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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새 의혹’ 사기·횡령혐의 수사착수

    경찰청은 20일 국새 제작단이 제4대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을 전용, 금도장을 만든 뒤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뿌렸다는 의혹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수사를 의뢰함에 따라 본격격인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청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가 이날 국새 제작단장을 지낸 민홍규씨와 국새 주물을 담당한 장인 이창수씨를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해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맡겼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당시 계약 내용 등 필요한 자료를 모두 경찰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청은 이와 관련, ▲국새를 제조하고 남은 금을 민씨가 개인적으로 썼는지 ▲금도장을 만들어 전달한 이유 ▲누가 받았는지 ▲국새 제조방식 등에 대해 확인할 방침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수사의뢰서를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국새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씨와 민씨 등을 불러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정·관계 금도장 로비와 관련, 금도장을 받은 인물들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 국새 제작에 참여했다 수사의뢰된 이씨는 “민씨의 요구로 길이 1.5㎝의 14K 합금도장 35개를 만들어 민씨에게 전달했다.”며 “이 금도장의 당시 가격은 200여만원이지만 일반인에게 1500만~2000만원에 팔렸다.”고 주장했다. 민씨는 유력 정·관계 인사들에게 이름을 새긴 금도장을 전달하면서 “시가는 3000만~5000만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을 민씨가 빼돌렸다면 형법상 횡령죄가 적용된다. 또 정·관계 인사들에게 ‘앞으로 사회활동을 위한’ 로비용으로 줬다면 뇌물죄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 판 금도장에 놋쇠 등이 많이 섞여 황금의 분량이 기준치 이하라면 사기죄도 적용될 수 있다. 또 금도장을 받은 사람이 국새를 제조하고 남은 금으로 만든 도장인 줄 알았다면, 이들은 횡령죄의 공범이 된다. 그러나 부인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법무법인 창조의 김희수 변호사는 “금도장을 받은 사람들이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으로 만든건지 몰랐다고 부인하면 횡령죄 공범의 적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금도장 수령자들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 김효섭·윤샘이나기자 newworld@seoul.co.kr
  • “한국선 아직도 귀여운 이미지라고요?”

    “한국선 아직도 귀여운 이미지라고요?”

    “한국에서 제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라고요? 기분 좋네요.” 새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국내 개봉 9월30일)의 아시아 지역 홍보차 일본을 찾은 줄리아 로버츠(43)는 19일 오후 도쿄 리츠칼튼 호텔에서 밝은 미소로 한국 기자들을 맞았다. 시원한 미소와 호탕한 웃음 소리는 영화 속 주인공 모습 그대로였다. ‘귀여운 여인’, ‘노팅 힐’ 등 로맨틱 코미디에서 톡톡 튀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그녀는 새 작품에서 삶의 열정과 희망을 되찾으려는 한 여성의 내면 심리를 솔직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로버츠는 한국에서의 자신의 이미지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정말요? 한국에서 아직도 제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인가요? 너무 기분이 좋아서 엄마에게 전화해 자랑을 해야겠네요. 정말 듣기 좋은 얘기이지만, 저는 제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우리 영화에도 나오지만, 사람마다 각자에 맞는 ‘주제어’를 잘 골라야 할 것 같습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번 영화에서 그는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점점 삶의 균형을 잃고 자아를 상실해가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저널리스트 리즈 역을 맡았다. 결국 이혼을 결심한 리즈는 이탈리아로 떠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인도의 아시람 사원에서 기도함으로써 인생의 본질과 자아를 찾아 나서게 된다. “저 역시 살면서 그런 위기감을 겪은 적이 있죠. 앞으로 뭘 해야 할 것인지,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끊임 없이 저 자신에게 질문해봐요.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선 순위가 자꾸 바뀌기 때문에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 계속 확인하는 것이 나 자신은 물론 가족,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고 그래야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불혹을 넘긴 할리우드 여배우는 연신 ‘행복’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녀가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비결도, 오랫동안 톱스타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모두 “행복한 것”(being happy)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행복해지기 위해 겉으로 보여지기 위한 피상적인 변화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어떤 것이 당신의 내면을 살찌울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립스틱이나 주름 제거 수술은 필요없어요.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죠.” 지난 4월 미국의 유명 연예주간지 피플지가 선정한 ‘2010년 가장 아름다운 100인’에서 1위를 차지한 줄리아 로버츠는 “어머니가 몰표를 하신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넨 뒤 “내 아름다움의 비결은 행복한 것, 그리고 약간의 아이크림”이라고 답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역대 출연작품 가운데 터닝포인트(전환점)로 영화 ‘펠리컨 브리프’를 꼽은 그는 “이전에는 대본을 여러 개 받아도 나와 맞지 않으면 거절해 업계에서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가 수많은 스타들이 뜨고 지는 할리우드에서 20년째 톱배우로서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비결인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은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짧은 시간에 집중력을 요하는 일도 많은데, 영화를 만드는 창조적인 과정을 즐겨요. 전 일을 할 때나 집에 있을 때나 ‘행복한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가끔 이 삶의 진리를 잊는 것 같은데. 그것이 (인기 유지)비결이에요.” 도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민주 청문회 ‘실리’찾기

    8·8 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의 ‘수 읽기’가 복잡해지고 있다. 야당은 18일 “총알받이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당력을 낭비하지 않겠다.”며 조준 대상을 전방위로 확대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차명계좌 특검’을 제안하는 등 여권에서 이슈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즉각 차단에 나섰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특검 운운은 본질을 호도하고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인사청문 대상자의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탈세 등 의혹에 대한 관심을 돌려 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등에게 관심을 돌려 상임위별로 인준 통과를 적극 저지하기로 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청문회 전날까지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말바꾸기 등 각종 의혹에 대한 ‘김태호 실체 시리즈’를 발표하겠다고 천명했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 야 5당 공동으로 19일 노무현 재단과 함께 조 후보자 사퇴 및 지명 철회 긴급 집회를 열기로 하고, 앞서 노무현 재단 주도로 조 후보자를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보이콧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청문회를 통해 각종 불법행위 등 청장 후보자로서의 부적격성을 철저히 파헤쳐 청와대와 여당에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담당하는 국회 행정안전위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청문회를 하지 않으면 여당이 ‘요식 행위’로 조 후보자를 통과시키고 부적격성을 검증할 기회조차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측은 위법 전력이 뚜렷한 조 후보자를 낙마시키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어 필승을 다짐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청문회를 보이콧해서 여당이 단독 처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권의 도덕성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고, 단독 처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연말 예산 처리까지 끌고 가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 민주당 간사 이용섭 의원은 이날 여당의 증인 채택 반대를 비판하며 청문회와 관련해 “중대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청문회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야당의 증인을 왜 여당이 세우려고 하느냐. 해도, 안 해도 결과가 똑같으면 뭐하러 하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기재위 의원들은 “핵심적인 증인의 출석이 필요하다.”며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소유 여부에 대한 조사를 맡았던 안홍구 전 국세청 국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국회 임명동의안이 필요 없는 조현오·이현동 후보의 경우 이 대통령의 결단에 맡기고, 나머지 인사들에 대해서는 방어 전략을 마련하는 등 투트랙 접근법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野4당 “비리 후보자들 지명 철회하라”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 4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탈세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비리 후보자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명 철회와 해당 후보자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야 4당은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대법관·국무총리·국무위원 인사청문회 대응을 위한 합동 회의를 열고 공조를 다짐했다. 야 4당은 합의문을 내고 의혹에 대한 이 대통령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으며 “현 정부 검증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확인된 만큼 보완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원내대표는 “새 내각은 특수 계층이냐. 고위공직자 인사검증법을 새롭게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후 야 4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 계좌, 천안함 유족 비하 발언 파문을 일으킨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내정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청와대,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항의 방문했다. 19일에는 명동성당 앞에서 노무현재단과 함께 ‘조현오 청장 후보자 파면·구속 촉구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명박 정권은 4대 의무는 저버리면서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탈세 등까지 4대 필수과목을 정해놓고 최소한 한두 개 과목은 이수해야 장관이나 청장이 된다.”면서 “도덕적 불감증이 너무 심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 핵심 증인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법에 따라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원내대표단-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상임위별 인사청문회 전략과 대응 기조를 점검했다. 그간 조현오 후보자를 정조준했던 데서 다른 후보자로 전선을 넓히는 동시에 인사를 둘러싼 각 부처 내부의 ‘권력투쟁설’을 제기하며 현 정권의 난맥상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는 조 후보자에게 지나치게 집중하다 자칫 다른 후보자들의 결함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여권이 조 후보자에게 쏠리는 관심을 ‘방패막이’ 삼아 다른 후보자들을 향한 공격에 ‘물타기’를 하려 한다는 의심도 깔려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빅토르 최’ 20주기 러 곳곳 추모행사

    ‘빅토르 최’ 20주기 러 곳곳 추모행사

    옛 소련에서 활동했던 전설적인 록가수 빅토르 최 사망 20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러시아 곳곳에서 그를 기리는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고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가 이날 전했다. 빅토르 최가 태어나 활동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추모객 수백 명이 그의 무덤을 찾아 공식 추모행사를 가졌다. 모스크바 중심가에 있는 ‘빅토르 최를 추모하는 벽’에서도 수백 명이 모여 그의 사진 앞에 꽃다발을 바치고 촛불을 밝히며 그가 불렀던 노래를 함께 불렀다. 팬들이 꽃을 앞다퉈 사면서 인근 상점의 꽃이 바닥날 정도였다. 1962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 2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는 성적부진을 이유로 예술학교에서 퇴학당한 다음 해인 19세에 소련 최초의 록그룹 가운데 하나인 키노(Kino)를 결성해 보컬과 기타리스트로 활약했다. 서구 록 음악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면서도 독특한 러시아 선율을 창조해 냈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음악은 특히 저항과 자유의 메시지를 담은 가사로 소련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활동 초기엔 소련 정부와 대립하기도 했다. 페레스트로이카가 한창이던 1990년 6월 모스크바 레닌 스타디움에서 개최한 콘서트에는 6만여명이 운집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15일 순회공연차 방문한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로 27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숨졌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죽이고 싶은’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죽이고 싶은’

    민호(천호진·오른쪽)는 삶의 의욕을 잃은 중년의 우울증 환자다. 한적한 병원의 의료진에게 습관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그는 골칫거리다. 어느 날, 기억을 상실한 남자 상업(유해진·왼쪽)이 민호와 한 병실을 쓰게 되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상업을 보고 과거의 상처를 떠올린 민호는 어떻게든 살아서 복수를 완수하기로 마음먹는다. 문제는 두 남자의 신체 상태다. 민호의 신체 일부에는 마비가 와 있고, 상업은 고개를 돌리기도 힘든 전신마비 환자다. ‘죽이고 싶은’은 쌈박질을 벌이기엔 민망한 몸을 지닌 두 남자의 격한 다툼에 관한 영화다. 가학적 쾌감에서 오는 죄의식을 부정할 수 없으나, 블랙코미디로서 ‘죽이고 싶은’이 장난을 부리듯 끌어들인 슬랩스틱의 효과가 괜찮다. 이쪽에서는 팔다리 한 짝씩 굳은 남자가 사력을 다해 (그래봤자) 소소한 공격을 가하고, 다른 쪽에선 뇌 충격을 조금만 받아도 목숨이 위태로운 남자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꼴은 뜨악한 웃음을 유발한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다 간혹 주먹질하는 것처럼, 병실의 두 남자는 어느덧 주변 물건들을 이용해 목숨을 건 게임에 들어선다. 민호가 믿고 있던 진실이 의심받으면서 ‘죽이고 싶은’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행복했던 가정을 파괴한 놈이 상업이라고 여겼던 민호에게, 기억을 회복한 상업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업의 말에 의하면, 민호야말로 한 가족을 짓밟은 악당인 것이다. 민호에게 절망적인 얼굴과 목소리를 부여함으로써 은근히 동정심을 유발해 오던 영화는 갑자기 관객의 믿음을 배신한다. 관객의 믿음은 졸지에 시험대 위로 오른다. 지금껏 엉뚱한 사람의 말을 믿었단 말인가. 결말에 이르러 영화는 비틀거린다. 비밀과 반전에 대한 강박증 때문이다. 풀어놓은 걸 잘 담기만 해도 좋았을 텐데, 두 감독(조원희·김상화)은 무리수를 뒀다. 개인의 복수가 끼어들자 과거의 죄는 풍부한 의미를 잃은 채 감상에 빠지고, 다소 환각적이고 초현실적인 처방은 현실의 문제들을 묻어 버린다. 특히 1984년의 시간을 야구 이야기와 반전거리로 소모한 점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예를 들어, 임권택의 1980년 작품 ‘짝코’에서도 적대지간인 두 남자가 한 공간에서 재회한다. ‘짝코’가 역사와 개인을 다루는 방식에 비해, 근래에 등장한 한국영화들은 ‘죽이고 싶은’이나 ‘이끼’처럼 시간의 가치를 너무 빈약하게 인식하곤 한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죽이고 싶은’은 저예산영화의 단점보다 장점이 더 드러나는 작품이다. 영화적인 순간을 창조하지 못하는 단조로운 화면 구성과 조연 배우들의 딱딱한 연기가 눈에 거슬리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근사한 아이디어와 거침없는 전개방식은 영화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으며,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하는 두 주연배우, 천호진·유해진의 연기는 압권이다. 현재 다수의 영화인들이 개점휴업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죽이고 싶은’은 그러한 현실을 지혜롭게 돌파한 사례 중 하나다. 영화평론가
  • [박건형 순회특파원 좌충우돌 유럽통신] 이브 생로랑 회고전에서

    [박건형 순회특파원 좌충우돌 유럽통신] 이브 생로랑 회고전에서

    지난주 말 ‘이브 생로랑(작은 사진) 특별전’이 열리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로 나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거닐다 대형 전시장 프티팔레 앞에 수백미터 길이로 늘어선 줄 끝자락에 섰다. 빗줄기가 갑자기 굵어져 바짓가랑이를 흠뻑 적시기 시작했건만 웬걸, 사람들은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파리에서 두 시간 거리인 디종에서 가족과 함께 테제베를 타고 왔다는 한 할머니에게 물었다. “왜 전시회를 보러 오셨어요?” 답은 간결했다. “이브 생로랑이잖아요.” 오후 5시까지로 제한된 입장 시간 때문에 전시회 운영요원들이 차단선을 설치하자 사람들이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들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당수가 자리를 지켰다. ●작품전시 6 개월째 30만명 찾아 이날 하루 동안 프티팔레를 찾은 관람객은 3000여명. 3월 초 전시회를 시작한 뒤 누적 관람객은 30만명에 이른다. 당초 8월 말까지인 전시기간도 연장될 예정이다. 3시간가량을 기다려 들어선 프티팔레는 2년 전 타계한 이브 생로랑의 생애를 한눈에 담아 놓은 런웨이였다. ●빗속 끝없는 관람 행렬 1936년 알제리 오랑에서 태어난 왕따 소년이 어떻게 약관의 나이에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후계자로 지명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최고의 명품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그가 얼마나 혼신의 힘을 쏟았는지가 400여점의 작품과 영상 속에 녹아 있었다. ‘여성복 바지를 탄생시킨 혁명가’, ‘흑인 모델을 처음으로 패션쇼에 올린 박애주의자’, ‘세계의 문화, 순수 미술과 패션을 접목시킨 창조자’ 같은 화려한 수식어들조차 40년간 이룬 그의 업적을 치장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정작 기자가 놀란 것은 따로 있었다. 관람객들이었다. 이브 생로랑전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프랑스인들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는 파리의 다른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관람객들도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온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대중’들이었다. 이들에게 이브 생로랑은 프랑스의 문화를 세계에 알린 전도사이자 자존심 그 자체였다. 이브 생로랑전을 찾은 것은 전날 앙드레 김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지금처럼 현란한 명품 브랜드가 낯설었던 그때 이브 생로랑은 최고의 옷을 상징하는 대명사였다. 좀 더 자란 뒤 한국에도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귓속에 박힌 이름이 앙드레 김이었다. 각각 프랑스와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첫손에 꼽히지만 그들이 살았던 생애는 큰 차이가 있다. 2002년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생로랑의 고별쇼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와 유명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무한한 존경이 뿜어져 나왔다. 반면 사비를 털어 세계 각국에서 한국을 알리기 위해 패션쇼를 열어 가며 노력했던 앙드레 김은 희화화된 특유의 말투와 ‘김봉남’으로 먼저 기억된다. ●앙드레 김 재조명 큰 기대 ‘프랑스가 패션의 나라이기 때문에’ 이브 생로랑전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 전시회에서 만난 프랑스인의 대부분은 이브 생로랑보다는 H&M, 첼리오 등 값싼 패스트패션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이브 생로랑이라는 자국 최고의 디자이너를 기억하고, 좀 더 많이 알고 싶고, 그가 남긴 업적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거장이었던 이브 생로랑을 사후 전설로 만든 것은 패션을 이해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니었던 셈이다. 앙드레 김은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될 것인가.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지금부터. 파리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더 슈퍼모델’ 성료, 초이스 피부과 최광호 원장 심사위원 참석

    ‘더 슈퍼모델’ 성료, 초이스 피부과 최광호 원장 심사위원 참석

    초이스 피부과 최광호 원장이 지난 1일 일본 도쿄 빌보드 라이브에서 성황리에 끝난 ‘2010 더 슈퍼모델 아시안 뷰티 컨테스트’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국내 피부과 전문의로는 유일하게 본선 심사위원으로 최 원장이 참석한 이 대회에서 한국대표로 출전한 최유나(대경대 모델학과)가 1위를 수상하면서 한국인의 아름다움과 한국의 뷰티산업을 아시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최 원장은 ‘2010 더 슈퍼모델 아시안 뷰티 컨테스트’ 본선 심사에 앞서 “자신의 꿈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인 모델 지망생들의 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건강한 마음가짐 등 내면의 아름다움을 눈 여겨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대만, 태국 등 아시아 각 지역에서 예선을 거친 참가자들이 일본에서 개최된 본선에 참가했으며 대회에서 수상한 8명의 수상자에게는 1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의 연예계 활동이 지원된다.  22년 전통의 토털 뷰티 클리닉인 초이스 피부과는 피부과뿐만 아니라 모발이식센터, 비만센터, 메디컬 스킨케어를 보유한 피부과 네트워크로 유명하다. 최 원장을 비롯해 다양한 치료경험의 노하우를 가진 의료진들이 환자의 문제를 의학적 시술에서 출발해 미의 완성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출처 : 초이스피부과 ※본 콘텐츠는 해당기관의 보도자료임을 밝혀드립니다.
  • [부고]

    ●조흥만(전 육군 헌병감· 전 국회의원)씨 부인상 영숙(전 국가대표 농구선수)대현(KBS 부사장)두현(미국 거주·사업)보현(조앤킴피부과 원장)민수(미국 거주)씨 모친상 조남신(미국 거주)계승호(미국 거주)씨 장모상 14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30분 (02)2227-7550 ●최영철(삼호조선)종열 우열(신세계 첼시 대표)씨 부친상 15일 포항의료원, 발인 17일 오전 9시 (054)245-0422 ●이효연(KBS 목포방송국 기자)효중(삼성SDS 선임연구원)씨 부친상 15일 여의도 성모병원, 발인 17일 오전 9시 (02)3779-2193 ●이상연(동화종합건축 대표이사)상훈(아성산업 〃)씨 모친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7일 오전 6시 (02)3410-6915 ●정덕훈(삼성엔지니어링 전문위원)성훈(분당 G7치과 원장)씨 부친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7일 오전 6시 (02)3410-6901 ●이남수(대한미용사회 서대문사무국장)씨 별세 1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2227-7572 ●최목균(전 가톨릭대 임상치과대학원장)씨 별세 우석(미국 거주)내형(〃)씨 부친상 정현승(미국 거주)씨 장인상 14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7일 오전 6시20분 (02)2258-5953 ●임승열(전 효제세무서)창열(모서중 교사)정열(인천교통방송 편성부장)경석(신화창조 팀장)씨 모친상 임필규(열린성모이비인후과 원장)씨 조모상 1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6시30분 (02)3010-2295 ●김동철(YTN 강릉지국 촬영기자)씨 장모상 14일 강원 정선병원, 발인 16일 오전 8시 (033)563-3444 ●이연희(전 경인지방국세청장)씨 별세 재용(삼성카드 상무)재현(영어 교사)씨 부친상 15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2258-5979 ●윤혁기(SBS미디어넷 고문·전 SBS 사장)혁삼(미국 거주)혁수(사업)씨 부친상 김규식(전 서울대 치대학장)씨 장인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2)3410-6912 ●이기환 명환 창환씨 부친상 양창현(대신증권 이사)씨 장인상 15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 (02)2650-2742 ●임영희(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팀 전임)씨 부친상 1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 (02)3010-2265
  • [CEO 칼럼] CEO의 웃음은 조직의 활력/이원태 대한통운 사장

    [CEO 칼럼] CEO의 웃음은 조직의 활력/이원태 대한통운 사장

    가을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立秋)가 지났건만 불볕 더위가 맹위를 떨친다. ‘처서(處暑) 밑에 까마귀 대가리 벗겨진다.’는 옛말은 이럴 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복더위를 피해 산이나 바다로 휴가를 떠나 심신을 재충전하고 다시 출근한 직원들의 얼굴에는 한층 생기가 돈다. 경영에도 뙤약볕 아래 나무 그늘이나 휴가처럼 ‘쉼표’가 필요하다. 폭염으로 무기력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활기차게 바꿔 주고 유연한 상상력으로 창조성을 높여 줄 수 있는 쉼표 중 하나가 웃음이 아닌가 한다. 세상 모든 최고경영자(CEO)들의 공통 목표는 자신이 속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업을 어떻게 더 크게 성장시키고 많은 이익을 제고할 수 있을까.’를 더위와 씨름하며 구상하고 있을 CEO들에게 웃음을 경영에 접목해 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미국의 세계적인 항공사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웃음을 경영에 적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손님께서 담배를 피우고 싶다면 언제든지 날개 위에 마련된 테라스로 자리를 옮겨 피우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특별히 준비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함께 즐기실 수 있습니다.” 이 항공사 기내 방송의 일화다. 이 회사는 웃음을 통해 직원,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했으며 그 결과 경쟁사들보다 더 높은 성장세를 구가해 왔다. 이직률 역시 다른 기업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직장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고 한다. 웃음은 건강에도 좋은 효과를 준다. 사람이 크게 한 번 웃으면 몸속의 근육 650개 중 231개가 덩달아 움직인다고 한다. 인체 근육의 약 3분의1을 웃음이 움직이는 셈이다. 1분 동안 실컷 웃으면 10분 동안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그러니 불필요한 칼로리 소모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 몸은 스트레스가 쌓이면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이 많아지면 몸의 면역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치매까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소리를 내어 크게 웃으면 이 코티졸의 분비가 억제돼 노화를 막고 뇌졸중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는 수시로 웃는 연습을 하려고 노력한다. 예전에 호주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겪었던 일 때문이다. 평소 많은 도움을 주던 현지 거래선으로부터 어느날 당황스러운 말을 듣게 됐다. “너는 좋은 친구지만 대화할 때 심각한 얼굴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외국 문화와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 현지인과 대화할 때 상대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얼굴을 쳐다보며 집중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의 말이 참 고마웠지만, 솔직히 필자가 몰랐던 부분을 지적하니까 당황됐다. 그 조언을 들은 뒤 집에서 거울을 보며 열심히 웃는 표정을 연습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자꾸 반복하니까 이도 자연스럽게 보이기는 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게 되면 먼저 미소를 짓는 습관을 들이고자 노력했다. 이제 사진을 찍고 나서 사진 속 필자의 얼굴을 보면 대부분 미소를 띠고 있다. 시간이 흐르니까 ‘호감 가는 인상’이라는 인사말도 종종 듣게 됐다. 기분이 좋아지니까 더 자연스럽게 미소와 웃음이 흘러나왔다. 왠지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심일신로(心逸身勞)’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몸은 바쁘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되 마음은 편하게 여유를 갖자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일부러라도 웃으려 노력하다 보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삶의 질도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 ‘웃음이 없는 사람은 상점을 열지 말라.’는 중국 속담도 있다. ‘CEO의 웃음’으로 조직에 신바람 나는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임직원들이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볼 일이다. 절대 손해 보는 일이 아닐 것이다.
  • “한·일정부 과거사청산 실천하라”

    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 5당은 광복절인 15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한국과 일본 정부는 과거사 청산을 즉각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야 5당은 성명서에서 최근 발표한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를 비판하며 진정한 사과를 요구했다. 야 5당은 “과거 역사의 올바른 청산 없이는 미래의 공동번영도 기약할 수 없다.”면서 “한·일 양국 정부는 경술국치 100년이 된 지금이라도 과거사 청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명은 “이명박 정부가 과거사 청산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고 비판한 뒤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사 청산과 공동 번영의 미래를 위한 실천적 행동에 직접 나서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야 5당은 또 “일본 정부는 (일제시대) 강제 동원된 전체 조선인의 명부와 희생자 명부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희생자와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를 정부 차원의 협의로 즉각 확대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야 5당은 “양국 정부는 약탈 문화재의 명부를 정확히 밝히고 반환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성하며 양국의 과거사와 영토문제를 다룬 모든 정부 문서를 전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광복 65주년… 한·일 새 100년을 생각한다

    내일은 8·15광복 65주년이다. 또 보름 뒤면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는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라는 의미도 있어 올해 광복절은 여느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광복된 지 65년, 정부가 수립된 지 62년 동안 대한민국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위대한 나라로 거듭났다. 미국과 옛소련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된 데다 6·25전쟁까지 겹치면서 남쪽은 거의 폐허나 다를 게 없었지만 우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을 일궈 냈다. 60여년 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의 지난해 수출액은 전 세계에서 9위였다. 한때 해가 저물지 않는 나라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 영국까지 제쳤다. 내년의 무역규모는 1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1조달러 무역대국 대열에 합류하는 셈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5위로 아프리카 50여개국의 GDP를 합한 것보다도 많다. 1인당 국민소득은 1953년에는 67달러에 불과했으나 2만달러가 됐다. 이러한 경제성장 신화를 일궈낸 것은 ‘하면 된다.’는 믿음과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는 희망이 어우러져 열심히 앞을 보고 달린 결과다. 국민역량 결집해 선진화 이룩해야 할 시점 중동의 산유국 중에는 석유 하나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3만달러를 쉽게 넘는 곳도 있지만 인구가 5000만명을 넘거나 육박하는 나라 중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는 곳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10개국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는 비아냥도 받고 일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우리는 민주화도 이뤄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사실상 유일한 나라라는 찬사까지 받을 정도가 됐다. 빛나는 성공신화를 일궈 냈지만 우리는 아직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벽은 높기만 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선진국과의 격차가 10년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압축적인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달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역량을 결집시켜 선진화를 이룩해야 할 시점이다. 선진화를 위해서는 지역·이념·계층 간 갈등을 줄이는 국민통합이 선결돼야 한다. 광복절을 맞아 자랑스러운 조국, 평화로운 한반도를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다짐도 필요하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성공한 나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해마다 특히 8월이 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일본에 나라를 강탈당해 35년간 수탈당한 역사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해여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과거에만 지나치게 얽매일 수는 없다. 일본도 변하고 있다. 지난 10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식민지 지배가 가져온 다대한 손해와 고통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다.”면서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해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식민지배의 불법성은 언급하지 않았고 일본군위안부 할머니,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문제도 밝히지 않아 유감스럽지만 과거 일본 총리의 사과와 반성보다는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한·일 새 100년 준비하자 한·일 관계가 불행한 과거를 딛고 새출발하려면 가해자인 일본의 진솔한 사죄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일본 우익인사의 망언, 독도 영유권 주장, 사실을 왜곡한 일본 교과서도 정리돼야 한다. 일본 스스로 변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하지만 우리도 이제는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을 떨쳐 버릴 때도 됐다. 광복 이후의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에 자부심을 갖자. 우리의 젊은이들은 어디를 가도 주눅 들지 않는 우리의 희망이다. 1988년에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했고 2002년에는 일본과 공동으로 아시아 첫 월드컵까지 개최한 나라가 아닌가. 11월에는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열린다. G20 정상회의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한·일 관계는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과거사의 짙은 그늘이 드리운 ‘아픈 100년’을 매듭짓고 미래를 위해 ‘새로운 100년’을 열어 가도록 하자. 아픈 과거를 잊지는 말되 과거에 얽힌 ‘악순환 고리’를 끊고 한·일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하자. 일본을 감정적으로 몰아세우기보다는 이성적으로 대응하면서 과거사 바로 세우기의 ‘대의’와 관계개선의 ‘실리’를 확보하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21세기는 한국·일본·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시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급변하는 국제질서를 냉철히 바라보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한·일 새 100년을 준비하자.
  • 야 5당 “4대강저지 공동대응”

    야 5당 “4대강저지 공동대응”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 5당이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공동대응에 나섰다. 야 5당 지도부들은 13일 국회에서 만나 4대강 검증특위 구성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야 5당 대변인들은 “국회에 특위가 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면서 “각 당의 4대강 관련 특위 위원장들이 만나 사업 대안 마련을 위해 의견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당 소속 지자체 단체장들과도 4대강 사업 검증 연석회의를 갖기로 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우리 민족의 뿌리 초원 실크로드서 만나다

    우리 민족의 뿌리 초원 실크로드서 만나다

    중국 내몽고 지역에서 찾아낸 훙산(红山) 문명. 중국사의 근간인 황허(黃河) 문명을 비롯한 세계 4대 문명보다 더 오래됐다고 전해진다. 훙산 문명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중원(황허) 문명을 창조한 화하족이 아니라 동이족이라고 한다. 동이족은 우리의 먼 조상 격이다. 중국이 동북공정, 요하문명론을 들먹이는 마당에 훙산 문명의 주역이 동이족이라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문명교류학의 권위자 정수일(76) 박사는 훙산 문명과 우리 고대 문화 사이에는 여러 상관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반도 20여곳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암각화가 훙산 문명에 속하는 츠펑시에서 발견됐다는 점도 그 중 하나다. 중원 문명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정 박사는 그러나 역사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면서도 역사의 진실을 100분의1도 채 알지 못하는 인간이 문명중심주의와 문명단원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며 단세포적인 편단이라고 강조한다. “중국이 주장하는 이른바 통일적 다민적 국가론에 입각해 고조선에서부터 발해까지의 우리 민족사를 저들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는 물론, 우리들 속에서 튀어나오는 비현실적이며 복고주의적인 고토 회복 운운도 지양해야 한다.” ●초원길, 오아시스·해상로보다 일찍 개통 정 박사는 중국, 몽골, 시베리아 초원을 거쳐 모스크바에 이르기까지 약 2년간의 답사를 담은 초원 실크로드 기행 실록을 냈다.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창비 펴냄)이다. 동서 문명 교류 통로인 실크로드는 오아시스로, 초원로, 해상로가 있다. 이른바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이다. 연구가 집중된 오아시스로와는 달리 3대 간선 가운데 가장 일찍 개통된 초원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정 박사는 “근 5000년 전에 신석기시대를 갓 벗어난 에게해의 애송이 문화를 에게 문명으로 정의하면서도 이보다 3000년 후에 완숙한 금속문화를 가꾼 유목기마민족의 문명은 주변 문화로 비하하고 홀대해 왔다.”며 서구의 문명중심주의를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가 중국 둥베이(東北) 지방의 대흥안령산맥에서 시작해 몽골 초원과 카자흐 초원을 지나 동유럽에 이르기까지 폭 수백킬로미터의 초원 지대를 누빈 까닭은 초원로가 거칠고 험하지만 일찍이 찬란한 초원 문명을 잉태하고 전파시킨 소통의 길이며, 문명 교류의 최초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선구의 길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 민족의 뿌리를 내리게 하고 가지를 뻗게 한 결연(結緣)의 길인 까닭이다. ●바이칼 주변 민족 DNA, 우리와 거의 일치 그래서 그는 초원로에서 우리 민족의 삶을 찾으며 뿌리를 더듬는다. 우리의 뿌리를 러시아 바이칼 호수에서 찾기도 한다. 해빙기에 큰 홍수가 일어나자 바이칼에 살던 구석기인들이 남쪽으로 내려와 한반도에 정착했고, 이때문에 야쿠트, 부리야트 등 바이칼 주변의 민족과 우리 유전자(DNA)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초원로에서 우리 뿌리의 흔적은 물론, 오늘날 반추해야할 교훈까지 찾아낸다. 창의적인 조화와 융합이 다문화 사회의 성공 비결이라는 것, 닫힌 사회는 망하고 열린 사회만이 살아남는다는 것 등이다. 궁극적으로 초원로를 통해 교류와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006년 ‘실크로드 문명 기행:오아시스로 편’을 냈던 저자는 앞으로 해상 실크로드 기행을 통해 실크로드 답사를 완결할 예정이다. 2만 3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신재민·조현오·이현동 위장전입 사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신재민 문화부 장관 후보자와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등이 줄줄이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13일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에 따르면 신재민 후보자는 1995년 경기도 일산 밤가시마을 아파트로 이사한 지 3개월 만에 근처 마두동 강촌마을로 주소를 옮겼다. 초등학교 6학년인 신 후보자 맏딸의 중학교 진학을 앞둔 때였고, 강촌마을은 일산 내 대표적인 우수학군이다. 신 후보자는 밤가시마을 아파트를 거점으로 자녀 진학시기에 맞춰 다른 곳으로 주소를 잠깐 옮겼다가 다시 원주소지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위장전입을 5차례나 반복했다고 이 의원 측은 주장했다. 신 후보자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팔면서 실제 매도 시기보다 8개월 늦게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는 방법으로 양도세 1억원을 탈루한 의혹도 받고 있다. 신 후보자는 “상급학교 진학목적이 아니라 자녀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해 옆 학교로 전학시키려 했다.”며 사과했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도 맏딸이 중학교 3학년 때인 1998년 11월 주거지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종로구 사직동으로 주소를 바꾸었다. 그는 이후 딸의 배화여고 진학이 결정된 이듬해 2월 주소를 다시 홍제동으로 옮겼다. 조 후보자 측은 딸이 여자고교를 희망해 주소지를 잠시 옮겼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또 지난 3월 말 경찰관 기동대 특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이유를 놓고 “뛰어내리기 전날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느냐.”고 언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검찰은 “차명계좌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집회·시위가 많아지는 4, 5월을 앞두고 경찰 부대가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라는 차원에서 한 얘기”라고 해명했다.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도 부인과 딸이 2000년 11월 서초동 같은 동네 다른 아파트로 이 후보자와 주소지를 분리해 전입신고했다. 6개월 뒤 이 후보자 가족은 다시 같은 주소로 주민등록을 옮겼다. 이 후보자 측은 “중학생이던 자녀가 특정 고교 진학을 희망해 주소지를 옮겼다.”면서 “청문회에서 사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구기자·부처종합 window2@seoul.co.kr
  • 조광래호 한국축구 패러다임 바꿨다

    조광래호 한국축구 패러다임 바꿨다

    11일 나이지리아전에서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롱패스는 없었고, 수비-미드필드-공격으로 이어지는 패스는 목적이 분명했다. 빠르면서도 유기적이었다. 첫 경기였음을, 그것도 이틀밖에 훈련하지 못했음을 감안한다면 더 발전할 한국축구를 예상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조광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데뷔전을 냉정하게 진단한 평가서를 공개하며 분발을 촉구했다. ●중앙·중원을 장악하라 조 감독은 한국 축구의 체질변화로 3가지를 강조했다. 패스와 스피드, 2선 움직임이었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겨우 20여일 만에 한국 축구의 뿌리를 바꿨다. 기존엔 측면으로 깊고 빠르게 쇄도한 뒤 문전으로 올리는 크로스가 한국의 주된 공격 루트였다. 그러나 조 감독은 중앙을 지향했다. 양 날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조영철(니가타)을 가운데 쪽으로 좁혀서 콤팩트하게 활용했다. 원터치에 이은 패스로 공간을 창조했다. 완벽한 기회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측면 공격은 윙백 이영표(알 힐랄)-최효진(FC서울)에게 맡겼다. 나이지리아전 두 골 모두 중앙에서 터졌다. 미드필더에선 아기자기한 패스가 주를 이뤘다. 어리지만 K-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윤빛가람(경남)과 기성용(셀틱) 조합을 꺼내 들었다. 윤빛가람이 경기를 조율하면서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줬고, 기성용 역시 공수 밸런스를 적절하게 유지하며 흐름을 이끌었다. 길게 올리는 크로스는 거의 없었다. 조 감독은 ‘공을 띄우지 마라. 세밀한 패스를 하라.’고 주문했다. 공격 상황은 모두 미드필더를 거쳐 이뤄졌다. 무리한 공중볼 패스 대신 최전방의 박주영(AS모나코)-박지성-조영철의 움직임을 보며 공간으로 공을 찔렀다. ●돌아온 스리백, 절반의 합격 한국은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8년 만에 스리백으로 회귀했다. 조 감독은 “스리백으로 불안한 수비조직력을 안정시키고, 공격시 미드필더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 스토퍼가 공격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발히 나서는 게 포인트. 그렇게 되면 수비시엔 윙백까지 5명이, 공격시엔 2명이 수비라인을 지킨다. “연습시간이 짧아 무리하게 (스토퍼를) 미드필더에 가담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공격적인 스리백’의 성공 가능성을 발견했다. 실점을 했지만 세트피스 상황이라 시스템상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3-4-3포메이션(3-4-2-1)의 실효성을 따지기엔 뭔가 부족했다. 나이지리아의 파괴력이 떨어졌고, 특히 측면공격이 활발하지 않았다. 최종 수비라인이 공·수 모두 경쟁력을 갖추려면 선수들은 90분 내내 꾸준하게 뛰어야 한다. 쉽지 않다. 나이지리아전에서도 후반 최효진(FC서울)이 체력이 떨어지면서 수비가담이 늦어졌다. 결국 경기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체력’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물론 체력은 끈끈한 조직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부족한 점은 조직력으로” 조 감독은 경기를 치른 다음 날인 12일, ‘조광래호 1기’의 평가서를 공개했다. 그는 “수비불안과 골 결정력 해소방안을 찾고, 신인선수를 포함한 출전 선수들에 대한 엄정한 평가작업을 하는 것이 어제 경기의 큰 틀이었다.”면서 “2-1이란 결과보다 내용면에서 평균 이상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조 감독은 “전날 경기에서 517개의 패스 중 420개를 성공, 81%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했다. 패스 횟수와 성공률이 비교적 높은 수치로 나왔기 때문에 공수 전환 속도가 향상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수세에 몰렸을 때 수비라인의 구성과 협력 플레이의 부조화를 비롯, 공세로 전환할 때 미드필더의 움직임과 공격수들의 공간창출 능력 등은 아쉽다.”면서 “훈련을 통한 조직력 강화가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시론] 정부와 민선 교육감, 유혹에서 벗어나라/정영수 충북대 교육학과 교수

    [시론] 정부와 민선 교육감, 유혹에서 벗어나라/정영수 충북대 교육학과 교수

    정부와 민선 교육감 사이에 갈등과 대립이 이어짐에 따라 주요 교육정책 추진에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국민의 관점은 다양하다. ‘민선 교육감이 선출되었으니 지방자치권을 행사하는 것이 마땅하고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 역으로 ‘사태를 내버려 두면 교육감의 잘잘못을 차기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할 것이니 성급하게 권한 관계를 따지는 게 도리어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교육감 주민소환 제도 등이 있으니 그때 책임을 물으면 된다는 것이다. 최근의 사태를 정부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교육정책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교육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만큼 국민에게 혼돈과 갈등을 안겨 주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제도의 권위와 개인 인격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지는 것은 정의와 도덕이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 진정한 권위와 자존심은 서로 지켜 줘야 할 덕목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적어도 정부와 교육감이 공유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인간의 속성에 따른 정책변동 가능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교육에 관한 결정을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이념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교육감은 지역 주민의 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선출된 자리이지 특정 교원단체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둘째로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는 점을 새겨야 한다. 지방교육자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진통과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발전 과정에서의 진통은 견제와 균형을 함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제되었을 때에 의미가 있다. 교육에 관한 한 여야나 보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셋째, 교육감이나 도지사가 정부와 이념 성향을 다르게 가진다고 해도 교육에 관한 한 초당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공통 가치를 마련하는 데 하나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하나가 되어 교육개혁을 일궈 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교육감의 책임은 막중하다. 정의롭지 못한 정책이라면 수정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율화의 이념과 배치되는 것이라면 그것도 수정해야 한다. 학생·교사 인격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정책이라면 그것도 배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단 주요 국가정책으로 정해졌다면, 당과 이념을 초월해 정책을 존중하고 도울 일은 도와야 한다. 넷째로 정부도 교육감을 ‘통제’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자율’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각이 필요하다. 깊고 높은 규범과 윤리적 차원에서 우리 자녀를 위해 해야 할 최우선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다면 서로 협력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너와 내가 이제 기존 사고 방식의 틀과 통제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다. 자율과 자치는 신뢰의 근본이며 창조성의 원천이다. 나아가 교과부와 교육감이 정직하고 정의로운 교육적 판단에 따라 교육정책을 결정하고, 서로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다섯째, 정부의 판단과 정책이 언제나 옳고 공명정대한 것은 아니다. 오류가 있고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판단을 따르는 것은 ‘제도’로서의 교육정책 결정에 관한 승복의 의미가 크다. 적어도 정부는 권위를 정당화할 만큼 적절한 합리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절차를 밟아 왔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감은 자신의 주장과 결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리고 결정 과정에서 누구의 의견을 어떤 과정을 거쳐 청취했는지를 수긍이 가도록 분명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어찌 하든 교과부와 교육감이 하나가 되어 교육개혁을 주도하지 않는다면 한국 교육의 앞날에 희망과 기대를 갖기 어렵다. 정부와 교육감 모두 스스로 변신하지 않는 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조광래식 ‘토털사커’ 화려한 신고

    조광래식 ‘토털사커’ 화려한 신고

    뭔가 달라졌다. 공격적인 경기를 한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한국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반으로 잘라, 주로 나이지리아 진영에서만 경기를 풀어갔다. ‘공격적 스리백’이라는 특이한 전술로 국가대표팀 데뷔전에 나서겠다던 조광래 감독의 약속대로였다. 조 감독은 스리백에 골넣는 수비수 이정수(알 사드), 곽태휘(교토상가), 그리고 약관의 신예 김영권(FC도쿄)을 배치했다. 공격상황에서는 이정수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스토퍼로 머물렀고, 곽태휘와 김영권은 전진했다. 또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이정수가 최전방까지 올라갔다. 김영권은 첫 A매치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비와 정확한 패스를 선보였다. 미드필드에는 이영표(알 힐랄), 기성용(셀틱), 최효진(FC서울)과 조 감독의 ‘애제자’ 윤빛가람(경남)이 나섰고, 최전방에는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AS모나코), 그리고 기대주 조영철(니가타)이 호흡을 맞췄다. 첫 골은 윤빛가람이 넣었다. 전반 17분 상대 페널티박스 오른쪽 외곽에서 공을 잡은 윤빛가람은 감각적인 트래핑으로 상대수비를 완전히 제친 뒤 오른발로 골키퍼와 골대 사이를 정확하게 조준, 대포알 같은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화보] ‘조광래호 출범’ 짜릿한 첫 승리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나이지리아는 전반 27분 한국 진영 오른쪽에서 백태클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피터 오템윙기(로코모티브 모스크바)의 헤딩슛으로 만회골을 넣었다. 1-1의 팽팽한 균형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결승골은 전반 44분 박지성의 기막힌 침투패스를 받은 ‘너무 공격적인 윙백’ 최효진이 넣었다. 박지성이 질풍같은 드리블로 나이지리아의 수비진을 뒤흔들었고, 미드필드로 되돌아 온 공은 윤빛가람과 박지성을 지나 최효진의 왼발을 거쳐 골문으로 들어갔다. 후반에도 한국의 공격적인 경기운영은 이어졌다. 더 이상 득점이 나오지 않은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의 짜임새가 있는 경기를 했다. 목적 없는 롱패스는 없었고, 선수들은 창조적 플레이를 위해 부단히 움직였다. 2-1 한국의 승리. 조 감독의 성공적인 데뷔전이자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아쉬움을 시원하게 털어낸 경기였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서울광장] 금호강은 시나브로 죽어가고 있었다/구본영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금호강은 시나브로 죽어가고 있었다/구본영 수석논설위원

    지난 주말 금호강을 찾았다. 유년기의 추억이 어린 낙동강의 지류다. 이맘때쯤 참외랑 오이를 띄워 놓고 친구들과 헤엄치던 그 맑은 강물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수십년만에 찾은 강은 그때와는 너무 달랐다. 상류서 실려온 토사와 쓰레기 등이 켜켜이 쌓인 오니로 거의 하수구와 진배없었다. 금호강은 시나브로 죽어가고 있는 건가. 금호강이 이럴진대 본류인 낙동강은 온전할 것인가. 그리고 이 땅을 기름지게 했던 젖줄인 금강·영산강·섬진강 등 뭇강인들 건재할 텐가. 갖가지 상념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란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사라는 방증이 아니겠는가. 강을 준설하고 보를 설치해 물그릇을 키워 홍수를 막고 갈수기의 가뭄에 대비하자는 것이 사업의 선의일 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환경 파괴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또 그런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기에 고정보 대신 가동보를 설치하는 식의 대안도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강바닥의 퇴적물이 보 밑으로 흘러가도록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4대강 망국론에 올인한 야권의 태도는 여간 딱하지 않다. 6·2지방선거에서 승리했던 민주당이 7·28 재·보선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다시 내걸었다가 역풍을 맞았다. 4대강 살리기 전도사역을 자임했던 서울 은평을의 이재오 후보를 찍어내려는 전략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재·보선 이후 지역민심을 읽고 안희정·이시종 충남·북 지사마저 조건부이지만 4대강 사업 지속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당내 논란이 확산일로다. 하긴 야권이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달릴 차도 없는데 웬 도로냐.”고 발목을 잡았다. KTX와 인천공항도 환경과 예산을 빌미로 반대했다. 팔백리 낙동강이 실어 온 토사로 이뤄진 하구의 을숙도. 갈대 숲과 철새들의 군무가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을숙도는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로 정밀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1861년)에는 나오지 않는다. 대동여지도에는 칠점도(대저도)와 명지도로만 뭉뚱그려 표시돼 있는데 그곳이 지금도 하중도로 떠있는 부산시 강서구다. 당시만 해도 현재의 강서구를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 흐르던 물길이 낙동강의 본류였다. 그러던 중 일제가 전쟁용 물자조달 목적으로 김해시 대동면에 수문을 만들면서 본류가 동쪽으로 바뀌고 그 과정에서 을숙도는 오늘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고 한다. 태초에 을숙도는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최근 어느 종교인은 “4대강 사업은 창조주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태초에 창조된 대로 두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요순(堯舜) 시대 이래 치수(治水)·이수(利水)는 국가의 근본적 존재 이유였다. 강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한다는 식의 극단적 무위론은 무지하거나 정치적 의도가 깔린 사고이기 십상이다. 돌이켜보면 어릴 적 금호강변 고향 마을에선 장마철 큰물이 지면 심심찮게 흉흉한 소문도 돌았다. 윗 동네 아이가 고무신을 건지려다 급류에 휘말렸다는 따위의 소식에 어린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상류서 씻겨 내려온 토사로 하상이 높아진 게 주된 이유일 것이다. 서울의 망원동과 풍납동 등 한강변의 상습 침수지도 마찬가지였으리라. 1980년대 초·중반 대대적 준설을 포함한 한강종합개발 사업을 마무리하기까지는 말이다. 사리가 이럴진대 이미 죽은 강을 그대로 보존하자고? 이는 환경 ‘보존’과 ‘보전(保全)’도 구분하지 못하는 환경원리주의자들의 아집일 듯싶다. 홍수 없는 맑은 강물과 깨끗한 강변 친수공간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려고 진취적으로 나서는 게 진정한 친환경적 사고가 아닐까. 사업 과정에서 환경파괴를 걱정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썩은 강을 인간과 공존이 가능토록 온전히 살리는 것을 거부하는 일이 합리적일 순 없다. kby7@seoul.co.kr
  • 배구대표팀 코치로 돌아온 신진식 “아시안게임 3연패 돕겠다”

    배구대표팀 코치로 돌아온 신진식 “아시안게임 3연패 돕겠다”

    배구는 리듬의 스포츠다. 6명의 선수가 코트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때만 경기 막판까지 긴장감이 가득한 승부를 가져간다. 중요한 순간의 공격 실패와 수비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범실은 리듬을 깬다. 리듬이 깨지면 승부도 끝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을 던지는 허슬플레이로 팀의 분위기를 바꾸는 선수가 있었다. 누구보다 높이 뛰어올라 머리가 아니라 허리부터 돌린 팔로 강한 스파이크를 내려치던 단신(188㎝)의 선수. 넘치는 투지와 특유의 근성으로 리그 9연패와 77연승의 신화를 창조하고 2002년과 2006년 아시안게임 2연속 우승까지 이끌었던 ‘갈색폭격기’ 신진식(35)이 대표팀에 돌아왔다. 월드리그 전패에다 아시아배구연맹(AVC)컵 8개국 가운데 6위의 초라한 성적을 받아든 대표팀 신치용 감독은 아시안게임 3연패를 위한 ‘필승카드’로 2007년부터 호주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던 신진식을 대표팀 트레이너로 불러들였다. 신 감독은 최근 부진을 ‘좋은 경험’이라고 했다. 그는 1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부끄러운 성적이지만 최종 목표는 아시안게임 3연패”라면서 “겨울시즌이 끝난 뒤 휴식과 훈련,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임했던 월드리그와 AVC컵의 부진한 성적은 올해 최종 목표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부진의 원인을 “투쟁심이 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체력이 떨어지는 경기 막판에 투지와 근성이 부족하다 보니 세트스코어에서 앞서 있다가 내준 경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신진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 감독은 “현역 시절 투지와 근성 있는 플레이를 보여줬던 (신)진식이가 트레이너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후배들의 투쟁심을 높여줄 것”이라면서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코칭스태프와의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9일 귀국한 신진식은 11일 선수들과 함께 태릉선수촌에 입소한다. 그는 “현재 대표팀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뛰어나지만 6명이 코트에 들어갔을 때 폭발력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면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던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며 대표팀의 전력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또 “신 감독님 밑에서 많은 걸 배워 나중에는 프로팀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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