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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UR STORY] 방학 걷이 도서관 나들이

    [OUR STORY] 방학 걷이 도서관 나들이

    방학 때면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헤맨다. 초등학생들의 긴 겨울방학도 2주가 채 남지 않은 요즘, 남은 방학기간을 더욱 알차게 보내기 위해 어린이 도서관을 찾아보면 어떨까. 도서관 하면 당연히 책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도서관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니다. 독서 외에도 도서관별로 다양한 특별프로그램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시립 어린이도서관이 유일했지만, 이젠 동네마다 어린이도서관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규모는 작아도, 동네 가까이에서 독서와 학습공간, 그리고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엄숙한 대형도서관과는 달리, 이웃집 사랑방 같은 ‘작은 도서관’들을 소개한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도서관’은 아이들의 작은 도서관이며 놀이터이자, 엄마들의 이야기방인 곳. 엄마와 함께하는 겨울방학 도서관 여행의 출발지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아이들과 문화가 있는 곳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도서관(www.littlelibro.org)’의 모든 프로그램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이야기방’. 책읽기를 위한 기본 능력인 ‘리터러시(literacy)’, 즉 읽고 쓰고 듣고 이해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한 학습과정 중 아이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참새방앗간과 같은 곳이에요. 요즘 같은 방학 때는 거의 매일 이곳을 찾아요. 집에서 읽어주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어요. 읽을 것도 많고 읽는 양도 많아요. 읽기, 쓰기 등의 진도도 빠르고요.” 주부 장호정(39)씨가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다. 장씨는 또 “초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해요. 집에서 해주기 힘든 놀이들도 할 수 있고요. 도서관뿐 아니라 놀이터도 되는 셈이죠.”라며 자랑이 대단하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왜 아이에게 좋을까. 김소희(40) 관장은 “일생동안 책에 대한 기억이 글자나 스토리가 아닌 운율로 남게 됩니다. 또 책을 엄마처럼 따뜻하게 느끼기도 하는 등 정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죠. 이런 분위기에서 성장하며 자연스레 말하고 쓰는 학습을 하게 되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6∼7세만 되면 애들 스스로 읽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나이에도 엄마가 읽어주는 것이 좋아요.”라고 당부했다. 아이들의 독서량을 늘리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은 ‘책읽는 통장’. 읽은 책의 내용 중 재미 있었던 부분을 일기처럼 기록할 수 있게 했다. 이곳에 올 때마다 ‘알-올챙이-뒷다리-앞다리-개구리’ 순서로 도장을 찍어주기도 한다. 개구리 5마리를 모으면 도서교환권을 선물로 준다.(02)2297-5935 # 크고 작은 공동체를 경험하는 자리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다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이웃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어린이도서관에는 늘 엄마들이 있다. 도서관이 이웃이 되고, 친근해질수록 엄마들은 자꾸 서로를 ‘도와주려’ 한다. 자체 모임도 늘어난다. 그런 엄마들이 마련한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뚱딴지’. “우리 고유의 전통인 ‘품앗이’로 하는 일종의 ‘방과 후 교실’입니다.‘놀토’가 생기면서 엄마 혼자 토요일마다 아이와 이벤트를 벌이는 것이 쉽지 않죠. 방학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엄마들이 아이들의 현장학습을 함께 하기로 한 거죠.” 장호정씨의 설명이다. 엄마들이 번갈아가며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길라잡이가 되어주겠다는 것. 처음엔 엄마와 아이들만의 일이었지만, 요즘엔 아빠들의 참석률도 높아졌다. # 아이와 함께 엄마도 성장한다 엄마들간 소모임이 자연스레 활성화되기도 한다.‘크레파스’는 이 도서관에서 가장 오래된 엄마들 모임. 셋맘(아이 셋 둔 엄마)이 많은 이 모임 회원들이 ‘영상 그림책’을 만들기로 했다. 엄마와 아이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책을 고른 다음, 대본으로 각색해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것. ‘크레파스’회원 엄마들은 아이들이 도서관을 ‘전쟁터’처럼 만들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책들 중에서 특별한 두 권을 고르고, 내용을 각색했다. 배역도 나누었다. 스튜디오 가는 날. 엄마들은 머리에 헤드폰을 쓴 채 녹음실에 들어가,‘성우’가 됐다.‘감독’을 맡은 엄마들은 화면을 재구성해 동영상으로 만들고, 배경음악도 넣었다. 드디어 ‘크레파스’회원들이 만든 영상그림책이 도서관과 지역 이웃들이 어울리는 문화행사 ‘나랑 같이 놀자’에서 상영됐다. 한 컷 한 컷 바뀌는 장면들 속에 난장판 같았던 도서관의 모습들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회원 중 한 명인 정수정(38)씨는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산만하고 버거운 시간 속에서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 회원 모두가 콧날이 시큰해지는 것 같았어요.” ‘크레파스’ 엄마들이 만든 작품이 벌써 7편.‘손 큰 할머니 만두 만들기’,‘여우누이’ 등 해를 더할수록 작품은 정교해졌다. 김 관장의 말이다.“엄마에게도 꿈이 필요합니다. 주저앉은 엄마들에게 아이를 통해 만난 그림책이 새 날개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김소희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도서관’ 관장 “도서관은 단순한 하루의 이벤트가 아닌 생활 속의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도서관은 학교와 집을 오가는 사이의 ‘길거리’에 있어야겠죠. 스스로 찾아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린이 도서관은 ‘작고 낮게, 그리고 느리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도서관’ 김소희(40) 관장의 ‘작은 도서관 ’론이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의 부인.10년 정도 기자생활을 하는 등 직장생활을 하다, 돌연 동화책을 만들겠다며 2001년 4월 성동구 행당동에 어린이 도서관을 설립했다. “아이들은 작습니다. 그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의 규모는 작아도 좋겠습니다. 대신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 혼자 힘으로도 찾아갈 수 있는 거리, 엄마에게도 큰 맘 먹고 하루를 고스란히 바치는 이벤트가 되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 있어야 합니다. 시내나 외곽 등의 특정한 곳에 커다란 도서관을 짓는다면, 아이들은 혼자 힘으로 찾아가지 못하겠지요. 또 애들을 안거나 업어야 하는 엄마들에겐 움직이는 것 자체가 전쟁입니다. 그런 엄마나 아이들에게 도서관 가는 것은 ‘생활’이 아닌 ‘일’일 겁니다.” 그가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선택한 곳은 성동구 행당동의 주택가. 한때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던 곳이다. 요즘은 재개발이다 뭐다 해서 외형적으로는 제법 화려해졌지만, 문화적으로는 여전히 부실하다. “19세기의 도서관은 개인교습을 받을 수 없거나, 개인서재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학교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학교와 마찬가지로 지위상승을 위해 이용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약한 사람에게 더욱 문턱이 높다는 것도 비슷하고요. 가난할수록 현실에 밀접해지고 도서관과는 멀어지게 되죠. 따라서 아이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채,‘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반드시 규모가 클 필요도 없고요.” ■ 서울지역 여기가 좋아요 ●은평구 대조동 꿈나무 도서실 파출소로 사용됐던 주택가 2층짜리 빈 건물을 개조해 문을 열었다.1층은 주로 유아를 위한 공간,2층은 초등학생들에게 맞는 공간으로 꾸몄다. 책 수집, 정리 등 도서실 운영을 주민들이 직접 담당하고 있다. 방학 때는 책읽기 프로그램과 책읽어주는 엄마 프로그램을 진행해, 아이들이 보다 알찬 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놀토’에는 영화상영을 하기도 한다. 지하철 6호선 구산역 2번출구에서 대조초등학교 방향 도보 10분. 오전 9시∼오후 7시. 토·일요일과 공휴일 휴관.(02)382-3959. ●노원 어린이도서관(www.nowonilib.seoul.kr) 노원구청이 설립하고, 서울여자대학교가 위탁 운영하는 21세기 디지털 어린이 전용 도서관. 지하 1층은 DVD,E-Book 열람 등을 할 수 있는 디지털자료실,1층은 유아열람실과 전시실,2층은 아동 도서실로 꾸며졌다. 지하철 4호선 상계역 4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오전 9시∼오후 6시(주말엔 5시). 매주 화요일 정기휴관.(02)933-7145. ●서초 어린이도서관(www.seocholib.co.kr) 영·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찾기 좋은 곳.2만 3000여권의 장서 대부분 아이들이 물거나 빨아도 별 탈이 없는 것들이다. 책을 읽다 잠든 아이들을 위해 수면실도 마련해 놓았다. 외국인 선교사가 영어동화를 들려주는 ‘영어동화 스토리텔링’은 월 1만원, 동화 그림 그리기, 독후감 쓰기 등 ‘어린이 독서교실’은 월 2만원의 수강료를 받는다. 매달 초 수강신청을 받는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3번 출구에서 우성1차 아파트 방향 도보 10분. 오전 10시∼오후 6시(일요일은 오후 4시). 매주 월요일, 공휴일은 휴관.(02)3471-1337. ●이진아 기념 도서관(www.sdmljalib.or.kr) 취학 전 유아 대상 프로그램이 돋보이는 곳. 여성의류업체 ‘현진어패럴’의 이상철 대표가 지난 2003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딸 이진아씨를 기리기 위해 서울시에 50억원을 기부해 지어졌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 유아부터 입학 전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모자열람실´과 영어동화 읽기와 어린이 논술 등 문화강좌가 진행되는 ‘문화창작실’ 등이 갖춰져 있다. 무료 영화도 상영된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에서 영천사 방향 도보 10분. 오전 9시∼오후 6시(주말엔 오후 5시). 월요일은 휴관.(02)360-8600. ●서울시립 어린이도서관(www.childrenlib.or.kr) 2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 최대 어린이 도서관.20여만권의 책과 1만 4000여점의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분야별·수준별로 책들을 구분해 놓은 본관과 ‘문화교실’,‘이야기실’ 등이 마련된 별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우미 선생님이 좋은 책과 독서방법을 추천해주는 ‘독서상담실’, 가족영화 무료 상영회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해 놓았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에서 사직공원 방향 도보 10분. 오전 9시∼오후 6시(주말엔 오후 5시). 매달 첫째·셋째 월요일은 휴관.(02)722-1379. ●구로 꿈나무도서관 3만여권의 책과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갖춘 복합 도서관. 일반 ‘도서관’기능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3500여점의 장난감을 무료로 빌려주는 ‘꿈나무 장난감 나라’다. 연회비 1만원만 내면 서울시민 누구나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마음껏 빌릴 수 있다.1주일에 한 점씩만 가능하다.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6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오전 9시∼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 주말엔 오후 5시까지만 연다. 화요일은 휴관.(02)860-2383. ●가양 인표 어린이도서관(www.inpyolib.or.kr) 개인별 독서지도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이 프로그램에 등록한 어린이들은 책을 읽은 다음, 사서와 함께 줄거리나 느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도서관은 이 내용을 개인별 독서카드에 기재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취학 전 어린이들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로 구성되는 독서동아리도 있다. 지하철 2호선 당산역 1번 출구에서 125번 버스 타고 가양7단지 하차. 오전 9시∼오후 6시. 일요일은 휴관.(02)2668-9814. ■ 경기지역 이곳으로 오세요 # 인천 맑은샘 어린이도서관(www.childlib.pe.kr) 1층은 책을 읽는 공간, 지하 1층과 2층은 문화체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도자기 교실’,‘동시 따먹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는 지하 1층과 2층이 사실상 이 도서관의 중심이다. 지하철 1호선 백운북부역 출구에서 567번 버스 타고 영아다방 사거리 하차. 오전 11시∼오후 5시. 일요일 휴관.(032)507-1933. # 일산 웃는 책 도서관(www.gigglingbook.net) 그림책 마주이야기(7세 이하), 그림책 창작여행(1·2학년), 동화 깊이 읽기(3·4학년), 꼬마작가(5·6학년) 등 연령별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각각의 과정이 끝난 다음, 개인 문집도 발간한다. 지하철 3호선 대화역 장성중학교 방향 출구에서 성저공원 방향 도보 20분. 정오∼오후 7시.‘놀토’에는 오전 10시∼오후 6시. 토·일요일 휴관.(031)914-9279. # 부천 동화기차 어린이도서관(children.bcf.or.kr) 기차 모양의 서가로 유명한 곳. 기차 안에서 아이들끼리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엄마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줄 수도 있다. 보라색 망토를 걸친 마녀와 아이들이 함께 독후활동을 하는 ‘마녀가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는 매주 화요일 오후 열린다. 지하철 1호선 송내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5분.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032)320-6366. # 광명 청개구리도서실(www.froglib.or.kr)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 열리는 ‘책 읽어주는 도서실’이 눈에 띄는 프로그램. ‘독서 릴레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프로그램은 광명시 명사들이 참석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하철 7호선 철산역 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오전 10시∼오후 6시(주말엔 오후 5시). 월요일 휴관.(02)2619-6148. # 부천 도란도란 어린이도서관(www.gogang.or.kr) 부천시립도서관의 분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요일별, 학년별로 진행되는 독서활동 모임이 자랑. 방학동안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아이를 골라 상을 주는 ‘독서왕 선발대회’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지하철 1호선 부천북부역 출구에서 8번 버스 타고 새보미아파트 하차. 오전 9시∼오후 6시(토요일은 오후 1시). 일요일 휴관.(032)677-9090. # 인천 청개구리 어린이도서관(frogkid.org) 가족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들이 마련되기도 한다. 지하철 1호선 백운역 3번 출구에서 553번 마을버스를 타고 유진슈퍼 앞 하차. 오전 10시∼오후 4시(일요일 오후 2시). 월요일 휴관.(032)521-2040. # 도토리 미디어 사랑방(dotori.co.tv) 일산의 ‘웃는 책 어린이도서관‘ 지하에 있는 미디어 전문 도서관.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 대상의 ‘웹 배낭여행’, 고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이미지 요리사’ 등의 프로그램이 열린다. 엄마들을 위해 ‘우리 동네 뉴스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해 놓았다. 정오∼7시(토요일은 5시). 일요일 휴관.(031)914-1394. # 수원시 어린이도서관 3인방 슬기샘·바른샘·지혜샘 각각 지상 3층 규모의 도서관 내부에 저마다 특화 분야로 내세우고 있는 천문우주, 멀티미디어, 환경에너지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최첨단 체험관이 마련돼 있다. 모두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슬기샘(skid.suwonlib.go.kr) 지하철 1호선 화서역 1번 출구에서 92번 버스 경기도체육회관 하차.(031)228-4794. 바른샘(jkid.suwonlib.go.kr) 지하철 1호선 수원역에서 7번 버스 수원순복음교회 하차.(031)228-4764. 지혜샘(bkid.suwonlib.go.kr) 지하철 1호선 수원역에서 2-1번 버스 산남중학교 하차.(031)228-4764.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전시회·관광도 있어요 # 와!사이언스 과학마을체험전 과학의 원리를 실험을 통해 익히는 체험형 전시회.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 빛소리마을 등 5개관으로 구성된 전시실에서 실험과 놀이를 통해 과학의 원리를 익힌 다음, 콘서트 장으로 이동해 로켓 발사, 수면 위의 불꽃쇼 등 과학쇼를 감상하며 종합적인 과학학습을 할 수 있는 학습형 전시회다. 다음달 20일까지. 어린이 1만 5000원, 어른 1만 2000원.(02)784-6652. # 만지고 쌓고 배우는 올록블록 놀이터 ‘블록의 모든 것’이라 할 만한 전시회.2500만여개의 블록이 만들어 내는 환상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끼워서 만드는 블록은 물론, 물로 붙이고 자석으로 연결하는 블록 등 모든 종류의 블록들을 모았다.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블록 놀이터’.10종류의 다양한 블록들로 관람객들이 직접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오후 1∼4시에는 ‘레고 높이쌓기’ 등 ‘블록놀이터 올림픽’ 행사도 열린다. ‘블록으로 만든 성(城)’,‘레고기차마을’ 등 볼거리도 많다.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다음달 25일까지 열린다.(02)780-7856. # 서울 4대문안 도보관광 서울시는 학생들이 뜻깊은 방학기간을 보낼 수 있도록 ‘겨울방학맞이 가족·친구와 함께하는 4대문안 도보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궁궐, 문화재 등을 전문 해설가의 설명과 함께 돌아볼 수 있다. 관광 희망일 3일전까지 ‘dobo.visitseoul.net’에 신청하면 된다. 오전 10시, 오후 2시 등 하루 2회. 궁궐 등 입장료만 본인부담.(02)2171-5452.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직장인에 미술감상법 가르쳐 드릴게요”

    “동북아의 허브 미술관으로서 서울시민이 언제든지 찾아와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고, 외국인 관광객은 반드시 들르는 서울의 얼굴로 바꿔 나가겠습니다.” 지난 12일 서울시립미술관 수장으로 취임한 유희영(사진ㆍ67) 관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민 속으로 파고드는 미술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해에 서울시민의 10%에 가까운 95만명이 찾지만 전시공간만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는 반성에서 ‘찾아가는 미술교실’도 연다.40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 기업이나 단체가 신청하면, 학예직원이 장비를 갖추고 찾아가 국내외 유명 미술품을 소개하면서 감상법을 알려줄 예정이다. 직장인과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 자녀 등 미술교육 대상도 다양하게 잡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개관 19년째이지만 소장품은 고작 2002점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기증받은 작품이 36%에 달한다. 자체 기획전시는 별로 없고, 외부에서 기획한 대형 블록버스터 전시를 위해 미술관 공간만 빌려준다는 비난도 있다. 이에 대해 유 관장은 “해외 유명 미술관이 한라산이라면 우리는 동네 뒷동산 정도 수준”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중국·일본·러시아 등의 주요 미술관과 협력하여 아시아 미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아시아 국·공립 미술관끼리 소장품 교류전 등을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도 이미 6∼9월 클로드 모네전,12월부터 반 고흐에서 렘브란트를 보여주는 전시 등 블록버스터 대관전이 잡혀 있다.또한 ‘한국화에 대한 오마주’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전시회’ 등 한국작가 소개전과 ‘시티네트 아시아 2007:서울, 뉴델리, 두바이, 싱가포르’ 등 아시아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도 예정돼 있다. 내년부터는 유 관장이 직접 전시계획 수립을 지휘하게 된다. 유 관장은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색면 추상화를 고집한 추상화가로서 이화여대 등에서 42년간 교직생활을 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매방 춤사위’ 5년만에 만난다

    ‘한국춤의 명인’ 우봉 이매방 선생의 팔순을 기념해 우봉의 제자들이 스승에게 헌정하는 뜻깊은 무대가 마련된다.25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무선(舞仙)·님께 드리는 헌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한국춤 공연.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춤 보유자인 이매방 선생의 춤 인생과 열정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이다.특히 우봉 선생의 제자들의 모임인 ‘우봉 이매방 춤보존회’(회장 임이조)가 위암 선고를 받아 투병생활중 최근 건강을 회복한 스승의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공을 들여 일군 공연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전남 목포 태생인 우봉은 7살 때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해 72년간 전통춤에만 매달려 외길 인생을 살아온 명인. 고교 재학시절 이대조 선생에게 승무, 이창조 선생에게 검무를 각각 사사했고 초등학교 시절 5년간 중국에 살면서 중국의 전설적인 무용가 매난방에게서 칼춤과 등불춤을 익히기도 했다.당시 기생, 혹은 광대라는 사회적 천대와 멸시에도 굽히지 않고 꼿꼿하게 춤으로 일가를 이뤄 비단 춤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는 춤꾼이다. 그래서인지 고고하고 단아한 그의 정중동의 춤사위는 인간의 희열과 인욕(忍辱)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무대에서는 우봉 이매방 춤보존회 회장 임이조, 우봉 이매방 춤전수관장 최창덕, 전수교육조교 김명자·김정녀·김묘선·이수자 오미자·박소림·김덕숙·오은명·황순임·김효분을 비롯해 20여명이 2시간 동안 10개의 레퍼토리를 펼치게 된다.무형문화재 승무, 살풀이춤은 물론 장검무, 기원무, 무당춤, 입춤, 승천무, 대감놀이, 사풍정감(士風情感), 보렴승무, 삼북오북 등 우봉이 창작한 춤이 망라됐다. 승무는 장관을 이루는 북가락과 빼어난 발디딤새며 장삼놀음으로 해서 우리 민속춤의 정수로 꼽히는 레퍼토리. 그런가 하면 살풀이춤은 신비함과 비장미를 함께 갖춘 춤사위로 단아한 멋과 정한을 풀어내 ‘이매방 춤의 대명사’로 불린다.이밖에 우봉이 경기무속 장단에 맞춰 새롭게 안무한 기원무, 호남 기방예술의 정통을 이어 애잔하면서도 요염한 입춤, 진도지방 상여 소리와 씻김굿에 무녀 춤사위의 볼거리들을 담은 승천무, 선비의 내면세계를 춤사위로 표출시킨 남성적 기품의 사풍정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춤들이다. 중국 경극배우 매란방에게서 배운 검무의 칼사위와 우리 전통 검무를 혼합해 1950년대 안무한 장검무도 들어있다.이 가운데 우봉이 직접 무대에 올라 승무(18분)와 입춤(15분) 등 두 작품을 출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당초 10개의 작품을 모두 제자들이 출 예정이었으나 우봉이 직접 독무를 추겠다는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지난 2002년 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선 뒤 암 선고를 받아 투병하다 5년만에 국내 무대에서 춤사위를 보여주는 셈이다.이매방 전통춤보존회측은 “우봉 선생이 건강을 우려한 제자들의 만류에도 자택 2층 연습실에서 틈틈이 연습을 하면서 무대의상도 꼼꼼히 챙기는 등 큰 열정을 쏟고 있어 제자들이 더욱 공연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고 귀띔했다.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TV · 스크린 별들, 연극이라는 ‘고향’에 다시 돌아오다

    #고두심 7년만에 ‘친정엄마’로 무대에 TV나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던 스타들이 속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로 한국의 전형적인 어머니상을 보여준 고두심은 오는 4월 연극 ‘친정엄마’로 7년만에 무대에 선다. ‘친정엄마’는 작가 고혜정씨의 수필이 원작이다. 지방에서 자라 서울로 유학와서 친정엄마와 떨어져 지내게 된 딸이 아웅다웅하면서도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는 관계를 담은 베스트셀러 실화를 감동적으로 읽은 고두심이 적극적으로 출연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고두심의 연극 ‘친정엄마’는 4월12일∼5월6일 대학로 예술마당1관에서 막을 올린다. 딸 역할은 최근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한 장영남이, 연출은 구태환씨가 맡았다. 어머니와 딸 역의 더블캐스팅과 조연이 확정되는 대로 곧 연습에 들어가게 된다. #조재현 ‘경숙이, 경숙아버지’로 3년만에 복귀 25일 동숭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2004년 ‘에쿠우스’ 이후 조재현의 3년만의 연극 복귀작이다. 석달 출연료가 500만원이라고 스스로 밝혀 화제가 됐다.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지난해 7월 게릴라극장에서의 초연 이후 올해의 예술상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쓴 작품이다. 한국전쟁 이후 고달팠던 우리네 일상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 조재현뿐 아니라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성형외과 의사역으로 인상깊은 연기를 펼친 이한위도 같은 연극에 조연으로 출연한다. 조재현은 연극 출연 이유에 대해 “연극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고, 연극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연극에는 TV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 펄펄 살아 있는 생동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 유준상도 3년만에 뮤지컬 ‘천사의 발톱’서 1인 2역 유준상은 ‘투맨’이후 3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23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개막하는 창작뮤지컬 ‘천사의 발톱’의 쌍둥이 형제역을 맡아 1인2역을 해낸다.‘천사의 발톱’은 악마가 되지 않기 위해 고통을 참으며 발톱을 뽑는 천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유준상은 그동안 보여준 부드러운 남성상과 달리 숨겨진 악마성을 표출하는 거칠고 강한 이미지를 그려낼 예정이다.SES이후 연기자로 활동중인 유진은 영화 원작 ‘댄서의 순정’으로 첫 뮤지컬 무대에 도전한다. 다음주 연습에 들어가 3월29일부터 백암아트홀에서 석달여간 공연할 계획이다. 스타들의 경우 이들의 출연료는 그 자체가 곧 마케팅 비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작품의 질이 아닌 스타의 화제성으로 흥행을 담보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일단 배우들의 의지가 없다면 특히 연극의 경우 출연은 성사되기 어렵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연극을 ‘고향’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드라마 출연료의 수십분의 일을 받으면서도 무대에 선다는 게 연극 제작자들의 말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Seoul in] 금천구 창작놀이 교육극 ‘손 씻을래요’

    금천구(구청장 한인수) 오는 30일과 31일 금천구민문화체육센터 소극장에서 어린이 창작놀이 교육극 ‘손 씻을래요 2탄-미안해 친구야’를 공연한다. 연극 ‘손 씻을래요’는 극단 ‘십년후’의 연출가 송용일씨가 만든 창작극으로 어린이들이 나쁜 세균의 공격을 올바른 손씻기를 통해 막아낸다는 내용이다.1일 2회(오후 2시,4시) 공연한다. 구는 구청 홈페이지(www.geuncheon.go.kr)를 통해 23∼26일 인터넷 접수를 한다. 문화체육과 890-2410.
  • “문인 복지수준 향상에 힘쓸 것”

    “문학인들이 더욱 넉넉한 환경에서 창작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24대 한국문인협회(이하 문협)이사장으로 선출된 시인 김년균(金年均·65)씨는 21일 “임기 동안 문인들의 복지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현재 문학인들의 생활수준은 제대로 된 창작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며 “특히 평생 작품활동을 해온 원로문인들에 대해서는 사회가 함께 나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인 ‘문인 복지사업’ 계획으로 ▲문인복지조합 설립 ▲문학관 건립 ▲문인묘지공원 조성 등을 제시했다. 김 이사장은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적 안정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정부와 기업 등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회 기관지인 ‘월간문학’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지금까지 월간문학에 기고하는 문인들의 원고에 대해 제대로 된 대가를 지급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문학성 높은 작품에 대해서는 충분한 원고료를 지급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문학이 위기라는 말이 있으나 그것은 문인들과 독자들이 함께 노력하며 타개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며 “앞으로 문협도 대중들과 함께 호흡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전날 실시된 선거에서 총투표수 5868표(무효 541표) 가운데 2794표를 얻어 회원 8600여명의 문협을 4년간 이끌게 됐다. 전북 김제 출신으로 구 서라벌예술대를 졸업하고 1972년 월간 ‘풀과 별’ 추천으로 등단해 월간 한국문학 편집장,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월간문학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다. 시집 ‘장마’(1974) ‘갈매기’(1977) ‘바다와 아이들’(1979) ‘사람’(1983) 등이 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세계 최대 도자벽화

    [거리 미술관 속으로] 세계 최대 도자벽화

    서울 청계천 도자(陶瓷)벽화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가 광교부터 삼일교까지 벽면을 병풍처럼 휘감고 있다. 청계천 반차도는 높이 2.4m, 길이 186m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자벽화이다. 벽에 붙은 도자타일(30×30㎝)만 4960장이다. 반차도는 고증한 작품인 동시에 창작품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200년을 넘나들며 작품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원본은 정조가 1795년 2월 아버지 사도세자의 환갑을 맞아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수원 화성과 현륭원(사도세자 무덤)을 다녀와서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에서 나왔다. 이 책에 단원 김홍도 등이 창덕궁에서 광통교를 지나 화성으로 가는 왕의 행차 모습을 흑백 목판화로 그렸다. 1994년 한영우 전 서울대 교수가 목판화에 채색을 입혔다. 세월 탓에 색이 바랜 채색 목판화와 뒷모습을 그린 두루마리 행렬도를 고증해 작품의 색깔을 하나하나 정했다. 가로 15m, 세로 18m의 반차도를 청계천 도자벽화로 확대 제작하면서 강석영 이화여대 교수가 채색의 명암을 결정했다. 그리고 이헌정 작가가 조선시대 백자를 재현해 타일 원판을 제작하고, 여기에 17가지 안료를 써서 인물 1779명과 말 779필을 그렸다. 도자를 빚어 굽고 채색하는 일은 모두 손으로 했다. 이로써 과거의 유물이 생명력을 지닌 현재의 미술작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작품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정조는 왕의 가마 정가교(正駕轎)를 타지 않았다. 효성이 지극한 터라 어머니 혜경궁 홍씨 앞에 갈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기 때문이다. 혜경궁 홍씨의 자궁가교(慈宮駕轎)에 이어 정조가 탔다는 좌마(座馬)가 보이지만 정조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일부러 그리지 않았다. 왕을 대충 작게 그릴 수 없었던 것이다. 반차도는 한 폭의 풍속화이기도 하다. 나인의 웃는 표정, 찡그린 표정조차 생생히 살아있다. 작품을 제작, 기증해 도자벽화에 이름을 새긴 조흥은행도 이제 역사가 됐다. 신한은행과 합병하면서 그 이름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영우 교수는 “왕조의 위엄, 질서와 더불어 낙천적이고 자유분방한 인물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면서 “정조 반차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독일 나치군이나 북한 인민군과 확연히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소극장 블루 5월 개관… 창작 뮤지컬 산실로”

    서울 충무아트홀이 개관 2주년을 맞아 새롭게 도약한다. 윤정국(49) 사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극장의 좌석수를 늘리고 소극장 블루를 오는 5월 개관한다.”고 밝혔다. 대극장 한개와 소극장 두개, 미술관 등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현재 809석인 대극장의 좌석은 1174석으로 늘어난다.1층 음향실을 축소하고,2층 객석 뒷부분에도 좌석을 추가로 배치하게 된다. 내년 2월 공사에 들어가 2008년 8월 완공할 예정이다. 현 320석 규모의 소극장 블랙에 이어 250석 규모의 소극장 블루도 개관한다. 국내 창작 뮤지컬의 산실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그는 “요즘 음악동호회가 늘고 있어 동호인들이 편하게 와서 공연할 수 있도록 옥상을 야외공간으로 꾸밀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사장의 목표는 충무아트홀을 뮤지컬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뿌리내리는 것이다. 올해도 총 13편의 뮤지컬이 공연된다. 오는 30일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올슉업’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만을 모은 작품. 아바의 노래만을 모은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가 공전의 히트를 친 만큼 ‘올슉업’ 역시 기대작이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아시아 4국 전통춤 비교감상 기회

    아시아 4국 전통춤 비교감상 기회

    아시아 각국의 춤 비교를 통해 한국 무용의 현주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창무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19∼29일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홍익대앞 포스트극장에서 여는 제14회 ‘창무국제예술제’. 한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4개국의 독특한 전통춤들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되살아나는지를 볼 수 있는 잔치로 관심을 모은다. ●일본 산카이 주쿠 ‘KAGEMI’ 일본 창작무용 ‘부토’를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산카이 주쿠의 첫 부토 방한무대.‘가게미(KAGEMI)’는 한국에선 처음 선보이는 작품으로, 고통과 부정의 신체들을 눈부시게 미학적인 광경으로 표현해낸다. 세밀한 연꽃무대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무대 전체를 뒤덮는 크고 하얀 조화들은 석가모니 부처 시대의 연꽃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모네의 그림에 등장하는 수련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프랑스 르몽드가 “최면과 각성 사이를 오가는 색다른 과정이 관객을 신비로운 춤의 심장부로 초대한다.”고 평한 작품이다. ●중국 베이징현대무용단 ‘서약-삼경(三更)에 내리는 비’ 동양철학의 근본인 ‘오행’을 소재로 시간의 미묘한 변화를 무대에 옮겨놓은 독특한 작품.‘오행’에 대한 안무가의 이해가 잘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루의 마지막 순간이자 새로운 날의 시작인 삼경을 모든 것의 시작과 끝 사이의 변화 시기란 점에 착안한 게 기발하다. 변화의 순간에서 일어나는 삶의 다섯 가지 재탄생을 흥미롭게 표현한다. ●창무회 ‘역’ ‘역’(정거장)이란 소재를 통해 지난 30년간 창무회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서 터득한 삶의 이치를 무대화한 작품. 최은희, 윤덕경, 한명옥, 강미리 같은 선배 무용가들과 김선미 예술감독을 비록한 현재 단원들의 공동안무로 탄생했다. 프롤로그, 불의 정거장, 바람의 정거장, 물의 정거장, 뭍의 정거장, 에필로그 등으로 구성돼 창무회의 역정에 더해 인생에서 배우게 되는 깨달음의 과정을 표현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아체 지방 여인들의 수난과 쓰나미를 연결한 인도네시아 사르도노 댄스시어터의 ‘쓰나미 속의 여인들’, 라벨의 음악에 한 생명의 탄생과 성장·죽음을 표현한 국수호 디딤무용단의 ‘볼레로’, 강강술래를 현대무용으로 표현한 황문숙 현대무용단의‘강강술래’, 박명숙 교수와 조성희 교수가 공동안무한 신작 ‘수간(樹間)’, 아지드 현대무용단의 ‘블랭킷 앤드 볼’등도 눈길을 끈다.1만 5000∼5만원.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6시.(02)704-6420.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위기의 한국소설

    ‘퇴원’(이청준),‘용꿈’(원종국),‘눈부처’(박소연),‘킬러리스트’(노희준),‘캐비닛’(김언수),‘호모엑세쿠탄스’(이문열),‘그곳에는 눈물이 모인다’(이상섭),‘유혹’(마광수),‘참말로 좋은 날’(성석제) 최근 한 달여 동안 출간된 ‘한국소설’ 목록이다. 그나마 절반 가까이는 중·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반면에 번역소설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루 2∼3권씩 꾸준히 서점가 소설 코너를 장식한다. 토지, 태백산맥, 혼불 등과 같은 예전의 양감 있는 대하소설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도 없다. 대신 그 자리를 감각적인 일본소설 등 번역소설이 빼앗았다. 소설가 박민규는 얼마전 한국문학 또는 한국소설의 위기에 대해 “×까라 마이싱이다.”라고 일축했다지만 “한국소설이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은 문학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도대체 한국소설의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일단 세상과 독자들의 취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데에는 모두 다 공감한다. 인터넷 등을 통해 지구촌의 감각적인 문화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무거운 주제와 서사에 천착했던 예전의 창작 방식으로는 독자들의 눈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애란, 박민규, 김종광, 박현욱 등의 실험성 강한 작품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학 교육의 규격화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최근에 등단하는 작가의 상당수가 단편 중심으로 교육을 받는 문예창작과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편으로는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전체성을 그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대상이 단편에 국한돼 있고, 수백종의 문예지들이 장편보다는 단편 생산을 독려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가인 김언수는 “일년 동안 오로지 작품(캐비닛)을 쓰는 데만 매달렸다.”면서 “친구가 매달 지원해준 50만원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문열, 황석영, 조정래 등 몇몇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장편 창작의 시간적·물적 토대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한국소설의 부활 가능성은 없는가? 일단은 젊은 작가들의 당찬 행보와 기성 작가들의 부단한 자기갱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문단에선 입을 모은다. 창작지원 시스템을 장편으로까지 확대, 작가들이 생계 문제로 고민하지 않고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장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서 “이들이 문단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상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제3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천사는 여기 머문다’(전경린)를 선정하면서 “통속적 소재도 작가의 능력에 따라 어떻게 소설적 미학을 구현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소설의 부활은 결국 작가들에게 달려 있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소설가 윤대녕은 최근 “나는 언제까지라도 ‘문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설의 위기는 작가들의 이런 의지와 독자들의 격려를 통해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공연+새앨범]

    ■ 월드뮤직 그레이티스트 히츠 소니BMG와 유니버설뮤직이 공동으로 제작한 월드뮤직 베스트 앨범. 한국인이 좋아하는 월드뮤직 100곡을 1,2집으로 나눠 총 6장의 CD에 담았다. 각 국의 음원 소유자에게 일일이 허가를 얻느라 제작기간만도 7개월이 걸렸다. 나나 무스쿠리의 ‘하얀 손수건’으로 시작하는 1집은 뉴에이지 그룹 시크릿 가든, 보사노바의 거장 스탄 게츠와 데이브 그루신, 팝의 요정 글로리아 에스테판과 호세 펠리치아노의 듀엣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장식하고 있다. 2집에서는 다양한 음악세계를 만날 수 있다.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 리사 오노 등 남미대륙의 아름다운 음악을 비롯해,‘고엽’의 이브 몽탕, 조르주 무스타키 등 유럽의 팝음악이 담겨 있다. 미술 ■ 롤링 페이퍼 11일∼2월28일 갤러리 잔다리. 종이를 주인공으로 김도명, 김연희 등 8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겨울방학 선물. 덕성여대 교육영상매체 대학원 연구팀과 국립한경대 에듀테인먼트 디자인 연구팀이 개발한 어린이 교육프로그램도 전시기간 동안 진행된다.(02)323-4155. ■ 벨트2007 16일까지 박영덕화랑. 한국판화진흥회가 뽑은 참신하고 경쟁력있는 판화작가 5명의 작품을 청담동 일대 화랑 4곳에서 동시에 만날 수 있다. 김동기와 임정은은 박영덕화랑, 김현주는 이목화랑, 이서미는 샘터화랑, 함창현은 갤러리SP에서 개인전을 갖는다.(02)521-9618. ■ 2007마리 돼지와 함께하는 꿈과 희망의 노래 31일까지 서울디자인웍스. 조각가 김서경, 김운성이 여는 부부조각전에 아들 김경보도 참여했다. 호랑이 꼬리가 달린 돼지, 사각형 몸을 가진 돼지 등 다양하고 특이한 돼지 형상을 만날 수 있다.(02)790-7402. 연극 ■ 벽속의 요정 19일∼2월18일 화·목·금 오후 8시, 수 오후 2시·8시, 토 오후 3시·7시30분, 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배우 김성녀가 1인30역을 소화해내는 신들린 듯한 명연기로 2005년 공연때 전회 기립박수란 대기록을 세웠다. 스페인 내전 당시 실화를 우리 상황에 맞게 각색했다. 부부가 연출과 연기를 맡은 우리 시대 명품 연극. 손진책 연출, 김성녀 출연.3만 5000원.(02)747-5161. ■ 신의 아그네스 9일∼2월7일 화·목·금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7시 정동극장. 이 시대 최고의 연극배우 박정자와 손숙이 15년 만에 다시 만났다.1983년 국내 초연 이후 매회 매진을 기록한 베스트셀러 작품. 갓 낳은 아기를 목졸라 죽인 수녀란 충격적 소재에 치밀한 심리묘사와 효과적 극작술로 매순간 관객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박정희 연출, 박정자 손숙 전예서 출연.3만∼5만원.(02)3272-2334. 뮤지컬 ■ 하루 2월4일까지 화∼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4시·7시30분, 일 오후 2시·6시 유니버셜 아트센터. 지하철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내와 연인이 단 하루만 살아돌아 온다면? 멜로를 소재로 한 초대형 창작 뮤지컬.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김장섭 연출, 오만석 엄기준 김소현 윤공주 방은희 등 출연.4만∼9만원.(02)764-7858. ■ 하드락 카페 2월11일까지 화∼금 오후 7시30분, 수 오후 3시30분·7시30분, 토 오후 3시30분·7시, 일 오후 3시30분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1988년 초연 이후 10년동안 공연된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 클럽 파라다이스와 하드록카페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도전, 욕망을 그려냈다. 이원종 연출, 웅산 강효성 송용진 최윤 등 출연.3만5000∼7만원.(02)3141-1345.
  • ‘갈라’ 볼까

    국립 공연단체들이 처음으로 한 무대에 올라 앙상블을 이룬다. 그런가 하면 세계 정상 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들이 같은 무대에서 기량을 겨룬다. 새해 벽두 녹록지 않은 갈라 무대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차례로 마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19∼20일 국립발레단·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이 꾸미는 ‘스페셜 갈라’와,25∼26일 세계무용센터 주최의 ‘세계발레스타페스티벌’. 저평가되기 일쑤인 갈라 공연과는 차별화된 볼거리로 무장한 채 관객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무대들이다.●스페셜 갈라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등 3개 단체가 사상 처음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공연.1962년 창단 이래 찬조출연 형식으로 각 단체들이 모이기는 했지만 한 기획 아래 뭉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갈라 공연인 만큼 한 무대에서 오페라와 발레, 합창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게 큰 장점.2부로 나뉘어 모두 7편 23곡의 작품을 에피소드식으로 풀어내는데 1부에서는 하나의 주제아래 다양한 작품을 연주하고,2부에서는 하나의 작품을 다양한 장르로 비교, 변주하는 게 특징이다. 이 가운데 1부에서는 젊은이들의 환희와 절망, 봄과 사랑을 담은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가 오페라와 발레, 합창의 형태로 새롭게 태어난다. 웅장한 서곡에 맞춘 발레 ‘스파르타쿠스’의 2인무와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의 ‘개선행진곡’을 색다른 분위기에서 감상할 수 있다.‘카르미나 부라나’중 가장 희극적이라는 ‘구워진 백조의 노래’와 함께 창작오페라 ‘천생연분’중 ‘초시 초시 줄초시’가 이어지며 베르디 최고의 순정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와 로맨틱 발레 ‘지젤’로 끝을 맺는다.2부에서 오페라와 발레로 맞붙는 ‘카르멘’도 눈여겨볼 대목. 정열적인 사랑 끝에 맞는 처절한 비극(비제의 오페라)과 쇤드린 편곡을 쓴 마츠 에크 안무의 발레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19일 오후7시30분,20일 오후4시.1588-7890.●세계발레스타 페스티벌 2000년부터 2년마다 열려와 올해로 4회째를 맞는 국내 최대의 발레 갈라무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스타들을 소개해 세계적인 무용수와 작품의 새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공연으로 평가받는다.이번 무대에선 ‘백조의 호수’‘해적’‘돈키호테’‘지젤’을 비롯한 클래식 레퍼토리에 더해 우크라이나의 민속무용 ‘고팍’같은 모던발레를 하이라이트 형식으로 보여준다.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이리나 드보로뱅코, 영국 로열발레단의 로베르타 마르케즈,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로흐 뮈레, 러시아 키로프발레단의 이고르 젤렌스키, 오스트리아 비엔나오페라발레단의 다닐 심킨이 눈에 띄며 키로프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출신 발레리나 유지연도 초청되었다.‘백조의 호수’ 2막중 백조 파드되와 ‘백조의 호수’ 3막 가운데 흑조 파드되, 그리고 코사크와 우크라이나인들이 폴란드의 압제자들에게 맞서는 내용을 담은 고팍이 관심 레퍼토리로 기대를 모은다.(02)751-9682.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공연계 비수기 1월 뮤지컬은 뜨끈뜨끈

    전통적으로 1월은 공연계 최대의 비수기란 말이 뮤지컬 앞에서만은 무색하게 됐다. 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는 8일 1월 첫주 뮤지컬 입장권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 전월 첫주에 비해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터파크의 최근 3년간 전달 대비 1월 뮤지컬 판매액 증감률을 보면 2005년은 63%,2006년은 23% 감소한 바 있다. 현재 예매가 진행 중인 뮤지컬은 110여편으로 2005년 1월 51편,2006년 78편에 비해 많은 숫자다. 연초부터 ‘맘마미아’‘미스 사이공’‘로미오 앤 줄리엣’‘토요일밤의 열기’ 등 대형공연이 줄을 이으면서 올해 뮤지컬 인기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6일 유니버셜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창작뮤지컬 ‘하루’도 오만석, 엄기준, 김선경 등 뮤지컬 스타의 파워로 이미 37%의 티켓이 판매됐다. 하지만 6,7일 3회 공연에서 엉성한 이야기 전개 및 조명과 음향 문제에다 제대로 보이지 않는 좌석 판매 등으로 뮤지컬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기획사인 엠뮤지컬 컴퍼니측은 “작품 초반이라 발생한 조명, 음향 문제는 보완하고 시야 장애석은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현대판 우륵’ 천익창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현대판 우륵’ 천익창씨

    아득히 깊은 전설의 밤, 말라 죽은 오동나무가 불쑥 일어나 명주실에 단단히 꼬여 ‘가얏고’로 변신한다. 기러기발에 의지하더니 중모리 자진모리 애끊는 장단을 뱉어낸다. 옆에서 자태 고운 여인네가 얇은 모시적삼 사이로 뽀얀 속살을 드러내며 버선발로 사뿐사뿐 춤을 춘다. 마음 또한 새벽녘 옹달샘처럼 청아해 열두줄의 심현(心絃)이 지나는 나그네의 발길을 칭칭 휘어 감는다. 문득 생각나는 대사가 있다.‘황진이’의 스승 백무가 읊조렸다.“단전에 네 슬픔을 두어라. 그리고 천천히 풀어내라. 억지로 잊으려 할 것 없다. 깊이 숨을 들이켜 단전에 두듯 네 사랑도 그저 거기에 두면 돼.”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종동의 16평 작은 아파트 안. 아버지와 아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가야금 앞에 앉았다. 아버지가 흥얼흥얼 장단을 넣자 열아홉살 아들은 열손가락으로 학의 날갯짓처럼 48현(25현+23현) 가야금줄을 날렵하게 넘나든다. 빠르고 늘어짐이 절묘해 청산을 휘젓는 바람 같았다. 팔과 다리, 어깨가 저절로 들썩인다. 아버지가 직접 창작한 ‘오솔길’이다. 이윽고 아버지가 입식 가야금 앞에 선다. 기존의 좌식 가야금과는 사뭇 다른 개량 가야금이다. 왼손으로 현을 타고 오른 손으로 활을 켠다. 영화 ‘타이타닉’의 배경음악이 나온다. 뱃머리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즐릿의 멋진 사랑 장면이 새삼 그려진다. 이어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뮤직’을 연주하더니 간드러진 ‘오돌똘기’‘새타령’으로 넘어간다. ●설 전날 아들과 함께 ‘뼈피리´ 등 연주회 이쯤해서 아들의 아버지와 마주 앉았다. 이른바 ‘현대판 우륵’으로 불리는 천익창(55)씨. 아들 새빛군과 1994년부터 매년 이맘 때면 어김없이 특별한 무대를 갖는다. 설날을 앞두고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량 국악기 연주회를 가져왔던 것. 올해에도 설날 전날인 2월17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특히 올해는 인류의 원초적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뼈피리’를 비롯, 그가 직접 복원한 신석기 현악기, 철기시대 현악기, 신라시대의 신라금 등 이른바 가야금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색무대까지 마련했다. 아울러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손가락으로 가야금을 연주하는 새빛군의 솜씨를 접할 수 있다. 천씨는 1973년부터 전통 가야금에 전자장치를 부착하면서 국악 개량화의 길을 걸어왔다.‘천익창 연구소’라고 부르는 그의 아파트에는 23현,25현 가야금을 비롯,1200년 전의 신라금(新羅琴), 신석기·철기 시대의 현악기,10현 아쟁 등 개량 국악기만 20여점이 전시돼 있다. 그가 ‘제2의 우륵’이라는 찬사를 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악계선 이단시… 박동진 명창에 욕먹어 하지만 전통 국악계에서는 ‘이단시’한다.1993년 KBS-TV ‘국악춘추’ 프로그램에 초청을 받았을 때 개량 가야금을 들고 나와 팝밴드와 협연을 가졌다. 그런데 녹화가 끝나자 명창 박동진 선생이 달려오더니 다짜고짜 천씨의 귀를 아프게 잡아당기며 “야, 씨부랄 놈아, 니가 왜 국악계 욕먹이고 지랄이야.”를 시작으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육두문자를 퍼부어댔다. 천씨는 지금도 그때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귀가 얼얼하다며 웃는다. 2002년 단국대 멀티미디어실에서 열린 ‘남북한 개량 국악기’ 세미나에 참석, 혼자서 개발해온 전자가야금,23현 가야금,10현 아쟁 등의 개량 국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선보여 토론의 불을 붙이기도 했다. “전통 국악계에서는 저를 여전히 인정하려 들지 않아요. 변종으로 여기지요. 어릴 때부터 저와 함께 개량 국악을 연주해온 아들놈이 창작무대에서는 수십 차례 상을 받았지만 정작 대학입학에는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요.” 아들은 최근 모 대학 국악과에 응시했다. 아들 새빛군은 1999년 ‘국악 한마당’에서 가야금 연주로 데뷔했으며 2003년 남북한 개량 국악기 비교 연주를 했던 ‘제1회 서울 가야금 경연대회’에서 아버지의 23현 가야금을 들고 나와 창작곡 ‘오솔길’로 대상을 수상했다. 천씨가 잠시 생각하더니 아들을 다시 불러 2005년에 복원한 신석기 시대 현악기를 연주하란다. 아들은 원시인 의상을 그럴듯하게 차려 입더니 6현의 줄을 튕긴다. 아버지는 “원시 음악은 악보없이 음정과 박자가 즉흥적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인다. 천씨는 “경주박물관에 가면 신석기인들이 악기를 가슴에 안고 연주했던 모습이 전시돼 있다.”면서 “여러 연구자료를 뒤진 끝에 당시의 악기를 복원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일부 역사서에 가야금이 당나라의 쟁을 보고 만든 것처럼 나오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일본 정창원(왕실 유물창고)에 가면 신라금이 보관돼 있는데 아직도 공개를 안 하고 있다.”면서 “조선시대 이전까지 가야금 연주는 남성 전용이었다.”고 덧붙인다. ●‘삼선보´ 등 음계 조율법도 창안 천씨는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안동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다. 중학때 음악시간에 접한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에 매료돼 음악 선생에게 몰래 교습을 받는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년간 영남대 음대 교수에게 작곡 레슨을 받고는 서울대 음대에 원서를 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차녀 근영씨도 같이 응시했다. 텃세에다 운이 따르지 않아서인지 낙방했다. 서울 시내를 무작정 쏘다니던 그는 종로2가 YMCA 옆에 있는 세기음악학원에 들어가 홧김에 피아노를 마구 쳐댔다. 때마침 거기에 와 있던 미8군 클럽매니저가 이를 보고 즉석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 이후 천씨는 미8군 클럽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전국 순회공연에 나선다. 몇 달 뒤에는 세운상가 극장식 레스토랑 ‘아마존’에서 20인조 악단의 전자오르간 연주자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는 한편 평소 관심 있었던 가야금과 아쟁을 배우기 시작했다. 결국 전자오르간과 가야금을 동시에 연주하게 되면서 천씨는 가야금의 현을 금속선으로 바꾸고 전자장치를 넣은 입식 가야금을 개발해내기에 이르렀다. 양악밴드에서 최초의 가야금 연주자가 된 셈이다. 이때가 1973년 8월 무렵. 이후 고음·명주·저음 등 3개의 창금(昌琴·천익창이 만든 가야금)을 개량발전시킨다. 고음창금의 경우 현이 금속이고 전통가야금의 밧줄 모양 부들을 제거하고 악기 뒤판 머리부분에 조율기를 장착, 음양증폭 장치를 내장했다. 연주방법 또한 튕겨서 내는 전통적 방법과 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음계의 조율법도 창안해 냈다.1980년 초 서양 오선악보와 한자악보인 정감보’의 장점을 살린 ‘삼선보’를 발표했다.3옥타브 36개의 기본음과 미분음을 표현하며, 활 연주시 바이올린 음력을 능가하도록 했다. 이같은 개량작업은 철저히 현장성과 국악사랑 일념에서 이루어졌다. “개량 가야금은 모차르트, 슈베르트, 슈만 모든 클래식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국악기를 복원하고 개량하는 일이 외로웠지요. 다소나마 국악계에 활력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3년 경북 예천 출생 ▲1972년 안동 경안고 졸업 ▲1973년 서울대 작곡과 응시 낙방후 미8군에서 음악활동, 전자오르간 및 가야금 연주.1987년까지 일반무대 협연 및 독주 300회 ▲1986년 천익창 3선보이론 발표 ▲1987년 KBS 송년 대음악회 KBS 팝스오케스트라와 협연(세종문화회관 대강당) ▲1989년 MBC-TV ‘음악이 있는곳에’ MBC 관현악단과 협연 ▲1994년 우리민속 한마당 초청연주 ‘제13회 천익창과 창금’(국립민속박물관) ▲1996년 충무공 탄신451주년. 광복 51주년 기념음악회(탑골공원) ▲2000년 국립중앙박물관 초청연주 ▲2002년 천익창, 천새빛 개량가야금 해설 겸한 연주회(국립민속박물관) ▲2004년 고대악기 신라금 복원 ▲2005년 신석기 한반도 현악기 복원 ▲2006년 철기시대 한반도 현악기 복원, 원시인류 뼈피리 복원 발표
  • [EBS플러스1]

    ●스페이스 공감(EBS 오후 10시) 깊고 그윽한데다 강렬함과 신선함까지 살아 있는 양면성을 함께 가진 가수, 한영애.1976년 ‘해바라기’의 일원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이래, 연극계에서 활동하다 1985년 솔로 데뷔 앨범 ‘한영애’를 발표했다. 자신만의 소리를 가지고 늘상 끊임없는 아이디어로 ‘현재 진행형 음악’을 추구하는 한영애를 만난다.   07:00 겨울방학특강 과학 종합08:40 고1 예비과정 국어 종합12:50 고1 예비과정 영어 종합17:00 고1 예비과정 수학 종합(월)18:10 고1 예비과정 수학 종합(화)19:00 고1 예비과정 수학 종합(수)20:00 고1 예비과정 수학 종합(목)21:00 고1 예비과정 수학 종합(금)   ●누나(MBC 오후 7시55분) 수아는 승주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겁을 한다. 민준기의 집 앞을 지키고 있던 수아는 영주에게 그 사실을 확인하고는 병원으로 와서 거듭 확인한다. 수아모는 승주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말을 수아에게서 전해 들었지만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못 믿겠다며 병원에 가 보겠다고 한다.   ●게임의 여왕(SBS 오후 9시55분) 주원과 데이트를 하러 나갔던 신전은 정 회장과 마주치게 되고, 한미숙과 주원은 어쩔 수 없이 신전이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려준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보는 신전은 강재호가 구속되는 사진도 보게 된다. 다음날 호텔 자신의 옛 집무실에서는 은설과 강재호가 다정히 찍은 사진을 보게 된다.   ●반올림#3(KBS2 오전 8시50분) 방학이 되자 해미는 성형외과를 찾아 상담을 받는다. 한꺼번에 눈과 턱, 애교점까지 해달라는 해미. 하지만 방학이라 빨리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한편 영어와의 전쟁을 시작한 윤, 시은, 이준, 아영. 윤은 아버지에 등떠밀려 영어캠프를 간다며 시은과 이준, 아영에게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한다.   ●진실(YTN 오후 11시) 우리가 애창하고 있는 수많은 노래의 작사자, 작곡자의 이름이 미상으로 돼 있거나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둔갑해 있는 사정을 들여다본다.70,80년대 민중가요 ‘전진하는 오월’,‘오월의 노래2’,‘이 산하에’의 원 작사자, 작곡자를 공개하고 `미상´으로 알려졌던 사연과 노래 창작의 배경을 찾아간다.
  • 잇단 표절·대필… 출판계 멍든다

    잇단 표절·대필… 출판계 멍든다

    연세대 마광수 국문과 교수가 제자의 시를 자신의 시집에 무단전재한 사실이 5일 밝혀지면서 우리 문화계의 표절, 무단전재, 위작, 대필 관행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지식인 사회의 ‘못난 자화상’을 이번 기회에 아예 공론화해 근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계 ‘베끼기 관행’ 성벽 지난해 4월 출간된 마 교수의 시집 ‘야하디 얄라숑’(해냄 펴냄)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말(言)에 대하여’가 홍익대 교수 시절 제자였던 김이원(43·여·당시 영어교육학과 3학년)씨가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작품은 당시 홍익대 교지에 실렸고, 김씨의 제보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시집에 실린 ‘바이올린’이라는 시도 마 교수에게 평가를 부탁했던 주부독자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전에는 미술평론가 한젬마씨의 베스트셀러가 사실상 대필작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대두됐다. 2004년 한 조사에서는 영미문학 작품의 번역·출판에서 남의 번역을 그대로 베끼거나 단어·표현만 바꾼 책들이 조사대상 서적의 54%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줬다. 미술계도 위작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돈’이 되는 유명작가 작품은 특히 위작이 범람한다. 고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경우 시중에 유통되는 작품 상당수가 위작 논란에 휘말려 검찰이 전부 감정을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유명 문학평론가 김모씨가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 “소설가 ○○○와 ○○○가 이탈리아 철학자와 일본 유명작가의 작품을 베꼈다.” “대형 뮤지컬 ○○○는 초연 연출가의 작품 복사판이다.”는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나 이필상 고려대 총장 사태에서 드러났듯, 학계에서도 ‘자가표절’이나 제자 논문의 사용 등이 오랜 관행이었다. ●문학작품 베끼기 왜? 마 교수는 “죽을 죄를 지었다.”면서도 “일방적 폭로전에 심한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냥 묻히기에 너무 아까운 시여서 구절을 바꿔 시집에 실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인줄 알면서도 버젓이 자기 이름을 단 시집에 냈다는 얘기다. 결국 마 교수는 ‘의도적’으로 무단전재했다는 것이다. 일부 기성시인들의 경우,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표절 등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설가들도 좋은 문장이나 기사, 서적 등을 스크랩해 두고 있다가 창작에 활용하는데, 자신의 언어로 썼다고 한 것이 나중에 되돌아 보면 원래의 스크랩과 비슷해 깜짝 놀란다고 한다.2000년대 젊은 시인들의 경향인 ‘환상시’의 경우, 일본만화나 일본소설의 이미지를 재현했다는 비판이 많지만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다. ●‘표절=범죄’ 사회적 합의 시급 표절 등 문화계 비리의 가장 큰 문제는 뚜렷한 근절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인터넷을 통해 숙제와 논문을 베끼는 등 사회적으로 표절 등에 대해 관대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실제 일부 네티즌들의 경우,“마 교수가 전재한 작품은 수준도 떨어지는데 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냐.”고 반응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인 이숭원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는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원본을 확정할 수 없는 시대라서 자기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표절이 일어나게 된다.”면서 “재연되지 않게 하려면 표절은 죄악이고 범죄라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표절의 범람은 결국 문학의 진위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작가는 엄격하게 자기를 되돌아보고, 독자는 치밀하게 감시해 표절을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세대는 금명간 마 교수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홍종화 교무처장은 “일단 문과대 차원의 진상조사를 벌인 뒤 사실이 확인되면 다음주 교원인사위원회를 소집해 징계 여부를 논의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징계위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판사측도 “전국 서점에 해당도서의 판매중지 및 수거를 요청해 폐기할 계획”이라면서 “독자들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야하디 얄라숑’은 초판 2000부 등 모두 3000부를 찍어 현재까지 2000부가 팔렸다. 박홍환 강아연기자 stinger@seoul.co.kr
  • 박종철 민주화일대기 소설 나온다

    암울했던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다 1987년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진 고 박종철씨의 일대기가 중·고교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소설 형식의 책으로 출판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격동의 1980년대를 접해 보지 못한 중·고교생들을 위해 소설 형식으로 쉽게 풀어낸 ‘박종철-유·월·의·전·설’ 개정판을 고인의 20주기인 14일 출간한다고 4일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시대의 불꽃’ 시리즈의 하나로 2004년 ‘박종철-유·월·의·전·설’ 초판을 썼던 소설가 김윤영(36·여)씨에게 또한번 집필을 의뢰했다. 김씨는 ‘루이뷔똥(2002)’과 ‘타잔(2006)’을 쓴 신진 작가로 1997년 창작과 비평을 펴낸 출판사 창비 신인소설상으로 등단했다.2004년 출간된 초판은 2000부가 인쇄됐지만 ‘박종철평전’을 낸 박종철출판사 측과의 갈등으로 서점에 풀린 책들이 자체 회수됐다. 이후 김씨는 기념사업회의 의뢰를 받아 자료를 보강하고 내용을 전면 보강, 사실상 새로운 책을 펴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이장욱론/이찬

    1. ‘인공정원’ 으로서의 ‘시’를 넘어서 시인은 자신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진 어떤 체험의 순간을 지금-여기로 다시 불러오는 존재이다.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시작품들 가운데, 이 순간을 상투적인 표현들로 재생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 구체적인 체험 속에 깃들어 있는 고유한 생(生)의 순간들과 그 감각적 비의(秘義)들은 관례화된 문법을 통해서는 결코 표현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시’ 장르의 전래적인 형식과 표현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는 ‘전통적인 서정시’가 되었든, 지금까지 ‘시’가 보존해 온 관습적 전범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시의 문법을 과격하게 실험하는 ‘전위적인 현대시’가 되었든, 이러한 ‘상투성’으로부터의 이탈은 ‘문학’(literature)이라는 현대적인(modern) 산물에 요구되었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자 ‘문학’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자신을 보존할 수 있었던 근원적인 힘이다. 이장욱의 시는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과 사건과 풍경들을 1인칭 화자의 감정과 의식과 가치를 표상하기 위한 대리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왕(旣往)의 관례화된 ‘시’의 문법으로는 이해될 수 없다.“서정은 만상을 일인칭의 내면적 고도(高度)에 걸어두는 방식이다.”(‘꽃들은 세상을 버리고’,《창작과 비평》,2005년 여름,70쪽)라는 그의 진술은 우선 ‘시’(‘서정’) 장르의 일반적 원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통상적인 ‘시’ 문법에 대한 그의 반감(反感)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장욱이 재래(在來)의 ‘시’의 문법에 대해 품고 있는 회의와 반감은 그것이 필연적으로 이 세계의 ‘만상’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동일적인 영혼을 표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유(專有)하며, 마침내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실상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휘발시키는”, 조작된 ‘인공정원’의 숙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더불어 이러한 ‘인공정원’으로서의 ‘시’(‘서정’)가, 세계의 그 풍요로운 다양성을 또한 사물과 사건 그 자체가 지닌 고유한 육체적 질감들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밀폐된 서정적 우주”로 복속시켜 버리거나 혹은 그 바깥으로 추방시킨다는 확신으로부터 나온다. 결국 그에 따르면, 통상적이고 관례적인 ‘시’의 문법은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을 표현하기는커녕 시인의 ‘일관된 가치와 의미와 정서’에 의해 세계의 만상들에 얼룩져 있는 ‘혼탁한 사물성’을 그 바깥으로 밀어내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조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는 1인칭 화자의 나르시시즘적인 ‘인공정원’이 가공될 수 있을 뿐, 세계 그 자체의 참다운 실상들이 발견될 수 없다. 2. 표상의 외부와 마주침의 유물론 “객관적인 아침/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깨어나고/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구름을 통과하는 비행기와/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리진다./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희미한 풍경 같아서.”(‘객관적인 아침’ 전문) ‘객관’(object)이란 철학적 인식론에서 주체의 의식 바깥에 놓여 있는 외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주체의 시선과 지시작용(designation)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어떤 미지(未知)의 영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곧 ‘객관’이란 주체의 의식 바깥의 공간을 점유하는 사물 혹은 세계이기는 하나, 주체의 시선과 자기의식에 의해 호명되고 포획되어, 이미 ‘있다’고 알려진 어떤 인식적 대상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장욱에게 ‘객관’은 이렇게 인식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객관적인 아침’은 ‘나’와 ‘당신’과 ‘침묵’과 ‘종이 비행기’가 서로 ‘무관하게’ 자신들의 사건들을 발생시키는 시간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아침’이라고 명명(命名)된 것은 주체의 시선과 사유에 이미 포착되어 있는 어떤 외부적 대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주체의 자기회귀적인 의식의 궤도로 환원되지 않는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 또는 사물 그 자체가 지닌 복수적 다양성을 표현한다. 기왕(旣往)의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시작품의 경우라면, 위의 시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물들은 ‘단 하나의 소실점’을 위해 봉사하였을 테지만, 그리고 그것은 시인의 내면 풍경의 표상(表象)들로 고용되었을 것이지만, 여기에서 그것들은 시인이 설정한 ‘소실점’과는 ‘무관하게’ 그 자신의 존재를 보존한다. ‘내 시선의 끝’에서는 모든 사물이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그러나 지금 ‘그대와 나’라는 인간의 ‘시선 바깥’에선 ‘멸종 위기의 식물’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허공’에 ‘포자’를 ‘띄우’고 있는 중이다. 또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인간이 설정한 세계의 위계질서와 그것의 ‘소실점’ 역시 하나의 ‘희미한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하늘’이라는 자연물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까닭은 분열되고 오염된 우리의 경험 세계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마음의 도원(桃園)’을 표상(表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은 자기 내부에서 발아한 동일자의 표상(representation)들만을 세계로부터 수집할 따름이며, 그 바깥에 존재하는 위(僞)와 악(惡)과 추(醜)를 볼 수 없으며, 그것들과 결코 마주칠 수 없다. 이 영혼은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을 보며, 보고 싶은 것만을 고백하며, 고백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등뒤에 있다”는 ‘절규’의 첫 구절은 시인 이장욱이 가진 인식론적 지평을 축약하여 드러낸다. 이것은 그의 시에서 다양한 상징적 편린(片鱗)들로 산포되어 나타난다. 이 편린들은 예컨대 “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두 그루 전신주는 아름답고 밤눈은 내리고 녹슨 제 땅에서 제 어둠을 파 내려갔으므로 단 한 번도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그 오래된 이야기”(‘이상한 나라’),“꽃은 15층 베란다에 서서 까마득한 지상을 가늠하는 자와 그 흐린 눈을 마주치지 않음으로써 꽃은, 오로지 나무일뿐 인 무서운 나무들 사이에서 아직도 견고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사라지는 꽃’),“하지만 너무 흔한 최면처럼 아직도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하늘이 너무 흔한 최면처럼 실편백에 내리는 빗물이, 다시 나를 이끈다는 것 돌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상투적인가 돌아오지 않기 위해 내가 치를 수 있는 무엇이, 더 있었을 것이다”(‘너무 흔한 풍경’)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 시구들은 1인칭의 나르시시즘적인 영혼이 웅변하는 ‘기억’과 ‘고백’과 ‘이야기’가 ‘거짓’이거나, 세계의 풍요로운 실상과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폐쇄적인 ‘아름다움’에 불과하다는 이장욱의 인식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이 볼 수 있는 것은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자기 자신일 뿐이며, 그것이 도취하고 열망하는 자연의 풍경은 ‘너무 흔한 최면’일 따름이다.‘하늘’이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지 않을 때에만, 그리하여 모든 자연과 사물의 풍경이 ‘나’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때에만, 시인은 ‘너무 흔한 풍경’을 재생하지 않을 수 있고,‘이 당대적 상투성의 거리’(‘상투적’)를 벗어날 수 있다. 이 벗어남은 1인칭의 고백적 화법이 마련한 자기 동일적인 표상체계 바깥으로부터 느닷없이 밀려닥치는 우발적 사건과 그것에 수반되는 ‘낯선 것의 폭력’을 통해 시작된다. 세계의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실재성과의 마주침은 바로 이 순간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간 것이다.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가는 하오의 육신 쪽으로 수직 낙하하는 겨/울 잎, 겨울 잎 안에서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것이다. 물론 나는 내가 겨울 잎의 풍경 속을 지나간다고/는 생각지 못했으나./그것은 무성하고 울울한 저 너머, 횡단 보도 앞에서 푸/른 신호를 기다리는 여자가 오래도록 통과할 숲의 풍경./나무에 깃들여 사라진 벌레들을 나는 보지 못했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의 어젯밤 꿈속을 나는 거/닐었는지도. 말하자면 그 꿈속의 눈 내리는 거리를./그러므로 이곳은 겨울 잎과 햇빛과 벌레들이 이루는 세/계. 뚜레주르 베이커리의 문을 열고 나오는 늙은 사내는/어젯밤의 아주 쓸쓸한 수음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다. 그/와 나는 떨어지는 겨울 잎에 눈을 두고 지나쳐갔으나 우/리가 그 겨울 잎이 기억하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을 떠올/렸던 것은 아니다.”(‘의심의 여지가 없는 겨울 잎’ 부분) 이미 드러나 있는 세계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수한 사태들의 일부로서 성립된다. 우리가 그 자신들의 눈앞에 어떤 사물과 사건의 잔상(殘像)조차 데려다 놓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물과 사건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 시의 화자가 ‘지나가는’ ‘겨울’의 ‘거리’에 드러나 있는 것은 ‘겨울 잎’이나,‘겨울 잎 안’에는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 것이’며,‘우리’가 ‘떠올리지 않’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들이 이루는 세계’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은 모든 1인칭의 시점(視點) 내부에 선재하는 명석 판명한 대자의식(對自意識)으로서의 ‘나’의 확실성이 아니라,1인칭 주체의 시선으로 포착되지 않는 세계의 다양한 만상들이며 그것들이 이루는 변화와 이행의 과정이다. 결국 시인 이장욱이 보고 느끼고 감각하고자 하는 것은 뚜렷한 형태와 공간적 점유들로 구분지어진 사물과 사건의 가시적(可視的) 외면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 구분의 경계들을 횡단하는 힘들의 배치이며, 모든 존재자들이 지닌 복수(複數)의 가면(假面)으로서의 ‘자세’와 ‘포오즈’이며,‘지나가’고,‘사라지’고,‘통과하’는 것으로서의 세계의 실재성이다.‘겨울 잎’ 속에는 ‘사라진 햇빛’이 ‘있었’듯이,‘나’와 ‘그대’의 ‘생’에는 ‘사라져가’고 ‘흘러간’ 것으로서 ‘무성한’ ‘잎 새’와 ‘숲’과 ‘천천히 사라진 햇빛’도 ‘있었던 것’이다. 설혹 그것이 우리 자신의 명징한 감각과 사유가 아니라,‘꿈속을 거닐었는지도’ 모를 상상(想像)을 통해서만 겨우 감지될 수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있었던 것’들이다. 위의 시에서 자주 활용된 ‘지나가다’,‘사라지다’,‘통과하다’ 등등의 동사들은 어떤 사물과 사건의 고정된 상태를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하게 어떤 경계를 구분지울 수 없는 사태의 진행 과정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동사들은 ‘시’ 장르의 통상적인 화법 내부에 선재하는 자기의식의 투명성을 표상하는 언어가 아니라, 그것 외부에 존재하는 세계의 다양성과 그 변화의 과정을 나타내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여러 시편들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지나치다’,‘건너가다’,‘흐르다’,‘멀어지다’,‘스쳐가다’ 등과 같은 동사들 역시 세계의 ‘천변만화’하는 실재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모든 사물과 존재자들의 다양성과 이질성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표상적인 감정과 가치로 바꾸어버리는 ‘시’ 장르의 관례화된 문법을 벗어나기 위한 그의 시적 전략의 하나이다. 3. 假面과 ‘脫’ 인격적 주체로서의 화장 이장욱의 시가 ‘시’ 장르의 통상적인 문법에 내재되어 있는 ‘유토피아적 자기회귀’라는 ‘상투적’인 ‘최면’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주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시적 화자’를 단일한 감정과 의식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전제하는 관례적(慣例的) 설정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것은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정적 자아’의 단일한 목소리를 ‘시적 화자’의 분열적이고 다수적(多數的)인 목소리로 전환시키는 것이며,‘서정’의 화법에 내재하는 나르시시즘적인 순결성과 엄숙한 고백체를 조롱하고, 그것 속에 은폐되어 있는 숱한 가면(假面)들을 폭로하는 것이다. “감정은 어떤 포우즈 금홍아 금홍아 마당귀 화단에 잘린 벽돌들 녹슬어 고요한 철대문, 어쩌다 딱딱한 것들과 친해졌는지 (중병에 걸려 누웠으니 얼른 오라)고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게 엽서를 띄우고 싶어 이십세기와 (짱껭뽕)을 해서라도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 품에 안기고 싶네 하루 종일 내 딱딱한 그림자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에 골몰중인지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만한 일일뿐 금홍아 금홍아아 하지만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니?”(‘금홍아 금홍아’ 부분) 이 시의 화자는 표면적으로 ‘이상’(李箱)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의 경험적 역사 속에 존재했던 단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이상’과 그의 작품들 속에서 ‘나’로 표기되는 여러 작중 화자들이 동일한 존재일 수 없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이상’(李箱)이면서 ‘이상’이 아니며, 또한 ‘이장욱(李章旭)이면서 ‘이장욱’이 아니기도 하다. 다시 말해,‘이상’의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화자 혹은 주인공으로서의 ‘나’는 이 세계의 유일한 인격적 실체로서의 고유명사 ‘이상’(李箱)이 아니라, 그가 어느 한 시점(時點)에서 취한 하나의 정념과 태도로서의 ‘나’(假面)일 뿐이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인격적 자기동일성을 전제하는 고유명사 ‘이상’(李箱)이거나 혹은 ‘이장욱’(李章旭)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정황과 그 순간적 배치 속에서만 존재하는 하나의 정념(情念)과 태도로서의 ‘나’일 뿐이다. 더불어 이러한 ‘나’는 그 정황과 배치의 변화에 따라 무한히 변양(變樣)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시의 부기(附記),“금홍이는 시인 이상의 애인이다.箱(1910-1937)과 나(1968-)의 불편한 관계를 표시하기 위해 그의 소설 ‘날개’,‘逢別記’,‘終生記’ 등에서 몇 구절을 차용했다.”에서 ‘箱과 나의 불편한 관계’란 하나의 자기 동일적인 인격체로서의 ‘이장욱’이 ‘이상’이라는 또 다른 인격체로서의 시적 화자를 차용하거나 혹은 ‘이상’(李箱)의 목소리를 재연(再演)하는 데 있어서, 어떤 불화(不和)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이상’의 목소리 속에 ‘이장욱’의 목소리가, 또는 ‘이장욱’의 정념(情念) 속에 ‘이상’의 정념이 서로를 전제하면서 공명(共鳴)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공명은 ‘이상’과 ‘이장욱’이라는 경험적 인격체 전반이 공유하는 동일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또한 이 둘이 여전히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공명이 어떤 특정한 한 순간에만 존속(存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 만한 일일뿐”이라는 구절은 ‘시적 화자’, 더 나아가 모든 발화의 상황 속에 놓인 화자의 존재론적 특성을 축약하여 표현한다. 이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시’ 장르가 전제해왔던 화자의 자기 동일성은 실상 ‘위조’된 것일 뿐이며, 화자는 시인의 전(全) 인격체 그 자체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시적 정황과 맥락 속에서 구성되어지는 하나의 가면(정념)에 불과하다.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의 이러한 변양과 분열을 의식하지 못하는,1인칭 고백체의 화법은 ‘사기’,‘거짓’이라는 명칭을 부여받는다.“사기치지 말라,高手는 그냥 느낀다, 그대 생을 증거하는 단 하나의 표식은, 그대의 육체이다”,“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당신이 당신을 증언하고 있으니 그것은 참된 증언이 못됩니다.”(‘편집증 환자가 앉아있는 광장’) 등은 이장욱이 1인칭 화자의 자기애적(自己愛的) 순결과 정직을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1인칭의 발화 속에 잠재되어 있는 ‘위조’와 ‘위장’과 ‘가장’을 들추어내려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의 거의 모든 시 속에 스며있는 위악적(僞惡的) 포즈와 하드보일드 문체(hard-boiled style)는 1인칭의 발화 상황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백적 화법의 위선(僞善)에 대한 그의 근원적인 혐오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위선을 거부하거나 회피하기 위하여, 그의 시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시적 방법은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시적 화자를 자기의식(自己意識)의 명석 판명함을 입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주체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상성의 외부로 추방될 수밖에 없는 병리적(病理的)이거나 환상적(幻想的)인 혹은 괴물과 같은 존재자들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편집증 환자’,‘투명인간’,‘킬러’,‘도플갱어’,‘뱀파이어’,‘좀비’ 등과 같은 화자들이 바로 이러한 사례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화자의 진술 자체를 신빙성(信憑性)이 결여되거나 불명료한 어사(語辭)들로 구성함으로써, 시작품 내부의 단일한 ‘의미화’(signification) 주체로서의 화자를 그 중심의 자리에서 주변부로 밀어내는 것이다.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그를 지나 그녀를 지나 그대를/지나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정오를 지나 새벽을 지나 오/후 네 시를 지나 그리고 어느 이상한 날에 빈 공터와 당구/장과 동대문 운동장을 지나 문득 흥겨운 술집의 죽은 친/구의 화사한 여자들의 기나긴 과거를 걸어가는 어느 이상/한 날”(‘결국,’ 부분) “그렇지. 나는 어쩌면 모든 일을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혹시 모른다. 행복할 리도 황폐할 리도 없는 바람들/이 애초에 공릉동의 주민이었는지도 혹시 모르지. 이곳/에서 모든 빛들은 현재형으로 명멸한다. 너무 상투적인/가? 하지만 그때 한 마리 늑대가, 월계동 쪽의 불빛 속으/로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문득 망망한 비가/내렸는지도, 혹시 모르지. 그의 마른 등을 향해 몇 장의/ 낡은 신문이 날아들었는지도.”(‘공릉동의 바람 속으로’ 부분)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어쩌면 여행중이었던/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생각하는 사람’ 부분) 위의 시편들에서, 화자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사유를 명징하고 확실한 것으로 진술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은 ‘결국,’에서처럼, 특정한 공간과 시간을 나타내는 ‘동대문 운동장’과 ‘정오’와 ‘오후 네 시’라는 구체적 지시어들을 능동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이상한’이라는 형용사의 집요한 반복에 의해 정상적인 언어의 체계 혹은 일상적인 개연성의 세계로부터 추방된다. 또한 ‘공릉동의 바람 속으로’에서 볼 수 있듯이, 화자는 과거 추측의 의미를 지닌 어미(語尾),‘-이었는지도’의 반복과 기억의 불명확성을 표현하는 ‘모른다’라는 서술어의 반복에 의해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상실한다. 결국 그의 시의 화자들은 이러한 어법들로 인해 자신의 어떤 감정이나 기억, 이야기 등과 같은 의식 내용을 능동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라는 ‘생각하는 사람’의 한 구절은 화자인 ‘나’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각’이 화자를 ‘사로잡아’ 그를 지배하는 것처럼 언술됨으로써, 시의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주관)와 그 구성 요소로서의 대상(객관)의 관계를 역전(逆轉)시킨다. 이 시에서 여러 번 반복된 “어쩌면 여행 중이었던 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라는 구절 역시, 화자의 진술을 합리적으로 독해될 수 없는 ‘이상한’ 것으로 만들면서, 화자의 의식으로부터 기원하는 어떤 의미의 계열도 자명하지 않은 것이 되게 하거나 또는 어떤 신비에 둘러싸인 미지(未知)의 것이 되게 한다. 결국 이러한 어사(語辭)들의 반복적 활용은 전래의 시적 관습에서 전제되었던 단일한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를 그 의미화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물러나게 하는 시적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장욱의 시는 재래의 ‘시’ 장르에서 화자에게 관례처럼 부여되어왔던 의미화의 지배권을 박탈함으로써, 화자의 단일한 감정과 의식과 가치가 아니라,‘脫’인격체로서의 시적 주체의 복수적인 가면들과 정념들, 그리고 사물들 그 자체의 다양한 변양들을 시의 새로운 의미 내용으로 새겨 넣는다. 아마도 그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실재성과 마주칠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방법으로 이러한 시적 화법을 고안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4. 비선형적 시간과 존재의 주름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를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의심하고 회의하는 분열적 주체로 조형하는 또 다른 방법의 하나는 바로 시제(時制)이다. 그의 시는 시간의 일정한 단위 분절을 통해서만 수립되는 ‘현재’의 시제 속에 ‘이미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중첩시킨다. 즉 어떤 특정한 외연(外延)으로 수렴되는 ‘현재’라는 시간 속에 그 외연을 넘어서 존재하는 비동시적인 사건들을 병치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의 시에서는 (과거-현재-미래)로 연속되어지는 선형적(線形的) 시간의 투명성이 사라지게 되며, 그것의 명료한 경계 분할이 흐릿해지게 된다. “나는 오로지 지금 이곳에 있다./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시작된다./단 하나의 생각이 나를 결박한다./ 나는 얼어붙는다./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가 한꺼번에 다가온다./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결정’ 부분) “최선을 다해 개인적인 관계들을 생각하자/드디어 당신과 나는 10년 후의 야구를 이해한다./누군가 플레이 볼이라고 외치자/나는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그리고 10년 후의 1루 베이스를 향해/필사적으로 달려갔다”(‘10년 후의 야구장’ 부분) “자꾸 다르게 보여/당신은 이미 태어났는데/당신은 사랑을 했었는데/당신은 지난해의 가을을 여행 중인데/당신은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를/막 떠올려 미소 지었는데”(‘정확한 질문’ 부분) ‘결정’에서 ‘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는 ‘다가온다’라는 현재시제 동사의 주어가 됨으로써 ‘지금 이곳’에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나며,‘10년 후의 야구장’에서는 ‘1루 베이스’가 ‘10년 후’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점에서,‘달려갔다’는 과거시제 동사의 목적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정확한 질문’에서는 ‘지난해의 가을’이라는 과거 시점의 명사가 ‘여행 중인데’라는 현재진행형의 동사와 결합되는 시제의 혼란이 나타난다. 이러한 시제의 혼란과 비동시적인 것들의 동시적 공존은 어떤 특정한 현재적 사태 속에 감싸여져 있는 잠재성(virtuality)의 차원을 시의 표면으로 솟아오르게 한다. 위의 시들에서 표현된 ‘생각’과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는 화자의 자기동일성을 구축하는 명징한 자기의식과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과거-현재-미래)라는 선형적 시간 위에서 구축되는 주체의 실존적 동일성과 연대기적 서사(narrative)를 일그러뜨리는 존재의 주름들이자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이다. 이 잠재성의 차원에서 시제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예컨대,“일어나지 않았던(일어났던)”이라는 과거시제나 “일어나지 않을(일어날)”이라는 미래시제는 모두 현실성(actuality)의 척도를 통해서만 측정되고 구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드러나 있는 것들로 구성되는 현실성의 차원은 실상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 가운데 그 일부가 선택되거나 배제됨으로써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잠재성의 차원은 그러므로 일정한 외연을 가진 어떤 ‘현재’로 수렴되지 않으며, 선형적이고 연대기적인 시간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미래’에나 늘 존속(存續)하고 있는 것이며, 하나의 주어진 물질적 사태로서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항상 ‘실재하는 것’(reality)이라 할 수 있다. “그때 그 오래된 눈빛은 우연한 것이었으나 아, 이런 바/람은 괜찮은데, 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 삼/년 전의 문 열리고 삼십 년 전의 그대, 마른 등 보이네/눈뜨면 그때인 듯 상한 눈발 날리고 모래처럼 우연한 노/래들 내 잠 깊은 모래산, 모래산에 쌓이네//용서를 빌러 그곳에 갔네 그곳에 오래 앉아 있었으나/깔깔한 모래들 아직도 내 잠 속 떠나지 않네 삼 분 전의/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 그리고 모래/산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삼 분전의 잠’ 부분) 이 시를 단지 특정한 ‘잠’ 속에 나타난 잡다하고 무질서한 꿈의 내용 혹은 그 환상적 이미지들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의 많은 부분들을 놓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 작품은 화자의 현실적 의식으로 포착되지 않는 망각과 오해와 무의식의 무한한 잠재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꿈속에서 우리는 ‘삼 분 전의 문’과 ‘삼십 년 전의 그대’와 ‘삼일 전의 기슭’이 동시에 결합되거나 병치되는 상황을 체험하게 된다. 꿈속에서 ‘일어났던 것’(과거)과 ‘일어나고 있는 것’(현재)과 ‘일어날 것’(미래)은 선형적인 질서를 벗어나 한데 뒤엉키며, 시간은 산술적 단위로 분명하게 구분되는 연대기(年代記)를 벗어난다. 이것은 곧 꿈의 본질적 특성이 비선형적(非線形的) 시간의 조합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삼 분 전의 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 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라는 구절은 이 시의 의미가 단지 화자의 ‘잠속’에 나타난 꿈 이미지들의 재구(再構)를 통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네 번이나 반복된 ‘잠에서 깨어’는 이 시의 화자가 위치하고 있는 공간이 ‘잠’의 안쪽만이 아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모래산에 쌓이네”에서 ‘쌓이네’라는 술어(述語)는 ‘모래산’이 퇴적(堆積)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내 잠 깊은 모래산’은 그것이 화자의 신체에 부수되는 어떤 행위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것임을 알려준다. 내면적인 것인 동시에 퇴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기억’이다. 따라서 ‘잠’이 비단 현실적인 ‘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면,‘내 잠 깊은 모래산’은 ‘내 안에서 잠자고 있는 기억’ 혹은 ‘나의 의식에서 지워져버린 망각들’로 해석된다.‘기억’ 또한 의식 주체의 선택과 배제를 통해서 가공되고 재구성되는 것이므로 세계의 실상 그 자체일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인칭과 시점에 따라 상이하게 구축되는 개연적 서사(허구)에 가깝다. 따라서 ‘기억’의 내부에는 망각되고 삭제된 그 무엇이 여전히 어떤 잉여로서 남아있게 된다. ‘잠재성’의 차원은 단지 환상이나 몽상의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이미 실재하는 것이다. 잠속의 꿈과 의식되지 못한 무의식과 기억의 사슬에 무수하게 주름 잡혀 있는 망각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내 잠 깊은 모래산’에 무수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이 기거하고 있듯이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 또한 인칭과 시점을 달리한 숱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음은 자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자명성은 주체의 의식과 기억의 자명성이 아니라, 주체에게 의식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잠재성의 차원들이 실재한다는 것의 자명성이며, 주체의 단일한 의식(기억)이 조작된 서사와 허구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의 자명성이다. 모든 1인칭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그들의 처지와 욕망과 권력에 따라 서로 다르게 구성하기 때문이다. 1인칭 주체의 자기의식은 그것을 구성하는 내용이 아무리 많이 추가되고 보충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을 포착할 수 없다. 또한 그 어떤 충만한 기억도 ‘모래산’처럼 부서지기 쉬운 공허(空虛)와 무의미(無意味)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는 삶의 근원적인 공허와 무의미를 이미 깨달아버린 자의 언어이며, 이러한 현자(賢者)만이 지닐 수 있는 지혜와 여유를 표현한다. 현실성의 내부에 잠재성이, 의식의 내부에 무의식이, 기억의 내부에 망각이, 무한한 주름들로 감싸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에게만,‘우연’은 이 세계의 진상을 목도(目睹)할 수 있는 어떤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5.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 “서랍 속으로 사라진 것들이/어느 날 문득 서랍 속으로 돌아오듯/어느 날 다시 돌아오는 오래전의 목소리./……/어느 순간 너를 습격하는 상형문자들./너의 내부에서 드디어/다른 목소리들이 흘러나오는 날이 있다./혹은 돌아오는 날.”(‘복화술사’ 부분) ‘시적 에피파니’가 도래하는 시간은 시인이 어떤 신비를 능동적으로 예감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너를 습격하듯이’ 밀려닥치는 우발성의 시간이며,‘상형문자’로서의 시적 언어가 시인의 관습적 감각과 사유를 폭력적으로 뒤흔들어 놓으면서 섬광처럼 스쳐지나가는 순간이다. 이 순간은 그러므로 능동태(能動態)의 시간이 아니라 수동태(受動態)의 시간이다. 또한 이 시간은 시인에게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겨졌던 세계의 만상들이 그 자신들의 풍요로운 다양성을 열어젖히는 순간이다. 따라서 이 순간은 “너(시인)의 내부에서 드디어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날”이기도 하며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다. 이 ‘목소리’는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시인의 명징한 의식과 관습적 표상작용에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기에,‘돌아오는 목소리’(반복)인 동시에 ‘다른 목소리’(차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복되는 것(‘돌아오는’)은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세계의 풍요로운 만상들이며, 이 반복을 통해 차이(‘다른’)를 발생시키는 것은 ‘너의 목소리’ 곧 시인의 관례적인 감각과 도식들이다. 김수영이 ‘絶望’에서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救援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絶望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모든 미학적 실천과 시적 창조의 공간에서 우리들 자신의 관례적 감각과 도식을 매번 혁파하기 위해서는, 섬광처럼 우리를 헤집고 지나가는 모든 우발성들을 용기 있게 승인해야 하며, 이 우발성들이 우리들에게 가해 오는 ‘낯선 것의 폭력’과 과감하게 마주쳐야만 한다. 이장욱의 말처럼 “이 고투를 통과한 자에게만”,‘시적 에피파니’는 비로소 그 자신을 개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 고투를 체험하지 않은 자에게는 그 어떤 ‘에피파니’의 순간도 도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장욱의 시에서 인간 내면에 깃들어 있는 충직한 순결성을, 일상적 경험 속에서 피어나는 순박한 인간애를, 그 아름다운 빛으로 충만해 있는 시적 감동의 순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것들은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이 아니라 1인칭의 자기애적인 영혼이 미리 전제하고 있는 어떤 관념적인 조화이자 이상적인 도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시는 이것들이 배제하거나 은폐하고 있는 세계의 잔인한 리얼리티를 포착하려는 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관점과 태도가 진정으로 한국시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혜안(慧眼)과 비전을 담지하고 있는 것인지는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시가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그 무수한 가면과 정념을, 우리를 포함한 모든 존재자들의 그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만상을, 현대적 일상의 그 지루한 반복과 권태를, 저토록 리얼하고 또 잔인하게 묘사해준다면, 그의 시는 하나의 예술로서 그것이 존재해야 할 이유와 근거를 충분히 입증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찬
  • [서울신문 신춘문예-시·시조 당선작] 남해기행/이아영

    손에 묻은 모래알을 훌훌 털어내고 싶어 바다에 나와서면 먼 기억들이 달려오고 가슴은 빈 바람 소리로 동굴 하나 만든다. 지나온 발자국들 돌아보면 또 묻히고 갈매기 흰 울음이 저녁놀에 잠겨들면 달 하나 키우고 싶은 섬이 하나 솟는다. 물때에 부대끼는 서러운 몸짓으로 꿈을 잠재우는 파도와 마주서다 보면 일몰은 또 하나의 탄생 산이 나를 맞는다. ■ 당선 소감-뼈처럼 단단하고 튼튼한 작품을 빚고싶어 무디고 더딘 내 감성의 더듬이를 세워 나는 시조라는 벽을 오르고 있었다. 우리 민족시인 시조를 쓴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말이다. 학창시절 백일장에서 입상하게 되면서부터 내 삶은 시의 더듬이를 곧추세우고 현장에 있었다. 이 시대의 이야기들을 시조에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글을 읽고 생각을 다듬어야겠다고 조바심을 내면서도 나는 늘 뒤처져 있다는 생각에 안절부절했다. 몇 해 동안의 신춘문예 낙방 소식은 내게 익숙한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이 어둡고 긴 터널을 뒤로하고 뜻밖의 당선 소식이 찬란한 햇발처럼 먼데서 밀려온 것이다. 이 무거운 짐을 어떻게 지고 나아가야 할까? 나는 지금 촉수를 가다듬고 시조가 걸어온 먼 길을 되짚어 걸어가 본다. 뼈처럼 단단하고 근력 튼튼한 작품을 빚고 싶다. 부족한 작품에 불을 밝혀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서울신문사에 앞으로 창작의 불을 영원히 피워갈 것을 약속드린다. 내게 시를 지도해 주신 최문자 교수님과 시조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손잡아 주신 권갑하 선생님께 감사를 올린다. 그리고 나를 격려해 주신 ‘시로 여는 이 좋은 세상의 문예대학’ 문우님들과 늘 믿음으로 지켜봐주신 부모님, 그리고 사랑하는 언니에게 이 기쁨을 바치고 싶다.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너무 많다. 언제나처럼 인생의 모티프를 주시는 사부님과 나의 벗 효진, 현진에게도 깊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아영 약력 1985년 서울 출생,2000년 전국 만해백일장 시, 시조부문 장원, 협성대 문예창작과 3학년 ■ 심사평-세밀한 관찰로 이미지 표출 시조는 우리말이 갖고 있는 가락을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 장르이다. 이번 신춘문예에 응모한 작품들은 신인다운 패기와 참신성을 보여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예년에 비해 편수도 늘었고 응모작 수준도 높았다. 그러나 어떤 아류에 휩쓸린 경향에 만연되어 있거나 이름을 가리고 보면 똑같은 톤과 연결하는 법이 동일한 경우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음은 문제로 지적되었다. 당선작 이아영의 ‘남해기행’은 삶의 현실에서 내다보는 희망과 자연과의 호흡, 숨결이 피부에 와 닿는 작품이다. 기행이라고 해서 표면에 나타난 사물 그대로만을 묘사하지 않고 세밀한 관찰을 통해 내면의 이미지로 표출해낸 감성적인 작법이 뛰어났다. 최종심에 오른 이태호의 ‘지리산에 들다’는 작품을 다루는 솜씨가 만만치 않았음에도 표현 형식에서 시조의 형식미를 살려주었으면 하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의도적으로 3장6구 형식을 분할하더라도 시각적으로 시조의 특징을 살렸더라면 당선권에 들었을 것이다. 김종학의 ‘물밀어오는 뜨락’은 작품을 갈고 닦은 노련함이 엿보이나 진실성과 메시지 전달이 부각되었으면 하는 점, 말의 치장이 필요 이상 과한 점이 아쉬웠다. 연선옥의 ‘그 숲에 들면’은 시적 대상에서 바깥 세계와의 폭넓은 시야나 통로를 마련했더라면 한결 우수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숲 안에서만 안주한 점이 당선권에서 멀어지게 했다. 이근배 한분순
  • [Local] 대구시립미술관 건립 추진

    대구지역 숙원사업인 대구시립미술관 건립이 본격 추진된다. 2일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시립미술관 민간투자사업 변경협약을 현대산업개발㈜ 등 9개 컨소시엄사와 체결했다.3월에 착공한 뒤 오는 2009년 말 준공될 예정이다. 대구시립미술관은 모두 556억여원을 들여 수성구 삼덕동 일원 부지 7만 1000여㎡에 연면적 2만여㎡,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는 청년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청년비엔날레 활성화와 함께 ‘시립미술관 프레 오프닝전’을 개최해 개관 분위기를 조성할 방침이다. 또 소장품을 수집하기 위해 1차로 책정된 5억원의 예산을 들여 우수 작품 확보에도 나서기로 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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