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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환위기 그후 10년] 외환위기가 남긴 교훈·과제

    [외환위기 그후 10년] 외환위기가 남긴 교훈·과제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6·25 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으로 일컬어지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경제에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했다. 기업과 금융 부문의 구조조정으로 ‘대마불사’의 신화는 깨졌고 노동집약적 산업구조에 국내·외 자본과 기술이 접목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모든 게 ‘미완(未完)’으로 끝나 지금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성장 단계에서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양극화에만 몰두하는 것도 시장 경쟁을 저해시키는 요인이다. 노동의 유연성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정규직만 늘어 성장 동력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외환위기가 남긴 교훈과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미흡한 구조조정, 성장동력 떨어뜨려 외환위기를 1년만에 극복한 나라는 세계에서 거의 없다. 보통 2년 6개월은 걸린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과의 합의에 따라 추진된 각 부분의 구조조정은 시장 시스템을 경쟁체제로 전환시키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건전성 규제를 통해 주먹구구식이던 금융기관의 대출관행을 없앴고 부채비율 감축과 결합재무제표 도입 등으로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쟁력을 한 단계 높였다. 이 과정에서 부실 은행과 기업들이 정리됐고 샐러리맨의 신화를 창조했던 대우그룹은 해체됐다. 공기업 민영화도 가속화했고 외환자유화도 추진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투자적격으로 올라섰고 바닥이 드러났던 외환보유고도 1999년 6월 말 600억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추진력은 급속히 떨어졌다. 금융시장이 안정되기 시작한 99년 하반기부터는 청와대가 남북관계 개선에 더 관심을 보였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최흥식 원장은 “구조조정을 하다가 말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 경제가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면서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퇴출될 기업까지도 지원해 성장력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도 “지금이라도 기업과 서비스 분야의 구조조정은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양극화 부각 복지에 주안점 둬선 곤란 외환위기로 중산층이 무너진 것은 사실이다. 통계청의 조사에도 우리나라 가구주의 45.2%는 하류계층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3년전보다 2.8% 늘어난 것이다. 외환위기 이전 가구당 가처분 소득 증가율은 10.5%였으나 환란 이후에는 4%로 급락했다. 상위 20% 계층은 가처분 소득 증가율이 10.2%에서 4.5%로 떨어진 반면 하위 20% 계층은 10%에서 2.3%로 급락, 큰 차이를 보였다. 최흥식 원장은 “구조조정의 결과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고 외환위기가 기폭제가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양극화 문제는 경제 발전단계에서 늘 제기되는 과제”라고 말했다. 따라서 양극화 문제를 부각시켜 복지에만 정책의 주안점을 둬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우리의 성장 규모에 비춰 복지가 크게 낙후됐기 때문에 복지정책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지만 성장이 우선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시장의 경쟁시스템을 강화하는 데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박사는 “경제 주체들간 신뢰와 결합력이 약해지면서 정부정책을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창구지도나 주택담보대출 축소 등 과거와 같은 정책은 통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정책 추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는 시장 친화적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는 아직 성장에 배고픈 단계” LG경제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설비투자 부진을 꼽았다. 유형자산 증가율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에는 15.4%였는데 최근에는 1.8%로 뚝 떨어졌다는 것. 배상근 박사는 “우리 경제를 자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비교해서는 안 된다.”면서 “사실 우리 경제는 아직도 성장에 배고픈 단계”라고 말했다.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펴낸 ‘한국의 외환위기’라는 저서에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면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유아보육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노인에 대한 사회적 부양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백문일 기자 mip@seoul.co.kr
  • 노대통령, 정책기획위원 50명 새로 위촉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위원장 김병준)의 위원 95명과 함께한 오찬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론’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역사의 진보는 인간의 자유와 평등의 권리가 확산되고 권력이 보통사람들에게 나뉘어지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다음 과제는 자율적·창조적이며, 상호 헌신과 관용에 기초한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정책기획위의 신규 위원 50명에게 위촉장을 줬다. 신규 위원에는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황우석 사태’로 사퇴한 박기영 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 등이 들어 있다. 또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여성 헤드헌터 1호인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 등도 포함됐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SK號 신년 ‘3톱’ 체제로

    앞으로 ‘SK호(號)’는 누가 이끌까? SK그룹은 최근 단행한 인사를 통해 ‘투톱’이나 ‘스리톱’으로 갈 것임을 예고했다. 물론 주력기업인 SK텔레콤과 SK㈜ 최고경영자(CEO) 체제다. 여기에 신설 조직이 추가됐다. 핵심은 글로벌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우선 김신배(52) SKT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최태원 그룹 회장은 그에게 CEO라는 직함 외에 최고성장경영책임자(CGO)라는 직함을 하나 더 얹었다.CGO는 SK가 세계 최초로 만든 직제다. 김 사장이 책임을 지고 신규 성장을 이끌어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룹 관계자는 28일 “SKT는 신규 및 글로벌 사업 비중을 수년 내에 지금보다 3∼4배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 회장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유정준(44)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설 법인인 SKI 대표를 맡게 됐다. 유 부사장 기용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라는 의미다. 유 부사장은 최 회장의 의중을 잘 읽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부사장은 기획과 추진력에서 탁월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 회장의 신임도 아주 두텁다. SKI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쪽 사업을 총괄한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쪽도 중국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비중을 높여 가겠다는 게 SK그룹의 목표다. SKI는 주로 석유개발, 자원개발, 정유사업(원유 정제) 등 대규모 사업쪽에 손을 댄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이 주공략대상이다. SK㈜ 신헌철(61) 사장도 더욱 바빠지게 됐다. 최 회장은 중국사업을 신 사장이 직접 챙기도록 했다. 중국본부를 CEO 직속 조직으로 넘겼고 실무책임자도 교체했다. 중국본부장에 SK네트웍스 무역부문장을 담당했던 김영호 전무를 앉혔다. 이러니 중국사업의 성과가 대표이사의 성과와 직접 연결될 수밖에 없다. SKI가 만들어진 만큼 신 사장도 중국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SK는 이번 조직 개편과 신설을 통해 글로벌화의 선봉장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동시에 만만치 않은 책임도 지도록 했다. SK는 사임하거나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대표이사의 임기를 보장한다. 대개 3년이다. 실적이 좋지 않다고 바로 갈아치우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계획을 세워 일을 해나가는 데도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화에 그룹의 에너지를 모두 투입한 SK가 실적 여부와 관계 없이 이같은 ‘관행’을 계속 지켜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2006하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KT ‘메가패스’

    [2006하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KT ‘메가패스’

    2000년 6월 출시된 ‘메가패스´는 같은 해 9월 100만명, 2002년 400만명, 2004년 9월 600만명의 가입자를 돌파했다. ‘메가패스´는 고객과 더 가까워지고자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새롭게 전개하고 있는 TV 캠페인에도 나타나 있다. 올해 ‘메가패스´의 캠페인 주제는 속도가 아니다. 기존 ‘속도´라는 물성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시대의 문화창출을 주도하는 문화 생산자들과 친구 맺기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브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올 한 해 TV캠페인에 출연해온 기존 상업모델을 ‘홍보대사´로 전환하고 그들의 문화활동을 후원하고 있다. 이는 문화 전파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는 ‘메가패스´의 의지인 것이다.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52·끝) 에필로그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52·끝) 에필로그

    이것이 마지막 회의 글이다. 이미 1년이 경과했다. 그 동안 이 졸고들을 성실하게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올린다. 그리고 철학산책과 같은 칼럼을 기획해 주신 서울신문사에도 역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철학은 별로 대중성이 없는데, 이렇게 과감하게 신문 한쪽 지면을 할애한 것은 천학비재한 나에게 큰 짐이었고 동시에 행운이었다. 철학이 대상학이 아니고 사유학이라고 한다면(50회 글 참조), 서울신문사의 기획은 아마도 독자들에게 사유하는 철학의 맛을 알리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신문에 연재되는 철학적 글쓰기는 쉬우면서도 깊이가 우러나와 사색의 자료가 되어야 하는데, 나의 모자라는 재주로는 그런 복합적 요구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보려고 했으나, 평가는 독자들의 몫이겠다. ●철학공부는 전공 틀 벗어나 사유의 날개 펴야 내가 한 평생 철학공부에 매진해 오는 도중에 조금 깨달은 바가 있다. 한국의 일반적 철학의 풍토에 대한 자기 반성과 유사한 것이다. 철학은 과학과 달라서 전공의 벽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학은 대상학이기에 전공으로 세밀화될 수 있으나, 철학은 그렇게 공부해서 결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일반적 철학의 풍토가 너무 전공의 벽에 갇혀 사유의 날개를 펴지 못한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에 그 이름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철학자치고 좁은 전공의 벽에 갇혀 천착한 이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로 한국의 철학 풍토는 사유는 적게 하고, 개념적 지식을 쌓는 일을 능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지식은 과학지식처럼 실용성이 없어서 철학교실을 벗어나면 별로 여운을 남기지 못한다. 이것이 한국에서 철학의 소멸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셋째로 한국의 철학 풍토는 각자가 전공하는 그 영역의 이론을 중심으로 한국의 현실을 증발시키므로 늘 현재완료진행형인 한국의 역사적 업(業)은 은폐되고, 이론적 당위성만으로 한국현실을 재단하는 안이한 길을 간다. 불행히도 우리에게 늘 당위적 주장은 넘치도록 많으나, 우리의 운명적 업을 풀고 우리를 훨훨 자유스럽게 하는 철학적 지혜의 출현이 너무 아쉽다. 당위적 주장은 실제로 약이 안 된다. 우리를 행복하고 자유스럽게 하는 철학사상의 출현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괴이한 사설적(私說的) 처방전이 아니고, 한국의 역사적 운명 속에서 움텄으면서 그 운명으로부터의 해방을 인류의 깊은 지혜로 등록됨 직한 정신적 깊이를 지녀야 하겠다. 히말라야 고봉이 하루아침에 솟은 것이 아니고 점진적인 높이가 쌓여서 그렇게 되었듯이, 한국의 철학적 사유의 깊이도 그런 과정을 밟아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도 우리는 죽어서 다음 세대가 우리의 무덤 위에 높이 올라서게 하는 발판이 되어야 하겠다. 우리는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철학을 공부한다. 헤겔의 지적처럼 인간은 아픈 동물인지 모른다. 모든 철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두 가지의 종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지적되었다(50회 글 참조). 그 두 가지는 구성 철학과 해체 철학이다. 즉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도(道)는 구성과 해체의 두 가지 계열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왜 철학이 역사적으로 그렇게 다양한가? 그 까닭은 병을 낳는 시대적 역사적 인연들의 결합이 각각 다르게 출현하기 때문이다. 인연들의 결합이 제각기 다르더라도, 그 기본본질의 계열로 보면 단 두 가지가 있을 뿐이지만, 현실적으로 다양한 철학사상이 결합되어 나타난다. ●한국 철학의 業은 유교·순수주의 그래서 철학의 질병진단은 역사적 인연들을 무시하면 안 된다. 나는 인류가 그동안 너무 구성을 많이 축적해서 그 구성의 짐에 짓눌려 인류가 고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의 연재를 통하여 해체주의적 시각에서 철학적 산책을 걸어갔었다. 구성주의의 철학에서 보면, 내가 연재한 글들이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의 시대가 해체를 결행해야 할 그런 시절인연에 이르렀다고 믿는다. 더구나 한국의 역사적 업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이 무거운 업을 용해시켜 나가는 것이 한국철학의 길이라는 생각을 나는 한시라도 놓친 적이 없었다. 우리의 역사적 업보는 유교적 구성주의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는 유교시대를 살지도 않고, 그것이 생활의 희미한 흔적으로서만 남아있지만, 실로 우리의 집단무의식의 흐름에서 아직도 그것이 강력히 작용하고 있음을 나는 도처에서 느낀다. 유교적 구성주의의 업 가운데 나는 특히 대표적인 한국적 업이라고 여겨지는 순수주의를 예로 든다.‘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성낸 까마귀 흰빛을 새오나니/창파에 좋이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 누구나 다 아는 정몽주의 시조다. 순수성을 아끼고 찬양하는 의미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순수성의 가치가 우리의 무의식의 맥락에 연면히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윤동주의 ‘서시(序詩)’가 한국인이 가장 애송하는 시로 꼽히고, 서정주의 시 ‘동천(冬天)’도 한국적 서정의 순수함을 반영하기에 사람들에 의하여 널리 회자되고 있다. 순수함을 그토록 사랑하기에 한국문화는 잡된 것을 싫어하고 순정품을 고귀한 것으로 여긴다. 고려말기의 충신 우탁으로부터 조선 중기의 기생 송이에 이르기까지 150수의 시를 조사하면서, 순수성을 애착하는 시가 무려 50여수가 되는 것을 나는 보았다. 즉 이화/명월/광백/백월/광명/은한(銀寒)/고죽/청풍/창랑/시냇물/백로/백골/백운/매화/청산/풍월/청초/청운/은구(銀鉤)/연화/명주/송죽 등과 같이 깨끗하고 순수하고 절개를 지키는 의미를 상징하는 의미소들이 50여수의 시조를 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자기의 심신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순수성의 정신이 또한 역설적으로 매우 편협하고 배타적인 성향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닌다.20세기 프랑스의 의학철학자 캉길렘의 주장처럼 병은 정상적인 것의 부재나 고장이 아니고, 정상적인 생리의 과잉이나 과소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우리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순수성의 생리적 과잉이나 과소가 오히려 병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병은 저 순수성의 과잉에 기인하는 것 같다. 순수성의 과잉이 곧 흑백논리로 세상사를 재단하는 병이 된다. 순수성이 과잉적이면, 그 순수라는 원리적 가치에 사람들의 생각이 집착되어서 일체의 창조적 변용을 사람들이 잡된 것이라고 여기기 쉬워진다. 그래서 주어진 사상의 근본적 핵심에 사람들의 사고가 응결되어 버리면, 그것 이외에 다른 일체를 불순한 것으로 배척하는 생리가 또한 흐른다. 이런 교조적 순수를 지키려는 생리가 한국인의 사고방식에 근본주의적 사고방식(fundamentalism)을 뿌리내리게 하는 것 같다. 주자학이 한국에 유입되어도 근본주의적 주자학이 판을 치면서 주자학적 근본원리와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것을 이단으로 배척하는 사고방식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여 대단히 강력했다. 그래서 조선 유학사에서 양명학이나 순자학이 발붙일 여유가 없어졌고, 심지어 노장사상이나 불교는 공식적으로 완전히 추방되기에 이르렀다. 그것만이 아니다. 공산주의가 들어와도 일본공산당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서 가변적으로 융통성 있게 공산주의를 운영했었는데, 조선 공산당은 온전히 국제적 코민테른의 지시를 철칙으로 삼는 근본주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나는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도 근본주의적 태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민주주의의 불변적 정신을 살리면서 어떻게 가변적으로 유효하게 그 민주주의를 구체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애시당초부터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순수성을 훼손시키는 잡생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의 종교도 그런 근본주의의 요인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시대적 관습 새판짜기보다 수정 중요 한국만큼 종교를 근본적으로 바꾼 나라도 드물겠다. 불교국에서 유교국으로 조선시대에 바뀌더니, 지금에서는 기독교국으로 개변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보통 종교와 관습은 쉽게 바뀌지 않는데, 급변하게 종교가 바뀌었다는 것은 근본주의적 마음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구시대의 관습법도 완전히 뜯어고쳐야 직성이 풀리는 급진성을 노출하고 있는 것 같다. 근본주의와 성질 급한 급진주의는 같이 간다. 종교나 관습이 시대의 요구에 미흡한 점이 있으면, 구체적으로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수정하면 될 일을 근본적으로 새판을 짜려고 한다. 이것은 정당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한국처럼 정당이 시시각각 부침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우리의 정신문화는 이 근본주의적 요구 때문에 늘 외국 선진국의 수준에 기준을 둔 당위의 주장들로 채워져 있을 뿐, 이 땅의 사실과 운명에 따른 구체적 진단으로 병에 따른 약이 되는 사실적 처방과 상응하는 식견과 지혜가 움틀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신문화적으로 어떤 사상이 우리의 정신풍토의 병을 치유하는 약이 되는지 심사숙고하는 자기소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떤 사상이라도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는 오랜 숙고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상이 다 공허한 당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정신문화는 ‘유마경’에 나오는 ‘응병여약(應病與藥·병 따라 약을 줌)’의 철학을 견지해야 하겠다. 추상적 원론이 쉽게 흑백논리를 부르고, 그것이 우리의 급진적 급한 성격과 우리의 잠재적인 광기와 만나면, 미증유의 단순 소박한 추상적 구호가 광풍의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키면서 온 나라를 단순 무식하게 만들어 버릴 위험성을 띤다. 거기서 깊은 사유와 구체적 처방의 창의가 죽어버린다. 하이데거가 역사를 공동존재로서 민족에게 파송된 ‘공동운명’(common destiny)이라고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지식 아닌 유산을 깨닫는 것 역사는 각 민족의 공동업의 존재양식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역사의 반성은 각 민족의 공동마음의 생리와 병리를 읽는 순간이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지식이 아니라, 현재완료진행형으로 살아 있는 과거의 유산을 깨닫는 것이다. 그 공동운명으로서의 업이 곧 생리와 병리다. 생리와 병리는 분리되어 있지 않고, 생리 즉 병리다. 생리의 다과(多寡)가 곧 병리를 불러온다는 캉길렘의 지적을 잊지 말자. 역사의 치유는 과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우리에게 지나치고 모자라는가를 아는 자각에서 이루어진다. 그동안 우리는 한편으로 지나치게 과격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 지나치게 모자랐다. 이것을 뼈저리게 깨닫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세종로 중앙에 ‘광화문 광장’

    세종로 중앙에 ‘광화문 광장’

    세종로 한가운데에 길이 500m, 폭 27m의 ‘광화문 광장’이 들어선다. 서울 도심에 또 하나의 대형 휴식공간이 만들어지고, 숭례문에서 경복궁에 이르는 보행로가 조성된다. 서울시는 2008년 8월 완공을 목표로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계획안’을 확정,27일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개월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광화문광장 조성계획을 확정했다.”면서 “보행자 중심의 도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도시로 만드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조성안을 3개안으로 압축해 제시했다.▲세종로 양쪽에 만드는 ‘양측배치안’ ▲세종로 중앙에 꾸미는 ‘중앙배치안’ ▲세종문화회관쪽에 배치하는 ‘편측배치안’이다. 지난 10월부터 일반 및 인터넷여론, 시민단체, 전문학회 등 1만 24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앙안이 44.4%로, 양측안(25.9%)이나 편측안(29.7%)보다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후 시의원, 시민단체, 도시계획 전문가 등 24명으로 구성된 도심재창조시민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중앙배치안을 확정했다. 명칭에 대해서는 ‘세종광장’‘광화문마당’‘시민열린마당’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으나 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담은 ‘광화문광장’으로 결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다 이순신장군 동상부터 광화문삼거리까지 길이 500m, 폭 27m정도의 녹지대를 만든다. 기존의 중앙분리대보다 4.5배 폭이 넓어졌다. 기존의 왕복 16차선 도로는 10차로(각 5차로)로 줄어든다. ‘광화문’의 상징물인 이순신장군 동상은 존치하되 대신 덕수궁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을 광화문광장으로 옮겨 세종문화회관과 정통부 청사 사이에 설치할 예정이다. ●교통문제는 서울시는 세종로 차로가 6개 차로 줄어들면 체감교통지체도는 현재보다 60%정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세종로로 집중되는 차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세종로사거리에서 종로와 서대문사거리 방향으로 가는 좌회전 신호를 만드는 등 차량 우회 대책을 마련 중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지금 경기도에선] 의약품 온라인 나누기 ‘팜뱅크’

    [지금 경기도에선] 의약품 온라인 나누기 ‘팜뱅크’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영양제 잘 받았습니다. 늘 그랬듯이 보내주신 귀한 사랑 너무 감사합니다.”“의약품을 받아가는 분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저희를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보람은 보내준 의약품을 값지게 사용할 때입니다.”경기도내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의약품 나눔사업이 세밑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저소득계층과 노인, 노숙인, 외국인 노동자 등 의료취약계층에게 의약품을 무료로 나눠 주는 창구는 팜뱅크(pharmbank.gg.go.kr)다. 팜뱅크는 약국이나 제약회사가 잉여 의약품을 인터넷상에서 기탁하면 이를 필요로 하는 사회복지시설이나 국내외 의료봉사단 등에 의약품을 배송해 주는 의약품 공급 정보망이다. 2004년 12월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도입 동기는 그해 4월 북한에서 발생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 경기도는 북한동포들을 위해 도비로 의료지원에 필요한 필수 의약품을 구입, 지원했는데 이 때 제약 및 의료계 관계자들로부터 잉여 의약품을 활용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사실 의약분업 이후 제약회사나 약국에서는 재고의약품이 증가해 폐기처분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도는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의료취약계층을 돕는 사업을 모색하던 중 팜뱅크란 아이디어를 찾게 됐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 제약업계의 40%, 약국의 20%가 몰려 있어 잉여의약품 확보가 쉬웠다. 의약품 기탁과 전달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제약회사나 약국에서 기탁하고 싶은 의약품의 목록과 물량을 팜뱅크 홈페이지에 올려 놓으면 수요자들이 이를 보고 필요한 품목을 신청한다. 경기도 팜뱅크 담당자는 공급 및 수요 물량을 따져 적절하게 배분한 뒤 매월 넷째주 화요일 배분 현황을 홈페이지에 띄운다. 이어 배송업체를 통해 제약회사 등을 방문, 의약품을 수거해 보건소를 통해 신청자에게 전달한다. 기탁자들은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기탁한 의약품이 언제 어느 시설에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팜뱅크를 통해 제공되는 의약품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소중하게 쓰여진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2동 해관보육원 원생들은 팜뱅크에서 보낸 의약품이 도착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소속된 원생은 모두 116명으로, 영양제 등 약값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금희(35) 간호사는 “충분한 영양공급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영양제를 1년내내 먹일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면서 “건강검진에서 빈혈이 있다고 진단 받은 아이들이 있으면 팜뱅크에 빈혈약을 신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화제, 지사제, 거즈밴드 등도 소중하게 쓰이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무료진료활동을 펴고 있는 안양의 샘안양병원도 팜뱅크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매주 첫째, 셋째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내과·외과·한방과·치과에서 무료진료활동을 펴고 있다. 하루 40∼50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찾는다. 이 병원 사회복지사 황설아(26)씨는 “병원을 방문하는 외국인 노동자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등 제3세계 의료선교활동에도 팜뱅크에서 보내준 의약품을 쓰고 있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2년째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상신리 (주)드림파마는 매달 500여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팜뱅크에 올려 놓는다. 종류도 영양제, 소화제, 항생제 등 15가지 품목에 달한다. 이 회사 백성진(33) 대리는 “처음에는 잉여의약품 위주로 기탁했지만 요즘에는 생산한 지 1년도 안되는 다양한 제품을 올려 놓는다.”면서 “팜뱅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42곳의 제약회사와 약국이 의약품을 기탁하고 있으며 190곳의 사회복지시설과 의료자원봉사단 등에서 이를 제공받고 있다. 팜뱅크를 통한 의약품 지원량은 10월말 현재 12만 4735갑으로 12억 9200만원에 달한다. 이 중 3만 2086갑, 3억 9500만원 상당의 의약품이 해외의료지원봉사단에 보내졌다. 경기도가 농업기술을 지도해 주고 있는 북한의 평양 당곡리에도 5500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지원했다. 의약품을 기탁하는 제약회사나 약국 등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까지 주고 있다. 경기도 보건위생과 왕영애 의약업무담당은 “팜뱅크는 남는 의약품을 활용한다는 차원을 넘어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돕고 자원봉사활동의 저변을 넓혀 준다는 1석3조의 효과가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의료·약화사고 걱정마세요 ‘인터넷상에서 의약품을 주고 받을 경우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을까. 만일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엉뚱한 의약품이 제공돼 의료·약화사고가 발생한다면’ 의약품나눔 사업인 팜뱅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게 경기도측의 설명이다. 우선 의약품은 유통기한이 6개월에서 1년 이상 남은 것만 기탁받는다. 인터넷 상에 올려지는 기탁의약품은 반드시 제조번호, 유통기간 등을 기록하도록 했다. 냉장 및 차광보존 등 안정성 확보가 요구되는 의약품을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수거 및 배송과정에서 이를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으며 혹시라고 발생할 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 배상책임보험에도 가입했다. 특히 온라인에서 나눔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홈페이지 수요자 등록을 하기전에 보건소 확인을 통해 고유 ID를 부여받도록 했다. 의약품 수거는 배송전문업체에서 맡고 있지만 수요자에게 전달할 때는 반드시 보건소를 거치도록 했다. 보건소는 인터넷을 통해 수요자가 신청한 의약품이 맞는지 확인한 후 직원을 해당 시설이나 기관에 보내 직접 전달한다.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때는 처방전이 없는 만큼 촉탁 의사의 지시에 따라 투여토록 하고 있다. 경기도 보건위생정책과 이은영씨는 “이처럼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해놨기 때문에 지금까지 작은 사고 한 번 없었다.”며 “그래도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모든 시스템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윤성균 경기도 복지건강국장 “건강 나눔 문화 사업 전국 확대” “팜뱅크는 주민들을 위해 공공기관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고 어떤 서비스를 창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윤성균 경기도 복지건강국장은 “이 사업은 의약품 기탁자나 수요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모두가 건강하게 사는 ‘건강 나눔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 시설에서는 약품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제약회사에서는 재고로 쌓인 약을 폐기 처분하는 데 해마다 엄청난 비용을 들인다고 합니다.” 윤 국장은 “의약품은 산업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재고량을 사전에 예측해 팜뱅크에 기탁하면 의료취약계층을 돕는 나눔사업에 참여하게 될 뿐 아니라 처리비용을 절감하고, 소득공제 등의 혜택도 얻게된다.”고 말했다. 팜뱅크 사업은 이런 공익적 효과 때문에 ‘2006 지방행정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또 행정자치부로부터 지방행정 혁신 브랜드 사업으로 선정돼, 지난해 8000만원, 올해 5000만원 등 모두 1억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개선할 점도 있다. “사실 팜뱅크 사업이 공급자 위주로 운영되는 문제점은 있습니다. 제약업체에서 재고가 예상되는 품목을 올리고 이를 본 수요자들이 신청하는 방식이지요.”윤 국장은 따라서 “앞으로는 시회복지시설이나 의료봉사활동 단체에서 필요한 의약품을 인터넷에 올리면 제약회사에서 이를 공급해 주는 수요자위주의 운영시스템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2008년 서울에 문여는 유엔평화대학](中)코스타리카 본교 가 봤더니

    [2008년 서울에 문여는 유엔평화대학](中)코스타리카 본교 가 봤더니

    “중국 정부의 ‘파룬궁’ 박해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여성 박해, 인도 ‘불가촉천민’ 문제 등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지난 2일 오후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에 있는 유엔평화대학(UPEACE·University for Peace).‘마키아벨리 군주론’ 강의가 한창인 1층 강의실에서는 ‘국제법·인권학’을 전공하는 20여명의 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NGO들의 활동에 대해 “비폭력적인 방법을 고수해야 한다.”,“권위주의 정권의 폭력적인 탄압에 맞대응해야 한다.”며 다소 엇갈린 주장을 폈지만 각국의 사례를 들어가며 진지하게 토론했다. 수업은 3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세계를 바꾸는 기회를 창조하는 곳 90만여평의 넓은 숲에 자리잡은 아담한 캠퍼스는 산호세 시내를 내려보고 있다. 조용한 캠퍼스에서 열대 지역의 뜨거운 햇볕만이 유일한 방해자다. 줄리아 마르통 르페브르 총장의 안내를 받으며 돌아본 교정 곳곳에서는 자유와 평화를 만날 수 있다. 평화를 상징하는 유엔 로고와 ‘세계를 바꾸는 기회를 창조하는 곳’이라는 학교의 문구들이 눈길을 끈다. 교정 앞 잔디밭에는 UPEACE 헌장에 가입한 미국과 독일, 캐나다, 스웨덴, 네덜란드, 일본, 스위스 등 36개국의 깃발이 휘날렸다. 한국은 아직 헌장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태극기는 볼 수 없었다. 또 구석구석에는 UPEACE 설립과 국제 평화에 기여한 인물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의 기념 식수와 노벨 평화상을 받은 로드리고 카라조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 등의 흉상이 있다. ●유엔 헌장 정신·이념 따라 인재양성 UPEACE는 유엔 헌장의 정신과 이념에 따라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현재 ‘환경·평화·안보학과’,‘양성평등·평화연구학과’,‘평화·갈등연구학과’,‘국제법·인권학과’ 등 4개 학과 9개 전공 분야에서 69개국에서 온 137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학위증에는 유엔의 로고와 유엔 총회의 인증표시가 들어간다. UPEACE의 석사학위 과정은 1년. 학위를 받으려면 40학점(전공 32학점, 독립연구학점 8학점)을 따야 한다. 매년 8월말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해 공통과목을 수강한 뒤 12월까지 첫 학기가 시작된다. 이어 다음해 1∼5월까지 두번째 학기가 진행되며,6∼7월 논문을 제출하면 졸업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하루 100쪽이 넘는 관련 논문 자료를 분석하고, 토론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비영어권 학생들은 학위 취득에 2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교수진은 20여명의 상주교수 외에도 많은 방문 교수가 ‘맨투맨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한다. ●졸업생들간의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 UPEACE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유엔 학위기관으로 학생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온 졸업생들간의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도 장점이다. 재학생들은 상당수가 국제기구, 국제 NGO, 각국 정부기관에서 근무한 사람들로, 대부분 해당국가 및 로터리 클럽 등 해외 유수 장학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있다. 전체 대학예산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3%도 안 될 정도로 공익성이 강하다. 내년 미디어·갈등·평화연구 학과에 입학할 예정인 캐나다인 지니 콜린스(여) 기자는 “평화와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전세계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 입학을 결정했다.”면서 “졸업 뒤에 개발도상국가의 인권과 갈등 문제에 대해 심층적인 보도를 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파키스탄인 사라 사드 칸(여·양성평등·평화구축 전공)은 “파키스탄에서는 사귈 수 없었던 다양한 국가 학생들과 양성 평등 및 국제 평화 문제에 대해 맘껏 토론을 벌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미국인 벤저민 헤스(국제평화연구 전공)는 “지난 1년 동안 40여개국에서 온 학생들과 공부를 하고 토론을 벌이며 각국의 문화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었다.”면서 “졸업후 워싱턴 DC에 있는 ‘이주노동자 기회균등 프로그램 협회’에서 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산호세(코스타리카) 조현석특파원 hyun68@seoul.co.kr ■ 유일한 한국인 재학생 정연걸씨 “졸업후 국제적 네트워크 형성 큰 장점” “함께 공부하는 동기 중에는 미국 국무부 출신도 있고, 이라크 장군 출신도 있습니다. 수업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친해져 졸업후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죠.” 코스타리카 유엔평화대학(UPEACE)에 재학 중인 유일한 한국인인 정연걸(43·국가인권위원회 국제협력담당관실 직원)씨는 UPEACE의 장점으로 ‘국제적인 네트워크 형성’을 꼽았다. 재학생의 상당수가 유엔 등 국제기구 경험자이거나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지만 아직 국제무대에서는 경제력에 걸맞은 역할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국제기구 진출 등을 개인적인 능력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안타깝습니다.UPEACE 아시아·태평양센터의 서울 유치는 한국 젊은이들의 국제무대 진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봅니다.” 정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근무하던 중 중앙인사위원회 주관 공무원국비훈련생으로 지난해부터 이 학교에서 국제평화학과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학비만 정부에서 지원받았을 뿐 혼자의 힘으로 UPEACE를 찾아내고 입학 허가를 받았다. 그는 UPEACE 서울 유치에 대해 “UPEACE 측에서는 그동안 소홀히 했던 동북아시아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한국 측에서는 이 대학을 통해 국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문화적 우수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UPEACE는 세계 각국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평화, 인권, 환경에 대해 토론을 벌여 수업 자체가 하나의 자그마한 유엔에 비견될 수 있을 정도”라면서 “졸업생들 간에는 강한 유대감과 연대성이 형성돼 서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산호세(코스타리카) 조현석특파원 hyun68@seoul.co.kr
  • “세계적 학자 초빙… 산·학협력 강화”

    고려대 이필상(59) 16대 총장이 21일 김정배·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과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정창영 연세대 총장 등 교내외 인사와 재학생, 졸업생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4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이 총장은 교내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식과 정보의 시대를 맞아 창조적 지식 생산자로서 요구되는 대학의 역할에 부응하기 위해 세계적 학자를 초빙하고, 최고의 연구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산학협력을 통해 협동연구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형 자유, 정의, 진리의 기치를 높이 들고 대학 발전에 몸과 마음을 바쳐 고려대가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발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21년 만에 비(非)고려대 출신으로 총장에 선출돼 화제가 됐던 이 총장은 1972년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82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해 왔다. 한편 취임식장 앞에서는 올 4월 이 학교 학생 7명에게 내려진 ‘출교’조치에 반대하는 학생 60여명이 이 총장에게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州官放火 주관방화

    송나라 때 전등(田登)이라는 이름을 가진 악명 높은 주관(州官:지방의 장관)이 있었다. 그는 백성들이 자기 이름을 부르지도 쓰지도 못하게 하는 등 안하무인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과 발음이 같은 등(燈) 자도 입에 올리지 못하게 해 사람들은 점등(點燈)이라는 말 대신 점화(點火)라는 말을 쓸 정도였다. 관아에서 상원(上元, 음력 정월 보름날)에 꽃등을 켜도록 하는 포고문을 작성할 때도 전등이 다스리는 고을에선 등불을 켠다는 방등(放燈)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고 불을 놓는다는 방화(放火)라는 말을 썼다. 송대의 시인 육유(陸游)가 엮은 ‘노학암필기(老學庵筆記)’에 나오는 이야기로, 주관방화(州官放火)는 관리나 상급자의 전횡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경찰의 음주운전 측정을 거부하며 실랑이를 벌인 중국 외교관의 반(反)외교적 작태가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이 문제의 외교관은 면책특권을 내세우며 차창조차 열지 않은 채 8시간 반을 버텼다고 한다. 유엔 빈 협약은 외교관의 면책특권과 함께 ‘접수국의 법령을 존중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외교관일지라도 경찰의 음주측정에 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소한 일이라 할지 모르지만 외교부의 저자세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외교부는 주한중국대사관과 ‘외교 협상’을 통해 운전자의 신원을 간접 확인했다. 하지만 음주 측정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니 일각에선 이 외교관 같지 않은 외교관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목해 추방하라는 격렬한 반응도 나오는 것 아닌가. 오만한 중화(中華)제국주의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jmkim@seoul.co.kr
  • 겨울방학 스스로 학습법 올가이드

    겨울방학 스스로 학습법 올가이드

    이번 주말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한 해 중 가장 긴 여유시간이 주어진 데다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는 준비 기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상급 학년이나 학교에 가서 고전하기 십상이다. 후회하지 않는 겨울방학 나기를 위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나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 초등학생 과거 초등학생이라면 겨울방학은 으레 외갓집이나 친척집에 가서 형·누나들과 신나게 놀곤 했다. 학교가 끝나면 숙제나 하고 사교육은 피아노나 주산학원을 다니던 시절 얘기다. 지금 초등학생들은 뒤처진 영어 공부와 독서를 통해 실력을 만회할 기회로 방학을 활용해야 한다.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지 않으려는 ‘사투’도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시간표부터 짜놓고 임하지 않으면 겨울방학도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박영순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초등학생들의 겨울방학에 가장 중요한 5계명(誡命)을 제시했다. ●규칙적인 생활 통한 건강관리 언뜻 쉬워 보이지만 이것만 잘 실천해도 나머지 공부나 특기활동은 다 따라온다. 특히 기상·취침 시간을 평소처럼 잘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평소에 부족했던 과목 보충 누누이 말하지만 지나친 선행학습보다는 자신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과목을 중심으로 따라잡는 것이 효율적이다. 꼭 앞당겨 공부하고 싶다면 상급 학년 교과서를 단원별로 한번씩 훑어 보는 것으로 족하다. 굳이 학습에 투자하고 싶다면 다양한 책 읽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식을 접하는 것이 어떨까. ●계획적인 독서습관 무작정 읽기보다는 나름의 계획을 세워 동기를 유발할 필요가 있다. 독후감이나 독서일기를 병행하면 읽은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은 시간이 비교적 많은 초등학교 시절이 아니면 나중에 익히기 무척 힘들다. 특히 최근에 중요해진 논술과 관련, 박 장학사는 “주입식 독서논술 학원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면서 “차라리 권위자들이 쓴 교과서를 다시 읽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시와 설명문, 논설문 등 문학 장르를 고루 갖춘 교과서를 읽다 보면 글 쓰는 자질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문을 탐독하는 것도 방학 때 꼭 해볼 일이다. 정보도 얻고 세련되고 간결한 기사체의 글을 통해 작문 실력도 가다듬어 볼 수 있다. ●자신만의 특기 키우기 방학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 평소에 충분히 살리지 못한 ‘끼와 재능’을 닦는 것도 아직은 입시에서 벗어난 초등학생만의 특권이다. ●가족들과 화목한 시간 그리고 봉사활동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캠프에 참여하는 것은 평소 학교에서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안겨 준다. 서울교육포털(www.ssem.or.kr)에 가면 체험활동 장소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복병은 컴퓨터 게임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들의 온라인 게임을 무조건 못하게 말리기보다는 시간을 정해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또 방학이 되면 불건전한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경우가 부쩍 느는데 유해 사이트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중·고생 중·고등학생이 되면 아무래도 방학 때라도 마냥 놀기는 어렵다. 꼭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스스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표를 짜는 등 공부가 주된 활동이 될 수밖에 없다. 공부라고 다 같은 공부가 아니다. 겨울방학을 활용하는 데 실패한 학생들에게는 크게 세 가지 공통의 이유가 있다고 에듀플렉스 고승재 대표는 지적한다. 첫째, 목표가 없다는 점이다. 막연히 다음 학기 선행학습이나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명확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지내다 보면 십중팔구 중간에 흐지부지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나친 욕심이다. 고학년 내용을 욕심 부려서 무리하게 빠른 진도로 어설프게 공부하면 신학기가 되어도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셋째는 낮은 효율과 시간 활용 때문이다. 늦잠을 자고 빈둥거리며 황금 같은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 보내서는 역전의 기회가 올 수 없다. ●“공부에도 방법이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할 방안으로 고 대표는 두 가지 제안을 했다. 먼저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하자는 것이다. 대한민국 상위 0.1%의 학생과 보통 학생의 차이는 방학 중에 하루 5∼10시간의 자기 공부 시간을 갖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보통의 학생은 2시간 정도만 ‘자기 학습’에 할애한다. 겨울방학 때 확보 가능한 시간을 계산해 보자. 최대 12시간쯤 나올 것이다. 학기 중에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야 4시간이다.4시간씩 넉 달 하는 것보다 12시간씩 두 달 하는 것이 1.5배 더 많이 할 수 있다.‘역전’은 여기서 발생한다. 고3으로 올라가는 자신의 성적이 많이 처져 있다면 쉽게 낙담하지 말고 겨울방학을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는 올바른 공부법이다. 알맞은 목표량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학 중 헛공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원이나 동영상 강의를 이용한다고 해도 스스로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강의를 듣는 시간의 최소 3배는 투입해야 한다. 제대로 복습하지 않고 가방만 들고 다닌다면 시간과 돈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리하게 진도를 빼려는 학원들의 커리큘럼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 길러야 이범 그래텍 총괄이사가 늘 강조하는 것도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을 기르는 문제다. 예비 고1의 경우 학원종합반에 등록해 다니는 일이 많은데 전과목을 학원에 의존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취약 과목을 일부 학원에서 듣고 나머지는 인터넷, 방송 등을 활용해 스스로 보강하는 것이 시간의 효율적 관리나 중복 학습을 피하는 데도 바람직하다. 한때 서울 강남구 대치동 ‘스타강사’였던 이 이사는 특히 논술학원과 관련,“절대 대치동에 올 필요 없다.”고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논술 불똥이 발등에 떨어진 예비 고3의 경우 직접 글을 써 보고 필요하면 첨삭 지도를 받아야지, 강의 위주의 논술학원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술용 책읽기의 함정 논술과 관련해 새삼 독서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즘이지만 ‘독서 논술’이나 ‘논술 독서’ 이런 말에 눈살을 찌푸리는 선생님들도 있다.‘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책따세)의 허병두 숭문고 교사는 “시험을 위한 책읽기는 그냥 교과서의 확장에 불과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책을 읽으면서 입시하고만 연관지어 자꾸 답을 찾으려 한다면 창조적 사고의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호기심을 키우면서 문제 의식을 갖고 자기 삶과 연결해 읽어야 진정 논술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책과 함께 정서를 살찌우는 체험학습을 병행해야 산지식이 쌓인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문화유적을 찾아 교양을 연마하는 데도 더없이 좋은 시간이 겨울방학이다. 이 시기에는 교우 관계가 중요한데 특히 방학 때 어울려 다니다가 ‘사고 치는’ 예가 많다. 사복을 입었다고 학기 중보다 느슨해지기 쉬운 게 방학이다. 서울시교육청 김수득 장학사는 “방학 중에 교사들이 권역을 나눠 유흥업소 등에 순찰을 다닌다는 사실을 유념해 두라.”고 귀띔했다. 고민이 있는데 선생님이 곁에 없다면 1588-7179(친한친구) 학생고충 상담전화가 열려 있다는 점도 알아 두자.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몸도 튼튼 공부도 튼튼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겨울방학 기간에 학교별로 무료 스포츠교실을 운영한다. 방학 중 신체를 단련하고 이웃 학교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운동부를 육성하는 학교 입장에서는 우수한 신인 선수를 조기에 발굴하려는 목적도 있다. 동계 스포츠교실을 운영하는 서울시내 초·중학교 체육특기학교는 171개교로 모두 30종목에 2974명을 신청받는다. 학생들은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학교에서 관련 운동부가 없었다면 이번 방학을 꼭 이용해 보자.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은 해당 학교를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22∼28일에 신청하면 된다. 각 학교의 스포츠교실 운영 현황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www.sen.go.kr)의 공개자료실이나 서울신문 홈페이지(www.seoul.co.kr)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2006동계방학중스포츠교실운영학교현황 바로가기 [통합교과논술 대비 이렇게] (끝) 과학논술, 일상에서 시작하기 ●과학논술은 로또가 아니다 ●과학적 소양을 길러라 ●부침개 부치듯 뒤집어 보라 ●숲을 보는 안목을 길러라 ●버리려면 과감히 차버려라 최근 들어 어떻게 준비하면 과학논술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일반논술 준비도 만만찮은 상황에서 과학논술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도 과학논술을 실시한 대학이 여럿 있었지만 내년부터 주요 대학들이 통합교과형 논술을 수시모집뿐만 아니라 정시모집에서도 실시할 예정이어서 효과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과학논술은 기본적으로 과학적 현상에 대한 분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고전논술과 차이가 있다.‘연어의 회귀와 관련된 제시문들을 주고 연어가 어떻게 그 먼 길을 헤매지 않고 제대로 회귀하는가에 대해 답하라.’는 식이다. 논술문 작성법도 알아야 하고, 과학적 원리를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하므로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과학논술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면 평소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분명해진다.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1. 과학논술은 로또가 아니다-뿌리가 튼튼해야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설령 자신이 예상한 문제가 그대로 나왔더라도 기초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답안이 엉성할 수밖에 없다. 과학논술도 기본 교육과정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준비 방법이다. 과학논술이 내신이나 수학능력시험과 형식면에서는 다르지만 평가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세포는 왜 작을까, 운동량 보존의 원리가 활용되는 사례는 무엇인가, 과학 실험에서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에너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등은 여러 형태의 과학평가에서 공통적으로 출제된 문제다. 2. 과학적 소양을 길러라-마법의 ‘쓰레받기’는 없다. 한 과학 교양서적에 ‘왜 하필이면 마법의 빗자루일까.’라는 글이 있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현상에는 분명 그 속에 보편 타당성이 내재돼 있다. 논술은 기본적으로 답안 구성에 필요한 원리가 과학교과서에 있어야 하므로 문제에 등장하는 소재(주로 자연 현상)는 교과서 밖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화나 소설 등에서 자주 보는 현상일수록 당연히 여기지 말고 관련 원리가 교과서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 두는 것이 좋다. ‘콜라를 마셔도 죽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보라.’는 질문을 받으면 아마도 ‘그럼 마시고 죽으라고 콜라를 만들겠는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콜라의 여러 화학적 성질 가운데 인체에 해를 끼칠 만한 것이 무엇일까, 콜라가 우리 몸 속으로 들어가면 어떤 화학적 반응을 일으킬까를 교과서 원리를 활용해 분석한다면 출제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답을 쓸 수 있다. 3. 부침개 부치듯 뒤집어 보라-비판적 사고력 평가는 모든 논술의 공통요구다. ‘오존처럼 존재 위치나 사용처에 따라 그 역할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다른 물질의 예를 들고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시오.’라는 문제를 받으면, 특정한 물체들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물질이나 현상들은 모두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사물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기 때문에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로울 수도, 해로울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나노기술의 발전이 세상을 별천지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지만 너무 미세해진 물질들이 대기를 오염시켜 현대인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기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학논술도 수험생의 비판적인 사고력을 기본적으로 평가하므로 평소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4. 숲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라-교과원리 연결형 문제는 단골손님이다. 통합교과형 논술의 특성상 특정 과목 내의 단일 개념이나 원리만으로는 답하기 어려운 현상을 소재로 삼은 문항이 주로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른 형식의 학습평가와 달리 논술은 한두 개의 소수 문항으로 수험생을 다면적으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코끼리를 단지 크기를 축소시켜 개미처럼 만든다면 생존할 수 있을까?’ 얼핏 보면 개미도 웃을 질문이다. 그러나 이 물음에 대한 답과, 거미가 벽을 기어 다니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영화에 등장하는 스파이드맨이 벽위를 기어 다니면 분명 화면이 합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같다는 사실을 연결지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학논술의 개별원리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보다는 그들을 연결지어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한다. 5. 이왕 버리려면 과감히 차버려라-관성적 사고를 버려야 당당히 주장할 수 있다. ‘운송용 배가 획기적으로 발전한 원리가 무엇인가?’ 배는 당연히 나무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철로 만든 사례를 설명하는 제시문이 함께 주어졌던 문항이다. 나무가 아닌 철을 이용해 배를 만들자고 처음 주장했을 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배를 나무로만 만들어야 하는 101가지 이유를 외쳤을 것이다. 비행기의 발전 과정도 비슷했다. 프로펠러 비행기가 음속 이상으로 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프로펠러의 성능 개선에만 집착했다면 초음속 비행기는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과학기술의 발전사에서 한 획을 그은 사례들에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학자다운 자세가 여실히 드러난다. 과학논술은 과학자들이 학생들에게 직접적이고도 종합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형식이므로, 평소 학자들의 영혼, 그들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정록 강사 메가스터디 유레카논술팀
  • [베리타스·한국법학교육원과 함께하는 PAST 실전강좌] 언어논리영역(독해)

    1. 제시문에 나타난 필자의 견해로 옳지 못한 것을 모두 고르시오. 그러나 일관되게 새로운 철학의 영역에서 노작하는 사람들은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들은 플라톤이 그러했던 것처럼, 또는 칸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비역사적이다. 왜냐하면, 철학의 지나간 시기의 대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지금의 대상에만 흥미가 있을 뿐이고, 이전 시대와의 관계에 흥미는 없다. 나는 철학사를 경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그것이 역사요, 철학이 아님을 기억해야만 하겠다. 모든 역사적인 탐구처럼, 그것은 과학적인 방법과 심리적 내지는 사회학적인 설명을 가지고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러나 철학사는 진리의 집합물로서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 전통적인 철학에는 진리보다도 오류가 많다. 그러므로 오직 비판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만이 유능한 역사가가 될 수 있다. 과거 철학의 찬양 및 제각기 그것 자신에 있어서는 옳은 지혜의 몹시도 많은 표현으로서의 각종 체계의 제시는, 현세대의 철학적인 잠재력을 음해했다. 그것은 학생에게 철학적인 상대주의를 채택하게 하고, 철학적인 견해만이 있고, 철학적인 진리는 없다고 믿게 했다. 과학적인 철학은, 역사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하고, 논리적인 분석에 의하여 현대과학의 성과와 같은 정도로 엄밀하고 정교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기를 기도한다. 그것은 진리의 문제가 과학에서와 동일한 의미로 철학에서도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ㄱ : 앞으로의 철학의 올바른 방향은 과거와의 유기적 관계를 토대로 오로지 진리탐구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ㄴ : 철학의 역사는 오류만으로 되어 있지만 일종의 역사학이므로 그 연구에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ㄷ : 과거의 어떤 철학자들도 그 당대의 현실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ㄹ : 탁월한 비판력을 소유한 역사가만이 과거의 철학적 오류를 올바르게 고칠 수 있다. ㅁ : 과거의 역사가 지금의 우리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없다. (1) ㄱ,ㄴ,ㄷ,ㄹ,ㅁ (2) ㄱ,ㄴ,ㄹ (3) ㄱ,ㄹ (4) ㄴ,ㄷ,ㅁ (5) ㄷ,ㅁ 문 1.(1) ㄱ : 과학적인 철학은 과거의 역사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해야 한다. ㄴ : 전통적인 철학에는 진리보다도 오류가 많다. ㄷ : 철학의 지나간 시기의 대가들은 당시의 대상에만 흥미가 있었다. ㄹ : 진리와 오류를 구별하는 것이고 과거의 철학적 내용을 고치는 것은 철학사의 왜곡이다. ㅁ : 현세대의 철학적인 잠재력을 음해했고 철학적인 진리는 없다고 믿게 했다. 2. 다음 글에 대한 이해로 올바른 것을 모두 고르시오. 자연과 이성의 상대화는 그동안 문화가 많이 발달했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다. 문화란 그 자체가 인간의 자유와 창조성으로 자연에 인위적인 변화를 가하는 것을 함축하는 것이므로 문화가 발달한다는 것은 곧 문화현상이 실체 혹은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따라서 점점 더 인위적이 된다는 것을 함축한다. 이런 상황이 심화되고 그 사실이 조금씩 인식됨에 따라 자연과 이성뿐만 아니라 문화 자체와 문화를 창조하는 인간에 대한 상대주의적인 태도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서구에서는 19세기에 이르러 인간이 문화를 창조할 뿐 아니라 인간도 문화에 의하여 결정되고 지배당한다는 사실이 의식되기 시작했다. 즉 소외현상에 대한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헤겔에 의하여 절대정신의 변증법적 자기 완성과정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도입된 소외개념은 마르크스와 실존주의자들에 의하여 부정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즉, 인간이 생산한 문화적 현상이 그것을 창조한 인간의 의도와는 독립해서 작용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그 의도에 역행하기까지 할 수 있으며, 바로 그런 것이 우리의 문화적 특징을 이룬다고 본 것이다. 인간이 자연은 지배했지만 인간이 만든 사회와 문화는 인간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는 힘으로 커졌을 뿐 아니라 인간이 오히려 자신의 산물에 의하여 지배당하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알려 준 것이다. 물론 헤겔이나 마르크스처럼 문화 그 자체의 발전에도 자연에 못지않은 법칙이 지배하고 그 법칙에 의하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한 소외현상이 바로 상대주의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역사주의(Historicism)는 다만 이론적인 차원에 남아 있으면서 논리적인 설득력만 행사했을 뿐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에 의하여 증명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확증될 가능성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ㄱ : 소외현상과 역사주의를 인정하게 되면 문화와 인간은 실체, 자연, 이성의 지배에서 멀리 벗어나 우연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ㄴ : 문화의 발전은 인간이 더욱 자연환경과 더불어 생활하게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창조한 인위적인 환경 속에서 살고 행동하게 한다. ㄷ : 역사주의는 현실적으로 전혀 입증되지 않았으며, 소외현상 자체를 직접적으로 거부하는 이론이다. ㄹ : 문화에 의하여 인간의 의식이 결정되고 그 문화가 다름 아닌 인간의 자의적인 판단과 자유로운 창조의 결과로서 거기에 일관성도 법칙도 작용하지 않는다면 상대주의는 불가피할 것이다. (1) ㄱ,ㄴ,ㄷ (2) ㄱ,ㄹ (3) ㄴ,ㄷ (4) ㄷ,ㄹ (5) ㄹ 문 2.(5) ㄱ : 역사주의에서는 소외현상이 바로 상대주의(우연성)를 뜻하지는 않는다. ㄴ : 문화가 발달한다는 것은 인간이 실체와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ㄷ : 소외현상은 인간이 문화에 의하여 결정되고 지배당하는 것이고, 역사주의(Historicism)는 문화의 발전에도 자연에 못지않은 법칙이 지배한다는 것이므로 의미가 서로 상반되지 않는다. 베리타스 법학원 PSAT강사 방재훈
  • [공연+새앨범]

    ■ 부활 ‘11번째 사랑 록그룹 부활의 11번째 앨범발매 기념 콘서트. 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무대로, 새로운 신곡들과 히트곡 들로 구성했다. 총 6회의 공연동안 한 회당 170명씩 한정 인원만으로 함께한다.2007 년 1월3∼7일. 대학로 상상 나눔 씨어터(02)2057-2606. ■ 임재범 ‘2006년 마지막 비상(飛上)!’ ‘사랑보다 깊은 상처’,‘너를 위해’등의 노래로 사랑받고 있는 가수 임재범이 오는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전국투어 콘서트 ‘비상’의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비상’ 전국투어 콘서트는 임재범의 음악인생 20년을 정리하는 내용을 2부로 나누어 진행한 바 있다.1544-1555. ■ 심수봉 ‘2006 SINA 송년 페스티벌’ 트로트의 여왕 심수봉이 한해를 정리하는 콘서트를 벌인다.‘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사랑밖에 난 몰라’,‘미워요’ 등의 히트곡들로 최고의 무대를 꾸밀 예정. 오는 27일 서울 올림픽 공원 올림픽홀.(02)595-2535. ■ 인큐버스 Light Grenades 힙합과 일렉트로니카, 그리고 펑크와 하드 록에 이르기까지.6인조 록밴드 인큐버스의 치열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6번째 새앨범. 빌보드 모던 록 차트 2위에 오른 ‘애나 몰리’ 등 총 13곡 수록.SonyBMG. 클래식 ■ 플루트 앙상블 피리 창단 콘서트-플루트 나르시시즘 22일 4시·8시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리더 김대원, 이윤영 이주희 김소연 박민상 이인.2만∼4만원.(02)888-2698. ■ 경기필하모닉과 금난새의 크리스마스 초대 24일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소프라노 박미자, 메조소프라노 양송이, 테너 류정필, 바리톤 우주호, 대학연합합창단. 크리스마스 캐롤과 베토벤 ‘환희의 송가’.1만∼5만원.(031)230-3200. ■ 예술의전당 성탄음악회-송영훈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23일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첼리스트 송영훈과 기타리스트 제이슨 뷔유 등 음악친구들이 꾸미는 보사노바와 탱고의 향연.2만∼5만원.(02)580-1300. 미술 ■ 나의 인생, 나의 사랑;윌리 로니스전 23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조선일보 미술관. 올해 96세인 프랑스 사진작가가 포착한 보통 사람들의 일상 풍경.(02)724-6322. ■ 섬웨어 인 타임 내년 4월1일까지 아트선재센터. 미술과 사회가 소통하는 접점을 국내외 작가 19명의 노래하고, 외치며, 속삭이는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선정 한국종합예술학교 미술이론과 교수가 오랜만에 기획한 전시회다.(02)733-8945. 연극 ■ 라이어 1월1일∼3월4일 화∼금 7시30분, 토요일 4시·7시, 일요일 3시·6시 서울 강남 동양아트홀. 대한민국 최장기 흥행 연극 라이어를 강남에서 만난다. 완벽한 희극성과 빈틈없는 구성이 주는 연극 보는 즐거움. 최성신 연출, 조정래 김태신 등 출연.2만∼2만5000원.(02)515-6510. ■ 강철 1월28일까지 화·목·금 7시30분, 수·토 4시·7시, 일요일 4시 아룽구지 소극장. 배우 윤소정이 창조하는 만고의 모정. 교도소라는 폐쇄 공간에서 벌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기억의 충돌. 한태숙 연출, 윤소정 서이숙 등 출연.3만∼4만원.(02)764-8760. 뮤지컬 ■ 크리스마스캐롤 25일까지 수∼금 3시·7시30분, 토∼월 3시·7시 서울열린극장 창동. 서울예술단이 혼혈아동, 체코 작곡가 및 의상디자이너와 함께 선사하는 감동의 가족뮤지컬. 시각장애인 윤선혜양의 천사 같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1만 5000∼3만 5000원.(02)523-0986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월4일까지 월∼금 8시, 토요일 4시·8시, 일요일 2시·6시 코엑스 오디토리움.35년 동안 공연된 록 뮤지컬의 고전. 로커 김종서가 유다 역으로 뮤지컬 신고식을 한다. 김재희 임태경 강필석 출연.3만~9만원. (02)501-7888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51)정치란 무엇인가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51)정치란 무엇인가

    공자의 말씀인 ‘정치는 올바른 것’(政者正也)이라는 정의가 ‘논어’(안연편)에 실려 있다. 이것은 공자가 만년에 노(魯)나라로 돌아와 노나라의 정치권력자인 계강자의 물음에 답하는 말이다. 이어서 공자는 계강자에게 ‘귀하가 올바르게 백성을 이끈다면, 누가 올바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였다. 정치는 백성을 올바르게 이끄는 길과 같다. 이어서 계강자가 다시 도둑이 많은 것을 걱정하면서 공자에게 묻자,‘귀하가 진실로 탐욕하지 않는다면, 상을 주어도 백성들이 도둑질을 안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시 정치를 하는 계강자가 반사회적인 무도한 죄인들을 사형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올바르게 나아가게 한다면, 어떻겠는가 하고 공자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공자가 다시 ‘귀하가 정치를 하는데 어찌 살인이 필요하겠소? 귀하가 선을 추구한다면, 백성들이 저절로 선해질 것이니,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과 같은 것이라, 풀은 바람을 맞으면 반드시 눕게 되어 있소.’라고 응대했다. 이와 같은 공자의 정치론은 맹물처럼 밋밋해 보이지만, 대단히 깊은 예지력을 함의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 얻는 것이 가장 중요 공자가 좀 더 구체적으로 정치의 본질을 언급한 대목도 있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정치에 관하여 묻자, 공자는 정치는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 세 가지 기능은 ‘첫째로 백성들이 경제적으로 잘살게끔 하고, 둘째로 백성들이 전쟁의 참화를 당하지 않게끔 군비를 튼튼히 하고, 셋째로 백성들이 믿게끔 하는 것’이라고 상세히 지적했다. 저 세 가지 기능 중에서 우선 순서를 묻는 자공에게 공자는 ‘믿음과 경제와 국방’의 순서라고 밝혀주었다. 이것은 정치의 기능을 묻는 중요한 대목이다. 또 제나라 임금인 경공이 정치를 묻자, 공자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술회했다. 이것을 공자의 정명(正名)사상이라 부른다. 공자의 소론들을 다시 종합하면, 백성을 먹이고 살리는 경제정책과 백성들로 하여금 전쟁의 참화를 사전에 예방하게 하는 국방정책과 백성들이 정부를 믿게 하는 신뢰정책 등이 실패하는 경우에 그 정치는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다. 요컨대 실패한 정치는 나라의 재앙이 된다. 저 세 가지 올바른 정치의 기능은 공자가 주유천하하면서 각 나라들의 실정을 성찰한 다음에 내린 결론이겠다. 더구나 공자는 임금부터 각계각층의 모든 국민에 이르기까지 다 제 위치에서 해야 할 몫을 아낌없이 신명나게 하게끔 하는 정치를 펴나가는 것이 정치의 요체라고 언명했다. 나는 공자가 말한 ‘군군(君君) 신신(臣臣) 부부(父父) 자자(子子)(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라는 구절이 올바른 정치의 본질을 밝히는 아주 중요한 대목이라고 여긴다. 저 구절은 의무적으로 임금과 신하와 아버지와 자식이 각각 제 이름에 맞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신명이 나서 국민 모두가 제 이름에 맞는 몫을 즐겁게 해 나가려는 자발성을 북돋우는 경지가 곧 정치의 궁극목적임을 말한 것이겠다. 당위적으로 옳기 때문에 해야 하는 국민의무가 아니라, 국민들이 신바람과 신명이 나서 자발적으로 일을 즐겁게 하는 그런 경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의 목적이 되는 셈이다. 국민들이 사회주의 독재체제에서처럼 무겁고 어둡고 침울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밝고 생기발랄하게 각자가 자기의 특장(特長)을 자유스럽게 살릴 수 있는 그런 자유사회를 창조하는 것이 정치의 존재이유가 되는 셈이다. 전국시대 양 나라의 혜왕을 찾아 온 맹자에게 자기나라를 위하여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맹자는 대뜸 퉁명스럽게 어찌 왕이 인의(仁義)를 묻지 않고 이익만을 챙기느냐고 힐난했다. 맹자의 저 말은 두 가지의 다른 뜻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첫째로 임금과 같은 지도층이 나라를 공평무사하게 다스릴 생각은 하지 않고 사리사욕만 챙기는 수단으로 권력을 이용하는 사고방식을 질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달리 맹자의 저 훈계는 정치가 이익을 멀리하고 오로지 인의의 도덕만을 숭상하도록 해야 한다는 도학정치의 본령을 말한 것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 그런데 맹자의 소견이 첫째의 것이 아니고 둘째의 것이라면, 그 소견을 나는 받아들이기 좀 어렵다. 왜냐하면 인의의 도덕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이 실현 불가능한 이상이고, 따라서 그것은 유치한 낭만적 공상에 불과할 터이기 때문이다. 인의를 당위적인 도덕으로 강조하면, 사회에는 자발적인 신명이 솟아나지 않는다. 사회생활에서 이익으로 사람들이 생기를 얻는다. 이런 나의 소견은 공자가 말한 ‘정치는 올바른 것’ 또는 ‘정치는 백성을 올바르게 이끄는 것’이라 정의하고 걸맞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고 사람들은 이의를 제기할 것이리라. 그런데 무엇이 올바른 것(正)인가? 지도층이 선을 추구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올바른 선을 실행할 것이며, 상을 주어서 나쁜 일을 하라고 해도 백성들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자가 말했다. 정치가 백성을 올바르게 이끌어 가는 지도층의 바람에 비유되고, 백성은 지도층의 바람을 자연스럽게 따르는 풀로 은유화된 것은 정치가 당위적 도덕주의와 다른 행로를 간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겠다. 왜냐하면 정치가 백성들의 본래적 본성에 자극만 주는 좋은 바람만 불게 하면, 백성들은 쉽게 좋아하는 선을 실행할 수 있다는 양명학적 관점을 공자가 미리 언질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본디 정치는 인간으로 하여금 양질의 사회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경영과 다르지 않겠다. 양질의 사회생활은 인간이 타자에 대하여 괴로움과 피해를 안 주게끔 하는 규칙의 준수에서 가능하다. 그래서 실정법이 필요하다. 정당한 이유 없이 타자를 괴롭히지 않게끔 하고, 그것을 어긴 경우 처벌을 하는 것이 법이다. 그 법의 발동이전에 자발적으로 그런 위법행위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공자가 본 올바른 정치의 존재이유겠다. 그런데 그런 정치의 효과는 당위적인 의무감으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보다, 오히려 인간이 자발적으로 그런 사회적 선의 경지를 신명나게 시행하는 것에서 더 빛나겠다. 나는 이 후자의 길이 공자가 강조한 진정한 정치의 길이라 본다. 이 길은 양명학에서 말한 양지(良知=배우지 않고서도 저절로 알 수 있는 타고난 인간의 본성의 신령한 능력)의 발현과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양지는 인간이 본래 지니고 있는 자발적인 본성의 가르침을 말한다. 따라서 도덕과 정치도 양지의 발현에 다름 아닌 셈이다.15~16세기의 명나라의 왕수인(王守仁=陽明)은 주자학적 8조목(格物/致知/誠意/正心/修身/齊家/治國/平天下)도 조목조목 8개 단계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번에 인간의 타고난 양지를 발양시키는 일만 하면 저절로 저 8조목이 다 해결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것을 왕수인은 치량지(致良知=양지를 발현시킴)라고 불렀다. 나는 정치의 요체가 왕수인이 말한 치량지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일체만물처럼 이익을 좋아한다. 인간이 이익을 선천적으로 좋아하는 심성을 양지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이 이익은 결코 반(反)도덕적이라고 생각되어서는 안 된다. 이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이기배타적 이익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리이타적 이익이다. 전자는 인간만이 실행하는 것이지, 동식물의 자연세계에서 저런 이기배타적인 본능은 없다. 동물이 살생을 하여도, 그것은 자기 생존의 냉엄한 법칙일 뿐이지, 이기적 탐욕이 아니다. 실로 금수에는 도덕이 적용되지 않는다. 생물학적 자연의 생존본능을 존재론적으로 보면, 그것은 자연의 상생적 본성의 이면과 다르지 않다. 이 자연적 본성을 왕양명은 곧 양지라고 불렀다. 본능처럼 인간의 본성은 상생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선천적 능력이다. 이치량지의 정치는 결코 공상적 이상도 낭만적 꿈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가장 사회적으로 효율스럽게 또 실현가능하게 좋은 나라가꾸는 방편이 된다. 선은 옳기 때문에 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을 행하려 한다는 사실을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선은 좋은 것이지, 옳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선의 실천은 의무가 아니라, 기호다. 선과 이익은 같은 개념이다. 다만 그 이익의 실현방법이 이기배타적이 아니고, 자리이타적일 뿐이다. 선은 왕수인이 ‘전습록’에서 밝힌 것처럼,‘호호색(好好色=좋은 색을 좋아함)하고 오악취(惡惡臭=악취를 싫어함)하는’ 것과 같은 자발적인 기호다. 누구나 다 이익을 좋아하지만, 그 이익을 일체를 위하여 쓸 때에 그런 열린 마음이 곧 선이 된다. 이익을 더 넓게 쓸수록 그 이익은 소유론적 차원에서 존재론적 차원으로 이행한다. 이익이 나의 이익에서 우리의 이익에로 넓혀지면, 그리고 우리의 이익에서 국민 모두의 이익으로 확장되고, 또 인류의 이익과 자연의 이익으로 더 넓어지면, 그 이익은 곧 소유론적 영역에서 점차로 존재론적 영역에로 탈바꿈한다. 선악은 이익을 다루는 마음의 활용에 달렸지, 선이 이익과 무조건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것은 왕수인의 사상이 우리에게 전수해 주는 이치다. ●지도층 사리사욕 버려야 국민 복락 정치가 곧 ‘치량지’라는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각자가 타고난 재주를 신바람나게 각분야에서 양지를 발현하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는 것과 같다. 국민들에게 도덕적 의무감으로 무겁게 눌리는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치량지적 정치라 하겠다. 그러기 위하여 공자가 가르쳐 주는 지혜는 절대로 지도층들이 자기들의 사리사욕의 탐욕심에서 이익을 사취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도층들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으킨 이익을 자리이타적으로 쓰도록 모범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공자가 언명한 정치의 본질이겠다. 이것은 각자가 다 자기 이름에 알맞은 직업을 신명나게 빛내는 일과 같겠다. 이것이 또 공자가 말한 정명(正名)사상이겠다. 정명은 이데올로기적인 명분이 아니라, 나라의 복락을 가져오도록 일하는 직업의 다양한 이름을 말한다. 업(業)을 잘못 쓰면, 그것은 우리를 괴롭히는 업장이 되나, 그것을 자리이타적으로 쓰면, 그것이 곧 우리 모두를 복락게 하는 직업(職業)이 된다. 올바른 정치는 싸움판에서 정의(正義)를 따지는 사법적 기능이 아니고, 우리를 즐겁게 하는 복락(福樂)을 주는 적극적 신명의 기능과 다르지 않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거리 미술관 속으로] (11) 을지로 SKT타워 COMO

    [거리 미술관 속으로] (11) 을지로 SKT타워 COMO

    ‘예술이 숨쉬는 스크린.´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 SK T타워에는 24시간 번쩍이는 예술품이 있다. 폭 1m, 길이 53m짜리 미디어 설치작품 코모(COMO)가 주인공이다. 유리 건물을 가로지른 은빛 틀과 모양·크기가 같아 자연스럽다. 스크린은 건물 외관벽을 돌아 회전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버스 속에서 흘깃 보면 병원 간판과 닮았다. 간판과 다른 점은 영상 작품을 상영하는 아트 채널이라는 점이다. 디지털미디어 아트센터 ‘나비’가 2004년 12월에 공공 예술품으로 제작했다. 나비의 최두은 전시팀장은 “커뮤니케이션을 대표하는 SK텔레콤의 특성을 담은 조형물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1년 넘게 고민한 결과, 도시와 도시민에게 대화를 거는 영상갤러리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COMO라는 명칭도 커뮤니케이션의 애칭이다 COMO 스크린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따스함이 느껴진다. 반짝이는 오색 빛이 어린아이의 귀여운 손짓과 닮았다. 빛에 끌려 회전문을 통과하면 숨이 막힐 듯 거대한 스크린이 기둥을 감싸안았다. 크기도 모양도 같은데 어떤 것은 기둥이고, 어떤 것은 스크린이다. 스크린 양탄자가 저 멀리 기둥까지 이어진다. 다만 땅이 아닌 하늘길을 수놓는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영상을 쫓아 스크린 기둥 앞에 서면 도란도란 목소리가 들린다. 안내데스크다. 데스크 넘어 에스컬레이터에는 오색 스크린이 선명하게 비친다. 천정이, 기둥이,COMO가 말을 걸고 있다.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갤러리라는 특징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COMO를 찾는다. 지난 10월에는 프랑스 미디어 아티스트 N+N 코지노가 댄스와 영상, 사운드를 결합한 ‘Heightened Fiction(강화된 허구)’시리즈를 선보였다. 풀밭·덩굴·단풍 등 자연 속에서 춤추는 댄서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요즘에는 문학 작가가 쓴 글을 미디어 아트 작가가 동물·식물을 분해하며 영상을 창조하고 있다. 텍스트가 그림으로, 그림이 텍스트로 변화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전세계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상영할 계획이다. 지난 3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거리를 지나다 COMO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 모습이 호주·미국·오스트리아·중국의 대형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나는 서울에 있지만 내 모습은 전세계 거리에서 다양한 시민과 숨쉬는 것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25)끝 아프리카 이슬람 전초기지 탄자니아 잔지바르

    [이슬람 문명과 도시] (25)끝 아프리카 이슬람 전초기지 탄자니아 잔지바르

    탄자니아 동쪽 섬 잔지바르는 동부 아프리카의 적도 끝 인도양에 진주처럼 떠 있다. 블랙 아프리카로는 드물게 주민의 95% 이상이 이슬람 신도다. 검은 얼굴에 하얀 이슬람 모자 코피야를 쓰고 원색 차도르를 걸친 그들은 아프리카 이슬람의 또 다른 얼굴이다. 수도 이름은 다르 에 살람으로 ‘평화의 도시’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인도양이 시작된다. 인도에서 본다면 인도양의 끝이다. 열려 있는 바다를 통해 바깥의 문화와 기술을 쉽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생각 이상의 높은 수준의 삶과 문화를 지니고 있다. 다르 에 살람에서는 최초의 인류가 탄생했다는 울두바이 계곡을 잠시 둘러보고, 서둘러 잔지바르행 배를 탔다. ‘하디무’라 불리는, 육지에서 건너온 이곳 원주민 반투족들이 이슬람을 접한 것은 9세기쯤. 계절풍 따라 교역하러 온 페르시아 상인들을 만나면서다. 키짐카지 모스크에 남은 1107년 비문에는 페르시아인 거주지에 대한 기록도 있다. 이들은 ‘다우’라 불리는 범선을 타고 12월쯤 잔지바르에 왔다 6월쯤 역풍을 이용해 되돌아갔다. 그래서 지금도 잔지바르 사람들은 자신들을 ‘시라지’라 부른다. 페르시아만의 항구도시 시라즈 출신이란 뜻이다. 이 섬에 처음 도착한 페르시아인들은 백옥같이 하얀 백사장에 검은 흑인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잔지바르’(검은 해안)란 이름을 남겼다. # 잔지바르의 영혼이 숨쉬는 구시가, 스톤 타운 잔지바르 이슬람의 역사가 1000년이니 그 사연도 복잡하고 절절하다.1499년 바스코 다 가마의 발길이 닿은 뒤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고, 향료·황금·노예를 노린 유럽상인들의 아프리카 전초기지가 됐다.‘아라비안 나이트’를 유럽에 소개한 리처드 버튼은 물론, 대탐험가 리빙스턴과 스탠리도 잔지바르를 거쳤다.1832년부터 150년동안은 아랍 해상왕국 오만의 술탄이 이 곳을 통치했다. 술탄의 궁정이었던 ‘경탄의 집’을 비롯, 이슬람 유적지는 대부분은 이 시대의 것이다. 잔지바르의 축소판인 16세기 스톤 타운의 미로 속으로 들어갔다. 노예와 술탄의 후예들이 공존하는 형제애의 공간이다. 끝없는 미로 골목에서 아랍의 정취가 강하게 묻어난다. 아치형 창틀의 발코니와 아라베스크 문양이 수놓인 카펫만 보면 중세 아랍마을을 보는 듯 착각이 인다. 골목을 메운 수천개의 작은 상점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낯익은 3개의 문화가 아름답게 만나고 있다. 니그로에 가까운 토착 흑인, 아랍인, 인도계 사람들의 문화이다. 잔지바르는 특히 세계 최대 클로브 산지이다.19세기초 경제작물로 시작한 클로브가 지금은 섬 전체를 뒤덮고 있다.‘향료의 섬’답게 수확이 끝난 겨울에도 클로브의 향기가 섬 전체에 깔려있다. 하얀 이빨을 드러낸 검은 무슬림들이 스와힐리 말로 인사를 건넨다. 낯설지 않은 발음과 단어가 들리기 시작한다. 몇 마디 아랍어쯤은 쉽게 알아들었다. 스와힐리어는 아랍어에다 아프리카의 토착언어를 결합시킨 동부 아프리카의 통용어다. 아프리카 이슬람은 스와힐리어를 바탕으로 해안선을 따라 빨리 퍼져갔다. 오늘날 아프리카에 이슬람이 뿌리를 내린 배경이다. 그들에게 고개 숙일 수밖에 없는 것은 참혹한 역사의 응어리를 너무도 깔끔하게 녹여냈기 때문이다. 잔지바르는 동부 아프리카 노예 무역의 거점이다. 잠비아·말라위 같은 내륙에서 잡혀온 노예들은 동쪽 바다 끝 항구도시 바가모요로 끌려온다. 이 곳에서 바다를 건너 잔지바르로 실려간다.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영혼의 안식처인 셈. 바가모요는 ‘내 마음을 이 곳에 두고 간다.’는 뜻이다. # 100만의 노예가 유린당한 비극의 현장에서 잔지바르에는 노예무역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은 대성당이 들어선 곳은 노예를 거래하던 시장터였다. 산타 모니카 호스텔의 지하에는 노예를 가둬뒀던 쪽방이 보존돼 있다. 제 한 몸 일으키지도 못할 낮고 비좁은 방에서 2∼3일씩 굶으며 팔리기만 기다렸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자신의 운명과 가족과의 이별을 생각하면서 몸부림치던 그들의 절절함이 온 방안에 가득하다. 이렇게 팔려나간 노예만도 1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에 의해 다른 사람의 삶과 영혼이 파괴된 그 현장에 우두커니 서 있으니 괜히 눈물이 고인다. 탐험가 리빙스턴의 호소로 노예시장이 폐쇄된 바로 그 해에 노예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대성당이 착공되었다 한다. 대성당 뒤뜰에는 당시의 쇠사슬을 이용해 노예무역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잔지바르의 모습을 다시 한번 가슴에 담기 위해 스톤 타운 성곽 안의 노천시장 주변을 천천히 거닐어 보았다. 중동의 시장과는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사람들의 걸음걸이와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다. 건들건들한 듯한 그 한걸음 한걸음이 모두 리듬이고 율동이다.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탄자니아와 잔지바르를 여행하는 동안 내내 흘러나오는 노래는 ‘말라이카’(천사)였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비극을 현실적이고 감동적으로 묘사한 노래다. #“하라카 하라카 하이나 바라카”-내일 할 수 있는 일은 내일로 잔지바르 무슬림들은 싱거운 인도양 바닷물을 닮아서인지 한없이 친절하고 포근하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는다.“하라카 하라카 하이나 바라카.” “내일 할 수 있는 내일로 미루자.” 자신있는 사람들의 당당한 삶의 철학이다. 그래서 그들은 시간의 노예가 아니라 시간의 창조자로 살아간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이다. 아프리카 이슬람의 전초기지로서 잔지바르는 뛰어난 해상세력인 아랍상인들을 불러들이면서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발돋움했다. 유럽이 암흑의 시대에 잠들고 있을 때, 잔지바르는 아프리카가 세계를 만나는 창이었다. 그들이 만난 이슬람은 근엄하고 율법적인 종교가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고 나와 남이 함께 하는 조화와 절충과 겸손이 종교였다. 녹색 치마에 빨간 차도르를 걸친 잔지바르 여인의 대담함과 색감이 내내 잊혀지지 않는다. ■ “편견없는 다문화시대 선도” 14억 인구,57개 이슬람 국가가 만들어 내는 이슬람 문화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서구가 만들어 놓은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이슬람을 우리의 시각과 주관으로 재조명하는 작업은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와 다른 모습,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편견없이 사랑하며 끌어안는 자세야말로 다문화시대 최고의 경쟁력이 아닐까.1년간 언론사 최초로 심층적으로 살펴본 ‘이슬람 문명과 도시´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더욱 친숙한 이슬람이란 이웃과 친구를 만났으리라 확신한다. 서울신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이슬람문화硏 소장
  • ‘You’ 타임 ‘올해의 인물’

    ‘You’ 타임 ‘올해의 인물’

    미디어 혁명, 디지털 혁명의 주역이 된 평범한 인터넷 사용자, 우리 모두가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2006년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다. 월드와이드웹(WWW)으로 대표되는 인터넷,1인 미디어 혁명을 낳은 블로그 그리고 사용자들이 생산한 동영상 콘텐츠의 대명사 ‘유튜브’까지 현 시대의 사회·문화적 변혁의 주인공들은 바로 우리들,‘보통 사람들’이란 설명이다. 이들은 세상을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세상이 변화하는 방식마저도 바꿔 놓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혁명가는 ‘보통 사람들’인 셈이다.AP통신 등 외신들은 16일(현지시간) ‘전자 민주주의’와 디지털 민주화 등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 창조해 온 평범한 개인들 모두(everyone of us)인 당신이 ‘올해의 인물’이 됐다고 전했다. 타임은 1927년 이후 매년 12월 한 해 동안 가장 영향력을 끼친 사람을 ‘올해의 인물’로 뽑고 있다. 타임 리처드 스텐겔 편집장은 “우리 모두를 의미하는 당신이 선정된 것은 인류가 정보화 시대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평가한 것”이라면서 “이 현상은 한 개인이 만들어 낼 수 없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타임 평론가 레브 그로스먼은 “전 세계 언론의 통제권을 누르고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의 기초와 틀을 세웠고 놀이에 관한 한 전문가들을 압도하며 아무런 대가 없이 일한 당신이야말로 ‘올해의 인물’”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이 편집하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도 미디어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보여준 인터넷 혁명의 사례였다고 타임은 덧붙였다. 올해의 인물 후보에는 핵실험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신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이라크연구그룹(IGS)을 주도한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오발 사고로 화제에 오른 딕 체니 미국 부통령 등이 올랐다. 타임은 18일 발매되는 최신호 표지의 컴퓨터 모니터 부분에 거울과 같은 반사 소재를 넣어 ‘올해의 인물’이 표지에 비친 당신 자신이라는 의미를 전달했다.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특정개인이 아닌 존재를 선정한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다.1975년 미국 여성이,1982년 컴퓨터가 뽑혔다. 또 1988년에는 환경 오염과 온실 가스로 위협받는 지구가 선정됐었다. 지난해 올해의 인물은 빌 게이츠 부부와 록그룹 U2 리더 보노가,2004년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뽑혔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길섶에서] 박수근과 박완서/최태환 수석논설위원

    박완서는 화가 박수근에게서 꽤 깊은 인상을 받았던 모양이다. 소설 ‘나목(裸木)’ 속 화가의 모델이 바로 박수근이다. 그는 가난 속에 살다간 박 화백을 맘씨 착한 아저씨로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박 화백은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다. 독학으로, 그만의 세계를 창조했다. 평면 구도의 마틸기법. 소리없는 그리움, 질박함이 담겨 있다. 그는 한때 백화점 모퉁이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생계를 이어갔다. 일제 때 조선미술전람회(지금의 국전)에서 받은 상을 작업공간에 전시해 두었다.‘공인’화가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였다. 문학소녀 박완서는 이때 불꽃 같은 예술혼의 박 화백을 가슴에 담았다고 한다. 문화재청장인 유홍준씨가 몇해 전 어느 자리에서 두 박씨 얘기를 꺼냈다. 박완서는 박 화백의 부인을 처음 본 뒤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너무나 순박했던 화백의 부인마저 저렇게 착한 닮은꼴이었다니. 박화백의 ‘노상(路上)’이 경매에서 한국화 최고액인 10억원 넘게 팔렸다. 돈 때문에 백내장 수술도 제때 못한 그다. 당대의 외면, 후대의 열광. 고인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한국 현대시의 거름 릴케

    “내가 밤마다 기도한 것들이 여기 나의 육필로 씌어져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소설 ‘말테의 수기’의 주인공 말테는 밤새 기도한 것이 이렇게 다음 날 아침이면 한 뭉치 글로 남는다고 고백한다. 말테는 기도를 말로 하지 않고 무릎을 꿇고 글로 쓴다. 기도가 곧 글쓰기요, 글쓰기가 곧 기도인 셈이다. 딱히 ‘말테의 수가’에서가 아니더라도 기도에 대한 릴케의 생각은 각별한 데가 있다. 릴케에게 기도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시적 진실의 소리, 그의 표현을 빌리면 “불현듯 불타오르는 본질의 발산”이다. 릴케의 영향을 오롯이 받은 우리의 시인이 있다면 단연 ‘고독의 시인’ 김현승이 첫 손에 꼽힌다.“임금(林檎)나무 수풀의 열매들이 익으면 머언 하늘빛 넥타이를 매고 릴케의 시집을 뒤적거리던 그 시간은 가을이었다.” ‘가을의 사색’이란 그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 김현승의 기도는 주로 가을을 배경으로 이뤄진다.그에게 기도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시인은 스스로 “외로움이 있는 곳엔 가을마다 기도가 있었고, 그 기도에 리듬을 붙이면 시가 되었다.”고 밝힌다. 릴케와 마찬가지로 김현승에게도 기도는 곧 시쓰기와 동류항(同類項)이었던 것이다.‘릴케와 한국의 시인들’(김재혁 지음, 고려대출판부 펴냄)은 독일 시인 릴케가 우리 시인들에게 어떻게 수용됐으며 시의식과 시창작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핀 책이다. 저자(고려대 독문과 교수)는 릴케는 한국 현대시사를 관통하며 우리 시인들에게 끊임없이 시적 자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1930년대 릴케를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한 시문학파 시인 박용철은 릴케로부터 시적 변용이라는 창작 방식뿐 아니라 ‘무고향성(無故鄕性)’이라는 테마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가 하면 1941년 도쿄 쇼신사에서 릴케의 시집 ‘기수 크리스토프 릴케의 사랑과 죽음의 노래’를 구입한 윤동주는 같은 해 ‘별 헤는 밤’를 써 별 하나에 그리운 릴케의 “이름을 불러”본다. 일본 고서점에서 릴케의 시집을 사 보고 난 뒤 시인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는 김춘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릴케가 한국 시인들에게 끼친 영향을 인정하되, 그것을 주체적인 시각에서 살핀다. 저자는 “아무리 훌륭한 외국 시인의 세계도 우리 시인들의 정신의 필터를 거치면 새로운 것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며 “릴케가 한국 시인들에게 끼친 영향을 논함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조적 수용’이라는 관점”이라고 말했다.1만 6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독서 경영’ 성공스토리

    돈은 적게 들면서 효율은 높은 독서 경영의 성과는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직원들은 독후감 써내기를 지겨워하고, 회사는 책값이 과연 효과는 있을지 미심쩍어 한다. 책값은 얼마든 회사 돈으로 지원한다. 독후감은 필요없다. 직원이 24명인 이 회사의 연간 책값은 2500만원. 직원 1인당 100만원이 넘는다. 이메이션 코리아는 이 같은 창조적인 독서 경영을 펼쳤다.IMF 외환위기로 자본잠식 상태까지 갔던 회사는 2년만에 흑자 전환, 영업성장률 1위의 신화를 이룬다. 실화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독서가 행복한 회사’(고두현 지음,21세기북스 펴냄)는 독서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저자는 시인으로도 널리 알려진 기자.1만 2000원.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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