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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 조용필’은 나! 대형가수 컴백 러시

    ‘포스트 조용필’은 나! 대형가수 컴백 러시

    하반기 ‘포스트 조용필’의 자리를 노리는 대형 가수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4월 10년 만에 19집을 발표한 조용필이 음악적인 성과는 물론 세대 공감의 아이콘으로 떠오르자 이에 고무된 중견 가수들이 새 앨범 발매를 너도나도 서두르고 있다. 상반기 조용필을 시작으로 이문세·이승철의 공연 및 앨범의 연이은 성공으로 인기 중견 가수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음원 시장에서도 아이돌 중심에서 벗어나 장르가 다양해져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최근 모바일, 인터넷 등 다양한 홍보 마케팅 방식으로 음악을 알리고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장치도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선두에 선 것은 올해 데뷔 23년을 맞는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이다.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곡 작업에 매진했던 그는 다음 달 말 새 앨범을 발표하고 11월 대형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2008년부터 다채로운 음악적 실험을 위해 ‘라디오 웨이브’, ‘러브 어 클락’ 등 2장의 미니 앨범을 발표한 그는 세 번째 미니 앨범을 통해 3연작 앨범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소속사인 도로시 컴퍼니의 박세진 이사는 “이번 앨범은 기존의 신승훈표 발라드를 뛰어넘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면서 “상반기에 조용필·이승철 등 중량감 있는 아티스트들이 길을 잘 열어 줬고 젊은층과도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시기적으로도 복귀하기 좋은 시점이라 기대가 크다. 이번에는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이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이브의 귀재’ 이승환도 올가을 컴백을 목표로 미국에서 새 앨범의 녹음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24일 팬 카페에 “아주 새롭다. 그래서 더 두렵다. 역시 마니악한 음악이기 때문”이라면서 신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감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컴백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토이’의 유희열은 올가을 6년 만에 7집 앨범을 내놓는다. 그는 곡 작업을 마치고 최근 객원 보컬들과 녹음에 들어갔다. 2009년 6집 앨범을 냈던 윤상도 오는 10~11월 새 앨범으로 돌아온다. 6집에서 실험적 음악으로 호평받았던 윤상은 현재 미국에서 신곡 작업과 녹음을 병행하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이적 역시 9월 말~10월 초 3년 만에 정규 5집 앨범을 내고 컴백한다.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새 앨범 믹싱 작업 중이라고 소개한 이적은 “어느 때보다 공들인 앨범이 이제 세상에 나올 마지막 채비를 하고 있다. 12월에는 새 앨범의 새로운 사운드에 걸맞은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한편 1990년대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히트시키며 힙합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했던 현진영도 돌아온다. 6년 만에 자작곡 ‘무념 무상’을 발표하고 가요계에 컴백하는 그는 “직접 체험하면서 깊이 있는 음악적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서울역에서 한 달간 노숙자 생활을 하면서 소외 계층의 이야기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조용필은 음악적 진정성이 담보되면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입증해 후배 뮤지션들에게 큰 자극을 줬다”면서 “대중도 음악인들에게 콘텐츠의 완성도로 승부해야 한다는 원칙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하프타임]

    김효주, 김영주오픈 1R 선두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신인왕 후보들의 경쟁도 한여름 가마솥더위만큼이나 펄펄 끓는다. 22일 경기 양평의 양평TPC골프장(파72·6425야드)에서 개막된 KLPGA 투어 MBN 김영주골프 여자오픈(총상금 5억원) 1라운드. 올 시즌 신인왕 ‘0순위’로 꼽히는 루키 김효주(18·롯데)는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6개를 솎아 낸 끝에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유림(23·고려신용정보), 윤슬아(27·파인테크닉스), 주은혜(25·한화) 등 3명의 선두그룹(6언더파 66타)에 1타 뒤진 공동 4위에 포진, 지난해 현대차 차이나대회 이후 8개월 만에 시즌 2승째 사냥 채비를 갖췄다. 신인왕 레이스에서 2위로 김효주를 바짝 좇고 있는 전인지(19·하이트진로)도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같은 타수로 어깨를 나란히 해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대호 ‘20호’ 이틀 연속 홈런 이대호(31·오릭스)가 이틀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시즌 20호 고지에 올라섰다. 이대호는 22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 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원정경기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0으로 앞선 5회 선두 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호아시 가즈유키의 4구 낮은 공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앞서 2회 2사 1, 2루 상황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던 아쉬움을 톡톡히 갚았다. 이대호는 7회에도 중전안타를 쳐 시즌 타율을 .309로 끌어올렸고, 오릭스는 5-1로 승리했다.
  • [열린세상] 물려줄 게 없는 늙은 베짱이의 고민/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물려줄 게 없는 늙은 베짱이의 고민/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대학생 딸이 이번 여름에 2주 동안 몽골로 혼자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제 딴에는 온갖 자료를 뒤져 철저히 계획을 세웠으니 걱정 말라 했지만, 외동딸을 혼자 먼 이국땅에 보낸 부모 입장에서는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카카오톡으로 자주 연락한다기에 휴대전화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몽골의 고원 지대에서 일주일 체류하는 동안은 그마저 되지 않았다. 잠은 잘 자는지, 밥은 잘 먹는지, 온갖 걱정으로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매일매일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즐겨 먹는 술도 자제하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집에 일찍 들어갔다. 나만 유달리 그런가 싶어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딸을 혼자 보냈다고 나보고 다들 미쳤다고 한다. 부모 마음은 다 똑같은가 보다. 그래도 나는 딸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리는 좋은 아빠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는데, 한 친구가 그렇게 귀한 외동딸 시집 보낼 자금은 마련해 두었냐고 묻는다. 나이도 어린데 무슨 결혼 하면서 말머리를 돌렸지만, 억대 결혼 비용이라는 말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집도 없고 월급쟁이인 내가 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자 한숨만 나왔다. 이러다가 딸 시집도 못 보내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딸이 도착하는 날 공항에 마중을 나갔다. 피곤할 만도 한데, 딸은 ‘홉스골’의 드넓은 호수와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지평선에 대해, 한국의 봉고차 같은 러시아제 ‘푸르공’을 타고 스무 시간을 달려간 길에 대해,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린 일에 대해, 몽골의 민속가옥인 ‘게르’에서 추위에 떨면서 불을 지피던 일에 대해, 세계 각지에서 온 배낭족과 사귄 일 등에 대해 쉴 새 없이 조잘거린다.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딸의 이야기를 종합해 본즉 대단히 열심히 여행을 했다는 의미 같았다. 여행을 다녀온 후 딸은 몽골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해서 기념 책자로 만들고, 그동안 못 만난 친구들을 만난답시고 집에 붙어 있질 않았다. 그런데 딸이, 뭐라 할까, 어른스러워졌다고 할까, 아무튼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행동거지가 조금 진중해진 것 같고, 전문 서적도 열심히 읽고, 또 일찍 일어난다. 대충 곁눈질로 딸을 지켜보니,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는 모양이다. 딸은 더 이상 엄마 아빠를 따라 계곡에서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하던 그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어느새, 가치 있는 인생을 꿈꾸면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세상과 대면하는 젊은이가 되어 있었다. 몽골이라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홀로 부대끼면서 보낸 2주를 딸은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 여행의 축소판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딸은 이제 자신만의 인생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내 인생 여행에서 첫걸음을 내딛던 스무 살 시절이 떠오른다.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해 하숙을 하면서 대학을 다니던 때이리라.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문학이 무엇인가를 두고 밤새 토론하고, 사랑이란 것에 눈떠 열병을 앓던 시절, 그 시절이 엊그제 같은 데, 이젠 그런 꿈도, 열정도, 고민도 무뎌질 대로 무뎌진 모양이다. 올여름이 시작될 때, 논문을 두 편 쓰고 책을 한 권 낸다는 계획을 세웠건만, 여름 끝자락에서 보니 모두가 공염불이 되어 버렸다. 여름 내내 덥다는 핑계를 대고 늘어져 시원한 그늘만 찾아다니는 늙은 베짱이, 그것이 이번 여름의 나이다. 딸 보기가 부끄럽다. 이래서야 어찌 인정받는 아빠가 되겠는가. 딸이 또 충격적인 선언을 한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이번엔 터키와 그리스로 여행을 떠난단다. 이번엔 걱정하지 말자, 스스로 알아서 잘하겠지. 그리고 여행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 의미 있는 뭔가를 또 체득하겠지. 더구나 딸 결혼할 때 혼수 비용 댈 능력도 없는 내가 아닌가. 그러니 여행을 간다 할 때, 다른 아버지와는 다르게 흔쾌히 잘 다녀오라고 어깨를 다독여 줘야지. 그럼 결혼 비용 마련 못 해줘도 크게 뭐라 하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막상 혼자 배낭여행을 떠난다고 짐을 싸면 ‘아빠도 같이 가면 안 돼’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올 것이 뻔하다.
  • [주말 인사이드] 모래찜질·해수욕 뜨거운 낮… 늑대와 여우 탐색전 뜨거운 밤

    [주말 인사이드] 모래찜질·해수욕 뜨거운 낮… 늑대와 여우 탐색전 뜨거운 밤

    찜통더위에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 인파도 끊이지 않는다. 태양이 내리쬐는 드넓은 백사장과 탁 트인 바다가 손짓한다. 역동적이다. 델 듯한 뙤약볕과 해 질 녘 낙조, 바다가 만들어 내는 시원한 해조음은 여름철 바닷가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특권이다. 해수욕장의 낮과 밤 풍경 역시 사뭇 다르다. 뜨겁게 달구어졌던 백사장은 밤이면 젊음의 열기로 꽉 찬다. 줄 잇는 축제와 공연은 피서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전국 최대 자연 물놀이장인 부산 해운대구 우1동 해운대해수욕장의 속살을 살짝 들춰 봤다. 광복절 휴일인 지난 15일 해운대해수욕장에선 환경미화원들이 힘차게 하루를 열었다. 어둠이 어스레히 묻어나오는 동트기 직전의 오전 4시. 이들은 밤새 백사장에 묻혀 있다가 반쯤 얼굴을 내민 컵라면 용기, 담배꽁초, 페트병, 맥주병, 비닐봉지 등을 치우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비치 클리너 차량도 백사장을 고르고 쓰레기를 치우는 데 힘을 보탰다. 청소에는 평일 100여명, 주말과 휴일 150여명이 투입된다. 하루 수거량은 3~5t에 이른다. 이수섭 해운대구 청소계장은 “늦어도 오전 7시까지 새벽 청소를 끝낸다”며 “좋아진 기초질서 의식 덕택으로 배출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들은 4교대로 24시간 해수욕장을 지킨다. 작업이 끝날 무렵 ‘원반의 불기둥’이 저만치 바다밑을 박차고 솟구친다. 날이 훤해지자 아침 운동과 산책에 나선 간편복 차림의 사람들로 북적댄다. 인근 식당들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 업주는 “피서철엔 아침 식사 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빨강·노랑·파랑 등 형형색색의 파라솔이 해변을 가득 덮으면서 본격적인 손님맞이 채비에 나선다. 3000여개가 일제히 들어선다. 진짜(?) 물놀이가 시작되는 정오부터 햇볕에 달궈진 백사장은 모래만큼이나 많은 인파로 빼곡해진다. 이날 해운대 백사장을 찾은 인파는 50만명을 웃돌았다. 임해행정봉사센터 관계자는 “이어진 무더위에 휴일이라 평소보다 많다”고 말했다. 물살을 가르며 신바람을 일으키는 제트스키는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저만치 날려 보낼 만했다. 모래찜질을 하는 아저씨·아줌마, 비키니 차림의 여성, 곁눈질하는 청년, 물놀이가 마냥 즐겁기만 한 아이들…. 일부 젊은이들은 열심히 가꾼 구릿빛 몸을 한껏 뽐내며 이리저리 백사장을 왔다 갔다 한다. 검게 탄 피서객들은 짠물을 뒤집어써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상인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연방 흐르는 이마의 땀을 훔쳐 내면서도 잔뜩 웃음을 머금고 있다. 한 파라솔 대여업자는 “최근 매출이 껑충 뛰었다”며 웃었다. 동네 사람도 눈에 띈다. 이도인(37·해운대구 우동)씨는 “가까이 살아 도시락과 과일, 음료수 등 먹을거리를 챙겨 왔다”고 말했다. 어스름 어둠이 찾아들면 해수욕장은 밤의 열기 속으로 빠져든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피서객들은 한낮의 열기에 복수라도 하듯 밤을 한껏 즐긴다. 백사장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한다. 가족, 친구, 연인, 대학 동아리 등 다양하다. 젊은 남자들은 부나방처럼 짝을 찾아 나선다. 오가는 여성들을 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늑대와 여우’들의 탐색전이 치열하다. 동그랗게 모여 앉은 여성들 주변에는 항상 두세 무리의 ‘늑대’들이 어슬렁거린다. 한 늑대는 “적금도 넣고 보험도 들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를 날리며 건전한 직장인임을 강조하며 접근했다. 살포시 웃는 여우 또한 호감을 보이면서 즉석 만남이 이뤄졌다. 김모(25·회사원)씨는 “해운대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려고 한다”며 지나가는 여성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인근 호텔과 호프집, 노래주점과 클럽 등에서도 바깥 못잖은 질펀한 놀이가 이어진다. 더러는 추태로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백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인 이들은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일삼는가 하면 바닷물에 뛰어들기도 해 안전사고 우려도 키웠다. 술병, 안주, 포장지 같은 쓰레기도 이곳저곳에 나뒹굴었다. 노점상 등도 해수욕장의 무질서를 부추긴다. 술, 젊음이 어우러지다 보니 갖가지 충돌도 발생한다. 해운대 바다경찰서 관계자는 “술에 취해 싸움을 하다 연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운대해수욕장에 무질서와 혼란만 난무하는 건 아니다. 백사장 곳곳에서는 음악 동아리들이 연주와 마술 공연 등으로 피서객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 입추를 한창 넘겼지만 아직 한여름인 해운대해수욕장은 낭만과 젊음, 열망과 환희뿐만 아니라 무질서와 추태도 따뜻하게 감싸며 어루만지고 있다. 인고의 세월을 겪어 온 넉넉한 어머니 같은 바다에게 못난 자식이나 잘난 자식이나 소중하기는 다 마찬가지다. 많은 것을 감춰 주고 새로운 것을 잉태한다. 글 사진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지방공기업 자금 ‘유리알’ 관리

    부채가 모두 72조 5000억원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388개 지방공기업에 대해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고, 별도로 징계부가금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국제신뢰도는 높아지나, 자본으로 잡았던 일부 항목이 부채로 이동하면서 전체 부채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12일 “지방공기업에 대해 국제 기준으로 투명성과 윤리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규제 강화는 아니다”고 밝혔다. 지방직영기업 범위를 확대해 적자기업이 많은 상·하수도도 일정 규모 이상은 지방공기업으로 분류해 관리할 방침이다. 개정안은 9월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12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제회계기준은 국가공기업에 대해서는 2011년부터 적용됐으나 규모가 작은 지방공기업은 제외됐다. 지방공기업도 일괄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렵고, 도시개발공사처럼 규모가 큰 곳에 적용될 전망이다. SH공사나 지하철공사를 영양고추유통공사, 청평사과유통공사와 같은 기준에 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이란 자본시장 자유화에 따라 ‘국제적으로 통일된 회계기준’을 목표로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제정한 기준이다. 석유개발, 수력발전 등 해외 사업을 활발히 펼치는 국가공기업은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해외 자금 조달이 기대됐지만, 지방공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서만근 지방공기업평가원장은 “호주 자본인 맥쿼리가 서울 지하철 9호선에 투자했다가 요금 기습 인상이란 나쁜 전례를 남긴 적도 있는 만큼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지방공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가 이루어지리라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대기업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이 지방공기업에도 적용되면 회계 투명성이 향상되어 국제적 신뢰도는 높아질 수 있다. 국가공기업은 국제회계기준 도입 첫해에 부채가 34.2%나 증가했다. 지난해 지방공기업의 부채증가율은 6.9%로 2009년 23% 이후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되면 갑자기 부채비율이 국가공기업처럼 확 늘어날 가능성이 크며, 회계기준 변경으로 드는 비용도 지방공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편 징계부가금은 아직 국가공기업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현금수수 등 업무상 비리를 저지른 지방공기업 직원은 수수한 금액의 5배 이내를 물어내는 제도다. 민·형사상 처벌에 더해 벌금 형식의 강력한 징계 기준을 도입해 지방공기업 직원의 윤리의식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창원·구미·포항 분양 하반기도 “앗 뜨거워”

    부산·대구·울산 등 혁신도시 인접 효과로 최근 분양 성적이 좋았던 창원·구미·포항에서 달아오른 분양 열기를 이어 가기 위해 후속 분양을 준비 중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여름 휴가철이 끝나기도 전에 견본주택의 문을 열 예정이다. 현재 아파트 분양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는 곳은 포항이다. 이달 중 ‘양학 도뮤토’가 견본주택을 오픈하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포항은 지난 7월 분양에 나섰던 ‘포항 양학산 KCC스위첸’이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친 곳으로 모든 주택형이 순위 내 청약을 마감했다. 이달 분양 예정인 ‘양학 도뮤토’는 견본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아파트가 들어설 곳은 포항시 득량동 151-1 일대로 포스코A&C가 시공을 맡았다. 현재 6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지하 4~지상 15층 7개동 총 363가구 규모다. 주택형은 전용면적 84~208㎡로 다양하다. 특히 1층은 기둥으로 이뤄진 필로티 건축기법을 도입해 단지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창원에서는 오는 10월 ‘창원 율림 하늘채’ 아파트가 분양 예정이다. 율림재개발 구역 아파트로 총 535가구 가운데 일반에는 400여 가구가 공급된다. 공급 예정 주택형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전용 84㎡ 단일 평형으로 구성됐다. 율림재개발 구역 인근으로는 양덕1·2주택재건축사업이 추진 중이며 양덕2·3구역도 주택재개발사업이 예정돼 있는 등 사업지 인근으로 주거환경 개선 기대감이 높다. 구미도 올해 아파트 분양 성적이 좋은 곳이다. 지난 6월 옥계동에서 분양한 ‘구미옥계 중흥S-클래스’가 순위 내 청약을 마쳤다. 600만원대의 분양가와 함께 산업단지 인근으로 수요가 풍부해 평균 2.7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1184가구 공급에 3237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구미 봉곡동에서는 9월 ‘구미봉곡 e편한세상’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총 1254가구 규모며 전용 76~125㎡ 주택형을 선보인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발동 걸린 손흥민 ‘차붐’을 넘어서라

    발동 걸린 손흥민 ‘차붐’을 넘어서라

    ‘치맥(치킨+맥주)의 계절’이 돌아왔다. 밤낮이 바뀌어 하루 종일 몽롱~하더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매력, 2013~14시즌 유럽축구가 드디어 개막한다. 10명의 ‘태극형제’들도 잉글랜드(6명), 독일(3명), 네덜란드(1명)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시작한다. 대세는 독일이다. 10일 개막하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명문 레버쿠젠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손세이셔널’ 손흥민이 화려한 날갯짓을 시작한다. 지난달 인터넷포털 네이버와 축구전문지 베스트일레븐의 공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손흥민은 팬들이 새 시즌 가장 기대하는 유럽파를 묻는 질문에서 압도적인 1위(59%·7800표)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 12골 2어시스트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던 그는 3시즌 정들었던 함부르크를 떠나 레버쿠젠으로 갔다. 한국 선수 사상 최고 이적료인 1000만 유로(약 147억원)에 입성했다. 리그에 적응할 필요가 없고 이렇다 할 경쟁자도 없어 연착륙이 확실시된다. 손흥민은 프리시즌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로 공격 본능을 끌어올렸고, 첫 공식전인 지난 3일 독일축구협회(DFB)컵 1라운드에서는 1골1어시스트로 리그 출격 채비를 마쳤다. 분데스리가 홈페이지가 레버쿠젠의 두 날개 손흥민-시드니 샘을 뜻하는 ‘샘손(SamSon)은 강하다’는 기사를 실을 만큼 현지 분위기도 뜨겁다. 2008년 서울 동북고를 자퇴하고 함부르크 리저브팀에서부터 차곡차곡 기량을 쌓은 만큼 30년 전 레버쿠젠에서 뛰었던 차범근 전 감독을 뛰어넘는 ‘신화’도 꿈꾸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를 분데스리가에 잔류시키고 원 소속팀 볼프스부르크로 돌아간 구자철은 이젠 도전자로 시즌을 시작한다. 주전 디에구가 건재한 터라 선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지만 최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오며 출전 횟수를 야금야금 늘려 가고 있다. 일본 J리그-스위스를 거쳐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 입성한 박주호(마인츠)와의 맞대결도 관전포인트. FC바젤에서 주전 풀백으로 뛰며 두 번의 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고 챔스리그·유로파리그 등 큰 무대를 경험한 안정적인 수비 커버링도 강점이다. ‘유럽파=프리미어리그’의 공식은 깨졌지만 잉글랜드파는 건재하다. ‘포스트 박지성’ 김보경(카디프시티)이 눈에 띈다. 지난여름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눈을 낮춰 챔피언십(2부 리그)에 입성하더니 팀을 EPL로 승격시킨 일등공신 역할을 하며 주전을 예약했다. 스코틀랜드 셀틱을 떠나 지난 시즌 EPL에 입성한 기성용(스완지시티)은 ‘2년차’인 만큼 공수 밸런스 조절 등 더 나은 기량이 요구된다. 대표팀 세트피스 전담 키커의 날카로운 발끝으로 지난 시즌 ‘0골’(2어시스트)로 잠잠했던 공격본능을 드러낼 때도 됐다. 지동원은 일단 선덜랜드로 돌아왔다. 눈독 들이는 클럽이 많았지만 높은 이적료 탓에 모두 불발, EPL에서 새 시즌을 맞게 됐다. 지난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 임대돼 5골(17경기)로 1부리그 잔류를 도왔다. 저평가했던 마크 오닐 감독 대신 후임 파올로 디 카니오 감독이 따뜻한 눈길로 보고 있는 건 다행이다. ‘무늬만 아스널’인 박주영은 조만간 다른 클럽으로 이적하거나 방출될 거란 관측만 무성하다. 2011~12시즌 입단해 단 한 차례 교체 출전한 게 고작이었고, 임대됐던 스페인 셀타 비고에서도 뚜렷한 활약이 없어 궁지에 몰렸다. 이청용(볼턴)과 윤석영(QPR)은 EPL 승격을 목표로 지난 3일 개막한 챔피언십에서 새 시즌을 시작했다. 2011년 오른쪽 정강이뼈가 골절돼 수술과 재활에 힘을 쏟았던 이청용은 두 시즌째 챔피언십에서 고군분투하게 됐다. 오른쪽 날개로 5골7도움을 쌓은 이청용에게 많은 클럽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팀 승격을 책임지겠다는 목표로 남았다. 윤석영은 큰형 박지성 없이 홀로 서기를 시작한다. 올해 초 겨울이적 시장에 EPL에 입성한 윤석영은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채 팀의 강등을 바라만 봤다. 프리시즌에서는 선발로 낙점돼 QPR의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산소탱크’ 박지성은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가기 전 3년을 뛰었던 친정팀 PSV에인트호번에서 부활을 노린다. 지난 시즌 맨유를 떠나 QPR에서 성공시대를 꿈꿨지만 개막 이후 16경기 무승, 챔피언십 강등 등 각종 시련을 겪으며 마음고생이 심했다. 선수 생활을 함께한 필립 코쿠 감독, 맨유 동료 뤼트 판 니스텔루이 코치 등과 함께 ‘마음의 고향’에서 반전을 꾀한다. 숨 가쁘게 2013~14시즌 그라운드를 누빌 이들 ‘코리안 브러더스’와 함께 축구팬들의 불면의 밤도 시작된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쇤네와 같은 처지에 놓인 아녀자들은 아침에 바람 불고 저녁에 비가 내리는 속에 외로운 등불과 차디찬 벽을 마주하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어렵습니다. 도감 어른께서도 평생을 두고 감당해야 할 등허리의 무거운 짐을 벗어날 길이 없겠으니, 그 또한 동병상련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아닙니다. 시생의 등을 짓누르는 무거운 등짐 때문에 세상살이가 홀홀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남의 고통도 알게 되었답니다. 시생의 등에 짐이 없었다면, 몸을 낮추고 사는 법을 몰랐을 것이오. 수레가 치받이길을 오를 때, 짐의 무게 때문에 헛바퀴가 돌지 않듯이 고개치 하나를 넘을 때마다 시생을 꼿꼿하게 일으켜 세워준 것은 등에 진 무거운 짐이었지요.” 그제야 정한조는 크게 웃고 나서 향임이 건네는 술을 받아 마셨다. 자리가 길어지면서 좌석을 같이한 질청의 구실살이들은 거나하게 취해서 수다스러워졌다. 멀리 상석에 현령과 반수가 자리를 잡았고 분단장 곱게 한 기녀들까지 끼어 앉아 거북했던 상단은 주는 대로 받아 마셨지만, 정신들이 말똥말똥하였다. 반수는 그 자리에서 결옥된 두 염간들을 방면하겠다는 현령의 약조를 받아냈다. 소금 상단이 적소를 섬멸한 공로가 있었기에 반수의 청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일행이 구실살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관아를 나섰을 때는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반수는 객사로 들고 나머지는 관아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염막을 찾았다. 말래까지 가자면 자정을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날 밤은 송석호의 염막에서 기숙하기로 하였다. 그 역시 현령이 원상들을 위해 베푸는 소연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고 있었다. 송석호는 결옥된 염간들을 방면하겠다는 현령의 약조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뛸듯이 기뻐하였다. 종범인 염간들이 결옥되어 구초를 받게 되면 음흉하고 간사한 구실살이들이 송금을 어긴 것을 사주한 장본인을 밝혀내려 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송석호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반수가 아니었다면 감히 현령과 좌석을 같이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먼저 반수와 도감에게 청탁을 넣은 것이었다. 자린고비로 소문난 송석호도 그때만은 염막에다 술동이를 들여놓고 두루거리 밥상 위에는 방자고기를 수북하게 쌓아두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행중은 비로소 퍼질러 앉아 처음부터 연배순이고 뭐고 파탈(擺脫)하고 잔을 돌리기 시작하여 밤을 지새웠다. 소식이 돈절되었던 길세만의 이름을 듣게 된 것은 행중이 이튿날 도방에 당도한 뒤였다. 마방에 갔던 만기가 헐레벌떡 뛰어들며 지금은 큰 우환 거리가 된 길세만이가 샛재 숫막에 당도하였다고 억죽박죽 소리를 질러댔다. 행중이 한결같이 작취미성으로 게슴츠레하여 맑은 정신 가진 사람이 몇 되지 않았는데, 처음에는 만기가 무슨 흰소리를 저렇게 하나 해서 반신반의하였다. 그러나 샛재 숫막에서 행중이 마중하기를 기다린다는 말을 수상하게 여긴 배고령이 만기의 소매를 잡고 강다짐을 받았다.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어진혼 빠진 사람처럼 갈팡질팡하지 말고 차근차근 얘길 하게.” “미역 짐 지고 현동 저자로 갔던 행중이 회정길에 우연히 숫막에 들렸다가 길동무와 마주쳤다고 합니다.” “적실한가?” “그 행중이 대낮에 허깨비를 보았겠습니까.” “길가놈이 어디로 가더란 말인가?” “접소로 오더랍니다.” “작반하는 일행은 없던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무슨 꿍심인지 일행이 있느냐고 물어보아도 속시원하게 대답은 않고 접소에 당도하면 상단 사람들에게 통기만 해달라고 몸 닳게 사정하더랍니다.” “길가놈 두고두고 끌탕이로군…… 채비할 겨를이 없네. 어서 가세.” 배고령이 급히 정한조와 천봉삼에게 알렸다. 세 사람이 서둘러 샛재로 달려갔다. 소문은 듣던 대로였다. 길세만은 허위단심 샛재 숫막에 당도한 일행을 발견하는 순간 정한조를 부둥켜안고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그동안 손톱여물 써는 마음고생이 많았던 탓이었다. 길세만에게 붙잡힌 정한조가 그를 냉큼 뿌리치지 못하고 엉거주춤하는 사이 다른 일행은 구월이가 거처하던 뒷방문을 열어제쳤다. 봉두난발이 된 한 사내가 아갈잡이에 뒷결박이 된 채 모잽이로 엎드려 있었다. 뒤늦게 뛰어든 정한조가 위인의 상투를 뒤틀어쥐고 면상을 천봉삼에게 들이댔다. 천봉삼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때를 같이하여 위인을 마당으로 끌어내어 육단을 시키고 무릿매를 내려 어육을 만든 다음, 그날로 말래 접소로 회정하였다. 적당의 두령이란 위인이 길세만을 곁꾼으로 수행시켜 당도한 곳은 그들의 소굴이 있던 산채였다. 쑥밭이 된 채로 버려진 산채를 한 바퀴 돌아본 다음 위인은 그곳에서 머뭇거리며 더 이상 움직일 낌새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정체를 눈여겨보며 뒤를 밟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을까 사뭇 조마조마하였던 길세만이 채근하였다. “해 지기 전에 여길 뜹시다.” 위인이 좋지 않은 안색으로 그를 힐끗 돌아다보며, 면박을 주었다. “뜨고 안 뜨고는 내가 작정한다. 네놈이 뭘 안다고 주책이냐?” “나는 뒤통수가 매식매식합니다.” “우리 일행을 수상하게 여길 사람은 없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야숙할 참이오?”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지면, 수정암에 들어가 얼추 노루잠을 자고 떠나야 하겠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저 나루에 사공이 몇이냐?” “늙은이가 슬하의 자식 둘을 데리고 나루질을 하고 있습니다.” “사공이 네놈의 외양을 꿰고 있겠지?” “안면이 없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거룻배에는 비렁뱅이나 문둥이, 백정이며 상여는 태우지 않는 게 풍속이었다. 때문에 네놈이나 나나 비렁뱅이나 백정은 아니겠으니, 저 거룻배를 타지 못할 형편은 아니다. 그러나 사공이 네놈의 면목을 단박에 눈치채고 등짐도 없이 빈 몸으로 회정하는 까닭을 꼬치꼬치 묻게 되면 네놈의 대답이 궁할 것이고, 대답이 궁해서 머뭇거리면 더욱 의심하여 파고들 것이야. 눈치 하나로 연명하는 사공이 내 본색까지 수상히 여기고 고을 군교나 오가는 행상들에게 귀띔을 한다면, 나와 네놈은 독 안에 든 시궁쥐 꼴 아닌가.” “거룻배로 건너가기 불편하다면 사공막 아래쪽으로 바위 벼랑을 도끼로 찍어 발 붙일 곳을 만든 벼룻길이 있습니다.” “그래? 천도가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군.” “한겨울에는 등빙으로 건너지만, 장마철에 물이 과도하게 불어나 물살이 세고 거룻배 다루기가 여의치 않을 때는 벼룻길을 따라 곧은재 앞까지 갑니다. 그러나 자칫 발을 헛디뎌 소에 소금 짐을 엎지르게 되면 본전을 놓치는 것은 예사고 사람 목숨까지 거덜 나고 말지요.” “네놈은 10여년 넘게 천도를 건너다녀서 눈 감고도 건널 수 있겠다?” “발새 익은 길이라 할지라도 눈 뜨고도 겨우 건너는 길인데 무슨 배짱으로 눈 감고 건널 수 있겠습니까.” “이놈 봐라, 비루먹은 강아지 범 복장거리시킨다더니 주제 사납게 된 것은 모르고 농지거리가 도통 기탄이 없군… 여기서 해 지기를 기다렸다가 사공막에 불이 꺼지면 벼룻길을 따라 건너기로 한다.” “그게 눈 감고 건너는 것이나 매한가지가 아니겠습니까.” “이놈아. 버르장머리 없이 말대꾸가 낭자하냐. 네놈을 그 색주가에서 건져낸 장본인이 바로 나라는 것을 벌써 잊었느냐.” “도대체 무슨 위급한 일이 기다리고 있기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급주로 길을 줄이는 것입니까요?” “이놈… 머릿속이 뒤숭숭한 게로군. 처음엔 말구멍이 막히도록 기가 질려 있더니 결박을 풀어주니까. 넉살 좋게 제법 뇌까리고 있군. 수다스럽게 굴면, 비수로 혓바닥을 자르든지 멱을 찔러 선지를 뽑아버릴 것이야. 내가 못할 것 같으냐? 어리석은 놈아, 네놈의 목숨이 내 손안에 있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더란 말이냐?” 길세만이 힐끗 위인을 일별했다. 부릅뜨고 노려보는 눈매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매서웠다. 언성은 높지 않았으나 가슴속에 도사린 결의는 녹록하지 않다는 신호였다. 길세만은 해가 지고 어둑발이 내릴 때까지 구린 입도 떼지 않고 기다렸다. 먼 데 사람의 형용도 분별이 어려울 정도로 어두워지자, 두 사람은 일어나 아슬아슬한 벼룻길로 들어섰다. 절벽을 가슴으로 끌어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떼어놓지 않는다면 그대로 열길 물속으로 굴러떨어질 만큼 위태로운 길이었다. 지난번 파수 때는 고래등같이 쌓아올린 소금 짐을 지고도 무사히 건너다녔던 길이건만 지금은 단출한 몸으로 건너는데도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도무지 발짝 떼어놓기가 여의치 않았다. 뒤를 따르는 위인의 재촉 때문인지 아니면 가슴속이 뒤숭숭한 탓인지 알 수 없었다. 코비치재를 지나면 다시 회룡천이 나타나는데, 회룡천 물길을 따라 몇 걸음만 내려가면 나룻배를 타지 않고도 건널 수 있는 여울이 있었다. 두 사람은 회룡천 근처에 있는 숲속에서 야숙을 하였다. 유월이라 하지만 야기는 매우 차가워 모닥불을 피우지 않으면 눈을 붙일 만한 온기를 유지할 수 없었다. 한밤중에 모닥불을 피우면 또다른 불상사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그래서 후미진 숲속에 숨어 연기 나지 않는 싸리나무를 꺾어다 불을 피웠다. 길손들의 이목을 따돌리며 잠행하는 두 사람이 치받이길인 산수터를 지나고 넓재 어름에서 멈칫거리고 있을 때, 말래 접소에는 때아닌 울진 질청에서 행세한다는 호장(戶長)이 찾아왔다. 호장이란 관아에서 관기들을 감독하는 아전이었다. 관기가 아프거나 대처에 볼일이 있을 때, 호장에게 말미를 청하고 허락을 받아야만 출타를 할 수 있었다. 관기들은 정해진 날짜마다 관아에 나가 점고를 받아야 했는데, 모두 호장이 맡아 처리하였다. 대개 한 달에 두 차례씩 삭망에 치러지는 점고는 구실살이하는 자가 도망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집 점검이었다. 그중에 행수 기생이 있어 교방에서 어린 관기들을 통제하기도 하였다. 그런 호장이 도방을 찾아와 현령이 베푸는 소연에 참석을 해달라는 통기를 넣은 것이었다. 얼른 생각해도 넓재에서 창궐하던 산적들을 소탕한 것에 인사치레하려는 것이었다. 내키든 내키지 않든 고을의 현령이 소연을 베풀겠다면, 응당 참석을 해야 했다. 접소에서는 반수 권재만에게 급주를 놓았다. 급주를 놓은 지 닷새째 되는 날 반수 권재만이 말래 접소에 당도하였다. 부랴부랴 채비를 차리고 정한조, 곽개천, 천봉삼, 최상주, 배고령, 지난번 적환을 입어 아직 기동이 임의롭지 못한 조기출까지 관아로 달려갔다.
  • [MLB] 시카고 임창용, 3일 류현진과 맞대결?

    사이드암 투수 임창용(37)이 시속 153㎞짜리 광속구를 찍으며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입성 채비를 마쳤다.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의 아이오와 컵스 소속인 임창용은 31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스프링 모바일 볼파크에서 열린 LA 에인절스 산하 솔트레이크 비스와의 경기에서 4-5로 뒤진 7회 등판해 한 이닝 동안 안타 1개를 내줬으나 삼진 1개를 잡아내며 실점 없이 막았다. 이날까지 마이너리그에서 14이닝 동안 삼진 15개를 잡아낸 임창용은 안타 11개를 허용하고 3실점,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에이전트 박유현씨에 따르면 임창용은 구속을 시속 153㎞까지 끌어올렸다. 이 말대로라면 그동안 148㎞대 볼을 꾸준히 뿌려 오던 그가 정상 구위를 되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던 시절에는 162㎞짜리 ‘뱀 직구’를 던지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오른 팔꿈치에 인대를 붙이는 토미존 수술을 받은 임창용은 컵스와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그에 있을 때와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의 처우가 다른 계약)을 맺고 재활에 몰두해 왔다. 6월 말부터 실전 등판해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8일 메이저리그 데뷔 직전 무대인 트리플A에 올라오자마자 잇따라 두 경기에서 무실점한 임창용이 불과 일주일 사이 더블A, 트리플A 등으로 초고속 승격한 점을 돌아볼 때 구단의 판단에 따라 빅리그 데뷔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성급한 이들은 류현진(26·LA 다저스)이 일리노이주 리글리필드에서 열리는 시카고 컵스전에 선발 등판하는 오는 3일을 전후해 임창용이 꿈의 무대를 밟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프로야구] 사자는 ‘호랑이 킬러’

    [프로야구] 사자는 ‘호랑이 킬러’

    KIA가 또다시 삼성 앞에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삼성은 30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와의 경기에서 4타점을 올린 최형우 등의 활약에 힘입어 8-5 승리를 거뒀다. 지난 4월 28일부터 KIA를 상대로 8연승을 달린 삼성은 시즌 전적 9승1패의 압도적인 ‘호랑이 킬러’ 면모를 과시했다. 이날 경기가 없었던 2위 LG와의 승차를 3경기 차로 벌리며 독주 채비를 갖췄다. 삼성은 1회 이범호에게 2루타를 얻어맞고 두 점을 먼저 내줬다. 그러나 3회 2사 1루에서 최형우가 김진우로부터 홈런을 빼앗으며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시즌 21호로 박병호(넥센)와 함께 홈런 레이스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달 들어서만 9개의 대포를 쏘며 매서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삼성은 4회 안타 5개와 폭투 등을 묶어 5점이나 뽑아 승기를 잡았다. 선발 장원삼은 6이닝 동안 3실점(3자책)으로 시즌 9승(5패)째를 올렸다. 지난달 22일 대구 LG전부터 4연승을 내달렸고, KIA를 상대로는 2011년 7월 26일 이후 6경기 연속 승리를 따냈다. 반면 KIA는 김진우가 3과 3분의2이닝 동안 안타 9개를 허용하며 7실점(7자책)으로 무너진 게 뼈아팠다. 4회 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에는 박한이에게 다리 뒤쪽으로 빠지는 공을 던져 벤치 클리어링을 야기했다. 박한이는 빈볼성 투구라고 불만을 표현했고, 김진우는 실투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얼굴이 붉게 상기된 김진우는 다음 최형우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맞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신종길이 8회 조현근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뽑았으나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롯데는 사직에서 5회 상대 유격수 실책과 집중타로 5점을 뽑아내 두산을 6-2로 제압했다. 선발 옥스프링이 6이닝 3피안타 2실점(2자책)으로 호투, 지난달 6일 사직 KIA전 이후 54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목동에서는 한화가 장단 14안타를 터뜨리며 넥센에 10-3 대승을 거뒀다. 한화는 1회부터 타순이 한 바퀴 돌며 6득점, 상대 선발 강윤구를 두들겼다. 2회 2사에는 김태균이 시즌 6호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NC는 문학에서 모창민과 이호준, 권희동의 릴레이 홈런을 앞세워 SK를 4-2로 꺾었다. 8회초 NC 공격이 끝난 뒤 쏟아진 비로 시즌 두 번째 강우 콜드게임이 선언됐다. 6회 1사에서 마운드에 올라와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손민한은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MLB] 빅리거 형·아우 “넌, 내게 감동이었어”

    [MLB] 빅리거 형·아우 “넌, 내게 감동이었어”

    28일 오전 10시 10분. 미프로야구(MLB) 30개 구장 중 세 번째로 오래된 다저스타디움 가장 높은 곳에 류현진(26·LA 다저스)이 서 있었다. 추신수(31·신시내티)는 방망이를 꼿꼿이 치켜든 채 타석에 들어섰다.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의 스타 2명이 5만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대결 채비를 갖췄다. 주심의 경기 시작 콜과 함께 류현진의 146㎞ 힘 있는 직구가 포수 미트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꽂혔다. 이렇게 ‘코리안 몬스터’와 ‘추추 트레인’의 첫 승부는 시작됐다. 류현진이 추신수와 신시내티 강타선을 상대로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시즌 9승을 달성했다. 류현진은 이날 7이닝 동안 삼진 9개를 낚으며 2피안타(1홈런) 1실점(1자책) 1볼넷으로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관심을 모았던 추신수와의 대결에서도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판정승을 거뒀다. 1회 첫 타석에서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연거푸 볼 4개를 던져 출루를 허용했으나 3회 두 번째 타석과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각각 1루수 땅볼과 삼진으로 잡아냈다. 류현진의 공은 힘이 넘쳤다. 최고 153㎞의 강속구와 142㎞의 고속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효과적으로 섞어 던지며 신시내티 타선을 압도했다. 3회 2사부터 7회까지 13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는 위력을 보였다. 지난 11일 애리조나전(5이닝 5실점)과 23일 토론토전(5와3분의1이닝 4실점)의 부진을 씻었다. 좌타자를 상대로 고전한 경우가 많았던 류현진은 이날도 2회 선두타자 제이 브루스에게 146㎞ 직구를 던졌다가 홈런을 허용했다. 1-1로 맞선 3회에는 2사 후 크리스 하이시에게 3루타를 맞아 역전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2010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이자 올 시즌 출루율 1위에 올라 있는 조이 보토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자신감을 되찾은 류현진은 8회 마운드를 넘길 때까지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했다. 완봉승을 거뒀던 지난 5월 29일 LA 에인절스전 못지않은 피칭이었다. 다저스 팬들은 7회를 마친 류현진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2003년 서재응(당시 뉴욕 메츠)이 세운 한국인 신인 시즌 최다승(9승 12패)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잭 그레인키(8승)를 제치고 팀 내 다승 부문 단독 2위로 올라섰고, 시즌 전 목표로 내걸었던 두 자릿수 승수 달성을 눈앞에 뒀다. 또 빅리그 통산 100탈삼진(105개)을 돌파하는 기쁨도 누렸다. 안타를 치지는 못했지만 추신수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1회 신시내티 타선 중 유일하게 류현진으로부터 볼넷을 고른 뒤 3루까지 가며 위협했다. 6회 수비 때는 1사 1루에서 후안 유리베의 안타성 타구를 멋진 슬라이딩으로 잡아내 팀에 힘을 얹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2(CGV 밤 10시) 범죄 예측 시스템이 평범해 보이는 한 소년을 지목한다. 핀치는 그를 구하려고 학교로 잠입한다. 그는 평범한 줄 알았던 소년이 천재 해커이며, 그가 형의 자살과 관련 있는 사람을 찾으려고 마약판매상으로 일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카터는 FBI와 함께 리스를 포함한 네 명의 용의자를 심문하게 되는데…. ■붕어학교 303 시즌 2-폭우가 지나간 자리(FTV 밤 10시 25분)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지나가고 물고기가 새로 들어오는 때를 맞았다. 상류의 차가운 새 물의 유입으로 물 온도가 낮아지면서 세숫대야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이번 시간에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준계곡형 저수지를 선택한다. 그에 따른 포인트와 채비의 공략 포인트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제1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바둑TV 오후 4시 30분) 총 6번의 토너먼트를 통과해야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농심신라면배 대표 선발전은 프로기사 사이에 가장 힘들고 험난한 대회로 이름이 높다. 그렇게 어렵게 단 태극마크인 만큼 한국은 유독 이 대회에서 우승이 많았다. 과연 올해는 어떤 선수가 선발되어 스타덤에 오를지 바둑팬들의 눈과 귀가 쏠린다. ■2013 KPGA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J 골프 밤 11시) 32강전 진출을 위해 KPGA 대표 골퍼 강경남과 김응진이 만났다. 올 시즌 KPGA투어 ‘제1회 해피니스 광주은행 오픈’ 우승과 ‘군산 CC 오픈’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현재 KPGA 코리안투어 대상 포인트 1위와 상금 순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강경남. 하지만 그에 맞서는 상대의 승부가 예사롭지 않다. ■썬즈 오브 아나키 2(FX 밤 11시) 차량 폭발 사고로 치명상을 입은 치브스를 보고 화가 난 샘크로는 이구동성으로 복수를 다짐하지만 잭스는 머뭇거리고, 헤일과 몰래 계획을 꾸며 에단을 넘기기로 한다. 그러나 이미 클레이는 에단을 처단하기 위해 찾아나선 상태다. 한편 기독교 센터 내에 울린 총성으로 샘크로는 모두 연행될 위기에 처한다. ■빅토리어스(니켈로디언 밤 9시) 음반업계의 대부 메이슨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플래티늄 뮤직 어워즈에서 오프닝 공연을 하게 될 예비 스타를 선발한다. 토리가 뛰어난 실력으로 뽑히게 되지만 메이슨은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야 한다며 괴상한 옷차림과 화장을 강제로 시킨다. 게다가 토리에게 고급 레스토랑에서 행패를 부리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 [브리티시오픈] ‘퍼트의 마법사’ 미켈슨, 20번만에 통했다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고 했던가. 필 미켈슨이 신기의 퍼트를 앞세워 브리티시오픈 챔피언의 상징 ‘클라레 저그’를 품었다. 사실 ‘황제’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에 필적할 만한 기량을 감안하면 ‘은주전자’ 한개가 아니라 이미 두어개쯤 챙겼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는 유독 브리티시오픈에선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처음 출전한 1991년 대회 이후 우승은 고사하고 ‘톱10’ 성적은 단 세 차례. 그러나 첫 출전 22년 만에 그는 “내가 해냈다”고 외쳤다. 상금은 144만 2828달러(약 16억 1400만원)다. 22일 영국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링크스(파71·7192야드)에서 끝난 대회에서 미켈슨은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의 맹타를 휘둘러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로 우승했다. 전날 선두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에 5타 뒤진 공동 9위로 출발했지만 5타차의 열세를 뒤집고 브리티시오픈 출전 20차례 만에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미켈슨 하면 ‘쇼트게임’의 도사다. 그만이 갖고 있는 남다른 두 손의 특별한 감각이 접목된 정교한 퍼트, 그리고 ‘로프트(골프채 페이스와 지면이 이루는 각도)’ 2도짜리 퍼터가 필살기였다. 미켈슨은 이번 대회 처음으로 로프트 2도짜리 오딧세이의 ‘버사’ 퍼터를 사용했다. 대다수 선수들이 쓰는 퍼터의 로프트는 3도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켈슨은 이 퍼터를 특별 주문했다. 로프트 각이 작으면 타깃을 향하는 공의 방향성이 좋아진다. 그러나 다루기 어렵다는 게 흠. 미세하고 정밀한 감각이 있어야 한다. 미켈슨은 이 퍼터가 아주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가 일주일 전 스코티시오픈 17언더파 우승 당시 썼던 오딧세이 PT82 퍼터 역시 웬만한 선수들은 다루기 힘든 장비다. 미켈슨은 그만큼 퍼트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올 시즌 라운드당 4.44개의 버디를 잡아내 이 부문 1위를 질주 중이다. 미켈슨은 전반보다 어렵다는 후반 9개홀에서만 버디 4개를 낚았다. 13∼1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선두로 올라선 그는 경쟁자들이 타수를 잃는 사이 또 17∼18번 홀에서 버디쇼를 펼쳤다. 특히 13번 홀 2.4m짜리 퍼트를 떨궈 우승 채비를 갖춘 미켈슨은 14번홀 6m, 18번홀 3m 퍼트 등 홀 5m 안팎에 붙은 샷을 어김없이 버디로 연결했다. 캐디백에서 드라이버를 아예 빼버리고 3번우드와 17도 하이브리드로 티샷에 나선 것도 5번째 메이저 우승의 비결이었다. 코스가 길고 딱딱한 US오픈 코스와는 공략법 자체가 다른 브리티시오픈을 미켈슨은 잘 이해했다. 세계 랭킹도 3계단 뛰어 2위. 한편 우즈는 ‘붉은 셔츠의 공포’를 재연하지 못하고 메이저 15승째 문턱에서 돌아섰다. 웨스트우드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지만 3타를 잃고 공동 6위(286타)로 밀려났다. 프로 데뷔 이후 역대 4라운드 최악의 스코어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동양시멘트, 동양그룹 에너지사업 추진 본격 채비

    동양시멘트가 동양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삼척 화력발전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동양시멘트는 ㈜동양 파일사업부의 파일 공장 및 관련 유무형 자산, 부채, 계약관계 및 고용 관계를 1,200억 원에 양수한다고 발표하였다 ㈜동양은 그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섬유사업 부문, 레미콘 등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번 파일사업부의 계열사 편입은 단기적인 동양시멘트의 현금창출 능력 강화 보다는 향후 동양그룹이 추진하게 될 삼척 화력발전 사업의 사업적 시너지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동양시멘트는 동양파일과 더불어 발전 사업의 주관 계열사인 동양파워의 지분을 55% 가지고 있다. 특히 동양파워는 산업부로부터 발전 사업자 승인을 획득함에 따라 발전소 설립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동양파일의 발전소 설립 초기단계부터의 사업 참여가 확실시 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 동양그룹 관계자는 “삼척 화력발전 사업 모델은 해외에서 검증 받은 시멘트-발전 연계 모델”이라며 “동양시멘트는 발전 사업 참여를 통해 성장과 수익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즉 에너지 관련 신규사업 추진과 더불어, 발전 원료 재활용을 통한 시멘트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석회석 채광이 완료된 폐광 부지를 출자, 동양파워에 대한 투자 부담이 거의 없는 점과 향후 발전사업 본격화에 따른 토지의 자산가치 상승은 동양시멘트의 재무구조 개선 및 기업가치 향상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야구 전망대] 구단별 후반기 승부수는

    이번 주 프로야구 각 구단은 후반기 승부수를 만지작거리는 한 주가 될 전망이다. LG는 미운 정 고운 정 모두 든 외국인 투수 주키치와 이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에선 주키치가 미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이미 마쳤으며 국내 지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한다. 또 미프로야구(MLB) 토론토에서 등판한 경험이 있는 대체 투수가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외국인 선수의 웨이버 공시 마감을 24일로 규정하고 있어 “반반”이라고 버티기만 했던 LG에 주어진 시간은 빠듯하기만 하다. 외국인 투수의 교체 여부는 상당수 구단의 공통된 고민거리. 두산은 올슨 대신 영입한 핸킨스가 지난 20일 1군 훈련에 합류,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넥센과의 3연전 첫 경기(23일)는 유희관이 선발로 오르고, 핸킨스는 이르면 다음 날 첫선을 보일 수 있다. 이승엽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걱정인 삼성은 벤덴헐크의 부진과 로드리게스의 부상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선두 수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넥센 역시 나이트와 밴헤켄 ‘원투펀치’를 계속 품기로 결정했다는 전언이 흘러나온다. 23일 나이트에게 일단 선발 임무를 맡긴다. 23일 LG와 잠실 대회전에 나서는 KIA는 석 달 만에 ‘향운장’ 최향남(42)을 1군으로 불러 올려 불펜에 대기시킨다. 전날 2군 경기에서 앤서니가 또다시 5실점으로 무너지자 특단의 ‘카드’를 꺼내든 것. 지난 4월 28일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군에 내려간 지 석 달 만이다. 재활 뒤 2군에서 다섯 경기에 나선 그의 성적은 6과 3분의2이닝 동안 1패1홀드, 평균자책점 8.10으로 좋지 않았지만 직구 구속이 132~138㎞로 살아나 구위를 회복했다는 평가다. 23일 선발 등판은 도미니카공화국 친구 사이인 소사(KIA)와 리즈(LG)의 몫이다. 순위 경쟁이 살얼음판이다. 어느 팀이든 삐끗하면 상위권 순위가 요동칠 수 있다. 전반기를 3위로 마쳐 지난시즌 악몽이 떠오를 참인 넥센과 한 경기 뒤진 두산의 만남도 마찬가지. 두산으로선 주말 LG와의 잠실 혈투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삼성은 NC와 만난 뒤 넥센과의 주말 격돌에 총력을 기울이면 돼 상대적으로 홀가분하다. 최악의 전반기를 보낸 한화는 코칭스태프를 전면 물갈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롯데와의 3연전을 마치고 휴식한 뒤 다음 주 넥센과 만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는지 배낭 멘 여행길에선 낯모르는 이와 “안녕” 하고 입만 벙긋하는 인사만으로도 말꼬리가 길어진다. 어디서 왔는지 이름이 뭔지 아주 사소한 호감부터 “너 지금 행복하니?” 선문답 같은 대화에 이르기까지. 나는 꿈꾸듯 거닐며 수많은 이방인들과 옷깃 스치는 인연을 맺었다. 이를테면 옷깃스침 동행이랄까. 유럽 땅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나는 마냥 행복했다가 돌연 쓸쓸해지고 그지없이 황홀했다가 못내 아쉬워 어쩔 줄 모르는 순간순간을 맞이한다. about ‘동행’ 본 기사는 SJR EUROPE에서 론칭한 ‘동행’ 상품을 따라 여행한 기록이다. 3월27일부터 4월12일까지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총 6개국 18개 도시를 탐방했다. tip 1 동행 상품가 외에 옵션투어 비용, 식비, 자유 여행을 하면서 지출한 교통비와 각종 입장료 등 15박 17일의 현지에서 지출한 여행경비는 120만원 남짓. 기념품 구입 또는 개인 쇼핑 품목이 많을 경우에는 더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tip 2 파리의 라스파일 시장과 몽파르나스 묘지, 뮌헨의 영국정원과 슈바빙, 프라하의 카프카 뮤지엄, 비엔나의 레오폴드 뮤지엄, 베네치아의 리도섬과 부라노섬 등은 기본 투어가 아닌 자유 시간을 활용해 여행했다. 기본 투어에 해당하는 파리, 프라하, 비엔나, 베네치아, 로마 등의 주요 도시 투어 역시 일부 구간 동행 후 자유로이 움직였고, 옵션 투어 가운데 바티칸 시국은 개별적으로 방문했다. France Mont Saint Michel, Paris 파리에서 지도 없이 걷기 기어코 파리. 파리는 독보적이다. 자정 가까이 늦은 밤에 도착한 파리였지만 여행에 앞서 만난 선배의 말이 실감이 됐다. “아마도 네 마음과 부단히 싸우는 여행이 될 거야.” 어디부터 갈까, 뭐부터 할까, 마음은 급한데 결정은 못하고, 그럼에도 파리에서는 어느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여행은 이튿날 아침부터 시작됐다. 파리 몽파르나스 타워 가까이에 위치한 호텔Campanile Maine Montparnasse 로비에서 15박 17일간의 동행들과 만났다. 며칠 전에 도착해 이미 파리에 푹 빠진 이도, 스페인이며 어디며 이제 막 국경을 넘어온 이도 있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동행을 태운 버스는 파리를 조금 아껴두고 4시간여를 달려 프랑스의 끄트머리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에 닿았다. 성 미카엘 대천사의 신성한 산성, 몽생미셸은 노르망디Normandie 해변에 떠 있는 아주 작은 바위섬이자 중세로부터 오랜 역사를 이어온 수도원이다. 일대는 드넓은 갯벌이다. 바닷일을 하던 사람들은 이 바위섬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워낙에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밀물썰물의 간격이 짧아 많은 이들이 휩쓸려 버린 탓에 ‘몽통브mont tombe’, ‘무덤 산’이란 고약한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던 8세기 초반의 어느 날, 인근 아브랑쉬Avranches 지역 오베르St. Aubert 대주교의 꿈에 성 미카엘이 나타나 예배당을 세울 것을 명령했고, 그후 서서히 모습을 달리한다. 14세기 백년전쟁 때에는 전투 요새로, 18세기 대혁명 시절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오늘 내가 마주한 몽생미셸은 고되고 혼란스러운 노르망디의 역사가 쓸려가고 다시금 수많은 순례자와 여행자들이 밀려오는 축복의 성지다. 그 물살에 실려 동화 속 풍경처럼 아른거리는 몽생미셸 속으로 들어간다. 바위섬 꼭대기의 수도원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좁고 가파르지만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호텔과 기념품 가게를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는 짧은 물때를 맞추기 위해 빠르고 간편하게 요리하고 먹을 수 있는 이곳의 대표음식 오믈렛과 사과 파이, 발효주 시드르Cidre 등을 즐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들어선 수도원에서 갯벌 뒤로 어디서부터가 바닷물인지 모를 그저 눈부신 노르망디 해안을 실눈으로 조망한다. 드디어 정말, 파리의 아침이다. 알람이 울리기 전 진작에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조식 서비스를 마다하고 향한 곳은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er.’ 카페 홀을 등지고 바깥 거리 쪽 테라스 좌석에 앉아 에스프레소와 크루아상으로 파리지엔의 밥상을 받아든다. 그러나 난 이따금씩 꿈꿨다. 저마다의 삶을 일구고 있는 파리지엔들마저 도시의 풍경으로 소비되는 파리에서 보들레르가 말한 ‘플라뇌르flaneur’, 이 도시의 산보객이 되는 순간을. 개인의 삶과 분리하여 도시 자체를 관찰하고 감상하는 한가한 무리가 되는 것이야말로 파리를 가장 파리답게 소비하는 방법이 아닐까.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카페 드 플로르에서 몇 발짝 나가지 못하고 바로 옆 서점에서 발길을 멈춘다. 막 문을 여는 참이다. 출근하는 서점 직원들을 따라 들어가 바바리코트 차림의 백발 할아버지들과 책 구경을 한다. 파리를 담은 사진집 몇 권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감이 이끄는 대로 걷다 ‘라스파일 시장Marche Biologique Raspail’에 이른다. 화요일과 금요일이면 우리의 오일장처럼, 라스파일 도로변에 장이 선단다. 일요일에는 파리 근교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식재료를 사고파는 유기농마켓이 열린다. 운이 좋다. 마침 장날이다. “봉쥬르.” 늘어선 가판 너머에서 들려오는 싱싱한 인사와 한 손에는 애견,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든 동네 할머니와의 연속된 조우. 그리고 갖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올리브를 맛보기로 건네는 손길까지 의도치 않게 살가운 일상을 공유한다. 예상치 못했던 진짜 파리지엔의 모습.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몽파르나스 묘지Montparnasse Cemetery에는 안내지도를 들고 명망가들의 묘를 찾는 이들이 꽤 많다. 시장에서 산 빨간 딸기를 베어 먹으며 보들레르 묘 앞에 마주앉은 나는 잠시 시간여행자로 전환된다. 아, 파리에서의 3일은 턱없이 짧다. 나는 파리를 빠르게 읽기로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튈르리 정원과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개선문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그 긴긴 길 위엔 셀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많은 의자가 줄지어 있고 그 위로 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기대어 있었다. 그날 밤, 중세 파리 투어를 했던 동행 몇몇이 해질녘 몽마르트르에서의 낭만을 안주 삼아 조촐한 와인 파티를 열고 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가는 것만으로도 이유가 되는 장소가 있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다음날, 동행들로부터 귀동냥한 정보를 중얼거리며 뤽상부르 공원Le Jardin du Luxembourg에서 아침 산책을 했다. 오늘 역시 조식 서비스 대신에 공원의 작은 카페테리아에서 크레이프와 커피로 덜 깬 잠을 달랜다. 조깅하는 파리지엔과 이른 아침부터 가이드 뒤를 쫓는 단체여행객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까짓것 부지런해져 보지 뭐. 반의반, 그 일부만이라도 보겠다고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으로 갔다. 역시나 나의 관심사는 미술작품보단 ‘오르세’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므로 두어 시간이면 될 거라는 건방진 생각이 있었다.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오르세는 물론 파리를 소화해 낼 방법이 없다. 그냥 넋 놓기로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난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 한가운데서 본의 아니게 낯선 구경꾼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몽마르트르의 예술가에게 초상을 맡기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붓 대신 가위를 들고 2~3분 만에 옆모습 실루엣을 종이에 오려 준다는 거리 예술가 앞에 앉았다. 대개 어린 아이들이 재미 삼아 하는 것 같았다. 관심의 대상이 나인지 예술가의 손놀림인지 모르겠더라.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민망함을 누르는 동안에 완성된 나의 실루엣. 하나도 안 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탐이 나는 파리에서 마지막은 바토 무슈Bateaux Mouches 위에서의 센강 유랑이다. 저마다의 파리를 즐긴 동행들이 하나둘 선착장으로 모여 이야기를 쏟아낸다. 듣는 이는 드물다. 알알이 불씨 오른 에펠탑이 가까워진다. 탄성이나 호들갑 없이 오히려 조용해진다. 파리의 밤이 강물 따라 흘러간다. ▶travie info 동행 프로그램은 여행하는 도시 가운데 주요 도시에서 지식 가이드를 제공한다. 프랑스에서는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1일 투어를 기본 일정에 포함하고 있고 파리에서는 2가지의 옵션 투어가 준비되어 있다. 옵션 투어는 물론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지식 가이드 투어에도 강제사항은 없다. 개인의 여행 기호를 존중하여 얼마든 자유 여행이 가능하다. route 1. 루브르 박물관+중세 파리투어 샹젤리제 거리→개선문→루브르박물관→중식→시테섬→노트르담성당→최고재판소→콩시에르쥬리→시청사→퐁피두센터→사요궁전(에펠탑 조망) route 2. 오르세 미술관+파리 인상파 투어 오르세 미술관→로댕미술관 정원→몽마르트르 언덕(성심성당, 예술인의 광장, 피카소의 작업실, 물랭루즈(조망))→개선문(샹젤리제) Switzerland Interaken,Luzern,Mürren,Mürren 만년설 위로 반짝이던 하루 파리 유랑을 끝낸 동행들이 모두 버스에 올랐다. 꼬박 8~9시간 몸을 구겨 잠을 청해야 한다. 다들 오랜 시간의 쪽잠이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려서인지 금세 잠에 빠진다. 조금 깊이 잠들었다 깨어났다.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여전히 낯선 도로 위다. 예상치 못한 거센 눈발로 좀더 안전한 길을 찾아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이번 여정은 이 야간이동을 시작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프라하까지 여정의 절반 이상을 이 버스 한 대로 움직인다. 유럽 배낭인데 유레일이 아니고 버스라니 처음엔 갸웃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도시간 이동에 소비되는 시간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 나로선 반가운 일이다. 예상보다 한두 시간 늦었지만 무사히 인터라켄이다. 도시락으로 요기한 동행 대부분이 ‘Top of Europe’ 융프라우에 오를 채비를 한다. 꼭 1년 만에 다시 찾은 인터라켄에서 나는 과감히 융프라우를 포기했다. 이미 올랐다는 것이 큰 이유였지만 파리 파노라마가 가시기 전 유럽의 지붕 아래서 그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난 여행에서 아쉽게 놓쳤던 청정마을 뮈렌Murren 행 기차에 올랐다. 기착지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에서 케이블카로 갈아타기 전 마을의 작은 카페에 들러 따뜻한 홈메이드 스프 한 그릇을 먹었다. 얼마나 내렸는지 눈에 파묻힌 것만 같은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뮈렌에서 단출한 워킹화에 의지하여 곧 미끄러질 듯 뒤뚱거리며 걷는다. 날쌔게 지나가는 스키어들은 물론 눈썰매 힘껏 지치는 어린 아이들도 탄탄한 기운을 뿜어낸다. 변덕스런 날씨로 여행자 애태우기 일쑤인 그날의 융프라우는 다행히 쾌청했다고 동행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산했다. 오늘은 다들 세상 모르고 잠이 들겠지. 하얀 솜사탕처럼 멀리 뭉게뭉게 겹쳐 있는 알프스 산맥의 품속에서 그만큼 달달한 꿈을 꾸면서. 이른 아침인데 하늘을 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알프스 높은 곳 어디에선가 발을 뗐을 패러글라이더들이 드문드문. 지천이 눈꽃, 상고대로 뒤덮인 산길을 지나 어느새 루체른Luzern이다. 호반 위로 얌전히 뻗은 카펠교Kapellbrucke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스위스의 고즈넉함을 맛본다. Germany Füssen, Munich 찰나지만 더없이 벅찬 순간 몇 시간 후 국경을 넘어 독일 퓌센Fussen에 도착했다. 오후 4시 전후인데 벌써 어둑하니 날씨가 궂다. 저 멀리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이 보인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동화 속 모습이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상당수 장면의 배경이니 말이다. 성의 일부가 보수공사 중인 데다 성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다는 마리엔 다리는 기상악화로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라 아랫마을에서 성의 초입까지 짧은 산책으로 만족하고 서둘러 뮌헨으로 방향을 틀었다. 늦은 밤에 도착한 뮌헨Munich은 몹시 차분했다. 물론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는 달랐다. 동행들과 우르르 몰려간 호프브로이하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맥주홀답게 사람도, 맥주도, 열기도 거품이 일 듯 넘쳐났다. 뮌헨에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동행들이 삼삼오오 빈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파리에서의 3박 4일이 짧다 투덜댄 것이 무안할 정도로 뮌헨에선 아주 잠시 머물렀다. 그래도 슈바빙Schwabing과 영국정원Englischer Garten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기에 읽었던 책의 잔상 때문이었을 게다. 이젠 어떤 내용이었는지 줄거리조차 생각나지 않는데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슈바빙과 영국정원의 모습만은 또렷했다. 오스트리아로 출발하기 전, 자유로운 3시간이 주어졌다. 호텔 리셉션에서 지도 한 장과 함께 효율적인 동선을 추천받아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곧 멎을 것처럼 숨이 찼음에도 자전거와 유모차가 차례로 엇갈려 지나가고 오리와 거위가 벤치를 돌며 길동무 해주는 영국정원에서 더 깊이 차가운 공기를 들이킨다. 그리곤 지그재그로 훑어 내려간 슈바빙. 짧아서 아쉬웠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다. 전혀. 그곳에 내가 존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벅차기만 한 걸. 찰나일지라도. 다시 올라탄 동행 버스, 차창에 스치는 풍경은 눈 깜빡일 때마다 영화 스틸 컷이 된다. 할슈타트로 가는 길이다. 휴대전화로 알림 메시지가 계속 들어온다. 네트워크 설정을 알리는 메시지. 버스가 조금만 방향을 바꾸어도 네트워크 설정이 달라진다. 독일 통신망을 잡았다가 오스트리아 통신망을 잡았다가. 이윽고 조용해졌다 싶었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그곳, 할슈타트 끄트머리에 있었다. Austria Hallstatt, Salzburg, Vienna 유럽의 작은 마을들을 가다 여전히 하얀빛을 발하는 눈이 마을을 살포시 덮고 있다. 그만치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친다.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상쾌하면서 동시에 차분해지는 기분. 깜빡 졸다 깨나니 어느새 할슈타트Hallstatt 호수다.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사이에 있다. 할슈타트를 포함하여 이 일대를 보통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라고 부른다. 크고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이곳의 작은 마을들은 알프스 아래 투명한 빛을 머금고 있다. 모두 자석에 이끌리듯 호숫가로 내달린다. 공기 중엔 감탄만이 존재한다. 떠나오기 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부터 모차르트, 클림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훈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그들이 태동한 마을, 도시, 공간 그 자체였다. 할슈타트에서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과 이후 잠깐의 산책이 허락됐다. 호수 가장자리 꽤 경사진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할슈타트의 집들. 집 위에 집, 그 위에 다시 집이 층층이 피라미드를 이룬다. 그런 까닭에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비탈 아래 집의 다락방 또는 굴뚝과 눈이 마주친다. 집 앞 정원, 뒤뜰은 물론이고 담장, 벽면, 창틀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 부지런히 쓸고 닦고 손질하는 정성이 느껴진다. 골목길에 맞닿은 벽면에 벤치를 놓은 집들이 많다. 허락 없이 잠시 엉덩이를 붙인다. 등허리를 기대고 가만히 마을을 관찰한다. 굴뚝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자 허기가 밀려온다. 이미 때는 놓쳤고 아쉬운 대로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투박한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과 핫초코 한 잔을 주문한다. 할슈타트의 강렬함을 뒤로하고 동행 버스는 잘츠부르크Salzburg에 도착했다. 재빠르게 캐리어를 호텔 방에 밀어두고 저녁나절 동행의 지식 가이드를 따라 나선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었던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을 지나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까지 단숨에 잘츠부르크 구시가를 가로지른다.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차례로 맛보며 오스트리아 스타일의 만찬을 가져볼까 잠시 고민. 하지만 생선요리를 판매하는 이곳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몇 가지 요리를 포장하고 기차역 안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슈니첼과 케이크, 과일 그리고 와인까지 푸짐하게 장을 본다. 호텔 방 안에 차려낸 배낭여행자의 잘츠부르크식 만찬에 흡족해하며 여행 친구들과 꽤 긴 수다를 늘어놓는다. Czech 에곤 실레 그리고 카프카 할슈타트와 마찬가지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는 좁다란 골목골목으로 이어진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재미난 사실 하나. 모차르트 엄마 그리고 에곤 실레 엄마의 고향이 각각 할슈타트와 체스키 크룸로프라는 것. 처음엔 웃어넘겼는데 그게 아니다. 두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포인트. 특히나 엄마의 고향 체스키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에곤 실레Egon Schiele는 한동안 이곳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체스키를 표현한 작품도 상당수.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눈에 익은 에곤 실레의 초상과 작품으로 디자인한 전시 포스터들이 벽을 도배하고 있다. 마을에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The Egon Schiele Art Centrum도 있다. 굴라쉬 브런치를 즐긴 다음 그가 걸었을 법한 골목을 따라 크룸로프 성으로 향했다. 성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동안 자주 걸음을 멈췄다. 가파르기도 했지만 시야가 트이는 성벽길에 접어들자 체스키 크룸로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성벽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그 너머의 마을 가장자리를 둥그스름하게 에두르고 그 안쪽에 중세의 시간을 간직한 집들이 소복히 모여 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임에도 마을엔 아늑한 기운이 유유히 흘렀다. 그리고 프라하Prague는 역시나 아름다웠다. 바츨라프 광장에서부터 화약탑, 천문시계, 카렐교까지 프라하 구시가를 동행 매니저의 꼼꼼한 가이드를 따라 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렐교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쁜 연인들을 뒤로하고 다리 난간에 바싹 붙어 프라하 성을 바라본다. 카렐교 건너의 펍에서 벨벳 맥주 한 잔. 부드러운 벨벳 거품이 입술에 닿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그러나 그 기쁨은 스쳐 지나갈 뿐이었나. 잔이 빌 때쯤 이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셈하게 된다. 달게 자고 일어난 프라하의 아침은 지난밤만큼 아름다웠다. 성비투스성당, 황금소로가 이웃하고 있는 프라하 성 일대를 함께 둘러보는 동행 가이드 투어 이후엔 홀로 프라하 시가지를 쏘다녔다. 가능하면 외면하고 싶었음에도 끝내 제 발로 찾아갔다, 카프카Franz Kafka를. 마냥 들뜨고 신나게 보내도 아쉬움 가득할 여행길에서 가슴 철렁할 것이 분명한데도 어느새 나는 카프카 뮤지엄Franz Kafka Museum 속을 헤매고 있었다. “이곳은 도시가 아닙니다. 꺼져 가는 꿈과 열정의 울퉁불퉁한 자갈밭으로 뒤덮인 시간이라는 태양의 갈라진 바닥을-잠수종 속에서처럼-우리는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곳은 재미있는 곳이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곳입니다.” -프란츠 카프카, 구스타프 야노우호의 <카프카의 대화> 인용문 中 카프카가 남긴 기록을 보는 사이 낭만적이기만 했던 프라하는 한순간에 반전된다. 숨이 턱 막힌다. 달달한 체코 전통빵 뜨르들로Trdlo를 뜯어먹으며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린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곧 프라하를 떠난다. 숨 가쁘게 도착한 다음 여정은 비엔나Vienna.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오스트리아에서 꼭 맛보아야 한다는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에곤 실레와 맞바꾸고 나는 다시금 배고픈 여행자가 된다. 레오폴드 미술관Leopold Museum에서 만난 에곤 실레. 체스키 크룸로프의 풍경을 담은 작품 앞에 섰다. 에곤 실레의 체스키는 내 기억 속의 그곳보다 훨씬 어둡고 울적했지만 나로선 참 반가운 장면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체코, 다시 오스트리아로. 공간이 다르고 에곤 실레와 나 사이의 시간 또한 다르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풍경이 있고 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이 여행의 순간에 감사한다. ITALY Vaticano,Rome,Veneziam,Sorrento,Sorrento,Sorrento 냉정해질 수 없는 이탈리아 여행 오늘 나는 생애 첫 야간열차를 경험한다. 비엔나에서 베네치아까지. 꼬박 12시간이 지나면 그토록 원했던 베네치아에 닿는다. 이번 동행길에서 가장 기대한 곳 중 하나가 베네치아다. 6개의 간이침대가 세 개씩 양 벽면을 의지해 층을 이룬 열차 칸은 비좁았다. 부피 큰 캐리어는 침대 아래 보관함에 들어가지 않아 양쪽 침대 사이에 나란히 줄지어 세웠다. 그 위로 다시 작은 짐들을 포갠다. 이제 열차 칸의 여섯 명은 발 디딜 공간 하나 없이 밤을 달린다. 열악했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이 모든 것이 야간열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처음으로 부모님이 아닌 친구와 단둘이 감행했던 여행이 떠올랐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두근두근했던 그 느낌. 한참 줄을 서 겨우 고양이 세수를 했다. 슈니첼 한 덩이를 패티로 넣은 버거와 커피 한 병. 자정 가까이 돼서 맛보는 제대로 된 첫 끼니다. 꿀맛. 푸르렀다. 물이 곧 땅인 베네치아Venezia에서는 모든 것이 맑고 푸르렀다. 동행들과 베네치아 본섬 투어에 나섰다. 떠밀리듯 걸을 수밖에 없을 만큼 본섬엔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그 북적임이 베네치아를 더욱 활기 넘치게, 역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 물결을 따라 조금 멀리 나가 보자. 배에 올랐다. 리도 섬Lido으로 가는 배다. 매년 가을,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섬 리도의 4월은 따사로웠다. 흐드러진 벚꽃과 나뭇가지마다 터져 나온 초록 잎사귀들로 봄기운이 물씬했다. 한편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세계의 끝은 낮고도 깊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반짝이는 해변에서 태양 빛을 그대로 흡수한다. 허리춤에도 못 미치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바다 가까이 다가간 아빠, 양동이와 집게를 들고 바닷가의 쓰레기를 줍는 할아버지, 파도를 마주하고 앉아 무심한 얼굴로 사과를 베어 문 젊은 연인. 영화와도 같은 삶의 순간들이다. 리도에서 배를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부라노 섬Burano은 색색이 선명했다. 바다로 이어지는 좁은 수로에 데칼코마니 풍경을 찍어내는 부라노의 색채는 바다로 나간 이들이 짙은 안개 속에서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집집마다 알록달록 칠을 한 것이 오늘날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예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 거품이 절반이나 되는 폭신한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본섬으로 돌아가는 배에 오른다. 안녕, 부라노. 안녕, 베네치아.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베네치아의 축복 속에 헤엄치던 나는 어느새 피렌체Firenze 산타마리오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한 마디로 두오모Duomo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두말 할 것 없이 <냉정과 열정 사이>를 곱씹으면서. 찰나에도 시작과 끝은 있다. 조금씩 여행의 끝이 보인다. 동행의 마지막, 종착역은 로마 떼르미니. 악명 높은 떼르미니역 플랫폼에 내리는 순간부터 동행들 사이에 긴장감이 맴돈다. 마지막 여행지니 모두들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추억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게지. 주변을 살피고 짐 가방 단속도 단단히 한다. 이제 로마Rome의 법을 따를 시간이다. 이튿날 아침, 로마의 여인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날름날름 맛있게 먹었던 영화 <로마의 휴일>의 촬영지인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을 시작으로 트레비 분수, 베네치아 광장, 판테온, 나보나 광장까지 세상 모든 길이 통한다는 로마의 중심을 통과한다. 촌스럽게 무슨 동전 던지기를 하냐고 피식 비웃었던 나는 어둔 밤 조명 밝힌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앞에서 슬그머니 동전을 꺼내들었고, 칠칠치 못하게 거리에서 무슨 젤라또를 날름거리냐고 흉봤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맛있다는 젤라또 가게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로마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테베레강 건너 트라스테베레Trastevere 마을에 이르러서야 느긋한 한때를 보낸다. 중세로부터 이어진,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서민지구라고 했다. 꼭 유명한 집이 아니라도 동네 어귀 작은 카페며 레스토랑 어디엘 들어가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커피와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마을이다. 웬만한 부침개보다 훨씬 큰 피자 한 판도 머릿수대로 주문하는 것을, 뜨거운 태양 아래 마시는 와인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들 틈에서 매끄러운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를 훅 들이킨다. 산타 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과 노천카페가 테두리를 만들고 있는 광장으로 포근한 햇살이 쏟아진다. 조바심쟁이가 모처럼 너그러워진다. 버스 차창 밖으로 나폴리 항을 곁눈질한 끝에 도착한 폼페이Pompeii에서는 그 폐허 위로 핀 들꽃처럼 가슴 뛰는 생명력을, 아말피 코스트Amalfi Coast를 신나게 달려 도착한 쏘렌토Sorrento에서는 나른해서 더 달콤한 지중해 마을의 여유로움을 삼킨다. 꿈은 아니겠지. 마지막은 아니겠지. 바티칸에서 뜻밖에도 새로이 선출된 교황님의 알현식을 마주하기도 했으니 이번 여행, 정말 제대로다. 떼르미니역에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Leonardo Express 열차를 타고 도착한 로마 피우미치노공항.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노트북 전원을 켠다. 사진 폴더 안에 새로이 추가된 이미지 파일만 3,000장. 힘들었던 기억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순간순간이 애틋하게만 기억되는 동행. 나는 지금 또다시, 더없이, 여행을 안달하고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SJR EUROPE www.sjreurope.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삽자루의 유럽 ‘동행’ 15박 16일 2013년 SJR EUROPE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배낭여행. 파리에서 시작하여 로마에서 끝나는 15박 16일의 여행 프로그램으로 항공권은 개인의 기호와 예산에 맞게 선택, 자연스럽게 동행 일정 전후로 자신만의 여행 일정을 추가할 수 있다. 일정 내내 전문 지식 가이드 출신의 인솔자가 동행하여 주요 도시에서는 무료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는 한편 여행자 스스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여행 정보와 노하우는 물론 충분한 자유 일정을 지원한다. 함께하는 낭만과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동행의 가장 큰 매력.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퓌센, 할슈타트, 체스키 등 자유 여행에서는 가기 힘든 유럽의 소도시를 경유하는 것도 동행 상품의 차별화 포인트. 더욱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를 위해 남부지중해 투어, 바티칸 투어 등 다양한 옵션 투어도 마련해 두었다. 유럽 여행이 처음인 여행자 또는 안전과 도시간 이동에 부담을 느끼는 여행자에게 아주 적합한 상품이다.
  • 사립대 재정·회계·교직원 보수 공시 의무화

    앞으로 학생이 30% 이상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사립대의 예·결산 심사·의결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또 사립대의 재정·회계지표 공시가 의무화되고, 교직원 보수는 항목별로 세분화해 공개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으로 개정된 사립학교법 시행령이 24일부터 시행된다고 16일 밝혔다. 교육부는 2014 회계연도부터 등심위가 사립대 예·결산 내용을 심사·의결하도록 했다. 등심위는 교직원·학생·전문가가 모인 기구다. 그 동안 등록금 심의 권한만 부여된 등심위 회의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신인섭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장은 “사립대 예산 의결권을 부여해 등심위 역할을 확대하는 조치가 사립대의 건전한 재정 운영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등심위는 또 재단이 법인부담금을 학교가 부담하도록 승인할 때 이에 대한 심의권도 갖게 된다. 등록금으로 조성되는 교비회계에 법인부담금을 떠넘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또 공인회계사를 감사로 선임해야 할 학교법인 범위도 확대, 입학정원 500명 이상인 대학법인 122곳에 대해 내부 감사 중 1명을 반드시 공인회계사로 선임하도록 했다. 사립대의 공시 의무도 강화된다. 사립대는 개정 시행령에 따라 ▲교육투자 분야에서 학생 1인당 교육비,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급률, 이월금 비율 ▲재무안정성 분야에서 등록금 의존율, 부채비율 ▲법인 책무성 분야에서 법인전입금 비율,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학교운영경비 부담률 등 9가지 지표를 공시해야 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LH, 부채 감축 위해 사업 구조조정”

    “LH, 부채 감축 위해 사업 구조조정”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0일 부채 감축을 위해 제2의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행복주택 건설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적자예상 사업은 과감하게 중단할 것”이라며 “구조조정 대상은 현재 보류 사업이거나 신규 사업이며, 예비타당성 수준의 검증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에는 국토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과 민간 전문가 집단이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채가 138조원에 이르는 만큼 부채 감축과 사업 전 과정에 걸친 구조조정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부채 감축을 위해 “회계를 분리해 임대아파트 등 정부 정책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한 정책사업 부채는 기금 출자전환, 출자비율 상향조정, 행복주택 재정지원 확보 등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채 증가세를 둔화시키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부채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며 “중장기 재무관리, 국책사업 수행, 사업조정, 부채감축 방안 등을 담은 ‘LH 경영혁신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부채비율은 300% 미만, 금융부채비율은 230% 미만을 유지하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추진 중인 행복주택 사업은 “정부와 협의해 재정지원과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며 “20만호 건설에 얽매이지 않고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LH의 미래 중점 사업과 관련해서는 “주거 복지를 위한 임대·서민주택 건설·관리업과 현재 신도시나 도심 등에 늘어선 40년 넘은 고층 아파트에 대한 리모델링 등 도시재생사업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조직 경영에 대해선 “자율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고 기존 임원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아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인사를 하겠다”며 “조직 내 두 노조의 화합을 위해 새 인사제도를 만들어 편향되지 않은 균형 인사에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U-20 월드컵] 박수가 아깝지 않은 아우들

    [U-20 월드컵] 박수가 아깝지 않은 아우들

    30년 만의 준결승행을 노리던 어린 태극전사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쫀쫀한 팀워크와 근성, 투지로 뭉친 꿈나무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쓰기에 충분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일 터키 카이세리의 카디르 하스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에서 이라크에 밀려 4강 합류가 무산됐다. 연장까지 120분 동안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했다. 시나리오였으면 너무 작위적이라는 혹평을 받았을 만큼 드라마틱한 경기였다. 내내 엎치락뒤치락, 쫓고 쫓기는 명승부였다. 전반 21분 알리 파에즈에게 페널티킥으로 첫 골을 얻어맞은 한국은 4분 뒤 권창훈(수원)이 헤딩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라크가 전반 42분 파르한 샤코르의 추가골로 도망가자 이광훈(포항)이 후반 5분 머리로 2-2를 만들었다. 이어진 연장전. 체력도, 집중력도 떨어진 연장 후반 13분 샤코르에게 한 골을 내줘 패색이 짙었지만, 정현철(동국대)이 추가시간도 끝날 무렵 중거리슛으로 원점을 만들었다. 120분 접전 끝에 이어진 승부차기. 한국은 2번째 키커 연제민(수원)의 공이 크로스바를 벗어났고, 6번째 키커 이광훈의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콜롬비아와의 16강전과 달리 이번 승부차기는 ‘새드엔딩’이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굵은 눈물을 뚝뚝 쏟았다. 아쉽지만 후회 없는 한판이었다. 이 감독은 ‘신들린 용병술’을 뽐냈다. 교체로 투입된 이광훈이 투입 5분 만에, 연장전에 들어간 정현철이 첫 볼터치에서 거짓말처럼 골을 뽑았다. 예민하게 경기의 흐름을 읽은데다 선수에 대한 현미경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이광종호’는 또 A대표팀의 모토인 ‘원팀’(one team)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이 감독이 “주위에서 약체라고 평가했지만 선수단 전체가 한마음으로 온 힘을 다한 덕분에 세계적인 팀들과 대적할 수 있었다”고 말한 데서 보듯 돋보이는 스타는 없었지만 끈끈한 팀워크로 매 경기 드라마를 썼다. 대회 최종엔트리(21명) 중 16명은 지난해 아시아 U-19 선수권대회 우승멤버. 선수단은 프로와 아마추어(대학)로 소속도, 생활 패턴도 달랐지만 한 목표를 향해 꾸준히 발을 맞췄다. 강한 압박과 유기적인 협력수비를 자랑하는 태극호 앞에 강호 포르투갈도, 우승후보 콜롬비아도 쓰러졌다. 두 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해결사 류승우(중앙대)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공백을 메웠고, 거듭된 연장·승부차기에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면서도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언제부턴가 한국 축구에서 사라져버린 투혼과 근성을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이들 원석을 보석으로 다듬는 게 과제다. 4년 전 이집트대회에서 ‘8강 신화’를 쓴 구자철·김보경·윤석영·홍정호 등 ‘홍명보의 아이들’도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런던올림픽을 차곡차곡 밟으며 ‘황금세대’로 거듭나 A대표팀에 연착륙했다. 세계 축구팬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심은 ‘이광종의 아이들’도 내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역사를 쓸 채비를 마쳤다. 한편 가나는 이날 난타전 끝에 칠레를 4-3으로 꺾고 대회 준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4강은 프랑스-가나(11일 0시), 이라크-우루과이(11일 오전 3시)의 대결로 압축됐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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