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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 3·1절 90주년 기념 특별한 음악회에 오세요

    내일 3·1절 90주년 기념 특별한 음악회에 오세요

    3월1일 아주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 선열의 뜻을 기리는 기념음악회 ‘임시정부가 꿈꾼 나라’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펼쳐진다. 국가보훈처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서울신문과 문화체육관광부, 독립기념관, 민족문제연구소, 김구재단, 류관순열사기념사업회, 안중근기념사업회, 순국선열유족회 등 독립운동단체가 대거 나서 후원하는 이번 공연은 아름다운 음악으로 공존과 상생의 역사를 창조하자는 의미로 기획됐다. 공동주최자의 하나로 창단 15주년을 맞은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S NO)의 연주로 3·1운동 90주년과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을 준비했다. ‘임시정부가 꿈꾼 나라’는 여느 오케스트라 연주회와 프로그램이 크게 다르다. 전체는 1부 ‘고난의 시간, 우리의 노래’와 2부 ‘내일에게 건네는 희망의 대화’, 3부 ‘평화와 통일의 대합창’으로 구성했다. 고난을 이겨낸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며 평화통일을 이룬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다함께 힘을 합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1부는 최성환의 관현악곡 ‘아리랑’이 연주되는 가운데 성우 유강진이 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낭송하는 것으로 막을 연다. 이어 테너 박성원이 작가미상의 ‘용진가’와 ‘독립군가’ ‘의병아리랑’을, 소프라노 김수정이 최영섭 작곡 ‘남들의 고개’를 부른다. 2부는 백범 김구 선생의 생전 활동 모습을 담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영상이 상영되며 백범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명창 박윤초가 판소리로 엮어 펼친다. 윤석중 작사, 김동진 작곡의 나라사랑 노래 ‘동해물과 백두산’은 바리톤 강기우가 들려준다. 3부는 성동춘·황병기가 공동으로 작곡한 ‘통일의 길’을 서울내셔널심포니가 연주하고 소프라노 김인혜와 바리톤 강기우가 이중창 ‘통일이여 어서 오소서’를 부르면 모든 출연진이 나서 김민기의 ‘내 나라 내 겨레’로 평화와 통일의 대합창을 이뤄낸다. 피날레는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은 “독립운동선열의 뜻을 기리고 국민 모두의 마음 속에 깃들어 있는 뜨거운 애국심과 나라사랑의 정신을 되새기고자 한다.”면서 “아울러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화합의 음악으로 공존과 상생의 역사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내셔널심포니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성악가 네 사람과 판소리 명창,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진정한 애국심 고취와 국민 대화합의 시간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힘과 하나된 마음을 나누는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1만~7만원, SNO운영국 (02)2163-8588.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포스코 “10년내 글로벌 철강 빅3로”

    포스코 “10년내 글로벌 철강 빅3로”

    포스코가 ‘정준양 호(號)’의 닻을 올렸다. 조직 및 이사진은 ‘불황타개형’으로 재편했고, 미래 투자 및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올해 2000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다. 회장 경선에 나섰던 윤석만 사장은 포스코건설 회장으로 내정됐다. 포스코는 27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정준양 전 포스코 건설 사장을 3년간 포스코를 이끌 7대 회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정 회장은 1975년 공채로 입사해 30년 넘도록 포스코에 몸담은 ‘철강맨’이다. 48년 수원 태생으로 서울대 공업교육학과를 나와 광양제철소장과 생산기술부문 총괄 사장 등 생산·기술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엔지니어다. 이로써 포스코는 6년간의 이구택 회장 시대를 마감했다. 새 선장인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경영 위기 극복 및 ‘외풍’도 차단하며 2012년까지 순항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존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포스코는 글로벌 수요 감소에 허덕이며 지난해 12월 창사 후 첫 감산에 돌입한 이래 1월 37만t, 2월 20만t 등 감산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조강생산 목표도 지난해보다 12%까지 낮췄다. 정 회장은 “2018년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는 등 포스코를 글로벌 빅3 철강회사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취임 일성(一聲)을 밝혔다. 열린 경영, 창조경영, 환경경영이라는 3대 경영방침도 천명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위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차별화 및 원가절감을 동시에 추구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영 구조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생산량 조절과 관련해 “올 1∼3월 감산규모가 70만∼80만t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불황이 하반기 끝까지 가면 더 많은 감산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정 회장은 포스코의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그는 “위기에 체력을 비축하고 경제가 살아나는 시점에 제2의 도약을 할 것”이라면서 “올해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1000∼2000명 정도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포스코 및 외부 협력사 임원들의 10% 연봉 삭감을 통해 조달된 비용으로 1600명 정도의 인턴사원도 채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스코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글로벌 미래전략을 담당하는 미래성장전략실과 녹색성장정책을 총괄하는 녹색성장추진사무국을 최고경영자(CE O) 직속으로 신설한 게 눈에 띈다. 포스코 관계자는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포스코와 정 회장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포스코 회장 직을 놓고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윤석만 사장은 포스코건설 회장으로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에서도 논의됐다. 윤 사장은 당초 포스코에 남아 정 회장을 보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 회장 등의 배려로 포스코건설 회장 자리로 옮기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취임으로 공석이 된 포스코건설 사장에는 정동화 부사장이 유력하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민주 실력저지에 쟁점 상임위 ‘스톱’

    국회가 27일 본회의 취소로 여야의 본회의장 격돌을 일단 피해 갔다. 하지만 쟁점 법안이 걸려 있는 상임위에서 여야가 충돌하면서 국지전이 이어졌다. 여야 지도부도 이날 밤늦게까지 의원총회와 전략회의를 거듭하며 전의를 부추기는 등 긴장을 고조시켰다.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법이 계류된 문방위에서는 민주당의 점거로 휴업 상태가 지속됐다. 고흥길 위원장 등 한나라당 소속 위원들이 한차례 진입을 시도했지만 민주당의 저지로 실패했다. 고 위원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겠다.”며 민주당을 압박했고, 이에 맞서 민주당은 고 위원장이 국회 파행의 원인제공자라며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국가정보원 직무범위를 확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걸린 정보위도 민주당 쪽이 출입구를 의자 등으로 막아 파행이 이어졌다. 전날 야간 기습 속개로 금융산업 분리 완화 법안과 산업은행 민영화 관련 법안이 표결 직전까지 갔다가 자정을 넘겨 무산됐던 정무위는 야당 의원들의 위원장석 점거로 공전했다. 외교통상통일위 역시 야당의 실력저지에 밀려 다음달 2일로 의사일정을 미뤘다. 토공·주공의 통합 법안이 걸려 있는 국토해양위는 한나라당 소속 이병석 위원장이 비공개 회의 진행으로 직권 통과를 시도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육탄저지에 밀려 정상적인 의사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탈진해 의무실로 호송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법제사법위와 행정안전위는 지난달 민생·경제 법안을 우선 처리한다는 여야간 합의에 따라 별다른 충돌없이 의사일정을 진행했다. 법사위는 이날 소관 법안과 각 상임위에서 상정된 법안 97건을 심의, 처리했다. 또 행안위는 집회 때 복면 등을 착용하거나 집회에 사용된 쇠파이프를 제조·보관·운반하는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상정했다. 한편 민주당은 휴일인 28일과 다음달 1일에도 문방위와 정무위 회의실을 계속 점거하는 한편 보좌진들에게 다음달 2일까지 비상대기토록 했다. 한나라당이 한동안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발령하는 등 기습적으로 본회의를 소집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과 함께 28일 야3당 대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에 직권 상정 포기를 촉구할 계획이다. 홍성규 김지훈기자 cool@seoul.co.kr
  • 우리 전통에 현대 옷 입히니 ‘예술작품’

    우리 전통에 현대 옷 입히니 ‘예술작품’

    서양 복식을 다루는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풀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일지 모른다. 글로벌 패션 무대를 주름잡는 일본, 중국의 디자이너들은 대개 고유의 색채를 서양의 틀에 맞춰 그럴싸하게 풀어내 찬사를 받은 이들이다. 맹목적인 모방은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한다. 디자이너의 경쟁력은 고유의 것, 자신만의 것을 익숙한 방식이지만 어떻게 낯선 매력을 창조해 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 이상봉의 ‘한글 패션’이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유의 전통을 서양 패션에 접목시켜 온 디자이너로 ‘이영주 컬렉션’의 이영주 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부터 전통적 요소를 가미한 의상을 선보여 왔으니 서양 복식 디자이너로서 우리의 것을 탐하는 그의 작업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새달 2일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리는 2009년 봄·여름 컬렉션 준비에 바쁜 그를 서울 청담동 매장에서 만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꽤 낯익은 미니 원피스가 내방객을 먼저 맞는다. ‘피겨 요정’ 김연아가 에어컨 광고에서 입은 의상이다. 연예인 마케팅을 하지 않아 옷 짓는 솜씨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이 대표는 “이 옷 때문에 (사람들로부터)요즘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웃었다. 겸손해하지만 그의 의상은 방송가와 예술계, 정계 인사들이 즐겨 입을 정도로 유명하다. 특히 그가 만든 드레스는 조수미, 장한나 등 클래식음악 스타의 사랑을 많이 받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유명 수입 브랜드를 마다하고 그의 드레스를 찾는 이가 많은데 어떻게 전통에 눈을 돌리게 됐을까. “IMF가 계기가 됐죠. 당시 상황은 디자이너로서 나는 무엇인가라는 회의에 빠지게 했어요.” 불황 때문에 타격을 입기도 했지만 물밀듯 들어오는 해외 고가 수입 브랜드 물결 속에서 독창성, 차별화에 대한 필요성을 새삼 인식하게 됐다는 것.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쏟아부어 한국 시장을 잠식하는 수입 브랜드와 똑같이 해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2~3년간 가슴앓이를 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홀대하는 백화점의 영업 횡포, 일부 연예인의 무분별한 수입 브랜드 선호가 자신은 어떤 길을 가야할지에 대한 쓰디쓴 깨달음을 주었다고 했다. 그래서 찾은 해답이 우리 고유의 것, 외국 디자이너가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전통의 문양, 그림, 색깔이었다. 뭔가 다른 것에 대한 절박감은 고유의 문화를 좀더 세련되게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자리잡았다. 연꽃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래 전통 조각보, 오방색, 민화 등을 활용한 ‘작품’ 같은 의상들을 선보여 호평을 받아 왔다. “옷 팔아 번 돈을 1년에 두 차례 여는 컬렉션에 다 쏟아붓는다.”는 그는 서공임 선생의 민화가 그려진 의상 한 벌을 제작하는 데 무려 1500만원을 들이기도 했다. 이번 컬렉션의 전통 요소는 한지와 묵화다. 한지에서 뽑은 실로 짠 옷감에 자연 풍경을 그린 묵화를 넣었다. 지금까지는 95%를 수입 원단에 의존했으나 이번에는 한지 섬유를 주로 사용했다. 한지 섬유는 천연 소재로 땀 배출이 잘되고 피부 건강에 좋아 친환경, 웰빙 트렌드에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모두 65벌. 은은한 색을 머금은 한지 섬유를 화폭 삼아 펼쳐진 부드러운 묵화가 의상 전체에 은근하고 우아한 멋을 깃들게 한다. “우리의 것은 촌스럽다는 그릇된 편견을 변화시키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욕심. 그는 한국적인 것을 천시하는 경향에 대해 쓴소리를 뱉었다. 특히 해외 영화제에 참석한 일부 한국 여배우가 외국 디자이너의 의상을 자랑인 양 걸치고 나오는 현실에 대해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중국 유명 피아니스트 랑랑을 예로 들었다. “그가 공식 석상에 입고 나오는 의상을 보면 항상 가슴 한구석에 작은 용이 앙증맞게 수놓아져 있어요. 어떻게 해서든 민족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거죠. 우리에게도 그런 정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내년은 브랜드 창립 15주년을 맞는 해다. 여러가지 의미 있는 일들을 구상중인데 모교인 미국 FIDM과 손잡고 미국에서 회고전을 여는 것이 중요한 행사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 발표했던 전통 요소가 가미된 의상들로 꾸며질 겁니다. 서양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가가 디자이너로서 색깔을 더욱 뚜렷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요. 또한 한지 섬유처럼 우수한 소재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바람도 있고요.”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국회 사실상 마비

    26일 국회는 예상대로 곳곳에서 파행됐다. 민주당은 대다수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전날 한나라당의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법 기습 상정에 대한 반발이다. 사태의 진앙지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를 비롯해 정보위, 정무위 등은 아예 회의실 복도부터 봉쇄됐다. 민주당은 현안이 걸린 상임위 몇 곳에는 ‘실력 저지’를 위해 따로 인력을 배치했다. 다만 법사위 회의장은 문이 ‘활짝’ 열렸다. 촛불집회 관련 재판을 특정 재판부에 지정 배당했다는 의혹을 추궁하기 위해 민주당이 요구한 회의였다. 긴급 현안보고가 이뤄졌다. 외교통상통일위도 공청회만 진행하는 조건으로 봉쇄가 일시 해제됐다. 전면 마비만 면했을 뿐, 대부분 상임위는 계획된 일정을 마치지 못했다. 그간 국회 파행 속에서도 ‘나홀로 회의’를 열어 모범 상임위로 꼽혔던 지식경제위도 30분 남짓 의사진행발언만 오가다 산회됐다. 기획재정위에서는 국세청 업무보고가 취소됐다. 국토해양위와 교육과학기술위 등 일부 상임위에서는 민주당의 불참 속에 ‘반쪽짜리’ 회의가 잠시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들을 각각 따로 만났다. 원혜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오전 10시15분쯤 의장실을 찾아 김 의장을 압박했다. “기습 날치기는 원천무효다. 의장이 본회의에서 직권상정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김 의장은 “어제 문방위 사태는 (대화와 협의를 강조했던) 내 성명서와 맞지 않는다. 이번 국회에서 민생경제 법안은 처리해야 한다. 나한테도 분명한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고 조정식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대화 도중 홍준표 원내대표가 선진과 창조의 모임 문국현 원내대표와 함께 들어서자 원 원내대표는 일어섰다. “더 있다 가라.”는 김 의장의 만류에도 원 원내대표는 “약속을 파기한 한나라당과는 같이 자리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홍 원내대표는 김 의장에게 단독·기습 상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어 “끝까지 대화와 타협을 위해 노력하겠고, 국회법에 따라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에게는 국회법에 따른 국회 운영을 당부했다. ‘협상이 끝내 불발되면 직권 상정을 해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민주당은 27일과 내달 2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실력 저지하기 위한 대응 시나리오를 짜는 데 골몰했다.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 내부에선 김 의장이 직권상정에 거부할 때에 대비해 이윤성 국회 부의장이 권한을 위임받아 직권상정을 시도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당초 여야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던 기존 입장을 선회해 상임위별 해결을 강조한 배경에 의혹을 품고 있다. “김 의장이 강조하는 ‘상임위 논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직권상정을 유도하려는 꼼수”라는 시각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통해 법안 처리를 위한 강공 분위기를 조성했다. 박희태 대표는 “의원 개개인이 법안 처리의 최고 책임자라는 생각을 갖고 가일층 애써 달라. 모두 힘차게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없다.”고 독려했다. 홍 원내대표는 “각 상임위원장과 위원들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야당이 퇴장하면 표결 처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주말과 주초, 국회는 ‘대회전’을 예고하고 있다. 글 / 서울신문 홍성규 김지훈 허백윤기자 jj@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김 의장 움직여라” 여야 배수진

    여야가 배수진을 쳤다. 쟁점법안의 처리와 저지를 위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24일 김형오 국회의장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한나라당은 “김 의장이 결단해야 한다.”며 직권상정을 부추겼고, 민주당은 “국회 파행을 각오하라.”며 결사 항전 태세를 갖췄다.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직권상정은 국회의장의 권한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과거 국회의 의장 직권상정 사례도 설명했다. 표면상 명분을 제공한 것이지만, 사실상 국회의장을 구석으로 몰겠다는 의도가 읽혀진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여당이던 17대 국회에선 종합부동산세법과 사립학교법 등 ‘좌파 법안’이 6차례나 강제 처리됐다.”고 상기시켰다. 당시 열린우리당 출신 김원기·임채정 국회의장이 본회의에서 “상임위에서 법안 논의조차 막는 것은 옳지 않다. 직권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던 일도 소개했다. 한나라당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장이 약속을 지켜주리라 믿는다.”며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당 지도부는 의장실을 찾아가 30분 남짓 직권상정 문제를 논의했다. 2월 국회에서도 쟁점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여권이 향후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묻어난다.홍 원내대표로서는 내달 3일까지인 이번 국회 회기 내 법안 처리가 ‘명예 퇴진’과도 직결돼 있다. 스스로도 사퇴설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석에서 “혼자 죽을 수는 없다.”면서 “김 의장도 이번에는 그냥 못 넘어간다. 그렇게 처신하면 한나라당에서 죽는다.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야당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소속 의원과 당직자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한나라당 소속 상임위원장과 의원들의 ‘작전 개시’ 움직임이 포착되면 즉각 대응할 참이다.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3당 및 시민단체 등과 연합 전선도 구축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난달 6일 작성한 여야 합의문을 여당이 파기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당시 합의문은 한나라당이 국회를 전쟁터로 만든 과오를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한 문서로, 종전(終戰)선언문”이라면서 “한나라당이 2차 입법전쟁을 하겠다는데 여기가 무슨 중동(中東)이냐.”고 비난했다.국회의장실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상정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고, 야당의 방해로 도저히 상정과 심의가 안 되고 국민이 원하고 요구하면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2월 중에 미디어법을 꼭 처리해야 하느냐. 민생과 관련한 문제라면 의장이 주저하지 않겠지만 시기적으로 아직 충분히 곰삭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2월 국회에서 미디어관련법의 상정이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주목된다.이지운 홍성규기자 jj@seoul.co.kr
  • 대중에게 사랑받는 예술의 조건

    문화예술에 경영의 개념이 도입된 건 불과 반세기 남짓이다. 예술이 소수 특권층만의 전유물이었던 시절엔 창조자(예술가)와 향유자(후원자)만 존재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대중이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역할자가 필요했다. 가까이 하기엔 서로 너무 멀었던 문화예술과 대중을 만나게 함으로써 ‘예술성’과 ‘대중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 그것이 문화예술 경영의 몫이다. ‘문화, 경영을 만나다’(김승현 지음, 김영사 펴냄)는 문화부 기자로 오랫동안 예술 창조의 현장을 밀착 취재해온 지은이가 대중을 흥미로운 문화의 세계로 초대하는 예술 입문서이다. 동시에 문화예술이 대중의 사랑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경영 안내서이다. 문화예술 경영과 문화정책에 대한 전문적인 이론도 소개돼있지만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지은이가 직접 겪은 사례에서 건져올린 생생한 현장감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은이는 “경영의 측면을 무시한 채 예술적 가치만 고집할 경우 문화예술의 현실적 존립근거 자체가 위협받으며, 예술의 측면을 무시한 채 경영만 주장할 경우 예술을 위한 경영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상실하기 쉽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과 경영의 행복한 만남을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예술의 조건으로 창조성과 도전 정신, 짜임새 있는 경영을 꼽는다. 뮤지컬 ‘명성황후’, ‘지하철 1호선’ , ‘난타’가 대표적인 예. 이젠 공연 때마다 관객이 저절로 몰리는 ‘국민 뮤지컬’로 자리잡았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창작자들이 흘린 땀과 눈물은 상상을 초월한다. ‘명성황후’의 성공 뒤에는 국내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공연의 중심지인 뉴욕과 런던 시장을 두드린 도전 정신이 있었다. 한국형 넌버벌 퍼포먼스의 지평을 연 ‘난타’는 창조성과 도전 정신의 바탕 위에 상설 전용극장 개관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탁월한 경영 수완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밖에 일본 극단 시키의 ‘라이온 킹’ 한국 공연, 넌버벌 퍼포먼스 ‘델라구아다’의 추락 등 실패 사례를 통해서 타산지석의 기회도 제공한다. 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우리 정치인들 통합의 언어 배워야”

    “우리 정치인들 통합의 언어 배워야”

    “정치인의 말은 이질적이고 대립적인 언어가 아닌 이종(異種) 간 교배와 통합을 상징하는 말이어야 합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이러한 ‘말의 힘’이 더욱 중요합니다.” ●“오바마 리더십은 통합화법의 힘”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는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위기 시대의 오바마와 말의 힘(言力)’을 주제로 선진화포럼 초청강연을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질적인 요소들을 융합하는 말의 힘”이라며 국내 정치권에 통합의 언어를 주문했다. 그는 “오바마가 선거전에서 애용했던 ‘예스 위 캔(Yes,We Can), 체인지(Ch ange)’와 같은 짧고 선동적이며 현란한 수사는 취임 연설에 없었다.”며 “선거전에서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했지만, 취임사에서는 관용·희생 등 전통적인 가치들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때문에 ‘취임사가 덤덤하다. 새롭지 않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지만 이것이 오바마가 가진 말의 위력”이라며 “만약 선동적인 취임사를 했다면 미국의 통합은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정한 언어의 힘은 창조력” 이 교수는 “권력이란 첫째가 군사력이고 둘째가 경제력인데 이런 힘이 작동하지 않을 때 국가를 이끌 수 있는 소프트파워는 말의 힘”이라며 “앞으로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말을 통한 개념으로 싸워야 하는 시대”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말’로써 사는 정치가들이 오히려 군사력과 경제력만으로 통치할 수 있다는 낡은 사고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정한 언어의 힘은 ‘세 치 혀’가 아닌 창조력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부정적 의미가 있는 ‘바이러스’가 긍정의 언어로 바뀐 사례를 들며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를 긍정적 의미로 바꿀 수 있는 창조성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끊어진 창경궁~종묘 녹지로 260m 잇는다

    끊어진 창경궁~종묘 녹지로 260m 잇는다

    일제강점기에 분리된 서울 종로구 창경궁과 종묘가 녹지축으로 다시 연결된다. 서울시는 1931년 민족혼 말살정책의 하나로 창경궁과 종묘를 끊기 위해 가로질러 만든 율곡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공원 등 녹지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서울시의 도심재창조 프로젝트의 하나인 ‘세운3축 사업(창경궁~종묘~세운녹지축~퇴계로~남산)’의 신호탄으로 나머지 구간의 녹지축 연결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일제시대 민족정기 말살정책으로 끊긴 길 율곡로는 조선왕조 때 경복궁과 창덕궁을 잇는 길로, 당시에는 동십자각에서 창덕궁 돈화문까지만 뻗어 있었다. 그러나 일제는 임금이 사는 궁궐과 역대 임금, 왕비의 위패가 모셔진 종묘 사이에 도로를 만들었다. 따라서 민족정기를 회복하고 문화재를 복원하기 위해 창덕궁 돈화문에서 원남동 사거리에 이르는 약 600m 중 260m를 지하화하고 그 위를 공원 등 녹지축으로 꾸미기로 한 것이다. 또 이 구간의 도로 폭을 왕복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해 주변 병목현상을 해소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번 공사가 세운녹지축 사업의 시발점이 돼 나머지 구간의 녹지축 연결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율곡로 녹지 연결사업에 총 481억원을 투입, 이달부터 설계 작업을 벌여 오는 10월 공사에 착수, 2011년 완공할 예정이다. 김상범 도시교통본부장은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창경궁 사이의 녹지축은 새롭게 조성되는 세운공원과 청계천 수변공간, 인사동의 전통문화자원과 연결돼 600년 역사문화도시 서울의 이미지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5월부터 남산 경사형 엘리베이터 운행 또 도심재창조 프로젝트의 마지막 지점인 남산에 5월부터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운행된다. 남산 3호터널 시내 쪽 입구 준공기념탑에서 남산케이블카 승강장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다.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명동에서 5~10분 걸어서 3호터널 입구까지만 가면 엘리베이터와 케이블카를 갈아타면서 남산 정상에 손쉽게 닿을 수 있다. 평균 25도의 경사로를 따라 바닥에서 1.2m 정도 높이로 설치된 레일 위에서 운행될 경사형 엘리베이터는 운행거리가 63m로, 2분 정도 소요되며 승차 인원은 20명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강익중 ‘삼라만상’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강익중 ‘삼라만상’

    “언젠가 백남준 선생님을 모시고 미국 월가(街)의 금융인들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선생님이 월가에서 벌어지는 세세한 변화들에 대해 깊이 있게 말씀하시자 모두들 신기해했다. 그러던 중 ‘30세기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모인 사람들이 모두 번쩍 깨어났다. 그때 아이와 같이 씩 웃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낮에도 별을 보는 분이구나.’라고 혼자 생각했다.” 화가 강익중이 백남준을 기리며 한 말이다. 1000년 앞을 내다보는 사람. 그런 혜안을 한 핏줄의 선배로 두고 뉴욕에서 창작활동을 한다는 게 강익중에게는 꽤나 큰 힘과 자극이 됐다. 그런 까닭에 1994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이 ‘멀티플 다이얼로그’라는 이름으로 백남준, 강익중 2인 전을 열어 주었을 때 강익중은 뛸 듯이 기뻤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예술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시를 하게 되니 그 어찌 감격스럽지 않았을까. 그때 이후 강익중 또한 1000년 앞을 내다보는 자세로, 우주를 조망하는 마음으로 창조의 길을 걸었다.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40돌을 맞아 열고 있는 ‘멀티플 다이얼로그 ∞’전(내년 2월7일까지)은 이 두 예술가의 재회가 자아내는 멋진 조화를 보여 주는 자리다. 그야말로 거인들의 기(氣)와 운(韻)이 생동하는 장려한 파노라마다. 전시의 기본 성격은 본질적으로 강익중이 작고한 백남준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자리한 미술관의 램프코어 벽면을 크고 작은 작품 6만여점으로 울타리 치듯 뒤덮은 데서 그 성격이 잘 드러난다. 나선형으로 도는 램프코어의 길이는 약 200m에 이르는데, 그 길이의 벽면을 손으로 그린 그림으로 다 채웠으니 보는 사람은 작품의 주제나 내용을 떠나 일단 그 양에 압도되고 만다. 수작업의 양이 이처럼 많아지면 그 자체로 질이 된다. 사람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듯한 느낌에 양을 질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우리 전래의 삼층석탑에 그 조형적 토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엄청나게 많은 그림들은 그런 점에서 이 탑 주위를 도는 신실한 탑돌이처럼 보인다. 세상 어떤 탑돌이도 이만큼 수고롭지는 않을 그런 탑돌이다. 백남준에 대한 그의 존경의 깊이가 이와 같다. 물론 이 탑돌이는 다른 시각에서 보면 산꼭대기까지 오르는 등정이다. 백남준이라는 거대한 산을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밟아 올라간 등정이다. 스승과 선배에 대한 진정한 존경은 그를 극복하는 것이다. ‘청출어람’하는 것이다. 선배 백남준에게 오마주를 표하는 후배 강익중의 모습에서 또 하나의 거인을 보게 되는 것은 우리 미술계의 큰 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한번 더 함께 전시를 하자.”던 백남준의 말이 의례적으로 던진 게 아니라 진짜 원하던 바였음을 생생히 확인시켜 주는 전시다. <미술 평론가>
  • 철학적ㆍ개성 넘치는 병아리 조각가들 飛上은 시작됐다

    철학적ㆍ개성 넘치는 병아리 조각가들 飛上은 시작됐다

    미술대학을 이제 막 졸업하는 학생을 작가라고 해야 할까? 학생이라고 해야 할까?김종영 미술관의 윤경만 학예연구사는 그들을 ‘병아리 작가’라고 부른다. 그는 전국 미술대학의 졸업작품전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살펴본 뒤 몇몇을 선정해 멍석을 깔아줬다. 지난 13일부터 3월26일까지 열리는 ‘2009년 신진조각가전’은 그 결과물로 이달에 대학을 졸업하는 작가들의 전시회다. 윤 학예연구사에게 발탁된 병아리 작가 17명의 조각·설치 등 2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젊은 조각가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다. 기획자 윤 학예사는 “작가들이 작품을 팔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자신의 생각을 창조적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기로 했다.”고 의미를 부여한 뒤 “최근 2~3년 동안 미술계 활황에 힘입어 상업화랑을 중심으로 화랑과 고객의 기호만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작가가 양산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런 기획전시를 통해 미술관도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성장을 도와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문화예술 선진국에서 작가들은 공공성이 강한 미술관과 박물관의 기획전시를 통해 실험적이고 예술성이 강한 작업으로 이름을 알려 나간다. 그뒤 상업화랑으로 옮겨가 대중적인 작업을 병행하며 돈과 명예를 잡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병아리 작가는 상업화랑을 중심으로 팔리는 작업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완전히 성장한 뒤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여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런 풍토에서 작가들이 판매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화랑에 휘둘려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발상을 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탁된 병아리 작가의 작품들은 범상치 않다. 작품의 표현방식은 참신하고 수준은 오랫동안 연마된 손맛이 느껴질 정도로 높을 뿐 아니라 작품을 설명해 내는 능력도 기성 작가들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우선 전시실 입구에 놓여 있는 김영민(울산대)의 작품명은 ‘순응 또는 적응’. 루이뷔통, 나이키, 펜디 등 해외 유명브랜드의 로고가 풍뎅이의 몸통에 마치 도트처럼 새겨져 있다. 김영민은 언젠가 영국의 화학공장지대를 방문했다가 색깔이 아주 다양한 풍뎅이를 보고 신기해했단다. 그 풍뎅이들은 화학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에 적응하다 보니 자신들의 색깔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시장을 개방해 놓아 해외 유명 브랜드에 몸을 맡겨 놓은 상황이다. 환경오염에 영국 풍뎅이들의 색깔이 변화하듯이 해외 브랜드에 소비생활을 맡긴 한국인들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 계단을 내려가려면 토끼 거북이 뱀 달팽이 등 모양의 검은색 타이어를 연상시키는 물질을 밟고 지나가야 한다. 그것은 똑같이 석유제품이지만 타이어는 아니었다. 김현아(서울대)의 ‘껌 온더 아스팔트’는 서울의 아스팔트에 달라붙은 껌을 하루 서너 시간씩 무려 4~5개월을 모아서 이런 형태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씹고 아무 곳에나 뱉는 하찮은 것이지만 그 하잖은 것도 밟고 억압하면 신발 밑창에 달라붙어 찐득찐득 귀찮게 한다. 김현아는 폐기되는 물질과 사람의 권력관계에 주목한다. 민지영(동아대)의 ‘My Mommy’s 리혁거’의 경우는 재활용 박스를 손수레 위에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것 같은 작품이다. 그러나 흘러내리기 쉬운 박스를 그렇게 높게 쌓으려면 무게중심을 정확하게 살피기 위해 물리학도 동원해야 한다. 민지영은 어머니가 폐지를 팔아서 생계를 꾸렸던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온전히 노동력만으로 세상에 맞서야 하는 사회적 약자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한지연(성균관대)의 ‘Winter Sunrise’는 깨지기 쉬운 숯과 미니어처로 완전히 잿더미가 된 도시의 살풍경한 모습을 보여 준다. 한지연은 “친구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는데, 그런 삶과 죽음의 경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진규(국민대)의 ‘미스 버블’은 획일화되고 있는 미의 기준을 돌아보라고 한다. 이스트로 한껏 부풀려진 밀가루 반죽 같은 미스 버블은 괴물처럼 보이지만, 그 괴물 속에는 작은 인간이 몸을 조정하고 있다. 지구에 찾아온 나쁜 외계인을 추적하는 영화 ‘맨 인 블랙’을 떠올리는 작업이다. 이 밖에도 김재원(경희대), 김시현(홍익대), 신현상(대구 가톨릭대), 정인종(성균관대), 장지영(한국예술종합대), 김준미(수원대), 도영우(서울대), 김소래(서울시립대) 등이 참여했다. (02)3217-6454.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 금 도자기 빚는 정지현 백제도예연구소장

    [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 금 도자기 빚는 정지현 백제도예연구소장

    도예(陶藝)의 길, 참으로 고독하고 지난하기 그지없다. 태초의 흙(土)과 물(水)이 어우러져 불(火)을 만나고, 여기에 적절한 시간과 마음(心)이 작용하면서 겨우 탄생되니 말이다. 스스로 부서지고 깨뜨리고… 말 그대로 ‘사랑과 영혼’이 있어야 견뎌내고 마침내 예술로 빚어진다. 그래서일까. 이 계통에서는 ‘3D업종’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 또한 요즘들어 적지 않다는 것을 예로 든다. 꼭 30년 전이다. 백제예술혼을 빚겠다며 도예의 길로 뛰어든 정지현(51) 백제도예연구소 소장. 처음에는 남다른 의욕으로 도자기를 열심히 만들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고통과 좌절을 겪으며 허송세월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10여년 전, 외환위기 때 창고에 잔뜩 쌓여진 도자기를 보면서 포기하려는 생각에 죄없는 도자기를 많이도 깨뜨렸다. 이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여기에 금을 입히자!’ 다시 일어섰다. 백자에 황금 유약을 발랐다. 금빛 찬란했다. 볼품 없는 밥그릇, 국그릇 등 생활자기에도 적용시켰더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밥맛이 좋은 것은 당연지사, 말 그대로 ‘임금님 밥상’이었다. 하여 이름을 ‘황금결정(黃結晶)의 자기’라 했다. 서울시내 유명 호텔과 일식집 등을 통해 도자기가 팔리면서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마침내 기(氣)-기(技)-기(器)로 이어지면서 특유의 ‘삼합(三合)’을 빚는 도예가로 명성을 얻었다. 위기에서 발상의 전환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지난 주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에 위치한 백제도예연구소를 찾았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검붉은 황토색으로 우리나라 농촌의 산마루와 밭고랑 등을 대범하게 표현한 대형 접시도자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주·이천 지역을 합쳐 최다 디자인을 보유할 만큼 1500여종의 생활자기들도 전시돼 있었다. 인생을 포기하려던 순간의 좌절감이 담긴 찌그러진 도자기를 예술작품으로 승화기킨 것도 인상적이었다. →백제도예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고려 청자, 조선 백자 등으로 말하지요. 백제도자는 이들보다 앞선 토기와 그릇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발효음식과 기가막히게 궁합을 이루는 흙반죽으로 겸손과 엄숙함, 그리고 우리들에게 열락을 제공합니다. →성공한 도예가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비결은 어디에 있습니까.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부부들이 결혼후 서로 갈라설 정도로 (도자기 굽는 일이)힘들고 솔직히 밥벌이가 잘 안 됩니다. 저 역시 몇번이고 중도에 포기하려고 했지요. 그러던 어느날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사고의 전환을 하게 됐습니다. 도자기 가마 옆에 몇가지 글을 써 붙였지요. ‘괴로움을 힘으로 바꾸자.’ ‘긍정적 사고가 운명을 바꾼다.’ ‘내면의 잠재력에 눈을 떠라.’ 등등이었다. 이후 낯선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도예공들의 열정을 다시 떠올리면서 결국 ‘황금결정’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또 우리 생활자기가 잘 깨지잖아요. 그래서 강하고 단단한 생활자기 개발에 역점을 두었지요. →볼수록 금도자기가 특이합니다. -우울한 날에도 금도자기 그릇으로 밥을 먹으면 기분이 달라집니다. 세미나 참석차 해외에 갔다가 고급 호텔에서 금도자기를 사용하는 것을 봤습니다. 특권층만이 아닌 일반 대중들도 얼마든지 황금만찬을 즐길 수 있도록 열심히 보급해보자고 다짐했지요. 그래서 금밥그릇·금커피잔세트·금주전자 등을 만들어냈습니다. 손님 대접에는 금도자기만 한 것이 없잖아요(웃음). →도예란 무엇입니까. -나의 내면을 만나는 여행이지요. 어떤 소재나 방법을 사용하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단지 경험과 많은 생각, 느낌들을 나의 일상의 에너지와 흥분을 창조적으로 전환시켜줄 그런 힘을 찾는 여행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지요. -현대도예가 조형적인 예술표현에만 치우쳐 무엇을 담는 저장용기로서의 유용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청자나 백자가 당시의 생활자기였듯이 앞으로 개성적인 색감과 형상을 지닌 친밀하고 실용적인 창작그릇뿐만 아니라 후세대들이 본받을 수 있는 예술혼이 깃든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 소장은 광주상고를 나와 국립삼척대 도예학과를 졸업했다. 30년 전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백제도예연구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고독한 도예의 길을 걸었다. 1995년부터 거의 매년 개인전을 열고 있으며 2003년과 2008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중국, 일본, 터키 등을 포함한 국내외 초대전에도 100여회나 참여했다. 올해는 오는 10월 서울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글 사진 김문기자 km@seoul.co.kr
  • “한국어 발음 로맨틱해 공연 맛 살려”

    “한국어 발음 로맨틱해 공연 맛 살려”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돈 주앙’은 운명적 사랑으로 인해 파멸하는 인간의 비극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실에선 잔인하지만 무대에선 더할 나위없이 낭만적인 사랑에 관객은 속절없이 마음을 빼앗긴다. 두 작품의 오리지널 연출가인 질 마으(61)는 “사랑의 끝은 항상 비극”이며, “운명적 사랑을 100% 믿는” 로맨티스트였다. 지난 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돈 주앙’ 한국어 공연과 13일 대구 계명대에서 막올린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보기 위해 내한한 그는 “한국어 발음이 부드럽고 로맨틱하게 들려 공연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돈 주앙’이 프랑스어가 아닌 외국어로 공연되는 건 처음이다. 2006년 오리지널팀의 내한 공연 때 보름 만에 3만 5000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기록에 힘입어 세계 첫 라이선스 버전을 만들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해부터 한국어로 제작해 전국 순회 공연중이다. ●“시적인 무대 아시아인들 더 친숙한 듯” 3월 국내 공연을 앞둔 중국 뮤지컬 ‘디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했고, 마카오에서 상설공연 중인 태양의 서커스 ‘자이아’를 연출한 마으는 안무를 중시하고, 조명과 세트의 독창성을 잘 살리는 예술가로 꼽힌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애크러배틱과 ‘돈 주앙’의 플라멩코춤이 대표적이다. 마으는 “내 언어는 몸의 언어”라고 했다.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난 그는 1998년 ‘노트르담 드 파리’를 연출하기 전까지 30년 간 자신의 극단에서 실험적인 무용극이나 마임을 주로 했다. 이미지와 은유·여백을 중시하는 그의 무대는 시적인 느낌이 강한데, 마으는 “아시아인들이 이런 느낌에 더 친숙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서 작업기회 갖고파” 마으는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예술을 거의 접하지 못한 채 자랐다고 한다. 반항심 많은 청소년기에 그는 내면의 분노를 표출하려고 연극을 시작했다. 마으는 “그때 예술가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범죄자가 됐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배우로 출발해 안무가, 작가, 그리고 연출가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퀘벡은 세계적 공연단체인 ‘태양의 서커스’의 고향이다. 창립자인 기 랄리베르테와 40년 친구인 그는 “퀘벡은 셰익스피어나 몰리에르 같은 오랜 연극 전통이 없는 젊은 도시여서 예술가들에게 어떤 한계나 경계도 없다. 관객과 평론가도 새로운 예술적 실험에 관대한데 이런 분위기가 퀘벡만의 독창적인 예술을 창조하는 토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티스트는 특별한 시선을 가진 관찰자”라고 정의하는 그는 한국에서 작업을 할 기회를 갖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글ㆍ사진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1분기 국고보조금 7개 정당 지급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 올해 1·4분기 국고보조금 77억 4818만원을 7개 정당에 지급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32억 155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민주당 26억 4704만원, 자유선진당 5억 4748만원, 친박연대 5억 3274만원, 민주노동당 4억 6913만원, 창조한국당 1억 9527만원, 진보신당 1억 5496만원 등이었다. 현재 국고보조금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의 50%를 똑같이 나누고, 5석 이상·20석 미만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총액의 5%씩,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총액의 2%씩 지급한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통합 리더십 부재… 정책 공감대 넓혀야”

    “통합 리더십 부재… 정책 공감대 넓혀야”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바람직한 국정과제 추진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권 성공을 위해 대국민 소통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국민대 배규한 사회학과 교수는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단점은 정권의 비전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국민이 함께 비전을 꿈꾸느냐에 따라 국정 지표로 제시된 비전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면서 “그러나 이 정권에서는 설득 부재로 비전을 신봉하고 추진하는 세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정부는 탈(脫)이념을 시대 정신으로 강조하다 보니 정권의 이념과 비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정권의 철학인 ‘창조적 실용주의’는 시대적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행동 규범으로 지나치게 격하되어 있는 점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안보연구실장은 “대북 정책인 ‘비핵·개방·3000’은 옳은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참여정부가 홍보를 너무해서 문제였다면, 이명박 정부는 홍보를 너무 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이나 전문가 사이에서도 정부 정책을 두고 ‘모르겠다.’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을 정도”라면서 “좋은 비전과 의도는 국민 피부에 와닿게 소통되는 게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서울대 박효종 국민윤리교육과 교수는 “야당을 설득하는 역량이 부족한 것은 결국 통합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거대 여당에, 다수의 지지를 받은 정부가 왜 이렇게 능력이 부족한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야당에서는 ‘MB악법’ 운운하며 밀어붙이는 데 이 정부는 언어 게임에서도 지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철학이 없는 게 아닌데 수사적인 역량이 나오지 못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국민에 대한 설득 노력과 설득 능력이 부족했다는 말씀에 공감하고 소통이나 설득·홍보에 있어 우리가 잘못한 점이 많고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슬로건 과잉이 문제이지만 단어 하나로 실체를 사로잡을 수 있다면 우리도 그래야 하고 국민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오류 투성이에다 지독히 저평가된 코리아

    오류 투성이에다 지독히 저평가된 코리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임나일본부설,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거론될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반만년 유구한 역사’가 주변국 이익 따위에 제멋대로 재창조되는 건 분명 관망할 일은 아니다. 버젓이 교과서에 실려 기억력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정체성이 형성될 아이들에게 각인되면 쉽게 바뀌거나 지워지지 않고 한국의 이미지를 옭아맬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과연 이런 일이 일본과 중국에서만 일어나고 있을까. 이길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푸른숲 펴냄)에서 세계 40여개국 500여종에 이르는 교과서에 담긴 한국의 모습을 낱낱이 파헤쳤다. 2003년부터 외국 교과서 오류 시정 사업을 전담하는 국제한국문화홍보센터 소장을 맡으며 교과서 연구와 인연을 맺은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외국 교과서에 얼마나 저평가되고 있는지 보여 주며 외국 교과서 분석과 한국 이해 자료 개발사업의 중요성, 해외 한국학 지원을 호소하고 싶었다.”고 집필의 이유이자 목적을 밝힌다. ●“말라리아 창궐” “한국어는 일본어와 흡사” ‘오류’는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를테면 아르헨티나의 ‘일반지리’는 한국을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자동차 강국으로 소개한다. 호주 교과서에는 “태권도는 중국에서 차용한 것”, “한국어는 일본어와 아주 흡사하다.”고 표현한다. 문제는 일본처럼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행위다. 일본은 왜곡된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데 꾸준히 투자하며 세계 각국의 교과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결과 한반도 남부를 식민지로 삼았다는 임나일본부설, 조선 침략을 정당화한 정한론 등의 ‘기막힌 주장’들을 심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더 심각하다. 멕시코의 한 교과서에는 “일본의 아시아 침략은 지역의 평화와 질서를 위한 선의의 표현…한반도 침략은 러시아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실려 있다. 미국 일부 교과서에는 “몇 개의 씨족들이…일본의 대부분을 통일하고 한국 남부 지역을 통치하기까지 했다.”(프렌티스 홀)는 내용이 발견된다. 일본 세계사 교과서 중 일부는 “고구려나 발해 같은 고대 국가를 현재 어느 나라의 역사로 봐야 하는지는 알기 어려운 문제”로 서술하며 중국의 동북공정에도 힘을 싣고 있다. 오류가 거론될 때마다 ‘정부의 무능’을 탓하지만 이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교과서 시장은 자율화·다원화돼 있어 정부가 교과서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으므로 오류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민간의 일이다. ●일본·중국 중심 아시아史 연구가 오류 불러 한국 정부의 역할은 우리 역사를 제대로 된 관점으로 바라보는 교과서와 학자를 찾아내고 지원해 교과서들이 학교에서 더 많이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류가 일어나는 핵심적인 이유는 대다수 교과서에 참여하는 아시아사학자들이 일본사와 중국사를 중심으로 연구활동을 벌여 왔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오류 투성이의 답답하고 불편한 내용들을 접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한국사 지식이 풍부해진다는 것은 책이 가진 또 다른 미덕이다. 1만 6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씨줄날줄] 바티칸과 다윈/황진선 논설위원

    역사상 가장 치열하게 공방을 벌인 이론은 창조론과 진화론일 듯싶다. 1925년 미국 테네시 주의회가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의결하자, 고교 풋볼 코치인 24세의 존 토머스 스코프스는 학생들에게 진화론을 가르쳤다며 스스로 피고인이 됐다. 바로 ‘원숭이 재판(monkey trial)’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스코프스는 체포돼 벌금 100달러에 처해졌다. 테네시 주 대법원은 스코프스에 대한 유죄평결을 파기하면서도 법률 자체는 합헌으로 판단했다. 미 연방 대법원은 1968년에야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법의 위헌을 선언했다. 그러나 진화론이 승리한 것은 아니었다. 1981년 루이지애나 주의회는 공립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칠 때는 반드시 창조론 교육을 병행토록 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창조론자들의 역습이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루이지애나주 법이 학문적 자유를 내세우면서 특정 종교를 지원하는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위헌판결을 내렸다. 창조론의 반격은 최근 다시 지적 설계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명체의 기원과 복잡성은 다윈의 진화론이 설명하듯, 돌연변이에 의한 변화와 변화의 축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며 어떤 지적인 존재에 의한 설계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론이다. 다윈 탄생 200주년(2월12일)과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맞아 전 세계에서 진화론을 재조명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바티칸이 오는 3월 로마에서 가톨릭대학인 이탈리아의 그레고리안대와 미국의 노터데임대의 후원으로 나서 ‘종의 기원’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열기로 해 눈길을 끈다. 창조론과 진화론 중 어느 쪽을 믿느냐에 따라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다른 경우가 많다. 밑바탕에 진보와 보수적 가치, 철학과 세계관의 차이가 흐르기 때문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정치 경제 사회 심리학, 철학과 의학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며 진화와 분화를 계속하고 있다. 진화론을 배격하는 창조론을 대할 때마다 진퇴양난에 빠지는 기독교 신자도 적지 않다. 교황청 문화평의회를 이끄는 지안프란코 라바시 대주교가 밝혔듯이, 바티칸이 창조론과 진화론이 양립할 수 있는 이론을 찾아냈으면 한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NOW포토] 소녀시대의 유행창조 ‘알록달록 스키니진’

    [NOW포토] 소녀시대의 유행창조 ‘알록달록 스키니진’

    미니앨범 ‘GEE’로 인기몰이 중인 여성그룹 소녀시대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초동 MTV스튜디오에서 진행된 MTV ‘클래스업(Class UP)’에 출연했다. MTV와 클린앤드클리어가 함께 하는 청소년들의 꿈 개발 프로젝트 ‘클래스업’에서 방학특집 2탄으로 ‘소녀시대 클래스’를 개설했다. 온라인 응모를 통해 초청한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소녀시대가 강의를 펼쳤다. ‘소녀시대 클래스’는 방학특집 1탄으로 진행했던 SS501의 ‘SS501 클래스’와 같은 방식으로 꾸며졌다. 이날 녹화에는 소녀시대 멤버전원이 총 출동해 최근 근황에 대한 재치 넘치는 이야기, 소녀시대만의 매력적인 노래와 댄스 등을 직접 선보였다. 서울신문NTN 유혜정 기자 kicoo2@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우리시대 대중문화예술인 심상욱 감독

    우리시대 대중문화예술인 심상욱 감독

    요즘 연예계는 소위 ‘고참’들의 복귀가 화제다. 80년대를 주름잡았던 개그맨 최양락, 이봉원의 성공적인 컴백이 그 예다. 특히 ‘황제의 귀환’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최양락의 재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로서 활동해 왔기 때문에 방송계 공백이 길지는 않다고는 하지만 단숨에 모 예능프로의 MC까지 꿰찰 정도로 최신 예능 트렌드에도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이다.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예능계(?)는 아니지만, 차근차근 자신의 저력을 되찾아가고 있는 대중문화인이 있어 화제다. 국내 헤비메탈의 1세대 뮤지션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심상욱씨가 그 주인공. 심상욱 감독은 시나위, 백두산 등과 함께 동시대에 활동하며 국내에 헤비메탈 문화의 붐을 창조해낸 산파였다. 심 감독이 이끌었던 메탈밴드 ‘뮤즈에로스’의 1집 ‘한민족의 숨소리’, 2집 ‘어머니의 땅’은 아직도 헤비메탈 매니아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전설 같은 앨범들이다.  그가 뮤즈에로스라는 특정한 밴드의 멤버로만 활동한 것은 아니다. ‘Metal Project’라는 대중음악 무브먼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며 80년대 전반에 걸쳐 그룹 사운드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다. 현재 대중음악계의 중진들로 꼽히는 이승환, 손무현, 신윤철, 오태호, 이근상씨 등이 당시 심 감독과 함께 한국 헤비메탈의 중흥을 이끈 주인공들이다. 90년대 이후 댄스음악과 발라드에 밀려 락과 헤비메탈의 인기가 사그러질때에도 그는 끈질기게 버텼다. 김경호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진 기타리스트 이현석 등 소위 메탈 2세대로 평가받는 후배 뮤지션들과 함께 90년대 후반까지 현역 뮤지션으로서 활동하며 헤비메탈의 전사임을 잊어본 적은 없었다.  그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애니메이션 감독, 뮤직비디오 감독, 영화 감독 등 비주얼예술 분야에서도 고참이다. 응용미술을 전공한 그는 뮤지션으로 활동하던 80년대 후반부터 이미 다수의 CF 제작에 참여한다. 신성우 4집과 5집, 김종서 5집 ‘추락천사’ 등 많은 히트 앨범들의 커버디자인도 그의 작품이다. 물론 그의 밴드 ‘뮤즈에로스’의 앨범 커버 제작도 그의 몫이었다. 97년의 화제작 영화 ‘퇴마록’에서는 미장센 및 메커니즘의 모든 프로덕션 디자인을 담당해서 그 해에 청룡영화제 기술상을 수상했다. 90년대 이후 발표된 수많은 영화, 애니메이션, CF 중에서 그의 손을 거치지 않았던 작품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현재는 Finder Film이라는 영화사 대표로서 ‘전설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뮤지션으로서,영화감독으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가 요즘 다시금 조명받는 이유는 ‘뮤즈에로스’의 컴백 때문이다. 2008년 말에 서울 연희동의 작은 클럽에서 10년만에 뮤즈에로스의 공연을 마친 뒤 만감이 교차했다. 뮤즈에로스를 기억하는 올드 팬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제는 중고음반가게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뮤즈에로스의 LP판을 들고 사인을 요청하는 오랜 팬 하나하나가 뮤즈에로소의 귀환에 힘을 실어줬다. 클럽에서 시작한 재결성 공연도 홍대 상상마당이라는 더 큰 무대로 옮겨졌다. 올해는 더 많은 팬들을 위해 빡빡한 공연 스케쥴도 세우는 중이다. 이제는 각자의 분야에서 생업에 바쁜 멤버들도 많은 부분을 희생해 가며 그의 취지에 적극 공감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분야에서 장인정신으로 살아온 심상욱 감독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 ‘히딩크 매직’ 첼시 살릴까

    거스 히딩크(63) 러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사령탑을 겸임하는 ‘투잡’을 갖는다. 러시아 축구협회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5월까지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 대표팀과 첼시 감독직을 겸임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첼시도 이날 히딩크 감독을 이번 시즌 말까지 임시 감독으로 공식 임명했다. 히딩크 감독도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은 예외적인 상황이다. 첼시가 아닌 다른 구단이었다면 노(No)라고 대답했겠지만 구단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면서 “가능한 한 첼시를 돕고 싶다.”고 사실상 첼시 감독직을 수락했다. 내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러시아대표팀을 지휘하는 히딩크 감독이 첼시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는 첼시 구단주인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는 ‘특수 관계’ 때문.2002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했던 히딩크 감독은 이미 감독 겸임에 성공한 전력이 있다. 독일월드컵을 앞둔 2005년 네덜란드 클럽 PSV에인트호벤과 호주대표팀을 동시에 맡아 성공을 거둔 것. 당시 히딩크 감독은 PSV의 네덜란드 리그 우승과 2004~0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을 이끌었고, 32년 만에 호주를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킨 뒤 16강까지 올려 놓으며 지도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한편 스콜라리 감독을 경질한 첼시는 보상금으로 750만 파운드(약 155억원)를 지불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첼시는 11일 현재 리그 4위(14승7무4패·승점 49)에 머물러 한 경기를 덜 치른 선두 맨유에 승점 7 뒤져 있다.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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