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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조선통신사 일본과 통하다(손승철 지음, 동아시아 펴냄) 조선통신사를 통해 조선과 일본은 외교문제를 해결하고 물자와 문화를 교류했으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통신사의 규모는 400명선. 평균 30년에 한번씩 일본을 방문한 통신사 행렬은 일본인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통신사를 조공사로 취급했다. 이 책은 왜구의 약탈이 시작되는 1350년부터 부산왜관이 무력으로 점령되는 1872년까지 조선시대 520년간의 한·일 관계사를 통시적으로 다룬다.1만 2000원.●신의 아들 홍수전과 태평천국(조너선 스펜스 지음, 양휘웅 옮김, 이산 펴냄) 아편전쟁과 함께 근대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중국은 무기력하게 영국에 패하면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이 외부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내부 갈등이 폭발한다. 태평천국의 난 혹은 태평천국운동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전란이었다. 학자들은 이 사건으로 무려 2000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한다. 이 책은 이 엄청난 사건의 전말과 그 핵심인물의 삶을 다룬다. 저자는 미국의 중국사 학계를 대표하는 역사학자.2만 9000원.●국가의 품격(후지와라 마사히코 지음, 오상현 옮김, 북스타 펴냄) 무사도는 원래 가마쿠라 막부시대 ‘전투의 규칙’으로, 전쟁터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러나 260년간의 평화로운 에도시대에 무사도는 모노가타리(이야기), 조루리(낭송 대사곡), 가부키(전통 무대극), 고당(講談, 야담) 등의 예술양식을 통해 상인계층인 초닌(町人)과 농민들에게까지 전해졌다. 무사계급의 행동규범인 무사도가 일본인 전체의 행동규범으로 변모해간 것이다. 저자(오차노미즈여대 교수)는 ‘명품국가’를 만들기 위해선 이같은 무사도정신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만 1000원.●심심한 두뇌를 위한 불량지식의 창고(멘탈 플로스 편집부 엮음, 강미경 옮김, 세종서적 펴냄) 단 것을 즐긴 인물로는 단연 히틀러가 꼽힌다. 그는 채식주의자인데다 과음을 삼갔지만 사탕과 과자라면 사족을 못 썼다. 차를 마실 때마다 설탕을 일곱 티스푼씩 집어넣었고, 포도주를 마실 때도 너무 쓰다는 이유로 설탕을 탔으며, 손님들에게도 아이스크림과 사탕을 대접했다고 한다. 이 책은 성서의 일곱가지 죄악에 속하는 자만·탐욕·욕망·질투·식탐·분노·나태 등의 항목으로 나눠 ‘음지의 지식’을 다룬다.1만 3500원.●이것이 영지주의다(스티븐 횔러 지음, 이재길 옮김, 샨티 펴냄) 정통 기독교에 의해 이단으로 박해받아 3,4세기 이후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간주된 영지주의. 그러나 그 가르침과 의식은 서양 문화 곳곳에 배어 있다. 영지주의자들은 구원이란 예수와 같은 ‘빛의 사자’에 의해 영적인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창세기’를 교훈이 담긴 역사로 읽지 않고 의미를 지닌 신화로 읽는다. 이 책은 초기 기독교 시대 영지주의자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탄생하고 지지를 받았으며 ‘이단’으로 내몰렸는가를 초기 기독교의 정전화(正典化) 과정을 통해 살핀다.1만 3000원.
  • 2056년엔 가 지구에 온다?

    2056년엔 가 지구에 온다?

    앞으로 50년 뒤에는 우주에서 또 다른 생명체를 확인하게 될 것이며, 인간의 수명은 100세 이상으로 늘게 될 것이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가 창간 50주년을 맞아 노벨상 수상자 등 전세계 저명 과학자 70명에게 2056년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잡지 최신호(18일자)에 게재된 70가지의 가상 시나리오 가운데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게 된다는 내용이 8개나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크리스 매케이는 “화성의 고대 동토층이나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표면에서 외계 생명체의 증거를 찾아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우주의 기원을 둘러싼 신비도 풀리게 된다는 예측이 많았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숀 캐롤은 거대한 폭발로 우주가 탄생했다는 빅뱅 이론이 마침내 완벽하게 이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시간 대학의 리처드 밀러 교수는 “유전자 손상이나 산화를 막고 소식(小食)을 하면 실험실에서 포유동물의 수명을 40% 늘리는 것은 쉬운 일”이라며 “2056년에는 오늘날 60대만큼 활력 넘치고 생산력 있는 100세인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대학 브루스 란 교수는 “이식용 장기가 무제한 공급돼 장기 기증자가 필요없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대니얼 폴리 교수는 동물들의 감정을 해석할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영장류, 포유류, 물고기를 포함한 척추동물 순으로 동물의 감정을 인간의 뇌에 전달할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될 것”이라며 “지구인은 살코기를 먹는 데 혐오감을 느껴 모두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라는 장난기 어린 전망도 곁들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주말화제] 복제母乳 마시고 약대신 식품 처방

    [주말화제] 복제母乳 마시고 약대신 식품 처방

    회사원 임모(43)씨 가족의 평소 식탁에는 밥과 된장찌개, 김치, 김, 중국산 마늘장아찌와 나물 등이 오른다. 평범한 미국인 식탁이라면 머핀이나 호밀빵, 베이컨과 계란프라이, 커피 혹은 우유 정도가 아닐까. 25년 뒤인 2031년 세계인의 식탁에는 어떤 변화가 있게 될까. 미국 ABC방송 인터넷판은 이때 식품의 ‘참살이 기술’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2일 보도했다. 유전자 맞춤형 식품인 ‘슈퍼 푸드’가 식탁을 지배하고 모든 식품의 유전자 분석이 종결되면서 약을 처방하듯 식품을 처방하게 된다. 데이비드 카츠미 예일대학 교수와 의학·영양학 전문가들이 분석한 것이다. 이때는 또 젖소에서 짜낸 우유 대신 ‘복제 모유’를 마시는 소비자가 늘어나게 된다.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합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산물이 이 시기에 미국 전체 농산물의 절반을 차지하며, 미국인의 40∼50%는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버드 의과대학 동물실험에서 비만 치료와 수명연장 효능이 확인된 ‘레드와인(적포도주)’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 레드와인의 특수 성분이 압축된 ‘알약’을 복용할 것이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체중·혈압·시력 등 신체의 약점을 보완하는 ‘슈퍼 푸드’가 식탁에 오른다. 또 튀김류, 피자, 팝콘 등 패스트푸드에 많은 ‘트랜스 지방’이 완전히 사라진다. 선진국형 질환으로 불리는 비만과 당뇨 발병률은 향후 15년에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현재 시판되는 ‘밀크 초콜릿’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대신 건강에 좋은 ‘다크 초콜릿’이 시장을 장악한다. 쓴 맛의 다크 초콜릿은 당분도 많고 맛이 부드러운 밀크 초콜릿보다 카카오 함량이 50% 이상 많다.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폴리페놀 성분과 심장질환에 유익한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함유돼 있다. ‘살균 바이러스’ 기술도 대중화돼 식품에 의한 세균 감염이나 식중독은 거의 사라진다. 사람들이 밥이나 빵 위에 살균 바이러스를 뿌려 먹는 장면이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할 것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박테리오파지’라는 스프레이형 살균 바이러스를 승인하는 등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고, 식품에 대한 방사능 활용 기술도 수년 안에 안전성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과일과 채소, 콩, 호두 같은 견과류는 25년 뒤에도 유용한 식품으로 살아남는다고 내다봤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장면은 부모들이 브로콜리(혹은 시금치)를 먹으라고 잔소리하는 모습일 것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나브라틸로바, 31년 코트인생 마감

    “테니스는 참으로 멋진 인생이다. 그러나 나는 떠날 준비가 됐다.5년 동안 더 우승할 자신이 있지만 이제는 그만두고 싶다.” 테니스 코트의 ‘영원한 철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50·미국)가 작별인사를 한 곳은 자신이 첫번째 US오픈 단식 타이틀을 거머쥔 바로 그곳이었다.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국립테니스센터의 아더 애시 코트. 38번째를 맞은 US오픈 혼합복식 결승전이 열린 11일 나브라틸로바는 22세 연하의 봅 브라이언(28·미국)과 한 조를 이뤄 쿠에타 페슈케(31)-마틴 댐(34·이상 체코) 조를 2-0으로 가볍게 제치고 또 한 개의 우승컵을 보탰다. 그리고 그녀는 2만여 갤러리를 뒤로 하고 조용히 코트를 떠났다. 지난 1975년 프로에 뛰어든 지 31년 만이다. 브라이언은 우승 상금 15만달러 전액을 키스와 함께 그녀의 은퇴 선물로 전달했다. 나브라틸로바가 코트에 남긴 기록은 그야말로 전설적이다. 개인 통산 단식 타이틀만 170개, 복식은 132개. 만 50세 생일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그녀는 이날 우승으로 메이저 통산 59번째 타이틀을 수확했다.1975년 프랑스오픈을 시작으로 단식 타이틀만 18개(호주오픈 3·프랑스오픈 2개·윔블던 9개)를 비롯해 복식에서 31개, 혼합복식에서 10개의 왕관을 머리에 얹었다. ‘윔블던 여제’라고 불리기도 했던 그녀는 1982∼87년 6연패를 포함해 윔블던 단·복식에서만 16개의 우승컵을 쓸어담았다. 모두 네 차례 정상에 오른 US오픈 87년 대회에서는 마가렛 스미스 코트(1970년) 이후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을 모두 석권하는 대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체코 태생인 나브라틸로바는 1975년 US오픈 여자 단식에서 준우승한 뒤 “테니스는 부르주아의 운동”이라는 당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압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고,1981년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극렬한 채식주의자인 그녀는 동성애자로도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성적 성향을 광고에 이용한 한 카드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녀의 은퇴는 사실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1994년 윔블던 단식 준우승을 끝으로 코트와 작별했지만 6년 뒤인 2000년 복식에만 전념하겠다며 프로 무대에 복귀, 특히 남자선수와 호흡을 맞춘 혼합복식에서 ‘철녀’의 이미지를 이어갔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현천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우티타 파르스바코나아사나

    [현천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우티타 파르스바코나아사나

    우티타(Utthita)는 뻗쳐진, 파르스바(Parsva)는 측면 또는 옆구리, 코나(Kona)는 각도를 뜻한다. 이 자세에서 몸통은 직각으로 굽혀진 다리 너머까지 옆으로 신장된다. 뒤쪽의 발에서 손가락 끝까지 한번에 쭉 뻗는다. 1타다아사나로 선다. 숨을 들이마시며 껑충 뛰어 두 다리를 120∼135cm 정도 벌린다. 팔을 어깨와 일직선으로 옆으로 올리고, 손바닥은 아래로 향한다. 오른발은 오른쪽으로 90도, 왼발은 오른쪽으로 약간 돌린다. 2숨을 내쉬며 넓적다리가 종아리와 직각을 이루고, 마루와 평행을 이룰 때까지 오른쪽 무릎을 굽힌다. 이때, 왼발은 밖으로 쭉 뻗어야 하고, 무릎에 힘을 주어야 한다. 3오른쪽 손바닥을 오른발의 옆에 두고, 오른쪽 겨드랑이는 오른쪽 무릎 전체의 바깥쪽에 닿고, 왼쪽 팔은 왼쪽 귀 위로 쭉 뻗고, 머리는 위로 들고 시선은 손끝을 본다. 고른 호흡을 하면서, 이 자세로 30초∼1분간 유지한다. 4숨을 들이마시며 마루에서 오른쪽 손바닥을 뗀다. 오른쪽 다리를 곧게 펴고 두 팔을 위의 1번처럼 들어 올린다. 왼쪽도 1∼3번 동작을 되풀이한다. 초보자일 경우:위의 2번 자세에서 오른손을 목침 위에 놓는다. 오른팔을 쭉 뻗으면서 왼팔을 위로 뻗어 올린다. 발을 벽에서 약간 떨어지게 하여 벽에 등을 기대고 설 수도 있으며, 이때 오른쪽 무릎과 왼쪽 엉덩이는 벽쪽으로 가져간다. 고급단계로 나아가기:허리를 팽팽하게 하고, 오금을 쭉 뻗는다. 가슴, 엉덩이, 다리는 일직선에 있어야 하며, 몸의 모든 부분을 쭉 뻗는데 몸 전체의 뒷부분에, 특히 척추에 집중하면서 뻗는다. 효과:발목, 무릎, 넓적다리를 강하게 해 준다. 이는 종아리와 넓적다리의 결함을 고쳐 주고, 가슴을 발달시키고, 허리와 엉덩이의 지방을 없애 주고, 좌골신경통과 관절통을 없애 준다. 또한 연동 운동을 촉진시켜서 배설을 도와 준다. 요가교실:채식주의자냐 아니냐는 철저히 개인적인 문제인데, 개개인은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의 전통과 습관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요가 수행자는 오롯한 집중력과 영적 계발을 위해서 채식주의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가 보조 기구(큰 베개, 벨트 등)는 대구 아헹가 요가 선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 자료제공:대구 아헹가 요가 선원 053)753-1737 www.iyengar.co.kr 아사나:김교영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00살 바라보는 ‘영원한 어린이’ 수필가 피천득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00살 바라보는 ‘영원한 어린이’ 수필가 피천득

    온아우미(溫雅優美), 조촐하지만 향기가 아련하다. 마음과 영혼이 정갈해진다. 젊음과 봄을 찬미한다. 고매한 서정이 가득하다. 어여쁜 아이의 미소가 항상 넘쳐난다.‘영원한 어린이’이자 이 시대의 ‘참 스승’으로 여겨진다. ‘나같이 범속한 사람은 봄을 기다린다. 봄이 오면 무겁고 두꺼운 옷을 벗어 버리는 것만 해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주름살 잡힌 얼굴이 따스한 햇볕 속에 미소를 띠고 하늘을 바라다보면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봄이 올 때면 젊음이 다시 오는 것 같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금아(琴兒) 피천득(97) 선생. 늘 이맘때면 고향의 ‘인연’처럼 생각난다. 그래서 신록이 우거진 5월의 거울 앞에서 우리 자신을 살핀다. 또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어 주위를 돌아보게 한다. ●채식 위주로 건강 유지 선생은 지금도 애지중지하는 인형 ‘난영’이와 함께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는다. 잠 잘 때에는 즐거운 꿈의 세계를 함께 걷는 길동무가 된다. 깨어 있을 땐 어린 아이처럼 순박한 미소로 서로를 느끼며 의지한다. 선생은 평생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삼았기에 칠순이 넘은 제자들이 자주 찾아와 허물없이 얘기를 나눈다. 어버이로서, 스승으로서 존경받아 선생은 5월의 상징적 인물이다. 햇볕이 따사로운 지난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선생의 자택을 찾았다. 미리 전화로 시간약속을 했던 터여서 선생은 응접실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이 맑아보였다. 넙죽 인사를 드렸다.“어서 와요.” 하면서 특유의 해맑은 미소로 다정하게 손을 잡는다. 따뜻했다. 선생은 “건강? 한달에 한번 병원에 가요, 등쪽에 뭐가 좀 있는데 아직 괜찮아요.”라고 요즘의 건강상태를 미리 귀띔해준다. “선생님, 언제나 동안(童顔)입니다. 여전히 채식을 하시죠?” “아, 그럼….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주까. 영국의 버나드 쇼(1950년 95세로 사망)가 채식주의자였어요. 나이 들어 죽었는데 이때 ‘런던 타임스’ 사설에 뭐라고 그랬는가 하면 ‘버나드 쇼의 장례 행렬에는 염소와 소, 양떼들이 울면서 뒤를 따랐다.’라고 했지. 평생동안 육식을 안 하니깐 그놈들이 얼마나 고마워했겠는가 말야. 어쨌든 사설에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해….” 선생의 얼굴엔 함박 웃음이 가득했다. 아름다운 기억을 한순간에 들춰낸 희열이었다. 삶의 조크가 봄날의 화사한 꽃처럼 향기롭게 다가온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문득 응접실 벽에 걸린 족자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족자는 한문으로 깨알같이 썼으되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글씨였다. 선생은 눈치도 빨랐다.“저 (글)내용은 다 내 책에 있는 거야. 얼굴 사진은 아마 2년 전인가 그래요. 전문가가 찍었대….”라고 얼른 설명해준다. 아파트 창너머 화단쪽에는 연분홍 치마를 입은 진달래가 요염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화제를 돌렸다. “선생님, 이제야 봄이 온 것 같습니다. 꽃도 많이 피었고요.” “아, 그래. 제대로 오긴 왔나요.” “선생님,‘오월’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59년에 발표한 작품이시죠?” “아마, 그럴 거요.” “봄도 완연하고,5월에는 생각할 여러 날도 많습니다.” 선생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상념에 잠긴다. 기억을 되살릴 때마다 선생은 잠깐씩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그 책을 가져와봐요.”하면서 일하는 아주머니를 부른다. 아주머니는 치매로 고생하는 선생 부인의 수족처럼 늘 함께 지낸다. 이어 ‘피천득 수필집’(범우사 간행)과 번역시집 ‘내가 사랑하는 시’(샘터사 간행) 두 권을 가져왔다. 수필집은 ‘인연’‘그날’‘비원’ 등 그동안 발표된, 금쪽같은 것만 추려 모았다. 시집은 셰익스피어, 워즈워스, 예이츠, 도연명, 두보, 타고르 등 평소 좋아했던 세계 명시를 모아 작년에 직접 선생이 번역했다. “이봐요, 번역을 하다 보니 요새 느낀 게 있어. 영어로 Cover the Wagon을 직역했더니 포장마차가 되더라고. 그런데 지금 포장마차라고 하면 뭐가 돼요? 안주 먹고 술도 마시는 곳이지요. 원래는 인근에 산책 나갈 때 이용하는 덮개 씌워진 마차를 말하거든요. 이렇게 세대가 바뀌면 딴 게 돼버려요. 그래서 번역이 힘들어요.” ●시는 영혼의 가장 좋은 양식 선생은 또 눈을 감는다. 기억을 해내는 데 방해가 될까봐 질문을 멈추고 잠자코 기다렸다. 다시 말을 이었다. “거 참, 좋은 시들 많아.‘겨울이 짙었으니 봄이 그다지 멀겠는가.’ 영국 시인이 말했는데 괜찮다고 생각해요. 음, 이것도 있어요.‘봄비니까 맞고 가자, 젖어서 가자’ 이건 일본 사람이 한 얘기야. 요즘같은 황사니 뭐니 하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생각할수록 아주 운치가 있어. 그래, 봄비인데 옷좀 젖으면 어떠냐고 말야.” 이어 우리나라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다는 것은 큰 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봄과 가을이 좀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피력했다. “나는 수필과 시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높은 차원의 시는 동서를 막론하고 엇비슷해요. 모두가 순수한 동심과 맑은 서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요즘에는 과거에 비해 시를 많이 읽지 않는 것 같아요. 경쟁이 치열하고 남을 누르고 이겨야 살 수 있는 세계에서 시는 사실 잘 읽히지 않아요. 하지만 이럴수록 오히려 시를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해요.” 시는 영혼의 가장 좋은 양식이고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시를 읽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영혼이 정갈해지며 이것은 곧 ‘마른 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순수한 동심만이 세상에 희망의 빛을 선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생은 열다섯 살 때부터 유럽과 일본의 시들을 읽고 심취했다. 이어 스승의 날을 생각했던지 “우리나라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대접이 부족해요. 아이가 선생한테 뭘 갖다줄까봐 스승의 날 휴교하는 세상이 어디 있어요.”라고 질타한다. 또한 “아이들이 선생을 존경해야 하는데 아직 너무 부족해.”라고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이 선생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어야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나라도 사랑하고 또 나중에 커서 봉사하는 정신으로 삶을 살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나라 장래는 아주 낙관적” “우리나라 아이들은 두뇌가 기가 막혀요.‘나는 훌륭한 나라의 백성이다.’는 자존심을 가져야지. 원래 우리 민족은 두뇌가 좋아. 우리나라처럼 부지런하고 극성인 나라도 없어. 운동이니, 음악이니 다 두각을 나타내잖아요. 자연도 아름답고, 자존심을 상실할 이유가 없어요…. 우리나라 장래는 아주 낙관적이야.” 선생은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많다. 월드컵야구클래식(WBC)에서 조편성만 불리하지 않았으면 우리나라가 우승도 할 수 있었지 않으냐는 예를 들었다. 또 미 여자프로골프협회(LPGA)에서 한국 여자들이 연이어 우승하는 것도 다 민족의 우수성에서 얻어진 결과라고 덧붙였다. 선생은 100살을 바라보는 지금에도 분명 젊은 봄처럼, 신록의 5월처럼 살고 있었다. 고매한 서정성과 순수한 동심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생은 하루에도 몇번씩 인형과 함께 잔다. 딸 서영의 동생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난영’으로 지었다. 목욕도 시켜주고 예쁜 핀으로 머리를 묶어준다. 선물을 받은 곰인형 세마리도 함께 자는데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어 선생이 직접 안대를 씌워 재운다. 엄마 노릇을 하고 싶어서다. 오는 29일, 선생은 아흔일곱번째 생일을 맞는다. 선생의 원래 이름은 천득(天得)이었는데 호적계의 과실로 ‘天’이 ‘千’으로 바뀌었다. 획수가 하나 적어지는 바람에 가난하게 산다는 얘기를 듣는다. 다시 오월을 노래한다.‘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주말매거진 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10년 서울 출생 ▲26년 서울 제일고보 4년 재학시 중국 상하이로 유학 ▲29년 상하이 호강대학교 예과에서 수학. 도산 안창호 선생을 사사함 ▲34년 귀국후 춘원 이광수 선생댁에 유숙, 금강산 체류 ▲37년 호강대학교 영문과 졸업 ▲45년 경성대학 예과 교수 ▲51년 서울대 사범대 교수 ▲54∼55년 하버드대학에서 연구 ▲59년 금아시선문선 출간 ▲63∼69년 서울대학원 영문과 주임교수 ▲74년 서울대 교수 퇴직(슬하에 2남1녀를 둠. 장남은 캐나다에서 치과 기공소 운영, 차남은 서울아산병원 의사, 장녀는 미국에서 물리학자로 활동 중.) # 주요 작품집 서정소곡(1930년), 눈보라 치는 밤의 추억(33년), 서정시집(47년), 소네트시집(76년), 수필(76년), 금아문선·금아시선(80년), 인연(96년), 미수기념 금아 피천득 문학전집(97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2005년) 등
  • [코드로 읽는책] 조선 최고의 명저들/신병주 지음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조의궤. 최근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 조선시대 최고의 기록물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은 일본 도쿄대로 반출된 오대산 사고본에 대한 환수가 추진되고 있고, 의궤는 실록에 이어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된 상태다. 조선사가인 서울대 규장각 신병주 학예연구사가 쓴 ‘조선 최고의 명저들’(휴머니스트 펴냄)은 이들 실록과 의궤를 비롯, 조선의 시대상과 그 시대 사람들의 지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록물과 서책 14권을 엄선, 역사학자의 눈으로 쉽게 풀어헤쳤다. 기행문에서 일기, 보고서, 문집, 관찬기록 등 국보급 기록물에서 당대 베스트셀러까지 명저들의 특징과 함께 관점과 맥락, 인물과 사건, 현재적 의미까지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평소 고전을 어렵게 느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조선이 기록과 서책의 문화역량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조선왕조 500년간 이어진 방대한 편찬사업의 산물인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는 문치주의 확산의 촉매제였다. 학자 등 개인들도 문집이나 일기를 통해 자신의 학문과 사상을 기록, 책으로 남겼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건국의 주역 정도전과 의녀 장금도 등장한다. 실록 뿐 아니라 승정원일기에 담긴 국왕 비서들의 기록에서는 세종은 육식주의자, 영조는 채식주의자임을 알 수 있다. 최초의 체계화한 성문헌법인 ‘경국대전’에는 당대 사람들의 합리성이 담겨 있다. 조선왕실의 행사기록을 생생하게 담은 ‘의궤’는 당시의 높은 그림 수준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 시대에도 삶의 모습을 후손에게 어떻게 전할 것인가를 과제로 던져준다. 국가적인 토목공사의 추진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한 ‘준천사실’에서는 왕들의 국가경영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신숙주의 ‘해동제국기’나 최부의 ‘표해록’은 축적된 지적 역량과 해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보여준다.‘난중일기’에는 장군 이순신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있으며, 허균의 ‘홍길동전’은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지식인의 궤적을 보여준다. 백과사전인 ‘지봉유설’과 ‘성호사설’을 통해서는 조선시대에 대한 지식을 폭을 넓힐 수 있다.18세기 우리 국토를 답사하면서 산천·풍수·인심을 논한 ‘택리지’는 당대 사대부들이 너도나도 책을 손에 들고 국토를 유람하는 붐을 낳았던 베스트셀러였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은 궁중생활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며, 박지원의 진취적인 세계주의 사상이 담긴 ‘열하일기’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과제를 안고 있는 오늘날에 필요한 새로운 지혜를 던져준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기록유산들 속에는 삶의 가치와 역사,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대를 이끌어간 고민과 사상의 깊이를 책 한권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있다.1만 5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25일 TV 하이라이트]

    ●행복의 오솔길(EBS 오전 6시20분) 이소명씨는 고기를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 인스턴트 음식도 절대 안 먹는다.15년간 각별한 채식사랑 실천자인 이소명씨. 육식 애호가로 불리던 그녀가 채식주의자로 바뀐 사연은 15년 전 겪었던 유방암에서 비롯됐다.54살 이소명씨의 괴짜 채식법, 그녀만의 채식 노하우를 들어본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8시30분) 매화 축제가 열리고 있는 섬진강 여수 앞바다에서 출발해 광양의 섬진강으로 가는 유람선을 타고 지천에 핀 매화꽃을 감상하고, 여수 오동도로 떠나 바닷바람과 어우러진 동백꽃을 만나본다. 봄나물과 각종 비타민의 집합소 새싹 채소를 담는다.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줄 새싹 음식 만드는 법도 배워본다. ●신돈(MBC 오후 9시40분) 노국공주는 입에 재갈을 물고 신음소리를 내지르는데, 좀체 아이는 나오지 않는다. 보다 못한 덕녕공주와 초선은 산모의 목숨이 위험하니 어의를 불러 아이를 꺼내겠다고 하는데, 노국공주는 자신은 죽어도 좋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를 낳겠다고 한다. 한편, 중전의 죽음을 알게 된 백성들은 통곡하기 시작한다. ●하늘이시여(SBS 오후 8시45분) 리조트에서 짐을 싸던 왕모는 자경에게 좀 더 신혼여행을 즐기자고 보채고, 자경은 그런 왕모에게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장난친다. 한편, 힘없이 앉아있는 예리를 본 청하는 자신의 길이 아니고, 또한 자신의 몫이 아닌 걸 알았을 때 깨끗이 접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자동차 키를 내놓고는 힘내라고 말한다. ●서울1945(KBS1 오후 9시30분) 운혁은 문자작의 가족을 몰래 피신시키면서, 아직 무장해제를 당하지 않은 일본의 군부대를 찾아가라고 일러준다. 문자작은 왜 자신의 가족을 구해주는지 묻지만, 운혁은 끝내 대답하지 않는다. 운혁과 헤어진 문자작은 운혁이 함정을 판 것이라 의심하며 차를 버리고 산길로 가던 중 아메카오리가 그만 다치게 된다. ●인생이여 고마워요(KBS2 오후 7시55분) 인석은 사형선고와 같은 검사결과를 마주하고 비탄에 잠긴다. 한편, 연경은 가족들의 사랑과 인석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몸과 마음이 점점 더 회복돼 가고 수술날짜까지 잡힌다. 뒤늦게 인석의 병을 알게 된 기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석은 연경을 위해 미국출장을 강행하는데….
  • 전주 ‘풀꽃세상 채식뷔페’

    전주 ‘풀꽃세상 채식뷔페’

    채식전도사가 직접 운영하는 채식뷔페. ‘맛의 고장’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인동 75의 5 ‘풀꽃세상 채식뷔페’는 건강식당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채식주의자인 주인 허인교(46)씨가 채식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자 영리와 관계 없이 헌신적으로 경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 변두리여서 모악산 자락 전원풍경이 한가로운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이 집은 채식은 단순하고 먹을 것이 없다는 편견을 깨뜨린다. 매일 정오∼오후 3시, 오후 6∼9시까지 두번 열리는 뷔페에 무려 75가지의 신선하고 다양한 음식을 차려낸다. 제철 쌈채소와 과일, 잡곡밥, 새싹, 다시마 등 싱싱한 채소와 해조류가 풍성하다. 특히 콩스테이크, 밀불고기, 콩갈비찜과 햄 등 고기맛이 나지만 식물성 재료로 만든 대체고기가 눈길을 끈다. 옥수수, 고구마, 약밥 등 전통토속음식도 만끽할 수 있다. 감자떡, 버섯강정, 미역국수는 물론 죽, 수정과, 떡 등 후식도 다양하다. 풀꽃세상 채식뷔페는 지난 95년 비만과 고혈압으로 고생했던 허씨가 채식을 시작한 후 건강을 되찾은 경험을 살려 2001년 문을 열었다. 식물로 만들었을까 하는 의아함이 들 정도로 모든 음식이 맛깔스러운 것도 이 집의 장점이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생식을 하는 채소와 과일은 무공해 유기농제품을 고집한다. 모든 요리를 부인 신점숙(47)씨가 직접 만들고 온가족이 완전 채식을 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웰빙 바람을 타고 인기가 치솟아 주말과 휴일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건강이나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하는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전국 유명사찰들이 행사 때마다 출장뷔페를 요청할 정도로 채식에 관한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시내에서도 채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고객들의 요구가 잇따라 올 봄 고사동에도 직영점을 오픈했다. 한쪽에는 채식과 정신수양관련 책자를 파는 조그만 코너도 마련돼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신세대 대표작가’ 배수아·김경욱 신작 발표

    1990년대 등단한 이른바 ‘신세대 작가군’의 대표 주자 배수아(40)·김경욱(34)이 나란히 신작을 냈다.93년 같은해 문단에 나온 두사람은 독특한 주제의식과 개성적인 글쓰기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작가들. 독일에 체류하며 작품 활동중인 배수아는 전통적 서사구조를 벗어난 탈장르적 장편소설 ‘당나귀들’을,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김경욱은 인터넷·영화·TV 등 대중문화적 요소에 천착해온 전작들과 맥을 같이하는 소설집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발표했다. ■ 배수아 ‘당나귀들’ 지난해 펴낸 ‘에세이스트의 책상’‘독학자’에서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에 선 ‘낯설고, 불편한’ 글쓰기를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에도 일관된 줄거리없이 작중 작가인 ‘나’의 사색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독특한 구조를 고집한다. 제목 ‘당나귀들’을 “굶주리고 소심하게 살다가 천박한 권리를 얻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한 작가는 “그 말에는 나를 포함해 동시대 사람들에 대한 경멸과 조롱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이성의 시대’인 르네상스에서 유럽의 ‘계몽시대’를 거치지 못하고 곧장 ‘천박의 시대’에 들어선 사람들에 대한 신랄함이 담겨 있다. 책은 ‘존 쿳시의 (동물의 생)으로 시작되는 리스트’(1장)‘무거움의 기법을 연주함-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함께, 혹은 그 책의 독후감’(7장) 등 예사롭지 않은 제목을 단 8개의 독립된 장으로 구성돼 있다.1장에서 작가인 ‘나’는 주인공의 강연과 질의응답만으로 구성된 존 쿳시의 글쓰기에 매력을 느끼며 ‘어떻게 쓸 것인가.’하는 문제에 집요하게 매달린다. 독일에 체류하며 제3세계 언어로 문학을 하는 작가의 고민은 2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색된다.‘부코우스키와 알테 뮤직, 쿠프랭과 프랑스령 콩고, 그리고 콘래드가 놓인 저녁식탁의 쇼팽과 잠들기 전 여유가 있다면 슈바이처의 ‘를 마저 읽을 것’이라는 긴 제목의 글에서 작가는 모국과 모국어의 문제, 작가 스스로 ‘나의 최대의 연인’이라고 부른 음악에 관한 생각들을 적었다. 더불어 시각장애인 친구의 내면적 독백을 다룬 ‘야니네의 교회’, 채식주의자에 관한 기록인 ‘내 출처는 어디인가’, 우울증에 걸린 화자의 시선으로 옛사랑을 회고하는 ‘내 어깨위의 검은 개’ 등은 문학, 음악, 언어, 사랑에 관한 작가의 지적인 분석과 사색, 관념의 밀도를 엿보게 한다.9700원. ■ 김경욱 ‘장국영이 죽었다고?’ 2003년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자살한 홍콩 스타 장국영. 그는 1970년대생 영상세대가 공유하는 상징적인 문화아이콘이다.71년에 태어난 작가는 “영화 ‘아비정전’ 등에서 소외와 침묵을 보여준 장국영은 우리 세대와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표제작 ‘장국영이 죽었다고?’는 어떤 의미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그 세대 젊은이들의 삶의 모습을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을 매개로 풀어낸 단편이다. 신용불량자이며 이혼남인 남자는 인터넷 채팅에서 한 이혼녀를 만난다. 두 남녀는 같은 날 장국영의 영화를 봤고, 같은 날 결혼을 했고, 같은 장소로 신혼여행을 갔다. 현실에서 극도로 타인과의 접촉을 경계하는 남자는 인터넷상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자와 장국영이 주연한 영화 ‘아비정전’의 대사를 주고받으며 은밀한 소통을 즐긴다. 하지만 이 소통은 현실에 나오는 순간 맥없이 길을 잃는다.“싸이월드와 채팅은 소통 단절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함으로써 소통의 환상을 유포하지만 이를 통해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작가의 문제의식은 소설 결말 부분 장국영 추모 플래시몹에 참여한 사람들간의 소통 부재에서 또렷이 드러난다. 소통에의 절박한 소망은 ‘당신의 수상한 근황’에도 담겨 있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한 주인공은 거꾸로 매달린 상황에서 휴대전화로 계속 통화를 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페르난도 서커스단의 라라양’에서도 주인공은 운전연수를 가르치는 남자와의 불필요한 대화를 부담스러워한다. 소설집에는 이밖에 ‘낭만적 서사와 그 적들’‘타인의 취향’등 총 9편이 실려 있다.“세상은 끊임없이 읽고 풀어내야 하는 거대한 텍스트이고, 대중문화는 이를 해석하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작가의 문학적 근원은 이 소설집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1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이집트 대사 부인과 요리cook 조리talk

    이집트 대사 부인과 요리cook 조리talk

    이집트는 유구한 역사만큼 다양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나일강, 클레오파트라 등등…. 하지만 막상 이집트 음식 하면 특별히 떠오르는 것 없이 고개만 갸웃하기 마련이다. 아비르 헬미 이집트 대사 부인은 “초로 분위기를 돋우고 접시에 나이프와 포크 등을 차리는 서양식 식탁의 기본이 이집트에서 시작됐다.”며 “지중해 건강식의 원류가 바로 이집트 음식”이라고 자랑했다. 올리브 오일과 콩·토마토·오이 등을 많이 먹으며, 바질·타임·오레가노 등 허브와 향신료를 듬뿍 쓰는 것이 이집트 음식의 특징. 한국 음식의 맛을 장이 좌우한다면, 이집트 음식은 다양한 향신료가 맛을 가름한다. 이집트 여인들은 소금과 후추처럼 애용되는 향신료인 커민을 외국에 나갈 때 꼭 챙긴다. 마치 사막을 건너 향료를 운반하던 낙타처럼. 아비르 헬미 대사 부인은 서울 한남동 대사관저에서 일곱살 난 아들 카림을 키우며 카이로에서 가져온 커민으로 맛을 낸 음식과 함께 이집트 문화의 전령사로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그를 통해 역사만큼 깊은 이집트 음식의 향에 취해 봤다. 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문명의 진원 맛의 진원 이집트 아비르 헬미 이집트 대사 부인이 직접 꾸민 응접실은 넓고 화려했다. 순도 100%의 이집트산 은으로 만든 촛대와 각종 장식품과 접시 및 남대문에서 산 싱싱한 꽃으로 꾸며진 식탁은 우아하면서도 정감이 넘쳤다. 소파와 탁자가 4세트나 갖춰진 이곳에서는 매일 저녁 파티가 열린다. 다른 나라 대사관 동료들끼리 자주 모이는 저녁 식탁에 오르는 이집트 음식에는 신선한 야채로 만든 샐러드와 렌즈콩수프, 훔머스 등 콩요리가 빠지지 않는다. “이집트는 농업국가입니다. 살충제를 많이 쓰지 않아서 민트를 요리하면 온 집안에 냄새가 퍼질 정도로 이집트 야채는 향이 강하고 신선하지요.” 렌즈콩으로 만드는 ‘팔라펠’은 유럽에서 ‘채식주의자의 햄버거’라 불릴 정도로 인기다. 팔라펠은 콩소스인 훔머스에 찍어먹는다. 부드러운 죽같은 훔머스는 땅콩 버터와 비슷한 맛이 나는데 입안 가득 고소한 맛과 마늘과 레몬이 섞인 알싸한 향을 안겨준다. ●허브와 향신료가 맛을 좌우 헬미 부인의 이집트 음식 자랑이 이어지는 중간에 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카림이 뛰어들었다. 그는 아들을 위해 브로콜리 등을 넣은 야채수프를 자주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대개 야채를 먹기 싫어하잖아요. 당근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대신에 야채를 잘게 썬 수프를 끓여주는 것이 영양가도 높고 아이들에게 야채를 먹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아이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키우는 비법도 살짝 귀띔했다. 카림은 세살때부터 한국에서 자라 이제 한국을 고향으로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비빔밥과 불고기. 점심도시락으로 피자를 싸주면 싫어하고, 김밥을 싸달라고 고집해 아침마다 대사관 직원 아주머니가 일일이 김밥을 말고 써느라 고역을 치른다. 한국 사람들에겐 이집트 요리가 생소하지만 바자에 나가면 항상 준비한 음식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것이 헬미 부인의 자랑. 이탈리아, 터키, 그리스, 레바논 등의 음식과 비슷하고 재료도 친숙한데다 역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 오일, 토마토, 바질, 민트, 파슬리, 타임 등을 많이 쓰는 점에서는 이탈리아 음식과 비슷하다. 닭고기나 양고기로 만든 케밥을 즐기는 점은 터키와 닮았다. 커민은 위에 좋고, 바질과 타임은 소화를 도우며, 민트는 호흡기에 좋다. ●양국 모두 큰상에서 정을 쌓아 헬미 부인은 유니세프에서 어린이의 위생을 위해 일하다 남편 아무르 헬미 대사를 만났다. 대사는 음식에 관한 인터뷰는 정중히 사양했다. 미국, 일본 등에서 각각 4년간 지냈으며 한국에 온지는 이제 3년 반째다. 이집트 음식은 대부분 담백한데다 많이 맵지 않아 처음 한국음식을 접했을 때 김치 냄새가 매우 심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아들처럼 매운 맛이 덜한 불고기와 비빔밥이다. “나물 반찬을 수십개씩 한꺼번에 내놓는 한국 상차림처럼 이집트에서도 애피타이저를 25가지씩 대접하지요. 이집트의 시어머니나 한국 친구 모두 엄청난 양의 음식을 차려놓고 많이 먹으라고 하는 점은 똑같아요.”상다리가 떡 부러지는 식탁에서 가족과 친구간의 정을 확인하는 것은 이집트나 한국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7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집트는 긴 역사를 가졌다는 점에서도 한국과 공통점을 가졌다. 매년 5만명 이상의 한국 사람들이 인류 문명의 원형을 보기 위해 이집트를 찾는다고 한다. 헬미 부인은 4000년전 고대 이집트인의 화장법을 공부했는데 당시 여성들이 20대 초반부터 주름살 예방에 신경쓰고, 임신선을 없애는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했다며 놀라워했다. 고대 이집트 벽화를 보면 모든 여성이 가는 허리와 날씬한 배를 가졌는데 이는 청결, 날씬, 건강이 당시 유행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는 한국 여성들이 메인요리로 고기를 먹는 이집트 여성에 비해 더 날씬하다며 부러워했다. 화려한 꽃꽂이 솜씨를 자랑하는 헬미 부인이 마지막으로 조언을 하나 던졌다.“참, 야채는 이집트가 한국보다 훨씬 싸고 싱싱하지만 남대문 시장의 꽃은 이집트보다 훨씬 싸고 좋다는 걸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더군요.” ■ 이집트 요리조리 쿡 ●팔라펠 재료 병아리콩·껍질 벗긴 잠두 각각 1컵, 다진 양파½컵, 으깬 마늘 3조각, 물 1컵, 참깨 ½컵, 병아리콩 가루 ½컵, 밀 ¼컵, 채썬 파슬리 ¼컵, 소금 ¼큰술, 빻은 커민·고수풀 각각 2작은술, 베이킹 파우더 2작은술, 고춧가루 ½작은술, 검은 후추¼작은술, 식용유 적당량. 만드는 법 (1)기름과 말린 병아리콩, 잠두를 분쇄기에 넣어 돌린다.(2)남은 재료를 모두 넣고 한 시간 동안 둔다.(3)패티를 호두 크기의 공 모양으로 만든다.(4)겉이 바삭하고 갈색이 날 때까지 375℃의 기름에 4분 동안 튀긴다.(5)피타 빵에 튀긴 팔라펠, 채썬 토마토와 양파·상추, 요구르트를 채운다. ●피타 빵 재료 이스트 2작은술, 온수 1컵, 밀가루 3컵,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1)온수에 이스트를 넣어 녹인다.(2)밀가루, 소금을 섞어 체에 친 다음 (1)과 함께 섞는다.(3)몇분간 주물러 빵 반죽을 만든다.(4)반죽을 젖은 천으로 덮고 따뜻한 곳에서 3시간 동안 부풀어오르도록 놓아둔다.(5)오븐을 350℃로 예열한다.(6)반죽을 6조각으로 나눈 뒤 공처럼 만다.(7)손이나 밀대로 반죽을 둘레 5인치, 두께 ½인치로 펴준다.(8)오븐에 넣고 피타가 연한 황금빛을 띤 갈색이 될 때까지 10분간 굽는다. ●렌즈콩 수프 재료 물 2ℓ, 렌즈콩 500g, 양파 2개, 당근 2개, 토마토 1개, 커민 ½큰술, 버터 1큰술, 저민 마늘·소금 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1)냄비에 물을 끓이다가 렌즈콩과 얇게 썬 양파 1개, 당근,4등분한 토마토, 커민을 넣고 끓인다.(2)끓으면 불을 줄여 다시 15분간 끓인 뒤 식혀 믹서로 곱게 간다.(3)버터를 녹인 프라이팬에 얇게 썬 양파 1개를 중간불에서 투명해질 때까지 10분간 익히고, 마늘은 황갈색이 되도록 볶는다.(4)양파와 마늘을 (2)와 함께 냄비에 넣어 15분 끓인 뒤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스위트 핑거 재료 온수 1½컵, 설탕 ½큰술, 기름 ¼컵, 소금 약간, 밀가루 1컵, 계란 4개,설탕시럽(설탕 2½컵, 바닐라 1큰술, 물 1½컵, 레몬쥬스 ½큰술). 만드는 법 (1)설탕시럽은 모든 재료를 한데 넣고 저으면서 끓인 뒤 식혀서 따로 준비해둔다.(2)물, 소금, 기름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을 만든 뒤 따뜻하게 둬 부풀어 오르면 계란을 하나씩 넣어 섞도록 한다.(3)계란을 넣은 반죽을 손가락 모양으로 빚는다.(4)반죽이 황금빛을 띤 갈색이 날 때까지 튀겨준다.(5)튀긴 (4)를 설탕시럽에 담갔다 내놓는다. ●훔머스 재료 병아리콩, 베이킹소다 1큰술, 다진 마늘 2작은술, 참깨 페이스트·레몬즙 250㎖,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1)물 1.5ℓ를 끓이다가 불린 병아리콩, 베이킹 소다를 넣고 약한 불에 1시간 반 동안 뭉근히 끓인다.(2)콩을 체에 받쳐 찬물에 헹군 뒤 껍질을 없앤다.(3)콩을 으깬 뒤 마늘, 참깨 페이스트, 레몬즙, 소금을 넣고 섞거나 믹서로 간다.(4)접시에 담아 올리브, 방울 토마토 등으로 장식하고 올리브 오일을 뿌린다. ■국내 유일 이집트식당 ‘알리바바’ 국내에도 이집트 음식점이 있다. 서울 이태원의 큰길 제일기획 맞은편 건물 2층의 알리바바(790-7754)가 유일하다. 3년전 식당을 연 칼리드 알리(37) 사장은 주한 이집트 대사관 상공회의소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에 식당을 열고 정착했다. 곳곳에 이집트 소품들이 놓여있는 알리바바의 내부는 작고 소박한 편이다.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한국인과 외국인이 반반이다. 외국인들은 미국, 캐나다, 유럽인들이 많이 온다. 한국 사람들은 인천이나 멀리 지방에서도 이집트 식당이란 명성 때문에 찾기도 하고, 특히 영어 교사들이 자주 들른다. 메뉴는 영어로 되어 있다. 가장 인기있는 것은 알리바바 치킨(1만 4500원). 닭고기를 레몬, 양파, 오레가노 소스에 재웠다가 오븐에서 구워 낸다. 훔머스(4500원), 팔라펠(8000원), 쌀과 콩을 삶아 볶은 뒤 그 위에 토마토 소스와 베이컨 조각을 얹는 쿠사리(8000원) 등도 손님들이 즐겨 찾는 메뉴다. 이집트의 중동식 빵은 피타 빵(2000원)이라 불리는데 인도의 ‘난’과 비슷한 맛이 난다. 물담배를 피우기 위해 찾는 단골도 많다. 물담배는 물을 통과한 담배의 연기가 긴 호스를 통해 사람 입에 들어오게 돼 있다. 니코틴은 없으며 물에 딸기, 사과, 망고, 바나나 등 과일맛이 나는 향료를 넣는다. 일행끼리 대화를 나누며 돌아가면서 담배를 피운다. 다 피우는데 2시간 정도 걸리며 값은 2만원으로 남녀 모두 즐긴다고 한다. 알리 사장은 “이집트에 여행을 다녀왔다가 또 다시 이집트의 맛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며 “우리 식당이 서울 강남에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인기가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7) 수라상에 진상한 영덕대게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7) 수라상에 진상한 영덕대게

    서울에서 가장 먼 바닷가를 손꼽는다면 영덕도 빠질 수 없는 곳이다.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먼 길. 이필제가 ‘영해작변’을 통해 조선 후기 변혁운동의 엄중한 파고를 예고했던 곳, 그리고 상놈 출신 신돌석이 의병장으로 나서 신출귀몰 왜군을 무찔렀던 일 등 민중의 역사가 강하게 요동쳤던 옛 예주(禮州)의 땅. 오늘날은 역사의 진실과 무관하게 그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대구·부산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도 차량들이 몰려드는 명소가 되었다. 오로지 영덕대게를 현장에서 먹겠다는 집념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에게는 민망한 소리겠지만 사실 ‘남의 살’처럼 맛있는 것이 있을까. 더군다나 딱딱한 껍질 속에 연한 살을 감추어둔 갑각류는 전반적으로 맛이 특별하다. 게나 바다가재가 고급요리인 까닭은 그럴 만 한 이유가 있다. 명태나 기타 잡어로 만드는 게맛살도 기실 대게맛의 복사판이다. 봄철에 서해안의 꽃게가 진미라면 겨울철 동해안에는 대게가 단연 상석이다. 대게는 울진, 영덕, 포항, 울산 등에서 두루 잡히는데 영덕대게가 브랜드를 선점했다. 흑산도 홍어처럼 수산물에서 브랜드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리라. ●길거리서 파는 붉은 게는 영락없는 홍게 길거리에서 붉은 게를 영덕대게라며 팔고 있다. 영락없이 홍게다. 홍게는 수심 600∼1000m의 동해 심해에서 잡힌다. 껍데기가 두껍고 살이 적어 다리를 뜯어 보면 그야말로 ‘꽝’이다. 이 게는 사계절 잡히며 껍질에서 키토산 등을 채취하는 데 이용된다. 가격은 대게와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이런 홍게를 대게로 잘못 알고 사먹거나 속여파는 일은 없어야겠다. 홍게가 심해저 생물이라면 대게는 울진의 왕돌짬으로부터 영덕의 무아짬에 이르는 짬(바위)에서 주로 자란다. 약 120m 이하의 바위밭이 동해변에 이어지고 있으며, 무아짬 안쪽은 고운 자갈과 모래밭이다. 영덕대게는 무아짬 안쪽, 즉 강구와 축산 사이의 3마일 근역이 집중적인 서식지다. 덕분에 게의 내장이 펄을 먹고 자라서 검은 빛을 내는 여타 지방의 대게와 달리 푸른빛이 감돈다. 12월부터 5월까지 5개월여를 조업한다고 하지만 집중적인 어획 시기는 2∼3월이다.11월은 산란이 끝나서 살이 빠져 있고 또 탈피를 하기 때문에 맛이 없다. 게들은 매미처럼 생태적으로 허물을 벗기 때문에 한자로 ‘벗을 해’(蟹)라고 쓴다. 풀어 보면 ‘解+蟲’이다. 김려는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서 당대 조선 후기의 속설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이곳 사람들은 큰 게는 천년에 한번 껍질을 벗는다고 말한다.’그러나 김려는 ‘천년에 한번 껍질을 벗는다는 말은 너무 신비롭게 꾸며진 것 같다.’고 정확히 인식하였다. 당시에 영남지방의 어촌에서는 ‘게 껍질로 염전집과 밭의 원두막, 주점의 지붕을 덮었다.’고들 했다. 큰 게가 엄청나게 잡혔다는 증거다. ●큰 게 껍질로 지붕 덮어 대게는 2월 초부터 3월 말까지 살이 바짝 오르면서 알도 꽉찬다. 봄빛이 무르익어 가는 4월부터는 산란을 위해 모래나 펄로 기어들기 때문에 맛이 덜하고 잡히는 숫자도 준다. 대게잡이는 강구, 축산, 대진 세 포구가 중심이다. 보통 1∼2t, 크다고 해야 5t 미만의 작은 배들로 2∼3인이 조를 짜서 출어한다. 현재 법적으로 9㎝ 이하는 못 잡도록 규제하고 있다. 작은 놈은 잡혀도 무조건 방류해야 한다. 일명 ‘빵게’라 부르는 암컷도 방류하기는 마찬가지다. 폭 70m짜리 그물을 15∼16폭이나 놓으니 1㎞에 이르는 그물이 바다에 드리워진다. 수많은 배들이 저마다 이 정도씩 그물을 놓을 터이니 바다밑은 가히 그물밭이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잡아댄다면 대게의 앞날도 어둡기만 하다. 척당 어림잡아 150여마리씩을 잡는데 9㎝짜리는 6000∼9000원,10㎝짜리는 3만원을 호가한다. 뚜껑 크기가 1~2㎝ 차이가 남에 따라서 값이 천양지차다. 실제로 시식해 보니 맛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작은 놈을 선택하여 싸게 먹는 것도 경제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3인 기준 9마리를 먹으면 7만∼8만원이 들어가니 웬만한 회값보다 세지만 턱없는 값은 아니니 비싸다고 미리 주눅들 일은 아닌 듯싶다. ●영덕대게 으뜸은 검은빛 띤 박달게 영덕대게의 으뜸은 박달게다. 수심이 조금 깊은 곳에서 약간 검은빛이 도는 딱딱한 박달게가 잡힌다. 오랜 경험을 지닌 어부들은 이구동성으로 박달게야말로 ‘진짜 영덕게’라고들 말한다. 마리당 최소 5만∼6만원은 주어야 먹을 수 있으니 웬만한 용기가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강구로 모든 게들이 집산되면서 어느 결에 영덕대게란 브랜드가 탄생했다. 대게는 관행적으로 영덕의 강구항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산물이 집중화된다. 다른 수산물과 달리 이 자그마한 시장에 수요와 공급의 집중이 이루어진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려 수도권까지 나갈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강구항에서 거래되는 대게가 반드시 영덕에서 잡히는 게만은 아니다. 울진이나 울산에서 잡힌 게도 일단 강구로 들어오면 영덕대게가 된다. 업자들은 단번에 알아내지만 일반인들이 이를 무슨 재주로 구분하랴.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러시아산 킹크랩, 일본산, 북한산 등이 동해의 수족관을 그득 채운다. 북한산이나 일본산도 일반인이 보기에는 영덕대게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다. 북한산은 전반적으로 박(껍질)이 크다. 동해안 묵호항으로 직접 들어와서 그대로 서울로 직항한다. 서울에서 큰 게를 만나면 십중 팔구 러시아산이거나 북한산일 것이다. 영덕대게는 껍질이 얇고 노란 분홍빛이 돈다. 그래서 단연 다른 게들과 구분된다. 게 껍질에는 아스타산틴이 단백질과 결합되어 있다. 단백질과 아스타산틴의 결합도는 그다지 강하지 않아 섭씨 70도만 가열해도 쉽게 끊어진다. 삶은 게의 색조가 붉게 변하는 것은 이 아스타산틴이 단백질과 분리되면서 본디 자기 색깔을 되찾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게가 인기를 모으면서 대게를 둘러싼 지자체 간의 싸움도 치열하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울진대게를 임금에게 진상한 것으로 방영되자 영덕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대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관광 수입이 영덕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울진에서도 대게가 많이 잡히고, 포항 구룡포는 물론 울산의 정자에서도 다량 포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사람들은 영덕대게라고 부르고 있다. 수산물도 브랜드를 선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여기에서도 실감하게 된다. ●차유마을앞 죽도 근역서 많이 잡혀 영덕군은 축산면 경정리의 차유마을을 ‘영덕대게 원조마을’로 지정하고 원조 싸움의 기선을 선점했다. 오랫동안 어촌계장을 해온 김수동씨는 차유마을의 경우 배 한척으로 벌어들이는 연간 어획고가 1억여원에 이른다고 말한다. 출어비를 포함한 제반 경비를 제하면 5∼6개월 동안 5000만∼6000만원을 버는 셈이니 상당한 고수입이다. 봄이 오면 자연산 미역이 출하되므로 그야말로 자본을 별로 들이지 않고 그대로 바다에서 건져서 내다팔면 돈이 되는 일이다. 가을에는 연안 오징어가 대량으로 잡히며, 다시 겨울이 오면 대게잡이에 나선다. 즉 미역, 오징어, 대게가 삼박자로 돌면서 차유 사람들의 생계를 이끄는 것이다. 차유마을에서 바라보자면 축산항 쪽으로 돌출된 죽도가 보인다. 대나무가 빼곡하게 우거진 가파른 섬이다. 죽도같이 연륙된 동해의 섬들이 숱하게 존재함을 볼 때, 동해안에 섬이 없다고 함부로 단언할 일이 아니다. 죽도 주변으로부터 차유마을 근역까지는 같은 영덕에서도 대게의 으뜸 서식지. 그래서 죽도에서 비롯됐다는 의미에서 대게(竹蟹)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그런데 김려는 대게의 붉은빛을 보고 조선 후기에 이를 자해(紫蟹)라고 이름 붙였다며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대게의 껍질 속에는 능히 7∼8말이 들어간다. 게의 넓적다리와 집게발은 살지고 맛이 좋아 이곳 사람들은 포를 만들어 먹는다. 색깔이 선홍빛이어서 보기 좋으며, 맛도 달콤하고 부드러워 정말로 진귀한 음식이다.’고 했으니 당시에도 게는 진귀하고 값진 고급음식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니 고관대작들의 술안주로도 단연 인기일밖에.‘진해 남문 밖에 있는 두 군데 화류거리, 거리 입구 초가집에는 집집마다 술집 간판, 새로 온 예쁜 아가씨 고운 흰 손으로 검은 소반에 대게 살 담아 내온다.’고 우산잡곡(牛山雜曲)에 적혀 있다. 오늘의 영덕만이 아니라 저 멀리 진해에서까지 두루 잡혔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만큼 대게 분포가 좁아졌다는 뜻이다. 영덕을 찾는 이들이 반드시 들렀다 가는 영해장은 동해안 일대에서 가장 거래 규모가 큰 시장이었다. 멀리 영천은 물론 울진·영양·진보·안동에서까지 상인들이 찾아들었다. 조선 후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서도 주거래 품목에 해산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말하자면 동해 남부의 유력한 수산물 거점이 영덕이었다는 증거다. ●영덕대게와 쌍벽 이루는 털게도 멸종위기 대게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잊을 수 없는 게가 있으니 영덕대게와 쌍벽을 겨눌 만한 털게다. 한류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통이며 다리가 온통 털로 뒤덮인 주먹만한 털게를 쪄서 먹는 맛이란 그야말로 식도락의 으뜸이다. 그런데 겨울철 털게는 휴전선 근역 고성 근처에서나 어쩌다 볼 수 있을 뿐 서울 같은 도회의 저자거리 시장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조선의 수산’(1930·조선수산회 발간)을 보면 1928년 1년간 수출 수산물의 6할이 털게와 대게 통조림이라고 했다.1910년 겨울에 이미 함경남도 북청군 신포에서 처음으로 털게 통조림공장이 설립되었다. 이렇듯 흔하던 털게들이 남쪽에서는 희귀종이 되었고, 북한쪽에서 겨우 잊지 않을 정도로 잡힐 뿐이다. 적절하게 보호·통제하지 않으면 쉽게 멸종한다는 섭리를 털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덕대게의 미래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대게의 원조인 박달게가 거의 잡히지 않음은 자원고갈을 방증한다. 그러니 알이 꽉찬 ‘빵게’를 먹으면서 “역시 대게는 맛있다.”고 즐거워할 일이 아니다. 빵게잡이 자체가 불법이니 판매도 불법이고, 먹는 것 또한 불법이다. 맛있다고 즐거워할 것이 아니라 ‘빵게 어획을 신고하는 정신’도 함께 기를 일이다.
  • [우영희의 출동! 요리구조대]견과류 육수에 메밀국수 넣은 두부전골

    [우영희의 출동! 요리구조대]견과류 육수에 메밀국수 넣은 두부전골

    저는 초등학교 교사로 현재는 육아휴직 중입니다. 우선, 저희집 구성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채식주의자 시어머니, 육식주의자 남편,15개월이 지나 이유식을 하는 아기, 그리고 이들의 입맛을 맞추기 무지 힘들어하는 주부 저랍니다. 각기 식성이 달라 밥상차리기가 무척 힘듭니다. 아기 때문에 외출이 힘들어 특별히 요리학원에 다닐 수도 없거든요. 그렇다고 식구들마다 따로 식탁을 차릴 수도 없고….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신림동에서 사는 결혼 2년차 주부 김영주 드림. “이렇게 입맛이 서로 다르니 모두 좋아하는 상차림이 힘들 것 같아요.” 우영희씨가 걱정의 말로 인사를 건넸다. “정말 힘들어요.” 김영주씨는 우씨를 반갑게 맞으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그렇지만 걱정마세요.” 우씨는 자신감 있게 메밀국수를 넣은 두부전골을 권했다. 육수는 땅콩·호두 등을 갈아 넣어 아기들이 좋아하고, 고기 대신 씹는 질감이 비슷한 버섯을 쓰고, 그러면서 고기는 전혀 사용 안해 채식을 만족시키는 조리법이다. 우씨와 영주씨 두 사람은 단호박 껍질을 깎고 다듬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두부도 썰고…. 이젠 육수를 만들 차례다. “견과류를 갈 믹서기 어디 있어요?”라는 우씨의 질문에 “믹서기, 없는데요…. 분쇄기로 하면 안 되나요?” 영주씨의 답변이다. “분쇄기는 곱게 갈아지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요.” 잣·땅콩·호두를 넣고 갈아 냄비에 물을 부었다. “선생님, 견과류는 위에 떠다니고 물은 아래로 층이 나눠지네요?” 음식이 될까하는 의구심이 섞인 영주씨의 질문이다. “이럴 땐 찹쌀가루를 넣어요. 견과류 입자에 찹쌀가루가 붙어 물에 고루 퍼지게 되거든요.…음, 그래도 견과류 입자가 마구 살아있네요. 역시 믹서기였으면 좋았을 텐데….” “선생님, 그러면 찹쌀가루를 많이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찹쌀가루가 많이 들어가면 죽같이 되니 오히려 맛이 떨어져요.” 우씨가 말렸다. “먼저 불을 켜 끓기 시작하면 소금으로 간을 맞춰요. 맛소금이 아니라 굵은 소금을 이용하세요. 그리고 육수가 끓으면 불을 줄이고 소스를 만들지요. 소스는 매우 간단해요. 간장·설탕·생수·식초를 넣어 설탕이 녹을 때까지 저으면 돼요.” “육수가 정말 고소하고 너무 맛있어요, 선생님, 이것 ‘족보’가 있는 음식인가요?”영주씨는 처음 보는 음식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제가 개발한 음식이에요. 다니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어놓고 집에 가서 빨리 시험해보지요. 교사인 영주씨가 항상 교재 연구하는 것과 일맥상통할 것 같은데요.” 우씨는 요리연구가의 일면을 살짝 드러냈다. “호박은 5분간 익히지만 메밀은 반쯤 익혀요.” 우씨의 설명이 계속된다.“메일국수가 다 익으면 금방 붇거든요. 그렇게 육수에 넣으면 전분 성분이 육수를 죽같이 만들어버리지요…. 반쯤 익혀야 국수가 쫄깃하지요.” 호박이 익자 두부·시금치·버섯을 넣어 살짝 익혔다. 이때, 벨이 울리며 영주씨의 시어머니가 귀가했다. 흐뭇한 시어머니, 우선 육수 맛을 보고 버섯과 호박을 소스에 찍어 맛보면서 “너무 고소하고 담백하면서 맛있네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육수라면 다시마·멸치·가다랑어만 생각했는데 견과류 육수라니, 고소하면서 색다른 맛이 난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시어머니 칭찬에 자신감 100% 충만한 영주씨,“다음주에 시어머님 생신 때 다시 한번 해야지.”라며 결심을 다졌다. ■견과류 육수에 메밀국수 넣은 두부전골 재료두부 1모(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단호박 ½개(얇게 편으로 썬다), 시금치 200g(먹기 좋게 손질한다), 느타리 버섯 150g(손으로 찢어 준비한다). 메밀국수 200g(반쯤 익도록 삶아서 준비한다) 육수(잣·땅콩·호두·찹쌀가루 ½컵씩:물 7컵을 넣어 믹서에 곱게 갈아 준비한다),소스(간장·식초·설탕·물·양파즙 2큰술씩) ①믹서에 갈아 놓은 육수를 전골냄비에 넣고 저어 가며 끓여 준다. ②끓기 시작하면 메밀국수를 제외한 모든 채소를 넣고 끓인다. ③앞 접시를 준비하여 익힌 야채를 소스에 찍어 먹은 다음 메밀국수를 넣어 끓여 식사로 먹는다.
  • 탕! 탕! 스트레스 해소 사냥체험

    탕! 탕! 스트레스 해소 사냥체험

    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13일, 헌터 인요한(46·연세대 의과대교수)씨와 ‘자연과 사냥’ 대표 이종익 회장, 안면토 토박이 헌터 박창윤(53)씨가 한조를 이뤄 사냥에 나섰다. 목적지는 충남 태안군 안면읍 중장리 지루저수지 뒷산. 억새와 잡목림 사이로 잔설이 연연하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몇개째를 넘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가빴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추위가 살갗을 에는 듯했다. 냄새를 맡으며 끊임없이 움직이던 사냥개 포인터가 갑자기 멈춰선 채 한쪽 다리를 치켜들고, 주둥이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전방에 뭔가 있다는 신호다. 총을 어깨에 붙인 인교수가 ‘캐리, 고!’라고 명령하자 사냥개 캐리가 덤불속으로 뛰어들었다. 곧이어 억새처럼 짙은 갈색의 고라니 한마리가 펄쩍 뛰었다. 탕, 탕, 탕. 총성이 울렸다. 일순, 숲속에 정적이 흘렀다. 바람도 숨을 죽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한참 뒤에 조금 위쪽에서 다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 박씨가 휘파람으로 사냥개를 불러들이더니 2발을 쐈다. 잡목 덤불이 너무나 짙게 우거진 숲속이어서 사냥개도 쉽게 파고들지 못했다. 맞았는지, 벌써 달아났는지 구분조차 할 수가 없었다. 숲속으로 들어간 사냥개도 보이지 않았다. 고라니와 ‘꾼’의 1시간 가까운 숨바꼭질 대결. 더 이상 움직임도 없었다. 수신호와 조금씩 앞으로 헤쳐나가는 헌터들, 바다에서 불어오던 바람도 숨을 죽였다. “놓친 것 같습니다, 나갑시다.”라며 인교수가 정적을 깨자, 박씨도 “고라니가 아닌가봐….”라며 맞장구를 쳤다. 허탕쳤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땡포’(사냥을 잘 못하는 포수를 일컫는 은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어걸음 떼놓는 순간 고라니가 맞은편 언덕으로 뛰쳐올랐다. 그때까지 꿈쩍하지않고 길목을 지키고 있던 이 회장이 탕탕탕, 연발 총소리를 울렸다. 언덕을 넘어서던 고라니가 퍽 쓰러졌다. 꾼 3명의 완벽한 작전이었다. 수십년 사냥터를 누빈 명포수였다. 인교수는 “40년 가까이 사냥을 해왔지만 사냥감을 발견할 때의 팽팽한 긴장감은 매번 새롭지요.”라고 말했다. 그는 실탄을 제거한 총을 넘겨줬다. 고라니를 어깨에 둘러멨던 그는 “고라니 사냥 모습을 직접 본 이기자는 운이 무척 좋아요, 수년간 사냥해도 고라니는 잘 못잡거든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에 앞서 이날 6시20분, 인 교수는 충남 태안군 안면도파출소에서 총기를 찾았다. 어둠 속에서 총을 인수하고 나오던 인교수,“총을 ‘애인’으로 표현하잖아요, 애인을 밤마다 남의 집에 맡기는 심정 이해하겠어요?”라며 동행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묻는다. 사냥꾼 3명을 태운 갤로퍼는 주황색 가로등이 빛나는 마을을 지났다. 그는 “총을 살 때 정부가 보조한 것도 아닌데, 개인 재산을 왜 정부가 보관하는지 모르겠다.”며 “총기를 영치하는 국가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흥분했다. 그러곤 꼭 써달라고 주문했다. 마을도 멀어지고 배추밭이 나타났다.“이 시각엔 고라니나 노루가 먹이를 찾아 내려오지요. 밝아지면 산으로 올라가 숲속에서 잡니다.”라며 서치라이트로 산기슭 사이의 밭을 살피던 그는 갑자기 탕하고 한 발을 쐈다. 안내하던 박씨는 “달리는 차안에서 어떻게 맞히느냐?”며 핀잔한다. 이에 개의치 않고 차문을 박차고 나가 뛰었다. 논밭과 고랑을 몇개 건넜다.30여분만에 “분명히 송아지만한 노루였는데….”라며 허탈한 표정의 인교수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 차로 돌아왔다. 오전 7시쯤되자 어둠이 걷히고 나무와 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수지가 나타나자 인교수가 살금살금 기어올랐다. 오리가 많다는 신호로 한손으로 크게 원을 그렸다. 이어 박씨와 이회장도 차에서 내렸다. 저수지를 한참이나 우회하던 인교수는 주황색 조끼를 벗었다. 오리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다. 살금살금 발소리도 죽여 다가갔다. 하지만 오리 한마리가 꺽꺽하며 날아오르자 나머지 모두 날았다. 수백마리가 날아오르던 장관이었다. 인교수와 박씨가 방아쇠를 몇번 당겼다. 뒤늦게 날아오르던 몇마리가 저수지에 떨어졌다. 인교수는 “털이 긴 사냥개는 모두 물고 나올 텐테, 이놈은 엄살이 심해 물에 안 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의 사냥개 캐리가 비교적 가에 떨어진 것을 물고 나왔다.30여분 달려 인근 야산,“이 산에는 장씨(장끼)가 많아요.”박씨의 설명에 따라 장끼 사냥에 들어갔다. 몇개의 야산을 넘었다가 다시 차로 돌아오면서 푸드득거리는 몇마리에 총질을 했다. 총을 쏴보고 싶던 동행 기자는 박씨에게 총을 빌려달라고 했다.“안 되는데, 오프 더 레코드입니다.”라며 빌려줬다. 날아가는 꿩과 산비둘기를 향해 총질을 했다. 비웃기라도 하듯 머리위를 선회하면서 날아갔다. 하지만 탕 소리에 막혔던 체증이 뚫리는 듯 스트레스가 날아갔다. 청량감마저 들었다. 박씨가 총을 되가져갔다. 허탈했다. 배도 고팠다. 추위가 몰려왔다. 하지만 꾼들은 오기가 돋은 듯했다. 지루저수지에서 오리 몇마리를 더 잡았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야산에서 장끼를 잡자며 들어갔다. 뜻밖의 고라니를 잡고는 하산했다. 글 사진 안면도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헌터가족 유진이네 꾼들에겐 ‘한국말이 유창한 미국인 헌터’로 널리 알려진 인교수는 헌터가족이다. 외할아버지 유진벨은 오지 조선에서의 외로움을 달래고 조선의 산천을 살펴보기 위해 사냥을 취미로 삼았다. 인교수는 연세대 설립자인 언더우드 박사와 최초로 조선을 찾은 외국인 선교사의 후손이다.5살때 외할아버지로부터 엽총을 선물받은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사냥터를 누볐다. 덕분에 한국의 지리와 산천은 그 누구보다도 꿰뚫고 있다.4대째 한국에서 봉사하는 그의 가족 내력 외에도 한국 사랑이 유별나다. 부인 이지나(이지나 치과원장)씨도 열혈헌터. 남편을 따라 총포소지 및 수렵면허 허가까지 땄다. 아들 유진(5)군도 간간이 엽장을 찾는다. 인교수는 “지난 시즌에 아들이 ‘나도 사냥가겠다.’고 조르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안고 거총연습과 사격을 했지요. 폭발음에 놀란 아들이 일단 총을 내려놓았어요.”라고 말했다.“외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총을 아들에게 물려줄 거예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번은 주중이라 인교수 혼자만 나섰다. “말보다 수신호가 더 많은 사냥터에선 부부가 한조가 되면 호흡이 잘 맞습니다. 인생처럼 길없는 산을 오르다 보면 정도 깊어지고요. 돈도 생각만큼 많이 들지는 않습니다.”사냥 입문 20년째인 박씨는 중학생 아들과 함께 오리 사냥에 종종 나선단다.“수칙만 지키면 안전합니다. 오히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어릴 때부터 생기죠.” ■ 어떤 동물 잡을수 있나 이번 시즌에는 멧돼지와 고라니가 풍작으로 예상된다. 또 꿩은 평년작으로, 오리와 멧토끼는 예측 불허로 조사됐다. 이는 사냥 전문잡지 ‘자연과 사냥’이 이번 시즌에 해제된 전국 21개 시·군 수렵장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수렵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잡을 수 있는 동물들은 사냥터마다 종류와 마릿수까지 엄격하게 제한된다. 길짐승으론 멧돼지·고라니·멧토끼·청설모가 있고, 날짐승으론 수꿩·멧비둘기·까마귀류·오리류·까치·어치·참새 등이다. 하지만 허가된 조수가 다르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이를테면 보은군에선 흰뺨검둥오리를 잡으면 안 되지만 원주시에선 1000여마리 이상을 포획할 수 있다. 또 사냥 허가권마다 잡을 수 있는 조수도 다르다. 적색포획승인증은 허가된 모든 조수를 잡을 수 있지만 황색은 멧돼지를 제외한 것, 청색은 멧돼지와 고라니를 제외한 조수를 잡을 수 있다. 자신의 허가권에 맞게 잡아야 한다. 한편 도단위로 허용되던 순환수렵제가 지난 시즌부터 시·군 단위로 실시되면서 수렵인들의 볼멘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종익 ‘자연과 사냥’ 대표는 “전국 1만여명이 넘는 수렵인들이 군단위의 좁은 땅에 몰려 위험하면서도 조수의 씨를 말릴까 걱정된다.”며 “예전처럼 엽장을 넓게 사용할 수 있는 도단위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 이래서 사냥마니아 “어떤 사람들은 왜 사냥을 하느냐고 묻습니다. 단지, 카메라를 들고 가서 아름다운 풍경들을 담아오는 게 낫지 않으냐고 말합니다. 내 대답은 간단하지요. 사진가는 단지 관찰자일 뿐이며, 헌터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인요한교수는 미국 아웃도어라이프 편집장을 지냈던 짐 점보의 말로 대신했다. 인교수는 “사람이 미쳐 빠지는 취미는 마작과 사냥”이라고 주장했다.“마작은 어머니까지 팔아먹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사냥은 건전합니다.” 사냥은 자연친화적이며 사냥꾼은 주색잡기에 빠져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냥은 똑같은 상황이 한번도 없어 스토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 산을 많이 걷기 때문에 건강에는 그만이라고 덧붙였다. 단점이라면 주말 사냥을 위해선 거짓말로 핑계를 꾸며대고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란다. 산을 간다는 점에선 등산과 비슷하다. 하지만 등산은 정해진 길로만 가는 ‘기차 여행’이라면 사냥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자가용 여행’이라고 비유했다. 사냥은 나무와 풀 한 포기까지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간다. 걷고 뛰고 매복하는 등 가장 야성적인 레포츠가 사냥이란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냥이 동물을 잡기 때문에 자연을 훼손하고 잔인하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 야생동물을 적절히 구제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도태된다. 또 채식주의자를 빼곤 모두 고기를 먹는데 동물을 잡기 때문에 잔인하다고 하는 것은 단견이라고 일축했다.“헌터는 동물을 잡기 때문에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휴머니즘적으로 바뀐다.”며 최고의 자연주의자가 사냥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사냥터는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다고 주장했다.“미국에선 인적이 없는 외지에서 쓸쓸하게 사냥을 하지만 한국은 논밭과 산간마을 주변에서 농부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사냥할 수 있어 좋아요.”한국 사냥터를 예찬했다. 동료 의사들이 많이 하는 골프를 그는 초등학생 시절에 손을 뗀 구슬치기로 비하했다.“말끔하게 다듬어진 공원에서 공을 때려 구멍안에 집어넣고 기뻐하는 일에 도무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래서 골프는 안 치고 8개월은 실력을 갈고닦는 사격,4개월은 사냥만 한다.”고 말했다. ■ 수렵절차 알아볼까
  • 오션스 트웰브vs샤크 별들이 떴다

    새해 첫 주말 극장가가 ‘별들의 전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단체출연’하는 두편의 블록버스터 ‘오션스 트웰브’와 ‘샤크’가 1월7일 흥행 맞대결을 벌인다.‘오션스 트웰브’에는 조지 클루니, 브레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등 전작 ‘오션스 일레븐’의 초호화 배역진에 캐서린 제타 존스까지 합세해 더욱 막강해진 스타 군단을 자랑한다. 애니매이션 ‘샤크’도 만만찮다. 비록 목소리만이긴 하나 로버트 드 니로, 윌 스미스, 르네 젤위거, 안젤리나 졸리 등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두 작품을 미리 엿본다. ●‘샤크’- 인간세계 패러디한 바닷속 풍경 뽀글뽀글 바닷속 세계를 그린 애니매이션에 웬 스타들이냐고?윌 스미스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 안젤리나 졸리의 도톰한 입술, 르네 젤 위거의 통통한 볼살, 마틴 스콜세지의 처진 눈썹을 빼다 박은 물고기들과 로버트 드니로의 뺨 위 검은 점, 잭 블랙의 어수룩함을 닮은 상어들을 마주하면 고개를 절로 끄덕일 듯싶다. 여기에 배우들의 실감나는 목소리까지 보태지면 더 그럴 듯해진다. ‘슈렉’제작진이 선보이는 애니매이션 ‘샤크’(Shark Tale)의 바닷속 풍경은 인간 사회와 다를 바 없다. 인간화된 캐릭터뿐만 아니라, 고층건물이 즐비한 모습도 현대 도시를 닮았다. 펜트하우스를 동경하며 세차장에서 고된 일을 하는 힘없는 작은 물고기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는 힘센 상어들의 대조적인 모습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격차를 상징한다. 상어 대부 돈 리노(로버트 드니로)는 채식주의자인 차남 레니(잭 블랙)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차에 큰아들까지 사고로 죽는다. 한편 오스카(윌 스미스)가 상어를 죽였다는 헛소문이 퍼지면서, 고래 세차장에서 일하던 그는 일약 스타로 떠오른다. 후계자가 되기 싫어하는 레니는 오스카를 도와 소문을 진실로 만들어가는데…. 영화엔 대중문화와 미디어를 패러디한 장면들이 많다.‘코랄콜라’‘피시킹’‘겁’등의 상호가 등장하고, 상어를 잡는 가짜쇼는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다. 하지만 패러디가 비판의 힘으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진실을 왜곡하는 미디어 상업주의를 살짝 비꼬는 정도. 결국 돈이나 권력보다 가치있는 건 진실이고 사랑이라는 뻔한 주제를 향해 나아가면서 ‘어린이용 만화’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원색의 알록달록한 풍경과 배우들의 변신을 보는 것에 만족해야 할 작품. 비키 젠슨 등 3명이 연출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오션스 트웰브’-돌아온 그들,11+1 3년 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거물 테리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의 금고에서 보기좋게 1억 6000만달러를 털었던 오션(조지 클루니)일당. 돈을 나눠갖고 뿔뿔이 흩어져 제 갈길을 가던 이들을 다시 뭉치게 한 주인공은 다름아닌 베네딕트다. 멤버들을 모두 찾아내 2주내에 원금과 이자를 갚지 않으면 복수를 하겠다고 협박한 것. 가진 돈을 모두 써버린 오션 일당은 어쩔수 없이 또다른 한탕을 모의하고, 범행지인 유럽으로 향한다. 하지만 ‘최고의 프로’를 자처하는 이들앞에 뜻밖의 복병이 나타난다. 러스티(브레드 피트)의 옛애인인 유로폴 수사관 이사벨(캐서린 제타 존스)과 오션 일당의 실력을 질투한 일명 ‘밤여우’프랑소와 툴루(뱅상 카르셀). 오션일당과 이사벨, 프랑소와의 좇고 좇기는 추격전이 영화의 주요 얼개다. 출연료를 모두 합하면 블록버스터 영화 두세편을 찍는다는 톱스타들의 앙상블 연기와 이들의 활동 무대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의 자연풍광은 화려하다못해 눈부실 정도. 그러나 짜임새있는 구성,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전개 같은 전편의 미덕을 기대했다간 실망하기 쉽다. 이야기는 장황한데 무릎을 치게 하는 반전이나 지적인 면모는 부족하다.‘오션스 트웰브’(Ocean’s Twelve)의 제작진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치밀한 범죄영화로서의 면면보다는 배우들의 개인기를 최대한 활용하는데 더 관심이 많았던 듯하다. 하지만 테스역의 줄리아 로버츠가 극중에서 가짜 줄리아 로버츠 행세를 하거나 뱅상 카셀이 박물관에 잠입해 레이저 빔 경보시스템을 통과할 때 ‘엔트랩먼트’의 캐서린 제타 존스를 흉내내는 대목은 재치있는 패러디로 받아들이기엔 영 뒷맛이 씁쓸하다.12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새 광고] 정지현·MC몽 ‘국화빵브라더스’

    [새 광고] 정지현·MC몽 ‘국화빵브라더스’

    닮은 얼굴로 ‘국화빵 브라더스’로 불리는 아테네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정지현 선수와 가수 MC몽.TV에서 제품을 보던 MC몽이 “붕어빵 먹자.”라고 제안하자 정지현은 “국화빵, 난 채식주의자거든”이라고 응답한다.MC몽이 어이없다는 듯 메달을 입에서 떨어뜨리자 갑자기 배경이 바뀐다. 두 사람이 허허 벌판으로 옮겨진 것. 그 뒤로 롯데삼강의 ‘국화빵과 아이스크림’ 제품이 굴러간다.
  • [웰빙 A to Z] 강추!주말아침-두부버거

    [웰빙 A to Z] 강추!주말아침-두부버거

    무조건 ‘햄버거는 몸에 나쁘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영양만점의 건강식이 될 수도, 정크 푸드가 될 수도 있는 것이 햄버거다. 햄버거의 패티를 고기가 아닌 두부로 바꾸기만 하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맛이 이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자. 이미 채식주의자들은 두부를 동물성 단백질의 대안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두부의 단백질은 우유나 달걀의 85∼95%에 달한다. 콩 단백질의 일종인 이소플라본과 제니스틴은 유방암, 대장암 등을 예방한다. 특히 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여성 호르몬으로 폐경기 여성의 호르몬 치료에 이용하기도 한다. 폐경기 여성에게 콩을 갈아 만든 셰이크를 장기간 마시게 한 결과 안면홍조, 과민반응, 수면장애 등 일부 증상이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렌산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비만, 고혈압, 동맥경화 등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장내 독소를 제거해 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기도 한다. 물론 콩에도 단점이 있다. 조직이 너무 단단해 원상태로는 70%도 소화시키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콩을 가공한 두부는 95% 이상의 소화율을 보인다. 두부는 하루 반모 정도 먹으면 충분하다. 재료 두부 400g, 다진 닭고기 150g, 햄버거빵 4개, 포도씨오일 약간, 로메인 레터스 또는 양상추 약간, 스위스 치즈 또는 슬라이스 에멘탈치즈 8장 닭고기양념 청주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다진 마늘 1큰술, 소금 1작은술, 양념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땅콩 2큰술, 생강즙 1작은술, 녹말가루 2큰술, 달걀물 2큰술, 설탕 1큰술, 간장 1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스프레드 마요네즈 1큰술, 머스터드 1작은술, 씨겨자 1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전날준비 (1)두부는 행주에 싸서 물기를 꼭 짠 다음 으깬다.(2)다진 닭고기에 양념을 넣어 버무린 다음 팬에 볶는다.(3)볶은 닭고기, 으깨어 놓은 두부에 양념을 넣은 후 섞어서 둥글게 빚는다.(4) (3)을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 정도 굽는다. 만드는법 (1)빵을 반으로 갈라 팬에 포도씨오일을 두르고 굽는다.(2)빵 사이에 스프레드를 조금 바르고 로메인 레터스나 양상추, 치즈, 두부버거를 끼워 넣는다. 영양Up 요리팁 마른 행주를 2∼3번 갈아주면서 두부의 물기를 꼭 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버거에 물기가 생길 수 있다. 꼭 버거로 만들어 먹지 않아도 속을 만들어두었다가 아이들 도시락 반찬이나 건강식으로 이용해도 좋다.
  • 영세민·마약전과자·이혼녀 ‘건강빵’ 자활

    “건강 쿠키 제조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보낸 지난 2년을 이제야 보상받는 것 같습니다.” 지난 8일 서울 동대문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김영채 재가복지 과장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활근로 제과·제빵 사업 참가자 10명이 지난 1월 건강빵 제조법을 개발, 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 2년여의 노력 끝에 건강 쿠키 제조법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자 활근로 사업이란 보건복지부가 근로능력 및 의사가 있는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 대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동대문 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2001년 자활후견기관으로 지정돼 3년째 제과·제빵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김 과장은 “제과·제빵사업을 선택한 것은 쌀소비가 감소하고 서구식 식생활이 보급되고 있는 요즘의 추세를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대문 종합사회복지관 개가 처음 1년을 일반적인 제과·제빵 기술을 습득하면서 보낸 참가자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건강빵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보다 특색있는 빵을 만들어 판매해야 자활사업이 활성화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반면 제품으로 출시된 건강빵은 거의 없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1년간의 노력끝에 올 1월부터 ‘끌레몽 베이커리’라는 상표로 시판한 건강빵은 버터와 우유, 계란, 설탕 등을 사용하지 않고 통밀·곡류·견과류·올리브유·천연효소 등 12가지 이상의 순식물성 재료만 사용했다. 특히 채식주의자들이나 당뇨환자, 어린이를 둔 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계란, 우유 등을 사용하지 않으면 바삭하거나 부드럽게 만들기 어려운 쿠키와 케이크 제조법도 이번에 새롭게 개발해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내년에는 소규모 점포 2∼3곳을 마련해 자활사업 참가자들이 직접 경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동대문 종합사회복지관 엄보석 관장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자립시켜 얻은 수익을 기반으로 또 다른 교육참여자를 이끄는 자립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며 “수급자, 차상위계층자의 굴레에서도 벗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가자들 정서적 안정도 회복 자활사업 성공과 더불어 참가자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아가는 것도 또 다른 수익이다. 마약으로 교도소를 몇번이나 드나들던 30대 중반의 A씨는 자활사업에 참여한 후 마약을 끊고 제빵·제과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남편과 이혼으로 경제적·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B씨는 자격증을 취득한 후 같은 처지로 자활사업에 참가한 여성들에게 제빵·제과 기술을 전수해주고 있다. 한편 동대문 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7∼8일 복지관 2층 대강당에서 제품전시회를 개최해 인삼빵, 호박빵 등 신제품을 소개했다. 인터넷(www.clermont.co.kr)또는 전화(02-920-4536)로 이들이 만든 건강빵·쿠키를 구입할 수 있다. 매월 1·3주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에는 일반인과 고객을 대상으로 건강빵 제조법 무료강좌도 실시하고 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美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

    12일 개봉하는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는 독감 예방주사 같은 미국산 다큐멘터리다. 재기발랄한 작품들이 주목받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올해 다큐멘터리 부문 감독상을 따낸 ‘몸에 좋은’ 영화다. 영화는 세계적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널드를 정조준했다. 감독은 한달 동안 스스로를 인체실험 도구로 삼았다.34세의 신예 감독인 모건 스펄록은 30일간 모든 끼니를 샌드위치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 등 맥도널드 제품으로 해결하며 그로 인한 신체변화를 스크린을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 미국인 청소년·아동의 37%가 지방과다, 성인 3명 가운데 2명이 과체중 혹은 비만. 감독은 이런 수치들을 적시하며, 머지않아 비만도 흡연처럼 공공연한 비난의 대상이 될 거라는 확신으로 보고서를 풀어간다. 주인공인 감독의 실험원칙은 매장의 ‘슈퍼 사이즈’는 종업원이 권할 경우에만 먹는다는 것. 그리고 평균 미국인들처럼 운동을 거의 하지 않기로 한 것. 채식주의자 여자친구 덕에 평소 채식을 즐기던 감독은 맥 제품으로만 배를 채우는 이른바 ‘맥 어택’(Mc Attack)이 폭음과 같은 수준의 신체적 폐해를 불러오는 사실을 온몸으로 경고해 간다. 콜레스테롤·나트륨 수치가 나날이 높아가고, 실험 21일째 되는 날 전문의로부터 간기능이 거의 상실됐다는 치명적 진단까지 받는다. 더이상의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는 경고 속에서 감독은 끝까지 30일의 실험기간을 채운다. 반쯤 장난삼아 지켜보던 관객들도 뚱보가 돼가는 그 즈음의 감독 앞에서는 정색을 하게 된다. 감독은 단지 자신의 신체변화를 보여주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내 20여개 도시를 돌며 ‘맥 애호가’들을 현장인터뷰하는 한편 의사, 영양사 등을 두루 만나 입체적인 ‘맥 종합보고서’를 짜나간다. 맥도널드 콜라 걸프 사이즈 한 잔의 성분은 설탕 48숟갈과 맞먹으며, 맥너겟은 앞가슴이 비정상적으로 큰 닭들만 냉동·분쇄·방부처리한 제품이라 가장 해로우며, 제품들에는 중독을 부추기는 몰핀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들까지 낱낱이 들춘다. 맥도널드 제품을 다 먹어보는 데는 며칠이 걸릴까? 세끼를 줄기차게 먹어도 감독은 9일이 걸렸다. 미국에서 화제속에 상영된 이후 맥도널드는 현지 매장에서 슈퍼사이즈를 없앴다. 부시를 해부한 다큐멘터리 ‘화씨 9/11’를 보기 전이었다면 한결 더 충격적이었을,98분짜리 보고서임에 틀림없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영어마을 1호 안산캠프를 가다

    영어마을 1호 안산캠프를 가다

    ■영어는 목적아닌 커뮤니케이션 수단 ‘대한민국 영어특별시’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가 지난 23일 문을 열었다.모든 시스템은 영어권 나라의 상황과 똑같이 구성돼 있다.이곳은 수백만원의 해외연수비용을 댈 정도로 형편이 좋거나 영어를 잘하는 우등생을 위한 ‘소수의 마을’이 아니다.경기도에 살고 있는 중학생이면 누구나 똑같이 다녀가게 될 ‘혜택의 마을’이다.바람직한 영어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공교육의 내실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영어마을에 쏠린 기대와 관심은 대단하다.우리나라 1호 영어마을 첫 수업에 참여한 평택 신한중과 남양주 별내중 207명의 체험교육 현장과 프로그램,규칙,시설 등을 자세히 점검해 봤다. 지난 23일 월요일 오전 10시.경기영어마을 국제공항(English village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한 학생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학생들은 입국관리사무소(Immigration) 요구에 따라 도착카드(Arrival card)를 영어로 작성해 입국심사를 받는다.심사대 앞에 두 줄로 선 학생들은 영어마을 전용신분증(English Town ID card)을 보여주고 이름과 출신을 묻는 원어민 강사의 질문에 영어로 답하며 차례차례 마을로 들어온다. 심사를 마친 학생들은 은행으로 향했다.여기서도 원어민 강사의 질문은 계속 쏟아진다.학생들은 강사의 도움을 받아 출금양식(Withdrawal form)을 작성한 뒤 영어마을에서 사용되는 화폐 30달러씩을 받았다. 그 다음 가야할 곳은 호텔.학생들은 호텔 안내데스크에서 앞으로 지낼 방 호수를 알게 된다.호텔에서 숙소 열쇠를 받은 뒤 편의점(General store)에 들러 수업에 필요한 공책을 산 후에야 비로소 숙소에서 짐을 푼 이재현(14·신한중)군은 “말이 안통하니까 진짜 황당하고 불편하다.”며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영어 배우며 세계시민의 소양 쌓아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부터 경기영어마을의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캐나다 출신 강사인 사라(Sara·27·여)의 음악 수업.음악전공반 학생들이 배울 내용은 라틴댄스의 기초격인 ‘마렝게’다. 사라는 춤을 가르치기에 앞서 세계지도를 그려 남아메리카의 위치와 역사·문화적 특징을 설명한다.리듬을 타면서 걷는 라틴댄스 마렝게는 어렵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학생들에겐 발 한 걸음 떼기가 부담스럽게만 보였다. 사라는 춤에 이어 노래도 가르쳤다.학생들은 사라의 선창에 따라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이 부른다는 ‘움바야(Om-bay-a)’를 배우기 시작한다.“움바야∼움바오∼에오∼”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의성어로 이루어진 이국 땅의 노래를 학생들은 사라와 함께 주거니받거니 부르며 금세 흥미를 느껴간다. 수업을 마친 사라는 “아직 학생들이 영어마을에 익숙하지 않아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지만 곧 친숙해질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둘째날인 24일 오전 10시 과학반 요리수업.뉴질랜드 출신 강사 닉슨(Nixton·26)은 학생들에게 남아메리카의 지도를 보여주며 아이티(Haiti)라는 국가에 대해 설명한다.오늘 만들어볼 음식은 아이티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시나몬 가루와 벌꿀로 버무린 열대과일 샐러드다. 하루 전만 해도 한마디도 못했던 이효진(14·신한중)군은 과일을 더 큰 걸로 달라고 닉슨에게 “big, bigest”를 외치며 익살을 떤다.학생들은 싱크대에 모여 멜론,수박,바나나,오렌지 등 과일을 직접 썰어본다.학교 영어 시간이었다면 bowl(그릇), peel(벗기다), skin(껍질), round(둥근), knife(칼) 등 관련 단어를 단어장에 적어가며 외웠을 텐데,학생들은 그런 과정없이 신통하게도 관련 어휘들을 금세 이해했다. 이태규(14·신한중)군은 “선생님이 하는 말을 정확히는 몰라도 무슨 뜻인지는 이해된다.”며 스스로 신기해했다. ■춤추고 노래하고 그림그리니 English가 술~술~ 둘째날 24일 화요일 오후 1시 드라마반 방송수업.캐나다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조프(Geof·36) 강사는 인터뷰 기술을 설명한다.‘5W1H(육하원칙)’에 따라 질문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수업이 어려워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이 태반이었지만 소형카메라 ‘디지털 블루(Digital Blue)’를 쥐어주자 언제 졸았냐는 듯이 촬영하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영어마을에서 배우는 것은 ‘자신감’ 학생들은 2인1조로 서로 기자와 유명인이 돼서 5가지 이상 질문을 만들어 묻고 답하는 모습을 촬영해야 한다.촬영장소는 보통 오픈스튜디오를 이용하지만 영어마을 곳곳을 배경으로 삼아도 상관없다.촬영을 마친 학생들은 간단한 편집을 거쳐 영어마을 홈페이지에 자신의 동영상을 올려둔다.허건(14·신한중)군은 “집에 가면 부모님께 동영상을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방송 수업 강사 조프는 “학생들이 잘 촬영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 전후로 준비하고 공부해야 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매우 흥미롭다.”며 영어마을 교육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27일 금요일 오전 9시 HR(home room)시간.이 시간은 담임강사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거나 운동을 즐긴다.이날 아침 야외 운동장에선 드라마 담당 데이비드(David·27)반과 로보틱스 담당 마크(Mark·26)반의 축구시합이 열렸다. 학생들은 닷새 만에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원어민 강사는 피부색이 다른 낯선 외국인이 아니라 학생들의 좋은 친구가 돼 있었다.‘Go!Go!’,‘It’s mine.’,‘pass’ 등등 축구를 하는 학생이나 응원을 하는 학생이나 모두 말이 되든 안되든 씩씩하게 입을 열고 본다. 벤치에서 응원하고 있던 강미현(14·별내중)양은 “영어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며 “영어마을을 떠나기가 싫다.”고 아쉬워했다.마크는 “학생들이 영어에 자신감을 찾은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며 “영어마을의 교육프로그램은 원어민 강사들에게도 매우 큰 보람을 준다.”고 말했다. ●학생·교사 모두 적극적 학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은 수업시간에도 나타났다.27일 오전 10시 드라마반 미술수업.뉴질랜드 출신 강사 샐리(Sally·29)는 학생들에게 ‘미국’하면 연상되는 단어를 모두 적어보게 했다.FBI, Status of liberty, Halloween day, Bush, NBA, eagle 등등 3인1조로 팀을 꾸린 학생들은 한 팀당 10∼20개씩 단어를 줄줄 적어내려 간다.철자를 모르는 단어는 샐리에게 물어보며 열성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샐리는 학생들이 적어낸 수많은 단어 중에서 ‘할리우드’를 집어내고 디즈니 만화의 고향이 할리우드라고 설명한다. 오늘 수업의 핵심은 바로 디즈니의 만화를 직접 그려보는 것이다.A4용지 한장을 12조각으로 잘라서 각각의 조각에 사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그려 넣는다.그림을 빨리 넘겨보면서 학생들은 만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고웅천(14·신한중)군은 “공부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면서 “영어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돼서 좋다.”며 활짝 웃었다. ■영어권 소도시 옮겨놓은 듯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는 멀리 대부도가 내려다 보이는 서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다.경기영어마을은 4년 동안 경기도 공무원수련원으로 사용됐던 연수시설을 85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것이다.6개월 간의 공사를 마치고 지난 23일 개원한 경기영어마을은 5만 3890평 대지에 건축면적 4034평 규모로 교육시설,체험시설,휴게·체육시설,업무시설,숙박시설,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모든 시설은 체험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에 적합하도록 꾸며졌다. 경기영어마을에 들어서면 영어권 국가의 소도시를 옮겨 놓은 것처럼 실감나게 꾸며진 체험공간이 눈에 띈다.경기영어마을 국제공항(English village international airport),입국관리사무소(Immigration),은행(Bank),우체국(Post office),진료소(Clinic) 등은 외국의 환경과 유사하게 만들어져서 학생들의 체험교육을 돕는다. 일반 강의실은 ‘우정(Friendship)’,‘꿈(Dream)’,‘희망(Hope)’,‘모험(Adventure)’,‘행복(Happiness)’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우정’ 강의실은 책상과 의자 없이 계단형 소파를 설치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앉거나 누워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로보틱스(Robotics),방송(Broadcasting),쿠킹(Cooking) 등 학생들의 실습과 참여가 꼭 필요한 수업은 전공강의실에서 이루어진다.로보틱스 수업이 진행되는 프리 존(Free-Zone)엔 곳곳에 소파와 다목적 책상이 있어 학생들이 편하게 둘러 앉아 로봇을 조립하고 직접 시연할 수 있도록 했다.방송수업은 뉴스·드라마 촬영이 가능한 오픈 스튜디오(Open Studio)와 영상 편집을 할 수 있도록 컴퓨터와 소형 카메라가 비치된 멀티미디어랩(Multi-Media Lab)실에서 진행된다.쿠킹수업은 식재료를 직접 조리할 수 있는 싱크대와 식기류를 구비한 부엌(Kitchen)에서 실시한다. 식사하는 공간 역시 영어를 배우는 곳이다.150여평 규모의 식당 한 편에 20평 정도의 식사예절실(Formal Dining room)을 만들어 실제 요리사 경력이 있는 원어민 강사가 식사예절을 가르친다. 학생과 교사 250여명의 매 끼니는 서울외국인학교,서울국제학교 등과 기업체 40여곳의 급식을 10년간 담당해온 전문업체가 책임진다.담당영양사 2명은 밥 먹는 시간에도 체험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제적인 식단짜기에 심혈을 기울인다.아침은 미국 스타일로 토스트와 계란,과일이 주가 되며 점심은 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세계 각국의 대표 요리들을 맛볼 수 있도록 한다.저녁은 한식이다.양식 위주의 식단이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저녁은 쌀밥과 국,김치가 식탁에 오른다.또한 채식주의자(Vegetarian)인 일부 원어민 교사를 위한 샐러드 코너도 마련돼 있다. 숙소는 콘도 형식으로 5∼6명이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한다.17평 규모로 2층 침대 3개와 세면대,샤워실,화장실,거실 등을 갖추고 있다. 원어민 교사 38명은 경기도영어문화원이 제공한 시흥 일대의 17∼20평 전세 아파트에 나누어 살며 셔틀버스로 출퇴근한다.원어민 교사들은 미국,캐나다,영국,뉴질랜드,폴란드 출신으로 이 중 30%는 사설 영어교육기관에서 2∼3년 간 한국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이들은 지난 7월 말∼8월 초 2주간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경기영어마을의 교육프로그램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받았으며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활동한다. 2006년 3월에는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 내 8만 4000여평 부지에 파주캠프가 문을 연다.파주캠프는 학생과 원어민 강사 700여명이 항상 거주할 수 있는 정주형 영어마을로 꾸며진다.시청,경찰서,박물관,카페,레스토랑 등 공공시설을 강화할 예정이다.2008년 2월에는 양평군 용문면 일대 5만여평 부지에 양평캠프도 개원한다.양평캠프는 용문산 국민관광지와 반딧불이 서식지 등 우수한 자연환경에 맞게 친환경적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영어는 목적 아닌 수단’,‘암기식 아닌 체험 중심 교육’,‘세계시민 교육’. 경기영어마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영어교육의 목표다.이 같은 모토를 실현하기 위해 경기도영어문화원은 지난해 7월 한국영어교육학회와 계약을 맺고 1년 동안 경기영어마을 교육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중학교 2학년 대상 5박6일 프로그램은 학교 영어수업을 보완하는 형식으로 설계됐다.언어를 배우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 동안 다수의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다 보니 영어에 재미를 느끼고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동기를 부여해 궁극적으로는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영어 자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통해서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전공을 4가지로 나누었다.학생들은 희망에 따라 드라마(Drama),음악(Music),미술(Art),과학(Science) 중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전공이 결정되면 전공 10시간,전공관련 수업 14시간을 듣게 된다.모든 학생들은 체육(exercise) 4시간,일(work) 3시간,자유시간(free time) 2시간의 필수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드라마 전공생은 드라마 수업 외에 방송(Broadcasting)과 미술(Art)과목을 듣는다.음악 전공생은 문화(Culture)와 방송을,예술 전공생은 문화와 요리(Cooking)를,과학전공생은 로봇만들기(Robotics)와 요리를 추가로 배운다. 드라마 수업은 학생들이 직접 배우가 돼서 영어로 연극을 해보는 수업이다.아프리카,유럽 등에 전해 내려오는 짧은 옛날 이야기를 이해하고 각자 역할을 나누어 연기를 한다.학생들은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연극을 하면서 말하기(Speaking)의 자신감을 얻는다. 음악과 요리수업 시간에는 이국 문화를 체험하고 ‘움직임’과 관련된 어휘와 표현을 집중적으로 익힌다.음악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전통 춤과 노래를 배우고 직접 해본다.악기도 실제로 연주한다.요리 수업도 남아메리카,유럽 등의 전통음식을 만들어보고 그 나라 문화에 대해 생각한다.음악과 요리 수업은 모두 학생들이 직접 몸을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행동’과 관련된 표현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다. 미술시간에도 역시 다른나라의 감각과 스타일을 배우고 이를 그려보거나 공예품을 만들어 본다.학생들은 자신들이 상상한 것을 그림으로 그려 이를 영어로 표현하는 시간을 갖는다. 방송시간에는 2인1조로 팀을 나누고 기자와 유명인이 돼서 서로 인터뷰를 하고 답해본다.학생들은 인터뷰 과정을 ‘디지털 블루(Digital blue)’라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카메라로 직접 촬영해 경기영어마을 홈페이지에 올려둔다.이 시간에는 질문하기(Asking)와 답하기(Answering)를 집중 연습할 수 있다. 문화는 지구촌의 구성원으로서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수업이다.세계 각지의 축제와 행사에 대해 배우는 것은 물론,모두가 함께 보호해야 할 멸종동물,지구촌의 환경문제 등에 관해서 공부한다. 로보틱스 시간에는 학생들이 로봇을 조립해보고 완성된 로봇 작품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입력시켜 여러 기능을 시연한다.전문분야의 다소 어려운 영어 수업을 듣고 이해하고 직접 만든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봄으로써 학생들은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과학 과목에서는 마술의 원리,태양 에너지 자동차나 풍력·수력 발전기를 조립해 본다.학생들은 과학에 관한 재미있는 과제를 수행한다. 경기영어마을의 모든 수업은 세계시민의식(Global awareness),협동(co-operation),이벤트(event)의 3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수업 내용은 학생들이 국제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외국문화 및 세계문제와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학생들이 세계 시민사회 일원으로서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또한 팀별로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요리를 하거나 로봇을 만들어 봄으로써 함께 협동하며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한다.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공동작업한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한다.직접 만든 요리의 맛을 보거나 친구들과 함께 만든 태양열 자동차 경주대회를 열어 결과물을 확인하고 우승자에게 포상하는 이벤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성취감을 맛보게 한다. ■참가신청은 경기영어마을 참가신청은 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만 할 수 있다.다른 지역의 학교나 개인 자격으로는 지원할 수 없다.5박6일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영어마을 교육시간을 학교 수업 일수로 인정받는다.참가비용은 1인당 8만원.총 33만원의 참가비 중 경기도가 학생 한 명 당 25만원을 지원한다.2005년 2월 말까지 진행되는 2004년도 하반기 입소대상 25개교 3720여명의 선정이 이미 끝난 상태다. 경기도영어문화원은 혜택의 기회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고 집중 영어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1박2일 가족프로그램과 방학 4주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올 10월부터 시작되는 1박2일 가족 프로그램에는 다른 지역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다.경기도민은 1인당 3만원,다른지역 주민은 1인당 6만원을 내야 한다.방학 4주 프로그램은 캐나다 필교육청과 함께 개발 중이며 2004년 겨울방학부터 시작할 예정이다.(031)223-5614. ■경기 영어마을의 룰 경기영어마을에 가면 경기영어마을의 법을 따라야 한다.철저한 체험교육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규칙이다. 경기영어마을에서는 오로지 영어만 사용한다.원어민 강사들은 “오직 영어만,한국어는 안돼!(Only English No Korean)”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수업시간은 물론 친구들 끼리 이야기할 때도, 팀별로 축구를 하거나 밥을 먹을 때도 오직 영어로 말한다.한국말을 하다가 걸리면 상황에 따라 1∼3달러까지 벌금을 문다. 둘째, 경기영어마을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해외에 어학연수 나왔다는 상황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쉽게 국내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또한 외부에 있는 가족,친구들과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서다. 셋째, 오직 경기영어마을 은행에서 발행한 화폐만 사용한다.학생들은 마을에 들어오는 첫날 모두 똑같이 30달러를 받는다.영어마을 전용화폐로 편의점에서 수업에 필요한 공책도 사고 간식도 사먹을 수 있으며 우체국에서 편지도 보내고 은행에 저금도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학생들은 자유시간을 이용해 일 또는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강의실을 정리정돈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수업에 필요한 준비를 돕는다.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경기영어마을 전용신분증에 도장을 받을 수 있는데 도장을 많이 받은 학생일수록 우수 학생으로 인정받고 상금도 받는다. 안산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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