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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말말˙˙˙

    신출귀몰한 ‘신화’가 아니라 인간의 숨결을 담은 ‘소설’을 쓰고자 했으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개인적 창작품이고 ‘삼국지’의 새로운 판본이다.-5년여 만에 ‘삼국지’(전10권)를 내놓은 장정일(42)씨가 “‘장정일 삼국지’는 창작소설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삼국지’와 다르고, 그래서 ‘평역’이 아니라 ‘글 장정일’이라고 밝혔다.”며-
  • 지금 공연계는 장르파괴중

    지금 공연계는 장르파괴중

    겨울을 알리는 무대의 전령,‘호두까기인형’이 찾아왔다.‘호두까기인형’하면 누구나 발레를 떠올리기 마련. 올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 발레시어터 등 3개 발레단이 앞다투어 작품을 내놓는다. 발레리나들의 행진이 펼쳐지는 한켠에서 국산 뮤지컬 ‘호두까기인형’이 첫발을 내딛는다.E T A 호프만의 원작 동화 ‘호두까기인형’은 지난 5월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이 댄스 뮤지컬로 만든 것까지 합하면 올 한해 가장 많이 변주된 단골 소재가 아닌가 싶다. 이렇듯 한 작품이 여러 장르에서 ‘재활용’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로 유명한 ‘아이다’도 작곡가 팀 라이스와 가수 엘튼 존에 의해 디즈니식 가족 뮤지컬로 탈바꿈중이다. 내년 한국 상연을 앞두고 있다. 영화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뮤지컬 황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이 새달 스크린에서 부활하고, 스웨덴 출신의 걸출한 뮤지션 아바의 명곡들을 엮어 만든 뮤지컬로,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맘마미아’도 곧 영화로 만날 수 있다. 물론 아무 작품이나 재활용되는 건 아니다. 탄탄한 작품성으로 경기 불황 등 외적 조건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먹히는 고전 또는 히트작들만이 그 영예를 얻을 수 있다. 웬만큼 해서는 원작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는 우려도 있지만, 창작의 위험성을 손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칠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한 뮤지컬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수입해서 팔아먹을 브로드웨이산 뮤지컬이 바닥난 상황에서 익숙한 재료들을 갖다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 흥행작들의 유명세에 기대는 이런 현상은 창작의 싹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전의 또 다른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즐거운 기회를 선사하기도 한다. ■ 우유부단한 왕자… ‘호두까기인형’ 살짝 비틀어졌네 새달 11일부터 26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려질 가족뮤지컬 ‘호두까기인형’은 완전히 새로운 내용과 감각으로 다가간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고전으로 유명한 이 작품의 변주를 위해 국내 3대 공연기획사인 악어컴퍼니, 오디뮤지컬컴퍼니,PMC프로덕션이 의기투합했다. 원작과 그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에선 생쥐대왕을 물리친 주인공 소녀 마리와 호두까기인형이 소매 속으로 들어가 신비한 나라를 여행하다가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이 났다. 뮤지컬은 소매 속 여행 부분에 ‘확대경’을 들이댔다. 즉 호두까기왕자가 왕위를 수여받기 위해 왕국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내용이 뮤지컬 2막을 채우고 있는 것.‘말탄기사’와 같이 원작에 없는 인물이 여럿 등장하고, 호두까기인형, 마리, 드로셀마이어 등 주인공들의 캐릭터나 관계도 원작과 다르게 비틀었다. 원작에서 용맹스러운 왕자였던 호두까기인형은 뮤지컬에서는 겁 많고 우유부단한 인물로 나온다. 마리는 이런 호두까기인형을 이끌어 진정한 남자로 만드는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통해 동화적 상상력을 한껏 과시했던 박승걸씨가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박씨는 “뮤지컬 ‘호두까기인형’은 여행과 모험을 통해 성숙하고 사랑을 깨닫는 한 편의 성장 러브스토리로 그려질 것”이라면서 “꿈과 환상이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 현실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가족뮤지컬이지만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에 초점을 맞춰 성인 관객들까지 겨냥했다. 현대무용, 발레, 재즈가 녹아든 자유롭고 기발한 춤사위가 무대 위에서 펼쳐지며 이에 맞춰 26곡의 노래도 새롭게 창작됐다. 발레에 밀리지 않는 볼거리와 이야기를 듣는 재미까지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작곡 이경재, 공동극작·안무 조성주. 서영주, 김선동, 오진영, 김태한, 최인경 등 출연.5만원∼3만원.(02)764-876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서울발레시어터 3色 ‘호두까기…‘ 12월21∼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볼쇼이발레단 버전. 러시아에서 직접 제작한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와, 전막에 걸쳐 역동적이고 짜임새있게 배치된 안무가 특징이다. 인형 대신 어린이 무용수가 호두까기인형으로 출연해 깜찍한 춤을 선사한다.(02)587-6181. 유니버설발레단은 12월21일부터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키로프발레단 버전의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한다. 섬세한 여성미와 아기자기한 작품구성이 매력. 오디션으로 선발한 어린이 50여명이 펼치는 앙증맞은 춤솜씨도 볼거리다. 러시아, 스페인, 중국 등 세계 각국의 화려한 민속춤과 아름다운 눈송이 요정들의 군무는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제격이다.1588-7890.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인형’은 발레단 상임 안무가인 제임스 전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만 그대로 두고 장소와 배경, 줄거리를 모두 바꿔 한국적으로 재창조한 작품. 고아원에 사는 남매가 꿈속에서 부모님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의 모던발레다.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무대에 등장시키고, 안무에도 변화를 주는 등 지난해에 비해 볼거리를 보강했다.12월23∼25일 과천시민회관 대극장.(02)3442-2633.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영화로 만나봐 최근 영화계에서도 인기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영화로 제작하는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해 뮤지컬 ‘시카고’가 캐서린 제타 존스·르네 젤위거 주연, 롭 마셜 감독의 뮤지컬 영화로 선보여 큰 성공을 거뒀다. 아카데미상을 휩쓰는 등 흥행과 비평 모두를 만족시키며 뮤지컬 영화의 붐을 예고했다. 지난 추석 연휴 때는 비제의 오페라로 유명한 ‘카르멘’을 스페인의 비센테 아란다 감독이 영화로 선보여 국내에 개봉했다. 원작의 비극적인 드라마를 살리되 감각적이고 화려한 영상으로 승부하는 작품이었다. 새달에는 뮤지컬의 황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초호화 블록버스터 영화로 재탄생시킨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흥행 영화 감독인 조엘 슈마허가 메가폰을 잡아 19세기 오페라 하우스의 웅장하고도 화려한 무대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원작 소설을 토대로 영화화된 적은 여러번 있지만 1986년에 초연된 뮤지컬의 인기에 힘을 입어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웨덴 그룹 아바의 노랫말을 엮어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도 곧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올해 초 국내에서 공연돼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던 작품으로, 영화에서는 ‘러브 액츄얼리’의 키이라 나이틀리와 니콜 키드먼,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이 출연진 물망에 올라 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음악이 있는 마을’ 정기연주회

    창작곡을 고집하기로 소문난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단장 이강숙)이 열번째 정기연주회를 연다. 새달 3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음악이 있는 마을’은 서양음악 일변도의 공연이 상식으로 굳어진 국내 연주계에 ‘토종’ 창작곡으로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 대표적 노래모임. 올해로 창단 8년째를 맞은 이 합창단은 국내 작곡자들에게 작품을 의뢰해 오던 것을 최근에는 해외까지 범위를 넓혔다. ‘생명의 노래, 평화의 노래’라는 주제로 열리는 올 연말 무대에는 국산과 해외 의뢰곡들이 섞여 선보인다. 필리핀 작곡가 F 펠리치아노가 1년여 공들여 곡을 붙인 ‘그리움’과 ‘생명의 노래’, 신동일 작곡의 ‘풀밭에 놀 때는’‘이상한 밤’‘빈 집’ 등이 무대를 장식한다. 접근법이 다양한 음악들로 시간가는 줄 모를 듯하다. 두부장수, 엿장수, 굴뚝 청소부 등 정겨운 길거리 소리들을 소재로 한 창작곡 ‘메밀묵 사려’, 인기동요들을 편곡한 동요메들리 등에 어깨가 절로 들썩여질 만하다. 지난 5월 창단한 ‘음악이 있는 마을’ 수원 합창단도 함께 공연한다.(02)520-8171.umma.or.kr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씨줄날줄] 창작의 벗/이용원 논설위원

    이 시대에 담배 피우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주장하는 일은 어차피 낯 뜨거운 짓이 되고 말았다. 흡연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돼,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일반인과 유리된 특정장소를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되었다. 정부가 담뱃값을 시도 때도 없이 인상하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이들에게 그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징벌’ 구실을 하는 것이어서 그 대가를 흡연자들이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사회적인 분위기이다. 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는 넘칠 정도로 많다. 최근에만 해도 담배를 많이, 오랫동안 피운 사람일수록 피로를 더욱 많이 느낀다는 국내 연구진의 발표가 있었다.‘하루에 한갑씩 10년을 피우면’ 보통 사람에 비해 6%가량 피로를 더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에 속한 문인들이 18일 성명을 발표했다. 생업인 원고 집필을 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창작아이디어의 유일한 벗”인 담배의 가격마저 인상하는 것에 상당한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문인들은 성명서 발표에 그치지 않고 19일 오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모여 정부의 담뱃값 인상 계획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소설가·시인 등 100여명이 모여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비판했다. 이같은 문인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가는 순전히 개인이 판단할 몫이다. 다만 담배가 ‘창작의 벗’이라는 문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있기는 하다. 몇년전 프랑스 파리의 파스퇴르 연구소와 스위스 제네바의 글락소 분자생물연구소가 공동으로 연구해 보니 담배의 니코틴 성분이 사고력과 집중력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면 창작 아이디어가 활발해진다는 문인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흡연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다. 흡연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이기는 하나 ‘범죄’행위는 아니다. 문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흡연자를 ‘봉’으로 보는 짓은 정부로서 할 일은 아니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SBS드라마 ‘주인공 죽이기’ 기승

    SBS드라마 ‘주인공 죽이기’ 기승

    “어떤 병으로 할까 고민중이에요. 병이 6개월 또는 1년 이상 지속되면 (드라마 전개상) 안되고…. 통상 3개월짜리 췌장암으로 하는데, 재미는 없으니까…의사들과 다른 ‘짧은 것’으로 논의하고 있어요.”(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제작진) 또 죽인다. 한국 드라마의 고질인 ‘주인공 죽이기’가 또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 선봉에는 SBS가 있다. ●‘러브 스토리‘서도 여주인공 죽어 스토리 전개상 완성도를 높이거나 극적인 반전을 위해 주인공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모든 창작물에서 흔히 있는 일. 하지만 최근 방영되거나 곧 전파를 탈 SBS의 드라마들 중 상당수는 안방 시청자들의 눈을 붙잡아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혹은 조기 종영으로 인한 급작스러운 결말을 내기 위해 ‘생뚱맞게’ 주인공을 죽인다. 이미 ‘완전한 사랑’,‘천국의 계단’,‘발리에서 생긴 일’ 등에서 결말을 모두 ‘주인공 죽이기’로 처리해 지적을 받은 SBS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에서도 같은 행태를 되풀이해 비난을 사고 있다. 곧 방송될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을 죽음으로 내몬다. 22일 첫 전파를 타는 월화드라마 16부작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여자 주인공 수인(김태희)이 병에 걸려 죽는 것이 결말이다. 제작진은 아직 대본이 모두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 ‘수인이 멕시코와 북한에서 의료선교 활동을 하다 13회분에서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리는 것’만 확정하고 어떤 병으로 할지 고민 중에 있다.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다 계획보다 2회가 줄어든 16부를 끝으로 중도하차한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는 18일 마지막회에서 급조된 결말을 위해 지훈(고수)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아이를 낳는 정우(박예진)를 보기 위해 병원으로 가다 사주를 받은 폭력배들의 칼에 찔린뒤 정우 앞에서 숨을 거두는 것으로 마무리해 해피엔딩을 바랐던 시청자들을 실망시켰다. 암에 걸린 정우 역시 지훈을 따라 죽음에 이른다는 결말도 암시했다. 앞서 인혜(박정아)의 부친은 교통사고로, 생모 또한 사업 실패로 세상을 뜨면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제작진은 “갑작스레 조기종영이 결정되면서 17일에야 회의 끝에 지훈이 비극적 최후를 맞는 것으로 대본을 마무리했다.”고 해명했다. 한자릿수의 시청률을 보이다 지난 16일 5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대하사극 ‘장길산’도 마지막회 등에서 원작과는 완전히 다르게 주인공들이 ‘무더기’로 숨을 거두는 장면을 연출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종영한 주말드라마 ‘매직’도 마지막회에서 주인공인 강재(강동원)의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결말을 유도했다. ●시청자들 “해피엔딩 한번 봤으면…” 시청자들은 유독 SBS 드라마에서만 주인공들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한다.‘김정남’이라고 밝힌 시청자는 “SBS 드라마가 시작될 때마다 ‘이번엔 어떤 주인공이 죽을까?’를 예상하게 될 정도로 ‘주인공 죽이기’에 관한 한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비꼬았다.‘김정민’이란 시청자는 “매번 똑같은 작가가 쓴 것 같이 왜 스토리가 모두 이 모양이냐?”면서 “제발 SBS에서 해피엔딩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문인협 “담뱃값 인상 반대” 성명

    소설가들이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방침에 단단히 화가 났다.‘창작 아이디어의 원천’인 담배 가격 인상은 유감천만이라는 것이다. 소설가들은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면서 19일 오전 11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담뱃값 인상 반대 결의대회’를 갖기로 했다. 이에 앞서 한국문인협회 소설가분과는 18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담배부담금 1000원 인상안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어려운 경제로 갈수록 원고료가 인하돼 우리의 생업인 원고 집필마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나마 창작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유일한 벗인 담배마저 값을 올리려는 것을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시종(60) 소설분과 회장은 “오르는 담뱃값이 부담이 되면 문화비를 가장 먼저 줄이겠다는 것이 시민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조사결과”라면서 “극심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인들의 창작의지를 꺾을 뿐 아니라 출판계 불황을 심화시키는 담뱃값 인상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4년만에 연작소설집 ‘모구실’ 낸 서정인

    4년만에 연작소설집 ‘모구실’ 낸 서정인

    중진작가 서정인(68)씨가 4년 만에 새 창작집 ‘모구실’(현대문학 펴냄)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의 새 책은 팬들에게만 반가운 게 아닐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문학이 ‘실종’됐다는 시대. 지리멸렬한 줄 알았던 소설에도 활어처럼 팔딱팔딱 뛰어오를 힘이 남았다는 사실을 서가에서 두고두고 웅변해줄 소설이다. 작품을 낼 때마다 조금씩 그래왔듯 이번에도 소설장르를 실험한 흔적은 여실하다. ●14편 이야기 모은 실험소설 14편의 이야기가 고리를 건 소설은 명백히 연작소설의 틀거리를 빌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평범한 연작 형식과는 거리가 멀다. 엇비슷한 유형의 인물과 내용이 시간이나 환경변화에 따라 맥을 이어 나가는 연작소설의 장르적 통념을 싹 뭉개 버렸다. 등장인물이나 주변상황이 똑같은 색채로 반복되는 게 아니라 때론 전혀 생경하게 ‘지능적’으로 이미지를 바꿔 버린다. 첫번째 작품 ‘모구실’과 14번째 끝 작품 ‘불나방’은 과연 이야기의 원천이 같았나 의심스러울 만큼 생김새가 달라져 버리는 식이다. 이를 두고 평론가 김윤식은 “한 작품이 증식을 일으켜 자기성장을 이루어 내는 ‘자기증식형 연작소설’”이라고 평했다. 소설은 쉰을 넘긴 등산복 차림의 ‘그’(천수건)가 산간벽촌 모구실을 찾아가는 설정으로 운을 뗀다. 사내는 모구실의 보건소장으로 일하는 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자질구레한 사실들을 친절하게 일렬로 나열해 줄 생각이 없다. 왜 그가 지금 딸을 만나야 하며, 딸의 소식을 새까맣게 모르고 산 이유가 뭔지 독자들은 알 길이 없다. 급한 독자는 애가 끓겠으나, 모호한 상황에서도 ‘그’는 짐짓 뜸만 들인다. 칠순 노파가 홀로 지키는 허름한 점방에 들러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세상사를 놓고 이런저런 한담을 주거니 받거니 할 뿐이다. 무대로 치면 영락없는 실험극이다. 공연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서두를 것 하나 없는. 딸(천미리)을 만나지만 천수건은 딸의 냉대에 보건소를 나서고 폐교를 지키는 서존만, 점방 아들 조성달과 다시 술판을 벌이며 ‘본론’을 꺼낸다. 소소한 집안내력에서부터 동서양 고전과 신화를 녹인 철학담론을 쏟아내는 천수건(작중 직업은 대학교수)은 유장한 논객이 되곤 한다. ●판소리 한마당 연상하게 하는 대사 통속적 개념의 소설읽는 재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묘사보다는 운율감 있는 대사들로 채워지다시피 한 글은, 때로 남도 사투리를 걸지게 풀어내는 판소리 한마당 같다. 꼼꼼하고 성실하게 정독하는 독자 쪽이 유리하다. 건성건성 책장을 넘기다가는 번번이 맥락에서 비켜나 소설 속에서 길을 잃는다. 태만한 수행자의 어깨에 죽비를 내리꽂듯 작가는 불호령을 속으로 삼키고 있음에 틀림없다. 아직도 소설이 그리 만만해 보이냐?! 노림수가 곳곳에서 의미심장하다. 책이 나오기 무섭게 짧은 여행길에 올라버린 작가는 책머리에 그 흔한 서문 한줄 달지 않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속 수능잡기]8월의 크리스마스

    교왕과직(矯枉過直), 쇠뿔을 바로잡는 것은 좋다. 그러나 지나쳤다가는 소를 죽이는 수가 있다. 뭐든 과하면 문제다. 몸에 나쁘다는 콜레스테롤도 많을 때가 문제지 적당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적당한 음주도 몸에 좋다는 보고는 얼마든지 있다. 과공(過恭)이 비례(非禮)라는 말도 있다. 겸손도 지나치면 예절에서 어긋난다는 것이다. 좋은 충고도 오래 듣다 보면 고맙기는커녕 짜증난다. 과음, 과식, 과용, 과속…, 항상 ‘오버’(over)와 지나침이 문제다. 그쳐야 할 곳을 아는 자가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철학자들은 말하지만 사람들은 곧잘 ‘오버’하기 십상이다. 감정의 조절을 위해서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라는 것이 스토아 학파의 주장이다. 모든 것은 죽게 마련이라는 간단한 이치를 터득함으로써 주어진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고성쇠(榮枯盛衰), 번성하면 시들고 성하면 쇠하는 이치를 깨닫게 되면 땅을 치며 통곡하는 우는 범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늙음을 한탄하고 죽음에 애통해 하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이다. 동물들은 아프면 아프다고 비명을 지른다. 비명을 지르는 동물들은 예술을 모른다. 예술가들은 늘 어떤 식으로 비명을 질러야 하는가, 항상 그 방식을 생각한다. 곧바로 비명을 내지르지 않고 어떤 형식으로 아픔을 표현해야 하는가를 고려하는 창작의 과정을 거친다. 그 창작의 과정 속에서 고통은 여과되고 세련된다. 이른바 예술적 승화란 고통의 여과와 세련됨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승화된 고통은 타인에게 공감을 주지만 동물처럼 질러대는 비명은 혐오감을 준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주인공 정원(한석규)은 죽음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소위 신파영화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여느 멜로 영화처럼 주인공들이 질질 짜지도 않는다. 사진사인 정원은 죽음을 앞두고 카메라 조작법을 메모한다. 리모컨 하나 작동하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디지털 기기의 조작법을 알려드리기 위해서다. 그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차분하다. 심은하를 사랑하는 정원의 마음도 역시 아프다. 죽어야 할 자신의 운명을 뻔히 알기에 정원은 그녀를 마음껏 사랑할 수 없다. 정원의 고통은 사랑을 느끼면서도 사랑하지 못하는 고통이다. 정원은 술을 마시고 자학을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무분별한 쾌락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시종일관 냉정하다. 바로 그 냉정함이 이 영화가 말하는 휴머니즘이다. 사랑한다는 그 사실이 오히려 부모가 자식을 구속하고 남편이 아내를 학대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절제와 분별과 냉정함이 결여된 사랑은 타인에게 고통을 줄 수도 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자주 타인에게 헤아릴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인지.‘8월의 크리스마스’가 아름다운 것은 타인의 상처를 배려하는 절제가 있기 때문이다. 허진호 감독, 한석규·심은하 주연,1998년작. 김보일 서울 배문고 교사 uri444@empal.com
  • 윤복희 이어 뮤지컬 ‘빠담빠담빠담’ 출연 추상미

    윤복희 이어 뮤지컬 ‘빠담빠담빠담’ 출연 추상미

    세대와 국경을 가로질러 사랑에 빠진 모든 연인들의 심장을 뒤흔든 샹송 ‘사랑의 찬가’의 주인공 에디트 피아프.1963년 48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불꽃처럼 온몸을 던져 노래했고, 격정적으로 사랑했던 그녀의 일생을 담은 뮤지컬 ‘빠담빠담빠담’(김정숙 극본, 김진영 연출)이 8년만에 무대에 오른다. 1977년 초연된 ‘빠담빠담빠담’은 극단 현대극장이 제작한 창작뮤지컬. 당시 가요계 스타이자 대중문화 아이콘이던 윤복희를 에디트 피아프역으로 캐스팅해 5일간 1만 2000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하지만 ‘연극을 상업적으로 변질시켰다.’는 평단의 곱지 않은 시선도 동시에 받았다. ●“사랑에 집착한 예술가의 열정 보여주고파” 초연 이후 78년,82년,86년,96년까지 공연마다 에디트 피아프로 열연했던 윤복희에 이어 이번엔 배우 추상미(33)가 전설의 샹송 여왕에 도전장을 내민다.“에디트 피아프는 제가 숭배하는 예술가 중의 한 명이에요. 사랑만이 유일한 존재 이유였던, 그래서 평생 고통스럽게 사랑에 집착했던 예술가의 열정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파리 빈민가에서 태어난 에디트 피아프는 거리의 무명가수에서 클럽 주인 루이 르플레의 눈에 띄어 단번에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인물. 가수 이브 몽탕·조르주 무스타키,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 등 각계 인사와 염문을 뿌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면서 틈틈이 샹송반 활동도 했던 그에게 에디트 피아프는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배역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아버지 추송웅과 이 작품과의 깊은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초연때 아버지가 피아프의 어릴 적 친구인 폴역을 하셨어요. 그때부터 여러 차례 이 작품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어느 작품보다 친숙한 느낌이에요.” 뮤지컬 출연은 이번이 두번째다.2년전 난생 처음 출연한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호되게 ‘덴’탓에 뮤지컬은 다시 안 할 생각이었단다.“그때는 뮤지컬이 어떤 건지 제대로 모른 상태에서 무작정 덤볐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전작보다 음역도 낮고, 샹송이라는 친숙한 음악이라서 다행이에요. 한곡을 500번 정도씩 연습하면 잘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공연에 삽입될 25곡 가운데 그가 부르는 노래는 절반가량.‘장밋빛 인생’‘사랑의 찬가’‘난 후회하지 않아’ 등 솔로곡만 6∼7곡이다. 제목 ‘빠담빠담빠담’은 1952년 프랑스 디스크대상을 수상한 곡인 ‘파담 파담(Padam Padam)’에서 따온 것으로, 심장 뛰는 소리인 ‘두근두근’을 뜻하는 의성어. 관객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에디트 피아프=윤복희’의 이미지가 부담스럽지는 않을까.“제가 보기에도 그분의 에디트 피아프는 완벽 그 자체였어요. 연기라기보다는 실제 삶처럼 보일 정도로요. 그런데 이번 공연은 이전 작품들과 대본도 다르고, 음악도 많이 달라요. 똑같은 작품에 주인공만 저로 바뀐 거라면 부담이 가겠지만 새로운 추상미식의 에디트 피아프를 창조할 수 있어서 오히려 편해요.” ●이전 작품보다 현대적 여성으로 부각 연출을 맡은 김진영은 초연 당시 극단 현대극장 대표였던 김의경의 딸. 그는 “에디트 피아프를 좀더 현대적인 여성으로 부각시킬 것”이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뮤지컬배우 김선호가 추상미와 번갈아 에디트 피아프로 무대에 설 예정. 초연때 레이몽 앗소역으로 출연했던 정동환이 장 콕토역을 맡고, 안무가이자 배우 김성녀의 동생인 김성일이 이브 몽탕역으로 데뷔해 눈길을 끈다. 대중음악 작곡가 송시현이 극의 내용에 맞게 가사를 개사하고,‘시인과 촌장’의 함춘호가 편곡을 담당한 음악도 기대를 모은다.25일∼12월5일 서울 한전아트센터.2만5000∼12만원.(02)762-619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춤 향한 열정 ‘父子대결’

    아버지는 전통을 지키고, 아들은 전통을 발판으로 창작의 불을 지핀다. 스타일은 달라도 춤을 향한 열정만은 닮은꼴인 춤꾼 부자가 나란히 무대에 올라 화제다. 승무 인간문화재인 정재만(56·벽사춤아카데미 이사장)과 젊은 무용가들의 프로젝트 그룹 ‘무사(無士)’의 리더인 용진(28) 부자. 정재만은 오는 23·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전국 남성 명무전 ‘묵언의 꽃’(02-516-1540)을, 정용진은 20일 숙명여대 르네상스홀에서 세번째 정기공연 ‘몽, 미인’(02-710-9114)을 공연한다.‘묵언의 꽃’에는 정재만의 ‘허튼 살풀이’, 임이조의 ‘한량무’, 지희영의 ‘산조춤’, 김일환의 ‘즉흥무’ 등이 선보인다. 아들 용진씨도 ‘승무’로 아버지의 무대에 선다. 2001년 창단한 ‘무사’는 전통의 호흡을 뿌리로 현대적 춤을 추는 그룹. 정용진은 전통무용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제4대 벽사춤 계승자로 중요무형문화재 제27회 정재만류 승무 이수자이기도 하다. 전통 장단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분위기속에서 젊은 춤꾼들의 역동적인 춤사위를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감독님은 아무도 못말려

    강력계 형사를 둘러싸고 있는 3명의 미녀의 얽히고 설킨 치정 사건과 불륜은 반드시 죄과를 받게 된다는 도덕적 메시지를 담은 것이 ‘주홍글씨’. 사랑의 낙인으로 인식된 ‘주홍글씨’가 갖고 있는 어두운 이미지를 다소 완화시켜 주는 설정이 있는데 그것은 감독의 카메오 출연이다. 형사 기훈(한석규)의 임신한 아내 수현(엄지원)이 열정적인 첼로 연주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을 능수능란하게 리드하는 검은 정장을 입은 지휘자가 바로 변혁 감독이다. ‘사이코’ ‘새’ 등의 명작을 통해 심리 스릴러의 대가로 인정 받고 있는 영국 출신의 앨프리드 히치콕은 ‘감독의 단역 출연을 상설화(?)한 주역’. 배가 불룩 튀어 나오고 챙없는 검은 모자를 눌러 쓴 히치콕은 개를 끌고 유유자적하게 도로를 걷는 노인이나 공중전화 박스 등에서 전화 걸기를 기다리는 행인, 강력 사건 현장에서 궁금증을 드러내는 노신사 등으로 얼굴을 내밀어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영화 마니아들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마틴 스코시스는 ‘택시 드라이버’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몰고 있는 택시 승객으로 탑승한 뒤 ‘아내가 외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푸념하는 소심한 남편 모습을 보여주었다.‘플래툰’ ‘7월4일생’ ‘하늘과 땅’ 등 베트남 3부작을 잇달아 발표해 묵직한 평가를 얻었던 올리버 스톤은 풋볼을 소재로 한 ‘애니 기븐 선데이’에서 치열한 프로 스포츠 승부 세계를 중계 방송하는 TV 해설자로 입담을 과시했다. 출연보다는 소품 창작자로 숨은 재능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는 주연 겸 연출을 겸하고 있는 감독 중 한명.‘하나비’ 중 오프닝에서 보여주는, 햇빛이 강렬하게 내리쪼이는 해바라기 등 여러 유화 등은 기타노 감독이 그린 것. ‘타이타닉’에서 디캐프리오가 사랑에 빠지는 케이트 윈즐릿의 누드화를 스케치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손가락 주인공은 제임스 카메론. 스케치 북에 그려지는 그림 역시 제임스 카메론의 작품. 한국 감독들의 카메오 출연 역사는 1980년대부터 본격화됐다.‘고래사냥’ ‘적도의 꽃’을 연속 히트시키면서 흥행 감독 타이틀을 얻었던 배창호 감독은 ‘우리 기쁜 젊은 날’에서는 조감독인 이명세와 결혼식 하객으로 출연했다. 감성적인 멜로물에서 장점을 드러내고 있는 곽재용 감독은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과 차태현이 포장마차에 들렀을 때 옆 좌석에서 술을 홀짝이는 취객으로 등장했다. ‘신라의 달밤’의 김상진 감독은 라스트에서 벌어지는 야유회 장면에서 흰 모자를 쓰고 직원들을 통솔하는 사람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비디오 점원 출신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저수지의 개들’ ‘포룸’ ‘황혼에서 새벽까지’ 등에서 아예 조연급으로 출연해 특유의 주걱턱을 드러내면서 수다떠는 중년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 전국 누비는 엿장수父子 윤팔도·일권씨 창작 4곡도

    ‘머리띠를 질끈 매고 거리로 나간다. 엿판 하나 어깨에 둘러메고 세상사 인간만사 모두 엿가락에 담아….’ 엿장수 인생 64년의 윤팔도(78·충북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씨와 대를 잇고 있는 막내아들 일권(32)씨 부자가 최근 엿장수의 애환을 노래한 음반을 냈다.‘엿가위 인생’ 등 창작곡 4곡과 윤씨가 엿장사하면서 불렀던 4곡 등 8곡이 실린 음반은 아들이 노래를 하고 아버지가 엿가위를 치며 장단을 맞췄다. 윤씨는 또 래퍼로 나서 ‘엿불림(엿장수들이 가위를 치며 부른 구전가요)’을 흥겹게 불렀다. 그가 음반제작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청주에서 활동중인 작곡가 유영환씨가 청석고 국어교사인 최흥호씨 등 각계 인사들이 써준 노랫말에 곡을 붙여왔다. 윤씨는 부모를 여읜 뒤 14세 때부터 엿장수로 나섰다. 팔도를 누비면서 흥겨운 엿가위 장단에 맞춘 노래로 유명세를 타 밤무대, 지역축제는 물론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올 전주 세계소리축제에 초대되기도 했다. 지금도 막내아들 일권씨와 함께 트럭에 리어카를 싣고 청주 재래시장이나 충남 강경 젓갈시장 등 전국을 누비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엿가위 기능보유자’‘거리의 예인’‘국가대표 엿장수’로 불리고 있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10월 막내아들이 대를 잇겠다고 나섰다. 신학대 종교음악과를 졸업한 뒤 10년간 다니던 가스설비 제조회사를 갑자기 그만 두고서였다.“무슨 엿장수냐.”고 가족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했지만 고집을 꺾지 못했고, 아버지는 20년 동안 아끼던 엿가위 한벌을 내주고 ‘엿불림’‘쌍가위 장단’과 전통엿 제조법을 전수해 줬다. 일권씨는 “아버지가 관절염 등으로 힘들어했고 제자가 많았지만 제대로 대를 이을 사람이 없는 듯해 엿가위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청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문학이 머문 풍경]대구가 낳은 민족시인 이상화

    [문학이 머문 풍경]대구가 낳은 민족시인 이상화

    “태백산이 높솟고 낙동강 내다른 곳에/오는 세기 앞잡이들 손에 손을 잡았다/높은 내 이상 굳은 나의 의지로 나가자 나가 아 나가자.”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대륜고등학교에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노래한 민족시인 이상화의 정신이 도도히 살아 있다. 상화는 한때 대륜고의 전신인 대남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이 학교의 교가도 작사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겨 굴종을 강요받았던 암울했던 현실을 넘어 언젠가 봄을 맞이할 미래 세대에 대한 상화의 투자였다. 상화는 이 교가가 문제되어 사직을 하고 교가 부르기도 한때 중단됐었다. 하지만 일제의 만행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화가 지은 교가는 긴 세월을 넘어 오늘도 달구벌에 울려 퍼지고 있다. ●주먹이라도 굵어야 한다 상화는 1901년 음력 4월5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열다섯살 때인 1915년 대구를 떠나 경성 중앙중학교에 입학해 3년을 마치고 다시 대구에 내려온다.1919년 3·1운동 대구거사 모임에 참여하지만 거사 직전에 일제에 발각돼 검거망을 피해 서울로 탈출한다. 프랑스 유학을 꿈꾸며 일본으로 건너갔던 상화는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귀국,1927년께 대구로 다시 낙향했지만 일본 관헌에 의해 구금되는 등 고초를 겪는다. 1933년 강사자격증을 취득한 상화는 교남학교에 들어가 교육사업에 전념하게 된다. 이곳에서 영어와 작문을 강의하면서 뜻밖에 과외활동으로 권투부를 만들었다. 대구에서는 최초로 권투부를 만들면서 상화는 ‘나라 빼앗긴 피압박 민족은 주먹이라도 굵어야 한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그러나 그가 작사한 교가가 문제되어 학교를 사직, 미래 세대에 대한 상화의 투자는 미완성으로 끝났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일제는 시인에게 시를 쓸 수 없도록 강제했지만 상화는 시를 쓰며 저항했다.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하늘 푸른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중략)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비록 나라는 빼앗겼지만 민족혼을 일깨워줄 봄은 결코 빼앗길 수 없다는 강렬한 저항의 메시지가 담겼다. 교남학교를 사직한 상화는 현재 대구시 계산동에 남아있는 고택으로 이사와 문학에 열중하지만 1943년 위암진단을 받는다. 결국 그해 4월25일 그토록 간절히 기다렸던 봄을 보지 못한 채 타계했다.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 뒷산 경주 이씨 가족묘지에 묻힌 상화는 아마 오늘도 못다 부른 조국의 노래를 계속하고 있으리라. ●시민이 지켜낸 상화 고택 대구시 중구 계산동 2가에 자리한 상화 고택은 상화가 타계한 1943년까지 2년6개월간 마지막 창작의 불꽃을 사른 곳이다. 생가인 서문로 12번지 일대는 개발로 흔적없이 사라졌고, 계산동 고택에는 상화의 체취가 유일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이곳을 관통하는 도로 개설이 계획되면서 상화 고택이 헐릴 위기에 처하자 시민들이 항의하고 나섰다.2002년 8월 대구지역 문화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보존운동본부’를 결성, 시민 40만여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또 군인공제회가 상화 고택 바로 옆에 26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계획하자 보존운동본부는 상화 고택 보존에 제약이 따른다며 반대운동에 들어갔다. 공제회측은 운동본부의 의견을 존중해 상화 고택을 매입해 보존키로 하고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고택을 사들였고 내년 초 대구시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보존운동본부 윤순영(52·여·분도예술기획대표) 공동상임대표는 “사라질 뻔했던 상화 고택을 시민들이 지켜냈다.”면서 “앞으로 고택 보존을 넘어 상화 고택을 대구문화의 중심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상화의 시비는 1948년 대구 달성공원에 세워졌는데 국내 최초의 시비다. 시비 앞면에는 ‘나의 침실로’ 일부가 새겨져 있다. 1995년 대구 두류공원 인물동산에는 상화의 동상이 세워졌다. 친일 과거사 청산문제로 시끄러운 요즘 상화가 살아 있다면 뭐라고 했을까. 빼앗긴 들은 되찾았지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고 노래했을까.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6人6色 공간해석…가나아트 ‘공간유희’展

    미술에서 공간은 이미지를 담는 그릇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수학적 선원근법으로 시작된 공간에 대한 예술가들의 끝없는 탐구는 오늘날 무한한 공간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면회화에서 3차원의 공간을 표현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고, 특히 동양미술에서는 여백을 통해 무한한 사유의 공간을 재창조하며 독특한 공간감각을 연출해왔다. 이제 공간은 더이상 작품의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2차원의 평면성이나 조각의 폐쇄성에서 탈피, 실제 공간으로 튀어나와 공간을 점령하고 새로운 의미의 공간을 창조하며 창작의 유희를 누리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공간유희 INDOOR&OUTDOOR’전(12월5일까지)에서는 미술과 공간의 역전된 관계 혹은 조화를 보여주는 여섯 작가의 독특한 공간 해석을 만날 수 있다. 박은선 박충흠 박선기 황인기 황혜선 이동재 등의 작가가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사용해 공간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박은선은 이탈리아에서 발전한 선원근법에 정통한 작가. 테이프의 정교한 선으로 정확한 3차원의 입체 공간을 그려내고 여기에 거울이나 홀로그램 스티커, 라이트 박스를 활용해 공간의 의외성을 재미있게 시각화했다. 박충흠은 20년째 동판을 오리고 두들기고 용접해 이어붙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대형 조각은 그 안에 전구를 집어넣어 하나의 설치작품처럼 보인다. 틈새로 새어나오는 빛이 작품이 놓인 공간을 가득 채우면서 신비하고 따뜻한 세계를 연출한다. 숯을 재료로 작업해온 박선기는 숯덩어리를 낚싯줄로 공간에 매달아 신전기둥, 창문, 계단, 책상, 의자 같은 모양을 만들어냈다. 이 이미지들은 모두 공중에 떠다녀 무중력 상태를 연상시킨다. 황인기는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전통적인 평면회화를 추구하면서도 크리스털 알갱이나 레고 같은 독특한 매체들을 적절하게 사용해 단순한 평면성이 갖는 고요함을 뛰어넘는다. 황혜선은 유리판에 선으로 사물을 그린 뒤 사각의 틀 속에 여러 장을 겹쳐놓는 방법을 통해 회화적 평면과 조각적 3차원이라는 전통적인 공간을 해체, 작품에 운동감과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동재는 쌀을 재료로 초상화를 제작해온 작가. 캔버스에 질서있게 놓인 쌀 알갱이들의 둥근 입체감이 거리와 각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이번 전시는 예술에 있어서 공간은 단순히 작품이 놓이는 장소가 아니라 작품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작품임을 보여준다.(02)720-102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프리마켓 의미·과제

    프리마켓은 2002년 6월 월드컵 사업의 일환으로 홍대 앞 놀이터에서 출발한 이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의 호응이 커지자 프리마켓은 각종 단체에서 초청을 받아 문화행사에 참여하는 일도 잦아졌다. 지난해와 올해 광주, 부천, 전주 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시민작가들이 전국 각지에서 작품을 선보였고,10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리는 섬유주간행사에도 초청받아 30여팀이 출품할 예정이다. ●민초(民草) 예술인의 등용문 전문가들은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프리마켓을 새로운 문화 민주주의 형태로 본다. 문화연대 이원재(33) 사무처장은 “프리마켓은 제도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시민들도 창작의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문화의 공공성 실현에 이바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마켓에 나와있는 작품들은 공장 시스템으로 나올 수 없는 희귀한 것들”이라며 “예술 작가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로 자리잡는다면, 문화 콘텐츠의 다양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프리마켓은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등용문’으로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사동 예술품 가게, 아트센터 등에서 프리마켓 사무국과 홈페이지를 통해 ‘작가를 모신다’는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작가 임순자(48·여)씨는 “프리마켓을 통해 다른 곳에서 작가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며 “불황 때문에 예술활동을 벌일 기회가 점점 줄어들어 안타까웠는데, 시민작가들 사이에서 프리마켓이 큰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56·여) 교수는 “문화적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가는 삶을 추구하며 노동과 놀이가 결합된 형태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다.”며 “그들의 자생성을 잘 살려내도록 정부나 기업들이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극복해야 할 점도 많아 프리마켓의 정착에 가장 큰 걸림돌은 안정적인 장소 확보. 올 초, 홍대 앞 프리마켓은 유명세를 타고 몰려든 노점상으로 인해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쳐 존폐의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다. 프리마켓 기획을 맡고 있는 최현정(23·여)씨는 “프리마켓 주변의 질서를 바로잡고 안정적인 장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천과 부천은 주민과 기업, 지역 문화단체 등의 협조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부천의 경우 LG백화점 측에서 장소를 제공했고, 내년부터는 경기문화예술재단과 부천문화예술재단의 협조로 유동인구가 더 많은 중앙공원 쪽에 장소가 마련될 예정이다. 이천 프리마켓 팀장 목혜균(31)씨는 “이천 창전동 주민자치회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주변 상인들과도 협의가 잘 돼 시민들과의 마찰이 없다.”며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계층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작 예술품의 ‘카피’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6일 ‘빨강고양이’라는 애칭을 사용하는 시민작가가 프리마켓 홈페이지에 ‘자신이 개발한 디자인의 모자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고 호소하는 글을 올려 ‘안타깝다.’,‘분통이 터진다.’는 내용의 답글이 줄을 잇고 있다. 시민작가 김은희(27·여)씨는 “일일이 저작권 등록을 할 수도 없고, 등록을 해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많다.”며 “우리는 그냥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정신과 노력이 깃든 작품을 팔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리마켓을 응용한 국제적인 문화행사를 키우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화연대 이원재씨는 “일본에서는 일년에 두번씩 누구라도 창작품을 팔 수 있는 ‘일본 디자인 페스타’를 열어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잠재적인 예술작가들을 발굴하고 국가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형 프리마켓’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뮤지컬 ‘명성황후’ 제2도약 모색

    뮤지컬 ‘명성황후’ 제2도약 모색

    “‘명성황후’의 10년은 관객 여러분의 것입니다.” 토종 뮤지컬 ‘명성황후’가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다. 제작사인 에이콤인터내셔널(대표 윤호진)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조선호텔에서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명성황후 10주년 공연을 위한 기념사업회’(회장 이수성)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95년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을 기념해 그해 12월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명성황후’는 10년간 총 580회 공연에 7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97년 뉴욕 브로드웨이,2002년 런던 웨스트엔드, 지난 8월 캐나다 토론토 공연 등 해외무대에도 꾸준히 진출해 한국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을 드높였다. 윤석화, 이태원, 조승룡, 조승우 등 정상의 뮤지컬 스타를 비롯해 240여명의 배우가 이 작품을 거쳐갔다. 차범석 전 예술원회장은 “공연예술 종사자로서 ‘명성황후’는 동경의 대상”이라고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고, 임영웅 극단 산울림대표는 “일본 최대 뮤지컬제작사인 극단 시키도 창작 뮤지컬로는 베이징과 싱가포르밖에 진출하지 못했다. 일본보다 늦게 시작한 우리가 10년내에 이런 성과를 낸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축하했다. ‘명성황후’는 10주년을 기점으로 제2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오랜 숙원이던 일본 공연을 현실화하고, 영어권은 물론 중화권까지 무대를 확장할 계획이다. 윤호진 연출가는 “‘명성황후’는 초기 기획단계부터 세계 무대를 겨냥하고 만든 작품이었다.”면서 “이 궤도를 꾸준히 유지해 20주년,30주년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명성황후 10주년 기념공연은 내년 2월4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아마 예술가 길거리시장 ‘프리마켓’이 뜬다

    아마 예술가 길거리시장 ‘프리마켓’이 뜬다

    3차원으로 펼쳐지는 책, 즉석에서 그려주는 초상화, 올록볼록한 천으로 만든 수첩 겸 명함지갑…. 일반 상점에서는 볼 수 없는 물건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한쪽에서는 ‘아마추어 증폭기’,‘메리고라운드’ 등 홍대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들의 공연이 펼쳐져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있었다. 지난 7일 오후 제2회 부천 프리마켓(Free-market, 예술시장)이 열린 경기도 부천 LG백화점 앞마당. 학생부터 직장인, 주부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30여팀의 작가들이 자신의 창작품들을 매대 위에 진열해 놓고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작품 보여줄 곳이면 어디든 간다” “처음엔 취미삼아 나왔는데, 이젠 제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갑니다.” 점토와 꽃꽂이를 접목시킨 수공예품을 선보인 주부 임순자(48)씨는 주말마다 이천, 부천 등지를 누비며 활동하는 시민작가다. 지나가던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가 벽걸이용 꽃장식에 앙증맞게 매달린 종이 신기한 듯 흔들어보았다. 그는 “돈보다는 내 작품을 남들에게 보여주며 소통하는 즐거움에 나온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지역에 프리마켓이 생겨 활동범위가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정(가명·27·여)씨는 평일에는 전시기획가, 주말에는 틈틈이 개발한 ‘북 아트’ 작품을 프리마켓에 내다 파는 ‘투잡스족’. 그는 색종이를 오려붙여 입체 동화책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줘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이곳은 갤러리에 출품할 만큼 전문성이나 연줄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부담없이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출판사를 차리는 게 꿈이지만, 직업과 상관없이 앞으로도 이곳에서 나만의 창작활동을 펼치고 싶습니다.” ●“자율·하위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역”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조한혜정(56·여) 교수는 “세상이 어려워지고 고도 관리사회로 진입하면서 그 체제에 들어가지 않고 다르게 사는 법을 찾아가는 행렬이 늘고 있다.”며 “특히 예술가적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 창의력이 고갈된 거대 자본의 문화시장에서 새로운 자율공간과 하위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프리마켓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무대를 넓혀 가고 있다. 지난 2002년 홍익대학교 앞 놀이터에 처음 생긴 토요 상설 예술시장 프리마켓이 지난달부터는 경기도 이천 문화의 거리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프리마켓 기획을 맡고 있는 ‘일상예술창작센터’ 김영등(36) 대표는 “작가 등록을 신청한 사람이 2002∼2003년까지 1500명, 올해만도 1200여명에 이른다.”며 “창의성 심사를 거친 400여명의 ‘시민작가’들이 프리마켓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cafe.daum.net/artmarket)’ 회원수는 지난 7일 기준 3만 6518명. 김씨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늘고 있어 프리마켓의 지역확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프리마켓이란 프리마켓은 열린 공간에서 시민작가들이 손수 만든 창작 예술품들을 시민들에게 전시 및 판매하는 예술시장을 말한다. 작가와 시민의 벽이 없어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가로 참여할 수 있다. 프리마켓은 플리마켓(flea-market;벼룩시장)과 구별된다. 프리마켓은 시민들이 노상에서 자기 물건을 판다는 점에서 벼룩시장과 종종 혼동되지만, 중고품이 아닌 수공예 창작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 늦가을 관객유혹 마당놀이 3파전

    늦가을 관객유혹 마당놀이 3파전

    질펀한 풍자와 해학으로 묵은 체증을 통쾌하게 날려줄 마당놀이가 늦가을 관객을 유혹한다. 극단 미추와 MBC가 맞대결을 벌였던 마당놀이판에 올해는 극단 예인이 가세해 저마다 개성넘치는 무대로 치열한 3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극단 미추의 ‘삼국지’ 판소리 다섯마당의 하나인 ‘적벽가’를 모티브로 한 작품. 극작가 배삼식의 재기발랄한 각색과 손진책 연출가의 탄탄한 연출력, 그리고 윤문식·김성녀·김종엽의 화려한 출연진 등 3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적벽대전’을 중심으로 권력을 향한 인간군상의 다툼을 보여줌과 동시에 모든 것이 한줌 재로 돌아간 후의 인생무상을 전하는 것이 이 작품의 메시지. 중국의 삼국(위, 촉, 오)을 각각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로 바꿔 각 지역의 방언을 사용한 점이 재밌다. 또 곳곳에 현재 우리 사회의 정치, 사회적인 코드를 배치해 현실풍자의 묘미를 살린 대목도 눈길을 끈다. 중국 배우 2명이 펼쳐보일 무술연기와 애크러배틱 묘기도 관심거리.20일∼12월12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마당놀이전용극장.(02)747-5161. ●MBC의 ‘제비가 기가 막혀’ 고전 ‘흥부전’을 현실과 접목시킨 창작극으로, 로또 대박열풍과 황금만능주의가 낳은 폐단을 꼬집는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주는 제비는 이 작품에서 놀부네 집에서 일하는 하인 마당으로 탈바꿈한다. 남자를 밝히는 놀부 처의 유혹을 거절하다 다리가 부러진 마당을 흥부 처가 간호해주고, 마당이 선물로 준 행운의 상품권이 로또에 당첨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이 줄거리. 돈에 눈이 어두워 조강지처를 구박하는 흥부, 마당을 유혹하지 못했다고 처를 닦달하는 놀부 등 등장인물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시종일관 폭소를 자아낸다. 탤런트 김자옥이 놀부 처를 맡아 사정없이 망가지는가 하면 개그맨 김한국, 서현선 등이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윤정건 극본, 오태호 연출.12일∼12월12일 서울 장충체육관.(02)789-3729. ●극단 예인의 ‘뺑파전’ 판소리 ‘심청전’에서 뺑덕어멈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대를 풍자한 창극 ‘뺑파전’을 마당놀이 버전으로 만들었다. 심청이 인당수에 팔려간 이후 뺑덕어멈은 심봉사를 속여 돈을 갖고 도망치지만 결국 개과천선하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줄거리. 창극 ‘뺑파전’에서 뺑덕어멈을 맡았던 국악인 김영자를 비롯해 이 작품의 작가이자 판소리 ‘적벽가’의 예능을 보유한 국악인 김일구가 출연하고, 여기에 탤런트 전원주와 안병경 등이 합세한다. 유길촌 연출.13일∼12월5일 서울 열린극장 창동.(02)3444-0651.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고향찾은 박경리, 시민과의 대화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78)씨는 5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세계의 유명한 다른 장군들처럼 패권주의를 추구하지 않았으니 결코 영웅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50년만에 찾은 고향 통영에서 충무공은 세상의 질서를 밟고 일어선 다른 영웅들과는 다르다며 “그는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운 분”이라고 평가했다. 박씨는 이날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통영 시민문화회관에서 가진 ‘시민과의 만남’에서 “수줍음 많은 성격을 타고 난 데다 창작에 몰두한 나머지 이제야 찾아왔다.”고 뒤늦은 귀향의 이유를 설명했다. 박씨는 “이순신 장군은 우주 속의 한 생명이라도 끝까지 지킨다는 명제를 실천, 인간이 도달해야 할 길을 열어놓은 분”이라면서 “이기주의와 이해관계에 집착해 서로 싸우는 시끄러운 요즘의 세태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특히 “친일파를 찾아 볼 수 없는 영혼의 고장인 통영에서 태어나고 민란의 씨받이가 된 진주에서 공부하지 않았다면 ‘토지’의 작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충무공의 얼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통영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아장아장 아기 그림책1,2(이모토 요코 글·그림, 양윤정 옮김) 0∼3세 유아들을 위한 생활 그림책 시리즈.‘맛있게 냠냠’‘끙끙 응가하자’‘쏘옥 옷 입기’등 사회성 발달과 올바른 생활 습관을 일깨우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아이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은 단순명쾌한 스토리와 귀여우면서 따뜻한 그림이 돋보인다. 베텔스만.1만 6500원(3권 세트). ●착한 괴물은 외롭지 않아(안나 오니히몹스카 글·마리아 에키에르 그림, 이지원 옮김) 아이들이 상상으로 만들어낸 존재들이 펼치는 신기한 사건들을 담은 열두편의 동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와 시적인 여운을 남기는 아름다운 문장이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창비.7000원. ●슬픈 종소리(송언 글, 한지예 그림) 초등학교 현직교사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린 창작동화. 학교 안의 아이들, 수업시간의 아이들, 쉬는 시간 아이들의 모습을 사실감 넘치게 묘사한 ‘슬픈 종소리’와 ‘덩실덩실 간다’등 2편을 엮었다. 사계절.7000원. ●일곱번째 새끼 고양이(마인데르트 드용 글·짐 맥뭘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일곱번째 새끼 고양이가 난생 처음 헛간 밖으로 나가 세상을 경험한 뒤 따듯한 가정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작은 일들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일러준다. 비룡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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