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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시대] 부산 중앙동의 부활 실험/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지방시대] 부산 중앙동의 부활 실험/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어느 도시든 중앙동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그 도시의 번영과 쇠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부산 중앙동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의 정치 1번지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예전 시청을 중심으로 관공서가 즐비한 가운데 수많은 가게와 점포들이 지역경제를 이끌며 번영을 구가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전쟁기 피란시절의 문화적 흔적과 자부심이 곳곳에 배어 있어 문화 중심지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곳곳에 있던 화랑과 사랑방 등에서 경향 각지의 문화예술인을 접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1998년 부산시청이 이전하고 해운대 등 외곽지역의 주거단지가 개발되면서, 인구는 빠져나가고 상권 위축에 따른 원도심의 쇠락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중앙동을 끼고 있는 중구만 하더라도 번성기인 1978년에 10만 7000명이던 인구가 2009년의 경우 4만 9000명으로 53%나 줄어들었다. 고령화율은 16%에 육박했다. 부산지역 평균보다 5% 이상 높다. 이러다 보니 주거지역 곳곳에 폐·공가가 늘어나고, 상업지역도 활기를 잃게 되면서 폐 상가와 빈 사무실이 늘어났다. 이런 중앙동에 최근 두 가지 큰 변화가 생겼다. 하나는 폐 상가와 빈 사무실 곳곳에 문화 창작공간이 들어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근 옛 시청부지에 큰 백화점이 들어선 것이다. 문화 창작공간은 ‘또따또가’라는 이름으로 부산시와 예술인단체가 힘을 합쳐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다. 원도심 빈 공간의 문화적 활용 결과다. 현재 36실의 빈 사무실에 46명의 상주 작가가 둥지를 꾸리고 있다. 또한 화가, 문화기획자 등 다양한 문화예술가들을 포함한 22개 단체 321명을 포함해 총 367명의 예술가들이 빈사무실을 예술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창작활동으로 중앙동에 문화적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직장인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공연과 독서카페 운영 등 다양한 문화적 실험이 지금 이곳 중앙동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근에 들어선 큰 백화점은 엄청난 규모와 대단한 집객력을 자랑한다. 이러한 중앙동의 두 모습은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지역 재생을 위해서는 백화점 같은 대규모 인프라가 갖는 흡인력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정 장소가 생명력과 문화적 응집력을 갖기 위해서는 문화적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백화점이 큰길의 전략이라면, 문화공간은 골목길의 전술이다. 대형 소비공간이 동맥이라면, 문화시설은 실핏줄이다. 원도심이 살아나려면 이처럼 동맥과 실핏줄이, 전략과 전술이, 경제와 문화가 동시에 살아나야 한다는 것을 이곳 중앙동은 생생히 말해주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르네상스인으로 평가되는 루이스 멈퍼드는 ‘내면적 삶과 외면적 생활의 통합’을 통해 도시의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함께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지금 부산의 중앙동은 백화점이라는 거대 소비 공간과 또따또가라는 문화창작 공간의 공존을 통해 새로운 원도심의 부활을 실험하고 있다. 이 실험을 통해 이전의 원도심의 영광을 되찾는 기적을 이룰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 설 연휴 ‘할인공연’ 보러 갈까

    설 연휴 ‘할인공연’ 보러 갈까

    올 설은 앞뒤로 주말이 낀 덕분에 최장 9일까지 즐길 수 있는 황금연휴다. 긴 연휴, 여느 때와는 좀 다르게 명절을 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 대작들의 격돌이 유난히 뜨거운 공연장을 찾는 것이 그 한 방법이다. 홀쭉한 지갑 사정을 고려해 ‘할인 팍팍’ 공연도 많다. 20~30%는 기본이고, 절반까지 가격을 확 내린 작품도 있어 손품 발품만 부지런히 팔면 저렴하게 문화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아이다’ 등 인기 뮤지컬 최고 50%까지 싸게 요즘 최고 인기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아이다’ ‘빌리 엘리어트’ 등도 설 할인 행사를 준비했다. 조승우, 홍광호, 류정한 등 실력파 배우들이 포진한 ‘지킬 앤 하이드’(서울 샤롯데씨어터)는 롯데닷컴티켓을 통해 오는 2일과 4일 공연을 예매하면 20% 깎아 준다.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옥주현 주연의 ‘아이다’(경기 성남아트센터)는 1~6일 공연에 한해 20∼50% 할인해 준다. 예매 관객에게는 포스터도 나눠 준다. ‘빌리 엘리어트’(서울 LG아트센터)는 이색 ‘복’(福) 이벤트를 내걸었다. 우선 1~6일 모든 좌석을 최대 20% 깎아준다. 지방 관객과 3인 이상 가족에게는 10% 포인트를 더 얹어 30% 할인해 주는 ‘역귀성 福 이벤트’(1~4일 공연)와 ‘복(福) 가족 패키지’를 각각 제공한다. ‘빌리 엘리어트’는 11세 소년 빌리가 발레리노의 꿈을 이뤄 가는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가수 전영록과 전보람 부녀(父女)가 출연하는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서울 마포아트센터)도 설 연휴 기간 예매 고객에 한해 50% 표값을 깎아 준다. PMC프로덕션의 창작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는 1~6일을 아예 ‘패밀리 위크’(가족 주간)로 정했다. 가족 관객에게는 4만원짜리 공연을 2만 2000원에 제공한다. 비언어극(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는 가족 사진을 가져 오는 3인 이상 가족 관객에게 30% 깎아 준다. 28일까지. ●인심 좋은 대학로… ‘반값 연극’이 쏟아진다 이에 질세라 연극계도 풍성한 할인 혜택을 준비했다. 공연제작사 악어컴퍼니가 서울 대학로 연극 축제 ‘무대가 좋다’를 통해 선보이고 있는 연극 3편은 설 연휴 기간 반값에 볼 수 있다. 오만석, 홍경인, 조정석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대학로에서 인기리에 공연 중인 ‘트루 웨스트’는 1~2일 이틀간 반값에 공연한다. 대학로 코미디의 최강자 ‘아트’도 1~2일, 4일 공연 예매자에 한해 50% 할인 혜택을 준다. 안석환의 첫 연출작으로 화제를 모은 ‘대머리 여가수’는 1~6일 공연을 50% 할인해 주는 데 이어 밸런타인데이(14일)에도 커플 관람객에게 50% 할인 혜택을 준다. ‘서러운’ 싱글족도 배우에게 밸런타인 선물을 가져 오면 똑같이 50% 할인해 준다. 대학로 SM틴틴홀에서 무기한 공연에 들어간 ‘옥탑방 고양이’는 설 연휴 기간 동안 모든 좌석을 1만 2000원에 제공한다. 단, 싸이월드 클럽에 가입한 뒤 쿠폰을 내려받아야 한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광화문 연가’ 뮤지컬로 부활

    ‘광화문 연가’ 뮤지컬로 부활

    광화문 연가, 옛사랑,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사랑이 지나가면 등 가수 이문세의 목소리를 통해 1980년대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가 뮤지컬이란 새 옷을 입게 됐다. 3월 20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첫 공연을 갖는 뮤지컬 ‘광화문 연가’가 바로 그것. 국내 창작 뮤지컬에서 단일 작곡가의 대중음악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광화문 연가’는 생전의 이영훈 작곡가가 2004년부터 야심차게 준비해온 작품이다. 대장암으로 투병하는 와중에도 대본 작업을 하는 열정을 보였다. 2008년 2월 대장암으로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무대에 올리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지인들이 고인의 뜻을 기려 사후(死後) 제작을 추진했다. 8년 만에 완성된 ‘광화문 연가’에는 YB밴드 출신의 가수 윤도현,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와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열연한 배우 송창의, 뮤지컬계의 흥행수표 김무열 등 화려한 얼굴들이 가세한다. 덕분에 지난 25일 티켓 판매 시작과 동시에 예매율 1위에 올라섰다. 고인의 주옥같은 노래 멜로디 외에도 가슴 아린 사랑 이야기가 7080세대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작품은 덕수궁 돌담길을 배경으로 첫사랑의 아픔과 우정 그리고 추억을 소재로 전개된다. 배경은 1980년대 서울 광화문 거리, 골방 작업실이 있는 라이브 카페 블루다. 이미 유명 작곡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상훈과 그를 따르는 현우, 그리고 여주인공 여주는 블루 아지트에서 음악을 공유하며 지낸다. 셋은 함께 광화문 주변을 어울려 다니고, 그들만의 아름다운 추억을 하루하루 쌓아간다. 상훈의 조언으로 완성된 현우의 곡은 언제부터인가 민주화 시위현장에서 유행처럼 울려 퍼지는데…. 상훈 역에는 박정환이, 과거 회상 장면에서 등장하는 ‘회상 속 상훈’은 윤도현·송창의가 더블 캐스팅됐다.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상훈을 보호하려 했던 현우 역은 김무열과 임병근이 맡았다. 연출과 각색을 맡은 이지나씨는 지난 24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세월의 깊이에 따라 과거와 현재 세대가 공존하는 무대 연출을 선보이겠다.”면서 “고인의 곡 중 잘 안 알려진 ‘그대와의 대화’를 메인 테마로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히트곡이 나열되는 뮤지컬은 지양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어린 세대에게도 이영훈 작곡가의 곡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멤버 양요섭을 캐스팅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7080을 넘어 청소년까지 아우르는 작품을 만드는 게 ‘광화문 연가’의 최종 목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이영훈 작곡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가수 이문세씨는 4월 1일부터 진행되는 자신의 콘서트 일정으로 인해 합류하지 못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1인 밴드 ‘달빛요정’의 못다한 이야기

    지난해 11월 뇌경색으로 세상을 뜬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본명 이진원)의 죽음은 많은 이에게 슬픔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회적으로 그의 죽음은 인디 음악인들의 현실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야말로 모두 다에게 행복을 퍼다 주는 사람…나를 연애하게 하라.”고 외치던 그. 이렇듯 힘 있는 목소리로만 그를 기억하던 팬에게는 더욱 뜻깊을 이진원의 유작 에세이 ‘행운아’(북하우스 펴냄)가 출간됐다. ‘행운아’는 이진원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출간을 위해 2년 동안 직접 준비한 원고를 모은 것이다. “저는 이 알량한 음악질 이외에 잘하는 게 없군요. 허접한 외모에 빠르고 더듬는 말투…”로 끝이 난 머리말은 ‘행운아’가 미완의 유고집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하지만 책은 서울 홍대 앞 인디 음악인의 꿈과 현실, 발표한 노래들 뒤에 숨겨진 사연들, 사회에 대한 통쾌한 시선 등 재미와 웃음을 주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노래 못지않게 책도 자신의 독립적인 창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들이다. 음악으로 못다 한 이야기를 푼 것이기도 하다. ‘1부 사전’은 이진원이 자신을 세상에 소개하는 내용이다. 자신과 관련된 키워드(야구, 박찬호, 라면, 술, 인디 뮤지션 등)를 고르고 사전 형식의 해설을 붙였다. 그는 자신을 ‘가내수공업 뮤지션’이라고 정의하고, ‘음악만으로 살기’를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제작 후기라 할 수 있는 ‘2부 노래’는 음반 수록곡 대부분에 얽힌 사연을 담고 있다. 그의 죽음 직후 인디 음악인들의 가난한 삶을 대변한 곡으로 화제가 된 ‘도토리’ 노랫말에 숨은 의미도 속시원히 밝혔다. ‘3부 일기’는 인디 음악인의 일상을 세밀하게 그렸다. 음악·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만 인터뷰하는 ‘루저’ 음악인의 비애부터 공연 포스터를 붙여 줄 사람을 수소문한 일화까지 고인의 살아 생전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4부 생각’은 끝내 완성되지 못한 부분이지만 사회 불의에 분노하면서도 유쾌하게 세상을 안으려는 그를 만날 수 있다. 책 제목 ‘행운아’는 뇌출혈로 쓰러진 지 30시간 만에 발견되어 결국 37살의 나이로 저 세상으로 간 이진원의 삶과 너무도 대비되어 더 가슴 먹먹함을 안겨준다. 고인은 생전에 ‘달빛요정’이란 허황하고도 긴 이름에 대해 “요정이 예쁘다는 편견도 버려야 돼요. 요정이 왜 남자는 없을 거 같아요?”라며 유쾌한 일갈을 남겼다. 1만 38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콩가루 가족’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콩가루 가족’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가족은 늘 든든한 버팀목이다. 세상에서 내쳐지더라도 넉넉히 품어주리라 기대할 수 있는 곳이고, 남들이 다 손가락질하더라도 내 편에 서서 그들과 대거리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지쳐 무너져 가는 어깨를 따뜻하게 붙잡아 줄 수 있는 마지막 이들이 있는 곳이다. 문학 속 가족도, 현실 속 가족도 그렇다. 그러나 ‘여울이네’ 가족은 다르다. 채권 추심업을 하는 아버지 ‘불곰’과 주식투자로 망한 뒤 뇌경색에 걸린 삼촌, 서로 배 다른 3남매, 그리고 여든셋의 할매가 함께 산다. 세 명의 ‘엄마’는 부재하는 존재며, 가족 사이에서 금기어로 굳어 있다. 맞다. 구성 자체가 이미 위태롭다. 1학년 여고생 여울이는 호시탐탐 가출을 노리지만, 정작 그에 앞서서 집을 뛰쳐나간 것은 고3 언니였고, 그 다음이 뇌경색 삼촌, 그리고 ‘다발경화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오빠였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마저 구속돼 감옥소 생활을 하며 집을 빠져나간다. 집을 나가 양로원에 들어가서 남이 지어 주는 밥 먹고 싶었던 할매는 결국 여울이 곁에 주저앉고 만다. 모든 구성원들이 가족 바깥에서 살 길을 찾고파 하는 전형적인 콩가루 집안이다. ‘나이트클럽 댄서의 딸’ 여울이는 코스튬 플레이(만화나 게임 주인공과 똑같은 의상을 입고 흉내내는 행위)를 통해 학교와 집안에서 겪는 숨막히는 현실로부터의 탈출구로 삼고, 또 다른 존재로 변신하고 싶은 욕망을 분출하며 엄마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채운다. ‘불량가족 레시피’(손현주 지음, 문학동네 펴냄)는 불온하다. 세대의 경계에서 늘 불안한 오르내림을 거듭해야 하는 청소년의 속내를 비치는 것도 모자라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의 파괴를 겪어야 하는 세상의 속살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심드렁한 말투로 때로는 비장하게, 때로는 낄낄대게 만드는 문체로 서사(敍事)의 흡입력까지 높이니 그 불온성은 절정에 이른다. 지난해 만들어진 제1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200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손현주(48)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늦깎이로 등단한 손현주지만 2009년 문학사상 신인상, 지난해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대상을 받는 등 창작 활동의 보폭이 넓다. 문학평론가 유영진은 “가족 해체 과정을 통해 새롭게 가족이 탄생하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은 한 작가의 성취를 뛰어넘어 우리 청소년 문학의 성취라고 할 만하다.”고 상찬을 보냈다. 소설은 톨스토이가 인류에 던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화두를 2011년 한국 사회에 착근시키며 풀어낸다. 천상에서 인간세상으로 온 ‘천사 미하일’이 구두수선공 부부의 사랑과 연민으로 함께 지냈듯, 여울이는 여든 넘은 할매의 거친 욕설 뒤에 숨겨진 사랑과 서로 무관심하지만 보이지 않는 줄로 얽혀 있는 가족들의 관계 속에 큰다. 오로지 코스튬 플레이를 위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어 낸 여울이는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한 명도 없다.’고 단언하며 ‘결국 인간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족들이 모두 떠난 상황이 닥치자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이 되어서 아빠, 언니, 오빠, 삼촌, 그리고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엄마까지, ‘불량한 가족’을 기다리는 시간을 기꺼이 맞는다. 천사 미하일이 사람은 사랑의 힘으로 살아감을 깨달은 뒤 다시 하늘로 올라가듯 말이다. 가족의 진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정병국 문화장관 인터뷰 “소통으로 문화예술 힘 복원”

    정병국 문화장관 인터뷰 “소통으로 문화예술 힘 복원”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국실별 업무 보고도 현장에서,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함께 듣겠습니다.” 정병국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7일 잇따라 열린 취임식과 언론브리핑에서 “부처 내 모든 칸막이를 없애고 소통과 현장 중심의 행정을 통해 위대한 문화예술의 힘을 복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장관은 “문화는 이념과 종교, 인종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문화예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사회 분열과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10여년 동안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활동하며 깨달은 것은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이었다. 책상에 앉아 머리로 하는 정책이 아니라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런 차원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신임 장관의 실국별 업무보고를 받지 않고 관련 업계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문화부의 업무를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2월 10일 콘텐츠 업계를 시작으로 현장 업무보고회를 열 계획이다. 아울러 정 장관은 ▲문화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제도 정착과 불필요한 규제 개선 ▲문화산업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킬러 콘텐츠’ 양성 ▲계층간 문화 격차 없애기 위한 ‘문화안전망’ 구축 ▲엘리트 체육과 국민 체육 병행 ▲외래관광객 1000만 시대를 맞은 관광산업의 질적 향상 도모 등을 중점 추진 정책으로 제시했다.삼호주얼리호 인질 구출작전의 엠바고 요청을 거부한 언론사의 정부 부처 출입정지 조치에 대해서는 “국정홍보가 일방적이어선 안 되겠지만, (언론사도)협조할 건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인촌 전 장관 시절 이뤄진 진보성향의 산하기관장 경질 문제에 대해서는 “법으로 해야 할 부분과 인간적 소통을 통해 할 것이 있다. 사과 문제를 포함해 충분한 대화로 풀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28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등을 위해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카자흐스탄으로 첫 해외 출장을 떠난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어쿠스틱카페 내한공연 새달 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쓰루 노리히로(바이올린·키보드), 나카무라 유리코(피아노), 마에다 요시히코(첼로) 등 3인으로 구성된 뉴에이지 연주그룹. 3만~10만원. (02)338-3513 ●2011년 김광석 다시 부르기 콘서트 새달 12일 오후 4시, 7시 30분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대강당. 고(故) 김광석을 그리워 하는 4CUS(박학기, 가인봉, 박승화, 이동은), 바비킴, 이적, 동물원, 유리상자, 나무자전거 등 수많은 선후배 동료 가수들이 그를 기억하고자 연 대규모 콘서트 서울 공연. 7만 7000원. 1544-1555 ●싸이의 소극장스탠드 10주년 한정판 새달 10~20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 데뷔 이후 처음 소극장 공연에 도전하는 가수 싸이의 공연. 9만 9000원. (02)333-3753 국악·클래식 ●안숙선·김덕수의 ‘공감’(共感) 29일 오후 5시 인천 십정동 부평아트센터. 우리 시대 최고의 명창 안숙선(판소리)과 사물놀이를 세계에 알린 명인 김덕수의 협연. 2만 5000~3만원. (032)500-2000 ●2011 꿈의 숲 세시풍속전-사물광대 신년맞이 ‘떼이루’ 새달 3일 오후 3시 서울 번동 꿈의숲 아트센터 퍼포먼스홀. 김한복(징), 박안지(꽹과리), 신찬선(장고), 장현진(북)이 모인 ‘사물광대’는 1988년 김덕수패 사물놀이로부터 ‘사물광대’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활동 시작. ‘떼이루’는 모이라는 뜻의 신라시대 방언. 1만원. (02)2289-5401 미술·전시 ●한글 디자인 명인전 새달 1일까지.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 전각 작가 정병례·핸드백 디자이너 이건만·패션디자이너 이상봉·도예가 전병근이 한글 디자인을 이용한 ‘4인4색’의 작품 출품. (02)733-7555 ●인세인 박전 새달 20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케이블 전선으로 회화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신진작가 인세인 박(Insane Park)의 작품을 전시. (02)723-6190 연극·뮤지컬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 새달 10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2. 늙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는 아이가 아버지의 구속과 집착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2007년 국립극장 창작공모전에 당선된 동이향 작가의 작품이다. 2만 5000원.(02)762-0010 ●뮤지컬 미션 새달 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8세기 식민지 영토분쟁의 중심이었던 남아메리카를 배경으로 했다. 예수회 신부들이 아순시온 지역의 원주민 과라니족을 대상으로 선교활동 중 생기는 종교, 인종, 사상을 뛰어넘는 감동을 전하는 영화 미션을 뮤지컬화 한 작품. 6만~20만원. (02)525-1621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새달 2일부터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학생에서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관객층을 아우르며 큰 호응을 이끌어 낸 차이무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작품으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시사코미디 연극. 3만 5000원. (02)762-0010
  • KT “미래의 박찬욱 여기 모여라”

    KT “미래의 박찬욱 여기 모여라”

    ‘미래의 박찬욱 감독을 꿈꾸는 사람들은 여기로 모여라.’ KT가 일반인과 1인 창조기업들이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 스튜디오를 개관했다. KT는 26일 서울 목동 KT 정보전산센터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석채 KT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36㎡(615평) 규모의 ‘올레 미디어 스튜디오’ 개소식을 가졌다. 올레 미디어 스튜디오는 공개 방송이 가능한 스튜디오와 콘텐츠 제작 및 편집을 할 수 있는 개인편집실, 종합편집실 및 부조종실, 녹음실 등의 시설을 갖췄다. 무료 공연장인 KT체임버홀과 연계돼 공연물 콘텐츠도 제작할 수 있다. 또 학생과 일반인이 전문가의 기술을 지원받아 디지털 편집기와 녹화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오픈 콘텐츠 창작센터도 운영된다. KT는 상반기내 3차원(3D) 영상장비를 추가로 구축해 3D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풀 고화질(HD) 방송 설비는 일반 제작센터 대비 70~80% 수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했다. KT는 콘텐츠공모전, 스마트폰 영상제작 강좌 등을 추진하고 공모전 수상 콘텐츠는 올레TV에 방영해 1인 창조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北 김정일 닷새연속 공개활동

    北 김정일 닷새연속 공개활동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닷새 연속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보도했다. 지난 22일 이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후계자인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데리고 최고 미술창작단체인 만수대창작사를 현지지도(시찰)했다. 통신은 “김정일 동지께서 창작사의 구내에 새로 모신 김일성 동지의 동상을 보신 다음 공훈조각창작단을 비롯한 여러 곳을 오랜 시간에 걸쳐 돌아보셨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의 김 위원장 공개활동 보도는 닷새째로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1월 18일 기계종합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19일 중앙동물원과 국가과학원 생물공학분원, 20일 ‘11월 20일 공장’과 룡악산 샘물공장, 21일 황해북도 인민학습당과 사리원시 식료공장을 방문했다. 시찰에는 김정은 외에 당 정치국 위원인 김기남·최태복(당비서 겸직), 김경희(당부장 겸직)와 정치국 후보위원인 최룡해·김평해(당비서 겸직)·문경덕(당비서 및 평양시 당 책임비서 겸직)이 수행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매제 장성택(국방위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은 수행자 명단에 없었다. 장성택은 올해 들어 단 한번도 김 위원장을 수행하지 않아 주목된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문인협회 이사장에 정종명 소설가

    소설가 정종명(66)씨가 한국문인협회 제25대 이사장에 당선됐다. 한국문인협회는 “지난 22일 치러진 임원선거 개표 결과, 총 7325표 가운데 정 후보가 2485표를 얻어 2008표에 그친 성기조 후보를 앞서 당선됐다.”면서 “소설가가 이사장에 당선된 것은 김동리 이사장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라고 23일 발표했다. 정 신임 이사장은 “창작욕구를 고무할 수 있는 젊은 문협을 만들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 경북, 휴양·레포츠 공간 5곳 조성

    경북, 휴양·레포츠 공간 5곳 조성

    경북도는 산림 휴양·레포츠 수요 증가에 따라 올해부터 2014년까지 2700여억원을 투자, 산림·휴양 레포츠 공간 5곳과 숲길 8곳을 각각 조성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도는 산림·휴양 레포츠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우선 900억원을 들여 구미 등 9개 시·군 456㎞에 걸쳐 파노라마숲길과 길체험관, 전망숲길, 전망대, 산촌 민박마을 등을 갖춘 ‘낙동강 풍경길’을 만든다. 또 같은 지역에 추진되는 ‘낙강지락(江之) 산악 레포츠벨트’에는 산악어드벤처시설·오토캠핑장·산악자전거(MTB) 코스 등을 설치한다. 특히 김천 등 백두대간이 지나는 6개 시·군에 걸쳐 ‘백두대간 이야기나라 벨트’가 구축된다. 1100억원을 들여 해인촌(김천), 금계촌(영주), 택리지촌(상주), 견훤촌(문경), 도효자촌(예천), 산타빌리지(봉화) 등 각 지역에 맞는 테마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구간인 포항시 등 16개 시·군의 등산로를 연결하는 ‘백두~낙동 1500리 숲길’엔 산악마라톤 코스 및 자전거길, 행글라이더 및 패러글라이더센터, 모험광장은 물론 레크리에이션·테마광장과 예술창작 공간도 들어선다. 상주·문경 2개 지역에는 ‘낙동강 어린이동화 숲나라’가 생긴다. 300억원이 들어갈 이 사업은 낙동강 갈대숲·모래밭·섬강나루 등 수변과 산림생태자원을 아우르는 학습놀이 공간으로 꾸며진다. 도는 이와 함께 4년간 106억원을 투자해 지역의 문화와 역사, 생태자원이 어우러진 명품 숲길 8곳(총 연장 534㎞)도 조성한다. ▲포항 봉좌산 숲길(30㎞) ▲안동 왕모산 숲길(30㎞) ▲상주 백화산 백리길(25㎞) ▲문경 황장목 숲길(30㎞) ▲의성 산림치유 숲길(50㎞) ▲영양 일월산 건강 체험길(10㎞) ▲고령 미륵령 숲길(4㎞), ▲울진 금강송 숲길(355㎞) 등이다. 이곳에는 참나무 숲길, 바람길, 숲속 관찰로 등을 조성하고 지압길, 아로마 치유길, 전망 데크 등도 만들 예정이다. 김남일 도 환경해양산림국장은 “이들 사업이 완료되면 지역 산림생태·문화자원 등과 융합된 특색있고 다양한 산악·레포츠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걸그룹에 책 제목을? 동심이 용납할까요”

    “걸그룹에 책 제목을? 동심이 용납할까요”

    “아이들이 즐기는 문화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없다는 게 가슴 아픕니다. 유명세로는 걸그룹을 이길 수 없겠지만, 동화책을 사는 사람들은 ‘달샤베트’를 아껴줄 거라 생각합니다.” 백희나(40)씨는 ‘구름빵’과 ‘달샤베트’ 단 두개의 작품으로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그림책 작가가 됐다. 그의 그림책은 손수 만든 봉제 인형과 소품들로 이야기의 각 장면을 연극처럼 연출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묶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손으로 만든 인형이 말을 건네오는 듯한 따뜻한 느낌 때문에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서 사랑받은 그림책 ‘구름빵’은 2004년 출간 이후 40만부가 넘게 팔렸다. 2005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상을 받기도 했다. 자신만의 출판사를 차리고 지난해 8월 두 번째로 펴낸 책 ‘달샤베트’도 3만 6000여부가 팔리며 그림책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 뒤에는 창작 그림책에 대한 홀대와 신인 작가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관행으로 인한 아픔이 있었다. 첫 작품 ‘구름빵’은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백 작가는 원고료만 받고 모든 지적재산권을 출판사 측에 넘기는 계약을 했다. 창작물이 의지와 상관없이 작가도 모르는 방향으로 재창조되어 퍼지는 것을 6년간 지켜봐야 했던 백씨는 또다시 저작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가 지난해 말 ‘달샤베트’와 비슷한 ‘달샤벳’이란 이름의 걸그룹을 데뷔시켰기 때문이다. 백씨는 “연예기획사가 책의 제목이 좋다고 걸그룹 이름으로 쓰고 싶다고 연락을 해 왔어요. 절대 안 된다고 했죠. 걸그룹이 그 이름을 쓰면 책이 갖고 있는 본래의 이미지가 죽어버리니까요. 하지만 기어이 ‘달샤벳’이라고 한 글자만 바꿔 방송에 출연하더군요.”라며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달샤베트’란 상표 출원은 백씨가 먼저 했지만 등록되는 데 1년이 걸리고 그때 가서야 사용중지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의 앞길을 위해 징검다리 하나를 놓는다는 의지로 계속 저작권 싸움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백 작가는 최근 신작 ‘어제저녁’을 출간했다. 역시 손수 만든 동물 인형으로 책에 입체감을 불어넣은 따뜻한 창작 그림책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라임과 난 닮은꼴… 인생에 마법 같은 순간 오더라”

    “라임과 난 닮은꼴… 인생에 마법 같은 순간 오더라”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여주인공 길라임이 사는 월세 30만원짜리 옥탑방이 남 이야기가 아니고, 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3남매가 엄마와 어렵게 살았습니다. 인생에는 마법 같은 순간이 오는데 그때 준비된 사람은 자기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것 같아요.“ ●동화책 살 돈 없어 공상하며 동시 써 안방극장 시청자를 로맨틱 판타지의 마법으로 홀려 놓은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39) 작가는 16일 드라마 결말에 대해 “사실 지금껏 내가 해피엔딩을 안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둘의 영혼이 처음 바뀔 때 깔린 복선 때문에 누군가 죽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 것 같은데 후반에 길라임(하지원)이 자동차 스턴트를 하다 사고를 당하는 것을 염두에 둔 내용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강원 강릉시 강일여고를 졸업한 김씨는 어린 시절 책 살 돈이 없어서 동화책을 못 읽었다고 한다. 대신 공상을 많이 했고, 가난한 일상뿐이라 일기 대신 써 간 동시를 칭찬해 주신 선생님 덕분에 작가가 될 결심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한 그는 신경숙 작가의 책을 많이 읽었다. 신경숙처럼 되려면 그가 졸업한 대학교에 가야한다는 생각에 1997년 스물다섯에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졸업하고는 막막했다. 신춘문예는 낙방하고,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로에서 희곡을 썼다. 낙향해야 하나 고민할 때 드라마를 써 보라는 제안이 들어왔고, 이제는 회당 3000만원을 받는 스타 작가가 됐다. 김 작가에게 “주원(현빈)이 죽는 거야? 죽이기만 해 봐 이혼할 거야!”라고 위협(?)하는 그의 남편은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끝내고서 필리핀으로 여행 갔다가 만났다. 현지에서 바를 경영했던 지금의 남편과 열렬한 사랑 끝에 2006년 결혼했는데 이러한 경험은 드라마 주인공의 알콩달콩한 연애에 녹아난다. ●남편과의 연애 에피소드 드라마에 담아 “내가 꾀어서 남편과 결혼했다.”는 김 작가는 “김주원이 ‘네 꿈속은 왜 그리 험한 건데.’라며 꿈꾸는 길라임의 미간을 눌러주는 내용은 우리 부부 이야기”라며 웃었다. 현빈이 2005년 출연한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의 각본을 썼던 김 작가는 “당시 딱 한번 만나고 이번에 다시 만났는데 그 사이 소년이 남자가 돼 있더라.”며 “드라마 첫 미팅 때 너무 말이 없어 숫기가 없는 줄 알았는데 1~4회 촬영분을 편집실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생각했던 김주원을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길라임 역의 하지원에 대해서도 “잠을 못 자는 빠듯한 일정에 어쩌다 한 시간 휴식 시간이 나도 30분 씻고 30분 운동을 하고 나온다. 자면 얼굴이 붓는다며 30분간 줄넘기를 하고 나오는 이 배우를 어찌 예뻐하지 않을 수 있느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며 아쉬움 속에 드라마 집필을 끝낸 그이지만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와 ‘좋은 드라마’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을 놓지 못한다. 김 작가는 “누군가 ‘시크릿 가든’이야말로 진정한 ‘막장 드라마’라고 하던데 참 속상하죠.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하면 그게 좋은 드라마일까요?”라고 자신과 시청자에게 동시에 질문을 던졌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정보석 “내가 더 동안” vs 조재현 “인기 질투나”

    정보석 “내가 더 동안” vs 조재현 “인기 질투나”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는 부부라는 인연, 남편과 아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2008년 초연 당시 창작연극으로는 이례적으로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다음달 21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앙코르 연극 ‘민들레’의 남자 주인공 정보석(49)과 조재현(46)을 지난 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일찍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하게 쏟아내는 은행원 남편 안중기 역을 맡았다. 3월 공연 때는 이광기(42)가 가세한다. →더블 캐스팅인데. -조재현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연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집에서 불만이 많다. 소속사는 파산 직전이다. 초연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데 이어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어 기쁘다. 확실히 정보석 선배님의 인기가 많아진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관심이 많이 없었을 텐데, 같은 역할을 맡은 입장으로서 질투 난다. 하지만 프로듀서를 맡은 입장에선 행복하다(웃음). -정보석 전생에 제가 많이 잘하고 산 것 같다. 초연 때 공연 보면서 굉장히 많이 웃고 울었다. 앙코르 공연 때 꼭 끼워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기회를 맞게 됐다. 대본을 보면서 꼭 저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 관객을 사로잡을 비장의 카드가 있나. -정 조재현보다 제가 선배지만 솔직히 제가 더 동안(童顔)이다. 연기력으로 안되면 어려 보이는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호소하겠다(웃음). -조 정보석 선배는 제가 배우를 시작했던 시절 이미 잘나가는 배우셨다. ‘젊은 날의 초상’이라는 작품에서 저는 조연이었고 보석이 형은 주인공이었다. 선배와 함께 극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게 돼 영광이다. →정보석씨는 시트콤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연극무대에까지 나선 이유는. -정 드라마(‘자이언트’, ‘폭풍의 연인’) 때문에 이 연극은 사실 불가능한 스케줄이었다. ‘자이언트’에서 날 선 조필연 역할을 하면서 예민해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조재현씨가 전화를 걸어 출연 제안을 했을 때도 ‘너 나 죽으면 책임질래?’하며 조필연스럽게 짜증을 냈다. 스트레스에 약까지 먹었을 정도였다. 정신과까지 찾으면 안 좋은 오해를 할 것 같았다. 치료방법을 생각하다가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의 시원했던 느낌을 떠올렸다. 내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어려운 스케줄을 비웠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아내 무덤을 찾는 주인공의 감정 변화가 가슴에 와 닿는다. 실제 어떤 남편인가. -정 정곡을 찔렀다. 오는 3월 7일로 결혼 23년차가 된다. 아내에게 첫눈에 반해 오랜 구애 끝에 결혼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에게 소홀해졌다. 이번 연극은 우리 부부에게도 훌륭한 카운슬러(상담자)가 될 것이다. 그동안 미안했던 내 감정을 담아 아내에게 보내는 화해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아내의 자는 모습이 너무 예쁘지만 일어나서 말을 하면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수면제를 먹여서 다시 재울까’하는 생각을 한다(웃음). 아내와 불화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고 오래 산 부부들은 다들 겪는 그런 감정이다. 내가 출연하는 모든 공연에 아내를 초대할 것이다. -조 공연을 본 아내가 ‘현실에서도 그렇게 잘하라’라고 핀잔주더라. 공연이 끝난 뒤 관객 모습을 훔쳐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40~50대 부부들이 손을 꼭 잡고 나가면서 ‘있을 때 잘하자’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볼 때가 가장 뿌듯하다. 한국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이혼율이 가장 높다고 하는데 ‘민들레’는 대한민국 이혼율을 떨어뜨리는 연극이 될 것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음악의 창으로 바라본 과거와 미래

    음악의 창으로 바라본 과거와 미래

    꼬박 원고지 6004장이다. 책의 일반 활자보다 더 작은 글씨들로 빼곡하게 1170쪽을 채운 두툼함이다. 애당초 1만장이 넘는 원고였고 출판사 측은 8~10권 시리즈로 내려 했다. 그러나 저자가 한권의 책으로 내기를 고집해 두 차례에 걸쳐 문장을 대폭 다듬어 줄였다. “새로운 세기는 예술의 시대일 것이라고 말들 하지만 이 명제를 입증할 구체적인 논거들은 갖지 못했습니다. 예술이 흐르고 전달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역사를 돌아보며 미래를 기획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음악의 세계사’(문학동네 펴냄)를 내놓은 김정환(57)은 지난 12일 만남에서 ‘미래의 기획’이라는 표현을 줄곧 언급하며 10년에 걸쳐 이뤄낸 작업 성과를 자평했다. 등단 31년을 맞은 시인이자 소설가, 문학 평론가, 클래식 평론가 등을 오가며 사회문화적 담론을 생산해 온 김정환이기에 가능한 소명의식의 발로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방위적인 차원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이 이뤄지고 있지만 음악으로 상징되는 예술을 통해 미래의 전망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그는 “역사를 바라보는 창으로 음악을 삼았기에 다양성과 심화를 동시에 볼 수 있으며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동시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음악의 역사가 유구히 펼쳐질 것 같은 제목이다. 하지만 단순한 역사서와는 궤를 달리한다. 음악, 무용, 미술, 문학, 연극 등 예술의 다양한 분야가 모두 동원되며 역사를 추동하고, 상호 교직하는 과정을 펼쳐낸다. 아널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연상시킨다. 김정환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음악적이고 예술적인 역사의 장면을 포착하며, 신화(神話)의 영역까지 포괄하고 인류의 문화적 시원(始源)을 통해 지금 현재, 나아가 미래의 전망까지 읽어낸다. 명징한 논리의 언어만이 아닌, 시인의 감성과 예지자의 지성을 곁들여 한편의 대 서사시로 바꿔낸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 남미, 에스키모, 오세아니아, 유럽 등 여러 대륙의 신화를 찾아 꼼꼼히 읽었다.”면서 “신화는 그 민족과 역사의 절반 이상을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신화 속에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문장들이 많아 논리적 설명을 위해 접속어를 일부러 많이 넣는 실험적 문장을 구사해 봤고, 시적 서술은 온전한 창작물”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호흡을 끊기도 하는 불편한 문장들이 눈에 띈다. 창작물만 100권을 훌쩍 넘겼고, 번역서까지 포함하면 200권에 육박하는 ‘전방위 예술가’가 이뤄낸 새로운 지적 성취는 인류사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 기반을 갖추는 데도 유용하다. 3만 8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창작뮤지컬 ‘천국의 눈물’ 김준수 & 브래드 리틀 인터뷰

    창작뮤지컬 ‘천국의 눈물’ 김준수 & 브래드 리틀 인터뷰

    ●조성모 뮤직비디오 ‘아시나요’서 모티브 데뷔 때부터 영화를 능가하는 규모의 뮤직비디오로 주목받았던 가수 조성모의 10년 전 3집 타이틀 곡 ‘아시나요’를 기억하는지. 좀 더 추억을 되살려 보자. 1967년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아시나요’ 뮤직비디오에는 어린 한국 병사 조성모와 베트남 소녀역의 배우 신민아의 애절한 눈빛 교환 장면이 나온다. 고작 7초다. 하지만 7초의 힘은 컸다. 이 장면은 10년 뒤 창작 뮤지컬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룹 JYJ의 김준수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오페라의 유령’의 펜텀 역으로 1000회 이상 공연한 브래드 리틀 주연의 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이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다음 달 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천국의 눈물’의 두 주인공 김준수(24)와 브래드 리틀(47)을 지난 10일 서울 예장동 남산창작센터에서 만났다. 김준수는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으로 우연히 만난 베트남 여인 ‘린’과 운명을 뛰어넘은 사랑에 빠지는 ‘준’ 역을, 브래드 리틀은 권력을 이용해서라도 사랑하는 여자 린을 지키고 싶어 하는 미군 장교 그레이스 대령 역을 맡았다. 김준수는 그룹 동방신기와의 갈등을 둘러싼 심정 등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브래드 리틀은 이름 때문에 국내에서 ‘빵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하다. →‘천국의 눈물’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나. 김준수 ‘천국의 눈물’은 한국에서 만든 창작극이고 초연 작품이다. 기존 작품들과 달리 나와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점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음악에 끌렸다. 이런 멋진 음악 안에서 연기하고, 노래하고 싶었다.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을 비롯해 ‘지킬 앤드 하이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브로드웨이 유명 연출가 가브리엘 베리 등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브래드 리틀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과 함께 공연하고 연습하는 과정은 가히 환상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연습과정에서 한국 배우들에게 가르쳐 주거나 아이디어를 주곤 하느냐고 묻는다. 내가 가르쳐 주는 것보다 준수씨나 다른 한국 배우들로부터 색다른 스타일, 연기, 느낌 등을 많이 배우고 있다. ●준수는 여성 연기자와 호흡 맞추는데 일가견 →한 사람은 한국의 아이돌 스타이고, 또 한 사람은 세계적인 뮤지컬 스타다. 김 ‘오페라의 유령’ 공연 영상을 보면 항상 나오는 분이 리틀이다. 직접 뵌것도 영광이지만 단 1초의 연습과정에도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며 매번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극 중 리틀이 화를 내는 장면이 있는데 다른 배우들이 리틀의 연기를 보고 긴장하게 된다. 분위기 또한 묘하게 싸해진다. 역할 모델이다. 리틀 준수씨는 매우 열정적이다. 사실 연습하면서 준수씨가 맡은 준이란 배역에 질투나는 경우가 있다. 준수씨가 너무 배역을 잘 소화해서다. 특히 준수씨는 여성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일가견이 있다. 연기가 너무 좋아 나 또한 본받고 싶다. →나이 차이가 꽤 난다. 삼각 관계를 연기하는 데 있어 몰입이 어렵지 않나. 리틀 진정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생각하나? 준은 굉장히 젊고 멋있으면서도 섹시하다. 내가 극 중 준수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많은데, 아마도 이 모든 것을 갖춘 준수에게 질투심을 느껴서일지도 모른다. 김 나이보다는 극 중 직책이 저는 일반 사병이고, 그레이스는 대령이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오히려 한 여자를 놓고 대립하는 장면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려면 제가 좀 더 잘해야 한다. 부담이 크다. →JYJ와 동방신기의 갈등 얘기가 계속 나온다. 전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를 겨냥한 듯한 글을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는데. 김 어떻게 될지, 지금 상황이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작년보다는 올해 더 좋은 소식으로 팬들을 만나고 싶다. 그 마음뿐이다. 2010년보다는 2011년, 좀 더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문화마당] 노래에도 팔자가 있다/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노래에도 팔자가 있다/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노래에도 팔자가 있다. 발표와 동시에 대중의 사랑을 받는 곡이 있는가 하면, 평생 대중이 듣지 못하는 곡도 지천이다. 발표한 지 일년이 다 되어서야 빛을 보는 곡이 있는가 하면, 대중에게 반짝 인기를 얻다가 서서히 잊히는 곡도 있다. 그 경우가 퍽 운명적이고 예측할 수 없어서, ‘노래도 팔자를 타고 난다.’는 말에 쉽게 공감이 간다. 그때 그 순간, 그 노래가 없었다면 무엇이 그 자리를 대신했을까? 사랑했던 연인과 이별하고 돌아서는 길. 전파상에서 울려 퍼지던 그 노래. 가슴을 때리며 발길을 멈추게 했던 그 노래. 필시 이 땅의 모든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 그 노래. 정말 그때 그 노래가 없었다면 무엇이 우리의 가슴을 달랬을까? 지난해 전국 투어 공연을 끝낸 싱어송라이터 뮤지션 이적. 공연을 보러온 관객은 그가 말한 ‘노래 팔자’가 참 의미심장하게 들렸을 것이다. 음악 창작자의 입장은 언제나 마찬가지다. 음반에 수록되는 10여곡은 그야말로 산고 끝에 세상과 조우한다. 어떤 곡은 타이틀곡을 염두에 두고, 또 어떤 곡은 그저 음반에 양념 삼아 깔리는 곡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뮤지션 이적이 말했던 ‘노래팔자’의 의미는 세월에 견딜 수 있는 노래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이어진다. 당장 유행에 집착하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곱씹을 수 있는 작품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적이 노랫말을 만들고 김동률이 곡을 쓴 노래 ‘거위의 꿈’. 1997년 김동률, 이적이 결성한 카니발에 의해 히트됐다. 그 곡은 당시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누린 스테디셀러로 깊이 각인됐다. 이후 꼭 10년 만에 가수 인순이가 리메이크해 국민가요가 됐다. 통상 선배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는데, 이 경우는 후배의 곡을 리메이크해 확산시킨 보기 드문 경우다. 이처럼 노래의 운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문세의 대표곡이자 애창곡 ‘붉은 노을’은 20년이 지나서 아이돌그룹 빅뱅에 의해 다시 불려졌다. 젊은 세대들은 20년 전 노래에 열광했다. 완성도 높은 곡은 세대를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나 불려지게 마련이다. 물론, 노래와 유행은 따로 뗄 수 없는 상관 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가요가 유행에 종속돼 길을 잃고 표류하는 일은 기형적이다. 1990년대 가요는 다양성을 충족시키면서도 윤기가 흘렀던 최고의 절정기였다. 음악이 소중했던 시대였다. 그러다 가요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진화했다. 음악적 역량과 개성적인 가창보다 어느 정도의 끼를 갖추고 있는가에 따라 연예인 가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음악적 진정성보다 시청률과 가십성 뉴스에 매달려 온 미디어 관계자들의 무책임도 일조를 했다. 현 음악시장은 한 곡으로 구성된 싱글을 발표하는 시대다. 음원 판매를 위해 한 곡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모든 음악이 그렇지는 않지만 다소 자극적으로 변질되는 추세다.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거나 혹은 감성적이다. 아무래도 트렌드를 의식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10여곡이 담긴 음반은 뮤지션의 메시지가 담긴 음악적 성취가 오롯이 담겨 있다. 양질의 퀄리티를 획득하고 있으니 소장가치가 높다. 하나, 음반 판매로 이어지지 않으니 그 의미가 퇴색된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음악적 내공을 구축한 대형 싱어송라이터 출현 부재는 편향된 음악듣기가 한몫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가수들이 살아남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기생’해야 하는 현실도 뮤지션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가수가 자신의 무대에서 노래만 부르고 살 수 없는 우울한 가요계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노래방에서 늘 부르던 노래가 오래된 노래가 되어버렸다는 한 지인의 말이 떠오른다. 그만큼 가슴을 울리는 노래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가수인지는 알겠는데, 노래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는 푸념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올해는 반세기 뒤에도 따라 부를, 불후의 팔자를 타고난 명곡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 문학영재반 ‘집현전’ 학생들의 출판기념회 가보니

    문학영재반 ‘집현전’ 학생들의 출판기념회 가보니

    지난해 12월 어느 겨울 밤. 서울 서초구의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는 문학 작품집 ‘성뒤골의 글꾼들’(좋은세상)의 조촐한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이 문집을 펴낸 주인공은 15살 까까머리 중학생부터 대학교 신입생을 포함한 열명 남짓의 예비 작가들이다. “해리포터 신드롬에 빠져서”(강승민·동대부고 1년) 혹은 “가족과 친구들의 칭찬이 좋아서”(고은별·혜화여고 2년), “한국 문학과 인문학 부흥을 위해서”(유기웅·서울시립대 1년) 등 글을 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모두 한마음이었다. 작품집 제목인 ‘성뒤골’은 과거 부자촌으로 도둑이 자주 출몰했던 우면산 골짜기를 이르는 말인데, 지난해 이곳 연수원에서 동고동락하며 창작의 열정을 불태웠던 것을 기념해 지은 이름이다. 이들의 첫 만남은 2006년으로 거슬러 간다. 김재천 시인과 故 김기순 소설가, 당시 수유중 교장이던 오대석 서울시교육원장 등 문학을 사랑하는 세 사람이 함께 뜻을 모아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상대로 시와 소설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집현전’이 첫 출발점이다. 집현전은 같은 해 국내 최초의 방과후학교 문학영재반인 성북교육청 문예창작 영재교육원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첫 수업 당시 중학생이었던 학생들이 지난해부터 대학의 국문학과와 문예창작과로 진학해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는가 하면, 개중에 몇몇은 이미 중·고교 시절부터 전문 작가로 등단해 시인과 소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집현전 1기로 참여한 문지은(영훈고 3년) 학생은 “머릿속에만 갇혀 있는 생각들을 밖으로 끄집어내기 시작하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제 마음대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소설 쓰기의 매력”이라면서 “(소설이) 친구처럼 천천히 다가왔지만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정식 소설가로 등단해 올해 경희대 국문학과에 진학하는 구태희(명덕여고 3년) 학생은 창작소설 ‘당신이 살아남는 법’에 대해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통해 주인공의 이름을 표기하지 않고 결말도 정하지 않아, 작가가 일방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독자들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작품 설명에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작품집에는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손자인 김병도(방배중 2년) 학생이 직접 할아버지의 대표 작품인 ‘무녀도’에 대한 독후감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김군은 “모자 사이인 모화와 욱이를 각각 샤머니즘인 토속신앙과 외래적인 기독교로 나눠 대립시키면서 당시 시대상을 제대로 묘사했고, 인물 간의 섬세한 심리 묘사도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6년간 아이들을 가르쳐온 소설 창작반 선생님이자 현직 소설가이기도 한 오 원장은 “최근에는 학생들 스스로 동인을 결성해 작품집을 내는가 하면 학생 신분으로 소설가로 등단한 제자도 나오고, 대학 진학도 국문학과로 할 정도로 다들 열정적”이라면서 “앞으로는 가르치는 입장이 아니라 아이들과 경쟁을 해야 할 처지”라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글 사진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MB, 뮤지컬 ‘영웅’ 관람

    MB, 뮤지컬 ‘영웅’ 관람

    이명박(얼굴) 대통령이 주말인 지난 8일 부인 김윤옥 여사와 뮤지컬 ‘영웅’을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정진석 정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과 함께 8일 오후 3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찾았다. 수행 인원을 최소화해 관람객들은 이 대통령 내외가 극장을 찾은 것을 거의 몰랐을 정도였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대형 창작 뮤지컬로, 이 대통령은 관람 후 제작 및 출연진을 잠시 만나 꽃다발을 건네며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과 참모진은 공연이 끝난 뒤 인근 장충동 족발집을 들러 족발과 막국수에 막걸리를 곁들여 저녁을 함께 했다. 한편 정진석 수석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대통령 내외와 뮤지컬을 관람한 사실을 알리며 “‘안중근의 단지’로 시작해 교수형을 당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2시간 40분 동안 윤호진 감독의 탁월한 무대 연출이 돋보인 명품 공연이었다.”고 평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겉보기와 본모습 구별할 수 있는가

    겉보기와 본모습 구별할 수 있는가

    두개의 탁자 위에 비슷한 크기와 모양의 조약돌 수십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한쪽은 진짜 돌, 다른 쪽은 종이로 만든 가짜 돌이다. 웬만큼 눈썰미 좋은 관객들도 손으로 만져보기 전엔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똑같아 보인다. 이창훈의 설치 작품 ‘Stone’은 진짜와 가짜의 눈속임을 통해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과 실재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강이연의 비디오 작품 ‘사이 03’은 2차원 평면 화면이지만 마치 누군가 흰 막을 뚫고 나오려는 듯한 입체적인 몸부림이 느껴지는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이재이는 시골 대중목욕탕의 타일 벽에 그려진 나이아가라 폭포와 백조의 호수 그림을 배경으로 한 코믹한 연출 사진으로 이미지의 허상을 풍자한다.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SeMA 2010-이미지의 틈’전은 이처럼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현실과 이미지를 동일시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형상화한 신진 작가들의 회화, 설치, 영상 작품 5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지난 10년간 미술관의 신진작가 지원프로그램과 난지창작스튜디오를 통해 지원한 작가 가운데 22명을 선별했다. 전시는 ‘이상한 거울-이미지와 눈의 틈’, ‘이미지의 배반-이미지와 현실의 틈’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이상한 거울’은 시각적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들 위주로 선보인다. 줄무늬로 뒤덮인 2차원과 3차원의 공간 설치로 착시 효과를 극대화한 김용관, 드로잉과 실사 영상을 결합한 애니메이션 ‘화난 햄릿’의 이영민, 인물 사진을 원통형으로 분절하고 굴절시켜 새로운 이미지로 재현한 강영민의 작품 등이 소개된다. ‘이미지의 배반’은 우리가 보는 이미지와 그 이면에 놓인 현실과의 간극에 초점을 맞춘다. 재개발의 흔적을 파란 포장으로 은폐한 풍경 사진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순을 보여주는 금혜원, 용산참사 등 사건·사고를 순백색 미니어처로 재현하는 작업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태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자연의 파괴와 복수를 다룬 송상희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월 13일까지. (02)2124-880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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