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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지로 본 1940년대 문단秘史] (4)식민지 저항적 지식인

    근대 여성작가 중 가장 치마폭이 넓었던 최정희는 유파와연령을 초월하여 문우들과 교유했는데 그 중 소중한 것으로는 국제 입찰에 부칠만한 중량급 서간문도 포함되어 있다. 바로 김사량(金史良,본명 時昌,1914∼1950)의 편지이다.일본에서 더 유명한 김사량은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이 어떻게 살아야 했던가를 일깨워 준 근대문학사에서 보기 드문 한전형으로 평가받고 있다.평양에서 1914년에 태어난 그는 평양고보 재학 중 배속장교와 일본인 교사 및 그들에 동조하는 조선인 교사 배척을 위한 동맹휴학을 주도해 퇴학처분을 받고는 형 시명(時明,교토제대 법학부 졸업 후 사법·행정 양과 합격,홍천·평창 군수,조선인 최초의 전매국장,8·15 후에는 중앙산림조합연합회 이사장 등을 지냄)의 도움으로 일본으로 밀항했다.학창시절에는 연극에 관심이 많아 신협(新協)극단과 연계,장혁주(張赫宙)가 각색한 ‘춘향전’의모국 순회공연에도 참여하는 등 많은 활동을 펼치다 여러이유로 경찰에 자주 구금 당했다. 결혼 직후 하이네에 관한 논문으로 도쿄제대 독문학과를졸업(1939)한 그는 잠시 조선일보 학예부 기자로 근무하면서 서울의 하숙집에서 출세작 ‘빛 속에서’를 썼다.이 무렵에 아마 서울의 잡지사와 문인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을것인데,최정희와의 인연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도쿄제대 대학원 입학허가를 받은 그는 6월 아내와 도일,일본과 한국 문단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맡게 된다.편지에서 김사량은 매우 조심스럽게 최정희의 ‘지맥’을 추천했으면 싶었으나,이미 일본의 다른 출판사(赤塚書房)가 추진하고 있던조선문학 선집에 관여하는 장혁주가 손을 댔기에 ‘흉가’로 하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몇 차례 오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편지는 최정희가 자신의 소설을 일본에 소개되기를 희망한데 대한 답신 내용이 대부분이다. 장혁주는 누구였던가.김사량보다 먼저 등단한 그는 잡지사,문인 등을 후배에게 소개시켜 주는 역할을 했던 재일조선인 문단의 대선배였다.1905년 대구에서 출생한 그의 본명은 은중(恩重),창씨개명은 노구치 가쿠주(野口赫宙,첫 창씨명은 野口이었음)로,불륜사건에 연루되어 도일,본처와 이혼,일본여자와 재혼,8·15후 아예 일본으로 귀화해 버린 인물이다. 그는 초기의 민족적인 성향과는 달리 친일화 정도가아니라 아예 혈통까지도 일본인화 해야된다는 각오로 일본여자와 결혼을 감행한 친일문학인 가운데서도 발군의 활약을 보여주었다.1952년 10월,6·25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변장한 채 일본 ‘부인구락부’ 특파원 신분으로 입국하여 취재활동을 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한국을 힐난하는 글을 써서 당시 문학단체가 법석을 떨게 했던 장본인이다.그는 아예 일본문학보국회에 가입하여 활동에 열을 올렸던 인물로한국을 영원히 등진 조국상실자가 되었다. 최정희의 ‘지맥’은 평론가 한식(韓植)이 번역을 맡은 것으로 드러나며,편지에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김사량은 ‘모던 일본’에다 이광수의 ‘무정’을 번역했는데,아마 이 사실은 고의로 언급하지 않은 것 같다.김사량은 ‘조광’에장편 ‘낙조’(1940.2∼1941.1)를 연재하면서 모국어 문제에 대하여 매우 겸허하게 최정희의 조언을 구하고 있지만사실 그는 ‘양국어 작가’로 손색이 없었다.그가 ‘삼천리’에 발표한 글로는 잡문 ‘조선문학과 언어문제’(1941.1)와 소설 ‘지기미’(1941.4)인데,이 두 사실을 편지에 대입해 읽으면 그와 최정희의 교유가 대략 1939∼1941년임을 알 수 있다.중요한 사실 한가지를 짚고 넘어가자.‘문예춘추’는 1935년 일본최고의 아쿠다가와 (芥川)문학상을 제정했는데,조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김사량이 이 상의 후보작으로 뽑혀 일약 일본문단의 유망주가 되었다(1940.2).1941년12월 9일 새벽 진주만 기습에 따른 사상범예방구금법으로감금당했고,유명세만큼 그에게 부하되는 역사적인 책무도커서 친일을 강요받았으나 거절했다. 일본 문학인들의 구명운동으로 이듬해 1월29일 석방된 그는 이내 귀향,조용히 지내려 했지만 강제동원을 피할 수 없었다.이효석(1942년 작고)이 있었던 평양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사가 된 건 1944년 4월.강제 친일에 동원되면서도 일본문인들과의 술자리에서 격렬하게 식민통치를 비판하던 이투사는 1945년 2월 조선출신학도병 위문단으로 중국에 파견,일정을 마친 뒤 탈출,화북조선독립동맹에 참여하여 떳떳하게 해방을 맞았다.이때의 탈출 투쟁기는 ‘노마만리(駑馬萬里)’란 제목으로 남아있다. 1945년 11월 서울에서 그의 희곡 ‘호접’이 단성사에서 공연되는 등 광복 후 한국 좌익문단의 정화에 일조했던 그는이듬해 평양으로 돌아가 6·25때 종군작가로 참가,후퇴 도중 원주 부근에서 지병인 심장병으로 낙오된 채 행방불명된 게 그의 최후다(안우식 지음,심원섭 옮김 ‘김사량 평전’ 참고).김사량은 자신의 친일행각이 강제에 의한 것임을 문학인들에게 공공연하게 실토했던 점과 모험을 무릅쓴 극적인 탈출로 민족해방투쟁에 나섰던 문학인이었다는 점에서식민지시대 저항적 지식인의 전형으로 세계 저항문학사에손색이 없는 작가이다. 극적인 생애는 한설야(韓雪野)도 마찬가지다.기생 이름 같은 낭만적인 필명과는 달리 1900년 함주(함흥)에서 태어난그는 1976년 북한에서 사망할 때까지 영욕을 두루 겪은 비극적인 문학인의 한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아버지는 군수를 지낸 인물인데,유명한 한의학자 이제마(李濟馬)의 제자로,홍범도(洪範圖)등의 의병활동을 무마시키라는 일제의 강요를 거절코 고향을 떠나 피신했다.한설야는 경성제일고보에다니다가 서모(庶母)와 불화로 귀향,함흥고보로 전학,3·1운동에 관련되어 구금 체험을 한다.중국,일본 등지를 떠돌거나 유학 한 뒤 ‘조선문단’으로 등단한 그는 서울에 머물렀다가(1925∼1926),아버지가 많은 빚을 남기고 죽자 중국 동북지방으로 이주했다가 이듬해(1927) 귀국하여 카프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문학과 사상 연구회,‘한설야 문학의 재인식’).한설야가 조선일보에 입사한 것은 1932년경인데 함남지역에 특파됐다가 본사에 왔을 때는 경영권 문제로 매우 복잡 미묘할 때였다.창간 초기부터 경영진의 시국 순응 성향과 편집진의 민족의식 지향이 갈등관계를 유지했던조선일보는 계속 사주가 바뀌면서도 반일논조 때문에 정간과 필화가 잇따랐다.신간회(新幹會)운동으로 안재홍(安在鴻)사장이 구속되는 등 혼란을 틈타 고리대금업을 하던 채권자 임경래(林景來)가 조선일보 경영권을 주장하여 조병옥(趙炳玉)·주요한(朱耀翰)의 정통 편집팀과 대결,두 개의 조선일보 발행이라는 희극이 연출되다가 방응모(方應謨)가 참여,부사장을 거쳐 발행인이 된 것이 1933년 7월(사장은 조만식).이 혼란 속에서 한설야는 학예부에 근무하며 노동 현장소설의 신기원이란 평가를 받은 이북명(李北鳴)을 발굴하여 ‘질소비료공장’을 연재 중단 당하는 등 카프노선에 충실한 언론인으로 활동한 것 같다. 당시 정황을 한설야는 단편 ‘세로(世路)’에서 너무나 자세히 언급하여 한국언론사의 충실한 증인 역할을 해주고 있다.소설은 자신이 회사로부터 해직 통고서를 받는 장면부터 시작하여 왜 그렇게 됐는가에 대한 자초지종을 회상하고있다.등장인물은 모두 실명이지만 사정상 이니셜을 썼는데,쉽게 알만한 인물들이 그대로 나온다.새 경영진은 기구와인사 개편을 통하여 그때까지 신문사의 주류였던 M일파(투옥 경력자 등으로 묘사)를 약화 시키는데,이 과정에서 인간적인 배신감과 사회적인 공분이 폭발한 한설야는 술자리에서 변절한 동료의 뺨을 후려친 게 화근이 되어 권고 사직을 당했다. 조선일보 사사(社史)에 의하면,1934년 1월 1일자로 대폭적인 인사이동이 있었는데,특히 이 소설의 중요한 모티브가된 M(문석준)의 좌천도 바로 여기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미뤄 볼 때 한설야의 퇴직도 이 무렵일 것이다.이 문석준은 1943년 함흥에서 한설야와 함께 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한설야는 1944년 5월 석방) 당하는 주인공이다.1934년은 그에게 매우 불행한 한 해였다.해직 후 8월 그는 카프 2차사건으로 구속됐기 때문이다.달필인 한설야의 편지는 함흥에서보낸 것인데,아마 1941∼2년초 경 ‘삼천리’가 ‘대동아’로 개제하기 직전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최정희가 한설야에게 잡지에 재수록할만한 짧은 작품을 추천해 달라는 청탁에 대한 회답 형식인 이 편지에서 그는 ‘강아지’와 ‘능금’을 천거했다.앞의 작품은 ‘한설야 단편집’에 실려 있는데,그게 1941년 7월에 나왔으며,뒤의 것은 1940년 간행 단편집 ‘귀향’에 게재된 것으로 볼 때,그리고 ‘대동아’개제가 1942년 3월부터였음을 감안하면 이 편지가 씌어졌던 시기는 밝혀질 것이다.이 무렵 그는 함흥에서 서점·극장·인쇄소 등에 손을 대는 등 생업과 창작에 전념하면서 해방의 날을 준비하고 지냈다.여담이지만 한설야는 광복 후북한에서 ‘김일성장군 전기’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쓴 한편 소련(1947),평화옹호 세계대회 참석차 프랑스(1949) 등지를 방문하는 등 중추적인 역할을 하다가 1962년 비판당한 후 불행한 최후를 마치고 작품도 판금,아직도 전면적인 해금이 안된 상태에 있다. 임헌영 문학평론가·중앙대 겸임교수
  • ‘창무국제예술제’ 28일부터

    한국무용가 김매자(창무예술원 이사장)가 주도해온 ‘창무국제예술제’ 9번째 행사가 오는 28일부터 9월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창무국제예술제’는 아시아권의 현대 공연예술 흐름을 짚어내는 연례 국제행사이다. ‘창무국제예술제2001’이란 타이틀로 열리는 올해 예술제는 ‘미래를 향한 아시아의 열정’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중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5개국 12개 공연단이 참가한다. 각 장르에서 정상에 오른 원로·중진들이 대거 참석하는 개막 무대부터가 심상치 않다.동양예술의 진수를 한껏 보여준다는 주최측의 야심찬 속내가 읽힌다. 조선시대 마지막 무동(舞童)이자 종묘제례악 무형문화재인김천흥옹이 첫 순서로 해금연주를 들려주는 데 이어 독창적인 한국춤 창작에 주력해온 김매자가 자신의 대표작인 ‘춤본 II’를 보란듯이 과시한다. 뒤를 잇는 중국과 일본의 전통 악기 연주도 만만치 않다.세계 무대에서 널리 알려진 장지안화(姜建華)의 얼후(二胡)연주와 일본 오구라 소노스케의 대고(大鼓) 연주가 그것이다. 본공연은 모두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 진행된다.우선 본공연 첫번째 행사(29·30일)는 국제무대에서 조금씩 관심을얻어가고 있는 아시아 발레 조명무대.서울발레씨어터의 ‘내 마음 깊은 곳에’(로이 토비아스 안무)와 ‘생명의 선’(제임스 전)을 비롯해 싱가포르 댄스시어터의 ‘잃어버린공간’‘파이브스(Fives)’가 국내 첫 선을 선보인다. 본 공연 두번째 행사(31일·9월1일)는 신선한 감각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무용가들의 무대.밀물현대무용단 김은희의 ‘빨간 비둘기’,순발력과 재치가 특기인 김나영(예원학교 교사)의 창작발레 ‘왈츠’,말레이시아 탄닥 댄스컴퍼니의 ‘인클로저’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이어 본 공연 세번째 행사(9월2·3일)에서는 지난해 호평받았던 창무회의 ‘아우라지’(김선미 안무)가 앙코르 공연되며,창무회와 인연을 맺어온 일본 무용가 야마다 세츠코가‘꿈꾸는 토지’로 마무리를 짓는다.부대행사로 싱가포르댄스시어터의 발레 마스터,에드먼드 스트라이프의 발레수업이 28∼30일 사흘간 열릴 예정이다. 김성호기자 kimus@
  • “日정부는 전쟁범죄 반성하라”韓·日 연대시위

    ‘전쟁 범죄 반성없는 일본정부를 규탄한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에 대한 분노의목소리가 한국과 일본 하늘에 울려 퍼졌다. 일제로부터 해방을 맞은지 56돌이 되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과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는 ‘일본총리 신사참배 규탄과 군국주의 부활저지를 위한 한·일 연대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A급 전범을 추앙하며 군국주의를부활하려는 음모를 반대한다”는 참석자들의 외침이 메아리쳤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등 9개 단체가 주최한 ‘427차 특별 수요시위’를 겸한 이날 탑골공원 집회에는 위안부 할머니 10여명과 일본 시민단체 대표,국내 중·고교생 등 600여명이 참가했다. 중·고생들은 ‘군국주의 부활 저지’‘역사교과서 왜곡 중지’라고 적은 빨강,노랑 등 색색의 막대풍선을 흔들었다.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헌정 앨범을 제작해 화제를 모았던 대중음악가 임상훈씨가 애절한 사연을 담은 창작 가요를 불렀고한성여고풍물패의 공연이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의 발길을붙잡았다.경기도 광명북고 3학년 임승연(林承延·17)양은 “주변국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고 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지난주 수요집회에는 방학 숙제를 위해 참가했지만 오늘은친구들과 자발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일본의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자국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전쟁 책임을 생각하는 히로시마의회’ 후쿠도메노리야키(福留 範昭)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가 변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한국 시민단체와의 연대투쟁 의지를 밝혔다. 위안부 출신 이용순(73) 할머니는 “일본은 역사의 생생한증인인 우리들이 빨리 죽기만 바라겠지만 우리에게 사죄하고 배상할 때까지 오래 건강하게 살 것”이라고 외쳐 참가자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기고] 아직 할말 있다는 친일파

    우리가 20세기에 못 푼 과제는 분단극복과 민주화이다.이과제를 못 푼 이유중의 하나가 일제잔재,친일파 청산이 좌초된 것 때문이다.이미 해방후 단죄받아야 마땅한 친일주구가 한국사회를 지배해 왔다.우리에게 일제식민지배는 해방이란 시점에서 마침표가 찍히지 않고 계속해 이어져 온 것이다.그래서 지금 친일파청산의 문제는 현재의 문제로서 민족자주의 문제이고,참된 나라찾기의 문제이다.이승만과 박정희 독재를 거치면서 우리는 민족지사나 민주인사의 암살과 모략중상에 의한 매장의 배후에는 늘 친일파의 그림자가어른거리는 것을 보아오고 있다. 비판의 자유와 민주화를체질적으로 가장 싫어해 음해하여 온 부패 기득권부류가 누구인가?친일 정상배와 모리배,졸부들과 친일관료,명망가라는 위선자들이 아닌가? 친일파문제는 결국 반민족적이고 반민주적이며 그래서 반통일적 세력의 청산 문제이다.해방이래 지금까지 친일파는반공주의란 간판을 걸고 매카시즘의 수법으로 반대파를 제거해 오고 있다.그들은 정·관계뿐만 아니고 사회 각계에서명망가로 행세한다. 친일파가 만든 구도 때문에 역사를 제대로 못배운 사람들은 민족문제에 색맹(色盲)이 되고 역사의식이 거세된 속물이 되어 버렸다.친일파의 우민정책이 성공한 것이다.친일파는 눈을 뜨는 백성을 두려워 해서 일찍이 ‘말이 많으면 빨갱이’라고 했다. 친일논쟁을 보면 친일파문제 자체를 김빼려는 것이 친일파쪽의 대응자세이다. 흔히 그들은 ‘일제하에서 세금내고 산사람치고 친일파가 아닌 사람이 있느냐?’고 호통을 치며친일파 문제를 싹쓸이식으로 배제하려 든다.민족문제에 대해 색맹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왜 지나간 과거만 따지느냐? 미래지향적이어야 하지 않는가?’하는 말을 그럴듯하다며듣는다. 과거가 없는 현재나 미래가 없다는 말은 싹둑 잘라버리고 딴전을 피우는 것이다.나아가서 친일파 편을 드는사람은 용서와 화해를 들먹인다.그렇지만 친일파가 언제 어떻게 용서를 빌고 참으로 사죄했는가? 이 사회의 윤리와 정의감을 깡그리 뭉그러뜨려 웃음거리로만든 것은 이 세상이 친일파 판이 되었기 때문이다. 친일행위가 용납되고 출세한 친일파와 부자가 된 친일파가 행세하는데 무슨 정신이 있는가?그런데도 친일인사의 문화예술을친일행위와는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는 얼빠진 소리를 하는이가 있다.여기서 물어보자.원래 글이나 예술 등 정신적 작품은 그 자체가 창조자의 인격이고 정신이다.그런데 민족반역의 매국노와 민족배신의 비열한 정신에서 나온 것이 어떻게 우수한 창작품인가? 니체는 ‘피로써 쓴 글’만이 참 글이라고 했다.말장난과 글자속임수 놀이가 시이고,예술이라면 그러한 예술은 쓰레기통에 집어넣어 버려라! 지금 우리 친일논쟁은 어느쪽으로 가고 있는가? 우리가 아직도 반민족적 ‘친일’을,그렇지 않은 ‘지일(知日)’과선의의 ‘교류’와 혼동할 정도인가? 아직도 친일파에 대한동정론이나 변호론을 지껄이고 있을 시기인가? 21세기에 살아남을 민족으로서 우리는 친일의 반민족성이 왜 반민주로되고, 반통일로 되어 왔는가를 바로보는 안목도 못가질 정도로 친일병에 오염된 환자인가? [한상범 동국대 법학과교수]
  • 멀티미디어북‘플레이 앤 런’

    초등학생 영어교육이 필수가 되면서 주부들의 주름살이 더 늘고 있다.컴퓨터에 익숙해진 아이들인지라 여간해선 눈·귀맛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주부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할 만한 영어 학습서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IT서적 전문의 영진 닷컴과 어린이 영어교육 전문업체인 에듀타운이 합작으로 내놓은 ‘플레이 앤 런’은 놀면서 스스로 학습하는 멀티미디어북 시스템이 특징이다. 1단계는 영어 동화책.동화작가들의 창작 동화로 상상력을북돋운다.다음엔 이 동화 내용을 담은 테이프가 기다린다. 신나는 비트와 리듬을 가미한 효과음으로 귀를 사로 잡으며 앞서 만난 단어들을 되새겨 준다.마지막 코스는 CD롬이다. 아이들은 마우스를 움직이며 동화를 다시 읽을 수 있다.게다가 애니메이션과 ‘그림 퍼즐’‘알파벳 찾기’‘같은 그림 짝짓기’ 등의 게임을 하면서 즐기다 보면 어느새 영어동화는 몸의 일부가 되어있다. 에듀타운은 이 복합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동화작가,영어교사,화가,미국인 교수 등 관련분야의 전문가를 대거 동원했다고 한다.교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따라 초·중·고급 3단계로 나눠져 있다.
  • 신상옥·최은희부부 뮤지컬 제작

    은막의 스타 신상옥(75) 최은희(72) 부부가 뮤지컬에 도전한다. 극단 신협(대표 최은희)은 헤밍웨이 원작 ‘누구를 위하여종은 울리나’(연출 김시우)를 뮤지컬로 제작,내년초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고 14일 밝혔다. 신협에 따르면 뮤지컬 ‘누구를 …’는 헤밍웨이의 원작을텍스트로 하지만 철저하게 재창작해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게 된다.정통극에 바탕을 두지만 전체 형식은 뮤직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것은 우선 그동안 영화 쪽에서만 명성을 누렸던 신상옥 최은희 부부가 처음 뮤지컬에 뛰어든다는 점이다. 신상옥씨는 총감독을 맡고 최은희씨는 게릴라 여대장인 빌라 역을 맡아 직접 무대에 선다. 최씨가 연기에 나서기는 5년전 미국 LA 이벨극장에서 공연된 ‘오 마미’ 이후 처음이다. 스태프도 다국적이다.스페인에서 활약하다 최근 귀국한 무용인 주리씨가 스페인 춤 안무를 맡은 것을 비롯해 의상·무대미술·작곡·조명·오케스트라 녹음을 모두 일본인들이 내한해 담당한다. 최은희씨는 “원래 올 가을 공연예정으로 준비해왔는데 공연장 대관이 차질을 빚어 내년 초로 연기했다”면서 “오랜만에 배역을 맡아 무대에 서는 만큼 두려움과 기대감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 386세대 작가 9인 ‘현장 2001‘전시회

    미술계의 386세대 가운데 역량있는 작가 9인이 모여 ‘현장2001 건·너·간·다’라는 제목으로 17∼21일 성곡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연다.민중미술의 영향을 받은 많은 젊은작가들은 개별화,파편화,일상화로 상징되는 ‘좌표부재’의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80년대식의 선명한 정체성을 잃은것이 사실이다.이들 9인은 이런 가운데서도 자기 중심을 잡고 현장성을 살린 창작에 몰두해온 작가들이다. 참여작가 최병수는 “우리들의 작품이 80년대말에서 2000년대로 건너왔다기보다 시대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그림의 소재인 현장이 바뀌고 그림내용도 바뀐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02)737-7650. 유상덕기자 youni@
  • 소설가 이인화씨 5년만에 박사취득

    이화여대 국문학과에 재직중인 ‘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35·본명 류철균) 교수가 5년여만에 박사학위를 완성,이달말 서울대에서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는다.‘한국 현대소설 창작론연구’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은 40년대말이후 창작론 분야의 44종 단행본과 187종의 평론을 분석대상으로 삼아 산발적으로 전개돼온 소설창작론을 일원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동환기자
  • [씨줄날줄] ‘소리바다’

    ‘한국판 냅스터’로 불리던 음악 파일 공유사이트 ‘소리바다’ 운영자가 기소됐다 해서 소란스럽다.네티즌들은 세상을 오프라인 시대로 되돌리려는 것이냐며 말도 안된다고반발하고 있다.문제는 소동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은 물론 정보화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소리바다’는 회원들의 음악 파일을 서로 검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복제한 파일을 전송받을 수있는 소프트 웨어를 무료로 배포해 왔다.웬만한 네티즌이라면이를 활용해 음반을 구입하는 대신 컴퓨터로 거의 모든 음악을 손쉽게 내려받아 들을 수있게 해준 것이다.회원이 600만명으로 추산될 만큼 음악 애호 네티즌들의 반향은 폭발적이었다. 파장이 확산되자 한국음반산업협회가 제동을 걸었다.‘소리바다’가 회원들의 저작권 침해를 방조했다며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소리바다’측은 이를 납득하지 못한다.인터넷이란 게 본래 정보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교환하기 위해고안되고 운영돼온 시스템이라는 것이다.또 음악 파일 목록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의 ‘냅스터’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작권과 관련된 사안이고 보면 쉽게 판단할 일이아니다.법률 규정 여부를 떠나 저작권은 어떻게든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창작이나 발명과 같은 정신활동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다.그렇다고 인터넷의 현실을 무시할 수도없는 노릇이다.검찰이 기소에 앞서 7개월 동안이나 양측의입장 정리를 기다린 데서도 읽혀지는 딜레마다. 좀 다른 얘기이다.1998년 이후 독도에서 자유스럽게 살아온 삽살개들이 추방될 것이라고 한다.천연기념물인 삽살개들이지만 바다제비며 괭이갈매기를 마구 해쳐 역시 천연기념물인 독도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독도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삽살개의 추방은 필수적이지만 삽살개는 구태여 독도가 아니더라도 보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리바다’문제에 독도 해법을 대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저작권과 함께 인터넷 현실도 인정되어야 한다. 문제는 어느쪽이 더 절박하고 어느 쪽이 그래도 돌파구를찾아 한발 물러설 여유가 있느냐는 것이다.삽살개들은 울릉도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양측은 법정의판결에 앞서 상생의 해법을 찾아내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 재일동포 춘향·조선족 이도령 서울서 만난다

    재일동포 춘향과 조선족 이도령이 오페라 ‘춘향전’을통해 서울에서 만난다.베세토오페라단이 9월13∼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릴 ‘춘향전’의 주역으로 소프라노 전월선과 테너 김영철이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전월선은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동포로 ‘나비부인’‘피가로의 결혼’등 굵직한 국제 오페라 무대에서 프리마돈나로 활약중인 일본의 대표적 소프라노. 김영철은 파리 국제성악 콩쿠르,스페인 빌리보 성악 콩쿠르, 평양예술축전 등에서 우승한 세계적 테너로 현재 중국 음악원 교수다.이번공연에서 이들도 우리말로 노래한다. 전월선과 김영철은 오는 16일 한국에 와 홍보에 나서면서연습에도 참가한다.22일 귀국했다가 9월에 다시 올 예정. 국내에서는 소프라노 신주련과 테너 박성원이 춘향과 이도령 역에 더블 캐스팅돼 이들과 실력을 겨룬다. ‘춘향전’은 현제명이 1948년 작곡한 한국 최초의 창작오페라다. 연출가 정갑균은 “원본을 최대한 살려가면서 남녀노소누구에게나 재미있는 오페라로 완성,춘향의 숭고하고 한국적인 사랑의아름다움을 선보이겠다”고 구상을 밝힌다.오페라 춘향전은 판소리를 능가하는 해학,폭력과 권력에 대한 카타르시스,진정한 사랑과 색정에 가까운 농밀함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셰익스피어 문학에 견줄만 하다고 그는강조한다. 지휘는 일본의 니시모토 신야 도쿄도민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박영민 추계예술대 교수가 번갈아 맡는다. 공연 시간은 오후 7시30분(15일은 오후 3시30분 등 2회공연).(02)3476-6224. 오페라 ‘춘향전’은 서울에 이어 내년에는 중국과 일본에서 공연된다.베세토 오페라단은 베이징 서울 도쿄의 문화예술교류를 통해 한·중·일의 평화를 도모하는 단체다. 김주혁기자 jhkm@
  • 9일부터 성주 민족극한마당·춘천 인형극제

    우리민족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연극잔치를 보러 갈까,아니면 인형극에 푹 빠져볼까.휴가철을 맞아 가족단위로 공연도 보고 이런저런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는 대형 연극제가열린다.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민극협)가 9∼12일 경북 성주 성바깥 숲 일대에서 마련하는 ‘제14회 전국민족극한마당’과 춘천시가 9∼15일 춘천인형극장 등 춘천 일원에서 여는 ‘춘천인형극제 2001’.어엿한 전국행사로 자리잡은 축제들이다. ◆제14회 전국민족극한마당=‘지역문화,이 시대 이 땅의 놀이’라는 주제아래 환경 문화 예술 축제로 진행된다. 민극협 소속 20여개 극단과 대학 풍물패,지역 예술인들이공연,워크숍,토론을 24시간 계속한다. 참여 극단과 대구·경북 풍물패연합 등 지역 풍물패의 개막굿을 시작으로 진주오광대보존회의 ‘진주오광대놀음’,민족미학연구소의 ‘전국 탈춤 등장무 퍼레이드’가 특별·축하공연으로 선보인다.극단 한강의 ‘교실 이데아4’,극단아리랑의 ‘여행을 떠나요’,극단 현장의 ‘구름씨앗’,놀이패 한두레의 ‘느티나무 이야기’,극단 함께사는세상의‘꼬리뽑힌 호랭이’,극단 자갈치의 ‘샛방 더부살이’,놀이패 큰들의 ‘동물의 왕국’,놀이패 우금치의 ‘쪽빛 황혼’,놀이패 한라산의 ‘세경놀이’,극단 토박이의 ‘세상의뒤집어보는 연극 3편’,놀이패 일터의 ‘뺑끼통이 춤추네’,놀이패 열림터의 ‘귀향’,살판의 ‘심심(心心)프리(free)’등이 공식 참가작. ◆춘천인형극제=2001 9일 오후9시 춘천인형극장에서 개막공연 ‘봄내와 코코바우’를 시작으로 15일까지 각종 인형극이 풍성하게 열린다.‘봄내와 코코바우’는 2m가 넘는 40여 개의 대형 인형이 환상적인 음악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는대형 창작 인형극. 인형 조종자의 수가 100여 명에 이르는,이번 축제의 가장큰 볼거리다.개막공연에 앞서 오후5시 팔호광장을 떠나 춘천인형극장까지 벌이는 시가퍼레이드는 인형극단들의 가장행렬.대형인형의 행진을 비롯해 흥미로운 퍼포먼스가 길거리에서 펼쳐진다. 9∼15일 오후10시 춘천인형극장 노천카페에서는 인형극인들과 일반인들이 만나 이야기와 공연도 하는 ‘코코바우카페’가 선다.10∼14일매일 오후8시 춘천인형극장 축제마당에선 콘서트,탈놀이,가족극,음악퍼포먼스 등이 펼쳐지며 10∼15일 춘천인형극장 로비에서는 인형극단들이 인형극 공연정보를 제공하는 인형극 견본시도 진행된다. 김성호기자 kimus@
  • 올 동서문학상 수상자 허수경·김연수씨 선정

    동서문학사가 주관하는 제 14회 ‘동서문학상’ 수상자로시인 허수경씨(37)와 소설가 김연수씨(31)가 뽑혔다. 수상작은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창작과 비평사)와 ‘?A빠이,이상’(문학동네). 허수경의 시들은 “세계의 허위를 무섭게 적발하는 힘을 가졌다”라는 평을,김연수의 소설은 “한국 소설의 밀도를 한껏 높인 작품”이라는 평을 얻었다.시상식은 10월 하순에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파인아들 김영식씨 공개 작고문인 서한의 의미

    *학국문학사 빈공간 메워줄 귀중한 자료””. 한국문학사는 흔히 ‘겨울언덕에 홀로 서 있는 나목(裸木)’으로 비유된다.작가들에 대한 작품론은 풍성한 편이지만,작가들이 활동한 시대와 작가들의 개인적 여건 등을 알 수있는 연구는 미흡하기 때문이다.이는 서류 등 자료를 소홀히 하는 경향에다,사생활에 관한 자료를 노출하기 꺼려 하는 풍토 탓이다. 최근 김영식씨가 공개한 문인 48명의 사신(私信) 214통은 한국문학사의 이같은 ‘빈 공간’을 메워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서 학계와 문단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그동안 더러 문인들의 육필서한이 공개되기는 했지만 수량이 적었다.아울러 특정문인에 한정된 것이어서 한국문단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반면 김영식씨가 내놓은 서한들은 수량도 방대하거니와 일제하 민족진영과 친일성향의 작가는 물론 해방후 월북작가 등 각 분야를 망라하고 있어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편지는 1930년대 중반부터 1940년대 중반까지 오고간 것이 대부분이다. 김영식씨는 이달말 파인(巴人) 김동환 시인의탄생 100주년에 맞춰 기념행사를 갖기 위해 8년여전부터 각종 자료를모아왔다.이 편지는 자신이 소장해오던 것과 최정희 여사에서 태어난 이복형제들이 갖고 있던 것들이다. 김영식씨는 “문인들의 편지 속에서 선친과 관련된 ‘흔적’을 발견하고 반가움과 함께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었다”면서 “가치있는 자료는 수요자,특히 연구자에게 자유롭게활용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편지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편지들은 첫 공개되는 것이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문단교류기의 편린들로 당대의 문예사조,동호인관계,특정 문인의 개성,송수신자간의 내밀한 사연까지 고루 다루고 있다”면서 “이번에 밝힌 편지 말고도 60여통이더 있으나,관련자들 가운데 여럿이 생존해 있어 추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문인들의 사신은파인 김동환 시인이 부인 신원혜에게 보낸 32통을 제외하면,나머지 182통은 모두 문학사적 가치가 큰 ‘사료’들이다. 이 편지의 수신자는 주로 소설가 최정희 여사인데,이는 그가 당시 파인 김동환 시인이 운영하던 삼천리사의 기자로근무하면서 문인들에게 원고청탁 등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파인 김동환 시인의 편지가 적은 것은 1946년 12월 당시 파인 가족이 서울 종로구 적선동 183번지(현 정부세종로청사자리)에 살고 있을 때 집에 불이 나 각종 자료 등이 모두없어졌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씨는 이 편지들에 대해 “우리 근대문학사 한 세기를 담아낸 기록”이라면서 “문인 몇 사람의 사신 차원을 넘어 문화재적 가치를 갖는 사료”라고 평가했다.임헌영씨는 또 “외국의 경우 문인들의 개인 전집에 작품은 물론 그가 주고받은 사신도 전부 수록하고 있다”면서“문인 인물연구는 물론 그동안 숨겨진 우리 문단사의 상당부분을 되살릴 수 있을 만한 자료”라고 말했다. 임헌영씨는 이 편지들은 ▲일제 때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카프·KAPF)-비(非)카프계열 문인들의 교류 파악 ▲남북한의 주요 문인 망라 ▲파인에서부터 학생시인 박봉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 포함 ▲최정희-모윤숙-노천명 등 당시 여류문인의 인간적 관계와 사생활 이해 ▲김남천의 문학비평 소개 ▲김사량의 편지를 통한 재일조선인 문단의 활동상 파악 ▲문단과 거의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육사의 문단 교류 등의 사실을 처음 또는 재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밝혔다. 임헌영씨는 대한매일에 이 편지를 토대로 한 시리즈를 연재하기 위해 지난 한달여동안 기존 문단사와 비사 등을 확인하고 김영식씨로부터 가족사 등에 대해 청취했다. 정운현기자 jwh59@. ■파인 김동환·최정희는. 파인 김동환(1901∼1950년 납북후 사망 추정).그는 ‘국경의 밤’으로 우리 문학사에 굵은 획을 그은 작가이다.장편서사시와 민요시 창작을 주도했다.1925년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카프)에 가담하는 등 한때 계급문학에 관심을보였으나 주된 정조는 민족정신이었다.고전에 몰두해 가사문학 등 전통문학과의 접목을 시도하면서 민요시를 왕성하게 발표했으며,1929년에는 종합 대중잡지 ‘삼천리’를 창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치열한 현실 의식의 부족으로 30년대 말부터 친일문학의 늪에 빠져들었고,1941년8월 친일단체를 망라한 ‘임전대책협의회’의 발족에 앞장서기도 했다.1931년쯤 ‘삼천리’에 입사한 최정희와의 ‘관계’가 1942년에 알려져화제가 된 뒤 43년부터 동거에 들어갔다. 소설가 최정희는 1931년 ‘정당한 스파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주로 일제하 지식인 여성의 고통을 다룬 작품을 발표했다.‘인간문제’로 유명한 당대의 여류소설가 강경애가 민족의 수난과 정면대결을 시도한 작가였다면 최정희는 여성의 문제에 일찍 눈을 뜬 작가였다.‘지맥’‘인맥’‘천맥’ 등의 대표작에서 신여성의 진보적 의식이 당대의경제적 사회적 관습에 어떻게 짓눌리는가를 주로 다뤘다. 이종수기자 vielee@. ■편지 주인공들. 파인 김동환 시인과 최정희 여사가 보관해오던 편지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우리 근대문학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거목’들이다. 이들 중에는 국권상실기에 문학을 통해 일제에 대해 저항의식을 표출하던 사람도,친일성향을 띠었던 사람들도 있다. 또한 광복 후 북한에서 활동한 사람들도 제법 많다.이는 우리 역사의굴곡을 여실히 보여준다.이들은 편지에서 생활의 애환을 털어놓거나,문학과 역사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모습을 보여주는 등 문인의 각종 고뇌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우선 편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국내에 비교적 자료가 적은 월북시인 및 작가들의 것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이들에대한 문학적 연구는 지난 90년대초 월북문인 해금조치로 조금씩 이뤄지고 있으나 사료가 적은 탓에,학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편지를 남긴 월북 시인 및 작가는 박태원·한설야·이태준·김남천·이현욱·안회남·박찬모·이용악·김사량 등이다.박태원은 말년에 중풍으로 전신불수,실명상태에서 ‘갑오농민전쟁’을 탈고해 ‘한국의 밀턴’으로 불린다.한설야는 북한에서 교육문화상·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을,김남천·이태준은 각각 문학가 단체에서 요직을 지냈다.또 이현욱은 임화의 두번째 부인으로,지하련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편지를 남긴 사람들 가운데는 친일성향의 작품이나 글을 남겼거나,친일단체에서 활동한 인사들도 적지 않다.김동환을 비롯해 백철·이헌구·정인택·박종화·유진오·정비석·노천명·모윤숙 등이 그들이다.박종화는 학병권유 글을 썼고,노천명은 일제의 태평양전쟁을 미화하는 시를 썼다. 다른 여러 인사들도 친일성향의 글을 몇 편씩 남겼다.그러나 ‘민족시인’ 이육사의 엽서 1통도 보여 눈길을 끈다. 최근까지 활동했던 소설가 김동리(95년 작고)와 황순원(2000년 작고)의 편지도 포함돼 있다.또 말년까지 고향인 경남 진주에서 언론인으로 활약한 설창수 시인의 편지도 있다. 그는 일본 유학시절의 항일운동 공로로 지난 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특히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이 최정희인지라 같은 여성인 모윤숙(22통),노천명(21통)등과 나눈 편지가 많다.이들 3명은 당시 문단에서 ‘쌈바가라스’(‘삼총사’의 일본식 표현)로 불릴 만큼 정이 도타웠다.편지에는 이들의 사생활과 개인적 친분관계가 숨김없이 드러나 자못 흥미를 끈다. 정운현기자
  • 탄생 100돌 문학정신 기린다

    우리 근대문학을 살찌운 문인 중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맞는 이들이 유달리 많다. 김동환 이상화 박영희 최서해 심훈 박종화 등. 대산문화재단과 민족문학작가회의는 공동으로 다음달 하순 이들의 탄생 100주년에 담긴 뜻을 되새기기 위해 ‘근대문학 갈림길에 선 작가들-탄생 100주년 기념문학제’란심포지엄을 열고 이들의 문학정신을 살펴본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은 “문학이 갈수록 소외되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이 행사를 갖게 됐다”면서 “문학이 대중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월간 문학사상도 8·9월호에 이들 작가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다룬다.문학사상은 8월호에 시인편(김동환 이상화 박영희)을 특집으로 실었고 9월 호에서는 소설가편(최서해 심훈 한설야)을 게재한다. 김동환의 유족은 이런 행사와는 별도로 학술세미나 자료전 시화전 가곡의 밤 등을 준비중이다. 문학평론가 방민호씨는 “1901년 태생의 작가가 많은 이유는 3·1 운동 후 일제의 유화국면 전환에 따라 많은 지식인이 배출된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면서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문인들이 사회주의나 민족주의 경향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는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문화계 인사들은 “문학이나 예술작품이 현실과 완전히유리될 수 없음을 전제로 한다면 이들의 작품세계는 파란만장했던 우리 근대사를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격동기를 헤쳐온 문학 정신과 만남으로써우리의 현재를 점검하고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되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수 기자 vielee@. ◎문학 대표작가 6인 업적. ●심훈 30년 이후 해방의 염원을 담은 시 ‘그날의 오면’과 항일 투쟁을 소재로 한 장편 소설 ‘동방의 애인’ 등을 발표한 작가.대표작은 장편소설 ‘상록수’이다.이광수와 함께 ‘민중 속으로’라는 뜻의 ‘브 나로드’ 운동에앞장섰다. ●이상화 초기엔 프랑스 상징파의 영향을 받아 ‘나의 침실로’ 등 관능적이고 환상적인 작품을 썼다.1924년을 기점으로 민족의식을 중시하게 되며 카프의 일원으로서 농민이나 노동자의 삶을 그린다.‘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통해 나라를 빼앗긴 설움과 저항의식을 표출했다. ●최서해 신경향파의 선두주자.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탈출기’‘기아와 살육’ 등에서 간도 유민이나 빈농의 생활상을 그렸다.계급 갈등을 탁월하게 묘사한 카프파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박영희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카프·KAPF)에 가입해 무산자문학의 대표적 이론가로 활약하다 1934년 카프를 탈퇴하면서 신문에 “다만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잃은것은 예술 자신이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이후 운동보다는 문학에 열성을 쏟았으며 일제말 조선문인협회 간사로 활동하는 등 친일행위를 벌였다. ●김동환 ‘북청 물장수’라는 작품으로 익숙한 시인. 30년대 말부터 친일문학으로 변절했다는 오점을 갖고 있으나 근대문학사에서 그가 끼친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국경의 밤’과 같은 장편 서사시를 통해 민족주의를 고취했다.또 전래 민요의 형식과 내용을 살린 민요시를 창작,전통성을 이어 가려고 노력했다.향토색 짙은 시를 많이썼다. ●박종화 초기엔 ‘백조’동인으로 활약하면서 낭만주의시를 썼다.주로 3·1운동 후의 암담한 민족 현실을 노래했다. 프롤레타리아문학이 지배적인 풍토에서도 민족주의 문학을고수했다. 일제말까지 변절하지 않고 한국 역사와 고전 연구에 몰두했다.‘금삼의 피’‘홍경래’‘세종대왕’ 등역사소설을 많이 썼다.
  • 대중가요 패러디 ‘창작인가, 공해인가’

    가수 서태지가 자신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왜곡해 본땄다는 이유로 이재수의 앨범 ‘이란’(耳亂)과 뮤직비디오에 대한 판매중지 가처분신청을 냄으로써 대중가요 패러디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다. 서태지의 이번 조처는 패러디 부분을 놓고 이루어진 첫법적 대응이란 점에서 지금까지의 표절시비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대중가요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태지측은 이재수의 앨범 수록곡중 ‘컴배콤’이 자신의 노래 ‘컴백홈’과 비슷한 유사 제목을 사용한 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이고 가사를 조잡하게 개사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분장을 한 이재수가 휴지를 들고 변기에 앉은모습을 담은 뮤직비디오가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불만을표시했다.패러디 장르를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컴백홈’을 야유해 원곡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는주장이다. 이에 맞서 이재수는 “저작권 부분은 이미 사용료를 낸상태”라며 원곡을 부분적으로 변형하는 패러디 문화가 확산돼가는 시점에서 서태지가 사전 협의 없이 법적 대응에나선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패러디의 정도와 형식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리가 돼있지 않은 점이다.선진 외국에선 간혹 생기는법적인 분쟁에도 불구하고 패러디가 독창적인 표현의 한장르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지만 국내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특히 우리의 경우 패러디가 젊은 층에서 널리 확산돼가고 있지만 수면위로 떠오를만큼 유연성과 탄력성을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논란이 일단 법적 해석에 따라 좌우되지만 이번 기회에 문화적 차원에서 공론화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패러디가 독립적인 창작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원작과 관련된 주제를 더 진실되게 표현해야 하며 단순히 흥미위주의 가벼움이나 상업적인 이해관계가 개입되선 안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즉 합성이나 원작의 특정부분을 희화화하는 패러디는 원작의 기본 컨셉과 맥락을 같이 하면서 원작의 논의를 비판하는 수준이라면 보호받을 수 있지만 상업적인 의도를 담은작의적인 변형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이동연 사무차장은 “대중가요를 포함한 예술영역에서 패러디의 자유는 인정돼야 하지만 패러디의 주체가 원작의 본래 의도를 분명하게 인식,재창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번 기회에 패러디에 대한 공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평론가 강헌씨는 “국내에서도 비디오나 TV영화 등에서 패러디가 일상화되고 있지만 예술사를 새로 쓸정도의 독창적 형태와는 거리가 있다”며 “성숙한 문제의식 없는 패러디는 공해”라고 잘라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희망의 문’두드리는 새 사회과학

    공산권의 몰락으로 ‘대항마’가 없어진 민주주의의 맹주미국이 세계를 좌지우지한다.그 이데올로기의 변형인 신자유주의가 당당하게,계속 기세를 떨칠 것으로 보이는 현실에 대해 던지는 쓰디 쓴 독설이 나와 눈길을 끈다. 거시적 이론틀인 ‘세계체계론’으로 사회학사의 한 장을장식한 이매뉴얼 월러스타인 교수가 현재의 자본주의체계의 ‘조종’을 울렸다. ‘우리가 아는 세계의 종언’(창작과 비평사,백승욱 옮김). 책은 저자가 세계 진단과 전망을 담아 1999년 발표한 논문을 모았다. 저자는 책에서 자유주의자들이 퍼뜨린 합리성에 대한 약속이 신뢰를 잃기 시작하면서 진보에 대한 믿음이 붕괴되기시작했고,급기야 세계인들의 인내도 한계에 이르렀다고진단한다. 이 책에 따르면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 세계적 지배 이데올로기인 자유주의,그리고 이에 저항해 탄생한 반체계도자유주의에 포섭돼 모두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이제는 더 이상 생명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고 설파한다. 또 이런 체계의 지적 토대인 근대적 사회과학 또한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아 유효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한다.결국 역사적으로 긴밀히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체계와 사회과학 모두가 ‘종언(終焉)’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겐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 붕괴와 서구체계의 케인즈 모델의 동요,공산권 붕괴 등은 개량주의적 기획에 대한 대중적 환멸과 이로 인한 국가의 대중적 정당성 기반 상실을극명히 보여 준 ‘종언의 조짐’이다. 그러나 세계의 종언이라는 그의 도발적 진단은 부정에 머물지 않는다.오히려 불확실성이란 척박함에서 희망을 길어올린다.비판하되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학자로서의 자세를견지하고 있다. 불확실성은 수많은 가능성들로 열려 있고,근본적 변화를가능하게 하는 힘을 내포하고 있다. 그가 내세우는 근거는 좋은 사회를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투쟁이다.물론 ‘새로운 열린 사회과학’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는 이 혼돈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창조성에 바탕을 둔밝음을 캐낸다.도발에서 조심스런 낙관으로 나아가는 그의논리 전개를 찬찬히 곱씹어보는 일은 불확실성이판치는 시대에 한줄기 위안이 된다. 이종수기자 vielee@
  • 리뷰/ 뮤지컬 ‘둘리’

    극단 에이콤이 지난 27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막을 올린 뮤지컬 ‘둘리’는 공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국산 만화·애니메이션이 과연 뮤지컬로 변신할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그리고 여느 영화나 뮤지컬에서도쉽게 볼 수 없는 블록버스터급 특수효과가 공연예술계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켰다. 실제로 공연 이틀째인 지난 28일 공연장은 예상대로 ‘어린이들의 잔치’ 분위기였지만 객석 곳곳에 무대미술 전문가들이 지키고 앉아 공연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1·2부로 나눠 진행된 공연에서 어린이들의 웃음과 박수가이어져,일단 어린이를 겨냥한 공연으론 성공작이라는 평을내릴 수 있다.1부는 원작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부분에 지나치게 시간을 할애애 다소 지루했지만 2부에서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했다. 둘리 마이콜 길동 또치 등 주연급이 총출동해 추는 탭댄스,마이클 잭슨을 패러디한 춤,둘리가 엄마를 찾아 떠나는 우주여행의 신비로운 영상등은 원작엔 없는 흥미있는 요소들이다.에이콤 측이 공연전부터 자랑했던 첨단 특수효과가 줄곧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둘리가 순식간에 얼음구덩이에 갇히고 집채만한 둘리엄마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가 하면 고대 이집트의 미라가 갈라지고,벽화가 살아 움직인다. 이태원(둘리 엄마) 피터 현(둘리) 임춘길(마이콜) 서영주(길동이) 등 주요 배역들의 기량은 어린이극을 단순히 어린이만의 볼거리로 국한시키지 않게 한다.전격 캐스팅된 둘리,피터 현의 현란한 탭댄스를 비롯해 둘리와 헤어지는 장면에서 이태원의 애절한 노래,길동과 정자(서영주)가 토해내는 현실불만조의 신세타령이 어른들의 눈길을 잡아매는 부분이다. 둘리와 길동이 등 만화 캐릭터들의 머리모양을 그대로 살린 특수분장이 원작 분위기를 무대위로 무난하게 옮겨놓았지만 둘리의 캐릭터가 왜소하고 평범해 타이틀 롤의 분장으론 조금 미흡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에이콤은 ‘둘리’를 브로드웨이의 ‘라이언 킹’처럼 가족 뮤지컬로 정착시킨다는 꿈을 갖고있다.이번 무대는 종전공연장에선 보기 힘들었던 특수효과가 등장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원작 소개 수준에 머문 느낌이 강하다.우리 만화를 소재로 한 첫 창작 뮤지컬 ‘둘리’ 공연장에 어른들의환호가 더 많이 들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성호기자 kimus@
  • 충청오페라단 ‘솔뫼’9월 초연

    한국 최초의 사제이자 1984년 로마 교황청에 의해 한국인최초로 성인 반열에 오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오페라로 부활한다.충청오페라단은 그의 일대기를 재현한 창작오페라 ‘솔뫼’를 9월 초연한다.15일 오후 7시30분 충남당진 솔뫼성지 야외무대,21·22일 대전 충남대 국제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각각 공연된다. 소나무 숲이 우거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솔뫼는 당진군 우강면 송산리에 위치한 김신부의 출생지다.그는 박해를피해 할아버지를 따라 용인으로 이사간 7살 때까지 이곳에살았다. 김옥희 수녀(선문대 역사학과 교수)가 대본을 쓴 ‘솔뫼’는 총4막으로 구성된다.제1막 ‘솔뫼교우촌’은 김대건이마카오에 유학할 신학생으로 선발되는 과정과 동료 신자들과 이별하는 장면을 그린다.제2막 ‘만주벌판과 입국’에서는 김대건의 고행과 비밀리에 귀국한 뒤 임무 수행을 위해어머니 면회까지 거절하는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제3막 ‘서품식과 라 파엘호’에서는 중국 상하이 금가항성당에서 열린 김대건 서품식 등이,제4막 ‘조정회의,감옥,사형’에서는 새남터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광경이 재현되며 시성식을 거쳐 ‘영광의 합창’소리 속에 막을 내린다. 양기철 충청오페라단장 겸 예술총감독(신성대 교수)은 “김대건 신부의 숭고한 삶과 순교 정신을 재조명하여 새로운정신적 지표를 마련하고,우리 고유의 판소리와 전통음악을서양의 오페라와 접목시켜 새로운 예술 장르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연출과 안무는 김홍승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연출과),작곡은 이병욱 교수(서원대 음악과)가 맡았다. 충청오페라단은 2002년 5월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와 6월 월드컵 경축 공연에 이어 서울 공연과 이탈리아 로마의 바티칸 공연까지 추진하고 있다. 김주혁기자 jhkm@
  • [CULTURE & JOB] 주목받는 영화음악가

    가브리엘 야레,반젤리스,엔니오 모리코네가 영화음악을 만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베티블루’,‘블레이드 러너’,‘미션’의 장면장면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선명히 기억될수 있었을까.영화음악이 ‘구색용’이던 시대는 갔다.충무로의 영화제작자들이 영화음악에 들이는 공을 한번 눈여겨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좀더 완벽한 음악을 뽑아내기 위해 후반작업 자체를 미루는 사례까지 흔해졌다. 충무로에서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영화음악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열이면 열 똑같은 이름을 댄다.조성우씨(38)다. 내로라 하는 감독들이 “내 영화 좀 신경써달라”는 아부(?)와 함께 주연배우들보다 더 빨리 시나리오를 안기는 사람이다. “영화에서 음악이 뭐냐구요? 식초나 후추 같은 조미료쯤으로 대접한다면 섭섭하지요.영화음악은 영화에 날개를 달아주는 그 어떤 것,영상이미지를 청각 이미지로 바꿔 전달하는 장치라고 할까요.” 그러니까 그에게 영화음악 만들기는 “영화에 날개를 달아주는 작업”이다. 의뢰받은 영화음악이 평소 예닐곱편은 밀려있다는 사람.그가 운영하는 영화음악전문 기획실 M&F(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가면 소문으로만 듣던 얘기가 단박에실감된다.‘약속’‘8월의 크리스마스’‘인정사정 볼 것없다’‘정사’‘순애보’‘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선물’…. 그의 창작곡들이 배경음악으로 쓰인 영화 포스터들이 사무실 구석구석에 촘촘히 놓여 있다.지난해 한 음악전문지가‘한국영화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음반 베스트10’을조사한 결과,그의 작품들이 절반을 휩쓸었다.지난 96년 첫작품 ‘런 어웨이’ 이후 지금까지 그가 음악감독을 맡은작품은 14편. 8월18일 개봉예정인 스릴러 ‘세이 예스’의 음악을 마무리 작업하느라 요며칠은 정신없었다.그뿐이 아니다.개봉을앞둔 ‘고양이를 부탁해’의 음악은 녹음에 들어갔고,한창촬영중인 ‘봄날은 간다’는 최종 편집단계다.‘결혼은 미친 짓이다’‘살인비가’ 등 조만간 크랭크인될 영화도 주문받아놓고 짬짬이 영감을 떠올리고 있는 중이다. “영화음악이 요즘처럼 주목받은 적이 없었어요.무엇보다예전엔 영화시장 자체가 넓지 않았으니까요.” 영화음악이 독립 예술장르로 제대로 대접받기 시작한 건고작 4년전쯤부터.97년 ‘접속’의 음악이 선풍적 인기를끌면서였다.“드라마 위주를 벗어나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선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영화 제작환경이 바뀐 덕분”이라고 그는 풀이한다.드라마가 강하지 않은 영화들은 작품의 이미지를 전달해줄 음악쪽에 그만큼 비중을 크게 두기 때문이다. 영화음악의 개척자로서 입지를 착착 넓혀가는 자신을 두고 ‘행운아’라고 겸손해 한다.기막히게 일이 잘 풀리는 사람인 건 틀림없다.그는 연세대 철학과를 나왔다.“영화를보고나면 그림은 기억나는 게 없고 늘 음악만 남았다”며웃는다.98년 한해동안 ‘8월의 크리스마스’‘정사’‘약속’ 등 화제작 3편을 번갈아 OST 판매 1위에 올려놨다. “국내 영화음악의 성장여부는 오리지널 스코어(순수 창작곡)를 중시하는 풍토가 얼마나 빨리 뿌리내리느냐에 달렸어요.유명팝송을 고민없이 끌어다쓰는 지금같은 분위기에서는 먼 얘기지만요.” 이 대목에서 그의 목소리에 부쩍 힘이 실린다.그럴 수밖에.그의 음악은 100% 창작곡들이다.지금까지 단 한번도 음악작업에 남의 히트곡을 빌려쓴 적이 없다.지난해 1월 전문기획사 M&F를 차린 것도 그런 고집에서다.순수창작곡들만 ‘논스톱’으로 제작하기 위해 서라운드 방식의 극장용 전문녹음실까지 갖췄다.국내에선 유일하다. “한국영화의 파이가 커지면 영화음악도 자연히 부가가치가 높아진다”고 그는 말한다.일본에 수출된 ‘순애보’‘정사’‘선물’ 등은빠르면 10월부터 OST음반도 현지발매된다. 황수정기자 sjh@. ■국내 영화음악시장. 한국영화 OST로 지금까지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한 작품은‘접속’(97년작).‘어 러버스 콘체르토’를 삽입해 70만장을 팔았다.이처럼 저작료를 주고 인기 외국곡들을 즐겨 끌어쓴다는 점이 4∼5년새 급속히 부각된 국내 영화음악 시장의 특징이다. 순수창작을 위한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현재 국내에서 ‘스코어링’(영화장면의 프레임에 정확히 맞춰 음악을조절하는 것)이 가능한 전문영화음악가는 5명 남짓. 그러나 다행한 것은 한국영화의 질적·양적 팽창과 함께영화음악의 환경도 자연스럽게 나아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해석이다. 실제로 A급 영화음악가가 영화 1편에 받는 작곡료는 4,000만원선.A급 영화감독이 받는 연출료와 맞먹는다.제작환경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몇년전까지만도 개봉전 일주일여동안번개불에 콩구워먹듯 뚝딱 ‘해치우던’ 것이 요즘은 크랭크인 단계에서부터 공을 들인다. 해외 유명음악가에게 외주를 주기도 한다.9월에 개봉될 ‘무사’(제작 싸이더스)는 음악을 ‘에반겔리온’으로 유명한 일본인 영화음악가 사기스 시로에게 2억원을 주고 맡겼다.국내 영화음악이 산업아이템으로 자리잡기 위해 선결돼야할 문제는 저작권 보호.우리는 작곡료가 전부이다.상영횟수가 암만 많아도 추가 저작권료가 없는 반면 일본의 경우는 작곡료외에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횟수만큼 저작권료가 추가로 더 들어오게 돼있다. 덧붙여 한가지.영화선진국들처럼 순수창작곡을 쓰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한다는 한 음악가의 지적은 충분히 일리있다.“‘친구’가 미국에 수출됐다고 하자.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느닷없이 ‘베드 케이스 오브 러빙 유’(주제곡)가 나올 때 그쪽 관객들은 어떨까.모르긴 해도 달아오른 감정이 뚝 떨어질 거다.”황수정기자
  • 전국남녀 1,520명 조사 “영상물 심의기준 더 엄격해야”43%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보류 판정 심의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등급보류제를 아예 철폐해야 한다는 영화인들의 움직임과 정반대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화 등급 심의 기준은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영화에 대해서 만큼은 관대한태도를 보였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최근 전국의 15세 이상 남녀 1,520명을 대상으로영상물 등급분류에 대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응답자의 43.0%가 엄격한 심의기준 적용을 요구했다. ‘지금보다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36.5%로 나타났고 ‘현재의 심의기준이 적당하다’는 의견은 19.8%에 불과했다. 엄격한 기준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고연령,저학력,저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등급분류시 현재보다 더 엄격해야 할 분야로는 PC게임(42. 3%)과 비디오(28.1%)를 높게 꼽았다.영화(8.2%),영상물광고(7.0%),업소용게임(3.8%)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완화해야 할 분야로는 영화(41.3%),비디오(6.8%),PC게임(5.9%),무대공연(5.6%),음반(5.1%) 등을 들었다.첫손에 꼽힌영화는 지난해 27.1%에 비해 14.2%포인트나 증가했다. 영상물 등급분류시 가장 신경써야 할 점으로는 ‘청소년등의 관객보호 및 공공윤리성 유지’(33.7%),‘음란ㆍ폭력성 예방 및 차단’(30.5%),‘표현과 창작의 자유 존중’(18.4%),‘관객의 자유로운 관람권 존중’(16.3%) 등을 들었다. ‘국내물과 국외물의 심의기준에 차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58. 3%)는 의견이 ‘아니다’(35.8%)라는 의견보다 우세했고 응답자의 81.3%가 ‘국외물에 대해 더 관대하다’고 대답했다. ‘음모’ 노출에 대해서는 ‘허용해서는 안된다’(74.6%)는 의견이 찬성(23.8%)보다 3배 이상 많았으며 국내 에로비디오 등급분류 기준에 대해서도 ‘강화해야 한다’(51. 9%)는 의견이 ‘완화해야 한다’(14.1%)는 의견보다 훨씬 많았다. 현재 ‘18세 이상’으로 규정돼 있는 영상물 관람 성인등급에 대해서도 ‘19세 이상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61.1%)는 의견이 ‘현행 규정이 적정하다’는 의견(38.4%)을 앞질렀다. 이번 조사를 토대로 추산한 국민들의 한달 평균 극장관람횟수는 0.9회.비디오 관람 편수는 2.36회였다. 한달에 한번도 극장에 가지 않거나 비디오를 한 편도 보지 않는 국민도 각각 47.0%와 42.8%에 이르렀다. 영화와 비디오 모두 남자,저연령,고학력,고소득 계층에서상대적으로 관람횟수가 많았다. 황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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