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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인·명물을 찾아서] 전국 첫 순천 시립 그림책 도서관

    [명인·명물을 찾아서] 전국 첫 순천 시립 그림책 도서관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미술관이 되고, 놀이터가 돼야 합니다.” 2003년 전국 제1호 기적의 도서관을 개관해 어린이 도서관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전남 순천시가 우리나라 최초의 그림책 도서관을 운영해 관심을 끌고 있다. 53개의 마을 도서관이 있어 시민 누구나 걸어서 10분 이내에 도서관에 갈 수 있는 순천시는 그림책을 주제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위주로 하는 전문 도서관을 건립했다. 지난 4월 25일 우리나라에서 처음 문을 연 그림책 도서관은 벌써 입소문을 탔다. 평일 200여명, 주말은 300여명이 찾고 있다. 여수, 광양은 물론 보성, 고흥, 무안, 하동 등 전남 서부권과 경남 서부권에서도 단체 관람이 줄을 잇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집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부모 손을 잡고 와 입체북(팝업)을 펴고, 뛰놀고 마음껏 뒹굴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신개념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시는 대한민국 제1호 신개념 문화공간인 그림책 도서관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무한한 꿈과 상상을 키워 준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그림책은 인문학, 문학, 역사, 철학이 깃든 종합판으로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만들어 준다는 데 착안해 그림책 도서관을 짓게 됐다. 특히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상상의 보물 창고 역할을 한다. 그림책을 통해 즐겁고 책을 좋아하게 되는 등 부모와 아이들 간에 소통하는 시간도 된다. 도서관은 2000㎡ 규모로 그림책 자료실, 그림책 작가 전시·체험실과 인형극 전용 극장 등을 갖췄다. 4m 입체 책 등 1만 2000권의 그림책을 볼 수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1년에 3회 작가의 그림책 원화전시회, 체험, 그림책 인형극 등 3가지를 운영하고 있다. 순천시는 원도심에 있는 중앙도서관이 인구 감소로 이용률이 저조하자 이 자리를 그림책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어린아이들로 북적대면서 도서관이 활기를 되찾고 도심 재생 효과까지 얻고 있다. 세계적으로 그림책의 역사는 100년 이상 됐으나 우리나라는 20여년에 불과한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 그림책은 아이에서 100살 노인까지 향유층이 다양하나 우리나라는 아직 엄마와 아이들만 즐겨 읽는다. 특히 영유아는 글을 읽지 못하지만 그림으로 사물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상상력을 기르는 교육 효과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인생을 책으로 시작하자는 북스타트 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대부분 그림책을 즐겨 보고 있다. 그림책의 역사가 오래된 서양의 경우 다양한 그림책 공모전이 개최되고, 이웃 일본은 그림책의 역사가 150년으로 지히로 미술관 등 전국적으로 수백개의 미술관이나 도서관이 산재해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림책 글 작가와 그림작가가 각각 1000명, 외국의 그림책 번역작가도 수백명, 관련된 출판사도 20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일본 지히로 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된 한국 그림책 작가의 원화를 우리나라에선 왜 보관할 수 없는 걸까?’, ‘낙안읍성, 순천만정원, 드라마세트장 등 소중한 유산을 가진 순천이 그림책 창작의 산실이 되면 어떨까?’ 이런 고민 끝에 순천시는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미술관과 도서관이 한자리에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그림책 도서관을 탄생시켰다. 아울러 순천시는 일본 등 외국의 그림책 미술관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마련할 계획이다. 교류를 통해 외국의 다양한 그림책을 소개하고 국내 작가의 작품도 해외에 전파시킨다는 방안이다. 그림책 도서관은 입구부터 다른 도서관들과 다르다. 햇살 아래 자리 잡은 그림책 도서관은 사람들을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미술관에 온 느낌이 든다. 도서관에 들어선 순간 ‘저렇게 어린애가 책을’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림책 도서관은 어린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너무나 자유스럽고 열린 공간이다. 그림책 자료실은 아이들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림책 서적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동심을 자극하는 멋진 인테리어로 꾸몄다. 신간 서적과 재미있고 신기한 그림책, 국내외 수상 작품 등 다양한 그림책이 비치돼 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좋은 다양한 책들이 있으며 책과 놀이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그림책 도서관을 찾은 아이와 엄마들의 모습에서 자유롭고 평안한 느낌을 볼 수 있고,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곳곳에 배어난다. 글자로만 구성된 책이 아닌 무한한 꿈과 상상을 가져올 수 있는 그림책들과 함께 모두가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아이들에게는 입체적으로 그림 등이 튀어나오는 일종의 장난감 책인 팝업북이 인기다. 색감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에 엄마들도 아이와 함께 책에 빠져든다. 넓은 공간과 우수한 음질, 조명과 무대 장치를 갖춘 인형극장에서 그림책을 소재로 한 공연을 현장감 있게 관람할 수 있다. 공연은 순천도서관 그림책 인형극단 회원들이 팀을 나눠 자원봉사 형식으로 진행한다. 기획전시실은 유명한 국내외 그림책과 관련된 행사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관람객들의 안락하고 쾌적한 전시체험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관전으로는 배고픈 애벌레, 파란 말을 그린 화가 등 베스트 셀러의 저자로 세계 동화계의 전설로 알려진 에릭 칼 전이 열렸다. 에릭 칼 순천 특별전은 지난 4월 25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원화 68점 전시 및 체험프로그램과 인형극, 에릭 칼 시네마, 그림책 영어실기 교실 등으로 진행됐다. 에릭 칼 특별전은 강렬한 색채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 우주 속을 여행하는 환상적인 느낌 등 아이들의 창의력을 넓혀 주는 시간이 돼 특별전 기간 1만 419명이 방문하는 등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림책 도서관은 에릭 칼 특별전에 이어 오는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도깨비 그림책 작가로 유명한 한병호 순천 특별전을 마련한다. 인형극 ‘황소와 도깨비’, ‘한병호 시네마’ 등도 계획돼 있다. 이 밖에도 그림책 연구실에서는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해외 그림책을 볼 수 있고, 동화작가 삽화 일러스트레이터, 자녀교육 등 희귀그림책을 통해 공부하고 분석하고, 재해석해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어른들에게는 과거 시립 도서관으로서의 추억을 찾을 수 있고, 이제는 그림책 도서관으로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장소가 됐다. 시는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그림책 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해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그림책과 함께 상상력을 마음 놓고 펼칠 수 있게 하고 있다. 박종수 평생학습문화센터소장은 “순천은 도서관의 도시답게 다양하고 특성화된 도서관을 가지고 있다”며 “순천시립 그림책 도서관이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새로운 명물로 신개념의 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그림, 소설 살리는 ‘조연’이 되다

    그림, 소설 살리는 ‘조연’이 되다

    ‘소설의 맥을 끊는다’, ‘상상에 방해가 된다’는 등의 이유로 내지에 쓰이지 않았던 그림이 속속 소설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최근 출간된 정이현 작가의 엽편소설집 ‘말하자면 좋은 사람’(마음산책)은 백두리 화가의 일러스트 22컷을 들여보내 ‘보는 맛’을 더했다. 이외수 작가도 9년 만에 소설집 ‘완전변태’(해냄)를 내면서 그간 자신의 에세이 삽화 작업을 해 왔던 정태련 화가의 그림 8컷을 실었다. 이달 말에는 문학과지성사(이하 문지)에서 이례적으로 장편소설 안에 화가의 그림 7컷을 담아 출간할 계획이다. 작품은 문지 블로그에 연재됐던 김이환 작가의 ‘디저트 월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골격을 따온 소설은 다른 차원에 사는 ‘토끼남자’가 매년 핼러윈에 주인공 ‘미스터 L’을 찾아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디저트를 얻어먹은 뒤 주인공의 생명을 연장해 준다는 내용으로, 환상문학적 요소를 품고 있다. 이에 따라 출판사 측은 동화적인 환상을 담은 소설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개성 있는 토끼 캐릭터로 주목받고 있는 이지은 화가의 일러스트를 장 도입부마다 넣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계획이다. 최근 소설과 그림의 만남은 아예 기획 단계에서부터 공동 작업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화가가 작가의 원고를 미리 받아 보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작품의 내용과 분위기에 맞는 그림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과거에는 ‘곁가지’ ‘눈요기’ 정도에 머물렀던 그림이 소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또 다른 ‘창작품’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이근혜 문지 편집장(문학 담당)은 “부수적인 역할에 머물렀던 일러스트가 요즘은 기획 단계부터 작품에 참여하면서 전면으로 등장한다”며 “화가, 일러스트레이터들도 출판사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보내고 그 결과물로 전시회도 여는 등 장르 간 경계를 넘어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과거에는 내지에 들어가는 그림 컷과 표지 비용을 한번에 매절 계약(출판사에서 저작물에 대한 인세를 지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원고료를 일괄 지급하는 것)했다면 요즘에는 화가들도 작가처럼 인세를 받는 형식으로 계약하는 것이 특징이다. ‘말하자면 좋은 사람’의 경우에도 정이현 작가와 백두리 화가가 인세를 7대3 가량으로 나눴다. ‘그림과 한 몸이 된 소설’은 판매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말하자면 좋은 사람’은 원고지 20~30매의 짧은 이야기 모음집이지만 현재 2만부 가까이 팔려 나갔다. 박지영 마음산책 편집자는 “문학책에 ‘보는 책’으로서의 예술성을 더해 소장 가치를 높였더니 오프라인 서점에서 특히 반응이 좋았다. 그림 때문에 구입했다는 독자들도 많았다”고 했다. 이런 경향은 스마트폰 등 다양한 매체로 영상, 이미지를 보는 걸 선호하는 젊은 독자들의 취향과 이들의 짧은 독서 호흡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외수 작가도 지난 3월 말 ‘완전변태’ 출간 간담회 당시 농 삼아 “젊은 독자들이 이미지를 좋아하니 ‘아부하는 심정’으로 그림 넣기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전통적인 문학 독자들은 ‘맥이 끊긴다, 과잉이다’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짧은 글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에게는 그림이 생각의 여지를 주기도 하고 글의 호소력을 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에 따라 출판사 측은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펴낼 하성란 작가, 이기호 작가의 작품도 신진 화가의 그림과 결합시키는 시리즈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서로의 장르에 시너지 효과도 내고 있다. 장편 ‘달콤한 나의 도시’에 이어 이번 신작에도 일러스트를 활용한 정이현 작가는 “단편으로는 분량이 적어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했었는데 글과 그림이 함께 가는 협업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원고를 쓸 때도 힘이 났다”면서 “글에 종속된 그림이 아니라 화가가 글에서 영감을 얻어 상상해 낸 그림이 나와서 좋았다”고 했다. 지난해 신경숙 작가의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그림 26컷을 넣었던 방현일 화가는 “나뿐 아니라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들을 봐도 예전 삽화처럼 글 내용 그대로 뻔하게 그리지 않고 장면 뒤에 감춰진 이면을 재구성해 독자의 상상을 제한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최근에는 ‘어린이책용’으로만 인식됐던 그림이 소설, 에세이, 인문 등의 장르 구분 없이 성인 대상 책에도 많이 쓰이면서 일러스트가 하나의 예술 장르로 진화하고 작품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6) 佛 파리 퐁피두센터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6) 佛 파리 퐁피두센터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반드시 둘러봐야 할 미술관·박물관으로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 그리고 퐁피두센터를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건축학적으로 볼 때 가장 독특한 곳이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이 있는 퐁피두센터다. 원래 배관 설비나 전기 시설 등은 벽 뒤나 바닥, 천장에 숨겨 두기 마련인데 이 건물은 배관 설비와 통로, 전기 시설 등을 빨강, 노랑 등 눈에 띄는 색으로 강조하면서 바깥으로 드러내 놓았다. 외벽을 투명한 유리로 두르고, 에스컬레이터를 건물 정면에 층층이 배치했으며 환풍구의 구부러진 금속 굴뚝은 지면에서 위로 솟아올라 있다. 기계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미래의 공장 건물 같기도 하고, 추상적인 조각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파격적인 건축물이 1977년에 완성됐다고는 믿기 어렵다. 건물을 설계한 렌초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의 앞서 가는 아이디어는 당연히 탄복할 만하지만 그보다도 40년 전에 이런 새로운 개념의 초현대식 건축물을 선뜻 수용한 프랑스라는 나라가 참 대단하다. 파리의 중심부에 있는 퐁피두센터를 가려면 파리 시내와 외곽을 연결하는 급행철도인 RER의 A, B, C 선이 교차하는 환승정류장 샤틀레레알에서 내려야 한다. 정거장 이름에 붙은 ‘레알(Les Halles)’은 예전에 이 지역에 있었던 중앙시장을 가리킨다. 철제로 된 건물 레알은 수세기 동안 파리지엔들의 먹거리를 책임졌지만 너무 비좁고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1971년에 헐렸다. 그 자리에는 옛 철제 건물을 대신해 유리와 강철로 외관을 처리한 현대적인 쇼핑몰 ‘포럼 데 알’이 들어서고, 인근 보부르 지역에는 21세기형 복합문화공간이 자리 잡게 된다. 이 일을 추진한 이는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던 조르주 퐁피두였다. 퐁피두는 샤를 드골 대통령 행정부에서 모두 6년 3개월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내다 1969년 4월 드골이 갑자기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자 뒤를 이어 제5공화국 2대 대통령이 됐다. 기본적으로 드골의 자주 노선을 계승했지만 실용주의적인 경향이 강했던 그는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펴고 경제개발에도 앞장서 TGV 개통과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의 성과를 이뤘다. 한편 퐁피두는 근대 이후 예술가들의 도시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던 파리가 급속도로 부상하는 뉴욕이나 런던에 밀리고 있는 점을 못내 아쉬워했다. 밤잠을 설치고 고민하던 그는 1969년 12월 파리를 세계 최고의 예술도시로 부상시킬 문화센터를 레알 주변의 보부르 지역에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그가 직접 지휘하고 감독하며 국제 설계 공모를 하자 세계 곳곳의 건축가들이 공모에 참여했다. 49개국에서 제출된 681점의 응모작 가운데 국제무대에서는 신인급인 두 건축가의 디자인이 뽑혔다. 훗날 새로운 소재를 건축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세련되고 기계적인 느낌을 주는 하이테크 건축으로 유명해진 이탈리아인 렌초 피아노와 영국인 리처드 로저스였다. 이들이 공동 설계한 디자인은 당시로선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이들은 그때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특별한 디자인의 건물을 기획했다. 배선, 냉난방, 배관 등 기능적 설비를 모두 건물 바깥으로 빼냈다. 건물의 조연들을 무대에 내세운 다음 각자 기능에 맞게 색깔을 부여해 독특한 미를 창출하는 식이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데에는 퐁피두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막중한 사업을 신인급 건축가들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과거 레알의 철제 건물 이미지를 담으면서도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초현대식 건물 디자인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 계획 발표부터 8년간의 대공사 끝에 1977년 마무리됐다. 센터의 창설에 열정적이었던 퐁피두 대통령은 1974년 4월 2일 매크로글로브린혈증이라는 희귀병으로 갑자기 사망해 그토록 보고 싶었던 완공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센터 명칭에는 그의 이름을 남겼다. 그의 열정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이 미술관에는 국립 조르주 퐁피두 예술문화센터(Centre national d’art et de culture Georges Pompidou), 짧게는 퐁피두센터로 이름이 붙여졌다. 피아노와 로저스가 지은 건물은 너비 166m, 폭 60m, 높이 42m 규모인데 각 층의 넓이가 7500㎡로 꽤 넓은 편이다. 공간이 이렇게 넓은 것은 배관설비와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가 정면 광장에서 볼 수 있도록 바깥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강철 트러스와 유리의 차가운 느낌을 원색으로 커버해 난방장치와 환풍기 등 공기가 통하는 곳은 파란색, 배수관은 초록색, 전기시설은 노란색,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등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빨간색을 칠했다. 게다가 안벽을 한쪽으로 밀거나 치울 수 있어 자유롭게 용도에 맞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안에 들어가야 할 것은 밖으로 빼고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한 이 건물의 운영이나 기능은 ‘예술작품의 공동묘지’라고 하는 전통적인 박물관이나 미술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건물 안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MNAM) 외에 예술전문 자료를 갖춘 칸딘스키 도서관, 도서열람실과 컴퓨터실을 갖춘 공공정보도서관(BPI), 산업디자인창작센터(CCI), 방대한 영화 필름과 시청각 시설을 갖춘 음악·음향연구소(IRCAM), 어린이들이 그림과 공예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등이 자리하고 있다. “나는 파리시가 미술관도 되고 다른 창조적 공간도 되고, 미술이 음악과 영화, 도서, 시청각 연구 등과 함께 어우러지는 종합적인 문화예술센터를 갖기를 열정적으로 원한다”고 했던 퐁피두 대통령의 혜안과 열정이 만들어 낸 ‘21세기형 문화의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퐁피두센터는 개관 당시 파리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지만 비난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변은 언제나 젊은이와 관광객들로 활력이 넘친다. 완공한 지 20년 만에 건물의 안전을 점검하기 위해 3년여간 문을 닫아야 했지만 2000년 재개관 이후에도 줄곧 하루 2만 5000명 이상이 찾는 현대미술의 메카로 파리의 사회와 문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lotus@seoul.co.kr
  • 안뉴!… 9만 타이완인 ‘제2한류’ 관광 열기 후끈

    안뉴!… 9만 타이완인 ‘제2한류’ 관광 열기 후끈

    “안뉴(安?·‘안녕’의 타이완식 표기) 대한민국!” ‘한류 발원지’ 타이완에 한류 관광의 불이 지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5, 6일 타이베이 국제무역센터 전시장에서 ‘안녕, Korea’ 행사를 열었다. 단일국가에서 열린 관광 홍보 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관광, 정보기술(IT), 의료, 미용, 웨딩, 식품, 대학 등 86개 국내 기관과 업체들이 행사장에 부스를 설치했고 남성 그룹 신화의 신혜성 등 한류 가수와 ‘타이푼’ 등의 창작 공연단은 다이내믹한 공연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행사 참가 인원은 총 200명에 달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타이완의 상징인 ‘타이베이 101’ 옆 상업 중심지에서 열린 행사엔 이틀 동안 타이완 관람객 9만여명이 다녀갔다. 애초 예상치인 5만명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개막식이 열린 5일 오전 11시쯤엔 500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행사장 내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타이완 관객들은 한류 가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정확한 발음으로 가수 이름을 연호했고, 한국 전통 음식을 먹거나 한국 전통놀이를 즐기며 축제 같은 주말을 보냈다. 타이완은 지난해 54만명이 한국을 방문해 국가별 외래 관광객 4위를 차지한 중요한 국가다. 젊은 층과 여성의 선호율이 높아 타이완 해외 여행객 가운데 20~30대의 53%, 여성은 약 66%가 한국을 방문했다. 올해는 특히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열풍으로 방한 관광객이 20% 이상 급증했다. 부족한 항공편이 확대될 경우 타이완 관광객의 한국 방문은 연간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관광공사는 보고 있다. 이번에 타이완에서 대규모 한국관광대전을 연 것도 이런 추세를 이어 가기 위해서다. 유진호(47) 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장은 “타이완은 한류의 근원지이자 동남아 지역에서 한류 콘텐츠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 역할을 하는 지역”이라며 “이번 행사의 성공은 이 지역 관광객의 한국 유입 가능성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고무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행사에는 K팝이 선봉에 섰다. 타이완 지역에서 변함없는 인기를 확보하고 있다는 신화의 신혜성과 걸그룹 달샤벳, 울랄라세션 등이 팬들과 만났다. 특히 울랄라세션은 현지 한류 팬들이 참여한 K팝 커버댄스 경연대회 심사를 맡아 관심을 끌었다. 가수들이 막을 열고 넌버벌 공연팀이 분위기를 띄웠다. 타이푼, 판타스틱 등 3개 팀이 이틀 동안 번갈아 가며 한국의 수준 높은 공연 문화를 선보였다. 특히 마셜 아츠와 비보잉 등이 결합된 타이푼 공연은 단연 화제였다. 공연단을 이끈 손무명 롯데JTB 중화권 본부장은 “중화권 여행객들에게 공연 관광은 한국 여행의 필수 코스”라며 “다양한 공연단이 활동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국내 16개 대학이 참가해 벌인 한국어 연수생, 유학생 유치 활동도 관심을 모았다. 서원남 한양대 국제어학원장은 “한류의 종착지는 교육”이라며 “타이완 내 지한파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라도 교육 관광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관광공사는 최근 타이베이 번화가인 둔화난루(敦化南路)에 ‘코리아 플라자’를 개관했다. 264㎡(약 80평) 규모의 전시관은 타이완에 한국의 문화와 음식 등을 알리는 상설 홍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글 사진 타이베이(타이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제16회 전통문양·제10회 캐릭터 디자인 공모전’ 시상식 개최

    ‘제16회 전통문양·제10회 캐릭터 디자인 공모전’ 시상식 개최

    경상북도(도지사 김관용)와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김준한)은 경상북도가 보유한 문화자원의 콘텐츠화를 위해 진행된 ‘제16회 전통문양 및 제10회 캐릭터 디자인 공모전’의 시상식을 지난 4일 진흥원 아트홀과 라키비움에서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진행된 경상북도 문화콘텐츠 공모전은 제16회 전통문양 디자인과 제10회 캐릭터 디자인 공모전으로 나눠 작품을 신청 받았으며, 심사를 거쳐 최종 각 11개 작품을 선정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경상북도관계자, 도·시의원, 수상자, 심사위원 등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전통문양 디자인 공모전 부문에는 자연적이고 섬세한 경북의 전통문양을 디자인한 11편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수상자에게는 문화체육부장관상을 비롯해 디자인 창작료 1,200만 원이 전달됐다. 대상에는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초충도’를 출품한 서경대학교 김소연 씨가 선정됐으며, 디자인 창작료 500만 원과 문화부장관상이 수여됐다. 캐릭터 디자인 공모전 부문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캐릭터로 만든 11편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수상자에게는 경상북도지사상을 비롯해 디자인 창작료 1,200만 원이 전달됐다. 대상에는 경상북도 내 각 지역의 대표 농수산물을 형상화한 ‘보리문디와 문디가스나’를 출품한 경운대학교 이유정 씨가 선정돼 디자인 창작료 500만 원과 경상북도지사상을 받았다. 시상식 이후에는 진흥원 라키비움에서 수상작을 활용한 전시를 통해 기업체와 수상자들 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 일회성 시상식이 아닌 산업으로의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경상북도가 보유한 문화자원의 콘텐츠화를 통해 유•무형 자산의 문화적 가치를 재창조하고 관광 자원화로 지역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최종 수상작은 책자로 발간되며, 경상북도 내 중소기업에서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숙명여대 원격대학원 창의교육비즈니스 전공, 신입생 모집

    숙명여대 원격대학원 창의교육비즈니스 전공, 신입생 모집

    숙명여자대학교 원격대학원의 신설 학과 ‘창의교육비즈니스전공’이 2014학년도 2학기 2차 신입생을 모집해 관심을 모은다. 원서접수 및 전형료 납부는 7월 7일부터 18일까지다. 24일에는 면접 전형이 진행될 예정이다. 숙명여자대학교 원격대학원 창의교육비즈니스 전공은 SCULE(Sookmyung Creative University of Leadership Education)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내용을 고스란히 담은 교육과정으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아이디어 창출과 이를 토대로 한 창의적인 비즈니스 및 교육 아이템을 개발에 주목적을 두고 있다. 숙명여대는 창조적리더십센터를 통해 지난 4년 간 세계 각국의 창의력 개발사례를 수집 및 분석해 이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창조적리더십센터에는 교육자, 심리학자, 예술가 등 연 인원 120명의 전문가들이 투입됐으며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창의교육프로그램 SCULE이 탄생했다. 창의교육비즈니스 전공은 SCULE의 바탕 위에 창의력 증진 및 실제 적용을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전개하고 있다. 아동 교육, 교육 창업, 창의성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은 물론 이들에게 이론적 뒷받침이 될 학문적 연구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창의교육비즈니스 전공의 핵심적 교육 철학이다. 창의교육비즈니스 전공은 △기초단계(1학기) △연마단계(2, 3학기) △창작/활용단계(4, 5학기) 등 총 5학기 과정을 커리큘럼으로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창의성을 주제로 한 토론의 장을 열기도 했다. 지난 4월 ‘잠자던 창의성을 일깨우는 10가지 방법’이라는 주제로 열린 공개 특강은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사이버 대학원 숙명여자대학교 원격대학원의 2014학년도 신입학 모집과 관련해 더욱 상세한 내용은 창의교육비즈니스전공 홈페이지(http://star.sookmyung.ac.kr)나 특수대학원 교학팀 전화(02-710-9079, 9083)로 문의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통영문학상 시·시조·소설 부문 뽑혀

    통영문학상 시·시조·소설 부문 뽑혀

    통영문학제추진위원회는 27일 올해 통영문학상 수상자 3명을 발표했다. 김춘수 시 문학상에는 박판식(41) 시인의 ‘너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가 뽑혔다. 김상옥 시조문학상에는 박옥위(73) 시조시인의 ‘조각보 평전’, 김용익 소설문학상에는 조용호(53) 작가의 ‘떠다니네’가 선정됐다. 박 시인은 경남 함양 출신으로 동국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2001년 동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밤의 피치카토’와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등을 펴냈다. 박 시조시인은 부산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감을 지냈으며 ‘현대시조’와 ‘시조문학’에 추천된 뒤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시조집으로 ‘유리고기의 죽음’, ‘숲의 침묵’ 등이 있다. 조 작가는 전북 정읍 출신으로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세계의 문학’에 단편소설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발표, 등단했다. 세계일보 문학전문기자로 있으며 장편집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와 산문집 ‘꽃에게 길을 묻다’ 등이 있다. 수상자에게는 창작지원금 1000만원씩을 준다. 시상식은 다음달 5일 오후 6시 30분 문화마당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통영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디자인 국제 출원 편의성 높인다

    디자이너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고 국제출원 편의를 높인 개정된 디자인보호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26일 특허청에 따르면 우선 헤이그협정에 따른 디자인 국제출원제도가 도입된다. 특허와 상표처럼 하나의 출원서로 협정 가입국에 동시 출원할 수 있는 제도다. 출원인은 국가마다 별도 대리인을 지정할 필요가 없고 하나의 언어로 진행할 수 있다. 또 등록된 디자인권의 권리관계 변동 등 사후관리도 편리하다.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쉽게 디자인권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자인 창작자 권리 보호를 위해 디자인권 존속기간이 20년으로 연장되고 기존 디자인을 변형한 디자인에 대한 심사가 엄격해진다. 하나의 디자인에서 파생된 유사 디자인은 기본 디자인 등록 취소 때 함께 취소되는 불합리성이 있기 때문에 유사 디자인을 폐지하고 별도로 보호할 수 있는 관계디자인제도가 도입된다. 출원 전에 자신이 공개한 디자인에 대한 권리 구제가 가능하고, 디자인의 중요한 부분을 분리해 출원할 수 있는 ‘확대된 선언’도 실시한다. 박성준 특허청 국장은 “해마다 2만여명의 디자이너가 배출되고 해외에서 각종 디자이너상을 수상하는 등 수준이 높지만 사업이나 경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창작만 있고 보호가 약한 디자인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책 쌓고 문화 채운다, 기왓장 수만큼

    책 쌓고 문화 채운다, 기왓장 수만큼

    종로구 청운동 서울 성곽길을 걷노라면 마주하는 윤동주문학관과 시인의 언덕. 여기에서 이어지는 청운공원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멋진 한옥 기와가 눈에 들어온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책을 읽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바로 8월 완공하는 ‘청운문학도서관’이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26일 “아름다운 전통 한옥은 현대적인 용도로도 딱이다. 도서관이 다 지어지면 주민뿐 아니라 성곽길이나 인왕산 자락길 탐방객들에게 책을 읽는 공간을 선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을 읽으며 쉬어 갈 수 있고 눈앞에 펼쳐진 서울 전경도 감상할 수 있으니 힐링의 장소로 제격”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 구청장은 평소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강조한다. 정도(定都) 600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전통문화를 살리면서 현대화하자는 취지다. 한옥도서관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 16번째 도서관이자 2번째 한옥도서관이다. 나머지 15개 도서관에 견줘 규모도 크다. 1238㎡ 부지에 지하 1층∼지상 1층이다. 지하는 서가, 열람실, 사무실로 사용하고 1층은 문학창작공간, 세미나실, 다도교실, 주민공동체실 등으로 꾸며진다. 건물 한 채에 그치지 않고 옆에 연못과 정자도 들어선다. 지난 23일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현장을 찾은 김 구청장은 공사 진행 현황을 확인하고 작업 상태를 일일이 점검했다. ‘매의 눈’으로 구석구석 살피던 그는 건축가 출신답게 여러 물음을 던졌다. “한옥도서관인 만큼 멋스러운 기둥은 살려야 하는데 단열재를 어떻게 사용할 건가요.”, “여기 배선은 문을 닫으면 감춰지나요.”, “나무와 나무가 이어지는 틈새로 바람이 들지 않도록 해 주세요.”, “장애인들이 휠체어로 올라오는 이곳엔 안전하게 난간을 설치해 주세요.” 질문에 현장소장과 담당 부서 팀장이 곧장 답했다. 서가와 열람실, 사무실로 사용될 지하에 내려가서도 논의는 계속됐다. 김 구청장은 “전통을 살린 건축물을 짓는데 100년, 200년, 1000년을 내다보고 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실제 도서관 지붕 기와는 가마에서 생산한 수제를, 서까래는 강원도 태백의 육송을 썼다. 돌담 위에는 ‘돈의문 뉴타운’에서 철거된 한옥에서 가져온 기와 4000장을 얹을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도서관 완공 땐 윤동주문학관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비롯해 창작문학 발표회, 시낭송회, 신진 작가들의 창작공간으로도 활용될 것”이라고 반겼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삶에서 얻은 순간적인 깨달음 숨겨놓은 詩

    삶에서 얻은 순간적인 깨달음 숨겨놓은 詩

    여윈 개구리 지지 마라 잇사가 여기에 있다 일본 시인 고바야시 잇사의 생애는 불행했다. 노숙자처럼 떠돌다 쉰이 넘어 결혼했지만 아이 넷을 모두 잃었다. 하지만 신을 원망하지도 절망에 짓눌리지도 않았다. 유머를 잃지 않았고 여린 것들에 대해선 연민과 애정을 품었다. 그의 하이쿠(俳句)를 류시화(56) 시인은 이렇게 읽어낸다. “잇사는 힘없는 마른 개구리를 응원한다. 힘내라고, 여기 너처럼 말랐지만 널 응원하는 잇사가 있다고. 강자를 선호하는 사회에 허약한 잇사의 개구리가 맞서고 있다. 파리, 벼룩, 개구리처럼 약하고 천대받는 존재를 향한 동정심과 연대감이 잇사 하이쿠의 강점이다. 그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약자에게 친밀감을 갖는다.” 류시화 시인은 30년 전 하이쿠(5·7·5의 음수율을 지닌 17자의 일본 정형시)와의 첫 만남에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시 창작을 돌아보기 위해 몇년간 시 쓰기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일본어를 독학한 것도 순전히 하이쿠를 읽기 위해서였다. 시인이 자신을 사로잡았던 하이쿠의 매력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연금술사)에서 그는 하이쿠 1370여편을 직접 골라 번역하고 해설을 들여보냈다. ‘명상의 시인’답게 영원한 것과 찰나의 순간을 동결한 하이쿠를 읽어내는 그의 해설에는 시적 감성과 곰삭은 지혜가 뭉근히 배어 있다. 15년간의 작업은 750여쪽의 책에 고스란히 쌓였다. 450여년 전 태어난 하이쿠인 만큼 에도 시대의 마쓰오 바쇼부터 요사 부손, 잇사, 현대의 이이다 다코쓰, 구보타 만타로, 나카무라 구사타오 등 130여명의 작품을 고루 아울렀다. 150여쪽에 이르는 해설에는 하이쿠의 미학과 역사, 주요 시인 소개뿐 아니라 일본 시가의 탄생에 백제인들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았다. 시인은 “하이쿠는 더 이상 일본만의 문학이 아니라 세계인의 시”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문인들은 ‘숨 한 번 길이만큼의 시’인 하이쿠에 마음을 빼앗겼다.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하이쿠를 ‘가까이 하기 쉬운 세계, 그러나 아무것도 말하려 하지 않는 이중의 성격을 가진 독특한 문학’이라고 했다. 미국 시인 에즈라 파운드는 하이쿠의 함축미와 선명한 이미지에 충격을 받고 20세기 영미시를 주도한 이미지즘 운동을 일으켰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도 자국 언어로 하이쿠를 지었다. 시인이 포착한 하이쿠의 매력은 ‘모습은 보이고 마음은 뒤로 감추라’는 원칙에서 나온다. 그는 독자들에게 하이쿠는 “촌철살인의 재치나 말장난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 은유와 감성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허무, 자연과 계절에 대한 느낌, 삶에서 얻은 순간적인 깨달음을 단어들 사이에 숨겨놓은 시”라고 강조한다. 가끔 ‘왜 일본 문학을 소개하느냐’는 항의도 쏟아진다. 이에 시인은 “하이쿠를 ‘왜색’이라고 배척하는 것은 감정적 편견을 대입해 문학을 국경선 안에 가두는 짓”이라며 “하이쿠를 소개하는 것은 ‘좋은 문학’을 소개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극우 행보를 가속화하는 일본에도 쓴소리를 잊지 않는다. “(동일본 대지진, 경제 악화 등) 불안감과 내부 동요를 만회하기 위해 타국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행위다. 자연 친화적이고, 생명 존중을 바탕에 둔 하이쿠 같은 것에서 위기 극복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중략) 시는 ‘민족’과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에 더 다가가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시시한 문장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의아해한다. 그런 이들에게 류시화 시인은 넌지시 말을 건넨다. “첫 만남은 예기치 않게 시작된다. 어느 날 하이쿠가 당신의 눈에 띌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서서히 당신의 마음과 혼에 스며들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호흡과 철학 담아 빚어낸 우리춤

    호흡과 철학 담아 빚어낸 우리춤

    호흡과 기(氣)를 한껏 끌어모은 에너지로 한국 창작춤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 ‘김영희무트댄스’가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 이들의 대표 레퍼토리 9편과 신작 1편이 27일~7월 1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무트’는 우리말로 뭍(땅)과 독일어로 용기, 이집트어로 ‘태양의 여신’을 뜻하는 말로 땅을 밟고 선 인간의 모습에서 춤의 원형이 시작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이를 토대로 1994년 무용단을 출범시킨 김영희(57·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예술감독은 “초창기만 해도 혁신적인 움직임으로 ‘한국무용이 아니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우리 춤이 지닌 호흡법과 테크닉, 철학을 담은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가장 현대적인 한국무용이라는 평을 받아와 뿌듯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4일간 축제 형식으로 진행될 이번 공연에는 지난 20년간 무용단이 매년 내놓은 20여편의 레퍼토리 가운데 무용단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작들을 한데 모았다. 27일 처음 소개할 신작 ‘이제는’은 대금, 아쟁, 북 등 국악기로 채운 음악을 바탕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은 몸짓을 피워낸다. 28일부터 7월 1일까지는 ‘아리랑’, ‘아베마리아’, ‘돌이킬 수 없는 걸음’, ‘마음을 멈추고’ 등을 잇따라 공연하며 무트댄스 특유의 실험적이고 세련된 춤 세계를 재조명한다. 2만~5만원. (02)2263-4680.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문화단신]

    낭만서점 ‘짧은 이야기 공모전’ 교보문고 북TV 팟캐스트 ‘낭만서점’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짧은 이야기 공모전’을 연다. 참가자들은 ‘서점에 갔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원고지 30매 내외의 짧은 소설을 자유롭게 써내면 된다. 응모작은 다음달 1일부터 31일까지 이메일(ytj@hanmail.net)로 받는다. 수상작은 8월에 발표하고, 북뉴스에 연재하는 동시에 낭만서점에서도 낭독한다. 상품은 1등(1명)에게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100권, 2등(2명)에게 열린책들 베스트셀러 30권, 3등(3명)에게 미국 작가 폴 오스터의 컬렉션 15권을 준다. 새달 5일 전국고교생백일장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가 다음달 5일 오전 10시 서울 중앙대학교 아트센터에서 제20회 전국고교생백일장(17세 이상 20세 미만)을 개최한다. 접수는 오는 29일까지 작가회의 홈페이지(www.hanjak.or.kr)에서 받는다. 백일장이 끝나면 유병록 시인의 사회로 정지아 소설가와 신용목 시인이 창작의 고통, 고등학교 시절의 글쓰기와 문학적 고민 등에 관해 특강을 진행한다. 시를 노래하는 래퍼 트루베르의 공연도 이어진다. 부문은 시, 산문. 참가비 1만원. (02)313-1486.
  • 젊은 예술인들, 다시 남현동 보금자리로

    젊은 예술인들, 다시 남현동 보금자리로

    한때 예술인마을로 유명했던 서울 관악구 남현동이 삼삼오오 모여든 젊은 예술가들로 활기를 띠고 있어 눈길을 끈다. 24일 관악구에 따르면 국제 무대에서 ‘제2의 백남준’으로 평가받는 미디어아티스트 정연두 작가를 비롯해 설치미술가 백정기 작가와 고재욱, 심아빈, 이종철, 김정모 작가 등 예술가 14명이 남현동에서 공동체를 이뤄 활동하고 있다. 2004년 정 작가가 먼저 이곳을 찾았고 다른 이들도 알음알음으로 합류했다. 작가들은 4층짜리 건물을 나눠 쓰며 창작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남서울예술인마을’이란 간판까지 달며 보람을 더했다. 남현동이 예술인마을로 유명했던 데서 착안했다. 올해 3월과 5월엔 스튜디오에 작품을 전시해 동네 주민들에게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를 열기도 했다. 구는 남서울예술인마을을 통해 미술작가, 영상작가, 무용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교류하며 창작 동기를 북돋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등 지역 문화를 이끌어 가는 마을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예술과 자유의 거리로 이름을 날리는 마포구 홍대 거리에 견줘 싼 임대료가 남현동의 장점이라는 게 구의 설명이다. 남현동 예술인마을은 1972년 한국예술인총연합회와 서울시가 예술인아파트 3개 동을 지으며 들어섰다. 영화배우 최은희(88)를 비롯해 각각 ‘땅딸이’와 ‘뚱뚱이’라는 예명으로 유명했던 희극 배우 이기동(1935~1987)과 양훈(1923~1998), 황정순(1925~2014)과 함께 현모양처 어머니상을 연기해 인기를 모았던 주중녀와 조각가 이영일, 탱화 전문가 김영진 등 90여명이 살았다. 2003년 예술인아파트가 철거되면서 예술인이 사는 마을이라는 이름도 조금씩 퇴색했지만 동네 곳곳에는 여전히 예촌길, 예촌어린이공원 등 흔적이 남아 있다. 구는 2000년 세상을 떠난 미당 서정주가 31년 동안 살았던 ‘봉산산방’(蓬蒜山房)을 복원해 2011년 주민들에게 개방하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남현동은 미당의 집과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이 자리해 예술인 공동체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서울을 대표하는 예술인 마을로 자리매김해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활기찬 지역으로 길이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대학로 물들이는 안데르센

    대학로 물들이는 안데르센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아시테지 한국본부)는 아동극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제22회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를 연다. 다음달 2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8개국 12개 작품들이 관객을 만난다. 아시테지 한국본부는 이번 축제의 주제를 ‘빛’으로 잡았다. 빛의 의미와 소중함을 잃어 가는 우리 아이들과 부모에게 다양한 빛의 비유를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빛의 존재’를 형상화한 화풍을 보여온 강상중 인천가톨릭대 회화과 교수가 재능 기부로 메인 이미지를 그렸다. 올해는 한국·덴마크 수교 55주년을 기념해 ‘덴마크 주간’을 만들고 초청작 2편과 신작 1편을 올린다. 22~2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빅토리아의 100번째 생일’은 멀티미디어 인형극이다. 100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빅토리아 할머니의 이야기를 오브제, 영상, 이미지를 활용해 전달한다. 26~2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 올리는 ‘스노우 아이즈’는 눈 덮인 세상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 작품은 영아들도 볼 수 있도록 한 베이비드라마다. 신작은 덴마크 연출가 토르킬 린데비에르그와 극단 자유마당이 협업한 ‘안데르센의 나이팅게일’(22~23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하는 새 나이팅게일의 동화를 마임과 영상, 그림자 등으로 표현한다. 덴마크의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부대행사도 준비했다. 축제 기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에서는 덴마크 아동문학의 거장 안데르센의 책을 전시하고 책을 읽고 놀 수 있는 캠핑장을 운영한다. 레고 동호회 ‘브릭마스터’가 안데르센 명작과 덴마크 명소를 전시한다. 눈여겨볼 만한 국내외 초청작도 즐비하다. 영국 웨일스 아랏 고흐 극단의 ‘페기와 데리’(22~26일, 예술의전당 무용연습실)는 잎사귀, 돌멩이 등으로 기하학적인 유형과 줄거리, 장면을 만드는 관객 참여형 친환경 놀이극이다. 러시아 말리 아동청소년극단의 ‘리틀 필링스’(22~24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일본 우링코 극단의 ‘잠든 마을’(25~2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은 어릴 적 추억을 꺼내 든다. ‘리틀 필링스’는 어린 시절 장난을 정교한 복합인형극으로 풀었고 ‘잠든 마을’은 꿈을 통해 외로움, 두려움, 상실감 등의 감정을 끌어낸다. 국내 작품 중 ‘목 짧은 기린 지피’(25~27일)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펼치는 용감한 모험을 노래와 춤으로 신 나게 그리고,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하륵이야기’(29~30일)는 다양한 인형과 오브제를 활용해 상상력을 자극한다. 두 작품 모두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02)745-5862~3.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쓰레기통도 거부한 잉여들에 건네는 인사, 알로하

    쓰레기통도 거부한 잉여들에 건네는 인사, 알로하

    1분당 1500원. 돈만 내면 ‘진상 짓’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음주 통화를 마음껏 할 수 있게 해 주는 업체가 있다. 전화를 받아 주는 해마005의 직원들은 고객들의 ‘끊어진 필름’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주는 ‘폐기 처분’을 도맡는다. ‘나’를 찾는 단골들은 취기 섞인 목소리로 ‘무소속’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토로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마땅히 소속을 찾지 못해 이리로 흘러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런 ‘나’에게 단골은 묻는다. “지구가 둥근 이유는 누군가를 잘 미끄러지도록 하기 위한 거죠, 알아요? 지구의 구조대로 이 세상에는 미끄러지는 사람들과 억세게 운이 좋아 잘 버티는 사람들이 있을 뿐인데, 그쪽은 어디에 속하는 것 같아요?”(해마, 날다) 윤고은(34)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알로하’(창비)는 자본의 중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밀려난 ‘잉여’들을 집요하게 관찰한다.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출신으로 2003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그는 이효석문학상, 한겨레문학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주목받는 젊은 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려 왔다. 그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써낸 9편의 단편에서는 일정한 속도를 강요하는 ‘수족관’ 안에서 ‘불량 판정’을 받고 내쳐지는 인물들이 유독 두드러진다. 직업, 가족 등 무소속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이들을 짓누르고, 이를 피하기 위한 고군분투는 계속된다. 자기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같은 처지의 동료들을 갈취하고 배신하는 등 극악한 생존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봐도 개인을 압사시키고 본질을 무위로 만드는 시스템은 굳건한 현재진행형일 뿐이다. 이들은 “자신은 쓰레기통조차 거부한 쓰레기가 아닌가”(200쪽) 생각하고, “다음 칸으로 넘어가기 위해 객실문을 벌컥 열었는데 다음 객실은커녕 암흑 같은 어둠만 꼬리처럼 따라붙는 그런 상황”(145쪽)에서 놓여나지 못한다. 책은 종국에는 “지구가 둥근 이유는 누군가를 잘 미끄러지도록 하기 위한 것”(149쪽)이라는 절망의 결론에 이르는 ‘잉여’들을 위한 애도에 다름 아니다. 단편 ‘P’에서 기러기 아빠인 장은 회사에서 반강제로 실시한 캡슐내시경 검사 이후 몸속에 주입된 해파리가 빠져나오지 않고 검사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회사에서 내쫓긴다. “회사에서 단체로 검사를 한 건 문제가 되기 힘듭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정해진 시간 안에 해파리를 배출했으니까요. 배출 못 한 건 장형준씨의 개인사예요”라는 세무서 직원의 말은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비정한 사회의 민낯을 통렬하게 벗겨낸다. ‘요리사의 손톱’에서 지역 신문에 광고 기사를 쓰는 정은 오자를 내는 한 번의 실수로 해고당한다. 이후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 것으로 책을 광고하는 일자리를 얻는다. 업무는 단순하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임무는 쉽지 않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책은 정이 지하철 선로 밑으로 몸을 던지고 나서야 유명세를 탄다. 윤고은의 이야기들은 때론 소름 돋을 정도로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설정일지라도 현실과 쫀쫀하게 맞물리며 큰 설득력과 무게를 지닌다. 가뿐하게 잽을 날리는 문장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상상보다 더 잔혹하고 부조리한 세태를 발라내는 특유의 재주 때문이다. 이를 두고 강지희 문학평론가는 “윤고은 소설의 상상력은 사회 작동의 메커니즘과 긴밀하게 연동돼 있어 환상이 펼쳐질수록 사회문제를 환기하고 공격하는 힘이 더욱 커진다”고 짚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문화단신]

    서울 시민 대상 ‘남산 시 학당’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남산 시 학당’ 강좌가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서울에서 열린다. 최동호 고려대 국어국문과 교수의 ‘시 읽기반’(7월 3일~9월 18일)과 한분순 시인의 ‘시조 읽기반’(7월 4일~9월 26일)이 각각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30분씩 진행된다. 반별 수강 인원은 20명 내외이며 수강료는 9만원이다. 수강 일정은 홈페이지(www.imhs.co.kr) 참조. (02)778-1026~7. 미주 한인 대상 ‘LA문학아카데미’ 단국대 부설 국제문예창작센터에서 미주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LA문학아카데미’를 개설한다. ‘창작과 글쓰기로 한국문학 사랑하기’라는 주제로 이론과 창작을 병행하는 1기 강의는 오는 7월 18~29일 LA한국교육원에서 열린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박덕규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수업을 이끈다. 인터넷 카페(cafe.daum.net/ICWC) 수강 신청서를 다운받을 수 있다. 현지 문의 323-544-7677.
  • 남한산성 비롯 등재된 각국 세계문화유산 살펴보니

    남한산성 비롯 등재된 각국 세계문화유산 살펴보니

    22일 우리나라의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함께 등재된 실크로드(비단길), 중국 대운하, 프랑스 남부의 그로트 쇼베 동굴 등도 주목받고 있다. 유네스코(UNESCO·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한국이 등재 신청한 남한산성을 비롯해 2000년 전부터 중국과 유럽 간 교역과 문화 교류의 통로로 이용된 실크로드, 세계 최대 인공수로인 중국 대운하, 프랑스 남부 아르데슈에 있는 인류 최초의 벽화 유적인 그로트 쇼베 동굴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승인했다. 지난해 1월 세계문화유산 신청 이후 1년 5개월 만에 등재된 남한산성은 석굴암과 불국사, 조선왕릉을 포함해 우리나라가 11번째 보유하게 된 것으로, 조선시대 수도 한양을 지키는 산성으로 병자호란 시기 인조가 피신해 비상 왕궁으로 쓴 곳이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이 공동 신청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실크로드는 중국 22곳, 카자흐스탄 8곳, 키르기스스탄 3곳의 총 33군데다. 옛 실크로드를 따라 세워진 궁전과 불교사원 탑, 폐허로 변한 유적, 사막 등으로 이뤄졌다. 24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중국 대운하는 베이징에서 항저우까지 1794km를 잇는 뱃길로 “옛 중국인의 근면성과 지혜의 집대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프랑스 아르데슈 콤브다르크에서 1994년 발견된 그로트 쇼베 동굴은 유럽 최초의 인류 문화 유적으로 추정되는 3만6000년 전 벽화 1000여점이 8500평방미터 이상의 방대한 동굴면적에 그려져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쇼베 동굴 유적은 인류 중 가장 먼저 구상화를 그린 오리냐크인의 예술 창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되고 잘 보존된 벽화가 있는 곳으로 사람의 손을 상징하는 도안은 물론 매머드, 삵, 코뿔소, 들소, 곰, 원우(소의 조상) 등 수십 종의 동물이 그려져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혜은 집, 럭셔리한 24층 강남아파트+미니정원 ‘백화점 같아’

    김혜은 집, 럭셔리한 24층 강남아파트+미니정원 ‘백화점 같아’

    김혜은 집이 공개됐다. 김혜은은 20일 방송된 스토리온 ‘트루라이브쇼’에서 서울 강남 소재의 아파트 24층에 위치한 자신의 집을 전격 공개했다. 김혜은 집은 넓고 고급스러웠다. 김혜은 집 곳곳에 모던하고 심플한 가구들이 놓여 있었고 음악 마니아들이 좋아할 음향기기까지 마련돼 있었다. 또 김혜은이 몸매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집안 한 곳에 운동기기도 놓여 있었다. 김혜은 집에서 압권은 백화점 옥상을 연상케 하는 미니 정원이었다.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자 도심 한복판에서 아름다운 미니 정원을 볼 수 있었던 것. 김혜은은 자신의 집에 이런 미니 정원을 꾸민 이유로 “딸이 아토피를 앓았다. 정원에서 기른 유기농 채소를 먹이고 맑은 공기를 쬐게 해주고 싶었다. 실제 지금은 아토피가 나았다”고 설명했다. 이 외 김혜은 집은 노천샤워를 즐길 수 있는 야외 욕조에 김혜은이 직접 명품백을 디자인할 수 있는 창작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사진 = 스토리온 ‘트루라이브쇼’ (김혜은 집)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건국대 앞은 술 끊고… 광진구 건대사거리 ‘문화의 거리’로

    유흥가로만 알려졌던 광진구 화양동 건대사거리 일대가 문화예술을 아우르는 젊음의 거리로 변신한다. 광진구는 건국대 주변에서 아트브리지와 아트마켓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마련한다고 19일 밝혔다. 아트브리지는 21일부터 10월 18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7~9시 능동로 건대 앞 분수광장에서 펼쳐진다. 6월 어쿠스틱 연주, 7월 록과 펑크 밴드 공연, 8월 재즈, 9월 퍼포먼스 장르 등 월별로 특정 주제를 내건다. 홍대의 악동 뮤지션으로 불리는 ‘신현희와 김루트’, 위트 넘치는 곡들로 유명한 ‘강백수 밴드’, 재미있는 노래와 멘트로 알려진 어쿠스틱 밴드 ‘공복사운드 라오’, 홍대 최고의 보컬리스트 김도연 등 14개 팀이 무대를 빛낸다. 문화·예술품을 사고파는 ‘건대 프리마켓’은 건대병원 입구와 능동로 분수광장 주변 녹지대 등에서 21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4회, 9월 13일부터 12월 6일까지 13회 등 모두 17회에 걸쳐 매주 토요일 오후 4~9시 열린다. 전문 작가와 대학생의 순수 창작공예품을 판매하는 아트마켓, 업사이클링(버려진 제품을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재탄생시키는 것)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에코마켓, 생활 속 체험공간인 컬처마켓 등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김기동 구청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문화와 젊음이 공존하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연극하고 싶은 선생님들, 직접 만들고 무대 선다

    연극하고 싶은 선생님들, 직접 만들고 무대 선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나무 가운데 있는 무성한 가지들입니다. 서로 헐뜯거나 상처를 주며 살아서는 안 되죠. 부대끼다 보면 결국 꺾이고 말 테니까요.” “우린 둘 다 민족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민족이 뭔데, 내가 우리 민족입니까? 유대인이나 기독교인이기 전에 먼저 ‘인간’이 아닌가요? 제가 기사님에게서 인간을 발견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연극배우 정재진(61)이 미소 띤 얼굴로 잠언을 쏟아낸다. 십자군전쟁이 한창인 1192년 유대인 나탄이 그를 경멸하는 십자군 기사에게 인간은 모두 같은 존재라는 것을 설파하는 장면이다. 묵직한 메시지가 퍼지는 순간 배우들의 표정에 진지함이 감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한편에 있는 은세계 연습실. 21일 개막하는 연극 ‘현자 나탄’이 무르익고 있다. 경력 40년을 훌쩍 넘긴 원로부터 신예까지, 이곳에 모인 배우는 10명뿐이지만 경력을 합치면 300년에 육박한다. 중심에는 중견연극인창작집단(중창단)이 있다. 전 국립극단 단장이었던 배우 정상철(66)과 김지숙(58)을 주축으로 김석만(세종문화회관 이사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김재건(67), 이문수(65), 정재진 등 내로라하는 연극인들이 뭉쳤다. 무대에서는 ‘선생님’ 소리를 들으며 대접받을 이들이 공연에 몰두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연극을 하고 싶어서”다. 정재진은 “항상 무대를 동경하고 있는데 기회가 없으니, 우리가 직접 만들고 관객에게 보여 주자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대학로는 연출과 관객, 작품 모두 젊어져 나이 든 배우들이 나올 작품이 거의 없어요. 연극배우를 직업으로 갖고 살려면 한 해 서너 개의 공연은 해야 하는데, 반대로 2~3년에 겨우 한 편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돈의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연극의 의미를 살리는 무대도 필요했다. 대학로에 매일 오르는 수십 개 작품은 대부분 코미디나 로맨스물이다. 1990년대부터 대학로에 스민 상업 마인드가 점차 세를 키우면서 웃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상품가치’로 인정받게 됐다. ‘연극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을 철학으로 삼던 중창단은 “시장과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현자 나탄’을 선택했다. 독일의 계몽주의 작가인 고트홀트 레싱(1729~1781)이 말년에 쓴 작품으로 종교비판적 글을 출판해 개신교와의 신앙 논쟁을 겪은 그는 이 작품으로 자유로운 신념을 풀어내고자 했다. 연출을 한 김석만 교수는 “이슬람교의 자비와 관용, 유대교의 지혜, 가톨릭의 사랑이 균형 있게 녹아 있다”면서 “보편적인 시대정신을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이 작품이 더더욱 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역사·종교관의 대립 등을 겪는 한국을 투영하고 성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공연은 7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2만~5만원. (02)3676-3676.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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