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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렘브란트 반 라인(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음, 권경희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미국의 신예 작가인 저자가 17세기 바로크 시대에 활동한 렘브란트 생애를 동시대인들의 눈을 통해 재구성한 작품. 당대 최고의 화가였으나 사생활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렘브란트의 모습을 생생히 복원해냈다.1만 3000원. ●은밀한 유산(이명인 지음, 대교베텔스만 펴냄) 4대에 걸쳐 얽힌 두 집안간의 숙명적인 인연을 통해 가문과 혈통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 뿌리를 지키고 계승하기 위함이 아니라 특별한 목적을 위해 ‘족보’를 가공하는 세태를 통렬히 풍자한다.9000원.●목숨(김상렬 지음, 나남 펴냄)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사도세자에 초점을 맞춘 장편.1762년 음력 윤 5월13일 사도세자는 아버지인 영조의 명령으로 뒤주에 갇힌 지 아흐레만에 죽음을 맞는다. 이 기간을 7일로 줄여 날짜 별로 사도세자의 관점에서 처절한 고통과 번뇌를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9500원.●쉬 러브스 유(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작가정신 펴냄) 도쿄 변두리에서 90여년간 대대로 헌책방을 운영하는 훗타 가족의 봄·여름·가을·겨울 1년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도쿄밴드왜건’의 속편. 별난 훗타 가족 외에도 고민을 들고 헌책방을 찾는 다양한 인물 군상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냈다.9800원.●베네치아와 시인들(클라우스 탈레-도르만 지음, 정서웅 옮김, 열림원 펴냄) 바이런이 ‘내 푸른 환상의 섬’이라고 찬양한 곳, 헤밍웨이가 사냥하고 글을 썼던 곳, 베네치아. 베네치아에 매혹됐던 서양의 문학 거장들이 이곳에 머물던 생의 한 시절을 추적하며 그들의 삶과 문학, 그리고 베네치아에 대한 찬가를 담았다.1만 2000원.●책도둑(전2권,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펴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소설가’라는 평을 듣는 작가의 장편소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을 배경으로 전쟁의 비극과 공포 속에서도 말(言)과 책에 대한 사랑으로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었던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각권 1만 1000원.
  • [열린세상] 한국에 정당은 있는가/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한국에 정당은 있는가/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미국에서는 대선이 한창이다. 지난 1월 중순 ‘마틴 루터 킹의 날’을 앞두고 힐러리는 마틴 루터 킹이 흑인 인권운동을 했지만 정작 법을 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존슨 대통령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바로 민주당을 극한 대치상태로 몰아넣었다. 오바마측은 힐러리가 흑인운동가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대신 백인 대통령 치적을 부각시켰다며 강력 비판했다. 힐러리는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해명했지만 흑인표가 크게 이탈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며칠 만에 두 사람은 민주당의 단합을 위한다며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대선이 끝났다.1792년부터 출발했다는 미국의 민주당은 역사상 가장 치열한 당내 경선 속에서도 위상을 갈수록 높이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의 전통야당이라는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단일화를 극력 피하더니 달랑 1%의 표만 얻었다. 그런 민주당이 갑자기 총선을 앞두고 합당은커녕 후보단일화마저 반대했던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대선에서 참패한 대통합민주신당은 한나라당에서 떨어져 나온 대통령 경선후보를 당의 대표로 모셨다. 그러자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후보측은 분당도 고려할 수 있다며 시위 중이다. 분당 위험은 한나라당에도 있다. 한나라당의 대통령 경선후보 한 사람은 자신의 계파가 공천에서 밀리면 분당도 불사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봉합하고 있지만 공천 뚜껑이 열리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당이란 원래 비슷한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정치적 권력을 획득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과연 그러한 정당이 있는가? 한국의 정당이란 비슷한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이합집산한다. 어느 한 정당만 이념이나 정책과 상관없이 단세포 아메바처럼 뭉치고 헤어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모든 정당이 거의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정치문화의 수준이 된다. 정상적인 정당정치의 문화가 아니라 뿌리없고 원칙없는 이합집산이라는 정당정치의 천박한 문화다. 기성정당과 차별화를 추구하는 신생정당이라고 해서 더 나을 것이라곤 없다.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이념정당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 ‘시베리아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종북주의니 평등주의니 서로 삿대질하며 탈당과 분당을 거론한다. 기성정치와 얼치기 개혁정당을 매몰차게 비판하면서 비타협적인 대선 캠페인을 펼쳤던 창조한국당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더 심하다. 선거비용 처리와 당내 비민주주의 때문에 당이 쪼개질 판이다. 새로운 정당에 기대를 걸었던 소박한 백성들의 가슴을 마구 후벼대는 일이다. 한데 이것은 또 무슨 일인가? ‘미스터 쓴소리’가 이번에는 정당코미디의 완결판을 선보였다. 언제나 입바른 소리와 꼬장꼬장한 원칙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했다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으로 입당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통야당 당수의 후손으로 수십 년을 버틴 미스터 쓴소리가 경제살리기와 한·미동맹 강화가 자신의 소신이라며 한나라당행을 선언한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미스터 쓴소리의 입당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 막대기를 꽂아도 이길 기세인 한나라당은 너무 많은 출마 희망자들이 몰려 교통정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가의 쓴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100일 정도 남은 총선을 앞두고 더 유치찬란하고 황당무계한 탈당, 분당, 이합집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언제쯤 이 땅에는 백성들을 무서워하는 정당이 생길 것인가? 언제쯤 이 땅에는 미국의 민주당처럼 200살이 넘은 정당의 위신을 서로 애지중지하는 날이 올 것인가?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 [新 인디아 리포트] (8) 인도 대표 아이콘들

    [新 인디아 리포트] (8) 인도 대표 아이콘들

    |뭄바이·아그라(인도) 최종찬특파원| 인도가 관광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4대 문명 발상지의 하나로 볼거리가 많은 인도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를 만드는 대표 아이콘들을 돌아봤다. ●타지마할 뉴델리에서 엉덩이에 불이 날 정도로 덜커덩거리는 버스를 타고 4시간을 가면 아그라 남쪽에서 만난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이슬람 건축물이다. 무굴 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5대 황제 샤자한이 14번째 아이를 낳다 죽은 왕비 뭄타즈 마할을 기리기 위해 세운 무덤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히며 샤자한도 나중에 이곳에 묻혔다. 샤자한은 왕비에 어울리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무덤을 지었다. 돈을 쏟아붓다 보니 나라 살림이 거덜나는 줄도 몰랐다. 루비 등 보석과 최고급 대리석을 사들였고 지구촌 유명 조각가들을 초빙했다. 인부도 2만여명을 동원했다.1655년 타지마할이 완공된 후 샤자한은 타지마할과 닮은꼴 건물을 지을 수 없게 장인들의 손목을 잘랐다고 한다. 비극적인 역사가 숨어 있는 이곳에는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로 매일 넘친다. 인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거의 다 만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500루피(약 1만 2000원)를 내고 관광지 가운데 가장 철저한 검색대를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무장한 보안군들이 관리하는 타지마할의 모습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햇살의 각도에 따라 밝고 어두우며 꿈꾸는 듯한 모습으로 변한다. 샤자한 부부의 가묘가 있는 중앙사원은 내부 촬영과 날카로운 물건의 반입이 금지된다. 내부를 장식하는 보석을 파가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사원 옆에 4개의 기둥은 붕괴될 경우 사원 쪽으로 쓰러지지 않게 바깥쪽으로 기울게 설계되었다. 인도 유적지 가운데 명성과 가장 걸맞은 건축물이다. 사랑 때문에 국가를 말아먹은 샤자한의 그릇된 용기가 부럽기도 했다. ●아그라성 샤자한의 애틋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타지마할에서 버스로 10분을 타고 가면 만난다. 높이 20m, 둘레 2.5㎞에 이르는 성벽과 성문이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진 이 성은 샤자한 황제가 궁전으로 만들었다.200루피를 내면 바깥 모습과는 한 차원 다른 성 안을 구경할 수 있다. 성벽 중요 지점에는 둥근 성루를 만들어 놓았고, 궁전 벽면엔 흰 대리암 상감을 입혔다. 중앙에는 안뜰을 마련했고 남북의 홀은 기둥들보 구조로 돼 있다. 돌로 만든 차양을 받치는 까치발에는 조각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한마디로 정교하고 아름답고 세련된 모습이다. 유일하게 대리석으로 만든 포로의 탑에는 서러운 역사가 갇혀 있다. 셋째아들 아우랑제브에게 왕권을 빼앗기고 유폐된 샤자한이 인생의 마지막 8년을 보낸 곳이다. 야무르 강 건너편에 있는 타지마할을 쳐다보며 죽은 왕비를 그리워하다 파란만장한 생애의 날개를 접은 곳이다. 성루에 서면 강 너머로 타지마할이 보인다. 하지만 극심한 공해 때문에 한낮에도 희뿌옇게 보일 뿐이다. 강은 더럽고 수량도 적어 개울처럼 보였다. 아그라성에서 역사 가이드를 52년째 해온 B N 아가브왈(70)은 “성 안에는 궁녀들의 예배당과 황제의 개인 예배실, 시장, 주택지구가 있었다.”며 무굴 제국이 번성했던 시절 성 안의 규모에 대해 설명했다. 오늘밤 세상이 모두 잠들면 샤자한의 영혼이 포로의 탑에서 나와 생전에 그렇게 그리워했던 왕비와 380년만에 극적인 재회를 하길 빌었다.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영국왕 조지 5세의 인도 방문을 기념하는 건축물로 1924년 완성됐다. 과거엔 인도의 관문의 역할을 하다 지금은 엘리폰타섬까지만 운항하는 배의 선착장으로 사용된다. 뭄바이의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유명관광지이지만 잡상인이 들끓고 제대로 된 안내 표지판이 없을 정도로 관리가 소홀했다. 무장군인이 지키는 뉴델리의 ‘게이트 오브 인디아(전쟁터에서 숨진 10만명의 군인 이름이 새겨져 있음)’에 비하면 이곳은 거의 방치된 셈이다. 파헤쳐진 구멍이 있어 사진 찍다가 다칠 우려도 있다. 가까이에 있는 럭셔리한 타지마할 호텔과 함께 앵글에 담으면 추억의 급수가 높아질 것 같다. ●엘리폰타섬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에서 통통배(왕복요금 120루피)를 타고 1시간을 가면 작은 섬이 인사한다. 선착장에 내려서 꼬마기차의 인도를 받고 120개 계단을 다 올라가면 섬의 대표 관광지인 힌두신전이 나온다. 입장료가 200루피인 이 신전은 큰 바위산을 깎아 만든 것으로 5∼8세기에 걸쳐 조성된 석굴사원이다. 창조의 신 ‘브라흐마’, 수호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 등 인도 대표 신들을 조각해 놓았다. 이곳도 관리가 부실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조각도 있다. 현지 가이드인 아비나슈(19)는 “하루 방문객이 400∼500명 정도”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관광객 레닉(35)은 “인도인들이 외국인 관광객의 돈만 노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유적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망가져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siinjc@seoul.co.kr ■인도인과 결혼한 교포 박정희씨 |델리(인도) 최종찬특파원| “조상이 유적을 많이 물려줘 관광지가 많습니다. 달라이라마의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북서부 히말라야 산맥지대에 있는 다람살라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뭉게구름, 잉크빛 하늘, 돌산과 설산의 조화, 한마디로 천국입니다.” 일본 유학 도중 만난 인도 청년과 결혼해 시부모를 모시고 21년째 인도에서 살면서 패키지투어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여행 코디네이터 박정희(45)씨는 인도사람이 다 됐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시골여성들은 남자를 받들며 살아가지만 도시여성들은 그렇지 않다. 정부나 방송국, 은행 등의 고위직에 많이 진출해 있다. 델리 주 총리, 펩시콜라 본사 CEO, 인도 바이오 테크 CEO도 여성이다. 결혼하면 시부모를 모시기 때문에 한국처럼 고부갈등이 있다. 연속극에서도 이 주제를 많이 다루며 기혼 여성이 2명 이상 모이면 시어머니 얘기가 화제가 된다. ▶인도에서 세 가지 조심할 사항은. -하나는 길조심, 영연방국가로 차량이 우측통행을 하니 조심해야 한다. 둘째 물조심. 수돗물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생수를 돈 주고 사먹어야 배탈을 방지할 수 있다. 셋째는 돈조심. 찢어진 돈을 받으면 다시 쓸 수 없으니 번호가 찢어져 있거나 중간이 뜯겨져 나간 것은 받지 말아야 한다. ▶인도 생활 21년을 결산하면. -처음엔 음식 적응이 가장 힘들었다. 인도어를 읽고 쓰지 못해 불편한 점도 있었다. 하지만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인도사람들은 양면성이 있다. 순박하고 애정이 많은 반면에 이기적이고 자존심이 강하다. ▶한국 관광객에게 아쉬운 점은. -인도에서 한국식에 맞추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음을 열고 인도사람들을 대했으면 좋겠다. ▶사용 가능한 언어는 몇 개나 되나. -한국어, 일본어, 영어는 읽고 쓸 수 있다. 힌디어, 구자라티어, 마라티어는 쓰고 읽을 수는 없어도 말할 수는 있다. 집에선 구자라티어로 얘기한다. 편지 쓸 때는 남편에게는 일본어로, 아들에게는 영어로 쓴다. 외출하면 영어, 힌디어, 구자라티어, 마라티어를 만나는 사람에 맞춰 쓴다. ▶인도에도 사교육 열풍이 부는지. -부모가 아이를 가지면 그때부터 아이를 사립 영어학교에 입학시키려고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한다. 입학을 예약하기 위해 브로커에 돈을 주기도 한다. 유명 사립영어학교 입학은 하늘의 별따기다. 고액과외도 있고 족집게 선생님도 있다. siinjc@seoul.co.kr
  • 밤의로의 여행/연진희·채세진 옮김

    밤의로의 여행/연진희·채세진 옮김

    우리의 일부다. 어떤 이에게는 불안과 고독의 시간이다. 또 어떤 이에게는 노동에서 해방된 자유의 시간이자 관능적 쾌락과 여흥의 시간이다. 하루의 걱정을 밀쳐둘 수 있는 시간이며,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는 미개척지인지도 모른다. 이건 ‘밤’이다. 캐나다의 시인이자 에세이 작가인 크리스토프 듀드니의 밤에 관한 단상이다. 그가 쓴 ‘밤으로의 여행’(연진희·채세진 옮김, 예원미디어 펴냄)은 드물게 만나는 ‘밤의 인류문화사’이다. 인류역사를 통해 문학으로, 그림으로 끝없이 노래됐으면서도 밤 그 자체에 의미를 둔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낮의 그림자, 낮과 낮 사이에 끼인 어둠의 시간. 하루 24시간의 중심축을 떠받치며 엄존함에도 밤은 개념적 적자(嫡子)로 대접받지 못했다. ●밤의 기원에 대한 신화·과학적 정의도 밤의 모든 것을 파악한 백과전서를 선언한 책은, 그 언어적 유래로 운을 떼는 치밀함을 보인다. 숱한 단어들이 변천의 역사를 겪어왔어도 영어의 ‘night’만큼은 모양을 바꾼 적 없는 은근한 세를 부려왔다. 밤을 여성으로 인격화하며 찬미한 수많은 시인들의 작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밤의 기원에 대한 신화·과학적 정의가 빠지지 않음은 물론이다. 낮을 준비하는 관념적 인식의 대상이던 밤이, 신비함으로 무장한 상상과 창조의 시간으로 실체적 가치를 얻어가는 과정에는 정보가 풍성하다. 밤의 시간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다양한 주제의 지적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일몰에서부터 다음날 일출까지 밤의 12시간을 한 시간 단위로 쪼개 모두 12개의 주제가 다른 장(章)으로 책을 꾸몄다. 예컨대 고즈넉이 아름다운 ‘밤의 자연’을 짚는 3장에서는 19세기 미국의 박물학자이자 작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전면에 등장시킨다. 저 유명한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 홀로 지내며 소로가 밤낚시를 즐겼던 여름밤 풍경은 그대로 밤의 찬사이다. 소로가 저서 ‘월든’에 쓴 그림같은 기록의 일부가 인용됐다. ●순서없이 펼쳐 읽어도 무리없어 낭만적 고찰에만 그치지 않는다. 밤을 “광학적 사막”(빛이 사하라의 물만큼이나 희소한 공간)이라 규정하고, 밤 사냥에서 최고의 입지를 얻는 야행성 동물들에게는 어둠이 오히려 빛이 되는 역설을 일깨운다. 야간투시경을 가진 연쇄살인범이 활약하는 영화 ‘양들의 침묵’, 안구가 유난히 발달해 먹이를 보려면 머리를 돌려야 하는 안경원숭이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지식정보들이 종횡무진 지면을 활강한다. 순서없이 마음 가는 대로 펼쳐 읽어도 무리없는 건 그 덕분이다. 천문학·일몰·북극광·오로라 등 자연현상, 생물학, 생리학, 병리학, 의학, 예술, 과학기술, 신화, 어원학 등 다방면에서 밤의 지표들을 뒤져냈다. 우주가 캄캄한 이유에서부터 부엉이와 박쥐가 어둠 속에서 먹이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기술, 저녁 노을의 녹색섬광과 청색섬광의 정체, 도시의 야광이 암에 영향을 미칠지의 여부, 심지어는 코르티잔 나이트클럽 풍속에까지 관심의 촉수가 닿았다. ●잠과 꿈, 해몽과 불면증 이야기도 밤과 필연적 관계를 나눈 잠과 꿈, 해몽과 불면증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다. 마을 주민이 통째로 불면증을 앓는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간의 고독’, 프로이트와 융의 학설을 인용하거나 때로는 저자가 수면연구소를 직접 찾아가 현장성을 부각시켰다. 고질적 불면증 환자였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해 마르셀 프루스트, 샬롯 브론테, 버지니아 울프, 마크 트웨인 등 자신들의 복잡한 내면을 작품에 투영시킨 ‘올빼미 작가족’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글감이다. 저자의 광범한 지적 스펙트럼에 힘입어 밤은 복권돼 간다.500쪽이나 되는 긴 ‘탐구서’를 쉼없이 채워낸 작가의 오지랖과 재담이 무엇보다 놀랍다. 뒤집어, 방대한 지식정보들을 백화점 식으로 나열한 글쓰기에서 깊이읽기의 아쉬움을 느낄 독자도 있을 듯하다.1만 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구청장 현장브리핑] 신영섭 마포구청장의 화력발전소 이전

    [구청장 현장브리핑] 신영섭 마포구청장의 화력발전소 이전

    “혁신은 절차·품질 모두를 개선하는 작업입니다. 동 통폐합이 서비스 생산과정을 혁신하는 것이었다면, 수명이 다한 산업시설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서비스 내용을 혁신하는 일이지요.” 구청장 취임 1년 반. 신영섭 마포구청장은 그동안 부단히 부수고 줄기차게 고쳤다. 동사무소 통폐합과 권역별 현장행정지원센터 운영은 ‘철밥통 부수기’와 자치행정 혁신의 전범으로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벤치마킹하고 있다. 신 구청장의 올해 목표는 한강변 서울화력발전소(옛 당인리발전소)의 이전을 확정짓는 것이다. 30일 발전소가 내려다보이는 당인동 현장을 찾은 신 구청장은 발전소 이전을 위한 마포구의 노력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했다.“한전은 국내 최대 기업 중 하나입니다. 우리 구 입장에선 거대 공룡과 맞선 셈이죠.” 그가 발전소 이전에 사활을 건 까닭은 이곳이 홍대앞 문화지구에서 절두산성지와 한강시민공원, 상암DMC를 거쳐 연남동 차이나타운으로 이어지는 U자형 문화·역사·관광벨트의 꼭짓점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대통령직 인수위가 이곳을 ‘문화창작발전소’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그의 구상도 탄력을 받는 듯하다. 문화관광부도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발전소를 문화예술 복합단지로 개조해 아시아 문화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그러나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발전소측은 2011년까지 500㎿급 발전기 2기를 지하에 신설하고 지상은 에너지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길 태세다.10월 착공 계획도 밝혔다.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도 발전소 이전이 수도권에 정전 등 비상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마포구 역시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4년 전 문광부가 발전소를 이전하고 문화창작발전소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했지만 산자부 반대로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40∼50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옮기라는 게 아닙니다. 발전소가 이전해도 전력·난방공급에 차질이 없다는 것은 전문가 검토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실제 당인리발전소는 한전에 의해 핵심발전설비가 아니라 수급조절용으로 분류돼 있다. 전문가들도 내년에 완공되는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 설비를 추가하면 수도권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다는 설명이다. 마포구가 선례로 삼는 것은 지난 2000년 런던 템스강변의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현대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영국 테이트모던 갤러리. 한해 400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한전·산자부를 압도할 논리와 팩트를 발굴하고 새정부에 이전의 당위성을 전방위적으로 설득할 것입니다.” ‘창조적 파괴’의 열정으로 뭉친 ‘혁신 전도사’의 패기에 찬 도전이 관료조직과 거대 산업권력의 견고한 카르텔에 맞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당인리발전소 1930년에 지어진 국내 최초의 화력발전소.1982년까지 무연탄을 원료로 사용해 분진과 대기오염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얻었다.1970년대 이후 수도권 전력시설이 확충되면서 현재는 서울 전력소비량의 3.2%만을 공급하고 있다. 발전설비도 수명을 다해 4·5호기가 2012년 폐기된다. ●테이트 모던 갤러리 1981년 폐쇄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2000년 5월 개관한 현대 미술관.99m 높이의 굴뚝과 잿빛 벽돌로 쌓은 육중한 외벽, 내부의 크레인 등을 원형대로 보존해 건축물의 역사성을 부각시켰다. 빅벤, 웨스트민스터사원, 대영박물관 등 인근 명소와 문화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 창조한국당 와해 위기

    문국현 공동대표를 제외한 창조한국당 지도부 전원이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를 결의했다.창조한국당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문 대표가 전면에 나서 총선 준비 등 당면 현안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당을 책임있게 이끌어가기 위해 합의한 결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17대 대선 당시 문 대표를 도왔던 이용경·이정자 공동대표, 김영춘·정범구·전재경 최고위원 등이 이날 모두 물러남에 따라 지난해 10월30일 창당한 창조한국당은 창당 3개월 만에 ‘문국현 1인 정당’으로 전락하면서 와해 위기를 맞았다.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Zoom in 서울] ‘도심 복합문화축’ 으로 조성

    [Zoom in 서울] ‘도심 복합문화축’ 으로 조성

    대학로에서 동대문을 거쳐 남산에 이르는 거리가 역사와 공연, 패션 등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도심 복합문화축’으로 거듭난다. 서울시는 29일 ‘도심재창조 종합계획’의 핵심사업으로 대학로∼동대문∼남산간 도심 복합문화축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도심 복합문화축은 이 구간에 있는 다양한 문화공간을 정비·강화할 뿐 아니라 역사와 공연, 패션문화가 공존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이번 문화축은 대학로의 젊음과 공연, 동대문 일대의 디자인·패션, 장충단길과 남산으로 이어지는 공원 등 다양한 특성이 공존하고 있으며 서울 성곽과 함께 4대 문의 하나인 흥인지문이라는 역사문화공간도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지금은 도로와 인도가 좁아 지역간 연계성이 떨어지고 걷기에도 힘들며 흉물스런 고가도로, 지저분한 도로 등 도시 미관도 크게 떨어져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올 하반기까지 혜화고가도로를 철거하고 혜화교차로(사진1)를 평면교차로로 바꾼다. 또 대학로 진입구간(사진2)인 창경궁로와 동소문로의 차로를 1개씩 늘리고 종로5가∼이화사거리간 약 570m 도로도 현재 편도 4차로에서 왕복 6차로로 확장한다. 흥인지문 일대(사진3)에는 오는 6월까지 시민들이 보물1호를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주변 교차로를 일부 조정해 생기는 6400㎡ 규모의 공원을 만드는 한편 이대 동대문병원 부지(1만 2200㎡)와 동대문종합시장 전면주차장 부지(2600㎡), 종로 북측 교차로변(2900㎡)에 모두 2만 4000㎡의 커다란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성곽 주변 정리를 통해 흥인지문∼낙산간(사진4)의 성곽 탐방로도 만든다. 또 시는 동대문 지역을 세계적인 디자인·패션 메카로 만들기 위해 총 3785억원을 들여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해 ‘동대문 디자인&파크’(사진5)를 만든다. 지하에는 약 6만 1600㎡에 다목적 전시·컨벤션홀과 디자인산업 지원시설 등을 갖춘 연면적 7만 4700㎡ 규모의 ‘디자인 플라자’가, 지상에는 약 3만 8000㎡ 규모의 ‘디자인 파크’가 2010년에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또 주변의 미 공병단과 훈련원공원, 국립의료원, 경찰기동대 등 대규모 이전 부지에 호텔 및 컨벤션 기능을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광희고가도로(사진6)를 올해 하반기까지 철거하는 한편 장충단길(사진7)의 보도 확장을 통해 동대문 지역과 남산 간의 보행 연계성을 강화한다. 오태상 도심재정비2담당관은 “서울의 대표적 문화명소인 대학로, 흥인지문, 동대문시장, 남산 일대를 하나로 묶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세계적인 역사·문화명소 및 관광명소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권력의 칼 잘못 휘둘렀다”

    대선 후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첫 탈당을 기록했던 안영근 의원이 29일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한나라당 탈당파인 ‘독수리 5형제’ 가운데 김부겸 의원만이 통합신당에 남아 총선에 도전하게 됐다. 안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으로서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한 점 사과드리며 총선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권력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상대를 겨누면서도 동시에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신중하게 다뤘어야 하는데 여당은 그 칼을 너무 가볍게 휘둘렀다.”면서 “이 점 국민 여러분의 용서를 구하고 이제 떠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김부겸·김영춘 의원,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우재 전 의원 등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해 지난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창당 때 합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에게 ‘독수리5형제’라는 별칭을 붙였다.김영춘 의원이 일찍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 창조한국당에 입당했고 이부영 전 의장은 제이유 사건에 연루돼 법정 구속된 상태다. 이우재 전 의원은 마사회장을 맡아 사실상 정계 은퇴했으며 정권교체로 조만간 이 자리도 내놓아야 할 형편이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데스크시각] 대운하 일감 그리고 짐/김성곤 산업부 차장급

    [데스크시각] 대운하 일감 그리고 짐/김성곤 산업부 차장급

    1967년 고(故) 박정희 대통령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1960년대 중반 독일의 아우토반을 돌아본 뒤 내린 결정이었다. ‘시기상조’,‘가진자만을 위한 도로’,‘재원낭비’ 등 각계의 반발이 거셌지만 박 전 대통령은 밀어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최소 경비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한다. 박 전 대통령은 얼마 뒤 1968년 2월 착공 시점을 기준으로 주요 구간별로 표를 그린 뒤 서울∼오산간은 10개월내, 오산∼대전간은 16개월내 등 구체적인 공기(工期)를 적은 친필 공정도를 만들어 건설업체에 전달한다. 이후 16개 건설업체들은 428㎞를 44개 공구로 나눠서 공사에 돌입한다. 건설업계의 맏형격이었던 현대건설은 이 가운데 3개 공구를 맡아 102㎞의 건설을 주도했다. 이 공사에는 대부분의 큰 건설업체들이 참여했다. 예정 공기 4년을 2년 5개월로 줄였고, 비용은 429억원(㎞당 1억원)이 들었다. 건설업계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적은 비용이라고 자평했다. 1965년에 현대건설에 입사했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경부고속도로 완공 때에는 현대건설 영업본부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명박 당선인이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내건 한반도 대운하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경부 대운하는 많은 부분에서 경부고속도로와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 선거공약으로 내걸렸고, 사회간접자본 목적으로 건설한다는 점, 국론이 엇갈린다는 점이 같다. 또 사업을 서두르고, 대형 건설업체가 주도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점도 적지 않다. 경부고속도로는 너무 앞서간다는 지적이 많았던 반면 경부 대운하는 ‘시대착오적이다.’는 지적도 받는다. 또 경부고속도로는 재정으로 사업을 벌였지만 경부 대운하는 민간자본 유치 방식을 채택했다. 여기서 경부 대운하 타당성 여부나 민자유치가 좋은지 등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새 정부는 민자유치 방식을 채택, 공을 민간기업에 떠넘기며 비난의 예봉을 비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공을 건네 받은 건설업계다. 먼저 ‘빅5’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경부 대운하 민자사업 추진 협의체를 구성, 사업추진을 주도하고 나섰다. 뒤이어 6∼10위 기업이 별도로 참여의사를 표명했고, 이제는 11위에서 20위 건설업체도 손을 들고 나섰다. 일견 대운하 건설을 놓고 건설업체들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처럼 비쳐진다. 이는 14조원이나 되는 매머드 프로젝트에서 소외될 수 없다는 기업의 당연한 반응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새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제스처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씁쓸한 것은 이윤을 생명으로 하는 건설업체들의 ‘나도요’ 행보에서 경제성 여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창의성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사업방식이 민자유치 방식으로 바뀌면서 공(功)과 함께 자칫 자원만 낭비하고 국토를 훼손했다는 과(過)를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아쉬움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1965년 이래 해외에서 총 2568억달러의 공사를 수주했다. 어렵던 1960년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는 우리 경제에 구세주였다. 지금도 건설업체들은 당시 국가경제에 기여한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대운하를 놓고 경쟁하는 건설업체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보다 진지하게 경제성을 검토한 뒤에 사업에 나섰으면 좋겠다. 덧붙여 업체간 경쟁에 앞서 논란이 되고 있는 환경훼손이나 홍수문제, 경제성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창조적인 모습도 보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먼 훗날 ‘그때 건설업계에는 일감만 좇았지, 영혼은 없었다.”는 얘기를 들을지도 모른다. 김성곤 산업부 차장급 sunggone@seoul.co.kr
  • 문국현 정면돌파?

    ‘폐업위기’의 창조한국당이 난관 수습에 나선다.“총선은커녕 다음달 17일 전당대회까지 조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던 당의 상황이다. 내홍은 깊어가고 구성원 이탈은 가속화됐다. 그러나 창조한국당 전재경 공동대표는 29일 “이번 주부터 총선체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나가면 당의 내부 문제도 차차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문국현 대표도 30일부터 당으로 출근해 전면에서 당을 지휘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현재가 위기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파국은 없을 거라는 얘기였다. 문 공동대표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했다가 지난 28일 돌아왔다. 문 대표는 위기상황을 정면 돌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유명인사 한두 명이 나간다고 해서 당이 깨지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문 대표는 창당 초심을 흐트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당내 갈등의 핵심인 대선비용 처리 문제와 지역구 출마 문제 등도 원만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창조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가 상당액을 부담할 수도 있을 것이다.2월 초 중앙위원회에서 논의하면 된다.”고 했다.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다보스 포럼 폐막 무엇을 남겼나

    |파리 이종수특파원|‘세계화 목소리는 낮아지고 불확실성 확대속에 공생 강조’ 27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동안 다보스 포럼은 ‘세계화 전도사들의 집결체’라고 불릴 정도로 참석자들이 신자유주의의 정당성을 강조해 비판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올해에는 유달리 ‘함께하는 세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함께하는 경제’ 목소리 부각 변화의 바탕에는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그 만큼 분위기를 지배한 것은 세계경제의 불확실함이었다. 올해 공식 주제는 ‘협력적 혁신의 힘’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논의의 중심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옮겨졌다. 지구촌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공존의 강조’로 이어졌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지구촌 빈민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창조적 자본주의’를 내세워 전 세계기업들이 각국 정부 및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창조적 자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일부 참석자들은 그 동안 다보스 포럼의 일관된 입장이었던 세계화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스칼 레미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은 “올해는 보호주의의 덫에 빠지지 않으면서 자유무역의 이념을 수정해야 하는 중요한 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화에 대한 정당성이 논리적 설득력을 잃어가면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처방에 논란과 의구심 확산 포럼 시작 전날인 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75%포인트 낮추자 참석자들 사이에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포럼의 여러 세션에서 인플레를 억제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바람직한지 아니면 본격적인 경제 침체가 오기전에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에 무게를 실을 것인지 등을 놓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주된 분위기는 미국 FRB의 조치가 달러화의 약세를 부추겨 유가·원자재의 가격을 더 상승시켜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인플레를 초래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다. 세계적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를 비롯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런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 등은 “FRB를 비롯한 세계의 중앙은행들의 통제력 상실을 드러낸 사건이자 또 다른 버블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와 동시에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여부도 주목을 받았다. 이에 장클로드 트리셰 ECB총재는 금리 인하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 대신 “물가 안정성과 금융 안정성 사이에 모순은 없다.”고 말해 경기 부양보다는 인플레 억제에 비중을 둘 것임을 밝혔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희박함을 시사한 셈이다. ●파트너십 구축도 모색 한편 이번 포럼에서도 지구촌 공동 화두인 기후변화, 에너지, 물 부족 등에 대한 강조는 이어졌다. 지난해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설파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엔 ‘물 부족’을 강조했다. 반 총장은 수단 다르푸르를 비롯해 아프리카·아시아의 유혈분쟁이 물 부족 사태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물부족 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지구촌이 공동으로 안고있는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정치권-기업-시민단체 등의 공동 파트너십을 구축하자고 주장했다. 또 그는 유엔과 국제통화기금 등의 국제기구들이 현안에 대처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ielee@seoul.co.kr
  • 빌 게이츠 “창조적 자본주의로 가자”

    빌 게이츠 “창조적 자본주의로 가자”

    “자본주의의 방향이 부유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24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빈민을 돕는 자본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빌 게이츠가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라고 명명한 이 개념은 자본주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빈민들을 대상으로 기업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빌 게이츠는 이날 다보스포럼 창설자인 클라우스 슈바프와 함께 한 특별세션에서 “기업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초점을 둔 사업을 창출해야 한다.”며 “이 시스템을 통해 이윤 창출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두가지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전세계 10억명의 빈민을 돕는 방법을 찾아 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이같은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은 자본주의가 최선의 경제 시스템이라는 믿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아쉬움이 갈수록 커진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그는 “나는 낙관주의자이지만 조급한 낙관주의자”라며 “세계가 나아지는 속도가 너무 더디고,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지도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번 연설은 그가 오는 6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운영에 주력할 것임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재단의 자산 규모는 331억 2000만달러로 추정된다. 한편 이번 포럼에선 100여명의 인사들이 비공개 회동을 갖고 국부펀드의 투명성에 대해 만만찮은 입씨름을 벌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1971년 창설돼 37년의 역사를 가진 다보스 포럼이 국부펀드에 대한 토론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부펀드는 쿠웨이트,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러시아, 노르웨이 등이 운영 중이며 미국의 대형금융그룹인 시티그룹, 메릴린치 등이 창사 이래 최대 손실로 경영 개선자금을 긴급 수혈받기도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국부펀드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투명성 강화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은 “국부펀드가 못 미더우면 투자를 받지 말 일이지 투자윤리 규정을 만들라고 할 필요는 없다.”고 힐난했다. 반면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외국 돈이라는 이유만으로 걱정하는 게 아니다. 우려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고 밝혔다. 오일머니가 넘치는 산유국과 아시아 신흥시장 국가들이 주로 운영하고 있는 국부펀드가 경제적 목적이 아닌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면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국부펀드만이 아닌 모든 자본이 해당되는 ‘포괄적 투자윤리 규정’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부펀드가 최근 공격적 투자를 하면서 서방의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며 “윤리규정 마련에 이해관계가 달라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종찬 이순녀기자 siinjc@seoul.co.kr ●국부펀드 국가가 외화 자산을 재원으로 조성해 통화당국의 외환 보유고와는 별도로 수익성 위주로 운용하는 투자기구. 고수익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전세계 자산에 투자한다. 현재 3조달러(약 2838조원)로 추정되며 앞으로 5년 내에 최대 20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박테리아 인공게놈 美서 첫 합성 성공

    미국 과학자들이 화학 물질을 조합해 박테리아의 게놈 전체를 인공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지금까지 바이러스의 DNA합성에 성공한 적은 있지만 그보다 훨씬 복잡한 박테리아의 게놈 합성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인공 생명체 창조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평가와 함께 뜨거운 윤리 논쟁이 예상된다. 비영리 민간연구소인 크레이그 벡터 연구소는 24일 5년간의 연구끝에 박테리아의 게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이들이 연구에 이용한 박테리아는 ‘미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으로 일종의 성병 박테리아다.580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지구상 가장 단순한 생명체중 하나다. 연구진은 연구실에서 만들어낸 박테리아 합성체의 이름을 ‘미코플라스마 라보라토리움’으로 명명했다. 이같은 성과는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인공 생명체 합성을 향한 3단계 연구에서 두 번째 단계라고 밝혔다.남은 단계는 인공 염세체를 살아있는 세포에 주입해 인공 염색체가 세포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이다. 인간 게놈지도를 완성한 유전학자이자 생명공학회사 ‘신세틱 지노믹스’를 이끌고 있는 벤터 박사는 “연구진이 사용한 새로운 방법과 기술은 인공 게놈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터 박사는 유전자를 어떻게 합성해 이식하느냐에 따라 인간이 원하는 특성을 가진 박테리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 생명체 합성은 질병과 온난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윤리적 논란과 잠재적 위험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종교계를 중심으로 인공 생명체 양산에 대한 경종이 울리고 있으며 기존 질병의 독성을 극대화시키거나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내는 생물무기 생산에 쓰일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윤곽 드러내는 李 정부 내각] 총리 내정 한승수 문답

    [윤곽 드러내는 李 정부 내각] 총리 내정 한승수 문답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내정된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 특사는 24일 내내 기자들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서울 반포동 자택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치자 자정까지 귀가하지 않던 그는 취재진이 철수했다는 ‘잘못된 소식’을 듣고는 25일 새벽 1시쯤 부인 홍소자씨와 함께 귀가했다. 추운 날씨에 떨고 있는 기자들이 마음에 걸렸는지 결국 그는 “이게 웬 일들이냐.”며 인사를 건넸고, 기자들을 집으로 들였다. 다음은 한 특사와의 일문일답. ▶이명박 당선인과 만났나. -김영삼 전 대통령 팔순과 방우영 조선일보 회장 팔순 때 뵈었다. ▶최근에는 언제 만났나. -유구무언이다. ▶총리직 제안은 받았나. -언론이 내정이라고 몇군데만 쓰는 줄 알았는데 많이들 쓰더라. 언론이 쓰면 그렇게 가는 것 아닌가. 그러나 총리 인선은 당선인이 결정할 사안이고 대변인이나 비서실에서 할 얘기다. 내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당선인이 자원외교를 강조했는데. -동감이다. 중국은 석유값이 오르면 중동을 넘어 아프리카까지 간다.10년,20년 뒤를 보는 것이다. ▶총리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조직보다는 퍼스낼러티(personality)가 중요하다. 참여정부에서도 이해찬 총리와 한명숙 총리, 한덕수 총리가 모두 달랐다. 일을 할 때에는 대통령과 총리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 ▶당선인은 실용주의를 강조한다. -실용주의는 좋은 말이다. 게다가 창조적이라는 말까지 붙어서 얼마나 좋나. 현정부는 이념에 얽매여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일각에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입법의원 전력을 문제 삼는다. -억울한 면이 있다. 당시 서울대 교수를 하고 있을 때 국보위 비대위 재무분과에서 일했다. 입법의원은 아니었다. 비대위가 해산되면서 임무를 끝냈다.2000년 국회에서 5분간 해명발언을 한 적도 있다. ▶국보위 활동을 하기는 했는데. -양심적으로 고민도 했지만 국가를 위해 한 것이다. 그때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4%였고 물가도 30%나 뛰어 외환위기 때보다 (위기가)심했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창조한국당 ‘폐업위기’

    창조한국당 ‘폐업위기’

    창조한국당이 위기다. 당 핵심 멤버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선 자금과 문국현(얼굴) 대표의 출마 문제 등이 갈등 요소다. 총선은커녕 다음달 17일 전당대회까지 당이 유지될지 불투명하다. 최근 김갑수 대변인이 탈당했고, 정범구 최고위원이 탈당을 저울질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팬클럽”이라고 안으로는 쓴소리를 하며 밖으로는 대안 정당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김영춘 최고위원도 거취를 고민하고 있고 김헌태 전 정무특보, 고원 전 전략기획본부장도 이미 당무에서 손을 뗐다. 문 대표의 총선 출마를 두고도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정 최고위원 등 당내 인사들이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출마를 권유하자 문 대표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대선 기간 문 대표가 쓴 74억원 중 62억원을 당에서 차입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당내 불만은 차치하더라도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민주당이 2002년 대선 빚 43억원으로 지금까지 고전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60억여원의 빚을 떠안고 총선을 치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창조한국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문 후보는 이미 ‘집 한 채는 남았다.’는 표현으로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공당으로서 선거비용 대부분을 후보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이견이 있다.”면서 “2월 초 중앙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기획·재정 자율권 주기로

    기획·재정 자율권 주기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4일 전국을 ‘5+2’ 형태의 7개 경제권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16개로 나뉘어 있는 광역 시·도를 좀더 큰 단위로 묶어 예산·기구를 별도 운영해 경제적 효율성을 기한다는 취지다. 물론 행정구역상의 기존 16개 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7대 경제권은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대구·경북)권, 동남권 등 5대 광역경제권과 강원도, 제주특별자치도 등 2대 특별광역경제권으로 이뤄진다. 박형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은 브리핑에서 “기존 시·도 행정구역을 과감히 초월해 광역경제권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실질적 지방분권이 이뤄지는 창조적 광역발전 체제를 조속히 뿌리내리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역경제권은 지방을 인구 500만명 정도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개념이다. 지역의 인프라, 산업집적도, 역사문화적 특수성, 지역정서 등을 고려해 특성화된 발전전략이 추진되는 점이 특징이라고 인수위는 밝혔다. 중앙정부의 주도로 공공기관 분산에 치중해온 참여정부의 지역발전 구상과 달리 지방 주도로 지역경쟁력을 신장시키는 구상이라는 설명이다. 광역경제권의 운영은 해당 시·도에서 차출된 인력들로 구성되는 ‘○○권 광역경제권본부’가 맡게 된다. 광역경제권본부는 사업추진계획을 집행하고 민간자본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기획조정권과 재정권을 법률로 보장받는다. 재원으로는 기존의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를 재편하고 관련부처 보조금 일부와 교부세 재원 일부, 신규재원 등으로 ‘광역경제권 특별회계’를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인수위는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지역간 협력촉진 등 광역경제권 발전 특별법’(가칭) 제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인수위는 광역경제권 6대 발전전략으로 ▲광역경제권 연계사업의 활성화 ▲규제개혁 등 시장친화적 지역경제활성화 촉진 ▲광역경제권 기간인프라 확충 ▲낙후지역의 신(新)발전지대로의 전환 ▲수도권과 지방의 공동발전체제 형성 ▲협력·통합·분권적 광역경제권 제도의 실천 등을 내놨다. 인수위는 특히 각 광역경제권에 선도기반이 될 수 있는 ‘신성장동력거점’을 조성해 전략적 신산업기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그 예로 ▲새만금 세계경제자유기지와 광양만경제자유구역, 무안·해남·영암 기업도시를 연계한 호남권 대(大)삼각 프로젝트 ▲행정중심복합도시와 대덕·오송·오창 등을 연계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남해안 선벨트(sun-belt:일조량이 많아 기후조건이 좋은 지대) 조성 등을 제시했다. 박 위원은 “이미 추진되고 있는 혁신도시 형태의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전면 개정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연 한상우기자 carlos@seoul.co.kr
  • “부처 줄이면 작은정부 되나”

    “부처 줄이면 작은정부 되나”

    초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김광웅 명예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쓴소리’를 냈다. 김 교수는 24일 서울 종로구 희망제작소에서 열린 ‘정부조직개편안 긴급토론회’에서 “인수위가 내놓은 개편안은 무작정 ‘작은 정부’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에 각 부처의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끼워맞춘 것”이라면서 “‘작은 정부’는 부처나 공무원수를 줄이기보다는 공기업과 같은 공공기관의 수와 그 기관이 수행하는 관료주의적 업무를 줄여서 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부처의 수가 현저히 준다고 해도 정부의 힘이 크게 느껴질 것”이라면서 “한국의 공공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34%를 웃도는 수준으로, 국민과 기업에 대한 통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부처만 줄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힘 있는 부처가 힘 없는 부처를 잡아먹는 ‘정글’ 형태의 관료사회에서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어떻게 움직일지 걱정된다며 우려도 피력했다. 그는 “부처간 통·폐합이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행정부처의 이름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란 명칭에서 ‘기획’은 정부 주도로 경제성장을 이뤘던 시기에 이용됐던 말로, 시장친화적 공약을 내걸었던 당선인의 의지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지식경제부에서 ‘지식경제’는 학술적인 용어”라면서 “미래의 창조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이름”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박재완 인수위 규제개혁 TF팀장은 “이번 개편안은 각 부처의 자율과 재량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한 기본적 토대”라면서 “인수위가 지난 10년간의 ‘과거 지우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논란이 되는 5개 부처 가운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생겨난 조직 가운데 통·폐합의 대상이 된 것은 여성가족부뿐”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창조적 발전전략 내용·보완점

    창조적 발전전략 내용·보완점

    이명박 정부는 지역발전 전략의 초점을 ‘성장’에 맞췄다.2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창조적 광역발전 전략’은 지방을 수도권에 버금가는 지역으로 육성하면서도,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과밀화 해소를 목표로 했던 참여정부의 수도권 규제정책은 무장해제됐다. ●행정과 분리된 경제본부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면 인구 500만명 규모로 재편되는 광역경제권은 행정기관으로부터 독립한 지역본부 체제로 운용된다. 주력산업 육성에 더해 대중교통 시설 등 인프라 개선 작업, 공공디자인 사업 등을 추진하기에 광역경제권이 효과적이라고 인수위는 설명했다. 이웃한 시로 버스 노선을 연장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은 문제라는 것이다. 기획조정분과 박형준 인수위원은 “공장 하나를 세우는 데 최소 3년 이상 걸리는 규제를 내버려 둔다면 지방경제 활성화는 요원한 과제”라면서 “이 같은 규제를 교통정리해 지역본부가 원스톱으로 행정지원을 하도록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권을 확보한 광역경제권이 자체적으로 산·학 연계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부대효과를 낳으며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게 광역발전 전략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 광역경제권 단위로 해외 경제권과 협력사업을 펼 수도 있다. 인수위는 또 이날 남북한 접경지역 등 6개 낙후지역을 지정, 각각 관광·레저·여가 특구, 도농연계 전원마을 등으로 조성해 농산물 가공산업 등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특화시키겠다고 제시했다.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지역까지 모두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수도권 규제 풀어 차별화 인수위가 이날 내놓은 지역발전 전략은 수도권 규제를 완화했다는 데서 참여정부 정책과 대별된다. 참여정부는 수도권에 몰린 부처와 공공기관, 기업을 분산시키는 데 초점을 뒀다. 반면 인수위는 다른 지역과의 차별 없이 수도권을 하나의 경제권역으로 인정했다. 지역 특화산업에 대한 각 경제권의 자율적 선택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특징이다. 중앙에서 지역에 과제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특화산업을 지정했을 때의 부작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다. 인수위는 또 국가 전체에 대한 구상을 세우고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방식 대신 일괄적 개발방식을 채택했다.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의 유치를 장려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수요에 맞춰 즉각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해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인프라에 대한 1차 수요는 경제권 내 자치단체와 경제권끼리 벨트를 조성하는 단계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전 국토 공사판화·투기바람 우려 인수위의 광역발전 구상은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 신공항 건설 계획, 광역 교통체제 개편 등 맞물릴 현안에 대한 세부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 법 개정 작업도 남아 있다. 한반도 대운하 등이 광역별 본부 입지 등에 있어서 어떤 변수가 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우선 인구수에서 다른 광역경제권의 4배 규모에 이르고,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는 이보다 더한 격차로 우위에 있는 수도권에 자원이 집중되는 현상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가 핵심이다. 국가 전체 경제는 성장하지만, 분배에서 차등이 생길 수 있다는 원초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같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민간투자를 어떻게 이끌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역별 경쟁으로 전 국토가 토목공사장이 돼 투기바람이 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권별 지역 본부와 기존 행정기관의 역할이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풀어 내야 할 숙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단체장 새해 설계] 이위준 부산연제구청장

    [단체장 새해 설계] 이위준 부산연제구청장

    “복지분야에 더 신경쓰겠습니다.” 이위준 부산 연제구청장은 24일 “올해 복지 예산을 지난해 415억원에서 533억원(28.5%)으로 대폭 늘렸다.”고 밝혔다.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게 맞춤형 복지행정을 더 강력하게 펴겠다는 생각이다. 구 홈페이지에 ‘전자복지지도’를 구축해 복지시설 정보들을 주민에게 제공하고 도우미들이 저소득 가정을 방문, 도움을 주는 등 맞춤식 복지행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연제이웃사랑회’와 ‘민간 사회안전망’을 내실 있게 운영해 더 많은 주민이 혜택받게 할 방침이다. ●셋째 자녀 출산 50만원 지원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자녀 가정 방문 사업을 전개하고, 셋째 자녀 출생시 50만원의 축하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구청장은 “기초단체의 가장 큰 행정 덕목은 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고, 복지정책은 이의 가장 근본”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이런 이유로 올해 구정 방향도 복지행정 구현을 맨 앞에 내세웠다. 이어 도시 재창조, 지역경제 기반 조성, 문화 인프라 조성 등으로 정했다. 또 노후된 주거지역 개발을 위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되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쾌적한 도시 생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동주차장과 민영주차장 건립을 늘리고 주거지 전용주차장 설치를 더 지원한다. ●민원인 불편 제로화 다짐 연제구는 지난해에 11년 연속 친절 최우수구로 선정됐다. 이 구청장은 이를 기반으로 올해 민원 고객의 불편을 제로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종합민원 상담실 운영, 민원 접수·처리 상황 SMS 통보 및 인터넷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시책 추진과 예산 편성 때 구민이 참여하는 ‘주민예산 참여방 운영’과 ‘구민 감사관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 구청장은 “지난해 각종 평가에서 개청 이후 가장 많은 성과를 올렸다.”면서 “올해는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주민 편의를 위해 권역별로 평생학습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사설] 광역경제권 구상 실효 거두려면

    이명박 차기정부가 새로운 개념의 지방발전 전략을 내놓았다. 전국을 인구 500만명 단위의 5대 광역경제권으로 묶어 세계화와 지방화를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복안이다.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국토균형 발전전략이 행정단위 칸막이에 막혀 나눠먹기식 소모전과 중복투자로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진단한 결과다. 따라서 광역경제권 단위에서는 행정단위의 경계를 넘어 경제활성화 전략을 수립하고 인적·물적 인프라도 공유토록 하겠다는 것이 새 패러다임의 핵심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스스로가 ‘창조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발상의 전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참여정부도 과거 어느 정부 못지않게 지역균형 개발을 추진했으나 수도권을 규제해 지방으로 내몰거나 공공기관을 지방에 강제 이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업도시에는 ‘기업’이 없고, 혁신도시에는 공기업 유치를 둘러싼 지역 소이기주의와 갈등만 난무했다. 기업의 기본 속성인 수익이나 수요·공급을 무시한 채 중앙정부가 한건주의식으로 밀어붙인 탓이다. 따라서 이번에 내놓은 광역경제권 구상이 이행되면 나눠먹기식이나 중복투자와 같은 국가 재원 낭비사례는 한결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5개 광역경제권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경쟁에 돌입한다면 투자의 최대 장애물이었던 규제는 절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인수위는 새만금, 광양만 등을 신성장동력거점으로 제시했지만 광역경제권이 지역에 맞는 신성장산업을 발굴하느냐 여부에 새 지방발전 전략의 성패가 달렸다고 본다. 상호 베끼기식의 구습에서 벗어나 사막과 바다 위에 도시를 건설한다는 ‘두바이’식의 창조적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모든 사고를 기업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먼저 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 주민들은 지역 경계의 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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