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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의 깊이, 그리고 깊이에의 강요 [노승완의 공간짓기]

    공간의 깊이, 그리고 깊이에의 강요 [노승완의 공간짓기]

    장편소설 ‘향수’로 유명한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üskind·1949~)의 단편 소설 ‘깊이에의 강요’에는 한 젊은 여성화가가 등장한다. 어느날 한 평론가로부터 다음과 같은 평을 듣게 된다. “당신의 작품은 재능이 있고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그녀는 그 날 이후 깊이에 대해 매일 고뇌하고 방황하던 끝에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 책을 읽은 30대 중반부터 건축에도 깊이있는 건축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건축은 공간을 만드는 학문이고 건축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에는 분명 그 깊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의 깊이(depth of space)가 아니라 시간, 빛, 공간감, 창작성, 주변과의 조화, 디자인 철학 등 공간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작가의 디자인 의도 등이 풍부하게 혹은 절제되어 그 공간에 표현되어 있는지에 대한 ‘생각의 깊이’(depth of thinking). 얼마전 충주호 주변에 위치한 카페에 들렀다가 ‘공간의 깊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충주호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위치한 부지에 세운 건물이지만 주변의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하여 건물이 지면 위로 잘 보이지 않는다. 진입동선을 지하 벙커처럼 아래로 내려가도록 계획하여 주변 도로에서는 건물의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 외벽 마감 또한 튀는 색상으로 도색을 하거나 장식을 하기 보다 노출콘크리트 그대로 두어 인위적인 건물이지만 주변의 흙, 나무, 돌 등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지하로 들어가 주문을 하고 나면 메인 건물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이 때 지하 건물과 메인 건물 사이의 전이 공간을 만나게 된다. 이 전이공간은 엄연히 외부공간이지만 실내인지 외부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여기서는 전면의 열린 공간으로 주변 풍경이 액자처럼 고스란히 담긴다. 또한 바닥에는 커다란 돌을 놓고 지붕에는 천창(top light)을 내어 낮에는 파란 하늘을, 밤에는 별을 볼 수도 있다. 전면 공간을 통해 앞마당으로 나갈수도 있고 다시 들어와 메인 건물 혹은 서비스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말그대로 전이공간이다. 전이 공간을 지나 메인 건물로 올라섰다. 생각보다 너무 미니멀한 소재와 공간으로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실내 공기가 더 차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전면 창으로 보이는 산세와 풍경이 마치 시공간을 뛰어넘어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저절로 사색이 되는 순간이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이내 이 건물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었을까, 이렇게 외딴 공간에 이토록 공을 들인 건축가는 누구일까, 공사비는 얼마나 들었을까, 용적률을 손해봤을 것 같은데 건축주가 어떻게 동의했을까 등 다양한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카페에 놓여있는 건축가의 설명을 보니 역시 고뇌의 흔적이 느껴진다. “(중략) 벽은 경사진 대지를 가로지르며 마당을 나누고 공간의 켜를 연결한다. 이 위에 수평적인 판이 얹히고 안과 밖의 경계를 형성한다. 벽과 지붕은 입체적인 지형에 다양한 켜와 틈을 형성하며, 그 사이 바람과 빛이 스며들 여지를 만든다…(중략) 대지에는 돌과 콘크리트, 벽과 판, 자연과 인공 사이 상호적인 관계가 공존한다. 서로 다른 대상의 관계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둘의 경계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물의 경계에서 때로는 부딪힘을 형성하지만 다름의 본성은 사실 다르지 않음을 인지하게 된다. 결국 경계는 흐릿해지고 관계의 중요성이 떠오른다.” 이런저런 재미있는 상상을 마치고 메인 건물 옥상에 오르니 청풍호가 한눈에 들어오며 더불어 건물이 대지에 얼마나 사뿐히 얹혀 있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서비스동 지붕에 올려둔 돌들이 마치 지면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메인 건물을 내려오면 다시 지상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 때 콘크리트 덩어리로 만든 거대한 기둥을 만날 수 있다. 의도적으로 자연적인 기암괴석을 형상화하기 위해 울퉁불퉁하게 만들었겠지만 실제 공사시 남은 레미콘을 조금씩 모아 이 기둥을 만들었다면 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건물을 둘러볼 수록 르 꼬르뷔지에, 루이스 칸, 안도 타다오의 작품에서 보이던 미니멀리즘, 노출콘크리트를 이용한 빛과 그림자, 물의 반사, 스틸과 유리의 조화 등의 건축 기법들이 조금씩 스쳐지나갔다. 특히 안도 타다오의 아와지 유메부타이, 뮤지엄 산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들이 오버랩됐다. 다시 건축의 깊이, 공간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본다. 무엇이 공간의 깊이를 결정하는가? 그건 적어도 공간의 본질, 목적을 가장 최우선으로 둔 건축계획일 것이다. 단순히 경제논리에 맞춰 건축법상 최대의 건폐율과 용적률을 찾아내는 것에서 벗어나 건축가 혹은 건축주가 이 공간을 통해 얻고자 하는 유무형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정적인 시간일 수도 빛이나 물을 담아내는 것일 수도, 추억을 이끌어내고 기억과 시각을 각인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깊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는 사람들이 저절로 느끼게 되는 그 “무엇”이 아닐까? ‘깊이에의 강요’로 돌아가서, 한때 추앙받던 여성 화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평론가는 그녀의 죽음 이후, 비극적 결말은 개인적인 것에 있고 그녀의 작품에서 열정과 깊이를 느낄수 있었다고 말을 바꾼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 사람이 상황을 이겨 낼 힘을 기르지 못한 것을 다같이 지켜보아야 하다니…(중략) 소박하게 보이는 그녀의 초기 작품들에서 이미 충격적 분열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사명감을 위해 고집스럽게 조합하는 기교에서, 이리저리 비틀고 집요하게 파고듦과 동시에 지극히 감정적이고 분명 헛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피조물의 반항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숙명적인, 아니 무자비하다고 말하고 싶은 그 깊이에의 강요를?”
  • [김동률의 아포리즘] ‘서울의 봄’이 진짜인 줄 안다

    [김동률의 아포리즘] ‘서울의 봄’이 진짜인 줄 안다

    록이나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민주당에 가깝다. 그러나 블루그래스나 컨트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당파성을 많이 띠고 공화당에 가깝다. 트럼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미국 얘기다. 좋아하는 음악하고 지지하는 정당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이 같은 엉뚱한 소리가 나올까.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겠다. 하지만 다수의 관련 연구들이 증명하고 있다. 록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 대도시에 살며 개방적이고 교육 수준이 높다. 블루그래스나 컨트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부분 대도시의 낙후된 지역에 살거나 남부의 시골에 거주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문화적인 취향을 통해 정치적인 성향을 알 수도 있다. 또 이 같은 취향은 거꾸로 정치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실제로 정치와는 무관한 음악, 영화, 다큐멘터리 등이 부수적인 학습효과를 통해 인간의 정치사회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간접적인 설득이 더 큰 정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본 미국인은 더 애국적인 미국인이 된다. 미국 밖 사람들도 은연중 미국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 나치의 만행을 그린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를 본 사람은 나치를 증오한다. 맷 데이먼이 등장하는 ‘본 시리즈’를 본 사람은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의 정보기관, 나아가 미국 정부에 대해 분노하게 된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오늘날에는 유튜브, 영화 등등이 정치 지식의 주된 정보원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부모나 학교 선생님들이 담당했던 정치사회화 과정을 지금은 영화, 음악, 유튜브 등이 맡고 있다. 예전에는 박정희가 어떻고, 김대중이 어떻고, 이승만이가 어떻고를 부모나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릴 때는 텔레비전, 커 가면서는 유튜브, 신문, 영화, 음악 등을 통해 습득한다. 이들 미디어 콘텐츠를 일컬어 제2의 부모라고 한다. 정치사회화의 중요한 매체는 활자매체와 영상매체로 나뉜다. 나이가 들수록,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활자매체의 역할이 크다. 유튜브, TV, 영화는 나이가 어리거나 상대적으로 지식 수준이 낮은 사람에게 큰 역할을 한다. 이 가운데 영상매체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고도 무섭다. 보통 사람이 정치 현안을 평가하는 방향은 불행하게도 이들 매체가 평가하는 방향과 무의식적으로 일치하게 된다. 이게 문제다. 영상물이 좋게 말하면 좋은 것으로 보이고 나쁘게 말하면 나쁜 줄 안다. 나아가 선거운동 등 실제적인 정치행위에 대해서도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 영화나 유튜브를 통해 얻은 정보를 두고 친구들과 논쟁을 벌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많이 접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이 정치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나아가 실제로 선거운동에까지 참가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이른바 강성 이재명 지지층인 ‘개딸’이 그 예가 된다. 영화나 유튜브 등 영상물의 위력은 특히 젊은 세대에게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영상물의 정치적 색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의 봄’과 ‘건국전쟁’이 그 예가 된다. ‘건국전쟁’의 경우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누구나 그 의도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극영화인 ‘서울의 봄’의 경우 보는 것만으로는 창작 의도나 당파성을 알아채기가 어렵다. 곳곳에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주장이 숨어 있지만 제작자가 픽션이라고 주장하면 할 말이 없다. 특히 표현의 자유를 내걸면 딱히 답이 없다. 결국 이런 유는 제작자의 물밑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제작자의 정치적 경향성 등등 여러 배경을 알아야 비로소 감춰진 목적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정치 지향 영화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사유와 성찰이 필요하다. ‘서울의 봄’이 그 예가 된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매체경영)
  • 딸 버린 아빠, 알고 보니 필리핀 마약 거물

    딸 버린 아빠, 알고 보니 필리핀 마약 거물

    어느 날 아빠가 바람이 났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든다. 어린 윤서는 엄마를 지켜주기 위해 상대방에게 문자로 욕설을 날려보지만 대화하는 상대방은 불륜녀가 아닌 자신과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다. 두 사람은 묘한 감정을 남기고 짧은 대화를 마친다. 어떤 운명이 펼쳐질지 모른 채.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 선정돼 2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앞둔 연극 ‘테디 대디 런’은 코피노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코피노는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뜻한다. ‘테디 대디 런’에서 윤서의 엄마는 남편과 한국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서 자라던 윤서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필리핀을 방문한다. 윤서가 아빠와의 시간을 보내고 출국하려다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취소되면서 본격적인 아빠 추적기가 펼쳐진다. 아빠의 집으로 믿었던 곳에 돌아왔으나 누군가 황급히 떠난 흔적만 남았을 뿐이다. 윤서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하며 아빠를 찾지만 낯선 땅에서 아빠의 행방을 추적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윤서 앞에 자신을 로즈라고 소개하는 니나가 나타나 윤서를 돕는다.바이크를 타고 등장한 니나는 윤서에게 “너의 아빠가 테디에게 돈을 빌렸다”며 여기저기 윤서를 데리고 다닌다. 테디의 정체가 대체 뭔지, 아빠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왜 태도가 달라지는지 모르지만 윤서는 어떻게든 아빠를 찾으려 애쓴다. 같은 이야기가 1부는 윤서의 입장에서, 2막은 니나의 입장에서 펼쳐진다. 사실 니나는 진실을 알고 있었고 테디는 테디 베어 인형에 마약을 넣어 판매하는 아빠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윤서가 사진을 보여주면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던 것도 그가 마약 거물로서 한인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 두 소녀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아빠를 찾는 이야기를 그렸지만 작품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2막에서 리나가 “우린 버림받은 아이였어. 하지만 우린 무럭무럭 자라났어”라고 하는 말은 코피노들의 현실을 담담하면서도 아프게 보여준다. 리나의 엄마 로즈는 리나를 낳은 것이 축복이라고 말해줬지만 정작 리나는 자신의 처지를 두고 “신의 축복이 될 수 없어”라고 고백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한국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코피노들이 어떤 상처를 지니고 어렵게 살아가는지 ‘테디 대디 런’은 보여준다. 이세희 작가가 직접 필리핀 마닐라로 날아가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탄탄하게 이야기를 완성한 덕에 이들의 지난한 현실이 생생히 담겼다. 두 소녀가 결국 아빠를 찾으며 마무리되지만 마지막에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인지 몰라”라는 대사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코피노 문제를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고민해보고 긍정적인 변화를 시도해보자는 의미로 들려서다. 연극 하나 만든다고 금방 바뀌지 않을 세상이겠으나 ‘테디 대디 런’은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코피노를 위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태도에 대해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작가는 “모든 분이 코피노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사회 문제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요즘 젊은 관객들에겐 낯설 수 있는 소재지만 같은 사건을 다른 입장에서 전개하면서 실마리를 풀어내는 전개 방식, 이야기가 보다 실감 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적극 활용된 영상, 재미난 음향효과와 OPPA♥(오빠) 간판 등이 작품 감상의 문턱을 낮춘다. 자칫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코피노 이야기를 유쾌하고 색다르게 접근한 방식도 매력적이다.
  • 마음이 아파도 괜찮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으니까

    마음이 아파도 괜찮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으니까

    키키는 마음이 아프다. 병명은 ‘경계성 인격장애’. 정서나 대인관계가 매우 불안정하고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한 장애다. 예전 같았으면 괴팍한 인간성의 문제로 치부됐을지 모르나 의학이 발달한 요즘에는 엄연한 질병으로 분류된다. 천진난만한 얼굴인데 키키가 오가는 감정의 극단은 예사롭지 않다. 자신의 장애를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변화 등이 키키를 괴롭힌다. 까딱하다가는 생을 비관하며 나쁜 결말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키키는 살아갈 용기를 낸다. 생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전하려는 듯이.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 선정돼 지난달 27일 개막한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제목 그대로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는 키키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다. 토크쇼에 출연한 키키가 자신의 장애를 고백하며 행동치료를 거쳐 마음을 다스리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에서 5명의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키키의 사연을 전한다. 때론 애인도 되고 의사도 되고 직장 동료로도 변신한다. 키키의 감정을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는 인물들과 작품의 분위기, 록, 발라드, 힙합 등 다채로운 음악 장르는 이 작품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유쾌한 사람 같지만 키키는 자해 충동도 종종 생기고 가족 포함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아픔도 있다. 키키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마음의 병이 일상화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크고 작게 겪어봤을 감정들이기에 마냥 남의 일처럼 볼 수 없게 한다. “나를 구해줘. 나는 구세주가 필요해”라고 말하는 키키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자신의 장애를 딛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과정은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키키를 응원하게 만든다. “붙잡지 말아요. 그냥 흘려보내요”라며 키키가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들은 저마다 겪었을 감정들을 떠올리며 공감할 지점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된다. 여기에 더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고 따뜻하게 품고 돌아봐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원작은 키라 밴 겔더가 쓴 ‘키라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로 여기에 뮤지컬 ‘실비아, 살다’의 조윤지 작가가 용기를 내 자전적인 이야기를 더했다. 24~25일이 마지막 공연.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 [책꽂이]

    [책꽂이]

    재일 디아스포라의 목소리: 대담집(김석범·서경식·최덕효·정영환 지음, 소명출판) 재일조선인 지식인들과 대담하며 그들의 경험과 생각을 물었다. ‘화산도’로 알려진 김석범 작가, ‘디아스포라 기행’에서 재일조선인을 보편적 시각으로 풀어낸 고 서경식 작가, ‘해방공간의 재일조선인사’로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살핀 역사학자 정영환, 해방과 한국전쟁 과정에서 재일조선인을 돌아본 최덕효와 만났다. 국권을 상실하고 분단된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억압과 차별을 감내하고 이겨 낸 이들이 민족을 어떻게 보는지 탐구했다. 328쪽. 1만 9000원.태양을 만드는 사람들(나용수 지음, 계단) 미래 에너지 생산 방식인 핵융합에 대한 설명서. 태양 중심보다 뜨거운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강력한 자석으로 만든 용기 안에 가둬 핵융합을 일으키는 토카막 방식을 설명하고,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핵융합 연구소의 현주소를 살핀다. 토카막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 핵융합 상용화까지 남은 난제도 소개한다. 2007년 한국이 독자 개발한 핵융합 연구로 ‘케이스타’(KSTAR)를 통해 우리 핵융합 연구의 역사도 짚는다. 432쪽. 2만 8000원.사어사전(마크 포사이스 지음, 김태권 옮김, 비아북)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낱말을 찾아보고 분석했다. 빅토리아 시대 농부들, 제2차 세계대전 영국 해병들, 앤 여왕 시대 노상강도들, 옛 잉글랜드 수도사들이 쓰던 단어들의 역사를 펼친다. 너무 아름답거나 재밌어서, 지나치게 적확하거나 저속해서, 때론 아주 시적이어서 당시를 버티지 못한 단어들의 사연을 따라간다. 낯선 시대, 낯선 나라 사람들이 쓰던 낯선 낱말들의 이야기를 킬킬대며 읽다 보면 단어란 시대를 반영하는 세계의 조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터다. 312쪽. 1만 7800원.세상의 모든 미술 수업(유홍준 외 9명 지음, 창비교육) 미술평론가 유홍준 교수와 목수현·우정아 미술사학자, 교사 이성원·노길상 등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미술을 매개로 여러 유형의 학생들을 만나 겪고 느낀 바를 엮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창작하도록 한 수업 그리고 학교 밖 문해교실이나 소년원 등 미술과의 접점이 희박했던 이들과 함께한 수업도 소개한다. 미술을 매개로 하는 교육 활동은 우리 삶 곳곳에서 만날 수 있으며 우리 삶을 한껏 풍요롭게 해 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생하게 증명한다. 204쪽. 1만 8000원.
  • 빛나는 제주출신 작가들의 창작… 빛보는 수도권 레지던시사업

    빛나는 제주출신 작가들의 창작… 빛보는 수도권 레지던시사업

    제주출신 작가들의 창작공간 제공과 활동을 지원하는 수도권 레지던시 사업이 빛을 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29일부터 3월 18일까지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제주갤러리에서 ‘아틀리에, 그 너머 After Atelier’라는 제목으로 수도권 레지던시 파견사업 참여 작가들의 결과 보고전을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2022년부터 시작된 수도권 레지던시 파견사업은 제주 출신 작가에게 양질의 작업 공간을 제공하여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들의 창작공간은 경기도 양주 소재 가나아트파크 아틀리에다. 입주작가는 5명이며 입주기간은 1년이지만, 공모를 통해 최대 2년까지 참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연인원 8명을 선정했으며, 올해도 5명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는 강지선 큐레이터 기획으로 2023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수도권 레지던시 파견사업에 참여한 5명의 제주 작가들이 레지던시 공간에서의 경험, 그들의 시선과 시간을 담은 회화 및 영상작품 약 3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 공간은 ‘변주와 확장’, ‘아틀리에 풍경’이라는 두 개의 주제로 나뉜다. 레지던시 기간 동안 작가로서의 고민과 실험, 탐구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과 작가 작업실을 압축적으로 재현해 작업 과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아틀리에 너머 세상과 소통하며 활동의 폭을 확장하려는 작가들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워킹맘 김유림 작가는 자신의 주요 색채로 이용하는‘블루’의 이중적 상징성을 심리학적 의미로 재해석한 회화작품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엄마와 작가의 일을 병행하는 사이에서 오는 긍정적 고독감을 그림으로 표출해내고 있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환경적으로 익숙했던 정체성이기도 하고 섬이라는 고립감이 가져다 주는 외로움에 대한 고찰을 가까이 있었던 제주의 숲 부터 시작한다. ‘사려니숲블루1~6 ’ 등이 그것이다. 문은주 작가는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복제된 이미지를 픽셀 단위로 재해석해 내는 작업과정을 회화에서 영상, 설치로 확장한 실험적인 작품을 보여준다. 반면 박동윤 작가는 물과 해를 모티브로 삼아 색의 파동과 에너지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회화적 실험을 선보이며, 장예린 작가는 페르소나(persona)를 주제로 한 자화상 작업을 통해 자아에 관한 탐구의 궤적을 드러낸다. 현덕식 작가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의 한계를 극대화해 궁극적으로 자아 성찰에 이르고자 하는 것을 표현한 한국화 작품을 전시한다. 그는 ‘태아에서 간직한 순수함을 얼음이 생성되기 전 물로 표현하고, 얼음이 생성된 것은 인간이 욕망을 추구하는 것이며, 다시 얼음이 녹아 물로 돌아가는 과정은 인간이 세속적 욕망을 버리고 태아의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양보 제주도 문화체육교육국장은 “미술작품 창작 공간을 지원함으로써 제주 작가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제주 미술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간] 유튜브의 모든 것 담은 백과사전 ‘유튜브 백과’

    [신간] 유튜브의 모든 것 담은 백과사전 ‘유튜브 백과’

    유튜브 강의·제작 전문가 김남훈 대표컨설팅 노하우 집약해 ‘유튜브 백과’ 펴내“첫 기획부터 막힌 이들에게 돌파구 될 것”비즈니스·교육·오락 등 모든 분야 통찰력 제시 “전업 유튜버로 성공하고 싶어요.” “유튜브 담당자인데 도대체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요?”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시작하는 예비 크리에이터와 유튜브로 브랜딩을 하고 싶은 기업 담당자를 위한 실용적인 안내서가 나왔다. 바로 ‘유튜브 백과-세계의 연결자, 최고의 미디어가 된 빅테크 플랫폼’(김남훈 지음·이은북)이다. ‘유튜브 백과’는 100만 구독자를 가진 크리에이터의 성공 이유, 새로 시작하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채널 기획부터 콘텐츠 제작 방향, 채널 운영 코치까지, 유튜브의 모든 것을 담은 ‘백과사전’이다. 유튜브는 전세계 모든 콘텐츠를 담은 초거대 플랫폼이다. 이미 미디어 생태계의 최강자로 등극한 유튜브에서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함께 이야기하고, 쇼핑하며 지낸다. 현실의 세상이 이미 유튜브로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유튜브는 기능만 파악한다고 해서 모두 다 알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있는 책들은 유튜브의 기능만을 소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유튜브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는 우선 유튜브라는 미디어의 원리를 파악하고 유튜브 시청자들이 어떤 생각과 어떤 활동 패턴을 보이며, 유튜브가 창작자와 구독자를 연결하는 방식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남들과 다른 유튜브 채널 기획 방법과 유튜브 콘텐츠의 기본인 영상을 기획하고 구성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 김남훈 대표는 현업의 노하우와 전문가의 이론을 모두 갖춘 영상 전문가이자 유튜브 전문가로 다수의 유튜브 강의와 채널 컨설팅을 한 베테랑이다. 현재 콘텐츠 기업 훈픽처스 대표이자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자이며, 한라대학교 미디어광고콘텐츠학과 겸임교수다. 저자는 연세대에서 광고홍보를, 미국 볼주립대학교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공부했으며, CJ미디어와 제일기획에서 제작 프로듀서 및 PR 담당자로 근무했다. 미국 ‘에미상’(Emmy Awards) 비디오 에디터로서 활동한 바 있으며 한양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등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 뉴미디어 콘텐츠 전략 기획, 제작 전문가로서 정부 및 공기관, 대기업, 언론사 등의 유튜브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컨설팅,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실무 현장에서 여러 질문을 받으며, 유튜브에 대한 제대로 된 안내서이자 활용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한 면만을 바라보며 유튜브 운영을 하다보니 첫 기획부터 잘못 해서 나중에 고생을 하거나, 열심히 해도 채널 성장이 더딘 것을 컨설팅하던 저자는 여러 사람들의 고민을 정리해 이 책의 바탕을 삼았다”고 말했다. 저자는 ‘유튜브 백과’를 통해 사람들이 놓치는 기본에 대해 꼼꼼하게 알려준다. 우선 지금의 유튜브 시장이 어떤지 설명해 준다. 그러면서 유튜브를 하려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 돈 때문인지, 브랜딩 때문인지. 그리고 목적에 따라 유튜브 채널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알려준다. 또 메인 타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더불어 어떤 콘텐츠를 제작해야 할지, 콘텐츠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영상을 찍을 때 필요한 구성안 작성법이나 장비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심지어 요즘 막 쓰이기 시작한 생성 AI 도구에 대한 정보도 가르쳐준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채널을 운영하려면 어떤 점들을 주의해야 하는지, 알고리즘은 대략 어떤 법칙을 따르는지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즉 ‘유튜브 백과’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유튜브 관련 알짜배기 정보와 팁들을 알차게 담고 있다. 부자의 노하우를 안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 없듯이, 스타 유튜버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당장 내 구독자가 늘지 않는다.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자신이 뭘 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내 채널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깊고 진지한 고민이다. 이 책은 그 고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줄 훌륭한 안내서가 돼 줄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이 책은 유튜브를 비즈니스, 교육, 오락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모두에게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며 “유튜브의 기본부터 고급 전략까지 폭넓게 다루며, 독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채널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유튜브와 디지털 미디어에 관심 있는 모두에게 강력히 추천한다”고 전했다. 384쪽.
  • 경기콘진원, “제2의 잔나코리아를 찾습니다”···1인 크리에이터 60개 팀 모집

    경기콘진원, “제2의 잔나코리아를 찾습니다”···1인 크리에이터 60개 팀 모집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60개 팀 제작지원···총사업비 4억2천만 원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1인 크리에이터(온라인 영상 창작자)의 성장을 돕는 ‘2024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제작 지원’ 사업 참여자를 3월 20일까지 모집한다. 2017년부터 시작된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은 경기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구독자 1천 명 이상 10만 명 이하 채널을 보유한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한다. 직접 기획·제작해 게시 완료한 동영상 콘텐츠가 5개 이상이고 활동기간이 최근 3년 이내면 신청할 수 있다. 경기도는 그동안 1인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을 통해 현재 구독자 218만의 ‘잔나코리아’를 비롯해 ‘복원왕’, ‘딱지(DDAKG)’, ‘핏블리(FITVLEY)’, ‘겨울서점’ 등 다양한 분야의 1인 크리에이터 성장을 지원해 왔다.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총 60개 팀(레디메이드 40팀, 라이브 20팀)이 선정되며 60개 팀은 공개경쟁 방식으로 3단계에 거쳐 경쟁하게 된다. 단계별로 제작 지원비와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차등 제공되며 최종 3단계까지 진출할 경우 총 700만 원의 제작 지원금을 받게 된다. 60개 팀에게는 제작 지원금과 함께 전문가 컨설팅, 특강, 크리에이터 간 교류회 등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또한 심사를 통해 선발된 최종 5개 우수크리에이터 팀에겐 수요에 따라 대외 홍보 기회 등과 같은 특전 프로그램이 부여될 예정이다. 김귀옥 경기도 콘텐츠산업과장은 “급속히 성장하는 크리에이터 생태계에서 도내 1인 크리에이터의 역량향상을 통해 1인 미디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조선 불화에 담긴 서양 화풍 ‘눈에 띄네’

    조선 불화에 담긴 서양 화풍 ‘눈에 띄네’

    금강산 유점사에 머무르며 전국에 걸쳐 작품 활동을 펼친 19~20세기 대표적인 화승(畵僧) 고산 축연. 가로 169㎝, 세로 199㎝ 크기의 비단 화폭에 채색한 그의 작품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 속 인물들을 보면 얼굴 이목구비나 몸의 양감 등에서 서양화의 음영법을 활용한 입체감이 돋보인다. 조선 불화 전통을 이으면서도 새롭게 유입된 서양 화풍의 영향을 받은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 근대기 불교 회화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7월 21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에서 이런 표현 양상을 짚어 볼 수 있는 19~20세기 대표 화승들의 불교 회화와 초본 23건 37점을 소개한다. 축연의 또 다른 작품 ‘쌍월당 대선사 초상’에서는 족자 속 그림 안에 그가 직접 글자를 적어 넣은 당호(幢號·불교에서 스승에게 법맥을 이어받을 때 받는 법호) ‘혜산’(蕙山)을 볼 수 있다. 화승이 자신의 이름을 작품에 남기는 것은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이는 축연이 스스로를 예술 창작 주체로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개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이번 전시에서는 2021년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속 근대 불교 회화 3점도 처음 공개된다. 19세기 중반 전라도 지방에서 활동한 화승 도순이 1854년 그린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에는 거세게 굽이치는 파도 위 솟아오른 바위에 편히 앉아 있는 수월관음의 모습이 담겼다. 19세기를 대표하는 화승 천여가 1843년에 그린 ‘제석천’도 함께 나왔다. 작은 화면에 먹으로 동자, 옥졸, 판관 등 명부 관련 불화에 등장하는 하위 권속의 모습을 빼곡하게 그린 ‘불화 밑그림’에서는 근대 불화승들의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김영희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 사이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불교 및 불교미술의 위상과 환경도 바뀌던 때”라며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불교미술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적극 받아들여 환경에 적응해 나갔던 근대 불교회화를 통해 오늘날의 불교미술에 이르기까지 시도된 다양한 노력을 만나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 노벨상 네루다 정말 독살됐나…51년 만에 ‘진실 노크’

    노벨상 네루다 정말 독살됐나…51년 만에 ‘진실 노크’

    1971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칠레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사후 51년 만에 밝혀질지 관심이 모인다. 칠레 산티아고 항소법원은 20일(현지시간) 독재 정권이 독살했다고 많은 사람이 믿고 있는 네루다의 사망에 대한 재조사를 명령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1904년에 태어난 네루다는 1930년대 스페인에 머물던 당시 내전과 프랑코 독재 정권이 집권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적인 연대와 반파시즘를 담은 시를 썼다. 1940년대 중반 칠레로 돌아와 상원 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판에 뛰어들었지만 그가 몸담은 공산당이 비합법 단체가 되면서 망명길에 올랐다. 1950년대 칠레로 돌아와 창작에 몰두했고, 그의 친구인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인민연합 정권을 수립하면서 프랑스 대사 등의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1973년 군사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12일 만에 숨졌다. 우리에게는 영화 ‘네루다’, ‘일 포스티노’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병원은 네루다가 전립선암 때문에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네루다의 운전사 등은 그가 죽기 전 병원에서 이상한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칠레 법원은 네루다의 조카와 공산당이 제기한 사망 원인 조사 재개를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네루다의 조카 로돌포 레이예스가 법의학 전문가들이 발견한 독살 증거를 제시하자 법원은 만장일치로 재조사를 결정했다.그의 조카는 덴마크와 캐나다 법의학 실험실에서 독성 물질인 보툴리눔이 네루다의 어금니에서 다량 검출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제시했다. 법원은 네루다 사망진단서의 필체 분석, 외국 기관에서 시행한 검사 결과에 대한 메타 분석, 칠레 문서 책임자의 소환 등을 명령했다. 아옌데 당시 대통령은 피노체트의 항복 요구를 거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친구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네루다는 멕시코로 망명해 독재정권에 대항하려고 했다. 그러나 출국 하루 전날 구급차로 산티아고의 병원에 이송됐고 사망했다. 그의 장례는 피노체트 정권에 대한 칠레 민중들의 첫 항거였고, 17년 동안 독재정권은 3200여명의 반정부 활동가를 살해했다. 1990년 칠레의 군정이 종식되고, 민주주의로 복귀하자 피노체트 독재정권이 네루다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네루다의 유골은 그의 사망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2013년에 발굴됐지만, 당시에는 그의 뼈에 독성 물질이 없다는 사실만 제시됐다. 그의 가족과 운전사는 추가 조사를 요구했고, 2015년 칠레 정부는 네루다의 죽음에 대해 “제삼자가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2017년 당국은 네루다 유골의 어금니에서 독성분인 보툴리눔 박테리아의 파편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시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반세기 만에 다시 조명받게 됐지만 독재자는 단죄받지 않은 채 2006년 91세로 사망했다.
  • 도둑인 줄 알았더니 고려 신하… ‘정선아리랑’에 얽힌 사연

    도둑인 줄 알았더니 고려 신하… ‘정선아리랑’에 얽힌 사연

    1398년 초 늦겨울. 보릿고개가 힘겹던 강원도 정선의 깊은 골짜기 마을에 소중한 식량이 사라졌다. 훔쳐 간 사람을 잡고 보니 어째 정체가 영 수상하다. 도대체 무슨 사연인 걸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 선정된 연극 ‘화전’은 조선 초기에 전오륜(1334~1425)을 비롯한 고려 유신 7명이 강원도 정선 서운산으로 은거지를 옮겨 산나물을 뜯어먹고 살며 절개를 지켰다는 역사 속 사실을 모티브로 창작한 작품이다. 농사일을 모르는 고려 유신들과 나랏일을 모르는 화전민들의 공존을 담았다. 식량을 훔친 이는 전오륜의 아들이었고 그는 “나 혼자 먹었다”고 거짓말했다가 이내 함께 온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훔친 사실이 드러난다. 마을 사람들은 도둑을 처단하자고 하지만 마을 촌장은 딱한 사정을 살피고 유신들이 모두 남자이니 이들에게 일을 시키자고 제안한다. 마을 사람들은 못마땅해하면서도 촌장의 의견을 따른다. 만날 일 없을 것 같던 이들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농사일과 거리가 멀었지만 유신들은 열심히 일을 배우며 마을 살림을 돕는다. 어딜 가나 남녀 간의 정분이 나기 마련이라 마을 처녀와 사랑에 빠지는 일도 생긴다. 그러나 유신들의 마음은 고려 왕조를 복권하는 데 있다. 은밀한 대화가 새어나가고 질투심에 눈이 먼 돌치가 이를 폭로하면서 위기가 찾아온다.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유신들을 역적으로 고발하는 게 최선이었지만 그래도 얼마간 함께 살아간 정 때문에 촌장은 냉혹하게 내치지 못한다. 결국 이들을 도피시키기로 했지만 돌치의 신고로 출동한 현감과 병사들이 산에다 불을 지르며 비극으로 작품이 마무리된다. 지금은 옅어진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고뇌가 슬프게 그려진다. ‘정선아리랑’은 정선으로 도피한 고려 유신들이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난을 겪어야 하는 비통한 심정을 한시로 지어 부르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졌다. 노래에 얽힌 구체적인 사연을 전한 뒤 마지막 장면에 구슬피 부르는 ‘정선아리랑’은 그래서 더 깊은 울림을 준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는 그 시절 사람들의 서글픈 현실을 담아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생생한 강원도 사투리와 음악적 요소를 극대화한 점이 작품감상의 또 다른 매력을 더했다. 작품 자체의 메시지도 그렇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균형감 있게 어우러져 공존의 가치를 더욱 일깨우는 연극이다. 정선에는 여전히 이들이 살다 간 흔적이 남아 있다.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 세계적 저항시인 네루다, 정말 독살됐나…칠레 정부 재조사 명령

    세계적 저항시인 네루다, 정말 독살됐나…칠레 정부 재조사 명령

    1971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칠레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사후 51년 만에 밝혀질지 관심을 끈다. 칠레 산티아고 항소법원은 20일(현지시간) 독재 정권이 독살했다고 많은 사람이 믿고 있는 네루다의 사망에 대한 재조사를 명령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1904년에 태어난 네루다는 1930년대 스페인에 머물던 당시 내전과 프랑코 독재 정권이 집권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적인 연대와 반파시즘를 담은 시를 썼다. 1940년대 중반 칠레로 돌아와 상원 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판에 뛰어들었지만 그가 몸담은 공산당이 비합법 단체가 되면서 망명길에 올랐다. 1950년대 칠레로 돌아와 창작에 몰두했고, 그의 친구인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인민연합 정권을 수립하면서 프랑스 대사 등으로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1973년 군사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12일 만에 숨졌다. 우리에게는 영화 ‘네루다’, ‘일 포스티노’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당시 병원은 네루다가 전립선암 때문에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네루다의 운전사 등은 그가 죽기 전 병원에서 이상한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칠레 법원은 네루다의 조카와 공산당이 제기한 사망원인 조사 재개를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네루다의 조카 로돌포 레이예스가 법의학 전문가들이 발견한 독살 증거를 제시하자 법원은 만장일치로 재조사를 결정했다. 그의 조카는 덴마크와 캐나다 법의학 실험실에서 독성 물질인 보툴리눔이 네루다의 몸에 다량 함유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제시했다. 법원은 네루다 사망진단서의 필체 분석, 외국 기관에서 시행한 검사 결과에 대한 메타 분석, 칠레 문서 책임자의 소환 등을 명령했다. 아옌데 당시 대통령은 피노체트에 항복을 거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친구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네루다는 멕시코로 망명해 독재정권에 대항하려고 했다. 그러나 출국 하루 전날 구급차로 산티아고의 병원에 이송됐고 사망했다.그의 장례는 피노체트 정권에 대한 칠레 민중들의 첫 항거였고, 17년 동안 독재 정권은 3200여명의 반정부 활동가를 살해했다. 1990년 칠레의 군정이 종식되고, 민주주의로 복귀하자 피노체트 독재정권이 네루다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시신은 사망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2013년에 발굴됐지만, 당시에는 그의 뼈에 독성 물질이 없다는 사실만 제시됐다. 그의 가족과 운전사는 추가 조사를 요구했고, 2015년 칠레 정부는 네루다의 죽음에 대해 “제삼자가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2017년 당국은 네루다 시신의 어금니에서 독성분인 보툴리눔 박테리아의 파편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네루다는 특히 사랑에 관한 관능적인 시로 기억되는데, 스리랑카에서 청소부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사실이 사후 회고록을 통해 밝혀지면서 로맨틱한 이미지에 흠집이 나기도 했다. 시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반세기 만에 다시 조명받게 됐지만, 독재자는 단죄받지 않은 채 2006년 91세로 사망했다.
  • “조선 불화 속 서양 화풍 이색적이네”…이건희 컬렉션서도 3점 첫선

    “조선 불화 속 서양 화풍 이색적이네”…이건희 컬렉션서도 3점 첫선

    금강산 유점사에 머무르며 전국적으로 작품을 남긴 19~20세기 대표 화승 고산 축연. 가로 169㎝, 세로 199㎝ 크기의 비단 화폭에 채색한 그의 작품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 속 인물들을 보면 얼굴 이목구비나 몸의 양감 등에서 서양화의 음영법을 활용한 입체감이 돋보인다. 조선 불화 전통을 이으면서도 새롭게 유입된 서양 화풍의 영향을 받은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 근대기 불교 회화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7월 21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에서 이런 표현 양상을 짚어볼 수 있는 19~20세기 대표 화승들의 불교 회화와 초본 23건 37점을 소개한다.축연의 또 다른 작품 ‘쌍월당 대선사 초상’에서는 그림 안 족자에 그가 직접 적어넣은 당호(幢號·불교에서 스승에게 법맥을 이어받을 때 받는 법호) ‘혜산’(蕙山)을 볼 수 있다. 화승이 자신의 이름을 작품에 남기는 것은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이는 축연이 스스로를 예술 창작 주체로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개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1년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속 근대 불교 회화 3점도 처음 공개된다. 19세기 중반 전라도 지방에서 활동한 도순이 1854년 그린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에는 거세게 굽이치는 파도 위 솟아오른 바위에 편히 앉아 있는 수월관음의 모습이 담겼다. 19세기를 대표하는 화승 천여가 1843년에 그린 ‘제석천’도 함께 나왔다. 작은 화면에 먹으로 동자, 옥졸, 판관 등 명부 관련 불화에 등장하는 하위 권속의 모습을 빼곡하게 그린 ‘불화 밑그림’에서는 근대 불화승들의 일상적인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다.김영희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불교와 불교미술의 위상과 환경도 바뀌던 때”라며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불교 미술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적극 받아들여 환경에 적응해나가던 근대 불교 회화를 통해 오늘날의 불교미술에 이르기까지 시도된 다양한 노력을 만나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 한 사나이가 홀연히 왔다가 떠났다, 꿈을 남기고

    한 사나이가 홀연히 왔다가 떠났다, 꿈을 남기고

    살다 보면 우연한 일로 꿈을 품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만화를 봐서였을 수도 있고 그 일이 괜히 멋있어 보여서 그럴 수도 있고 누군가를 만나서 그럴 수도 있다.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그것을 바라보고 열심히 살았을 테니 세상에 하찮은 꿈은 없는 법이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과 내일이 반복되는 평화로운 샛별다방에 홀연히 한 사나이가 나타난다. 목도리가 길고 화려한 의상이 예사롭지 않다. 실속은 어떨지 몰라도 거하게 잡는 허세는 진짜로 뭐가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창작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에 등장하는 이 남자, 보면 볼수록 자꾸 빠져들게 된다. 이 남자에 빠지는 건 관객들만이 아니다. 홀로 열 살 승돌을 키우는 샛별다방 주인 홍미희와 그를 사모해 매일 샛별다방으로 출근하는 교사 황태일, 집안을 먹여 살리는 다방 아가씨 김꽃님과 그를 좋아하는 가출 소년 출신 배달부 고만태도 마찬가지다. 미국 할리우드의 영향력 있는 인사를 자처하는 이 사나이에게 샛별다방 사람들은 귀신에 홀린 것처럼 빠져 영화 만들기에 동참하게 된다.꿈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던 샛별다방 사람들은 이 사나이 덕분에 새삼 꿈을 꾸게 된다. 그가 들이미는 카메라에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놔야 하는 다큐멘터리 촬영이지만 곳곳에 웃음 포인트가 한둘이 아니다. 때로는 비논리적인 전개가 이어지지만 어느새 열린 마음에 인물들의 과장된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승돌은 만만치 않은 현실의 벽에 좌절하고 사나이가 찾아왔던 그때를 원망도 하지만 덕분에 꿈을 품고 살아왔을 그의 인생은 결코 초라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수족관 속 세계가 전부가 아닌 것처럼 자그마한 샛별다방에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도전하는 그의 꿈은 찬란했을 테고 아직도 진행 중이며 언젠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예술을 고민하며 명작을 향해가겠다는 승돌에게 사나이가 남긴 “허세는 기세가 될 수 있다”는 말은 그래서 더 소중하게 와닿는다. 당당히 꿈을 품고 살아가라는 의미이니 요즘 말로 바꾸자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정도 되겠다.이야기를 쓴 오세혁 작가는 작품에 대해 “꿈을 이루는 이야기가 아닌 꿈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루는 극적인 서사는 없지만 그래서 ‘홀연했던 사나이’는 더 현실감 있게 와닿는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웃고 빠져들다 보면 살면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낭만, 꿈, 사랑 같은 소중한 단어들을 되새기게 된다. 어른이 되면서 조금씩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벽과 좌절에도 결코 꺾이지 않을 용기도 함께 얻게 된다. 오 작가는 “1초가 쌓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쌓여 삶이 되고 내가 쌓은 삶이 누군가의 1초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그날까지 모든 분들의 1초를 응원한다”면서 “극장에서의 100분이 흐르면 다시 극장 밖의 하루를 뜨겁게 살아 나가야 하는 관객분들에게 1초의 시간만큼이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란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오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에서.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AI로 창작하는 소비자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AI로 창작하는 소비자

    아부다비에 다녀왔다. 유네스코가 주최한 제3회 문화예술교육 세계대회는 변화하는 국제 정세와 사회적 가치 등을 반영한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를 채택하는 국제 행사였다. 한국대표단으로 참석해 인공지능(AI) 기반 교육 확대 전략을 주제로 문화예술 분야의 비인간 교수자 도입 방안을 발표했는데 챗GTP의 도움으로 보다 설득력 있는 발표 자료를 만들 수 있었다. 챗GPT의 활용과 인기는 소셜미디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AI로 만든 햄스터 캐릭터로 스토리를 이어 가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만든 지 3주 만에 팔로어가 1만명을 넘어섰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콘텐츠를 창작물로 볼 수 있는지, 저작권 이슈는 없는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즐기는 입장에서는 AI가 만든 창작물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만 하다. 챗GPT는 아직은 그 자체로 재미를 창출하지는 못한다. 챗GPT로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은 유사하지만 재미의 수준에는 차이가 있어 반응도 제각각이다. 결국 재미라는 것이 챗GPT를 활용하는 창작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챗GTP는 제작에 대한 기능적 전문성이 없더라도 창의적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보여 줄 수 있게 하므로 아이디어는 갖고 있지만 시각적으로 표현할 능력은 없었던 소비자들을 새로운 창작자로 만들어 주는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학 관점에서는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감상하기만 했던 컨슈머가 창작자이자 소비자인 크리슈머로 진화한 것으로 해석한다. 크리슈머는 ‘크리에이터’와 ‘컨슈머’의 합성어다. 로봇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논의됐던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이 챗GPT에도 적용된다. ‘불쾌한 골짜기’란 인간이 로봇 등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인간과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호감도도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이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는 상황을 뜻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챗GPT가 인간과 유사한 화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말로 살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고, 이러한 의문은 불쾌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챗GPT를 실생활에서 이미 유용하게 활용하고 점점 실용도가 높아지면서 불쾌한 골짜기를 논의할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직업 안정성에 위험을 가져올 기술 발전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러다이트운동이다. 그러나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창작은 튜브물감의 사용으로 등장한 인상주의나 카메라의 발명으로 등장한 사진과 영화, 컴퓨터의 사용으로 등장한 미디어아트와 같이 인간의 창작 방식을 진일보시키는 발전으로 바라봐야 한다. 텍스트만 입력하면 영상이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곡을 만들고 원하는 콘셉트로 연주까지 해 주는 AI 플랫폼들이 등장했다. AI를 활용한 새로운 창작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이전에는 감히 창작에 나서지 못했던 잠재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창작 참여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만들고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해지는 것이다. 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인간이 사라진 미술에 대한 70대 작가 4인의 고민

    인간이 사라진 미술에 대한 70대 작가 4인의 고민

    “미술에서 인간이 사라졌다.” 미술이 하나의 투자 상품으로, 환금성에 주목하는 수단이 되면서 한 원로 작가가 내뱉은 일갈이다. 이런 소란한 세태를 떠나 우직하게 자신의 작업에만 전념해 온 작가들이 있다. 김을, 김주호, 김진열, 서용선 등 70대 작가 4인은 각자 교편을 일찍 내려놓거나 서울에서 벗어나 ‘사람’을 주제로 자유롭게 자신만의 예술을 궁구해 온 이들이다. 한국 추상 조각의 선구자인 김종영(1915~1982)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비영리미술관 김종영미술관이 이들의 작업을 개인전 형식으로 모아 펼치며 ‘예술의 본령’을 다시 묻는다. “세속적 물욕과 구속을 배격하고 창작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김종영의 철학과 맞닿는 작가들을 새해 첫 전시(용 龍·用·勇)로 초대한 것이다.중앙일간지 편집국에서 근무하다 1980년대 중반 강원도 원주로 내려간 뒤 교수직을 일찍 내려놓은 김진열은 양철이나 폐지 등 폐품으로 폐지 줍는 노인 등 평범한 이웃들의 실루엣을 만든다. 그 위에 거친 붓 터치를 입혀 삶의 현장에 켜켜이 얹힌 무게를 그려 냈다.서울대 미대 교수 정년을 10년 남기고 조기 퇴직해 경기도 양평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서용선은 도시 풍경, 역사화, 자화상 연작 등으로 세상과 맞닿아 살아가는 과정, 내면 살피기 등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을 작품으로 풀어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채색한 대형 나무 인물상들을 만날 수 있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성공한 작가를 꿈꾸는 예비 작가들과 일상에 매몰된 관람객에게 이들 작가의 화력은 인문을 통찰하게 하는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대상 담은 발레… 서울시민 문화갈증 해소”

    “시대상 담은 발레… 서울시민 문화갈증 해소”

    국내 첫 공공 컨템퍼러리(현대)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이 창단했다. 국내 클래식 발레단과 달리 서울시발레단은 오늘날의 시대상을 담은 안무가의 창작물과 한국적 독창성이 담긴 작품들을 지향한다는 게 차별점이다.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은 20일 서울시발레단 창단을 통해 시대와 호흡하는 컨템퍼러리 발레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국내에 공공발레단이 창단된 건 국립발레단(1962년), 광주시립발레단(1976년)에 이은 세 번째로 48년 만이다. 이날 창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내 발레의 저변이 부족하고 티켓 가격도 부담스러워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시민들이 즐기기에 충분치 않았다”며 “서울시발레단 창단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K콘텐츠의 스펙트럼을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발레단은 오는 4월 창단 사전공연으로 현대무용 대표작과 창작 발레를 재구성한 ‘봄의 제전’(안무 안성수·유회웅·이루다)을 선보인다. 이어 8월 창단 공연은 재미 안무가 주재만이 연출·안무를 맡은 셰익스피어 원작의 ‘한여름 밤의 꿈’을 국내 초연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클래식 발레를 하는 상황에서 서울시발레단까지 (클래식 발레를)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며 “세계적 발레 흐름도 클래식 발레와 현대 발레가 5대5가 되고 있다”고 창단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발레단은 단장(예술감독)과 단원이 없는 ‘프로덕션 시스템’ 운영 방식을 실험한다. 단장과 정년이 보장된 단원으로 운영되는 기존의 공공예술단 시스템을 탈피해 안무가와 작품별로 공연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매 시즌 선발된 시즌 무용수와 프로젝트 무용수,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200여명의 한국인 무용수가 객원으로 무대에 선다. 창단 첫 시즌 무용수로 129명의 오디션 참가자 중 선발된 김소혜(34), 김희현(37), 남윤승(22), 박효선(35), 원진호(33) 등 5명이 올 시즌 공연을 이끈다. 프로젝트 무용수 17명도 선정됐다. 안 사장은 “궁극적으로는 예술감독 체제를 지향하지만 향후 1~2년 동안은 새로운 공공모델 방식으로 운영할 생각”이라며 “시즌 단원제는 많은 무용수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은 독창적인 자체 레퍼토리를 조기에 개발하면서 해외 유명 안무가들의 라이선스 공연과 신작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AI… 창작의 영역까지 발 들이다[AI 블랙홀 시대]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AI… 창작의 영역까지 발 들이다[AI 블랙홀 시대]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SF 거장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이다. 이 작품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안드로이드들이 등장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소설이 쓰였던 1968년만 해도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은 SF 소설과 영화의 소재일 뿐이었으며, 설사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인간 고유의 창조성이나 공감 능력은 가질 수 없어 인간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 봤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등장함에 따라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언어, 이미지, 음성, 동영상 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22년에는 이미지 생성형 AI ‘미드저니’로 만들어 낸 그림이 미술 대회에서 1등 상을 받으면서 그동안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알려진 창조력에서마저 AI가 앞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처럼 인간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AI는 불과 몇 분 만에 결과물을 도출해 낸다는 점도 인간에게 좌절을 안겨 주는 부분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AI를 새로운 창작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1층 로비에는 2022년부터 AI가 만든 ‘Unsupervised’라는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도 이미지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든 작품이 전시됐다.국내에서도 다양한 예술 창작 분야에 생성형 AI를 사용한 작품들이 대중과 만나고 있다. ‘주사위 그림’으로 잘 알려진 극사실주의 화가 두민(47)은 2019년부터 AI로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원 화성 미디어아트 축제에서 AI로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백남준이 브라운관을 작품에 활용했을 때 ‘미친 사람’ 소리를 들었듯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통해 새로운 기술에 반응하고 도구화해 온 것이 미술사의 과정”이라면서 “AI를 활용한 작업도 새로운 미술 장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학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창작 활동이 하나둘 눈에 띄고 있다.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AI ‘시아’는 2022년 ‘시를 쓰는 이유’라는 시집을 내 문학계에 충격을 안겨 줬다. 지난해 8월에는 시아가 창작한 시를 대본으로 만든 시극 ‘파포스 2.0’이 공연됐다. 그런가 하면 AI가 작사, 작곡, 편곡을 모두 하면서 대중음악의 영역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2016년 AI 작곡가 ‘이봄’(EvoM)을 개발했다. 이봄은 클래식 이론을 학습했으며 트로트부터 K팝까지 다양한 대중음악 작곡이 가능하다. 실제로 원하는 음악 장르와 곡 길이를 입력하면 이봄이 선율을 만들어 낸다. 3분짜리 곡 하나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 정도에 불과하다. 같은 해 룩셈부르크에서 개발된 AI 아티스트 ‘에이바’(AIVA)는 2019년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 작곡가로 등록되기까지 했다. 창작자들은 현재 수준의 AI에 대해 공통적으로 “사용자가 더 똑똑해져야 제대로 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챗GPT를 활용해 쓴 시를 시집에 수록한 박참새 시인은 “내가 나아져야 AI도 더 나은 결과를 산출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AI 개발자들이 원하는 것은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인 만큼 창작자들에게 놓인 과제는 그것과 어떻게 교류할 것인가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현재 AI의 창작을 이야기하면 대개의 경우 저작권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간이 이전에 만들어 낸 데이터를 학습해 조합해 낸 것이 AI의 작품들이기 때문에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기술철학자나 예술철학자들은 좀더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I는 예술작품을 창작할 수 있을까” 또는 “AI가 만든 작품을 예술로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빅 퀘스천: AI+, 미래, 탐험’이라는 주제로 열린 ‘서울미래컨퍼런스’의 연사로 참여했던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교수는 “많은 작가가 AI를 활용한 작품을 내보이고 있지만 미학적 담론에 포섭될 만한 획기적인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현재 AI로 내놓는 작품들은 미디어아트의 변종이며, 조금 과장한다면 백남준의 성취를 넘어선 AI 예술작품은 없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AI는 작가가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 예술 창작 도구로 ‘AI’ 인정… 저작권은 인간에게만 허용[AI 블랙홀 시대]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시·소설, 시나리오 등의 글쓰기부터 음악, 미술 등 예술 창작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AI를 창작 도구로는 인정하고 있지만 저작권은 인간에게만 허용된다는 게 원칙이다. 국내 대중음악 창작에는 AI가 깊숙이 침투해 있다. 지니뮤직은 지난해 AI를 활용한 편곡 서비스 ‘지니리라’를 선보였고 김형석 작곡가는 AI 편곡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AI 저작권이 취소된 사례도 나왔다.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가 개발한 AI 작곡가 ‘이봄’(EvoM)이 곡을 쓴 노래 ‘사랑은 24시간’은 가수 홍진영이 불러 2021년 2월 음원이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AI 작곡 사실을 확인하고 이봄에 대한 저작권 취소와 함께 저작권료 지급을 중단한 바 있다. 김현숙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정책법률연구소장은 “AI가 작곡·작사한 음악은 원천적으로 지식재산권이 인정되지 않으며 AI 가창의 경우 실연권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창작자들이 AI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한 경우에만 저작권 등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AI가 쓴 시와 소설 역시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창작물이 아닌 기존 작품들을 활용한 ‘산출물’에 불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작가협회가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기존 저작물의 무단 학습 소송 결과가 나오면 저작권 다툼의 기준이 확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화 민음사 편집자는 “생성형 AI를 창작에 활용하는 작가가 늘어나는 건 간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민감한 ‘2차 저작 인용’ 문제를 출판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 웹툰 작가를 주축으로 국회가 논의 중인 ‘AI 학습 면책권’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들은 “‘TDM’(텍스트와 데이터 마이닝) 면책 규정이 무분별하게 도입되면 AI가 기존 웹툰들을 무단 학습해 상업적으로 무차별 이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AI가 그린 그림과 사진 작품도 이미 법적 판단이 나오거나 피소되는 상황에 부닥쳤다. 지난해 8월 미 연방법원은 AI로 만든 미술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불허하는 첫 판결을 낸 바 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최근 유명 예술비평가 제리 살츠가 로마에서 AI 작품을 구매하면서 논쟁이 붙었지만 진짜 미술품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발간한 문화체육관광부는 AI의 데이터 학습과 관련한 저작권 보호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지난해 12월 AI 콘텐츠에 대한 워터마크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켰고, 우리 국회에도 AI 콘텐츠의 표기를 의무화하는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앞으로 AI 창작물의 경우 AI가 얼마나 관여했는지 판별하는 기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저작권 이슈가 첨예한 창작물의 경우 표절 여부부터 해당 창작물에 대한 AI의 참여율을 수치화하는 판정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 ‘섬 안에 島’ 제주 올레길과 함께하는 섬 여행 [두시기행문]

    ‘섬 안에 島’ 제주 올레길과 함께하는 섬 여행 [두시기행문]

    제주 올레길 27개의 코스 중 제주 본섬을 걷는 23개의 코스는 저마다의 매력적인 모습으로 제주의 숨은 비경은 물론 역사와 생활 모두를 느끼고 눈으로 볼 수 있다. 남은 3개의 코스는 제주 본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섬 트레킹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제주 부속섬은 62개이며, 그 중 유인도는 8개다. 제주시로 속한 섬으로는 우도, 비양도, 상·하 추자도, 횡간도, 추포도가 있으며, 서귀포에는 가파도와 마라도가 있다. 그 외 부속섬은 무인도이거나 개인 사유지로 경관은 빼어나지만 들어갈 수 없는 섬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 올레길에 해당하는 코스는 우도, 가파도, 추자도로 관광지로도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제주에 속하지만 조금은 다른 생활관을 가진 섬들의 트레킹은 특별한 여행이 아닐 수 없다. 섬에서 섬으로 떠나는 특별한 여행, 올레길 섬 코스를 소개하려 한다. 1-1 코스 우도천진항을 시작으로 우도 한 바퀴를 걸으며 다시 천진항으로 돌아오는 올레 1-1코스는 11.3㎞로 푸른 초원과 검은 돌담 그리고 등대가 가장 제주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제주의 부속 섬 중 제일 큰 규모의 섬으로 소가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우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도로 들어가기 위해선 종달리와 성산읍 성산항에서 도항선을 타야 하며 성산항이 배가 더 많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우도의 두 항구(천진항, 하우목동항)로 실어 나른다. 천진항이나 하우목동항 두 곳에서 시작하는 우도 올레는 삶의 터전인 마을 길을 걸으며 호밀, 땅콩밭 등을 지나며 소들이 있는 마을을 지나간다. 옛 우도의 돌담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으로 정취가 느껴지며 5월에 호밀밭은 황금빛이 일렁이듯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청진항 마을에 독특한 모습이 있는데 집마다 이름이 붙어 있어 정감을 더 해준다. ‘아름다운 우리 집’, ‘영숙 이모네’ 등 집들의 이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우목동마을에서는 찾아볼 수는 모습이니 청진길 마을 사람들의 센스를 느껴 보도록 하자. 우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곳인 홍조 단괴 해변을 만날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서빈백사 혹은 산호해수욕장으로 알려진 곳으로 현재 천연기념물 43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홍조 단괴라는 석회조류가 분포하고 있어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제주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우러진 홍조 단괴 해빈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을 추천해본다. 참고로 이곳엔 맛집인 톳 짬뽕(짜장)과 우도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중간 스탬프 지점이 있는 하구수동은 이국적인 느낌의 우도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이 있다. 푸른빛 눈부신 바다와 하얀 모래가 아름다운 곳으로 깊이도 깊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해수욕하기 좋으며 여름철 우도에서 제일 새로운 곳이기도 하다. 또한 코스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우도와 연결되어있는 작은 섬 보물섬 비양도도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백패킹의 성지로 불리는 비양도는 초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주의 가장 동쪽에 해당하여 일출을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며 고려 시대 군사 목적의 봉수대도 함께 볼 수 있다. 하고수동을 지나 마을 길로 진입하여 관광용 카트나 바이크로는 볼 수 없는 우도 사람들의 생활관을 눈으로 보며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우도의 올레길 코스에 포함된 랜드마크와 같은 우도등대는 인근으로 드넓은 초원과 등대공원을 감상하며 제일 높은 곳에서 우도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검은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인 검멀레해변을 겸하여 구경한다면 우도의 모든 모습을 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도 올레 1-1코스는 바닷길과 밭길, 푸른 초원과 우도봉 등 다양한 모습이 있으며 제주도의 옛 돌담과 우도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소요 시간은 4~5시간이며 서빈백사, 하고수동해변 인근에 맛집이 많아 잠시 여유를 갖고 올레길을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10-1코스 가파도상동포구에서 시작하여 가파 치안센터까지 향하는 4.2㎞의 가파도 올레는 작은 섬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의 유인도 중 가장 낮은 섬인 가파도 올레는 제주도 부속섬 중 번째로 큰 섬으로 바다를 헤엄치는 가오리(제주방언·가파리)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하여 가파도가 되었다는 설과 덮개 모양을 닮아 ‘개도’로 부르던 것이 가파도라 굳혀졌다는 설 등이 있다. 인구 407명 면적 27만 2250평의 크지 않은 섬이며 조정에 진상을 위한 소 50마리를 방목하여 키우며 지키기 위해 40여 가구가 첫 입도를 한 것이 1750년도이다. 인근 해역에 어자원도 풍부하여 낚시꾼들의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명포인트이기도 하다. 가파도를 방문하기 위해선 대정읍 운진항에서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 운진항에서 가파도로 향하는 배편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50분까지이며 매시간 정각에 출발하며 반대로 운진항으로 돌아오는 배편은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4시 10분 매시간 20분 출항하고 있다. 가파도의 돌담은 일반 제주의 돌담과는 조금 다른 모습인데 가파도 앞바다에서 채취한 돌들로 만들어져 있다. 가파도를 다른 모습의 돌담길 걷다 보면 자연스레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해안 길을 걷다 보면 마주하는 소망 전망대에 오르면 신기하게도 가파도의 모든 곳을 조망할 수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낮은 전망대가 아닐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청보리밭의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어딜 가나 포토존이 되어버리는 보리밭길은 돌담과 바다의 조화를 이루어 매력적이고 신비롭다. 특히 4월 초에서 5월에 가파도는 청보리 축제가 열리는 시즌으로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열린다. 1m 넘는 보리들이 너울과 같이 넘실대는 모습은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가파도 올레의 마지막 구간인 가파 치안센터를 마지막으로 올레길은 마무리되지만, 치안센터에서 다시 배를 타야 하는 상동 포구까지 향하는 가파도 벽화마을은 문화 작가들의 창작 공간이며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토리 있는 벽화마을의 작품들을 보며 천천히 가파도를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가파도는 길고 긴 제주 섬의 올레길을 걷느라 수고한 몸과 마음에 대한 보상과 같은 곳으로 편안하게 쉬며 여유를 즐기는 올레 코스이다. 가벼운 간식을 챙겨서 방문하는 것도 좋고 상동포구와 하동포구 그리고 가파초등학교 인근에 식사하거나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18–1·2코스 상·하 추자도추자도 올레는 기존에 18-1코스로만 개장한 뒤 2022년 6월 추가로 18-2코스를 개장했다. 숨겨진 아름다움을 더 볼 수 있게 되었으며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올레꾼의 성지다. 추자면 사무소를 시작으로 신양항까지 향하는 18-1코스의 상추자도와 올레 신양항을 시작으로 추자면 사무소까지 향하는 18-2코스의 하추자도 올레로 구성되어있다. 추자도는 약 1600명이 거주하고 있는 섬으로 1.53㎢ 해안선 길이 8.3㎞의 섬으로 옛날 뱃길로 제주와 육지를 오가다 바람이 심하면 바람을 피했던 섬으로 기다리는 섬이라 하여 후풍도라 불리다 태조 5년 이 섬에서 추자나무 숲이 무성한 탓에 추자도라 불리게 되었다. 추자도는 제주도에 속하지만 완도에 근접해 있어 언어, 문화 등이 전라도에 가까운 경향이 있다. 4개의 무인 섬과 38개의 무인 섬이 모여 있어 겹겹이 보이는 섬의 봉우리들이 섬이 아니라 깊은 산중에 들어와 있는 기묘한 감각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추자도를 가기 위해선 제주항에서 페리호를 타고 1시간 20분을 이동해야 한다. 추자면사무소에서 시작되는 18-1코스는 11.4㎞이며 명소로 해발 85.5m 봉골레 산에서 바라보는 마을과 다도해상의 섬들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마을 지나가는 구간에는 다양한 벽화와 추자도에 관한 이야기를 보고 느낄 수 있다. 1970년대 말에 부산과 목포 그리고 동중국해를 오가는 배들의 안전 항해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추자 등대도 지나치게 된다.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이어주는 추자교를 지나다 추자의 숲길로 들어서며 돈대산 정상으로 향한다. 해발 164m 돈대산 정상에서라면 아름다운 추자도의 섬들과 풍경을 볼 수 있다. 환상적인 일출로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며 쉴 수 있는 정자와 전망대가 있어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가기 좋은 곳이다. 예초포구를 지나 예초리 기정길(바닷가 절벽을 뜻한다)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바다와 추자의 숲이 조화를 이루며 탄성을 자아낸다. 신양항을 끝으로 마무리되는 18-1코스 그리고 같은 곳에서 시작되는 18-2코스는 추자면사무로 향하는 9.7km 추자도 올레이며 산봉우리를 넘나들며 드넓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길이다. 명소로는 추자의 바다와 바람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졸복산 트레킹길을 지나 대왕산 황금길을 만날 수 있다. 해발 72.5m 대왕산은 추자도의 22개의 산 중 16번째로 높은 산으로 산은 낮아도 볼거리가 풍부하며 응회암류가 대부분인 추자도에서 제주의 현무암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대왕산 황금길에서 목리슈퍼까지 2km 구간은 능선에서 바라보는 하추자도의 모습과 해안의 절경은 추자도의 대표적인 명소인 나발론 절벽을 축소해 놓은 듯하다. 목리슈퍼를 지나 금파골로 들어서면 무성하게 자란 숲 사이로 고용한 생명력이 느껴지고 추자의 생태를 눈으로 소리로 느낄 수 있다. 추자의 능선길을 지나 상추자도로 이어진 다리인 추자교를 지나면 어민 대일 항쟁 기념비를 만날 수 있다. 일제강점기 두 차례 일어났던 어민항쟁의 역사를 기록하고 후세에 전하기 위해 세운 기념비이며 폭리를 취하는 일제에 700여 명의 어민이 저항하고 어장을 침범한 일본인에게 총궐기에 나섰던 사건이다. 기념비를 지나 다시 첫 출발지였던 추자면 사무소로 향하게 되면 추자도 올레의 마무리가 된다. 추자도 올레는 산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구간이 많아 난이도는 상에 해당한다. 상·하 추자도 두 코스를 하루 만에 완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니 1박 2일 코스로 잡아 나누어 걷는 것을 추천한다. 아니면 여유롭게 한 코스를 선택해서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숲속을 이동하는 구간이 많아 간식 등의 먹거리를 챙기는 것이 좋으며 하추자의 경우 식당이 두어 곳뿐이며 대부분의 상권은 상추자에 몰려 있다. 추자의 대표적인 조기정식을 먹어보는 것도 별미이니 여유롭게 먹고 즐기는 즐거운 올레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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