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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공기업 개혁, 실행 로드맵 꼼꼼히 짜라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에 칼을 빼들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마 전 “파티는 끝났다”며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한 뒤 구체적인 정상화 방안을 어제 발표한 것이다. 바뀌는 정부마다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남은 것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뿐이었다.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이 눈에 띄는 것 같기는 하다. 정부의 각오도 여느 때와는 달라 보인다. 문제는 실천 의지와 방향이다. 다음 정권 때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공공기관들의 경영 상태는 심각하다. 지방 공공기관까지 합쳐서 686개 공공기관의 총부채는 566조원으로 국가부채(443조원)보다 훨씬 많다. 빚이 많은 12개 공공기관이 지난해 부담한 이자는 하루 평균 214억원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민간기업이 이랬다면 살아 남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벌써 들어갔을 것이다. 공공기관들은 도리어 임직원들에게 일류 민간기업보다 높은 임금을 주고 과다한 복지 혜택을 베푸는 등 방만한 경영을 일삼았다. 물론 일부 공공기관들은 국책 사업을 수행하다 어쩔 수 없이 부채가 늘어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4대강 사업을 주도했던 수자원공사나 보금자리주택 등을 건설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그렇다. 따라서 무조건 공공기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과거 정권에도 공동 책임이 있는 만큼 정부와 공공기관이 힘을 모아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야 한다. 정부 발표안의 기본 방향은 세 가지다. 부채비율을 200% 수준으로 낮추고 공공기관장이 자율적으로 경영혁신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추진 상황을 점검해서 기관장 해임 권고 등으로 반영하겠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인 전시성 국책 사업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대책에도 있듯이 임직원들의 보수도 삭감하거나 동결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서 지적한 대로 성공의 관건은 실행이다. 문제가 심각한 공공기관들을 중심으로 로드맵을 세밀하게 짜 실행에 옮겨 나가기 바란다. 공공기관들이 이렇게 된 원인의 하나는 낙하산 인사다. 정권 차원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번 개혁안에는 인사개혁이 빠져 있다. 임기만 채우고 나갈 낙하산 사장은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노조의 입김에도 약하다. 정부가 권력을 손에 쥔 낙하산 사장을 해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낙하산은 더 있어서는 안 되지만 이미 임명된 낙하산 사장들이 이런 취약점을 어떻게 극복할지 걱정스럽다. 또 이번 안에서 인력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과, 공공수요와 직결되는 기관의 민영화는 지양하겠다고 한 발짝 뺀 것도 개혁의 강도가 약해 보인다.
  • STX팬오션 투자피해자도 집단소송 준비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앞서 이 회사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산 사람들이 “불완전 판매에 당했다”며 집단소송 채비에 들어갔다. ‘동양 사태’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소송의 타깃은 동양증권이다. 금융소비자원(시민단체)은 10일 “지난 6일부터 이달 말까지 일정으로 STX팬오션 CP·회사채 투자자들로부터 피해 사례를 접수받고 있다”면서 “사례를 접수한 다음 집단소송 등 후속 조치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남희 금소원 대표는 “STX팬오션 투자자들도 동양 피해자들처럼 안전하니까 믿고 CP 등을 사라는 동양증권 측의 말을 들었다가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들 중에는 동양 계열사 CP와 회사채에 투자해 양쪽 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한 STX팬오션 투자자는 “동양증권 직원이 STX팬오션은 조만간 산업은행이 인수하니 절대 안전하다고 말해 투자했다”고 말했다. 개인들의 STX팬오션 CP·회사채 투자 규모는 63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팬오션은 지난달 22일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상황이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지난달 29일 감자에 이어 이달 13일 유상증자를 통한 출자전환, 27일 2차 감자를 잇따라 실시할 계획이다. 총예상변제율은 33.03%로 정해졌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사설] 서민 발 묶는 철도노조 파업 명분 약하다

    전국철도노조가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등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파문이 적잖을 것 같다. 정부와 코레일은 불법 파업으로 규정짓고 노조 집행부를 고소·고발한 데 이어 직위해제까지 추진하는 등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파업 장기화로 서민들의 교통 불편과 물류 수송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사가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우선 노조는 과연 이번 파업에 명분이나 실익이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노조는 오늘 열릴 예정인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논의를 위한 이사회의 철회와 임금 6.7%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정부와 코레일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민영화로 가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수서발 KTX 분할은 철도 발전 대안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반면 정부는 자회사의 지분율이 코레일 41%에 정부와 지자체 및 공공기관 등 공공자금 59%로, 민영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철도 민영화는 현 정부에서 이미 수차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 데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레일 계열사로 KTX운영회사를 세우게 되면 코레일 소속 노조원들이 자회사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노조는 그 인원이 전체 노조원의 7%가량인 1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코레일은 400명 정도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노조로서는 노조원 이탈과 그 이후 근무 여건 악화를 우려할 수 있다. KTX 자회사가 설립되면 경쟁이 치열해질 여지가 크다. 지금처럼 코레일이 철도 운영과 서비스를 사실상 독점하는 체제는 무너지게 된다. 파업의 이면에 복잡한 셈법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노조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KTX의 정상화를 위해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판단이라고 본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지난달 간부워크숍에서 재무구조 개선과 관련해 “신의 직장이라는 국민적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더 강력한 실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레일은 용산사업 좌초 여파로 부채는 17조 6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지난해 244.2%에서 지난 6월 433.9%로 껑충 뛰었다. 코레일은 정부의 공기업 임금인상 가이드라인 2.8%도 반영하지 않겠다며 동결로 맞서고 있다. 노조의 정년 2년 연장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실행으로 옮겨지길 기대한다. 최 사장은 최근 “내가 선로에 드러누워서라도 민영화를 막아내겠으니 나를 믿고 따라와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그런데도 노조는 파업을 강행해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 사장은 노조가 KTX자회사 설립 취지를 수긍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책무가 있다.
  • 내년 지방선거 D -180… 3大 정치적 함의

    6일로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까지 꼭 6개월 남았다. 내년 지방선거는 우선 박근혜 정권의 ‘1차 변곡점’이 되는 동시에 차기 대선주자의 윤곽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큰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의 윤곽은 아울러 각 당의 역학 구도에도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또한 이번 선거를 통해 안철수 신당이 제3당으로 부상하느냐도 가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총력전을 준비 중이다. 역대 지방선거는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으로 진행돼온 만큼 야권의 ‘정권심판론’과 여권의 ‘안정적 발전론’이 충돌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방선거는 대선 직후에 치러진 1998년 지방선거에서만 여당이 유일하게 승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외의 지방선거는 정권 출범 뒤 일정한 시간이 지나 치러졌으며 야당의 승리 또는 우세로 판가름났다. 한편에서는 내년 선거는 시기적으로는 정권 출범 1년 3개월여만에 치러져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가보다는 기대감이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대선과 이후 논란을 거치면서 보수·진보 진영의 결집이 탄탄해져 생각보다 정권 심판론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여전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이상 나오고 있고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탄탄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차기 대권주자군은 지방선거를 통해 인물 평가 등을 거치면서 유력 후보군으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도 재선에 성공하면 대권후보 반열에 좀 더 가까워지게 되며, 초선에만 성공해도 강력한 인물로 떠오를 수 있다. 이런 만큼 2014년에 들어서면 각 당의 역학구도가 조금씩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서청원·김무성·최경환·이완구·정우택 의원 등 차기 당권 후보군들이 활동을 본격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친노무현계와 손학규계, 정세균계 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동시에 ‘안철수 신당’의 명암에 따라 전체적인 주도권의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야권과 정치권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신당도 남은 6개월간의 선거구도 자체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과 수도권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는 이후 정치 지형에 어떤 변수보다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5일 “광역단체장 선거 한두 곳에서 승리를 거둬 대안 세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雪…막힘 없다

    서울 관악구가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한 채비를 단단히 갖췄다. 구는 ‘2013 겨울철 종합 대책’을 수립해 내년 3월 15일까지를 추진 기간으로 정했다고 4일 밝혔다. 우선 재난대책본부 운영을 시작했다. 각종 제설 장비 점검 및 확보, 비상근무 체계 마련, 제설 공조 체제 및 비상 동원 체계 마련 등 철저한 겨울철 재난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또 제설 대비 상황총괄반을 상시 운영한다. 적설량 예보에 따라 단계를 나눠 각 부서와 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협력한다. 대책본부 337명으로 시작해 예상 적설량이 10㎝ 이상인 3단계 발령 시 전 직원 1024명이 비상근무에 나선다. 염화칼슘 523t, 소금 1465t 및 친환경 제설재 104t과 넉가래 등 각종 제설 자재와 제설 차량 등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효율적 제설을 위해 민관이 협력한다. 주민과 함께 생활안전거버넌스, 자율방재단 등도 구성했다. 고갯길 등 취약 구간의 경우 동 주민센터 직능단체가 나서 158곳을 책임질 예정이다. 수도방위사령부, 관악소방서와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인력과 장비를 동원할 수 있게 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변방의 한국 발레에 르네상스 안긴 최태지 국립발레단장 떠난다

    변방의 한국 발레에 르네상스 안긴 최태지 국립발레단장 떠난다

    “늘 사표를 지니고 있었어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매일 품었으니 더 과감하게 몰아붙일 수 있었던 거죠.” 국립발레단에서의 시간을 돌아보는 최태지(54) 단장의 시선이 깊어졌다. 수많은 결단의 순간에 용기를 내기 위해 늘 사표를 품고 있었다는 최 단장. 그가 12년간 이끌어온 발레단을 이달 말 떠난다. 그의 단장 시절은 1996~2001년의 1기, 2008년부터 올해 말의 2기로 나뉜다. 최 단장은 문화의 변방에 밀쳐져 있던 한국 발레를 무대중심으로 옮겨놓으며 국립발레단의 51년 역사를 바꿔놓았다. 스타 마케팅, 해설이 있는 발레 등으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연봉제, 수당제 등으로 무용수들의 처우를 개선했고 기량까지 끌어올렸다. 콧대 세기로 유명한 러시아 볼쇼이 예술감독 유리 그리가로비치와 프랑스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등 세계적 안무가들의 작품을 가져와 레퍼토리로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이런 노력으로 그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던 2008년 67%였던 유료 관객 점유율은 지난해 91%를 찍었다. 같은 기간 공연 횟수는 72회에서 116회, 관객 수는 8만 8240명에서 11만 1814명으로 늘어났다. 퇴임을 앞두고 최 단장은 서른 일곱의 나이에 덜컥 수장 자리에 올랐던 17년 전을 떠올렸다. “무용수들은 몸으로 말하는 사람인 데다 한국말을 잘 못한다는 핸디캡까지 있어 입술을 꽉 깨물고 악으로 버티던 시절이자,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만 몰두했던 6년이었어요.” 그렇게 버텼지만 2001년 중국 상하이 공연을 어렵게 성사시키고 돌아온 직후 그는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의지와 상관없이 자리에서 밀려났을 때 최 단장은 “마음 속에 품고 있던 풍선이 날아가버린 느낌이었다”고 했다. 상실감이 밀려들었다. “그제서야 발레가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2008년. 다시 돌아온 최태지 단장은 독해졌다. 2000년 발레단이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며 예산, 대관 등 책임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그는 커튼콜 때도 무대 인사를 나가지 않았다. 관객들이 공연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는지 객석에서 마지막까지 엿듣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는 제가 손들어서 왔어요. 단장이 되자마자 제가 무용수였다는 걸 다 던졌습니다. 자존심을 내세울 여유조차 없었죠. ‘어떻게 하면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끌어올까’ 하고 무용계 인사들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더 많이 만났어요. 어떻게 마케팅을 할지 경영 마인드에 더 골몰한 거죠.” 그의 타고난 승부사 기질과 행정가로서의 수완으로 국립발레단은 르네상스를 맞았다. 하지만 주변의 시샘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때문에 그는 “숙원사업이던 발레학교를 세우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은 있지만, 숙제로 남겨둘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발레단이 규모도 커지고 수준도 높아지고 관객들의 사랑까지 받게 되니 ‘최태지가 하는 일만 잘되느냐’는 시샘을 받게 됐어요. 그래서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건 아닌가’ ‘발레 학교도 오히려 내가 손을 떼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이르렀죠. 제가 테이프를 끊었지만 이젠 무용계 전체가 힘써주실 일입니다.”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1981년 일본 발레협회에서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문화청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신청했을 때 그는 일본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되면서 정체성의 위기를 맞았다. 2004~2007년 전통공연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정동극장장 시절 ‘물 속 기름’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을 때도 휘청거렸다. 7개월 전에는 남편을 먼저 앞세우며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다. “사고 뒤 한달 반이 지나 다시 일터로 돌아왔는데 단원들의 얼굴을 마주하기도 힘들었고 제 자신이 불쌍하게 여겨져 마냥 울고만 싶었어요. 하지만 우연히 지인을 만나러 갔다가 그 집 마당에서 큰 거북이 등 위로 작은 거북이가 기어올라가는 장면을 봤습니다. 완전히 ‘블랙아웃’되어 있던 상태였는데 그걸 보는 순간 정신이 들었죠. ‘내게 아이 둘이 있구나, 자식 같은 단원들이 있구나, 앞으로 나아가야 되는구나’ 깨달았어요.” 결혼하면서, 딸 둘을 낳으면서 끊임없이 발레로부터 도망가려 했다는 최 단장은 “초등학교 때 발레 선생님이 제게 ‘발레의 신이 너를 사랑하게 되면, 네가 암만 도망가려 해도 그 자리로 돌아오게 될 거야’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정말 실현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는 2일 전국 투어에 들어가는 ‘호두까기 인형’을 마지막으로 발레단을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다음 미션은 무엇일까. “확실하진 않지만 이제 무슨무슨 기관장은 정말 안 하고 싶어요. 슈트 빼입고 프레젠테이션 하는 일도 그만하고 싶고요. 발레를 배우고 싶은 아이가 있다면 가르쳐주고 누군가의 손을 진심으로 잡아줄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줄줄 새는 수돗물 이젠 그만… 매일 16만명 사용량 절감

    울산시는 2001년부터 올해까지 수돗물 누수를 줄이기 위한 ‘상수도 블록화 사업’을 추진해 72.4%였던 유수율(물이 손실을 보이지 않고 공급된 비율)을 89%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로써 울산시는 지난 10년간 예산 1037억원을 절감했다. 울산시 유수율은 2001년 72.4%로 조사돼 30%가량의 아까운 수돗물이 누수로 사라졌다. 시는 수돗물 누수를 줄이려고 탐사작업을 추진했으나 대상 범위가 넓은 데다 땅속에 있는 누수 지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에 따라 상수도사업본부는 그해부터 200억원을 들여 115개의 상수도 관망을 블록 형태로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관망을 바둑판 모양의 블록형태로 구성해 블록별로 수량, 수질, 수압을 실시간 감시하고 유수율을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애초 2015년 준공 예정이었으나 집중 투자로 2년 앞당겨 예산 절감 효과도 봤다. 사업 첫해인 2001년부터 유수율 제고로 1900만t이나 아꼈다. 16만명이 매일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수돗물을 절감하는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상승세를 보이던 유수율도 2009년 85%를 기점으로 크게 둔화됐다. 1986년 이전 매설된 수도관(회주철관)이 낡아 한 곳을 고치면 다른 곳에서 물이 새는 ‘누수 복원현상’ 때문이었다. 또 적은 예산으로 115개 구역을 연결하는 블록시스템을 추진하면서 매년 2~3개의 블록화에 그쳐 효과도 떨어졌다. 여기에다 누수탐사 인력 부족과 상수도관(300㎜ 기준)의 관리주체가 시설사업소와 지역사업소로 이원화된 것도 문제였다. 따라서 울산시는 블록 구축사업과 함께 노후 불량관 교체사업을 병행하고, ‘유수율 태스크포스(TF)’도 만들어 누수탐사와 블록시스템 구축사업의 효과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TF는 현장 누수탐사원부터 상수도사업 본부장까지 함께 참여해 현장의 소리를 수용하고, 즉시 예산을 반영하는 원스톱 체계로 운영됐다. 김지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블록화 사업으로 상수도 부채비율도 2001년 36.3%에서 지난해 10.2%로 26.1% 포인트나 낮추는 성과를 올렸다”면서 “나아가 센서네트워크를 구축해 지능형 관망 관리로 유수율 대비 연간 100억원을 절감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개혁의 칼 뽑은 코레일

    개혁의 칼 뽑은 코레일

    코레일이 공기업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빚 구덩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울 용산병원 부지 매각 등을 포함한 고강도 재무건전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24일 코레일에 따르면 현재 442.2%인 부채비율(부채 14조원)을 2015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인 248.9%로 떨어뜨려 영업 흑자(230억원) 원년으로 삼겠다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2018년까지 영업 흑자를 2657억원으로 확대해 코레일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채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복안이다. 코레일은 이를 위해 서울역 북부와 성북, 수색 등 핵심지역을 집중 개발하고 용산병원 부지와 폐선부지 등 운송사업과 관련이 적은 부지의 매각과 자산재평가를 통해 부채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또한 인력 효율화, 업무프로세서 개선, 물품구매 및 재고관리 개선 등 강도 높은 비용절감을 통해 약 7000억원을 절감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재 코레일은 철도용품 구매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국외 원제작사 직구매 및 계약방식 다양화(장기계약, 단가계약 등) 등으로 올해 1376억원을 절감하고 2020년까지는 모두 275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KTX 수송량을 강화하고 전국 5대 관광벨트 구축 등 신성장동력 사업을 적극 발굴해 1조 1203억원의 신규 수입을 창출하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아울러 인력과 조직 슬림화를 통해 인건비와 운영비를 줄일 방침이다. 코레일은 철도선진화법에 따른 초과인원 200여명을 자연감소 형식으로 해소하고, 본사를 핵심기능 중심으로 개편해 인력을 15%(170명) 이상 줄이는 업무기능 재조정 및 인력 재배치 작업도 추진한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이에 앞서 지난 22~23일 경기 의왕시 코레일 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한 ‘경영합리화 워크숍’에서 “신의 직장이라는 국민적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더 강력한 실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사설] 연례행사 공직감찰… 체계적 반부패 교육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경찰청 등은 연말을 맞아 전방위 공직비리 감찰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한 행정관은 기업으로부터 골프 접대와 상품권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소속 부처로 인사조치되기도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주 원전비리 등과 관련해 “부정부패는 무관용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혀 고강도 사정을 예고했다. 공직 감찰은 명절이나 연말만 되면 실시하는 연례행사로 비쳐져선 안 된다. 공직자들의 부정·비리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공직 비리는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1995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7년 동안 지자체의 비리를 분석한 결과 기초자치단체는 토착비리 발생 가능성이 광역단체에 비해 훨씬 높다는 연구도 있다. 지방분권으로 재량권과 자치업무가 많아진 영향도 있다고 한다. 인허가 등 선거와 관련된 토착비리의 악순환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감사원 감사도 토착비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금횡령 등의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내부감찰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선 자치단체들이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자율적인 내부통제 제도를 도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공직자의 청렴은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지난달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협약 이행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협약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로 분류했다. 기업의 내부고발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국제사회에서 부패국가로 낙인 찍히면 국내기업의 해외 입찰 수주에도 불이익을 받는 등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조지프 F 필 전 주한 미8군 사령관은 한국에서 근무할 당시 1500달러짜리 만년필과 2000달러짜리 가방을 선물 받았다가 지난해 전역 때 소장으로 강등됐다. 미국은 공직자가 20달러 이상 선물이나 향응을 받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부 기관들은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렴교육의무 이수제를 도입했다. 전체 공직사회로 확대하는 등 체계적 반부패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 [연평도 포격 도발 3년] 긴장 속 평화… 연평도를 가다

    [연평도 포격 도발 3년] 긴장 속 평화… 연평도를 가다

    21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공동작업장. 주민 오정숙(72·여)씨는 조금 전 꽃게잡이 어선에서 끌어올린 그물에서 꽃게를 골라내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작업 인원은 20여명이지만 아낙네가 대부분이다. 오씨는 “그래도 연평도에선 굴을 캐거나 꽃게를 따는 것이 제일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3년 전인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의 느닷없는 포 공격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던 연평도는 이렇게 일상을 찾아가고 있었다. 다른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김장을 하는 등 월동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포격 당시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육지로 황급히 떠났던 혼란상은 주민생활 어디에서도 찾기보기 힘들었다. 주민들은 마을에 복귀한 뒤 예상보다 빨리 일상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성과 노약자들 가운데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연평도 등 서해5도에서 남북한 해군이 충돌하는 일은 자주 일었지만, 주민들에 대한 북한군의 직접적인 공격은 휴전협정 이후 처음이라 주민들이 입은 내상이 쉽게 가시지 않는 듯하다. 유창미(51·여)씨는 “섬에 주둔하는 군이 사격연습을 하면 3년 전의 악몽이 떠올라 놀랄 때가 많다”면서 “포 소리가 들릴 때마다 군부대 연습이려니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밖에 나가 보곤 한다”고 말했다. 김민영(55·여)씨는 “천둥·번개가 치는 날에는 잠을 설친다”며 “괜찮아진 것 같아도 소리에 민감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희찬(9)군은 “유치원에서 간식을 먹고 있을 때 근처에 포탄이 떨어져 울었다”면서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포 소리는 싫다”며 웃었다. 연평보건지소 의사 김지석(31)씨는 “일부 주민들이 불안장애로 육지 병원 또는 보건지소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더욱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도 주민들의 잠재된 불안감을 부채질한다. 최모(62)씨는 “대를 이어 세습할수록 집권자가 더 못해지는 것 같다”면서 “김정은의 언행을 보면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지난 3월에는 군부대 훈련 도중 방송설비 작동 실수로 ‘실제 상황’이라며 대피령이 내려져 일부 주민들이 부두로 나가는 등 혼란이 일기도 했다. 그날의 참상을 여과 없이 보여 주는 곳이 있다. 지난해 11월 마을 한편에 지어진 안보교육장으로, 안보교육관(734㎡)과 피폭가옥 3채로 구성됐다. 이들 가옥은 포탄을 맞아 처참하게 부서진 모습 그대로 보존되었다. 지붕은 날아갔는지 앙상한 철골 뼈대를 드러내고 있고 불에 그을려 형체만 남은 가스통, 세탁기, 자전거 등은 달리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옹진군은 내년부터 2018년까지 평화안보 둘레길, 안보수련원, 평화기원 등대를 추가로 조성할 방침이다. 이정숙(58·여)씨는 “처음에는 안보교육장을 찾는 이들이 적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늘고 있다”며 “섬에 활기가 돌아 주민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수는 피폭 전보다 늘어났다. 현재 2202명으로 피폭 당시 1756명보다 400여명 증가했다. 면사무소 측은 군부대 증강으로 군인 가족들이 대거 전입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육지로 떠났던 주민 전원이 섬으로 복귀했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주민대책위 간부를 지낸 주민은 “섬으로 돌아가기 싫어 당국에 정주처를 요구했지만 생각해 보니 연평도만 한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포격으로 파손된 집과 상가 32채는 당국의 지원으로 신축됐고 188채의 노후주택은 리모델링되었다. 정진석(80) 할아버지는 “수십년 동안 삶의 터전이었던 섬을 떠날 수는 없었다”면서 “시간이 약인지 새집에 들어온 뒤 예전 생활을 되찾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시론] 국가부채의 숨겨진 이름 공기업 부채/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시론] 국가부채의 숨겨진 이름 공기업 부채/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연방정부 일시폐쇄사태를 겪으면서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행히도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S&P는 A+(안정적), 무디스는 Aa3(안정적), 그리고 피치는 AA-(안정적) 등급을 주었으니 부진한 글로벌 경기를 고려할 때 양호한 수준이다. 그런데 이런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바라보면서도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국가부채의 그늘에 숨겨져 드러나지 않게 우리나라의 건전성을 갉아먹는 공기업 부채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공기업 부채의 규모와 증가 속도는 우려할 수준이다. 국내 공기업 부채규모는 한 해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2008년 말 290조원에서 2012년 말에는 493조원으로 폭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기업부채비율도 2009년 31.6%에서 2012년 38.7%로 높아졌다. GDP 대비 비율이 35%인 정부부채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물론 부채가 증가하는 만큼 자산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공기업의 부채가 자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차감한 공기업의 순자산 규모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기업의 경우 수행하는 사업 내용이 정부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경우가 많아 단순히 절대적인 부채 수준이나 GDP 대비 부채비율만으로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정부와의 일관된 정책적 판단에 따라 때로는 시장논리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힘든 영역에서 과감히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급속한 공기업 부채규모의 확대는 정부정책과의 관계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감이 있으며, 정책적 필요성에 의한 부채규모 증가의 정당화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공기업 부채의 조달구조를 살펴보면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도 일정부분 존재하지만 공사채 발행에 의한 시장성 조달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공사채 조달비중이 높은 것은 공기업의 높은 신용등급과 관련이 있다. 공사채의 발행을 위해서는 신용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공기업은 항상 최고 신용등급인 AAA등급을 받고 있다. 공기업들이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것은 해당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나 사업내용이 탄탄하기 때문이 아니라 공기업이 한계상황에 직면하여도 정부의 지원 가능성으로 인해 부도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부의 지원 가능성으로 인하여 높은 신용등급을 확보한 공기업들은 비슷한 수준의 재무상태를 가진 일반기업에 비하여 훨씬 손쉽게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할 수 있으며, 자금조달 금리도 낮게 유지할 수 있다. 명목상으로 양호한 신용등급이 우리나라 공기업들의 현주소를 오히려 왜곡시킬 가능성이 존재하며, 더 나아가서는 자본시장의 효율적인 자금배분 기능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높은 부채 수준으로 인해 악화돼 가는 공기업의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공기업 부채관리도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시장의 조절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의 접근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공기업에 대한 독자신용등급 부여와 같은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공기업 신용평가 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공기업의 재무상태나 사업내용에 대한 평가 결과를 압도하고 있다. 공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서 정부의 지원가능성을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 공기업을 정부와 무관한 개체로 평가하게 된다면 조달금리의 상승이라는 가격기구를 통하여 공기업의 무분별한 자금 흡수를 억제하고 부채관리를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간 부문의 효율적인 기업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기업 부실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공기업 구조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며 시장은 즉각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 [사설] 가계빚은 쌓이는데 정쟁만 하고 있을 때인가

    가계 부채에 대한 경보음이 끊이질 않는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3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가구의 평균 부채는 5818만원으로 지난해 조사보다 6.8% 늘었다. 반면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억 2557만원으로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산 증식은 거의 없이 빚만 늘어나다 보니 교육비(-2.9%)와 식료품(-2.0%) 지출까지 줄일 정도로 삶이 팍팍하기만 하다. 소득이 부채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가계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37%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은행의 가계대출은 18조 3000억원 늘어 지난해 연간 수준(20조 7000억원)에 육박했다. 내년 초 가계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가계부채의 총량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계빚의 증가 속도와 내용을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1조 8000억원 늘었다. 9월의 6배나 된다. 지난해 1분위 가구, 즉 저소득층의 부채 규모는 24.6% 증가했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최근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4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금융시장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미국(73%)의 절반을 밑도는 35%로 신용대출 비중이 훨씬 높다. 이는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민층들이 전·월세 자금이나 생활비 등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이자율이 높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을 늘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서민층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빚을 50% 감면해 주고 최대 10년에 걸쳐 나눠 갚는 국민행복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 부채 탕감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탕감 이후 남는 빚을 갚을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런 취약계층들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을 겨냥한 맞춤형 사회복지 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완만한 회복 여부다.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세가격 오름세는 가파르기만 하다. 주택시장이 살아나 매매가 이뤄지고 빚을 갚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야 가계빚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안타깝게도 국회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한 정쟁으로 핵심 민생법안 처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전·월세가격 상한제, 임대차계약갱신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을 놓고 ‘부자 대 서민’ 이념 논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정부 모두 한쪽만 옳다고 고집하지 말고 절충안을 마련해 부동산 관련법을 신속히 처리하기 바란다.
  • 산은, 기업 구조조정 주역 ‘컴백’

    산은, 기업 구조조정 주역 ‘컴백’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의 주역으로 돌아왔다. 3조원 규모의 자구책을 발표한 동부그룹에 이어 회장이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한진해운, 현대증권 매각 압박을 받고 있는 현대상선 모두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이다. 1970~80년대 국책은행으로서 기업들을 진두지휘했던 산업은행이 장기 경기침체로 촉발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결해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STX, 금호아시아나, 대한전선, 성동조선, 동부그룹, 한진해운 등 6개 기업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있다. 대부분 초기 자금이 많이 드는 설치산업이라 국책은행의 여신이 집중됐다. 이 중 자금 사정이 열악한 STX, 성동조선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들어가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부채감축, 한계사업과 부실계열사 정리, 수익증대계획 등 경영 내용을 관리할 수 있다. 산업은행이 경영진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동부그룹이 지난 17일 내놓은 자구책은 산업은행과 수많은 협의 끝에 나왔다. 앞서 산업은행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간접 보유하고 있는 동부메탈 지분 40%와 당진발전소를 팔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동부가 내놓은 자구책은 김 회장이 애착을 보여온 동부하이텍을 매각하는 등 예상보다 강력하다는 평가다. 동부그룹은 자구책 발표 다음 날 산업은행에 계획서를 제출했다. 실사에 착수한 산업은행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지분 등을 동부그룹이 직접 파는 게 아니라 SPC에 넘겨 신속하게 구조조정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음 관심사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3000억원의 브릿지론(일시적으로 자금 상환이 어려워진 기업 등에 제공하는 대출)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대규모 인력감축과 자산매각을 요구했다. 산은은 현대상선에 현대증권 매각 등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다. 한진과 현대는 각각 1조원대의 자구계획을 마련해 산은에 전달했다. 현대상선은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을 50% 매각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행장을 겸하는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정책금융의 맏형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구조조정은 산은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중심을 잡고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산은 관계자는 “부채비율을 줄이는 게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은행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면서 “산은이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기 위해 수시로 해당 기업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TX, 동양 사태를 겪으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들도 의지가 상당하다”면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심석희, 쇼트트랙 여제 대관식만 남았다

    심석희, 쇼트트랙 여제 대관식만 남았다

    빙속에 이상화(24·서울시청)가 있다면 쇼트트랙에는 심석희(16·세화여고)가 있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월드컵 10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전이경·진선유의 뒤를 잇는 ‘차세대 여제’로 등극할 채비를 마쳤다. 심석희는 17일 러시아 콜롬나에서 끝난 2013~14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25초106으로 결승선을 통과, 밸러리 말타이스(캐나다·2분25초190)와 저우양(중국·2분25초416)을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 시즌 여섯 차례 월드컵에 이어 올 시즌 네 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1500m는 10차례 중 한 차례만 빼고 모두 금메달을 수확, 이 부문 최강자로 우뚝 섰다. 유일하게 우승에 실패한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는 김아랑(18·전주제일고)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 대표팀은 심석희 외에도 박승희(21·화성시청)와 조해리(27·고양시청), 김아랑 등이 선전해 500m와 1000m, 1500m 등 개인전 세 종목 모두 내년 소치겨울올림픽 출전권 3장을 사실상 확정했다. ISU는 이 대회와 지난 7~10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 성적을 합산해 500m와 1000m에는 32장, 1500m에는 36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부여한다. 국가별 최대 3장까지 확보할 수 있다. 대표팀은 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며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준결승에서 4분6초215의 기록으로 세계 기록을 세웠으나 결승에서는 아쉽게 중국에 밀렸다. 반면 남자는 개인전 노메달의 수모를 당하며 최악의 성적을 냈다. 1500m는 이한빈(25·서울시청)이 결승까지 진출했으나 레이스 도중 넘어져 6위에 그쳤다. 500m와 1000m에서는 결승에 오른 선수가 아예 없었다. 특히 1000m는 준결승에도 나가지 못해 체면을 구겼다. 앞선 세 차례의 월드컵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냈던 대표팀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5000m 계주에서는 레이스 막판 네덜란드가 넘어진 틈을 타 동메달을 땄고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한편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500m에서 금메달, 1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어 건재를 과시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주채권은행처럼 공기업 관리… 방만 경영땐 성과급 아예 안 줄수도

    정부가 채권 발행 심사, 투자사업 타당성 검토 등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일을 맡기기 위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권한을 일반 기업들의 주채권은행 수준으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또한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기타공공기관 중 방만 경영 문제가 불거진 곳은 경영평가 대상에 편입하기로 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파티는 끝났다”며 강도 높은 공공기관 개혁을 선언한 이후의 후속 조치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공운위의 권한을 주채권은행 수준으로 올려 실질적인 감시기구의 역할을 맡길 방침”이라면서 “기관장의 과도한 임금도 성과급을 중심으로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연말까지 공공기관 운영 혁신방안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500조원에 이르는 공공기관의 부채를 관리하고 과잉복지 축소를 위해 공운위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공운위는 공공기관이나 감독기관에서 부채 및 방만 경영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운위는 현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차관급과 법조계, 경제계, 학계 등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의 지정과 해제, 기관 신설 심사, 경영지침, 임원 선임, 보수지침 등을 심의 의결한다. 공기업의 채권 발행을 심사해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유전 개발, 설비 투자 등 공기업의 투자에 대한 사전 타당성이나 사후 타당성 등에 대해 심층평가를 할 수 있게 허용할 예정이다. 과거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국책사업에 동원돼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하는 전례를 막기 위해서다. 매년 시행하는 경영평가는 대상 공공기관이 확대된다. 현재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중 기타공공기관은 공운위의 관리를 거의 받지 않는다. 국정감사 등에서 방만 경영이 적발된 기타공공기관을 경영평가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강원랜드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상동테마파크를 포함해 3대 대형 사업에 1300억원을 투자해 305억원의 적자를 냈다. 금품 및 향응을 받아 퇴직한 직원 14명에게 총 3억 8000억원의 퇴직금도 줬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총 1만 4011건의 출장에 52억 8230만원을 사용했다. 기타공공기관 178곳의 지난해 부채는 10조 2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66.9%다. 부채가 많은 공기업에 대해서는 경영평가에서 채무관리 조항을 신설하고 평가비중을 높인다. 2015년 평가부터는 부채 감축 자구노력이 미흡하거나 방만 경영이 개선되지 않는 공공기관은 성과급을 아예 못 받을 수 있다. 또 동종 업계보다 보수 수준이 높은 공공기관 10여곳의 기관장, 감사,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등 임원의 보수를 삭감할 방침이다. 공공기관 임원 보수 삭감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전 해법보다 강화된 것은 맞지만 행정학 기본 원칙은 책임과 권한을 연동시키는 것”이라면서 “공운위가 권한이 강해진 만큼 공공기관 개혁의 결과에 대해 명확히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주채권은행처럼 공기업 관리… 방만 경영땐 성과급 아예 안 줄수도

    정부가 채권 발행 심사, 투자사업 타당성 검토 등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일을 맡기기 위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권한을 일반 기업들의 주채권은행 수준으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또한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기타공공기관 중 방만 경영 문제가 불거진 곳은 경영평가 대상에 편입하기로 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파티는 끝났다”며 강도 높은 공공기관 개혁을 선언한 이후의 후속 조치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공운위의 권한을 주채권은행 수준으로 올려 실질적인 감시기구의 역할을 맡길 방침”이라면서 “기관장의 과도한 임금도 성과급을 중심으로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연말까지 공공기관 운영 혁신방안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500조원에 이르는 공공기관의 부채를 관리하고 과잉복지 축소를 위해 공운위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공운위는 공공기관이나 감독기관에서 부채 및 방만 경영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운위는 현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차관급과 법조계, 경제계, 학계 등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의 지정과 해제, 기관 신설 심사, 경영지침, 임원 선임, 보수지침 등을 심의 의결한다. 공기업의 채권 발행을 심사해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유전 개발, 설비 투자 등 공기업의 투자에 대한 사전 타당성이나 사후 타당성 등에 대해 심층평가를 할 수 있게 허용할 예정이다. 과거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국책사업에 동원돼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하는 전례를 막기 위해서다. 매년 시행하는 경영평가는 대상 공공기관이 확대된다. 현재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중 기타공공기관은 공운위의 관리를 거의 받지 않는다. 국정감사 등에서 방만 경영이 적발된 기타공공기관을 경영평가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강원랜드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상동테마파크를 포함해 3대 대형 사업에 1300억원을 투자해 305억원의 적자를 냈다. 금품 및 향응을 받아 퇴직한 직원 14명에게 총 3억 8000억원의 퇴직금도 줬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총 1만 4011건의 출장에 52억 8230만원을 사용했다. 기타공공기관 178곳의 지난해 부채는 10조 2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66.9%다. 부채가 많은 공기업에 대해서는 경영평가에서 채무관리 조항을 신설하고 평가비중을 높인다. 2015년 평가부터는 부채 감축 자구노력이 미흡하거나 방만 경영이 개선되지 않는 공공기관은 성과급을 아예 못 받을 수 있다. 또 동종 업계보다 보수 수준이 높은 공공기관 10여곳의 기관장, 감사,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등 임원의 보수를 삭감할 방침이다. 공공기관 임원 보수 삭감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전 해법보다 강화된 것은 맞지만 행정학 기본 원칙은 책임과 권한을 연동시키는 것”이라면서 “공운위가 권한이 강해진 만큼 공공기관 개혁의 결과에 대해 명확히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공공기관 근본부터 개혁할 마스터플랜 짜라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에 또 한 번 고삐를 죄고 나섰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공공기관장 조찬 간담회에서 공공기관들의 방만 경영과 부채 문제를 질타하면서 경영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발본색원한다는 각오로 획기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에 시동을 건 때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이다. 벌써 15년 전이다.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을 외쳤지만 시늉에 그쳤다. 이번에는 문제점을 낱낱이 파악해서 근본부터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 부채비율이 높은 30개 공공기관의 이자 비용은 한 해 평균 5조 5573억원에 이른다. 하루 이자만 152억원이다. 부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공공기관의 총부채는 588조 7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무려 267조 8000억원(83.5%)이나 늘었다. 국가채무 443조 7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공기관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학자금을 무한 지원하는 등 복리후생비를 물 쓰듯 했다. 평균 연봉은 30대 대기업 평균보다 많은 6000만~8000만원대에 이른다. 이런 일자리를 자식에게 물려주며 고용을 세습하는 곳도 있으니 ‘신의 직장’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경영이 방만한 첫째 원인은 낙하산 인사 때문이다. 전문성이 없는 인물이 잠시 경영을 맡았다가 바뀌는 사례가 되풀이되다 보니 먼 장래를 내다보는 경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기업의 병폐를 찾아내 고치기보다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사원들, 특히 노조의 기분을 맞추어 주다 임기를 마치는 것이다. 책임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사기업 사장이라면 어느 누가 빚을 내서 봉급을 올려주겠는가. 공공기관의 주인은 정부이니 방만 경영을 초래한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다. 상식에 어긋나는 도덕적 해이에 메스를 가해 경영을 혁신시킬 책임 또한 정부가 져야 한다. 개혁다운 개혁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과단성 있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을 하더라도 자율 경영을 해쳐서는 안 된다. 시시콜콜 간섭하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개혁은 아니다. 정부는 마스터플랜을 짜서 자체 이행 상황을 잘 감독하고 관리하면 된다. 공공기관들이 믿고 기대는 곳은 정부와 국민이다. 경영이 파탄 나더라도 세금으로 살려주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 적자가 나면 공공요금을 올려서 해결하려 한다. 국민에게 빚을 떠넘기는 행위다. 이런 일이 없도록 하려면 세밀한 경영평가를 통해 경영진에게 실패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교체될 공공기관장에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최적임자를 선임하는 일이다. 이제 잔치는 끝내야 한다.
  • 코레일, 자구노력 돌입… “2년 내 흑자”

    코레일, 자구노력 돌입… “2년 내 흑자”

    최연혜 사장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코레일이 고강도 경영혁신에 돌입했다. ‘2015년 흑자경영, 부채비율 200%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구노력에 시동을 걸었다. 12일 코레일에 따르면 현재 부채는 14조원(차입부채 12조원)으로, 매년 이자만 5000억원을 부담하는데 이대로 지속되면 2015년엔 부채가 17조원까지 늘어난다. 이에 따라 2급 이상 간부(650명) 전원이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인상분은 반납하기로 했다. 이 규모가 16억원에 달한다. 초과근무 최소화 등을 통해 연말까지 320억원의 인건비도 줄이기로 했다. 또 다양한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발굴, 추진해 연간 3000억원을 절감키로 했다. 현행 3만 5000여개에 달하는 철도용품 및 에너지를 직접 구매하는 조달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연평균 1000억원의 예산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본사 인력을 축소하는 등 조직규모를 줄이고 초과 인원 200여명도 연말까지 해소할 계획이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돌아온 동국 vs 물오른 신욱

    돌아온 동국 vs 물오른 신욱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최전방 공격수 이동국(왼쪽·34)이 그라운드에 돌아올 채비를 마쳤다. 지난 8월 말 FC서울과의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부딪쳐 오른쪽 무릎 인대 부분파열로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던 이동국은 재활에 전념해 오다 최근 팀 훈련에 합류했다. 이동국은 오는 9일 오후 4시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리는 울산 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를 통해 그라운드를 밟을 예정이다. 이날 대결은 범(凡)현대가(家) 맞대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5일 현재 전북은 승점 59로 1위 울산(승점 67)에 8점 뒤져 있다. 전북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6경기가 남아 있고, 울산은 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전북이 울산을 잡으면 막판 역전 우승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특히 전북은 올해 상대 전적에서 2승1무로 단연 앞서 있어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이동국은 부상 당시 10월 중순 그라운드에 돌아올 것으로 보였으나 약간 늦어졌다. 최강희 전북 감독으로선 올 시즌 24경기에 출전해 12골을 터뜨려 득점 부문 6위에 오른 이동국의 복귀가 반갑기만 하다. 혼자 최전방을 책임졌던 ‘와플 폭격기’ 케빈도 더 홀가분해진 상태에서 발끝을 벼릴 수 있다. 사실 부상 직전까지 이동국은 다소 불안했다. 7경기 연속 득점으로 순항했던 그는 7월 16일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부터 8월 말까지 7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 2년간 재계약에 합의해 마음이 편한 상태. 체력도 비축하고 각오도 새롭게 무장한 그가 돌아와 다시 포효한다면 ‘홍명보호’ 첫 승선의 꿈을 키울 수 있다. 지난 4일 재승선한 김신욱(오른쪽·25·울산)과의 골사냥 대결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둘은 최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했을 때 한 방을 쓰며 가까워진 사이. 하지만 팀의 우승뿐만 아니라 내년 브라질월드컵 무대에 나서기 위해 홍명보 감독에게 뭔가 보여줘야 할 상황이다. 김호곤 울산 감독이 지난 3일 인천을 1-0으로 제압한 뒤 “전북과의 경기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한 것도 불꽃 승부를 예고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국내여행 | 비수구미-길 위에서 평화를 찾다

    국내여행 | 비수구미-길 위에서 평화를 찾다

    산천에 색이 스며드는 계절이다.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쾌청하기 그지없고 햇살은 노곤하다. 뚜벅뚜벅 걷는 산길, 도시의 아스팔트 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이 찾아왔다. 발 아래 땅이, 머리 위엔 하늘이 해산터널을 갓 지나자 비수구미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몇 개의 표지판 뒤로 철망으로 만들어진 높은 문이 입을 꽉 다물고 있었고, 그 옆에 작게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둔 게 보였다. 찾아온 이를 반기지 않는 것 같은 풍경에 첫 발걸음이 조금 무거웠다. 길은 울퉁불퉁, 흙이 다져진 흙길이라기보단 돌이 쌓여 있는 돌길에 가까웠다. 운동화가 아닌 단화를 신었던 일행은 불편하고 힘들다고 투덜거렸다. 엉성하게 묶었던 신발 끈을 다시금 조여매고 천천히 걷기로 했다. 출발 지점부터 비수구미 마을까지는 6.5km, 넉넉히 잡아 2시간이 걸린다. 길을 걷자고 찾아온 곳,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강원도 화천에 자리한 비수구미는 오지 중의 오지로 알려져 있다. 비수구미라는 명칭은 ‘신비의 물이 만든 아홉 가지 아름다움’이라는 이야기와, 조선시대 때 임금에게 진상할 소나무 군락지였던 ‘비소고미’가 발음하기 쉽게 변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화천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1,190m의 해산을 뒤로하고 앞으로는 파로호를 마주하고 있는 곳. 외로움과 고된 생활에 지금 이곳에 남아있는 집은 4가구에 불과하다. 파로호의 물 높이에 따라 길이 잠기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선착장에서 마을 주민들의 보트를 빌려 타거나(인원 상관없이 왕복 3만원) 해산터널을 넘자마자 나오는 트레킹 길을 통해서 걸어 내려와야 한다. 트레킹 길은 해산령에서 비수구미 마을 방향으로 내려올 수도, 배를 타고 마을로 들어와 해산령 방향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트레킹에 익숙하지 않다면 내려오는 길을 선택하는 편이 수월하다. 비수구미는 2012년 5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자연휴식년제가 지정돼 출입이 통제되고 취사나 캠핑도 불가능하다. 여느 여행지처럼 편히 다녀올 수 있는 곳은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만 되면 사람들이 찾지 못해 안달이다. 트레킹 길 출발지와 선착장에도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고 조용하던 민박집에는 식사시간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단순히 오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집 한 채 없이 이어지는 산길, 그 위에 자꾸 사람들이 서려는 이유는 오감을 통해 채워지는 평안 때문일 것이다. 비수구미에선 조금만 발걸음을 늦춰도 금방 길 위에 혼자가 된다. 소리라고는 숲이 내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뿐이다. 보물같이 숨어 있는 길섶의 작은 꽃들은 비수구미 길의 숨은 재미다. 풀의 냄새를 실은 바람도 전해진다. 트레킹 길은 계곡을 옆으로 두고 나란히 이어지다 두어 번쯤 작은 물길이 길 위를 넘어간다. 한여름이라면 발을 담구고 쉬었다 가도 좋을 것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길, 산, 하늘과 물뿐이고 도시에서 찾기 힘든 화려한 색이 물감을 풀어놓은 듯 펼쳐진다. 차를 타고 휙 지나가며 보는 풍경에선 알 수 없는 산천의 숨은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역사의 아이러니를 굽어보다 비수구미 마을과 닿아 있는 파로호는 지금은 잔잔한 물결을 만들며 고요함을 뽐내고 있지만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파로호는 1944년 일제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만든 화천댐 건설로 만들어졌다. 원래 이 지역의 호수는 ‘대붕호’라 불렸지만 일제가 대붕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화천호’로 불렸다. 수력발전소로 지어진 만큼 6·25 전쟁 때 이곳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한국군이 중공군 약 3만명을 물리치며 승리를 거뒀다. 이승만 대통령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랑캐를 물리쳤다’는 뜻에서 파로호破虜湖란 이름을 붙이면서 명칭이 굳어지게 됐다. 파로호와 맞닿아 있는 또 다른 댐은 바로 ‘평화의 댐’이다. 80년대 북한 금강산댐에 대응하고자 만들어진 것으로 국민모금운동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1990년에 완공된 댐은 수많은 논란이 일어 결국 감사원의 감사까지 받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현재의 모습은 2000년대 증축을 거친 모습이다. 그리고 화천군에서 2009년 평화의 댐 주변에 공원을 조성하고 여러 조형물과 비목공원 등을 설치하면서 관광지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공원에는 커다란 종이 자리하고 있다. ‘평화의 종’이 그것인데, 세계 각국의 탄피를 모아 만든 것으로 ‘전쟁과 분란 없는 세계’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한국에서 가장 큰 종이자 세계에서도 3번째 크기라는데 탄피로 만들었다니 그 크기가 도리어 씁쓸하게 느껴졌다. 종의 윗부분에 있는 날개 한 쪽이 잘린 비둘기 모형은 북으로 갈 수 없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통일이 되면 날개를 이어 붙일 예정이라고. 1인당 500원을 내면 타종 체험도 할 수 있다. 타종료 500원은 에티오피아 아이들의 교육사업에 사용되는데 2010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총 3,000만원이 에티오피아에 전해졌다고 한다. 전쟁의 기억과 안보 위협을 오롯이 담고 있는 이곳에서 생각하게 되는 평화는 남다르다. 비목공원에 걸린 낡은 철모도 선전으로 시작한 댐도 평화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맛으로 느끼는 비수구미 동그랗게 말아 놓은 나물이 식탁에 올라온다. 얼핏 봐도 적은 양이 아니다. 꼭꼭 눌러 뭉쳤으니 자꾸만 옮겨 담아도 여전히 그릇 위에 수북하다. 아주머니는 “남으면 다시 올리지도 못하니까 싸 가요”라며 나물이 남은 테이블마다 비닐 팩을 나눠준다. 고사리, 곰취, 얼레지, 곤드레 등 계절마다 제철에 나오는 나물들로 상이 차려진다. 밥 위에 나물 몇 가지를 올리고 직접 담갔다는 고추장을 넣어 슥슥 비벼 한 입. 자근자근 씹기 시작하자 나물의 향과 고소함이 전해졌다. 질감도 맛도 하나같이 다르다. 상차림에 나오는 7가지 나물 하나하나마다 가장 맛 좋은 방법으로 무쳐내기 때문이다. 손이 많이 가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맛있다. 조미료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 쌉싸름한 고추장과 산나물의 조화는 바깥음식에 길들여진 입맛에 단비와 같았다. 몇달 전, KBS <인간극장>에 나오기도 했던 비수구미 민박은 방송 이후에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있다. 족히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어 보이는 식당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원래는 노부부가 하던 일을 지금은 아들 내외와 손자손녀들, 손자손녀들의 친구들까지 찾아와 돕고 있다고 한다.☞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travie info 평화의 댐 평화의 댐 주변에는 물문화관, 비목공원, 세계 평화의 종 공원 등이 있다. 물문화관은 물이 어떻게 이용되는지 모형과 영상 등 시각자료를 활용해 보여 준다. 비목공원은 가곡 <비목>의 탄생지로, 전쟁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매년 6월6일을 전후로 비목문화제가 열리기도 한다. 평화의 댐 뒤편으로 있는 세계 평화의 종 공원은 ‘염원의 종’, ‘마음의 종’ 등 여러 의미를 담은 종들을 전시하고 있다. 주소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2922-2 문의 033-480-1532 비수구미 민박비수구미 트레킹 길의 끝과 시작점에 위치하고 있는 비수구미 민박은 민박과 식당을 겸하고 있다. 숙박할 수 있는 방은 총 8개로 기본적으로 한 방에 4명이 묵을 수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다. 비수구미 민박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라면 직접 담근 고추장과 제철에 나는 나물들로 만든 산채비빔밥. 직접 기른 닭으로 만든 닭백숙, 닭볶음탕도 맛볼 수 있다. 가격┃숙박 1박에 3만원 음식 산채비빔밥 1인 1만원, 닭백숙과 닭볶음탕 3~4인분 4만5,000원 주소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동촌2리 2715 문의 033-442-0145 물빛누리호 화천댐 주변의 파로호 선착장에서 출발해 평화의 댐까지 운항하는 유람선. 약 24km를 달리며 배 안에서 파로호의 풍경을 담을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과 공휴일에 운항한다. 10인 이상일 때 운항하며 평일에도 30인 이상이면 예외적으로 운항하기도 한다. 승선료 13세 이하는 왕복 9,000원, 14세 이상은 왕복 1만5,000원 주소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 1177-3 문의 033-440-2575, 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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