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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이든, 밤이든 늘 해랑 사는 집 [건축 오디세이]

    낮이든, 밤이든 늘 해랑 사는 집 [건축 오디세이]

    날씨와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우리의 일상에 파고든 지 오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공기의 질을 걱정하며 살게 됐다. 황사,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를 신경써야 한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늘 맑은 공기 속에 지낼 수 있으면서도 난방비와 전기료 걱정도 없는 집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패시브 주택은 우리에게 아직은 생소하지만 지구환경을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지켜 줄 대안으로 꼽힌다. 패시브 주택은 태양의 열과 빛을 최대한 실내로 끌어들여 따뜻해진 실내 온도를 외부에 빼앗기지 않고 오래 유지하도록 지어진 집이다. 단열에 충실하다 보니 디자인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새로 지어진 ‘늘해랑’은 시공 기술 면에서 패시브 주택의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디자인적으로 개성과 완성도를 추구해 관심을 모은다.● 초기 비용 30% 더 들지만 만족 100% 패시브 주택 설계 10년차 건축가 권재희 대표(목금토건축사사무소)는 “패시브 요소 기술이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초기 건축비는 일반 주택 건축비보다 30% 정도 증가하지만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고, 살면서 느끼는 쾌적함이 주거에 대한 만족감을 높인다”며 “초기 비용 부담만 감수한다면 패시브 주택은 건강에 좋고 지구환경에도 이로운 집”이라고 강조한다. 패시브 주택의 패시브(passive)는 수동적이라는 뜻으로 단열, 기밀, 건물의 형태 및 건물 배치 등 수동적 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단열 작업은 열의 손실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고, 기밀 작업은 외부의 찬 공기를 차단하기 위해 집의 모든 틈새를 완벽하게 막는 것이다. 일반적인 주택에서는 15㎝ 정도 두께의 단열재를 사용하지만 패시브 주택의 단열재는 20~25㎝로 두껍게 설치한다. 기밀성 확보를 위해선 창호 주변, 환기구 등 공기가 드나들 만한 부분에 특수하게 제작된 기밀테이프를 안팎으로 부착한다. 천장과 벽면이 만나는 지점과 같이 단열과 기밀이 끊어지기 쉬운 부분에는 콘크리트로 특수하게 제작된 열교차단 장치를 설치한다. 아르곤 처리된 삼중 유리를 부착한 시스템 창호는 패시브 주택에서 빼놓을 수 없다. 패시브 주택에서 단열과 기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환기다. 패시브 주택에서는 열회수 환기장치를 이용한다. 창문을 열지 않고도 오염된 실내 공기를 배출시켜 환기하고 필터를 통해 깨끗한 공기를 실내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일반적인 환기장치와 다른 점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공기가 그대로 들어오지 않고 배출되는 공기의 열을 회수해 실내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겨울이나 여름에 냉난방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도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코로나로 패시브 주택 미래도 보여줘 권 대표는 “과도한 에너지 소비로 인한 지구온난화, 이로 인한 종의 다양성 파괴 등 거시적 관점에서 패시브 주택에 접근하는 것은 경제성을 먼저 따지는 우리의 건축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다”며 “요즘 들어 어떤 건축이 환경·건강·쾌적성에 적합한가를 고민하고 찾는 건축주가 많아졌고, 그 가치를 알게 되면서 패시브 주택의 수요 또한 점차 늘어 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운중동 단독택지 단지 안에 자리한 신축 주택 ‘늘해랑’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우리의 삶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경험을 한 시기에 계획됐다. 현재 공동주택(아파트)에 거주하는 건축주는 코로나를 거치며 위생과 집의 기능에 대해 한 번 더 생각을 하게 됐고 패시브 주택을 선택하게 됐다. 338.5㎡(약 100평)의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지어진 집은 주거에 대한 생각의 변화와 패시브 주택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건축주는 외부의 세균을 집안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동선을 차단하는 동시에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기를 원했습니다.” ● 단순한 구조에 건축주 취향 적극 반영 패시브 주택은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기밀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단조로운 디자인이 특징이지만 권 대표는 건축주의 희망과 취향을 디자인에 최대한 반영했다. 내부 동선과 활동 공간의 배치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집은 지하주차장을 통해 들어와 외출복을 벗은 뒤 바로 씻고 실내복으로 갈아입는 동선으로 만들어졌다. 지하층에 커다란 신발장과 드레스룸을 설치했다. 지하 보일러실에는 보일러 외에 열회수 환기장치가 설치돼 있다. “뒤로는 산이 있고 앞에는 운중천이 흐르는 배산임수 지형에 남향인 최고의 자리이지만 택지지구의 모퉁이에 있는 대지는 남, 동, 북 3면이 도로에 면해 있고 서쪽 측면도 의무적 공공용지여서 결과적으로 도로로 둘러싸인 섬 같은 위치입니다. 앞의 공터에도 공공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이라 건축주의 프라이버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했습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내부 공간들을 회랑식으로 배치했다. 회랑으로 막힌 집에 채광과 통풍을 제공하기 위한 중정을 만들었고 1층과 2층의 공간에도 소정원을 꾸몄다. 회랑으로 인해 만들어진 정원은 햇빛이 담기는 그릇이 된다. ‘늘해랑’은 햇빛을 가득 담고 있다는 뜻에서 건축주가 지은 이름이다. “중정에 나무들이 자리를 잡으면 집안에 녹음이 드리울 것입니다. 사계절이 담기는 모습은 살아 있는 액자가 될 거예요. 1층 소정원은 빛 우물 역할을 하며 따뜻한 감성을 부여해 줄 것입니다. 집안에 들어서는 가족에게 어서 오라고 인사를 건네듯이 말이죠. 소정원들은 채광, 녹음, 통풍의 역할 외에 공간의 중첩으로 수채화의 겹칠과 같이 두 공간이 겹쳐 보이는 효과를 낼 것이고요.” 남쪽 코너에 위치한 계단을 올라 집으로 들어가면 중정을 지나 맞은편이 현관 입구다. 중정을 향해 넓은 창이 나 있는 거실과 부엌, 다이닝룸으로 연결된다. 왼쪽으로 건축주의 집무실 겸 서재인 별채가 있다. 별채에는 중정을 향해 접이식 문을 달아 놓았다. 권 대표는 “가족들의 공간은 분리되기도 하고 같은 공간에 있기도 한 것처럼 느끼도록 설계했다”면서 “별채에서 일하는 남편을 집안에 있는 아내가 바라보는 풍경은 생각만 해도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층별 다른 빛 농도 생각하며 공간 설계 권 대표는 창을 계획할 때 공간마다 다른 농도의 빛을 머금기를 상상하며 설계한다. 1층의 화장실에서는 작은 정원이 보이기 때문에 굳이 불을 켜지 않아도 화장실을 쓸 수 있다. 회랑으로 만들어진 긴 복도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갤러리가 될 것이다. 중정 쪽으로 한지 창호의 효과를 낸 미닫이문을 아래쪽에 배치해 은은한 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창문을 열면 부엌에서 일을 하면서도 사계절이 변화하는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패시브 주택을 기술적으로만 설계하는 것은 인공지능(AI)이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집은 ‘기계’이지 인간의 생각과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건축’은 아닙니다. 주택 설계는 개인의 우주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패시브 주택을 할 때도 건축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지키려 합니다.” 소정원은 2층의 욕실과 안주인의 취미공간 사이에도 있다. 대학생인 이 집 아들의 방은 복층 구조다. 아래층에서 중정을 바라보며 공부하다가 다락방 침실에서 뒹굴뒹굴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햇살이 가득하고 다양한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는 집은 볼수록 매력적이다. 디자인이 들어갈수록 기밀성과 단열 작업이 까다롭기 때문에 패시브 주택에선 이런 디자인을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늘해랑’은 개별적인 공간들이 질서와 아름다움 속에 조화롭게 배치돼 있으면서도 단열과 기밀 면에서 한국패시브건축협회의 인증 기준을 모두 통과했다.● 수요·시장 점점 커져 합리적 선택 가능 권 대표가 패시브 주택을 처음 설계한 것은 2012년이다. 지난 10년 동안 일반인들도 패시브 건축물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고 또 수요에 맞게 시장이 성장한 덕분에 이제는 합리적 가격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재가 많아져 패시브 주택으로의 진입이 훨씬 쉬워졌다. 다년간의 경험이 쌓인 권 대표는 기술과 디자인 면에서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건축문화대상에 출품해 입상한 은평패시브 주택(2020년)에서는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연구진 및 철강업체와의 긴밀한 협조로 철재 마감을 사용한 패시브 건물을 완성했다. 권 대표는 “내가 지향하는 건축이 에너지 측면에서만 본다면 불합리한 부분이 있겠지만 건축은 물질을 넘어서는 인간의 본성의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디자이너라면 기술과 아름다움, 이 두 가지를 포기하지 말고 지치지 않고 끝까지 풀어내려는 근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함혜리 칼럼니스트
  • [사고] ‘시대를 선도하는 종합 미디어’ 열정 있는 경력기자·웹개발자 모십니다

    [사고] ‘시대를 선도하는 종합 미디어’ 열정 있는 경력기자·웹개발자 모십니다

    118년 역사의 한국 최고(最古) 미디어 서울신문이 미래를 함께할 경력직 인재를 모십니다. 시대를 선도하는 종합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서울신문의 힘찬 날갯짓에 여러분의 패기와 열정, 의지를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어우러진 품격 있는 미디어의 창조에 동참할 인재들의 당찬 도전을 기다립니다.■ 지원서 접수 : 10월 20~26일 서울신문 홈페이지(www.seoul.co.kr) ■ 문의 : 서울신문 인재개발팀(02-2000-9061~3) ※자세한 내용은 서울신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훔친 힌두교신 조각상 ‘파랗게 칠해’ 돌려놓은 황당 도둑 [여기는 동남아]

    훔친 힌두교신 조각상 ‘파랗게 칠해’ 돌려놓은 황당 도둑 [여기는 동남아]

    태국의 한 남성이 사원에서 훔친 브라흐마 조각상을 온통 파란색으로 칠해 제 자리에 돌려놓은 사연이 알려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 태국 현지 언론 데일리뉴스는 지난 14일 펫차부리의 한 사원에서 브라흐마 상을 도둑맞았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페이스북에 “브라흐마 상이 사라졌는데, 조각상을 본 사람은 당국에 신고하길 바라며, 이를 훔쳐 간 사람은 신속히 제자리에 돌려 놓아 달라”고 호소했다.SNS에 글을 올린 뒤 하루 만에 브라흐마 조각상은 돌아왔다. 페이스북 계정주는 “찾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혼란스럽습니다”라면서 돌아온 브라흐마 조각상의 사진을 올렸다. 다름 아닌 돌아온 브라흐마 상이 온통 밝은 파란색으로 도색된 모습이었던 것. 기존 황금빛은 빈틈 없이 파란색으로 뒤덮였다. 나중에 잡힌 도둑은 “조각상이 전혀 아름답지 않아서 가져다가 파란색으로 칠해주었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조각상을 훔친 도둑은 파란색을 유난히 좋아하는 정신질환자로 밝혀졌다. 그의 집도 파란색, 그의 오토바이도 온통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누리꾼들은 “브라흐마 신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했다”, “신을 믿으면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브라흐마 신은 힌두교에 나오는 창조의 신으로 태국인들은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신으로 믿고 있다.
  • 北, ‘땅속의 금강산’ 송암동굴 조명…“수십만년 만들어진 보물”

    北, ‘땅속의 금강산’ 송암동굴 조명…“수십만년 만들어진 보물”

    북한이 ‘땅속의 금강산’으로 자랑하는 평안남도 개천시 송암동굴을 조명했다. 조선중앙TV는 “지하의 명승 송암동굴로 각계층 근로자들과 청소년 학생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즐거운 휴식의 한때를 보내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1960년대 중반 발견된 송암동굴은 1996년 정비돼 북한의 국가천연기념물로 등록된 관광자원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2년 4월 19일 이곳을 찾아 ‘송암동굴’이라고 명명했으며 이후 이 일대 조명과 무도회장 등 관광시설을 보강해 2004년 4월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동굴은 ‘지하 금강’이라는 별명처럼 오랜 기간에 걸친 용해작용으로 다채로운 지하 세계를 연출한다. 구봄순 안내원은 중앙TV에 “우리 송암동굴은 지금으로부터 1만∼2만년 전 균열성 고회암층이 오랜 기간 지하수의 작용을 받아 이뤄진 전형적인 카르스트 동굴”이라며 “동굴의 총연장 길이는 2천160m인데 16개 동과 100여 개 명소들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명소들은 모양과 특징에 따라 관문동과 폭포동, 기암동, 설경동, 은하동, 수림동, 보물동, 백화동, 용궁동 등 이름이 붙었다. 안전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관광객들은 안내원을 따라 천장에서 바닥 쪽으로 돋은 ‘돌고드름’(종유석)을 살펴보며 신기해했다. 안내원은 “지하에 어떻게 조각가가 마음먹고 창조해 낸 것과 같은 이런 훌륭한 풍경이 있을까 하고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경탄을 금치 못해 하고 있다”며 “하나하나의 돌꽃들과 돌순들은 수십만 년 동안에 형성된 진귀한 보물”이라고 자랑했다. 북한은 201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형상화한 모자이크 벽화를 동굴 내부에 설치하는 등 송암동굴 개발을 전 최고지도자의 업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민들의 이동이 제한됐던 2020년에는 이 인근에 관광객용 숙소와 야외 물놀이장을 건설하기도 했다. 북한은 최근 관영매체와 선전매체에 금강산, 칠보산, 백두산, 몽금포 자연공원 등 관광지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당장은 코로나19 국경 봉쇄로 외국인 관광객 입국이 차단된 상태지만 대내외에 북한의 관광 상품을 꾸준히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 인간의 마음도 문화도, 실은 진화의 산물이었다

    인간의 마음도 문화도, 실은 진화의 산물이었다

    마음과 물질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은 예부터 동서양이 다르지 않았다.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그는 마음이 물질적 존재가 아니라 영적인 제2종의 물질로 구성된다고 봤다. 이른바 ‘이원론’이다. 대부분의 종교적 가르침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는 이런 관념을 통박한다. 저자는 수십억년 전 박테리아에서 시작된 인류의 진화 과정을 촘촘하게 훑으며 인간의 마음과 문화도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저명한 인지과학자이자 철학자인 저자는 ‘마음’을 연구하는 데만 반세기를 바쳤다. 그러니까 책은 위대한 사상가의 반생이 담긴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그의 글은 현란하다. 직설과 은유, 팩트와 농담이 난무한다. 한데 번역으로 접해야 하는 이들에겐 ‘대략난감’이다. 과학도 어려운데, 철학까지 보태 사유해야 하니 더 그렇다. 저자가 책 첫 장에 농담처럼 쓴 소제목도 ‘정글에 온 걸 환영해’다. 이 책 역시 번역 기간만 5년이었다고 한다.책 제목은 전체 얼개를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다. ‘시생대에서 셰익스피어까지’라거나 ‘대장균부터 아인슈타인까지’ 등이었다면 더 알기 쉬웠을 터. 혹은 ‘박테리아에서 마리 퀴리까지’였거나. 바흐가 진화의 최종 결과물이라 생각한 건 아니다. 오히려 ‘바흐’는 남성이라는 젠더로서의 상징적인 지위를 의미하는 단어에 불과하다. 저자는 고의로 제목을 이렇게 썼다고 했다. 이유는 이렇다. 인류는 구성원 몇몇의 천재적, 창조적 탁월성에 빚지고 있다고 여겨 왔지만, 저자는 이를 “회고적인 전통”이라며 평가절하한다. 인류 문화는 특정 젠더의 특정 천재 집단보다 더 찬란한 혁신을 생성하는 주체이고, 인류의 진화 역시 공통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저자가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건 ‘밈학’(memetics)이다. 밈(meme)은 “복사·전달·기억될 수 있고, 가르칠 수 있으며, 비난받을 수 있고, 패러디될 수 있고, 검열될 수 있고, 숭배될 수 있는 행동 방식의 일종”이다. 밈은 유전이 아닌 지각을 통해 전달된다. 밈 중에서도 인간의 진보에 중추적 역할을 한 건 ‘언어’다. 인간은 언어를 비롯한 다양한 생각 도구 덕에 마음에 관해 묻고 대답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문화는 밈을 통해 전파되고 확산된다. 그 과정에서 일부는 도태되고 소멸했으며, 일부는 살아남아 주류가 됐다. 마음 역시 문화와 다르지 않다. 책은 말미에 인공지능(AI)에 대한 입장도 정리했다. 스스로를 자각하지 못하는 존재도 진화는 할 수 있다. 저자는 “미래에도 AI는 인간 정신에 종속될 것”이라며 “다만 AI에 모든 것을 위임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책이 전하는 지식의 양은 방대하다. 그 속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김은수 편집자의 말을 떠올리면 도움이 될 듯하다. 그는 책을 “리처드 도킨스의 철학적 확장 버전”이라고 했다. ‘이기적인 유전자’의 도킨스와 저자는 친구다. 생명의 진화를 이끄는 것이 유전자라면 마음과 문화의 자기 복제단위는 밈이다. DNA의 진화과정을 엿보는 게 자연과학이라면 마음의 자연선택 과정을 살피는 건 과학철학이라는 거다. 책이 견지하고 있는 이런 성격을 틈틈이 떠올리면 지난한 출구에 이르는 길도 보인다.
  • 텍스트 너머 콘텍스트… 헤밍웨이와 포크너의 다름을 읽다[김언호의 서재탐험]

    텍스트 너머 콘텍스트… 헤밍웨이와 포크너의 다름을 읽다[김언호의 서재탐험]

    “마침내 끝났습니다. 처음 출발할 때만 해도, 끝이 보이기는커녕 끝이 있기나 한 것일까, 그곳에 정말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기도 했던, 그 멀고 오랜 길이 이제는 다 끝나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1994년에 시작한 시오노 나나미의 대하역사평설 ‘로마인 이야기’ 전15권의 번역 작업을 2007년에 끝낸 김석희는 제15권의 끝에 붙인 ‘옮긴이의 말’에서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로마인 이야기’와 함께 한세월을 보낸 번역가 김석희. 저자와 함께 고대 로마세계의 시공을 넘나들던 그 역사기행의 감회를 이렇게라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1970년대와 80년대의 치열한 인문·사회과학의 책만들기·책읽기를 넘어 90년대라는 ‘세계화 시대’를 맞으면서 나는 책만들기의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하나가 “동서고금의 사상과 이론을 집대성하는” ‘한길그레이트북스’의 기획이었고, 열린 문제의식으로 세계화 시대에 대응하는 책만들기·책읽기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였다. ●‘죄와 벌’, ‘이방인’의 충격적 감동 김석희가 지금까지 번역한 책은 300여종 350권이나 된다. 김석희는 영어·불어·일어 번역이 다 가능하기 때문에, 그의 번역 장르는 넓고 깊다. 인문·예술이 60퍼센트, 40퍼센트가 소설이다. 어떤 책이 그를 번역의 세계, 번역가의 길로 이끌었을까. “영국 작가 존 파울스의 소설 ‘프랑스 중위의 여자’가 나를 번역의 세계로 이끈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세 번이나 번역했습니다. 1982년에 처음으로 번역했는데, 당시 영화로 만들어졌지요. 그러나 기회가 오면 다시 번역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판권을 정식으로 계약한 출판사의 요청으로 다시 번역해 출간했지요. 1997년이었습니다. 그 출판사가 사업을 접게 되자 친분 있는 ‘열린책들’과 이야기가 되어 개역 수준의 작업을 더해서 2004년에 출간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책 읽으며 글 쓰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그때 내 고향 제주도는 바닷길과 하늘길로 사방이 열린 관광지가 아니고, 바다로 갇힌 척박한 섬이었습니다. 바닷가에 서면 그 답답한 섬을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에 숨이 막히곤 했습니다. 그런 나를 다잡기 위해서 나는 책에 빠져들었습니다. 시도 쓰고 산문도 썼습니다. 몇몇 선후배들과 문예서클을 만들어 동인지를 펴냈습니다. 한 대학이 주최하는 백일장에 참가하여 장원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학교를 오가는 도중에 도립도서관이 있었다. 고모부가 도서관장이었다. 서고를 우리 집 안방처럼 드나들면서 마음대로 책을 꺼내 읽었다. “그 무렵 내가 읽고 충격적인 감동을 받은 책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과 카뮈의 ‘이방인’이었습니다. 나의 독서편력에서 너무나 판이한 두 주인공 살인자에 대한 이해가 처음엔 요령부득이었으나 그 상이한 자의성이야말로 작가의 세계관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면서 소설가에 대한 존경과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마도로스 작가’가 되고 싶었다. 섬을 떠나고 싶은 열망 속에는, 망망대해를 누비며 세상을 체험하고 싶다는 소망도 깃들어 있었다. 해양대에 진학할 마음도 먹었지만 6·25 때 납북된 숙부 때문에, 이른바 연좌제에 저촉되어 입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해양대의 꿈을 접어야 했다. ●기계에 의한 번역은 정보일 뿐 “1972년에 불문학과에 입학했는데, 우리 동기들은 그해의 ‘10월 유신’에 빗대어 ‘유신학번’이라고 자조했습니다. 그 자조의 이면에는 분노와 절망이 깔려 있었습니다.” 학교는 걸핏하면 휴교령으로 문을 닫았고 제대로 강의받거나 공부해 본 기억이 그에겐 별로 없다. 일기를 썼다. 그것이 시가 되기도 하고 소설이 되었다. 대학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왔다. 국문학과에 학사편입하고, 다시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중퇴했다. 1988년 소설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보르헤스는 책이야말로 인간이 사용하는 여러 도구들 가운데 가장 놀라운 발명품이라고 했지요. 책은 기억과 상상을 통해 과거와 미래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와 같은 것입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꿈꾸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요. 책을 숭배하는 종교가 있다면, 나는 아마 그 사원 맨 앞자리에 앉아 있을 것입니다.” 번역가 김석희에게 번역이란 무엇일까. 나는 1997년 그가 저간에 번역한 책들의 끝에 붙인 ‘역자의 말’을 모아 ‘북마니아를 위한 에필로그 60’을 펴냈다. “번역은 한 나라의 언어를 그 울타리 밖으로 옮겨 나르는 일입니다. 하나의 텍스트가 국경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은 번역가의 행랑을 거치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텍스트는 비로소 콘텍스트를 얻게 됩니다. 번역은 해석입니다. 해석은 하나의 텍스트를 해체하고 재구성해 또 하나의 콘텍스트를 얻어내는 과정입니다. 번역이 단순한 낱말풀이나 의미 전달이라면, 번역은 사람의 몫이 아니라 기계의 몫이 되어도 좋을 것입니다. 기계에 의한 번역은 정보에 지나지 않습니다. 본질적인 것은 언어 이전에 있습니다. 번역은 그것을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독일의 뛰어난 번역가이자 문예학자인 발터 베냐민은 그것을 ‘원문의 메아리’라고 부르고, 그 메아리가 울려 퍼질 수 있는 ‘의도’를 찾아내는 것이 번역가의 과제라고 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해야! 번역자는 원작 뒤에 그림자로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번역가 김석희는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모든 번역서의 끝에 ‘역자의 말’을 놓고 있다. 나는 2008년에 다시 그의 역자의 말을 모은 ‘번역가의 서재’를 펴냈다. “번역을 할 때, 내가 기본적으로 취하는 태도는 겸손입니다. 저자와 원서에 대한 예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저자의 문체를 존중하는 태도에 닿아 있습니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대해, 그 단어와 그 문장을 작가는 왜 이곳에 이렇게 썼을까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문구의 문체와 이청준의 문체가 다른 것처럼, 헤밍웨이의 문체와 포크너의 문체가 다릅니다. 그 다름을 읽어내야겠지요. 그 다름을 옮기는 것이 번역자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김석희는 새 책의 번역을 시작할 때마다 목욕을 한다. 목욕탕에 가서 때를 벗긴다. 먼젓번 작업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다. “번역을 많이 하던 시절엔 옆에 놓고 사용하던 영한·불한·일한 사전의 귀퉁이가 하도 달아서 거의 해마다 갈아치웠습니다. 번역 전문가가 무엇 때문에 사전을 그리 자주 보냐고 할지 모르나, 평범한 단어라도 그것이 문맥 속에서 담당한 몫을 찾다 보면, 오히려 사전 안에 갇혀 있지 않은 다른 뜻을 궁리하게 됩니다.” 1990년대 초반 100여권까지 번역해 내면서 그는 문체가 무엇인지 체득하게 된다. 자신의 문체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우리말로 번역해야 한다고 늘 다짐하고 있습니다. 원전을 존중하되 ‘자유롭게’ 그러니까 텍스트에 갇히지 않는 번역을 하려 합니다. 번역을 끝내고는 약간 소리 내어 읽습니다. 문장의 리듬을 생각합니다.” 그의 번역 작업에는 참고저서들이 대거 동원된다. ‘로마인 이야기’ 작업을 위해 10권 이상의 문헌을 읽고 연구했다. 불멸의 해양문학 ‘모비 딕’(작가정신)은 김석희가 혼신을 다해 번역해 낸 성과다. ‘옮긴이의 덧붙임’에서 그는 기록했다. “중도에 포기할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곳곳에 온갖 비유와 상징이 널려 있고, 축약과 도치와 비문(非文)의 문장들이 난무했다. 그 덤불 같은 상징과 알레고리의 숲을 지나면서 단어와 구절들의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을 끊임없이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덤불이 무성한 숲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마침내 밖으로 나올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홋타 요시에의 ‘고야’와 ‘몽테뉴’ 나는 책을 만들면서 20세기의 빛나는 두 지성을 직접 만났다. 자본주의 3부작인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를 써낸 큰 역사가 에릭 홉스봄 선생과, ‘고야’(전4권)와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전3권)를 써낸 홋타 요시에 선생이다. 홉스봄 선생은 1987년 우리 출판사를 직접 방문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격려하는 말씀을 해 주셨다. 1997년에 나는 홋타 선생 댁을 방문해 말씀을 들었다. 김석희는 홋타 선생의 이 두 거작을 번역했다. 98년 3월 나는 출간된 ‘고야’를 들고 홋타 선생을 다시 뵈러 가서 말씀을 들었다. 홋타 선생의 명저 ‘고야’와 ‘몽테뉴’는 김석희의 번역으로 명품이 되었다. 김석희는 ‘고야’에 헌사를 썼다. “이 책을 번역하는 동안 그 무게와 매력에 압도당한 나머지, 나는 아직도 울창한 숲을 다 벗어나지 못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고야의 파란만장한 삶과 창조적 열정도 그렇거니와, 그 고야의 인생과 예술을 활달한 필력으로 서술해 낸 작가의 문학적 성취에 대해서도 나는 그저 숨이 막힐 뿐입니다. 위대한 삶과 위대한 글이 행복하게 만난 예를 이 책은 보여 주고 있습니다.” 나는 책을 낼 때, 저자의 말이나 역자의 말을 중시한다. 인간적이고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 또는 역자의 말을 통해 우리는 그 저자의 내면으로 다가간다. 역자 김석희가 ‘몽테뉴’에 붙인 ‘르네상스적 교양인의 내면 풍경: 독자들에게’가 그렇다. “400년 저쪽의 몽테뉴를 불러내어 마치 친구를 대하듯 담소하며 평전을 써내려간 홋타 요시에는, 어쩌면 윤회의 업을 거듭한 끝에 다시 태어난 몽테뉴 자신인지도 모릅니다. 둘이 하나라는 느낌은 나 혼자만의 인상이 아닐 것입니다. 홋타의 ‘몽테뉴’에는 한 인간에 대한 한 인간의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전20권으로 번역해 낸 쥘 베른 선집은 김석희의 또 하나의 성과다. 2002년에 시작해 2015년에 끝냈다. ‘해저 2만리’, ‘15소년 표류기’, ‘80일간의 세계일주’, ‘신비의 섬’ 등 쥘 베른의 대표작 13개 작품을 담았다. “이 세상에 SF를 선물한 최초의 작가지요. 모험소설 작가들도 그에게 빚지고 있습니다. 놀라운 상상력과 천재적인 통찰력을 가진 위대한 작가입니다.”●귀향,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 작업실 김석희는 2009년 제주도로 귀향했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간다고 생각했지만, 2006년 아버지가 작고하자 홀로 되신 어머니가 큰아들 석희가 내려왔으면 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집을 지었다. 1층이 서재고 2층이 집필실이다. 그 어머니도 2021년에 아버지 곁으로 떠나셨다. 그는 2000년부터 한 해 한 번씩 단식을 한다. 이를 계기로 일일 일식을 한다. 하루 세 갑씩 피우던 담배도 끊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 그래서일까. 그의 얼굴은 맑고 건강해 보인다. 번역가 김석희는 지금 ‘아이들을 위한 그리스신화’를 번역 아닌 자기 글로 쓰고 있다. 김석희의 그리스신화는 아마도 따뜻하고 포근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사랑하는 책이 될 것이다. 한길사·한길책박물관 대표
  • “지방의 창조역량 강화” “메타버스 전자정부 구현” 고용·복지·환경 등 연계 ‘도시 체질개선’ 한목소리[제3회 대한민국도시포럼]

    급속한 전환의 시대. 지속가능한 미래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20일 ‘제3회 대한민국 도시포럼’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도시의 전환’을 주제로 문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도시 전환을 위해 필요한 과제를 복지와 고용, 사회와 환경 그리고 이를 물리적으로 담는 도시공간 차원에서 종합적인 도시 체질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방시대와 지속가능한 도시전환’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세계적으로 행복한 나라와 번영하는 나라는 지방분권이 잘돼 있는 나라”라면서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서는 지방분권 강화를 통한 균형발전, 혁신성장기반 강화를 통한 좋은 일자리창출, 지역사회의 자생적 창조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 전략”이라는 기조연설을 통해 “윤석열 정부 1호 공약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새로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면서 “도시 전환에 필요한 디지털 정부의 방향은 메타버스 전자정부 구현과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국정운영, 디지털 포용 인프라 구축, 민관이 협력하기 좋은 생태계 조성”이라고 설명했다. 기조연설이 끝난 뒤 본격적인 주제 발표와 패널 토론의 자리가 이어졌다. 송경진 혁신경제포럼 상임이사는 복지와 고용 분야 주제발표에서 “저출생·고령화, 저투자, 저성장 등에 대한 맞춤형 해법을 고안해 내지 못하면 도시와 국가의 지속가능성, 포용성과 회복탄력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집값 안정과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스타트업 투자를 강화해야 하며,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위한 근로장려세제를 대폭 확대해 노동시장 참여와 일하는 복지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동 연세대 교수는 사회와 기후변화 분야 주제발표에서 “환경적 위험과 생태학적 부족함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그린뉴딜에 도시와 지방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살리는 지역 녹색 일자리 교육과 창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인희 서울연구원 연구기획조정본부장은 미래 도시생활 변화와 도시공간 재구성 분야에 대한 발표에서 “글로벌 대도시들의 목표가 성장과 번영 중심에서 활기찬, 좋은, 매력적인 등 시민의 공감과 가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미래의 도시는 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일하고 24시간 여가·문화 생활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지상위주의 시설이 지하, 항공, 수상 및 자율주행 등 3차원 통합 교통 체계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년 국가스마트도시위원장을 좌장으로 열린 패널 토론에서는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김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종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원장,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등이 도시의 전환 과제와 실천 전략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우주를 보다] 제임스 웹이 포착한 ‘창조의 기둥’의 민낯…별들의 탄생 현장

    [우주를 보다] 제임스 웹이 포착한 ‘창조의 기둥’의 민낯…별들의 탄생 현장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하 웹 망원경)이 잡은 놀라운 ‘창조의 기둥’ 이미지가 발표됐다. 창조의 기둥(Pillars of Creation)이란 새로운 아기 별들이 무더기로 태어나고 있는 현장의 성운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창조의 기둥은 지구로부터 뱀자리 방향으로 약 7000광년 떨어진 독수리 성운의 성간가스와 성간먼지의 덩어리가 만들어낸 암흑성운이다. 창조의 기둥을 맨처음 촬영한 것은 1994년 4월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그로테스크한 형태와 엄청난 규모로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이 사진은 가장 훌륭한 허블 사진 10장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창조의 기둥은 차가운 수소분자와 우주 먼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들은 가까운 주위 항성들이 방출하는 자외선으로 인해 형태가 침식되고 있는 중이다. 가장 왼쪽의 기둥은 그 길이가 무려 4광년에 이른다. 기둥 꼭대기의 조그만 손가락 모양 돌출부 하나가 우리 태양계 전체보다도 더 크다. 허블 망원경으로 인해 가장 유명한 천체 중 하나로 등극한 창조의 기둥이 새로운 웹 망원경에 의해 그 진정한 민낯을 드러냈다. 웹 망원경은 창조의 기둥에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어, 그 유명한 먼지 구름 속에서 막 태어나고 있는 수백 개 아기별들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장관을 보여준다.웹 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로 잡아낸 새로운 이미지는 훨씬 세밀한 기둥의 모습을 뚜렷이 보여주는데, 여기에는 성운의 미세한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나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수백 개의 별들이 전체의 화각 안에서 반짝인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성명에서 반짝이는 이 별들 중 많은 수가 불과 수십만 년 전에 태어났다고 밝혔다. 본질적으로 열인 적외선은 투과력이 가장 높은 전자기파다. 웹 망원경은 적외선 관측에 특화된 망원경으로, 구름을 관통해 들여다보고 뭉쳐지는 먼지에서 탄생하는 원시별을 관측할 수 있다. 웹 망원경에 비해 훨씬 약한 적외선 감지 능력을 가진 허블망원경 역시 성운 내부를 관찰하려고 시도한 바 있지만, 이번 결과는 그러한 시도를 훨씬 능가한다. 웹 망원경의 이미지는 허블망원경에 비해 전혀 다른 수준의 디테일과 선명도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구름 내부와 주변 우주 전체에서 더 많은 별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NASA는 “연구원들이 이 지역의 가스와 먼지 양과 함께 새로 형성된 별의 수를 훨씬 정확하게 식별해냄으로써 별 형성 모델을 수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문학자들은 이 먼지 구름에서 별이 수백만 년에 걸쳐 어떻게 형성되고 폭발하는지에 대해 더 명확한 이해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가 팬츠·건축가 셋업… 멋을 아는 남자의 코디법

    사진가 팬츠·건축가 셋업… 멋을 아는 남자의 코디법

    “저도 40대 초반이지만 친구들한테 도대체 어디에서 옷을 사야 하느냐는 질문을 엄청나게 받아요. ‘유니클로’만 입기도 애매하고 ‘띠어리’만 살 수도 없잖아요. 기존 브랜드의 ‘감도’(추구하는 가치와 느낌을 포괄하는 패션업계 용어)가 지겨울 때 또 다른 선택지가 필요한 거죠.”  ‘남성복이 경기를 탄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여성 못지않은 패션 감각으로 자기 주도적인 소비를 하는 남성이 크게 늘면서다. 각 기업에서 ‘캐주얼 데이’ 같은 자율 복장제가 확산되는 데다 굳이 정장을 고집하지 않는 직종이 대세가 되면서 이른바 꾸밀 줄 아는 남자들의 옷장엔 늘 ‘입을 옷’이 부족하게 됐다.  이에 지난 8월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3040세대를 겨냥한 남성복 워크웨어(작업복) 브랜드 ‘시프트G’를 내놨다. 회사가 남성복 브랜드를 새로 선보이는 건 무려 27년 만이다. 목수나 광부 등이 주로 입던 작업복에서 유래한 워크웨어. 왜 지금, 하필이면 워크웨어일까.  시프트G의 기획부터 론칭까지 전 과정을 지휘한 정종보(43) 삼성물산 패션부문 갤럭시라이프·시프트G 그룹장은 지난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직업은 계속해서 진화해 왔지만 현대 도시인을 위한 워크웨어는 전무한 상태”라면서 “시프트G는 기존의 워크웨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작업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기존 비즈니스 캐주얼, 컨템퍼러리 캐주얼 남성복에는 없는 시프트G만의 특성과 감성은 무엇인가.  “시프트G는 현대 도시인의 직업군을 표현할 수 있는 정체성과 상징들을 모티프로 잡았다. 현대인의 직업을 고려한 기능적인 배려, 워크웨어 특유의 내구성과 좋은 착용감, 높은 레이어링 활용도가 특징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소재들을 선별해 좀더 진정성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자 했다.” -‘포토그래퍼(사진가) 팬츠’, ‘아키(건축) 셋업’, ‘IT‘S 시리즈’ 등 제품에 직업명을 활용했다.  “우리의 타깃은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동자로 나뉘지 않는다. 안에서만 일하고 밖에서만 일하는 게 아니라 실내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현장에서 근무하는 건축가와 사진가, 전문 지식과 기술로 창조적인 노동을 해 나가는 디자이너와 IT 종사자 등이 우리의 주요 고객이다.”-기존 워크웨어 브랜드와의 차별점은.  “블루칼라를 겨냥한 정통 워크웨어 제품은 불편한 경우가 많다. 내구성에 중점을 두다 보니 딱딱하고 거친 데다 옷의 활동 범위도 협소하다. 시프트G는 고급 소재와 현대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보풀이 일어나지 않는 등 내구성이 좋으면서도 부드럽고 세련되게 풀어냈다. 해외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소재로 디자인 감성을 실현했음에도 가격은 해외 브랜드의 70~80% 수준인 것도 장점이다.” -경쟁 브랜드가 있다면.  “딱히 없다. 캐주얼 남성복 시장은 계속해서 세분화되고 있다. 그동안 현대인을 위한 워크웨어가 없었던 만큼 시프트G가 이를 선도하겠다는 각오다.” -시프트G가 어떤 브랜드로 정착하길 원하는가.  “시프트G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아닌 ‘워라블’(일과 삶의 시너지)을 추구한다. 일과 삶이 적절히 섞여 시너지를 내면서 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문화가 지금 이 시대 성공한 3040세대의 패턴이라고 봤다. 장기적으로는 이런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함께 워라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최종적으론 워크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시장에 자리잡는 것이 시프트G의 목표다.”
  • [사고] 시대를 선도하는 종합 미디어… 열정 있는 경력기자·웹개발자 모십니다

    [사고] 시대를 선도하는 종합 미디어… 열정 있는 경력기자·웹개발자 모십니다

    118년 역사의 한국 최고(最古) 미디어 서울신문이 미래를 함께할 경력직 인재를 모십니다. 시대를 선도하는 종합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서울신문의 힘찬 날갯짓에 여러분의 패기와 열정, 의지를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어우러진 품격 있는 미디어의 창조에 동참할 인재들의 당찬 도전을 기다립니다.■ 지원서 접수 : 10월 20~26일 서울신문 홈페이지(www.seoul.co.kr) ■ 문의 : 서울신문 인재개발팀(02-2000-9061~3) ※자세한 내용은 서울신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시계탑 지나 神에게 가는 듯… 애니 장면 환상적 재현

    시계탑 지나 神에게 가는 듯… 애니 장면 환상적 재현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의 가족은 우연히 마주한 시계탑을 지나 현실과 동떨어진 신들의 세계로 들어간다. 일본 아이치현 나가쿠테시에 있는 ‘지브리파크’의 입구엔 영화에 등장한 것과 똑같은 시계탑이 반갑게 손님을 맞이한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81) 감독과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브리가 창조한 환상의 세계를 즐기려면 바로 이 시계탑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다음달 1일 지브리파크 정식 개장을 앞두고 지난 12일 전 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사전 공개 행사에 참석해 3시간 남짓 둘러볼 수 있었다. 통틀어 100여개에 달하는 각국 매체가 참여한 가운데 한국 언론 중에서는 서울신문이 유일하게 취재 허가를 받았다. 지브리파크는 198만㎡(약 59만 9000평) 내 공원 부지와 건물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340억엔(약 3300억원)을 들여 조성됐다. 모두 5개 주제로 꾸며진 지브리파크 가운데 사전 공개된 테마는 ‘지브리 대창고’, ‘청춘의 언덕’, ‘돈도코 숲’ 등 3곳이다.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가 테마인 ‘모노노케 마을’과 ‘마녀 배달부 키키’의 ‘마녀의 골짜기’는 현재 막바지 건설 단계에 있다. 사업 발표 후 5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지브리파크는 최근 외국인 무비자 관광 재개를 시작한 일본의 야심작이다. 지브리파크 사업에 참여한 주니치신문 측 관계자는 “오랜만에 등장한 볼거리로 일본 내 기대가 크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찾아 줄지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가업을 잇고 있는 아들 미야자키 고로(55) 감독이 지브리파크 조성의 총감독을 맡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때 은퇴 선언을 한 아버지의 작품이 후세에 잊히지 않도록 구상한 게 지브리파크였다”면서 “하지만 아버지가 여전히 은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던졌다. 지브리파크는 디즈니랜드와 같은 놀이기구를 갖춘 테마파크가 아니다. 관람객들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배경이나 유명한 장면들을 재현한 공간을 통해 마치 애니메이션 세계에 와 있는 듯한 짜릿한 경험을 맛볼 수 있다. 지브리파크는 전 구역 예약제로 운영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5개 테마 전체 관람료는 4500엔(4만 4000원)이다.
  • 에메랄드 바다 끝 성곽에서 아이처럼 빛나는 피카소와 만나다[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에메랄드 바다 끝 성곽에서 아이처럼 빛나는 피카소와 만나다[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한겨울에도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바다를 꿈꾼다면 당신을 앙티브로 안내하고 싶다. 앙티브는 프로방스의 대표적인 휴양지 니스와도 가깝고, 영화의 도시 칸과도 가깝다. 하지만 니스처럼 물가가 비싸지도 않고, 칸처럼 관광객들로 북적이지 않아서 더욱 좋다. 앙티브는 기원전에는 그리스의 식민지였고, 오랫동안 소박한 항구도시이자 어부들의 삶의 터전이었으며, 지금은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이자 휴양지가 됐다. 니스나 칸 근해의 물빛보다 훨씬 맑고 깨끗한 물빛으로 반짝이는 바다가 앙티브를 감싸고 있다. 나는 니스에서 기차를 타고 앙티브로 갔는데, 앙티브에 가까워질수록 바다 빛깔이 마치 새하얗게 반짝이는 진주 가루를 흩뿌려 놓은 듯 환하게 밝아지는 모습에 반해 버렸다. 니스에서 앙티브로 갈수록 바다 색깔의 채도와 명도가 모두 높아졌다. 니스의 광활한 해변이 마치 끝없이 펼쳐지는 마라토너의 레이스 같다면 앙티브의 해변은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서만 천천히 산책하고 싶은 아늑한 정원 같다. ●성곽으로 둘러싸인 피카소 박물관 게다가 앙티브에는 피카소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가볼 만한 아름다운 미술관이 있다. 파리 피카소 미술관이나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이 훨씬 유명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을 더 좋아한다. 프랑스의 칸에서 이탈리아의 라스페치아까지 광대무변하게 이어지는 리비에라 해안을 바라보며 성곽으로 안온하게 둘러싸인 박물관에서 피카소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중세풍의 성곽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앙티브 미술관에 매혹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의 전신이 바로 그리말디성(城)이었기 때문이다. 피카소와 미로를 비롯한 기념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가득하고, 눈부신 조각들이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고즈넉한 뒷모습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정원이 펼쳐진다. 미술관 안쪽에서 모퉁이를 돌 때마다 문득문득 틈새로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예술의 아름다움이 함께 어우러져 빚어내는 마음의 하모니는 평생 간직할 수밖에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된다. 지금도 이곳에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웅장한 성곽 전체를 아틀리에로 삼아 마음껏 그림을 그렸던 피카소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피카소 미술관을 나와 카레 요새와 성곽이 부챗살처럼 해변을 감싸고 있는 해안도로를 산책하면 앙티브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앙티브의 올드타운에 빌라를 소유하기도 했으며,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그레이엄 그린은 말년에 앙티브에서 오랫동안 글을 쓰며 살기도 했다. 선박왕 오나시스도 한때 앙티브에 거주한 적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앙티브의 명물은 바다의 빛깔 그 자체다. 앙티브 바다의 빛깔은 마치 한겨울에도 우리의 마음 저 안쪽에서 살아 숨쉬는 내밀한 온기를 끄집어내 주는 듯하다. 날씨가 추웠지만 시람들은 마치 거대한 자석에 이끌리듯 바다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바다를 보니 오래전 느닷없이 훌쩍 떠난 제주 여행이 떠올랐다. 그해 유난히 오래 지속된 한파에 지친 나는 ‘무조건 따스한 쪽으로 가리라’ 마음먹고, 아무 준비도 없이 훌쩍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로 날아가니 그곳에 비로소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먼저 와 있었다. 날씨가 너무 따뜻했기에 나는 두꺼운 패딩점퍼를 벗어 던지고 샛노란 유채꽃밭을 활보하며 혼자 신이 났다. 그 따스함을 마음속에 가득 담아 서울로 돌아오니 앞으로 한 달이나 남은 서울의 강추위를 견딜 수가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우리에겐 몸의 난방뿐 아니라 마음의 난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마음의 난방이란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따스함의 기억이다. 그 따스함의 기억을 가득 충전해 오니 비로소 겨울이 춥지만은 않았다.●‘앙티브의 밤낚시’ 작품 남긴 피카소 앙티브의 바다도 그러했다. 당시 오랫동안 우울한 감정에 익숙해져 버린 내 마음은 어느덧 모든 열정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게 가슴이 따스하게 녹아드는 앙티브 해변을 마주하니 마치 에메랄드빛 바다 전체가 거대한 난로가 돼 내 마음을 포근하게 데워 주는 것만 같았다. 앙티브의 해변은 나에게 속삭였다. 잃어버린 활기를, 식어버린 열정을 이제는 다시 찾을 때가 됐다고. 나는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속삭였다. “네 마음의 불씨를 지켜야만 해. 절망에도 굴하지 말고, 슬픔에도 굽히지 말고, 기다림에도 지치지 말기. 다만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굳세게 나아가는 거야.” 이 바다는 멀리서 보면 너무도 따스한 에메랄드빛으로 빛나지만, 가까이 가면 한겨울 동해만큼이나 날카로운 칼바람이 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차가운 겨울 바다를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피부로 느끼는 바람의 온도는 차갑지만 앙티브의 바다가 뿜어내는 색채가 다사로웠기 때문이 아닐까. ‘모든 색채는 바다에서 태어난다’는 오래된 격언을 이제야 이해할 것만 같았다. 그 바닷물은 하나의 정해진 색깔로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스펙트럼으로 복잡하게 굽이치는 빛의 소용돌이를 간직하고 있었다. 피카소는 ‘앙티브의 밤낚시’라는 작품을 남겼는데, 이 작품 속에서 앙티브의 밤바다는 바다가 뿜어낼 수 있는 모든 빛을 자아내는 듯 풍요롭고 다채롭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피카소는 어린아이처럼 해맑고 꾸밈없는 기쁨을 느낀 것 같다. 밤바다는 결코 검정색이나 군청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바라보면 수많은 빛의 스펙트럼으로 넘실거린다. 피카소는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시선처럼 경이와 환호를 가득 담아 이 그림을 그린 것 같다. 샤갈, 마티스, 피카소, 르누아르 등 파리에서 성공한 화가들은 앞다투어 프로방스로 향했는데, 그것은 프로방스야말로 사계절 다채로운 빛을 뿜어내는 장소들로 넘쳐났기 때문이다. 마티스는 니스를 선택했고, 샤갈은 생폴드방스를 선택했다. 피카소는 어린아이처럼 자유롭고 창조적인 감수성을 펼칠 무대로 앙티브를 선택한다.●“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피카소는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을 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말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피카소에게 ‘훔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것은 표절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모방’을 해서 아무런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천의무봉한 영감의 요리법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그는 바다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흔적도 없이 바다를 훔쳐내는 데 성공했다. 바다의 모든 빛깔을 다 표현하고 간 화가가 있다면 아마도 피카소가 아닐까. 나에게 피카소는 바다가 노래할 수 있는 모든 멜로디를, 바다가 뿜어낼 수 있는 모든 색채를 다 연주하고 떠난 아티스트다. 화가이자 조각가이자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20세기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간.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쾌락을 다 경험하고 떠나간 사람. 아무런 후회도, 아무런 미련도 없이 예술가가 누릴 수 있는 기쁨은 다 누리고 간 것만 같은, 얄미울 정도로 운 좋은 사나이. 그런 피카소가 영감을 펼칠 수 있는 무대로 선택한 장소가 바로 앙티브였던 것이다. 피카소는 이미 열네 살 때 라파엘로처럼 그릴 수 있었지만,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데는 60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기교적인 탁월함은 천부적인 재능으로 도달할 수 있었지만, 피카소가 입체파를 비롯한 수많은 화풍을 실험해 볼 수 있었던 내적 자산은 바로 ‘아이처럼 생각하고, 아이처럼 신나게 놀고, 아이처럼 어떤 제약도 구속도 없이 그림을 그리는 천진무구함’이었다. 나는 이제 ‘월동준비’ 하면 앙티브의 해변이 떠오른다. 앙티브 해변은 내게 마음속에 끝없이 순수한 설렘을 간직하는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마음속에 영원한 어린아이를 품는 기술. 마음속 해맑은 아이를 죽을 때까지 간직하는 비결. 그 영감의 샘물을 피카소는 앙티브의 저 다사로운 해변에서 선물받은 것이 아닐까. 앙티브는 나에게 주머니 속 보이지 않는 손난로처럼, 마음 한구석에 좀처럼 식지 않는 열정의 불꽃을 심어 주었다. 내 영혼의 손난로를 따사롭게 만들어 주는 무한한 에너지원은 여행이고 예술이고 글쓰기다. 앙티브의 해맑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나 또한 피카소처럼 내 마음속 영원한 ‘내면아이’를 지켜 낼 수 있을 것 같다. 문학평론가·작가
  • “삼성전자의 미래는 인재… 기술혁신·비즈니스 창조 기회의 장으로 만들겠다”

    “삼성전자의 미래는 인재… 기술혁신·비즈니스 창조 기회의 장으로 만들겠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에서 열린 정보기술(IT) 포럼에서 “삼성전자를 다양한 인재들이 혁신을 이끌고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를 창조하는 기회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테크 포럼 2022’에서 인재 영입을 통한 혁신을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임원(리더)급 외부 인재와의 교류를 위한 자리로, 삼성리서치 아메리카에서 미국 현지의 리더급 개발자와 디자이너, 삼성전자 경영진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에서는 한 부회장과 노태문 MX사업부 사장,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 사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 사장 등 경영진과 연구 임원이 대거 참석해 회사의 비전과 사업을 공유했다. 한 부회장은 “각자의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 모델을 만들어 내는 인재들과의 만남은 항상 기대된다”면서 “삼성전자도 제품 간 시너지를 높여 고객에게 한 차원 높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현준 삼성리서치 연구소장(사장)과 이원진 MX사업부 서비스사업팀 사장이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 청사진을 제시하는 강연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에서 박사급 인재를 대상으로 테크 포럼을 연 데 이어 우수 인재를 대상으로 한 행사를 계속 열 계획이다.
  • 개인관광 해제 日의 야심작 ‘지브리파크’…한국인 관광객 끌어모을까

    개인관광 해제 日의 야심작 ‘지브리파크’…한국인 관광객 끌어모을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의 가족은 우연히 찾은 시계탑을 지나 현실과 떨어진 신들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때부터 치히로는 센이라는 이름으로, 돼지로 바뀐 부모를 되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일본 아이치현 ‘지브리파크’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온 것과 같은 거대한 시계탑을 통과해야 한다. 이 시계탑을 지나면 세계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와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브리가 창조한 환상의 세계로 입장한다. 다음달 1일 지브리파크 정식 개장을 앞두고 지난 12일 미디어 사전 개장 행사에 참석해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브리파크를 둘러봤다. 한국 언론으로는 서울신문이 유일하게 취재 허가를 받았다. 2017년 6월 사업 계획이 발표된 후 5년여 만에 베일이 드러난 지브리파크는 2년 7개월 만에 외국인 무비자 관광 재개를 시작한 일본의 야심작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한국 등 전 세계 68개 국가 및 지역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재개하면서 국내 여행 활성화 정책도 시작했다. 일본 측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면서 지브리파크 개장을 기회로 일본 국내 여행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전 세계 각국의 관광객 등 매년 180만명 정도가 지브리파크를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지브리파크에 대해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100여곳의 언론 매체가 지브리파크 취재를 위해 몰렸다.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인터뷰에서 “지브리파크는 테마파크와 자연환경을 합친 일본을 대표하는 하이브리드 공간”이라며 “세계 각국의 여러분들이 와서 즐겨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브리파크는 2005년 아이치 세계 박람회가 개최됐던 곳을 기념하며 만든 공원 198만㎡ 내 부지와 건물 등을 있는 그대로 활용해 340억엔(약 3300억원)을 투자해 만들어졌다. 모두 5개 테마로 꾸며졌는데 이번에 공개된 곳이 ‘지브리 대창고’, ‘청춘의 언덕’, ‘돈도코 숲’ 등이다.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를 주제로 한 ‘모노노케 마을’과 ‘마녀 배달부 키키’를 주제로 한 ‘마녀의 골짜기’ 등 두 곳은 아직 건설 중으로, 내년 가을과 내후년 3월 각각 개장 예정이다.지브리파크 조성을 맡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들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이기도 한 미야자키 고로는 “아버지가 한때 은퇴선언을 해 작품을 후세에 남기고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해 구상한 게 지브리파크였다”며 “그런데 아직까지 아버지가 은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지브리파크는 디즈니랜드처럼 놀이기구가 있는 테마파크가 아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배경이나 유명 장면을 재현한 공간을 관람객이 체험하는 방식으로 실제 지브리 세계의 일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거대 시계탑을 통과하면 그 왼쪽으로 청춘의 언덕과 맞은편에 지브리 대창고가 있다. 특히 지브리 대창고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마루 밑 아리에티’, ‘천공의 성 라퓨타’, ‘벼랑 위의 포뇨’ 등을 재현한 게 특징이다. 지브리 대창고에서 특히 세계 각국 취재진이 탄성을 질렀던 곳은 바로 입구에 설치된 가오나시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지브리 대창고에서는 이곳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6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구지라토리’(고래잡이)를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이 어린이집에 고래를 초청하기 위해 고래를 찾아 떠나는 내용의 단편으로 지브리파크에서만 관람할 수 있다. 또 ‘바람이 분다’에서 등장한 시베리아빵을 파는 가게와 각종 기념품 가게 등이 있어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모든 세계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청춘의 언덕은 ‘귀를 기울이면’, ‘고양이의 보은’을 배경으로 꾸며졌다. 귀를 기울이면의 주인공 츠키시마 시즈쿠가 전철에서 우연히 만난 고양이를 따라 발견한 ‘지구옥’이라는 골동품 가게에서 작가가 되고 싶은 본인의 꿈을 확인하는데 이 중요한 배경이 되는 지구옥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그대로 재현했다. 지브리 대창고에서 1㎞ 넘게 떨어진 돈도코 숲은 ‘이웃집 토토로’의 거대 토토로상과 사츠키와 메이 자매가 살았던 집을 똑같이 꾸며놓은 게 특징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각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20분 남짓한 숲길을 천천히 걷는 것도 나쁘진 않다. 도토리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숲길을 걷다 보면 이길 끝에 실제 토토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츠키와 메이의 집은 자매가 입고 신었을 것 같은 옷과 신발까지 그대로 꾸며져 있었다. 실제 신발을 벗고 집안에 들어가 보고 만져볼 수 있다. 신발장을 열어보니 사츠키와 메이 자매가 신었을 법한 어린이용 낡은 장화와 우산이 있었는데 이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제대로 꾸며놓은 덕에 취재진들의 감탄사가 곳곳에 이어지기도 했다.이처럼 볼거리가 많은 지브리파크에 대해 한국 내 관심도 많다. 각종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에서 지브리파크 개장 정보 등을 공유하는 게시글이 등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일본 내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이 지브리파크에 대거 찾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지브리파크 사업에 참여한 주니치신문 측 관계자는 “관광 재개 시작과 함께 지브리파크가 개장하면서 오랜만에 등장한 볼거리로 일본 내 기대가 크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찾아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소 불편한 교통과 구역별로 입장료를 받는다는 점, 사람이 몰릴 것을 대비해 전 구역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점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단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나고야역에서 내려 나고야시 지하철로 갈아탄 뒤 다시 자기부상열차로 갈아타야만 지브리파크에 갈 수 있는데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또 관람료는 주말 기준 지브리 대창고 2500엔(약 2만 4000원), 청춘의 언덕 1000엔(약 9700원), 돈도코 숲 1000엔(약 9700원) 등 전부 둘러보려면 4500엔(약 4만 4000원) 정도 필요하다. 지브리 대창고 내부가 상당히 넓고 또 대형 공원 내에 위치한 각 공간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 셔틀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많이 걸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이날 기자의 지브리파크 내부 걸음 수만 해도 1만 5000보 이상이었다.
  • 한종희 부회장 “삼성전자, 인재들이 혁신 이끄는 기회의 장으로”

    한종희 부회장 “삼성전자, 인재들이 혁신 이끄는 기회의 장으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에서 열린 정보기술(IT) 포럼에서 “삼성전자를 다양한 인재들이 혁신을 이끌고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테크 포럼 2022’에서 인재 영입을 통한 혁신을 강조했다.이번 포럼은 임원(리더)급 외부 인재와의 교류를 위한 자리로, 삼성리서치 아메리카에서 미국 현지의 리더급 개발자와 디자이너, 삼성전자 경영진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에서는 한 부회장과 노태문 MX사업부 사장,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 사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 사장, 사업부 개발 임원 등 경영진과 연구 임원이 대거 참석해 회사의 비전과 사업을 공유했다. 한 부회장은 “각자의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 모델을 만들어 내는 인재들과의 만남은 항상 기대된다”라면서 “삼성전자도 제품 간 시너지를 높여 고객에게 한 차원 높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디바이스 플랫폼 확장, 멀티 디바이스 경험 혁신 등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현준 삼성리서치 연구소장(사장)이 ‘삼성전자 연구개발(R&D)의 미래’라는 주제로, 이원진 MX사업부 서비스사업팀 사장이 ‘서비스의 전략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각각 강연하며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 청사진과 함께 경력 성장 기회를 제시했다. 아울러 영상디스플레이(VD), MX, 생활가전, 네트워크 등 각 사업부 임원들도 삼성전자의 전략 방향성과 향후 로드맵을 설명했다. 포럼의 한 참석자는 “삼성전자의 서비스 전략과 중장기 R&D 비전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삼성전자가 주요 사업 분야에서 혁신적 리더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에서 박사급 인재 대상으로 테크 포럼을 연 데 이어 앞으로도 우수 인재를 대상으로 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인적 네트워크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 [책꽂이]

    [책꽂이]

    가녀장의 시대(이슬아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매일 한 편씩 이메일로 독자들에게 글을 보내는 ‘일간 이슬아’로 알려진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할아버지가 통치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글쓰기로 가세를 살린다. 가부장도, 가모장도 아닌 ‘가녀장’이 집안 권력을 잡으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가족 이야기. 316쪽. 1만 5000원.아메리칸 프리즌(셰인 바우어 지음, 조영학 번역, 동아시아 펴냄) 민영교도소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윈 교정센터에 교도관으로 위장 취업한 기자가 쓴 르포르타주다. 4개월간 교도관으로 일하며 교도소의 일상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미국 교도소 산업의 민낯과 인종차별의 현장, 그리고 교도관으로 일하며 겪는 인간성 상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428쪽. 1만 8000원.삼국시대 손잡이잔의 아름다움(박영택 지음, 아트북스 펴냄) 미술평론가이자 수집가로도 유명한 저자가 직접 모은 가야·신라시대 손잡이잔 75점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흑색 경질 토기로 1000도 이상 고온에서 구워 낸 회청색 잔의 조형미는 물론 가야·신라인의 당대 생활, 미의식, 나아가 그들의 세계관까지 훑는다. 408쪽. 2만 6000원.마지막 지평선(아메데오 발비 지음, 김현주 옮김, 북인어박스 펴냄) 조물주가 세상을 창조했다면 그 조물주는 누가 만들었나. 빅뱅이 우주의 기원이라면 그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이탈리아 천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저자가 우주를 둘러싼 현대 물리학계의 공방을 풀어낸다. 이탈리아 학생과 교사 1만명이 최고의 과학 대중 저작물에 수여하는 아시모프상 수상작. 304쪽. 1만 8000원.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스테파니 카치오포 지음, 김희정·염지선 옮김, 생각의힘 펴냄) 신경 과학자가 최신 뇌과학과 행동과학 연구들, 그리고 독신주의자에 가까웠지만 한 남자에게 반해 결혼까지 이르게 된 경험을 기반으로 사랑의 작동원리를 분석한다. 저자는 사랑은 감정이 아닌 사고방식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308쪽. 1만 7800원.반도체 삼국지(권석준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은 그야말로 전쟁 중이다.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려 하고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늘리려 한다. 미중 구도 대결 속에서 일본 역시 과거의 명성을 노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의 앞날을 전망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360쪽. 2만원.
  • [사고] 시대를 선도하는 종합 미디어…열정 있는 경력기자·웹개발자 모십니다

    [사고] 시대를 선도하는 종합 미디어…열정 있는 경력기자·웹개발자 모십니다

    118년 역사의 한국 최고(最古) 미디어 서울신문이 미래를 함께할 경력직 인재를 모십니다. 시대를 선도하는 종합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서울신문의 힘찬 날갯짓에 여러분의 패기와 열정, 의지를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어우러진 품격 있는 미디어의 창조에 동참할 인재들의 당찬 도전을 기다립니다.■ 지원서 접수 : 10월 20~26일 서울신문 홈페이지(www.seoul.co.kr) ■ 문의 : 서울신문 인재개발팀(02-2000-9061~3) ※자세한 내용은 서울신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강승애 ‘상형전’ 자문위원, ‘대한민국기독교미술상’ 수상

    강승애 ‘상형전’ 자문위원, ‘대한민국기독교미술상’ 수상

    강승애 ‘상형전’(象形展) 자문위원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열린 ‘제57회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회장 방효성) 정기전’에서 ‘제34회 대한민국기독교미술상’을 수상했다. 강승애 작가는 “빈 캔버스에 교회를 먼저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색과 형태를 덧칠해가면서 작품을 만들어간다”며 “하나님께서 부족함이 많은 저를 잘 이끌어 주시기 위해 주신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표현하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많이 그리겠다”고 덧붙였다. 강승애 작가의 작품 ‘조화’(harmony)는 논현동 서울영동교회의 권사이기도 한 작가의 신앙을 바탕으로 한 소재들이 세련된 색채 언어를 통해 잘 묘사됐다. 작가는 창조주가 그림 속 메인 의자에 앉아 온 나라와 세상을 조화롭게 지휘하는 모습을 크고 작은 음표로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주변의 자연과 사물을 재해석해 작가만의 독특한 조형언어와 운치있는 색채를 통해 고급스럽게 풀어낸 것이 특색이라고 전했다.원문자 협회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을 통해 “강승애 작가의 주된 표현 방식인 메타포, 즉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른 대상에 우회적으로 나타내는 표현 방법은 기독교 영성의 예술적 표현에 큰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며 “그의 메타포는 성경의 풍부한 함의를 해석하는 데 있어 회화의 중요한 기제가 된다”고 시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강승애 작가는 199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1994년부터 국내외에서 25회의 개인전을 연 것을 비롯해 320여회의 그룹전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강 작가는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부회장, 한국여류화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상형전 자문위원을 포함해 녹미미술협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한국수채화작가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 [알기 쉬운 우리 새말] 노마드 워커? 유목민형 노동자

    [알기 쉬운 우리 새말] 노마드 워커? 유목민형 노동자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고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장소나 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들이 속속 등장했다. 디지털 노마드, 잡(job) 노마드, 유로(Euro) 노마드, 노마드 워커 등이 그것이다. 표현은 여러 가지지만 사실은 대부분 같은 뜻이다. 그중에서 이번 새말모임은 ‘노마드 워커’(nomad worker)를 택해 우리말로 다듬어 보았다. 디지털 시대 이전에도 특정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있었다. ‘자유 계약직’ 혹은 ‘프리랜서’ 등이다. 하지만 ‘노마드’라는 말이 붙음으로써 기존 자유직의 성격에 노트북 컴퓨터나 태블릿 기기, 휴대전화 같은 휴대용 기기를 이용한다는 ‘디지털 시대적 특징’이 한층 더해졌다. ‘노마드’라는 단어 자체는 새로운 용어가 아니다. ‘유목민’이란 뜻의 라틴어라고 하니 연륜이 퍽 길다. 이 오래된 단어가 철학적 용어로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68년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을 누리는 새로운 인류를 가리키며 ‘노마디즘’이라는 말을 쓰면서부터다. 그러다 30여년 전 마셜 매클루언이 “인류는 빠르게 움직이며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라고 미래를 진단하면서 ‘노마드=디지털 유목민’의 뜻으로 점차 굳어지게 된 것이다. 이미 ‘디지털 노마드’나 ‘잡 노마드’라는 용어는 우리 언론에 2000년대 초반 등장했고, ‘노마드 워커’는 그보다 한 발짝 늦은 2010년 서울경제 기사에서 처음 발견된다. 최근 들어서 ‘노마드 워커’라는 용어는 더욱 활발히 쓰이고 있으니, “노마드 워커 교육은 전국 최초로 시행되는 창조경제 프로젝트로 최첨단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아시아투데이), “노마드 워커를 ‘어디에서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모바일 보헤미안은 거기에 더하여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없어진 상태’를 가리킨다.”(문화뉴스) 등이 그 사용 사례다. 앞선 글에서 같은 한자 문화권 나라들인 한국, 일본, 중국이 알파벳 언어권에서 들어온 신조어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인다고 이야기했는데, ‘노마드’의 경우는 세 나라가 모두 똑같이 ‘유목민’이라고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遊’자를 사용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游’로 표기하는 게 차이다). 또한 국립국어원에서도 ‘디지털 노마드’를 ‘디지털 유목민’으로 다듬어 발표한 바 있기에 ‘노마드’라는 단어는 ‘유목’ 혹은 ‘유목민’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겠다. 다만 ‘노마드’는 명사지만 맥락상 형용사형을 사용하는 게 맞겠고, 영어권에서도 형용사형인 ‘노마딕(nomadic) 워커’ 혹은 ‘디지털 워킹(working) 노마드’라고 쓰기 때문에 새말 역시 유목‘형’ 혹은 유목민‘형’ 등 형용사형으로 다듬었다. 그렇다면 ‘워커’의 대체어로는 ‘근로자’와 ‘노동자’ 중 무엇이 적절할까. 현재 우리나라 노동 관련 법규에는 ‘근로기준법’ ‘근로자보호입법’과 같이 ‘근로’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고, 법정기념일인 5월 1일 역시 ‘근로자의 날’이 공식 명칭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근로자’라는 명칭 사용에 비판적이다.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근로자(勤勞者)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부나 사측이 사회주의 계열에서 주로 사용하는 ‘노동자’라는 단어 대신 의도적으로 선택한 용어라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5월 1일도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메이데이’(May Day) 혹은 ‘노동절’이라고 부른다. 새말모임에서는 다양한 시각을 고려해 ‘노동자’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2000명 중 62.2%가 ‘노마드 워커’를 쉬운 우리말로 바꿀 것을 원했고, 후보 낱말 중 ‘유목민형 노동자’가 57.6%의 지지를 받고 새말로 선정됐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 “조선은 썩어 망했다”? “옹호하다 지나친 궤변”…정치의 역사 편집, 문제 [클로저]

    “조선은 썩어 망했다”? “옹호하다 지나친 궤변”…정치의 역사 편집, 문제 [클로저]

    논쟁거리 된 정진석 위원장 글정 위원장, 해명 이어가고 있지만여야 비판 지속…“역사의 감정화, 좋지 않아”과거부터 지속된 역사 기반 정쟁화“내부 문제 많은 것과 식민지 된 것, 다른 문제”“정치권에서 역사를 독점해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유쾌하지 않습니다. 어떤 해석은 맞고 어떤 해석은 틀렸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역사학자 심용환, 12일 서울신문 인터뷰)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글 하나가 여야간의 ‘식민사관’ 논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정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적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와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식민사관이 아니라 사실이다. 공부 좀 하라”고 하거나, 거듭 페이스북을 통해 글을 올리며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한 적이 없다고 썼다. 전쟁 한번 못하고, 힘도 못써보고 나라를 빼앗겼다는 얘기다”, “어느 국가가 자멸하지 아니하고 타국의 침략을 받았는가(만해 한용운, 반성)” 등의 글을 잇따라 다시 올리며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진의 드러내고자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전날 올렸던 그의 글은 이미 논란을 재생산하며 여야의 정쟁거리가 되었습니다. 여권에서도 “사퇴하라”(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김웅 국힘 의원) 등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야권은 “굴종적 친일노선에 대한 우려를 끊을 수 없다”(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믿기지 않는 발언”(이재명 민주당 대표)라는 등 잇따라 비판하고 있습니다. ● 일본, 조선왕조와 전쟁한 적 없나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조선 왕조는 무능하고 무지했다. 백성의 고혈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다가 망했다. 일본은 국운을 걸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무력으로 제압했고, 쓰러져가는 조선 왕조를 집어삼켰다. 조선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 구한말의 사정은 그러했다.” 논란을 일으킨 글의 일부입니다. 정 위원장은 해명을 이어가고 있지만, 단정적으로 일본과 조선왕조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발언한 부분은, 인용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을미사변이 일어난지 127년인 지난 8일 이후 3일 만에 이 같은 글을 올린 점은 더 모호합니다. 그러나 그의 글 전부가 틀렸다고 하기에는, 실제 당시의 조선이 주변국으로부터 잦은 침탈을 받을 만큼 약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 “정치권의 역사 논쟁, 태도 자체가 문제” 이와 관련,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정치권이 역사 이슈를 독점해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유쾌하지 않다”며 “‘어떤 해석이 맞고, 어떤 것은 틀렸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것은 식민사관’이라고 정의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심 소장은 “정치권이 역사라는 장르를 독점해 해석하는 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심 소장은 논란이 된 글에 대해 “정 위원장 글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일견 타당한 얘기도 했다”며 “세도정치 시기,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갈등이 심했던 사실 등은 맞다. 자중지란의 요소 가운데서 조선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국력이 약해 식민지로 전락한 사실이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침탈이 없었던 건 아니라는 점이다. 조선이 멸망하고 식민화가 된다는 것은 어쨌든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이 컸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청나라도 원래는 사대국가였지만 식민화를 시도했다. 러시아도 그랬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랑 식민화하려 전쟁을 두 번이나 일으킨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조선을 식민화시킨 게 결정적인 사건이다.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과 우리나라가 식민화가 됐다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한미일 군사훈련을 옹호하는 점에서 정 위원장이 지나친 궤변을 만든 것이다”라고 강조합니다. ● 춘원 이광수 논리와 유사현대판 변용일뿐 춘원 이광수는 대표적인 ‘변절 친일파’로 꼽힙니다. 독립운동을 하고자 했으나, 다른 길을 걷기로 한 그는 민족개조론을 발표합니다. 독립투쟁보다 민족이 독립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 먼저라는 내용입니다. 이와 관련, 심 소장은 “식민사관이라고 비판하는 지점에서 보면, 정 위원장의 글은 이광수의 논리랑 비슷한 것이다”라며 “이광수가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다가 독립운동의 의지를 포기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그 때 민족개조론을 발표한다. 독립투쟁의 의미를 폄하하고 민족이 개조될 때까지 독립을 미루자는 논리다. 그의 글이 오늘날 변용된 것이다. 이광수는 이로써 단순히 자치를 주장한 사람이 아니라 적극적인 친일파가 된 것이다”라고 지적합니다. 심 소장은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정 위원장의 주장이 일견 타당하더라도 그 같은 주장이 국가와 민족을 발전시키는데 오염·타락·남용된 사례로 활용된 것은 이광수의 사례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다. 공인이자 국가를 대표하는 분이 그 같은 말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일본군이 조선 의병 진압했는데日, 누구랑 싸운 건가? 일본이 조선을 침탈하자, 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호남 일대의 의병들의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그러자 일본은 이 지역 항일의병대를 소탕하기 위해 한국에 일본군을 파병합니다. 의병운동으로 가장 유명한 동학농민운동도 일본군이 진압했습니다. 자, 일본군은 누구랑 싸운 걸까요. 심 소장은 “조선왕조와 싸운 적이 없다는 말은 굉장히 위험한 말이다”라며 “동학농민운동은 조선 관군도 진압에 나섰으나, 일본군이 주역이었다. 이 외 의병도 일본군이 진압했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호남 지역 의병을 들며 “강력할 역할을 했는데, 이들을 일본군이 잔혹하게 죽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일본군은 당시 탄압 과정에서 의병들을 잔혹하게 죽인 사진을 배포하고, 공포를 유발했습니다. 이 같은 탄압 탓에 조선 의병들은 연해주 등지로 이전해 국내진공작전을 벌이게 됩니다. 심 소장은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이 있는데, 한국과 조선이 싸운 적이 없다는 말은 우리 민족사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행동이라 문제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 역사를 잊은 민족, 미래는 없지만이제 역사를 새롭게 바라봐야 할 때 심 소장은 “역사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민주화 운동의 수단으로 역사가 활용된 적이 있다. 바뀐 시대에서는 역사를 미래로 나아가는 창조적 도구로 써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과거 한국의 역사를 톺아보면, 역사의 일부 사실을 활용해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심 소장은 “박근혜 정권 당시 친일 미화와 반일 논쟁이 있었던 것과 현재가 뭐가 다른가”라며 “이 외에도 반중 갈등도 있다. 이 같은 역사의 감정화, 진영화는 무리가 있다. 민주당의 비판은 공감하나 정쟁의 수단으로 역사를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논쟁은 빨리 끝나는 게 좋다”고 당부했습니다. 이번 논쟁이 일어났던 원인으로 돌아가봅시다. 정 위원장의 글은 한미일 군사훈련 관련한 야권의 비판에 대응하며 나온 글입니다. 심 소장은 “비판받을 부분은 비판받아야 한다”며 “결정적인 문제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것이다. 우리의 경제력, 국력을 보면 미국과의 관계는 중요하지만 일본을 끌어들이는 것이 실효성이 있는지, 정치쇼인지 봐야 한다. 역사를 감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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