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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물 화가’ 석철주 4년만에 개인전

    ‘맹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진 석철주 화백이 4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꿈을 그리다’라는 제목으로 인사동 학고재 아트센터에서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그가 청전 이상범으로부터 한국화를 배운 지 올해가 꼭 40년째가 되는 해이다. 그런 그에게는 한국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변용을 모색을 해 온 작가라는 평이 따른다. 그는 70년대 전통적인 산수화,90년대 질박한 장독을 표현한 ‘옹기’시리즈를,95년부터 조각보와 골무 등을 그린 ‘규방’시리즈를,97년부터는 맹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만의 독특한 화법은 바로 맹물 그림. “캔버스에 밑칠을 6∼7번 한 뒤 원하는 기본색을 칠합니다. 노란색 형태를 원하면 노란색을 2번 칠한 뒤 그것이 마른 다음 다시 검은색을 칠하지요. 그런 뒤 마르기 전에 내가 원하는 그림을 맹물로 그립니다. 그위에 넓은 붓으로 지워 나가면 맹물로 그려진 것이 없어지면서 그 밑의 노란색이 스며 나옵니다.” 그는 이처럼 한국화의 ‘스밈과 번짐’효과를 서양화 재료로 표현, 한국 전통의 미감을 현대적 시각으로 담아내는 참신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전시장 1층에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마음속 풍경으로 재창조한 ‘신몽유도원도’시리즈로 꾸며졌다.20대 시절 설악산, 지리산 등 전국의 명산을 누비고 다니며 마음속에 그린 산들이 작품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구름처럼 몽환적이고 아득한 산세는 서양화와 한국화, 현실세계와 이상세계의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2층에는 식물의 이미지를 실루엣으로 표현한 ‘신장개업’‘흔들림’‘비 갠 오후’ 등이 전시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달항아리의 모양을 그대로 따 그 안에 특유의 아득한 산수를 펼쳐 놓은 ‘달항아리’는 마치 청화백자 모습을 보는 듯 담백한 기품이 느껴진다.(02)739-4937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CEO 칼럼] IT 강국인가,인터넷 망국인가/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CEO 칼럼] IT 강국인가,인터넷 망국인가/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한국은 지난 십수년 세계가 놀라는 업적을 이뤘다. 하지만 그늘도 크다.‘정보의 바다’가 ‘범죄의 바다’라는 경고는 끊임없이 이어진다.‘정보윤리’ 없이 IT강국은 허상일 뿐이다. 반세기에 한국 경제는 급성장했고 급변해 왔다. 가히 현기증이 날 정도다.IT분야도 마찬가지다. 전동식 ‘먹통전화’로부터 ‘무선호출기(삐삐)’가 잠깐 휩쓸더니 금방 휴대전화 세상이 됐다.70∼80년대 중동건설 때는 텔렉스가 톡톡하게 몫을 해내더니 자취조차 없어졌다. 팩스로 문자나 그림을 주고받다가 이제 팩스도 부고장을 보내는데 사용될 뿐 고물이 돼 간다. 모든 것은 PC와 이메일이 차지해 버렸다. 그것도 벌써 가물거리는 징후가 보인다. 휴대전화와 PC, 그리고 미디어가 통째로 융·복합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이른바 언제, 어디서나, 어떤 단말기로도 네트워크가 가능한 ‘스리 애니(three any)’를 실현하는 ‘유비쿼터스’ 비전으로 세상이 요란하다.‘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신의 목소리에 감히 인간이 만든 웹 서비스가 도전하고 있다. 전자강국 이코리아(e-Korea)는 국민이 음미할 짬도 없이 유코리아(u-Korea)로 국가적 어젠다가 홀연히 바뀌었다. “컴퓨터는 초소형화된 형태로 휴대전화 등의 모바일기기, 심지어는 입는 옷과 안경 등에 장착됨으로써 ‘사라지는 컴퓨팅’으로 불릴 제2의 PC 붐이 일어날 것이다.” 현대 디지털 문명의 영웅이자 최고 소프트웨어 기획자인 MS 빌 게이츠 회장의 공언이다.‘사라지는 컴퓨터’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핵심 개념이다.1999년 사망한 IT 과학자 마크 와이저는 “가장 심오한 기술은 사라진다. 이들 기술은 일상생활의 얼개로 짜여져서 더 이상 일상과 구별이 불가능해진다.”고 설파했다. 휴대인터넷(WiBro),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주목받는 모바일 서비스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관련 단말기 시장의 폭발적 수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촌 전체가 격랑의 파고 속에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인구 100명당 광대역통신 가입자수는 지난해에 이어 부동의 1위, 인터넷 사용자는 6위에 올랐다.2004년 IT수출 실적은 743억 달러로 한국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했다. 이만하면 명실공히 한국은 IT강국이 아닌가.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다. 얼마 전 어윈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서울디지털포럼 2005년’ 기자간담회에서 “‘미디어플로’ 기술로 한국의 DMB 기술과 승부를 겨뤄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퀄컴은 한국의 휴대전화 핵심기술 부품 로열티를 꼬박꼬박 챙기는 만만찮은 핵심기술 보유·개발기업이 아닌가.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에는 앞서자고 한국은 지난 십수년 발작적으로 몸부림쳐 왔다. 그 결과 세계가 놀라는 업적을 이뤘다. 하지만 그늘도 크다.‘정보의 바다’가 ‘범죄의 바다’라는 경고는 끊임없이 이어진다.‘정보윤리’ 없이 IT강국은 허상일 뿐이다. 따뜻한 디지털 세상 ‘유클린(u-Clean)’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그만큼 높다. 한국사회조사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9∼12월 전국 초·중·고교학생 2만 7650명을 대상으로 생활 전반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터넷에 중독되거나 중독되기 직전인 ‘인터넷 폐인’이 30%에 달한다는 놀라운 보고가 있었다. ‘인터넷 조로(早老)’라는 보도도 있었다.10세 전후의 초등학생 52.4%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또래와 연애를 즐기고 폭력과 범죄를 일삼고 있다. 또 ‘은둔형 외톨이족’ 정신병자로 상당수가 전락하고 있다.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거액을 인출한 인터넷 뱅킹 사건도 있었다. 지금 우리는 신세기의 자유와 상상 그리고 창조의 세계로 가고 있는가. 아니면 디지털 소돔과 고모라로 가고 있는가.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 [토요일 아침에] 오늘이 참 기쁘구나!/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성지를 순례하며 2주간의 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가톨릭 사제·수도자들은 법규상 매년 8일 이상의 피정을 갖도록 되어 있다.‘피정(避靜)’은 피세정령(避世靜靈), 즉 일상을 벗어나 내면의 세계를 관조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침묵 중에 기도하며 부르심의 삶을 성찰하고 새로운 응답의 삶을 봉헌하라는 제도적 장치다. 특별히 필자처럼 도시인들과 함께 부대끼는 사목자나 사회복지 시설에서 봉사하는 수도자들에게는 절실히 요구되는 시간이다. 피정을 위한 순례의 여정은 너무나 좋았다. 평상시의 규칙적인 일상이 아니라서 몸은 다소 피곤한 감도 있었지만, 잠시도 쉬지 않고 울려대는 전화와 휴대전화·인터폰도 없고, 운영을 논의하는 회의와 결재도, 모임에 참석해야 할 일도 없이 자유의 빈 몸으로 지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무수히 많은 구도자와 신앙인을 회개와 부르심으로 이끈 성지가 고마웠다. 나는 무엇으로 인하여 내가 되었으며 왜 사제로 살아가고 있는가? 책임 있게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은 무엇인가? ‘지자, 일일익(知者,日一益)이요, 도자, 일일손(道者,日一損)’이라 했거늘, 가진 것도 하나씩 버려야 할 나이에 나는 지금 무엇을 얻고자 공동체 운동에 공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일까? 하느님의 부르심일까, 개인적 욕심일까? 자신에 대한 질문의 묵상으로 보낸 하루하루 순간순간의 시간이 무척 소중했고 감사했다. 사목 역할에서는 잠시나마 물러서 있었던 셈이나 돌아와 맡아야 할 일들에 대하여 더욱 기운차게 임할 수 있었다. 물러남의 시간이 공백이 아니라 의미 충만하고 내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얼마 전 만난 교우가 생각났다. 공채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30년, 아이들은 모두 장래를 위해 유학을 보낼 수 있었고 자신은 마침내 계열사 사장에 이르렀으되 아내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안타까운 처지였다. “같이 여행이라도 다녀오시지 그래요.” “그러게요, 지금까지 가족과 함께 단한번 여행도 휴양도 가보지 못하고 달려왔어요. 부부동반 여행마저도 전투의 일부 같았거든요. 이제 모두 다 잃어버릴 것만 같은 불길함이 있어요.” 조직에선 살아 남았으나 매미 허물처럼 껍데기만 남은 소외와 고독감이 어떠하며 그 자녀들의 인생관은 과연 건강할까? 그러면서도 직원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멸사봉공의 정신을 외쳤으리라. 대기업 회장들은 임직원들이 그렇게 병들고 붕괴되어 가는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을 성장이라고 본다는 말인가? 아닌 것 같다. 가족이 건강하고 가정 공동체가 행복하다는 전제 아래에서라야 부모의 직장 역할도 의미 있는 희생이 될 수 있다. 기업 구조만 탓할 일이 아니다. 어떤 회사의 경우 직원들이 시간외 근무 수당을 채우려고 당연히 누려야 할 공휴와 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급료가 적다고 해서 휴식을 돈과 바꾸려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또 어떤 이들은 역할상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생각도 한다. 착각이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 내가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동료들에 대한 믿음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대학이나 교회처럼 안식년을 갖게 하는 기업이 늘어난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성서에서 유래된 안식년은 유대인들이 바빌론에 끌려가 밤낮없이 노동에 시달리고 예배 행위도 할 수 없이, 사람도 짐승도 아닌 40년 세월을 살았던 역사에서 기인한다. 그들은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와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안식일과 안식년과 희년을 제정했고 그것을 창조의 이야기와 엄격한 율법의 가르침에 반영했던 것이다. 나는 무엇을 향하여 달려가는가? 오늘 아침도 피곤한 육신을 일으켜 직장을 향해 차를 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생업은 혹시 자연 생명을 해치고 사람의 정신을 마취시키는 일은 아닌가? 나는 가족에 대하여 무엇이며 가족은 나에 대하여 무엇인가? 종교인이 아닐지라도 건강한 삶을 위하여 주기적으로 명상과 피정의 기회를 만들고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근래 없이 오늘이 참 기쁘구나! 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 [책꽂이]

    ●미래를 여는 노벨상 이야기(김용운 지음, 우성 펴냄) 노벨상 수상자의 업적과 생애를 통해 현대과학을 소개하고 주요한 발명과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환경, 창조성에 기여하는 교육과 문화의 관계를 밝힌다. 한국 과학기술 수준과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도 짚었다.1만 5000원. ●들꽃은 스스로 자란다(주중식 지음, 한길사 펴냄) 거창 샛별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교육 이야기.‘조그만 향기마저 바람에 나눠주고 싶은 들꽃이 되고 싶다.’는 그가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뛰놀면서 나눈 이야기들과 이들에게 전해주는 소중한 가르침을 담았다.1만원. ●잊혀진 가람탐험(장지현 지음, 여시아문 펴냄) 돌보는 이 없고, 개발의 삽날에 찍혀 잊혀져 가는 폐사지 순례기. 양양 진전사지, 여주 고달사지, 익산 미륵사지, 제주 법화사지 등 남한 9개도에 흩어져 있는 35개 폐사지를 찾아 한국 불교의 흔적을 더듬는다.2만 3000원. ●중국의 문화지리를 읽는다(후자오량 지음, 김태성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거대하고 복잡한 중국문화의 지형을 짚는다. 문화가 중국을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관점을 견지하면서 중국의 남과 북, 과거와 현재를 샅샅이 실사하며 중국문화의 핵심을 선명하게 드러낸다.2만원. ●대중의 반역(오르테가 이 가세트 지음, 황보영조 옮김, 역사비평사 펴냄) 현대 대중사회의 본질을 파헤친 문명 비판서.20세기 초반 유럽사회에 몰아닥친 ‘대중의 습격’을 목격하면서 대중이 역사의 전면에 떠오르게 된 상황을 문명사적으로 해석했다.1만 2000원. ●위대한 꿈의 기록, 카프카의 비밀노트(이윤택 엮음, 북인 펴냄) 불확실한 현대인의 삶을 드러내며 20세기 문학의 한 특징적 징후를 보여주었던 카프카의 아포리즘 집. 난해하다고 여겨지는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여러 단초를 카프카의 소설과 일기, 편지글 등에서 발췌하였다.9500원. ●명문가의 자식교육(김영수 편저, 아이필드 펴냄) 중국 역대 명인들의 자식교육법을 소개한다. 서한시대의 동박삭으로부터 삼국시대 촉의 제갈량, 송대의 주희, 명대 말기의 개혁가 장거정, 근대 중국의 계몽사상가인 엄복에 이르기까지 한 집안을 이끌었던 가장으로서 남긴 진솔한 교육이야기를 담았다.1만 8000원.
  • “官·學협동은 이런것”

    “지역발전을 앞당기려면 궁핍했던 과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2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관악구 구정발전자문위원회에서 참신하고 미래지향적인 제안이 쏟아졌다. 관악구 구정발전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서울대 황우석 교수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 국내외 석학 23명으로 구성돼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번 회의에는 윤정일 서울대 사범대학장 등 13명의 국내 교수진이 참석,10∼20년 뒤 관악구의 미래를 예측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모델 개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이연택 한양대 교수는 “과거 궁핍했던 관악구의 잔존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며 평생교육, 청정환경 등 새로운 비전을 홍보하고 지속적인 브랜드 관리와 가치창조를 맡는 구청장 직속의 태스크포스팀 구성을 제안했다. 김기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생활권내 공원, 공공시설을 충분히 확보해 주민 삶의 질을 높여야 지역경쟁력도 높아진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앞서 관악구는 통합신청사 건립, 평생학습도시, 과학문화도시,R&D(연구개발) 특구, 뉴타운 사업, 난곡지역 신교통수단 도입 등 올해의 주요 업무를 보고하고 조언도 구했다. 구는 앞으로 구정발전자문위원회가 구정발전을 위한 싱크-탱크(Think-Tank)역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특히 구정에 신선한 감각을 불어넣고 주민참여의 통로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내 거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정책에 대한 발전적 대안이나 아이디어도 폭넓게 공모할 방침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김홍신의 세상보기] 민족의 자존심을 위하여

    [김홍신의 세상보기] 민족의 자존심을 위하여

    소백산 깊은 골의 해맑게 흐르는 실개천 물로 목을 축이면 금세라도 온몸이 산소덩어리가 된 듯했다. 노승은 흐르는 물을 보고 왜 흐르느냐고 물었다. 무어라 대답할 말이 마뜩찮아 그냥 웃었다. “이놈아, 땅이 비뚤어졌으니 흐르지.” 노승의 이 한마디에 참 많은 걸 한꺼번에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땅이 비뚤어지지 않고 평형을 유지한다면 어찌 물이 흐르겠는가. 물이 그러하다면 인간사는 오죽하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들은 매사를 평형을 유지하는 게 정도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와 화두는 북한문제였다. 어떤 때는 뜨거운 물잔 같아서, 놓자니 깨질 것 같고 끌어안자니 델 것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누구라도 명쾌하게 해법을 제시하기도 어려운 문제였다. 근래에 북핵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국민은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이다. 옛날 같으면 식료품과 생필품 사재기로 세상이 시끄러웠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과 고위 정책당국자들이 연일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놓으며 북한을 윽박지르고 있는데도 한국 국민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일부 서방 언론은 미국의 북한공격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한발 빼고 나면 다음 수순의 공격지점이 북한일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도는 판이다. 많은 국민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미국을 비판했고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한 속사정은, 이라크 침공 다음 수순이 북한일 거라는 신빙성 있는 논거 때문이었다. 이라크가 소유한 대량살상 무기 때문에 이라크를 침공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미국의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이라크 전역을 그리 샅샅이 뒤져도 대량살상 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 탓에 미국은 도덕적 패배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북핵문제 역시 미국의 잣대로 분석하고 미국의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는 데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묵은 필름을 돌려볼 필요도 없이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건 뻔한 이치이자 역사적 사실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한반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북한의 무기와 병력은 대부분 남쪽에 배치되어 있으며 공격받는 순간 자동으로 남쪽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일대는 엄청난 피해지역이 될 것이다. 사태가 최단시일에 수습된다 해도 한국 현대사는 치명적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럴 리도 없고 그래서는 더욱 안 되지만,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게 된다면 과연 북한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전문가들의 견해는 놀랍게도 남북통일이 아닌 북한의 중국화를 열거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강대국들의 흑심을 충족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다급한 사정을 감안하여 비료지원을 결정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북한의 절대빈곤을 조건 없이 도와주는 것은 통일비용을 엄청나게 절감케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우리는 지금보다 담대하게 북한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를 숙지해야 한다. 북한이 자력으로 식량을 해결하고 자력으로 경제를 부흥하고 안정적인 외교력을 발판으로 미국과 타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유익한 방법임을 자각해야 한다. 남과 북이 평형을 유지하면서 통일을 앞당길 수는 없다. 지금은 평화공존이 우선이고 어느 한쪽이 기울어져 물이 자연스레 흐를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서 남쪽으로 기울어지는 것보다 남한에서 북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전쟁은 결코 창조적일 수 없다. 오로지 파괴를 통한 굴복과 원한만 남기 마련이다. 밖에서 보면 북핵문제가 위태로워 보이는데 안에서 보면 으레 그렇고 그런 통과의례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점도 이참에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미국의 북핵 관점도 우리 국토와 우리 민족과 우리나라의 문제임을 분명하게 천명하면서 민족 자존심의 관점에서 생각했으면 한다.
  • [사고] 섹스토리 연재를 시작하며… 마광수교수의 말

    ‘섹스토리(sextory)’란 ‘sex’와 ‘story’를 합쳐서 만든 말이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단어 ‘faction’과 비슷한 발상으로 만들어진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신문사 주말매거진 WE의 새 연재 ‘마광수의 섹스토리’를 통해 나는 관능적 상상력을 힘껏 펼쳐 보일 생각이다. 관능적 상상력은 우리의 무의식에 갇혀 있는 리비도(libido)를 성욕으로 해방시켜 대리 배설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상상이 실제화(實際化)한 것이 우리 인류의 역사였다. 바다 속 용궁 이야기는 ‘인어 이야기’로 발전하였고, 또 그것은 다시 ‘잠수함’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달나라에서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는 상상은 곧 달로켓의 발명에 이어 우리가 직접 달에 가 월석(月石)을 채집해 오는 일로 이어졌다. 또 “새처럼 날고 싶어”라는 시구는 곧바로 비행기의 발명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 상상력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관능’이다. 관능적 상상은 억압된 도덕윤리 때문에 질식해버릴 것만 같은 우리의 일상에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서, 우리는 이 관능적 상상을 통한 대리만족감 때문에 그럭저럭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다 ‘창조적 인간’이 되려면 관능적 상상력을 좀 더 뻔뻔스럽고 대담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윤리적 초자아의 압박에 눌려 질식해버릴 것만 같은 우리의 자아를 살려내야 한다. 관능적 상상은 지금까지(특히 우리나라같이 촌스러운 봉건윤리의식을 가진 나라에서는) ‘외설’이냐 ‘예술’이냐 식의 이분법에 휘말려드는 경우가 많았다. 나 자신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을 겪은 것도 오직 관능적 상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관능적 상상이 해방될 날이 꼭 오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 글로벌화·창사기념 자축광고 ‘봇물’

    최근 신문광고에는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현대차가 ‘메이드 인 USA’ 시대를 공식 선언하면서 미국 공장 사진을 담아 축하 광고를 대대적으로 시행한 데 이어 애경 우리홈쇼핑 등의 업체들도 창사기념일에 맞춰 향후 비전을 알리는 광고를 진행중이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210만평 규모의 공장을 완공하면서 이를 배경 화면으로 넣은 뒤 ‘메이드 인 USA 현대자동차, 대한민국 자동차가 자랑스럽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내보냈다. 사진에 나온 거대한 흰색 건물은 공장이라기보다 세련된 기술연구소를 연상시킨다. 이제 미국에서 개발부터 사후정비(AS)까지 전 과정을 현지화해 글로벌 메이커의 위상을 갖추게 됐음을 알리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밖에 최근 출시된 그랜저XG의 후속 모델인 ‘그랜저’의 광고도 진행중이다. 이 차는 10월부터 미국에서도 ‘아제라’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현대차는 ‘메이드 인 USA’ 시대를 열게 된 만큼 ‘그랜저’ 광고에도 ‘최상의 것을 만들어 최고의 자부심을 갖게 하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애경은 다음달 9일 창립 51주년을 맞아 활주로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비상’이란 제목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광고에는 ‘애경이 더 큰 날개를 펼칩니다. 생활용품에서 기초화학 유통 레저 항공 해외사업까지, 지난 50년을 딛고 새로운 100년을 향해 도약합니다!’라고 적었다. 애경은 국내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장영신 회장이 남편의 비누 회사를 물려받아 매출 1조 8000억원의 생활용품·기초화학·유통·레저 등 17개 계열사 그룹으로 키워낸 회사다. 내년에는 제주도와 합작 설립한 지역항공사인 ㈜제주에어를 통해 항공기 사업도 본격 가동한다. 우리홈쇼핑은 최근 창사 4주년을 기념으로 5월 한달간 중소기업들에게 당사 제품을 고객이 직접 평가해 TV홈쇼핑에 방송하는 ‘중소기업 우수상품 발굴’ 행사를 진행하면서 관련 신문 광고를 진행중이다. 전속 모델 한가인이 TV옆에 서있는 사진 위로 ‘중소기업 사장님을 위한 정말 좋은 기회’라는 제목으로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우리 홈쇼핑에는 중소기업이 주인입니다.’라고 쓰면서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주려는 업체의 마음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LG는 올해 LG브랜드 출범 10주년을 맞이하고 GS·LS 등 계열분리를 마무리하면서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제목의 광고를 집행중이다. 남성 무용수들을 ‘백조’역에 기용한 영국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중 한 장면을 배경으로 썼다. 하단에는 ‘130년동안 백조는 여자였다. 처음 남자들만의 백조를 창조한다. 지금 누군가 먼저 시작한 새로운 생각들이 세상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고 적고 있다. 고정관념을 깨고 새롭게 변하는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했다는 평이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국내기업 해외투자 ‘속빈 강정’

    국내기업 해외투자 ‘속빈 강정’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풍요속 빈곤’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해외투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등 선진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지난 2000년 1960건,35억 9446만달러에서 지난해 3559건,50억 9172만달러로 5년 만에 건수는 81.6%, 액수는 41.7% 증가했다. 그러나 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합작회사 설립, 특허 및 라이선스 유치 등 선진기술 도입을 위한 해외투자는 2000년 157건(8.0%)에서 지난해 128건(3.6%)으로 오히려 줄었다. 올해에는 지난 4월 말 현재 전체 해외투자 1236건(16억 8227만달러) 가운데 선진기술 도입관련 해외투자는 2.2%인 27건(1922만달러)에 그쳤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해외투자는 대부분 생산비용을 낮추거나 관세 등 보호무역 조치를 피하고, 원자재 등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저임금 등 비용상의 이점만 노린 수동적인 해외진출은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비용절감형 해외투자에서 벗어나 선진기술 확보, 신시장 개척 등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역연구소 현오석 소장은 “신제품과 신기술을 염두에 둔 해외투자는 국내 산업을 대체하기보다 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면서 “특히 중소기업이 해외투자에 M&A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리스크가 큰 연구개발(R&D)에 비해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나치게 높은 대미·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기술선진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경우 기초과학과 기계, 자동차, 화학, 제약, 소재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선진기술 도입관련 대독일 투자는 지난 5년간 7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산업연구원 김도훈 국제산업협력실장은 “국내 제조업체의 경쟁력은 새로운 제품을 창조하는 원천 기술력보다는 기존 기술을 제품화하는 생산 기술력에 기반한다.”면서 “국내 기업의 생산 기술과 선진국의 원천 기술이 합쳐질 수 있도록 해외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현지 ‘테크노페어’를 유치하는 등 접촉 기회를 늘려주고, 대기업들이 갖고 있는 해외투자정보를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배설 선생 숭고한 뜻 이어가자”

    “배설 선생 숭고한 뜻 이어가자”

    대한매일신보 창간자인 영국인 배설(영국명 어니스트 베델) 선생 96주기를 맞아 27일 서울 마포구 양화진 성지공원에서 추모대회가 열렸다. 배설선생기념사업회(회장 진채호) 주최로 열린 행사는 배설 선생의 생애와 항일 언론투쟁 활동상 회고, 경모시 낭송, 헌화 및 분향, 기념식수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종전 추모식은 서울 외국인 묘지공원에서 열렸으나 올해에는 외국인 묘지공원 옆에 조성된 양화진 성지공원에서 진행됐다. 양화진 성지공원은 개화기때 한국에 기여한 외국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최근 마포구청이 새로 조성했다. 대회장인 채수삼 서울신문사장은 양동용 서울신문 이사가 대독한 추념사를 통해 “배설 선생이 창간한 대한매일신보는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겨레의 독립자존을 일깨운 횃불이었고 일제에 의해 강제 폐간될 때까지 그들의 만행을 고발하고 우리 민족을 계몽시켜나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채 사장은 또 “서울신문은 앞으로도 선생의 숭고한 뜻을 이어 언제나 독자와 진실편에 서서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한편, 공공 이익과 민족화합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대한매일신보의 후신이 서울신문이다. 당초 행사에 배설 선생의 후손이 초청됐으나 일정 때문에 8·15광복절에 서울을 찾기로 했다. 배설 선생은 15살 때 일본으로 건너간 뒤 영국 크로니컬지 아시아특파원으로 일하던 중 러·일전쟁을 취재하면서 조선에 관심을 가졌다. 영·일동맹 때문에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자 크로니컬지에 사표를 던지고 1904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했다. 고종의 후원 아래 배설 선생은 박은식·양기탁·신채호 선생을 영입, 민족주의 논조를 펼쳤다. 그러나 일본의 항의를 견디다 못한 영국이 일본의 탄압을 묵인해줘 선생은 한때 상하이에서 구금되기도 했다.1909년 조선에서 지병으로 숨진 뒤 고종이 마련해준 마포구 외국인 묘지에 안장됐다.1964년 한국 언론인들이 기념비를 세웠고, 1968년에는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산 2020년까지 국제도시로

    부산이 오는 2020년까지 내륙권, 해양권, 낙동강권 등 3대 권역별로 특성화돼 개발되며 이를 위한 7대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2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부산발전연구원 주최로 열린 ‘부산발전 2020 비전과 전략’ 심포지엄에서 ‘세계도시 부산 실현을 위한 로드맵’이라는 기조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3대 벨트 부산진구, 동래구 금정구, 연제구가 주축이 되는 내륙벨트는 행정, 정보, 금융, 유통의 거점권으로 발전시키며, 북구, 사상구, 사하구, 강서구 등 동서권을 포함하는 낙동강벨트는 신산업, 항만·항공·물류거점 역할을 하는 신성장 동력축으로 활용한다. 또 서구, 중구, 동구, 영도구, 남구, 수영구, 해운대구, 기장군을 포함하는 해양벨트는 해양과학, 관광, 영상, 무역거점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 ●7대 프로젝트 아시안 게이트웨이 프로젝트, 낙동강 프로젝트, 문화도시부산 프로젝트, 도시 재창조 프로젝트, 동부산 프로젝트, 국제자유도시 부산, 부산 U-City 프로젝트 등이다. 아시안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는 북항을 재개발,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이 만나는 동북아의 관문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골자다. 이곳에 해륙종합터미널을 건설, 경부고속철도 부산역사와 국제·연안여객터미널, 컨벤션 숙박시설 등 복합 공간을 조성하고 국제크루즈 전용터미널을 구축한다. 낙동강 프로젝트는 낙동강 에코벨트 조성, 부산신항의 동북아 허브항화,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남부권 신공항을 중심으로 한 남부권 중심도시 위상 강화 등 방안이 제시됐다. 문화도시 부산프로젝트는 세계 미술을 선도하고 있는 뉴욕소재 ‘구겐하임미술관’유치와 국립부산도서관 및 부산 예술의 전당을 각각 건립, 부산을 동북아의 문화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제자유도시 부산 프로젝트는 가칭 부산국제자유도시특별법을 제정해 부산을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고, 영어공용화를 시행하고 외국인 주거 단지 조성 등 외국투자자들의 주거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 등이다. 2010년에는 유비쿼터스 세계박람회를 개최하고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도 추진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지방의회 현안 함께 풀어갑시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회 의원들은 26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한마음 체육대회’를 열고 지방자치제의 성공을 다짐했다. 이날 체육대회에는 자치구의회 의원 513명과 의회사무처 직원 등이 참가해 화합을 다졌다. 한마음 체육대회에 앞서 의원들은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회의 현안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갖기도 했다. 특히 의원들은 지방분권 정착을 위해 의원 유급제, 의회 인사권독립 등 지방의회의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원색의 체육복,5개구 1팀 김평전 마포구의회 의장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된 대회는 줄곧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경기는 5개 자치구가 1개팀을 이뤄 모두 5개팀으로 나눠 치러졌다. ▲종로·중구·용산·성동·광진구의회 등 5개 자치구는 ‘창조팀’ ▲노원·중랑·성북·강북·도봉구의회는 ‘단합팀’ ▲동대문·은평·서대문·마포·관악구의회는 ‘도전팀’ ▲강서·구로·금천·영등포·양천구의회는 ‘화합팀’ ▲동작·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회는 ‘미래팀’으로 출전, 열전을 벌였다. 경기진행을 원활하게 하고, 인근 자치구의 의원 및 의회간의 상호협력관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의원들은 팀별로 빨강 검정 하늘색 등 ‘5색 체육복’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의원들은 축구, 배구, 줄다리기, 릴레이 경주 등 4개 종목을 즐기면서 시종일관 서로의 결속력을 과시하는 한편 모두가 한가지 이상의 종목에 선수로 출전했다. 특히 의원들은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삼삼오오 모여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황병권 강동구의회 의장은 “이 대회는 동료의원들의 화합과 단결뿐 아니라 의회현안에 공동대처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지방의회 현안 해결 촉구 이재창(강남구의회 의장) 서울시 구의회의장협의회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의정발전을 다짐하는 축제인 만큼 지방의회가 지방화 시대를 열어가는 밑거름이 되자.”고 역설했다. 이춘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축사에서 “지방화시대에 주민의 대변자로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며 의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김충환 한나라당 국회 지방자치위원장은 “완전한 지방자치를 위해 의원유급제, 인사자율권 확대, 회기일수 자율화 등 지방의회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고, 권문용 강남구청장은 “자치단체마다 의회가 있는데 감사원이 자치단체를 감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역설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또 임동규 서울시의회 의장은 내빈으로 참석한 이재오, 박진, 박계동의원 등이 정치권 인사들을 향해 “지방의회의 현안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의원들은 이어 ▲지역혁신 ▲제도개선 ▲세제개편 ▲교육과 경찰자치 ▲자치 조직권과 자치입법권 보장 ▲유급제, 인사권독립, 운영 자율권 등을 촉구하는 8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동구 송한수기자 yidonggu@seoul.co.kr
  • 마광수의 섹스토리 새달2일 연재

    “이 사건이 10년 후만 돼도 우스꽝스러운 사건으로 치부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재판부는 알고 있다.” 1993년 이른바 ‘즐거운 사라’ 사건의 2심 재판장이었던 어느 부장판사가 했던 말이다. 그의 예측대로,10여년이 지난 지금 소설 ‘즐거운 사라’에 음란물의 멍에를 씌워 단죄한다면 한편의 난센스 코미디가 될 것이다. 논란의 주인공 마광수(55)는 이제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돌아왔지만, 그의 붓끝은 아직도 그 시절 악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내가 정말 섹스 얘기를 써도 될까요. 신문에 사랑과 성에 대해 연재한다니까 팔순 노모께서 눈물을 흘리며 말리셨습니다. 또 무서운 고초를 당하면 어쩔 거냐고….” 하지만 마광수는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의 새 연재 ‘마광수의 섹스토리’에 임하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한다하는 작가들이 나이 오십만 넘으면 너나없이 ‘민족소설’‘역사소설’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교양주의’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요. 미국 작가 헨리 밀러는 여든 아홉에 죽을 때까지 섹스소설만 썼습니다. 나 또한 죽는 날까지 연애소설만 쓸 작정입니다.” 6월2일부터 시작하는 ‘마광수의 섹스토리’는 에세이, 콩트, 옴니버스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다. 마 교수는 요즘 10권으로 된 중국 기서 ‘금병매’를 통독하며 새로운 연재물을 구상하고 있다.“콩트 쓰기가 특히 어려운 것 같아요. 콩트는 ‘서프라이즈 엔딩’, 즉 끝에 가서 독자들이 무릎을 탁 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나의 글은 한마디로 관능적 풍경화가 될 것입니다. 수위조절이 문제예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본때 보이기’라는 게 있어서….” ‘시대를 앞서 간 죄’로 40대를 온통 잃어버린 그는 지금 다시 한번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야한’ 글로 승부를 보려 한다. 최근 펴낸 철학에세이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의 제목처럼 자신의 선구자적 운명을 글쓰기로써 열어가려는 의지가 대단하다.‘마광수의 섹스토리’는 첫 시험대다. “문화가 발전하려면 ‘창조적인 변태’가 사회에서 용납받아야 한다.”고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파리한 지성. 마광수는 과연 이번 서울신문 연재를 통해 어떤 섹스 스토리 혹은 섹스 히스토리를 풀어낼까. 수많은 저서와 강연 등을 통해 당신의 성담론은 이미 바닥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반복적 집착’이란 화두를 내밀며 응수한다.“화가 김창열은 한결같이 물방물만 그리고, 이대원은 지금도 꽃나무만 그리고 있지 않나요. 나의 ‘성적’ 글쓰기 작업도 미술처럼 봐주면 안되나요. 문학은 억울합니다.” 그런 말을 물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다. 그의 관능적 상상력이 숨쉬고 있는 한 마광수식 성애론은 늘 오색영롱한 빛깔로 변주될 것이기 때문이다.“국내 문단엔 여전히 쉽게 쓰면 우습게 보는 모종의 엄숙주의가 힘을 발휘하고 있어요. 많은 작가들이 아직도 문어체 글을 쓰고, 또 그런 걸 우러러보는 풍토가 엄존합니다. 나는 무슨 글이든 술술 읽히게 쓸 것입니다.” ‘마광수의 섹스토리’에는 마 교수가 직접 그리는 ‘색깔있는’ 삽화도 곁들여진다. 그는 그동안 수차례의 전시를 통해 화가로서도 결코 손색없는 감각을 과시해 왔다. 그의 초감각적인 글과 그림을 함께 읽는 것은 ‘마광수 독자’만의 또 다른 행복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제7회 서울학생상’ 273명 발표

    서울시교육청은 24일 ‘제7회 서울학생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서울지역 고교 3학년 학생 가운데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창의적·진취적 학생’을 매년 선정해 시상하는 이 상은 올해 5개 부문에서 특수학교 학생 23명, 학교형태 평생교육시설 학생 6명, 방송통신고 학생 4명 등을 포함해 모두 273명이 수상했다. 국위선양 부문을 수상한 경기고 한유(17)군은 사단법인 향토문화진흥회가 주최하는 세계청소년 문화예술제 토론 부문에서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을 주제로 발표해 금상과 은상을 수상했고, 올해 초 라오스 정부 초청으로 청소년 음악 봉사단으로 참가해 5회에 걸쳐 공연하는 봉사활동으로 국위를 선양했다. 창의성 발현부문 상을 받은 수도전기공고 김현우(18)군은 세계 청소년 창조성대회, 대한민국 발명전시회 등 각종 대회에서 발명과 관련된 상을 17회 수상하고 독창적 아이디어로 특허 5종, 실용신안 6종 등을 보유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대광고 공경환(18) 학생은 지난 3월 이모부를 위해 간이식 수술을 받은 점을 높이 사 희생·봉사부문을 수상했다.16세 때 시신경 위축으로 중도실명한 뒤 장애인 체육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장애 극복 의지를 보인 국립서울맹학교 류지훈(18)군은 진취적 기상부문, 공립고등학교 학생으로는 처음으로 KBS ‘도전 골든벨’ 수상자가 된 당곡고 박종순(19)군은 명예거양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25일 오후 3시 서울시교육청 11층 강당에서 열린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복고열풍…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

    복고열풍…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

    어제 산 새 물건도 내일이면 헌 것이 되는 시대. 늘 새로운 것만을 좋아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창조하는 ‘네오-온고지신(溫故知新)족’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1970,80년대를 풍미했던 문화 코드를 2000년대에 끄집어내 다시 해석하고 재창조를 거듭하는 이들은 이미 복고(復古)마니아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들이 옛 것을 사랑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우리가 짝퉁이라고요? 비틀스의 부활이죠.”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음악연습실. 비틀스(영국의 전설적인 4인조 록밴드)의 부활을 꿈꾸는 4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비틀스 카피 아마추어 밴드인 ‘애플스(Apples)’ 멤버들이다. 오는 2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2002년 결성된 애플스의 목표는 현대 대중음악에 큰 획을 그었던 비틀스를 완벽하게 재현해 내는 것. 단순히 비틀스의 곡을 연주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멤버마다 배역도 있다. 조지 해리슨은 정우철(35·대림대 음향미디어과 1학년), 링고 스타는 이응현(35·회사원), 폴 매카트니는 표진인(38·정신과 전문의), 존 레넌은 김준홍(44·회사원)씨가 각각 맡았다. 이들은 비틀스의 노래는 물론 창법과 연주 스타일, 의상, 무대매너, 습관까지도 따라한다. 애플스를 이끄는 멤버 중 3명이 30대.40대인 김준홍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실질적인 비틀스 세대는 아닌 셈이다. 표진인씨는 “6살 차이 나는 형이 즐겨 듣던 비틀스 곡을 옆에서 듣다 보니 좋아하게 됐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비틀스의 곡으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경험으로 밴드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70년생인 정우철씨와 이응현씨에게 비틀스는 대중음악이라기보다는 클래식에 가깝다. 어릴 때는 유명한 ‘예스터데이’나 ‘헤이 주드’ 정도가 이들이 알고 있던 비틀스 곡의 전부. 수백가지의 기타 이펙터를 사용해 효과음을 만들어내는 데 익숙해 있던 정씨에게 비틀스의 곡은 싱겁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음악으로까지 여겨졌다. 하지만 무작정 음악이 좋아 애플스 활동을 시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정씨는 “현대 대중음악의 모든 장르에 영향을 미친 비틀스의 음악세계를 이제야 조금 이해할 것 같다.”면서 “그 어떤 기계음으로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는 비틀스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학내 밴드 활동을 했던 이응현씨도 비틀스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음악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이씨는 “왼손잡이였던 링고 스타가 오른손잡이용으로 만들어진 드럼을 연주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리듬을 표현해 냈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다.”면서 “비틀스 곡은 연주할수록 힘들고 어렵다.”고 말했다. ●“80년대 한국 댄스의 스텝을 다시 돌아본다.” 김영우나이트댄스학원의 원장인 김영우(27·경희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씨는 복고댄스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려서부터 끼가 넘쳐났던 김씨는 대학에 진학해 학내 댄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춤을 시작했다. 터보, 듀스,HOT 등 90년대 중·후반 한국 댄스계를 주름잡았던 이들의 춤을 하나씩 섭렵해 갔다. 2000년 댄스 학원을 차린 김씨는 우리나라 나이트 댄스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2주 동안 전국 10개 시·도의 유명 나이트클럽을 돌며 춤의 특징을 분석했다. 김씨는 수원과 성남 지역 나이트 댄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복고댄스를 춤의 한 부류로 유형화했다. “서울보다는 다소 유행에 뒤떨어지는 서울 인근지역 젊은이들이 어린 시절에 보았던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TV스타들의 춤을 따라하며 즐거움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김씨는 박남정의 화려한 발동작을 연상시키는 빠른 스텝과 소방차의 큰 팔동작, 클론의 현란한 손놀림 등을 바탕으로 스텝 14가지와 손동작 10가지를 정리해 기본 동작을 만들었다. 그는 “상당히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복고댄스는 혼자만 즐기는 요즘의 클럽댄스와는 달리 보는 사람과 추는 사람 모두를 즐겁게 한다.”고 설명했다. ●쫄쫄이, 달고나, 못난이 인형… 추억을 사고 파는 사람들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차민용(31)씨. 그가 파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추억이다.2003년부터 ‘캔디마을’(www.candymaul.com)과 ‘쫄쫄닷컴’(www.zzolzzol.com)을 운영하고 있는 차씨는 이 쇼핑몰을 통해 200여종에 가까운 추억 상품을 팔고 있다. 차씨는 이제는 불량식품으로 홀대받는 달고나·쫀득이, 인터넷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낯설기만 한 못난이 인형과 종이딱지 등을 팔고 있다. 가격은 1000∼5만원까지 다양하다. 이 사이트를 찾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200∼300명선. 요즘 장난감이나 주전부리들과는 품질이 비교도 안되지만 방문객의 10% 정도는 꾸준히 상품을 주문하는 단골들이다. “스산한 찬바람이 불어 옛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가을철이나 교실 안에서 연탄 난로에 쥐포나 쫀득이를 구워 먹던 생각이 절로 나는 겨울철에는 저도 놀랄 만큼 매출액이 올라갑니다.” 차씨는 70∼80년대 마을 어귀 문방구와 놀이터의 추억을 찾아 사이트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새로운 공급처를 찾는다. 단종된 상품이 많아 어느 한 곳에서 물건을 납품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차씨는 서울 영등포, 청량리, 동대문, 남대문 등지의 재래시장 20여곳에서 물건을 받아온다. 추억상품을 파는 다른 인터넷 업자 10여명과 물물교환을 하기도 한다. 차씨는 “자고 나면 세상이 달라지는 시대가 되다 보니 너무나도 빨리 옛 것이 잊혀지는데, 이는 한 사람의 옛 모습과 추억 역시 그만큼 빨리 사라진다는 의미”라면서 “우리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옛날 상품을 보면서 순수하고 포근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여유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의회]“한마음으로 뭉칩시다”

    [의회]“한마음으로 뭉칩시다”

    서울 자치구 의원, 의회사무처 직원 등 1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지방의회의 정보를 교환하고 우의를 다진다. 서울시구의회의장협의회(회장 이재창)는 오는 26일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2005 서울시구의회의원한마음 체육대회’를 개최한다. ●체력·결속 다지고 정보 교환하고 체육대회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각 자치구의원들은 결속력을 다지고 정보를 교환하며 미래 지향적인 지방 의정상을 찾아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특히 이번 대회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회의 위상과 전문성을 높이는 관련법 개정에도 의원들의 뜻을 모으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 대회를 처음 주선한 협의회 이재창 회장은 “의회는 개별적으로 독립된 기관이다 보니 공동 현안을 논의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체육대회를 계기로 자주 만날 수 있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역별로 5개 의회 묶어 1개팀으로 14년째를 맞는 지방의회이지만 서울의 각 자치구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3년째다. 협의회가 구성돼 있었지만 각 의회 의장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마음 체육대회가 정례화되면서 일반 의원들뿐 아니라 의회 사무처 직원들끼리도 공동체 의식을 가꿔 가고 있다. 의원 및 의회간의 상호협력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체육대회 참가팀은 권역별로 5개 자치구의회를 1개팀으로 묶었다. ▲종로, 중구, 용산, 성동, 광진구의회 등 5개 자치구는 창조팀으로 ▲노원, 중랑, 성북, 강북, 도봉구의회는 단합팀 ▲동대문, 은평, 서대문, 마포, 관악구의회는 도전팀 ▲강서, 구로, 금천, 영등포, 양천구의회 화합팀 ▲동작, 서초, 강남, 송파, 강동구의회 미래팀 등으로 나눠져 열전을 벌인다. 권역별로 평소 의견도 교환하고 지역 현안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팀을 짰다. 이한선 노원구 의회의장은 “서로 인근에 위치한 의회 동료들이지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서로간의 고충을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축구·제기차기·줄다리기등 종목 다양 이날 대회에는 의원 512명을 비롯해 1200여명이 참여해 다양한 게임과 경기를 펼친다. 구기종목으로는 각 의회별 2명씩 출전하는 배구와 축구경기가 펼쳐지고 의회 사무직원과 함께 참여하는 한마음 릴레이와 줄다리기로 흥을 돋운다. 오후에는 팀별로 50명이 대거 참가하는 지네발 릴레이, 참가자 전원이 펼치는 자기부상열차, 협동심을 겨루는 깃발 서바이벌 등 다양한 종목들이 준비됐다. 특히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마련된 고리던지기, 행운을 맞춰라, 제기차기, 투호게임, 월드컵 슛돌이 등은 참가자 모두에게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게 된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국산차 신화’ 남긴 포니鄭

    ‘포니 정’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지난 21일 낮 12시30분 서울 아산병원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77세. 남아 있는 가족으로는 부인 박영자(69) 여사와 아들 정몽규(43) 현대산업개발 회장, 큰딸 숙영씨, 작은딸 유경씨, 며느리 김나영씨가 있다. 사위는 노경수(노신영 전 총리 장남) 서울대 교수와 김종엽(김석성 전 전방 회장 외아들)씨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영안실 34호실. 발인은 25일 오전 8시 아산병원 잔디광장에서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성북동 자택을 거쳐 장지인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선영으로 떠날 예정이다. ●5년전부터 폐렴 치료 고인은 2000년 폐렴 치료를 받은 이후 1주일에 한번씩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으나 비교적 건강하게 지내다가 지난 10일 갑작스러운 증세 악화로 입원, 치료 중에 별세했다. 고인은 32년간 현대자동차를 이끌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신화’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99년 아들 정몽규 회장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배를 갈아탄 뒤 건강이 악화하자 지난 18일 보유하고 있던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모두 정 회장 등 가족들과 계열사에 물려주면서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다. 고인은 고려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57년 현대건설에 입사,67년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겨 초대 사장직에 오르면서 99년까지 32년 동안 자동차 인생을 걸어왔다.74년 국민차 포니 승용차를 탄생시켜 76년 본격 수출하는 등 자동차 ‘신화’를 창조한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96년 조카인 정몽구(현 현대자동차 회장) 회장이 그룹 회장을 맡을 때까지 9년 동안 ‘왕 회장’을 대신해 현대호(號)를 이끌기도 했다. 현대가의 2세 경영 체제가 이뤄질 때 자동차 회장직을 아들인 정몽규 현 현대산업개발 회장에 물려주고 자신은 명예회장으로 물러앉았다. 그러나 99년 장조카인 정몽구 회장에게 99년 32년간 몸담았던 현대자동차를 내준 뒤 현대산업개발에 새 둥지를 틀었다. 정 명예회장은 배를 갈아탄 뒤 경영 바통은 정몽규 회장에게 물려줬지만 덩치가 큰 프로젝트나 신규 진출 사업은 일일이 챙길 정도로 경영에 관여했었다.77년 한·영 경제협력위원장,87년 전경련 부회장,88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93년 고려대 교우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98년 한·미협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83년 영국 왕실로부터 명예 대영제국 훈장 ‘커맨더 장’을 수상했으며,85년 금탑 산업훈장과 87년 한국의 경영자상을 수상했다. ●포드와 합작, 현대자동차 초대 회장에 고인은 1928년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났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으로 67년 현대자동차 초대 사장에 취임하면서 32년 동안 자동차 인생을 시작했다. 고인은 57년 12월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왕 회장’의 권유로 현대건설에 입사했다.10년 동안 현대가 1세들과 함께 해외건설 시장 개척과 현대시멘트 공장 설립 산파역을 맡는 등 현대건설의 기반을 다지는 데 매진했다. 67년 미국 출장 중 ‘왕 회장’으로부터 미국 포드사와 접촉하라는 메시지를 받고 둘째 형(인영·한라건설 명예회장)과 함께 포드자동차와 합작을 이끌어낸 뒤 현대자동차 초대 사장에 올랐다. 자동차 진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포드와 조립 계약을 맺은 뒤 68년 3월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자동차 공장 구경도 못해 본 경험으로 공장을 지어야 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우리 손으로 만든 자동차를 수출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워갔다. 그 해 5월 자동차 공장을 짓기 시작한지 6개월 만에 68년 11월 제1호 ‘코티나’를 출시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현대차의 질주를 시기하는 경쟁사와 정치권의 압박으로 숱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70년 초에는 1차 석유파동에 휩싸이면서 판매도 급감했다. 할부 판매한 자동차의 돈이 들어오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위기에 몰린 현대가는 왕 회장의 지시로 금강슬레이트를 경영하던 막내 동생(상영·KCC명예회장)을 현대자동차 부사장으로 불러들여 급한 불을 끄는 등 형제간 우애를 확인해 줬다. ●포드와의 합작 깨져 ‘포니’ 탄생 고인은 언제까지 단순 조립생산에만 매달릴 수 없었다. 포드와 50대 50 합작회사를 만들어 엔진 공장을 짓고 기술을 이전받아 자립의 길을 찾고자 했지만 포드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마이웨이’를 외쳤다. 이렇게 해서 나온 자동차가 국산 1호차 조랑말 ‘포니’였고, 이탈리아 토리노 국제모터쇼에서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뒤 76년 2월 본격적인 생산과 중남미 수출까지 이끌어냈다. 이 때부터 현대자동차는 국내 기업이 아닌 세계 자동차 회사로 커갔고 ‘포니 정’의 자동차 인생도 쾌속 질주했다.87년부터 9년 동안 현대그룹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즈음 현대가의 2세 경영체제가 이뤄지면서 96년 자동차 회장을 아들 몽규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명예회장으로 물러앉았다. 다른 현대가 1세들이 일찌감치 분가했지만 정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를 자신의 회사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98년 현대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뒤 그룹 경영구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왕 회장의 지시로 평생 바쳐온 자동차를 MK에게 넘기면서 서운함도 많았지만 가슴에 묻은 채 현대산업개발로 독립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 ②-구인회 3代 경영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 ②-구인회 3代 경영

    지난달 19일 러시아 모스크바 출장길에 오른 구본무(60) LG 회장을 수행한 사람은 차장급 직원 한명뿐이었다. 계열사 사장들과 같이 가는 출장이 아니면 수행은 늘 직원 한명이 담당한다. 공항으로 임원들이 배웅이나 마중을 나오는 것도 금지한다. 구 회장은 지난 12일 LG 계열사 사장단 20여명과 함께 국내사업장 ‘혁신투어’를 나서면서 자신의 차량인 ‘벤츠S600’을 놔 두고 대형 관광버스 2대를 빌렸다. 사업장간 이동중에도 사장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지난 2003년에도 구 회장은 버스로 2박3일간 전국의 사업장을 누볐다. 이처럼 ‘격식’을 따지기보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구 회장을 두고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평이 따라다닌다. 사람좋아 보이는 눈웃음 등 구 회장의 외모도 이같은 이미지 구축에 한몫했다. ●몸에 밴 검소한 생활 구 회장의 소탈한 모습은 아버지 구자경(80) 명예회장이나 할아버지인 고 구인회 창업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구인회 회장은 창업초기인 40년대 후반 부산 서대신동 시절 활동하기 편하다며 미군 파카를 즐겨 입었다고 한다. 외출할 때를 제외하곤 공장내에서 늘 입고다녀 소매가 닳고 기름때가 반지르르 묻은 옷이었다. 구 회장은 또 비싼 담배와 싼 담배를 같이 갖고 다니면서 손님에게는 좋은 담배를 권하고 자신은 값싼 담배를 피웠다.“돈이란 벌 때 아껴야 하는 법”이라는 지론이다. 사돈이자 동업자인 고 허준구 회장도 당시 판매와 구매일을 맡으면서 수금하러 거래처를 다닐 때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찰떡궁합’인 셈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사업장이나 계열사 사무실을 즐겨 찾았는데 어떤 때는 사전통보없이 불쑥 고객서비스센터 등 현장을 방문해 생생한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럭키증권(현 우리투자증권) 객장을 방문했을 때는 고객들이 좁은 객장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데 반해 임원실이 한 부서보다 큰 것을 보고 “무슨 임원방이 내 방보다 커요?”라며 질책을 했다고 한다. 이같은 소탈한 이미지 때문인지 LG의 회장들은 삼성이나 현대에 비해 강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발표한 가장 영향력있는 기업인 순위에서도 구본무 회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은 물론 현대차 정몽구 회장보다 순위가 낮았다. 재계에서 LG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대차그룹보다 낮지 않은데도 그룹총수의 영향력은 현대차가 높게 나온 것이다. LG관계자는 구 회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구 회장은 1995년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는 허씨와의 동거기간이었고 2년전까지만 해도 삼촌뻘 되는 집안어른들이 계열사 사장을 맡고 있었다. 또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 국제통화기금(IMF) 직격탄을 맞았고 99년에는 반도체 빅딜로 주력사업을 빼앗기는 고초를 겪었다. 사실 구 회장의 총수로서의 경영능력은 올해부터 검증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LG의 상징, 인화(人和) 구인회 창업회장은 포목상, 청과·어물전, 운수업 등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뒤 47년 럭키크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인생을 걸었다.6형제의 장남(4명의 여자형제도 있었으나 일찍 사망함)이자 6남4녀의 아버지가 하는 사업을 돕기 위해 초기 가족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경영도 대부분 가족이나 사돈(허씨)들이 도맡아 했다.47년 락희화학 설립당시 생산담당이었던 김준환씨를 제외하면 구 회장, 부사장 고 구정회(둘째 동생)씨, 영업담당 허준구(첫째 동생 철회씨 사위)씨 등으로 사실상 ‘가족기업’이었다. 이후에도 아래로 다섯 동생과 여섯 아들, 조카, 허씨들이 대거 경영에 참여했는데 LG의 ‘인화정신’은 이같은 독특한 가족사와 무관치 않다. 친인척들을 잘 다독여 가며 경영을 하는 것이 중요했고 이를 경영이념으로 발전시킨 것이 인화다. 창업회장부터 내려온 인화정신의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과 함께 했던 방송사업. 구인회 회장은 60년대 초반 사돈인 고 이병철 삼성회장으로부터 방송사업을 같이 해보자는 제의를 받고 50대 50 합작으로 64년 ‘라디오서울’과 ‘동양TV’를 설립했다. 하지만 방송사 경영이 시원치 않은 와중에 두 그룹에서 파견된 임직원간 알력이 심해졌고 결국 TV는 LG가 라디오는 삼성이 맡아서 하기로 잠정 합의를 봤다. 이후에도 TV와 라디오 사업의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구 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이 회장을 만나 TV사업까지 삼성에 넘기기로 결정한다.LG내부에서는 불만이 많았지만 구 회장은 사돈간의 ‘불화’가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80년대에는 택배사업 진출을 계획했다가 사돈과의 정리를 생각해 포기했다. 당시 기획조정실에서는 21세기 물류산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택배사업을 유망한 신규 사업으로 선정, 일본의 택배사업을 벤치마킹하고 계획을 수립했지만 사돈인 한진그룹에서 택배(한진택배)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구자경 회장이 사업중단을 지시했다.LG와 한진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동생인 구자학(75) 아워홈 회장의 2녀 명진(41)씨가 한진그룹 고 조중훈 회장의 4남 조정호(47) 메리츠증권 회장과 결혼하면서 사돈으로 맺어졌다. ●창업주의 사람들 구인회 창업회장은 할아버지 밑에서 한학을 배우다 열네살때인 1921년에야 지수보통학교 2학년에 편입한다.24년에는 서울로 상경, 중앙고등보통학교를 다녔지만 19세때인 26년 처가에서 보내주던 학비가 끊기고 본인의 뜻도 있어 낙향, 사업의 꿈을 키운다. 구 회장은 사업을 키워가면서 동생들을 뒷바라지했고 동생들은 좋은 학교를 졸업한 뒤 형의 사업을 성심성의껏 도왔다. 한때 구씨, 허씨 일가가 너무 많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지만 구씨, 허씨들 가운데는 경영능력을 갖춘 이들이 적지 않았다. 창업회장의 동생들은 초창기 외국원서를 번역해 기계 작동법을 알아내고 수출, 기술도입 등 형이 할 수 없는 해외업무를 도맡아 했다. 첫째 동생 고 구철회씨는 형과 함께 첫 사업인 포목상 ‘구인회상점’을 세웠고 둘째 고 구정회씨는 동경고등공업학교를 졸업하고 평안남도청 토목과에 잠시 근무하다 형의 사업을 도왔다. 구태회(82) LS전선 명예회장은 일본 후쿠오카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마쳤다. 그는 경영보다는 정치권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4대 민의원과 6,7,8,9,1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구평회(79) E1 명예회장은 진주고보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마치고 51년 락희화학 이사로 입사했다. 구두회(77)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은 진주고보와 고려대 상대,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일은행에서 잠시 일하다 63년 금성사 상무로 입사했다. ‘골프멤버’였던 사돈인 이보형 제일은행장·홍재선 전경련 회장·경방 김용완 회장, 효성 조홍제 회장 등도 구인회 회장과 교우가 깊었다. ●제2의 창업주 구자경 명예회장 구자경 LG명예회장은 삼촌인 구평회 명예회장과 진주고보에 같이 입학한 뒤 진주사범을 마치고 고향인 지수보통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50년까지 부산사범대 부속국민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했는데 제자들 중에는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권근술 전 한겨레신문 사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부인인 한인옥씨 등이 있다. 구 명예회장은 한씨에 대해 “얼굴도 예쁜데다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신 전 부의장은 모 TV프로그램에 출연해 구 명예회장에게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구 명예회장은 50년 락희화학 이사로 입사했지만 공장에서 현장 근로자들과 같이 먹고 자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구인회 회장은 생전에 왜 장남을 그토록 고생시키느냐는 질문에 “대장장이는 하찮은 호미 한 자루 만드는데도 담금질을 되풀이해 무쇠를 단련한다. 내 아들이 귀하니까 저렇게 일을 가르치는 것이다.”고 대답했다. 덕분에 그는 현장에서는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의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69년 12월31일 구인회 회장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뜬 직후인 1970년 1월6일 열린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구철회 락희화학 사장은 본인의 경영 퇴진과 구자경 당시 금성사 부사장의 회장 추대를 제안했고 이는 우레와 같은 박수로 통과됐다. 구 회장 취임 이후 1년간 그룹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준 사람은 삼촌인 고 구정회 사장이었다. 조카를 ‘보필’하는 삼촌은 LG가의 저력을 잘 말해준다. 구자경 신임회장은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인화단결과 상호협조를 통해 그룹의 부드러운 기업풍토를 조성하는데 힘쓰고 급속한 확대보다는 내실있는 안정적인 성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락희화학, 금성사 등 11개 계열사를 갖고 시작한 구자경 회장은 95년 2월 이임할 때까지 LG를 한차원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취임 첫 해인 70년 520억원에 불과하던 그룹매출은 94년 30조원을 넘어섰고 수출은 3100만달러에서 147억달러로 474배나 늘어났다. ●늘 꿈이었던 농사일에 매진 구 명예회장은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겨주면서 “앞으로 여의도 본사에는 일주일에 한번만 출근할 것이다. 모든 경영은 신임 회장에게 맡긴다.”고 약속했다. 구태회·평회·두회씨 등 창업주 형제들과 허준구·허신구 회장도 고문으로 물러났다. 충남 천안의 ‘천안연암대학’으로 내려간 구 명예회장은 버섯재배 등에 심혈을 기울이며 10년전 약속을 지키고 있다. 주중에는 천안에 머물다 주말에는 서울 성북동 집으로 올라오는데 매주 월요일에만 트윈타워로 출근한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 집무실인 30층 대신 32층으로 직행, 본인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복지재단·문화재단 업무만 보고 오후에는 천안으로 내려간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구 회장 얼굴을 보지 않고 그냥 가는 경우가 많다. 분재, 장미재배를 거쳐 버섯재배로 이어진 구 명예회장의 왕성한 취미활동은 요즘 된장, 생면, 만두 등 유기농 먹을거리로 확대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선친이 두산, 경방그룹 회장과 함께 1956년 서울컨트리클럽에서 발족한 ‘단오회’와 진주중 15회 동창회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있으며 능성구씨 대종회장을 맡고 있다. 단오회에는 김각중 경방 회장, 김상홍 삼양사 명예회장, 선친을 치료했던 이동렬 박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진주중 동창인 고 이규호 전 문교부 장관도 생전에 절친한 사이였다. 고 정주영 회장도 전경련 회장단 활동 등을 통해 남다른 친분을 쌓았다. ●20년 경영수업 받은 ‘구병장’ 구본무 회장은 연세대 상학과에 다니다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 재벌 총수 가운데 현역 출신은 쉽게 보기 어렵다. 보병으로 만기 제대후에는 미국 애슐랜드대로 유학을 떠났다. 클리블랜드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구 회장은 30세때인 75년 럭키(현 LG화학)의 심사과(사업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부서로 사업전반을 이해할 수 있음) 과장으로 입사했다. 당시 심사과에서 같이 근무했던 직원이 구 회장의 ‘핵심참모’인 강유식(57) ㈜LG 부회장이다. 강 부회장은 청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72년 럭키에 입사했다.97년 회장실(구조조정본부)로 소속을 옮겼고 99년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으면서 그룹 구조조정과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진두지휘했다. 구 회장은 아버지처럼 ‘험한’ 고생은 하지 않았지만 81년에야 금성사 이사로 승진할 정도로 차곡차곡 경영수업을 받았다. 럭키 심사과장, 수출관리부장, 유지사업본부장을 거쳐 80년 금성사(현 LG전자)로 옮겨 기획심사본부장을 맡았고 83∼84년에는 도쿄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입사 10년만인 85년에야 기획조정실 전무로 그룹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95년 회장 취임사에서 ‘초우량 LG’를 약속했던 구 회장은 인터넷, 홈쇼핑, 이동통신, 통신 등에 잇따라 진출하며 사세를 넓혀갔고 필립스와 합작으로 LCD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빅딜’과 ‘LG카드 사태’로 반도체, 금융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1등LG를 이끄는 사람들 지금까지 LG그룹을 상징해 온 ‘인화’는 구본무 회장 대에 이르러 사실상 ‘일등주의’로 바뀌었다.LG는 그동안 ‘인화정신’이 결코 ‘온정주의’가 아니라고 항변해 왔지만 삼성그룹에 비해 LG그룹의 분위기가 다소 느슨해 보인 것은 사실이다. 요즘 LG가 거의 매일 쏟아내는 ‘강한 승부욕’,‘독종정신’,‘다이내믹’ 등은 LG가 온건하고 점잖은 반면 보수적이고 느린 조직에서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구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를 김쌍수(60)부회장에게 맡긴 것도 생활가전사업을 1등으로 만든 그의 ‘뚝심’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부진을 면치 못하던 휴대전화 사업을 ‘비전문가’인 박문화(55) 사장에게 맡겨 새로운 도약을 주문했다. 오디오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박 사장은 LG의 ‘광스토리지’ 사업을 7년 연속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LG에서 독립한 다른 친척이나 형제와 달리 주력사인 LG필립스LCD 부회장을 맡고 있는 둘째동생 구본준(54) 부회장 역시 1등에 대한 집념이 남다르다. 경복고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나온 구 부회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미국 AT&T를 거쳐 86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했다. 반도체를 현대그룹에 빼앗기다시피 넘겨주는 것을 눈으로 지켜본 뒤 99년부터 LG필립스LCD 대표를 맡아 세계적인 LCD업체로 키워왔다. ●숨어있던 승부사기질 발휘되나 소탈하고 인자해 보이는 구 회장의 이면에는 무서울 정도의 집념과 승부욕이 도사리고 있다는 평이다. 구 회장의 집념은 그가 하늘을 나는 모습만 보고도 무려 150여종의 새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조류학’에 조예가 깊은 것에서 잘 나타난다. 중학교때 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다친 새 한 마리를 발견, 집에 데려와 치료해 준 인연으로 새에 관심을 갖게 된 구 회장은 2000년에는 ‘조류도감’을 낼 정도로 새에 관해서는 전문가다. 여의도 LG트윈빌딩에 둥지를 튼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가 구 회장의 각별한 보살핌덕에 무사히 새끼를 낳은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동생 구본능(56) 희성그룹 회장도 최근 ‘사진으로 보는 한국야구 100년’을 발간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보통이 아닌데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은 윗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람좋아 보이는 구 회장이 거의 ‘경멸’할 정도로 싫어하는 부류가 있는데 준비하지 않는 불성실한 사람이다. 구 회장은 연습장에서 충분히 연습하지 않고 무작정 골프장에 나타나는 초보자를 무척 싫어한다고 한다. 더 싫어하는 부류는 ‘트리플보기(이븐파보다 3타를 더 치는 것)’를 하고도 ‘히죽히죽’ 웃는 사람이다. 다시는 트리플보기같은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계열사 사장들을 평가할 때도 이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구 회장은 특별히 운동에 소질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끈질기게 연습에 매달려 한때 핸디캡 5∼6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고 한다. 환갑을 맞은 지금도 핸디 8∼9 정도를 친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구 명예회장 시절 선포한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에 ‘1등LG’를 더한 ‘LG Way’를 새로운 기업문화로 천명했다.10여년에 걸친 계열분리를 마무리지은 구 회장은 ▲고객이 신뢰하는 LG▲투자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LG▲인재들이 선망하는 LG▲경쟁사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배우고 싶어하는 LG를 목표로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의 집념과 승부사기질이 앞으로 어떻게 발휘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동국제강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할 정도로 장세주 회장과는 친분이 깊은 편이다. 장 회장의 숙부인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딸 인영(37)씨가 구 회장의 당숙인 구자은(41) LS전선 상무와 결혼해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만화가 허영만씨와도 교류가 있는데 허씨는 인기작 ‘식객’에서 구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맛있는 삼계탕을 사주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단출한 네식구 구 회장은 72년 김태동 전 보사부 장관의 딸인 김영식(53)씨와 결혼했다. 김씨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다닌 ‘재원’으로 서구적인 외모의 미인이었다고 한다. 시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은 “보수적인 며느리를 원했는데 맞고보니 맏며느리는 개방적이고 아래 며느리들이 보수적이었다. 뒤바뀐 감도 없지 않지만 그만하면 잘 맞는 편”이라며 만족하는 분위기다. 구 회장 부부는 금슬이 좋기로 유명하지만 ‘내외’가 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이 주말에 곤지암에서 골프를 치다 부인이 일행들과 골프를 치는 것을 보고 나무랐다는 일화도 있다.LG 소유인 곤지암은 주말에 주로 계열사 임원들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애용하는데 ‘회장 부인’이 나오면 임원들이 불편해 한다는 이유다. 김씨가 다른 그룹 회장 부인과 달리 미술관을 맡지 않은 것이나 여의도 트윈타워에 한번도 나오지 않은 것도 LG가의 엄격한 ‘단속’ 때문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양자로 들인 구광모(27)씨와 연경(27)·연수(9) 두딸을 두고 있다. 광모씨는 병역특례인 산업기능요원으로 국내의 한 IT솔루션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올해 병역을 마치면 미국 뉴욕주의 로체스터 인스티튜트공대로 돌아가 학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양자로 입적된 뒤 ㈜LG와 LG상사 지분을 대폭 늘려 ‘경영승계’가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하지만 LG측은 “광모씨의 양자입적은 ‘제사 지낼 장손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4세 경영’과는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연세대 사회사업학과를 마치고 미국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연경(27)씨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 윤형(26)씨와 함께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붓감’이다. ukelvin@seoul.co.kr ■3공화국서 “소총 만들어보라” 권유 구인회 “유망해도 무기는 싫다” 거절 LG화학은 한때 자회사를 통해 ‘비데’사업을 하다 그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타일, 욕조 등 욕실 인테리어사업에 비데를 함께 취급하면 고객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시작했지만 구본무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첨단기술로 해외시장을 노리는 제품도 아닌데 돈이 된다고 해서 ‘품위’에 맞지 않는 제품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LG에서 계열분리된 지 1년이 지난 지난해 말에도 LG카드의 부실이 해결되지 않자 채권단은 또 한번 LG그룹의 지원을 요청했다.LG측은 “이미 1조원이 넘게 지원을 한데다 그룹에서 분리된 회사를 무슨 근거로 지원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구 회장의 ‘결단’으로 출자전환을 결정했다. 구 회장은 LG카드 기업어음(CP)을 갖고 있던 친척들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해가며 출자를 부탁했다고 한다. 삼성과 공동으로 시작했던 방송사업을 넘겨준 것이나 택배사업 진출을 계획했다 직전에 포기한 것도 ‘사돈간의 불화’로 세인들의 지탄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LG가 이처럼 ‘세간의 평판’을 신경쓰는 것은 엄격한 유교가문의 장손인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구인회 회장은 도박이나 술 등 사행산업은 물론 이른바 ‘먹고 마시는’일과 연관된 소비성 사업, 부동산 투자도 금지할 정도로 엄격했다. 나중에야 필요에 의해 인터컨티넨탈호텔을 설립했지만 한때는 호텔사업도 LG의 ‘금지리스트’에 올라 있을 정도였다.3공화국 당시 정부로부터 “소총을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도 “우리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것은 고마우나 아무리 유망한 사업이라도 무기는 만들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을 정도다. 하지만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같은 ‘체면 경영(정도경영)’은 자칫 수익성 좋은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있고 공격적인 확장에도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LG관계자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가며 일등할 생각은 없다.”면서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갖추면 무리한 방법을 쓰지 않아도 고객들이 인정해준다는 것이 구 회장의 지론”이라고 말했다. ukelvin@seoul.co.kr ■구씨 3대의 반도체 인연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돼 설립된 하이닉스반도체의 ‘새 주인’이 누가될 것인지를 놓고 재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매각대금이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는 이 대형 매물의 유력한 새 주인으로 전 주인인 LG가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LG는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검토할 일도 없다.”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40년 가까운 구씨 3대의 반도체 인연이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LG는 구인회 창업회장 생전인 69년 미국 NSC의 기술제공으로 반도체 회사인 금성전자를 설립했다. 초대 사장은 구자두 현 LG벤처투자 회장이었다. 금성전자는 1차 오일쇼크 등으로 73년 금성사에 흡수합병되면서 주춤했지만 74년 삼성 이건희 회장(당시 동양방송 이사)이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것 등에 ‘자극’받아 75년 반도체팀을 만들고 미국 AMI와 합작 공장을 설립하는 등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79년에는 대한전선의 대한반도체를 인수, 금성반도체를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초대 회장은 구자경 현 명예회장, 사장은 이헌조 현 LG그룹 고문이었다. 금성반도체는 이후 85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1메가롬(ROM)을 개발하는데 성공하고 금성일렉트론으로 이름을 바꾼 뒤 90년 1메가 D램,91년 4메가 D램을 잇따라 내놓으며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LG는 98년 정부의 ‘빅딜정책’의 ‘희생양’이 되면서 반도체사업을 현대그룹에 양보하게 된다.99년 1월6일 청와대를 방문한 구본무 회장은 전자사업이 주력인 LG에 반도체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지만 이미 현대측과 ‘얘기’가 끝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귀에 구 회장의 ‘절규’가 들릴 리 만무했다. 이날 밤 이헌조, 변규칠, 성재갑 등 LG의 원로들이 마련한 위로자리에서 구 회장은 모처럼 통음을 했다. 일부에서는 구 회장이 ‘통곡’을 했다고 하지만 ‘통한의 눈물’을 보인 정도였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울 한남동 구 회장의 집앞에 진을 친 기자들은 자정이 넘어 귀가하는 구 회장을 붙들고 ‘소감’을 물었고 구 회장은 “다 버렸습니다.”는 말로 3대를 내려오며 30년간 이어진 반도체와의 인연을 정리했다. ukelvi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유대인의 역사1, 2, 3/폴 존슨 지음

    역사상 가장 많은 위인을 배출했으면서도 가장 많은 적대자들을 만났던 사람들은 누구일까? 장구한 세월 세계 각지를 떠돌며 박해를 받았으면서도 가장 강력한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 정도 질문만으로도 보통 상식의 소유자라면 ‘유대인’이란 답을 찾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예수, 마르크스, 프로이트, 스피노자, 하이네, 샤갈, 아인슈타인, 벤야민, 나치, 홀로코스트, 록펠러, 모건,GE, 이스라엘, 중동분쟁…. 사람이든, 사건이든, 기업이든, 과거든, 현재든 모든 분야에서 유대인의 역사는 세계사의 가장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은 상식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도대체 무엇이 유대인들로 하여금 2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고통과 핍박을 견디며 위대한 성취를 거둘 수 있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너무 무지하거나 피상적인 이해에 머물고 있지 않나 싶다. 영국의 지성 폴 존슨의 ‘유대인의 역사1,2,3’(김한성 옮김, 살림 펴냄)은 그에 대한 비교적 충실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저작이다. 폴 존슨에 따르면 유대인의 역사는 아주 특별한 세계사다.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무시한 적대자들을 만났으면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동질성을 잃지 않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하여 20세기 이스라엘 건국에 이르기까지 4000년에 걸친 이들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조망되는’ 새로운 시각의 세계사를 만나게 된다. ●피해자 입장서 조망된 새로운 세계사 폴 존슨은 옥스퍼드 대학을 나와 ‘뉴 스테이츠먼’ 편집장 등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인문·종교·역사 분야에서 왕성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그가 유대인의 역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시초는 앞서 나온 그의 저서 ‘기독교의 역사’를 저술하면서부터다. 기독교가 유대교에 커다란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강한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인류 최초로 인격적 유일신 개념을 창조했다. 그리고 신의 뜻을 헤아리기 위한 ‘지적 통찰’에 몰두하게 된다. 훨씬 뒤에 시작된 기독교가 오랜 역사를 가진 유대교라는 유일신교에 새로운 해석을 첨가한 종교라는 것뿐만 아니라 동시에 유대교의 교훈과 교의신학, 각종 의식, 성물, 그리고 근본적인 개념들을 공유하고 있는 것도 유대인들의 지적 통찰 덕분이라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인류 최초로 인격적 유일신 개념 창조 중요한 것은 이같은 지적 통찰이 신에 대한 사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학자(랍비)에 의해 다스려졌던 유대인 공동체사회를 통해 다양한 지성인 배출의 장이 됐다는 점이다. 유대인들은 중세에 자신들을 강제 격리시키기 위해 만든 게토 안에 거주할 때도 오히려 자신들의 신앙과 전통을 지켜가며 지성의 탑을 쌓아올렸다. 19세기 게토에서 해방되자 이들은 끊임없이 지성의 거인들을 쏟아냈다. 마르크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이 대표적 인물들. 인간을 바라보는 인류의 시각을 전복시켰던 마르크스와 프로이트 이론들도 사실은 천재들의 독창적 사유라기보다는 유대적 전통에 기인한 바 크다고 폴 존슨은 말한다. 이를테면 마르크스의 경우 진보개념에 관해 헤겔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의 역사관은 기본적으로 유대적인 것이었고, 그의 공산주의 천년왕국론도 유대인의 종말론과 메시아주의의 변주였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끊임없는 박해 속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경제적 번영이 가능했던 것에 대해 지은이는 ‘장소의 이동’이 주는 혜택이라고 설명한다. 유대인들은 역사적으로 언제 공동체로부터 추방당하거나 재산을 몰수당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살았다. 때문에 이주에 있어서 전문가들이었고, 그 와중에서 특히 부에 집중하는 기술 습득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유가증권, 무기명채권 등 새로운 방식의 유동재산 제도를 만들어냄으로써 그런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현대 자본주의에 가장 쉽게 적응해갈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유대인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반유대주의의 실체는 무엇인가? 지은이는 유대인들이 단순히 세상을 떠도는 이주자들이 아니라 선택받은 민족으로서 이방인들과 스스로를 구별하게 되면서 거꾸로 그들로부터 격리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복합적인 인종과 민족들로 구성된 사회를 중시했던 그리스인들에게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고집하는 유대인들은 ‘사람을 싫어하는’ 민족으로 보였으며, 중세에도 음식과 도살, 할례 등 독특한 율법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사람들로 간주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대인들은 ‘꼬리를 감춘채 살아간다, 하혈로 고생한다, 악마를 섬긴다, 중세시대 흑사병은 유대인들이 마실 물에 독을 탔기 때문이다.’ 는 등의 루머와 음모에 시달려야 했다. 이같은 음모는 20세기에 이르러 유대인들이 세계정복을 꾀하고 있다는 내용의 ‘시온의정서’에서 그 절정에 달했다. 지은이는 ‘역사가 하나의 목적을 지니고 있고, 인류는 하나의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유대인들만큼 강력하게 주장한 민족이 없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자신들이 신의 계획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과 인류에게 그 계획에 대한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 아래 갖은 고난을 뚫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사실 이같은 사명감 때문에 어느 시대, 어느 영역에서나 유대인들의 통찰력은 그 빛을 발했다. 지은이는 전 인류적 관점에서 이들의 노력이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익한지에 대한 답을 내지는 않는다. 이는 결국 유대인들의 역사를 추적한 이 책을 읽고 독자가 스스로 찾아야 할 몫이다. 각권 1만 5000∼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수도권플러스] 양천구 온라인게임 카트라이더 대회

    양천구에서 최고 인기의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 대회가 열린다. 양천구(구청장 추제엽)는 21일 양천구청 대강당에서 ‘제1회 가족과 함께하는 온라인 게임대회’를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번 대회는 사이버 공간에서 창조적인 놀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를 통해 온 가족이 함께 건전한 여가를 선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회의 종목은 귀여운 캐릭터의 자동차들이 경주를 벌이는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로 정해졌다. 초등부, 중·고등부, 일반 가족부 등 3개 부문으로 나누어 실시된다. 전화로 구청에 신청을 한 48개팀 96명이 선수로 참가하고,500여명의 구민들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선은 21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구청 대강당에서 치러지며 부문별 예선참가자 16팀 중 각 4팀을 3판2승제 형식으로 선발한다. 본선은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예선을 통과한 각 4팀이 토너먼트로 순위를 결정한다.1등과 2등,3등 수상자에게는 각각 30만원,20만원,15만원 상당의 상품과 상장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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