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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 도자기 축제/6일 개막… 17일간 다채로운 행사

    ◎흙과 불과 빚어내는 동양예술의 꽃 전통 도자기 문화와 관광의 만남. 한국 제일의 도예촌 경기도 이천에서 「흙과 불의 잔치」인 도자기축제가 6일 개막돼 22일까지 17일동안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천시가 주최하고 이천문화원과 이천도자기사업협동조합이 주관,문화체육부·서울신문사가 후원하는 이 이천도자기축제는 전통 도자기의 관광상품화를 통해 우리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관광산업의 육성을 목적으로 열리는 대규모 행사.올해로 10회째를 맞는다.약 2백50개의 요장이 밀집돼 있고 인근에 이천온천은 물론 용인민속촌과 자연농원,여주 신륵사,수안보온천,충주호 등 관광명소가 산재해 서울 근교의 관광상품으로 연계되는 독특한 문화관광축제의 성격을 인정받아 문화체육부가 지정하는 8대 지방축제 시범행사의 하나로 선정돼 있다. 올해 축제는 우리민족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중 하나인 전통 도자문화를 강조하면서 예년에 비해 관람객들의 직접적인 참여행사를 대폭 늘려 한국 전승도예품에 대한 각종 전시회와 제작시연,할인판매장 개설등다양하게 꾸며지는데 크게 ▲도자기시장과 ▲도자기이벤트 ▲특별이벤트 등 3부분으로 나누어진다.이 가운데 도자기시장은 행사장 전체를 도예의 정신이 깃든 도예공원으로 만든다는 주최측의 뜻에 따라 마련되는 자리.이천소재 1백20개 도자기업체가 참가하는 전시회인 만남·체험·교류 등 3개의 장으로 구성됐다.만남의 장에는 관람객들이 전체 행사분위기를 느끼도록 행사장 입구에 소형가마를 전시하면서 대형 빗살무늬토기 모형과 도자기 벽화제작물 전시로 구성된다.이 벽화는 미리 공모전을 통해 밑그림이 선발된 6개팀이 도자기 파편과 도자기·흙·천연타일 등을 이용해 장식하는 것으로 축제기간중 줄곧 전시된다. 도자기이벤트는 전통가마 불지피기를 비롯해 해강도자미술관 특별전시회,한일 도자기심포지엄,내가 만드는 도자기로 꾸며진다. 또 특별이벤트로는 한일 다도발표회와 민속놀이마당,국제꽃꽂이교류전이 펼쳐진다. 이 축제는 6일 전야제 행사로 이천시민회관에서 「설봉아가씨 선발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7일 상오10시부터 취타대퍼레이드와 함께 경기도당굿,지신밟기와 길놀이,도예헌장 선포 등 개막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리게 된다.이날 개막 축하 퍼포먼스로는 만물의 근원지이며 창조처인 흙과 자연에 인간의 예술적 의지를 결합,불­자연­인간 의지의 결정체인 도자기의 탄생과 도공의 혼을 형상화한 「흙과 불의 잔치」를 연출한다. 미란다호텔 앞에 마련되는 이천 도자기축제 행사장에는 도자기 할인판매장을 중심으로 도예작품 전시장,경매코너,놀이마당,전통차 시음장,향토음식 시장,이천쌀 등 특산물 판매코너가 마련돼 행사기간 내내 축제 분위기를 돋우며 특히 이천 도자기를 50% 할인된 값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 매일 상오 10시부터 하오5시까지 도자기 장인의 땀과 혼이 합쳐져 예술로 승화하는 흙밟기·성형·정형·조각 등 도자기제작 4단계 과정을 도공들이 직접 실연해 보여주는 자리가 마련되며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로 내가 만드는 도자기코너와 도예교실이 마련된다.여기에서는 관람객들이 필통·접시·항아리 등 이미 초벌구이된 도자기를 구입해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직접 글씨나 그림 등을 그려넣은 뒤 재벌구이한 작품을 얻을 수 있는데 이 작품들은 집으로 우송해 준다. 우리 전래의 전통 창작가마를 통한 도자기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행사도 특이한 프로그램.방문객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 고유 도자기의 예술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12개의 전통가마 보유 요장이 참가하는 전통가마 불지피기 행사가 그것으로 축제기간 내내 계속된다.도자기 제작과정의 하이라이트인 이 불지피기는 전통 가마에 장작불을 지펴 도자기를 구워내는 전통기법을 그대로 재연하게 된다. 부대행사도 다양하다.해강도자기 미술관에서 열리는 도자기 유물특별전과 함께 한·일 도예심포지엄 및 국제 다도시연회가 예정돼 있다.국내에 하나 뿐인 도자기 전문박물관인 해강도자기 미술관에서는 우리나라 도자기 문양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훼 문양이 들어간 옛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도자기속의 화훼문양전」을 7일부터 10월20일까지 열 예정.또 「한국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국도자기의 개념을 정립해보는 「한·일 도예심포지엄」은 한일 문화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자리로 일본의 도자기 전문가와 정양모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참여한다.이밖에 국제꽃꽂이전시회,도공연극,설치미술전 등도 열리며 행사기간 중에는 행사장과 도예촌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행사를 주관한 이천문화원측은 『올해 축제는 이천도자기 축제를 국내 대표적인 문화관광축제로 발전시키고 99년 세계도예박람회 개최를 위한 기반조성 차원에 맞춰 집중적으로 준비했다』면서 『올해 행사를 바탕으로 이천 뿐만 아니라 여주·광주 등 인근 지역과 협의해 이 축제를 광역 축제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 장타령 흥겨운 뮤지컬 「고래사냥」(객석에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중인 우리 창작뮤지컬 「고래사냥」(극단 환퍼포먼스,연출 이윤택)은 자신도 모르게 어깻짓을 하게 만든다. 뮤지컬은 물건너온 장르이지만 「고래사냥」에서는 버터냄새를 전혀 맡을 수 없다.브로드웨이식 뮤지컬이 최첨단의 시설,화려한 의상과 무대로 관객에게 「서커스」같은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고래사냥」은 함께 노래부르고 박수치는 마당놀이의 성격을 갖고 있다. 특히 2막 가운데 시골장터에서 장거지(장두이)가 부르는 각설이타령에 이어 병태(남경주)와 춘자(송채환)가 관람석으로 뛰어들어 구걸하는 대목은 영락없는 마당놀이다. 「고래사냥」이 우리 정서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장인」 이윤택의 연출솜씨 덕분임은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연기자의 뛰어난 연기력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타고난 뮤지컬배우인 장두이와 남경주.이들의 「치고받는」 대사,온 무대를 휘감는 노래와 춤솜씨,익살맞은 표정연기만 보고 있어도 기운이 난다.84년 개봉작인 영화 「고래사냥」의 안성기와 김수철에 비해 장두이가표현한 거지는 더 교활하지만 철학적이고 남경주의 병태는 영리하면서도 순수성을 간직한 요즘 대학생이다. 이처럼 성공작이라 불릴 만한 「고래사냥」도 중간중간 아쉬운 부분을 갖고 있다.1막에서 고조된 극의 전개가 2막이 오른 후 장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느슨해져 관객의 호흡을 흐트러뜨린다.특히 2막에서 동해바다를 찾아 나가는 과정을 대형스크린에 영상으로 처리해 오히려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버린 셈이 됐다. 또 하나 거리세트의 간판에 협찬사업체의 이름을 그대로 집어넣은 것은 주최측의 장삿속을 들여다 본것 같아 씁쓸해진다.9월4일까지 공연.
  • 한수산씨 신작 「사랑의 이름으로」 펴내

    ◎상투적 소재로 ‘사랑의 양면’ 해부/자살­정신병으로 끝난 여 스승­제자의 불륜/“성의 지나친 사회적 억압은 역효과 초래” 소설,에세이,청소년물 등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 글쓰기」를 보여줘 온 작가 한수산씨가 신작장편 「사랑의 이름으로」를 문학사상사에서 펴냈다.고등학교 여선생과 제자간의 불륜이라는 다소 상투적인 소재를 통해 사랑과 성의 관계방식들을 살펴보는 이 작품은 94년부터 2년간 월간 「문학사상」에 분재됐던 것. 중심인물인 형민은 기억도 할 수 없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불륜의 정사에 휘말려 자살하자 독신인 고모의 손에 맡겨져 속으로 외로움을 키운다.그런 그가 미술선생 신애를 만나면서 둘사이엔 걷잡을 수 없는 정염이 불붙는다.하지만 둘만의 사랑은 학교당국에 의해 발각돼 산산이 부서진다.사회적 압력에 신애는 자살하고 학교에서 쫓겨난 형민은 정신병원행에 이르는 것. 『아무리 고상한 말로 분칠해도 애욕과 정염을 떠난 사랑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자연스러워야 할 성을너무 억압,오히려 파괴적인 분출을 자초하지 않습니까.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마음먹고 사랑의 양면을 까발려봤어요.파격적 상황을 설정,사회적 금기의 벽에 부딪쳐 보는 것도 소설적 자유의 하나일테니까요』 흔한 줄거리에도 불구,한씨 특유의 감성적 문체는 섬세한 물무늬처럼 일렁이면서 작품전체에 독특한 문학적 향기를 던지고 있다.고모와 어린 형민이 함께 하는 일본식 욕조에서의 목욕장면은 알몸과 수증기가 뒤섞인 우유빛 분위기로 불순한 근친상간의 느낌을 일깨우고 있고 작품전체에 후조음처럼 깔리는 죽은 애인에 대한 형민의 회상도 날렵한 이미지들로 처리된다.이처럼 작가는 빼어난 감성으로 통속의 혐의를 슬쩍슬쩍 비켜가고 있다. 『밀란 쿤데라는 인간은 지식이나 자연,역사 따위가 아니라 성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했어요.그의 작품은 항상 인간의 성을 부각시키면서도 문학적 품위 역시 잃지 않아요.그처럼 천격으로 떨어지지 않는 성애의 문학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72년 작가로 데뷔한 뒤 현재까지 단행본만 70여권쯤 냈을 것이라는 한씨.최근엔 FM 음악프로 진행까지 맡아 가장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작가가 된 그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척화의 문제를 다룰 시대물,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기독교의 착근과정을 살펴볼 종교소설,식민지 청산을 목표로 일제시대를 그릴 작품 등이 앞으로의 3대과제』라고 창작계획을 밝혔다.
  • 중견작가 송기숙씨 신작 「은내골기행」

    ◎아직 끝나지 않은 ‘민족분단의 상처” 민족문학 진영의 중진작가 송기숙씨(61)가 분단전쟁과 민청학련 사건을 양 축으로 한 신작장편 「은내골기행」을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냈다. 은내골은 이야기의 중추적 공간인 남도의 한 마을.하지만 평화롭고 예쁜 이름과 달리 그곳엔 분단이 물려준 뒤틀린 역사가 깊이 감춰져 있다. 민청학련 관련 1심공판이 피비린내를 풍기던 74년,신문기자 명호는 잡지에서 6·25 1년전 장마로 수몰됐던 은내골의 수호석 선돌이 다시 나타났다는 기사와 한데 실린 사진을 접한다.기획기사에서 친일파 문제를 다뤘다가 해직돼 민청학련 공판 결과만 무력하게 지켜보던 그는 당장 은내골로 달려간다.은내골은 명호에게 6·25때 사촌형을 따라왔다가 사귄 또래 여자친구 혜선이와의 아름다운 추억과,얼마 못가 잿더미가 된 전란 와중에 그 친구를 잃어버린 아픔이 공존하는 곳. 다시 들른 마을에는 한때 추앙받던 진국사 주지스님이 전 인민위원장의 아내 한몰댁과 관계를 가져 아이를 낳았다는 흉문이 떠돌고 악덕 친일파 차출만이 절주변의 땅을 가로채려는 흉계를 꾸민다.명호는 미륵불 그리기에 열중하는 화가 선경을 만나지만 둘 사이의 풋풋한 사랑은 무르익지 못한다.한몰댁의 아이는 월북했다 간첩으로 내려온 남편의 핏줄이었으며 과부였던 선경의 어머니를 강간,선경을 태어나게 만든 차출만은 이를 감지,당국의 감시를 끌어들인 것이다.결국 한몰댁의 간첩 남편과 민청학련을 연계시키려는 당국에 의해 명호와 함께 잡혀들어간 선경은 혹독한 고문 끝에 끝내 정신병자가 된다.
  • 소설가 김채원(인물탐구:101)

    ◎틀·관념 거부… 투명·영롱한 문학세계 지향/산수화 같은 셈세한 묘사… 문단에 신선한 충격/새로운 언어·글쓰기 형식 찾아 고집스런 노력/파인 김동환·여류뮨인 최정희사이 출생… 언니도 소설가 김채원의 단편 「가득찬 조용함」은 4개의 파트로 나눠진 소넷 같은 소설이다.첫 패러그래프는 이렇게 시작된다. 「조그만 아이가 커다란 목욕탕에 들어앉아 오색공을 가지고 놀고 있다.아이의 머리통보다 조금더 큰 공이다.빨강·파랑·노랑·주황·초록으로 칠해진 공의 색채가 이 한낮을 바로 그런 색채의 무수한 조각으로 갈라놓고 있다」.「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들과 가끔씩 불어오는 미풍이 그런 색채속에 휘말려 소용돌이」치듯 작가는 눈에 보이지않는 비실제의 색채를 만져지는 실제로 실천시키고 있다. 83년 김채원이 이 소설을 발표했을 때 문학평론가 원형갑은 「이와 같은 섬세한 묘사의 세계는 산수화에서 느낄수 있는 녹차의 맛과도 같은 맛」「귀떨기를 스치고 지나는 가을 바람과도 같은 인간의 진지함을 돌이키게 된다」고 호평한바 있다.그리고 「그의 소설에 관심을 갖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이미 겪었던 삶을 다시 살아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미지의 삶으로 우리를 유도하기때문」이라고 했다.「그의 예사롭지 않은 작가적 감수성」은 내적독백 무의식 잠재의식 패러디의 방법으로 「스토리라는 이데올로기에 매어있지않고」 「그의 주인공들은 스토리를 전제하는 가운데 살고있지도 않으며 다만 일상이 그려놓은 단조로운 기억과 환상위에 어렴풋한 형상을 만들어내고 그 형상위에 일상의 발자욱을 겹치면서 본래의 자취에다 진실의 밝은빛을 뿌려나간다」는 것이 평론의 요지다. ○스토리 전제않고 작업 김채원은 소설 「초록빛 모자」「겨울의 환」이 널리 알려져있으나 그의 소설을 대중적인 인기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일단의 평자들은 「그것에 남성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넓은 범주의 페미니즘 문학」으로 구분짓기도 한다.그러나 그는 「작가로서의 세계감각」과 「즉물적이고 즉사 즉시적인 생활문장」으로 그 어느것도 충실하게 현실에 대응하고 소설진행상에서도 장면과 장면의 연결보다는 「장면과 장면의 겹침으로 얻어지는 상황성의 포착에 성공」하고 있다.그리고 이 상황성을 강조하기 위해 문체의 다양한 변화가 유도되는 것이 눈에 띈다. 지난 88년에 발표되어 지금까지도 독자의 관심을 끌고있는 중편 「겨울의 환」은 나이 들어가는 한 여성의 갖가지 떨림을 음악에서의 안단테 칸타빌레와도 같은 우아한 필치로 받아낸 것이 특징이다. 한 여성의 떨림을 「시간과 삶」의 출렁거림에 실어서 흔들림과 설렘,두려움으로 함축시키고 그안에 센티멘토(정감)와 스케르초(해학)를 담아 운명에 대한 외경심과 운명지향성의 무게로 소설을 이끌어나간다. ○현실·초현실 넘나들어 최초의 장편소설인 「형자와 그 옆사람」에 대해 시인 김화영도 비슷한 의견을 개진한바 있다.「다른 대다수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중년에 접어드는 한 여자의 일상에 관한 이 소설은 목마르게 삶의 중심을 찾는 몸짓과 느닷없는 환상의 떨림이 미묘하게 교차되면서 박명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반추상의 우울한 그림을 이루고 있다」고 「해설」에 쓰고있다. 이어서 평론가 권영민의 「김채원의 소설속에는 작가자신의 의식의 그림자가 환상처럼 드리워져있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가장 특이한 감성을 지닌채 일상의 테두리에서 언제나 머뭇거리고 있는 한 인간」이 작가자신의 의식의 흐름에 실려 현실과 초현실과 피안과 차안의 언덕을 자재로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는 복합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형자와 그 옆사람」을 출간했을 당시 『현실적으로는 책이 많이 팔렸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그러나 『그 책을 읽었다는 사람을 한사람도 만나지 말았으면』했고 때때로 『아주 다른류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과 아주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두가지 마음에서 모순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는 찬물처럼 차갑고 풀잎처럼 연약해보이지만 고집이 센편이고 급진적이며 엉뚱한 면이 많아서 자신의 상상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인간의 상상은 얼마든지 실현가능한 일」이라고 고지식하게 밀어붙인다.이점은 일찍이 그의 소설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원로 황순원씨가 「어떤 틀이나 관념에 매이지않고 독자적인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호감이 간다」고 예고한 것을 뒷받침해준다. 김채원은 「국경의 밤」의 시인 파인 김동환과 「흉가」「탄금」등의 주옥같은 단편으로 1940년대 문단을 풍미한 여류 최정희사이의 딸로 언니인 김지원도 소설가다.본명은 「달속의 선녀」인 「항아」에서 딴 항란,문단에서는 드물게 미모의 자매로도 유명하다. ○한때 일서 교편잡아 그가 유년에 살던 집은 꽃과 나무가 많고 아침이면 꿩이 마당에 내려오던 「동숭동 낙산 바로밑의 외딴집」으로 전란에 시달린후 「왠지 지붕은 진흙같은 것을 이고 점점 무거워지고 기둥은 점점 가늘어져서 바람부는 밤이면 집은 밤새워 사력을 다해 바람과 싸워야했고」 「어머니는 매일밤 좀도둑때문에 아귀가 맞지않는 마루문에 커다란 못을 박고는 아침이면 장도리로 다시 못을 빼곤 했다」고 돌아본다.6·25가 나던해 그집에서 『아버지 파인은 인민군에게 잡혀갔고 어머니는 새벽이면 머리맡에 불을 켜놓고 글을 썼으며 그런 집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필연적으로 글을 쓰지 않았을까.그집이 우리를 품어 언니도 나도 글쓰는 사람으로 분만해 주었다』고 말한다. 한때는 절방에 누워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읽었고 이대 미대졸업후 일본에 건너가 도쿄에 있는 한국학교 미술교사,언니 김지원이 있는 뉴욕에 머물다가 다시 파리로 건너가 이응로 김창열씨등 파리화단의 화가들과 교분을 갖기도 했다.문단교류는 활발치 않으나 어머니 최정희여사가 살아계실때 그를 따르던 후배들의 모임인 정릉구락부의 이제하 김문수 서영은 김청조 김경옥 이재연 조문진 등과 친분이 있고 가족은 79년 시인 김영태의 중매로 만나 결혼한 백동규교수(아주공대 교수)와 그의 동화집 「장이와 가위손」의 「장이」인 아들 수장(고1)이 있다. 파인과 최정희의 후예답게 그는 「설익은 감을 씹듯 함부로 덤벼드는 혈기」나 「홍수와도 같은 구태의연한 이야기의 여울속에 허우적거리는 석연찮은」 여느 소설들과는 달리 「손에 잡히지 않는 공기처럼 투명하고 영롱한 문학세계」를 지향하여 소설을 발표할 때마다 의식있는 평자들의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한순간의 신선한 풍경 하나에도 소설을 찾아내어 「내면에 잠자고 있던 삶의 격정」을 일깨우고 「그만의 얘기,그만의 언어,그만의 접근방법으로 창의의 욕구」를 되살리는 작가다.「언제나 언어의 새로움과 소설형식면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그가 펼쳐낼 또다른 미지의 문학세계」는 시인 장석주에 의하면 「김채원이라는 작가를 가진 한국문학이 우리에게 베푸는 행복의 하나」가 아닐수 없다. 어떤 의견분분에도 불구하고 그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의 소설에서 보이는 「이상스러운 차가움」,「비애에 가까운 차가움이 소설 도처에서 발견되는 때문」이며 들릴듯말듯 나지막한 음성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목소리속에 담긴 편광과도 같은 번뜩임,비실제조차 실제로 실현시키고야마는 진실을 향한 열정때문일 것이다. □연보 ▲1946년 경기도 덕소출생 ▲64년 이대부속고 졸업 ▲68년 이대 미대 회화과 졸업 ▲1972년 일본 도쿄 한국학교미술교사,도쿄(동경)대 외국인을 위한 클라스수업 ▲74∼75년 단편 「먼바다」「밤인사」로 현대문학소설 추천,도미,뉴욕 아트스튜던트리그 수업,단편 「얼음집」「자전거를 타고」「달의 손」발표 ▲76년 도불,김지원과의 자매창작집 「먼집 먼바다」(지식산업사)출간 ▲78년 귀국,단편 「밀월」「봄의 끝」발표 ▲79년 단편 「초록빛 모자」 「안개」 「나이애가라」발표 ▲1980년 단편 「가을 햇빛」 「산중기」 「묘약」발표 ▲81년 「오월의 숨결」 「물위에 어린 그림자」 「아이네 크라이네」 「오솔길로 가는 사람들」발표 ▲83년 단편 「공중에는 또하나의 다른 방이」 「가득찬 조용함」발표 ▲84년 작품집 「초록빛 모자」(나남)출간,단편 「애천」발표 ▲89년 중편 「겨울의 환」 「오후의 세계」발표,이상문학상 수상 ▲1990년 작품집 「봄의 환」(미학사)출간 ▲91년 중국여행,중편 「미친 사랑의 노래」발표 ▲92년 러시아여행,콩트집 「장미빛 인생」(작가정신)출간 ▲93년 수필집 「꿈꿀 시간 있으세요」(도서출판 전원),장편 「형자와 그 옆사람」(도서출판 창)출간 ▲94년 이라크와 지중해연안도시 여행,4인 에세이집 「사막,그리고 지중해에 바친다」(문학동네)출간 ▲95년 일본여행,작품집 「달의 몰락」(청아출판사)출간 ▲96년 장편창작동화집 「장이와 가위손」(한양출판)출간
  • 벽사류/우리춤 큰 사위 감동의 한마당

    ◎21∼24일 서울국립중앙극장서/3·4대 벽사 등 춤꾼 107명 참가/승무·학춤·태평무 등 진수 선사 한국춤의 큰 산맥,벽사 한영숙류 춤 공연이 서울 국립중앙극장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벽사춤아카데미(이사장 정재만)는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를 「벽사 무용주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동안 원로무용수와 신진 무용수 1백7명이 참가한 가운데 벽사를 기리는 춤판을 마련한다. 우리나라 무대춤의 시조이자 근대춤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한성준(1875∼1941)과 그의 뒤를 이은 손녀 한영숙(1920∼1989),그리고 제자 정재만(1948∼)에 이어진 춤의 맥을 짚어내고 대중속에서 전승한다는 취지. 21일 「추모의 밤」 행사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0호 「학연화대무」(예전무용단)와 한성준에 의해 최초로 무대화된 「살풀이 춤」(이은주)등이 선보인다.또 한성준·한영숙에 이어지면서 난으로까지 비유된 「태평무」(정승희)와 한영숙의 춤가락과 사위를 바탕으로 송범이 안무한 「달과 여인」(전은경등 5명)이 공연된다.이날 공연에서는 원로무용가 김진걸이 자신이안무한 작품 「산조­내마음의 흐름」으로 직접 무대에 오른다.이어 제3·4대 벽사인 정재만·정용진 부자가 함께 「승무」를 공연한다. 둘째날인 22일은 한영숙과 정재만의 안무작을 감상하는 「회고의 밤」.「비천무」(한광수)「삼창」(박은하)「비」(김상덕·김미영)「먼길」(김춘한·김윤아)「연」(황재섭)「홰」(정진욱·정강우)「한량무」(이경수)「사랑가」(김윤수·홍경아)「허튼 살풀이」(정재만)「견우와 직녀」(임원·김선영)등 정재만이 안무한 작품이 후학들에 의해 선보인다.끝순서로 한영숙이 말년에 안무한 무용극 「마지막 잎」(정재만 등)이 공연된다.한영숙이 한승준으로부터 춤을 배우던 시절을 회고한 내용.벽사류춤의 매난국죽이라 불리는 승무·학춤·태평무·살풀이 춤이 모두 극속에 녹아져 소개된다. 23일 「새롬의 밤」은 창작무의 밤.박연술·조영옥 등 정재만의 제자들이 안무한 창작무용 「네트워크」(우민정 등 8명)와 「그날」(이경수 등 9명)등이 무대에 오른다. 24일 「계승·발전의 밤」은 벽사류의 전통춤을 정재만이 군무로재안무한 작품을 감상하는 무대.「태평무」「살풀이」「승무」「학춤」「훈령무」와 「북의 향연」을 공연한다.「북의 향연」은 36명의 무용수가 멜북을 메고 객석과 무대를 넘나드는 역동적인 춤.정재만 특유의 과감한 안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516­1540.
  • 종교계/“우리가락으로 선교한다”

    ◎가톨릭·기독교 「국악 성가·찬송가」 보급 확산/성당 80%이상 청년부 미사 국악으로 봉헌 굿거리로 하는 성당 미사의 「대영광송」, 늦은 자진모리로 하는 「알렐루야」, 그리고 가야금으로 뜯는 찬송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가톨릭과 기독교 등 외국에서 전래된 종교에 우리 국악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찬송가나 성가,미사곡을 대금 피리 가야금 등 우리악기와 우리 장단을 이용해 노래하고 창작하는 것으로 일부 종교의 경우 국악을 예배의식에도 도입하고 있다.「한국인의 의식이 깃든 국악가락의 찬송을 통해 우리 신앙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취지. 일부 성직자와 국악 전공 신자들의 노력으로 최근 2∼3년 사이 국악전문 연주단까지 등장,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악도입 노력에 가장 활발한 종교는 가톨릭. 한국가톨릭의 토착화 문제와도 연결돼 어느 종교보다 국악이 폭넓게 확산됐다. 선두주자는 9년전부터 국악미사 봉헌에 힘써온 서울교구 서교성당 김종국(토마스 아퀴나스)주임신부. 88년 개봉동성당 주임신부 시절부터 국악미사를 집전했고 94년에는 한국가톨릭우리소리 관현악단(지휘 이상규 한양음대 국악학과장)및 가톨릭국악연구원을 창단, 왕성한 연주·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주도 등 지방에까지 찾아가 국악성가 세미나를 열고 지휘 및 연주단을 교육시키는 일도 꾸준히 하고 있다. 서양소리를 흉내내지 말고 우리민족의 영혼이 들어있는 성가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김신부의 주장.2백10여년전 가톨릭이 처음 들어왔을때 초기 신자들은 가사를 우리가락에 붙여 불렀다고 말한다. 김신부는 현재 매주 토요일 하오6시 미사를 완전히 우리 국악미사로 봉헌한다. 대금 피리 양금 가야금 아쟁 등으로 편성된 국악관현악단이 성가를 반주하고 한복을 입은 김신부가 봉헌하는 특이한 형식. 처음엔 거세게 항의하던 신자들도 있었으나 2∼3년새 인식이 많이 확대돼 청년부 미사의 경우 국악미사로 봉헌하는 성당이 80%이상이라고 전한다. 일반미사에도 확대되는 추세. 강수근 신부와 작곡가 이병욱 정동운 김희조씨 등이 작곡에 참여해 만든 미사곡과 응답성가,연중 일반성가 등 1백여곡을 담은 「우리소리성가집」을 펴내기도 했다. 개신교에서는 가야금 연주자 문재숙씨(이대 음대 교수)의 열성이 크다. 그는 가야금과 피리 대금 등으로 구성된 국악찬송 연주단체 「예가회」를 90년에 만들어 연주활동과 함께 음반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처음엔 원래 있던 찬송가를 국악장단에 맞게 편곡했으나 차츰 창작 찬송가를 중심으로 활동의 폭을 넓혔다. 예술원회원인 시인 박화목씨와 아동문학가 오소온씨 등의 작사를 토대로 문씨와 김영동 김미림 문성모씨 등이 창작한 찬송가 30여곡이 있다. 범패·승무 등 전통공연에서 국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불교는 박범훈·김영동씨의 불교음악 CD음반이 나오고 몇몇 찬불가가 작곡됐으나 전문적인 창작단체나 불교계의 조직적인 도입은 미진한 편. 최근 불교방송에서 방송이 시작되고 끝나는 예불음악을 김영동의 음악세계 CD에 담긴 국악예불가 및 애국가를 틀어줘 호응을 얻고 있다.
  • 중견작가 전상국씨 창작집「사이코」

    ◎병든 사회의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광기에 휩쓸린 인물 4명의 파행 그려/참된 인간다움이란것의 실존적 관심 중견작가 전상국씨가 모처럼 새 창작집 「사이코」(세계사)를 펴냈다.작가 김유정의 삶을 소설화한 93년작 장편 「유정의 사랑」도 있었지만 창작집으론 89년 「지빠귀 둥지 속의 뻐꾸기」이후 7년만이다. 분단의 악령을 진혼하던 이 중후한 작가는 대부분 90년대에 씌어진 이번 작품들에서 현대사회의 병리현상을 맹공하는 쪽으로 옮겨왔다.시대변화에 맞춰 소재는 「현대화」됐지만 참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캐묻는 실존적 관심의 불꽃은 여전히 맹렬하다.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급류에 휘말리지 않는 뿌리깊은 바위처럼 미덥고 반갑다. 작품집은 광기에 휩쓸린 인물을 그린 중편 네편이 연작으로 묶여있다.작가는 사회병리를 온몸으로 앓는 광인들을 그들과 달리 아무렇지도 않은듯 적응해 살아가는 정상인들에 대비시켜 병든 사회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이코시대」에서 파행을 일삼다 골칫덩어리로 찍힌 땡삐는 가족들 손에 사이코로 몰려 기도원에 유폐된다.하지만 목소리만 클뿐 무력했던 땡삐에 비해 교활한 적응력을 갖춘 만재는 지역의 유지로 성공한다. 「거울의 알리바이」는 교통위반차량 색출에 총대를 맨 노상관이란 인물을 내세운다.4번과 66번 국도에 매복,무수한 차선위반 차량을 사진찍어 고발하는 것을 업으로 해온 그는 「법이란 지켜져야 한다」는 신념에 고지식하지만 고발당한 이들은 치를 떨며 그를 강박증 환자로 몰아세운다. 한편 어린 시절 살기오른 눈빛에 한끼라도 고기를 못먹으면 환장하는 육탐을 부리다 외지로 쫓겨나다시피 떠난 삼촌이 지자제 선거가 닥친 고향에 홀연히 나타나 막판뒤집기로 시의원이 되는 거짓말같은 과정을 그린 최근작 「개미거미들의 화음」은 복마전 정치판에 대한 풍자다.「시인의 겨울」은 도시의 한 빈민촌에 구멍가게를 낸 시인의 눈으로 일상의 구석마다 스며든 부패를 비춰보고 있다.국민학교 선생,문인,아이들,이웃 할 것없이 탐욕에 젖어 아무도 믿을 수 없게된 이 동네에서 시인은 군대간 이복동생이 백두산까지 횡단하겠다는 포부를 털어놨다가 정신병자로 몰려 의병제대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개미…」에서 삼촌 출마의 전과정을 지켜보는 소설가,「거울…」의 고발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르포작가 등 이번 작품집에는 거의 매편 작가가 등장하고 있다.이를 통해 『글쓰기는 야비하고 던적스러운 광기의 소산』이라며 사회고발 이전에 철저한 자아비판부터 수행한 전씨는 『반성을 통과하며 한매듭 짓고 자유로워졌으니 작가로서 새로운 출발이나 마찬가지』라고 앞으로의 왕성한 창작을 다짐했다.
  • 「여성 성공담 허와 실」 집중분석

    ◎이정희씨 세 여성의 수필분석 잡지에 게재/대다수 평범한 여성엔 자괴감 심어줄 우려 여성도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커리어우먼의 성공 에세이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렇다」는 대답이 우세해진 것 같다.하지만 이같은 여성성공담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내리는 이면에 대졸여성들의 취업난은 여전하다. 한국여성연구회의 반년간지 「여성과 사회」(창작과비평사 간)7호에 실린 이정희씨(한국여성연구회 회원·경희대 국문과 박사과정)의 시평 「여성 성공담의 유행과 페미니즘의 현주소」는 여성성공담의 이같은 허실을 집중분석했다.표적이 된 책은 조안리의 「사랑과 성공은 기다리지 않는다」,전여옥의 「여성이여,테러리스트가 되라」,박효신의 「자,이제 (여성시대) 엔터 키를 치자」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성성공담 유행은 「일」을 갖겠다는 여성의 자기실현욕은 날로 높아지는데 여성의 성공을 가로막는 사회적 제약은 여전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것. 이씨는 이 책들이 「사랑과 결혼은 선택이지만 일은 필수」라며하나같이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달라진 여성의식을 반영한다는 점을 인정한다.특히 독신 커리어우먼인 박효신씨는 책에서 여성의 일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한 뒤 직장생활의 노하우 소개에만 집중했을 정도다. 이에 반해 「직장여성은 드세야 한다」는 통념대신 부드러움과 여성성을 활용하자는 조안리와 남성중심 조직에서 여성이 실력으로 권력을 획득,성차별구조에 「테러」를 가하자는 전씨는 직업여성의 불리한 조건을 타개할 나름의 논리를 제안하고 있다.하지만 이씨는 조안리의 여성성이 기존의 여성비하적 통념을 여성스스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모호한 개념이며,전씨의 실력배양론은 사회구조를 그대로 둔채 개인이 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투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양쪽 다를 비판한다. 이들의 사랑과 결혼관도 문제가 없지 않다.서로간의 사랑과 이해를 강조하는 조안리의 경우 매맞는 아내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결혼은 선택일 뿐이라는 전씨의 관점 역시 여성이 평생직을 가질 기회와 조건이 안되는 이상 관념적 당위에 불과하다는것.직업여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된 사회에서 예외적 여성의 특수한 경우를 크게 포장한 여성성공담은 단기적 대리만족감을 줄지 모르나 대다수의 평범한 여성에게 「나는 이들처럼 될 수 없다」는 자괴감만 심어줄 공산이 더 크다는 것이다.
  • 더위 쫓는 시원한 춤/대형 뮤지컬 「화려한 무대」

    최근 뮤지컬 붐에 힘입어 대형 뮤지컬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극단 광장이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3672­1391)에서 1일 무대에 올린 「코러스 라인」(문석봉 연출)은 제임스 키우드,니콜라스 덴트 공동 극본에 마빈 햄리시가 음악을 담당한 세계적인 작품. 미국 브로드웨이 최장공연 및 최다 관중동원 등 갖가지 기록을 보유한 「코러스 라인」은 단순히 춤과 노래를 보여줄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담아냄으로써 뮤지컬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경을 한국적 현실에 맞게 재구성,관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25일까지.평·토요일 하오4시·7시30분,일·공휴일 하오3시·6시30분. 극단 환퍼포먼스의 창작 뮤지컬 「고래사냥」(최인호 원작·이윤택 연출)은 24일부터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745­0123)무대에 오른다. 과거 암울했던 시대,젊은이들의 뜨거운 가슴을 속시원히 훑어내려 준 「고래」를 다시 찾아보고 90년대식 「고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는가를 발견하려는 것이 의도. 뮤지컬 스타 남경주의 현란한 춤과 노래,장두이·송채환의 연기력이 어우러져 흥미와 감동을 더불어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9월4일까지.월∼토 하오4시·8시,일 하오3시·6시. 9월10일부터는 극단 신시의 「님의 침묵」(김상렬 극본·연출)이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577­1987)에서 관객들을 부른다. 일제의 비윤리적·비역사적 폭력속에서도 변치않는 숭고한 신앙적 의지로 살다간 만해 한용운의 일생을 서사극 형식을 빌려 풀어간다. 만해의 시에 등장하는 「님」의 실체를 파악하고,숙명적 가치관으로서의 「님」을 위해 66년 인생을 연소시킨 인간 한용운의 이면의 생을 재조명한다.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록음악을 통해 만해의 괴퍅한 성격과 그를 둘러싼 수많은 변절자들을 적절하게 묘사함으로써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계획. 영화·연극·TV드라마에서 강렬한 연기로 인기를 높인 김갑수가 한용운 역을 맡았으며 중견연기자 최주봉·김길호·김기섭 등이 호흡을 맞춘다.9월26일까지.평일·토 하오4시·7시30분,일·공휴일 하오3시·6시30분. 한편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 뮤지컬도 선보인다.극단 예일은 7일부터 11일까지 「인어공주」(이광열 연출)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924­9011)에서 공연한다.대형 세트와 조명·특수효과를 이용,바닷속 분위기를 최대한 살림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한껏 펼치게끔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상오11시,하오2시·5시.
  • 석차는 학년말에 1회만 산출/학생부 개선안 문답풀이

    ◎동점자 석차에 동순위인원 표시/봉사활동 등 보조장부 학교 일임 학교생활기록부 2차 개선안 내용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동점자 석차에 동순위 인원을 어떻게 명시하나. ▲예를 들어 학생 5백명 가운데 1백점이 5명이고 96점이 10명이라고 가정하자.1백점을 받은 5명은 동일하게 5백분의 1(5)로 학생부에 기록된다.5백은 총원이고 1은 석차다.괄호안의 숫자가 같은 순위 인원이다.96점이 10명인 경우는 5백분의 6(10)으로 표시한다.6은 전체 석차다. ­동순위 인원을 표시하는 의미가 있나. ▲백분율 석차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긴 하지만 최고점과 동점자의 양산을 방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동순위 인원을 기록하게 하면 함부로 「성적올리기」를 할 수가 없다.그래도 성적부풀리기를 하게 된다면 대학측이 이 기록을 면밀히 분석해 다음 해 해당 학교는 그만큼의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이번 개선안으로 각 대학의 입시요강이 바뀌는 등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97학년도에는 내신 40% 반영의 골격이 유지되므로 큰 문제는 없다.다만 백분율 석차를 적용하는 1백17개 대학과 석차를 기재하지 않아도 되는 예체능계는 입시요강을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다.대학마다 빠른 시일안에 입시요강을 발표할 것이다. ­각 대학에 보내지는 수험생들의 학생부 내용은. ▲일선고교에서 전산으로 작성한 학생부는 관할 교육청을 거쳐 국립교육평가원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지원 대학에 보내진다.여기에는 인적사항 교과성적 봉사활동 출석상황 수능성적 등 5가지가 기록돼 있다. ­석차를 학년말에 한번만 내면 시험도 한번만 보는가. ▲학기마다 중간·기말 고사를 치르므로 시험은 4번 치르되 석차는 학년말에 합산하여 1회만 산출한다.그러나 시험을 치를 때 점수는 본인이 원할 경우 알 수 있도록 했다. ­완전한 절대평가제를 2000년부터 시행하는 이유는. ▲재학생들 때문이다.지금 국민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2000년부터 절대평가제를 실시하기로 했다.따라서 절대평가제의 적용시기는 고3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는 2003년이 될 것이다. ­예·체능계와 실업계 고교의 과목별 성취도가 기재되지 않은 예는. ▲개인별 평가가 곤란한 집단활동의 합창이나 합주·연주·창작무용 등이다.그러나 평가가 가능한 부분은 세분화해 평가한다.예술계 고교의 미술과의 경우 조소·서양화·전공 등으로,체육고의 육상과목은 투포환 투창전공 등으로 나눈다. ­학생부의 기록을 간소화한다는데. ▲「교과학습 발달상황」란의 「세부능력 및 특기상항」이다.추상적이고 형식적인 기록은 배제하겠다는 것이다.또 봉사활동의 보조장부 등 대부분의 보조장부는 학교단위로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으며 최소화하도록 했다. ­고교간 학력격차가 인정되면 특수목적고와 비평준화고교가 유리한데. ▲물론 그럴 수 있다.학력격차를 인정하게 된 배경은 현실적인 격차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데서 출발됐다.그러나 자율권을 넘겨받은 대학이 이를 잘 활용하면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대학도 지원자들을 평가하는 방법이 다양해 편중된 시각을 갖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교간 학력격차 인정으로 평준화 고교에 진학한 우수한 학생은 상대적으로 특목고나 비평준화 고교 출신 학생에 비해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지 않는가. ▲그것은 교육철학의 문제다.특목고나 비평준화 고교에 진학했다고 해서 대학이 엄청난 가중치를 부여하거나 무제한으로 선발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 연길서 소설가 실종/김하기씨/당국,납북·자진월북 조사중

    운동권출신의 소설가 김영씨(38·필명 김하기)가 중국 연길의 북한식당 금강원에서 술을 마시다 실종,현지 공안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외무부가 2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26일 부산소설가협회회원 60명과 중국에 도착,30일 백두산 등정을 마친뒤 금강원에서 동생 김완씨 등 2명과 술을 마시다 김일성배지를 단 여종업원과 밖으로 나간뒤 실종됐다고 외무부가 밝혔다. 김씨는 금강원에서 만취된 상태로 여종업원에게 『북한에서 내 소설이 출간됐다는데 인세를 받으러 가야겠다』고 말하고 함께 밖으로 나간뒤 20분뒤 들어와 동생에게 중국돈 2백원을 받아 다시 나간뒤 실종됐다는 것이다. 80년대에 「살아있는 무덤」 「완전한 만남」 「항로없는 비행」등 주로 미전향 장기수를 소재로 저작활동을 벌였던 김씨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투옥된 경험이 있으며 운동권에서는 잘알려진 인물이어서 북한공안측이 김씨를 북한으로 유도했거나 김씨가 술취한 상태에서 자진 입북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당국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그러나 최근 연길의치안상태가 어지럽다는 점을 들어 금품을 노린 치한들에게 해를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외무부는 중국당국에 김씨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고 밝혔다.〈이도운 기자〉 ◎김하기씨 누구인가/미전향 장기수 문제 주로 다뤄 소설가 김하기씨(38·본명 김영)는 미전향 장기수문제를 다룬 첫 창작집 「완전한 만남」 한 권으로 알려진 작가.58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나 78년 부산대 철학과에 입학,80년 계엄확대반대시위와 81년 부림사건으로 구속돼 7년2개월간 복역했다. 89년 계간 「창작과비평」가을호에 중편 「살아있는 무덤」을 발표하면서 등단,이듬해 창작과비평사에서 첫 창작집을 내놓았다.자신의 수형생활체험을 토대로 한 이 책은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문제를 부각시켜 소재의 확대를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으며 대학가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 송기원씨 자전적 장편 「여자에 관한 명상」

    ◎파행·자기학대의 젊은날 광기/작가와 친구들의 대학시절 실제체험/아웃사이더의 위악적내면 끝까지 해부 작가 송기원씨의 자전적 장편 「여자에 관한 명상」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지은이가 지난 10월부터 계룡산 갑사에 삭발 은거해 썼다해서 더욱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대학 문예창작과 재학시절 작가와 친구들의 실제체험을 토대로 하고있다.이들의 젊은 날은 막 벌어질 꽃봉오리의 눈부신 수줍음이 아니라 파행과 자기학대로 얼룩진 광기의 나날이다. 주인공 윤호는 장돌뱅이 사생아의 자식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얽은 곰보얼굴처럼 빠져 달아날 수 없는 치부로 여긴다.성장환경 탓에 그는 누구보다 일찍 여자에 눈떴고 자신보다 더한 쓰레기들인 주인공들에 안도하며 문학책에 빠져 들어간다.하지만 그에게 문학과 여자는 구원이 아니라 더욱 늪으로 빨아들이는 매개체로 나타난다.그가 여자를 만나는 방식은 강간과 매춘,불장난의 대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문학적 재능은 삶의 전모를 혼돈이라 제시하는 초현실주의로만 이끌리는 것이다. 우리 문학에 성장소설이나 예술가소설은 많지만 아웃사이더의 위악적 내면을 이처럼 끝까지 밀어붙인 예는 드물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독특하다.지옥까지 추락하기를 자처하는 한 젊은이의 삶이 희귀한 탐미적 울림으로 빛난다는 것은 과연 문학의 역설적인 힘같이 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탓이 아닌 상처와 치부라 해도 하나의 통과의례를 거쳐 성인이 된 이라면 이를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각성에 이르게 되는 것 아닐까.치부에 대한 광태의 통과의례였던 이 작품 이후 위악적 세계관을 넘어설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손정숙 기자〉
  • 순수문학 메카 문학과 지성사 체질 바꾼다

    ◎문고발간 등 대중독자 “끌어안기”/신세대 겨냥 「문지 스펙트럼」 11월초 첫선/7개분야 특성별 출판·총서 재정비 나서 고급문학의 메카 문학과지성사(이하 문지)가 대중독자를 끌어안기 위한 문고발간을 추진하는 등 체질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문지는 대학생을 주 독자층으로 교양문고 「문지 스펙트럼」을 기획,1차분 7∼8권을 11월 초까지 선보인다.창작과비평의 「창비교양신서」,고려원의 「고려원교양선」 등 많은 문학관련 출판사들이 교양문고를 아울려왔지만 문지의 문고발간은 전통 깊은 순수문학 출판사의 출판 폭 넓히기를 통한 새세대 독자층 확보 시도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지는 이와 함께 인문·사회 총서를 통폐합하거나 신설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인문·사회과학까지 포괄하는 출판사로 자리잡기 위한 내부 수술을 단행할 계획이다. 「문지 스펙트럼」은 최근 프랑스 최대출판사 갈리마르의 데쿠베르 총서,미국 최고수준인 펭귄문고를 각각 옮겨 호평받은 시공사의 「디스커버리 총서」와 이두의 「아이콘 총서」 못지않게 산뜻한 지적재미를 안겨주는 「한국판」문고를 지향한다.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세부분야별 칸막이 출판과 참신한 기획. 칸막이라는 얘기는 분야별 특성을 살리기 위해 7개 세부영역을 설정했다는 것.세부 분야는 ①한국문학 ②외국문학 ③세계의 산문 ④문화·예술비평 ⑤우리 시대의 지성 ⑥지식의 초점 ⑦세계 고전 사상 등이다.④는 그간 문지가 별로 손댄 적이 없는 대중문화 관련 현장비평 등을 포괄하며 ⑤는 현대 지성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⑥은 현대사회의 학문적·사회적 초점들을 부각시킨다는 기획. 1차분으로 출간을 대기중인 책은 영역 ①의 정현종 시선집,이성복 시선집,영역 ④에서 작고한 평론가 김현의 「한국문학의 위상」,영화평론가 김정룡의 「한국영화의 미학­한국영화감독론」,시인겸 팝칼럼니스트 성기완의 「재즈를 찾아서」,영역 ⑤에서 한국사학자 이기백씨의 한국사 에세이모음,들뢰즈의 「베르그송주의」(김재인 옮김),평론가 김병익씨의 한국지성에 대한 글모음,정과리 등의 「라캉 읽기」 등이다. 이와 함께 문지는 보유중인 총서의 재정비 작업에도 돌입한다.하반기 「니체」「랭보」「마르께스」 등을 잇따라 발간,그간 주춤하던 작가론 총서에 박차를 가할 예정.유명무실하던 「문제와 시각」 총서를 부활시키는 한편 「현대의 지성」 시리즈 중 20세기 고전이라 할 원전들만 따로 떼어 「우리시대의 고전」총서도 신설한다.이밖에 사회사 연구회의 출판물도 논문집에서 총서체제로 바꿔 반년간 잡지 발간을 병행하는 등 보다 탄력있는 현실대응에 주안할 계획.전반적으로 총서 수를 늘리고 출판 분야 확대를 꾀한다. 「문지 스펙트럼」기획의 총책격인 계간 「문학과사회」동인 작가 이인성씨는 『어지럽게 혼재돼 일반인들이 잘 알수 없는 현대 지성의 동향을 투명하고도 정확하게 짚어보여줄 것』이라고 문고의 방향을 밝히면서 문지의 출판을 지성의 전분야로 넓혀갈 것을 예고했다.〈손정숙 기자〉
  • 첫 창작집 「염소를 모는 여자」/전경린씨

    ◎“현실에 갇힌 30대여성의 내면 들춰내”/“다음엔 뜨거웠던 80년대의 20대들 얘기 다룰터” 『어릴 때부터 삶이란 억압적인 것,한 여자아이가 어째볼 수 없는 불가항력이란 걸 어렴풋이 느꼈어요.이런 부대끼는 느낌이 글을 쓰겠다는 열망을 낳았나봐요』 첫 창작집 「염소를 모는 여자」(문학동네)를 펴낸 작가 전경린씨(34)는 문학과의 인연맺기가 바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90년대 들어 30대 여성작가 소설이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전씨는 그중에서도 독특한 작품세계로 벌써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현실에 갇힌 30대 여성의 들끓는 내면을 들춰내는 그의 작품들은 보기드문 감성적 깊이의 언어와 정연한 이미지의 연결로 탄탄한 구성미를 자랑한다. 『결혼초 계획도시 창원의 아파트에 살 때 많은 주부들이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매일을 보내고 있다는게 너무도 기괴하게 느껴졌어요.이때의 느낌과 체험으로 중편 「염소를 모는 여자」를 썼지요』 표제작에서 주인공인 30대 주부는 「엄마의 영혼이 깃든」 염소를 맡아달라는 낯모르는 남자의 부탁을 받지만 염소는 남편에 의해 아파트 베란다에서 쫓겨난다.어느 비바람치는 날 집을 뛰쳐나온 주인공은 검은 박쥐우산을 펴들고 쫓겨난 염소를 몰며 아파트촌을 빠져나온다.이 그로테스크한 장면에는 흐르는 열망과 묶인 현실사이의 심연에 갇힌 30대 여성의 들끓는 광기가 섬뜩하게 드러나있다. 전씨는 『첫 작품집으로는 갇혀있던 내면에 문을 달아줘 내 삶의 문제부터 풀어야 했다』면서 『다음엔 뜨거웠던 8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20대들 얘기로 또 다른 세계를 펼쳐보이겠다』고 말했다.〈손정숙 기자〉
  • 창작문학의 산실 「현대문학」 새달 5백호

    ◎「한국문학 꽃피우기」 41년 8개월/황동규·문병란·김후란 등 537명 등단시켜/「순수」 고수로 새 감각의 계간지에 밀리기도 국내 창작문학의 유서 깊은 산실 월간 「현대문학」이 8월호로 통권 5백호를 맞는다.지난 55년 1월호로 창간된 뒤 41년 8개월동안 한호의 결호없이 한국문학사상 유례없으며 깨지기 어려울 대기록을 세운 것. 당시의 대표적 순수문학지 「문예」가 폐간돼 전후 문예지 맥이 끊긴 54년 「한국현대문학의 건설」을 내걸고 출범한 「현대문학」은 60∼70년대초 한국문학의 가장 권위있는 지면으로 대접받았다.70년대 「창작과비평」「문학과지성」 등 인문사회과학을 망라하는 문학종합 계간지들의 출현에도 「현대문학」은 창작문학위주의 편집을 고수했다. 지금까지 「현대문학」이 등단시킨 문인수만 5백37명.지난 69년까지만 해도 어림잡아 5백명 미만의 중앙문인중 절반에 육박하는 2백23명이 「현대문학」출신이었다 시에서는 토속서정의 박재삼,지성적 시세계를 자랑하는 황동규,참여시인 고은,민중서정의 전범 이성부,80년 광주의시인 문병란,언어의 풍경을 말끔하게 그려온 오규원,현대시 실험에 몰두해온 이승훈,대표적 여류시인 김후란·김초혜·천양희 등이 배출됐다.소설쪽으로는 「오발탄」의 이범선,시민사회의 허위를 사회성 높게 고발해온 최일남,「토지」의 박경리,최근 역사소설의 진경을 보여온 서기원,토착 민중언어의 대가 이문구,이밖에 김원일·이동하·조정래·마광수·김홍신·유홍종·김채원 등이 「현대문학」에 의해 발굴됐다.또 박철희·김윤식·박동규·홍기삼·임헌영·이선영·김인환·최동호·이동하 등은 「현대문학」의 촘촘한 그물에 건져진 평론가들이다.한국문단의 허리를 이룬 「현대문학」출신은 이밖에도 무수하다. 5백호 특집으로 꾸며질 8월호에는 문학평론가 김용직·김윤식·전영태·이동하씨의 현대문학 역사를 되돌아보는 특별좌담,박완서·이수익씨 등 문인들이 현대문학에 얽힌 추억을 말하는 「현대문학과 나」 등이 실린다.서정주씨를 필두로 한 「현대문학」출신 시인 50명의 신작시 특집도 볼거리다. 동리의 문학론을 이어받아 이념보다 작품을우선한 「현대문학」은 한 시대 우리 문단의 명실상부한 저류를 이뤘다.특정유파에 치우치지 않고 문학성을 중시한 「현대문학」의 잣대에 검증받은 문인들은 역설적으로 참여·민중·시민문학의 모든 부면에서 한국문학을 화려하게 꽃피웠다.하지만 산업화의 모순으로 사회가 극심하게 앓던 70∼80년대 순수주의를 앞세운 「현대문학」은 보수적이라는 비난을 들으며 문학과 사회를 적극적으로 연결하려 했던 다른 세력들에 밀리기 시작했다.90년 2만부까지 이르렀던 발행부수도 최근 1만2천부로 떨어졌다.「문학동네」「상상」 등 새감각의 계간지 세력이 밀려오는 90년대 「현대문학」이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좋은 시와 좋은 소설을 평면적으로 싣는 것」이상의 체질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손정숙 기자〉
  • 공학한림원에 거는 기대/이병기 서울대 교수·전자공학(서울광장)

    지난 달에는 「공학한림원」이 설립되었다.이것은 한두해전에 설립된 「과학기술한림원」과 대비되어 여러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이들간의 차이점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한림원이 아카데미를 의미하므로,결국 공학은 과학·기술과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가 하는 의문인 셈이다. 과학·기술·공학은 현대문명을 이끌어가는 주요 3요소이다.오늘날 우리의 생활에 갖가지 문명의 이기를 가져다 준 것은 모두 이들의 공으로 돌릴수 있다.조신시대 사극을 보다가 현실속 주변을 둘러보아 달라진 것을 발견하면 이것이 거의 다 이들의 합작품이라고 보면된다. ○공학은 「인조물 창작」 이렇듯 과학·기술·공학은 현대사회를 과거사회와 구분지어주는 중요한 특징으로서,이들은 서로 긴밀하게 상호 영향을 주면서 작용하기 때문에 이들간에 명확한 구분을 짓는 것은 쉽지않다.그러나 각각의 관점과 역할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서 그 차이를 조명해 볼 수 있다. 먼저 과학(science)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인간,자연 또는 사회의 현상을이해하고 통제하려는 학문이다.따라서 자연 과학으로 치면,결국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것,즉 「발견」이 가장 기본적인 특성이 된다. ○과학은 발견,공학은 발명 이에 대하여 기술(technology)은 과학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실질적 유용성과 실현과정을 중요시하여 자연,인조물 또는 서비스를 변형,생산하는 수단 및 방법을 말한다.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적 지식은 여러 영역에서 획득한 광범위한 지식성분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장인의 전통에서 내려오는 암묵적 기능과 기예,숙련된 솜씨,과학 및 공학적 지식,사회경제적인 지식등을 포함한다. 과학이나 기술과는 달리,공학(engineering)은 자연·인간·사회·인조물등 제반 대상과 주변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낸 문제애 대한 합리적이고 일반성있는 해결방법을 탐구하고 실현하려는 학문이다.공학은 문제해결을 위해 인조물을 구현하는 것(즉,발명)을 중요시하며 따라서 공학을 대변하는 주요어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이에 필요한 인조물을 「발명」하는 것이 되겠다. 과학이나 기술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것에 비해서 공학은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상대적으로 생소한 개념이다.따라서 공학을 응용과학이라고 잘못 이해하거나 공학의 영역을 과학의 영역으로 잘못 인식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이를테면 『커서 과학자가 되어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발명하거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아직 「과학은 발견,공학은 발명」이라는 개념구분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문제 해결에 적용 과학과 공학의 차이점을 단적으로 표현하여 「과학은 신이 만든 것을 다루고 공학은 인간이 만든 것을 다룬다」고 말하기도 한다.이렇듯 신의 자연물 창조를 모방하여 인조물을 창작해 현안 문제해결에 사용하는 것이 곧 공학의 영역인 것이다. 공학은 문제해결을 위해 인조물을 창작하는 중간 과정으로서 설계(즉,디자인)를 중요시 한다.즉,공학은 설계를 정점으로 하여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지식 체계를 형성하기 위한 공학 학문(engineering science)과 이를 인조물로 구현하기 위한 공학기술(engineering technology)로 구분된다. ○미래사회 창조적 기여 공학은 현실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사회 경제적인 현실을 중요시 한다.지하 석탄 매장 여부를 탐사한다 할때 과학자는 탐사후 석탄이 있다 없다는 식으로 답하겠지만 공학자(즉,엔지니어)는 석탄은 있으되 채탄 경비가 얼마만큼 들기 때문에 채산성이 낮아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답한다.덧붙여 석탄 사용시 발생하는 환경오염의 정도가 이러이러하므로 채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이와같이 공학자는 합리적,체계적,객관적,창의적인 접근방법위에 사회적,경제적,현실적인 판단을 적용하여 현안문제를 해결한다.이러한 공학적인 해결방법은 현실사회의 제반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폭 넓게 적용할 수 있게 되므로 장차 공학은 기술이 주도하는 장래 사회에 있어서 많은 창조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부부작가 소설집도 「금실자랑」

    ◎김소진씨 「양파」·함정임씨 「병신손가락」 나란히 출간/양파­70년대 학번에 「망원경」 맞춘 첫 작품/병신…­소시민 일상 담담히 그린 단편모음집 작가 부부인 김소진씨(33)와 함정임씨(32)가 한 출판사에서 나란히 소설집을 내게 돼 화제다. 남편 김씨의 신작장편 「양파」가 이번주 세계사에서 나온데 이어 내달 함씨의 첫 창작집 「병신손가락」이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것. 한쪽을 떼어놓고 다른 쪽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문단에 금슬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이들 부부지만 작품세계만큼은 완전히 독자적이다.「밥상을 받으면 꽁치에 대한 사설 한토막을 풀어낼 정도」라는 김씨가 전형적인 얘기꾼인데 견줘 「겉만 봐선 영락없는 깍쟁이」라고 자평하는 함씨는 일상과 의식의 짧은 순간을 미분해서 보여주는 회색문체를 선보이고 있다. 「양파」에서 김씨는 평소 고집스레 붙들고 늘어졌던 사회 주변부의 주인공들을 잠시 뒤로 돌리고 70년대 학번의 삶에 망원경을 들이댔다.망원경이라는 것은 작가가 이들의 궤적추적에 애정을 쏟을뿐 비판을 한단계 접어두고 있다는 뜻. 폭력적 아버지와 무당이 된 엄마틈에서 의사로 자리잡은 운지는 생리중단 등 집단이상 증세를 보이는 여공들의 산재판정을 놓고 회사측의 살벌한 압력에 맞닥뜨린다.운지의 남편인 운동권출신 승익은 용한 점장이의 한마디에 좌우되는 한국정치 현실에 발을 담근다.민중화가로 활약했던 진걸의 최근 화두는 누드다.이밖에 노처녀 영화담당 여기자 수녕,인도적 차원에서 보스니아 문제를 고민하는 30대 의사 승찬 등이 구체적 현실의 문제에 낱낱이 부대껴 「양파」처럼 껍질을 벗어가는 요즘 지식인들의 초상을 대변한다. 한편 함씨는 10편의 단편을 모은 첫창작집을 통해 거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보다 사소한 갈등이나 심리의 밑바닥을 점묘하는데 치중한다.함씨는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혹은 추구할 것이 무엇인가 따위를 거창한 몸짓으로 질문하지 않는다.그보다는 소시민의 보잘 것없는 일상사를 감정의 과장이 배제된 담담한 문체에 실어 중심무대로 끌어낸다. 변변찮은 남자와 사귄다고 탓하는 어머니와의 심리적 갈등을 그린 「열애」는 제목과 달리 요란하거나 뜨겁지 않다.「흔적들」에는 철거대상이 된 재개발지역,와병중인 아버지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동료 등 한 소설가의 반투명에 가까운 시선에 비친 소멸돼가는 삶의 흔적들이 차분히 기록돼 있다.남편에게도 보일 수 없는 병신손톱을 실마리로 어린 날의 가난과 불우했던 가족사를 털어놓는 표제작에는 작가의 작품세계에 자주 나오는 상징적 이미지가 종합적으로 담겼다.〈손정숙 기자〉
  • 서울예전 예음회(캠퍼스 동아리)

    ◎「제2의 김건모」 꿈꾸는 스타탄생 산실/학교입학 보다 가입 힘든곳… 김건모·박미경 등 배출/군대식 규율… 악명높은 선배들이 직접 지도 제2의 김건모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 뇌수를 파고드는 기타줄의 떨림 속에 구슬땀을 식히고 떨리는 노랫가락 속에 내일을 그린다.온 마음을 가다듬어 정열을 가락에 얹다 보면 한여름의 더위는 온 데 간 데 없다. 서울 예술전문대학 음악동아리 「예음회」. 방학은 이들에게 오히려 내일을 준비하는 새로운 학기의 시작이다.매일 하오2시면 10여명의 회원이 중구 남산동 교내 예술관 203호에 모인다.하루 4시간의 고된 연습이 이들을 기다린다. 이들이 연습하는 곡은 대부분 창작곡이다.이중에는 내로라하는 선배가수들이 지어준 곡도 있다. 예음회는 대중가수를 배출해내는 메카로 유명하다.김건모·김원준·박미경·박성신·박선주·예민 등 이 시대의 대중음악을 이끌어가는 톱스타가 모두 이곳 출신이다.선배들은 매주 돌아가며 후배들을 지도한다. 전교생이 모두 연예인지망생이지만,지난해 학교축제 때열린 「연연가요제」에서 대상을 비롯한 거의 모든 상을 예음회원이 독식했다. 예음회는 학교입학보다 가입하기가 더 어렵다.심지어 이곳에 가입하기 위해 학교에 입학한다는 말도 있다. 매년 2백여명의 신청자가 몰리지만 3차례의 실기테스트를 거쳐 최종선발되는 인원은 10명남짓하다. 올해는 더욱 치열했다.무려 3백여명이 몰렸지만 합격자는 10명을 넘지 못했다. 회원이 된 다음에 「살아 남기」는 더욱 어렵다.활동이 부진한 회원은 제명된다.따라서 1년이 지나면 회원중 절반도 살아 남지 못한다. 규율도 엄격해서 군대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그만큼 선후배간의 유대는 끈끈하다. MT 때면 졸업한 선배들이 꼭 참석한다.인기가수 선배들과 밤을 꼬박 새며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남이 경험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잠시 나태해진 마음도 선배들의 고생담을 듣노라면 금방 다잡아진다. 예음회 회장 강동주(25·문예창작과2)씨는 한없이 음악이 좋아서 이곳에 들어온 경우.그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 노래를 부르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없지만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만 자기발전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화려한 스폿라이트를 등에 지고 객석의 환호를 바라보며 이 세상을 노래하고 싶다는 이승경(21·방송연예과2)양은 『노래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내뿜었다.〈박준석 기자〉
  • 문학평론가 박덕규씨 첫 창작집 「날아라 거북이!」 출간

    ◎잘난 인간들의 구린 뒷모습 풍자/고상한척 하는 이들의 물욕·쾌락욕구 등 해부 『고상하고 정신적인 듯한 거죽에 물질과 쾌락에 대한 욕구를 덮어가리고 있는 천민자본주의를 발가벗겨 봤습니다』 문학평론가 박덕규씨는 곧 민음사에서 나올 첫 창작집 〈날아라 거북이!〉에 대해 문화라는 한마디를 업고 잘난 체하는 이들의 실체를 캔 작품이라 밝혔다.이 책에 실린 8편중 출판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압도적인 것도 출판이야말로 「문화」라는 기호를 만들어 세간에 전달하는 대표적 문화산업이기 때문.이 때문에 우리 출판계의 숨겨진 뒷모습을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의 한편인 「날아라 도적떼!」는 대하무협소설 「밤의 도적」으로 먹고사는 청록출판사를 배경으로 그 직원들의 물고 물리는 욕망을 그리고 있다.대형서점 담당자들에게 얼마씩 집어주고 자사책을 베스트셀러로 올리라는 사장의 지시에 영업부장은 리베이트의 일부를 자기 주머니로 집어넣는다.자사 책은 한권도 안 읽었으면서 출판사에 다닌다고 뻐기는 경리 김미라는 관리부장의 영업비를 좀도둑질한다.「밤의 도둑」이 자기소설 표절이라며 고발태세인 작가를 여자관계를 빌미로 협박하려는 기획실장도 무마비의 일부를 탐내고 있다. 이밖에 뽕짝을 즐기면서 문화인인체 하는 이중성(「날아라 박노식!」),몸이 둔해 거북이라는 별명을 얻은 잡지사 기자의 천년묵은 거북이 방생대회 취재기(「날아라,거북이!」),황석영 소설 「객지」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은 동혁의 공처가전(「날아라 동혁!」) 등 속도감 있고 풍자적인 문장에 웃지못할 현실이 담겼다. 박씨는 『문학상에 얽힌 뒷얘기를 다룬 장편을 끝낸 다음 북한 귀순자를 통해 통일문제에 접근하는 작품도 써보겠다』고 다음 창작계획을 세워두고 있다.〈손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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