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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문화도시 노원의 꿈

    [기고] 문화도시 노원의 꿈

    요즘 노원문화예술회관은 연일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전시에 개막 한 달 만에 2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고 대공연장에서는 창비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 ‘푸른 사자 와니니’ 초연이 입소문을 타며 흥행했다. 그동안 창작 초연 대형 뮤지컬과 전시는 강남이나 광화문, 혜화동 일대의 대형 공연장과 미술관에서 열리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졌다. 서울 동북쪽 끝자락에 있는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이러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례적이다. 오랫동안 문화 소외 지역으로 인식돼 온 노원구에서 변화가 가능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장 앙리 파브르는 ‘식물기’에서 좋은 토양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오랜 시간 뿌리를 내리고 낙엽을 떨어뜨리며 스스로 만들어 낸 결과라고 말한다. 도시의 성격이 문화적으로 바뀌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반짝하는 문화행사나 잘 지어진 시설 하나가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은 없다. 지속적인 공공의 문화정책, 예술가들의 창작, 시민 참여가 축적될 때 도시의 토양이 바뀌고, 그 위에 새로운 문화가 싹튼다. 노원구는 지난 몇 년간 슬리퍼와 반바지 차림으로도 집 가까이서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문화도시를 목표로 지속적인 정책을 펼쳐 왔다. 웨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상주 예술단체 협약을 맺고 아파트 단지와 근린공원 등 노원구 곳곳에서 찾아가는 공연을 했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 관람에 주민들이 익숙해지도록 했다. 수락산, 불암산, 화랑대 철도공원, 경춘선 숲길, 노해로, 당현천 등 지역 명소에서 절기마다 축제와 콘서트를 개최해 문화예술을 터의 무늬로 새겼다. 극장과 전시장을 현대적 감각에 맞도록 리모델링했고 조수미 콘서트와 뮤지컬 ‘우키시마마루’, ‘뉴욕의 거장들’, ‘근현대 명화전’ 전시 등 온라인상에서 “노원구가 미쳤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해 문화예술 관람이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했다. 파브르의 식물들은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말라 죽기도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낙엽을 떨어뜨린다. 낙엽은 미생물을 불러들이고, 뿌리는 땅의 공기를 순환시키며, 토양을 조금씩 바꿔 낸다. 문화도시를 향한 노원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예산 낭비 아니냐던 지역사회와 주민 인식이 서서히 바뀌었고, 노원에서 문화행사들이 활기를 띠고 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됐다. 문화도시 노원은 이제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스페인 빌바오, 스위스 루가노, 영국 맨체스터와 같이 교육, 복지, 의료, 환경과 결합한 도시의 문화정책과 문화예술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이 도시들은 의료 현장에서 예술 프로그램을 정신건강과 만성질환 관리에 활용하고, 복지 영역에서는 문화예술 공동체 활동을 장려해 고립과 외로움을 해소한다. 도시 전체를 교실로 삼아 아이들을 소비자가 아닌 창작자 내지 건강한 문화 향유자로 성장시키고 있다. 아울러 문화적 도시 재생을 통해 오염되거나 방치된 장소와 시설을 개선하고 도시의 매력을 향상하려 노력하고 있다. 다음 답을 찾아가는 문화도시 노원구의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이 도시의 문화예술은 시민을 얼마나 덜 아프게, 덜 외롭게, 더 배우며, 살맛 나게 하고 있는가.” 강원재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일자리·주거·예술… 강북 ‘청년 예산’ 191억 투입

    일자리·주거·예술… 강북 ‘청년 예산’ 191억 투입

    서울 강북구가 청년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2026년 청년정책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본격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구는 지난달 말 청년 정책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청년 정책 추진 실적을 점검하고 올해 종합계획을 심의했다. 회의에는 이순희 강북구청장을 비롯해 청년정책 전문가, 청년시설 관계자, 청년단체 활동가 등 총 14명의 위원이 참석했다. 구는 올해 일자리·주거·복지·생활·참여 등 4개 분야 39개 사업에 총 191억 58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청년 맞춤형 정책을 추진한다. 일자리 분야에서는 청년 구직자를 위한 진로 탐색과 취업 상담 등 종합 취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년 일자리센터를 운영하고, 청년 어학·자격시험 응시료 지원 확대와 청년 도전 지원사업 등을 통해 취업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주거·복지 분야에서는 수요자 맞춤형 주택 공급과 전월세 안심 계약 도움 서비스, 청년 주거 안정 프로그램, 청년 월세 특별지원사업 등을 추진한다. 생활·문화 분야에서는 서울청년센터 강북을 중심으로 지원 정보를 제공하고 청년 예술인 창작지원, 지역 문화예술 공모사업 등을 추진한다. 참여 분야에서는 청년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구정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청년 정책위원회, 청년 네트워크, 청년 도전 프로젝트 등을 운영한다. 이 구청장은 “청년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청년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 청년에게 힘이 되는강북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 봄밤, 인생宮컷에 ‘가배’ 한잔 어때요

    봄밤, 인생宮컷에 ‘가배’ 한잔 어때요

    덕수궁에서 고종 황제가 즐기던 가배(커피)를 마시며 봄밤의 정취에 취해보면 어떨까.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국가유산진흥원과 함께 다음 달 8일부터 5월 17일까지 2026년 상반기 ‘덕수궁 밤의 석조전’ 행사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행사는 이 기간 중 수~일요일, 하루 3회씩 열린다. ●내부 돌아보고 테라스 체험, 뮤지컬 관람 2021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전문 해설사와 함께하는 석조전 내부 관람, 석조전 테라스 카페 체험, 대한제국 이야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 관람 등으로 구성된 야간 탐방 프로그램이다. 먼저 대한제국 시대를 재현한 배우의 안내에 따라 덕수궁 전각들을 둘러보며 석조전으로 이동한 후, 전문 해설사와 함께 석조전 내부를 관람한다. 이후 내부 관람에서 가장 주목받는 2층 테라스 카페에서 덕수궁의 야경을 배경으로 클래식 현악 연주를 감상하며 가배, 감비차 등 음료와 다과를 즐길 수 있다. 감비차는 몸속 순환과 비움을 돕는 네 가지 재료인 율무, 메밀, 귤피, 뽕잎을 넣어 우린 음료로 고소하고 산뜻한 맛의 차다. 이어 참가자들은 대한제국 황실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 공연 ‘그 이름, 대한’을 관람한 후, 즉석 사진 인화 기계를 이용한 ‘인생궁(宮)컷’도 촬영할 수 있다. ●1층 대식당 관람 추가 100분으로 늘려 특히 올해부터 석조전 1층의 ‘대식당’이 해설 관람 동선에 추가되면서, 전체 운영 시간이 기존 90분에서 100분으로 확대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추첨제로 참가자를 모집한다. 참가 응모는 티켓링크 사이트에서 가능하며 18일 오후 2시부터 3월 24일까지 한 계정(ID)당 한 번만 가능하다. 참가비는 1인당 3만 5000원이다.
  • 65만원에 드라마 한편 뚝딱? 중국 AI드라마 화제

    65만원에 드라마 한편 뚝딱? 중국 AI드라마 화제

    65만원으로 드라마 한 편을 만들었다. 그것도 사람 배우가 아닌 인공지능(AI)만으로 제작했다. 중국에서 제작된 AI 드라마가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16일 중국 매체 콰이커지에 따르면 제작자 3명, 제작 시간 48시간, 제작비 3000위안으로 만든 AI 드라마 ‘곽거병’(霍去病)이 공개되자마자 큰 관심을 끌었다. 누적 조회수는 5억회에 달하며 현지에서는 “AI 제작 혁명의 사례”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 작품은 최근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극’(漫剧) 형식으로 제작됐다. 만화를 기반으로 드라마 형식의 스토리를 풀어가는 숏폼 영상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중국 전한 시대의 명장 곽거병이다. 그는 위청과 함께 한무제 시기 활약한 장군으로, 한 왕조를 오랫동안 위협하던 흉노를 격파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AI로 만든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완성도가 예상보다 높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대규모 전쟁 장면과 전투 연출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에서는 “마치 한나라의 전성기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논란이 된 제작비 3000위안에 대해 연출을 맡은 양한한(杨涵涵) 감독도 직접 설명에 나섰다. 이 금액은 인건비가 아닌 순수한 연산 비용만 계산한 것이며 제작 시간 48시간 역시 실제 작업 시간이 아니라 순수 제작 시간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는 나흘 동안 하루 약 12시간씩 작업해 완성했다고 밝혔다. 제작에는 총 3명이 참여했다. 감독이 각본과 연출, 스토리보드를 총괄했고 다른 한 명은 AI 영상 생성, 또 다른 한 명은 오리지널 사운드를 담당했다. 모든 제작 과정은 ‘나노 만극 생산라인’이라는 플랫폼에서 진행됐다. 이 플랫폼은 중국의 여러 대형 AI 모델을 한데 모아둔 창작 플랫폼으로 제작자가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모델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양 감독의 회사는 약 20명 규모로 대부분 1990년대~2000년대생 젊은 창작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광고와 홍보 영상 제작을 맡으며 경험을 쌓았고 여러 창작 대회에서도 수상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이번 ‘곽거병’ 작품이 뜻밖의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양 감독이 영화나 영상 전공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전혀 다른 전공을 했지만 창작에 대한 열정을 따라 콘텐츠 제작 분야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AI 시대 콘텐츠 제작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기술 장벽이 낮아지면서 비전공자도 히트작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AI 드라마에서도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의 창의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이 분야의 가장 큰 병목은 기술보다 인재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사고력과 미적 감각을 동시에 갖춘 창작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중국 대학에서 ‘AI 연출’이나 ‘AI 작가’ 같은 실무 중심 전공이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AI가 콘텐츠 산업의 제작 방식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65만원에 드라마 한편 뚝딱? 중국 AI드라마 화제 [여기는 중국]

    65만원에 드라마 한편 뚝딱? 중국 AI드라마 화제 [여기는 중국]

    65만원으로 드라마 한 편을 만들었다. 그것도 사람 배우가 아닌 인공지능(AI)만으로 제작했다. 중국에서 제작된 AI 드라마가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16일 중국 매체 콰이커지에 따르면 제작자 3명, 제작 시간 48시간, 제작비 3000위안으로 만든 AI 드라마 ‘곽거병’(霍去病)이 공개되자마자 큰 관심을 끌었다. 누적 조회수는 5억회에 달하며 현지에서는 “AI 제작 혁명의 사례”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 작품은 최근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극’(漫剧) 형식으로 제작됐다. 만화를 기반으로 드라마 형식의 스토리를 풀어가는 숏폼 영상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중국 전한 시대의 명장 곽거병이다. 그는 위청과 함께 한무제 시기 활약한 장군으로, 한 왕조를 오랫동안 위협하던 흉노를 격파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AI로 만든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완성도가 예상보다 높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대규모 전쟁 장면과 전투 연출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에서는 “마치 한나라의 전성기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논란이 된 제작비 3000위안에 대해 연출을 맡은 양한한(杨涵涵) 감독도 직접 설명에 나섰다. 이 금액은 인건비가 아닌 순수한 연산 비용만 계산한 것이며 제작 시간 48시간 역시 실제 작업 시간이 아니라 순수 제작 시간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는 나흘 동안 하루 약 12시간씩 작업해 완성했다고 밝혔다. 제작에는 총 3명이 참여했다. 감독이 각본과 연출, 스토리보드를 총괄했고 다른 한 명은 AI 영상 생성, 또 다른 한 명은 오리지널 사운드를 담당했다. 모든 제작 과정은 ‘나노 만극 생산라인’이라는 플랫폼에서 진행됐다. 이 플랫폼은 중국의 여러 대형 AI 모델을 한데 모아둔 창작 플랫폼으로 제작자가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모델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양 감독의 회사는 약 20명 규모로 대부분 1990년대~2000년대생 젊은 창작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광고와 홍보 영상 제작을 맡으며 경험을 쌓았고 여러 창작 대회에서도 수상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이번 ‘곽거병’ 작품이 뜻밖의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양 감독이 영화나 영상 전공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전혀 다른 전공을 했지만 창작에 대한 열정을 따라 콘텐츠 제작 분야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AI 시대 콘텐츠 제작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기술 장벽이 낮아지면서 비전공자도 히트작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AI 드라마에서도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의 창의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이 분야의 가장 큰 병목은 기술보다 인재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사고력과 미적 감각을 동시에 갖춘 창작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중국 대학에서 ‘AI 연출’이나 ‘AI 작가’ 같은 실무 중심 전공이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AI가 콘텐츠 산업의 제작 방식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AI는 ‘2각’을 대체할 뿐, 인간은 ‘5각’이다[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AI는 ‘2각’을 대체할 뿐, 인간은 ‘5각’이다[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인공지능(AI) 시대, 우리는 불안하다. 그런데 그 불안을 정확히 표현하는 언어가 없다. AI가 내 일을 빼앗아 갈 것 같다는 두려움은 있지만, 무엇이 사라지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반대로 기계에 빼앗기지 않을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도 믿는데, 그것 역시 명확히 말하지 못한다. 그 결과 두 가지 극단적 반응만 남는다. 무조건 따라가거나,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어느 쪽도 시대를 제대로 읽는 태도가 아니다. 필자는 감각의 수에서 이 문제의 답을 찾고 싶다. 인간과 AI를 가르는 경계를 직관적으로, 그러나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그것이 2각과 5각의 구분이다. 시각·청각으로 세계 인식하는 AI2각 활용한 노동 가장 빠르게 흡수후각·미각·촉각 3감각도 가진 인간기계와 경쟁서 가장 강력한 영토로“배관공·전기기술자 AI 대체 어려워”거대 산업혁명에 맞선 제1응전 대중사회 등과 싸웠던 제2응전AI·플랫폼에 대응하는 제3응전 기계가 인간 영역 빼앗을 때마다 인류는 더 깊은 감각의 현장으로●후·미·촉각, 인간·AI 가르는 마지막 경계 결론부터 말하자면 AI는 ‘2각(二覺)’ 존재다. 시각과 청각, 두 감각을 통해서만 세계를 인식한다. 반면 인간은 5각 존재다. 요리사는 불의 온도를 손끝으로 가늠하고, 정비사는 엔진의 미세한 진동을 몸으로 감지하며, 바리스타는 원두의 향으로 로스팅 상태를 판단한다. 후각·미각·촉각-이 3감(感)이 기계와 인간을 가르는 마지막 경계다. 이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앤트로픽(Anthropic)이 최근 발표한 연구 ‘AI의 노동시장 영향’(Labor market impacts of AI)은 미국 노동부 직업 데이터베이스(O*NET)와 실제 클로드 사용 데이터를 결합해 ‘관측된 노출도’를 측정했다.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74.5%), 고객 서비스 담당자(70.1%), 재무 분석가(57.2%)였다. 반면 요리사, 오토바이 정비사, 바텐더 등은 노출도 데이터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AI가 흡수하는 것은 화면 앞 2각 노동이고, 후각·미각·촉각이 결합된 신체 지식은 AI가 데이터화하기 가장 어려운 인간의 마지막 영토다. 이 직관은 AI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202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배관공, 전기기술자, 철강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대규모로 열릴 것이라며 대학 학위 없이도 1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이 직종들에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AI의 ‘대부’로 불리는 노벨상 수상자 제프리 힌턴도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AI가 신체적 조작에 능숙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배관공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기술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이들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손의 감각과 현장의 판단—5각의 영역이 가장 희소하고 가장 필요한 자원이라는 것이다. ●인지와 비인지 : 2각·5각의 과학적 근거 2각과 5각의 구분 배경에는 더 근본적인 원리가 있다. 인지 능력과 비인지 능력의 차이다. 인지 능력은 시각과 청각을 중심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언어를 구조화하는 영역으로 AI가 가장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비인지 능력은 직관, 본능, 감정, 신체와 정신의 통합처럼 체화된 경험에 뿌리를 두는 영역이다. 논리나 언어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으며 인간이 세계와 맺는 가장 근본적인 관계 방식이다. 비인지 능력은 단순히 감각 정보의 합산이 아니다. 몸 전체가 세계와 부딪치며 축적한 ‘체화된 지식’이다. 숙련된 도예가는 흙의 수분 함량을 손바닥의 저항감으로 판단하고, 외과 의사는 메스를 쥔 손의 미세한 떨림으로 조직의 밀도를 가늠한다. 뇌과학자들은 이를 ‘절차적 기억’이라 부른다. 언어로 설명할 수 없고 데이터로 옮길 수 없으며 오직 몸이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만 형성된다. 시각과 청각은 물리적 파동을 기반으로 하기에 디지털화·전달·해석의 세 단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반면 후각·미각·촉각은 화학적이고 복합적인 자극이어서 디지털화 단계부터 불완전하다. 인공 혀는 화학 성분을 감지하지만 맛을 복원하지 못하고, 인공 손은 압력을 측정하지만 촉감을 전달하지 못한다. 물론 기술 낙관론자들은 이 경계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노 센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정밀 화학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 후각·미각·촉각도 결국 디지털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견해를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원리적 가능성’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설령 세 감각의 디지털화가 가능해진다 해도 그것이 몸 전체의 체화된 지식까지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질문이다. 도예가의 손이 담고 있는 지식은 촉각 데이터만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수천 번의 실패와 성공이 근육과 감각과 판단력에 동시에 새겨진 총체적 경험이다. 적어도 향후 10년에서 20년의 시간 지평에서 몸으로 체화된 5각의 지식은 인간이 기계와의 경쟁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영토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인류는 늘 현장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언제부터 인간을 2각 인재로 인식하게 되었는가. 산업혁명이 효율의 이름으로 풍부한 인간상을 납작하게 눌러 버린 결과다. 그러나 기계가 2각 능력을 흡수할 때마다 인간은 나머지 3각이 살아 있는 현장으로 귀환했다. 필자는 ‘제3의 응전’에서 이 반복되는 패턴을 ‘응전’이라 불렀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언어를 빌리자면, 기술의 도전에 맞선 문화의 창조적 대응이다. 그 응전은 지금까지 세 번 있었다. 제1응전은 산업혁명에 맞선 장인과 현장 문화의 귀환이었다. 윌리엄 모리스가 그 선두에 섰다. 시인이자 디자이너이자 실천하는 기업가였던 그는 1861년 디자인 회사를 설립해 가구, 벽지, 직물을 장인의 손으로 제작했다. 기계가 노동에서 감각을 빼앗자 모리스는 손의 감각을 일의 중심으로 되돌렸다. 낭만적 저항이 아니라 시장에서 실증된 응전이었으며, 그의 정신은 이후 바우하우스와 현대 디자인 운동의 원류가 되었다. 같은 시기 패트릭 게데스는 다른 방식으로 응전했다. 생물학자이자 도시계획가였던 그는 지역조사 운동(Regional Survey Movement)을 통해 시민들이 지역의 기후, 산업, 인구를 직접 발로 걸으며 기록하도록 이끌었다. 그의 핵심 철학은 “있는 그 자리에서 시작하라”였다. 통계와 지도로 세계를 추상화하는 기계 문명에 맞서 게데스는 냄새와 소음과 질감이 가득한 살아 있는 현장으로 인간을 불러들였다. 몸으로 걷고 감각하며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지식이라는 것, 그것이 그의 응전이었다.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실행하라”(Think Global, Act Local)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 낸 인물이 그다. 제2응전은 대중사회와 군산복합체에 맞선 반문화 운동이었다. 도시를 떠난 1960년대 반문화 활동가들이 향한 곳은 자연 공동체와 작업실이었다. 이 중 한 명인 스튜어트 브랜드는 미국 전역의 자연 공동체를 직접 방문하며 현장의 도구와 지식을 목격했다. 1968년 창간한 ‘전 지구 목록’(Whole Earth Catalog)은 자급자족·생태·대안 교육의 현장 지식을 엮어 낸 결과물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를 “구글보다 35년 앞선 구글”이라 불렀다. 브랜드와 동료들은 공동체의 분산·자율·연결이라는 현장 원리를 컴퓨터와 네트워크 설계 철학으로 번역했다. 회로를 납땜하고 씨앗을 심는 5각의 감각이 개인용 컴퓨터 혁명과 인터넷 탄생의 정신적 동력이 된 것이다. 기술은 현장에서 태어났다. 그렇다면 AI와 플랫폼에 대응하는 제3응전은 무엇인가. 필자는 이것을 ‘크리에이터 문화’라 부른다. 오픈소스 개발자, 해커, 메이커들이 기술의 민주화를 실험하고 블록체인은 창작물의 소유권을 플랫폼이 아닌 창작자에게 돌려주려 한다. 크리에이터 플랫폼은 개인이 자신의 감각과 기술로 직접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유튜브, 서브스택, 패트리온으로 시작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이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초기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영상, 글, 음악 같은 디지털 콘텐츠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무게중심이 현장, 오프라인, 도시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건축, 설치미술, 조각, 공예, 팝업스토어 등 몸으로 만들고 공간으로 경험하는 콘텐츠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이 되었다.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디지털 피드에서 개성이 사라질수록 사람들은 냄새와 질감과 온도가 있는 현장으로 향한다. 2각 기계가 지배하는 디지털 세계에 맞서 5각의 인간이 도시와 공간을 창작의 무대로 되찾는 응전이다. 세 번의 응전이 가르쳐 주는 것은 하나다. 기계가 인간의 감각을 빼앗을 때마다 인간은 더 깊은 감각의 현장으로 들어갔다. ●AI 증강의 역설, 5각 인간의 탄생 산업화 이전 이상적 인간의 모습은 달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이자 해부학자이자 발명가였고, 중세 길드의 장인은 손으로 만지며 축적한 감각 지식으로 건축과 공예를 완성했다. 오감을 총동원해 세계를 감각하고 손으로 만드는 5각 인재가 인간의 원형이었다. 공장과 사무실이 만들어 낸 2각 인재는 역사적으로 예외적인 인간형이었다. 이제 AI가 2각 영역을 흡수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인간의 원형이 복원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10년 고용 전망에서도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일수록 고용 성장률이 낮게 나타났다. AI 시대 5각 인재는 ‘르네상스맨’의 단순한 귀환이 아니다. 시각·청각과 두뇌력을 AI로 증폭시키고 그 위에 AI가 끝내 모사하지 못하는 후각·미각·촉각의 신체 지식을 더한 존재다. 모리스가 손으로 직물을 짜며, 게데스가 거리를 걸으며, 브랜드가 공동체의 흙을 만지며 발견했던 것을 이제 작업실, 공연장, 공간, 거리, 도시의 현장에서 다시 발견하고 있다. AI는 2각을 대체할지 모르나 인간은 근본적으로 5각 존재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천만영화 특수 누리자”… ‘왕사남’ 열풍에 뜨거운 도시들

    “천만영화 특수 누리자”… ‘왕사남’ 열풍에 뜨거운 도시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자 영화 속 주인공인 단종과 엄흥도 등을 활용한 관광 마케팅이 줄을 잇고 있다. 단종이 유배 생활을 하다가 숨을 거둔 강원 영월에서부터 엄흥도와 금성대군의 흔적이 남은 대구 군위군, 경북 영주시까지 특수를 누리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영월문화관광재단은 다음 달 24~26일 개최하는 단종문화제에서 단종과 정순왕후 송씨의 못다 한 인연을 기리는 국혼과 단종이 유배지인 청령포로 들어가는 모습을 재현하는 행사를 새롭게 선보인다고 12일 밝혔다. 단종문화제 개막 첫날 왕사남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을 초청해 영월문화예술회관에서 ‘창작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단종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특강을 연다. 단종문화제는 1967년 시작한 영월의 대표 축제다. 재단은 구름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주요 관광지와 영월역, 시외버스터미널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동강 둔치 전역을 임시주차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김성진 재단 관광축제부장은 “단종의 생애와 그를 지킨 충신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월에 있는 탑스텐리조트 동강시스타는 이달 말까지 장릉(단종의 묘), 청령포 입장권이나 왕사남 관람 티켓을 제시한 투숙객에게 바비큐 1인분을 무료 제공한다. 영화 속에서 영월 백성들이 단종에게 수라상을 올리는 장면에서 착안해 출시한 ‘영월 반상 2인 패키지’도 다음 달 말까지 선보인다. 태백시는 장릉, 청령포 입장권을 소지한 관광객에게 365세이프타운 케이블카, 가상현실(VR) 체험시설 이용료를 받지 않는 이벤트를 연말까지 진행한다. 365세이프타운 2층에는 ‘단종의 육신은 영월 장릉에 머물고 있지만 영혼은 태백산 산신이 됐다’는 설화를 소개하는 스토리보드와 포토존도 설치된다. 군위군은 다음 달부터 시티투어 코스에 유배 생활을 하는 단종 곁을 지킨 엄흥도의 묘(산성면 화본리)를 포함한다. 군은 10여년 전부터 엄흥도 묘 일대를 정비하고 진입로 데크 및 안내 팻말을 설치하는 등 관광 자원화 사업을 벌였다. 엄흥도는 단종의 주검을 수습한 후 화를 피해 둘째 아들과 군위에 숨어 살다 1474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영주시는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순절한 금성대군의 발자취가 남은 유적지를 ‘반띵 관광택시’를 타고 돌아보는 관광상품을 내놨다. 복위 운동에 가담한 백성들이 학살당한 피끝마을과 금성대군 신단(추모 제단), 소수서원, 부석사를 코스로 한다. 택시 요금 절반은 시가 지원한다.
  • ‘소크라테스·니체’가 구글서 일한다… 다시 뜨는 철학

    ‘소크라테스·니체’가 구글서 일한다… 다시 뜨는 철학

    서울대 학과 중 수시 최고 경쟁률 생성형 AI 의 답변 정교해질수록‘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 중요해져자율차 사고 판단 등 윤리적 공백빅테크들 철학자 채용… 방향 찾아 대학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이 “철학과에 가겠다”라고 하면 대뜸 ‘철학관 차릴거냐’, ‘굶어 죽고 싶냐’는 반응이 나오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한다. 인공지능(AI)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시대, 문해력이 갈수록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철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학과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집단은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들이다. 이들의 선택을 보면 현재 학생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다. 서울대를 기준으로 보면 2026학년도 인문대학 수시모집 최고 경쟁률을 보인 학과는 철학과(15.56대 1)였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자유전공학부(10.35대 1)는 물론 공과대 경쟁률 1위인 원자핵공학과(11.73대 1), 자연과학대 최고 경쟁률을 보인 물리·천문학부 천문학 전공(10.17대 1)을 웃돌았다. 서울대 철학과의 수시 입학 경쟁률은 2021학년도 11.33대 1로 처음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인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점점 더 빨리, 점점 더 정교한 답을 내놓게 되면서 이제는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라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입력값(프롬프트)을 설계 작성하고 최적화하는 것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가 질문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고품질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논리학적 구조와 체계적 사고를 통해 맥락과 지시사항을 구조화하는 과정이다. 철학의 논리학에서 다루는 개념의 명확화, 범주 설정, 추론 과정의 오류 제거 기술이야말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핵심이다. 이에 미국 AI 기업들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 코딩 실력보다 비판적 사고와 복잡한 개념을 언어로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하며 철학 등 인문학이나 문학 전공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사고 판단이나 채용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같이 AI 결정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도 철학의 윤리학이 소환되고 있다. 실제로 애플과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상주 철학자를 채용해 윤리적, 철학적 관점에서 기업의 방향성과 가치 정립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군사 AI 사용 확대에 반대하면서 미국 정부 기관들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AI 빅테크 ‘앤트로픽’은 AI에게 유엔 세계인권선언, 헌법 등을 학습시키고 규범 윤리학을 코딩 핵심축으로 삼아 ‘헌법적 AI’라는 개념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인간이 일일이 유해 콘텐츠를 검수하는 대신 AI가 스스로 ‘헌법에 어긋나는가’를 자문하게 하고, 문제가 될 경우 답변을 수정하도록 훈련했다. AI가 예술, 창작, 추론 등 인간 고유의 영역까지 넘보면서 기술적 편리함보다 기계보다 못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인간 소외에 대한 공포,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가’와 같은 실존적 질문이 주목받으면서 철학에 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철학 소설 ‘소피의 세계’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는 최근 발간한 한국어판 30주년 서문에서 “스마트폰을 몇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지식, 그 이상의 정보까지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고, 이 새로운 전지의 세계에 최근 추가된 존재가 바로 AI”라면서 “우리는 과연 더 현명해졌을까? 오늘날의 세상에는 어쩌면 더 많은 지능보다 더 깊은 지혜가 필요할지 모른다”고 철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철학이란 본디 지혜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데, 지난 수십년 동안 지혜에 대한 필요성은 절대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고 덧붙였다.
  • ‘요람에서 무덤까지’ AI 교육… 6월까지 온라인 플랫폼 구축

    정부가 국민 누구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할 수 있도록 오는 6월까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구축한다. AI 문해력 확산을 위한 ‘전 국민 AI 경진대회’도 연다.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가 일상에 빠르게 확산한 데 따른 조치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1일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이런 내용이 담긴 안건을 보고받았다. 정부는 먼저 온·오프라인 AI 교육 접근성을 확대한다. 과기부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우리의 AI 러닝’을 올해 6월까지 구축하고, 지역아동센터와 경로당 등에서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마련하기로 했다.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전 생애주기를 고려한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해 ‘AI 교육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2030년까지 5년간 3300만명을 지원해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 AI 활용이 가능한 환경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적 AI’ 개발 지원도 추진한다. 노인이 기차 예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대화형 AI나 소상공인을 위한 AI 경영 컨설턴트 서비스 등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국산 AI 모델을 활용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에 국산 AI 모델을 탑재할 경우 정부가 확보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일부를 배분할 계획이다. 오는 26일에는 ‘전 국민 AI 경진대회’도 개막한다.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AI 퀴즈대회, 초·중·고 AI 창작대회, 대학생 AI 루키대회, 최고 수준 연구팀이 참여하는 AI 챔피언대회,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국민 행복 AI 경진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대회는 약 7개월간 진행되며 12월 AI 페스티벌에서 총상금 30억원 규모의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다. 배 부총리는 “글로벌 산업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만큼, AI가 위기가 아닌 기회로 작동하도록 골든타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미래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 ‘톱스펙 AI’ 갤S26 vs ‘99만원 가성비’ 아이폰

    ‘톱스펙 AI’ 갤S26 vs ‘99만원 가성비’ 아이폰

    삼성, 멀티AI·카메라 성능은 압도초고가에도 사전 예약만 135만대애플, 보급형 폰으로 새학기 공략AI·카메라 기능은 전작보다 향상 삼성전자와 애플이 11일 각각 새로운 스마트폰 모델을 출시하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기능을 대폭 확대한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 S26’ 시리즈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했고, 애플은 100만원을 넘지 않는 보급형 모델 ‘아이폰 17e’를 출시하며 가성비를 앞세웠다. 이날 아침 서울 강남구 삼성 강남 매장과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는 모두 개장 30여 분 전부터 30여명의 대기 줄이 있었다. 각사의 신제품을 사전 예약한 고객들 외에도 직접 현장에서 신제품을 체험해 보고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오픈런’ 행렬에 가세했다. 국내 사전 예약만 135만대로 신기록을 달성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6 시리즈는 전작보다 향상된 하드웨어 성능과 다방면에 걸쳐 직관적으로 강화된 멀티 AI, 전문가 수준의 카메라 성능을 앞세운다. S26 시리즈 중에서도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 S26 울트라’에는 스마트폰 업계 최초로 측면에서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제한하는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 기능이 탑재됐다.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빛을 수직으로 방출하는 ‘내로우 픽셀’과 넓게 확산하는 ‘와이드 픽셀’을 정밀하게 배합해 선택적으로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다. 수평 고정 기능을 강화해 동영상 촬영 시 휴대전화가 흔들려도 피사체가 안정적으로 고정되는 ‘슈퍼 스테디’ 기능도 흥행 요소다. 저조도 환경에서도 깨끗한 결과물을 제공하는 ‘나이토그래피’, 대화하듯 말해도 AI로 손쉽게 사진 편집과 합성이 가능한 ‘포토 어시스트’, 스케치 그림이나 사진, 문자를 입력해 다양한 형태의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등 사진 촬영과 편집 기능도 AI를 활용해 대폭 강화됐다. 다만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총결집한 플래그십 모델인데다, 최근 AI 데이터센터발 메모리 수요 과잉으로 인한 비용 상승으로 S26 시리즈의 가격은 전작보다 상승했다. 갤럭시 S26 울트라 모델의 경우 256기가바이트(GB) 모델을 기준으로 179만 7400원, 1테라바이트(TB) 모델은 254만원대다.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 17e 모델은 가격 경쟁력에 집중했다. 256GB는 99만원, 512GB는 129만원으로 가격을 전작인 아이폰 16e 모델과 같게 책정했다. 또 전작과 비교해 맥세이프(무선 충전) 기능을 추가했다. 이날 명동 애플스토에는 대학생과 유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첫 번째로 줄을 선 미얀마 출신의 한 유학생은 “3월 새 학기를 맞아 저렴한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위해 왔다”며 “100만원도 안 하는 가격이라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동결했지만 아이폰 16e보다 향상된 카메라와 AI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이 애플의 설명이다. 4800만 화소 카메라에 AI를 통해 인물 인식 기능을 향상시켰고, 사진을 찍은 뒤에도 후보정으로 포커스를 조정하는 ‘차세대 인물사진’ 기능이 추가됐다. 애플의 ‘클린업’ 기능은 AI가 사진 속 ‘옥의 티’를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지운다. 실생활에서 자주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중심으로 생성형 AI를 고도화했다는 게 애플 측의 설명이다. 온디바이스 AI인 ‘애플 인텔리전스’는 메모장에 쓴 글을 ‘친근하게’, ‘격식 있게’ 등 콘셉트에 맞춰 자동으로 전환하거나 요약을 해준다. 시리에 연동된 챗GPT는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나 사진은 외부 서버로 공유하지 않는다.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었다는 것이 애플의 설명이다. 다만 이날 매장에서는 아이폰 17e보다 보급형으로 나온 99만원짜리 ‘맥북 네오’의 인기가 도드라졌다. 이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선호도가 높은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 1.7조 ‘티켓 파워’

    1.7조 ‘티켓 파워’

    지난해 국내 공연시장의 관람권 총 판매액이 1조 7000억원을 돌파했다. 대중음악과 무용 분야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11일 발표한 ‘2025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 관람권 총 판매액은 1조 73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 증가했다. 공연 건수는 2만 3608건으로 9.6%, 공연 회차는 13만 6579회로 11.3%, 총 관람권 예매 수는 2478만매로 10.8% 늘었다. 관람권 1매당 평균 가격도 전년보다 약 5000원 상승한 6만 9928원으로 집계됐다. 장르별로는 대중음악 공연의 관람권 판매액은 9817억원으로 29% 상승했다. 지난해 공연 건수는 17.0%, 관람권 예매 수는 19.9% 늘어났다. K팝이 콘서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발라드, 밴드 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1만석 이상 대형 공연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뮤지컬 분야는 공연 건수 13.9%, 공연 회차 14.6%, 관람권 예매 수 8.9% 증가하며 전체 관람권 판매액이 4989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늘었다. 토니상을 석권한 ‘어쩌면 해피엔딩’ 등 창작 뮤지컬 유명 작품들의 개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용 분야의 관람권 판매액은 29.5% 증가한 267억원을 기록했다. 공연 건수, 회차, 예매 수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해외 현대무용 작품의 활발한 내한 공연이 시장 확대에 이바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 한국적으로… 정공법으로… ‘바냐 아저씨’ 매력 속으로

    한국적으로… 정공법으로… ‘바냐 아저씨’ 매력 속으로

    5월 22~31일 국립극단 ‘반야 아재’ 19세기 러시아, 한국 마을로 옮겨사회 모순과 고립을 투영한 변주‘바냐’ 조성하·‘소냐’ 심은경 연기5월 7~31일 LG아트센터 ‘바냐 삼촌’ 원작 유지하며 인물 밀도에 집중‘타인의 삶’ 손상규가 연출 맡아이서진·고아성 연극 데뷔작 기대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를 이끈 대문호 안톤 체호프는 “인간은 식사하고 차를 마시고 시시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살아간다. 그 와중에 행복이 무너지기도 하고 비극이 결정되기도 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4대 희곡은 이런 일상의 비극을 파고든다. ‘갈매기’에서 예술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랑과 재능을 갖지 못하고, ‘세 자매’에선 모스크바로 돌아갈 미래를 낙관하지만 지방도시에서 꿈을 잃어간다. ‘벚꽃동산’에선 집과 땅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도 파티를 열고 수다를 떨다가 결국 삶의 터전을 잃는다. ‘바냐 아저씨’는 가족을 위해 살아온 바냐와 조카 소냐의 상실을 그린다. 바냐는 매형에게 평생 헌신했지만 그가 무능한 지식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무력감에 빠진다. 소냐는 사랑을 얻지 못한다. 비장한 파국마저 어이없이 실패한다. 비극 속 희극, 견디는 삶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바냐 아저씨’는 체호프 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오는 5월,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다른 색채로 풀어낸 연극 두 편이 관객을 만난다. 국립극단은 한국적 정서로 번안한 ‘반야 아재’를, LG아트센터 서울은 원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살린 ‘바냐 삼촌’을 올린다. 2024년 ‘벚꽃동산’, 지난해 ‘헤다 가블러’를 동시에 올린 데 이어 세 번째 ‘같은 작품 다른 해석’으로 만났다. 국립극단의 ‘반야 아재’(5월 22~31일)는 원작의 배경인 19세기 말 러시아 영지를 현대 한국의 어느 마을로 옮겨왔다. 번안과 연출을 맡은 조광화 연출가는 한국적 변주를 더해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 한국 사회의 모순과 고립을 투영한다. 주인공 이름도 바냐는 박이보로, 소냐는 서은희로 바꿨다. 박이보 역은 중후하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조성하가 맡아 무력감과 내면의 갈등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일본에서 먼저 연극 무대를 경험한 심은경은 서은희로 분해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삶을 지탱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이번 작품이 심은경에게는 첫 한국 연극 무대다. 손숙, 남명렬, 기주봉, 정경순, 임강희, 김승대 등 오랜 무대 경험을 가진 배우들이 흐름을 뒷받침하면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LG아트센터 서울의 ‘바냐 삼촌’(5월 7~31일·LG시그니처홀)은 원작의 결을 유지하면서 인물의 밀도에 집중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공동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 소속 배우인 손상규가 극작과 연출에 나섰다. 손상규는 지난해 연극 ‘타인의 삶’을 연출하면서 인물 표현과 제한된 무대를 영리하게 활용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이번 ‘바냐 삼촌’에서는 어떻게 원작에 집중하면서 치밀한 무대를 만들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이 작품이 배우 이서진과 고아성의 연극 데뷔작이라는 점도 관심을 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특유의 까칠함을 보여준 이서진이 허무한 바냐와 만나는 지점에 궁금증이 쏠린다. 고아성은 최근 영화 ‘파반느’에서 고립 속에 살다가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6일 첫 대본 리딩 현장에서 고아성은 “이런 좋은 대사를 매일매일 내뱉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 “늘 카메라 너머로 상상하던 관객들 앞에서 직접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 노원, 꿈의 무용단 ‘예꿈발레단’ 단원 모집

    서울 노원구가 ‘예꿈발레단’ 3기 신규 단원을 모집한다고 8일 밝혔다. 노원구는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의 무용단’ 공모사업에 선정된 이후 ‘예꿈발레단’을 창단해 발레를 기반으로 협동과 배려를 배우는 공동체형 문화예술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꿈의 무용단 사업은 지역 아동·청소년이 무용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예꿈발레단은 서울시 전문예술단체인 댄스시어터샤하르의 지우영 무용감독의 지도로 운영된다. 단원들은 기초 훈련을 통해 신체 감각과 집중력을 기르고, 창작 활동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3기 신규 단원은 최대 13명을 뽑는다. 노원구에 살고 있거나 노원구에 있는 학교에 재학 중인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아동·청소년이 지원 대상이며, 교육비는 무료다. 오승록 구청장은 “예꿈발레단은 아이들이 예술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는 배움의 장”이라고 밝혔다.
  • [열린세상] 세계 언어로서의 한국어, 한국문학

    [열린세상] 세계 언어로서의 한국어, 한국문학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관련 좌담회에 몇 차례 참석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번역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막바로 원어, 즉 한국어로 읽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넘어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한국문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을 위해 지금까지 유일한 통로였던 번역 수준 향상, 번역대학원 설립 등 번역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외에 더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21세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혁명 시대의 변화에서 한국문학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한국문학개론에서 금과옥조처럼 정의했던 “한국문학은 한국인이,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한국어로 표현한 것”이라는 정의는 이제 사실상 무화되었다. 30년 가까이 지속되는 K컬처의 영향으로 한국어 글쓰기는 한국인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또 많은 한국문학 작품은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넘어서서 보편적이고 다양한 것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국어’만이 한국문학의 유일한 정체성으로 남은 것이다. 제국주의와 식민 통치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영미문학이나 프랑스문학의 창작자와 독자는 영국, 미국, 프랑스 사람 외에 그들 국가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와 아랍 그리고 그들 언어를 공용어로 채택한 나라 사람들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주요 문학상 수상자로 이주민 출신들이 호명되는 것 또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언어의 확장이 결과적으로 세계 주류 문학과 문화의 위상을 유지하거나 더 굳건히 하는 기제가 된 것이다. 언어와 문학은 사유와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우리와는 환경과 과정이 다르지만 이것은 K문학의 길이 한국어의 호환성을 높이고 한국어를 세계 언어로 확장해 가는 노력을 통해 보편적 예술 언어로 나아가게 하는 데 있음을, 그리고 이것이 문화 강국으로 가는 길임을 알게 해 준다. ‘나의 문학적 자양분은 한국문학에 있다’라는 한강 작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국문학이 축적한 힘은 이미 널리 확인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언어와 문화의 변방에 있어 번역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거쳐야 했기에 중심으로의 진입이 늦어졌고, 지금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번역이 현재의 문제라면 보편적 예술 언어로서 한국어와 한국문학의 위상 변화는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화두다. 이에 따라 ‘한글로 문학하기’의 확장을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AI 디지털 시대의 특성이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 지식과 정보의 축적 및 융복합,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생성 그리고 시공간을 동시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시대에 부합하는 문학은 민족성과 세계성, 정체성과 다양성, 이방인·소수자·경계인으로서 겪는 타자성과 탈경계성 그리고 이것이 빚어내는 혼종성 등을 잘 담아내는 데 있을 것이다. 한국문학은 19세기 후반 이산 경험에서부터 최근의 탈경계 및 문화 혼종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험을 축적하며 작품화해 오고 있다. 여기에 제국주의적 그림자가 없는 K컬처의 큰 흐름은 한국어에 관한 관심과 사용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어와 한국문학이 보편적인 예술 언어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여 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문학번역원이 오랜 준비 끝에 2022년 창간한 디아스포라 한글문학 웹진 ‘너머’가 8호를 끝으로 2025년 초에 중단된 일은 아쉽기 그지없다. 전 세계에서 한글로 글 쓰는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지면으로 연간 12만명 넘는 접속자를 갖고 있었음에도 지난 정부의 예산 삭감이라는 칼날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그늘을 씁쓸히 바라보며 조속한 복간을 기원한다. 곽효환 시인·경남대 교수
  • [세종로의 아침] 전문성이 본질이 된다면야

    [세종로의 아침] 전문성이 본질이 된다면야

    6개월 전 ‘두 달째 비어 있는 예술의전당 사장 자리’에 대한 칼럼을 썼다. 그 자리는 이제 ‘여덟 달째 공석’이다. 국립국악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서울예술단은 13~20개월째 수장이 없고, 지난해 말부터 2월 사이에 국립정동극장 극장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국립오페라단 단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곧 국립극장 극장장의 임기가 끝나고 4~5월에는 국립발레단장, 국립현대무용단장, 국립무용단장, 국립창극단장이 임기를 마무리한다. 일부는 연임될 수도 있지만 12년째 국립발레단을 맡은 강수진 단장은 이미 임기 종료를 알렸다.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예술단체장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발하는 ‘공연예술 정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단체장 선임이 명시적 규정 없이 비공개로 이뤄져 선임 후 잡음이 인 경우도 있었으니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충분한 기간을 두고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도록 현직의 퇴임 1년 전부터 후임자 선임 절차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공석인 예술단체 대부분을 이 정책의 대상으로 꼽았다. 내용은 무척 바람직하다.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을 내정하려는 의도가 절차를 통해 걸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이 생각만큼 긍정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대상 기관이었던 국립국악원은 적격자를 찾지 못해 네 번째 공모를 앞두고 있다. 다른 자리도 이미 공모를 진행했어야 하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이대로라면 수장 공백의 시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예술기관장은 ‘시대를 관통하는 미학적 가치를 세우고 척박한 기초 예술의 토양을 일궈 낼 인사여야 한다’고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사치 같다. 지난해 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표와 이사장 인선을 보면서 이들의 능력치보다는 대통령과의 거리를 인선 배경으로 떠올린 이들이 많다. 이들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문화재단 이사장과 대표를 맡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립정동극장 이사장으로 모델 출신 배우 장동직씨가 선임된 사례를 보면서 의아함은 더 커졌다. 문체부의 공식 발표도 없이 장씨의 페이스북에 임명장 사진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는데, 그는 지난 대선 때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몇 번의 사례와 몇몇 이름이 결합하고 그럴싸한 해설도 붙어 퍼지는 하마평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최근 퍼진 정동극장 대표 관련 소문이 특히 그렇다. 거론된 이름은 공연 제작 경험이 있긴 하지만 방송인 경력이 길고 정치적 발언을 많이 했던 인물이다. ‘전통예술의 보고’이자 연극·무용 공연의 장이 됐던 정동극장의 성격과 맞지 않아 예술계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인사 지연에 이런 말도 나온다. 차라리 한꺼번에 인사를 내 어느 한쪽이 공격 대상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으려고 한다는 전망이다. 엉뚱한 인사가 자리를 꿰차면 현 정부에 타격이 되고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최대한 미루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소문에는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인사’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 과제 ‘기본이 튼튼한 사회’ 아래 창작의 자유, K콘텐츠 보호, K컬처 확산 등을 내걸었다. 대체로 영상과 대중예술 중심이고 전통예술, 무용, 연극 등 기초예술로 분류되는 장르에 대한 언급은 소소하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단체장 인선이 더디고 전문성에 물음표가 붙는 이름이 나오니 예술계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무대예술은 장르마다 고유 문법과 생태계가 존재한다. 예술단체장은 이에 대한 이해와 경영 능력도 갖춰야 한다. 이름값이나 보은 인사로 자리에 앉혔다가 조직 사기가 떨어지고 경영 부실의 오점을 남긴 사례가 많다. 이 정부가 국정운영 원칙으로 내세운 ‘경청과 통합’, ‘공정과 신뢰’, ‘실용과 성과’라는 방향성이 문화예술계에서 흐트러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제자리에 앉히는 ‘적재적소’가 실현될 수 있다면 인사가 조금 더 늦어져도 기다릴 만하다. 최여경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 도서관·카페·창작공간 누린다… 주민 하나 되는 ‘구로문화누리’[민선8기 이 사업]

    도서관·카페·창작공간 누린다… 주민 하나 되는 ‘구로문화누리’[민선8기 이 사업]

    옛 송신소가 ‘구로문화누리’로한곳에서 교육·돌봄·여가 서비스가족친화 천왕도서관도 7월 개관도서관 95개… 1곳당 주민 수 3위생활 더 편리해지는 SOC 시설천왕근린공원에 실내 놀이터 마련구로 청년취업사관학교 6월 운영장인홍 구청장 “구로 머물고 싶게” 10여년 동안 유휴지로 남아있던 서울 구로구 옛 개봉송신소 부지에 ‘구로문화누리’가 문을 열었다. 구로구 첫 직영 공공도서관으로, 기존 시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장인홍 구로구청장은 지난달 24일 개관식에서 “주민들께서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간절히 기다려주신 끝에 문화와 배움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며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품격 있는 구로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누구나 편안하게 들러 소통하는 주민 중심의 쉼터로 애용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구로문화누리 부지는 수십년 동안 AM 라디오를 송출하던 옛 KBS 송신소 자리다. 2010년 문을 닫은 뒤 활용 방안을 두고 고민하다 도서관을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방향을 잡았다. 도서관과 평생학습관 2개 동에 걸쳐 전체면적은 7876㎡ 규모다. 450석 규모의 구로문화누리도서관과 함께 청소년 전용 공간 ‘모여구로’, 문학인 창작지원 공간 ‘문학의 집 구로’, 우리동네키움센터 등도 모여 있다. 평생학습관 건물에는 월드카페, 평생학습관, 구로구장학회 등이 있다. 온 가족이 교육, 돌봄, 여가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시민들이 모여 토론하고 공동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4만 8000여권의 장서를 갖춘 구로문화누리도서관은 중심도서관 역할을 맡아 구 전체의 도서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관내 도서관 간 자료 공유뿐만 아니라 공공·작은도서관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든다. 구에는 11개의 공공도서관을 비롯해 95개의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 1곳당 주민 수는 3만 7000여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3위다. 서울에서 도서관 직영 체계를 갖춘 곳은 3곳뿐이다. 만만치 않은 비용 탓이다. 장 구청장은 “구로의 독서 문화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직접 채용한 인력을 기반으로 고품격의 독서 문화 서비스를 유지하고 장서 구성과 프로그램에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구로문화누리도서관은 독서 활동으로 포인트를 적립해 지역 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할 수 있는 ‘독서포인트제’도 추진한다. 희망 도서를 신청하면 지역 서점에서 대출하고 도서관에 반납하는 ‘동네서점 바로 대출’을 시범 운영 중이다. 전문 사서가 기획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개관식에는 주요 내빈과 주민 100여명이 참여해 축하했다. 이금희 아나운서의 북토크 ‘책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등 다채로운 행사도 열렸다. 구로월드카페 외국어 프로그램과 생활문해교실, 인문학 강연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정보화 교육장에서는 컴퓨터 기초 등 생활 밀착형 교육 과정도 시작한다. 구로구는 올해 구로문화누리 외에도 다양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개관을 앞두고 있다. 오는 7월에는 1500㎡ 규모의 가족 친화형 독서 문화 공간인 구로천왕도서관이 문을 연다. 구는 지난해 말 구로문화누리도서관과 구로천왕도서관을 대상으로 사용자가 직접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는 주민참여형 장서 ‘희망도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의견을 모았다. 가족캠핑장, 책 쉼터가 있어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은 천왕동 천왕근린공원에는 실내 놀이터가 추가로 마련된다. 비, 미세먼지 등 날씨 변화와 상관없이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 공간이다. 도심 속 녹지공간인 구로동 구로거리공원에는 상반기 안으로 황톳길을 조성한다. 안양천 황톳길에 이어 일상에서 휴식과 함께 운동도 할 수 있는 맨발 걷기 환경을 꾸준히 추가하고 있다. 서울시 청년취업사관학교 구로캠퍼스는 오는 6월부터 구로동에 있는 지식산업센터 ‘생각공장’에서 정식 운영을 시작한다. 지난해 10월 오류동에 있는 서울시 50플러스 남부캠퍼스에서 임시 운영을 거쳤다. 이곳은 청년 맞춤형 실무 교육과 취·창업 지원 거점 역할을 할 예정이다. 특히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산업이 공존하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실무 중심 인공지능(AI) 융합 과정을 운영한다. 개봉1동 사거리 주변의 남부순환로 평탄화 공사도 다음 달 마무리될 예정이다. 장기간 진행된 공사를 완료해 상습적인 차량 정체를 해소하고 안전한 보행 환경을 만든다. 지하철 신도림역 인근의 구로1유수지에는 민영주차장 대신 저렴한 공영주차장을 만들어 인근 주차난을 해소할 계획이다. 개봉동에는 실내수영장을 포함한 종합사회복지관이 올해 착공된다. 기존 종합사회복지관과 거리가 있어 이용이 어려웠던 고척동, 개봉동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2028년 하반기 개소가 목표다. 장 구청장은 “주거지 인근 도서관, 운동시설 등 생활 SOC에 대한 요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떠나지 않고 머물고 싶은 구로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 용산문화재단 출범… 지역 역사·문화 유기적 연결

    용산문화재단 출범… 지역 역사·문화 유기적 연결

    서울 용산구의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이끌 용산문화재단이 출범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3일 한남동 문화복합시설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용산문화재단은 사람과 문화가 중심이 되는 용산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라며 “앞으로 구민 일상에 스며드는 문화 정책으로 머물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용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초대 이사장을 맡은 팝페라 테너 임형주씨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박물관 순위에서 수위권을 차지하는 등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요즘, 태어나고 자란 용산에서 문화재단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용산이 서울, K문화의 중심지가 되도록 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출범식에는 국민의힘 소속 권영세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용산문화재단은 대규모 도시 개발이 본격화한 용산의 문화적 정체성과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확장하기 위한 기반이다. 재단은 지역의 역사·예술·생활문화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구민이 체감할 수 있는 문화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우선 용산·동자아트홀 운영과 기획 공연·기획 전시, 청소년 글로벌 오케스트라 운영 등을 추진한다. 지역 예술인과 문화 시설도 데이터베이스화할 계획이다. 재단 사무국이 들어선 문화복합시설은 범용 디자인을 전면 적용해 새로 단장했다.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등 누구나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무장애 공간이다. 팝업홀, 카페, 창작소, 스튜디오을 갖추고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교류하는 ‘문화 사랑방’ 역할도 맡게 된다.
  • 고양 ‘글로벌 콘텐츠 허브’ 첫 삽 떴다… 미래 산업 도시로 도약

    고양 ‘글로벌 콘텐츠 허브’ 첫 삽 떴다… 미래 산업 도시로 도약

    창작·R&D·비즈니스 공간 등 조성 IP 확보·상품화·유통 ‘종합 플랫폼’인접한 방송사들과 ‘시너지’ 기대기업 지원해 우수 IP 발굴·사업화‘고양문화창조허브’도 가시적 성과성장 동력 확보… 자족도시 전환경기 고양시가 콘텐츠 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고양시는 3일 일산서구 대화동 2705 일대에서 ‘지식재산권(IP) 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착공식을 열고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이날 행사에는 이동환 시장을 비롯해 문화콘텐츠 분야 기업·유관기관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해 사업 경과와 운영 방향을 공유했다.이 사업은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IP 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조성사업’ 공모에서 경기도가 광역 단위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시·군 공모를 거쳐 고양시가 최종 대상지로 확정되며 추진됐다. 고양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기초지방자치단체다. 클러스터는 총사업비 286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지상 4층, 전체면적 5198㎡ 규모로 건립된다. 1~2층은 IP 융복합 전시·체험 공간과 콘텐츠 상품 판매장, 3층은 창작 및 연구개발(R&D) 공간, 4층은 기업 입주실과 회의실, 비즈니스 라운지 등 사무 공간으로 조성된다. 준공 목표는 2027년이다. 이 시장은 “클러스터 착공이 고양시가 콘텐츠 산업을 미래 핵심 먹거리로 삼고 도약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며 “문체부, 경기도와 긴밀히 협력해 기업 성장 토대를 안정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IP는 웹툰·드라마·게임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원천 콘텐츠를 의미한다. 최근 콘텐츠 산업은 하나의 IP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와 기술을 결합하는 융복합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웹소설이 웹툰과 드라마로 제작되고 다시 게임·확장 현실(XR)·굿즈로 확장되는 방식이다. 시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창작–제작–사업화–유통 전 과정을 연계하는 산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클러스터는 단순 창업지원 공간이 아니라 IP 확보와 상품화, 투자 연계, 유통 네트워크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인근에는 EBS·JTBC·MBN 등 주요 방송사가 자리 잡고 있다. 대형 전시장 킨텍스와 일산테크노밸리, 방송영상밸리도 인접해 있어 콘텐츠 제작과 전시, 비즈니스 상담, 유통이 한 도시 안에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VR·AR 등 실감형 콘텐츠 제작 시는 클러스터 준공 이전부터 기업 기반을 다져왔다. 2022년부터 고양산업진흥원과 함께 ‘IP 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사전 사업’을 운영하며 우수 IP 발굴과 사업화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지원 분야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XR, 홀로그램, 디지털아트 등 실감형 콘텐츠 제작과 기업 보유 IP의 2차 콘텐츠·상품 개발이다. 지난해에는 13개 기업에 9억 3000만원을 지원해 13건의 융복합 콘텐츠 IP를 발굴했고 특허 3건을 포함한 27건의 저작권을 확보했다. 지원 성과는 전시로 이어졌다. 고양시립 아람미술관 갤러리누리에서 열린 ‘빛의 공간 환상을 비추다 시즌3’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관객 참여형 미디어아트, XR 체험 콘텐츠, 3차원(3D) 프로젝션 매핑 작품 등이 공개됐다. 2주간 4917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올해도 13개 기업에 약 10억원 규모의 지원을 이어간다. 시는 지난해 11월 킨텍스에서 열리는 디지털미디어테크쇼에서 AR·발광다이오드(LED) 기반 콘텐츠와 캐릭터 상품 등 IP 사업화 결과물을 선보였다. 시는 창작 생태계의 거점 역할을 하는 ‘고양문화창조허브’도 운영 중이다. 2022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누적 이용자는 6047명이다. 현재 독립형 공간에 10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가상 오피스 8개소도 지원하고 있다. 입주 기업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제작·유통, 특허 출원, 박람회 참가 등을 통해 계약 12건, IP 확보 2건, 해외 배급 1건 등 성과를 냈다. 일부 기업은 크라우드펀딩 목표를 500% 초과 달성하거나 신기술 솔루션 출시 후 단기간 매출을 기록하는 등 사업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일자리 1871개·수출 3억 달러 목표 경기도 콘텐츠산업 기업현황 보고서(2023년 기준)에 따르면 고양시 내 콘텐츠 기업은 2394개, 연 매출은 약 1조 9000억원 규모다. 방송 인프라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을 갖춘 도시라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시는 IP 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창작자, 기업,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고양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단순 제작 지원을 넘어 계약 체결과 해외 유통까지 이어지는 산업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운영 역시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클러스터는 경기콘텐츠진흥원과 고양산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하는 위탁 운영 방식으로 출발한다. 2027년 개소 이후 4년간 두 기관이 함께 운영을 맡고 이후 고양시가 본격적으로 직접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조직은 1센터 3개 팀, 총 15명 규모로 꾸려진다. 센터장 1명을 중심으로 관리팀 3명, 콘텐츠팀 7명, 전시관리팀 4명이 배치돼 기업 지원과 전시 운영, 사업화 프로그램을 전담한다. 운영 예산은 총 70억 5700만원으로, 인건비와 기본 운영비 10억 5700만원, 기업 지원 및 사업화 프로그램 등에 투입될 사업비 60억원이 포함됐다. 정량적 목표도 제시됐다. 시는 클러스터를 통해 일자리 1871개를 창출하고 IP 발굴 및 협업 지원 600건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수출 계약 3억 달러를 목표로 설정해 실질적인 글로벌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콘텐츠 산업은 기술과 결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다. 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조성되고 기업 성과로 이어질 경우 고양시는 주거 중심 도시 이미지를 넘어 IP 기반 자족도시로의 전환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 이제 과제는 실행력이다. 공간과 조직, 예산이라는 틀이 갖춰진 만큼 얼마나 경쟁력 있는 IP를 발굴하고 시장 성과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고양시가 제시한 ‘고양 모델’이 수도권 콘텐츠 산업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 이동환 고양시장 “IP 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산업 구조 바꾸는 역사적 출발”

    이동환 고양시장 “IP 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산업 구조 바꾸는 역사적 출발”

    “지식재산권(IP) 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의 착공은 고양시가 국내 제일의 콘텐츠 산업 도시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이동환 경기 고양시장은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운을 뗐다. 그는 이날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열린 IP 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착공식을 두고 “오늘은 고양시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첫걸음”이라며 “단순한 건물 공사가 아니라 도시 산업 구조를 바꾸는 역사적 출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양시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전체 면적 5198㎡,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복합 플랫폼 조성 사업이다. 전시·체험과 상품 판매 공간, 창작·연구개발(R&D) 공간, 기업 입주 및 비즈니스 공간을 한데 모아 콘텐츠 산업 전 주기를 한 공간에서 구현한다. 이 시장은 “IP 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는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창작에서 제작, 유통, 글로벌 진출까지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이라며 “고양이 미래 콘텐츠 산업을 선도하는 도시로 도약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거듭 언급한 키워드는 ‘IP’다. 웹툰이 드라마와 영화로, 다시 게임과 굿즈로 확장하는 구조 속에서 원천 지식재산 확보가 곧 도시 경쟁력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이제는 좋은 이야기를 가진 도시가 성장한다”며 “고양에서 기획된 IP가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고양은 이미 방송·전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인근에는 EBS와 JTBC, MBN 등 주요 방송사가 있고 킨텍스에서는 대형 콘텐츠 박람회가 수시로 열린다. 이 시장은 “촬영과 제작, 전시와 투자 상담이 한 도시 안에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은 큰 자산”이라며 “기존 인프라와 클러스터를 연계해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시는 2022년부터 사전 지원 사업을 통해 우수 IP를 발굴하고 기업 역량을 키워왔다. 실감형 콘텐츠 제작과 사업화를 지원해 특허와 저작권을 확보했고, 전시와 박람회를 통해 시장성도 점검했다. 이 시장은 “공간만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겠다”며 “입주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 시장은 이날 착공을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표현하면서 “콘텐츠와 기술, 문화가 융합된 산업 기반 위에 창의적 인재가 모이고 기업이 성장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IP를 중심으로 창작자와 기업, 플랫폼이 함께 성장하는 ‘고양 모델’을 완성해 K콘텐츠 비즈니스 허브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 ‘제2의 ‘파일럿’ 작가 찾습니다’…경콘진, 2026 경기 스토리작가 창작소 모집

    ‘제2의 ‘파일럿’ 작가 찾습니다’…경콘진, 2026 경기 스토리작가 창작소 모집

    경기콘텐츠진흥원(원장 탁용석, 경콘진)이 ‘2026년 경기 스토리작가 창작소’ 사업에 참여할 도내 시나리오 작가를 오는 12일까지 모집한다. 이 사업은 경기도 영화·영상 산업을 활성화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토리 IP(지식재산권)를 발굴하기 위해 도내 거주 작가를 대상으로 영화 시나리오 및 드라마 대본 창작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총 10명의 작가는 창작 지원금 500만원과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창작 공간을 제공받아 오는 11월까지 작품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약 8개월의 사업 기간 동안 업계 전문가(제작자·프로듀서)의 모니터링과 기획개발 특강,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주요 산업 관계자들과 교류할 기회도 얻는다. 올해는 시리즈 드라마부터 숏폼(Short-form), 영화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KT스튜디오지니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기획개발을 함께할 작가를 최대 2명 이내 별도 전형으로 선발한다. 선발된 작가는 KT스튜디오지니의 프로듀서와 함께 작품 개발을 진행하며 개발 결과에 따라 연내 계약 체결 시 500만원의 창작 지원금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공모는 상영 시간 60분 이상의 장편 극영화 시나리오 또는 편당 30분 이상, 2부작 이상의 시리즈 대본 중 선택해 지원할 수 있다. 단, 어떠한 형식으로든 영상화되지 않은 촬영 준비 이전의 기획개발 단계 작품이어야 한다. 한편 경콘진은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총 141명의 작가를 지원해 왔다. 대표적으로 영화 ‘파일럿’의 조유진 작가가 있으며, 파주 2기 고은기 감독의 ‘달팽이 농구단’은 영상화돼 2025년 11월 개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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