 짧고 단단한 다리와 날카로운 엄니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왜 경찰을 동원해 우리에게 총구를 겨누는 것입니까? 풀잎에게는 풀잎의 입장이 있고, 멧돼지에게는 멧돼지의 입장이 있다는 것을 인간들은 알지 못합니다. 1854년 미국 대통령이 인디언들에게 땅을 팔라고 요청하자 인디언 추장 시애틀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짐승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모든 짐승이 사라져 버린다면 인간은 영혼의 외로움으로 죽게 될 것이다.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들에게도 일어나게 마련이다. 만물은 서로 맺어져 있다.” 우리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말은 참으로 서글픈 수사 같습니다. 멧돼지에 대한 대량 학살을 ‘성과’라고 자화자찬하는 나라에서 생물 개체의 다양성이 생태계를 건강하게 한다는 말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멧돼지로서 나는 요구합니다. 당장 돼지의 공장식 대량 사육 체계를 해체하기 바랍니다. 전국의 모든 삽겹살집에 폐업 조치를 내리기 바랍니다. 우리의 서식지를 까뭉개는 골프장을 폐쇄하고, 우리의 이동 경로를 차단하는 도로 공사를 즉각 중단하십시오. 국회는 국민에게 육류 섭취를 중단하고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법률을 제정하십시오(이러면 난리가 나겠지요). 이제 우리는 어떡해야 합니까. 숲이 늘어나서 멧돼지의 개체수가 늘어났으니 숲을 없애 달라고도 말하지 못합니다. 한국의 숲에 우리의 천적인 호랑이가 없으니 동물원의 호랑이를 풀어 달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멧돼지의 ‘멧’은 ‘산’(山)의 고유어인 ‘뫼’가 변형된 말입니다. 산과 숲이 우리의 국가라는 말입니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오니 걱정입니다. 산에 눈이 내리면 어미 멧돼지들은 끼니를 구하기 위해 하산할지도 모릅니다.
  • 이하늬 채식중단 “완전한 채식은 아니지만 여전히 지향”

    이하늬 채식중단 “완전한 채식은 아니지만 여전히 지향”

    이하늬가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이하늬는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신작 ‘블랙머니’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과거 채식을 한다고 밝혔던 이하늬는 “지금은 채식을 하고 있지 않다. 채식을 하다가 건강상 이슈가 있었다. 여전히 채식을 지향하지만 완전한 채식은 하지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러다가 최근에 요가 트레이닝하면서 한달 동안 완벽한 채식을 했다. 몸이 정말 유연해지면서 안 되던 동작이 가능해지더라”며 “다만 채식을 해야만 한다는 압박은 없다. ‘채식’을 언급하니까 자유로워지려고 시도했던 채식이 어느 순간 강박이 되거나 자유롭지 못하게 되기도 했다. 말을 내뱉는 순간 나를 속박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나는 채식주의자’라는 말은 하지는 않는다”면서 웃었다. 또한 “다만 채식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면 채식을 한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블랙머니’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의 신작이다. 이하늬는 극 중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 역을 맡았다. 오는 13일 개봉.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은행 입사 앞두고 캄보디아 배낭여행 영국 여성 감쪽같이 사라져

    은행 입사 앞두고 캄보디아 배낭여행 영국 여성 감쪽같이 사라져

    영국 로이드 은행 입사를 앞두고 캄보디아를 여행 중이던 여성 배낭여행자가 비치 파티를 즐기다 갑자기 사라졌다. 잉글랜드 서식스주 워딩 출신의 아멜리아 뱀브리지(21)가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눈에 띈 것은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코 롱 섬의 리조트에서였다. 언니(또는 여동생) 조르지 등이 영국에서 날아와 바다와 해변, 정글을 샅샅이 뒤졌으나 소지품을 해변에서 발견했을 뿐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함께 배낭여행을 하던 남자친구 라이언 해리스에 따르면 이렇게 며칠씩 연락이 안되는 것은 평소 조심스러운 몸가짐에 비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리스는 “그는 늘 일행과 함께 움직였다. 절대로 혼자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 롱 섬은 “아주 작은 곳”이어서 누구라도 2~3시간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는 곳이라고 영국 BBC가 26일 전했다. 해리스는 “밤에 친구와 헤어져도 20분 뒤면 만날 수 있고, 아무리 늦어도 다음날 아침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멜리아가 사라진 날, 다른 일행과 함께 이웃 섬에 놀러가 있었다며 자신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섬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멜리아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잠수부들이 동원돼 정글과 해변도 다 살펴봤다. 경찰이 세 차례나 수색대를 보냈고, 모두가 동원돼 온 섬을 뒤졌다”고 말했다. 조르지는 가족과 친척들이 절망의 늪에 빠졌다고 했다.가족들에 따르면 3녀 1남 가운데 한 명인 아멜리아는 지난달 27일 베트남인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베트남을 찾은 다음 아버지와 함께 캄보디아를 여행하다 아버지는 돌아가고 남자친구 해리스와 코 롱 섬을 찾았다. 호스텔에 묵는 친구들과 옛날에 경찰서가 가까이 있었다는 이유로 폴리스 비치로 불리는 곳에서 파티를 즐겼다. 조르지에 따르면 아멜리아는 2년 동안 열심히 저축해 취업 전 마지막 여행으로 이번 여행을 꼼꼼이 준비했다. 채식주의자이며 팔에는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소 문신을 하고 있다.한편 호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7명을 마치 사냥하듯 살해해 악명을 떨친 이반 밀랏이 27일 시드니의 한 병원에서 암으로 74세 삶을 접었다고 BBC가 보도했다. 밀랏은 1989년부터 1992년까지 7명의 배낭여행자들을 살해하고 시드니에서 남서쪽으로 120㎞ 떨어진 뉴사우스웨일스주의 벨랑글로 숲에 버린 혐의로 종신형을 살고 있었다. 연초에 말기 식도암과 위암 진단을 받았다. 경찰은 밀랏이 훨씬 많은 범행을 저질러놓고도 이에 대한 진술을 거부해 더 이상 수사를 진척시킬 수 없었다고 봤다. 그의 손에 희생된 배낭여행객들은 독일인 3명, 영국인과 호주인 둘씩이었다. 모두 19~22세 젊은이들이었다. 밀랏은 또다른 영국 청년 폴 오니언스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려 했으나 그가 달아나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체포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유제품 과다 섭취, 전립선암 위험 최대 76% 높인다

    [건강을 부탁해] 유제품 과다 섭취, 전립선암 위험 최대 76% 높인다

    유제품의 과도한 섭취가 남성의 전립선암 위험을 최대 76%까지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학계는 전립선암이 주로 치즈나 우유, 버터 등으로 칼슘을 섭취하는 서구권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발병한다고 판단해 왔다. 반대로 유제품 섭취량이 서구권에 비해 적은 아시아인들에게서는 전립선암의 발병 비율이 더 낮았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메이오클리닉 연구진은 더욱 자세한 연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2006~2017년까지 총 100만 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과 질병간의 관계를 밝힌 논문 47편을 재분석했다. 그 결과 채식주의자 또는 고기뿐만 아니라 우유와 달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에게서는 전립선암 위험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물성 식품 및 유제품을 섭취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전립선암 위험이 이전과 동일하거나 혹은 최대 76%까지 더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전립선암은 미국에서 폐암 다음으로 높은 암 사망률을 기록하는 질병이다. 매년 평균 3만 1620명이 미국 내에서 전립선암으로 사망하며, 사망자의 대부분은 66세 이상·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연구를 이끈 메이오클리닉의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유제품의 과도한 섭취가 유발하는 질병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이번 연구는 식물성 식품의 잠재적 이점에 대한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연구방법이 다양한 논문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분석이 제한적”이라면서 “향후 무작위 대조 실험 및 흡연과 운동 등 다른 생활양식 요인의 영향을 조사함으로써 이번 결과의 타당성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제품이 전립선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결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미국 임상영양학회지에 실린 남성 8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유제품 섭취량이 하루 400㎖(1~2잔) 늘어날수록 전립선암 위험도 7%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우유의 경우 하루 400㎖ 이하, 요구르트는 170~450㎖ 정도만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단백질원 섭취를 원한다면 유제품이 아닌 계란이나 생선, 콩 등으로 대체하라고 권장한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정골의학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Osteopathic Association)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한국의 툰베리들 “어른들이 내팽개친 기후위기, 우리에겐 현실”

    한국의 툰베리들 “어른들이 내팽개친 기후위기, 우리에겐 현실”

    “여러분은 헛된 말들로 내 꿈을 빼앗아 갔다” 스웨덴의 16세 ‘기후 투사’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달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던진 일갈에 세계의 청소년들이 공감하고 있다. 지난해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던 툰베리의 1인 시위는 ‘기후 변화를 위한 파업’이라는 이름으로 100여개국의 시민 수백만명을 거리로 불러냈다. 한국에서도 청소년들이 나서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세 차례나 벌였다.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기성세대와 달리 청소년들은 우리가 현재 겪는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지금 10~20대들은 탄소 배출을 가장 적게 하고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무겁게 짊어져야 하는 세대입니다. 이보다 더 절박한 당사자들이 있을까요?”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인 고등학생 김유진(17)양은 자신이 기후 변화를 위해 행동에 나선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7세 때부터 생태학자의 꿈을 키워 온 김양은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파괴를 목격하며 꿈의 좌절은 물론 생존의 위기감을 느꼈다. “저희에게는 이것이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일이에요. 저희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저희가 배제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김양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열린 유엔 청년기후행동회의에도 참석해 세계의 청소년들과 만났다. 김양은 “직접 가보니 기후 변화에 관심이 높은 10대들이 매우 많았다”며 “유엔이 젊은 세대를 위한 행사를 열었다는 것은 우리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결석 시위] 지난달 27일 김양과 같은 생각을 가진 청소년 500여명은 학교를 조퇴하고 광장으로 나왔다. ‘청소년 기후행동’이 주최한 ‘기후변화를 위한 결석시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툰베리가 시작한 기후 파업의 한국판이다. 조퇴 사유에 ‘집회 참석’이라고 쓸 수 없었던 학생들은 서울 견학, 체험 학습 등 다른 ‘핑계’를 적고 나왔다. 학생들은 종이 상자에 색연필로 직접 그린 피켓을 손에 들고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은 0점”이라며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이들은 12월 2일부터 칠레에서 열리는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 맞춰 오는 11월 말~12월 초 대규모 결석시위를 한 차례 더 한다. 정부를 상대로 기후변화 소송도 준비 중이다.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집단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절실함 때문이다. 문제를 미뤄 온 정책결정권자들이 나서길 기다리기보다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채연(17)양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어떤 발언을 하실까 궁금했는데, 모든 관심이 한미 정상회담에만 쏠려 있어 실망했다”며 “앞 세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 기후 위기가 우리의 과제가 된 것처럼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발 참여] 세계적으로도 기후 변화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담은 파리협정이 2015년 통과됐지만 미국이 탈퇴하는 등 협정 자체가 무력해진 지 오래다. 특히 한국은 기후 변화 대책에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게 환경 운동가들의 비판이다. 2016년 국제 기후변화 대응행동 연구기관들로부터 ‘기후 4대 악당’에 꼽혔고, 2018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석탄 소비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유일하게 증가하는 등 소비 관리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성세대가 팔짱만 낀 동안, 청소년들은 인터넷으로 현재 상태가 기후 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라는 사실을 공부했다. 툰베리의 유엔 연설 영상을 찾아보고, 해외 청소년 환경단체의 활동과 기후 위기 타파를 위한 행동 강령도 참고한다. 교과서에는 없는 사실들을 찾기 위해 외국 문헌도 뒤졌다. 김보림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협의체(IPCC) 보고서, 해양 보고서 등을 주기적으로 찾아보고 외국 비정부기구(NGO)의 원자료를 확인해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의 객관적 근거를 마련한다”…고 했다. 함께 행동할 친구들을 모으고 활동을 홍보할 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다. 김유진 양은 “SNS는 지금 젊은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한 무기”라며 “다양한 플랫폼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빠른 속도로 전국의 동료들을 모으는 도구”라고 말했다. [일상 변화]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의 일상을 바꾸고 이를 공유하는 청소년도 많다. 이채연양은 지난 9월 27일 결석시위 참여 이후 온실 가스를 줄이기 위해 채식을 시작했다. SNS 프로필도 시위 참여 사진으로 바꿨다. 강원 횡성에서 결석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에 다녀 온 윤정준(18)군도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후 즉석조리 식품과 페트병 생수를 끊었다. 쓰레기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고등학교 3학년인 윤군은 “툰베리처럼 어린 친구도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데, 하루 더 공부하는 것보다 기후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게 나의 삶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더 많은 친구들에게 알리려고 시위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고 했다. 윤군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올여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환경 운동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다. 윤군은 “기특하다는 칭찬도 감사하지만, 앞으로는 어른들이 진지하게 기후변화에 대한 제도적 실천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에서 에너지 문제까지 관심을 갖게 된 김민서(23)씨는 진로를 신재생 에너지 연구로 정했다. 스프링 제본 노트의 스프링 하나까지 재활용한다는 김씨는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장래 희망으로 이어져 신소재 공학을 전공했다”면서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부진한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기여하는 연구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 신재생 에너지 기자단으로 중고생들에게 관련 강의를 하는 등 이 분야의 인식 변화를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기성세대를 자극하고 있다. 지구 온도 1도 낮추기 캠페인 ‘괜찮아 지구야’에서 활동하는 강민하(9)양의 어머니 김상분씨는 “아이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텀블러를 늘 챙기고 분리수거도 더 철저하게 한다”면서 “아이들이 오히려 어른들의 행동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14년째 중학교에서 환경 과목을 가르치는 신경준 교사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한 학생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곧잘 환경에 대한 감성과 지식을 전달한다”면서 “전기 플러그를 빼는 작은 실천부터 부모님에게 먼저 알리고 실천하게 유도한다”고 전했다. [미래 교육]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과거 청년운동은 민주주의, 노사갈등, 일자리 등 물질적 가치 중심이었다면 최근 청소년 운동에서는 미래지향적이고 탈물질적인 흐름이 보인다”면서 “특히 기후 변화처럼 당파를 넘어 지구적 차원에서 전환이 필요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구는 위기에 처했는데 학교는 미래교육을 하지 못하니 학생들이 ‘공부해서 점수 따라’는 요구를 의미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성장주의·출세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기후, 이주, 인종 등 미래 이슈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사는 “기후 위기 시대의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이에 대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주 1회라도 지구 시민 교육을 목표로 하는 환경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우리가 순수해서 그렇다고요?” 비건 청소년 3인방이 말한다

    “우리가 순수해서 그렇다고요?” 비건 청소년 3인방이 말한다

    “눈으로 불편한 것을 입으로 즐거워할 수 없어”카페 문이 열리자 한껏 들뜬 목소리로 떠들며 들어오는 앳된 청소년들이 보였다. 자유로운 커트 머리에 세련된 안경을 낀 청소년들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듯 기대감에 부푼 표정으로 인사를 해왔다. 비건(완전채식주의자) 카페 사장님과도 친분이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안부 인사를 나눴다. 인터뷰에 앞서 비건 케이크와 음료를 고르라는 말에 이들은 환하게 웃었다. “여기는 이게 맛있어요”라며 마실 음료를 추천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비건 카페 ‘앞으로의 빵집’에서 비건 청소년 3명을 만났다.‘비행청소년(비거니즘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청소년)’을 운영하는 김가희(17) 양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박지은(17) 양 그리고 안윤재(16) 군은 모두 2~3년 차 비건 청소년이다. 김 양은 2개월 전 SNS에 청소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계정을 열었다. 서울·경기지역 그리고 광주지역의 비건 청소년 30여 명을 중심으로 이뤄진 온라인 모임이다. <서울신문>은 이들과 함께 한국에서 비건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나눴다. ●“모순적인 차별과 착취를 하고 싶지 않아요” 안 군은 ‘종 차별주의’라는 단어를 접한 뒤 비거니즘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종 차별주의’란 성별과 인종에 따라 차별이 있듯 종에 따라 차별하는 행위를 말한다. 김 양과 박 양도 마찬가지다. 박 양은 “나는 동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서 “근데 동물을 먹는다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이처럼 어떤 이유에서든 채식을 지향하는 우리나라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채식하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3~4%인 1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완전한 채식을 지향하는 비건(vegan)은 채식 인구의 3분의 1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는 “비건 청소년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과거보다 채식을 지향하는 젊은 2030 세대 가운데서도 특히 10대가 증가했다”라면서 “그 이유도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 동물권 등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거니즘(veganism)은 육류·생선 등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 채식 위주의 식생활뿐 아니라 의류와 화장품,생활용품에서도 동물에서 유래한 성분을 배제하거나 동물실험, 동물 착취 등에 반대하는 생활방식을 의미한다. ● 비거니즘 실천은 독립적인 주체로 서가는 과정 비건 청소년들은 비거니즘을 통해 학교 밖 세상을 보며 독립적인 주체로 서가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고 입 모아 말했다. 박 양은 “지금까지 부모님께 매우 의존하면서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비건이 된 후) 내가 주체적으로 비거니즘 활동에 참여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그 과정에서 나를 성찰하고 고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안 군도 “비거니즘을 지향하면서 같은 지역에 살고 같은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만나는 친구들이 아니라 지향하는 것이 비슷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다만, 비건 청소년들은 신념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어른들과의 관계가 제일 어려웠다며 청소년도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와 인식이 생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군은 “부모님은 나를 독립된 주체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의 신념을 얘기해도) 청소년이기 때문에 말대꾸로 받아들여 위축된다”고 말했다. 스스로 음식을 해먹는 게 당연하다는 안 군은 “부모님이 부엌에 들어가는 걸 통제하면 그냥 굶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양도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에서는) 내가 너무 어리고 순수해서 그러는 것”이라 치부했다고 털어놓았다. 주변에 자신의 생각과 선택으로 비거니즘을 지향한다고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선택에 진지하게 존중해주지 않은 것이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는 “학부모나 주변 어른들이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다”며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전통적 유교 중심국가다 보니 개인적 선호나 관심을 묵살하는 분위기가 채식을 하려는 학생의 선택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문화부터 사라져야” 김 양은 중학교 때 의무급식을 학교에서 먹을 때 거의 매일 맨밥만 먹어야 했다. 그는 “중학교 때 비건을 시작하고 나서 급식을 받으러 갈 때면 반찬은 모두 건너뛰고 맨밥만 받았다. 그리고 아리수 물을 받아 물밥만 먹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누군가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문화부터 사라져야 한다”면서 “급식뿐만 아니라 교복도 양털을 사용해 구매하고 싶지 않았지만 선택권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안 군도 “한국 급식문화는 폭력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매우 많은 학생들이 한 장소에 모여 똑같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먹는 것에 있어서도 자신이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권한 자체가 박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양은 “(그러기 위해) 환경문제와 동물권 문제를 학교 교과과목에 포함해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처럼 종일 학교에서 생활해야 하는 청소년들은 급식을 먹을 수밖에 없지만 급식은 이들에게 채식 선택권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광주시에서 ‘채식선택 급식’을 시범적으로 운행해온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는 “이들의 신념을 존중하고 건강한 비거니즘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급식을 제대로) 먹을 수 있게 지자체와 교육청에서 조례를 만들고 영양사를 지원해 비거니즘 신념을 가진 아이들을 비롯해 모든 학생들에게 채식선택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현재 급식에 채식선택권 개념이 없는 상황”이라며 “비거니즘을 삶의 신념으로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은 훨씬 더 부당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는 청소년 인권 차원에서도 (이들이) 동등한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하고 연결된다”면서 “채식선택권으로 정책에 변화가 생긴다면 비건 청소년들도 가족이나 학교에서 부당한 얘기를 덜 들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녹색당이 내년 초에 헌법소원을 제출할 예정인 ‘채식선택권’은 사회복지시설, 학교, 군대 등 공공급식을 제공하는 곳에서 채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요구하는 권리다. 현재 국회에서 ‘채식선택권 보장법’이라는 입법 추진도 준비중에 있다. 영상부 seoultv@seoul.co.kr
  • ‘붉은왜가리’ 1마리 의왕 왕송호에서 관찰

    ‘붉은왜가리’ 1마리 의왕 왕송호에서 관찰

    붉은왜가리(학명 Ardea purpurea) 1마리가 지난달 말부터 경기도 의왕시 왕송호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관찰됐다. 국내에서 극히 드물게 관찰되는 새로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나그네 새다. 주변에서 흔하게 관찰할 수 있는 회색의 왜가리와 달리 붉은왜가리는 몸 전체가 흑회색이고 목 부분에 적갈색과 검은색의 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 관계자는 가을철로 접어들며 붉은왜가리는 왕송호 수위가 낮아진 곳에서 다양한 먹이를 채식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계속 머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서울포토] ‘잔혹한 동물 대학살 중단하라’

    [서울포토] ‘잔혹한 동물 대학살 중단하라’

    동물해방물결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살처분되지 않으면 도살되는 축산피해 동물의 현실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은 “이번 퍼포먼스에선 실제 살처분 당시 발생하는 돼지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돼지로 분한 인간 퍼포머들이 대형 비닐 속에서 질식사하는 고통을 표현할 계획”이라며 “퍼포먼스 후 지나가는 시민에게 육식을 중단하고 채식을 권하는 탈육식 거리 캠페인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10.6.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서울포토] ‘돼지 살처분 중단하라’… 도살 중단 촉구 퍼포먼스

    [서울포토] ‘돼지 살처분 중단하라’… 도살 중단 촉구 퍼포먼스

    동물해방물결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살처분되지 않으면 도살되는 축산피해 동물의 현실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은 “이번 퍼포먼스에선 실제 살처분 당시 발생하는 돼지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돼지로 분한 인간 퍼포머들이 대형 비닐 속에서 질식사하는 고통을 표현할 계획”이라며 “퍼포먼스 후 지나가는 시민에게 육식을 중단하고 채식을 권하는 탈육식 거리 캠페인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10.6.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아프리카돼지열병 창궐 속 동물단체 “생매장 살처분 중단하라”

    아프리카돼지열병 창궐 속 동물단체 “생매장 살처분 중단하라”

    ASF로 돼지 산 채로 묻히는 데 반발“돼지 안락사 후 매몰해야” 주장“돼지들 극한 고통 겪다 죽어” 정부에 살처분 실태조사 요구고통나눔 ‘12시간 단식’ 동참 호소치료약이 없는 가축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해 발생 농가들을 중심으로 상당 수의 돼지들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되는 가운데 동물보호단체들이 “불법 생매장 살처분을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가축 전염병 확산과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 “완전한 채식에 동참해달라”고 주장했다. 동물권단체 케어와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세계 농장동물의 날’인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류인플루엔자·ASF와 같은 가축전염병 발생을 막고, 구조적이며 끔찍한 동물 학대를 없애는 길은 비건 채식”이라고 밝혔다. 비건 채식은 고기·생선·우유·달걀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을 의미한다. 이들은 “농장 동물들은 공장식 축산과 감금틀 사육으로 온갖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건강한 생명존중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건 채식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안락사 후 매몰’이라는 정부의 살처분 규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돼지가 산 채로 땅속에 묻히고 있다며 “불법 생매장 살처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동물권단체 카라는 같은 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매장 살처분 중단과 인도적 기준 준수로 농장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라”고 방역 당국에 요구했다.이들은 “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얼마나 많은 돼지가 산 채로 땅속에 묻혀 극한의 고통을 겪다 죽는지 제대로 확인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매장 살처분 영상이 보도된 뒤 정부에 정확한 실태 파악과 함께 생매장 살처분이 일어나지 않도록 즉각 조치할 것을 주문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 농장동물의 날인 오늘 대한민국의 모두에게 농장 동물의 고통을 나누기 위한 12시간 단식 동참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국내 처음 발병했다. 이후 연천, 김포, 강화 등 모두 4개 시·군에서 10개 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병은 가축간 전염성이 강하고 백신과 같은 치료제가 전혀 없어 폐사율이 10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정부는 돼지 살처분과 가축일시이동금지명령을 통해 추가 피해 확산을 막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전염병으로 지난 1일 오전 6시 기준 9만 8000마리의 돼지가 살처분 대상이 됐으며 이날 현재까지 총 11만 마리로 살처부 대상 돼지수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첫 발병지인 경기도에서는 이미 지난 17~23일 사이 27개 농가에서 5만 5000여마리를 살처분했다. 도내 살처분, 매몰 작업에 투입된 공무원, 군경, 용역직원 등 인력은 1300명이 넘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살처분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서울광장] 기후 위기와 ‘툰베리 세대’/이순녀 논설위원

    [서울광장] 기후 위기와 ‘툰베리 세대’/이순녀 논설위원

    노벨상의 계절이다. 노벨위원회는 오는 7일부터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6개 부문 수상자를 발표한다. 각 분야에서 누가 상을 받을지 관심이 쏠리지만, 그중에서도 인류 평화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평화상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가장 크다. 올해 노벨평화상(11일 발표)에 각별히 주목할 이유가 있다.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역대 최연소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가 수상한다면 2014년 17세의 나이로 평화상을 받은 파키스탄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기록을 경신한다. 전 세계 청소년 환경운동의 아이콘이 된 툰베리는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무명의 학생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불과 1년 만에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를 수 있었을까. 시작은 2018년 8월 20일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 1인 시위였다. 3주간은 매일, 이후엔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한 채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피켓을 들고 정치권에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했다. 툰베리의 결석시위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이름으로 10대 학생들 사이에 급속도로 번졌다. 말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기성세대에 실망과 분노를 느낀 전 세계 수백만명의 청소년들이 국경과 대륙을 넘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툰베리는 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데 이어 올 1월 다보스포럼, 2월 유럽연합 연설을 통해 각국 정부에 기후변화 대비를 촉구했다. “지도자들이 희망에 차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당장 행동하길 바란다”는 툰베리의 명쾌하고 단호한 주장은 큰 울림을 줬다. 툰베리 연설의 백미는 지난달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다.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다. 대멸종의 시작점에 와 있는데도 여러분은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 신화 얘기만 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길 선택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오고 있다.” 최근 번역 출간된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에는 툰베리가 어떻게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잘 기록돼 있다. 여덟살 때 학교 수업 시간에 해양 오염을 다룬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툰베리는 스스로 각종 자료를 찾아서 기후변화 문제를 공부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삶의 방식도 적극적으로 실천했다. 온 가족이 채식주의자가 됐고, 비행기 여행을 포기했다. 그러다 지난여름 스웨덴에 기록적인 폭염과 대규모 산불이 겹치자 세상 밖으로 나와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에 대한 경보음을 울린 지 벌써 40년이 됐다. 1992년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기본협약’을 시작으로 각 나라의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머리를 맞대 왔지만 전망은 암울하다. 정부간기후협의체(IPCC)는 현재 속도로 온난화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 사이에 지구온도 상승 마지노선인 1.5도가 무너진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2100년까지 1.5도를 유지하려면 2030년 이내에 온실가스 배출을 45% 줄이고, 2050년에는 0%를 달성해야 한다. 이번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프랑스, 독일 등 60개 나라의 정상들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앞다퉈 발표했지만 낙관은 성급하다. 온실가스 배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꿈쩍하지 않는다면 목표량 달성은 요원하다. 미국은 “기후변화는 사기”를 주장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보란 듯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중국도 온실가스 감축을 내세우고 있지만,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 짓고 있다. 해수면 상승, 폭염과 태풍 등 기상이변, 생태계 파괴 등 기후 위기가 이미 눈앞에 닥쳤는데도 한가하기 짝이 없다.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맞춰 지난달 20~27일 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기후시위를 주도한 세력은 10대 청소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금요일 500여명의 청소년이 광화문에 모여 피켓 시위를 했다. 이른바 ‘툰베리 세대’의 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어른들이 아닌 자신들의 문제로 여기는 세대다. 이들은 말한다. “당장 내일 우리 집에 불이 날 수 있다. 더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다가올 미래의 주인인 그들의 외침을 언제까지 외면할 건가. coral@seoul.co.kr
  • “동물은 상품 아닌 생명… 오늘은 ‘육식 없는 하루’ 보내세요”

    “2일 세계농장동물의날 하루만이라도 농장 동물이 상품 아닌 생명이란 사실을 기억합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매일 돼지 수만 마리가 살처분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농장동물의날을 맞아 각 동물 단체들이 생명 존중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매년 10월 2일은 농장 동물의 고통을 기억하고 생명으로 존중하기 위해 국제 동물보호단체들이 세계농장동물의날로 지정했다. 동물권 단체 카라는 1일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생명존중 시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열고 시민들에 ‘육식 없는 하루’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최민경 카라 활동가는 “어미 돼지들이 몸을 돌릴 수도 없는 ‘스톨’이라는 틀에 갇혀서 출산과 수유만 하며 살다가 이제는 전염병에 영문도 모른 채 대량 살처분되고 있다”면서 “끔찍하고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육식 줄이기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역시 같은 취지로 2일 광화문 광장에서 생매장 살처분 금지와 채식 촉구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ASF 돼지 살처분 현장을 확인해보니 가스 안락사 처리가 완벽히 되지 않아 많은 돼지들이 산 채로 묻혔다”면서 “포크레인에 집혀 옮겨지면서 고통에 몸부림치고 울부짖는 돼지들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긴급행동 지침에 맞지 않는 불법 생매장·살처분을 중단하고 인도적 안락사를 통한 살처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들은 “더 싸게 더 많이 먹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물건 취급을 받는 농장 동물의 현실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한다. 비좁은 공간에서 대량으로 길러지는 ‘공장식 축산’과 ‘감금틀 사육’ 환경이 대표적이다. 알을 낳지 못하는 수평아리는 태어나자마자 분쇄기로 보내진다. 수퇘지는 생후 5일이면 고기 냄새를 제거한다는 이유로 마취 없이 고환을 제거당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러한 동물 생명 경시 배경에는 과도한 육식이 있다고 꼬집는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약 12억 마리의 동물들이 고기, 우유,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 희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활동가는 “세계농장동물의날이 궁극적으로는 과도한 육식을 줄여 동물 복지가 실현되는 배경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동물은 상품 아닌 생명, 오늘은 ‘육식 없는 하루’ 보내세요”

    “동물은 상품 아닌 생명, 오늘은 ‘육식 없는 하루’ 보내세요”

    ‘세계농장동물의 날’ 생명 존중 캠페인생매장 살처분 금지해야 “2일 세계농장동물의날 하루만이라도 농장 동물이 상품 아닌 생명이란 사실을 기억합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매일 돼지 수만 마리가 살처분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농장동물의날을 맞아 각 동물 단체들이 생명 존중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매년 10월 2일은 농장 동물의 고통을 기억하고 생명으로 존중하기 위해 국제 동물보호단체들이 세계농장동물의날로 지정했다. 동물권 단체 카라는 1일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생명존중 시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열고 시민들에 ‘육식 없는 하루’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최민경 카라 활동가는 “어미 돼지들이 몸을 돌릴 수도 없는 ‘스톨’이라는 틀에 갇혀서 출산과 수유만 하며 살다가 이제는 전염병에 영문도 모른 채 대량 살처분되고 있다”면서 “끔찍하고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육식 줄이기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역시 같은 취지로 2일 광화문 광장에서 생매장 살처분 금지와 채식 촉구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ASF 돼지 살처분 현장을 확인해보니 가스 안락사 처리가 완벽히 되지 않아 많은 돼지들이 산 채로 묻혔다”면서 “포크레인에 집혀 옮겨지면서 고통에 몸부림치고 울부짖는 돼지들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긴급행동 지침에 맞지 않는 불법 생매장·살처분을 중단하고 인도적 안락사를 통한 살처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들은 “더 싸게 더 많이 먹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물건 취급을 받는 농장 동물의 현실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한다. 비좁은 공간에서 대량으로 길러지는 ‘공장식 축산’과 ‘감금틀 사육’ 환경이 대표적이다. 알을 낳지 못하는 수평아리는 태어나자마자 분쇄기로 보내진다. 수퇘지는 생후 5일이면 고기 냄새를 제거한다는 이유로 마취 없이 고환을 제거당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러한 동물 생명 경시 배경에는 과도한 육식이 있다고 꼬집는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약 12억 마리의 동물들이 고기, 우유,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 희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활동가는 “세계농장동물의날이 궁극적으로는 과도한 육식을 줄여 동물 복지가 실현되는 배경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삶과 죽음이 ‘흰’ 안에 담겨 있죠” 스웨덴 독자들, 한강에 빠져들다

    “삶과 죽음이 ‘흰’ 안에 담겨 있죠” 스웨덴 독자들, 한강에 빠져들다

    “한국어에는 흰색을 말하는 두 개의 형용사, ‘흰’과 ‘하얀’이 있습니다. ‘흰’ 안에는 슬픔도 있고 삶과 죽음도 있고 소슬한 느낌이 있죠. 예를 들어 우리가 죽은 사람을 기릴 때 입는 옷을 소복이라고 하는데, 그 옷은 ‘하얀 옷’이라기보다는 ‘흰옷’이에요.”스웨덴어 ‘vita’는 우리에겐 ‘흰’이자 ‘하얀’이다. 그중 ‘흰’이라는 단어로 소설과 산문시와 에세이를 넘나드는 책을 펴낸 작가의 말에 청중들은 빠져들었다. 27~28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쳐 2019 스웨덴 예테보리국제도서전에서 독자들과 만난 한강(49) 작가의 얘기다. 전날은 ‘사회역사적 트라우마’라는 주제로 진은영 시인, 스웨덴 저널리스트·작가와 함께, 이튿날은 단독으로 세미나에 나섰다. 한 작가의 소설은 스웨덴에서만 맨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를 포함해 ‘소년이 온다’, ‘흰’ 등 3권이 번역 출간됐다. 세미나에서는 스웨덴에 가장 최근 나온 ‘흰’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지난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됐던 ‘흰’은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은 언니의 사연을 다뤘다.‘흰’을 쓴 배경을 묻는 질문에 작가는 “2014년 5월 ‘소년이 온다’가 출간될 즈음 ‘하얀 것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어느 날 오후 아이가 태어나면 처음 입는 배내옷, 그 위를 감싸는 강보, 눈, 겨울, 달, 엄마의 젖, 소금, 물에 반짝이는 흰빛 같은 근원적인 것들을 지나 죽을 때 입는 수의와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입는 상복까지 리스트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흰’을 쓰는 데는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의 체류 경험도 한몫했다. 그는 “20세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많은 상처를 남긴 시간이었다”며 “한국에서는 전쟁부터 1980년 광주 5월과 2014년 봄에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애도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여러 의미를 담아 소설을 썼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애초에 우리는 정치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을 분리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 그는 “‘소년이 온다’가 역사적인 사건을 담고 있지만 굉장히 개인적인 책이고 ‘채식주의자’는 정확히 꿰뚫을 수 없는 한 여자의 내면을 따라가는 작은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적인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 작가가 참석한 세미나는 첫날 120석, 둘째날 375석이 모두 꽉 찼다. 한 작가의 번역본을 모두 읽었다는 문학교사 프리다 퍼네스텐(42)은 “특히 ‘흰’이 가진 시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돼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추천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기다려 한 작가의 사인을 받아 간 중학교 역사교사 세실리아 거트(45)는 “‘흰’과 ‘하얀’의 뉘앙스가 다르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학생들에게 서양의 역사가 아닌 다른 세계의 역사를 전하기 위해서도 한강의 책을 읽겠다”고 말했다. 예테보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북극곰이 울고 있다… 지금 당장, 음식물 쓰레기부터 줄여라

    북극곰이 울고 있다… 지금 당장, 음식물 쓰레기부터 줄여라

    플랜 드로다운/폴 호컨 지음/이현수 옮김/글항아리 사이언스/644쪽/3만 6000원 예상하지 못했던 폭염과 혹한, 상상을 초월하는 폭우와 폭설, 그리고 그 이변으로 인한 이재민과 좀처럼 회복할 수 없는 극도의 상실…. 매일같이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과 그로 인한 대규모의 피해 소식이 들려오면서 지구 멸망의 위기론이 풍성하다. 그런 절박함 속에 세계 각국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연대의 운동에도 함께 나서 보자고 외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실천은 별로 없는 형편이다. 이대로 닥쳐 오는 지구 멸망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까. 아니면 각자가 뭔가를 해야만 할까. 신간 ‘플랜 드로다운’은 기후변화의 암울한 징후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금 바로 각자가 제 위치에서 뭔가를 해보자는 방법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미국의 기업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폴 호컨이 22개국의 세계적인 기후·환경 전문가 70명과 머리를 맞대 도출해 낸 현실적인 대응책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우리는 지구온난화가 왜 일어나는지 이미 알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한다.” ‘사람들은 이미 현실에서 숱하게 겪고 있는 이상 현상의 원인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지적한 이 책은 탄생부터가 예사롭지 않다.저자인 폴 호컨은 20여년 전부터 지구온난화를 막고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무엇을 할지를 전문가들에게 묻곤 했다. 번번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라는 허망한 답변만 되돌려받던 중 22개국 70명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드로다운’을 가동하기 시작, 마침내 기후변화를 막을 100가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도달했다. 그 대책들을 묶은 게 이 책이다. ‘드로다운’(drawdown)이란 온실가스가 최고조로 달한 뒤 매년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가리킨다. 가장 도드라진 점은 기후온난화의 위험성 지적에 그치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을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데 있다. 에너지, 식량, 여성, 건축과 도시, 토지이용, 교통체계, 재료 및 원료 등 광범위한 부문에 걸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지침들을 소개한다. 각 솔루션에 대한 소개로 시작해 2050년까지 달성 가능한 온실가스 배출 절감 효과도 추산한다. 그러면서 각 분야에서 탄소 저감에 가장 효과적인 매뉴얼이 무엇인지 소상하게 들려 준다. 이 책에서도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역시 화석연료다. 화석연료는 트랙터, 어선, 수송, 가공, 화학 처리, 포장, 냉동, 슈퍼마켓, 부엌에 연료를 공급한다. 그래서 에너지에 관해서 화력발전을 대체하는 기술과 전략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풍력, 지열, 태양광, 파력, 조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의 가능성이 들어 있다. 저자는 특히 식품과 음식에 큰 방점을 찍고 있다. 농업에서 삼림 벌채, 음식물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식품 관련 배출에 축산까지 보태면 우리가 먹는 음식이야말로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한다면 2050년까지 70.53Gt(기가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피하고,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66.11Gt의 배출을 피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1Gt은 40만개에 달하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에 물을 가득 채웠을 때의 양이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비행기와 자동차 등 수송 체계의 대전환도 중요하다. 잘 알려졌듯이 수송 부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3% 정도를 차지한다. 지금 예상대로라면 도시 대중교통 이용률 감소는 21%까지 향상된다. 하지만 연구진은 2050년까지 이를 40%로 높인다면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6.6G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실제로 전기자동차 사용이 2050년까지 총여행 거리의 16%까지 늘어난다면 연료 연소로 인한 10.8G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 “불가항력적인 게 아니라 변화를 이루고, 혁신하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세계로의 초대장”이라고 지구온난화를 정의한 폴 호컨은 이렇게 못박고 있다. “지구온난화 그것은 진보의 의제도, 보수의 의제도 아닌 인간의 의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돼지열병 확산에… 다시 떠오르는 동물권

    밀집 사육 상태서 감염병 피해 증폭 생매장서 가스 안락사로 살처분 변화 근본적 고민으로 윤리적 식습관 퍼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가축의 열악한 사육 환경을 둘러싼 논란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과도한 육식 문화가 낳은 밀집 사육 방식이 전염병 위험성을 키웠으며 전염병이 발생하면 가축을 산 채로 땅에 묻는 등 잔혹하게 대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전문가들은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ASF가 유행하게 된 원인으로 열악한 사육 환경을 꼽았다. 생명 존중보다 가격 경쟁력만 우선시한 일부 농장주와 소비자의 인식이 감염병 관리를 구조적으로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생산성을 추구하는 공장식 축산 탓에 질병이 유행하기 쉬운 환경이 됐다”면서 “사료·분뇨 처리 등 각 단계가 분업화돼 담당 차량이 수시로 농가들을 드나드는데, 이때 바이러스를 옮길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ASF의 유입 경로로 의심됐던 ‘음식물 쓰레기 잔반 사료’도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만들었다”며 “이 때문에 동물의 질병 감염 위험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ASF는 바이러스성 질병이기 때문에 발병 자체는 사육 환경과 관련이 없다”면서도 “밀집 사육을 하는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염 동물을 최소한의 배려 없이 살처분하는 것도 고질적 문제다. 과거 구제역이나 조류독감(AI) 등이 유행하면 소, 돼지, 닭 등을 생매장해 ‘잔인하다’는 비판과 함께 환경오염, 작업 공무원의 트라우마 문제 등이 발생했다. 다만 지난 17일 ASF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파주시 농장의 돼지들은 가스를 통해 안락사됐다. 임시 우리를 만들어 돼지들을 몰아넣고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하는 방식을 썼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돼 ASF가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많은 돼지를 이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ASF 확진 이후 동물단체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나리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는 “살처분 방식이나 방역뿐 아니라 왜 이런 축산 질병이 생겼는지 근본적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먹기 위해 동물을 사육하고, 병에 걸리면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 상황을 목격한 뒤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바꾸려고 하는 소비자도 있다. “과도한 육식 문화 탓에 밀집 및 비위생적 사육 방식이 횡행한다”는 문제의식을 느껴 채식을 선택하는 식이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는 성윤지(22)씨는 “살아 있는 동물인데 상품 가치가 떨어졌다고 한꺼번에 생매장하는 건 비인도적이라는 생각에 나부터 육식을 줄이자고 생각했다”고 채식의 취지를 밝혔다. 우 교수는 “가축을 도축하지 말자고 말할 순 없지만 동물들이 살아 있는 동안이나 도축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13세 소년 몸무게가 29㎏, 집에서 뛰쳐나와 “살려달라”

    13세 소년의 몸무게가 29.4㎏ 밖에 나가지 않는다면 문제가 심각할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크레스틀라인에 사는 존 P와 카트리나 밀러 부부가 아들을 심각한 영양 실조 상태에 빠뜨려 집에서 달아나게 만든 혐의로 크로퍼드 카운티 검찰에 기소됐다고 일간 USA투데이가 10일(현지시간) 전했다. 매트 크롤 검사는 부모의 집을 탈출했던 아이가 콜럼버스의 네이션와이드 아동병원에 입원해야 했다며 “아몬드와 바나나, 포도만으로 이뤄진 엄격한 채식주의 식단을 강요받아” 하루 세 끼를 모두 30분 안에 먹도록 강요받았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에 제기된 혐의 모두에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둘은 22년 6개월 징역형을 언도 받게 된다고 크롤 검사는 덧붙였다. 그는 이어 “친부이지만 존은 아들이 강요한 방식으로 먹지 않으면 폭행을 일삼았다”고 전했다. 새 어머니는 구금됐다가 풀려났는데 세살배기 아이를 데려와 한집에서 지냈다. 그 아이 역시 영양실조 상태이긴 했지만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다. 큰 아들은 홈스쿨링을 받아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가족은 교회를 다녔는데 큰 아들은 늘 몸이 부실한 것을 감추려는 듯 옷을 겹겹이 껴입고 나타났다. 앞으로 2-3주 더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둘째 아들은 결핵과 소아암으로 투병했지만 적절한 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부는 크로퍼드 카운티 형사법원에 출두했으며 둘에게는 각각 50만 달러의 보석금이 책정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동물학대 들먹이면서 동물실험은 정당한가

    동물학대 들먹이면서 동물실험은 정당한가

    동물 윤리 대논쟁/최훈 지음/사월의책/436쪽/2만 2000원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신약을 만들고자 행하는 동물실험은 정당한가. 동물원에서 동물을 가둬놓고 구경하는 일은 옳은 일인가. 애완동물을 키우는 일은 또 어떤가. 이런 대답이 가능하겠다. “동물실험으로 얻는 이익이 막대한데, 그 정도 희생은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동물원 없이 동물을 사진으로 봐야 하나. 아니면 사자를 보려고 아프리카까지 가야 하는 건가?” “애완동물에게 따뜻한 집도 제공하고 먹이도 주고 사랑으로 잘 보살펴주는데, 그게 나쁜가?” 최훈 강원대 교양학부(철학) 교수의 신간 ‘동물 윤리 대논쟁’은 이런 생각들을 바늘처럼 콕콕 찔러댄다. 육식이라든가, 동물 학대 정도만 생각했지 동물 윤리 문제를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이들에게 아주 당혹스러운 책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2012년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로 동물권과 채식에 관한 주장을 내놓고, 2015년 ‘동물을 위한 윤리학’으로 동물 윤리 담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작에서 동물의 도덕적 지위와 육식의 정당성을 따져본 저자는 이번 책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동물을 둘러싼 열 가지 철학 논쟁’이라는 부제목대로, 동물실험, 동물 장기의 인간 이식, 동물원, 애완동물 등 동물 윤리 관련 총체적인 논쟁을 벌인다. 문제마다 철학적 논증을 거쳐 결론에 이르는 점이 돋보인다. 예컨대 동물실험에 관해서는 ‘동물에게 해를 가하는 일이니 나쁘다’는 식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동물실험을 찬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물실험이 성공한다는 가정을 세워두고, 이에 따라 인간에게 막대한 이익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실패한 사례도 많다. 1950년대 입덧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복용한 산모에게서 기형아가 1만여 건이나 태어나 사회적 논란이 된 탈리도마이드를 비롯해 합성 에스트로겐, 티클리트, 렉사르, 쎄레브렉스 등을 거론한다. 이런 약물은 동물에는 부작용을 보이지 않지만, 인간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는 긍정오류의 사례다. 이런 사례들이 우리가 성공 사례만 보고 믿는 이른바 ‘정상 과학’의 신화 속에 가려진 ‘이상 현상’이고, 이를 동물 윤리를 외면하게 하는 패러다임의 위기로 본다.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이 패러다임을 벗어나 대체 가능한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동물원 환경이 열악해 동물들이 고통받으니 풀어줘야 한다는 식의 감성적인 주장을 하지 않는다. 저자는 동물원의 목적을 오락, 교육, 연구와 종 보전으로 세분하고 나서 이들의 불합리함을 하나하나 반박한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면 결국 야생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만 동물원이 운영될 수 있으며, 그마저 오락의 목적으로만 가능하다는 결론을 마주한다. 애완동물에 관한 논증은 아주 날카로운 데다가, 1000만 반려동물 시대에 아주 뜨거운 논쟁을 부를 수도 있다. 저자는 애완동물에 관해 프루와 워치니안스키의 ‘장난감 모형’과 ‘피보호자 모형’, 여기에 제3의 모형인 ‘반려모형’을 든다. 특히 최근에 주목받는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에 관해 “구입하거나 분양을 받는 존재, 탄생 때부터 죽을 때까지 주인에게 의존하고 주인의 선택에 일방적인 관계임에도 ‘반려’라고 부를 수 있느냐?”라고 꼬집는다. 실제로 인간이 원하는 형질을 만들고자 선택적 교배를 해 태어난 애완동물은 태어날 때부터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 이런 고통을 알면서도 태어나게 하는 인간이 위선적이지 않는지 되묻는다. 동물 학대 반대 운동에 관해서도 “동물이 학대받는 현실에만 주목하고 애완동물 자체가 윤리적으로 왜 그른지 반성하지 않는다”며 일침을 날린다. ‘동물은 동물답게 살아갈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동물권을 초반에 탄탄하게 깔아두고 철학적 논증이 이어진다. 이를 토대로 우리가 그동안 별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혹은 외면했던 동물 윤리 문제들에 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동물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했는지, 아니면 민감한 문제는 외면했는지 돌아보게 될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채식주의자, 뇌졸중 위험 20% 더 높다 (연구)

    [건강을 부탁해] 채식주의자, 뇌졸중 위험 20% 더 높다 (연구)

    건강을 위해 채식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다음의 연구결과에 주목하는 것이 좋겠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이 평균 연령 45세의 영국인 4만 8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평균 18년간 식습관과 건강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참가자 중 2만 4428명은 고기를 먹는 사람이고, 7506명은 페스코테리언(해산물 외의 동물성 식품은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 1만 6254명은 동물성 식품은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다. 연구진에 따르면 연구가 진행되는 18년 동안 관상동맥성심장병의 발병사례는 2820건, 뇌졸중 발병사례는 1072건이었다. 이후 흡연 여부와 운동량 등의 요소를 종합한 결과, 고기뿐만 아니라 우유와 달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비건)를 포함한 채식주의자 전체는 고기를 먹는 사람보다 뇌졸중 위험이 2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채식주의자들에게서 유독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지나치게 낮거나, 고기로 섭취할 수 있는 영양분이 체내에 부족해서 발생하는 증상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뇌졸중 발병과 연관이 깊은 비타민 B12와 같은 영양소의 결핍이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산물 외의 동물성 식품은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인 페스코테리언에게서는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해산물을 섭취하는 페스코테리언의 경우 일반 채식주의자 만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지 않았다. 또 비타민 B12의 결핍도 보이지 않았다”면서 “해산물로부터 비타민 B12의 충분히 섭취한 것이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채식주의자와 비건은 B12와 같은 영양소를 보충제 등을 통해서만 섭취하기 때문에 뇌졸중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채식주의자가 고기를 먹는 사람에 비해 모든 질병의 위험이 높은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채식주의자와 비건은 고기를 먹는 사람에 비해 관상동맥성심장병의 위험이 22% 낮았으며, 해산물을 먹는 페스코테리언의 경우 13% 더 낮은 것을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캠브리지대학의 영양학 전문가 스테판 버제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채식 위주의 식습관이 누구에게나 건강상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다”면서 “건강을 고려해 채식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식습관과 생활습관 등을 추가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영국의학저널(BMJ) 4일자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몇년 넘게 감자칩만 먹은 영국 19세 청년 “앞이 안 보여요”

    몇년 넘게 감자칩만 먹은 영국 19세 청년 “앞이 안 보여요”

    몇년 넘게 감자칩 등만 먹은 영국의 10대 청소년이 시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는 BBC 방송 기사는 매우 충격적이다. 브리스톨의 안과 의사들이 초등학교를 마친 뒤부터 프렌치프라이, 프링글스, 흰빵에다 이따금 햄이나 소시지 몇 조각을 먹었을 뿐 과일이나 채소를 일절 먹지 않은 청년이 17세 때부터 시력이 급격히 나빠져 지금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3일 보도했다. 극심한 비타민 결핍증과 영양 불균형의 결과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청년이 청력도 좋지 않다고 보도했는데 BBC는 시력만 언급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에게는 14세 때 좋지 않은 전조가 있었다. 지치고 몸이 좋지 않아 주치의를 찾았다. 당시 이미 비타민 B12 결핍증 진단을 받고 보충제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치료를 받거나 형편없는 식단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3년 뒤 브리스톨 안과병원에 갔는데 진행형 시력 상실로 진단됐다고 미국에서 발간되는 내과학 저널 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 journal)가 소개했다. 데니즈 에이탄 박사는 “그의 식단은 근처 피시 앤드 칩스 식당의 칩스에만 의존했다. 프링글스 같은 크리스프류도 먹고 때때로 흰빵 슬라이스와 정말 이따금 햄 몇 조각을 들었다. 정말로 과일이나 채소는 전혀 먹지 않았다”면서 “그는 섬유질 음식은 정말로 못 넘기겠다며 칩스와 크리스프류가 먹고 싶고 먹을 수 있다고 느끼는 유일한 음식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40대인 그의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도시락에 과일이나 채소도 넣어줬지만 전혀 손대지 않았다”면서 “시력 손상을 고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악몽이었다. 대학에 들어가 정보기술(IT) 관련 과정을 시작했으나 아무것도 듣고 볼 수 없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에이탄 박사 등은 그를 정밀 검진한 결과 비타민 B12 뿐만 아니라 구리, 셀레늄, 비타민D 등이 극히 낮은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고 과체중도 아니었다. “뼛속의 미네랄이 모두 빠져나가 그 나이 또래 사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랐다. 정말로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까? 법정 장애인으로 등록할 기준은 이미 넘겼다. 정면을 응시했을 때 오른쪽을 전혀 보지 못해 운전을 할 수 없고, 읽거나 TV를 보거나 얼굴을 분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다만 주변을 볼 수 있어 스스로 걸어다닐 수는 있다. 만약 조금만 일찍 발견했더라면 영양 문제로 시작한 시신경 손상은 치유할 수 있었는데 방치하는 바람에 시신경 속의 신경섬유가 죽어 영원히 치유하지 못할 수 있다. 에이탄 박사는 다행히도 이런 사례는 아주 희귀하다면서도 부모들은 자녀의 지나친 편식을 방치하면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라고 권했다. 또 이런 일이 걱정되는 이라면 당장이라도 매일의 식단에 한두 가지 새로운 음식을 집어넣으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비타민보충제는 어디까지나 보완할 뿐이며 건강한 식습관을 대신하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또 비타민A 같은 일부 비타민은 독이 될 수도 있어 남용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채식도 육류를 대신할 수 있는 영양소를 섭취하지 않으면 비타민 B12 결핍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리얼, 설탕을 넣지 않은 콩 음료, 고기와 수프의 조미료로 쓰는 이스트인 마마이트 등이 비타민 B12를 강화해준다. 영국식단협회 대변인이며 상담 영양사인 레베카 맥마나몬은 “2016년 이후 영국 정부가 완전 식품으로부터 얻기 힘든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는 비타민 D 보충제를 하루에 10마이크로그램(국제단위로는 400) 먹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을 유념할 가치가 있다”면서 “복합 비타민 보충제는 다섯 살 생일을 지난 뒤부터 모든 어린이들이 먹도록 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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