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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9)한국의 茶人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9)한국의 茶人들

    섬돌을 이고 있는 뜰에는 흰 서리가 가득하게 내리고 새벽빛은 쌀쌀하다. 누군가 유천의 수곽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문을 여니 초당 평상마루에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남자가 등산복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먼 산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생에 대한 번뇌가 가득했다. 오직 답답하면 남도의 땅끝 산에 댓바람 새벽부터 오르겠는가. 그 중년의 남자는 마음에 병을 가득 안고 있었다. 나는 그 중년의 남자에게 한잔의 차를 권했다. 물음이 필요없었다. 차를 마시는 자우홍련사 툇마루에는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만 낭자했다. 한잔의 차를 마신 그 중년인은 가볍게 합장을 하고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태산만한 삶의 무게가 여전히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먹다만 차가 찻잔에 남아 있었다. 그는 한잔의 차도 온전히 마실 만큼의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 중년인의 모습은 한치의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우리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왠지 마음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아련해지는 느낌이었다.‘다부’(茶賦)에서는 차의 품성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한 사발을 마시니 마른 창자가 깨끗이 씻어지고, 두 사발을 마시니 신선이 되는 듯 하고 세 사발을 마시니 병골이 깨어나고 두풍이 낫고, 네 사발을 마시니 근심과 울분이 사라지고, 다섯 사발을 마시니 색마가 놀라 달아나고 탐식하는 마음이 사그라지며, 여섯 사발을 마시니 온 세상에 해와 달이 비치고 만물이 제 모습대로 살아 있음을 알겠고, 일곱 사발을 마시니 맑은 바람이 울울이 옷깃에서 일어나며 봉래산의 울창한 숲이 아주 가까이 다다른 듯하다. ”차에 대한 여섯가지의 덕도 함께 적고 있다. 오래 살고 싶거나, 병을 멎게 하고 싶거나, 맑은 기운을 지니고 싶거나, 편안한 마음을 지니고 싶거나, 신령스러움을 몸에 지니고 싶거나, 예를 갖추려고 할때는 반드시 차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차에 대한 ‘품성론’은 마치 차가 인간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신비한 만병통치약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차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차의 품성론의 핵심은 ‘쉼’이다.‘쉼’이란 거칠게 헐떡이며 매시간과 매일을 살아가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자전거와 비교된다. 우리는 자전거가 멈추면 넘어지듯 우리의 삶이 쉬어가게 되면 경쟁력에서 탈락하는 공포를 느낀다.‘차’는 이같은 쉼 없는 흐름을 쉬어가는 정거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역사에서 대표적인 차인중 한 사람인 고운 최치원, 설잠 김시습,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은 거칠게 변화하며 탄탄하게 옥죄어오는 시대적 과제와 현실속에서 한발짝 물러나 자신을 차와 함께 가다듬었다. 차와 함께 현재의 삶을 쉬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그 쉼을 통해 자신을 보고 시대현실을 관통해냈다. 그리고 역사와 시대현실에 대한 새로운 눈을 떴다. 그런 점에서 ‘차’는 바로 쉼을 통해 마음과 몸을 정화해 새로운 생의 활력을 얻어내는 것이다. 차 도구를 준비하고 물을 준비하고 차를 우려내는 행위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로 끝나서는 안된다. 마음과 육신의 쉼을 통해 자신의 근원을 바라보는 내적행위로 귀착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역사속에 명멸한 대부분의 차인들은 바로 역사와 현실 속에서 존재하며 활발하게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일에 헌신했다. 그런 점에서 차는 하나의 고고한 정신문화적인 생활문화양식이 아니라 현실의 삶과 탄탄하게 연동하는 살아있는 삶으로서 우리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차인들은 알아야 한다. 역사 속의 차인 중 맨 첫 장에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원효 스님이다. 차인으로서의 원효 스님은 고려 때 이규보가 쓴 ‘남행월일기’라는 기록을 통해 볼 수 있다.“원효방에 원효가 와서 살자 사포가 또한 와서 모시고 있었다. 사포는 차를 달여 원효스님에게 드리려 했으나 샘물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때 바위 틈에서 갑자기 물이 솟아났는데 맛이 매우 달아 젖과 같으므로 늘 차를 달였다 한다. 원효방은 넓이가 2.4㎡쯤 되는데 한 늙은 중이 거처하고 있었다. 그는 삽살개 눈썹과 다 해어진 누비옷에 도를 닦는 모습이 고고했다. 방 한가운데를 막아 내실과 외실을 만들었는데 내실에는 불상과 원효의 초상화가 있고 외실에는 병 하나, 신 한 켤레, 찻잔과 불경을 놓은 책상만이 있을 뿐 불 때는 도구도 없고 시자도 없다.” 신라시대 차인들은 또 있다. 설총과 보천, 효명태자, 충담사, 고운 최치원이다. 설총은 ‘차와 술로서 정신을 깨끗이 해야 한다.’고 했고, 화랑도의 지도자였던 보천과 효명태자는 매일 오대산 문수보살에게 차를 달여 공양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안민가를 지었던 충담사는 왕에게 차를 달여 바쳤고, 최치원은 그의 저서 ‘계원필경´과 쌍계사진감선사비명에 “차로써 갈증을 풀 수 있고 근심을 잊게 되었다.”고 차의 가르침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주로 문인들을 중심으로 한 차인들이 많았다. 임춘, 김극기, 이규보, 진각국사 혜심, 원감국사 충지, 이제현, 이색, 정몽주, 길재 등이 차를 마시며 내면을 가꾸었다. 고려시대 삼은으로 불리는 이색은 차를 몹시 좋아하여 깊은 산속 골짜기 벼랑에서 떨어지는 샘물가에서 부싯돌을 쳐서 차를 달여 마셨다 한다. 그는 차를 마시며 “차를 끓여 마시니 편견이 없어지고 마음이 밝고 맑아 생각에 그릇됨이 없다. 영아차의 맛은 그 자체가 참되다. 가루차를 점다하여 마시니 차가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는 삿된 기운을 모두 없애준다.”고 차생활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때 이색은 차생활을 통해 시대적 현실 속에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정도의 길을 발견하고 다짐했다고 볼 수있다. 고려시대에 이어 조선시대 차인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비록 문화적으로 많은 쇠퇴를 겪어야 했지만 임진왜란 등 각종 전란으로 조선시대 사회가 피폐해지기 전까지는 사대부들에 의해 차는 크게 애용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가장 두드러진 차인중 한사람은 바로 점필재 김종직이다. 그가 함양군수로 있을 때 백성들의 차세를 덜어주기 위해 관영 차밭을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당시 차로 인해 수탈받는 민중들의 아픔을 이렇게 적고 있다.“상공할 차가 이 고을에서는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해마다 백성들에게 차세를 거두니 백성들은 돈을 가지고 전라도에 가서 차를 샀다. 대개 쌀 한 말로 차 한 홉을 얻었다. 내가 이 고을에 부임했을 때 이러한 폐단을 알고 백성들에게 요구하지 않고 관가에서 스스로 구하여 바쳤다. 삼국지를 읽다가 신라시대에 당나라로부터 차씨를 얻어다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는 것을 보았다. 아아 이 고을도 산 아래 있으니 어찌 신라 때의 유종이 없겠는가. 그리하여 노인들을 만날 때 마다 널리 물어보았더니 과연 엄천사 북쪽의 대숲 속에서 몇 그루의 차나무를 얻게 되어 나는 매우 기뻤다. 그래서 나는 그땅에 차밭을 가꾸도록 하고 그 부근의 백성땅을 사들여 관청 땅으로 보상을 하였다. 그뒤 몇해만에 제법 번식되어 차밭이 고루 퍼지게 되었으니 4∼5년만 있으면 상공할 액수를 채우게 될 것이다.” 역사에서 현실 속 차인의 태도는 어디에 있는지를 점필재 김종직은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다. 차가 깊은 산속 정자나 도심 속 화려한 차실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우리의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하는지에 그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인 것이다. 조선시대 차인들로는 설잠 김시습, 한재 이목, 서산대사, 초의, 추사, 다산 등이 존재한다. 근현대 차인들도 존재한다. 근현대 차인들은 서양의 커피문화 속에 모든 것이 사라진 박토에서 차문화의 싹을 틔운 개척자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거에 차서들을 통해 다관을 복원하고 차밭을 찾아 차를 덖고 그리고 다법을 정립하기 위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노심초사해왔다. 그리고 그 반석 위에 오늘날 한국차의 문화가 싹터 있는 것이다. 근현대 차인들로 송광사의 다송자, 응송 스님, 효당 최범술, 명원 김미희, 석불 정기호, 홍종인, 청남 오제봉, 금당 최규용, 청사 안광석, 의재 허백련, 토우 김종희 선생들이 주역이다. 물론 이밖에도 수없이 많은 차인들이 차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힘써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문화란 근본적으로 한 사람에 의해 탄생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중에서 효당 최범술과 의재 허백련, 금당 최규용 선생의 차 사랑은 매우 남달랐다. 효당 최범술은 진주 다솔사에 주석하며 지금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많은 차인들을 양성해냈다. 효당 선생은 ‘한국의 다도´라는 책을 집필, 초의선사 이후 한국다도의 맥을 복원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다소사에 차밭을 일궈 ‘반야차’를 직접 제다해 차인들에게 보급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의재 허백련도 빼놓을 수 없는 차인이다. 남종화의 맥을 이은 의재 선생은 무등산에서 직접 차를 재배해 ‘춘설’이라는 일품차를 생산해냈다. 효당과 의재는 우리나라 차인의 동서쌍벽이라 칭할 정도로 근대 차문화의 산파역을 해냈다. 차인의 삶은 근본적으로 검박하다. 그것은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나 현재 모두 우리의 삶은 그 현상만 달라졌지 그 근본은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니 현재니 하는 시간적인 흐름은 현상을 바꿀 뿐이지 그 근원을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인에게 차는 늘 현실이요, 역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지암 암주 ■ 한재 이목의 ‘다부’ 얼마전 산중을 떠나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한국전통문화와 한국전통차 문화운동을 했던 한 다인이 ‘한국발효차연구소’를 인사동에 개원했기 때문이다. ‘한국발효차연구소’가 인사동 한 모퉁이에 아담한 사무실을 마련하고 우리 민중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했던 발효차에 대한 연구와 복원을 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는 차가운 겨울의 매운 바람을 훈훈하게 녹이는 화로 같은 것이었다. 한국차는 이렇게 선각자적이고 개척정신을 가진 차인들에 의해 오롯이 그 전통이 보존되어오고 있는 것이다. 한재 이목과 그가 남긴 ‘다부’(茶賦)가 그 주인공 중 하나다. 다부는 우리나라의 차인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이기도 하다. 육우의 ‘다경’과 노동의 차노래 ‘칠완다가’를 참고해 지은 차 노래가 바로 ‘다부’이다. 한재는 서문에 이렇게 적고 있다.“사람은 사물을 대함에 있어서 그 성미에 따라 다르나니 이태백이 달을 좋아하고 유령은 술을 좋아하듯 나는 차를 처음에는 잘 알지 못하다가 차의 성질을 알고부터는 마음속으로 좋아하게 됐다. 차는 세금을 내고 들여오니 이 일이 좋단 말인가 하고 사람들이 말했다. 이에 내가 대답하기를 이 일은 하늘이 처음부터 그렇게 한 것이 아니며 차가 그렇게 시킨 것도 아니다. 나는 겨를이 없어 이에 미치지 못하였을 뿐이라고 하였다.” 480자로 된 ‘다부’는 우리나라에 전하는 가장 오래된 다서(茶書)인 ‘다신전’(茶神傳)보다 350년 앞섰다. 저자인 한재 이목이 중국에서 직접 체험한 차 생활을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차의 심오한 경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차를 일생동안 즐겨도 싫증 나지 않는 것은 그 고유의 성품 때문이다.”로 시작된 ‘다부’에는 ‘차 이름과 산지’‘차나무의 생육환경과 예찬’‘차 달여 마시기’‘일곱 잔의 차 효능’‘차의 다섯가지 공로’‘차의 여섯가지 공로’ 등을 열거하고 있다. ‘다부’에 실린 몇가지 내용들을 살펴보자. 먼저 차의 직접적인 효과 5가지를 말하고 있다.“책을 볼 때 갈증을 없애준다. 울분을 풀어준다. 손님과 주인의 정을 화합하게 한다. 뱃속 기생충으로 인한 고통을 없앤다. 취한 술을 깨게 한다.”차를 마셔 신체와 정신에 이로운 점 6가지도 밝히고 있다.“오래 살게 한다. 병을 낫게 한다. 기운을 맑게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신선과 같게 한다. 예의롭게 한다.”‘다신전’이나 ‘동다송’과 같은 명저인 ‘다부’는 조선을 지배하던 유학자가 쓴 유일한 창작다서다. 노장사상, 특히 양생론과 깊은 연관을 가진 이책의 특징은 행다(行茶), 조다(造茶) 등 실제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사상적인 측면을 더 강조했다는 점에서 조선 유학자들의 음다기풍과 그 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노작이기도 하다.
  • 먹빛 문자, 날기를 욕망하다

    먹빛 문자, 날기를 욕망하다

    불꽃처럼, 때론 폭풍처럼, 그리고 때로는 조용한 호숫가의 미풍처럼 춤추는 글. 문자의 틀안에 갇힌 서체가 아니라 자유로움을 지닌 예술작품으로 승화해 나간다. 여류 서예가 고숙희씨가 20여년 갈고 닦은 서예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욕심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써왔다.”고 하지만 그의 다양한 서예 작품들을 대하면 그동안 부단히 연마해 온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군더더기 없이 맑고 단아하게 써 내려간 글속에는 기운생동(氣韻生動)함이 넘쳐나면서도 친근감을 주는 따뜻함이 배어 있다. 선비의 글처럼 치장하지 않고 잘 가다듬어 써 내려간 글씨에는 그의 깔끔한 품성이 엿보인다. 그가 추구하는 서예는 고전을 중시, 외재적인 형태와 형식미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결코 그안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나름의 내적인 골격을 지녔다. 한 가지를 고집하지 않고, 한문 서체인 예서, 초서, 행서 등을 고루 익혀 선보이는 각각의 작품에서는 옛 전통을 익히면서도 고유의 개성을 드러내도록 했다. 한발 더 나아가 그 자신만의 특유한 글씨체를 만들어 냈다.8폭의 한글 병풍에 흘림으로 써 내려간 그의 글씨는 현대적 감각과 세련미가 돋보인다. 새로운 스타일의 고숙희식 흘린 글씨체는 한문의 초서와 행서를 섞어 놓은 듯하다. 그는 글씨도 글씨지만 글의 내용 또한 자신이 직접 창작하는 열의를 지녔다. 고씨는 “글이 갖는 완벽한 추상성을 깨부수어 제 글이 새처럼 날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12월7∼13일 세종문화회관 신관 2실.(02)399-1111.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음란서생’ 촬영현장을 가다

    ‘음란서생’ 촬영현장을 가다

    “체,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네. 나랑 관계도 없는 일에.”(이범수) “어명인데 관계 있고 없고가 어디 있나?”(한석규) “간도 크구먼. 내가 어느쪽인 줄은 알고나 있으신거요?”(이) “근데 올해 (나이가)몇이신가 모르겠네?”(한)길게 늘어뜨린 도포자락만큼이나 목소리엔 기품이 배어 있는데, 눈빛에는 감춰진 날이 서있다.24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서울종합촬영소 세트장. 조선시대 상점거리를 완벽하게 재현해 놓은 이곳에서 만난 한석규와 이범수는 사대부 양반으로 변해 있었다. 이날 촬영분은 조선시대 양대 최고 가문을 대표하는 라이벌 사대부 윤서(한석규)와 광헌(이범수)이 어명에 따라 명화 위조범을 찾던 중 음란서 배급의 달인 황가(오달수)와 운명적으로 조우하는 장면. 쌀쌀한 날씨에 살수차로 비까지 쏟아부어 체감 수은주는 뚝 떨어졌지만, 두 배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대결로 촬영장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내년 1월말 개봉 예정… 70% 촬영 영화 ‘음란서생’(감독 김대우ㆍ제작 비단길)의 촬영현장이 언론에 첫 공개됐다.‘음란서생’은 조선시대 명문가 사대부가 음란소설 창작에 빠져들면서 벌이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룬 작품. 내년 1월말 개봉 예정으로 현재 70% 정도 촬영이 완료된 상태다. 2시간여의 현장 공개 뒤 기자들과 따로 만난 한석규·이범수·김민정 등 주연 배우와 김대우 감독은 다소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 이번 영화가 ‘처녀작’인 셈. 한석규와 김범수는 첫 사극 영화 출연이며,‘정사’‘반칙왕’‘스캔들’의 시나리오를 썼던 김 감독 또한 이번에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사극이라고 해서 따로 어려움은 없어요. 근데 작품속 출연 빈도가 많다 보니 ‘리듬’조절이 힘들더라고요.”(한석규) “평소 말투가 아니라 불편하고 낯설지만, 오히려 사극이라 관심과 애착이 가요.‘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솟구치더라고요.”(이범수)“한복 입으니 단정해지고 참해지는 기분이에요. 특히 여자 배우가 저 혼자라 기분 좋아요. 포스터에서 선보인 ‘나비 문신’도 한번 해보고 싶답니다.(웃음)” 반면 김 감독은 “로빈슨 크루소가 명동에서 교통정리하는 느낌”이라면서 “그동안 저와 함께 작업한 감독들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과와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음란´ 아닌 ‘행복´ 이야기입니다 ‘음란서생’은 제목은 물론,‘어찌…상상이나 했겠소?’라는 포스터 카피에서 보듯 소재와 내용이 도발적이다. 영화의 컨셉트도 아예 ‘점잖은 양반들의 유쾌한 음란 센세이션’을 표방하고 있다. “얼마나 ‘음란하게’만들고 있나?”라고 묻자 김 감독이 손사래부터 친다.“‘음란’이 아닌 ‘행복’을 이야기하려 해요. 일탈하는 주인공을 통해 ‘음란한’욕구를 지닌 모든 사람들이 ‘행복’과 ‘용기’를 얻었으면 합니다.” ‘음란서생’은 조선 양반사회의 ‘성’을 건드리고, 화려한 비주얼·선정적 포스터와 카피 문구 등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의 유사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무얼 이야기하는가?’가 더 중요한데, 이번 작품은 행복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칙왕’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한석규 “이 역은 내가 제일 잘할수 있다 생각” 그러면 영화속 음란서적인 ‘흑곡비사’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김 감독이 목소리톤을 높인다. “인터넷상에 ‘야설 사이트’가 잇따라 생겨나고, 그것에 환호하는 ‘팬’들이 많은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역사책에는 없지만, 분명 조선시대에도 그런 ‘음란한 글’과 그것을 즐기는 ‘팬’들이 존재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 영화에서 특히 주목되는 배우는 한석규. 한동안 무거운 캐릭터에 주력해 온 그는 ‘미스터 주부퀴즈왕’에 이어 ‘어깨에 힘을 빼고’ 출연, 이미지 변신에 나선다.“그동안 작품 촬영 중에 소리지르고 벌떡 일어날 정도로 무시무시한 악몽을 꾸곤 했죠. 그런데 이번엔 아직까지 한번도 악몽을 꾸지 않았어요. 이제야 연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시나리오를 받아들자마자 감독에게 ‘이 역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조를 정도로 자신감을 느꼈단다. 감독과 남자 배우들은 한목소리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저희 모두 학창 시절 ‘빨간책’을 접하고 잠 못이뤘던 경험이 있죠.(웃음)여러분들도 이 영화를 통해 감춰진 내부의 욕망을 발견하고, 행복감을 느꼈으면 합니다.” 글·사진 남양주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남산골 한옥마을에 국악공연장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 정통 국악공연장이 들어선다. 대학로에는 연극 연습을 하고 강좌도 들을 수 있는 ‘연극종합센터’가 생긴다. 서울시는 “남산골 한옥마을에 국악 공연에 적합하게 설계된 국악 전용공연장을 2007년 7월까지 조성하기로 하고 19일 기공식 및 축하공연을 가졌다.”고 24일 밝혔다. 국악공연장은 중구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 안 천우각 맞은 편 부지 700여평에 들어선다. 연면적 880평 지하 2층 지상 1층 300석 규모다. 무대는 기존 서구식 공연장의 프로시니엄(액자형) 무대에 고대 그리스의 원형극장 같은 아레나(돌출형) 무대를 복합, 정악과 민속악을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시는 이곳에서 정악, 민속악, 판소리 등 전통 국악공연과 청소년 국악교실, 전통문화 강좌 등 국악강습을 연중 마련할 계획이다. 또 시티투어와도 연계해 한옥마을에 어울리는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 유연식 시 문화기반시설조성반장은 “지난해 7월 개관한 경기도 국악당을 포함해 전국의 국악 전용극장이 15곳에 불과하고, 대부분 국악 전용 무대음향과 설비 등을 갖추지 못한 다목적 공연장”이라면서 “국악 공연의 음향적 특징을 고려한 정통 국악 공연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학로 ‘연극종합센터’는 지상 3층 270평 규모의 현 혜화동 동사무소(종로구 명륜동 4가 1번지)를 리모델링해 만든다. 대학로에서 열리는 각종 공연을 종합 안내하고 예매도 해주는 공연정보 안내센터, 연극 단체가 작품을 기획·연습하고 공연도 할 수 있는 소극장과 창작 스튜디오가 마련된다. 또 시민들이 연극 예술인들로부터 연극에 대해 강의를 듣고 연극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강서구 ‘눈높이 연극’ 인기

    강서구 ‘눈높이 연극’ 인기

    ‘국립극단도 부럽지 않아요.’ 창단한 지 2년도 채 안된 서울 강서구립극단이 앙코르 공연에다 초청공연까지 나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자치구는 강동구와 강서구 2곳뿐이다.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극단이라는 점만으로도 이례적인데,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그 성공 비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객석 점유율 90% 인기 고공행진 강서구(구청장 유영)에 따르면 강서구립극단은 다음달 16일부터 18일까지 강서구민회관 소극장에서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이 작품은 지난 10월 허준 축제 기간 때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달 24일에는 중랑구청 대강당에서도 ‘오아시스’를 공연한다. 중랑구의 초청으로 이뤄진 첫번째 원정 공연이다. 신경원 구 문화관광팀장은 “앙코르 공연은 주민들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면서 “타 구에서도 공연을 요청하는 등 구립 극단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창단된 강서구립극단은 1년 9개월 동안 5개의 작품을 공연했다. 매 작품마다 평균 객석 점유율이 80∼90%를 웃돈다. 전형재 수석단원은 인기 비결에 대해 “구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창작극을 재미있게 공연해 큰 호응을 얻은 것 같다.”면서 “심오한 작품을 하기보다는 구립극단의 창단 목적에 맞게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극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원들 자부심 국립극단 못지 않아 실제로 이들이 공연한 작품은 모두 창작극이다. 이강백 작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를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을 시작으로 장성희 서울예술대학 교수의 어린이 국악 뮤지컬 ‘솜사탕은 누가 지키지’, 송미숙 단장의 가정 극 ‘사랑이 가기전에’ 등을 무대에 올렸다. 프로다운 단원들의 노력도 성공의 요인이다. 송미숙 단장과 전형재 수석단원 등 15명의 단원들은 매 공연이 오르기 3∼4개월 전부터 거의 매일 만나 연습에 열을 올린다. 한 단원은 “국립극단에 비교하면 급여 수준에 차이가 있지만 어떤 극단 못지않게 큰 자부심을 갖고 작품에 임한다.”면서 “구립극단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문화예술의 보급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무감도 크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구의 지원은 든든한 버팀목 강서구의 꾸준한 지원도 극단의 발전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급여, 제작비 지원은 물론이고 구민회관에 소극장을 새로 만들어 연습 및 공연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관람료는 2000∼30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송미숙 단장은 “구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줘 큰 힘이 된다.”면서 “단원들뿐만 아니라 연극의 문턱이 높아 접근하지 못했던 구민들에게 큰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 단장은 또 “앞으로 강서구립극단에서 발굴한 좋은 작품과 단원들을 대학로로 ‘역수출’ 할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극단 ‘모시는 사람들’ 대표이자 희곡작가협회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정숙 작가의 창작극. 평범한 인물 강태국의 세탁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소시민의 삶과 애환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관람 문의 02-2600-6592.
  • [주말에 뭘 보러갈까]

    [연극] ■ 아름다운남자 29~12월18일 게릴라극장 고려 무인시대 지식인이었던 세 학승의 삶을 통해 삶의 본질과 지식인의 길을 통찰하는 창작극. 우리 전통을 바탕으로 한 제의극 성격이 독특하다. 이윤택 작·남미정 연출, 장재호 이승헌 출연.(02)763-1268. ■ 용호상박 24일∼12월7일 드라마센터. 강사리 범굿을 주재하는 일을 두고 무가 형제간에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 창작극. 오태석 작·이호재 전무송 출연.(02)745-3966. ■ 여행 2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친구 장례식장에서 겪게 되는 하룻밤의 여행을 그린 세밀한 일상극. 윤영선 작·이성열 연출, 장성익 이해성 출연.(02)744-7304. ■ 늙은 창녀의 노래 12월31일까지 우림청담시어터.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양희경의 1인극. 송기원 작·위성신 연출.(02)569-0696. ■ 영영 이별 영 이별 24∼2월19일 산울림소극장. 단종의 비, 정순왕후의 일대기를 그린 윤석화의 모노극. 김별아 작·임영웅 연출.(02)334-5915. [뮤지컬] ■ 피핀 내년1월15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 밥 포시가 만든 1970년대 대표 흥행작. 서재경 최성원 임춘길 출연.(02)501-7888. ■ 비밀의 정원 12월31일까지 백암아트홀. 역대 뮤지컬 명곡들과 명장면들에 새로운 스토리를 입혔다. 남경주 연출, 최정원 출연.(02)501-7888. ■ 헤드윅 무기한 라이브극장.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가수의 성 정체성 고민을 강렬한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 록 뮤지컬. 이지나 연출, 송용진 김다현 엄기준 서문탁 출연.1588-7890. ■ 아이 러브 유 무기한 연강홀. 사랑에 관한 스무개의 에피소드를 엮은 로맨틱 뮤지컬. 한진섭 연출, 남경주 이정화 오나라 정상훈 출연.(02)501-7888. ■ 넌센스 잼보리 무기한 충무아트홀소극장. 네명의 수녀님과 한명의 신부님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코믹극. 현경석 연출, 이태원 전수경 출연.(02)766-8551. [어린이] ■ 우리는 친구다 25일~1월1일 학전블루소극장 초등생 민호, 유치원생 슬기 남매의 좌충우돌 일상과 이웃 친구 뭉치의 우정. 극단 학전의 어린이무대. 김민기 번안·연출, 이석호 김은영 출연.(02)763-8233. ■ 팥죽할멈과 호랑이 24일∼1월1일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팥죽할멈과 쇠똥, 절구, 멍석 등 집에 있는 물건들이 힘을 합해 호랑이를 물리치는 이야기. 극단 사다리.(02)382-5477. [클래식] ■ 오페라 파우스트 24∼27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 오페라의 본고장에서 조차 쉽게 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할 대작중의 대작으로 손꼽히는 ‘파우스트’를 성남아트센터가 개관기념 페스벌의 하나로 제작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30대 성악가들을 비롯 모두 1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출동하는 스펙터클한 무대다.‘사랑을 위해 영혼을 거는’이야기인 이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031)729-5615∼9 ■ 킹스 싱어즈 콘서트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41-6234 ■ 당 타이손 쇼팽피아노 협주곡의 밤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43-1601 ■ 호프만 이야기 2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86-5283 ■ 메밀꽃 필 무렵 29일 서울 한전아트센터(031)971-1855. [미술] ■ 전광영전 12월 18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한국적인 소재 한지를 그는 독특한 방법으로 승화시켜 평면과 입체 작업으로 표현, 해외에서 더욱 인기. 가까이 보면 화산의 분화구 같기도 하고, 멀리서 보면 은하계를 보는 듯 착각에 빠져든다.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스타일을 고루 간직한 그의 최근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02)735-8449. ■ 문신 조각전 1960년대 파리의 초라한 자취방 시절 창착한 것부터 임종 전 마지막까지 예술혼을 불태우면서 창작한 소품 조각 22점이 선보인다. 소품 브론즈 조각들은 그의 유명한 개미시리즈와 원생동물, 사랑등의 추상형태의 모습들.30일까지 서울인사동 윤갤러리. (02)738-1144. ■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소장전 허련, 허형, 김규진, 허백련, 김은호 등 19명의 소나무 그림 전. 우리 민족의 역사적 기상과 기개를 상징하는 정신적인 표상물인 소나무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전시회. 내년 21일까지 서울 신사동 스페이스 씨.(02)547-7749 ■ 철화자기전 철사안료를 물에 개어 붓으로 자기에 그림을 그린 철화자기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 내년 2월 26일까지 용인 호암미술관(031)320-1801.
  • 발레의 나라 벨로루시를 가다

    발레의 나라 벨로루시를 가다

    벨로루시는 구 소련 국가들 중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다. 지정학적인 위치로 숱하게 외침에 시달렸건만 대자연의 축복을 받은 이 땅의 사람들은 여전히 온화하고 순박하다. 벨로루시는 ‘벨 러시아(Bell Russia)’, 즉 ‘하얀 러시아’라고 해서 예전에 ‘백러시아’로 불리기도 했다. 국명에서 드러나듯이 국민들은 흰 색을 좋아해 흰 옷을 즐겨 입고 가옥의 벽도 희게 칠했다. 세계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1∼1944년 수도 민스크를 점령했던 독일군은 이 도시를 돌멩이만 나뒹구는 폐허로 만들었다. 수도 이전을 고려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지만 이후 민스크는 구 소련 시절 가장 성공적인 계획 도시로 태어났다. 글 사진 민스크(벨로루시)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벨로루시 수도 민스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감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제정 러시아 때 지어진 이 건물은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용도변경’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의 화를 피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1945년 이후 지어졌다. 과거의 향수는 찾을 수 없지만 잘 정비된 도로망과 건물로 거리 풍경은 깔끔하고 정갈하다. 도심 한복판을 굽이쳐 흐르는 스비슬라치강과 강을 따라 형성된 숲이 우거진 공원과 산책로는 가장 큰 매력. 국토 면적이 남북한을 다 합친 것보다 조금 크고 전체 인구는 1000만명으로 서울과 같으니 ‘땅에서 나오는 여유와 힘’이 부러울 정도다. 옛 민스크를 보고 싶다면 스비슬라치강 동쪽 지구인 ‘트로이츠코예’를 돌아보면 된다.17∼18세기풍으로 재건축된 이 지역에는 아기자기한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 상점들이 즐비하다. 내처 우리나라의 민속촌에 해당하는 ‘두두트키’로 방향을 잡았다. 민스크에서 40㎞ 떨어진 이 곳은 자동차로 2시간 거리다. 작은 벽돌집이 줄지어 있어 시골농장 같은 분위기다. 도공, 대장장이, 목수 등 장인들이 전통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전통 음식도 맛볼 수 있는 곳이라 도시인들에게 인기다. 벨로루시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4곳이나 있다. 이중 민스크에서 약 100㎞ 떨어져 있는 ‘미르성’은 가장 대표적인 유적지다. 14∼16세기에 걸쳐 지어진 이 성은 생각보다 작고 아담하지만 황토색이 푸근한 인상을 준다.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어서 성내 곳곳을 둘러볼 수 없어 아쉬웠다. 민스크에 머무르는 또 다른 기쁨은 양질의 공연을 싼 값에 접할 수 있다는 것. 모든 공연표는 시내 곳곳에 있는 티켓 박스에서 구한다. 꽤 큰 규모의 전용 극장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서커스는 일찌감치 표가 동나 있었다. 대신 오페라와 무용이 결합된 오페레타 ‘바야데라’와 벨로루시 국립발레단의 창작품인 ‘천지창조’로 아쉬움을 달랬다. 로열석이 우리나라 돈으로 1만 2000원 정도. 민스크 북쪽에 위치한 비텝스키는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유명 화가 마르크 샤갈의 고향이다. 여기에는 샤갈의 갤러리가 두 곳이 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가 볼 수 없었다. 아쉬움에 민스크 시내에 있는 국립미술박물관에 들렀는데 마침 샤갈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러나 샤갈의 습작인 듯 스케치가 대부분이어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산보’나 ‘탄생’과 같은 구도의 그림을 발견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 민스크를 관광하려면 이방인으로서 약간의 ‘차별’을 감수해야 한다. 대부분의 시설들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2∼3배 정도 높은 입장료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벨로루시 민스크까지의 항공료는 루프트한자 항공을 이용하여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면 110만원이고, 러시아 항공을 타고 모스크바를 거치면 95만원이다.(세금 및 유류 할증료 별도) 러시아를 처음 가보는 사람이라면 프랑크푸르트로 방향을 잡는 편이 낫겠다. 러시아로 갈 경우 벨로루시 비자 외에 러시아 비자를 따로 받아야 한다. 또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아 셔틀버스를 타고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므로 다소 번거롭다. 대한항공(모스크바까지 항공료 31세 미만 75만원, 기타 성인은 120만원)을 이용한다면 민스크행 비행기와 연계되지 않으므로 모스크바에서 대륙횡단 열차를 이용해야 한다. 기차역은 모스크바 공항에서 버스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여기서 민스크까지 700㎞ 정도인데 꼬박 10시간이 걸린다.8인 1실,4인 1실,2인 1실의 침대칸이 있으며, 4인 1실 기준 편도 50달러다. 현지 통화는 BR, 즉 벨로루시 루블을 사용하는데 1000BR가 약 2달러 정도다. 최고급 호텔은 ‘민스크 호텔’로 4성급이다.1박에 보통 150달러다. 한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아라비따’나 ‘벨로루시’‘유빌레니’ 등은 3성급으로 60∼100달러 정도다. 호텔 체크인 때 반드시 비자를 함께 제출해 경찰기관에 등록해야 한다. 불심검문 때 등록증이 없으면 최악의 경우 추방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의 세일여행사(02)724-0664. ■ 벨로루시 국립발레대학의 작은 거인들 아름답지만 인적이 드문 고성, 대지, 숲만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색다른 목적지를 찾고 있던 중에 ‘벨로루시 국립발레대학(Belarusian State Ballet College)’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벨로루시 국립발레대학은 1945년 설립됐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온 나라가 경황이 없던 당시에 발레대학 설립의 첫 삽을 떴다는 사실은 이 나라가 발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민스크 중심에 위치한 발레대학은 두 개의 큰 건물로 이뤄져 있다. 전액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며 정원은 280명이다. 매년 6월 입학 오디션이 열리는데 9∼10살부터 응시할 수 있다. 일반 정규교육과 더불어 국가공훈예술가로 지정된 발레 교사들의 수준 높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때문에 입학은 ‘바늘구멍’이다. 올해 3000명이 지원해 34명만이 합격 통보를 받았다. 80명 정도를 수용하는 기숙사, 발레박물관,300석 규모의 극장, 식당, 도서관, 기본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병원(7명의 의사가 학생들을 돌본다), 물리치료실, 체력단련실,10개의 발레연습실과 피아노 교습실 등을 갖추고 있어 시설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조리아 두시엔카 교장은 “이런 발레학교가 있다는 자체가 자랑”이라는 짧은 말로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 학교에 도착한 시각은 정규 수업이 끝난 오후 2시쯤. 피아노 교습실마다 학생과 선생의 일대일 레슨이 한창이다. 발레연습실에서는 그룹 또는 개인교습이 이뤄지고 있었다. 교사들은 거의 모두 이 학교 출신들로 한때 프로 무대를 주름잡았던 베테랑들이다. 풍부한 현장경험에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이해심까지 갖췄으니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 나 다름없다. 극장 안에서는 경쾌한 음악소리에 맞춰 의상까지 제대로 갖춰 입은 학생들이 맹연습 중이다. 작품은 곧 무대에 올릴 ‘돈키호테’. 학생들은 학교 자체 공연 외에 벨로루시 국립발레단의 정기 공연에도 참여한다고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성장하니 그 실력은 어딜가나 국제 공인이다. 현재 이 학교를 가장 빛내고 있는 인물은 이반 바실리예프라는 남학생. 두시엔카 교장의 책상 한 쪽을 그의 사진이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의 존재감을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올해 이른바 세계 3대 발레콩쿠르로 알려져 있는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불가리아 대회를 모두 휩쓸었다. 심사위원들은 저마다 “30년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무용수”라며 감탄을 쏟아냈다고 한다. 명성이 자자한 덕에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주로 유럽, 구소련 연방 국가의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수년 전부터는 일본에서도 매년 20∼30명 규모의 연수단이 학교를 찾는다. 학생뿐만 아니라 발레교사를 위한 연수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수준 편차가 큰 외국 학생들을 위해 학교는 ‘맞춤식 교육’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 亞최고 뮤비 연금술사는?

    2005년 국내 최고의 뮤직비디오를 가리는 아시아 최고의 대중음악시상식 개막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2005 Mnet KM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이 27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올해로 7회를 맞은 이번 페스티벌의 사회는 톡톡 튀는 개그맨 신동엽과 상큼발랄한 탤런트 김아중이 맡았다. 매년 새로운 컨셉트를 선보여 독창적인 공연 무대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평이 난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의 올해 주제는 연금술. 환상의 연금술처럼 뮤직비디오가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변신하는 무대가 꾸며지게 된다. 특히 댄스계의 대들보 구준엽, 장우혁,M(이민우)이 뭉쳐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강원래를 위한 특별한 감동 무대를 마련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음악채널 Mnet 등에 등록된 창작 뮤직비디오들이 최우수작품상과 최고 인기 뮤직비디오상 등 31개 트로피를 놓고 경쟁을 펼친다. 남녀 솔로 부문에는 각각 김종국,MC몽, 윤도현, 조성모, 휘성과 거미, 렉시, 보아, 장윤정, 채연이 후보에 올랐다. 남자그룹에서는 동방신기, 버즈,SG워너비, 엠씨더맥스,god가, 여자그룹에서는 디바, 빅마마, 슈가, 쥬얼리, 핑클이 맞붙는다. 최고 뮤직비디오 감독에는 서현승, 이준형, 장재혁, 조수현, 창 감독이 후보다. 특히 김종국, 윤도현, 휘성, 보아, 동방신기,SG워너비, 버즈,god 등은 여러 부문 후보에 올라 다관왕을 노리게 됐다.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은 음악전문채널 Mnet과 KM은 물론, 홈CGV,XTM, 올’리브 네트워크와 위성 DMB, 인터넷 홈페이지(www.mnet.com)에서 7원 생중계된다. 또 일본 뮤직온TV와 중국 상하이오리엔탈TV, 홍콩케이블TV, 아리랑TV 등을 통해 아시아와 미주, 유럽, 동남아시아에 녹화중계돼, 한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예정이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젊은 무용가들 ‘열정의 몸짓’

    젊은 무용가들 ‘열정의 몸짓’

    국내 젊은 무용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제7회 댄스2000 페스티벌’이 23일부터 30일까지 오후 7시30분 문예진흥원 무용전용 소극장 포스트극장에서 펼쳐진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솔로 및 공동안무로 꾸며진 20개팀의 무대가 선보인다. 현대무용 12개팀, 한국무용 5개팀, 발레 3개팀이 참여해 매일 4개팀씩 공연한다. 24일에는 이주영(한국무용)과 김미영·정미진·임정미(현대무용),26일에는 최설희(한국무용)와 김윤아·이소민(현대무용)·정은진(발레),27일에는 선나영·이준민(한국무용)과 유호식(현대무용)·오은영(발레),29일에는 김경원(한국무용)과 국지인·김금화·박서영(현대무용),30일에는 김보람(현대무용)과 강정경·전수진(현대무용)· 김세용(발레) 등의 공연이 마련된다. 이 행사는 씨어터 제로가 신진 무용가들에게 창작활동의 기회를 열어주고 새로운 공연예술 형식을 개발하기 위해 1999년부터 해마다 열려 왔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뛰어난 기량의 작품과 안무가를 선정해 내년 한국·일본에서 교대로 열릴 한·일 댄스페스티벌에도 참가시킬 예정이다.(02)338-9240.
  • 창작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 러와 공동… 25·26일 춘천서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 창작 오페라로 다시 태어난다. 강원대학 김현옥 교수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곡을 붙인 이 오페라는 자연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오페라로 꾸며진다. 허생원과 그를 20여년 동안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온 당나귀의 이야기. 김 교수는 당나귀를 인생의 동반자로 다뤄 당나귀의 신세타령 등의 아리아를 통해 우리 민족의 삶과 애환을 풍자한다. 강원도 평창을 소재로 한 이 오페라는 201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선정될 것을 소망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번 공연은 특히 러시아와 공동 작업해 내놓는 무대란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무대 감독 이정자씨와 작곡가 김씨를 제외하고는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1위를 수상한 프리마돈나인 아이탈리나 아다모바 등 모두 러시아 출신 음악가들이 주역이다. 음악은 강릉시립교향악단이 맡았다.25∼26일 춘천 백령문화예술회관,29일 서울 한전아트센터.(031)971-1855.
  • 조각가 문신 10주기 추모전

    그의 조각 하나하나는 생명 그 자체다. 자연속의 식물, 곤충, 새들의 모습과 닮은, 좌우 대칭의 모습으로 생명을 떠받친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오브제같기도 하고, 커다란 보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10주기 추모전이 22∼30일 인사동 윤갤러리에서 열린다. 생전 “노예처럼 작업하고 신처럼 창조한다.”는 치열한 작가정신을 보인 작가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다.이번 전시회에는 1960년대 파리의 초라한 자취방 시절 창작한 것부터 임종 전 마지막까지 예술혼을 불태우면서 창작한 소품 조각 22점이 선보인다. 문신 예술세계의 아픔과 성장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소품 브론즈 조각들은 그의 유명한 개미시리즈와 원생동물, 사랑 등을 추상형태로 남긴 작품이다.(02)738-1144.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혁명과 웃음/천정환 외 지음

    1964년, 스물 넷의 나이에 단편소설 ‘무진 기행’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김승옥(64).‘감수성의 혁명’이라는 극찬을 들으며 문단에 발을 디딘 그는 이후 대중소설,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는 전방위 문화예술인으로 대중에게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등단 전 시사만화가로 먼저 데뷔했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혁명과 웃음’(천정환 외 지음, 앨피 펴냄)은 소설가 김승옥이 아니라 시사만화가 김승옥을 새롭게 부각시킨 책이다.4·19혁명의 불길이 뜨겁던 1960년, 서울대 불문과 신입생 김승옥은 학비를 벌 요량으로 신생 ‘서울경제신문’에 네컷 시사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필명은 김이구. 순천 고향집의 번지수를 따서 지었다. 콧수염을 기른 전형적인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파고다 영감’은 그해 9월1일부터 이듬해 2월14일까지 134회가 연재됐다. 첫 작품은 장관에게 취직을 부탁하러 온 지게꾼이 ‘도시락 배달국’을 설치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는 이야기. 당시 새로 출범한 장면 국무총리가 청렴한 지도자의 면모를 위해 점심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세태를 반영했다. 날카로운 현실인식에 기반한 신랄한 풍자는 이후 김승옥의 전방위적인 창작활동을 추동한 힘의 단초를 보여준다. ‘웃음과 혁명’이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생명연습’으로 등단하기 이전의 김승옥을 조명한 책이라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르네상스인 김승옥’(백문임 외 지음)은 5년 간의 짧은 작품 활동끝에 ‘순수문학’의 장을 떠난 이후의 김승옥을 다루고 있다.1967년 ‘안개’로 시작된 그의 영화 이력은 1986년 ‘무진 흐린 뒤 안개’에 이르기까지 16편에 이른다.‘어제 내린 비’,‘영자의 전성시대’,‘겨울여자’ 등 1970년대를 풍미한 영화의 각본들도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저자들은 “김승옥의 문학 바깥 활동이 그저 개인적인 여기나 외도의 소산은 아니었다.”면서 “결코 한번도 제대로 씌어지지 않은, 그러나 꼭 씌어져야 하는 새로운 작가론과 작품론”이라고 밝혔다.2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김승옥은 현재 재활 치료 중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씨줄날줄] 학교폭력 영화/이상일 논설위원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영화 볼 만해요.”이렇게 이야기하자 한 미술계 원로가 바로 반박했다.“보고 싶지 않아요. 무엇보다 욕설이 너무 많다고 해서요.”다른 인사가 거들었다.“너무 폭력적이고….”한때 경제계 인사들의 모임에서도 심심치 않게 영화가 화제로 등장했었다.4년전 국산영화 ’친구’가 당시까지 기록적인 80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무렵이었다. 문제 학생들의 우정, 그후 조폭이 된 친구들간의 살인을 다룬 ‘친구’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후 나온 학교폭력 영화 가운데 압권은 지난해의 ‘말죽거리 잔혹사’. 여기서 학생들은 조폭수준의 싸움을 벌인다. 소심한 주인공은 짝사랑하던 여학생이 떠난 후 허탈감에 시달리다 여러 명의 학교내 주먹들을 상대로 혼자 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클라이맥스로 나온다. 한 국회의원이 지난 14일 “학생폭력을 미화하는 영화 등의 제작과 유포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거론한 예가 ‘친구’와 ‘말죽거리 잔혹사’였다. 그러나 이 발언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자 “심의 과정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것이지 법을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막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런 발상은 영화가 폭력과 범죄를 부추긴다는 데 근거한다.‘친구’를 보고 고교생이 모방 살인을 한 사건이 보도됐었다. 한 네티즌은 “일본의 학원·폭력만화를 본떠 학생들이 ‘일진’이나 ‘지역연합’ 등을 만드는 것을 보면 (학생폭력 영화의) 규제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영화는 단지 영화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영화를 보며 불만과 스트레스를 풀고 영웅심리를 대리충족할 뿐 현실과 착각하지 않는다는 것. 영화인들은 영화의 폭력 규제 발상은 창작의 자유를 제한할까 우려한다. ‘친구’와 ‘말죽’이 각각 수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이 폭력성만은 아닌 것 같다. 탄탄한 구성, 리얼하고 복합적인 갈등구조, 빠른 스토리 전개 등이 할리우드 영화보다 나아서였다.‘클래식’ 등 고교생들의 사랑을 그린 수준높은 영화도 있다.‘잔혹사’라는 제목, 너무 많은 욕설, 상투적인 폭력이 싫어 국산 영화를 멀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영화제작자들도 점점 고급화·다양화되는 한국 관객의 수준을 인식해야 한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 교복입은 학생 ‘조폭’등장 ‘친구’같은 영화 규제 검토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14일 학교폭력 예방 대책의 하나로 교복 입은 학생들이 폭력집단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등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당정은 이날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김진표 교육부 장관과 지병문 제6정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회를 갖고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지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친구나 말죽거리잔혹사 같은 영화에서 교복 입은 학생들이 조직 폭력배 같은 언행을 하고, 수백만 학생이 관람해 그런 행동이 미화되고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라면서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이를 위해 당 대책기획단을 두기로 했다. 또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최근 목숨을 끊은 충주 지역 여고생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선병렬 의원 등 4명의 진상조사단을 충주로 급파했다. 당정은 죄질이 비교적 덜 나쁜 초범 소년범의 경우 형사처벌 대신에 선도 조건부로 훈방하는 ‘소년범 디버전(Diversion)’ 제도 도입을 검토키로 하는 한편 부산에서 시범 실시 중인 ‘스쿨폴리스(배움터 지킴이)’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때아닌 ‘봄꽃’의 몸짓

    때아닌 ‘봄꽃’의 몸짓

    국립극장에 때아닌 봄꽃이 핀다.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현자)은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동안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컨템포러리 댄스 ‘매창(梅窓)-매화, 창에 어리다’를 무대에 올린다. 국립무용단의 89회 정기공연으로 ‘바다’‘비어있는 들’에 이어 야심차게 선보이는 대형 창작 프로그램이다. 제목에서 엿보이듯 이번 역시 ‘한국적 현대무용’을 지향하는 공연이다.“모질고 힘든 세월을 이겨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높고 깊은 아름다움의 세계. 매화 한 송이에 세상사의 모든 이치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 국립무용단이 밝히는 기획 취지이다. 생명의 아름다움을 토속적 감수성으로 펼쳐보이는 품격높은 이미지 댄스를 기대할 만하다. 네 개의 이야기로 짜여진 이번 작품은 형식상으로는 퍼포먼스에 가깝다. 첫번째 테마 ‘삭풍은 가지 끝에’의 경우 남녀 무용수 30여명이 등장해 표정연기와 절제된 몸짓을 통해 민초들의 삶을 역설한다. 이어지는 무대들은 제각각 다른 맛을 선사한다. 두번째 테마 ‘설중한월(雪中寒月)’에서는 무용수들의 테크닉이 돋보인다면, 매화의 강건한 이미지가 드러나는 세번째 테마 ‘새순 돋다’에서는 한국춤과 발레가 어우러진 춤사위를 만날 수 있다. 네번째 무대 ‘초춘지의(初春之義)’에는 춤사위에 영상이 곁들여져 생명의 아름다움을 절로 경탄하게 이끈다. 다양한 감상포인트들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을 듯. 시조창 국악기 바이올린 등이 무대에 섞인다. 이지영 조은하 여미도 문창숙 김남용 윤성철 백형민 등 국립무용단원 30여명이 출연한다.(02)2280-4115∼6.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무술퍼포먼스 ‘점프’ 공연 1000회 맞아

    넌버벌 무술퍼포먼스 ‘점프’(예감)가 24일로 공연 1000회를 맞는다.2003년 7월 강남 우림청담시어터에서 초연된 ‘점프’는 태권도와 아크로바트, 기계체조 등의 동서양 무술에 드라마와 코미디를 결합한 순수 창작무대. 지난 8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 참가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해외무대에서도 각광받았다.1000회 기념 이벤트로 22∼25일 예매 관객에게 추첨을 통해 공연 사진과 다이어리를 나눠준다.23일에는 관객과의 만남을,24일에는 경품행사를 갖는다.(02)722-3995.
  • 성곡미술관서 사진인화가 ‘데이비드 아담슨’ 展

    세계 최고의 디지털 사진인화가인 데이비드 아담슨(54)은 ‘사진 인화도 예술’임을 보여준다. 누가 사진을 찍었는지에는 관심을 가져도 인화작업을 누가 했는지에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현실. 하지만 이제 ‘숨어있는 예술가’에게도 관심을 가져야할 때가 왔다. 데이비드 아담슨이 내년 1월22일까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데이비드 아담슨과 그의 친구들 전’을 위해 지난 30년간 인화한 멋진 사진 작품 52점을 들고 한국에 왔다. ●최고의 예술가와 작업 그의 명성은 그가 누구와 손잡고 일하는지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회화, 조각, 판화 팝아트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펼치고 있는 짐 다인, 거대한 초상화로 유명한 초상화가 척 클로스, 회화와 사진 등을 결합해 혼란스런 이미지를 표현하는 ‘콤바인 페인팅’의 선구자 로버트 라우센버그, 프랑스 최고의 사진가 프랑수아 마리 베니에 등이 모두 그의 고객이다.“창조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예술가들의 개성을 살려주고 그들이 원하는 최상의 이미지를 표현해내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그는 자신의 인화작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예술가들이 그들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도와주고 아이디어를 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실제로 아담 퓨즈가 살아있는 번데기들을 찍을때 스캐너의 열기에 부화해 나비가 되어 버릴까봐 부엌의 냉동실에 번데기를 넣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또 도널드 술탄의 포착하기 어려운 담배 연기 고리를 카메라에 담아내 거대한 공기의 이미지로 인화해 내는데도 성공했다. ●디지털 인화세계는 무궁무진 그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색과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섬세한 표현을 하고, 망가지기 쉬운 형태의 윤곽을 진단하며 완벽한 예술에 도전한다. 무엇보다 작가와 인화가의 관계와 관련해 “(찍고 난뒤 사진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인화에 달렸기에)어느 순간 작가는 약해지기 때문에 인화가가 목소리를 높이면 작업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인화가는 몸을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과 컴퓨터에 대한 열정, 겸손함까지 갖춰 워싱턴 DC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는 그에게 직접 인화를 맡기고자 세계 최고의 예술가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그는 디지털 인화와 관련해 “아날로그에 비해 한 번에 몇 십개의 이미지를 볼 수 있어 시간 낭비를 줄이고, 수천가지의 색깔을 쉽게 써볼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사진 수명도 흑백은 300년, 컬러는 150년으로 아날로그 사진보다 몇배 길다고 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신정아 학예연구실장은 “아담슨은 단순한 기계에 불과한 디지털 프린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진정한 창작의 파트너로 승화시켰다.”며 “그는 ‘예술가를 위한 진정한 예술가’이다.”고 말했다.(02)737-7650.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열린세상] 지방대학,그 위기와 거듭나기/이해준 공주대 사학 교수

    지방대학들은 요즈음 신입생 충원과 재학생 유지 및 취업에 있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신입생 미충원율을 포함하여, 어렵게 모집한 신입생이 휴학하거나 지역간·학교간 이동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취업률 역시 수도권 대학에 비하여 취약하여 바야흐로 생존을 위한 획기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학들은 과거처럼 ‘성장과 규모’의 지향과는 기본적으로 다른, 과감한 구조적 개혁과 질적 변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존립과 발전을 기약하는 화두로 특성화와 구조개혁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좋게 보면 제자들을 잘 되게(?) 하는 일인데 무슨 노력인들 못하겠는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이런 교육적 현실에 익숙할 수가 없다. 그리고 때로는 과연 ‘대학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라는 근본적 회의에 빠질 때도 많다. 사실 이러한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난 10∼20년간의 방만한 대학정원 확대정책과 대학의 소극적 위기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현재의 대학 위기는 백화점식 양적 팽창에 주력해온 지난 대학정책의 필연적 결과이자, 자체 노력 없이 유지되어온 대학의 안전망이 경쟁력을 상실하게 한 까닭이기 때문이다. 좀더 비판적으로 말한다면 무임승차의 즐거움과 남 탓으로 일관하던 과거의 관행들이 현재의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크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대학들이 특성화에 사활을 걸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비교우위와 경쟁력을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기는 하지만, 장만 서면 계획서를 들고 이리저리 쫓아다니거나 변신의 귀재가 되는 것도 대학의 본연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 특성화란 기본적으로 경쟁력 있다고 하는 일부 학과와 학문분야를 선택, 집중지원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대학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생에 관한 합의와 실천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비 특성화 학과(학부)의 재구조화와 학과·학문·계열간 연계체제 구축을 통한 중층적 종합적 학문구조의 생성 노력이 필요함이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통합이라든가, 외국어학과와 경영행정계열의 통합 연계, 철학·역사·심리학·국문학 등을 기초로 하여 예술과 창작·영상·애니메이션 등을 중층으로 구성하는 문화콘텐츠 개발 등과 같은 간 학문적인 통합 학문구조를 만들어 단위대학 전체의 학문적 재구조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존의 전통적 학문구분과 학과체제에 기초한 대학편제를 과감하게 재구조화하는 접근이며, 특히 지방 소규모 대학에서 효과가 있는 전략이 될 것이다. 한편 기초학문, 그리고 대학 본연의 기능인 교육과 연구의 상대적 소외와 부실도 매우 긴요한 현안문제이다. 기술의 진보나 지식의 축적은 경쟁을 통하여 보다 높은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재편·발전시키는 아이디어는 오히려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가 주효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인문사회분야나 기초과학분야의 성장과 발전이 없는 경영효율은 마치 불만만 터트리는 입(口)을 무시하다가 온 몸이 굳어버리게 된 ‘이솝우화’를 연상케 한다. 그런 점에서 대전의 한 대학이 산업대학으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문화예술관을 건립하여 수준 높은 경쟁력과 창의력의 원천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은 참으로 신선하고 선도적인 것이라 여겨진다. 한편 특성화나 경쟁력의 강조가 자칫 교육활동의 강화와 내실화에 역행하게 된다면 이 역시 주요한 경계 대상이다. 대학 특성화나 경쟁력 강화가 아무리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교육활동에 기반을 두지 못하는 연구 활동은 취약하게 되어 있고, 연구결과의 피드백이 없는 교육활동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경쟁력과 특성화가 더욱 강조될수록 교육활동의 내실화와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해준 공주대 사학 교수
  • 빠블로 네루다/애덤 펜스타인 지음

    빠블로 네루다/애덤 펜스타인 지음

    노벨문학상을 탔다고 해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미 칠레에서 철도원의 아들로 태어난 시인 빠블로 네루다(1904∼1973)는 노벨상 수상자라는 꼬리표보다, 대중과 함께 숨쉰 아름다운 시인으로 기억된다.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지만 그의 시는 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며, 소설과 영화를 통해서까지 우리에게 문학적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대중과 함께 숨쉰 아름다운 시인 네루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평전 ‘빠블로 네루다’(애덤 펜스타인 지음, 김현균·최권행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가 나왔다. 이미 1960년대에 100만부 이상 발행된 시집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의 노래’를 비롯,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와 이를 원작으로 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일 포스티노’ 등으로 국내에서도 그는 친근하다. 네루다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시인일 뿐만 아니라 민중 앞에서 낭송하고 연설하기 좋아한 활동가였다. 또 굳은 정치적 신념을 갖고 부패한 정권을 비판해 오랜 세월을 지하생활과 망명생활로 보내기도 했다. 저자는 네루다가 시인의 꿈을 키웠던 유년기부터 보헤미안적인 삶에 탐닉했던 학창시절, 외교관으로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유럽을 유목했던 시절, 안데스를 넘어 망명길에 올랐다가 3년5개월만에 귀국한 뒤 노벨상을 받고 눈을 감은 마지막 순간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좇는다. 또 네루다가 만난 사르트르·미스트랄·피카소 등 작가·예술가는 물론, 체게바라·마오쩌둥·카스트로·스탈린·히틀러 등 정치적 인물들도 함께 등장, 당대 역사의 지형도를 볼 수 있는 묘미도 제공한다. ●김수영 등 한국작가에게도 큰 영향 네루다는 한국문학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를 처음 만난 한국작가는 동갑내기 월북작가인 상허 이태준. 상허는 네루다를 “칠레 광산노동자들 속에서 시를 쓰며 세계평화를 위해 싸워온 시인”으로 소개했다. 김수영은 ‘창작과 비평’에 네루다의 시 9편을 번역, 싣기도 했다. 김수영의 대담한 전위주의, 시인의 양심과 타락한 현실의 충돌에서 오는 자의식과 비애는 네루다와 닮았다. 1971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에 더욱 활발하게 소개된 네루다는 시인 김남주, 정현종 등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정현종은 네루다의 시를 번역하면서 “역자 자신이 쓴 것처럼 으스대고 싶기도 하다.”는 말로 네루다의 작품세계를 높이 샀다. ●다채로운 연예편력 문학적으로 일관된 성공과 호평을 거둔 것과는 달리, 네루다의 사생활은 모순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열성적인 스탈린주의자였지만 정치적 신념에 구애받지 않고 스탈린의 적수들과 보수파, 독실한 기독교 신자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그만큼 인간관계로 자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두 여성에게 동시에 구혼했다가 모두에게 거절당했던 청년기, 아내와 연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그들과 잇달아 결혼했던 장년기, 세 번째 부인의 조카딸과 사랑에 빠졌던 노년기 등 다채로운 연애편력도 소개된다. 말년까지 여성의 틈바구니에서 사랑의 감정을 시에 담아냈던 그는 “내가 쓴 시를 합하면 7000여쪽쯤 될 것이다. 그런데 정치를 주제로 쓴 것은 4쪽도 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사랑을 더 자주 노래한다.”고 했다. 열정적인 지성인 네루다의 삶을 오롯이 들여다볼 수 있는 책.2만 5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복지·문화분야 집중투자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은 복지·문화 등 민생 분야 사업에 집중된다. 대중교통 체계 개편, 서울숲 조성, 청계천 복원 사업 등 주요 사업이 마무리된 만큼 신규 투자를 최대한 억제했다는 설명이다.●장애인 콜택시 확충 시는 경제난 탓에 일시적으로 생계 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위해 올해 1800억원을 사용했다. 내년에는 652억원을 배정했다. 운행대수 부족으로 장애인들의 불만을 사온 장애인 콜택시를 100대에서 120대로 늘리고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도 165대에서 365대로 늘린다. 내년 1월 중랑구 신내동에 서울의료원을 신축 이전하는 공사에 착공하는 등 587억 1300만원을 들여 3777개인 직영·위탁 시립병원 병상 수를 내년에 3997개까지 확충한다. 차상위 계층 보육료 지원 비율을 80%에서 100%로 확대하고 민간보육시설 330곳의 환경개선 사업비를 지원한다. 또 방과 후 교실 30곳과 장애아 통합보육시설 25곳을 추가 설치하는 등 보육지원 사업에 2148억원이 투입된다.●대학로에 연극센터 건립 유·소년 축구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내년 6월까지 잠실보조경기장과 목동주경기장에 인조잔디구장을 조성하기로 하고 28억원을 배정했다. 서울의 전략산업 중 하나인 NIT(나노기술+정보기술) 연구·개발단지를 노원구 공릉동에 짓는 데 1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산·학·연 협력 지원을 통해 서울의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는 데 914억원을 쓰기로 했다. 베트남 하노이 시의 ‘홍강 종합 개발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등 서울시의 자매·우호도시와 개발도상국 도시를 지원할 수 있는 200억원 규모의 ‘국제협력기금’을 조성키로 하고 1차로 내년에 100억원을 배정했다. 한강 노들섬의 오페라하우스 등 예술센터를 짓기 위해 5000억원 규모의 건립·운영 기금을 조성키로 하고,1차로 내년에 1000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또 내년 7월 대학로에 공연정보안내센터, 소극장, 창작스튜디오 등이 들어선 ‘서울종합 연극센터’를 만든다.7억여원을 들여 혜화동 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할 예정이다.●편리·쾌적한 도시 환경 조성 2008년 7월까지 관악구 신림7동∼신림4동 구간 난곡 지역에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 형태쯤 되는 신교통 수단 GRT를 건설하는데 200억원을 쓰기로 했다. 1129억원을 들여 경유차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달거나 이를 LPG 차량 등으로 개조해 서울의 대기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내년에도 100억원을 들여 26개 역에 지하철 안전사고의 효율적인 대책으로 지적돼온 지하철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등 스크린도어 설치 사업을 계속 벌여나가기로 했다. 도심 교통량 감소를 위해 2년째 시행해온 승용차 자율요일제의 정착을 위해 9억원을 들여 시내 주요도로에 무선인식(RFID)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고, 동작·신반포로, 양화·신촌로, 송파대로 등에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확대 설치하는 데 248억원을 쓰기로 했다. 2008년 말로 개통이 1년 연기된 지하철 9호선 건설(5582억원), 군부대로 단절된 서초역∼내방역 구간 터널 개설(120억원), 강변북로 일부 구간의 확장과 구조개선(500억원), 동부지역 간선도로망 구축(435억원) 등의 사업도 계속 추진된다.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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