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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용극 ‘눈물의 역사’ 연출 위해 내한 얀 파브르

    무용극 ‘눈물의 역사’ 연출 위해 내한 얀 파브르

    “나는 아름다움을 섬기는 사람(servant of beauty)입니다. ”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무용극 ‘눈물의 역사’ 연출을 위해 한국에 온 벨기에 안무가 얀 파브르(48)는 자신을 이렇게 규정했다. 땀과 눈물, 오줌이 난무하는 ‘눈물의 역사’는 인간의 육체에 가해지는 이성과 통제의 검열을 우의적으로 비판한 작품. 무용수들이 벌거벗은 채 뛰어다니는가 하면 배뇨 장면까지 보여주는 충격적인 작품이다.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파브르는 작품에 쏟아지는 비난과 찬사를 의식한 듯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혔다.“아름다움은 나비처럼 상처받기 쉬운 것입니다. 아름다운 동작은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의미입니다. 미는 윤리의 출발점이에요. 나의 작품에서 무용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신체를 연구하기 위한 매개일 뿐입니다.” 세상의 부조리한 질서에 도전하는 몸짓이라면, 체액 심지어 오줌까지도 그에겐 불결한 것이 아니다. 파브르는 화가, 조각가, 희곡작가, 오페라ㆍ연극 연출가, 안무가, 무대·의상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현대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불리는 전방위 예술가.70년대 입장료로 받은 돈을 불태워 그 재로 ‘돈’이라고 쓰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파브르 곤충기’로 유명한 곤충학자 앙리 파브르의 증손자여서인지 그 또한 곤충에 관심이 많다.“곤충은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컴퓨터입니다. 인간에게 곤충의 피부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곤충과 동물, 인간의 행동을 비교 연구해 전혀 새로운 무용 동작을 창조해내곤 하지요.” 곤충에 대한 호기심이야말로 그에겐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셈이다. 이번 작품은 ‘나는 피다’‘울고 있는 육체’로 이어지는 파브르 체액 3부작의 완결편. 체액으로 형상화된 그의 신체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천재적인 감수성이 돋보이지만 때론 ‘실체 없이 혼란만 야기하는 인물’이란 비난도 아울러 듣는 그의 작품이 한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궁금하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미래와 경제’ ‘한미준’ 고건 ‘친위단체’ 속속 창립

    ‘미래와 경제’ ‘한미준’ 고건 ‘친위단체’ 속속 창립

    고건 전 총리의 대권 행보가 보다 빨라지고 있다. 그를 돕는 ‘친위조직’이 속속 생겨나고 주변에 인재들도 서서히 몰리기 시작했다. 고 전 총리는 여야의 장기 대선 구도 속에서 열린우리당의 ‘범민주·개혁연합’이나 민주당·국민중심당의 ‘지역 통합론’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여야의 ‘대선 전초전’, 당장 열린우리당의 ‘2·18 전당대회’나 ‘5·31 지방선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고 전 총리 자신은 “나의 정치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기다림의 달인’으로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반면 그의 핵심 측근은 “지방선거 이후 여야 대선 주자들의 윤곽이 드러나야 그의 행보가 결정된다.”고 그의 속내를 귀띔했다. 고 전 총리는 ‘열린 마음’으로 ▲합종연횡 ▲여야 각 정파의 추대 ▲신당 창당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고 전 총리의 친위·외곽 단체들이 속속 출범하고 있다. 그가 정치 진입 시기를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외곽단체들의 대권 행보를 재촉하는 형국이다. 고 전 총리가 지난 2∼3일 거의 2년 만에 기자들과의 첫 공식 호프모임을 가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권을 향한 움직임이 그만큼 빨라졌다는 의미도 된다. 고 전 총리에게 우호적인 단체로 내달 14일 공식 출범하는 ‘미래와 경제포럼’(미래와 경제)이 대표적이다. 이 포럼엔 이세중 변호사와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박권상 전 KBS 사장,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각계 인사 14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창립 발기인 대회에서 “총체적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모색한다.”고 밝혔다. 평소 고 전 총리가 주창하는 ‘창조적 실용주의 리더십’과 맥이 닿는다. 지난달 20일엔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한미준)’ 창립대회가 열렸다. 한미준의 뿌리는 과거 그의 민선 서울시장 후보 시절 선거활동을 지원한 ‘동숭동팀’이다. 고 전 총리의 팬 클럽인 ‘고사모 우민회’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순수 모임으로 출발한 우민회는 7000∼8000명의 회원들이 참여 중이다. 현재 헌혈 등 봉사활동에 주력하고 있지만 일부에서 “정치세력으로 키우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 전 총리의 대권 도전 선언은 시간 문제일 뿐인듯하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고건 전 총리 지원·우호단체 ▲미래포럼 이세중 변호사,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박권상 전 KBS 사장,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강홍빈 서울시립대 교수, 박수길 전 유엔 대사, 심우영 전 총무처 장관, 김덕봉 고려대 교수(전 총리실 공보수석), 고재방 광주대 교수 등 140여명. ▲한미준 오홍근 전 청와대 공보수석, 강금식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박용호 전 KBS 아나운서실장, 장석창 전 미래정경연구소장, 이용휘 전 개혁당 비대위 대표, 김진수 전 민주당 총무국장, 박교서 전 KBS 전문 프로듀서, 김종록 전 총무처장관 비서실장 등 1000여명. ▲고사모 우민회(고건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우민회) 7000∼8000명의 회원. 고건 전 총리(아호 우민)를 지지하는 순수 대중 모임.
  • 백남준씨 문상 400여명 파격퍼포먼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고(故) 백남준씨의 마지막 가는 길은 그의 예술세계처럼 파격적이었다. 3일(현지시간) 오후 백남준씨의 장례식이 열린 뉴욕 맨해튼의 프랭크 캠벨 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들은 저마다 옆 사람의 넥타이를 잘랐고, 잘린 넥타이를 한복을 입고 평온하게 누워 있는 고인의 시신 위에 올려놓았다. “넥타이는 맬 뿐만 아니라 자를 수도 있으며, 피아노는 연주뿐만 아니라 두들겨 부술 수도 있다.” 지난 1962년 독일에서 플럭서스 그룹을 창시한 요제프 보이스를 만난 뒤 관객의 넥타이를 자르고 피아노를 때려부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던 백남준씨를 추모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이날의 넥타이 자르기는 그의 조카 하쿠다 겐의 제안이었다. 비틀스의 멤버였던 존 레넌의 부인 오노 요코가 하쿠다의 넥타이를 자르면서 시작됐고, 이어 400여명의 참가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미리 준비된 가위를 이용해 서로의 넥타이를 잘랐다. 오노 요코는 추모사에서 “지난 1963년 (일본에 있는 나의)집에서 고인을 처음 만났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친근감이 느껴졌다.”면서 “그가 너무나 그립다.”는 말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존 헨하트 수석 큐레이터는 “백남준은 항상 영감을 준 사람이었고 항상 뭔가를 창조하는 사람이었으며 그의 인생은 계속되는 움직임 속에 있었다.”면서 “그는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이자 조지 워싱턴 같은 예술가였다.”고 추모했다. 마지막으로 추모사를 한 하쿠다는 자신과의 오랜 인연,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앞에서 바지를 내린 일이 있은 뒤 전세계에서 전화가 쇄도했던 일 등 삼촌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장례식에는 부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를 비롯한 유족과 비디오 아트의 차세대 선두주자인 빌 비욜라등 유명 문화예술인이 참석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씨는 기존의 심미적 관념에 대한 반란자로 성공적인 삶을 보여준 위대한 예술가”라고 평가했다.뉴욕 연합뉴스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8) 일본의 茶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8) 일본의 茶室

    차를 마시는 공간인 ‘차실(茶室)’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문화공간으로 만든 나라는 바로 일본이다. 차와 선(禪)에 관심있는 많은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일본의 차실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가 보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의 차실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문화적 가치로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을 정도로 그 가치가 깊고도 넓다. 요즘 들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차인들간의 국제교류다. 한국내 차인 교류가 아니라 중국·일본 차인들과의 교류가 이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를 정도로 연속성을 갖고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 차인들의 최근 관심사는 각 나라의 차의 역사성과 교류, 그리고 그 원류가 어디에서 어디로 이어지는가에 있다. 2001년 일본내 한국문화원들의 주선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초의차문화연구원을 초청한 곳은 일본의 대표적인 차인회들이 결집해 있는 교토, 도쿄, 고베 등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이었다. 한국문화원들은 한국-일본차 교류를 통한 문화적 교류를 시도하려는 의도로 차인들간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고베문화원에서의 일이다. 차회에 참석한 차인들은 일본의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초의차문화연구원에서는 초의 스님의 선차를 선보였다. 담백하고 간결한 느낌을 주는 초의 스님의 선차법은 일본의 차인들이 선호하는 말차의 행다와 많이 흡사하다. 그들은 초의차문화연구원의 행다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러나 의문이 있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차인들이 보였다. 행다시연이 끝난 뒤 그중 한 명과 대화를 했다. “참으로 감탄스럽습니다. 맑고 담백한 행다가 참으로 격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의 스님의 행다와 우리 일본차의 행다에 비슷한 점이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 차인은 조심스럽게 초의 스님 행다에 얽힌 의문을 놓고 대화를 시도했다. “초의 스님의 행다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온 우리 고유의 행다 중 하나입니다. 일본의 행다와 초의 스님 행다가 비슷한 것은 차 문화 역사가 흘러온 역사성 때문으로 보입니다. 일본 차 유파들의 행다와 우리의 행다는 크게 다를 수 없다고 봅니다. 여러 역사적 사료에서 밝혀지듯 일본문화의 많은 부분은 백제와 고구려 등 삼국의 것을 받아들인 것들입니다. 그것에 대해 일정 정도 동의한다면 우리가 오늘 여기에서 보여준 행다의 역사와 원형에 대해 동의하리라 믿습니다. 그런 점에서 만약 여러분들이 백제시대 고구려시대의 차 문화 원형을 유지 보존해 왔다면 당연하게 유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우리도 옛 행다법을 복원, 그 전통 맥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일본차회 인사들은 필자의 답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필자의 역사성과 발언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읽혔다. 그들의 당혹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문화는 몰라도 초암과 말차로 대표되는 일본 차문화만큼은 충분히 독자성을 갖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행다뿐만 아니라 일본 차문화의 대표격일 수 있는 초암다실도 마찬가지였다.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아 일본차인들이 일지암을 방문했다. 다음해인 2002년 한국문화의 달을 맞아 일본의 한국문화원들과 연결, 일지암을 방문한 것이다. 그들의 검증과 철저함에 필자는 무서운 느낌마저 들었다.2차세계대전의 실패를 딛고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그들의 저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2002년 5월 일본차회를 대표하는 인사 40여명이 일지암을 찾았다. 일지암 초당을 본 그들은 경악할 만큼 당혹스러워했다. 졸졸 흐르는 유천, 그리고 작고 아담한 봉창을 가진 일지암의 초당, 자우홍련사의 작은 연못과 툇마루를 본 그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지암 차실과 행다는 우리 전통 차문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초의 스님의 선차와 차실은 여러분들이 지금 행하고 있는 행다와 맥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행다와 일본의 행다는 뿌리가 같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일본의 한국문화원에서 만났던 초의차문화연구원의 초의스님 행다가 결코 낯설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그들은 묵묵히 말이 없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초암차실에 대해서도 그 역사성을 그들에게 확인시켜 주고 싶었다. 아직도 시골 산간에 남아있는 우리 전통 초가집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일본차인들에게 전해진 충격은 너무도 놀라운 것이었다. 눈앞에 자연스럽게 펼쳐진 초가집들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일상화된 삶으로서 자리매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 차문화의 자존심인 초암다실의 원형이 어디에 있었는지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차문화와 차실이 아름다움의 미학 차원에서 준비되고 이루어졌다면 우리의 차와 차실은 바로 삶이었다는 것이 매우 다른 점입니다. 우리의 초가집은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차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삶의 전부로 그 기능성을 갖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초가집은 바로 궁핍한 삶속에서도 넉넉한 여유를 담을 수 있었던 우리 민중의 삶을 그대로 닮은 것입니다. 일본의 차실과 우리의 초가집이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일본의 차실은 자연에 조금 더 다가가 차를 마시려는 염원을 담고 있다. 그래서 자연과 일체화를 이루기 위해 작고 아담한 차실을 가꾸고, 차실을 감싸고 있는 봉창(덧문)도 작게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초가집의 덧문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탄생했다. 제대로 된 건축설계도 없이 어림 눈대중으로 겨우 바람과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우리의 초가집인 것이다. 일본차의 핵심은 권력으로부터 회귀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황금차실과 이른바 도자기 전쟁으로 불리는 임진왜란은 이같은 사실을 잘 입증하고 있다.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 지방의 토호들인 지방막부들을 동원해 일궈낸 통일의 성과로 돌려주고 분배할 땅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에 빠진 도요토미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황금차실이다. 도요토미는 황금차실을 만들어놓고 지방막부들이 참여한 대규모 차회를 열었다. 당시 지방의 막부들은 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중앙문화에 굶주려 있는 지방막부들의 관심을 사치스러운 엘리트 차문화로 돌려보고 싶었던 것이다. 문화적 갈증해소를 통해 지방막부들의 불만을 해소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황금차실은 아마도 최초의 차 문화상품일 것으로 보여진다. 도요토미는 지방막부들에게 행다를 하기 위해 필요한 값비싼 도자기 문화를 조성했다. 그러나 송나라의 찻그릇은 너무도 고가여서 지방의 몇몇 막부들을 제외한 사람들의 빈약한 재정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도요토미는 이들을 위해 값싼 조선의 도자기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임진왜란은 일본내의 정치적 목적이 교묘하게 배합된 도자기 전쟁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의 다성’으로 불리는 센노리큐와 도요토미와의 관계도 일본 차실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대목 중 하나다. 당시 센노리큐는 일본차문화의 정신적 지주였을 뿐만 아니라 청나라 도자기를 판매, 이윤을 남기는 찻그릇 상인이기도 했다. 센노리큐는 청나라 도자기 판매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센노리큐의 이윤은 상대적으로 국가로 귀속될 재정에 피해를 주는 것이었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권력과의 다툼을 피할 수 없었다. 센노리큐는 제자들이 목상을 만들어 추앙하고 경배할 정도로 거대한 정신적 지주역할을 했다. 이같은 현상은 당시 최고통치자였던 도요토미에게 큰 부담이었다. 죽음으로 일본차의 세계를 연 센노리큐가 탄생할 수 있는 주·객관적인 조건이 갖추어진 셈이었다. 차실은 한발짝 더 나아가서 통치이데올로기를 형성할 수 있는 담론의 장 역할도 했다. 막부시대로 대별되는 일본의 무사시대는 통치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담론을 형성할 수 없는 파괴적인 권위를 담보하고 있었다. 그런 통치이데올로기의 공백을 메워준 곳이 바로 차실이다. 일본의 차실은 평화와 담론의 공간이었다. 무사들도 차실에 들어갈 때는 칼뿐만 아니라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까지 빼놓아야 했다. 차실에서 그들은 자유롭게 정치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었다. 차실은 그런 점에서 문화아카데미 역할을 한 것이다 일본초암의 완성자라고 불리는 센노리큐는 권력자들이 정치적 야망을 비판하고 좌절시키기 위해 황금차실과 비교되는 차실을 창조해낸 것이다. 일본초암차실의 원형은 결국 정치와 자연, 그리고 차와의 절묘한 배합에 있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자연을 끌어들여 교묘하게 정치와 접목시켜 당대의 정신문화를 창조해낸 것이 바로 일본 초암차실의 미학인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차실은 그러면 얼마나 많을까. 그 숫자가 통계학적으로 나와 있지 않지만 많은 유파가 존재하듯 수백개가 될 듯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교토의 금일암, 무마모토의 차실, 나고야의 차실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100∼200년의 역사를 갖는 일본의 차실은 매우 많다. 일본통계에 따르면 현재 교토의 사찰 수는 약 2000곳에 달한다. 각 사찰들은 그 사찰의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곳에 차실을 만들어놓고 있다. 그렇다면 교토에만 일본의 차실은 2000곳 정도가 존재한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역사성을 갖지 않은 일본의 차실은 수만개가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이렇게 자연을 축소지향적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차의 문화를 구현해냈다. 자연 그 자체를 삶속에 끌어들여 정서적인 보편성을 확보했던 우리의 차실과는 너무도 다른 측면이기도 하다. 일지암 암주 ■ 日 상국사 차실 이야기 차 교류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많은 일화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명원문화재단의 자문역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바로 상국사(相國寺) 차회. 상국사는 태평양전쟁 후 가장 눈길을 끈 지식인 유키오의 작품무대가 됐던 금국사의 원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상국사를 방문한 명원문화재단은 우리 차의례 중 가장 아름답고 고아한 행다미를 주는 육법공양을 시연했다. 육법공양의 전통행다례를 본 상국사와 일본차인들의 눈길은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다. 상국사에서는 두 가지 행사가 열렸다. 하나는 우리 전통다례 중 하나인 육법공양 시연이었고 또 하나는 온양의 민속박물관에 있는 문화재들을 전시한 것이다. 상국사는 정원부터 독특했다. 정원이 사찰의 앞에 있지 않고 사찰의 뒷쪽에 있었다. 그 정원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수천년을 견뎌온 듯한 노송들이 숲처럼 우거졌고, 세월속에서 이끼가 끼고 끼어 마치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하는 바위틈을 타고 흐르는 작은 샘물은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아름다웠다. 상국사의 차실은 그 사찰의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방장실이었다. 방장실 자체가 바로 차실인 것이다. 상국사의 방장은 그곳에서 찾아온 손님을 차로서 접대할 뿐만 아니라 제자들에게 법(法)도 논하고 있었다. 상국사의 방장 스님은 찾아온 손님들이나 제자들에게 직접 말차를 우려내 권한다. 찻물은 뒤편 정원에서 천년 넘게 바위 틈에 흐르는 물을 사용했다. 자연과 차에 대한 그들의 미학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완 역시 매우 진귀했다. 아름답고 품격이 있어보이는 녹유다완을 준비한 방장 스님은 우리에게 물었다.“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한국땅의 작은 연못은 매우 아름답기 짝이 없습니다. 그 작은 연못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바로 연못에 피는 수련 때문입니다. 여러분에게 수련의 문양 같은 아름다운 말차를 마실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그 방장 스님은 검푸른 하늘을 아름답게 밝히고 있는 은하수가 두둥실 떠있는 것처럼, 또한 별이 아름답게 떠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별빛 같은 말차를 우리에게 선보였다. 참으로 쉽게 맛볼 수 없는 진귀한 것이었다. 일본 차실이 갖는 정신적인 권위와 풍부함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차실은 매우 아담하고 담백했다. 전형적인 다다미방이었으며, 차의 비조로 불리는 백장선사의 초상화와 백제향로가 놓여있을 뿐이었다. 상국사의 방장 스님이 직접 주관한 차회는 안타까움을 던져주고 있었다. 저 멀리 임진왜란이라는 처절한 민족적 상처 속에서 탄생한 찻그릇으로 보여준 저들의 차 정신 속에 우리의 거친 삶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친 삶 속에 유연하고 부드러운 삶이 싹트고 그곳에서 만들어진 조선 찻사발들은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깊이를 담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가보면 그곳에는 우리의 잃어버린 피와 땀, 그리고 도공들의 쓸쓸한 영혼이 아직도 우리곁을 떠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삶 속에서 탄생한 조선 찻사발들로 일본의 차인들은 차문화의 품격과 역사성을 높이고 있다. 그 같은 역사의 아이러니 탓에 한 사람의 차인으로서 한 사람의 민중으로서, 차회 내내 영혼을 속절없이 태우고 있었다.
  • 현대 ‘묵향’ vs 옛 ‘묵향’

    옛 묵향의 맛이 깊고 고졸한 데 있다면, 요즘 묵향의 매력은 그에 더해 창조적인 세련미까지 갖춘 데 있지 않을까.2월들어 서울 강남과 강북에서 나란히 열리는 ‘문자향 서권기’전과 ‘소전 손재형’전을 보면 이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청담동 박여숙화랑과 려갤러리가 공동 기획한 ‘도자향 서권기(陶瓷香 書卷氣)’전은 붓, 먹, 종이, 벼루의 문방사우를 테마로 현대 도자와 한국적인 현대회화의 만남을 시도하는 전시다. 전시 제목 ‘도자향 서권기’는 19세기 조선 남종 문인화를 대표하는 추사 김정희의 예술적 신념인 ‘문자향(文字香) 서권기’에서 따온 것. 그림에는 모름지기 문자의 향기와 서책의 기운이 담겨야 한다는 뜻으로, 문인화의 가치를 강조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김익영 이천수 이기조 이헌정 이영호 등 도예가들이 연적, 연병, 문진, 필통 등 다양한 도자작품을 선보인다. 또 한국적 현대회화를 대표하는 강미선 문봉선 송영방 이왈종 정광호 허달재 등이 문인화적 예술관에 근거한 회화와 조각작품을 내놓는다. 진청색 필통에 붓, 편지지, 연필 등이 보일 듯 말 듯 그림자처럼 꽂힌 모양을 표현한 강미선의 회화작품 ‘도자기소묘3’, 수천년간 땅속 깊이 묻혀 있다가 발굴된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현대적 조형미를 강조한 ‘문방구1’ 등의 작품은 전통적인 문인화와 도자기의 창조적 계승 가능성을 보여줘 주목된다.7일부터 21일까지. 박여숙화랑과 려갤러리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린다.(02)549-7564. 관훈동 갤러리 우림 1∼3층에선 ‘소전 손재형’전(7∼16일)과 ‘소치 허련’전(17∼27일)이 잇달아 열린다. 추사 김정희가 19세기 한국서예를 대표한다면 소전(素) 손재형(1903∼1981)은 20세기 한국서예를 대표한다고 할 만큼 현대 서예사에서 독보적인 인물이다. 소전은 일본에서 몇달 동안 머물며 노력한 끝에 일본으로 건너간 추사의 대표작 ‘세한도’를 찾아올 정도로 추사를 존경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서예를 가르치기도 했다. 전·예·해·행·초 오체(五體)를 섭렵한 소전은 특히 갑골문을 연구해 자신만의 독특한 서체를 이뤘다. 이번 전시에선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작품 20여점과 ‘묵련’(墨蓮)‘묵란’(墨蘭)‘연화도’(蓮花圖) 등 서화 31점을 선보인다. 소치(小痴) 허련(1809∼1893)은 진도 출신으로 추사의 애제자. 조선 남종문인화를 계승해 주옥 같은 작품을 남겼다.이번 전시에선 개인 소장의 미공개 작품들을 중심으로 소치의 대가적 풍모를 느낄 수 있는 작품 5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02)733-3738.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열린세상] ‘창조성의 필요성’을 위하여/김명곤 연극인·전 국립극장장

    나는 요즘 극단 아리랑 20주년 기념공연인 ‘격정만리’를 연습하느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15년 전에 공연했던 작품이지만 세월도 흘렀고, 국립극장장 6년 이후 오랜만에 하는 대학로 나들이라서 신작을 하는 기분으로 젊은 배우·스태프들과 숨을 고르고 있다. 그런데 나하고 연극을 안 해봤거나, 오랜만에 함께하는 배우들이 초기의 연습 분위기가 너무 부드러운 것에 놀라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나는 숨 막히는 긴장과 서릿발 같은 치열함, 호통, 잔인하리만큼 혹독한 연습으로 소문난 독재적 연출가였다. 나는 연습 내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연습장은 언제나 폭발할 것 같은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배우들은 처음에는 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투쟁도 했지만, 나중에는 나의 권위에 복종하고 지시에 순종하며 연기했다. 그런데 그런 배우들일수록 나의 독재로부터 벗어나면 자신이 따라야 할 명령과 권위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그런 독재적 연습 과정 속에서는 참여자들 간의 갈등도 증폭된다는 것을 알았다. 참여자들이 끊임없이 불평하고, 불화하고, 상대방을 모욕하고,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작품치고 성공한 작품이 별로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서로를 신뢰하고 애정으로 감싸며 화합해서 일을 하는 경우에는 작품의 성패에 관계없이 모든 참여자들이 최선을 다해 작품에 몰두하고, 그런 작품일수록 성공적인 결과를 이루어낸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나의 연출 스타일이 변한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자율적이고 민주적이고 창조적인 연습 분위기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배우나 스태프와의 즉흥적 교감이나 창조적 순발력 속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런 결과가 작품에 제대로 반영될 때 그 효과는 놀랍다는 것을 여러 편의 작품을 통해 경험했다. 예술을 창조해가는 과정은 누에가 알에서 애벌레로, 번데기에서 나방으로 거듭나는 변화와 혁신의 과정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살아 있는 배우나 스태프 등 예술가들과의 만남과 영감의 교류, 그리고 순간순간의 창조적 섬광은 작품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핵심 요소이다. 이 창조적 섬광이란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것이며, 내면의 창조성은 스스로의 힘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명령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내면은 고여 있는 물과 같아서 머지않아 썩게 된다. 이것은 비단 예술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올해 주제는 ‘창조성의 필요성(Creative Imperative)’이었다고 한다. 세계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중요한 숙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혁신, 그리고 창의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판단해서 이 주제를 정했다는 것이다. 창조적 조직, 창조적 시스템, 창조적 인재 양성은 급속히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고 함께 가기 위한 필수조건이 된 것이다. 이처럼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는 내부의 창조적 힘으로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움직일 때, 각 분야가 안고 있는 중요한 숙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스스로의 창조적인 힘보다 외부의 강력한 힘에 의지하면서 숙제를 풀어가려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볼 일이다. 특히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인 정치권이나 행정부는 그로 인한 갈등과 혼란의 양상이 무척 심각하다. 오랜 군부독재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자율적이고, 민주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가꾸어 나가기 위한 통과의례가 너무 길고, 결론이 나지 않는 데 대해 국민은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갈갈이 찢어놓고 있는 갈등과 분열의 혼란상을 종식시키고 창조적 사회로 변화하기 위해 우리 모두 ‘창조성의 필요성’에 대해 숙고해 볼 일이다. 김명곤 연극인·전 국립극장장
  • [코드로 읽는책] 메가트렌드 코리아/강홍렬 등 지음

    숨가쁘게 변하는 21세기, 미래에 대한 대비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미래를 읽지 못하면 개인과 사회, 국가의 발전은 있을 수 없는 법. 대한민국 미래의 흐름은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정치·경제사회학자들이 지난 3년간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결과물을 담은 ‘메가트렌드 코리아’(강홍렬 등 지음, 한길사 펴냄)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예측하는 트렌드와 그에 따른 변화를 조망한 미래연구서이다. 메가트렌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갈 것인지 알려주는 큰 흐름을 의미한다. 특히 급속한 지식정보화에 따른 정보기술(IT)의 역할과 영향력을 중심으로, 사회변동의 방향을 통찰한다.IT가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다양한 분야의 변화를 진단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20개의 메가트렌드를 화두로 뽑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전망한다. 각 메가트렌드의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이유와 배경을 설명하고, 각각의 메가트렌드가 진행되면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접속사회로의 전환, 양극화의 가속화, 신유목적 민주주의 출현, 창조적 파괴 등은 이미 우리 사회 주요 화두로 등장했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기관들이 분주하다. 네오(NEO)경제주도세력의 등장, 개인 중심의 기술, 자발적 참여의 증가, 작은 힘들의 전면적 부상, 경계의 소멸, 커리어의 복잡화, 디지털경제 패러다임의 등장 등은 미래사회에서 집단이 아닌 개인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되고, 그것으로 인한 패러다임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가늠케 해준다. 또 디지털기술로 인한 인간능력의 진화,IT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능력의 가치 증가 등도 눈여겨볼 만한 변화이다. 이와 함께 신중세적 국제사회로의 전환, 선진국으로서의 변모, 동북아시아의 다자주의화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변화를 예감하고 그 중심에 선 한국의 미래상을 그릴 수 있다. 굵직한 메가트렌드는 79가지 구체적인 미래변화 양상으로 이어진다. 화두별로 제시되는 상세한 변화의 양상들은 실생활에 곧바로 접목, 활용될 수 있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다. 특히 IT를 기반으로 각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큼, 각 분야가 통합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전달된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1982년 그의 저서 ‘메가트렌드’를 통해 삶을 변화시킬 큰 물결을 10가지 키워드로 제시했다.24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측은 적중했고, 우리는 아직까지 그의 진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시각으로 ‘코리아 메가트렌드’를 조망할 때가 왔다.‘우리나라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내일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2만 2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칩거 끝내고 다시 풍수 연구 나선 최창조 前서울대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칩거 끝내고 다시 풍수 연구 나선 최창조 前서울대 교수

    “올해는 ‘호랑이 똥침’을 꼭 줘야 합니다.” 한 풍수의 대가가 간절하게 내뱉는 말이다. 웅비하는 한반도를 소망하는 마음이 담겼다. 그렇다면 ‘똥침’의 위치는 어디일까? 원래 ‘풍수가’는 지관(地官) 또는 지사(地師)라고 하며 하늘과 땅의 이치를 통달한 사람을 뜻한다. 따라서 예부터 나라의 도읍을 정하는 일이나 집안 가족의 묏자리와 집터를 정할 때 유명한 풍수가의 자문을 자연스럽게 여겼다.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정치 또는 사업에 야망을 둔 사람들은 풍수이론에 근거해 조상의 묏자리를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관계인사들 또한 진급을 앞두고 이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수맥이 밑으로 흐르는 곳에 거처하면 온갖 병이 생긴다는 이론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명산이나 좋은 묘터, 명당으로 소문난 터는 여전히 높은 값에 거래된다. 이처럼 풍수는 첨단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우리 일상과 상당히 밀접해 있다. 삶이란 논리보다는 이해와 느낌으로 살아간다는 이치에서다. 최창조(56) 전 서울대교수. 풍수학자이면서 우리나라의 풍수대가로 잘 알려져 있다.‘한국의 풍수지리’ 등 관련 단행본만 10여권 냈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때 ‘천도불가론 아홉가지 이유’를 발표, 주목을 받았다.1992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시절 “풍수도 학문이라고 가르치냐.”라는 비아냥이 나오자 타고난 결백성으로 그냥 문을 박차고 홀가분하게 나와버렸다. 이후 칩거하다시피 지내다 얼마전 ‘풍수잡설’‘닭이 봉황되다’라는 책을 발간하는 등 풍수연구에 다시 나섰다. 한 단계 더 득도한 스님처럼. 설날 직전, 서울 신도림역 인근에 위치한 최씨 자택(아파트)을 찾았다. 근황도 궁금했고 또 풍수학적으로 우리나라는 올해 어떤 형국인지 묻고 싶어서였다. 최씨는 아파트단지 입구까지 마중나와 해맑은 소년처럼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선생님, 언제 이사 오셨죠?” “봉천동에서 살다 온 지 꼭 2년 됐습니다. 처음에는 경기도 과천을 생각했으나 가격을 맞추다 보니 여길 선택했지요.” “그렇다면 풍수 고수가 정한 자리여서 당연히 명당이겠네요?” “명당은 마음속에 있지요. 수맥만 아니라면, 사랑해주면 자연 명당이 됩니다. 조용하고 아주 살기 좋아요.” 바로 옆에 대형 할인점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최씨는 “저것 덕분에 아파트값이 올라가 주민들이 좋아하니 아마 명당자리인 것 같아요.”라고 하면서 빙그레 웃는다. “아파트에도 풍수가 있나요?” “묘터나 집터잡기에는 (풍수가)일상사가 됐지요. 상식선을 벗어나지 않으면 됩니다. 수맥을 제외한 사랑과 믿음이 가는 곳이면 되지요.” 또한 남향이면서 햇볕이 들고 주위에 산이 있으면 아파트로서는 좋은 곳이라고 했다. 아울러 모든 풍수가 현장 위주여야 하듯 집을 살 때에도 직접 발품을 팔아 주위를 꼼꼼하게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귀띔해 준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올해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 국토는 호랑이가 잔뜩 웅크리고만 있어요. 이놈을 깨워야 합니다. 똥침을 주어 깜짝 놀라게 해야지요. 그래야 웅비합니다.” “똥침의 위치는 어딘가요?” “영일만쪽이지요. 그 일대에서 남쪽까지는 풍수학적으로 금계포란(金鷄包卵)형입니다.” “알을 품은 금닭인가요?“ “예, 맞습니다. 그 아래로 바다건너 제주도가 바로 금란(金卵), 즉 금닭의 알이지요.” 최씨의 이론을 해석하면 그동안 영남일대에 여러 인물들이 나왔지만 이치에 맞는 똥침을 제대로 주지 못해 아직까지 웅크린 형국이라는 것. 따라서 올해 한반도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제주도는 비록 똥침과는 거리가 멀지만 ‘금닭의 알’로서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씨는 “제주도는 정말 살기좋은 자연의 혜택을 받았지요. 특별자치도가 되면 타도 사람들은 아마 입도료를 내야 할 걸요.”하면서 웃는다. 화제를 돌렸다. 정재계 인사들과 흥미로운 일화에 대해 슬쩍 물었다. 정계쪽에는 별로 관심없지만 일부 재계 인사와 인연을 맺은 적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다음은 최씨가 들려주는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과의 일화. 92년 여름 최씨가 서울대 교수직을 그만둔 직후였다. 최 회장 측근에서 한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최씨는 ‘산소 자리나 봐달라는 것이겠지.’ 하면서 거절했다. 며칠 후 손길승 SK그룹 경영기획실장실 사장과 김수길 부사장이 서울 봉천동 집으로 불쑥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이루어졌다. 최씨가 술 몇잔을 들고 나서 “최 회장이 왜 나를 보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손 사장은 “우리는 사업하는 사람으로 물건을 파는 입장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사람은 키도 작고 영어도 잘 못한다. 때문에 우리의 우수한 것을 돕겠다는 게 최 회장의 뜻이다.”고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최씨가 “그렇다면 명분을 주시오.”라고 했다. 손 사장은 이에 “좋은 생각이 있다. 한달에 한번 사장단 회의가 있으니 그때 강연을 하면 되지 않겠소.”라며 거듭 제안했다. 결국 최씨는 얼마후 SK그룹 사장단 회의장에서 ‘풍수일반론’을 강의했고 최 회장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나는 풍수를 안 믿는다. 하지만 그냥 순수하게 돕고 싶다.”는 말로 최씨를 설득했다. 그래서 한달 300만원을 받기로 하고 1년 동안 연구계획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충북 보은 등 지방에 칩거허면서 풍수관련 연구를 하게 된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와도 인연이 있다. 하루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불러 청와대에 들어갔다. 관계자는 북악산 요새와 청와대 경내의 오래된 정자를 치워도 되느냐고 물었다. 최씨는 “풍수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문화적 가치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이어 침식된 산, 양쪽으로 노출된 암반, 파인 계곡 등의 지세(地勢)를 보아 청와대는 원래 사람이 살던 땅은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이로부터 얼마후 경내의 일본식 건물이 철거되고 요새화 작업으로 파인 곳곳을 깨끗이 메웠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최씨는 또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집터와 관련된 소문에 휘말리기도 했다. 서울대 교수직을 그만둔 직후였다. 대통령 관저가 북악산의 기맥을 압박하고 있어 좋지 않다는 주장을 해온 최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은 풍수학상 좋지만 노 대통령의 자택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 괘씸죄로 서울대 교수직에서 잘렸다는 것. 이에 대해 최씨는 “그런 얘기를 한 기억이 없는데 일본인 노자키 미쓰히코(오사카시립대 교수)가 쓴 ‘한국의 풍수사들’(94년 출간)이란 책에서 우연히 접해 알게 됐을 뿐”이라고 했다. 최씨는 평소 북악산이 주산(主山)이 아니기 때문에 독불장군형이라고 주장해 왔다. 좌로 인왕산, 우로 둔덕이 둘러치고 전방으로만 확 트여 있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대통령으로서는 자연스럽게 독선과 자만감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아울러 2004년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풍수학적으로 불가한 여덟가지 이유를 내놓는 등 중대 사안 때마다 이래저래 자의반 타의반 엮여져 왔다. 서울 출생인 그가 풍수와 인연을 맺은 것은 경기고 재학 시절. 우연히 망우리 공동묘지에 찾아가면서였다. 시인도 있고 독립투사도 있으며 정치범으로 사형당한 사람의 무덤이 있는 그곳에 가면 왠지 평등을 느꼈고 평정심을 얻었다. 이때 한 중년 사내를 만나 풍수를 배우면서 최면처럼 빠져들었다. 그래서 서울대 지리학과에 진학했고 교수시절에도 항상 현장 위주의 풍수학을 강조해 왔다. 요즘 건강을 다시 찾은 덕분에 관악산 등 주변 산을 찾아 땅과의 대화를 나누는 재미를 만끽한다. “이제는 땅을 보면 사람처럼 여겨집니다. 전에는 경험과 이론을 동원해 땅을 해석하려 했지만 지금은 만나는 순간 어떤 느낌을 갖지요. 땅을 사랑하려면 정을 주어야 합니다.” 주말매거진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0년 서울 출생 ▲68년 경기고 졸업 ▲73년 서울대 지리학과 졸업, 동대학 석사(91년) ▲77년 경북대 지리학 강사 ▲79년 전남대 지리교육과 강사, 국토개발연구원 주임연구원 ▲81∼88년 전북대 지리교육과 교수 ▲88∼91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92년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삼성생명 자문위원 ▲주요 저서 풍수에 대한 지리학적 해석(78년), 한국의 풍수사상(84년), 풍수사상에서 본 통일한반도의 수도입지선정(89년), 터잡기의 예술(92년), 한국의 풍수지리(93년), 땅의 눈물 땅의 희망(2000년), 풍수잡설(2005년) 등 15권.
  • [이슬람 문명과 도시] 아랍세계 변화의 현장 이집트 카이로

    [이슬람 문명과 도시] 아랍세계 변화의 현장 이집트 카이로

    나는 현지조사를 위해 중동에 가는 길에는 거의 반드시 이집트의 카이로에 들른다. 아랍 세계의 생생한 변화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집트인이 이룩한 건축예술의 위대성과 지칠 줄 모르는 창조정신에 인류는 고개를 숙이고 숙연한 존경을 표하지만, 오늘날 이집트의 모습에는 애써 얼굴을 돌린다. 그들이 이교도인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은 형편없이 못사는 경제적 낙후성 때문에 깔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집트의 과거보다는 오늘의 정겨운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난겨울에도 나는 박제된 과거가 아닌 그들의 살아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집트로 달려갔다. 시내에서 일을 마치고 저녁 10시쯤 호텔에 들어 와 텔레비전을 켜니 익숙한 장면이 나를 반긴다.‘겨울연가’가 방영되고 있었다. 배용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그의 팬인 아랍 여학생들은 배용준과 결혼해 그를 무슬림으로 개종시키겠다는 결의가 대단하다. 아랍인들은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의 변화에, 특히 눈 내린 남이섬에서 두 연인이 서로 뒹굴며 사랑하는 장면에 눈물겨운 감동을 느낀다.“아! 사람 사는 모습이 저런 것일 거야. 알라께서 약속하신 천국의 모습을 닮은 것은 아닐까?” 한류는 이미 중동전역을 휩쓸고 있다. 저들은 우리를 이토록 좋아하는데, 왜 우리는 그들을 온통 적대적 테러리스트로만 보려고 할까? 가슴이 답답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새삼 가슴을 누른다. 카이로에 오면 찾게 되는 단골 카페로 나왔다. 아라비아 모카 커피 향내가 자욱한 카이로 엘 칼릴리 골목의 엘 피샤위 커피하우스에는 하루 종일 움 쿨숨의 노랫가락이 흘러나온다. 이집트에서는 움 쿨숨을 모르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아랍세계가 배출한 전설적인 여자 가수다. 아랍의 짙은 향수와 영혼을 담은 그녀의 노래, 알필릴라 왈릴라(천일야화)를 들으며 이집트인들은 아랍인이라는 정체성을 수없이 확인한다. 그녀가 떠난 지 27년이 되었지만, 그녀의 콘서트나 생애가 드라마로 방영되는 시간, 아랍세계는 조용한 정적에 잠긴다. 몇 해전 카이로 시내에 새로 문을 연 움 쿨숨 박물관에 줄을 잇는 아랍인들을 보면서 깨어진 아랍민족주의에 대한 미련을 움 쿨숨이 채워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아랍지도자도 이루지 못했던 아랍의 정서적 통일을 움 쿨숨이 이루어 낸 셈이다. 이집트에는 피라미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피라미드는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고대문명의 금자탑이지만, 오늘날 이집트문화를 이해하는 전부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남부 룩소르의 고대신전만을 보고 이집트를 빠져나가는 과거중심의 문화읽기는 참으로 답답하다. 오늘날 이슬람에 바탕을 둔 이집트 전통문화와 정서는 엘 칼릴리 지구에 펄펄 살아있다. 수십만의 사람들이 운집해서 움직이는 거대한 삶의 공간이고 세계를 품어 안은 시장이다.‘눈(雪)’을 제외하고는 없는 것이 없다는 곳이다. 시장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게 해주는 후세인 모스크 앞의 옥외 카페에서 민트 차 한잔 마시고 본격적인 흥정에 들어갔다. 팽팽한 긴장 속에 부른 값의 반을 깎고 심지어는 10분의1까지 깎을 때도 있다. 바쁜 사람은 부른 값을 그대로 주고 물건을 산다. 가격은 흥정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정확히 비례한다. 가게를 나오는 척할 때와 완전히 가게를 나왔을 때의 가격이 물론 다르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손해보는 사람이 없고 크게 이익을 보는 사람도 없다. 모두가 행복하다. 엘 칼릴리 시장이 주는 융합의 문화이다. 지금 이집트는 세속과 전통이 빠른 속도로 충돌하고 화해하면서 새로운 민족적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나친 세속주의에 저항하는 이슬람원리주의의 이론과 정신적 요람이 알 아즈하르 대학이다.970년에 개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전통이 말해주듯이 아랍의 지성세계는 실제로 알 아즈하르 출신이 이끌어가고 있다. 그들은 학부만 졸업해도 붉은 모자에 하얀 터번을 걸치고 셰이크로서 대단한 존경과 명성을 얻는다. 지금도 버스를 타면 셰이크에게는 서로 자리를 양보한다. 오후 3시, 대학 구내에 있는 알 아즈하르 대사원에 오후 예배를 알리는 아잔이 울린다. 신이 인간을 부르는 소리이다. 신과 인간이 허물없이 만나는 참으로 신성한 시간. 그들은 하느님(알라)의 집이 있는 메카를 향해 가장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낮추며, 절대자와 자연에 대한 숙연한 순종을 체득한다. 인간의 오만함은 적어도 이곳, 이 시간만큼은 의미를 상실한다. 이슬람의 아름다움이고 힘이다. 나의 오랜 이집트 친구 오마르는 저녁 9시에 자기의 집에 초대했다. 아마 저녁초대일 것이다. 이웃친지들과 몇몇 친한 친구들도 불렀다. 여기서는 단 한 사람의 여자도 볼 수가 없다. 여성들의 공간은 남성과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랜 친구에게 그의 두 아내마저 소개시켜 주지 않아 처음에는 은근히 화가 난 적도 있었다. 아직도 일부다처가 허용되어 있는 관계로, 그는 5년 전에 두 번째 아내를 얻었다. 첫 번째 부인이 병을 얻어 더 이상 자식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20년 아래인 자신의 대학후배를 부인으로 맞았다고 한다. 어렵게 첫 번째 부인의 동의를 얻었고, 두 번째 부인은 모든 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법적으로 보장받았다. 이슬람 다처주의의 특징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일부다처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한다. 여성의 인식변화와 함께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여성에게 지불해야 하는 마흐르(결혼지참금)의 액수가 높아 한 번 결혼하기도 힘들게 되었다고 이집트 남자들이 푸념을 늘어놓았다. 사하라의 아침 첫 햇살이 스핑크스의 두 눈을 비추는 시각. 벌써 기자지구의 피라미드에는 유럽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피라미드에서 이집트인들은 주변부에 불과하다. 그들의 원초적인 삶과 가난은 피라미드라는 거대한 인류 유산과 너무 적나라하게 대비된다.5000년 전 파피루스에 위대한 역사와 신화를 당당히 기록했던 이집트인들은 오늘날 뜻도 모르는 상형문자를 모사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피라미드 주변 마을 사람들은 피라미드의 돌조각을 가져다가 벽을 쌓고 집을 만들어 살고 있다. 지금 이집트인들은 역사 대신 현실을 택했다. 파라오는 알라로 바뀌고 이집트 문명의 요람이었던 아스완에는 댐을 쌓아 유적지를 수몰시키면서까지 농업혁명을 일구어냈다. 그러나 그들의 영광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가난과 교육, 그리고 여성. 이집트가 과거를 딛고 오늘을 열어야 하는 과제이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눈길 끈 양대포럼 이슈

    세계화를 둘러싼 상반된 조류의 두가지 회의가 지구촌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창조적 책임’을 주제로 25일 스위스에서 개막되는 제35회 다보스경제포럼(WEF). 선진국 중심의 ‘세계경제포럼’에 맞서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주창하는 사회단체들이 주축이 된 ‘세계사회포럼(WSF)’이다. ■ 신학자가 본 ‘자본의 죄악’ 21세기 ‘자본주의 잔치’가 6세기 중세 시대로 회귀한다. 25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WEF에 중세 ‘7대 죄악(Seven Deadly Sins)’이 의제로 선정돼 눈길을 끌고 있다.7대 죄악은 6세기말 교황 그레고리1세가 규정한 ‘탐욕, 시기, 나태, 폭식, 분노, 교만, 음란’. 종교적 의미가 강한 7대 죄악은 연쇄살인를 다룬 영화 ‘세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토론에는 23명의 신학자가 참여, 현 시대에 새롭게 규정될 8번째 죄악을 논의하게 된다. 경제행위의 윤리적 측면에 조명이 맞춰진 셈이다. 이번 포럼에서 언급될 불명예 인사는 인수·합병의 귀재인 워렌 버핏. 사업 확장에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 그에게 탐욕뿐만 아니라 정크 푸드 식당인 ‘데어리 퀸’을 통해 비만을 확산시킨 주범이라는 비난이 유력하다. 전 세계 89개국이 참여하는 포럼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개막연설을,15명의 국가수반과 60명의 장관급 인사 등 모두 2300여명이 참석한다. 안동환기자·연합뉴스 sunstory@seoul.co.kr ■ ‘차베스 지원’ 많아도 탈 미주지역의 반(反)세계화운동이 ‘차베스의 역할’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사회주의 운동을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역할을 둘러싼 고민과 모색이다. 특히 24일부터 엿새간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에서 열리는 WSF ‘미주사회포럼’(24∼29일)에서 이같은 고민이 불거져나오고 있다.2001년부터 개최해온 WSF는 지난 19일 개막된 ‘아프리카포럼’(∼23일·말리 바마코)을 시작으로 ‘미주사회포럼’과 ‘아시아사회포럼’(3월24∼29일·파키스탄 카라치)으로 나뉘어 열린다. 차베스는 ‘미주사회포럼’에 900만달러를 보내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연말 대통령선거에 행사를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 포럼이 중남미 좌파의 ‘맹주’ 자리를 둘러싼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포럼에는 아르헨티나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돌프 에스퀴벨, 미국의 평화운동가 신디 시핸 등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대중성 갖춘 한국적 창작음악극 추구”

    “대중성을 갖춘 ‘한국적 창작음악극’을 추구하겠습니다.” 지난 1일 역대 최연소로 이사장에 취임한 서울예술단 정재왈(42) 이사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창단 20년을 맞은 서울예술단의 향후 정체성과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정 이사장은 전임자인 신선희 국립극장장이 재임 7년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가무악’ 대신 ‘한국적 창작음악극’의 개념을 제시했다.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기존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시대 조류에 맞는 현대적인 감각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이다.연극 ‘이’를 뮤지컬로 제작해 9월 무대에 올리는 것을 비롯해 농악퍼포먼스 ‘소용돌이2’, 뮤지컬 ‘바람의 나라’와 ‘크리스마스 캐롤’ 등 4편을 연내 공연할 예정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당장 예산 충당이 시급하다. 연간 총 예산 61억 9200만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방송발전기금(39억 7600만원)이 올해부터 일몰제가 적용돼 2009년이후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국립 단체로 전환하는 방안을 정부 당국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의 슬림화와 구조 개편도 빠른 시일내에 손대야 할 부분이다.정 이사장은 “단체의 명칭을 변경하는 안을 포함해 서울예술단에 관한 모든 사안을 점검하는 심포지엄을 열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영문과를 나온 정 이사장은 한국일보,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를 거쳐 LG아트센터 운영부장을 지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CEO칼럼] 코쿤 리더십,블루오션 리더십/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CEO칼럼] 코쿤 리더십,블루오션 리더십/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차관보를 지낸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세계적 석학 조지프 나이 학장은 2004년 펴낸 저서 ‘소프트 파워’에서 “소프트 파워란 강제나 보상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그는 “21세기 세계는 군사력이나 경제력같은 ‘하드 파워’가 아니라 문화·가치와 같은 ‘소프트 파워’가 지배할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언론들은 앞다퉈 소프트 파워가 21세기 국제정치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소프트 파워가 정치적 요소에만 국한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프트 파워는 물리적 요소가 아니라 감성과 창조적 이미지에 의해 개발되고 표현된다. 결국 ‘사람’에 의해서 소프트 파워가 발현된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사람에 의해 구성되고 경영된다. 사람이야말로 소프트 파워의 핵심인 것이다. 소프트 파워는 리더십에 의해 육성될 수 있다. 리더십의 중요성을 모르는 직장인은 없다. 리더십의 정의와 유형은 정말 다양하다. 이순신 리더십, 히딩크 리더십 등 사람 이름을 붙인 리더십도 적지 않다. 그렇게 명명된 리더십들은 기업경영 또는 직장인의 업무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경쟁력은 리더십에서 나온다. 리더십이 경영인의 전유물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리더십의 범위는 상하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코쿤 리더십’과 ‘블루오션 리더십’이라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낼 요량이다. 불확실한 사회에서 보호받고자 타인과의 접촉이나 교제를 거부하고, 안방 등 일정한 공간에 칩거하는 사람들을 코쿤족(族)이라고 한다. 코쿤(Cocoon)은 누에고치를 말함이니 코쿤족을 ‘나홀로 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코쿤족을 기업 경영에 빗대보면 배타적이고 경직된 조직에서는 코쿤 리더십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코쿤 리더십이 발휘되는 조직은, 경영진의 귀에 거슬리는 정보는 중간에 소멸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왜곡되거나 듣기 좋은 정보, 자기과시형 정보만이 위로 올라간다. 코쿤 리더십 하에서는 절대로 자신의 생각을 먼저 표현하지 않는다. 조직 속에서 자신의 위상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코쿤 리더는 실무자들에게 불필요한 긴장을 안겨준다. 젊은 리더들에게 중요한 임무와 과제를 리드할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자연히 창의성은 억제되고 획일적인 조직의 모습을 갖게 된다. 사업 환경이 복잡해지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혁신과 끊임없는 발전이 요구되는 오늘날 상황에서 최악의 리더십이다. 코쿤 리더십의 반대가 블루오션 리더십이다. 요즘 유행하는 블루오션이 기업 차원을 넘어 리더십 세계에도 적용 논리로 접근했다. 지금까지 리더십은 조직 계층을 대상으로 발휘됐다. 이때 리더십은 업무성과와 잠재력까지 포괄한다. 블루오션 리더십은 그 이상의 역할과 행동을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조직원의 감성과 창의성, 조직원의 가정과 가족에게까지 리더십을 펼쳐 보인다. 일과 맺어진 관계 그 이상의 범위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즉 조직구성원의 개인적 성향까지 파고드는 리더십으로 관계의 결속력을 키운다. 이것이 바로 블루오션 리더십이다. 새해는 새 각오를 다지면서 새로운 것들을 시험하게 한다. 올해 블루오션 리더십을 통해 조직의 감성과 창의성이 무한히 펼쳐졌으면 한다. 그래서 블루오션 리더십이 기업의 대표적 리더십이 됐으면 하는 소망이다.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 부산발전 2020비전과 전략

    ‘21세기 동북아 시대의 해양수도를 꿈꾼다.’ 부산시는 올해 도시비전을 동북아 시대의 해양수도로, 도시목표는 남부권 중추도시, 문화·과학도시, 세계 자유무역거점도시 등으로 정했다. 부산시가 이같은 목표를 설정한 것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업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와 19일 부산신항의 조기개장 등 부산이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시는 이를 위해 ‘부산발전 2020비전과 전략’을 마련했으며, 올해를 목표 추진 원년으로 삼았다. 이 로드맵은 부산이 나아갈 방향과 도시개발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14년 뒤인 2020년을 목표연도로 설정됐으며, 부산의 새모습을 그리는 데 그 목적이 담겨 있다. 시는 부산을 내륙과 해양, 낙동강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균형적인 개발, 역동적이고 품격있는 도시로 재창조하게 된다. 이와 함께 세계 최초로 도시 전체를 유비쿼터스화하는 ‘U-시티 프로젝트’와 북항을 세계 물류 네트워크 중심도시로 만드는 ‘아시안 게이트웨이 프로젝트’ 등 7개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허남식 시장은 “2020년 계획이 완료되면 부산은 영·호남권을 아우르는 중추도시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새 음반]

    ●일상을 노래하는 즐거움흥겹고 신나고, 편안한 음악을 원한다면 모던록 밴드 불독맨션의 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 이한철이 최근 선보인 솔로 미니앨범 ‘Organic’을 권하고 싶다.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한 사운드에 펑키한 리듬으로 따뜻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머릿곡 ‘Fall in Love’는 불독맨션 1집 히트곡 ‘스타걸, 내 사랑을 받아다오!’와 궤를 같이한다.지난해 대박을 터뜨린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의 OST에 피아노 연주곡으로 등장했던 ‘Gravity’에 노랫말을 붙여 재창조했다. 노랫말의 일상성이 돋보인다.●베이스는 연주의 조연이 아니다모그(Mowg)의 두 번째 앨범이 나왔다. 지난해 4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연주상’을 받았던 베이시스트다.2004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베이스기타 연주 앨범인 ‘Desire’를 발매했다.‘한국 음악의 역량이 여기까지 이르렀구나.’하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사전 지식 없이 그냥 들으면 해외 유명 뮤지션 앨범으로 착각하기 쉽다.2년의 세월을 건너 내놓은 신보 ‘Journal’에서도 뉴에이지, 재즈, 펑크, 보사노바, 삼바 등을 넘나들며 아련한 음악 판타지의 세계로 이끈다.‘In the Mood’‘just Old Friend’ 등이 돋보인다. 전작에 이어 이번 앨범에서도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 편곡, 프로듀싱에 이르기까지 다재다능함을 뽐내고 있다. 인스트루멘털이라고 겁내지 말 것. 음악 전문가가 아니라도 모그가 튕기는 베이스의 매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본명은 이성현.93년 재즈를 배우러 미국으로 훌쩍 떠났고, 현재 한국과 미국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이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도서관을 살리자] (중) 다기능 복합공간으로

    [도서관을 살리자] (중) 다기능 복합공간으로

    도서관은 더 이상 책만 읽는 곳이 아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도서관은 ‘자료저장소(Archive)’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지역을 기반으로 한 시민활동의 중심 공간이 되고 있다.‘도서관=독서실’로 인식되는 우리 현실에서 도서관이 전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조차 벅차다. 하지만 ‘문화강국’을 꿈꾼다면 우리도 도서관의 변화하는 모습을 받아들이고 또 가꾸어가야 한다. 뉴욕공공도서관의 대표적인 연구도서관인 과학산업도서관과 공연예술도서관을 통해 도서관이 시민의 문화·경제 활동의 중심이 되는 모습을 살펴본다. |뉴욕 김유영특파원|뉴욕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주변의 메디슨가. 통유리로 싸인 현대식 건물 1층의 로비에 들어서면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말한 ‘내 모토는 첫째는 정직이고 다음은 산업이요, 다음은 집중’을 비롯, 유명 사업가·과학자 50여명의 명언이 늘어서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세계적인 금융사인 UBS 페인웨버가 제공한 21개의 모니터에서 주가·환율과 CNN 등이 실시간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곳은 디지털 정보화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1996년 1억달러를 들여 개관한 과학산업도서관(SIBL)이다. 루돌프 줄리아니 당시 뉴욕시장은 “금융·과학·산업 부문에서 뉴욕은 세계의 중심이 되고 있다.”면서 “도서관 건설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지만, 우리들이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돈을 벌게 해준다 이곳의 소장자료는 마케팅, 광고, 금융, 특허·상표권, 기업연감, 컴퓨터 등 모두 1800만건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자료를 뛰어넘어 시설과 프로그램 등이 머릿속에 그려왔던 도서관의 개념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유료자료를 공짜로 볼 수 있는 컴퓨터 70여대가 놓인 지하 1층의 전자정보센터로 내려가면 도서관을 ‘개인 사무실’로 쓰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월 이용료가 1500달러에 달하는 경제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사’의 실시간 뉴스도 제공된다. 블룸버그사의 모니터 2개에 개인 노트북까지 펼쳐놓고 주가·환율 그래프를 체크하는 한 이용자는 어느 증권사 직원 못지않은 긴장감을 자아냈다. 도서관 정보서비스 책임자인 어미뇨 도노프리오는 “고용이 유연해지고 정보화사회로 나아감에 따라 고도의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개인이나 자영업자들의 경제적인 자립을 위해 도서관이 새로운 역할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100여명에 달하는 사서 가운데 절반은 사서 학위와 함께 광고·금융사 등의 근무경력이나 경영·경제·과학 관련 학위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창업을 지원해 준다 이 도서관은 ‘자영업자 센터’를 운영, 각종 기관과 연계해서 창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우선 뉴욕시의 공무원 1명이 상근하고 있어서 창업, 사업 등에 관한 행정적인 절차를 ‘원스톱’으로 처리해 준다. 또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창업상담자 그룹인 ‘스코어’의 자원봉사자들이 무료상담을 해준다. 분야는 창업관련법, 자금조달법, 마케팅·세일즈전략, 국제무역 등 다양하다. 모임 자체가 창업자들의 정보교환의 장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코어가 진행하는 ‘식당을 열고 싶어요’라는 세미나에서는 장소, 창업 준비기간, 주방기기 구입비용, 주방장과 종업원 거느리는 법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알려준다. 모임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명함교환 등을 통해 인맥을 넓힐 수 있다. 식당에 음식을 공급하는 ‘레일웨이 그루메’의 사장인 로버트 브리세트(42)는 이곳에서 ‘e마케팅’ 등 마케팅 관련 서적 3권을 대출했다. 그는 “고객에게 이메일 주문을 받고 평소에도 매출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마케팅이 중요하다.”면서 “자료나 전략 등이 부족한 소상공인에게는 도서관이 더없이 좋은 친구”라고 평했다. ●이력서 첨삭 강의도 해준다 분관인 미드맨해튼도서관 2층의 ‘직업정보센터’도 눈여겨볼 만하다. 각종 신문의 구직란을 모아두었을 뿐만 아니라 전직·구직 등에 관한 서적을 갖춰놓았다. 또한 ‘오후 5시 클럽’을 운영하는 게 이채롭다.‘제발 지겨운 직업이 걸리지 않기를-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기’ ‘나를 잘 판매하는 이력서는 어떻게 쓰는가’라는 등의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직업정보센터의 데이비드 호프만 사서는 “이력서 첨삭 강좌는 자리가 없어서 참가자들이 서서 들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carilips@seoul.co.kr ■ ’문화의 오아시스’ 뉴욕 공연예술도서관 |뉴욕 김유영특파원|19일 뉴욕 공공도서관(LPA)의 공연예술도서관에서는 배우 지망생들을 위해 ‘오페라의 유령’ ‘프로듀서스’ 등의 캐스팅 디렉터인 제프리 존슨이 진행하는 오디션 실습이 열렸다.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는 참가자들에게는 유명감독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오는 27일에는 도서관 자체 공연장에서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음악회가 열린다. 시민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공도서관인 만큼 비용은 무료다. ●종이책보다 작품이 더 많다 이 도서관은 뉴욕시티발레의 거점인 뉴욕주립극장, 뉴욕필의 산실인 에브리피셔홀, 줄리어드 음악원 캠퍼스, 뉴욕시티 오페라의 메트로폴리탄극장 등이 모여있는 ‘링컨센터’에 자리했다. 서울로 보면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 세워져 문화활동의 기반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셈이다. 이 도서관은 종이책이 전체자료의 30%에 불과해 ‘책이 없는 도서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음악·무용·연극·녹음 등 4개 분야에 걸친 자료 3만 5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무대의상, 영화포스터, 길거리공연, 랩뮤직, 클래식발레, 뮤지컬, 대통령연설, 효과음, 마술, 만담 등 다양하다. 특히 모차르트나 멘델스존이 직접 쓴 악보, 브로드웨이·오프 브로드웨이에 올려진 희곡의 원본, 출판되지 않은 작품들은 인기있는 열람 자료다. 브로드웨이에서 감독·배우를 동시에 하는 데이비드 르두(28)는 스웨덴 극작가인 오거스트 스트린버그 관련 저서에 몰입해 있었다. 그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본을 살펴보면 창작자의 메모가 적혀 있는 등 작가의 사고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면서 “이런 자료들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고유한 방식의 표현법이 고안되는 등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전(古典)은 창조의 어머니다 이 도서관의 백미는 TOFT(Theatre on Film and Tape)를 꼽을 수 있다. 이는 1970년부터의 연극·뮤지컬·전위적인 공연·각종 수상식의 수상소감·세미나·대담 등의 영상·음향 등을 테이프로 기록, 자체 제작해 보관하는 것이다. 이 도서관은 브로드웨이의 6개 조합과 직접 계약을 맺고 작품을 제작한다. 뉴욕 예술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줄리아 로버츠, 나탈리 포트먼, 주드 로 등이 출연, 사랑의 진실에 대해 신랄한 물음을 던진 영화 ‘클로저’가 만들어지기까지 이 도서관의 도움이 컸다. 마이크 니콜러스 감독이 도서관에 몇번이고 와서 1980년대초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연극 ‘클로저’의 녹화테이프를 연구했다. 테이프는 물론 TOFT가 제작한 것. 뉴욕에 사는 영화감독 우디 앨런,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와 ‘아메리칸 뷰티’에 출연한 케빈 스페이시,‘미시즈 다웃파이어’의 로빈 윌리엄스 등이 단골 이용자로 꼽히고 있다. 도서관 연극자료 담당 웬디 노리스는 “매년 40여개국에서 5000∼8000명이 TOFT를 이용하기 위해 도서관에 온다.”면서 “이용자는 현직·미래의 무대미술가, 안무가, 평론가, 의상 디자이너, 오페라가수 등 장르를 막론하고 전 분야에 걸쳐 있다.”고 전했다. ●동네마다 문화향기가 넘친다 이같은 문화활동은 비단 공연예술도서관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분관인 도넬도서관은 공연문화도서관이 소화하지 못한 16㎜ 독립영화·다큐멘터리 작품 8500점을 소장하고 있다. 미드맨해튼도서관은 출판·광고업자,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위한 ‘사진컬렉션(1만 2000점)’을 두고 있다. 뉴욕의 공공도서관 85개 분관에서 19일부터 이달말까지 열리는 행사만도 수채화 전시회(성(聖) 조지 도서관), 도서관에 관한 그림 전시회(미드맨해튼도서관), 재즈콘서트(도넬 도서관) 등 200여개에 이른다. 곳곳에서 특색있는 문화행사가 펼쳐져 주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carilips@seoul.co.kr ■ 국내 현실은 국내에서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에서는 간간이 책을 읽는 사람이 눈에 띄지만, 정작 도서관에서는 독서하는 사람보다는 시험준비에 열중인 사람들이 더 많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도서관이 이제는 ‘고객’인 이용자들이 원하는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해 부응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과학전문도서관인 LG상남도서관 심우섭 기획관리팀장은 “예전의 도서관은 책을 꺼내서 읽거나 책을 복사·판서하는 조용한 공간을 떠올렸다.”면서 “미래의 도서관은 이용자가 궁금증을 갖는 부분에 대해 다른 이용자나 사서와 함께 토론하는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화 사회가 진전되어 전자책까지 나오는 마당에 도서관이 종이책에만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란 설명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조권중 연구위원은 “뉴욕 공공도서관의 경우 사서들이 다양한 분야별로 이용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안내해주는 것이 장점”이라면서 “사서들은 학부에서 인문·경제·과학·예술 등의 지식기반을 탄탄히 한 뒤 석사 과정에서 문헌정보 등을 전공한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사서가 참고·봉사라는 본래 업무보다 대출·행정처리 등 ‘잡무’에 매달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경남도교육청이 자체 조사한 결과, 사서가 참고·봉사에 할애하는 시간은 10.4%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대출(15.9%), 행정사무(14.7%), 서가정리(14.2%), 반납독촉(11.3%), 환경미화(6.7%) 등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서대문 이진아도서관, 성북 아리랑도서관처럼 전자태그(RFID)를 도입해 이용자 스스로 대출·반납처리 등의 단순업무를 처리하는 도서관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사서가 제 역할을 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신나는 과학이야기] 세탁용 세제 이용한 마술

    [신나는 과학이야기] 세탁용 세제 이용한 마술

    200만개의 구슬 전구로 다양한 디자인의 구조물을 채색해 환상적인 예술공간을 창조해내는 서울의 루미나리에(빛의 축제)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빛이 어둠을 밝히고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하여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어둠과 빛을 이용한 실험을 집에서 즐겨보자. 첩보영화에서 흔히 보는 비밀편지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산성이나 염기성 용액으로 글씨를 쓰고 지시약을 뿌려 글씨가 나타나게 할 수 있다. 레몬용액을 묻혀 문서를 만든 뒤 종이를 불로 가열하면 물은 증발하고 레몬이 묻은 부분만 타게 하는 방법도 있다. 또 탄산수소나트륨은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물에 담그면 글씨를 쓴 부분이 먼저 드러나게 된다. 이번에는 빛을 이용한 비밀 편지를 만들어 보자. 신문 용지나 색지를 편지지 모양으로 자르거나 꾸민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에 세탁용 가루세제를 녹이고 이것을 붓에 묻혀 편지를 쓴다.10∼15분 정도 놓아두면 물이 증발하면서 글씨가 사라진다. 비눗물의 얼룩이 조금 남아 무엇인가 쓰여 있지만 보통 상태에서는 읽을 수 없는 비밀 편지가 된다. 어떻게 해야 이 편지를 읽을 수 있을까? 세제 중에는 형광물질(형광 증백제)이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세제에 빛이 닿으면 형광물질이 청백광을 발하면서 세탁물의 밝기가 한층 나아 보여 옷의 색이 선명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보통 빛 아래에서 형광물질이 내는 빛은 다른 빛에 가려 구별하기 어렵다. 세제의 형광물질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한 눈에 보이지 않는 빛, 즉 자외선을 사용하면 된다. 편지를 들고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특수 조명을 사용하는 곳으로 가면 즉시 편지의 비밀이 밝혀진다. ‘블랙라이트’라고 하는 자외선을 방출하는 형광등으로 조명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 형광등에서도 자외선이 방출되기는 하지만 형광등 내부 표면의 형광 물질에 의해 자외선이 가시광선으로 변환되어 나온다. 가시광선으로 바뀌지 않은 여분의 자외선은 형광등의 유리가 흡수한다. 블랙라이트는 유리관에 형광물질을 바르지 않아 자외선은 그대로 통과되고, 가시광선은 검은 물질의 필터에 의해 차단된다. 때문에 눈으로 보면 아무 빛도 나오지 않는 그냥 검은 등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블랙라이트에 형광물질을 가까이 하면 형광물질이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장지나 속옷, 종이처럼 흰색이 선호되는 생활용품에 블랙라이트를 쪼이면 형광물질을 확인하기 쉽다. 가짜 지폐의 식별과 암석·보석을 구분할 때도 쓰인다. 하지만 블랙라이트는 강한 자외선이 방출되므로 눈으로 오랫동안 직접 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블랙라이트를 이용한 예술도 탄생했다. 체코 프라하의 볼거리 가운데 하나가 ‘블랙시어터’라는 마임극이다. 얼마 전 방영됐던 드라마에서도 배우들이 검은 옷을 입고 특수한 형광 안료를 바른 줄인형으로 공연하는 장면을 봤다. 여러 색의 형광 팬과 형광 색지를 이용하면 집에서도 간단한 가족 연극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김연숙 부평고 교사
  • [노대통령 TV신년연설] 청와대 밖서 첫 한밤 신년연설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책임 있는 자세로 미래를 대비합시다’란 제목의 TV 신년 연설이 처음인 만큼 무척이나 심혈을 기울였다. 주말인 지난 14일부터 연설 준비에 본격적으로 매달렸다는 후문이다. 다른 특별한 일정도 잡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 5시간 전인 오후 5시까지 연설 원고의 손질을 거듭했다.●TV 시청률이 가장 높은 저녁 시간대인 10시에 청와대가 아닌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을 연설 장소로 골랐다.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특히 백범 김구 선생의 건국 정신이 서려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연설장으로 검토됐으나 관람객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배제됐다.●초청된 공무원 100명과 직장인 42명, 주부 및 학생 50여명 등 각계각층의 국민 100여명은 노 대통령의 연설 도중에 10차례의 박수를 보냈다. 노 대통령은 그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례했다. 특히 사교육비 부분에서는 두 차례나 박수를 쳐 교육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또 일자리의 양극화 등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그래픽을 동원해 연설 내용의 이해를 도왔다.●노 대통령은 “정권과 언론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더 이상 유착관계가 없다.”고 언론과의 상황을 밝히면서도 언론에 대한 불만도 피력했다.8·31대책과 관련, 입으로는 찬성하면서도 실제로는 마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행동했다며 일부 언론과 정치권을 비판했다. 하지만 언론과의 창조적 협력관계를 제안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시론] 주거의 초고층화 문제있다/김세용 건국대 도시설계 교수

    [시론] 주거의 초고층화 문제있다/김세용 건국대 도시설계 교수

    전국이 초고층 건물 구상으로 난리이다. 서울은 물론이고 웬만한 도시에서는 50,60층 이상 되는 초고층 건물 짓기가 경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로 주거용 초고층 건물들이 구상중인데, 그 이유도 다양하다. 도시 토지이용의 효율화를 위해서, 부족한 주택난에 숨통을 트기 위해서, 도시의 새로운 상징으로 삼기 위해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등등. 처녀가 애를 낳은 것도 아닐진대, 다들 할 말이 많을 것이고 그럴듯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 도시는 지난 40여년간 급속하게 확대되어 왔다. 가파른 경제 개발과 더불어 진행된 도시화는 삶터의 팽창을 부추겼다. 당연히 키워드는 ‘빨리빨리, 크게크게’였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만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서구의 경우도 2차 세계대전 전후에 나타난 자동차의 대중화로 인하여 도시의 팽창과 도시 인구의 과밀화를 경험하였다. 그들도 그 시절엔 무지하게 빨리 짓고 부수고를 반복하였었다. 당연히 여러 도시 문제가 생겨났고 이에 대한 해결책도 몇 가지 제시되었다. 그중 하나가 1930년대에 르 코르뷔지에라는 프랑스 건축가가 선보였던 초고층의 복합용도 건물과 드넓은 오픈 스페이스를 갖는 도시 구상이다. 그의 생각은 자잘자잘 붙어사는 저층의 도시 주거는 어쩔 수 없이 녹지 공간의 감소를 가져오고, 자동차 시대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멋도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높은 건물 속에 주택, 사무실, 쇼핑공간 등을 몰아넣으면 남는 공간에 공원도 원활하게 확보되고 도로를 확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쾌하고 멋진 스카이라인이 창조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구상이 실천되지는 못하였지만, 많은 건축가들과 시민들의 머릿속에 그럴듯한 생각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그의 추종자들은 초고층의 복합용도건물을 세계 여러 도시에 짓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어찌할꼬. 이후의 연구에서 초고층주거 거주자에서 종종 나타나는 우울증과 저층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들의 어울림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르 코르뷔지에의 실험은 인기를 잃어갔다. 사람들이 하루의 삼분의 일 정도를 거주하는 오피스 건물은 여전히 고층으로 올라갔지만 주거공간은 더 이상 솟아오르지 않게 된 것이다. 하기는 인간이 10층 이상의 높이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게 된 것은 100년이 채 안 된다. 우리 몸속의 유전인자가 초고층에 적응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고, 초고층 주거에서 발생하는 몇몇 병리적 현상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자, 그런데, 우리는 다르다. 남들이 더 이상 안 하는 짓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하긴 남들이 안 한다고 우리까지 안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들이 아니니까. 더구나 남들이 못 하는 걸 우리는 그동안 잘 참아내고 이겨내지 않았던가. 최근에 몇몇 사람들이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에 대하여 거대한 건물 높이로 인한 도시 경관의 부조화를 지적하고, 한강 경관의 독점에 대한 부당성을 우려해도 그냥 넘길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들이다. 그깟 우울증은 맘 약한 사람이나 걸리는 거고, 도시 경관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도시의 경관 관리를 위하여 도시의 층고를 무조건 억누를 필요는 없다. 고층의 잘 디자인된 오피스 건물은 도시에 활력을 준다. 잘생긴 건물 하나는 열 나무 부럽지 않다. 도시를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사람들이 먹고 자는 주거는 그게 아니다. 이제는 물 건너 사람들은 왜 그렇게 하지 않나를 생각해 보자. 홍콩처럼 땅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면, 잠은 낮은 곳에서 자도록 하자. 주변 경관을 무시한 채 죽순처럼 솟고 있는 초고층주거들이 더 이상 우리 도시의 얼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세용 건국대 도시설계 교수
  • “국정원직원들 참 많이 변했다”

    “국정원직원들 참 많이 변했다”

    “혁신의 속도를 늦추면 끝장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협조 없이는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겠죠.”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 강의실. 화면에는 미국 영화 ‘스피드’가 한동안 비춰졌다. 폭발물이 설치된 버스에서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가 승객들과 힘을 합쳐 위기에서 벗어나는 대목이다. 주어진 과제는 ‘이 영화에서 혁신과 관련한 교훈을 찾아 보라.’는 것.40여명의 교육생들은 팀별로 난상토론을 벌인 뒤 각 분임이 찾아낸 교훈을 돌아가며 소개했다.3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층은 다양했지만 진지하게 참여하는 모습은 다르지 않았다. ‘음지에서 일하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17일 1박2일 일정으로 중앙공무원교육원에 들어갔다. 자타가 공인하던 ‘공무원 아닌 공무원’들이 사상 처음으로 공무원 교육에 참여해 ‘피교육생’으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공무원교육원 주변에서는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국정원 직원들은 외부교육기관에서 단체로 숙식을 하며 교육을 받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고 했다. 정보 기관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그만큼 국정원의 변화 욕구가 크다는 뜻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더해졌다. 실제로 이날 국정원 직원들의 난상토론에서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버리자.”“나부터 고치자.”“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혁신 위한 사상 첫 외부교육 이번 교육은 ‘국가정보원의 혁신 가속화를 위한 혁신리더 과정’. 다음달까지 모두 6차례로 나뉘어 진행된다. 김만복 기획조정실장 등 국정원 간부 300여명이 참석한다. 원장과 3명의 차장을 빼고는 모든 간부가 참여하는 셈이다. 지방에서도 빠짐 없이 올라온다. 혁신교육은 박명재 공무원교육원장이 지난해 국정원 강연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계기가 됐다. 불법감청 사건 등 최근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도 혁신 교육을 강화하는 배경이 됐다. 김만복 실장은 “그동안에는 보안상 외부 교육은 엄두도 못 냈지만 국정원이 불법감청을 자백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정한 만큼, 직접 혁신 교육에 참여할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선진 정보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욕구가 내부적으로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공무원교육원이 지난해 모두 60여차례 교육을 실시했지만 국정원은 어느 기관보다 참여도와 열정이 두드러진다.”고 소개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 혁신 체득 국정원 혁신교육은 ▲변화와 변화경영 사례 연구를 통한 ‘혁신 주도하기 ▲혁신과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연구와 참여를 통한 ‘혁신 창조하기’ 등의 주제로 진행된다. 동영상 위주의 강의와 토의, 실습 등으로 꾸며졌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서로가 초면이다. 명찰에 씌어진 이름도 가명이다. 일부 간부는 약속까지 취소하고 먼 길을 왔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담과 함께 레크리에이션까지 가미한 강의가 시작되자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교육 효과는 자연스레 높아졌다. 한 간부는 “오기 전에는 지루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강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면서 “유쾌한 분위기에서 혁신에 대해 자연스레 체득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간부는 “국정원이 10년 뒤에는 도태되지는 않을까하는 위기의식이 들면서 ‘왜 이전에는 혁신을 생각하지 못했을까.’하고 반성하곤 한다.”고 털어놓고는 “생활 속에서 조그만 것 하나라도 바꿔 나가는 것이 나와 조직, 그리고 우리 사회의 성과로 나타나지 않겠느냐.”면서 밝게 웃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2006 대학 정시모집 이색 합격자들] “셔틀콕 신화 재창조” 청각장애 선수들

    “기쁨이 반, 두려움이 반이지만 힘껏 부딪쳐 보겠습니다.” 청각장애 배드민턴 선수들이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경북 영주시의 동양대학교는 2007년 3월 장애인 배드민턴팀 창단을 앞두고 서울농학교 졸업반 신경덕(18) 강명중(18)군을 스포츠과학과 신입생으로 최종 합격시켰다고 15일 밝혔다. 국내 첫 장애인 배드민턴팀을 만들게 된 동양대 김태운 교수는 “장애인에게도 기회와 희망을 주기 위해 학교 측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창단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2009년 타이완 청각장애인올림픽을 목표로 최고의 선수로 키워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99년 서울농학교 6학년때 라켓을 잡은 신경덕 강명중군은 청각장애 선수 가운데 최고의 기량을 뽐낸다. 신군은 지난해 전국농아인체육대회 남자단식에서 우승했고, 강군은 남자복식 2위를 차지했다. 강군과 신군은 올해 개인전에만 출전할 예정이다. 농학교에서 이들을 지도했던 이보상 교사는 “들을 수 없어 기술적인 이해도가 떨어지지만, 운동에 대한 열정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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