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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 작품 속엔 늘 고향이 있었다

    그들 작품 속엔 늘 고향이 있었다

    김남천, 노천명, 박영준, 안수길, 윤곤강, 윤석중, 이원수, 정비석…. 시인과 소설가의 작품 속에는 늘 고향이 있었다. 삶의 터전으로서, 혹은 상실한 공간으로서, 또는 새롭게 건설해야 할 지향점으로서 고향은 자리매김돼 왔다. 나라를 빼앗겼던 일제 강점기였기에 고향과 조국은 얼마든지 상치될 수 있는 개념이기도 했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가 다음 달 7일 서울시의 후원으로 개최하는 ‘2011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는 ‘이산과 귀향, 한국 문학의 새 영토’라는 주제로 열린다. 1911년생 문인 8명이 주인공이다. 장편소설 ‘대하’를 쓴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김남천, ‘모범경작생’을 쓴 농민소설의 대표 작가 박영준, ‘북간도’의 안수길, ‘자유부인’의 정비석 등 소설가와 ‘사슴’의 노천명, ‘나비’의 윤곤강 등 시인, 윤석중과 이원수 같은 아동문학가 등이 있다. 7일 심포지엄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다. 다음 날에는 연희문학창작촌 야외 무대에서 작품을 낭독하는 문학의 밤, 문학 그림전, 작가별 학술회의 등이 열린다. 기획위원장을 맡은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는 ‘고향의 발견’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 총론에서 “암울한 식민지 현실의 중심부를 관통한 1911년생 작가들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고향’이라는 문학적 주제가 발견된다.”면서 “고향은 ‘잃어버린 낙원’ ‘새로운 삶을 구축하려는 삶의 터전’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이 정신적, 실제적 생활 터전의 확보, 역사 창출과 인간의 실존 양식을 문제 삼으면서 발견한 고향이라는 주제는 이후 한국 사실주의 소설 발전에 한 기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은봉 작가회의 사무총장은 “8명 가운데 일부는 친일 논란, 친독재 논란 등이 있으나 이들까지 문학적 논의의 장에서 다루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모두 재조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군위 ‘삼국유사 테마’ 도시로

    군위 ‘삼국유사 테마’ 도시로

    인구 2만여명의 초미니 자치단체인 경북 군위군이 역사·문화·관광 중심 도시 도약을 위한 날개를 활짝 펼쳤다. 시대별 역사·문화 콘텐츠를 관광산업과 연계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것이다. 군은 올해부터 2016년까지 국비 641억원 등 총 1374억원을 투입해 의흥면 이지리 일대 143만㎡ 터에 ‘삼국유사 가온누리(세상의 중심)’를 조성할 방침이라고 29일 밝혔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단군시대~고려시대까지의 신화, 문학, 설화, 놀이, 장소 등 다양한 콘텐츠와 문화사업을 접목한 문화관광단지로 조성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컨셉트는 크게 세 가지. ▲삼국유사의 영혼을 담은 ‘으뜸누리’ ▲삼국유사의 즐거움을 향유하는 ‘얼쑤누리’ ▲삼국유사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아름누리’ 등 3개 공간이다. ‘으뜸누리’에는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모든 고대국가의 역사를 감상할 수 있는 삼국유사 역사체험관 및 이야기 학교가 들어선다. 놀이마당, 수경공원, 먹거리촌이 들어설 ‘얼쑤누리’에서는 삼국유사 문학관 및 콘텐츠 마당놀이, 관람객 휴양놀이, 야외 카페 등 먹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끽할 수 있다. ‘아름누리’에는 삼국유사 콘텐츠센터와 국제교류관, 문화 콘텐츠 창작 마을 등이 들어선다. 군은 또 올해부터 2017년까지 일연(1206∼1289)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인 인각사(고로면 화북리) 복원에도 나선다. 사업비는 113억원. 천년고찰 인각사는 신라 선덕왕 12년(643)에 원효가 창건했으나 이후 사찰 내 상당수 건축물이 훼손 또는 소실됐다. 군은 극락전과 명부전, 요사채, 시주문, 일각문 등을 복원할 계획이다. 2013년까지 82억원을 들여 군위읍 서부리 옛 군청사 및 군수 관사 부지에 ‘군위 역사문화 테마공원’을 조성, 조선시대 역사·문화를 재현한다. 아울러 80여년 전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해 네티즌들로부터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선정된 중앙선 화본 역사(驛舍·산성면 화본리), 관사 2개동 복원 및 정비 사업도 벌인다. 군은 또 내년부터 3년간 국비 92억원 등 132억원으로 군위읍 용대리 김수환 추기경의 옛 생가 일원에 ‘사랑과 나눔’ 공원도 조성한다. 군위 용대리는 김 추기경이 다섯살 때 부모를 따라 선산에서 군위로 이주해 군위초교 5학년을 마칠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장욱 군수는 “군위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곳”이라며 “이러한 사업을 통해 민족의 역사·문화를 재조명하고 교육의 장으로 활용함은 물론 관광산업과도 연계하겠다.”고 말했다. 군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정병국 문화장관 “콘텐츠분야 예산의 0.16%… 신성장동력산업 의문”

    정병국 문화장관 “콘텐츠분야 예산의 0.16%… 신성장동력산업 의문”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우리나라 문화 예술 행정의 수장에 오른 이후 ‘대국민정책보고회’ 등 도드라진 행보를 보였다. 문화부 모든 부서의 보고회가 끝난 지금 현장의 목소리들을 꿰 보배로 만드는 일이 남았다. 취임 두달을 넘긴 정 장관은 이를 어떻게 정책으로 뒷받침할 생각일까. 29일 서울 와룡동 문화부 청사에서 그를 만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만 11년을 활동했다. ‘준비된’ 장관에 대한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러울 것 같다. -그동안 정부를 비판, 견제하는 입장에 있다가 막상 집행자(장관)가 되려니 쉽지만은 않더라. 대국민정책보고회를 열면서 두번쯤까지는 재밌었는데, 하면 할수록 이걸 집행하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 나라는 생각이 들어 겁도 나고 걱정도 된다. →보고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을 텐데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건가. -현장에서 건의받은 게 모두 230여건쯤 된다. 이걸 모두 내 방에 그래프로 만들어 놨다. 건마다 체크를 하고 로드맵을 만들어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생각이다. →게임법과 관련해 셧다운제(심야시간 청소년 게임 이용 금지) 적용 범위를 4월 임시국회 전에 여성가족부와 합의해야 한다. 입장 차는 좁혀졌나. -셧다운제를 통해 의도한 목표를 100% 달성할 수 있다면 오케이다. 그러나 게임 전문가나 다른 나라의 경험 등을 볼 때 잘못하면 게임산업에만 치명타를 주고 실효는 거두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적용하자고 여가부에 제안했던 거다. 온라인 게임은 셧다운제를 적용하되 모바일 게임 등은 단계적으로 해 보자는 것에 합의했다. 셧다운제를 얼마 동안 유예할 것인가만 조율하면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엔 콘텐츠 시장 자체가 없고, 인력이나 자본도 없다는 지적이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관심을 받지만 현실은 과연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예산만 봐도, 예전 산업화 시대에는 총예산 대비 2~7%를 자동차나 선박, 철강, 정보기술(IT) 등에 집중 투자했다. 그런데 문화콘텐츠 분야 예산은 전체 예산의 0.16%에 불과하다. 이래서는 경쟁력 제고가 될 수 없다. 규제도 개선돼야 한다. 콘텐츠산업은 첨단 산업인데 법령이 그걸 따라가지 못한다. →콘텐츠 산업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해 왔다. 이를 어떻게 정책에 담을 생각인가. -영화나 게임 등 특정 장르에 집중하겠다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영화 예산이 300억이라고 하면 100억은 새로운 싹이 돋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투자하고 나머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영화 제작에 투입하겠다는 뜻이다. 또 예산을 여러 영화에 쪼개서 지원하지 않고 한두편에 집중하겠다. →한두편을 선정하는 과정에 잡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늘 불만은 있다. 그러나 욕 먹을 게 무서워 회피하지는 않겠다. 선정 절차는 객관적으로 하겠다. 산업은 경쟁력이 없으면 산업이 아니다. →영화계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뜻인가. -영화뿐 아니라 모든 예술은 창작자가 하는 거다. 정부가 할 일은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일이다. 간섭은 최소화하겠다. 다만 방향은 제시하고 싶다. 영화의 경우 감독 중심의 제작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할리우드처럼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 또 중국이나 일본 등과의 공동 제작도 활성화돼야 한다. 우리 영화 제작 시스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그런 측면으로 지원하겠다. 더 중요한 건 불법 다운로드 근절이다. 열심히 만들었는데 다 도둑질당하고 있다. 그걸 내가 막지 못한다면 국가가 책임을 못 진다는 얘기 아닌가. 내 모든 것을 걸고 불법 다운로드만큼은 지속적으로 단속해서 반드시 뿌리를 뽑겠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1000만 관광객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대응책은 있는가. -일본이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논한다는 게 시기상 맞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지금은 관광의 양보다 질을 개선할 호기다. 지난해 관광객은 많이 들어왔어도 관광 수지는 개선이 안 됐다. 관광객 수는 줄어도 돈을 더 많이 쓸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겠다. →종교계, 특히 불교계와 불편한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해결을 위한 복안은 있는가. -특별히 종교계와 관계가 불편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문화부가 오해를 산 일이 있다면 그걸 불식시키고 개선하는 데 노력하겠다.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이 99일 남았다. 평창 유치 가능성은 있는가.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유치 활동 단계마다 한건의 실수도 없이 톱니바퀴처럼 잘 진행돼 왔다. 이런 페이스를 남아공 더반까지 유지, 관리한다면 잘될 것으로 본다. →문화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재단 등이 투자에 나섰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위기라는 감사원 지적이 있었는데. -기금을 투자할 때는 위험성이 따르기 마련이다. 손해를 본 건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금융 위기 이후 부동산업계 전체가 손해를 보지 않았나. 더 준비를 철저히 해서 손해가 나지 않도록 하겠다. →일본 드라마 개방과 관련된 정확한 입장은 뭔가. 새 종합편성채널 업자들에게 유리한 발언이라는 시각이 있다. -개방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 문화는 내보내고 다른 문화가 들어오면 안 된다? 이런 쇄국적인 생각은 안 된다. 지금 신한류가 잘나가고 있지 않는가. 이 계기를 놓치지 않겠다.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밝혀 달라. -나에게 주어진 현안이 아니다. 지금 총선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대통령께서 판단하시는 시점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정병국 장관은 ▲경기 양평(53) ▲부인 이상희씨와 1남 1녀 ▲1977년 서라벌고 졸 ▲1984년 성균관대 사회학과 졸 ▲1993~97년 대통령 비서관 ▲2004년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16~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부총무, 새정치 수요모임 대표, 사무총장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 정완영 “시를 안쓰면 무슨 재미로 사누”

    정완영 “시를 안쓰면 무슨 재미로 사누”

    “자네는 왜 시를 쓰지 않나?” 노(老) 시인은 대뜸 묻는다. 그저 농담인가 싶어 머뭇거리니 다시 묻고 재촉한다. “자네도 시를 쓰시게. 제대로 된 시 두편만 남기면 그 어떤 훌륭한 정치인, 그 어떤 훌륭한 학자보다 더 오랫동안 역사가 기억할 거야.” 진지했다. 65년 시력(詩歷)의 시인답게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지식과 지혜를 내보였고, 92세 고령의 나이가 무색하게 얘기 중간중간 유쾌한 농담을 잊지 않던 그는 지긋한 눈빛으로 정색한 채 손주뻘 되는 기자에게 시 쓰기를 권했다. 머리를 배반한 입이 절로 움직였다. “네,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4일 시조시인 정완영을 만났다. 최근 열일곱 번째 시집 ‘詩菴(시암)의 봄’(황금알 펴냄)을 내놓은 그다. 공식 집계는 없건만 창작 시집을 내놓은 최고령 시인임에 분명하다. 경북 김천시에 있는 그의 집과 백수문학관을 오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일제 강점 기 고문이 시로 터져나와 그의 호는 백수(白水)다. 정갈히 맑은 물이라는 뜻과 함께 고향 김천의 천(泉)을 쪼갠 글자(破字)다. 2008년 정부와 경북도 등이 예산을 들여 백수문학관을 개관했다. 시조시인으로 개인의 문학 업적을 기리는 문학관이 생긴 것은 처음이었다. “난 시 지상주의자이면서 시 전도사야. 남녀, 학력, 노소 가리지 않고 늘 시를 권하지. 시를 쓰는 것이 즐거우니까 권하는 거지. 시를 안 쓰면 무슨 재미로 사누.” 시에는 별 재주 없는 이가 많을 텐데 무작정 시를 권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짐짓 놔보는 어깃장에 “농부가 땅에 씨를 뿌리면 많이 거두는 이도 있고, 조금밖에 못 거두는 이도 있지. 그러나 아무것도 못 거둔 이는 없는 법이야. 타고나지 않아도 노력한 만큼은 반드시 거두게 돼 있으니까.”라고 대답한다. 말 그대로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이다. 정완영은 일제 강점기 ‘불령선인’(일본을 따르지 않는 조선인)으로 찍혀 경찰에게 고문당해 오른쪽 중지를 쓸 수 없게 됐다. 고통은 시가 되어 터져나왔다. 광복 직후인 1946년 김천에서 ‘시문학 구락부’를 만들며 시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민족적 시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장르로서 시조만을 고집해 온 민족사적 배경이자 개인사적 이유다. 1970~80년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그의 시조 ‘조국’에서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와 같이 노래할 수밖에 없게끔 살아온 것이다. 정완영은 청마 유치환의 강권으로 공식 등단의 필요성을 느꼈고 곧바로 1960년 서울신문, 국제신보, 1962년 조선일보, 1967년 동아일보 등 신춘문예를 휩쓸다시피하며 중앙문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몸으로 꿰뚫고 살아온 시 세계는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시인이 가난하지 않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시인의 가난함은 훈장이라고 머리로 외면서도 몸은 한사코 명예와 돈을 좇아 두리번거리는 것이 여느 시인들의 비루한 현실이니 말이다. “시는 벌판에서 와. 외롭고 쓸쓸할 때, 그때 시가 나와. 안일하거나 가득 차면 시가 안 나오거든. 시가 떠오를 때는 일부러 밥도 두세 끼니씩 거르기도 해.” 하지만 어쩌랴. 짜여진 형식의 틀과 고루한 인식에 갇혀 있는, 낡은 장르로 치부되는 것이 문단에서 시조가 겪고 있는 대접이다. 그는 “시조의 형식에는 종장 세 글자를 제외하면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는, 무한한 자유로움이 들어 있다. 시의 정서와 시어 역시 다루지 못할 것이 없다.”면서 “시조를 모르는 이들의 편견일 뿐”이라고 단호하게 얘기한다. ●“시조 변형 자유로워… 낡은 장르 치부는 편견” 그의 신작 시집 ‘시암의 봄’을 펼쳐 읽어 보면 시조에 대한 편견이 단박에 허물어짐을 느낄 수 있다. ‘감꽃만 떨어져 누워도 온 세상은 환!하다/…/이 세상 한복판이 어디냐고 물었더니/여기가 그 자리라며, 감꽃 둘레 환!하다’(‘감꽃’ 중), ‘동구 밖 개 짖는 소리로 먼 마을에 눈 내렸다’(‘먼 마을에 내리던 눈’ 중), ‘꽃보다 어여쁜 적막을 누가 지고 갈 것인가’(‘적막한 봄’ 중) 등과 같은 시편들은 젊은 시인의 모던함과 무람 없이 견줘도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안길 만하다. 특히 ‘함부로 꽃 피지 않고, 함부로 열매 안하는 석류나무’를 보여준 ‘우리 집 석류나무는’는 품격 있는 시어 조련과 범우주적 가치에 대한 사유의 정수를 확인시켜 준다. 지금도 하루에 열 시간 이상 시를 공부하고, 생각하고, 쓰고 있다는 진짜배기 시인 정완영. 그러고 보니 김천은 소설 쓰는 김연수(41), 시 쓰는 문태준(41)의 고향이다. 그냥 불쑥 튀어나온 문재들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글 사진 김천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대한민국 오디션 공화국] “나도 꿈 이룰 수 있다” …감동의 대리만족

    [대한민국 오디션 공화국] “나도 꿈 이룰 수 있다” …감동의 대리만족

    오디션은 ‘경청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아우디레’(audire)에서 유래했다. 특정 배역에 어울리는 영화·뮤지컬 배우, 가수를 선발하는 것을 지칭하던 오디션이 최근에는 일반인 중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뽑거나 연예인들끼리 경쟁 시키는 서바이벌 형태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TV의 경우, 5~6년 전만 해도 천덕꾸러기 신세이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제 가장 ‘핫’(Hot)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가수, 아나운서, 모델, 심지어 기자와 카레이서까지 오디션으로 뽑는 세상이다. ●케이블發 열풍, 지상파·공연계로 확산 케이블 채널에서 시작된 오디션 열풍은 지상파 방송3사가 가세하면서 전방위로 확산되는 추세다. 방송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오디션 프로 ‘위대한 탄생’을 도입한 MBC는 ‘슈퍼스타K’(오디션 열기에 불을 붙인 케이블 프로그램)의 아류라는 초기 비판을 딛고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끌어내 싱글벙글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오디션으로 아나운서를 뽑는 ‘신입사원’을 시작했다. SBS는 6월 말 뮤지컬, 연극, 영화, 드라마 등 여러 장르에서 활약할 연기자를 뽑는 ‘기적의 오디션’을 시작한다. KBS도 같은 달 코미디, 클래식 음악, 뮤지컬 등 특화된 장르의 예비스타를 뽑는 ‘도전자(가제)’를 선보인다. 케이블채널 아리랑TV는 취업 서바이벌 프로그램 ‘컨텐더스’를 통해 기자를 오디션으로 선발한다. 케이블 TV는 아예 해외에서 ‘대박’을 터트린 오디션 프로 판권을 사들여 한국판을 내보내고 있다. 온스타일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와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와 ‘오페라스타 2011’가 대표적인 예다. 오디션 발원지인 공연계도 일반인 대상 오디션을 적극 늘리고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던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다음 시즌에 출연할 배우를 뽑는 ‘슈퍼스타 Kim’의 오디션을 실시한다. 인터넷으로 모집한 100명의 일반인이 심사단이다. 심사단은 오는 28일부터 제작진과 함께 캐스팅 노하우를 ‘열공’(열심히 공부)한 뒤 1인 1표를 행사하게 된다. 공연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연예기획사 DSP미디어와 손잡고 ‘뮤지컬 아이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00대1의 경쟁을 뚫고 세 차례 관문을 통과한 10명을 다음 달 8일 개막하는 뮤지컬 ‘그리스’ 무대에 세워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전문 카레이서이기도 한 ‘한류 스타’ 류시원은 지난달 카레이서 오디션을 실시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디션 프로가 ‘한물 간’ 장르로 여겨졌다는 사실이다. SBS는 2001년 가수 선발 ‘영재육성 프로젝트’를 시도했고, KBS는 MC와 연기자를 각각 뽑는 ‘MC 서바이벌’(2004)과 ‘서바이벌 스타 오디션’(2006)을 선보였다. 모두 성적이 신통찮았다. 그랬던 오디션이 역설적이게도 케이블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상파보다 시간 제약 등이 덜한 케이블 TV는 수용자 처지에서 도전자들의 성장 과정에 주목했다. 그 결과, 공급자 위주의 선발 기능에 그쳤던 지상파와 달리 시청자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었다. ●스타보다 일반인 리얼 도전기에 공감 ‘슈퍼스타 K’를 제작한 케이블 채널 Mnet의 방송제작사업부 홍수현 국장은 “오디션이 TV를 집어삼킨 가장 큰 이유는 공감과 감동이라는 두 가지 코드를 동시에 만족시켰기 때문”이라면서 “도전자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로 하여금 ‘나도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대리만족을 심어준다.”고 강조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 인기의 연장선에서 인기 요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안우정 MBC 예능국장은 “몇 년 전부터 MBC ‘무한도전’이나 KBS ‘1박2일’처럼 짜인 대본이나 특별한 연출 없이 자연스러움 속에서 재미와 감동을 찾아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대세로 자리잡았다.”면서 “스타들의 새로운 도전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일반인들의 리얼 도전기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오디션 프로가 각광받았다.”고 분석했다. 리얼 프로그램의 생생한 감동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팽팽한 긴장감 내지 의외성이 오디션 열기를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슈퍼스타K의 경우처럼 지원자를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과정에 ‘대국민 문자투표’라는 이름으로 시청자들을 참여시킨 것도 인기에 한몫을 했다. 전화나 문자 한 통으로 다른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그렇다면 열기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안 국장은 “지상파의 경우 제작비 등의 제약 때문에 오디션 규모가 작았지만 간접 광고 규제가 풀렸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 기간 (오디션 프로) 제작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해외 프로그램을 통해 부쩍 높아진 시청자들의 수준을 감안할 때 차별성은 기본이고, 구성과 연출이 탄탄한 웰메이드 오디션 프로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간호사 출신 소설가 정유정 새 장편 ‘7년의 밤’

    간호사 출신 소설가 정유정 새 장편 ‘7년의 밤’

    “그러니까 이게 전부 사실은 아니지요?” “사실이 전부는 아니야.” “그러니까 사실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는 소설의 초입부에서 ‘살인마의 아들’의 입을 빌어 이렇게 묻는다. 사실이 진실이냐고. 그리고 소설 내내 침묵한다. 대신 어마어마하게 끔찍하면서 너무나도 불편한 얘기, 으스스하게 오래 가슴 졸여야 하는 서사(敍事)를 거침없이 풀어낸다. 그리고 소설의 끄트머리 즈음에서 스스로 대답한다.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냉소적 표현… ‘의도적 거리두기’ 그렇다. 멀찍이 떨어져 있으면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한복판에 들어가 있어도 진실은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수 년의 시간을 두고서 복판과 외곽을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할 뿐 아니라, 두려움 없이 바닷속 심연을 들여다보며 사실의 조각들을 꿰맞출 수 있는 자에게만 허용되는 것이 바로 진실이다. 그리고 소설을 덮을 때쯤 그는 침묵으로 웅변한다. 진실을 알고 있다고 감히 말하지 말라고. 명백해 보이는 죽음과 죽임, 죄와 벌, 그리고 선과 악 등의 경계도 흐려질 수 있고, 진실과 사실이 갖고 있는 간극 만큼이나 서로 스치듯 교차하면서 공존하고 있을 뿐이라고. 2009년 세계문학상을 받은 ‘내 심장을 쏴라’ 이후 2년 동안 내내 웅크린 채 소설 쓰기에 몰두해온 정유정(45)이 장편소설 ‘7년의 밤’(은행나무 펴냄)을 내놓았다. ‘7년의 밤’은 한 마을 주민들이 몰살당한 ‘세령호의 재앙’이라는 대참사를 저지른 살인마와 그의 아들 서원, 그리고 또 다른 미치광이 살인마와 그의 딸 세령이 끌고 가는 이야기다. 7년 전 그날 밤의 사건 이야기가 그날 이후 7년 동안의 이야기 속에 액자 소설 형태로 담겨진다. 열 두 살의 서원은 7년 동안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굴레 속에서 세상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쉼 없이 학교를 전전하다 결국 등대마을까지 떠밀려 온다. 그날 밤의 또 다른 증언자인 승환은 서원과 함께 지내며 그 시간 동안 사실의 틈바구니에 버려진 진실을 찾아 헤맨다. 병적 집착증을 보이는 또 다른 미치광이 살인마는 교통사고 뒤 목졸려 숨진 딸에 대한 복수심만으로 비이성적인 살인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그후 7년 동안 가슴 서늘한 복수를 준비한다. 정유정은 ‘7년’에서 격정적이면서도 탄탄한 문장과 짜임새 가득한 상황 설정으로 읽는 이들을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게 만들다가도 문득 중간중간 냉소적인 표현을 배치해 ‘의도적 거리두기’를 주문한다. 진실을 찾는 여정은 몰입만으로도, 관조만으로도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며 서둘러서도 더뎌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든 서사와 모든 인물들, 모든 사실 관계들은 7년 전 그날 밤의 진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거나 맹렬히 모여든다. 또한 발과 땀으로 쓰여진 소설이기도 하다. 작품 곳곳에 풀어헤쳐진 취재와 노력의 흔적들은 2년 전 ‘내 심장을 쏴라’에서 보여줬듯 정유정 소설이 갖는 소중한 미덕 중 하나다. ●죽음·복수… 인간 내면 치밀한 묘사 ‘7년’에서는 스쿠버다이버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려내는 심해 깊은 곳 풍경들이 마치 산소탱크를 짊어지고 직접 바다로 뛰어든 듯 생생히 눈앞에 펼쳐진다. 몰아치는 물의 흐름 속에서 느낄 법한 불안과 공포심의 미세한 변화까지 놓치지 않는다. 세령호와 세령댐, 그리고 등대마을이라는 정교한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낸 뒤 나무 한 그루, 작은 둔덕 하나, 고양이 한 마리까지 촘촘히 배치하는 집요함도 보여준다. 정유정은 “스티븐 킹(미국 추리문학 대표작가)의 작품을 갖고 문장 공부를 했다”고 거리낌 없이 고백한다. 문예창작과 출신들이 잡고 있는 주류 문단에서 ‘간호사 출신 소설가’라는 이력 자체가 이미 독특하다. 스티븐 킹을 사숙(私淑)한 작가답게 죽음, 폭력, 복수, 애정 같은 격정 앞에 고스란히 내던져진 인간의 내면 심리를 치밀하게 따라가면서도 거기에 매몰되지 않은 채 잔인하리만치 덤덤히 풀어가는 솜씨는 전작(前作)을 뛰어넘는 성취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나윤선 “4인 4색의 화음 비빔밥처럼 즐기세요”

    나윤선 “4인 4색의 화음 비빔밥처럼 즐기세요”

    #장면 1. 의류회사 홍보실에서 카피라이터로 8개월을 보냈지만, 일이 손에 붙지 않았다. 결국 사표를 던졌다. 친구는 음악을 권했다. 건국대 불문과에 다닐 때 프랑스대사관 주최 샹송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전력’ 때문. 하지만 내키지 않았다. 뮤지컬 배우인 어머니를 보며 자랐기에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 알았다. 우여곡절 끝에 데모 테이프는 김민기 학전 대표에게 전달됐고, ‘지하철 1호선’의 주인공이 됐다. #장면 2. 창작 뮤지컬 ‘번데기’와 음악극 ‘오션월드’에 출연했지만, 밑천(?)이 드러나는 기분. 이럴 거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여섯의 나이에 훌쩍 프랑스로 떠났다. 파리의 재즈스쿨인 CIM에서 평생 관심도 없었던 재즈 보컬을 공부했다. “재즈라곤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음악하는 친구가 재즈가 음악의 뿌리이니 이걸 해야 다른 것도 쉬워질 거라고 하더라.” ‘직딩’(직장인)에서 뮤지컬 배우로, 다시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로 변신을 거듭한 나윤선(42)의 얘기다.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아프리카 음악가들이 뒷받침하는 재즈계에서 아시아 가수는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하지만, 나윤선은 예외다. 지난해 발표한 7집 ‘세임 걸’(Same Girl) 앨범으로 동양인 최초로 프랑스 재즈차트 4주 연속 1위. 1월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카데미 오브 재즈’(L’Académie du Jazz)에서 재즈 보컬 부문 최우수 아티스트(The Prix du Jazz Vocal)로 뽑혔다. 파리의 집과 연습실을 오가며 이달 말 내한공연 준비에 바쁜 나윤선을 13일 전화로 만났다.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음반으로 뽑혔다. ‘아카데미 오브 재즈’에서는 재즈 보컬 최우수아티스트로 뽑혔다. 물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 법한데. -물론 아니다. 다만 프랑스에서 받은 상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콩쿠르가 아닌 다음에야 외국인에게 상을 주는 나라가 아니다. 음악 쪽에서는 ‘아카데미 오브 재즈’가 유일한데 그나마 다이애나 크롤 같은 스타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받은 건 기적이다. 갈 길은 멀지만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게 사실이다(웃음). →음악을 하기에는 더할 나위없는 가정환경(아버지는 나영수 국립합창단장, 어머니는 국내 뮤지컬 1세대 성악가인 김미정)이다. 어릴 땐 한 번도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을 안했나. -전혀 없었다. 부모님도 강요를 안 했다. 다른 애들 다 하는 피아노 정도. 다만 아버지가 항상 새벽 3~4시까지 연습하고 집에 늘 음악을 틀어놓으니까 따로 음악공부를 하지 않아도 귀는 트이게 된 것 같다. →이쪽 일을 시작한 건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인데. -김민기 선생님이 나에게 가만히 서서 노래만 하면 되는 역할을 줬다. (못 추는) 춤을 추지 않아도 됐다. 나만 1인 1역이었다. (왜 뽑으셨는지) 영원한 미스테리다(웃음). →뒤늦게 유학 가서 재즈를 하려니 힘들었겠다. -CIM을 비롯해 동시에 3곳을 다녔다. 하나만 다녀서는 도저히 못 따라가겠더라. CIM은 5년을 다녔고 재즈 보컬로 ‘디플롬’(diplôme·학위)을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그 질문이 제일 어렵다. 다만 어디를 가든 ‘아리랑’을 부르는데 목청껏 따라부르며 눈물을 흘리던 폴란드 사람들을 잊을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폴란드인들이 유독 음악적 감각이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는 23일 서울 LG아트센터를 시작으로 광주(25일)·통영국제음악제(27일)에서 공연한다. 이전과는 무엇이 다른가. -서울·광주 공연은 울프 바케니우스(기타)와 랄스 다니엘손(베이스·첼로), 뱅상 페라니(아코디온)의 조합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다. 모두 정상급 솔리스트인 데다 이런 조합으로 공연하는 건 처음이라 더 설렌다. 4명의 솔리스트가 모여 화음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나도 궁금하다. 비빔밥을 먹을 때 각 재료가 씹히는 맛이 모두 다르고 각각의 맛이 다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 딱 그런 경험을 할 것 같다. 한마디로 귀가 굉장히 즐겁다고 생각하면 된다. 통영에서는 울프와 듀오로만 공연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고은 시인 ‘아메리카 어워드’ 수상

    고은 시인 ‘아메리카 어워드’ 수상

    고은(78) 시인이 미국 컨템퍼러리 아츠 에듀케이셔널 프로젝트(Contemporary Arts Educational Project)가 주관하는 ‘아메리카 어워드’(America Award) 2011년 수상자로 선정됐다. 1994년 제정된 이 상은 평생 세계문학에 기여한 문인에게 주어지는 공로상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 극작가 해럴드 핀터와 포르투갈 소설가 조제 사라마구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드케,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수상했다.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고은 시인이 첫 수상이다. 고은 시인은 7일 “보름 전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연작시집) ‘만인보’ 완간을 비롯해 그동안의 문학적 성과에 대해 인정해 준 것으로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런 상을 받게 돼 감사하고 앞으로 창작에 더 전념할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에 시집 두 권을 내는 것을 목표로 저작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지금까지 ‘내일의 노래’ ‘만인보’ 등 고은 시인의 시집 약 10권이 소개됐으며, ‘히말라야 시편’이 상반기 중에 출간될 예정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친숙·상호 작용·신바람, 우리 음악교육 코드죠”

    “친숙·상호 작용·신바람, 우리 음악교육 코드죠”

    음악에는 힘이 있다. 1975년 베네수엘라 빈민가에서 시작된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는 빈민가 아이들을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구스타보 두다멜 같은 유명한 음악가를 배출하기도 했다. 음악을 연주하면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면서 자긍심과 창의력, 협동심을 익히게 된다. 하지만 우리 수업 현실은 이런 음악의 힘과는 거리가 있다. 음악수업을 강조하면 당장 “음악으로 대학 갈 것도 아닌데.”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일쑤다. 이런 척박한 음악수업 환경에서도 여러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음악의 힘을 가르쳐 주는 교사들도 있다. 2010학년도 서울시교육청 교사 연구대회에서 우수 입상한 3명의 초등학교 교사들의 음악 활용법을 들여다봤다. ●상봉초등학교 김주선 교사 서울 상봉초등학교 김주선 교사는 ‘리코더 음악하기’를 택했다. 리코더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친숙한 악기이기 때문이다. 리코더 연주를 통해 리듬과 가락, 화성과 형식, 셈여림과 빠르기 등을 가르쳤다. 김 교사는 “음악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고 자신감을 길러 궁극적으로는 창의적인 음악 표현능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가장 친숙한 리코더였지만 연주할 때 혀를 사용하는 방법은 반 아이들의 3분의1 정도만 그럭저럭 연주할 수 있었다. 음표나 계 이름도 모르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김 교사는 음악의 기초를 익힐 수 있도록 교실환경을 꾸몄다. 또 음표게임 등을 만들어 자칫 딱딱하기 쉬운 음악이론을 게임과 접목시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음표와 쉼표의 길이, 계이름, 화음 등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리코더 이끄미’도 만들었다. 리코더를 잘 연주하는 6명을 리코더 이끄미로 정하고 이들이 리코더 배우미들에게 가르쳐 주고 함께 연습했다. 김 교사는 “혼자 연주하면 긴장하던 학생들도 친구들과 함께 연주하면서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있게 변했다.”면서 “수업시간에 전혀 움직임이 없고 참여가 저조했던 학생들도 리코더를 연습하고 발표를 하면서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물론 자신감과 성취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신서초등학교 김은영 교사 서울 신서초등학교 김은영 교사는 음악학자 에드윈 고든의 ‘오디에이션(Audiation) 학습방법’을 이용했다. 오디에이션이란 실제로 들리지 않는 음악을 상상하며 마음 속으로 듣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김 교사는 “현재 초등학교 기악수업은 연주의 주법과 기능만 강조해 음악 표현하기가 아닌 주법 익히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음악을 듣고 읽고 생각하며 표현하는 오디에이션 학습법을 통해 창의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교사도 교실 곳곳에 음악기초이론과 음악회 소식 등을 적어 놓았다. 온라인 학급 홈페이지도 이용했다. 학급 홈페이지에 개인연주나 학급연주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을 올려놓았다. 또 학급악기로 정한 핸드벨로 가족들이 동요를 연주하는 ‘가족연주’도 좋은 호응을 얻었다. 학급 악기인 핸드벨은 인성교육에도 유용했다. 핸드벨은 혼자서 연주하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 하나의 가락을 연주한다는 점에서 협동심을 기르고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길러 인성시범학교 학급특색활동으로 꼽히기도 했다. 김 교사는 “최근에는 인터넷과 컴퓨터를 이용한 ICT교육이 활성화되면서 교사가 시범연주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리듬 및 가락반주 자료가 보급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음악의 본질인 감성의 상호작용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직접적인 호흡으로 이뤄져야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상천초등학교 김명희 교사 서울 상천초등학교 김명희 교사의 반은 다른 반 아이들로부터 ‘음악특별반’이라고 불린다. 김 교사는 “국·영·수 등 학력신장이라는 이유로 음악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많다.”면서 “음악수업을 해도 컴퓨터 등 ICT를 주로 활용하거나 교사 중심의 일방적인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김 교사는 활동 중심의 음악 하기를 통해 재능 있고 창의적인 ‘신바람 음악리더’ 만들기에 나섰다. 아이들은 다양한 음악내용을 수집해 미니북을 만들었다. 들었던 음악내용을 주제로 매달 음악 신문도 만들었다. 자투리 시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창작동요와 건전가요를 부르는 노래방도 운영했다. 실감 나는 효과를 위해 대형 스피커와 마이크도 갖췄다. 또 문예진흥원과 연계해 국악 전문강사를 초빙, 전문강사의 대금, 단소 등 국악기 실제연주를 감상하면서 아이들은 국악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컴퓨터 시간도 음악프로그램을 이용해 스스로 음악을 만들고 다른 아이들이 만든 곡과 비교하는 ‘내가 만드는 노래’도 운영했다. 김 교사는 “한해가 끝난 뒤 모든 반 학생들이 2마디 이상의 리듬이나 가락을 만들 수 있다고 답했다.”면서 “또 음악적 흥미도와 자신감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디도스 공격’ 1위 랭크… 박희순·박예진 열애 관심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디도스 공격’ 1위 랭크… 박희순·박예진 열애 관심

    ‘디도스 공격’이 리비아 사태를 제치고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청와대, 국회를 비롯한 정부 및 공공기관과 주요 금융기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등에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이 벌어졌다. 6일부터는 공격에 동원됐던 좀비 PC의 하드디스크 파괴도 시작됐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국가사이버안전센터(NCSC)로부터 악성코드 유포 및 명령 사이트로 추정되는 700여개의 IP를 확보, 긴급 차단에 나서는 등 소동이 이어지고 있다. 리비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가 미국과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등의 군사 개입은 ‘피의 전쟁’을 부를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경고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광클’이 이어졌다. ‘카다피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핵추진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함을 리비아 인근 해역에 급파하는 등 여전히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배우 박예진과 박희순이 열애 중인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3위. 둘은 2년 전부터 선후배 사이로 알고 지내 오다 11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휘발유 가격이 ‘크레이지 모드’에 접어들었다. 서울 여의도 SK경일주유소의 무연 보통휘발유 판매가격이 ℓ당 2255원을 기록한 것. 이는 전날 대비 ℓ당 60원이나 오른 ‘미친 가격’이다. 누리꾼들은 우울한 ‘클릭질’로 이 소식을 4위에 올렸다. 그룹 JYJ 전용 인터넷 방송국 사이트가 접속 폭주로 마비돼 화제를 모았다. 개국 직후 방송이 나갈 예정이었으나 결국 송출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김태원이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암 특집 촬영 중 위암 초기 진단을 받고 2차 수술을 마친 상태라고 밝혀 충격을 줬다. 김태원은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방송촬영과 공연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잔잔한 감동도 안겨줬다. 제자 폭행 등의 혐의로 서울대에서 파면된 김인혜 교수는 3주 연속 ‘차트 진입’(7위)에 성공했다. 김 교수의 공연 출연이 잇따라 취소됐다는 소식에 누리꾼들의 관심이 쏠렸던 것. 김 교수는 지난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17회 신춘 가곡의 향연’과 1일 ‘창작오페라 유관순 갈라 콘서트’ 등의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다른 성악가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한 언론이 한류스타 배용준과 이나영의 결혼설을 대서특필한 것도 관심거리였다. 둘의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누리꾼들은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MBC의 최승호 PD와 홍상운 PD 등 ‘PD수첩’ 제작진 6명이 비제작부서로 전출됐다는 소식도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아울러 지난달 28일 KBS2 ‘안녕하세요’에서 연예부 기자들이 선정한 불친절한 여배우 K양의 정체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내년엔 아흔, 그래도 캔버스 앞에만 서면 가슴이 뛴다”

    “내년엔 아흔, 그래도 캔버스 앞에만 서면 가슴이 뛴다”

    “제사 지내려면 병풍이라도 있어야 했으니 동양화 쪽은 그래도 먹고살 만했는데 서양화는 참 어려웠어.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 간 이중섭(1956년 작고)은 국제극장 뒤에서 점심으로 만날 호떡을 얻어먹었지. 그땐 호떡이 제법 커서 한끼로 때울 만했거든. 가격은 생각 안 나는데, 그렇게 비싸지도 않았어. 그런데 그 호떡 하나 사먹을 돈조차 없어 늘 쩔쩔맸지. 그러니 주인장이 불쌍해서 돈 조금만 받고도 주고, 공짜로도 주고 그랬어. 미안하고 고마웠던 이중섭이 할 줄 아는 거라곤 그림이니, 그림 하나를 정성껏 그려서 줬어. 주인장도 그걸 받기는 했는데 참 난감한 거야. 나중에 보니 그걸 장독 뚜껑으로 쓰고 있더라고. 유화물감이니까 기름기가 있어서 물기를 잘 막아주거든. 자존심이 무척 강했던 이중섭이지만 제 눈으로 그걸 보고도 아무 말 못했지. 그땐 시절이 그랬어.” “아깝네요. 그거 하나 잘 갖고 있었으면 지금 몇억원은 할 텐데.” “예술가의 삶이란 게 그런 거 같애. 내가 프랑스에서 살던 곳이 페뢰야. 빛이 좋아 화가들이 좋아하는 곳이지. 고흐가 살던 오베르하고 가까운 곳이기도 해. 언젠가 오베르에 갔더니 그곳 주민들이 이런 얘기를 해. 고흐가 권총자살하는 데 잘못 쐈대. 즉사한 게 아니라 한 3~4일 앓다가 죽은 거지. 장례가 골치 아팠어. 이름 없는 가난뱅이 화가인 데다, 그런 방식으로 죽었으니 다들 꺼림칙한 거지. 겨우겨우 이웃의 도움을 받아 장례를 치렀는데 이번엔 삯으로 줄 돈이 없는 거야. 그래서 그림 하나씩 가져가라 그랬대. 그런데 아무도 안 가져갔다는 거야. 그때 아무거나 하나 골라 집었어 봐…. 어휴.”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백영수(89) 화백을 만났다. 이중섭·김환기·장욱진·유영국·이규상 화백 등과 더불어 1950년대 신사실파 화폭을 개척한 대표적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신사실파는 일본을 통해 유입된 서구의 후기인상파적 화풍을 뛰어넘기 위해 이들이 결성한 단체다. 동인 중 유일한 생존 작가가 백 화백이다. 한국 근대미술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1977년 프랑스로 떠났다가 올 1월 34년 만에 영구귀국했다. 따뜻한 느낌의 ‘모자(母子) 시리즈’로 국내는 물론, 유럽 화단에도 상당히 이름이 알려져 있다. 롯데호텔에서 백 화백을 만난 것은 영구귀국 뒤 첫 전시가 롯데호텔 1층 롯데갤러리 재개관전이어서다. 롯데호텔 전신은 1956년 세워진 반도호텔이다. 이곳 1층의 반도화랑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갤러리다. 롯데갤러리 재개관을 맞아 백 화백을 비롯, 김종화(93), 권옥연(84), 황용엽(80), 윤명로(75) 등 원로 작가 다섯 명의 작품을 모았다. 백 화백은 ‘모자 시리즈’와 더불어 ‘여백 시리즈’를 내놓았다. 그런데 원로 작가들의 명성에 비해 호텔 로비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갤러리가 어째 좀 옹색해 보인다. 내걸린 작품 수도 그리 많지 않다. 백 화백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에이, 이것만 해도 엄청난 거지. 반도화랑은 더했어. 그 시절 화랑이란 게 일종의 기념품 가게였거든. 반도호텔 맞은편에 미국공보원이 있었고 옆에는 국립도서관이 있었지. 거기다 최고의 요지였던 명동이 곁에 있었고…. 그러다 보니 드나드는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이 사람들이 반도화랑에서 작품들을 사갔어. 이때 박수근(1965년 작고)이 그린 그림이 조선 풍속화야. 외국인 눈에 맞춘 거지. 덕분에 미군 부대 초상화가에서도 벗어났고….” 반도화랑에서 일을 배운 박명자(67) 회장이 나가서 살림 차린 곳이 바로 현대화랑(지금의 갤러리 현대)이다. 박수근 화백도 반도화랑 전시를 통해 화단에 본격 데뷔했다. “그땐 반도호텔이 9층인가 해서 주변에서 제일 높았어. 그림 그린답시고 몰려다니면서 명동에서 막걸리 한잔 마시고 9층 칵테일 바에서 분위기 내고 그랬지. 반도화랑을 열었던 이대원(2005년 작고)이 오며 가며 이런저런 일거리도 줬고….” 당시 서양화 위상은 볼품없었다는 게 백 화백의 회고다. 심지어 이념 장벽까지 있었다. 장욱진(1990년 작고) 화백은 땅과 황소를 벌겋게 그렸다고 기관원에게 끌려갔단다. 사상이 의심스럽다고 추궁당하던 시절, 이중삼중 생활고에 시달렸다. “나도 무지하게 일했어. 서울신문사 뒤에 코오롱 아케이드 있지? 그게 1969년에 지어졌는데 그 지하 아케이드 디자인을 내가 했어. 그것만 했겠어? 국립극장이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무대미술 작업도 내가 했지. 문예잡지나 시집 같은 책에다 삽화며 도안 그려넣는 일도 숱하게 했어. 그런데 그건 비교적 사정이 나은 거였어. 그나마 (작가) 이름값이 있으니 얻을 수 있는 일거리였거든. 이름 없는 작가들? 그냥 마냥 굶는 거지 뭐. 이중섭도 그렇게 굶어 죽은 거지.” 당시 작가들이 ‘괜찮은 일거리’로 꼽았던 것이 백화점 전시였다. 그런데 이것도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백화점 전시라는 게 지금처럼 멋지게 하지 않았어. 맨 꼭대기층에 전시해 두면 사람들이 내려오면서 보고 상품을 사라고 해둔 거지. 일종의 미끼 상품이야.” 그렇게 자존심에 상처 받아가면서도 뭐가 좋아 그렇게 그림에 매달렸을까. “그냥.” 허무한 답이다. 말이 이어진다. “하얀 캔버스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아 있으면 그냥 좋아. 이번엔 내가 또 뭘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막 설레. 얼마 전에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 갔는데 마네 그림이 너무 좋은 거야. 여러 번 본 건 데도 너무 좋더라구. 나도 저렇게 멋진 거 하나 그리고 싶다, 이 생각밖에 안 들어.” 젊었을 때도 그 생각만으로 버텨냈다고 한다. “내 젊었을 때만 해도 샤갈, 미로, 피카소, 달리가 살아 있을 때였어. 수입된 유럽잡지를 통해 그 그림을 보면 너무 부러운거야. 나도 저런 작가가 되고야 말테다, 그 희망 하나로 버틴 거지.” 실은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단다. “좋아하는 일인 데다 늙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잖아. 마티스는 아흔 넘어 손에 힘이 떨어지니까 가위로 종이를 오려서 작품을 만들어냈어. 르누아르는 말년에 골다공증이 오니까 몸에다 붓을 묶어서 그림을 그렸어. 그걸 보면서 그림이란 게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구나, 하는 계산도 했지.” 그렇게 지켜온 게 바로 한국 현대미술이라는 자부심이 강하게 묻어나온다. 1977년 프랑스로 건너간 것은 파리의 한 화랑이 백 화백의 진가를 알아봤기 때문이다. 초대전으로 프랑스에 불러 들이더니 아예 주저앉혔다. 10년 넘는 활동기간 동안 큰 개인전만도 22차례, 이런저런 전시회까지 합치면 100회 넘게 전시를 열었다. ‘한국에서 건너온 뛰어난 화가’라는 명성이 쌓였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1989년 교통사고를 당하더니 1994년 위암 선고까지 받았다. 한동안 붓을 놓을 수밖에. 몸을 추스린 뒤 더 이상 비행기를 타기 싫어 영구귀국을 결심했다. 원래 살던 경기 의정부 집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하지만 창작 의욕만큼은 왕성하다. 아직도 주머니에 종이와 연필을 넣고 다니면서 눈을 사로잡는 장면은 재빨리 스케치한다. “아직 더 그릴 수 있어. 언젠가 프랑스 한인회에서 경로잔치 같은 걸 해 주겠다길래 펄쩍 뛰었지. 아직도 하얀 캔버스 앞에만 서면 가슴이 뛰는데 무슨….” 속으로는 고민도 있다. “미술가란 남이 안 하는 모양이나 색깔을 찾아내야 하니 스케치를 계속 모아두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 중에 작품으로) 뽑아내야지. 그리는 시간 자체보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더 필요해.” 오는 10월쯤 신작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백영수 화백이 걸어온 길 ▲1922년 경기 수원 출생 ▲1945년 일본 오사카미술학교 졸업 ▲1945년 전남 목포고등여학교 미술교사 ▲1947년 서울 화신백화점 개인전 ▲1952년 해군 종군화가 미술전 ▲1953년 신사실파전(국립미술관)▲1973년 국립현대미술관 60년전 ▲1977년 프랑스행 ▲1978년 소시에테 나쇼날 보졀 그랑파레(파리) ▲1981년 프랑스 주재 한국작가전(파리), 프랑스현대작가전(도쿄도미술관) ▲1983년 살롱 도톤느 그랑파레(파리) ▲1985년 AAM전(파리) ▲1986년 프랑스 작가 초대전(일본, LA), 국제현대미술전(모나코) ▲2007년 신사실파 60주년(서울) ▲2011년 영구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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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조의 유산 둘러싼 미스터리

    조선 역사에 정조라는 임금이 없었다면 수많은 사극과 역사 소설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조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소설가 유광수(43)의 두 번째 장편 ‘왕의 군대’(휴먼앤북스)는 갑신정변이 벌어진 18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정조의 유산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그린 역사 팩션(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새로운 장르)이다. 정조는 후대를 위해 비밀리에 두 가지 유산을 남긴다. 나라와 왕권을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엄청난 양의 금괴와 용맹하고 충성스러운 군대다. 밖으로는 청나라와 일본 등 외세에 휘둘리는 위태로운 운명에 처하고 안으로는 쇄국파와 개화파가 대립하며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이 조선을 뒤흔든다.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개화파는 민씨 일가와 이들을 등에 업고 백성의 피와 땀을 짜서 배를 불렸던 세력에 맞서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고종의 신임을 받던 김옥균은 정조가 남겼다는 군대를 비밀리에 키우며 거사를 준비한다. 여기에 고관대작들을 연쇄살인하는 검은 복면의 흑표, 왕에 대한 충절과 약자에 대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조선 최고의 검술인 종사관 송치현 등 작가의 상상으로 창조한 인물들이 어우러진다. 이들이 저마다 대의와 명분을 내세우며 충돌하고, 마침내 삼일천하로 끝나고만 갑신정변을 둘러싼 긴박한 드라마가 시작된다. 특히 3일간 숨 가쁘게 전개되었던 갑신정변을 미국드라마 ‘24시’처럼 시시각각으로 쪼개 현장감을 극대화한 구성은 마치 격변의 역사 현장에 직접 들어가 ‘왕의 군대’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갑신정변의 진실을 파헤치는 당사자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국문학자이자 현재 연세대 조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2007년 ‘진시황 프로젝트’로 1억원 고료의 제1회 대한민국 뉴웨이브문학상을 받았다. ‘옥루몽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고전문학을 전공하면서 19세기 조선사회에 대중소설의 시대가 열리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그때 느낀 이야기의 재미를 21세기 한국문학에서 현대적으로 되살리고 싶어 소설 창작을 시작했다고 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스마트폰 하나면 서울나들이 OK

    날씨가 제법 포근해졌다.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를 떠날 계획도 세운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정보를 얻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인터넷 사이트의 정보들은 양은 많은데 중구난방이라 더 복잡하다.  서울시가 봄 나들이를 준비하는 시민들에게 유용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25일 소개했다. ‘레츠 서울 트레킹’은 숲길 17곳, 하천길 12곳, 공원길 17곳, 역사문화길 17곳, 숲속여행길 22곳 등 도보여행 전문가가 추천한 서울의 걷기 좋은 길 120곳을 안내한다. 스마트폰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자신의 이동경로를 확인하고, 자신만의 트레킹 코스를 만들어 공유할 수도 있다. 특히 트레킹 코스 중간에 메모 입력 기능이 있어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생활 정보는 ‘서울 문화 즐기기’가 제격이다. 주변의 극장과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시설과 공연, 문화재 정보를 알려준다. 콘서트와 축제, 클래식, 뮤지컬, 오페라 등 분야별로 안내해 원하는 내용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 애플리케이션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적용한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SK텔레콤 장터인 ‘티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으면 된다. 아이폰 사용자는 서울시내 관광과 맛집 정보 애플리케이션인 ‘아이-투어’나 서울시내 8개의 창작공간별 문화정보를 제공하는 ‘서울시 창작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이계헌 시 유시티추진담당관은 “앞으로 애플리케이션 개발 공모전을 개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어 시민 공감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아이들 눈높이 음악 보여드릴게요”

    “아이들 눈높이 음악 보여드릴게요”

    “제가 평소에 ‘초통령’(초등학생의 대통령)이란 소릴 듣는데, 어린이들이 저를 많이 사랑하더라고요. 이번 동요를 계기로 어린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조권) 2AM의 리더이자 예능계의 ‘깝권’ 조권이 데뷔 후 처음으로 동요 노래를 발표했다. 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이기도 한 최승호 시인의 동시(童詩)에 방시혁이 곡을 붙인 ‘원숭이’를 직접 부른 것. 방시혁은 ‘총 맞은 것처럼’(백지영), ‘죽어도 못보내’(2AM) 등을 히트시킨 대중음악 작곡가다. 최근에는 한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독설 심사평’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조권은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시혁과의 인연으로 이번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동요를 부르면서 다시 태어난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동요의 가치에 대해서는 “순수함과 단순함”이라고 답했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방시혁도 “가요나 만화 주제가가 아니라 자기 나이에 맞는 노래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아이들이 진짜 즐길 수 있는 동요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어 처음 작업 의뢰를 받았을 때 ‘해도 되나’ 하는 고민이 들었다.”면서 “그런데 최승호 시인의 동시를 보고 나자 강한 매력이 나를 잡아당겼다.”고 털어놓았다. 방시혁은 “상상력이나 소리만으로 동시를 만들어낸다는 게 신선한 자극이었고 시의 언어에 나만의 소리를 입혀서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업은 ‘최승호·방시혁의 말놀이 동요집’(비룡소 펴냄)이라는 제목의 CD 음반으로 나왔다. 조권이 부른 ‘원숭이’도 여기에 수록됐다. 최승호 시인의 다섯권 동시집에서 21편을 엄선해 방시혁이 모두 곡을 붙였다. 최 시인이 2005년 처음 펴낸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은 13만부 이상 팔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방시혁은 국내 동요 문화의 척박한 현실을 지적하며 동요 전문 유통사 설립 계획도 공개했다. 그는 “하다 보니 아주 재미있어 동시와 연계한 창작동요 부흥 작업을 할 계획”이라면서 “‘엉클뱅’이라는 동요 유통사를 설립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대경대 ‘뮤지컬 입학식’

    경북 경산의 대경대학이 입학식 전체 프로그램을 뮤지컬로 그려내는 ‘뮤지컬 입학식’을 예고해 주목받고 있다. 대경대는 “새달 2일 대구 엑스코 대강당에서 열리는 입학식을 대학의 이미지에 맞게 스토리가 있는 창작 뮤지컬로 치른다.”고 24일 밝혔다. 뮤지컬 입학식은 ‘Difference is the value, 그 위대한 신화’라는 제목으로 2시간가량 진행된다. 뮤지컬에는 8명의 극중 인물이 ‘세계 무성 축제’(넌버벌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와 대경대학의 발자취가 곁들여 있다. 스토리와 안무, 노래 등은 뮤지컬 형식에 맞추어서 직접 창작했고, 재학생 50여명이 극을 직접 이끌어 간다. 무대에 등장하는 인원만 100여명에 달하고, 제작 준비 기간만 두 달 이상이 소요됐다. 입학식 식순은 극중극으로 표현해 전체 스토리와 조화를 이뤄서 진행된다. 이 대학 실용음악과 교수로 있는 가수 소찬휘씨가 뮤지컬에 출연해 대표곡과 창작뮤지컬의 타이틀곡을 무대에서 부르고, 뮤지컬 배우 조승룡, 7인조 남성밴드 인피니티도 극중극에 깜짝 등장한다. 대학 측은 이미 전 신입생들에게 일반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좌석까지 배정해 초대권을 발송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20주년 맞은 극단 ‘학전’ 김민기 대표

    20주년 맞은 극단 ‘학전’ 김민기 대표

    조승우·황정민·설경구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거쳐 간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열풍을 이끌며 소극장 공연의 자존심을 지켜 온 극단 학전이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새달 10일부터 30일까지 20주년 기념 특별 공연도 선보인다.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의형제’ ‘분홍병사’ 등 학전이 자랑하는 대표작 12편을 엄선, 다이제스트 공연으로 선보인다. 요즘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조승우가 특별출연한다. 이 학전을 만든 이가 민중가요 ‘아침이슬’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김민기(60)다. 그는 독일 원작 ‘지하철 1호선’을 들여와 국내 무대에 처음 올렸다. 연출도 직접 맡았다. 해외 작품이지만 우리 실정에 맞게 거의 창작극 수준으로 바꿨고, 소극장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15년 장기공연과 관객 70만명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번안 뮤지컬의 새 장을 열었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김 대표를 21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주년을 맞은 소감부터. -지겹다.(웃음) ‘지하철 1호선’은 1994년에 처음 시작했는데 최근작 ‘고추장 떡볶이’까지 세어 보니 12개 작품을 올렸더라. 2008년 말 ‘지하철 1호선’ 4000회 공연을 끝으로 이후 2년 동안은 주로 어린이 무대에 주력했다. 너무 정신 없이 뛰어 왔는데 올해는 그동안의 작업을 좀 정리한 뒤 새 출발해 볼까 한다. 새 출발은 역시 어린이 공연 쪽이다. →‘지하철 1호선’ 21세기 버전을 구상 중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정리 작업이 먼저다. 정리 이후 새 버전을 올릴 생각이다. →‘지하철 1호선’으로 돈 좀 벌었을 것 같은데. -그 작품은 행운이었다. 하지만 어린이 공연하면서 작품당 4000만~5000만원씩 적자 봤다. ‘지하철’로 모은 돈 다 털어 넣었다. 20주년 기념공연 수익도 어린이 무대 기금으로 조성할 생각이다. →재정난 속에서도 20년이나 학전을 고집한 이유는. -내가 좀 바보 같고 미련하다. 어린이 무대 같은 건 사실 돈이 안 되니까 남들이 안 하는 건데…. 이상하게 심보가 못돼 그런지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991년 학전을 연 것도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통기타 가요 같은 음악이 모두 사라져 오갈 데 없는 가수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학전이 여기까지 오는데 가장 큰 힘이 돼준 분은. -너무 많다. 개인적으로 원주의 토지문화관이 참 고맙다. 2000년도 들어서 창작실이 생겼는데 이전에는 작품을 올리면 그야말로 시체가 됐었다. 심신이 피로했고 버티기 위해 술을 마시고 그러면 몸이 망가졌다. 토지문화관을 찾아 박경리(2008년 작고) 선생님도 뵙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요즘 공연계 풍토가 많이 달라졌다. -예전 연극 동네에서는 극단이 주체가 돼 공연을 만들었다. 요즘은 기획사들이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런 상업적 시스템으로는 문화라는 맥락이 살아남지 못한다. →(조영남, 이장희, 김민기 등이 멤버였던) ‘세시봉’이 요즘 다시 인기다. -대중들 사이에 아날로그적 음악의 본령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 같다. 동물원, 박학기에 이어 (아날로그적 본령이 느껴지는) 루시드폴이나 이적 같은 가수를 (학전에서) 소개해 보고 싶다. →조승우, 황정민 등도 기념공연에 특별 출연하나. -조승우는 출연이 확정됐다. 윤도현, 설경구 등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대수, 조영남, 이장희 등 ‘세시봉 멤버’들은 또 하나의 (학전) 20주년 기념공연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마지막날 무대에 서기로 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제1회 연암문학상에 표성흠씨

    제1회 연암문학상에 표성흠씨

    조선시대 실학자·문필가로 옛 안의현(지금의 함양군) 현감을 지낸 연암 박지원 선생의 사상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연암문학상 첫 수상작에 소설가 표성흠(65)씨의 ‘뿔뱀’이 뽑혔다. 경남 함양군은 기성 및 신인작가를 대상으로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제1회 연암문학상 장편소설 공모를 해 응모작 26편을 놓고 심사(위원장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한 결과 소설가 표씨의 뿔뱀을 선정했다. 상금은 4000만원. 첫 수상자에 선정된 표씨는 경남 거창 출신으로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숭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0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월간 ‘세대’에 중편소설이 당선되기도 했다. 창작집 ‘선창잡이’와 장편소설 ‘토우’ 등을 발표했다. 함양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정부, 신문뉴스 유료구매 올해 24억 투입

    정부, 신문뉴스 유료구매 올해 24억 투입

    “신문은 읽기 문화의 핵심이면서 동시에 엔진 역할을 한다. 미래 독자 확보를 위한 읽기 문화 확산이 아닌 (국가의) 미래 건설을 위한, 현재를 해결하기 위한 읽기 문화 확산을 위해 신문활용교육(NIE)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허병두 숭문고 교사) “뉴스는 공짜가 아니다. 정부 각 부처에서 1년에 5000만원, 총 24억원을 신문뉴스 콘텐츠 구매 예산으로 책정했는데, 이 같은 현상이 민간 영역까지 확장되도록 정부에서 이용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임영섭 전남일보 경영국장) “4대 종편이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매체 다채널 상황에서 드라마 제작을 위한 투·융자 시스템 강화, 제작사와 스태프의 권리 강화, 콘텐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 등이 나와야 한다.”(김태원 푸른여름콘텐츠홀딩스 대표) ●“신문활용교육 문화부도 적극 나서야”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2011년 미디어 정책 대국민 보고회’가 열렸다. ‘미디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란 주제를 놓고 김동욱 서울대 교수 사회로 세 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신문사 관계자, 방송 작가, 고등학교 교사 등 미디어와 방송·영상, 출판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 창작 기반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보고회는 특히 신문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 마련, 방송 콘텐츠 제작 환경 개선 등에 초점이 모아졌다. 허병두 숭문고 교사는 “신문은 그 자체가 우리 국민의 평생 읽을거리이자,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이고 인프라”라며 “따라서 신문은 (NIE를 위한) 단순 교재가 아닌 지식과 정보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매체로 다시 조명되어야 한다. 신문 활용 교육을 위해 문화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병현 조선경제i 이사는 “단편적인 지원보다 모든 매체가 범용할 수 있는 공통 시스템 확립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꼬집었고, 신복현 한국일보 마케팅부장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정보 소외 지역 신문 우송료 등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4대 종편’(종합편성 채널)에만 정부 지원책이 쏠릴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태원 푸른여름콘텐츠홀딩스 대표는 “당장은 드라마 시장이 커지겠지만 2∼3년 후부터는 약이 아니라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스토리 기획 단계부터 투·융자 지원을 하는 등 제작사, 스태프 등에 대한 지원과 공정 거래 관행 정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문화부 “저작권 인식 개선 노력할 것” 정병국 문화부 장관은 “이처럼 똑같은 문제 제기가 계속 되풀이되는 이유는 정책의 연속성이 없기 때문이다.”며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문화부는 이날 ▲뉴스미디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송콘텐츠 선진화 기반 구축 ▲출판 산업 활성화 및 성장 기반 구축 등 올해 미디어정책 3대 역점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우선 뉴미디어 시대를 맞은 신문산업을 위해 디지털 뉴스 공급 환경 개선과 뉴스 콘텐츠 유료화 사업을 적극 펼치기로 했다. 임영아 문화부 미디어정책과 사무관은 “뉴스콘텐츠 구매 사업 예산이 잡혀 있지 않았던 지난해 45억원가량의 뉴스 콘텐츠를 (정부 기관이) 구매하는 등 해마다 신문뉴스 콘텐츠 판매 실적이 늘고 있다.”며 “올해는 24억원의 예산이 확보돼 있는 만큼 사업 규모가 한층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사무관은 또 “뉴스는 공짜라는 신문 뉴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실정이어서 이를 개선하는 데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독 시설·단체 4만3000 곳으로 확대 신문 읽기 문화 확산도 올해 중점 추진 사항 중 하나다. 교육제도와 연계된 체계적인 NIE를 추진하는 한편, 소외계층 신문 구독 지원 및 신문유통사업 개선을 통해 신문 읽기 문화를 진흥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복지시설 등 신문 구독 지원 사업 대상 시설과 단체도 지난해 3만 5000곳에서 4만 3000곳으로 대폭 확대된다. 4월 7일 신문의 날을 맞아 ‘신문·뉴미디어 체험관’도 시범 운영된다. 문화부는 아울러 방송콘텐츠 선진화 기반 구축을 위해 ▲방송콘텐츠 제작 인프라 확충 ▲방송콘텐츠 제작 지원 ▲방송콘텐츠 투·융자 지원 ▲방송콘텐츠 해외 수출 지원을, 출판산업 활성화 및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전자출판 활성화 ▲출판 국제 교류 및 해외 진출 강화 ▲인쇄산업 국제경쟁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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