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시효 지났어도 조사”
현대차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박영수)는 1일 현대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을 공소시효와 무관하게 철저히 조사키로 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공소시효가 지났는지는 비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조사한 뒤 판단할 문제다.”고 말했다.검찰은 현대차의 비자금 중 일부가 2002년 대선을 전후해 정·관계로 건네진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또 정 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구속영장 내용이 유출된 것과 관련, 검찰 내부 고위간부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중수부 내에 조사팀을 꾸려 경위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이날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구속한 뒤 처음으로 소환 조사했다. 정 회장은 일반 재소자들과 달리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정장을 입고 대검찰청에 출두했다. 법무부 훈령에 따르면 수용자는 재판에 출석하거나 검찰 조사에 임할 때 사복을 입을 수 있다. 정 회장은 오전 9시30분쯤 다른 미결수 등과 함께 서울구치소의 호송 버스 편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들렀다 대검찰청 청사에 도착해 중앙수사부 조사실로 직행했다. 구속 상태인 정 회장은 행형법에 따라 구치소에서 대검청사까지 포승에 묶인 채 이동했으며, 이후 조사실에서는 포승을 풀고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정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의 용처와 계열사 채무탕감, 정·관계 로비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아는 바 없으며 비자금은 노무관리와 회사 경영을 위해 사용했다며 구속 전과 동일한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글로비스 이주은(구속) 사장의 첫 공판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상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사장은 글로비스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인정했으며 매월 1800만원, 두 달에 한번 800만원씩 정 회장의 자택으로 보냈다고 시인했다. 검찰은 “매월 1000만원씩 글로비스 임원들에게 제공됐으며, 매주 50만원씩 이 사장이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은 “정 회장의 비서실장과 운전기사에게 건넨 것 외에 따로 쓴 것은 별로 없다. 매주 제공된 돈은 정상적인 판공비로 예산처리가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홍희경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