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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CC 32년 만에 공식 ‘선교선언’ 발표

    부산에서 지난달 30일 개막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8일 폐막한다. ‘정의 평화 생명’이라는 주제 아래 열흘간 진행된 이번 총회는 한국 기독교계의 지형을 크게 바꿔놓을 전망이다. 아시아에선 두 번째로 개최된 이번 총회는 세계 110개국, 349개 교파와 교단, 5억 6000만명의 회원을 대표하는 기독교 지도자 8500명이 모여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WCC 총회 본부와 한국준비위원회가 조정해 정한 예배와 토론 중심의 행사가 비교적 순조롭게 정리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한국교회 고유의 특성인 새벽기도, 통성기도, 한국 전통가옥의 형식을 살린 선교사역과 소통의 장인 ‘마당’은 총회 내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요소로 꼽힌다. 이번 총회의 가장 큰 성과는 WCC의 선교 방향성을 제시하는 공식 선교선언 발표와 교회의 일치에 관한 성명서 채택으로 꼽힌다. WCC가 선교선언을 발표하기는 1982년 이후 32년 만의 일이다. ‘함께 생명을 향하여’라는 이름의 선교선언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성령 안에서 선교·해방·공동체·오순절 등 4가지의 선교를 강조하고 있다. 선교선언과 맞물려 채택된 교회 일치에 관한 성명서도 참가자들의 큰 반응을 얻은 것으로 관측된다. 성명서의 골자는 ‘서로 다른 전통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정의와 평화를 위해 봉사하며 연대함은 하나님의 은총이며 교회들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에서 예언자적 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한국 교회들은 한결같이 이번 총회에서 얻은 게 많다는 반응을 내고 있다. 가장 큰 소득은 한국교회 총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로 집약된다. 실제로 총회 기간 동안 한국 교계 지도자들은 선거와 회무처리에 집중하는 한국교회 총회와는 판이한 양상의 총회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관측된다. 여성과 청년이 대거 참여한 총회의 다양성이 한국교회 풍토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장점으로 꼽혔다.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과 배현주 부산장신대 교수가 각각 아시아 대표 공동회장과 중앙위원으로 선출된 것도 한국교회의 위상을 확인한 사안. 한국 교회들은 당초 두 명의 한국인이 중앙위원에 뽑힐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WCC 대표 공동회장은 대륙별로 1명씩 배정되며 총 8명으로 구성된다. 장상 공동회장은 한국 최초의 여성 회장이자 두 번째 한국인 지역 대표공동회장으로 기록된다. 성공적인 총회라는 평가의 한편에서 종교 다원주의 등의 신학적 이유를 들어 총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은 한국교회의 큰 과제로 남게 됐다. 한국 교회들이 총회 이후 어떻게 반대 목소리와 연합운동을 정리해갈지 주목된다. 한편 총회 참가자들은 8일 오전 기도회·성경공부와 평화회의를 연 뒤 오후 2시 15분 폐회예배를 끝으로 총회를 마무리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英 일정 마치고 벨기에로… 디뤼포 총리와 무슨 얘기 나눴나

    서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마지막 방문지인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에그몽궁에서 엘리오 디뤼포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호혜적 협력 증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디뤼포 총리와의 회담에서 ‘개발 분야 공동 협력 양해각서’ 체결을 비롯한 국제 무대에서의 공동 협력 강화와 한반도 및 유럽 지역 정세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청와대 측이 밝혔다. 특히 ‘개발 분야 공동 협력 양해각서’의 서명을 계기로 양국은 콩고와 르완다, 베트남 등 제3국에서의 협력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한국과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활용도를 높여 지난해 현재 연간 36억 5000만 달러 수준인 양국 간 교역과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양국이 강점을 가진 화학과 의약, 물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을 중심으로 창조경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양국 간 과학기술협력 협정 체결 및 과학기술 공동위원회 신설 협의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솔베이 등 EU 역내 5개 일류 기업이 우리 기업에 투자를 약속한 규모가 총 4억 달러에 이른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한반도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전 당시 벨기에는 상비군이 없었음에도 참전을 위한 대대를 편성, 파견했던 우리의 소중한 우방”이라며 “유럽 열강들 속에서 공동체의 비전을 제시하고 유럽 통합을 선도해 온 벨기에의 지혜는 우리나라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번영 정책을 펼쳐 나가는 데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6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로 벨기에를 방문했다. 브뤼셀(벨기에)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월드 톡톡] 13세 넘으면 공짜 콘돔 주는 뉴질랜드

    10대 임신율이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뉴질랜드가 10대의 임신과 낙태를 줄이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13세 이상 청소년에게 콘돔을 무료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 등 여론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6일(현지시간) 뉴질랜드헤럴드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 정부는 북섬 호크스베이를 콘돔 무료 지급 시범 지역으로 정하고, 원하는 청소년들에게 콘돔 교환 카드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 카드를 가지고 약국에 가면 콘돔을 12번까지 공짜로 받을 수 있다. 호크스베이에서 성과가 좋으면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호크스베이 보건국 미셸 그릭 자문관은 “지금은 창조적으로 사고할 때”라며 다른 나라들도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호크스베이의 학교 상담교사, 공립병원 간호사, 청소년 상담요원 40여명과 약사들이 이미 콘돔 카드 계획과 관련한 교육을 받았으며 13세에서 24세 사이 청소년은 누구나 이들을 찾아가 안전한 성생활 등에 대해 간단한 교육을 받고 콘돔 카드를 지급받을 수 있다. 현지 언론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비용도 들지만 10대의 원하지 않는 임신과 성병을 줄일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10대 임신율은 선진국 중 가장 높았고 지난해 임신한 10대 소녀는 6000명을 넘어섰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01×→ 010 새달 자동변경

    ‘01X’로 시작하는 휴대전화 번호가 다음 달 3일부터 단계적으로 ‘010’으로 자동 변경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한시적 번호 이동 선택 가입자를 대상으로 ‘011, 016, 017, 018, 019’ 대신 기존에 부여받은 010 번호로 자동 변경 처리를 한다고 6일 밝혔다. 한시적 번호 이동 선택 가입자란 01X 번호로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를 쓰다 3G나 롱텀에볼루션(LTE)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올해 말 010 번호로 전환하는 것에 동의하고 기존 번호를 그대를 쓰던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은 대리점이나 홈페이지를 통한 별도 신청 없이도 휴대전화 번호가 서비스 변경 당시 미리 받아둔 010 번호로 자동 변경된다. 미래부는 자동 변경 대상이 130만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01X로 2G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들은 이번 변경과 무관하며 같은 번호를 계속 쓸 수 있다. 해외 로밍, 일시 정지 등의 이유로 OTA를 적용하기 어렵다면 이를 이통사 대리점 등에 알려야 한다. 올해 말까지 010으로 변호 변경을 하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발신 기능이 정지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인사]

    ■미래창조과학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사무지원단장 이세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민국예술원사무국 진흥과장 조중식 ■농림축산식품부 ◇과장 직위 승진△국립종자원 전북지원장 이정길 ■동반성장위원회 △적합업종지원단 적합업종지원부장 조금제△적합업종지원단 적합업종운영부장 한창훈 ■한양대 △예술·체육대학장 조성식
  • 창조경제 손 잡은 IT 한국·금융 영국…‘롤모델’ 엘리자베스 1세 초상화 받아

    창조경제 손 잡은 IT 한국·금융 영국…‘롤모델’ 엘리자베스 1세 초상화 받아

    박근혜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간의 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은 영국의 최대 강점인 금융·기초과학과 한국의 우수한 정보통신(IT) 인프라를 결합해 서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너지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두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창조경제 실현과 동반성장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위해 양국은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등 민간 교류 협력을 강화해 선진형 세일즈 외교의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두 정상은 원자력 에너지 연구개발과 문화 창조산업 협력, 기초과학 교류협력과 관련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는 등 상호 협력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제3국 공동진출 강화를 위해 우리 수출입·정책금융기관과 영국의 수출금융청, 영국의 민간 글로벌 은행인 바클레이즈와 우리의 산업은행·하나은행 간의 다양한 협력 라인을 구축했다. 벤처기업 생태계를 공동조성하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랭카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한·영 글로벌 CEO 포럼 및 경제통상공동위원회 기조연설에서 “양국은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협력의 지평을 더욱 넓혀가면서 질적인 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경협 잠재력이 가장 유망한 분야로 ▲창조경제 ▲제3국 시장 공동진출 ▲에너지와 고령화 대응을 꼽았다. 영국 과학기술 분야의 명문인 임페리얼대학교에서 열린 ‘한·영 창조경제 포럼’ 기조연설에서도 “한국과 영국이 창조경제 구현을 앞당기고 세계적인 ‘창조경제 시대’(Creative Economy Age)의 문을 함께 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의 하이라이트인 전날 국빈 만찬에서 박 대통령은 “영국은 대한민국이 어려웠던 시절 함께해 주었던 진정한 친구”라고 강조했다. 이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만찬사를 통해 “양국은 상호 강점을 융화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고 화답했다. 만찬에는 우리 측 공식수행원과 기업인, 에드워드 왕자 내외, 앤 공주 내외 등 영국 왕실가족 및 주요인사 140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또 웨스트민스터궁 로열로빙룸에서 열린 ‘영국 의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정치적 스킨십을 확대했다. 박 대통령은 영어로 진행한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가 지구촌 행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나아가자”고 강조해 기립박수를 유도했다. 이날 대화에는 상·하원의장을 비롯해 70여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버킹엄궁에서 여왕 내외와 선물도 교환했다. 여왕은 박 대통령이 ‘롤모델’로 언급해 온 엘리자베스 1세의 대형 초상화와 은쟁반, 여왕 내외의 사진이 든 은제 사진틀 2개와 함께 바스 대십자 훈장을 수여했고, 박 대통령은 궁중음식을 담는 구절함과 여왕의 건강을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최고급 홍삼인 천삼(天蔘)을 전달했다. 한편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영국 왕실도 강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주최 오찬에서 여왕의 셋째 아들인 에드워드 왕자가 박 대통령에게 “5살 난 아들이 말춤에 빠졌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런던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韓·英, 금융·원전 등 18개 경협 합의

    韓·英, 금융·원전 등 18개 경협 합의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포괄적·창조 동반자 관계’ 확대와 비전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양국 외교부 간 전략대화의 장관급 격상 등 양자관계 강화 ▲문화산업·과학기술 등 창조경제 협력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및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지지 ▲기후변화와 사이버 안보 등 글로벌 이슈 협력 등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금융과 원전·에너지기술 인프라 분야 등에서 모두 18개의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는 등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각각 112억 달러와 228억 달러인 양국 간 교역 및 투자 규모를 2020년까지 2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 간 ‘경제통상공동위원회’ 및 ‘민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포럼’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창조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양국 벤처기업과 벤처투자자 사이의 정보교류 확대 및 협력 강화를 위해 산업은행·한국벤처캐피탈협회·영국벤처캐티털협회 3자 간 MOU를 교환했다. 두 정상은 또 다양한 금융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총 30억 달러 규모의 상호 간 금융 지원 및 제3국 프로젝트 공동 지원 등에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 우리의 산업통상자원부와 영국의 에너지기후변화부가 제3국 원전사업 진출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내용의 포괄적 원전협력 MOU를 맺고 원전산업 대화협의체를 운영키로 했다. 양국은 원자력시설 해체 관련 MOU를 통해 정보 교류 및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런던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파르페와 진상들/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파르페와 진상들/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요즘 문화체육관광부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악재 탓이다. 복원된 숭례문의 단청이 무더기로 탈색되고 벗겨지는 참사에 이어 문체부 간부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에게 ‘직원을 찍어서 자르겠다’고 협박해 사퇴하게 만드는 사건이 불거졌다. 그런가 하면 문화재청 직원이 잠수사와 짜고 고려청자 매병(梅甁)을 도굴해 숨긴 희대의 도둑질이 발각됐다. ‘문화융성’과 ‘문화대통령’을 표방한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터진 부끄러운 일들. ‘왜 하필 지금이냐’며 한숨짓는 문화부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문화행정의 주무부서인 문체부에 몰아 터진 악재들이 그저 대통령 순방에 겹친 ‘재수 없는 오비이락’의 일일까. 먼저 불타 무너졌던 대한민국 국보1호 숭례문의 복원 결과를 보자. 도심 한복판에 민족의 얼과 자긍심을 보란 듯이 다시 세우겠다며 전 국민의 관심과 성원 속에 복원한 숭례문이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전통기법과 자재를 살렸다는 숭례문의 단청이 복원 5개월 만에 너덜너덜하게 벗겨진 게 우연일까. 단청기법의 맥이 끊겨 수입 안료를 쓴 게 큰 탓이라면서도 복원을 서두른 조급증에 무게를 싣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허탈해진다. 문체부 예술정책과장과 산하기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 간에 있었던 사단은 또 어떤가. 자료를 요청하면서 ‘직원 몇 명을 직접 자르겠다’는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의 협박 끝에 결국 물러난 재단 대표. 대외비 자료 요구가 정보기관의 요청이었다는 두 사람의 대화 녹취 파일 대로라면 전형적인 ‘갑을’관계의 고질이 화근이다. 예술인복지재단이라면 예술인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출범한 단체가 아닌가. 문화예술의 자율 보장과 창작 지원이 허울뿐인가 싶다. 전남 진도군 오류리 수중문화재 발굴현장에서 잠수사와 공모해 고려청자 매병을 빼돌린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직원 2명의 도둑질은 혀를 차게 한다. 공무원이 개입된 도굴사건은 1999년 문화재청 출범 이후 처음이라 한다. 문체부 산하기관에 속한 말단 선박직 공무원의 일탈쯤으로 치부할 사안일까. 문화재의 가치를 제대로 보고 살리자는 사회 일반의 목소리와 몸짓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연일 이어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파리에서 열린 한·불 경제인 간담회에서 20분간 불어로 한 연설은 기분 좋은 출발로 여겨진다. 연설 끝에 프랑스 경제인들이 ‘파르페’(Parfait·완벽하다)를 외치며 3분여간 기립박수를 쳤단다. 흠잡을 데 없는 박 대통령의 불어 구사에 대한 감탄이라지만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키워드로 강조한 협력과 발전의 당부에 대한 찬사라면 더 좋을 성싶다. 그런데 외국에서 대통령이 풀어 가고 있는 문화융성의 화두를 국내 실정에 얹어 보자니 씁쓸해진다. ‘제2의 숭례문 참사’며 공무원의 문화재 도둑질, 문화행정 주무부서의 반문화적인 ‘갑’의 군림 같은 것들 말이다. 창조경제와 그에 연결된 정책 과제인 문화융성을 이루기 위해 우리 문화계의 ‘진상’들부터 솎아내야 한다. 우리 사회엔 몰상식한 ‘진상’들이 너무 많다. kimus@seoul.co.kr
  • ‘창조경제 모델’로 떠오른 LG화학·프랑스 르노자동차 협력

    ‘창조경제 모델’로 떠오른 LG화학·프랑스 르노자동차 협력

    프랑스 현지에서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로 제시된 LG화학과 르노자동차 협력의 인연은 4년 전인 2009년 12월 LG화학이 르노의 전기차 ‘트위지’에 배터리(2차 전지)를 공급하면서 비롯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첫 거래의 신뢰를 바탕으로 2010년 3월 ‘SM3 Z.E’, 같은 해 7월 ‘조에’ 등 3종의 전기차에 잇따라 배터리를 공급했다. 르노는 닛산과 NEC의 합작 배터리 제조업체인 ‘AESC’를 자사 계열사로 두고 있다. 그럼에도 주력 전기차 모델에는 LG화학 배터리만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 1일 SM3 Z.E의 한국 출시 때에는 양산 1호차 등 200대를 LG화학이 업무용으로 구매하면서 우정을 다지기도 했다. 당시 질 노만 르노삼성차 부회장은 “주행 성능과 소음 차단 부문에서 다른 전기차를 앞서는 것은 LG화학 덕분”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세계 각국에서 연비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맞춰 2016년 2세대 전기차 배터리도 공동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양사의 협력관계가 창조경제 모델로 떠오르는 것은 현재의 경영 성과 차원을 넘어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처럼 친환경적, 융·복합적 요소가 창조경제의 단면이기도 하다. 가솔린 자동차는 내연기관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전기차는 배터리가 내연기관을 대신하는 위치에 있다. 즉 글로벌 업체들처럼 뛰어난 엔진 기술이 없어도 배터리 성능만 우수하면 세계적 자동차로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차에 관한 미래 가치가 바뀌는 셈이다. 아울러 양사가 관련 시장을 선점한다면 자동차 업계에서 맹렬한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 인도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전략적 선택도 가능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기차는 엔진 등이 아니라 배터리를 통한 새로운 사업 모델이기 때문에 창조경제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면서 “아울러 양국에서 고용창출과 융·복합적 공동개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LG화학은 2011년 4월 충북 오창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고, 올 7월부터는 미국 미시간에서도 3개 라인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휘는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개발 길 터

    휘는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개발 길 터

    국내 연구진이 휘어지고 늘어나는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반도체 재료를 개발했다. 전하이동도가 현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디스플레이는 물론 태양전지, 센서, 라디오파 인식장치(RFID), 생물인식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경상대 화학과 김윤희 교수 연구팀과 중앙대 화학과 정대성 교수 연구팀이 전하이동도가 12인 플라스틱 반도체 재료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기존 소재인 무기물 실리콘 반도체는 공정 비용도 많이 드는 데다가 휘어지지도 않는다. 이에 따라 국내외 연구진들은 이를 대체할 전도성 유기물 재료를 개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유기물을 이용한 기존 트랜지스터는 대부분 전하이동도가 5 이하로 스마트폰 등에 적용되는 아몰레드(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 등을 구동할 수가 없었다. 액정 디스플레이는 보통 전하이동도가 0.5 정도면 구동되지만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등을 구동하려면 전하이동도가 10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플라스틱을 이루는 주사슬과 곁사슬 사이에 선 형태의 지방족 사슬을 넣어 주사슬 간 거리를 좁혀 사슬 간 전하이동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와 관련된 원료물질 등에 대해 4건의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열린세상] 세종시에 세계언어박물관을 세우자/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열린세상] 세종시에 세계언어박물관을 세우자/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최근 한류의 붐을 타고 우리는 공세적인 언어정책을 펴고 있다. 한류의 전진기지로서 작년에 출범한 세종학당은 벌써 51개국의 117곳에서 25여만명의 세계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감격스럽다. 우리 역사상 외국인들이 이렇게 우리말을 배우려 한 적이 있는가. 하물며 고려 때 광종이 과거제도를 도입한 이래, 우리는 중국어를 배우고 쓰면서 우리말을 버리다시피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런지 감격의 끝자락에 불안감이 따라붙는다. 세계인들은 언제까지 우리말을 배우고자 할까. 언제까지 한류가 지속될까. 세종학당이 한류의 전진기지라면 한류는 세종학당의 존재 이유다. 문제는 한류가 영속될 수 있을 만큼 우리 문화의 폭과 깊이가 충분한지 걱정된다는 데에 있다. 우리 문화의 창조력을 견인할 특별수단으로써 세계언어박물관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최근 방한한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이 예찬했듯이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직관적인 문자”이다. 다시 말해서 표음능력이 가장 뛰어난 글자이다. 세종대왕도 자신했듯이 한글로 표시하지 못할 소리는 거의 없다. 일본어는 200개 가까운 음을 쓰고 있고, 중국어는 4성을 무시하면 400여개의 음을 쓰고 있지만, 우리말은 무려 2400여개의 음을 쓰고 있다고 한다. 한글이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소리를 어떻게 표기할 수 있겠는가. 일본 가나나 중국 한자로 우리말을 표기하려 한다면 이처럼 무모한 짓도 없을 것이다. 통일신라 때 우리말을 한자로 표기하기 위해 개발된 향찰이 곧바로 실패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여하튼 사라져가는 수많은 소수언어를 음사할 수 있는 글자는 전 세계 문자 가운데 한글밖에 없다. 물론 음성학적인 필요에 따라 한글을 변형해서 표기할 필요가 있겠지만 말이다. 세계언어박물관은 우리가 아니면 누구도 엄두를 못 낼 것이다. 현재 세계에는 6000가지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 가운데 40여개의 언어만이 문자를 가지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문자가 없는 대부분의 언어들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소수언어들이 사라지면 언어 다양성이 축소되고 문화 다양성이 위축될 것이다. 세계문화는 활력을 잃게 될 것이 뻔하다. 온난화로 인한 멸종위기로 생물종의 다양성이 사라지면 지구 자연이 불모지처럼 되는 것과 별다름 없다. 생물종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기후협약을 맺고, 멸종위기의 동물을 복원하는 국제적인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언어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도 이와 비슷한 노력이 필요하다. 유네스코는 바벨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1997년에 열린 유네스코 제29차 총회에서 승인한 사업인데, 토착민의 언어와 소수자의 언어를 보호하여 언어 다양성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도 곧바로 사라질 위기의 소수언어를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 소멸위기의 언어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세계언어박물관을 세워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언어박물관을 세운다면 한류를 영속화할 수 있는 우리 문화의 힘도 키울 수 있다. 그 까닭은 강대국들이 박물관을 세운 이치와 같다. 영국이 대영박물관을 세우고, 프랑스가 루브르박물관을 세운 목적이 무엇이겠는가. 세계의 다양한 문화재들을 한곳에 모아 놓았으므로, 특히 감수성이 큰 청소년들이 언제든 둘러보고 연구할 수 있다. 천재들은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유산을 융합하여 새로운 문화창조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강대국이 문화강국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만일 세계언어문화를 한곳에 모아 놓는다면, 더욱 대단한 문화창조력이 태어날 것이다. 언어는 문화재보다도 훨씬 풍부한 문화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에 세계언어박물관을 세우자. 세종시는 세종대왕을 기념하는 도시이다. 행정복합도시로 출발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문화도시가 되어야 한다. 통일되면 아마도 우리는 통일수도를 한반도 가운데쯤에 새로 세우지 않겠는가. 최근 옮겨간 세종시의 행정부서들은 또다시 옮겨가야 할지 모른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세종시는 문화도시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세계언어박물관을 세운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다.
  • [사설] 창조경제 가야 할 길 보여준 폴리케톤 개발

    효성이 첨단 고성능 신소재인 ‘폴리케톤’ 개발에 성공했다. 폴리케톤은 나일론보다 충격 강도가 2.3배나 높아 자동차·전기전자 분야의 부품이나 산업용 벨트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고 한다. 1938년 나일론 개발 이후 섬유 계통에서 혁명적인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 한마디로 ‘슈퍼 섬유’다. 특히 대기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를 주원료로 하는 친환경 소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소재 산업은 경제의 뿌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소재 산업은 낙후돼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액이 5500억 달러로 세계 6위에 올랐지만 수출로 번 돈의 47%는 수입에 쓴다. 1000원어치를 수출하면 530원만 국내 부가가치로 돌아오고 470원은 원자재나 소재 구입비로 외국에 도로 내준다는 뜻이다. 지난해 소재·부품 산업의 대(對)일본 적자는 222억 달러에 이르렀다. 폴리케톤 개발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수출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앞으로 폴리케톤과 같은 소재 개발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폴리케톤은 바로 이런 게 창조경제임을 보여준다. 주지하다시피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으로 정의된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경제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뜻에서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국가적 목표로 내걸었다. 폴리케톤은 1980년대부터 미국과 일본도 개발을 추진해 왔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상업화에는 이르지 못한 소재다. 우리가 폴리케톤을 개발함으로써 60조원 규모의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고 나아가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재는 일단 개발하고 나면 후발 주자가 진입하기 어려워 독과점의 지위를 누리기 쉽다. 하지만, 소재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다. 소재 개발에는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10년 동안 500억원을 들여 결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경영자의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 경제의 미래는 소재산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2, 제3의 폴리케톤 개발에 국가와 기업이 함께 나서야 한다.
  • “동북아 첫 여성대통령”… 英왕실 9년만에 韓국빈 재초청 이례적

    “동북아 첫 여성대통령”… 英왕실 9년만에 韓국빈 재초청 이례적

    박근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관한 공식 환영식 참석을 시작으로 영국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영국 왕실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한 지 9년 만에 박 대통령을 다시 초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박 대통령이 동북아시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갖는 의미를 왕실 측이 높이 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빈 방문 초청을 받은 인물은 조시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두 명뿐이다. 영국의 수장이자 영연방 54개국의 상징적 존재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의 만남에 대해 양국 언론들의 관심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문까지 영국을 세 번 방문하는 등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박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정치적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영국 왕실도 박 대통령에게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관련된 선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영국 군의 한국전 참전 60주년이자 양국 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국전 참전기념비 기공식에 참석해 보은의 ‘첫 삽’을 떴다. 영국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 다음으로 많은 5만 6000여명의 병력을 보내 1078명의 고귀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쳤지만 참전 16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없었다. 참전기념비는 3m 정도의 크기로 런던의 상징인 ‘런던아이’가 한눈에 보이는 템스 강변에 세워진다. 박 대통령은 이어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찾아 무명 용사의 묘에 헌화했다. 오찬 후 박 대통령은 영국 왕실이 자신에게 수여하는 바스 대십자 훈장과 왕실 소장품 등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관람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문 기간에 창조경제와 금융 부문에서의 양국 간 협력관계 구축에 진력할 계획이다. 영국이 기초 과학기술과 창조·문화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인 만큼 이들 분야의 협력을 통해 창조경제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6일 양국 간 첫 경제통상공동위를 통해 교통 인프라, 금융, 에너지,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협력 증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교환한다. 영국 금융감독청과의 MOU를 통해 금융감독의 선진화를 위한 대화 채널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영국 의회를 방문해 상·하원 의원 100여명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 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를 접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국 의회를 방문한 최초의 한국 대통령”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런던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700㎒ 주파수를 잡아라

    1997년 디지털TV(DTV) 방송 전송 방식이 결정된 후 16년 만에 DTV 채널 재배치가 모두 완료됐다. 이에 따라 기존 아날로그 방송에 쓰던 700㎒ 주파수 일부 대역이 다른 서비스를 위한 여유 대역으로 남게 돼 이를 둘러싼 통신업계와 방송업계 간 쟁탈전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6월 전라권을 시작으로 7월 경상권, 10월 수도권·충청·강원권에 대한 DTV 채널 재배치를 진행해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이를 완료하고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을 마무리했다고 5일 밝혔다. 미래부는 지난해 아날로그TV 방송 종료 이후 지역별로 주파수 대역을 정리하는 채널 재배치 작업을 진행했다. 미래부는 이 작업에 따른 시청자 불편 해소를 위해 노인·장애인 등 기술 취약계층 5만 4874가구를 방문해 채널 재설정을 도왔다. 또 공동주택 1272개 단지를 방문해 관련 설비에 대한 지원도 했다. 이번에 채널 재배치를 한 가구는 전국적으로 40만 2000여 가구에 이른 것으로 미래부는 추정하고 있다. 미래부는 연말까지 민원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이미 채널 재배치 작업 전부터 700㎒ 대역을 두고는 방송업계와 이동통신업계가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총 108㎒의 주파수 대역 폭에서 40㎒는 이미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했지만, 나머지 대역은 ‘공터’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방송업계는 시청자 편의를 위해 초고화질(UHD) 지상파TV 방송용으로, 이통업계에서는 트래픽 증가에 대비해 추가 롱텀에볼루션(LTE) 용도로 할당을 요구하고 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해외여행 | seattle-시애틀에 대한 두 가지 시선

    해외여행 | seattle-시애틀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인기 여행책의 저자이자 나름 여행 베테랑인 두 사람에게 의외의 공통점이 있었다. 아직 미국본토를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사실 미국은 그 자체로 새로운 챕터를 열어야 하는 곳이므로. 그런 그들에게 추천한 미국 여행 1번지는 시애틀이었다. ●그 女子 봉현 나를 웃게 만드는 도시 영화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에서 보았던, 상상해 오던 그 풍경이었다. 바다가 보이고, 산이 보이고 항구에는 배가 가득하며 그 안쪽으로 빼곡히 들어찬 빌딩 숲들. 그 사이사이에 크고 푸른 나무와 거리를 걷는 사람들. 하지만 어디에도 정체된 길이 없었다. 빌딩과 건물이 가득찬 것처럼 보였지만 여백이 많았다. 하늘을 가리지 않았고 바다를 남겨두었다. 내가 이곳에 와 있다는 명확한 풍경. 사람들의 시선에는 시애틀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낯선 이방인이지만 이 벅찬 풍경에 대한 시선으로 무언의 기억을 공유한다. 여행에서 본 풍경은 그래서 더욱 오랫동안 기억된다. 가을바람이 선선히 불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렸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언제나 이런 것이다. 여행지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 또한 이런 장소 때문이다. -김봉현 작가 시애틀은 생각했던 미국과 달랐다. 그동안 유럽과 중동, 인도 등을 오랜 시간 구석구석 여행했었지만 사실 미국 땅은 처음이었다. 아침에 출발해 아침에 도착한, 만 하루를 거슬러 온 기분으로 마주한 시애틀은 선선하다 못해 쌀쌀했다. 서울의 더운 여름을 한번에 씻어 내려주는 기분, 얼마 만의 가을바람이었을까. 두껍지 않은 가디건을 꺼내 입었다. 시애틀은 크지 않았다. 하염없이 걷거나 버스를 조금만 갈아타면 웬만한 장소를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시애틀 끝에서 끝까지 가도 택시로 30분 이상 걸리지 않았다. 영화 <만추>에 등장했던 ‘라이드 덕’이라는 오리를 닮은 수륙양용 투어버스도 탔다. 한 시간 반 가량의 유쾌한 도시 투어로, 센스만점의 운전기사의 장난과 신나는 노래와 함께 시애틀 전체를 돌아볼 수 있었다. 도심의 도로를 달리다가 그대로 강에 들어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나왔던 수상 가옥과 항구의 풍경을 감상한 뒤 다시 육지로 올라오는 경험은 시애틀다운 ‘기발한’ 시간이었다. 마치 책의 목차를 파악하듯 도시를 빠르게 스캔하는 동안 마음에 드는 장소를 점찍어 둘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두 발로 걸어다니는 동안 시애틀은 또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천천히 걸으며 스타벅스 외에도 개성 있는 카페와 초콜릿 가게, 로컬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을 거리 곳곳에서 발견했다. 지미 헨드릭스가 기타를 샀다는 전당포(지금은 카페가 되었다), 갤러리와 꽃집,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 언덕을 넘어 뻗은 길 사이사이로 바쁘지 않게 걸어가는 사람들. 시애틀은 그렇게 평화로웠다. 미국 록 음악과 영화의 온갖 기록을 담은 EMP박물관, 망치를 든 조형물이 있는 시애틀 아트뮤지엄 사이로 인디언이라 불리웠던 이들의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천천히 걷다가 큰 나무들이 그늘진 광장에 앉아, 트럭에서 파는 스프와 짭짤한 핫도그를 먹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금세 세찬 비가 오는데도, 우산도 쓰지 않고 여유롭게 걷는 시애틀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걷기 편한 운동화와, 변덕스런 날씨를 대비해 비에 젖지 않는 옷을 입고 가방을 매고 한손엔 꽃과 책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 짧은 기간이었지만 시애틀을 여행하는 동안 본 거리의 풍경은…. 많은 사람들이 차 대신 자전거를 탔고 누구든지 대화를 나누었으며 커피를 자주 마셨다. 사람들은 변덕스런 날씨에도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오히려 이것이 시애틀의 매력이라며. 여행이란, 내가 태어나 살고 있는 곳을 떠나 잠시 낯선 이들과 살아보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시 오게 될지, 평생에 단 한 번의 방문일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다른 문화와 다른 일상을 가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평범한 음식을 특별한 기분으로 맛보며, 낡은 것들에 놀라워하고, 익숙하기에 더욱 설레는 공간을 돌아보며 ‘이 곳에서 산다면 어떨까’ 하고 상상해 보는 찰나의 기쁨. 그런 시간이 길지 않기에 더욱 아쉽고, 짧기에 더욱 값진 여행이 된다. 언제나 여행자로 살아간다는 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속에 세계 곳곳의 사랑하는 도시를 담아두고 그리워할 수 있는 추억. 꽃향기 속에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던, 바다와 하늘의 파란 빛이 가을바람 타고 불어오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봉현 작가는 2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며 그린 그림과 단상을 모아 지난 8월 그림 에세이집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를 묶여 냈다. 2013년 1월부터 <트래비>와 인연을 맺어 ‘봉현의 온더카미노’를 매월 연재하고 있다. blog www.bonh.kr ●그 남자 최갑수 시애틀에서 보낸 향기롭고 달콤한 가을의 며칠 여기는 시애틀이고 지금은 가을이다. 나는 지금 시애틀을 즐기고 있고 시애틀의 가을에게서 위로를 받고 있다. 어디에선가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를 벤 듯 스치고 지나간다. 심호흡을 하면 가슴 속 가득 차오르는 가을의 분위기. ‘어쨌거나 가을이 왔어.’ 해질녘의 가을 햇살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고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생활에 지쳤거나, 일에 지쳤거나, 사람에 지쳤거나, 혹은 자기 자신에게 지쳤을 때. 세상과 불화할 때, 사랑하는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때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이,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낯선 풍경이, 낯선 이가 건네는 따뜻한 차 한잔이 엉망진창인 우리 인생을 위로해 준다고 믿고 있다. 그러니까 떠나는 거다. 머물러야 할 이유는 없지만 떠나야 할 이유는 넘쳐난다. -여행작가 최갑수 10월이다. 10월은 뭐랄까, 9월처럼 심각하지 않아서 좋고, 11월처럼 허망하지 않아서 좋고,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 않을 것 같아서 더 좋다. 그리고 여행. 10월만큼 여행에 어울리는 달이 있을까. 인디언식으로 10월을 이름짓는다면 아마도 ‘그대와 함께 여행하기 좋은 달’이라고 했을 거다. 어쨌든 10월엔 여행을 떠나는 거다. MP3에 좋아하는 음악을 가득 담고 소설 한 권 들고서 비행기를 타는 거다. 우리가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도서관에 가는 것과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래서 온갖 핑계를 대고 시애틀에 갔다. 비행기를 타고서 10시간을 훌쩍 날아 바다를 건넜다. 누군가 묻는다. 왜 하필 시애틀이냐고. 회색빛의 우중충한 구름이 뒤덮고 있는 도시. 빌딩숲 저편에서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을 눅눅하게 만드는 도시. 1년 중 화창한 날이 불과 55일에 불과한 도시 시애틀. “시애틀이라…, 꽤 괜찮은 도시지. 하지만 뭔가 하이라이트가 없지 않아? 차라리 샌프란시스코가 어떨까?” 시애틀에 간다고 하니 어느 선배 여행작가가 이렇게 말했다. “시애틀은 기타의 전설 지미 헨드릭스가 나고 자란 곳이자 너바나와 펄잼의 주무대였죠. 여러 영화의 배경이 됐던 도시기도 하구요. 그리고 정말 맛있는 와인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 정도면 제가 시애틀을 찾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하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냥 웃고 말았다. 아참, 커피도 있었지. 스타벅스가 탄생한 곳이 바로 시애틀이지. 아무튼 우리가 시애틀을 찾아야 할 이유는 찾지 않아야 할 이유보다도 많구나. ‘시애틀’에는 ’조정자’란 뜻이 담겨 있다. ‘시애틀’은 워싱턴 주가 되기 이전 이 지역 원주민 인디언 추장의 이름이기도 하다. 1852년 미국정부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 지역에 거주하던 인디언 추장에게 땅을 팔 것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이에 추장은 다음과 같은 편지로 미국정부에 답한다. “우리에게 땅을 사겠다는 생각은 이상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맑은 대기와 찬란한 물빛이 우리 것이 아닌 터에 그걸 어떻게 사겠다는 것인지요? (중략) 우리는 땅이 사람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땅에 속한다는 것을 압니다. (중략) 우리는 우리의 신이 그대들의 신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땅은 신에게 소중합니다. 그러므로 이 땅을 상하게 하는 것은 창조자를 능멸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당시 미국 14대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는 이 편지에 감동해 그의 이름으로 도시를 이름지었다고 한다. 시애틀에서는 놀았다. 나는 여행의 본질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풍경을 보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다행히 우울하던 시애틀의 날씨는 둘째 날부터 화창하게 개었다. 어깨에는 찬란한 가을햇빛이 내려앉았고 도시 저편 바다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먹고 마시고 놀기 충분히 좋은 날씨였다. 반바지에 스니커즈, 야구모자를 쓰고 이어폰을 꽂고 골목을 쏘다녔다.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잔 그란데 사이즈를 들고서 말이다. 이어폰에서는 커트 코베인이 흘러나왔다. 시애틀 펑크 록의 아이콘이었던 커트 코베인. 1994년 4월 8일 자택에서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던 그. 시신은 가루가 되어 위스카 강Wishkah River에 뿌려졌지. 시애틀에서 듣는 그의 음악은 감회가 새롭다. 워터프론트의 어느 야외 레스토랑에 앉아 있다. 잘 익은 시애틀 와인이 내 앞에 놓여 있고 나는 바다를 향해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찰칵. 시애틀에서의 어느 한때가 가을 공기 속에서 인화하고 있다. 마음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정한 것들이 돋아나고 있는 것을 느낀다. 행복이라는 건 세상에 살아가는 인간의 수만큼 많다. 그리고 내게는 내게 꼭 어울리는 행복이 있다. 나는 노을에 물들어 가는 와인잔을 빙글거리며 앉아 있다. 여기는 시애틀이고 지금은 10월이다. 시애틀의 몽환적인 숲,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 시애틀의 또 다른 별칭은 ‘숲의 도시’다.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올림픽 국립공원.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숲의 몽환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트와일라잇>, <트윈픽스>, <씬 시티>, <다크 엔젤> 등의 초현실 판타지들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은 허리케인 릿지Hurricane Ridge. 해발 1,600m의 전망대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올림픽 공원 내의 최고봉인 올림푸스산2,430m을 바라볼 수 있다. 길을 가며 심심찮게 만나는 야생 노루가 국립공원에 왔음을 실감케 해준다. 가는 방법 올림픽 국립공원은 자동차가 없으면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시애틀에서 올림픽 국립공원을 자동차로 가려면 타코마와 올림피아를 경유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워터프론트에 자리한 시애틀 페리 터미널에서 도항선을 이용해 배에 차를 싣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 유류비, 시간비용 등을 고려할 때 저렴하다. 요금은 차 한 대당 11.25달러.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여행작가 최갑수는 시인으로 등단한 뒤 여행잡지 에디터를 거쳐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등 인기 여행저서를 출간한 베테랑 여행작가다. blog blog.naver.com/ssoochoi ●봉현’s Pick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파이크 플레이스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다양한 음악가들이 길거리 곳곳에서 연주를 했다. 오래 전부터 한자리에서만 오르간을 연주했다는 할아버지와 바이올린을 켜는 여자와 기타를 치는 남자, 영화 <원스>를 연상시키게 하는 두 사람이 노래하고 있었다. 기분 좋은 음악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고 설레게 한다. 유명한 장소나 유적지의 기념품도 좋지만 나는 오래된 가게에 들르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찾아낼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빈티지 상점을 꼼꼼히 둘러보면 현지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문화를 가졌는지 엿볼 수 있다. 바랜 가방과 구두, 식탁을 장식했던 컵과 그릇, 천 조각 들은 마치 낯선 그들의 집에 방문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는 시애틀 사람들의 생명력이 그대로 느껴졌다. 사람들의 손때와 세월이 묻은 일터에는 날마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활기를 돋운다. 해가 뜨면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해가 지면 잔잔한 항구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그렇게 삶을 영위해 가며 청년도 노인도 함께 어우러져 그곳에 살고 있었다 -김봉현 작가 시장 초입에서부터 화려한 색과 향기의 꽃 가게가 가득하다. 커다란 꽃 한 다발에 10달러 남짓, 한 송이 한 송이가 생기 가득한 빛깔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근하지만 실제로는 보기 힘든, 얼굴만한 크기의 샛노오란 해바라기였다. ‘한 송이에 겨우 2달러’라는 말에 동행한 미국 친구에게 선물하고자 1송이를 주문하자 신문지로 대충 감은 해바라기를 건네준다. 친구는 자기 얼굴보다 더 큰 해바라기를 받아들고 너무너무 해맑게 웃는다.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일은 소박하지만 행복하다. 파이크 플레이스를 안내해 주는 프로그램을 따라, 10여 명이 일행이 되었다. 유쾌한 청년에게 파이크 플레이스의 역사와 규모 등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친절한 배려와 함께 한 시간 남짓 동안 파이크 플레이스를 돌아볼 수 있었다. 시애틀의 메인 관광명소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멋진 곳이었다. 다양한 가게와 사람들, 음악과 미술, 레스토랑이 어우러져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활기가 넘쳤다. 관광객뿐만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도 과일을 사거나 꽃을 사고,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해산물 요리를 먹고,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카페에 앉아 친구를 만났다. 아이들은 파이크 플레이스의 상징인 돼지 동상에 올라타기도 하고 가족들은 저녁식사로 먹을 생선과 과일을 고른다. 식탁에 놓을 꽃 한 송이도 잊지 않는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1층의 프리마켓과 꽃과 과일, 생선가게 외에도 지하 3층에 걸쳐 여러 가게들이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할머니가 입었을 것만 같은 드레스와 아이에게 직접 만들어 입혔을 바랜 옷가지를 비롯해, 연인에게 썼던 러브레터와 졸업 앨범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오래된 서점에는 어린 시절 엄마아빠가 자기 전에 읽어 주었을 법한 그림책에, 1달러짜리 소설책과 유명한 미술가의 두꺼운 화집까지 빼곡했고 수염이 헛헛한 아저씨가 그곳에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상점들은 각자의 개성과 목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상점 주인들의 시끄러운 목소리와 사람들 틈에서 정신없이 구경해야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인상을 쓰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오래되었지만 현재까지도 고스란히 활기를 간직한 시장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었다. 봉현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Must Go Place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 1907년 문을 연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시내 1번가라 할 수 있는 퍼스트 애비뉴와 파이커 스트리트 사이 엘리엇만을 끼고 위치해 있다. 원래 어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종합시장으로 변모해 시애틀 시민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유명한 치즈가게와 스프가게도 있다. 파이크 플레이스 기념품이나 공예작품, 직접 만든 화장품이나 꿀과 잼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입구에는 꽃을 파는 상점들이 가득하다. 해바라기 1송이 $2, 제철 꽃 한다발 $10 안팎으로 구입 가능. 신선한 해산물과 과일들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주소 85 Pike st. Seattle, Washington 가이드 투어 |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진행된다. 1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가이드를 따라 이어폰을 끼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시장을 한바퀴 구경할 수 있다. 언어는 영어만 사용한다. 17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13, 성인은 $15이다. 해설사를 따라 주요 상점을 돌며 전통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푸드 투어 프로그램은 $45. 홈페이지 www.publicmarkettours.com 껌벽Gum wall | 1990년대 초 젊은 관광객들이 건물 한쪽에 껌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너도나도 씹던 껌을 벽에 붙여 엄청난 규모의 껌벽이 탄생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관광지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다양한 색의 껌이 예술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만화전문상점Golden age collectables | 마블이나 디즈니, 장난감, 기념품 등 1971년부터 미국 만화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판매하는 가게. 파이크 플레이스 401호에 위치해 있다. www.goldenagecollectables.com 빈티지 종이가게Paperworks | 오래되고 낡았지만 의미 있는 종이들을 판매한다. 세밀한 세계지도나 오래된 잡지, 신문, 공연 포스터 등 다양한 아이템이 있으며 상태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무조건 하나에 1달러’ 짜리가 가득한 서랍에서 보물을 찾아보는 재미도. www.oldseattlepaperworks.com 오래된 책방(BLMF) used book shop | 파이크 플레이스 322호. 중고 책을 사고파는 곳. 아이들 동화책에서 전공서적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시장갈비Market Galbee | 한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한국식 불고기와 비빔밥, 도시락을 판매. 간판의 손글씨가 센스만점. 양도 많고 맛도 좋다. ▶갑수’s Tip 어딜 가나 시장 구경은 빼놓을 수 없다. 시애틀에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이다. 생선가게 ‘파이크 플레이스 피시 마켓’은 ‘나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막 판매된 팔뚝만한 참치가 점원의 손에서 손으로 날아다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입구에 ‘레이철’이라는 대형 돼지저금통을 만들어 놓고 기부를 받아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도 한다. ▶봉현’s Pick 원조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커피 스타벅스 1호점 Starbucks First Store 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들고 있던 피츠 커피Peet’s Coffee에 영향을 받아, 시애틀에 첫발을 내딛었다. 1971년 시애틀의 웨스턴 애비뉴에 1호점은 오픈했다가 1977년에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자리를 옮겼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한 켠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은 생각보다 더 작았다. 입구에 1912라고 적힌 건물 설립 년도와 낯선 스타벅스 로고 외에는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스타벅스 1호점을 구경하고 기념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바깥까지 길게 줄이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입구 한쪽에서는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고, 그 덕분에 더더욱 주변은 혼잡스러웠다. 시장의 불이 꺼지고, 가게가 문을 닫고 길거리의 음악가들도 가방을 매고 집으로 돌아가고서야 스타벅스 1호점은 조금 한산해졌다. 여느 카페, 보통의 스타벅스와는 달리 빵도 케이크도 없었다. 한쪽 벽면에 빼곡히 진열된 여러 모양과 재질의 텀블러와 머그컵에는 전세계 유일하게 남아있다는 스타벅스 초창기 오리지널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주문대에서 젊은 청년이 어김없이 ‘오늘 하루 어땠어요?’ 하면서 메뉴판을 내민다. 메뉴판에는 에스프레소, 카페라떼가 아닌 텀블러 1번, 텀블러 2번, 머그컵 3번 등등 기념품만이 빼곡하게 안내되어 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서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곳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기념품만을 사 간다. 가게는 넓지도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오리지널 로고의 색처럼 갈색 빛의 따뜻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마치 커피원두의 향과 색처럼. 시애틀에 가면 꼭 사다 달라던 지인의 선물로 하나, 그리고 나의 첫 미국, 시애틀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하나 더 구입했다. 가을의 시애틀과 아주 잘 어울렸다. 사실 유명한 스타벅스 1호점 때문에 스타벅스 체인점의 숫자는 많지 않으리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시애틀 다운타운에만도 100여 개의 스타벅스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점마다 특색과 분위기, 규모와 인테리어가 달라서 스타벅스를 스케치하면서 시애틀을 여행해도 ‘재미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치 파이크 플레이스 스트리트 중간에 위치. 1971년 스타벅스가 처음 오픈했을 때의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추천아이템 로고가 그려진 텀블러는 $15~20 정도. 커피는 테이크아웃만 할 수 있다. ▶갑수’s Tip 스타벅스 1호점의 인기는 너무나 높아서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20평 남짓의 작은 가게가 비좁아 밖까지 줄을 서야 한다. 하지만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은 입구 옆의 거리악사가 달래 준다. 최고 인기 상품은 스타벅스 1호점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이다. 전세계 스타벅스 중에서 유일하게 가슴을 드러낸 갈색의 인어 로고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 ▶봉현’s Pick 나는 걸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파이오니어 광장까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둘러본 후 파이크 스트리트에서 1번가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면 보고 구경하고 맛볼 곳들이 많다. 갤러리와 꽃집,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 언덕을 넘어 뻗은 길 사이사이로 여유롭게 걸어다니는 사람들처럼 시애틀은 평화로웠다. 해가 져도 외진 골목이 아니면 위험하지 않고 항구는 눈부시게 반짝였다. 팰리스 쥬얼리 & 론Palace Jewelry & Loan | 지미 헨드릭스가 전당포에서 기타를 구입한 것처럼 기타와 악기, 카메라 등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전당포.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가 아니라 재미난 주인아저씨가 운영한다. 주소 1420 1st Ave, Seattle, WA 시애틀 아트 뮤지엄 SAM Seattle Art Museum | 세계의 예술작품과 유물 2만5,000여 점을 소장. <망치질을 하는 남자>는 광화문 근처에 있는 익숙한 조형물과 동일하다. 운영시간 수, 금, 토,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목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월 화요일 휴무 입장료 성인 $17 주소 300 1st Ave, Seattle, WA 홈페이지 www.seattleartmuseum.org 패도 아이리시 펍 & 레스토랑Fado Irish Pub & Restaurant | 오후 4시부터의 해피아워에는 모든 음식과 음료가 할인된다. 17가지 종류의 생맥주가 있고 분위기도 굉장히 독특하다. 추천 메뉴는 연어를 올린 크랩케이크와 삽겹살 맛이 나는 타코, 기네스 맥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애플파이. 주소 801 1st Avenue, Seattle, WA 파이오니어 광장Pioneer Square | 1번가를 계속 따라 내려오면 숲처럼 나무가 우거진 파이오니어 광장이 있다. 밤이 되면 클럽과 술집으로 가장 번화한 장소가 된다. 낮에는 한가로이 그늘아래에서 트럭에서 파는 핫도그를 먹어도 좋지만 관광객과 홈리스들이 뒤섞여 있으니 유의할 것. 인디언 추장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시애틀’ 곳곳에는 추장 시애틀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언더그라운드 투어를 통해 지하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 ▶갑수’s Pick 몰라봐 주어 미안한 시애틀 와인 시애틀 여행이 즐거운 또 다른 큰 이유는 최고의 와인이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 시내에서 약 20km 정도 떨어진 우딘빌에는 소규모 부티크 와이너리들이 늘어서 있다. 매일 오후 출근하듯 와이너리로 갔다. 한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와인은 쉽게 맛볼 수 있지만 시애틀 와인은 맛보기 힘들다. 그래, 시애틀에 머무는 동안 실컷 마시고 가자. 피노누아며 쉬라, 리즐링, 피노 그리지오 등등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시음했다. 저녁이면 와이너리에서 사온 와인을 마시며 시애틀의 야경을 감상했다. 어두운 창밖 밤하늘 가득 돋아나던 시애틀의 별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아내를 잃고 외롭게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시애틀의 건축가 톰 행크스가 문득문득 떠올랐다.. -최갑수 작가 와인처럼 달콤한 시간을 감각하다, 우딘빌Woodinville 시애틀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우딘빌은 샤토 생 미셸과 콜럼비아 와이너리가 들어선 이후, 워싱턴주 와인의 허브로 재탄생했다. 워싱턴주는 캘리포니와주와 오리건주, 뉴욕주와 함께 미국에서 와인을 생산해내는 지역. 캘리포니아 와인은 우리에게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워싱턴 와인도 최근 들어 그 영역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워싱턴주는 동쪽의 야키마 밸리에 포도밭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이 지역은 강우량이 극히 적어 인근 콜롬비아 강에서 강물을 끌어다 관개를 한 후 포도를 생산하는데,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는 시애틀로 옮겨져 와인으로 재탄생한다. 우딘빌에 자리한 수많은 와이너리 가운데 ‘샤토 생 미셸Chateau Ste. Michelle’은 시애틀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다. 매년 25만명 이상이 찾는다고 한다. 포도밭에 자리잡은 4,300명 규모의 대형 원형 극장에선 해마다 여름이면 콘서트를 볼 수 있는데 케니 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핑크 마티니 등이 무대를 꾸민다. “샤토 생 미셸 포도밭은 캐스캐이드 산맥 동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맥이 서쪽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을 막아 주는 데다, 연간 강수량이 200mm 이하입니다. 위도가 높아 캘리포니아보다 여름 평균 일조량이 2시간 이상 길죠. 건조한 날씨와 척박한 토양이 포도의 풍미를 높이고, 따뜻한 기후와 일조량은 포도를 완숙하게 하죠. 여기에 큰 일교차로 인한 서늘한 기온은 산도가 탁월한 와인을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그 결과 보르도, 부르고뉴와 견줄 만한 와인이 탄생한 것입니다.” 한잔 맛을 본다. 2009년 빈티지. 잘 밸런스되어 있고 피니시도 괜찮은 편. 미국 와인답게 적당한 중량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드럽다. 그리고 캐주얼하다. 까다로운 프랑스 와인처럼 열리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열자마자 꽃이 피듯 향이 환하게 올라온다. 치즈도 좋고 고기도 어울릴 듯. 안내하는 이는 ‘어메리칸 그랑 크뤼’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와인 스펙테이터>지가 매년 선정하는 ‘톱 100 와인’에서 11년간 14개 와인이 수상한 경력을 내세운다. 기본적으로 무료 테이스팅이지만 5달러를 더 내면 중가의 와인까지 추가 테이스팅이 가능하다. 샤토 생 미셸┃주소 14111 NE 145th Street woodinville, WA 전화 425-488-1133 홈페이지 www.ste-michelle.com/ ▶갑수’s Pick 시애틀의 육해공 공략법 시애틀 여행의 출발점은 스페이스 니들이다. 시애틀 어디에서건 보인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출발해 EMP박물관과 치훌리 가든을 우선 본 후 라이드 덕을 타고 시티투어를 즐겨 보자. 수륙양용차 타고 시애틀 시티 투어 라이드 덕Ride The Duck of Seattle 치훌리 전시관을 나오니 어느새 날이 갰다. 화창하다. 하늘은 푸르게 빛난다. 자, 이제 라이드 덕을 탈 차례다. 라이드 덕은 시애틀에서만 탈 수 있는 시티투어버스다. 오리 모양으로 생긴 수륙양용버스다. 90분간 시애틀 시내 곳곳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본다. 라이드 덕, 이거 참 재미있다. 운전사는 ‘Wacky Captain’이라고 부른다. 그냥 차만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각 여행지에 대한 해설도 곁들인다. 복장도 요란하다. 우스꽝스런 모자로 탑승객을 즐겁게 한다. 하드록 카페 앞을 지날 땐 시애틀의 록 역사를 설명해 준다. 그냥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요란한 록음악을 귀청이 떨어질 듯 크게 틀어댄다. 스타벅스 앞을 지날 때는 커피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 준다. 버스에 탄 사람은 운전사의 리드에 따라 박수도 치고 노래도 함께 한다. 투어 내내 차가 들썩인다. 길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도 손을 흔들며 호응을 해준다. 시내를 빠져 나온 라이드 덕은 레이크 호수Lake Union로 풍덩 빠져든다. 차에서 배로 변신. 호수는 마냥 평화롭다. 유유자적 카누의 노를 젓는 사람들. 부드러운 가을 햇빛이 수면 위로 내려앉고 있다. 유니언 호수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톰 행크스의 보트 하우스가 있던 곳. 톰 행크스는 밤이면 쓸쓸히 베란다로 나와 호수를 바라보곤 했었다. 유니온 호수에는 아직도 선상 가옥이 있는데, 이는 1890년대 어부와 선원들이 처음 지어 살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것. 1930년대 대공황 때 세금을 아끼고 값싼 주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와 2,000가구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지금도 500가구 정도가 남아 있다. 라이드 더 덕┃탑승장소 웨스트레이크 주소 4th Avenue & Pine Street, Seattle 소요시간 90분 요금 $22 ▶봉현’s Tip 톰 행스크보다는 현빈으로 기억되는 프로그램이다. 현빈과 탕웨이 주연의 영화 <만추>에도 등장하기 때문. 하지만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재치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운전수 가이드와 신나는 노래를 다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 마스코트인 오리 인형을 비롯, 모든 탑승객에게 오리소리가 나는 피리를 주며 모든 시애틀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참고로 이 오리를 닮은 수륙양용차는 전쟁을 대비해 만들었지만 쓸모가 없어져서 관광용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시애틀을 한눈에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 나는 그렇다. 어느 도시로 여행을 가든, 랜드마크로 먼저 달려가야 직성이 풀린다. 시애틀의 랜드마크는 스페이스 니들이라고 들었다. 196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였던 시애틀 센터에 자리한 곳으로 약 185m 높이의 전망대다. 이곳에 서면 시애틀 시내뿐만 아니라 푸른 태평양과 유니언 레이크, 흰 눈을 덮어쓴 해발 4,392m의 레이니어 산봉이 한 눈에 바라보인다. 스페이스 니들은 ‘우주 바늘’이라는 이름 그대로 괴상하게 생겼다. 높다란 마천루들이 무표정하게 서 있는 도시. 아마도 그 사이에는 감색 정장을 입고 푸른색 또는 붉은색 넥타이를 메고 서류가방을 옆구리에 낀 직장인들이 빠른 걸음으로 뛰듯 걸어다니겠지. 카메라 파인더에 눈을 대는 순간 오른쪽편 태평양에서 커다란 유람선이 미끄러지듯 화면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주소 400 Broad St, Seattle 홈페이지 www.spaceneedle.com화려한 유리 공예품의 향연, 치훌리 가든Chihuly Garden and Glass 데일 치훌리Dale Chihuly는 세계적인 유리 조형의 거장이다. 미국 최초의 무형문화재인 그의 작품들은 전세계 관광객이 찾는 주요 도시의 200개 이상의 유명 박물관과 정원에 전시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그의 전시가 열린 적이 있다고 한다. EMP박물관 옆에 자리한 치훌리 가든 & 글라스 전시관에는 치훌리의 유리 조형물과 그림을 만나 볼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인 유리공예 시리즈와 개인 컬렉션까지 볼 수 있다. 전시관 밖에 자리한 높이 13m, 넓이 418㎡의 글라스하우스 역시 웅장하고 화려한 그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전시관 옆에 자리한 컬렉션 카페Collections Cafe에도 가보자. 그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카니발 쵸크웨어Carnival Chalkware, 오래된 아코디언, 라디오와 카메라 등을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치훌리 가든┃주소 305 Harrison St, Seattle(스페이스 니들 타워 바로 옆) 입장료 성인 $19. 스페이스 니들을 포함한 할인 패키지도 판매한다. 홈페이지 www.chihulygardenandglass.com▶봉현’s Tip 스페이스 니들 바로 옆의 치훌리 가든은 아직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는데 아주 놀라웠다. 유리공예 아티스트 치훌리의 작품을 정원을 비롯한 갤러리에서 볼 수 있었다. 실용적인 유리공예가 아닌, 형태와 색을 자유로이 만들어 이야기가 담긴 예술작품을 만들어 낸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갑수’s Pick 마니아를 위한 시애틀 시애틀은 마니아의 도시. 커피 마니아, 록 마니아, 와인 마니아들에겐 천국이다. 하루 종일 EMP박물관에 있어도 좋고, 캐피톨 힐로 커피 순례를 떠나도 좋다. 찬란한 가을볕은 덤이다.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를 만나다 EMP박물관 스페이스 니들을 내려와 그 옆에 자리한 EMPExperience Music Project 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록 음악 박물관이다. 이곳은 시애틀 여행시 가장 가보고 싶던 장소. 록 마니아들 사이에 성지라 불리는 곳이다. 시애틀은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태어난 곳이다. 1942년 시애틀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 영국 런던에서 만 27세로 요절한다. 주요 무대 활동 4년, 스튜디오 음반 3장 발매. 지미 헨드릭스의 약력은 이것이 전부이지만 그는 영원한 전설로 남아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흰색 팬더 스트라토캐스트가 반긴다. 헨드릭스가 생전에 연주했던 기타다. 그 뒤로는 500여 개의 기타로 만든 대형 조형물이 시선을 빼앗는다. 너바나의 흔적도 더듬을 수 있다. 이들의 손때 묻은 악기와 의상, 유품도 전시되어 있다. 시애틀은 너바나, 앨리스 인 체인즈, 사운드가든, 펄잼 등 1990년대 그런지grunge 열풍의 진원지기도 하다. 여성 록 뮤지션의 연대기를 훑을 수 있다. 마돈나의 의상과 조니 미첼의 친필 노트,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피아노 등이 전시돼 있었다. 체험관에서는 기타와 드럼을 비롯해 각종 이펙터와 턴테이블을 연주할 수 있다. EMP박물관┃주소 325 5th Avenue, Seattle 입장료 성인 $20 홈페이지 www.empmuseum.org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자유로운 영혼들의 거리, 캐피톨 힐Capitol Hill 시애틀은 커피향으로 가득한 도시였다. 골목마다 거리마다 커피향이 스며 있었다. 시애틀은 미국에서 커피로 가장 유명한 도시. 한집 건너 스타벅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애틀 커피의 진수는 스타벅스가 아닌 캐피톨 힐Capitol Hill이라는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이 시애틀을 커피의 도시라 부르는 진짜 이유는 이곳에 자리한 수많은 독립 카페들 덕분이다. 우리나라 홍대와 비슷한 분위기다. 이 카페들은 직접 해외 유명 커피 산지에서 농장 단위로 원두를 구매해 독특한 커피들을 재생산해서 공급한다. 헌책방도 많고 거리도 잘 정비되어 있어 한나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예술가와 게이, 자유분방한 캐피톨 힐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여유로움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곳에는 스타벅스가 아닌 독립 카페들이 많다. 비바체 등 로스팅 실력이 쟁쟁한 카페들이 숨어있다. 시애틀의 진정한 커피 마니아들은 스타벅스가 아니라 캐피톨 힐에서 커피를 마신다. 독립 카페는 농장 단위로 원두를 구매해 지역 커뮤니티에 밀착해 다양한 개성을 만들어내는 로스터리와 카페를 말한다. ▶travie info 시애틀 알라모 렌터카 대여점 시애틀에서 렌터카를 빌리면 서부 해안도로를 따라 남하하며 캘리포니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위치 시애틀국제공항SeaTacIntl Airport 주소 3150 S 160th St Suite 509, Seatac, WA 전화번호 206-433-0182 영업시간 24시간 예약 및 문의 알라모 렌터카 한국사무소 www.alamo.co.kr
  • 열전의 코트…그녀들이 돌아왔다

    열전의 코트…그녀들이 돌아왔다

    그녀들이 코트로 돌아왔다. 여자프로농구(WKBL)가 오는 10일 춘천 우리은행과 안산 신한은행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내년 3월 17일까지 팀당 35경기(7라운드)씩 총 105경기의 열전에 돌입한다. 만년 꼴찌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으로 탈바꿈한 우리은행, 전통의 강호임에도 2005년 연고지 이전 후 우승컵을 들지 못한 용인 삼성생명, 6년 연속 통합 챔피언 자리에서 내려와 도전자가 된 신한은행, 창단 50주년을 맞아 정상 등극을 노리는 청주 국민은행, 새로운 신화 창조를 꿈꾸는 부천 하나외환, 지난 시즌 꼴찌 수모를 털고 명예 회복에 나선 구리 KDB생명이 각각 우승컵을 목표로 대장정에 들어간다. 각 팀 감독 및 주요 선수들은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만만치 않은 재담을 과시하며 우승을 다짐했다. 특히 ‘뺏은 자’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과 ‘뺏긴 자’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의 기 싸움이 돋보였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임 감독은 “지난 시즌은 좋은 경험이었고 약이 됐다. 이적한 곽주영과 조은주가 팀에 완전히 적응했고, 외국인도 원하는 선수를 뽑은 만큼 타이틀을 되찾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이에 위 감독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난 시즌에는 운이 많이 따라 우승을 차지했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쉽지 않은 시즌이 되겠지만 디펜딩챔피언으로서 최선을 다해 타이틀을 방어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 감독은 오프 시즌 동안 선수들에게 엄청난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 감독은 “이번에는 운동량을 특별히 늘린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가 함께 행사장에 온 선수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주장 최윤아는 임 감독을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결코 친해질 수 없는 존재”라고 답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우리은행 주장 임영희는 위 감독을 “무서운 욕쟁이 아저씨”라고 불렀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천적’ 신한은행을 꺾었지만 우리은행에 막혀 준우승에 머문 이호근 삼성생명 감독은 “어느 해보다 훈련량이 많았다. 부상 선수가 있지만 돌아오면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며 선전을 예고했다. 서동철 국민은행 감독은 “우승을 위해 많은 땀을 흘린 선수들을 믿는다”라고 말했고, 조동기 하나외환 감독은 “(창단 2년차지만) 올 시즌이 사실상 첫해라고 생각한다. 나와 선수들 모두 올 시즌을 첫 우승의 해로 잡았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지난 3월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옥자 전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안세환 KDB생명 감독은 “두 번의 실패는 없다. 꼴찌의 반란을 위해 굉장한 연습을 했다”고 전했다. 국가대표 신정자와 강영숙에 지난 시즌 우리은행을 우승으로 이끈 외국인 티나 톰슨까지 가세한 KDB생명은 다른 팀 감독조차 경계심을 드러낼 정도로 전력이 좋다는 평가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정부, 삐삐 번호 012 부활 방침…어떻게 쓸 수 있나

    정부, 삐삐 번호 012 부활 방침…어떻게 쓸 수 있나

    1990년대 널리 사용됐다 ‘멸종’된 삐삐(무선호출기) 번호 012가 부활한다. 정부가 012 번호를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012는 1992년 인기를 끌었던 무선호출기 번호로 쓰였으나 삐삐 사용이 줄면서 지금은 거의 사용하는 곳이 없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년 1월부터 012 번호를 부활시켜 사물인터넷에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물인터넷이란 삐삐처럼 사물에 번호를 부여해서 물체와 물체 간 통신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택시의 무선 결제, 전력 검침 데이터 송수신 등에 사용되는 것이 그 예다. 현재는 이 기술을 일부 분야에서만 사용하고 있으나 내년 012 번호가 부활하면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은 “지난 10년 간은 사람이 직접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대였다면 향후 10년은 사물까지도 인터넷과 연결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韓·佛 ‘미래형 파트너십’ 구축… 창조·금융산업 등 윈윈 극대화

    韓·佛 ‘미래형 파트너십’ 구축… 창조·금융산업 등 윈윈 극대화

    박근혜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양국 윈·윈 관계 극대화를 통한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등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프랑스의 강점인 기초과학, 첨단기술, 문화예술을 토대로 한 창조 및 금융산업에 우리의 강점을 결합해 서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너지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 민간경제의 교류 협력 강화를 통한 제3국 공동 진출 등 ‘미래형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청와대 측은 창조경제 협력의 잠재력을 지닌 미래 신산업과 문화산업, 중소벤처산업 등 세 분야에서 중점적인 협력 강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동북아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점을 평가했다고 청와대 측이 밝혔다. 창조산업 협력 모델로 전기차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양국 협력을 추진키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이날 박 대통령이 르노 전기차 체험관을 직접 방문한 것도 이와 관련된 행보다. 르노는 유럽의 제1위 전기차 제조 업체이고 LG화학은 중대형 자동차 배터리 세계 1위 업체다. LG화학은 르노의 전기차 3개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또 문화 콘텐츠, 프로그램 공동 제작 등 창조문화 산업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우리 측은 프랑스 측이 요청한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 건립 추진에 협조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프랑스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4대 분야(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 헬스케어, 교통) 34개 ‘미래 신산업’에 우리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와 조화를 이루는 분야가 많아 상호 경제 협력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간 금융 협력도 의미가 크다. 민간기업 간 협력을 통해 중동·아프리카·아시아 등 제3국 신흥시장에 진출할 경우 공동으로 금융·보험에 대한 지원 협력에 나서는 것이 골자다. 이날 우리의 수출입은행과 프랑스의 수출입 관련 금융기관이 10억 달러 규모의 금융 협력에 합의해 양국의 제3국 진출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양국은 또 최초로 각각 10억원 규모로 1대1 펀딩 방식의 중소·중견기업 대상 공동 연구·개발(R&D) 사업을 시범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내년부터 에너지·환경과 정보 통신 등 5대 분야에서 한·프랑스 공동 기술 개발 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또 기업인 교류 협력 강화를 위해 내년까지 기업인 및 취업 인턴의 입국사증 절차 간소화를 위한 협정을 체결하기로 구체적 목표를 정했다. 원자력 분야의 핵폐기물 관리 등 상호 보완적인 협력 강화도 약속했다. 파리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韓·프랑스 “기업 제3국 진출 금융지원 강화”

    韓·프랑스 “기업 제3국 진출 금융지원 강화”

    프랑스를 공식 방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4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기업의 중동 및 아프리카 등 제3국 진출을 위한 금융·보험 지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실질 협력 방안과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이같이 합의했다고 청와대 측이 밝혔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양국 정상이 ▲창조경제의 동반자 ▲문화 융성의 파트너 ▲한반도 평화 통일 기반 구축 후원자로서 프랑스와 한국의 긴밀한 우호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고 이를 상호 호혜적인 방향으로 한 단계 더 격상시키는 성과를 도출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창조산업 협력과 관련, LG화학과 이 회사의 배터리를 공급받아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가 향후 장거리 주행(최고 주행 거리 400㎞)이 가능한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계약을 이른 시일 내 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양국 기업인과 취업 인턴의 상호 적극적 진출을 위한 ‘기업인 및 취업 인턴 상호 진출 지원 협정’을 체결했다. 박 대통령은 저녁에 마티뇽궁에서 열린 장마르크 에로 총리 주최 만찬에 참석해 양국 간 실질 협력 증진 방안을 협의한 뒤 이날 밤 영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파리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시론] 닥치고 빅데이터? 다 치우고 책읽기/조남철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시론] 닥치고 빅데이터? 다 치우고 책읽기/조남철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2011년 인류가 생산해 낸 데이터 양은 그 크기도 쉽게 그려지지 않는 1조 9000억 기가바이트(GB)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에는 무려 35조 GB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데이터 양이 무한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직접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필요없는 데이터는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처럼 폐기의 대상일 뿐이다. 그래서 속도와 양에 압도당해 출구를 찾던 사용자들이 슬로시티(slow city), 슬로푸드(slow food) 등의 ‘느림’에 매료되는지도 모르겠다. 느림과 여유로 대표되는 ‘책 읽기’야말로 빅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유용하고 적절한 정보를 찾는 가장 빠른 길이다. 불필요한 정보가 주위에 넘쳐나는데도 정작 본인에게 필요한 책 읽기에는 소홀한 것이 요즘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속내이다. 직장인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이 0.8권에 머무르고 있다는 한 포털사이트의 최근 조사는 당혹감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책 읽기가 지식 창조의 근간이며 인간의 정신적 가치를 높여주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책 읽기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감 때문인지, 아니면 속도와 인스턴트적 사고가 각광을 받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책과 거리를 두고 있어 아쉽다. 이런 현실 속에 올해 6월 출범한 시민단체 ‘독서르네상스운동’이 지난달 25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마당에서 독서축제인 ‘제1회 읽어라! 대한민국’ 행사를 개최했다. 책 읽기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열린 이 행사에서는 대한민국이 창조적 문화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민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그 첫걸음으로 독서를 주제로 한 건전한 토론이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열린 것에 대해 아름다움까지 느꼈다. 책을 왜 읽어야 할까.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근본은 독서인구의 성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품격이 국가정책의 중심이 될 때 그 가치 기준이 명확해지고 ‘국민행복’이 가능해진다. 결국 다양한 독서를 통한 국민의식 성숙이 민주주의 사회의 근본이자 국가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된다. 유명 작가의 강연인 북 콘서트 ‘대한민국 북소리’에서 시민들이 직접 작가를 만나는 시간은 훈훈했다. 학계, 언론계, 출판계 등 전문가들이 ‘책 읽는 나라 만들기’를 위한 ‘국민 대토론회’를 통해 독서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도 좋았다. 무엇보다 쌀쌀했던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국회도서관 앞에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어 인상적이었다. 초·중·고교 학생들이 백일장과 가족신문 만들기 대회에서 부모와 함께 고사리 손으로 글과 기사를 쓰는 모습을 보고 대한민국의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독서 습관은 어린 시절부터 이뤄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가족과 함께 재미있게 책 읽기를 시도해 보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었다. 이 밖에도 모교에 안 보는 책을 보내는 책나눔 행사, 야간 독서 프로그램인 달빛 독서회 등의 행사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열기가 뜨거웠다. 독서르네상스운동은 범국민적으로 독서생활운동을 펼쳐 대한민국을 정신 가치가 빛나는 문화복지사회로 만들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책 읽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독서진흥정책 연구 및 제안, 독서 인프라 확대, 함께 책 읽는 사회 만들기, 독서 홍보 및 캠페인 등 다양한 사업을 현재와 같이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백화쟁비독서향’(百花爭比讀書香), 즉 ‘백 가지 꽃의 향기가 독서의 향기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빅데이터의 홍수 속에 책장을 넘기는 아름다운 소리와 향기가 대한민국 전역을 뒤덮을 때 창의적인 발상과 성찰 능력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 창조경제, 문화융성의 주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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