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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문화 융성 그리고 콘텐츠공제조합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문화 융성 그리고 콘텐츠공제조합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는가’의 문제는 사회과학연구의 고전적 질문이다. 197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이스털린 교수는 ‘경제성장이 인간의 몫을 개선해 주는가’라는 연구에서 경제의 부흥이 보다 나은 만족이나 행복을 가져오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행복해지나 이 단계를 지나면 곧 욕구는 커지고 행복의 기준이 높아지는 등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는 것인데, 이스털린의 역설로 불린다. 34년 후 브루킹스 연구소의 젊은 경제학자 스티븐슨과 울퍼스는 절대적 소득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행복해진다는 시계열 통계와 함께 돈이 행복을 가져온다면서 위 역설을 반박했다. 현재 USC 교수로 있는 이스털린은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더 만족할 수는 있지만 돈 자체가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고 재반박했다. 젊은 경제학자들이 시계열 분석의 일부 오류를 인정했으나, 소득과 행복을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 1만 달러 이상의 국가에서는 소득이 증가해도 이에 비례해서 행복이 증가하지 않았다. 욕구 자체가 변화하기 때문에 행복의 결정에는 비경제적 요인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부흥 자체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며, 풍요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역설 속의 행복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사회복지의 약화와 개인적 행복의 저하를 우려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많은 나라들이 사회발전의 패러다임을 물질적 풍요에서 행복한 삶의 증진으로 바꾸고 있다고 한다. 국정의 기조를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에 두고 있는 우리의 경우 주목할 필요가 크다고 본다.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을 함께 이룩하는 데 필요한 촉매는 문화융성이다. 문화가 융성하려면 콘텐츠산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건강한 콘텐츠산업의 생태계는 비교우위가 높고 경쟁력이 탁월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서 비롯되며, 문화예술가들에게 표현의 자유와 창의적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창작안전망의 구축이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기술과 접목해서 고품위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여 잘 만들어진 창작콘텐츠를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환경 또한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도록 창작 콘텐츠의 다양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소비자는 창작에 대해 제값을 지불하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 외형적 생태계의 사활을 결정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피의 흐름이다. 콘텐츠산업이 창조경제적 역량을 발휘하고 문화융성에 기여하느냐 여부는 현실적으로 콘텐츠 지원자금의 흐름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분야의 개인이나 기업은 영세하다 못해 열악하다. 콘텐츠사업자의 경우 매출액 10억원 미만이 87%를 차지하고, 종업원 10인 미만이 92%에 달한다. 꿈속의 이야기로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 대부분의 콘텐츠 창작자들은 부동산 등 자산이 달린다. 담보를 요구하는 금융 관행은 창작자들에게 자금 절벽으로 다가온다. 한 줄의 이야기와 한 편의 이미지가 밑천인 콘텐츠산업을 위한 새로운 금융의 등장이 절실하다. 반가운 것은 영세 콘텐츠 기업들의 ‘돈맥경화’를 풀어 주는 콘텐츠공제조합이 곧 출범한다는 소식이다. 조합원 간의 상부상조를 바탕으로 영세사업자에게 필요한 보증과 융자를 적시에 제공하면서 한도는 높이고 요율은 낮춘다는 원칙 아래 운영될 것이라고 한다. 많은 기대 속에 출발하는 공제조합이 콘텐츠 생태계의 안전보호처와 창작의 마중물이 되어 문화융성의 디딤돌로 하루빨리 자리 잡기를 바란다.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분야인 콘텐츠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안착하는 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무엇보다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많은 젊은이들에게 반듯한 일자리를 풍성히 만들어 내는 역할을 잘 해내면 좋겠다.
  • 한여름밤의 뮤지컬 열기

    한여름밤의 뮤지컬 열기

    서울 중구가 국내 창작 ‘뮤지컬’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와 함께 오는 5~12일 흥인동 충무아트홀과 주변에서 ‘제2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SMF)을 연다. 국내 창작 뮤지컬 14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창작 뮤지컬 발전을 위한 콘퍼런스와 워크숍, 뮤지컬 배우 애장품 판매 등 부대행사도 다양하다. 작품 두 개에 상금 5000만원과 극장 대관 지원 등을 하는 창작 뮤지컬 육성지원사업인 ‘예그린앙코르’ 후보에 네 작품이 눈길을 끈다. ‘내 인생의 특종’은 청년실업이란 사회적 문제를 로맨틱 코미디 형식으로 풀었다. ‘라스트 로얄 패밀리’는 픽션사극 뮤지컬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했다.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내시 등 시대를 거스르는 설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문리버’는 아빠가 달에 가려고 준비한다는 거짓말을 하는 소녀와 소녀의 말을 믿는 소년의 이야기다. 꿈의 실현을 주제로 잡았다. ‘주그리우스리’는 고령화 사회에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저승사자를 출연시켜 삶과 죽음에서 긍정적 자세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들은 오는 7∼10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만날 수 있다. SMF 블로그에 작품별 댓글을 달면 선착순으로 티켓을 받을 수 있다. ‘깨지마라, 안티고네’ 등 별로 알려지지 않은 대학생들의 창작 뮤지컬 10개 작품도 9~10일 중극장 블랙에서 선보이는 등 크고 작은 공연이 잇따른다. 국내 뮤지컬 발전을 위한 ‘국제뮤지컬워크숍’에선 뮤지컬의 중심지인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창작자 마이클 존 라키우사와 리처드 리스모어가 ‘창작 클래스’와 ‘보컬 클래스’를 진행한다. 뮤지컬 시장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전시행사인 ‘프리 서울뮤지컬 마켓’과 유명 뮤지컬 배우의 애장품을 경매하는 ‘옥션’, 배우 스태프 등이 참여하는 ‘예그린명랑운동회’도 손님을 맞는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디자인 권리보호 3~5일만에 인증 OK

    유행 속도가 빨라 ‘권리화’가 힘든 디자인에 대한 권리보호제도가 마련됐다. 특허청은 18일부터 ‘디자인공지증명제도’를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디자인공지증명제도는 디자인 출원 이전에 자신의 디자인 창작물을 타인이 모방하지 못하도록 창작사실(창작자·시기)을 증명해주는 제도다. 현재 디자인을 특허청에 출원, 등록하려면 1년 정도가 필요하고 비용이 수반된다. 특허와 달리 디자인은 다량으로 발생하면서 출원 대상을 선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더욱이 귀금속과 같이 트렌드가 빠른 제품은 권리화가 유명무실하다. 또 각종 전시회 등에 출품된 디자인은 신규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창작물이 오히려 타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격이 됐다. 디자인공지증명제도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시스템(www.publish.kidp.or.kr)에 신청서를 접수하면 간단한 심사 등을 거쳐 신청 후 3~5일이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오늘의 눈] 미국에는 왜 스크린 독과점이 없나요?/배경헌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미국에는 왜 스크린 독과점이 없나요?/배경헌 문화부 기자

    ‘미국에는 왜 스크린 독과점이 없나요?’ 지난달 개봉한 ‘무서운 이야기2’의 김성호 감독이 최근 한국영화감독조합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올 상반기 한국 영화 관객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대규모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영화인들의 위기감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좋은 영화든 나쁜 영화든,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 고사한다. 김 감독이 자문자답하듯 올린 글의 내용을 옮겨 보면 이렇다. 일단 미국은 1948년 영화 제작과 상영의 수직적 통합을 금지한 ‘파라마운트 판결’의 영향으로 투자·배급사와 극장 사이에 균형 잡힌 시장이 만들어져 있다. CJ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영화를 CJ CGV에서 줄기차게 틀거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영화를 롯데시네마에서 무한반복 상영하는 상황이 벌어질 여지가 적다는 뜻이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 체인이 90%에 가까운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하면 미국은 극장 사업주의 독과점도 덜하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부율(극장과 배급사가 수익을 나눠 갖는 비율)이다. 한국은 극장과 배급사가 고정 비율로 수익을 나누는 반면, 미국은 상영 기간에 따라 비율을 달리하는 ‘슬라이딩 시스템’을 적용한다. 극장은 개봉 초기에 아주 적은 몫을 가져 가거나 심지어 적자를 보지만 3~4주차로 갈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따라서 극장은 한 영화로 물량 공세를 퍼붓는 것보다 다양한 영화를 오랫동안 상영하는 게 더 이익이다. 할리우드의 나라 미국에서 정작 ‘아이언맨3’와 ‘월드워Z’가 스크린을 독점하지 못한 이유다. 이런 체계가 자리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우선 관객은 다양한 영화를 선택할 수 있고, 영화 창작자들은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영화가 소비되는 불안을 덜 수 있다. 상영 기간이 길어지면서 제작·배급사는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받는다. 또 극장은 좋은 영화가 입소문이 날 경우 장기 상영을 통해 수익을 늘릴 수 있다. 어느 한 쪽이 대박날 가능성은 줄어들지만 어느 한 쪽이 쪽박 찰 가능성도 적어진다. 문제는 부율이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슬라이딩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극장 수익은 당장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처럼 배급사가 기본 상영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안 등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극장에 양보를 요구하기 어렵다. 방식은 다르지만 한국에서도 시장의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CGV는 그동안 5대5였던 한국 영화 부율을 이달부터 5.5(배급사)대4.5(극장)로 조정했다. 극장이 포기한 수익은 대형 투자·배급사는 물론 소규모 제작사에도 돌아간다. 그러나 적절한 상영 기간이 보장되지 않는 한 부율 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시장 판세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감독은 “수익이 악화된 지금은 극장의 별의별 꼼수가 예상되는 시기”라고 걱정했다. 영화인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상생하는 시장을 만들기 위한 극장의 복안은 뭘까. 궁금하다. baenim@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인 더 하우스’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인 더 하우스’

    프랑수아 오종이 창작의 빈곤에 처할 때마다 그를 구원한 건 희곡이었다. ‘불타는 바위로 떨어지는 물방울’, ‘8명의 여인들’, ‘현모양처’는 적절한 시기에 등장해 오종을 위기에서 구했다. 후안 마요르가의 ‘끝 줄 소년’을 각색한 ‘인 더 하우스’(Dans La Maison·4일 개봉)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미발표 희곡을 영화화한 ‘불타는 바위’와 비교할 만한 작품이다. 동성, 이성 간의 성적 긴장, 집이라는 공간 속의 계급 문제, 툭툭 튀어나오는 뒤틀린 유머는 두 영화를 하나로 묶는다. 하지만 오종은 더 이상 프랑스 영화계의 앙팡테리블이 아니다. 중견 작가로 성장한 오종은 ‘불타는 바위’의 주제 너머로 훌쩍 뛰어넘는다. 희곡을 각색한 오종의 영화들에서 카메라는 배우의 주변을 맴돈다. 흡사 무대 위로 올라가 배우 곁에서 숨결을 느끼며 연극을 보는 것 같다. 그것은 연극적인 영화와 다른 차원이다. ‘인 더 하우스’에서도 연기를 감상하는 맛이 대단하나, 오종은 이전과 다른 카드를 꺼낸다. 고등학교 문학 선생인 제르망은 클로드란 학생이 제출한 글에 마음이 끌린다. 제르망은 클로드에게 문학을 가르치기 시작하고, 제르망과 아내 쟝은 소년의 글을 읽으며 감상을 나눈다. ‘인 더 하우스’는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창작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일까. 무엇이 되었든 창작자인 오종에게 새로운 도전거리다. 작가 제임스 A 미치너는 말년에 ‘작가는 왜 쓰는가’라는 책을 발표했다. 70년 넘게 왜 쓰는가를 고민해온 작가는 해답을 구하지 못했다고 밝힌다. 대신 글쓰기에 영향을 끼친 작가를 소개하는데, 미치너가 학창 시절에 읽은 작가들의 이름 - 플로베르, 도스도옙스키는 제르망과 클로드의 대화에도 어김없이 나온다. 제르망은 플로베르의 관찰하는 눈을 알려주고, 클로드는 그 눈으로 친구의 가족을 관찰해 글을 쓴다. 그런데 미치너는 독자에 대해서는 유독 ‘나와 상관없는 문제다’라고 써놓았다. 노대가에게 독자의 존재는 관심 밖일지 모르겠지만, 창작의 길을 찾는 클로드에게는 다르다. 얼핏 소년의 문학 수업에 관한 영화처럼 보이는 ‘인 더 하우스’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다룬다. 창작의 대상과 창작자의 글과 창작물의 독자를 미묘하게 연결해 강렬한 흥분 상태를 불러일으키고, 그 안에서 인물들의 정치적인 관계와 모방이라는 창작의 본질이 읽히기도 한다. 영화의 마지막 쇼트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을 불러낸다. 콜르드는 아파트의 창을 보며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늘 궁금했다고 말한다. 그 순간, 일상이 반복되는 무대에 불과했던 보통 사람들의 공간은 이야기의 원천으로 변한다. 글쓰기를 가르친다고 생각했던 제르망은 기실 충실한 독자였고, 훌륭한 독자인 그의 조언은 창작을 위한 비옥한 토양이 된다. ‘인 더 하우스’는 예술의 수용자에게로 시선을 돌린 재미있는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 [주말 인사이드] 웹툰 영화 ‘미생’ ‘신과 함께’… ‘은밀하게’ 돌풍 넘으려면 버려야 한다?

    [주말 인사이드] 웹툰 영화 ‘미생’ ‘신과 함께’… ‘은밀하게’ 돌풍 넘으려면 버려야 한다?

    웹툰의 스크린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역대 웹툰 원작 영화 중 최고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이번 주말 6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강풀 작가의 ‘아파트’에서 시작된 웹툰과 영화의 이종교배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당장 정연식 작가가 직접 연출을 맡은 ‘더 파이브’가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고, 강풀 작가의 ‘조명가게’(변영주 감독)와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김태용 감독), 하일권 작가의 ‘목욕의 신’(이정섭 감독) 등 인기 웹툰들도 영화화가 한창 진행 중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뛰어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웹툰은 그동안 끊임없이 충무로에 영감을 불어넣어 왔지만 결과는 기대만큼 신통치 않았다. 웹툰 작가들이 꼽는 영화화의 포인트는 뭘까. 영화계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아온 강형규, 오성대, 윤태호 작가에게 물어봤다. 영화 ‘이끼’(강우석 감독)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는 “이미지와 이야기가 이미 존재한다는 점에서 영화화에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웹툰 원작 영화의 인기 배경을 설명했다.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와 캐릭터, 배경 등 카메라만 갖다 대면 곧바로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재료’가 구비돼 있다는 것이다. 영화 ‘무서운 이야기2’의 에피소드가 된 ‘절벽귀’의 오성대 작가도 “검증된 시나리오와 뚜렷한 팬층을 갖춘 데다 두 매체의 결합에서 오는 홍보효과 등 부가가치도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웹툰의 이미지가 영화의 컷과 동일하다는 착각은 실패한 웹툰 원작 영화들이 번번이 답습한 오류다.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라스트’의 강형규 작가가 “영화와 웹툰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 표현 언어와 호흡은 완전히 다르다”고 잘라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오 작가 역시 “웹툰은 한 컷 한 컷 스크롤을 내리면서 독자가 원하는 속도로 음미할 수 있는 반면 영화는 스크린을 따라가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면서 “만화 고유의 속도와 호흡을 영화로 옮기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웹툰 원작 영화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뭘까. ‘이끼’를 훌륭한 영화화의 사례로 꼽은 오 작가는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되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각색하고 압축했다”면서 “독자들은 원작과의 ‘싱크로’(일치)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원작에는 없는 무언가를 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작의 강점을 잘 살리는 것이지만 원작을 과도하게 의식해 세세한 요소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풀 작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추창민 감독)를 모범사례로 꼽은 윤 작가는 “원작이 있다는 것은 창작자에게는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면서 “단순히 많은 독자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를 넘어 창작자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분명한 철학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웹툰은 어디까지나 만화에 맞는 이야기를 짠 것”이라면서 “매회 기승전결이 있는 연재물의 특성을 영화의 긴 호흡으로 옮기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영화화가 어려운 작품으로는 만화적 상상력이 극대화되거나 뚜렷한 이야기 구조가 없는 작품들이 꼽혔다. 오 작가는 “손제호, 이광수 작가의 ‘노블레스’ 같은 판타지 웹툰은 만화적인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도 드문 데다 작품 특유의 아우라를 영화로 표현하기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일상툰(이어지는 스토리 없이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에피소드식으로 다룬 웹툰)의 내용과 분위기를 두 시간짜리 영화에 넣기는 어렵다”면서 “네 컷 만화였던 일본의 ‘아즈망가 대왕’이 애니메이션으로 성공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제작 과정에서 더욱 많은 각색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영화 원작 제작소’란 웹툰의 위상이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박인하 만화평론가는 “과거에는 ‘만화 같다’는 평가가 작위적이고 극단적이라는 뜻이었지만 최근에는 만화에 익숙한 세대가 늘어나면서 친근감을 느끼는 관객이 많아졌다”면서 “웹툰은 그동안 어떤 만화도 가져 보지 못한 강력한 팬덤을 가진 만큼 앞으로도 영화 등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저작권… 방송사 것이냐, 제작사 것이냐

    저작권… 방송사 것이냐, 제작사 것이냐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표준계약서’ 도입을 놓고 정부와 방송관련 단체들이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2010년부터 외주제작 표준계약서 제정을 추진해온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초안을 마련해 상반기까지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관련 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표준계약서 논란의 핵심은 외주제작사에 저작권자의 권리를 부여하느냐 여부이다. 문체부는 지난 2월 ‘방송프로그램의 외주제작 표준계약서(안)’를 마련한 뒤 지난 17일 이를 다시 수정·보완해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와 ‘방송 프로그램 방영권 구매계약서’로 나누어 발표했다. 또 올 하반기부터 열악한 근로환경에 놓인 작가 등 방송 제작진의 불공정한 계약을 개선하기 위한 ‘방송스태프 표준계약서’와 탤런트·코미디언·MC·성우 등 실연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방송출연 표준계약서’를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불합리한 방송제작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문체부의 설명에도 KBS·MBC·SBS 등이 주축이 된 한국방송협회와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실연자협회 등의 반발은 예사롭지 않다. 표준계약서가 법적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지만, 당사자 간 법적 분쟁이 발생할 때는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외주제작사를 중심에 둔 표준계약서가 “지상파방송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작가, 배우, 성우 등 관련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마저 훼손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문체부와 열 차례 가까운 회의와 의견서 교환을 통해 이견을 조율했지만 입장 차는 크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날 공개된 표준계약서에선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재산권은 방송사와 제작사 ‘각각의 기여도’에 따라 인정된다고 명기됐다. 다만 어느 일방으로 저작권 이용창구를 단일화할 수 있다는 예외를 뒀다. 애초 저작권을 외주제작사에 모두 귀속시킨다는 데서 문체부가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이는 방송사가 주로 가져왔던 저작권을 외주제작사도 확보할 수 있도록 창작 권리를 개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형평성을 고려한 듯 보이지만 관련 단체들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고 반발한다. 정부가 방송영상콘텐츠 산업 성장을 위해 지나친 독립 외주제작사 편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불합리한 방송제작 환경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그동안 방치해 놓은 외주제작환경에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방송제작 중단, 출연료 미지급 사태, 작가료와 출연료의 기형적 구조는 ‘외주제작 비율과 외주제작사 숫자 늘리기’에 초점이 맞춰졌던 잘못된 외주정책에 원인이 있다”며 “문체부가 추진 중인 외주제작 표준계약서는 현재의 외주정책을 우선 개선한 뒤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제적으로 할당한 방송사의 외주제작 비율(최고 40%)을 낮추고, 부실 외주제작사를 솎아내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문체부는 외주제작사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막기 위한 ‘출연료 지급 보증’ 조항, 방송사의 외주제작사에 대한 ‘프로그램 수정 보완 요청’ 조항 등을 신설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방송시장 규모는 12조 8000억원(2011년 기준) 수준으로, 매출액 1억원 미만의 영세 독립제작사 비중은 전체 400여개 제작사 가운데 56.5%에 이른다. 방송협회는 문체부의 ‘표준계약서’가 ▲기여도에 따라 저작권을 배분하거나 어느 한 쪽이 저작권을 소유하도록 해 오히려 다툼을 높일 여지가 많고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제작비와 장비를 전부 지급하더라도 방송사에 2회 방송권만 부여하는 모순을 드러내며 ▲외주제작사에는 적정수익을 보장하도록 한 반면 방송사에는 협찬 등 간접광고의 수익 배분 비율까지 강요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리스크가 큰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작품 실패의 모든 책임을 방송사가 감내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실제 제작자인 방송사가 재방송권, 복제배포권 등 모든 권리를 가지지 못하도록 규정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지상파 방송 참여 신탁회사 등장하나

    지상파 방송 참여 신탁회사 등장하나

    정부가 음악저작권 신탁단체 복수화 추진에 나섰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20여년간 독점해 온 음악저작권 관리업무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문화계의 불공정 관행을 제도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방송사와 음원서비스 기업, 작곡가 등 일부 음악 창작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지상파 방송 3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신탁법인 설립을 위한 물밑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에 음악저작권협회가 드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일 음악분야 저작권 신탁관리법인의 신규허가 대상자를 공고했다. 6월 초까지 요건을 갖춘 계획서를 제출한 법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사업자를 선정, 내년부터 복수 운영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문체부 측은 “음악저작권의 독점적 신탁관리체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제기돼 추가 선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2008년 이후 사용료 징수와 분배의 투명성, 조직 운영 등을 놓고 잡음이 불거졌지만, 저작권협회 스스로 이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저작권협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신탁관리단체가 복수로 존재하면 권리자의 권익이 축소되고 이용자 편의에도 해가 된다”는 주장이다. 음원을 사용하는 단체들이 저작권 신탁단체를 설립하면 저작권자의 권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저작권협회는 1988년 저작권신탁관리업 허가를 받아 음악저작물의 저작권 등을 관리하고 있다. 연간 1200억원의 사용료를 징수한다. 하지만 작사·작곡가 등 1만 5000여명의 회원을 상대로 투명하게 수익금을 배분하지 않고 자신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전체 회원 중 10%미만에게만 정회원 자격을 부여하고 이가운데서 이사진을 뽑아 경영을 맡기기 때문이다. 또 비영리법인임에도 연간 저작권료의 14%가 넘는 172억원을 수수료(운영비)로 책정했다. 시장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높고, 다른 단체와 비교해도 과도하다는 비판이다. 2010년 국정감사에선 당시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이 “저작권협회가 10년간 2916억원을 징수해 이자 수익만 86억원에 이르며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쌓인 돈도 450억원이나 된다”고 밝혔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도 저작권협회 직원이 유흥단란주점의 사용곡목 보고서를 조작하는 식으로 3년간 6억 7500만원의 저작권료를 횡령했다고 공개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창작자들은 자신의 저작권을 오직 저작권협회 한 곳에 몽땅 맡기고 협회가 주는 대로 저작권료를 받아야 했다. 음원 사업자나 방송사도 단 한 곳의 창구를 상대로 저작권료 협상을 벌여왔다. 저작권협회와 KBS는 37억원대의 저작권료 소송을 치르기도 했다. 방송사나 음원기업 등 업계에선 문체부의 경쟁체제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저작권협회에 대한 불만 표출의 성격이 짙다. 한국방송협회와 케이블TV협회 관계자들은 “복수 신탁단체가 등장하면 협상 단계가 늘고 저작권료도 일부 오를 수 있지만 오죽하면 이런 논의가 이뤄졌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음원서비스 업체 관계자도 “저작권협회가 그동안 음원서비스 사업자에게 수요를 무시한 일방적 협상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만을 앞세운 음원기업, 지상파 방송, 음악창작자 등 이해 당사자들은 물밑에서 신규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신탁단체가 비영리법인이지만 일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속한 방송협회, KT뮤직과 합병한 KMP홀딩스, 음악기업인 모두컴 등이 이를 저울질하고 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아직 타당성 조사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중 방송사들의 행보가 단연 눈에 띈다. 지상파 3사는 1940년 설립된 미국의 BMI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다. BMI는 ASCAP란 저작권 독점단체에 반발해 CBS라디오 등 미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축이 돼 출범했다. 이후 시장이 안정되자 방송사들은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일본에선 독점신탁기관인 JASRAC에 반발해 2008년 E라이선스가 설립됐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선 복수체제가 허용됐으나, 치열한 경쟁을 벌인 뒤 대부분 한 곳의 신탁단체만 살아남았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식객, 카카오페이지 통해 3년 만에 부활

    식객, 카카오페이지 통해 3년 만에 부활

    허영만 화백의 인기 만화 ‘식객’이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부활한다. 카카오톡·카카오스토리 개발사인 카카오는 약 8000여 콘텐츠를 담은 카카오페이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9일 밝혔다. 카카오페이지 애플리케이션 내에 마련된 스토어에서 각종 인기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영상으로 구성된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인 허 화백은 식객 연재를 종료한 지 3년 만에 ‘식객2’를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선보인다. 음악인 윤종신도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음원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들은 카카오페이지를 각각 ‘만화가와 독자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마당’,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 직접 만나는 공간’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구입한 콘텐츠는 친구와 같이보기 기능을 이용해 카카오톡 친구 1명과 같이 즐길 수 있다. 친구에게 추천하고 콘텐츠를 무료 감상할 수 있는 추천하면 무료보기 기능도 있다. 친구 2명에게 특정 콘텐츠를 추천하면 본인과 추천 받은 친구들 모두 동시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스토리와도 연동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인상 깊었던 콘텐츠에 대한 감상평을 카카오스토리에 포스팅할 수 있고, 콘텐츠를 소개하거나 공유할 수 있다 콘텐츠 결제 수단은 카카오 결제 수단인 ‘초코’를 이용해 낱개로 구입하거나 30일 이용권 등 기간제 구입도 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콘텐츠와 요금 결제 방식은 차차 다양화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구글플레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ios 버전도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 오픈 기념으로 허영만·윤종신·소설가 정이현·헤어디자이너 차홍 등 카카오페이지에 참여하는 창작자들의 인터뷰 동영상을 제공한다. 카카오 홈페이지(www.kakao.com/page), 모바일 페이지(www.kakao.com/page/mobile.html)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배짱 장관’ 임기 3년 남은 기관장 솔로몬식 해법은

    ‘배짱 장관’ 임기 3년 남은 기관장 솔로몬식 해법은

    “문화의 가치를 활용해 살아갈 만한 세상을 만들겠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런 취임사를 낸 지 18일로 일주일째다. 문화계는 문화에 해박한 유 장관의 취임을 축하했다. 전임 최광식 장관 때와 달리 한류 확산과 런던올림픽 종합 5위, 외국관광객 1000만명 시대라는 계량화된 업적이 나오기 어려워도 불합리한 인사청탁에 저항하는 등 ‘배짱이 있어’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2006년 차관 경질 이유가 아리랑TV 임원인사 청탁을 두고 청와대와 갈등한 것이 손꼽히니 말이다. 하지만 문화부 소속 첫 기관장 인사였던 고학찬 예술의전당 신임 사장부터 문화계는 다소 당황하고 있다. ‘코드인사’라는 잡음이 시끄러운 가운데, 문화부 산하 33개 기관장의 물갈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문화재정 2% 달성’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정부에서 문화부가 야심차게 닻을 올렸던 예술인복지법, 문화 바우처 확대 등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화 밖의 정치와 행정에 유 장관이 발목이 잡히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까지 흘러나온다. 현재 문화부에선 산하 공기업(1개), 준정부기관(6개), 기타 공공기관(26개) 등의 33개 단체장 임명이 골치 아픈 문제로 꼽힌다. 유 장관은 “원칙적으로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밝혔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문화예술회관연합회, 공연예술센터,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그랜드코리아레저, 체육인재육성재단, 국악방송 등 6개 단체장이 공석이고 오는 28일 정동극장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7월 한국관광공사, 10월 국민체육진흥공단, 11월 대한장애인체육회, 12월 언론진흥재단 기관장 임기도 마무리된다. 남은 임기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놔 둘 수도 있고, 기관장들이 먼저 사퇴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 문제는 콘텐츠진흥원, 문화예술위, 영상자료원, 게임물등급위, 문화관광연구원, 세종학당 등 지난해 임명돼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기관장들이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기관장이 먼저 사퇴를 하지 않는다면 이명박 정부 초기처럼 ‘코드인사’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화재정이 올해 전체 예산의 1.22%에서 5년 내 2% 달성을 목표로 확대될 수 있을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대로라면 복지예산의 확대로 문화예산 확충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조현재 문화부 1차관은 “최근 매년 10% 이상 증가해 온 문화부 예산의 증가 속도만 어느 정도 유지해도 근접할 것”이라며 긍정론을 펼쳤다. 올해 문화부 예산은 4조 1723억원으로 사상 처음 4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보다 12.2% 늘었다. 하지만 재정부가 매 5년간 문화·복지 부문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각 부처의 예산 중 11%를 축소하기로 한 만큼 문화부도 우선 같은 비율의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 삭감될 사업의 저항이 예상된다. 유 장관이 취임하면서 콘텐츠 산업의 꼬인 현안을 어떻게 풀어낼지도 관심사다. 유 장관은 문화산업국장을 지내 콘텐츠 산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업계에선 음원법 재개정을 비롯해 표준계약서 정착, 게임물 등급위 존치와 민간자율기구 출범, 게임에 대한 과도한 규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음원법은 값을 낮추려는 소비자와 제값을 받으려는 창작자 간 권리가 충돌하고 있다. 문화부는 18일 무제한 요금제(정액제)를 종량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서비스사업자와 창작자 간 갈등의 불씨를 일부 누그러뜨렸다. 방송업계에선 표준계약서를 놓고 방송 출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문화부가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외주 제작사에 넘겨주는 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이 계약서로는 프로그램의 수출이나 지속적인 재방영에서 방송 출연자의 저작권이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위 존치 여부와 민간 자율심의기구 신설도 관심사다. 게임업계에선 문화부와 여성부가 각각 강제 셧다운제를 시행, 이중 규제에 시달린다고 비판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음원 스트리밍 저작료 ‘이용횟수 따라 징수’로 전환

    논란을 키워 온 음원의 무제한 정액제가 일부 종량제로 전환된다. 음원값을 낮추려는 소비자와 사업자, 제값을 받으려는 창작자 간 권리가 충돌한 가운데 정부가 창작자의 손을 일부 들어준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저작권사용료 징수 방식을 오는 5월부터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전환한다고 18일 밝혔다. 스트리밍은 음성, 영상 등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실시간 전송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이 서비스의 ‘가입자당 저작권사용료 징수방식’(무제한 정액제)이 대세를 이뤘으나 앞으로는 ‘이용 횟수당 징수방식’(종량제)으로 전환된다. 다만 이번 개정은 서비스사업자가 저작권 사용료를 음원 권리자에게 납부할 때만 적용하도록 했다. 소비자는 예전처럼 서비스사업자로부터 종량제와 함께 월정액 상품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향후 서비스사업자가 소비자가 사용하는 음원 가격을 인상할 여지를 남겨 둔 것이다. 그간 멜론, 엠넷, 벅스 등 서비스사업자들은 음원 가격이 올라가면 불법 다운로드가 급증하는 등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개진해 왔다. 현재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서 월정액 요금으로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상품의 경우 서비스사업자는 이용 횟수와 관계없이 가입자당 1800~2400원의 저작권 사용료를 3곳의 관련 단체에 지불해야 한다. 저작자는 가입자당 300~400원 또는 매출액의 10%, 실연자는 가입자당 180~240원 또는 매출액의 6%, 제작자는 가입자당 1320~1760원 또는 매출액의 44%를 받아 왔다. 반면 5월부터 서비스사업자는 스트리밍 1회 이용당 3.6원의 저작권 사용료를 3곳의 권리 단체에 내야 한다. 저작자는 1회 이용당 0.6원 또는 매출액의 10%, 실연자는 0.36원 또는 매출액의 6%, 제작자는 2.64원 또는 매출액의 44%를 받게 된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국정 과제에서 “음원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창작자의 권익 강화를 강조해 왔다. 문화부는 협의회를 구성, 6월까지 개선안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영화티켓 1만원’ 진실 혹은 거짓

    [주말 인사이드] ‘영화티켓 1만원’ 진실 혹은 거짓

    영화관람이야말로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다. 그런데 지갑이 얇아지다 보니 영화 관람료 1000원 인상에도 민감해진다. 수백만명 드는 영화가 연달아 나오는 마당에 관객들이 봉이냐는 반응까지 있다. 한국의 영화관람료는 정말 다른 나라들보다 비싼 걸까. 극장 요금이 업계 자율로 풀린 건 30여년 전. 공연법 개정으로 1982년 1월부터 자치단체에 상영 전 신고만 하면 됐다. 하지만 물가정책과 관객·시민단체의 반발에 막혀 인상은 쉽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 2500원이던 요금은 1990년대 들어 5000원을 유지했다. 5000원을 무너뜨린 건 브루스 윌리스다. 다이하드 1·2편이 모두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면서 ‘다이하드 3’가 개봉하던 1995년 여름, 수입사와 직배사는 서울 주요 극장 대표들과 협의, 관람료를 6000원으로 올렸다. ‘6000원 시대’가 오래 갈 줄 몰랐다. 1997년 ‘에비타’, 1998년 ‘타이타닉’, 2000년 ‘미션 임파서블 2’ 등 화제작 개봉 때마다 인상을 노렸지만,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미션 임파서블 2’ 상영 때는 7000원에 예매한 관객에게 1000원을 돌려주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7000원 시대를 연 건 멀티플렉스의 힘이다. 2001년 CGV와 메가박스가 7000원으로 올리면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2003년 멀티플렉스에서 조조 요금은 4000원으로 낮추고 주말 요금을 8000원으로 올리는 요금 차등제를 실시했다. 2009년 7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개봉할 무렵 메가박스가 총대를 메고 평일 8000원, 주말 9000원으로 올렸다. 예매율 80%를 기록할 만큼 기대가 컸던 대작의 개봉에 맞춰 슬며시 올린 셈이다. 지난달 관람료를 둘러싼 논란이 4년 만에 다시 불거졌다. CJ CGV의 목동, 상암, 강남, 오리, 야탑, 센텀시티, 마산, 순천 등 8개관 점주들이 5000~1만원 상영시간대별로 다변화하겠다고 밝힌 것. 평일 조조 할인요금을 1~2회차 더 적용하되, 주말에는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리는 게 골자다. “전업주부와 대학생 관객 등이 많은 지역 특색을 감안해 점주들이 조정한 것”이라는 게 CJ CGV 측의 입장이다. 반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요금 다변화로 관람료가 7.1%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면서 “국내 영화요금은 영화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영화관람료는 외국보다 거품이 많은 게 사실일까.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의 평균 관람료는 7737원(2011년 평균 환율로 환산 땐 6.98달러)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일본(평균 15.71달러)은 물론, 캐나다(10.28달러), 영국(9.03달러), 프랑스(9.25달러)보다 낮다. 미국(7.90달러)보다도 조금 낮은 수준이다. 물론 단순비교는 무의미하다. 김수현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원은 “극장관람료의 수준은 영화산업의 역사와 성숙도, 경제력, 특히 물가수준과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각 나라의 맥도날드 햄버거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한 뒤 미국 내 판매가격과 비교해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하는 빅맥지수를 참고할 만하다. 2012년 7월 한국의 빅맥지수는 3.21달러. 비슷한 국가는 헝가리(3.48달러)와 체코(3.34달러), 이스라엘(2.92달러) 정도다. 이들의 극장요금은 헝가리가 평균 5.53달러, 체코는 6.33달러다. 이스라엘은 9.9달러로 빅맥지수를 감안하면 턱없이 높다. 미국의 빅맥지수는 4.33달러다. 한국의 1.35배 수준. 반면 평균 관람료는 미국이 한국의 1.13배 수준이다. ‘평균’의 함정을 피하면 또 달라진다. 한국의 주말요금은 2D 영화의 경우 비싸도 9000원이다. 반면 미국의 대표적 극장체인 AMC의 주말 저녁시간(오후 6시 이후) 요금은 12.5달러(1만 3785원)다. 한국의 1.53배 수준. 빅맥지수가 1.35배란 점을 떠올리면, 외려 미국이 비싸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잣대로 삼으면 어떨까.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 3679달러(2012년 기준)다. 비슷한 수준의 나라는 그리스(2만 4197달러)와 타이완(2만 502달러) 정도. 이들의 평균 관람료는 각각 12.0달러와 9.8달러다. 한국 관람료가 비싼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미국과 소득수준 대비 영화관람료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3.2로, 미국(1.7)의 183%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평균 관람료(원화 기준)를 1인당 GDP(달러 기준)로 나눈 수치를 비교했다. 실무를 진행한 김정훈 회계사는 “가처분소득에 대한 지출 부담능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싶어 평균관람료를 1인당 GDP로 나눠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영화관람료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산업의 역사와 국가별 문화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평균관람료는 7.9달러이지만, 뉴욕에서 주말에 영화 한 편을 보려면 최소 12달러는 내야 한다. 1.5배 수준이란 얘기다. 이 정도는 약과다. 중국의 3D 관람료는 130~150위안이지만, 낮시간대에는 80위안까지 떨어진다. 심지어 태국에서는 같은 상영관 내에서도 앞·뒷자석 요금이 다르다. 합리적이지만 어떤 나라에서도 채택하지 않고 있는 요금제다. ‘한국은 2D 관람료는 싸지만, 3D는 비싸다’란 속설도 사실과 다르다. 한국의 3D 관람료는 1만 3000원(IMAX 제외). 미국 AMC의 경우 3D 관람료는 11~15.5달러다. 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 만큼 3D 요금은 2D의 1.5배 수준에서 책정되는 게 보통이다. 김수현 연구원은 “경제규모나 물가·소득수준이 비슷한 국가와 비교해 보면 우리가 비싸지 않다. 오랫동안 물가제한품목에 묶여 있다 보니 규제가 풀린 이후에도 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저항이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맞아 7년 만에 투자수익률이 흑자(13%)로 돌아섰다. 극장매출도 7년 만에 가장 많은 17.7%(전년 대비) 증가했다. 하지만 르네상스의 과실은 투자·배급·극장까지 수직 계열화된 대기업에 쏠린 게 현실이다. 2006~2011년 누적 손실에 신음했던 중소 투자·제작사와 최저생계비 수준의 수입으로 생계를 잇는 현장 스태프와 다수 배우에게 달라질 건 없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비롯한 충무로 구성원 대부분이 관람료 인상을 지지하는 까닭이다. 문제는 부율이다. 배급사와 극장이 나눠 갖는 비율을 뜻하는 부율은 현재 5(배급사)대5(극장)다. 8000원짜리 티켓이 팔리면 1000원은 세금(영화진흥기금 3%+부가세 9%)으로 빠지고 나머지를 배급사와 극장이 나눠 갖는다. 서울에서 할리우드 영화는 6(배급사)대4(극장)로 나눈다. 미국영화가 강세이던 관행이 남은 탓. 현재 5대5인 한국영화의 부율을 일단 5.5(배급사)대4.5(극장)로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6대4로 가야 한다는 게 영화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의 입장이다. 지난해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에서 합의된 부분이다. 영화제작가협회 원동연 부회장은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약 50억원)의 손익분기점이 150만명 선이다. 관람료가 오르면 창작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다양하고 완성도 있는 영화 제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CGV의 일부 요금 인상이 전체로 확대된다면 동반성장협의회에서 약속한 부율 5.5(배급사)대4.5(극장)를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영화가 극장에 수익을 안겨주는데 외화보다 불이익을 보는 현실을 바로잡자는 것”이라면서 “의무상영기간 2주를 보장하고, 종영 후 3개월이 지나서야 극장이 정산을 해주는 관행도 월별 정산으로 바꿔야 한다. 3D나 4DX 등 특수상영관에서 ‘시설비’를 이유로 극장들이 떼어가는 것과 3주차에 접어들면 부율을 극장 측에 유리하도록 조정하는 부분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가족의 나라’ 가족을 옭매는 조국 그 나라에 대한 고찰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가족의 나라’ 가족을 옭매는 조국 그 나라에 대한 고찰

    2006년, 지금은 사라진 서울 명동의 한 극장에서 ‘디어 평양’이라는 영화를 봤다. 재일교포 2세 감독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간부인 아버지와, 북한으로 보낸 아들 가족의 뒷바라지를 열심히 한 어머니에게 카메라를 비추고 있었다. 세 오빠를 북한에 바친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반항의 시기를 보낸 감독은 10년 넘게 카메라를 들면서 부모의 마음에 점점 다가가게 된다. 이어 ‘굿바이, 평양’(2009)에서는 북한으로 떠난 오빠들과 가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두 편의 작품 활동 결과 그녀는 북한으로부터 입국 금지를 당하고 만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가족과 국가의 주제에 매달려 온 그녀가 극영화를 찍었다. 얼핏 두 편 다큐멘터리의 드라마 버전으로 보이는 ‘가족의 나라’는 2012년 최고의 일본 영화로 평가받기에 이른다. 1997년 봄, 리애의 오빠 성호가 북한에서 돌아온다. 조총련계 북송 사업이 한창이던 25년 전, 성호는 16살의 나이에 ‘귀국자’ 신분으로 북한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가족을 꾸리고 살던 그가 종양 치료를 위해 3개월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북에서 온 감시자 탓에 성호는 일본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한다. 일본 의료진은 3개월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리고 리애의 가족은 성호의 체류 기간을 연장할 방안을 강구한다. 하지만 북에서 갑작스러운 귀국 명령이 떨어지자 성호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리애와 가족 또한 그들을 옭아매는 북한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빠의 조국이 너무 밉다는 리애에게 성호는 “너의 인생을 자유롭게 살아”라고 말한다. 수십 년 만에 고향에 온 성호는 동네 어귀에 내려 천천히 걷는다. 시장을 지나 정든 골목을 찬찬히 돌아볼 즈음, 멀리 집 앞에서 어머니가 그를 맞이한다. 미세하게 흔들리던 카메라가 움직임을 멈추면 어머니와 아들은 눈물의 재회를 나눈다. 영화는 끝에서도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몇 가지 물건을 통해 혼란스러운 이별의 슬픔을 전한다. 하지만 ‘가족의 나라’는 가족의 이별을 무기로 눈물을 강요하는 작품은 아니다. ‘가족의 나라’의 몇몇 장면은 비좁은 공간을 차지한 인물들을 빼어난 구도로 포착한다. 감독 양영희의 본마음은 그 구도 속에 숨어 있다. 그녀는 하나의 민족이 이념 아래 싸우는 대신 좁은 땅에서 아름답게 자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양영희의 출생지는 일본이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했고 그녀의 국적은 한국이다. 그녀는 국가나 조국이라 불리는 것의 본질적인 측면을 건드린다. 대개 사람에게 국가는 선택의 대상이 아님에도 국가는 그 속에 사는 인간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종종 드러낸다.영화가 가족에게 끼칠 영향을 걱정하며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해 온 양영희는 어느덧 창작자의 자유로운 위치에 오른 것 같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그는 놀랍게도 자기 가족을 ‘재미있는’ 대상으로 여기게 됐다고 고백했다.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지나 가족을 오롯이 이야기의 소재로 삼는 경지에 올랐다는 말이다. 개인사의 이용이나 낭만적인 회고는 ‘가족의 나라’에 없다. 엄격하면서도 담백한 이야기야말로 ‘가족의 나라’의 핵심이다. 7일 개봉. 영화평론가
  • [어린이·청소년 책꽂이]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정창권 글, 김도연 그림, 사계절 펴냄) ‘징검다리 역사책 시리즈’의 두 번째 권. 조선 후기 ‘북마케터’인 조생(조신선)의 이야기를 통해 서민 문학의 발달과정을 살폈다. 1771년 조선 최대의 책장수 탄압을 불러온 ‘명가집략’ 사건과 창작자가 이씨 부인으로만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긴 소설 ‘완월회맹연’(180책)이 등장한다. 1만 1000원. 카펫에 숨겨진 비밀쪽지(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 지음, 배상희 옮김, 푸른숲주니어 펴냄)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인도로 날아간 스페인 기자, 인도 최대의 카펫 가게에서 일하는 수상한 판매원, 지하실에 갇혀 손으로 카펫을 짜는 어린이 노예. 전 세계 2억 5000만명의 어린이 노동자들에 관한 소설이다. 우연히 카펫 속에서 구조 요청 쪽지를 발견하고 인도로 향한 알베르토 기자가 남부 도시 마두라이에서 마주한 참담한 현실을 담았다. 9200원.
  • “수익 내는 파트너사 100만곳 만들 것”

    “수익 내는 파트너사 100만곳 만들 것”

    “3년 안에 각자 수익을 내는 100만개의 파트너사를 확보하겠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상생기반 신규 플랫폼’을 공개하며 이 같은 새 사업전략을 밝혔다. 김 의장은 카카오톡과 연계된 모바일게임 애니팡의 성공사례를 들면서 “카카오의 목표 달성이 아니라 파트너사가 돈을 버는 것을 목표로 플랫폼을 운영했더니 성공을 거뒀다.”면서 “카카오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 개발자들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바일과 소셜, 플랫폼이라는 3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상생의 경제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가 새로 소개한 신규 플랫폼은 카카오페이지와 스토리플러스, 채팅플러스 등이며, 내년 1분기 중 정식 출시한다. 카카오페이지는 모바일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카툰과 동영상, 음악 등이 주요 거래 품목이 될 전망이다. 이석우 공동대표는 “그동안 앱을 만들려면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들고 홍보나 판매도 어려웠지만 카카오 페이지를 이용하면 누구나 웹에디터를 이용해 콘텐츠를 제작, 등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지의 모든 콘텐츠 판매가는 창작자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또 중소 상인과 기업들이 친구 수의 제한 없이 카카오스토리를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플랫폼 ‘스토리플러스’와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앱을 연결해 주는 ‘채팅플러스’도 소개했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학교에 작품 빌려주는 미술은행을

    서울신문과 서울시의회가 함께하는 9월 의정모니터에는 49건의 시정 개선 의견이 접수됐다. 모니터 의견 심사위원회는 17일 모니터요원들의 개선 의견이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산하기관에 전달했다. 또 이 중 5건을 우수 의견으로 선정했다. 이호태(51·노원구 공릉동)씨는 ‘학교미술은행’을 아이디어로 제시해 우수 의견으로 채택됐다. 이씨는 “해외 각국에서는 정부가 미술품을 구매해 다른 공공기관이나 시민들이 대여, 전시할 수 있게 하는 미술은행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학교에 미술품을 빌려주는 미술은행을 도입하면 창작자들에게 작품 판매의 기회를 넓혀 주는 계기가 될 것이고 학생들의 문화 향유권도 신장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장희(24·종로구 누상동)씨는 “현재 서울광장에서는 계절에 따라 수많은 행사가 열려 시민들의 쉼터, 관광 명소로 활용되고 있지만 행사가 제대로 홍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광장에 행사 날짜와 시간, 내용을 월별로 표시한 안내판을 설치해 시민들이 한눈에 알 수 있게 하자.”고 의견을 냈다. 이슬이(23·마포구 아현1동)씨는“공항철도도 다른 노선처럼 환승 구간과 게이트에 열차 도착 현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을 설치하면 시민 불편이 적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은주(39·양천구 신월6동)씨는 “현재 요양시설은 장기 시설에 대해서만 위생검사를 하고 있다.”며 “단기 요양시설에서도 위생 검사를 실시해 노인들이 바른 먹거리를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숙자(54·광진구 자양동)씨는 ‘전자책 통합관리’ 의견을 냈다. 박씨는 “공공도서관들이 전자책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도서관마다 제각각 달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전국 모든 공공도서관에 있는 전자책을 한곳에서 찾고 빌려 보는 통합 시스템이 마련되면 사람들이 편리하게 전자책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렇게 달라졌어요] 대형 태극기 무상 대여 추진 서울시는 지난 8월 의정모니터를 통해 제시된 우수 의견들을 시책에 반영, 참고하거나 장기 사업으로 검토키로 했다. 행정과는 ‘개인, 단체가 특별한 행사를 위해 대형 태극기를 사용하고자 할 때 동 주민센터나 구청에서 이를 무상 대여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에 대해 “대형 태극기 무상 대여를 포함한 태극기 관련 지침 수립을 위해 각 자치구 현황을 파악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화상아이콘·로고 디자인권 보호받는다

    그동안 권리 보호에 소홀했던 화상아이콘과 로고 등도 그래픽디자인으로 보호받게 된다. 또 해외에서 디자인권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디자인 국제출원 협약인 ‘헤이그협약’ 가입을 추진한다. 특허청은 디자인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헤이그협약 가입 추진과 함께 디자인보호법을 전면 개정, 2014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헤이그협약은 특허국제협약(PCT)의 국제출원처럼 한 번의 출원으로 등록받고자 하는 여러 국가에 출원하는 효과가 있다. 절차가 편리하고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특히 개정된 디자인보호법은 급변하는 디자인산업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창작자의 권리보호에 역점을 두고 있다. 시각디자인의 개발과 산업계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디자인보호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거나, 미흡했던 화상아이콘과 로고 등도 그래픽디자인으로서의 권리를 보호받게 된다. 디자인권 보호기간도 현행 15년에서 특허와 같은 20년으로 연장키로 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청년백수 생존기·뒷산 정복기… ‘고급생활형’ 잡지 200여종

    청년백수 생존기·뒷산 정복기… ‘고급생활형’ 잡지 200여종

    잡지다. 그러니까 뭔가 고급스럽고 우아한 삶의 형태들을 제시해 욕망을 불끈불끈 솟아오르게 하는 매체 말이다. 그런데 표지엔 군복 바지, 작업용 점퍼를 걸친 수염도 제대로 깎지 않아 별로 멋스러울 것도 없는 웬 사내가 서 있다. 배경이라도 초현실주의 같은 풍경이었으면 좋았을 뻔했는데, 눈이 간간이 흩뿌려진 채 정리되지도 않은 나무들이 뒹구는 모양새는 딱 인근 동네 야산 같다. 왠지 불길하다. 첫 장을 펼치면 브로마이드가 들어 있다. 예쁘고 잘생긴 남녀 배우가 아니라 기름진 반찬 사진이다. 자린고비의 정신을 이어받아 밥 한 숟갈 뜨고 브로마이드 한번 보란다. 표지사진에 연결된 커버스토리를 읽어나가는 순간, 표지에서 느낀 불안감이 현실로 확인된다. 동네 뒷산 정복기다. 온 국민이 에베레스트 등산가라도 되는 양 온갖 기능이 다 들어 가 있는 수십만원짜리 기능성 옷과 당장 집 따윈 종량제 봉투에 담아 내다버릴 것처럼 다양하게 준비된 야영 도구 따윈 없다. 눈 속에 묻어 귤 얼려 먹는 방법, 폐타이어를 이용해 운동하는 방법, 비닐을 임시 텐트로 쓰고 또 썰매로도 활용하는 방법 같은 것들이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아, 이렇게 설명한다 해서 잡지가 아주 난잡할 것이라 짐작할 필요는 없다. 선정한 주제와 접근 방식은 이렇지만, 편집은 아주 고급스러운 잡지 뺨친다. 사람이 세상에 나서 이 정도쯤은 갖추고 살아줘야지라고 주장하는 각종 럭셔리 잡지 편집방식을 교묘하게 비틀어둬서다. 그러니까 한글과 한국 풍경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본다면 아주 그럴듯한 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19일까지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열리는 독립출판물마켓 ‘어바웃북스’(ABOUT BOOKS)에 나온 잡지 ‘록셔리’(Rock’Xury)다. 어바웃북스는 홍대 앞 몇몇 서점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유통되던 독립출판물들을 한데 모아 전시도 하고 판매도 하는 행사다. 이번에는 200여종의 잡지가 나왔다. 독립출판물이란 몇몇 아마추어들이 기획, 제작, 유통까지 맡아 만든 출판물을 가리키는 말로 주류 출판 시장 시스템에 따르지 않고 창작자들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는 책이다. 일종의 세련된 팸플릿 정도라고 보면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가령 ‘월간 잉여’는 88만원 세대를 ‘잉여’로 비유한 데서 따왔다. 그래서 백수들의 문화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에서는 웃음을 자아내는 대목이 있다. 동시에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이 복지국가에 대해 쓴 글도 함께 실려 있을 뿐 아니라, 도서출판 부키에서 장하준의 책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책 광고도 실어뒀다. 인디밴드 멤버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계간지 ‘칼방귀’는 음악에 대한 비평에서 제법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올해에는 특히 일본 독립출판물 16종을 모은 ‘플러스 16진’(+16 ZINE)도 함께 마련됐다. 출판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독립출판물의 역사가 오래됐으나 인쇄비용이 만만치 않아 종류는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이번에 전시된 출판물 가운데 3·11 대지진 사태 이후 그 충격을 일본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소화해 내고 있는지 다룬 것들이 눈에 띈다. (02)330-6223.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5) 만화 수출을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5) 만화 수출을 말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글로벌 만화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너무 급하게 달궈진 탓일까. 지금은 한계 상황에 직면해 고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만화의 수출이 2005년을 기점으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프랑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멕시코 등 해외에서 발행되던 우리 만화 잡지가 대부분 휴간 또는 폐간됐다는 사실도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가장 큰 원인은 바깥에 내다 팔 콘텐츠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만화 잡지의 활황기에 쏟아져 나왔던 작품들은 대부분 수출 계약이 성사됐지만, 이후 신규 판권 계약이 급격히 감소했다. 불황이 국내 만화 시장을 덮치며 잡지가 3~4종으로 줄었고, 신규 출판 만화의 숫자도 급감한 탓이 크다. 웹툰과 어린이 학습 만화 쪽으로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어 우리 만화 전체 생산력에 변함이 없어 보이지만, 그동안 수출 최전선을 담당했던 출판 만화의 생산력은 확실히 둔화됐다. 실제로 국내 만화 단행본 출간 규모는 2002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02년 2472종(학습 만화 제외)에서 2010년 1325종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그나마 2007년 이후 다소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는데 이는 웹툰들이 단행본으로 출간된 데 따른 것이다. 만화 수출이 정체된 외부 요인으로는 일본 만화의 세계 시장 진출 본격화가 있다. 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 등지에서 일본 만화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휘청거리며 해외 출판 시장, 그중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만화 시장이 움츠러든 것도 우리 만화 수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작품 수출은 답보 상태지만 2000년대 이후 작가의 해외 진출은 두드러지고 있다. 선진 만화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한편으로 이는 국내 만화 시장 위축이 가져온 반작용이기도 하다. 일본 시장 진출이 가장 활발하다. 박성우, 임달영, 박무직, 양경일, 윤인완 등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프로 작가들이 앞장섰고 현지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이후에도 김동훈, 오세권, 김준형, 엄태복, 김진석, 이성규 등이 꾸준히 일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김진태, 배준걸처럼 데뷔를 아예 일본에서 하는 작가도 나오고 있다. 작품성과 예술성을 높이 사는 유럽의 경우 변기현, 변병준, 최주연, 박경은, 이정현, 박윤선 등이 프랑스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에서는 이나래가 제임스 패터슨의 인기 소설 ‘맥시멈 라이드’를, 김영이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스테파니 마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만화로 옮겨 주목받았다. 만화계에서는 우리 만화의 해외 진출과 관련한 새로운 흐름으로 리메이크를 꼽고 있다. 2009년 네스티 캣의 ‘트레이스’와 하일권의 ‘두근두근거려’ 등이 일본 월간지에서 리메이크로 연재된 바 있다. 주호민의 ‘신과 함께’도 지난해 말부터 일본 격주 만화 잡지에서 역시 리메이크 연재되고 있다. 웹툰은 아니지만 형민우의 ‘프리스트’는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다. 앞서 하성현의 ‘퀸즈’는 2007년 타이완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세계 만화계가 정체기 또는 전환기로 불리는 요즘 새로운 해외 진출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무엇보다도 최우선 과제는 전 세계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디지털 만화 시장 공략이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 보급되며 디지털 만화 소비 환경이 여물고 있다. 만화 관련 앱 개발과 디지털화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해외 독자도 우리 만화를 편리하게 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만화계에서는 디지털 만화와 관련한 기술 표준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원하고 있다. 외국어 번역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언어 장벽이 낮아져야 해외 독자들이 우리 만화에 좀 더 손쉽게 접근할 수 있음은 당연한 일. 기존 영미권을 넘어선 다국어 번역 작업 지원, 수출 타진을 위한 샘플 번역 지원, 전문 번역가 양성 등이 절실하다고 만화계는 입을 모은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연관 산업과 함께 미디어믹스 형태의 해외 진출이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화 강대국인 미국과 일본은 각각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동반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만화계에서는 온라인 게임을 필두로 영화, 드라마, K팝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성공 사례도 있다. 이명진의 ‘라그나로크’는 온라인 게임과 만화 모두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박소희의 ‘궁’은 일본에 드라마가 수출되며 현지 단행본 판매 200만부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만화 ‘슬픈 연가’는 수출 사상 최고 계약 금액을 기록했다. 현재 소녀시대와 비스트 등 K팝 아이돌을 활용한 만화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김낙호 만화 평론가는 “코믹스 만화의 경우 관련 아이템과 히트 코드를 접목해 적극적으로 대중을 공략하고, 동시에 한국 현실을 담은 작품과 지식 교양 만화를 중심으로 그래픽 노블 쪽에 도전해야 한다.”면서 “디지털 만화는 사용 편의성, 지속적인 콘텐츠 보급과 퀄리티 관리, 팬 커뮤니티를 파고드는 이른바 ‘소셜’ 관리가 중요하다. 부실한 번역 품질로 시험개발한 앱만 만든 뒤 손을 놓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박석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장은 한국 만화가와 해외 스토리 작가의 공동 창작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K팝이 외국 창작자의 작품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 만화가들의 그림 능력과 현지 정서에 적합한 스토리 텔링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 그는 “국내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해외에 내보내는 게 1단계였다면 이제는 우리 기술, 자본력과 외국 이야기, 외국 정서가 만나 현지에 적합한 새로운 작품을 진출시키는 2단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만 목을 매다 국내 시장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만화 수출 역사의 산증인인 김남호 만화 에이전시 토파즈 대표는 “디지털 만화 유통 지원도 중요하지만 너무 앞서 가서는 안 된다. 콘텐츠가 있어야 수출도 있다.”면서 “창작 지원에 비중을 두는 한편 만화 전문 마케팅 인력 양성에 대한 지원도 곁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지 못한 채 해외 진출을 논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박 교수는 “우리 만화 시장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존재한다면 우리 만화는 자연스럽게 해외에 나가게 될 것”이라면서 “해외 진출 지원도 좋지만, 우선 다양한 만화를 창작하고 향유하고 연구하는 흐름들을 체계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3) 만화 공정 소비를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3) 만화 공정 소비를 말하다

    대중음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뮤지션은 물론이고 기획, 제작, 유통 관계자들이 어깨를 겯고 함께 거리로 나와 ‘공정 소비’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음원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 및 저가 다운로드 패키지 상품 때문에 음악인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요즘 만화계도 공정 소비가 이슈다. 무료로 제공되던 웹툰에 유료화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 대부분 문화 콘텐츠는 독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향유한다. 그러나 웹툰은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업체들이 창작자에게 원고료 형태로 비용을 지불하는 식으로 연재된다. 독자는 이를 무료로 소비한다. 포털은 독자가 일으킨 트래픽을 통해 광고 수익을 얻는다. 만화계는 웹툰의 유료화가 궁극적으로 만화는 공짜라는 인식에 변화를 가져와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순정만화’부터 ‘조명가게’까지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제공하는 강풀 작가의 9개 작품이 지난 10일 유료로 전환돼 파장이 일었다. 현재 영화화하고 있는 ‘26년’은 제외됐으나 포털에서 연재된 강풀 작품은 사실상 전작이 유료화된 셈이다. 2003년 ‘순정만화’가 공개되며 본격적인 웹툰 시대가 열린 지 10년 되는 시점이라 더욱 의미심장하다. 만화계에서는 모바일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며 포털의 영향력이 줄고 있는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무료 웹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있었고, 웹 무료 공개만으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 접어든 가운데 ‘다음’이 대의명분을 선점하며 치고 나갔다는 게 만화계의 시각이다. ‘다음 만화 속 세상’의 박정서 웹툰 PD는 “좀 더 안정적인 창작 환경 즉, 웹툰 창작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인식이 완결작 유료화의 기본 배경”이라면서 “지금 연재를 진행하는 작품을 위한 창작 비용이 아닌 미래 작품을 위한 창작 비용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풀 작품이 유료화의 첫 사례는 아니다. ‘다음’ 웹툰은 지난해 이맘때 전극진·박진환 작가의 ‘브레이커’ 시리즈를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허영만 작가의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말무사), 올해 4월 정연식 작가의 ‘더 파이브’, 이달 초 홍성수·임강혁 작가의 ‘피크’를 차례로 유료화했다. 원수연 작가의 ‘매리는 외박중’은 지난해 10월 웹툰 서비스를 중지하고 아예 유료 만화 서비스로 자리를 옮겼다. 신작까지 아우르는 전면 유료화는 아니다. 연재가 종료됐거나, 연재 중이더라도 오프라인 단행본으로 출간된 분량이 대상이다. 부분 유료화인 셈. 브레이커는 오프라인 단행본 한 권에 해당하는 온라인 분량을 보는 가격이 300원, 강풀 작품은 500원, 피크는 600원, 더 파이브는 1000원, 말무사는 1600원으로 책정됐다. 유료화 여부나, 가격 책정은 전적으로 작가들의 선택이라는 게 ‘다음’ 쪽 설명이다. 또 수익 대부분이 작가들에게 배분된다고 했다. 독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반대 의견의 골자는 광고 효과를 유발하는 독자가 왜 이중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유료화를 선택한 작가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도 나온다. 반면 유료화는 당연한 흐름이라거나 진작에 했어야 했다는 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유료화 이전과 이후 히트 수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도 주목된다. ‘다음’ 박 PD는 “실제 수익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작가에게 돌아간 부분이 결코 적지 않다. 유료화가 실제 창작자들의 수익으로 유의미하게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료화는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강도하·이충호 작가 등 스타급 작가들과도 이미 유료화 일정에 합의했거나 논의중이다. 포털업계 1위 네이버가 동참할지도 관심이다. 네이버는 현재로선 ‘다음’과 유사한 형태의 유료화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만화계는 영화·음악을 유료 서비스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네이버가 무료 전략을 고집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네이버 웹툰 작가들 사이에서도 이미 유료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코리아가 웹툰 서비스를 중단한 상황과 맞물려 웹툰 시장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웹툰 작가 팟캐스트 방송 ‘부머라디오’의 진행자인 권혁주 작가는 “몇 년 전부터 차근차근 매우 조심스럽게 준비해 온 터라 시장 위축을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무료로 서비스하던 웹툰을 갑자기 유료화하겠다는 게 아니라 대체적으로 이미 완결된 작품, 그리고 책으로 출판된 작품을 위주로 유료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도 어느 정도 납득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독자 반발을 키울 수도 있는 신작 유료화 여부도 관심이다. ‘다음’은 신작 유료화의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만화계는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공짜로 보는 웹툰과 연재 초기부터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웹툰이 공존하는 시기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는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를 정도로 웹툰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와 피로를 느끼는 시점이라 프리미엄 웹툰은 충분히 통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포털이 벌여 놓은 판에서 작가들이 알아서 활동해 왔지만, 앞으로는 포털이 웹툰을 제대로 팔기 위해 적극적·전략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유료화에 대한 독자의 긍정적인 반응이 작화와 스토리텔링의 퀄리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B급 취향 웹툰 등이 유료화됐을 때 반응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웹툰 유료화의 성패는 결제의 간소화에 달려 있다는 게 대부분의 지적이다. 만화계는 웹툰의 유료화가 제대로 뿌리내린다면 그동안 유료 모델 확립에 어려움을 겪어 온 디지털 만화 콘텐츠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칼럼니스트는 “웹툰 시장이 진짜 시장다운 시장이 되면 기존 페이지 만화도 온라인에서 새 생명을 얻는 등 디지털 만화 시장이 다양하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웹툰 유료화라는 화두를 통해 보다 깊은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웹툰 작가들이 받고 있는 원고료의 현실화 문제가 있다. 현재 일부 스타 작가를 제외하면 생계를 걱정하며 활동하는 작가들이 부지기수인 게 현실이다. 원고료 현실화를 위해서는 웹툰 작가들이 창출해 내는 트래픽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또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 원고료 외에 작품 내 간접 광고나 중간 광고 등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개별 작가들의 원고료를 현실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성 확보와 복지를 위한 기금 조성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정 소비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영화계의 굿다운로더 같은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작가들의 노동과 생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야만 웹툰이라는 소중한 공간이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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