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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봄바람(박상률 지음,사계절 펴냄) 시·희곡·소설 등 다방면의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의 성장소설.60년대말 남도의 농어촌을 배경으로 13살 소년의 꿈·호기심·모험·짝사랑 등 통과의례를 통해 세상과 자아에 눈떠가는 과정을 아련히 보듬고 있다.8000원. ●어머니(이선관 지음,선 펴냄) “이제 나도 서정시를 쓰고 싶다.”고 할 만큼 현실에 참여해온 시인의 작품 가운데 99편을 모았다.한평생 마산을 지키며 써온 군더더기 없는 환경·생태시 등은 시대를 앞선 혜안을 보여준다.9000원. ●그 사랑이 나를 부르네(김상옥 지음,열매출판사 펴냄) 자신의 절절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하얀 기억 속의 너’로 화제가 된 작가가 낸 실화소설.3대째 무병에 걸린 미스코리아 출신 여인의 사랑과 출생 비밀을 다룬다.8500원. ●바람의 나라(김진 지음,제이북 펴냄) 12년 동안 21권의 만화로 출간돼 인기를 누리며 게임·뮤지컬로 소개된 작품이 소설로 나왔다.고대사를 배경으로 신화·인간의 세계를 팬터지 기법으로 처리.모두 2권,각권 9000원. ●쾌걸 조로(존스턴 매컬리 지음,김정미 옮김,황금가지 펴냄)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 여러 버전으로 나온 조로의 모험담.아동용이나 해적판이 아닌 첫 완역본.19세기 스페인 지배하의 미국 캘리포니아를 무대로 펼쳐지는 권선징악과 로맨스가 줄거리.9500원. ●테이블(프랑시스 퐁주 지음,허정아 옮김,책세상 펴냄)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시인의 유작.‘사물의 시인’으로 불릴 만큼 감정을 아끼고 가장 객관적 언어로 사물을 형상화한 시인의 작품세계가 잘 묻어난다.테이블의 눈길로 테이블을 일기처럼 그린다.4900원. ●제발 조용히 좀 해요(레이먼드 카버 지음,손성경 옮김,문학동네 펴냄) 1980년대 미국 단편소설 붐을 주도한 작가의 첫 작품집.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을 통해 섬뜩하면서도 단순한 정체성을 그리면서 고독한 현대인의 초상을 담았다.1만 1000원.˝
  • [보러갑시다]

    ■ 폴란드 실레지안 현악사중주단 연주회 26일 오후8시 호암아트홀(02)751-9606.피아노 박휘암. ■ 기타리스트 롤랑 디용 콘서트 27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30일 오후7시30분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02)545-2078. ■ 예술의전당이 만드는 이야기 콘서트-강충모의 뮤직 스토리 27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02)580-1300.바이올린 김남윤,첼로 박상민,클라리넷 오광호,비올라 오순화,베이스 이호교,소프라노 김영미. ■ 금난새의 테마가 있는 음악회-음악 속의 수수께끼 28일 오후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33-8744.유라시안 필하모닉. ■ 2004 교향악축제-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4월1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80-1300.지휘 로버트 올슨,바이올린 제니퍼 고. ■ 한유숙 도예전 30일까지 통인화랑(02)735-9094.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의 도예 세계. ■ 김선자 작품전 31일∼4월6일 단성갤러리(02)735-5588.장지에 석채를 사용해 그린 다양한 빛깔의 채색화. ■ 유서형 개인전 31일∼4월6일 관훈갤러리(02)733-6469.존재의 가벼움을 주제로 한 유화 및 혼합미디어 작품. ■ 남석우 작품전 30일까지 갤러리 라메르(02)730-5454.작가적 상상력에 의해 번안된 소나무 풍경. ■ 장윤우 금속조형전 31일까지 삼청각(02)3676-3460.‘잘린 나무와 환경’ 연작 등 30여점의 금속작품. ■ 달의 뒤쪽 30일∼4월15일 문예진흥원예술극장 소극장(02)744-0300.조정일 작·권은아 연출,윤예인 방재승 출연.사방이 지뢰밭인 낯선 공간에 갇힌 자들과 이곳에 추락한 어느 비행사간의 갈등과 좌절. ■ 우동 한그릇 5월30일까지 김동수플레이하우스(02)3675-4675.구리 료헤이 작·김동수 (연출),김석주 한경미 출연.우동으로 용기를 얻은 세 모자. ■ 줄리에게 박수를 4월25일까지 예술극장 나무와물(02)745-2124.박수진 작·손대원 연출,박희순 이상혁 출연.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로 버티는 배우 지망 청춘들의 희망가. ■ 냉정과 열정사이 5월9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02)3672-3001.이항나 연출,조한철 전익령 출연.영화,연극,미술을 결합시킨 멀티시어터. ■ 아소토유니온 콘서트 26일 오후7시30분 대학로 질러홀 1588-1555. ■ 최희준 콘서트 26·27일 오후8시 정동극장(02)751-1534. ■ 딥퍼플 내한공연 26일 오후8시 대구컨벤션센터,28일 오후7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02)2055-1677. ■ 라이브 이마주 콘서트 27일 오후6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02)3675-2754. ■ 이승환·전인권 콘서트 27일 오후5시 장충체육관(02)2040-1000. ■ 인순이 대구 콘서트 27일 오후 3시·7시 호텔 인터불고 컨벤션홀(053)939-0300. ■ 자전거 탄 풍경 콘서트 27일 오후 4시·7시30분,28일 오후3시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02)567-1318. ■ 정원영밴드 콘서트 27일 오후7시,28일 오후6시 클럽피닉스(02)518-8676. ■ 조영남 의정부 콘서트 27일 오후7시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031)828-5841. ■ 국립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엄마와 함께하는 국악보따리 26일 오전11시·오후4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02)2274-3507.5세∼초등학생 대상 국악관현악. ■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마리우스 프티파의 밤 4월2일 오후7시30분,3일 오후 4시·7시30분 호암아트홀 1544-1555.‘잠자는 숲속의 미녀’‘라 바야데르’‘레이몬다’등 명작 하이라이트 공연. ■ 나부상화 5월9일까지 세우아트센터(02)742-0917.우봉규 작·박근형 연출.고려말 전등사 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 매직 투 러브 28일까지 매직리더스마술전용극장(02)2068-0734.손정섭 연출.사랑을 소재로 마술과 뮤지컬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공연. ■ 점프 27일∼4월11일 문예진흥원예술극장 대극장(02)501-7888.이준상 연출,무술 가족과 2인조 도둑이 펼치는 유쾌한 코미디. ■ 오세암 31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02)555-0822.정채봉 원작,이광열 연출.엄마를 찾아 길떠나는 남매의 이야기. ■ 커다란 책속 이야기가 고슬고슬 4월4일까지 축제소극장(02)977-4856.한국 전통의 닥종이 인형이 어우러진 새로운 형식의 가족극.공연창작집단 뛰다.˝
  • 신달자씨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 신달자(61) 시인이 한국시인협회가 주관하는 제36회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수상작은 시선집 ‘이제야 너희를 만났다’.성찬경,정진규,오탁번 시인 등 심사위원들은 “시의 본격성을 위한 몰입의 자세와 정신이 빛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시상식은 27일 오후 3시 서울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열린다.˝
  • [보러갑시다]

    미술 ■ ‘관조의 기쁨’전 23일까지 선화랑(02)734-0458.김기일·김미형·김영길·박유아·박은선·한은선 등 12인의 젊은 작가. ■ 이창훈 작품전 23일까지 조형갤러리(02)736-4804.산사의 풍경을 그린 한국화 30여점. ■ 제32회 한국여류화가회전 21일까지 서울갤러리(02)2000-9738.곽연·황정자·김민자·박운주·윤경희·유미형 등 회원들의 그룹전. ■ ‘안규철-49개의 방’전 4월25일까지 로댕갤러리(02)2259-7781.삶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개념미술 작품. ■ 장윤우 금속조형전 31일까지 삼청각(02)3676-3460.‘잘린 나무와 환경’ 연작 등 30여점의 금속작품. ■ 자인(姿人)전 27일까지 스페이스 씨(02)547-9177.근·현대 미인화를 통해 본 한국미인의 전형 찾기.김은호·장우성·김기창·최영림·권옥연 등 출품. 뮤지컬 ■ 점프 27일∼4월11일 문예진흥원예술극장 대극장(02)501-7888.이준상 연출,무술 가족과 2인조 도둑이 펼치는 코미디. ■ 천국과 지옥 19일∼5월2일 대학로게릴라극장(02)763-1268.남미정 작·연출.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원작 뮤지컬. ■ 오세암 19∼31일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02)555-0822.정채봉 원작,이광열 연출.엄마 찾아 길떠나는 남매. ■ 와이키키 브라더스 4월18일까지 팝콘하우스 1544-1555.이원종 연출,윤영석 김선영 주원성 출연.386세대의 추억을 소재로 한 복고풍 뮤지컬. ■ 콜링 유 4월4일까지 떼아뜨르추 소극장(02)3142-0538.추상욱 출연.1인극과 영상이 결합한 키노뮤지컬.사랑을 믿지 못하는 한 남자의 자아찾기. 국악 ■ 국립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엄마와 함께하는 국악보따리 25·26일 오전11시·오후4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02)2274-3507.5세 이상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보고,듣고,체험하는 국악관현악. 어린이 ■ 커다란 책속 이야기가 고슬고슬 26일∼4월4일 축제소극장(02)977-4856.한국 전통의 닥종이 인형이 어우러진 새로운 형식의 가족극.공연창작집단 뛰다. 콘서트 ■ ‘토이’김연우 콘서트 19일 오후7시30분,20일 오후 4시·8시,21일 오후6시 대학로 질러홀 1588-1555. ■ 이루마 콘서트 20일 오후 4·7시,21일 오후5시 호암아트홀(02)781-8931. ■ 백지영 콘서트 20일 오후7시30분 대구 컨벤션센터(053)761-9041. ■ 리사 콘서트 20일 오후 4시·7시30분 남대문 메사팝콘홀(02)515-7941. ■ 조규찬 콘서트 20일 오후7시 세종대학교 대양홀(02)2215-5675. ■ 사랑과평화·이남이와 철가방프로젝트 콘서트 20일 오후7시30분 서울 등촌동 88체육관(02)2664-9843. ■ 박강수 콘서트 25일 오후8시 컬트홀 1588-1555. ■ 신촌블루스 콘서트 25일 오후7시30분 인사동 예술극장 1588-1555. ■ 아소토유니온 콘서트 26일 오후7시30분 대학로 질러홀 1588-1555. 무용 ■ 파슨스 댄스 컴퍼니 내한공연 25∼27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751-9606.예술성과 대중성을 결합한 미국 최고의 현대무용단과 한국인 앙상블 안트리오의 합동공연. 연극 ■ 미생자 28일까지 문예진흥원예술극장 소극장(02)958-2556.윤영선 작·이상우 연출.상상속의 인물 ‘총알이’를 통해 전쟁이 주는 고통을 그린 반전연극. ■ 설공찬전 28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02)543-8108.이해제 작·연출.저승에서 돌아온 설공찬의 정치 현실 비판기. ■ 그날 그날에 20∼23일 문예진흥원예술극장 대극장(02)318-3346.이반 작·이토 가쓰아키 연출.일본 연극단체 ‘3·1회’의 내한공연.아바이마을의 실화를 바탕으로 실향민의 한을 묘사. ■ 냉정과 열정사이 5월9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02)3672-3001.이항나 연출,조한철 전익령 출연. 영화,연극,미술을 결합시킨 멀티시어터. ■ 마술가게 5월2일까지 창조콘서트홀(02)741-5978.이상범 작·손남목 연출,신철진 이기석 출연.마술가게란 이름의 최고급 의상실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풍자코미디극. 클래식 ■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와 베를린필 단원들의 6중주 19·20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80-1300. ■ 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 정기연주회 20일 오후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399-1788.지휘 박태영,호른 김홍박. ■ 첼리스트 매트 하이모비치-바흐 모음곡 전곡연주회 21일 오후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41-6234. ■ 서울바로크합주단 정기연주회 23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93-5999.바이올린 표트르 야시워코프스키,첼로 김준환,플루트 이윤영.˝
  • 네번째 소설집 ‘누가‘ 펴낸 윤대녕

    지난해 4월 창작에 전념하러 제주로 내려간 윤대녕이 네 번째 소설집 ‘누가 걸어간다’(문학동네)를 들고 서울에 들렀다. 5년 만에 낸 작품집은 지난해 쓴 4편 등 6편의 작품을 모은 것인데 “중·단편을 정기적으로 쓰는 게 문학적 긴장과 감각을 유지하는 데 좋았다.”고 말했다.제주 생활에서 나온 여유와 성찰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제주로 내려간 것은)문학적 환경을 바꾸려는 시도였는데 냉정해지고 객관적이 되면서 집중력과 문학적 내구력이 늘고 글에 대한 허영심도 가셨다.”고 스스로 진단했다.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기 속으로 더 들어간 덕분에 작가의 창작 열기는 더 그윽해지고 치열해진 듯 “매년 중·단편 3∼4편을 쓰고 한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주·시간에 대한 아름다운 생명의 고독감을 다룰,쓸 만한 장편도 쓸 계획”이라고 들려준다. 작가는 90년 ‘문학사상’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달의 지평선’‘미란’‘눈의 여행자’ 등 장편과 ‘은어 낚시 통신’‘남쪽 계단을 보라’ 등 중·단편을 가로질러 왔는데 그 차이를 물었더니 “단편이 문학하는 느낌을 더 주지만 힘은 더 든다.200∼300장 분량이 제일 편하다.”고 고백했다. 이번 작품집에는 ‘걷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흑백 텔레비전 꺼짐’의 일도와 정원은 서울 도심의 새천년 맞이행사장 주위를,‘찔레꽃 기념관’의 주인공 소설가와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 여자 방송작가는 남산의 찔레꽃을 보러 무작정 비 오는 심야의 도심을 걸어간다.‘낯선 이와 거리에서 서로 고함’의 남자는 아예 무작정 걷는다.작가는 그 ‘걸음 속 대화와 묘사’로 인물들의 내면과 삶의 흔적을 비춘다.그들은 대개 자기 정체성을 잃고 현실에서 표류하는데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자아를 잃어버린 하원(‘흑백 텔레비전‘),출생과 관련해 심한 열등감을 갖고 있는 독신녀나 현실에서 탈출구가 봉쇄된 탈영병(표제작),문학적 가치가 무시되는 현실에서 방황하는 예술가(‘찔레꽃 기념관’) 등의 모습으로 투영된다.해설을 쓴 평론가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정체성의 위기를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제기하면서,그 현상과 원인을 정치적·문화적·사회적·존재론적으로 다양하게 탐구한다.”라고 분석한다. 이런 작품세계는 ‘무더운 밤의 사라짐’‘낯선 이와 거리에서 서로 고함’에서도 잘 나타난다.‘올빼미와의 대화’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인 듯한 사나이와 대화를 시도하면서 자아를 찾으려고 모색한다.이에 대해 작가는 “유독 걷는 것을 좋아한다.”며 “삶의 경계를 걸으면서 자아이면서 타자,그림자이면서 내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이번 작품들은 이전에 보이던 과감한 생략이 많이 줄어 눈길을 끈다.‘시적(詩的)’이라는 평까지 듣던 그의 세계에 설명이 늘어났다.작가는 그에 대해 “아마 불교적 취향 때문에 가능하면 설명을 줄이고 공간과 여백을 키워서 그런 평을 들었는데 내심 달갑지 않았다.”면서 “그 점을 의식한 것은 아니지만 차츰 달라진다.생활 얘기도 늘리고 서사구조도 취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자기 나이를 관통하는 달라진 찰나의 느낌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며 “늘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하면서 나이에 걸맞은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의욕을 비친다. 글 이종수기자 vielee@˝
  • 독립영화 ‘길’ 찍은 배창호 감독

    “그리 멀지 않은 70년대 풍경만 해도 벌써 사라지고 있잖아요.한국적 정서의 맥을 잇는다는 심정으로 강원도 산,전라도 평야와 황톳길,염전,시골 이발소나 장터 등 늘 좋아하던 풍광의 사계절을 담았습니다.그 ‘길 여행’은 너무 행복했습니다.” 독립영화 ‘길’(제작 이산)을 찍으러 1년 동안 길을 나섰던 배창호(51) 감독이 돌아왔다.11일 만난 그는 ‘세가지 길’을 얘기했다. # 길 1 = 어떤 영화? 올 가을에 개봉 예정인 ‘길’은 그의 17번째 영화이자 세 번째 독립영화.‘어떤 길’인지 물어보았다.“20여년 동안 시골 장터를 떠돈 대장장이가 아버지 장례식에 가려고 서울서 내려가는 여공과 동행하면서 그가 20여년 전 자신의 삶을 망친 친구의 딸임을 알고 장례식장에 데려다 준뒤 ‘악연’의 주검 앞에서 그를 용서하고 자신의 상처도 지운 채 다시 길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얼핏 ‘삼포 가는 길’을 떠오르게 한다.하기야 그의 작품을 돌아보면 ‘로드 무비’는 그에게 익숙한 장르다.히트작 ‘고래사냥’을 비롯,‘안녕하세요 하느님’ 등 그가 길을 떠난 적은 많았다.‘길’은 어떤 의미이고 어떤 추억을 남겼을까?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지니고 길을 걷는 나그네가 아닌가? 비록 저예산이어서 몸은 곤궁했어도 나를 달래준 변산반도의 뻘밭,구례 산수유 마을,함평 5일장,정선 오지,너와집 등은 상처 입은 현대인들을 위로해줄 것이다.‘독립군 정신’으로 일하면서 창작과정의 고통과 기쁨도 맛보았다.” # 길 2 = 한국 영화?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특히 영화판은 더 빨리 크게 변했다.단관 영화관에서 멀티플렉스로,100만 관객이 1000만명으로 바뀐 시대.그가 보는 ‘한국 영화의 길’은 어떤 것일까?그 역시 진행형의 감독이지만 상업·독립영화를 넘나들면서 느낀 점은 남다를 것이다. “산업적으로는 좋은 일이다.그러나 영화는 문화적 측면도 있는데 그게 과연 양·숫자로만 평가받을 수 있을까? 1000만명이 보는 영화도 필요하지만 다양화 측면에서 10만명 아니 1만명을 감동시키는 영화도 필요하다.” ‘산업’의 대세를 인정하면서도 ‘문화’가 차츰 사위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이어진다.“10대 후반과 20대가 관객의 90%를 차지하는 현실이나 중장년층이 사회적 현상에 편승해야 대박이 터지는 게 아니라 진정한 마니아층이 형성돼야 한다.영화를 문화로 인식하고 자기 삶의 한 부분으로 즐기는 패턴이 필요하다.” 아쉬움은 영화 내부로 이어진다.“테크닉·디테일,투자,마케팅의 수준은 엄청나다.그러나 영화 본연의 의미인 ‘예술’이란 수식어가 생소할 정도로 본질을 보는 정신이 약하다.신상옥·이만희·유현목·임권택 감독 등이 쌓아온 전통이 대형화·상업화에 밀려 안타깝다.자본이 주인이 되는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다양화는 유지해야 한다.” # 길 3 = 감독 배창호 그는 영화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본 감독이다.80년대까지 이른바 ‘흥행의 보증수표’이기도 했고 지난해 ‘흑수선’으로 실패도 겪었다. “86년 ‘황진이’를 전환점으로 ‘내 영화’로 돌아왔다.이후 ‘기쁜 우리 젊은 날’ 등이 히트하기도 했다.성공·실패를 떠나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창작정신이 방해받지 않는다면 상업·독립영화든 개의치 않고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18번째 영화로 1978년 아프리카에 체류하면서 목도한 의사들 이야기를 다룬 ‘나의 사랑 아프리카’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신발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고 있는 한켠에서 누군가는 땀이 깃든 수제화를 만들어야 하고 그 가치는 언젠가 인정받는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4人4色 실험연극 한마당 ‘2004 시선집중, 연출가전’

    새순이 돋아나는 파릇한 봄날에 어울리는 참신한 무대가 마련된다.연극계에서 주목받는 신인 연출가 4명이 각각 다른 장르의 4색 작품을 선보이는 ‘2004 시선집중,연출가전’. 18일부터 4월11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동인그룹의 활성화와 실험연극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국립극장과 공연기획사 모아엔터테인먼트가 공동기획했다. 첫번째로 공연되는 창작극 ‘환’(18∼21일)은 배우 출신 김진만·전현아 부부가 공동작업한 작품.극작을 겸하는 아내 전씨가 희곡을 쓰고,남편 김씨가 연출했다.조선시대 분청사기에 얽힌 아름다운 사랑과 예술혼이 기둥 줄거리.‘프라우다’(25∼28일)는 여성연출가 박혜선이 직접 각색한 번역극으로 신문사 매각을 둘러싼 암투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연출가 신동인은 프랑스 여류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원작을 영상과 오브제 등을 활용해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로 각색한 ‘라 뮤지카’(4월1∼4일)를 공연한다.마지막 작품인 ‘살인사건’(4월8∼11일)은 살인에 얽힌 3가지 에피소드를 경쾌하게 엮은 뮤지컬.연출가 성재준이 직접 쓰고,연출했다.(02)744-0300. 이순녀기자 coral@˝
  • LG아트센터 공연앞둔 연출가 양정웅·이기도

    “강남으로 간다고 크게 달라질 게 있나요? 그저 대학로 나들이가 쉽지 않은 강남 관객에게 ‘우리 창작극 수준도 이 정도는 된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면 바랄 나위가 없겠지요.” ●LG아트센터, 젊은 연출가에 이례적 개방 LG아트센터가 한국 연극을 이끌 차세대 연출가로 점찍은 연출가 양정웅(36)과 이기도(35).‘오늘의 젊은 연극인 시리즈’로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 강남 최고급 공연장으로의 입성을 앞둔 이들에게선 초조함이나 걱정보다는 기분좋은 설렘이 느껴졌다. 해외 유수 공연단체의 작품을 주로 소개해온 LG아트센터가 국내 연극인,그것도 30대 젊은 연출가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은 퍽 드문 일이다.2000년 개관 이후 LG아트센터가 공연장만 빌려주는 대관 작품이 아니라 직접 기획까지 참여한 연극은 연출가 장진의 ‘박수칠 때 떠나라’와 ‘웰컴투 동막골’ 등 2편에 불과하다.그만큼 LG아트센터로서도 이들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최근 대학로서 가장 두드러졌던 2명 극단 여행자를 이끄는 양정웅과 극단 인혁 대표인 이기도는 최근 2∼3년 사이에 대학로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연출가들이다.양정웅은 스페인을 본거지로 한 다국적 극단 ‘라센칸’의 단원으로 일본,인도 등지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적 연극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배우들의 움직임과 무대장치,의상,음악,분장 등 모든 연극적 요소가 총체적으로 어우러지는 그의 독특한 작업 방식은 ‘이미지 연극’으로 불리며,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지난 연말 카이로국제실험연극제에서 ‘연-카르마’로 대상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 양정웅이 태생적으로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보편성을 추구한다면,이기도는 한국 전통 연희양식의 특수성에 좀 더 깊이 천착한다.독창적인 텍스트 해석과 과감하고 세련된 무대연출로 주목받는 그는 2001년 ‘흉가에 볕들어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을 받았고,2002년에는 ‘에비대왕’으로 서울공연예술제 작품상을 수상했다. ●‘환’ 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각색 이들이 LG아트센터에 올리는 작품은 이미 대학로에서 몇차례 연장 공연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검증받은 대표작들.18일부터 26일까지 선보일 극단 여행자의 ‘환’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각색한 것이다.하지만 지금까지 공연된 어떤 ‘맥베스’보다 독창적이고 상상력이 넘친다.장이모의 영화 ‘영웅’을 연상시키는 장군들의 결투 장면이나 여장 남자로 묘사된 던컨 왕 등의 이미지는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의 묘한 충돌과 어울림을 만들어낸다. ●가신신앙 소재 ‘흉가에 볕들어라’ 극단 인혁의 ‘흉가에 볕들어라’(4월3∼11일)는 가신신앙이라는 우리 전통의 소재를 바탕으로 질퍽한 경상도 사투리가 어우러지는 토속성 강한 연극이다.대극장의 넓은 공간을 활용해 배우들이 공중을 날고,입체 무대가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등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보다 스펙터클하게 형상화한 것은 이전 소극장 공연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점이다.퓨전 국악그룹 ‘그림’이 직접 라이브 연주를 한다. ●“여건 좋은 곳에서 욕심껏 제작” 젊은 기운은 넘쳤으나 상대적으로 관록은 부족했던 공연에 중견배우 정규수·최일화(환),박용수·한명구(흉가에 볕들어라) 등이 참여하면서 좀 더 안정적인 구도를 이루게 된 것도 연출가로선 매우 반가운 일.양정웅은 “대학로에 비해 LG아트센터의 제작여건이 좋다보니 욕심껏 작품을 만들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한살 차이로 같은 또래.연출력이 비교되는 데 대한 부담은 없을까.“두 작품의 형식이 아주 달라서 비교가 안될 거예요.그리고 너무 바빠서 부담 가질 겨를도 없어요.(웃음)”(02)2005-0114. 이순녀기자 coral@˝
  • ‘1000만’ 태극기 꽂은 강제규감독

    강제규(42) 영화감독은 하마터면 ‘태극기를 휘날리지 못할 뻔’했다.지난 2001년 6월 강 감독은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선다.영화 ‘쉬리’ 이후 새로운 아이템으로 SF장르를 선택한 그는 몽골을 다녀오는 등 칭기즈칸을 소재로 한 시나리오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KBS-TV에서 제작한 6·25특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우연히 접했다.그의 시선에 찰나처럼 스쳐간 장면은 이러했다.육군본부가 주도한 유해발굴사업단의 연락을 받고 50년 만에 남편의 유해와 마주하는 아내(75)와 딸(33)의 모습이었다.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어떤 예술가적 고통이 그의 가슴에 파고 들었다.곧,‘그래,한국전쟁이야!’라는 직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단박에 ‘칭기즈칸’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로 방향을 확 틀었다.이때부터 1000만 관객에게 다가서는 긴 여정이 시작됐던 것이다. ● 태극기는 휘날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주말 서울 강남구 포이동 ‘강제규 필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머리는 80년대의 대학생처럼 길었고, 헐렁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대작 영화의 역량이 과연 어디에서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우선 최근 미국 샌타모니카에서 가진 영화 ‘태극기∼’ 시사회의 현지 반응을 먼저 물었다. “아메리칸 필름마켓(AFM) 전용극장에서 미국과 유럽 각국의 영화관계자 200여명이 관람했지요.그런데 이례적일 만큼 한 사람도 중간에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다들 눈물이 글썽한 채 나오면서 ‘쇼킹하다’고 입을 모으더군요.” 특히 그는 “시사회때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상황을 소개하는 것이 관례지만 ‘태극기∼’는 시사회 기준인 1시간40분 러닝타임보다 더 길어 그냥 진행했다.”면서 “그럼에도 다들 감동적으로 영화를 감상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는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 “영화는 철학적 메시지 담아야” 관객 1000만돌파의 비결에 대해 그는 “영화 ‘태극기∼’가 우리의 모든 상황을 종합해볼 때 시대적으로,정서적으로 중요한 위치에서,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면서 “영화는 보고,즐겁고,기뻐하고,철학적 감동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자신의 영화철학을 피력했다. 제목을 ‘태극기∼’로 정한 특별한 까닭이 있는지 물었다.그는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제목을 ‘W프로젝트’로 명명했으나 막상 보도자료를 내려고 하다 보니 마땅한 제목이 없어 고민했다.”고 토로했다.또한 한국전쟁을 떠올리면 강렬한 이미지가 한가지 연상된다는 그는 “그건 군인들이 총신 끝에 태극기를 묶고 휘날리며 고지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태극기∼’가 커보이고 역설적으로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듣고 제목을 그렇게 확정지었다.“모든 게 당초보다 커졌지요.영화를 찍고 나니 필름길이만 해도 33만자(1자가 약 30㎝)였습니다.서울∼부산을 왕복해도 남을 거리이지요.또 전국 67군데 흩어진 촬영장소를 돌아다닌 거리도 15만㎞에 이릅니다.” 영화관련 인터뷰 기사는 많이 보도돼 그의 과거시절로 얘기방향을 돌렸다. 그는 마산에서 2남2녀중 막내로 태어났다.부친이 마산 시내에서 조그마한 장사를 했는데 마침 집 근처 강남극장(지금은 없어졌지만)의 주인과 친하게 지냈다.덕분에 어릴 적부터 극장을 공짜로 자주 드나들 수 있었다.이때 즐겨 본 영화가 ‘아톰시리즈’‘로봇태권V’‘독수리요새’ 등이었다.흑백 영사기 돌리는 모습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다.영화 ‘시네마천국’의 꼬마 주인공 ‘토토’처럼. 중학교때 학교 성적은 3년 줄곧 전교 1등을 차지했다.특히 수학·과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해 주변에서 ‘신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때마침 형이 비행기 조립을 무척 좋아하는 바람에 집안을 온통 비행기 조종석처럼 꾸며놓았다.그의 과학적 재능을 더욱 개발하는 바탕이 됐다(형은 나중에 공군사관학교로 진학한다.지금은 대한항공 조종사로 근무중이다). 이같은 주위의 칭찬과 배려속에 중학을 마친 그는 고교에 진학하면서 사춘기를 맞아 비뚤어지기 시작했다.철학자들이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인생이 뭐꼬?’라는 물음표를 하루종일 떠올리며 거리를 마냥 쏘다니기 일쑤였다.하루는 ‘불선천지 팔양신주경’을 우연히 접하면서 불경에 푹 빠지기도 했다. 또 ‘어린왕자’와 ‘갈매기의 꿈’을 읽고 생텍쥐페리와 리처드 바크의 철학사상에 탐닉하기도 했다.학교성적은 거의 꼴찌수준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사진촬영’에 취미를 가졌다.카메라 하나를 둘러메고 바다로,시내로,산으로 가서 닥치는 대로 셔터를 눌러댔다.필름현상은 집 근처의 사진관 아저씨한테 직접 배웠다.이때 배운 촬영기술이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선배들과 곧바로 단편영화에 제작에 나서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 영화감독 꿈을 펼치기 시작한 고2 이뿐만 아니었다.사진촬영을 하면서 동시에 문학서클에도 가입했다.주로 표현주의 기법의 시를 창작하면서 문학적 자질을 키워 나갔다.이때 쓴 습작시만 수백편에 이른다고 했다.그가 ‘태극기∼’ 촬영을 끝마치고 영화제작의 전 과정을 담은 책을 쓰게 된 것도 그의 문학적 재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며 “참,괴기하게 보냈다.”고 표현했다.그러나 그런 행동들이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영화감독을 할 수밖에 없는 ‘동물적 토양’이었다고 술회했다. 그가 영화감독의 꿈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것은 고2때.어느 겨울날 마산 시민극장에서 ‘닥터 지바고’를 관람했다.극장문을 나서면서 ‘영화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하는 찡한 감동을 느꼈다.이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중단했다.오로지 영화공부였다.마산에는 개봉극장이 거의 없어 주말이면 부산으로 달려가 개봉영화를 감상하고 막차로 돌아오곤 했다.이때 본 영화가 ‘사학비권’‘철수무정’‘하노버스트리트’‘새벽의 7인’등이었다. “고교때는 술도 마시고 좀 이상한 짓을 많이 했지요.고3때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하겠다고 했더니 ‘딴따라’라고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또 당시만 해도 마산고에서 예체능계를 진학하는 예가 거의 없었지요.”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그는 선배들과 어울려 단편영화를 미친 듯이 찍어대기 시작했다.흔하던 미팅은 딱 한번.그것도 미팅 선약을 펑크낸 선배 대신이었다. ● ‘태극기~’는 다시 시작합니다 이때 만든 단편영화들은 ‘침묵’‘땅밑 하늘공간’‘깰수 없는 겨울잠’ 등이었다.제목에서 풍기듯 실험적인 작품에다 이미지 표현 중심의 영화가 주류를 이루었다.16㎜영화는 10여편.특히 대학 2년때 같은 학과 동료인 탤런트 박성미씨와 함께 단편 ‘가을오후’를 제작하면서 친해져 결혼에 골인했다. “89년에 결혼했지만 한동안 먹고 사는 것이 걱정이 돼 아이를 5년만에 낳았습니다.‘은행나무 침대’를 만든 후 첫째 아들 윤원이,그리고 ‘쉬리’ 이후에 둘째 지완이를 낳았지요.” ‘태극기∼가 대박을 터뜨렸으니 부인한테 보너스를 두둑히 주었느냐는 질문에 올 여름에 가서야 결산이 될 것 같다고 대답했다.그후에는 어떤 영화를 만들 것인지 물었다. “‘태극기∼’는 겨우 끝났고 다시 시작합니다.세계인들이 한국영화를 보고 울고 웃고 해야 합니다.끊임없이 그 문을 두드릴 뿐입니다.” 김문기자 km@ 강제규 감독 프로필▶1962년 11월 마산 출생 ▶81년 마산고졸 ▶85년 중앙대 연극영화과졸 ▶90년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시나리오 데뷔 ▶96년 ‘은행나무 침대로’로 영화감독 데뷔▶99년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아시아 개혁을 주도할 개혁 50인에 선정.강제규필름 대표 ?99년 영화 ‘쉬리’제작▶2004년 영화 ‘태극기휘날리며’ 제작 ▶수상기록=백상예술대상 각본상,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백상예술대상 각본상,아시아스타 50인 등˝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1)한국의 찻그릇 문화-서영기의 ‘마애불꽃병’

    차살림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일보다 이 행위를 통하여 느끼려는 생명성과 정신적 양식과 내용이 들어 있는 것이다.역사성과 심성이 포함된 문화와 풍속이 담겨 있어야 차살림이 된다는 뜻이다.그래서 차문화는 차를 통해 시대마다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체온과 사상,풍습이 모두 포함된 것이라 할 수 있다.우리나라 차문화에서 꽃과 꽃병은 찻그릇들이 그러하듯 역사성,예술성과 함께 종교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꽃은 생명의 잉태,태어남,성장과 노쇠,죽음으로 이어지는 순환과 영속의 비밀을 침묵으로 말하는 상징물이다.이때 꽃병은 꽃의 거처이며,대지이며,시간이며 공간이다.존재의 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마애불꽃병’이라는 매우 독특한 도예작품을 발표하여 디자인과 역사성이 매우 잘 결합된 새로운 도자문화의 방향을 제시한 서영기(경기대 디자인 공예학부 도자전공·44)교수의 장작가마를 찾아갔다.그의 집이자 작업장인 죽연요(竹淵窯)는 충북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 44번지의 산중턱에 있었는데,그가 손수 지은 통나무와 황토를 이용한 집은 아늑했다. 문 : 선생께서는 요즈음 흙과 불로써 한국인의 오랜 생활신앙의 모태였던 산과 바위를 도예 작업으로 형상화하는 특이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마애불이 새겨진 산의 바위 절벽을 꽃병으로 형상화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투실하면서도 정감어린 형태와 따스한 색감을 지닌 화강암의 암석미(岩石美)를 도자예술로 재해석하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이런 작업을 하게 된 동기가 있었겠지요? ●화강암의 암석미 도예로 재해석 徐 : 제가 살고 있는 이 동네는 44년 전에 저가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저의 선대들도 이곳이 고향입니다.단양은 단양팔경으로도 유명하지요.특히 사인암(舍人岩)을 비롯하여 하선암(下仙岩),중선 상선암,도담삼봉(嶋潭三峰) 등은 모두 기암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는 장관들이지요.이처럼 단양은 기암괴석들이 빼어난 풍광을 이루고 있습니다.그래서 어릴 적부터 그런 바위산,절벽들을 보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의 심성에도 단양의 풍광들이 배어들었지 않나 싶습니다. 특별하게 마애불을 의식하여 시도하지는 않았어요.이른바 전통 장작가마를 이용하여 도자기 작업을 하다 보니 전통이란 것의 의미를 생각할 수밖에 없지요.전통을 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힘의 본질과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변하지 않는 것은 없지요. 시대마다 특징이 있지 않습니까? 그 특징이 변화인데 도예작가는 그 시대의 특징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아야 하고,그것은 작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새롭다는 것이 변화 아니겠어요? 그 변화 가운데 저는 마애불과 기암 절벽이 지닌 민간 신앙,이를테면 높은 산이나 깎아지른 절벽 아래서 촛불을 켜놓고 향을 피우면서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거나 치성을 드리는 모습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아주 흔한 풍경이거든요.그래서 흙으로 그 형상들을 빚어보았지요.바위 질감이 느껴지는 천연 유약을 선택하여 입히고 가마 안에 넣었지요. 뜻밖에 괜찮은 느낌의 작품들이 탄생되더군요.그때부터 서산마애불을 비롯하여 전국 여러곳의 마애불들을 시간나는 대로 찾아다니기도 했지요.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차츰 이쪽 작업을 많이 하게 된 것뿐입니다. ●시대의 특징을 창작의 원천 삼아야 문 : 작품들 중에는 흡사 관세음보살도에서 볼 수 있는 감로수병(甘露水甁) 모양을 닮은 꽃병이 기암절벽을 업고 있는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있더군요.실제로 관음신앙에 어떤 관심을 갖고 계신가요? 徐 : 그렇습니다. 문 : ‘마애불꽃병’ 연작들을 보고 있다 보면 선생께서는 흙에 관한 나름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데,실제로 도자기 작업에서 흙의 비중은 절대적이기도 하지요. 흙을 도자기의 근본 재료로 삼는 문제 외에 흙이 지닌 다양한 성질과 자원으로서의 가치 등에 대한 선생의 견해는 어떤 것입니까? 徐 : 도자기에서 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겠지요.첫째는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는 측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제한된 특수 목적을 위해서 사용되는 흙으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다양한 조형과 주제의식을 표현하기 위하여는 주로 점토질이 풍부한 흙을 쓰지요.부드럽고 유연성이 있으면서 찰기가 좋은 것들이지요. 제한된 특수 목적에 사용되는 흙은 보통 지역에 따라 내화도(耐火度) 정도에 맞는 그릇을 만들 때 제기되는 문제지요.예를 들면 찻사발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알갱이가 굵고 내화도가 높은 소백산맥 이남 남해안 지방의 흙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흙의 성질을 잘 파악하여 특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흙을 조합하여 작가마다의 개성있는 흙으로 바꾸어내어 사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훌륭한 도예작가는 그만의 독특한 흙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만 합니다.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세기 일제 때 일본인들이 좋은 흙 대부분을 일본으로 실어간 뒤로 사실상 질 좋은 흙이 고갈된 상태라고 말합니다.틀린 주장이 아니라고 봅니다. ●일제때 좋은 흙 대부분 약탈 당해 문 : 선생께서 도예에 입문하게 된 무슨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습니까? 徐 : 계기라기보다는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제가 태어나 자란 이곳은 조선시대를 통하여 좋은 백토(白土) 산지여서 국가에서 운영하는 관요(官窯)가 있었고,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민요(民窯)가 번창했던 도자기 골이지요.지금도 유명한 도자기 생산단지가 들어서 있지 않습니까. 저의 숙부님께서 사기장이었지요.그러다 보니 온 집안 사람들이 모두 그릇 만드는 일과 관련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지요.저는 어릴 적부터 흙을 주무르며 도자기 문화에 흠뻑 젖어서 자랐지요.20세 전후하여 숙부님한테서 본격적으로 도자기 만드는 일을 배우게 되었고,5년 동안의 수습을 마치고 독립했지만 실패만 맛보았지요.어리석다고 느꼈어요.다시 배우기 위해 김응한 선생의 제자가 되었지요.13년 동안 열심히 배웠습니다.그러니까 꼬박 20년 동안을 전통 도자기 배우는 데 보낸 셈입니다.그런 후에야 비로소 저 나름의 독자적인 작업을 시작하여 ‘죽연요’라는 이름을 내걸게 되었습니다. 문 : 흙을 알아보기,흙을 반죽하여 꼬막밀기와 꼬막뜨기,물레질,유약개발,불때기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 없는 전 과정을 꼼꼼하게 배우고 다져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이 20년이라 하셨는데,전통 가마에서 불의 중요성은 특히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요즘 차인들이 다양한 색깔의 변화를 중시하는 경향이거든요.디지털 시대의 문화와 찻그릇의 색깔 관계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요. 徐 : 다양한 색채를 입힌 그릇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합니다.일본이나 서구 사회에서는 색채의 다양성을 해결하기 위하여 인위적인 도안을 하고 색깔마다 개별적인 작업을 하지요.한국의 전통가마는 불의 성질을 이용하여 자연적인 색채의 조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도자예술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요변(窯變)이라 하지요.가마 안에서 산소량의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로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환원불,중성불,산화불 등으로 분류하는데,이것은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합니다.다만 오랜 경험이 가장 중요하며 다소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만.저의 경우 10여년 정도 불을 지피다보니 저절로 터득되더군요. 예를 들면 가마의 첫째 칸은 환원불로서는 가장 성공률이 높은데 바닥에 숯불이 많이 쌓이기 때문이지요.아무튼 색깔은 유약도 중요하지만 불의 상태가 더욱 중요하고,이 중요성은 오랜 경험과 치밀한 분석이 있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불의 성질 이용해 색채의 조화 만들어 문 : 전통의 문제와 함께 요즘 크게 논의되는 것이 모방과 복제에 따른 부작용인 것 같은데,이 점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徐 : 도자기에서 전통이란 작가의 피속에 흐르는 정신이겠지요.전통 그 자체가 그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피를 몸에 지닌 작가가 그만의 생각으로 다양하게 작품을 만드는 것이지요.좋은 전통은 곧 품격 높은 다양성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겠지요. 전통 문화를 흔히 틀속에 가두어 놓고 획일화한 것으로 보려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모방은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 작업입니다.배우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지요.하지만 작가가 된 뒤에도 모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복제하는 것은 작가 자신의 죽음일 따름입니다. 문 : 찻사발에 대한 선생의 생각을 말씀해 주시지요. 徐 : 절제된 아름다움이 함축된 형태와 어딘지 모르게 좀 모자라고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찻사발을 만들고 싶습니다.˝
  • [TV 하이라이트]

    ●회전목마(오후 7시55분) 수형은 결혼식 날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지만 은교는 대답하지 않고 우섭과 과거에 연인 사이였다는 것만 고백한다.우섭이 수련과 헤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전여사는 은교와의 사이를 수련네 부모에게 털어놓자고 하고,우섭은 은교 결혼 전날 밤 자신이 납치했던 과거를 눈물로 털어놓는다. ●인사이드 월드(오후 1시20분) 뉴질랜드의 밤나무 숲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의 황금 숲으로 등장할 만큼 아름답다.뉴질랜드 숲을 가꾸는 역할을 하는 것은 케레루 비둘기다.하지만 나무를 갉아먹고 비둘기 알을 먹어치우는 주머니쥐 때문에 비둘기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주머니쥐를 퇴치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본다. ●애니토피아(오후 9시10분)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스’시리즈 등을 소개한다.국내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 방영 시간을 둘러싼 방송 총량제가 커다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새로운 창작 애니메이션 시도도 확인해 본다.‘Ani-where’는 공각기동대 극장판인 ‘이노센스’의 소식을 전한다. ●르포 시대공감(오후 8시25분) 수경 스님,도법 스님,이원규 시인이 ‘생명과 평화’를 내걸고 전국 도보순례에 나섰다.이기심과 환경오염으로 점차 황폐화되어 가는 한국사회에 경고음을 내고자 함이다.생명과 평화의 중요성,친환경적 개발과 농촌의 소중함도 이야기하려 한다.지리산에서 시작한 그들의 걸음을 따라 가본다. ●그것이 알고싶다(오후 11시10분) 실미도 사건은 훈련병들을 사형수나 무기수로 단정지은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이들이 사고로 폭사한 것인지 자폭한 것인지 등 많은 의문이 남아있다.실미도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고 훈련병들의 명예회복 등 사건의 합리적인 마무리를 국가와 관련기관에 촉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황금의 시간(오후 10시) 심각한 청년실업을 다시한번 짚어보고 연예인들의 창업은 어떻게 이뤄지는가.직접 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성공노하우를 공개한다.서울 동대문 시장을 찾아 재래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추운 날씨 속에서도 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시장상인들에게 아름다운 삶을 배워본다. ●무인시대(오후 10시10분) 지영은 형옥을 부수고 화원옥을 탈출시키려다 전존걸 등 용호군에 포위된다.말리는 지순에게 지영은 씨가 다름을 밝히고 주먹질을 한다.이 사실을 들은 이의민은 아들 셋을 불러 나무라다 지영에게서 지순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경악한다. ˝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1)한국의 찻그릇 문화-서영기의 ‘마애불꽃병’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1)한국의 찻그릇 문화-서영기의 ‘마애불꽃병’

    차살림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일보다 이 행위를 통하여 느끼려는 생명성과 정신적 양식과 내용이 들어 있는 것이다.역사성과 심성이 포함된 문화와 풍속이 담겨 있어야 차살림이 된다는 뜻이다.그래서 차문화는 차를 통해 시대마다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체온과 사상,풍습이 모두 포함된 것이라 할 수 있다.우리나라 차문화에서 꽃과 꽃병은 찻그릇들이 그러하듯 역사성,예술성과 함께 종교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꽃은 생명의 잉태,태어남,성장과 노쇠,죽음으로 이어지는 순환과 영속의 비밀을 침묵으로 말하는 상징물이다.이때 꽃병은 꽃의 거처이며,대지이며,시간이며 공간이다.존재의 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마애불꽃병’이라는 매우 독특한 도예작품을 발표하여 디자인과 역사성이 매우 잘 결합된 새로운 도자문화의 방향을 제시한 서영기(경기대 디자인 공예학부 도자전공·44)교수의 장작가마를 찾아갔다.그의 집이자 작업장인 죽연요(竹淵窯)는 충북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 44번지의 산중턱에 있었는데,그가 손수 지은 통나무와 황토를 이용한 집은 아늑했다. 문 : 선생께서는 요즈음 흙과 불로써 한국인의 오랜 생활신앙의 모태였던 산과 바위를 도예 작업으로 형상화하는 특이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마애불이 새겨진 산의 바위 절벽을 꽃병으로 형상화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투실하면서도 정감어린 형태와 따스한 색감을 지닌 화강암의 암석미(岩石美)를 도자예술로 재해석하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이런 작업을 하게 된 동기가 있었겠지요? ●화강암의 암석미 도예로 재해석 徐 : 제가 살고 있는 이 동네는 44년 전에 저가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저의 선대들도 이곳이 고향입니다.단양은 단양팔경으로도 유명하지요.특히 사인암(舍人岩)을 비롯하여 하선암(下仙岩),중선 상선암,도담삼봉(嶋潭三峰) 등은 모두 기암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는 장관들이지요.이처럼 단양은 기암괴석들이 빼어난 풍광을 이루고 있습니다.그래서 어릴 적부터 그런 바위산,절벽들을 보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의 심성에도 단양의 풍광들이 배어들었지 않나 싶습니다. 특별하게 마애불을 의식하여 시도하지는 않았어요.이른바 전통 장작가마를 이용하여 도자기 작업을 하다 보니 전통이란 것의 의미를 생각할 수밖에 없지요.전통을 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힘의 본질과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변하지 않는 것은 없지요. 시대마다 특징이 있지 않습니까? 그 특징이 변화인데 도예작가는 그 시대의 특징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아야 하고,그것은 작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새롭다는 것이 변화 아니겠어요? 그 변화 가운데 저는 마애불과 기암 절벽이 지닌 민간 신앙,이를테면 높은 산이나 깎아지른 절벽 아래서 촛불을 켜놓고 향을 피우면서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거나 치성을 드리는 모습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아주 흔한 풍경이거든요.그래서 흙으로 그 형상들을 빚어보았지요.바위 질감이 느껴지는 천연 유약을 선택하여 입히고 가마 안에 넣었지요. 뜻밖에 괜찮은 느낌의 작품들이 탄생되더군요.그때부터 서산마애불을 비롯하여 전국 여러곳의 마애불들을 시간나는 대로 찾아다니기도 했지요.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차츰 이쪽 작업을 많이 하게 된 것뿐입니다. ●시대의 특징을 창작의 원천 삼아야 문 : 작품들 중에는 흡사 관세음보살도에서 볼 수 있는 감로수병(甘露水甁) 모양을 닮은 꽃병이 기암절벽을 업고 있는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있더군요.실제로 관음신앙에 어떤 관심을 갖고 계신가요? 徐 : 그렇습니다. 문 : ‘마애불꽃병’ 연작들을 보고 있다 보면 선생께서는 흙에 관한 나름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데,실제로 도자기 작업에서 흙의 비중은 절대적이기도 하지요. 흙을 도자기의 근본 재료로 삼는 문제 외에 흙이 지닌 다양한 성질과 자원으로서의 가치 등에 대한 선생의 견해는 어떤 것입니까? 徐 : 도자기에서 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겠지요.첫째는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는 측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제한된 특수 목적을 위해서 사용되는 흙으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다양한 조형과 주제의식을 표현하기 위하여는 주로 점토질이 풍부한 흙을 쓰지요.부드럽고 유연성이 있으면서 찰기가 좋은 것들이지요. 제한된 특수 목적에 사용되는 흙은 보통 지역에 따라 내화도(耐火度) 정도에 맞는 그릇을 만들 때 제기되는 문제지요.예를 들면 찻사발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알갱이가 굵고 내화도가 높은 소백산맥 이남 남해안 지방의 흙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흙의 성질을 잘 파악하여 특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흙을 조합하여 작가마다의 개성있는 흙으로 바꾸어내어 사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훌륭한 도예작가는 그만의 독특한 흙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만 합니다.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세기 일제 때 일본인들이 좋은 흙 대부분을 일본으로 실어간 뒤로 사실상 질 좋은 흙이 고갈된 상태라고 말합니다.틀린 주장이 아니라고 봅니다. ●일제때 좋은 흙 대부분 약탈 당해 문 : 선생께서 도예에 입문하게 된 무슨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습니까? 徐 : 계기라기보다는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제가 태어나 자란 이곳은 조선시대를 통하여 좋은 백토(白土) 산지여서 국가에서 운영하는 관요(官窯)가 있었고,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민요(民窯)가 번창했던 도자기 골이지요.지금도 유명한 도자기 생산단지가 들어서 있지 않습니까. 저의 숙부님께서 사기장이었지요.그러다 보니 온 집안 사람들이 모두 그릇 만드는 일과 관련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지요.저는 어릴 적부터 흙을 주무르며 도자기 문화에 흠뻑 젖어서 자랐지요.20세 전후하여 숙부님한테서 본격적으로 도자기 만드는 일을 배우게 되었고,5년 동안의 수습을 마치고 독립했지만 실패만 맛보았지요.어리석다고 느꼈어요.다시 배우기 위해 김응한 선생의 제자가 되었지요.13년 동안 열심히 배웠습니다.그러니까 꼬박 20년 동안을 전통 도자기 배우는 데 보낸 셈입니다.그런 후에야 비로소 저 나름의 독자적인 작업을 시작하여 ‘죽연요’라는 이름을 내걸게 되었습니다. 문 : 흙을 알아보기,흙을 반죽하여 꼬막밀기와 꼬막뜨기,물레질,유약개발,불때기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 없는 전 과정을 꼼꼼하게 배우고 다져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이 20년이라 하셨는데,전통 가마에서 불의 중요성은 특히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요즘 차인들이 다양한 색깔의 변화를 중시하는 경향이거든요.디지털 시대의 문화와 찻그릇의 색깔 관계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요. 徐 : 다양한 색채를 입힌 그릇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합니다.일본이나 서구 사회에서는 색채의 다양성을 해결하기 위하여 인위적인 도안을 하고 색깔마다 개별적인 작업을 하지요.한국의 전통가마는 불의 성질을 이용하여 자연적인 색채의 조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도자예술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요변(窯變)이라 하지요.가마 안에서 산소량의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로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환원불,중성불,산화불 등으로 분류하는데,이것은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합니다.다만 오랜 경험이 가장 중요하며 다소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만.저의 경우 10여년 정도 불을 지피다보니 저절로 터득되더군요. 예를 들면 가마의 첫째 칸은 환원불로서는 가장 성공률이 높은데 바닥에 숯불이 많이 쌓이기 때문이지요.아무튼 색깔은 유약도 중요하지만 불의 상태가 더욱 중요하고,이 중요성은 오랜 경험과 치밀한 분석이 있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불의 성질 이용해 색채의 조화 만들어 문 : 전통의 문제와 함께 요즘 크게 논의되는 것이 모방과 복제에 따른 부작용인 것 같은데,이 점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徐 : 도자기에서 전통이란 작가의 피속에 흐르는 정신이겠지요.전통 그 자체가 그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피를 몸에 지닌 작가가 그만의 생각으로 다양하게 작품을 만드는 것이지요.좋은 전통은 곧 품격 높은 다양성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겠지요. 전통 문화를 흔히 틀속에 가두어 놓고 획일화한 것으로 보려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모방은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 작업입니다.배우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지요.하지만 작가가 된 뒤에도 모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복제하는 것은 작가 자신의 죽음일 따름입니다. 문 : 찻사발에 대한 선생의 생각을 말씀해 주시지요. 徐 : 절제된 아름다움이 함축된 형태와 어딘지 모르게 좀 모자라고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찻사발을 만들고 싶습니다.
  • 예술가와 돈, 그 열정과 탐욕/오브리 메넨 지음

    신전의 금을 빼돌린 고대 그리스 조각가 페이디아스,땀과 조각칼로 벌어들인 돈을 무능력한 가족에게 끊임없이 뜯겨야 했던 천재 미켈란젤로,수도회와 옥신각신 끝에 돈대신 그림 한 점 주고 자신의 묘를 마련한 티치아노,치밀한 자기 홍보와 마케팅전략으로 최고의 부와 명성을 누린 루벤스,방을 데울 숯이 없어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야 했던 전설적인 가난의 주인공 모네….예술가에게 돈이란 무엇인가.영국 작가 오브리 메넨이 쓴 ‘예술가와 돈,그 열정과 탐욕’(박은영 옮김,열대림 펴냄)은 돈에 얽힌 대가들의 인간적인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다. 화가 모네는 가난과 사투를 벌인 대표적인 인물이다.돈을 빌리기 위해 친구들에게 보낸 구구절절한 편지들을 보면 그의 가난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알 수 있다.“나는 알거지 신세로 여인숙에서 길거리로 내동댕이쳐졌어.카미유와 불쌍한 어린 것은 시골로 보냈다네.…어제는 너무 절망스러운 기분에 바보같이 강물에 몸을 던지려 했다네.” 사뭇 서글픈 내용이다. 반면 같은 인상파 화가인 세잔은 큰 어려움 없이 작품활동을 했다.평생 아들을 지지하고 돈을 대주고 유산까지 물려준 아버지 덕분이었다. 돈을 벌고 또 번 돈을 불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예술가도 적지않다.플랑드르의 화가 루벤스는 예술이 곧 비즈니스임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경우다.루벤스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비서에게 편지를 받아쓰게 하거나 책을 소리내어 읽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만능’ 이미지를 과시했다.이런저런 이벤트가 연출해내는 위세에 눌려 고객들은 그의 호화로운 화실을 나가면서 기꺼이 은화를 내놓았다.고객들로선 루벤스에게 그의 그림 하나만 의뢰하기 어려웠다.자신의 그림 외에 그가 모아 놓은 다른 화가들의 작품까지 사게 만드는 ‘끼워팔기’ 전술을 썼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의 대리석 조각상 ‘잠자는 큐피드’ 위조사건 역시 돈이 문제였다.미켈란젤로의 후원자였던 로렌초 데 메디치는 미켈란젤로에게 이 ‘골동품’을 로마로 보내면 훨씬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조각상을 후원자의 제안대로 로마의 골동품 판매상 발다사레에게 보냈다.발다사레는 이 큐피드 조각상을 포도밭에 묻었다가 자연스럽게 색이 배어든 뒤 꺼내 진품으로 속여 팔았다.미켈란젤로는 자신이 고대 로마의 조각가들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조각상을 만들어 로마로 보냈는지 모른다.하지만 “돈은 내가 이루어낸 온갖 눈부신 업적의 동인이었다.”는 미켈란젤로의 말을 새겨보면 그 속뜻은 알 수 없다. 돈을 사랑하고 돈에 상처받은 예술 거장들의 이야기는 천재성은 돈이며,예술은 비즈니스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하지만 예술가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따스하다.저자는 예술가와 물욕은 별개의 문제이며, 물욕은 오히려 예술가의 창작열을 불태운 원동력이 됐다고 주장한다.1만 6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파리 프레타포르테의 올 가을·겨울 패션코드 화려한 우아 ‘모던 클래식’

    |파리 함혜리특파원|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면 아직도 이르지만 패션의 본고장 파리는 벌써부터 올 가을·겨울 준비로 분주하다. 밀라노·뉴욕에 이어 3월2일부터 9일까지 파리에서는 2004∼2005 가을·겨울 여성 프레타포르테(기성복) 컬렉션이 열렸다.디오르,샤넬,지방시,웅가로,셀린느,에르메스,루이뷔통 등 창작성과 다양성 면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유명 브랜드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며 참신한 디자인들을 선보였다.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이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선보인 파리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을 통해 올 가을과 겨울의 패션 경향을 미리 살펴본다. ●우아하고 품위있는 모던 클래식 스타일 과거의 의상 스타일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시킨 ‘모던 클래식’ 스타일은 이번 컬렉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왕년의 여배우 마를렌 디트리히를 연상케 하는 1920년대 스타일이 여전히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1950년대 스타일의 정장과 드레스들을 고급스러운 소재와 절제된 라인으로 우아하고 화려하게 재현한 스타일이 두드러졌다. 이번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셀린느와 작별하는 미국 디자이너 마이클 코스는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여배우들의 의상들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단정하고 여성스러운 복고풍 의상들을 선보였다.트위드 정장,짙은 회색의 플란넬 스커트,통이 좁은 바지,검은 색의 칵테일 드레스 등 1950년대의 의상 코드들에 활동성과 실용성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피에르 발맹은 다양한 디자인의 심플하고 단정한 라인의 검은색 칵테일 드레스를 선보였으며 존 갈리아노는 디오르 패션쇼에서 무성영화의 여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화려한 의상들을 초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리는가 하면 1950년대 중반 영국에서 유행한 테디보이즈(반항적 청소년) 스타일을 재현했다. 로샤스의 디자이너 올리비에 데스캉은 1950년대 마르셀 로샤스가 디자인해 유행했던 레이스 드레스와 허리가 잘룩한 드레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다양하게 활용된 모피 자연보호주의의 영향으로 한때 퇴조했던 모피의 부활이 두드러진다. 루이뷔통,니나리치,랑벵,발맹,웅가로에 이르기까지 족제비털과 밍크 등 고급 모피들을 부분 장식으로 활용해 화려하고 고급스러우면서 섹시한 의상들을 소개했다.모피의 색상은 흰색,검정색부터 빨강,파랑,초록 등으로 무척 다양해졌다. 루이뷔통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은 루이뷔통의 이니셜 ‘LV’가 들어간 모피 목도리를 새 아이템으로 소개하는 한편 컬러 부분에 족제비털을 장식한 코트,컬러와 소매의 마무리 부분이 모피로 장식된 체크무늬 코트를 선보였다.소니아 리키엘은 검은색 니트 웨어와 검은색 모피 숄,단순한 디자인의 검은색 원피스에 흰색 여우 목도리나 붉은색 모피 점퍼를 매치시켜 섹시함을 강조했다. 웅가로도 무릎 길이의 스커트와 짧은 밍크 재킷을 매치시킨 화려한 저녁 외출복을 소개했고,니나리치도 붉은색 밍크 점퍼를 회색 바지와 함께 소개했다. 랑벵과 발멩은 단색의 심플한 의상에 모피를 부분 장식으로 사용하면서 포인트를 준 의상들을 선보였다. ●볼륨과 풍성함으로 생동감 가미 무릎 길이의 스커트나 미니 스커트를 굵은 주름과 겹치기,매듭 묶기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볼륨을 살린 의상들이 다수 선보였다.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 니콜라 게스키에르는 허리와 아랫단에 주름을 잡아 튤립 모양으로 봉긋하게 볼륨이 들어간 검은색 오간디 스커트를 짧은 모직 재킷과 매치시키는가 하면 발목이 드러나는 짧은 바지도 아랫단에 주름을 잡아 종아리 부분에 볼륨을 담았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존 갈리아노는 모델의 얼굴이 푹 파묻힐 정도로 큰 사이즈의 코트와 모피 숄 등을 통해 화려함과 풍성함의 극치를 보였다. 한국 디자이너 문영희씨는 스커트의 길이에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아랫단을 고깔 모양으로 마무리한 재킷과 스커트,여러 겹의 천을 덧댄 짧은 스커트와 원피스들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10여년 전부터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 디자이너 문영희씨는 “한복 바지의 볼록한 라인과 한국의 전통적 농악놀이에서 사용되는 고깔모자를 사용해 스커트와 재킷에 볼륨감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한차원 진화된 스포츠룩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스포츠룩은 올 가을·겨울 시즌에 이르면 한층 더 고급스러워지면서 일상복과의 경계를 허문다. 에르메스에서 처음 컬렉션 쇼를 가진 장폴 고티에는 악어가죽과 부드러운 양가죽,캐시미어,빌로드,공단 등 고급스러운 소재를 활용해 자신의 창작력과 에르메스 스타일의 우아함을 성공적으로 결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승마복 스타일의 재킷과 바지,원피스,검은 공단으로 된 트렌치 코트 등은 우아함과 활동성을 겸비하고 있다. 파코라반은 스키점퍼를 변형시켜 칵테일 드레스와 앙상블한 의상을 소개,격식있는 자리에서도 스포츠룩이 손색이 없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칼 라거펠드는 샤넬쇼에서 스키복 스타일의 멜빵이 달린 스포티한 가죽 바지를 선보였고,자신의 이름을 딴 라거펠드 갤러리 쇼에서는 오리털 스키파커와 모자 달린 에스키모 점퍼를 셔츠,넥타이 등과 매치시켰다. 요지 야마모토의 장난끼 넘치는 가죽 점퍼도 스포츠룩 마니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lotus@˝
  • ‘안규철­49개의 방’ 展

    ‘사색하는 작가’ 안규철(49·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작업은 개념미술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그는 1980년대 이후 사진과 조각,드로잉과 글쓰기 작업을 병행하며 한국의 개념미술을 주도해 왔다.개념미술은 예술가의 창작 이념과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때문에 ‘프로세스 아트’로도 불린다.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안규철­49개의 방’전은 지적인 연상작용의 결정판이다. 작가는 일상적인 공간을 작품 안에 끌어들여 삶의 부조리를 고발한다.그는 지난 85년 ‘현실과 발언’의 멤버로 활동하던 시절 ‘서사적 조각’‘풍경조각’으로 불린 시사성 강한 작품들을 시작으로 1990년대 이후 줄곧 개념 작업을 펼치며 현실의 모순을 비판해 왔다.이번 전시에서도 그와 같은 맥락의 작품 8점을 내놓았다.설치·드로잉·모형 시리즈 등 다양한 구색을 갖췄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모자’라는 작품은 정장차림의 두 사람이 만나 악수를 하다 갑자기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잡아먹는 다섯 컷의 흑백 그림을 반복해 보여준다.작가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의 인간관계를 자못 희극적인 상황으로 바꿔 다룬다.설치작품 ‘바닥없는 방’은 허리 아래부터 벽과 바닥이 없는,천장에 매달려 흔들리는 방을 재현했다.그것은 곧 어느 한 곳에 뿌리박지 못한 부유하는 삶을 의미한다.‘지붕 없는(roofless)’이란 말이 집 없는 물리적 노숙상태를 가리킨다면,작가가 제시하는 ‘바닥없는(bottomless)’이란 개념은 마음을 둘 곳 없는 정신적 노숙상태를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112개의 문이 있는 방’도 색다른 작품.가로로 7개,세로로 7개의 문을 늘어놓아 각 방마다 사방으로 여닫을 수 있게 만들었다.닫혔음에도 불구하고 열려 있는 무방비 도시 같은 공간이다.현대의 복잡한 그물 사회에서 개인만의 ‘공간적’ 여유를 누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작가는 로댕 갤러리 현관의 ‘지옥의 문’을 보고 이같은 ‘문의 지옥’을 구상했는지도 모른다.13일 오후 2시에는 작가와의 대화의 자리도 마련돼 있다.전시는 4월 25일까지.(02)2259-7781. 김종면기자 jmkim@˝
  • 디즈니 ‘애니 뮤지컬’ 브로드웨이서 뜬다

    ‘미녀와 야수’로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디즈니는 ‘라이언킹’(97년),‘아이다’(2000년)등 자사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뮤지컬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현재 브로드웨이에서 나란히 공연중인 이들 세 작품은 디즈니를 단번에 뮤지컬산업의 막강한 권력집단으로 떠오르게 했다.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방식과 차별되는 디즈니의 전략은 온가족이 볼 수 있는 뮤지컬의 양산과 관객 연령층을 40∼50대 중년에서 20대로 낮추는 등 뮤지컬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호평과 함께 기존 애니메이션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신진 작가나 작곡가의 창작력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하지만 디즈니가 차기 브로드웨이를 주도하는 거대 뮤지컬그룹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이를 뒷받침하듯 디즈니는 현재 3개의 신작 뮤지컬을 준비중이다.올 연말 선보일 ‘메리 포핀스’와 내년 봄 막올릴 ‘타잔’,그리고 2007년쯤 예정된 ‘인어공주’가 그것.이 가운데 영국의 흥행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가 참여하는 ‘메리포핀스’는 ‘라이언킹’에 버금가는 작품이 될 것으로 디즈니사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되는 디즈니 뮤지컬은 ‘미녀와 야수’가 처음이며,‘아이다’는 내년 하반기쯤 선보일 예정이다.사전 제작비만 200억원에 달하는 ‘라이언킹’은 2007년 이후에 선보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순녀기자˝
  • 佛예술·문학훈장 받는 손우현 駐佛문화원장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파리는 세계 각국의 자국 문화 선전을 위한 각축장입니다.우리 문화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해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한·프랑스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 및 문학 훈장(기사장)을 받은 손우현(孫又鉉·55)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장 겸 공사는 “개인의 영예라기보다 한국 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평가를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 및 문학 훈장은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4대 훈장 중 하나로 주요 명예훈장에 속한다.이 훈장은 예술 및 문학 분야에서 현저한 창작활동을 했거나 프랑스 및 전 세계에서 문화 선양에 크게 기여한 인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고 있다.일반적으로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고위급 외교관들에게 정부훈장이 수여되고 있으나 현직 외국 문화원장에게 프랑스 정부 훈장이 수여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임기를 마치고 오는 29일 서울로 귀임할 예정인 손 문화원장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기에 문화원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프랑스에서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문화예술인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lotus@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19)한국의 찻그릇 문화-신현철의 참새다기(茶器)

    ‘참새다기(茶器)’라고 부르는 매우 독특하게 생긴 찻그릇 세트 하나를 두고 중국과 한국의 차인(茶人)들 사이에 미묘한 논쟁이 일고 있다.참새다기는 한국,타이완,중국,미국,홍콩의 차인들 세계에서 이미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지만,그 ‘불법 복제’의 사실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그것은 또한 중국과 한국의 차문화에 걸린 자존심과,예술작품에 대한 권리침해의 문제이기도 하다. 논란의 핵심은 한국의 작가 신현철(申賢徹)씨가 중국에서 먼저 만든 참새다기를 불법 복제하여 한국시장에 유통시키고 있다는 것.이 논쟁의 한 가운데 서있는 신씨로부터 진실을 알아보기 위하여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방도리 272번지,참나무 숲이 울창한 산기슭 응달진 곳에 차려진 그의 가마를 찾았다.그는 상투를 틀어 올리고 수염을 기른 육척장신 거구였다. 문:한국 차인들이나 찻그릇 가게에 나도는 소문으로는 신선생이 중국 참새다기 세트를 복제하여 유통시키고 있다는데,사실입니까? 이 문제는 중국 차문화가 한국을 식민지화하고 있다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또한 도자문화의 국가적 자존심과도 관계됩니다.사실을 확인해주실 수 있습니까? 申: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피해자는 오히려 저 자신인데요. 문:참새다기가 중국 물건이 아니라는 것입니까? 申:저의 창작품입니다.1987년도에 개발했고,특허청 ‘의장등록 226383’으로 대한민국의 법률아래 보호받고 있는 저의 작품입니다. 문:그럼 개발 이후 한국이나 중국에서 참새다기를 공식 발표한 적이 있습니까? 申:1988년 경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면서 참새다기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1998년 성곡미술관 ‘한국도공정신-전통에서 현대로’전시회에 천한봉,김정옥,윤광조 선생을 비롯한 10명의 작가들이 초대되었고 저도 감히 맨 끝자리에 끼어서 참새다기를 내놓았습니다.이때 출품한 참새다기는 부산여대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지요. 2001년 4월25일부터 ‘중한(中韓) 다구(茶具) 도예명품전’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는데,중국에서 자사호라는 중국 찻그릇을 만드는 무형문화재 5명과 한국에서 천한봉,김정옥,신현철,오순택 등 다섯 명이 초청됐지요.그때 저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참새다기를 출품했습니다.그때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참새다기라는 작품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중국 차인들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거든요.결국 출품한 참새다기를 ‘의흥(宜興)자사호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그 초청전시회 때 저의 창작품인 ‘연잎다기’도 출품했는데,타이완에서 찻집을 18개나 운영하는 중국인이 30분에 걸쳐 저의 연잎다기를 놓고 이야기하면서 큰 화젯거리로 만들었습니다. 2001년 5월29일∼6월10일에는 ‘중국의흥국제다구도예전’이 열렸습니다.이때도 참새다기가 출품되었고,그 작품은 ‘황주다엽박물관’에서 소장하게 되었지요. 문:약간 혼란스럽군요.대략 정리하자면 2001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한다구도예명품전’이라는 전시회 때까지만 해도 참새다기는 중국에 존재하지 않았고,그 이후 어느 시기부터 참새다기가 중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말이지요? 申:일단은 그렇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문:순서가 좀 헝클어졌습니다만 참새다기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만들게 된 동기,가능하다면 재료와 이 찻그릇이 지닌 다른 정보도 좀 공개하실 수 있습니까? 申:참새다기라는 이름은 작설차(雀舌茶)의 작(雀) 글자에서 참새의 모습을 떠올린 데서 시작됐지요.차를 마실 때마다 참새를 생각했는데,시험삼아 참새모양의 찻주전자를 만들었지요.처음엔 별로였습니다. 꼬리 부분을 쳐들어봤지요.생동감이 느껴지더군요.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생동감과 안정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구도를 실험한 끝에 한 형태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지금의 작품을 낳은 모체가 결정된 것입니다.그뒤부터 옷,즉 색깔을 입히는 작업에 또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처음엔 옥색이었고,그 다음엔 쥐색이었다가 세번째 시도에서 지금의 참새깃털 색깔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장석유(長石釉) 계열의 유약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것이어서 복제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문:그렇다면 어찌해서 신선생이 중국의 참새다기를 복제했다는 말이 퍼졌을까요?혹시 짐작가는 데라도 있습니까? 申:구체적인 이유는 저도 알기 어렵습니다.다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중국인으로서 저한테 직접 참새다기를 구입해간 사람은 한 사람뿐이라는 것입니다.그렇다고 해서 그분이 이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현명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그 얘기를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申:2001년 8∼10월 열렸던 제 1회 세계도자엑스포(경기도 여주,이천,광주)에 저도 참여했는데,그동안 몇 차례 보완하여 나름의 완성도를 지닌 참새다기를 출품했습니다.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습니다.그런데 저의 작품에 유별난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이 있었습니다.미국시민권을 가진 중국인이었는데,이름은 그냥 허(許)씨라 는 점만 밝히겠습니다.그분은 IAC,즉 세계도자협회 정회원으로서 중국 현대도예작가의 대부라는 명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분이 참새다기를 구입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지만 응답하지 않았지요.그런데 그날 오후 그분이 중국 도예작가 10명을 대동하고 저의 작업실로 찾아왔더군요.엑스포 관계자에게 주소를 물어서 찾아온 것입니다. 저의 전시실에 와서도 참새다기를 유심히 살피면서 함께 온 작가들과 의견을 나누더군요.결국 한벌을 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더는 사양하기가 어려워서 100만원을 받고 작품을 넘겨주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지 석달 뒤였어요.중국에서 만들어진 참새다기가 미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확인했더니 사실이더군요. 그런지 얼마 안 지나서 서울 조계사 부근 어느 찻그릇 상점에서 참새다기를 팔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즉시 그 가게로 달려가 보았습니다.사실이더군요.가게 주인에게 저의 신분을 밝히고,참새다기가 법률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자료로 사용하려고 하니 한벌만 사겠다고 했지요.어차피 법적 제재를 가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자 가게 주인은 낯을 붉히면서 고백하더군요.중국 의흥에서 생산된 것인데,사실은 타이완의 도자기 공장에 하청을 주어서 대량을 찍어내어 중국과 동남아 일대,한국,일본,미국 등지에서 헐값으로 팔고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중국에서 만든 것이 신선생 작품을 그대로 복제한 증거가 있습니까? 申:(증거물로 가져다 둔 연잎모양의 둥근 그릇 안에 얹는 연밥모양 깔판을 뒤집어보이면서)여기 보다시피 물방울이 바닥으로 잘 굴러 떨어지도록 하기 위한 홈을 파놓았지요.모두 홀수로 처리되어 있습니다.그리고 이 앞면의 물 구멍 숫자도 모두 홀수로 처리되어 있지요. 중국은 짝수문화여서 차문화에 사용되는 차 도구들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짝수개념이 통용됩니다.그런데 참새다기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문화의 차이를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원래의 견본 그대로 흉내낸 것으로 보입니다. 참새다기는 연잎다기와 달리 그림으로 그리거나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복제가 불가능합니다.결국 씨암탉(종자) 한 마리를 사가지고 가서 달걀을 낳아 대량 번식한 셈이지요. 문:그렇다면 한국 차인들이나 찻그릇 상인들이 왜 신선생에게 그런 불명예를 겪게 할까요? 무슨 피치 못할 갈등이라도 있기 때문인가요? 申:제가 개발하여 특허청에 실용신안,의장등록 등의 법적 절차를 마친 연잎다기,연꽃다기,무궁화꽃다기 등 우리나라 역사와 민속의 문양을 찻그릇 형태로 형상화시킨 작품이 여러 종류 있습니다.여러해 동안 고심끝에 디자인을 개발하여 발표하고 나면 한달이 채 안 지나서 복제품이 쏟아져 나옵니다.일일이 법적 대응을 하기에도 지쳤습니다.참새다기에 관한 소문은 국내의 복제자들이 만들어 퍼뜨린 것입니다.자신들의 비열함을 은폐하기 위한 술수겠지요.아무리 예술에서 모방의 가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창조를 위한 모방이 아닌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모방과 복제는 한국 찻그릇 문화의 파멸을 앞당길 뿐이라고 봅니다.
  • [6일 TV 하이라이트]

    ●무인시대(오후 10시10분) 명종은 이의민에게 협박당하고 황실의 권위가 떨어진 데 분노하여 오직 두경승만을 신뢰하겠다고 말한다. 두경승은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한다.한편 자운선은 정인에 대한 연정을 버린 홍련화에게 떠나겠다 말하고,홍련화는 자운선을 심하게 매질한다. ●진주목걸이(오후 7시50분) 인숙은 별장에서 난주와 보낸 시간들을 떠올리며 죽을 결심으로 약을 삼킨다.태훈은 갑수를 통해 인숙의 거처를 알아내고,소식을 전해들은 난주는 기남과 함께 별장으로 달려가 죽기 직전의 인숙을 발견한다.난주가 인숙과 함께 있다는 말에 불안한 순복은 난주를 데리러 인숙의 집으로 간다. ●잘먹고 잘사는 법(오전 10시) 충청도 산골 마을에서 찾아낸 황토 할머니 김정덕씨의 소박한 흙집.그 속에 숨어 있는 건강 비법은 손수 흙을 고르고 벽돌을 쌓아 만든 황토집 생활이다. 건강한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말하는 집에서 찾아낸 행복과 건강한 집을 만드는 비법을 소개한다. ●당뇨의 섬,마이크로네시아(오후 7시) 남태평양의 섬나라 마이크로네시아는 식문화가 변화하면서 성인인구의 반 이상이 당뇨에 시달리고 있다.취약한 경제력,열악한 의료환경으로 대부분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 원주민들은 목숨을 잃고 있다.식문화와 생활방식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전문가의 진단을 들어본다. ●애니토피아(오후 9시10분) 한국 애니메이션의 앞날에는 희망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창작 애니메이션의 개봉 편수가 늘고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가능성은 인정 하지만,흥행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올해 개봉이 예정된 ‘망치’‘왕후 심청’ 등의 신작을 통해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인사이드 월드(오후 1시20분) 태국의 은퇴한 노인들이 고무 농장의 핵심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고무농장의 기금을 조성하고 또 직접 일을 해 이득을 낸다.무엇보다 은퇴하면 더 이상의 쓸모없는 사람이란 시선을 받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노후에도 인간다운 삶을 제공하려는 노력들을 살펴본다. ●토요일엔 떠나볼까(오전 8시)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기온으로 나른해지 쉬운 3월,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웰빙여행을 떠나본다.경상도 고유의 맛이 살아있는 항구 도시 부산.봄맞이 체력증강에 좋은 흑염소 요리와 꼼장어 등 인심과 정이 넘치는 부산의 맛 이야기 속으로 떠난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19)한국의 찻그릇 문화-신현철의 참새다기(茶器)

    ‘참새다기(茶器)’라고 부르는 매우 독특하게 생긴 찻그릇 세트 하나를 두고 중국과 한국의 차인(茶人)들 사이에 미묘한 논쟁이 일고 있다.참새다기는 한국,타이완,중국,미국,홍콩의 차인들 세계에서 이미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지만,그 ‘불법 복제’의 사실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그것은 또한 중국과 한국의 차문화에 걸린 자존심과,예술작품에 대한 권리침해의 문제이기도 하다. 논란의 핵심은 한국의 작가 신현철(申賢徹)씨가 중국에서 먼저 만든 참새다기를 불법 복제하여 한국시장에 유통시키고 있다는 것.이 논쟁의 한 가운데 서있는 신씨로부터 진실을 알아보기 위하여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방도리 272번지,참나무 숲이 울창한 산기슭 응달진 곳에 차려진 그의 가마를 찾았다.그는 상투를 틀어 올리고 수염을 기른 육척장신 거구였다. 문:한국 차인들이나 찻그릇 가게에 나도는 소문으로는 신선생이 중국 참새다기 세트를 복제하여 유통시키고 있다는데,사실입니까? 이 문제는 중국 차문화가 한국을 식민지화하고 있다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또한 도자문화의 국가적 자존심과도 관계됩니다.사실을 확인해주실 수 있습니까? 申: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피해자는 오히려 저 자신인데요. 문:참새다기가 중국 물건이 아니라는 것입니까? 申:저의 창작품입니다.1987년도에 개발했고,특허청 ‘의장등록 226383’으로 대한민국의 법률아래 보호받고 있는 저의 작품입니다. 문:그럼 개발 이후 한국이나 중국에서 참새다기를 공식 발표한 적이 있습니까? 申:1988년 경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면서 참새다기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1998년 성곡미술관 ‘한국도공정신-전통에서 현대로’전시회에 천한봉,김정옥,윤광조 선생을 비롯한 10명의 작가들이 초대되었고 저도 감히 맨 끝자리에 끼어서 참새다기를 내놓았습니다.이때 출품한 참새다기는 부산여대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지요. 2001년 4월25일부터 ‘중한(中韓) 다구(茶具) 도예명품전’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는데,중국에서 자사호라는 중국 찻그릇을 만드는 무형문화재 5명과 한국에서 천한봉,김정옥,신현철,오순택 등 다섯 명이 초청됐지요.그때 저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참새다기를 출품했습니다.그때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참새다기라는 작품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중국 차인들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거든요.결국 출품한 참새다기를 ‘의흥(宜興)자사호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그 초청전시회 때 저의 창작품인 ‘연잎다기’도 출품했는데,타이완에서 찻집을 18개나 운영하는 중국인이 30분에 걸쳐 저의 연잎다기를 놓고 이야기하면서 큰 화젯거리로 만들었습니다. 2001년 5월29일∼6월10일에는 ‘중국의흥국제다구도예전’이 열렸습니다.이때도 참새다기가 출품되었고,그 작품은 ‘황주다엽박물관’에서 소장하게 되었지요. 문:약간 혼란스럽군요.대략 정리하자면 2001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한다구도예명품전’이라는 전시회 때까지만 해도 참새다기는 중국에 존재하지 않았고,그 이후 어느 시기부터 참새다기가 중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말이지요? 申:일단은 그렇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문:순서가 좀 헝클어졌습니다만 참새다기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만들게 된 동기,가능하다면 재료와 이 찻그릇이 지닌 다른 정보도 좀 공개하실 수 있습니까? 申:참새다기라는 이름은 작설차(雀舌茶)의 작(雀) 글자에서 참새의 모습을 떠올린 데서 시작됐지요.차를 마실 때마다 참새를 생각했는데,시험삼아 참새모양의 찻주전자를 만들었지요.처음엔 별로였습니다. 꼬리 부분을 쳐들어봤지요.생동감이 느껴지더군요.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생동감과 안정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구도를 실험한 끝에 한 형태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지금의 작품을 낳은 모체가 결정된 것입니다.그뒤부터 옷,즉 색깔을 입히는 작업에 또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처음엔 옥색이었고,그 다음엔 쥐색이었다가 세번째 시도에서 지금의 참새깃털 색깔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장석유(長石釉) 계열의 유약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것이어서 복제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문:그렇다면 어찌해서 신선생이 중국의 참새다기를 복제했다는 말이 퍼졌을까요?혹시 짐작가는 데라도 있습니까? 申:구체적인 이유는 저도 알기 어렵습니다.다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중국인으로서 저한테 직접 참새다기를 구입해간 사람은 한 사람뿐이라는 것입니다.그렇다고 해서 그분이 이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현명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그 얘기를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申:2001년 8∼10월 열렸던 제 1회 세계도자엑스포(경기도 여주,이천,광주)에 저도 참여했는데,그동안 몇 차례 보완하여 나름의 완성도를 지닌 참새다기를 출품했습니다.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습니다.그런데 저의 작품에 유별난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이 있었습니다.미국시민권을 가진 중국인이었는데,이름은 그냥 허(許)씨라 는 점만 밝히겠습니다.그분은 IAC,즉 세계도자협회 정회원으로서 중국 현대도예작가의 대부라는 명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분이 참새다기를 구입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지만 응답하지 않았지요.그런데 그날 오후 그분이 중국 도예작가 10명을 대동하고 저의 작업실로 찾아왔더군요.엑스포 관계자에게 주소를 물어서 찾아온 것입니다. 저의 전시실에 와서도 참새다기를 유심히 살피면서 함께 온 작가들과 의견을 나누더군요.결국 한벌을 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더는 사양하기가 어려워서 100만원을 받고 작품을 넘겨주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지 석달 뒤였어요.중국에서 만들어진 참새다기가 미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확인했더니 사실이더군요. 그런지 얼마 안 지나서 서울 조계사 부근 어느 찻그릇 상점에서 참새다기를 팔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즉시 그 가게로 달려가 보았습니다.사실이더군요.가게 주인에게 저의 신분을 밝히고,참새다기가 법률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자료로 사용하려고 하니 한벌만 사겠다고 했지요.어차피 법적 제재를 가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자 가게 주인은 낯을 붉히면서 고백하더군요.중국 의흥에서 생산된 것인데,사실은 타이완의 도자기 공장에 하청을 주어서 대량을 찍어내어 중국과 동남아 일대,한국,일본,미국 등지에서 헐값으로 팔고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중국에서 만든 것이 신선생 작품을 그대로 복제한 증거가 있습니까? 申:(증거물로 가져다 둔 연잎모양의 둥근 그릇 안에 얹는 연밥모양 깔판을 뒤집어보이면서)여기 보다시피 물방울이 바닥으로 잘 굴러 떨어지도록 하기 위한 홈을 파놓았지요.모두 홀수로 처리되어 있습니다.그리고 이 앞면의 물 구멍 숫자도 모두 홀수로 처리되어 있지요. 중국은 짝수문화여서 차문화에 사용되는 차 도구들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짝수개념이 통용됩니다.그런데 참새다기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문화의 차이를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원래의 견본 그대로 흉내낸 것으로 보입니다. 참새다기는 연잎다기와 달리 그림으로 그리거나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복제가 불가능합니다.결국 씨암탉(종자) 한 마리를 사가지고 가서 달걀을 낳아 대량 번식한 셈이지요. 문:그렇다면 한국 차인들이나 찻그릇 상인들이 왜 신선생에게 그런 불명예를 겪게 할까요? 무슨 피치 못할 갈등이라도 있기 때문인가요? 申:제가 개발하여 특허청에 실용신안,의장등록 등의 법적 절차를 마친 연잎다기,연꽃다기,무궁화꽃다기 등 우리나라 역사와 민속의 문양을 찻그릇 형태로 형상화시킨 작품이 여러 종류 있습니다.여러해 동안 고심끝에 디자인을 개발하여 발표하고 나면 한달이 채 안 지나서 복제품이 쏟아져 나옵니다.일일이 법적 대응을 하기에도 지쳤습니다.참새다기에 관한 소문은 국내의 복제자들이 만들어 퍼뜨린 것입니다.자신들의 비열함을 은폐하기 위한 술수겠지요.아무리 예술에서 모방의 가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창조를 위한 모방이 아닌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모방과 복제는 한국 찻그릇 문화의 파멸을 앞당길 뿐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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