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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그 이후] (6) 빛바랜 평등, 팍팍한 일상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그 이후] (6) 빛바랜 평등, 팍팍한 일상

    서울 천호동에서 조그만 고깃집을 경영하는 박진형(42·가명)씨. 아랫배 두둑하고 인상 좋은, 영락없는 ‘아저씨’다. 그러나 대학 3학년이던 87년 6월 항쟁 당시에는 매캐한 최루탄 냄새가 그의 몸에서 떠나지 않았다. 대학로와 명동 거리가 그의 강의실이었다. 더구나 민족해방(NL)계보다 급진적이었던 제헌의회(CA) 출신이었다. 구소련이 무너지던 91년.TV를 통해 철거되는 레닌 동상의 모습을 보면서 그 역시 가슴속 이념의 지향을 지웠다. 졸업 뒤 그가 안착한 곳은 시중 은행. 그러나 또 한번의 ‘격동’을 맞았다.97년 외환위기 이후 그의 직장은 공중 분해됐다. 재취업의 길도 없었다. 다시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 그렇다고 마냥 넋 놓고 있을 수 없는 일.27평짜리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1억원을 밑천 삼아 음식점을 차렸다. 특유의 성실함에 운도 뒤따랐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시간표는 ‘오전 10시 출근, 자정 퇴근’이다. 실직의 공포는 뼛속 깊숙이 새겨졌다.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어김없이 추락할 것 같은 위기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6월 항쟁 이전보다 빈부격차도, 경쟁도 훨씬 심해진 것 같아요. 혁명 같은 단어는 지운 지 오래죠. 그러나 이런 세상에서 살겠다고 민주주의를 외쳤나 싶습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그만한 대가가 주어지는 사회가 정상적인 거 아닌가요?” ●저소득 통한 고성장 6월 항쟁 ‘불씨’ ‘압축성장’이라는 단어는 한국 경제의 특성을 잘 말해 준다. 지난 1953년 국내총생산(GDP)은 13억달러,1인당 국민소득(GNI)은 67달러에 불과했다. 필리핀은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세 배나 많은 ‘부자나라’였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총생산은 8883억달러,1인당 국민소득은 1만 8372달러에 이르렀다.44년 만에 각각 683.3배,274.2배가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는 악명 높은 노동시간과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성과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오일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1980년, 실질 경제성장률은 1.5% 빠졌지만 실질임금은 무려 25.3%나 떨어졌다. 이후에도 10%를 오르내리는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률은 그에 턱없이 못 미쳤다. 주가는 1년에 70∼100% 뛰었다. 기업이 호황의 과실을 고스란히 독차지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80년대 초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소득 1분위(하위 10%)와 10분위(상위 10%)의 소득배율은 80년 7.97배에서 85년 8.46배로 늘었다.6월 항쟁을 단순한 민주화운동으로 국한시키기 어려운 이유다. ●진전된 국민 삶 외환위기로 파탄 6월 항쟁 이후 한동안 경제적 민주화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88∼97년 실질임금 인상률은 한 해 평균 7.24%를 기록했다. 실질성장률 역시 평균 7.73%로 건실한 상승세를 계속했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연소득을 나눈 상하위 20% 소득배율 역시 85년 5.13배에서 ▲90년 4.63배 ▲95년 4.42배 ▲97년 4.49배 등으로 꾸준히 떨어졌다. 하지만 90년대 초반부터 한국 경제에는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95년 실질 성장률이 9.2%에 달했는데도 주가지수는 14.08% 하락했다. 기업의 해외자금 차입 증가에 따른 과잉투자와 재무건전성 하락이 경상수지 악화와 해외채무자들의 자금회수 우려 증가로 이어진 탓이다. 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한국 경제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경제성장률은 98년 -6.9%에서 99년 9.5%,2000년 8.5%로 급반등했다. 그러나 이때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은 중산층 붕괴, 양극화 심화라는 경제적 불평등 확산의 결과를 낳았다. 2005년 상하위 20% 소득배율은 5.43배.97년 4.49배보다 1배 가까이 벌어졌다. 소득 불평등 수치인 지니계수는 96년 0.291에서 99년 0.3을 넘은 뒤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지니계수는 낮을수록 소득 분배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한국은 부자에게는 자상하지만 없는 이들에게는 ‘괴물’의 얼굴을 한 사회로 변모했다. ●성장 과실 분배통로 막혀 ‘20대80’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는 ‘강남공화국’이다. 특히 아파트 가격은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과 ‘비강남’으로 우리 사회를 양분화시켰다. 86년 당시 강북과 강남 아파트가격, 소비자물가 지수를 100으로 잡았을 때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지수는 180.8,204.4,187.5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뛴 것은 2001년 이후. 강북·강남 아파트가격 지수는 ▲2002년 234.6,352.8 ▲2003년 242.8,403.2 등에 이어 2005년 8월 현재는 247.1,448.4로 두배 가까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강남에서 ‘평당 1억원 시대’라는 말까지 돌 정도다. 수출 호조의 과실이 개인 대신 기업에 쏠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90년부터 96년까지 개인과 기업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각각 7.0%,6.5%로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 7.6%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기업과 개인에 골고루 재화가 분배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2000∼2003년에 개인 소득은 겨우 2.4% 늘었지만 기업은 18.9%나 급증했다. 소득에서 세금을 뺀 순소득인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각각 0.3%,62.6%에 달한다.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도 2001년 8월 26.8%에서 올해 3월 36.7%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개인 소득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것은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는 뜻. 이는 소비와 내수 침체로 이어진다. 올해 1·4분기 1∼5분위 중 1분위 소비성향은 156.5%,2분위는 101.5%이지만 4분위는 79.6%,5분위는 64.8%에 불과하다. 서민층은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로 지출하지만 고소득층은 투자에 상당 부분의 돈을 쓴다. 전체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재벌 중심주의 경제체제의 변화 없이 경제적 민주화는 물론 추가적인 한국 경제의 성장도 요원하다고 말하고 있다. 경원대 경제학과 홍종학 교수는 “6월 항쟁의 최대 수혜자는 일반 국민이 아닌 재벌 등 경제적 상위 계층”이라면서 “정치 권력의 자리에 대신 들어선 경제 권력의 통제를 위해 일반 시민 권력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진보 진영 새 사회발전모델은 최근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잠재성장률 하락이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경제성장률이 5% 안쪽에서 머물자 잠재성장률 역시 4% 초반대로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다. 좌우 할 것 없이 현재 한국 경제가 문제 있고, 성장률을 높여야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우파의 성장 전략은 규제 완화에 따른 투자 활성화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의 신자유주의 발전전략이 더욱 급속도로 적용돼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눈에 띄는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양극화의 영향이 좌파 진영에 의해 과장됐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진보진영 발전 전략의 공통점은 노동의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다. 쉽게 말해 경제발전의 세 요소인 자본과 노동, 기술 가운데 현재 가장 기여도가 낮은 노동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역할도 강조된다. 신자유주의의 ‘작은 정부’가 아니라 자본, 노동 등과 함께 경제발전을 이끄는 주체다. 최근 가장 활발히 논의가 진행된 자리는 지난해 11,12월 두 차례에 걸쳐 열린 ‘한국 경제의 대안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토론회다. 진보정치연구소, 대안연대 등 10개 단체가 참여했다. 먼저 진보정치연구소의 ‘사회연대국가론’의 골자는 ‘똑똑한 지식노동자의 적극적 역할과 미래산업의 발굴·투자’다. 핵심 전략은 ▲지식노동자의 생산성 주도와 경영 참가 ▲교육복지 강화 미래의 성장잠재력 육성 ▲국가의 산업정책 복원으로 재생가능에너지·환경산업 육성 ▲부유세 사회복지세 등 사회연대적 조세 신설 등이다. 곧 노동의 참여와 복지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노동주도형 경제모델’ 역시 말 그대로 노동의 역할을 끌어올린다. 안정적인 노동정책은 국민적 노동창의성 보장의 필수 요건인 만큼 국가 경쟁력 향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기초로 노동자 재계약과 산업간 재배치를 국가가 책임 지고, 공공금융기관의 지원 아래 산업자본을 강화한다. 국가는 비전 제시자다. 새사연 김병권 연구센터장은 “노동창의성 중심 성장전략은 세계사적으로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을 대체할 보편성·시대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피터 드러커의 지적처럼 인적 자원이 풍부한 한국에서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참여혁신 수석비서관 출신인 박주현 변호사가 만든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역시 ‘한국형 신성장동력 사회투자모형’이라는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기본 구조는 학습복지(Learnfare), 일자리복지(Jobfare), 사회적 안전망(Welfare) 등 ‘3 fare’다. 노동자의 평생학습 시스템을 갖춰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면 경제성장과 복지를 함께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회대 신정완 교수도 사회구성원의 학습능력과 취업·혁신능력을 증진시킨 ‘한국형 사회적 시장경제모델’을 주창했다. 다만 논의들의 현실화에는 아직까지 의문 부호가 찍힌다.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지식경쟁’ 사회로 세계 경제가 변모하고 있는 만큼 노동의 한계생산성을 높이려는 진보 진영의 논의 방향은 맞다.”면서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교육 개혁 등이 동반돼야 하는 등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인터넷 언어도 사회적 방언?

    인터넷 언어도 사회적 방언?

    ‘ㅋㄷㅋㄷ’‘ㅠㅠ’ 등의 인터넷언어도 우리말로서 정당한 지위를 얻을 수 있을까. 이정복 대구대 국문과 교수는 26일 제주대에서 열린 ‘언어 자원의 다원화를 위한 학술 세미나’에서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코드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인터넷언어는 문제투성이 일탈어가 아니라 뚜렷한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언어.”면서 ‘사회적 방언’으로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설명한 청소년 네티즌들의 인터넷언어 사용 동기는 크게 5가지다. 네티즌들은 ‘ㅋㄷㅋㄷ’(키득키득)‘ㅊㅋ’(축하) ‘ㅠㅠ’(슬픈 감정) 등 자판을 한 자라도 빨리 치기 위한 경제적 동기에서 말 줄임과 붙여 쓰기를 일상화했고,‘왔쪄요’ ‘안 해쪄’ 등 혀 짧은 아이 말투나 ‘○(*´∩‘*)○’‘ㅋ1ㅋ’와 같은 이른바 ‘민지체’를 사용해 언어유희를 즐긴다. ▲‘샤방샤방’(눈부시게 예쁘고 화려한 모습)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 등 감정을 충실하게 드러내기 위한 표현적 동기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2인칭 대명사) ‘’(화자 자신을 지칭하는 1인칭 대명사) 등 네티즌간 유대강화 목적 ▲욕설과 비속어 사용을 통한 심리적 해방동기 등도 네티즌들이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이유다. 이렇게 생산된 인터넷 통신언어는 우리말의 새로운 변이어로서 한국인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반영하는 문화적 산물이란 게 이 교수의 해석이다. 이 교수의 견해와 달리 인터넷언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제되지 못한 인터넷언어가 아름다운 우리말을 파괴하고 세대 간 언어격차와 사회 갈등을 야기한다는 비판은 이미 ‘전통’이 됐다. 과거 ‘과격한’ 표준어 정책이 방언의 존재를 애써 무시했던 것 이상으로 인터넷언어는 ‘문화적 쓰레기’로 치부돼 왔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인터넷언어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우리말의 한 실체이자 큰 줄기”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언어가 ▲언어적 상상력과 창의성에 도움을 주고 ▲재미와 즐거움 주는 강한 오락적 기능을 하며 ▲우리말을 다양화·풍성화할 뿐 아니라 ▲우리말의 생생한 현 모습이자 역사적 자료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인터넷언어를 사이버 공간에서 구출해 일상언어 속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국어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매우 적극적 주장이다. 반면 지나친 의미부여란 의견도 있다. 토론자로 나선 신승용 영남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통신언어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한글날을 전후해 관례 행사처럼 과장되면서 마치 아름다운 우리말을 해치는 독버섯 같은 존재로 평가돼 왔다.”면서도 “통신언어는 온전한 언어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들이 많아 통신공간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방가방가’ ‘하이루’ 등 1세대 통신언어들이 10년이 안 돼 사용횟수가 급격히 준 것은 통신언어의 강한 일탈적 성격 탓에 광범위한 사회성 획득 지양이라는 한계성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이주의 책갈피]

    ●창의성, 네 머리를 깨워라! 전국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심사위원장이 쓴 창의성 훈련서. 창의성을 실제 어떻게 훈련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국내·외에서 개발한 다양한 훈련 문제를 유형별로 소개, 초·중·고생들이 퍼즐을 풀듯 재미있게 창의성을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기본편과 실전편으로 구성됐다. 산소리. 각권 9000원.●물리학 천재들의 노트 물리학 분야에서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발견을 일궈 낸 10개의 실험을 알기 쉽게 정리·분석했다. 물리학자들의 삶과 위대한 발견 뒤에 숨겨진 일화 등을 통해 과학자들의 태도와 진리에 대한 열정을 배울 수 있다. 예비 과학도라면 한번쯤 읽어 보길 권한다. 자음과 모음.1만 3700원.●초등학생 엄마들의 첫번째 교과서 두 아이의 엄마인 교육 전문작가의 초등학생 자녀교육 지침서. 자녀를 훌륭히 키운 엄마 10명의 자녀 교육 노하우를 중심으로 초등학생 부모가 꼭 알아둬야 할 내용을 담았다. 엄마들의 성공기와 초등학생 부모의 7가지 노하우, 과목별 지도법 등 실천해볼 만한 내용이 많다. 갤리온.1만원.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盧 vs DJ, 그리고 한나라당의 ‘투 트랙’

    “김구 선생이나 좌파가 집권했다면 어떻게 됐을까.”,“미국이 없었다면 한국의 현대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지방행에 따라 나선 정부 고위 인사에게 던진 질문이다. 핵심 측근은 “노 대통령은 창의성과 팩트가 있는 토론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의 역발상에 제대로 맞장구치며 토론할 수 있는 인사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이종석·진대제 전 장관, 김영주 산자부 장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손에 꼽히는 정도다. 대선 공간에서 ‘노심(盧心)은 무심(無心)’이라는 해석에 의문 부호를 다는 시각도 상상력이 풍부한 노 대통령의 특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가 “노 대통령은 항상 무에서 유를 창조해 왔다.”며 노심에 주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 노 대통령이, 노구를 이끌고 전장에 뛰어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각자의 정치 지분을 확인하고 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노 대통령의 ‘대세론’과 김 전 대통령의 ‘1대1구도론’이 범여권을 달구고 있는 것도 각자 지지세를 결집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해찬 전 총리의 부상을 계기로 친노 후보간 전략적 분화가 두드러지고, 범여권 후보의 동교동 방문이 끊이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번 주에도 범여권 각 정파와 후보는 노심과 김심(金心)의 갈등 속에 각자 약진하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정치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상호 지분과 이해 관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대통합은 의미가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면서 “김 전 대통령의 ‘1대1구도론’은 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방향으로 이탈하거나 흔들리지 말라는 대(對)호남 메시지이며, 노 대통령의 ‘대세론’은 시간을 끌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노심과 김심에 기대려는 후보들이 딜레마를 맞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대선에서는 유권자가 시대와 사회의 발전을 통해 삶이 개선되길 바라는 진보적 키워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계승보다는 변화, 승계보다는 극복의 키워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김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자기 판을 복원하려는 사람이고, 노 대통령은 대선 이후 자기 판을 만들려는 사람”이기 때문에 공통 분모를 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열린우리당 탈당파 이강래 의원의 전망도 흥미롭다. 한나라당은 이번주 대선행 투 트랙(two track)을 본격 가동한다. 일반 국민에게는 29일 광주를 시작으로 5명의 후보가 참여하는 4대 권역별 정책토론회를 선보이고, 당 내부적으로는 후보 검증작업에 들어간다. 광주 토론회는 올 대선 국면에서 후보들이 참가하는 첫번째 정책 검증의 장(場)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후보들은 토론회 이후 여론의 평가가 현재의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각축전은 물론이고 뒤늦게 경선전에 뛰어들어 특유의 전투력을 발휘할 홍준표 의원의 감초 역할이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소장파인 고진화·원희룡 의원의 승부수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각 후보가 내놓는 주된 이슈가 무엇이며, 상호 공방전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가 관건”이라면서 “초반 분위기를 타는 후보가 상승세와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kpark@seoul.co.kr
  • [CEO칼럼] 글로벌 인재가 미래사회를 연다/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CEO칼럼] 글로벌 인재가 미래사회를 연다/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불과 40∼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작고 가난한 아시아의 분단국가였다. 그러나 계속된 산업 발전 정책과 교육 투자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이제 자원 부족을 극복하고, 무역 규모 세계 11위, 외환 보유액 세계 4위, 연구개발(R&D) 인력 세계 7위, 증권시장 규모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국민들이 가진 남다른 교육열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대학 졸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인적자원 개발을 국가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 그리고 이제 첨단 정보통신 및 선진화된 서비스산업으로 순조롭게 전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세계는 지금 무한경쟁 체제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의 경쟁국도 미국·일본·유럽 등 전통적인 경제대국뿐 아니라 중국·인도 등 신흥 고성장 국가로 폭넓게 다변화되고 있다.5년,10년 뒤의 ‘먹거리’를 위해서는 이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선도할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인재가 미래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일까? 싱가포르에서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리콴유 전 총리는 미래에 필요한 인재의 조건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 외국어 구사 능력, 그리고 문화적 감수성을 꼽았다. 세계적인 석학들도 리콴유 전 총리의 이러한 인재관에 공감하고 있다. 이들은 미래가 ‘정보의 시대’에서 ‘영감(靈感)의 시대’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식 이상의 가치와 목표를 중시하는 인재가 필요해진 것이다. 기본적인 지식에 더해 꿈과 상상력, 이미지, 창의성, 문화, 예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진정한 인재가 될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의 습지에 디즈니랜드라는 꿈과 환상의 공간을 창조한 월트 디즈니도 미래형 인재의 좋은 본보기다. 바다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린 모래로 만들어지고 있는 두바이의 인공섬 ‘팜 아일랜드’ 역시 인간의 상상력에 한계가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서해안의 바다를 막아 거대한 농지를 만들었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시대를 한참 앞서갔던 분이다. 치밀한 추진력에 낭만적인 상상력을 가진 글로벌 인재는 단순한 지식 습득만으론 길러지지 않는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창조적인 파괴’가 필요하다. 창의적인 혁신 마인드에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도전의지를 겸비해야 한다. 상상력과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 거기에 건강하고 양심적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지며,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의지를 지닌 사람이 필자가 생각하는 글로벌 인재다. 인재는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성공 요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다. 매순간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미래 지향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며,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일 모두가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창의력과 전문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만이 조직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마련하고 이를 위한 투자를 망설임이 없이 추진하는 것이 바로 최고경영자(CEO)의 몫이라고 생각한다.‘사람에게 투자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없다.’는 선인의 말이 다시 한번 절실히 다가오는 시대이다.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 [열린세상]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정문성 울산대 물리학 교수

    [열린세상]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정문성 울산대 물리학 교수

    공교육이 위기라고 한다. 학교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학생들이 학교보다는 학원이나 개인과외에서 교과내용을 대부분 습득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에 의하면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의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대부분의 고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입시위주이다. 그곳에서는 입시과목의 성적만이 최고선이고, 지덕체의 전인교육은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를 혹자는 학부모의 극성스러운 교육열 탓이라 한다. 그러나 높은 교육열에는 긍정적 효과가 더 많지 않을까. 보다 근본적 이유는 미숙한 입시정책 탓이라고 본다. 현재의 대입정책은 고교생들을 여유 없는 긴장의 3년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인문고 3년생의 일정을 보자. 아침 6시30분 기상,7시20분 등교,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정규수업, 오후 6시30분부터 야간자율학습, 야자 중 9시경 학교에서 나와 밤 0시30분까지 학원수강이나 개인과외, 새벽 1시 취침이다. 예체능 수업은 자습으로 대체되고, 수업을 하더라도 자거나 수능과목을 공부한다. 어느 자립형 사립고에서는 전교생이 아침 6시에 기상하고 새벽 1시에 취침한다. 어느 과학고에서는 아침 6시20분에 기상하여 밤 12시까지 학습을 한다. 한 특목고의 기숙사 방에는 CCTV 카메라를 설치하였다고 한다. 다음은 과학고 출신 어느 학생의 씁쓰레한 푸념이다. 중학교에서 꽤나 공부한다고 자부하며 과학고에 진학하였더니 이미 고교 내용을 모두 습득한 학생들이 많더란다. 그들은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부터 계속 사교육으로 선행학습해온 것이다. 교과 부담이 적은 그들은 줄곧 상위권을 차지하고 또 여러 경시대회에 나갔다. 그는 그제서야 고교 2년 마치고 일류대학을 진학하게 하는 힘이 사교육인 줄 알았다고 한다. 설령 사교육이 소문과 같이 주름잡고 있더라도 근원적으로 고교교육에 치명상을 준 건 수능시험이다. 고교에서는 전인교육의 교과라도 수능과목이 아니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탐구영역에 속한 과목은 어렵다는 이유로 정작 추후에 필요할지라도 공부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 문제라도 실수하면 감당할 수 없는 성적을 받게 하는 게 지금의 수능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심화된 공부를 하지 못하고 단지 실수하지 않기 위한 반복학습을 한다. 또 교육방송에서 강의한 내용에서 되도록 많이 출제된다. 교육이 아니다. 그 결과 학교교육은 파행이 되고, 학생들의 대학 수학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위기의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은 지극히 단순하다. 고교에서 이수한 교과와 그 성적인 내신을 대입에서 주요소로 반영하면 된다. 이미 시행하거나 해본 형식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방법에서 보완을 제시해 본다. 교과의 이수성적은 예전처럼 절대평가라야 한다. 다만 전공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특별히 더 고려한다. 그래야 고교의 학습 분위기가 살아나고, 청소년들의 개성을 키우고, 우정이 자랄 수 있다. 수능은 그전처럼 독립적이 아니고 내신을 보완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학교에 따른 내신차이를 보정하라는 얘기다. 수능등급으로 (고교등급이 아니고) 가중하여 내신을 고려함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틀이라면 모든 입시권한을 대학에 일임해야 하는 게 또 하나의 핵심 요건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러한 입시제도라면 학교교육이 전인교육으로 정상화되리라 믿어 마지않는다. 우리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교육제도로는 창의성이 요구되는 21세기에서 경쟁우위의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백년대계인 교육을 받쳐줄 대입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되길 소망해본다. 정문성 울산대 물리학 교수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이현숙 한국화랑협회 회장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이현숙 한국화랑협회 회장

    경매사에 이어 화랑가에도 ‘대박’이 터졌다. 지난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매출 추정액이 175억원에 달했다. 전년도에 비해 75% 늘어난 규모다. 전시장은 구매 열기로 달아올랐고 화랑주들은 표정관리가 안 되고 있었다. 그러나 모처럼 맞은 열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현숙(58·국제화랑 대표) 한국화랑협회회장은 “매스컴에선 떠들썩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미술품 구입이 투기로 번진다면 시장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경매가 붐을 주도한 건 사실이지만, 화랑과 분명한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경매사의 독주를 경계했다. 김순응 K옥션 사장의 주장(4월13일자 본 란)에 여러 이의를 제기하는 이 회장을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 대표실에서 만났다. ●대형화랑이 직접 경매사 운영도 문제 ▶올해 KIAF가 대성공을 거뒀는데 배경을 어떻게 봅니까. “여느 해와 달리 언론이 대서특필을 해줬고, 양대 경매사의 경쟁적인 미술품 붐 조성, 중국미술시장 열기 등이 영향을 끼쳤죠. 그러나 200개 화랑이 1800만달러 매출을 올린 건 크게 떠들 일은 못 돼요. 어제 소더비 경매에서 마크 로스코 작품 1점이 7600만달러에 낙찰됐어요. 경제규모에 비춰볼 때 우리는 과열이라기보다는 아직 시장다운 시장이라고 할 수도 없죠.” 이 회장은 국내에서 미술품 수출입을 가장 많이 하는 국제통이다. 그만큼 매출액 180억원이 금세 1800만달러로 환산되어 나왔다. ▶경매사의 기여를 인정하기는 하는군요. “그럼요. 공개 경매로 은밀하던 미술품 거래가 표면화됐고,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게 알려졌죠. 부동산 투자 길은 막혔는데 말이죠. 미술품 경매 붐은 중국, 미국은 더해요.” ▶그럼 뭐가 문제죠? “미술품이 투자 대상으로만 비쳐질까봐 걱정이죠. 미국, 유럽은 고객이 진지한 컬렉터이자 투자가예요. 또 가격 상승에도 단계가 있어요. 미니멀, 추상표현, 미디어 아트 식으로 미술사적 평가가 나오면서 가격이 오르죠. 그런데 우리는 공부하지 않고 특정한 작가에 쏠리고 있어요. 경매가 도덕성 갖고 정당한 거래를 해야 선의의 피해자가 안 생깁니다.“ ▶경매사가 특정한 작가만 띄우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이건 경매사 사장이 인터뷰에서 실토한 사실인데, 대형 화랑이 직접 경매사를 운영해 소속작가 작품을 내다파는 건 문제예요. 다른 화랑 소속 작가는 정당한 평가를 못 받잖아요. 심지어 다른 화랑에서 전시회 중인 작가 작품을 반 값에 경매에 올려 화랑측이 속상해하는 걸 봤어요. 자기 소속 작가라면 그렇게 했을까요. 고가 경매 거래는 작가 자신에게도 즐거운 일만은 아니에요. 작가가 그값에 작품을 내놓았던 건 아니잖아요. 이런 식의 붐조성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하긴 유럽의 경우 유통과정에서 작품가격이 오를 때마다 일정비율을 작가에게 돌려주는 제도가 있다. ●젊은 작가까지 입도선매 자제해야 ▶그렇지만 일본도 화랑이 출자해 경매사를 운영하고, 소더비와 크리스티도 최근 화랑을 인수하지 않았습니까. “일본은 출자를 했지만 운영은 완전히 독립적입니다. 미술품을 직접 대는 일은 없고, 단지 배당금만 챙기죠. 소더비, 크리스티도 화랑에 진출했지만, 그에 대한 사회의 지탄이 말도 못해요. 저는 기본적으로 화랑은 경매는 물론, 최근 논의되는 아트펀드에도 직접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식투자에서 내부거래를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봐요.” ▶그런데 제3의 경매사 설립에 또 다른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까. “현재로선 말릴 근거도 없죠. 다만 협회 규정에 화랑이 경매사의 대주주가 돼선 안 된다는 조항을 신설했어요. 해당 화랑도 작품 정보만 제공하지 직접 이권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화랑과 경매의 바람직한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화랑은 인내심을 갖고 작가를 발굴하고 키워서 시장에 내놓는 1차 시장이고, 경매는 그 작품을 재유통시키는 2차 시장으로서 역할이 있어요. 현재처럼 경매사가 젊은 작가까지 ‘싹쓸이’하여 경매에 올리고,‘내가 키운 작가 내가 경매에 올린다는 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브레이크 없이 달린다면 건전한 작가육성, 미술시장 형성은 어렵다고 봐야죠.” 젊은 작가까지 입도선매돼 고민없는 ‘상품’을 양산한다면 후기의 걸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터다. 이 회장은 턱없이 부족한 미술 물량을 키워가는 측면에서도 경매사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현재 양대 경매사가 각각 연 6회씩 갖는 메이저 경매를 외국처럼 연 2회씩으로 줄여 그 사이 화랑의 활동영역을 확보해 주고, 경매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이 회장은 이를 토론할 세미나를 다시한번 조직할 계획이라고 했다. ●초보자도 안목키워 컬렉션 참가를 ▶중국 현대미술이 세계적으로 강세인데 한국 미술은 전망이 어떻습니까. “교육 수준이 높고 창의성이 뛰어나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국제아트페어 등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지원이 있어야 해요. 현재도 인정받는 작가가 많은데 잘못하면 외국 화랑에 뺏길 우려가 있어요. 중국미술 붐은 투기요소가 커 벌써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옥석은 있지만, 우리가 본받아서는 안 된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초보자를 위해 컬렉션 요령을 말씀해줄 수 있을까요. “싸고 좋은 것은 절대로 없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제 경우 좋은 갤러리에서 이름 있는 작가가 전시회를 할 때 산 작품은 실수가 없었어요. 큰 돈이 아니면 그냥 사지만, 무리가 되는 액수의 그림이라면 반드시 전문 조언자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 다음은 공부죠. 전문 잡지와 책을 통해 미술의 흐름을 파악하고 안목을 키우면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회장은 화랑경영은 상업이긴 하지만, 고도의 정신적 행위인 미술 창작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미술시장의 황폐화는 곧 정신문화의 황폐화가 아니겠느냐.”며 과도기적인 이 상황이 빨리 정리돼 건전한 질서를 잡아갔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글 yshin@seoul.co.kr 사진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그는 누구 1949년 서울 출생, 중앙대 가정교육과 졸업.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미술 컬렉터에서 화랑 경영자로 변신한 케이스다. 처음에는 고미술품을 수집하다 현대미술품으로 눈을 돌렸다. 컬렉션이 늘자, 팔거나 교체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 1981년 서울 인사동에 10평짜리 화랑을 차리게 됐다. 자녀들을 조기유학보낸 뒤 미국을 왕래하면서 세계 미술시장 조류에 눈떴다. 외국 작품을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 88서울올림픽 즈음. 이후 국제화랑은 국내에 외국 미술을 소개하는 대표적 창구가 됐다. 알렉산더 칼더, 에바 헤세, 안토니 카로, 에드 루샤, 요셉 보이스, 빌 비올라, 데미안 허스트, 애니시 카푸어, 루이스 부르주아 등 세계적 거장 작품이 이를 통해 국내에 선보였다. 전광영, 구본창, 조덕현 등 국내 작품의 해외 소개에도 적극적이다. 그 결과 2005년 뉴욕 타임스에 ‘아시아의 대표적인 갤러리’로 소개되기도 했다.2006년 한국화랑협회 회장에 당선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 할인점, 영어 놀이강좌 새달 초까지 접수

    ‘할인점 놀이강좌 활용하세요.’ 백화점과 할인점 등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한 유아교육업체들의 문화센터 강좌가 인기다. 별도 교구·교재를 사지 않고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고, 수강료도 10만원 안팎으로 싸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형 할인점과 유통점, 백화점에서 이뤄지고, 기간도 매주 한 차례 정도로 장 보는 시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기간은 한 달에서 1년까지 다양하며, 여름방학 강좌의 경우 주로 다음달 초까지 신청을 받고 있다. 아이챌린지(www.i-challenge.co.kr)는 다음달 7일부터 8월23일까지 분당 신세계 죽전점과 야탑 만나YMCA, 부평과 구로, 수원 2001 아울렛, 용인 이플 등 서울과 경인 지역 문화센터 6곳에서 ‘숲속 놀이터’와 ‘에듀(Edu) 행복한 아이’ 강좌를 선보인다. 아이챌린지의 교구를 활용해 노래와 미술, 놀이 등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수강료는 6만 5000∼12만원.1544-2700. 한국프뢰벨(www.froebel.co.kr)은 뉴코아와 현대백화점, 홈플러스,MBC문화센터 등 수도권 지역 문화센터 50곳에서 ‘프뢰벨 영어’와 ‘프뢰벨 은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전통 원목 교구인 킨더가베를 이용한 가베 놀이 학습법을 적용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수강료는 9만∼11만원.1566-0800. ‘영어 옥스포드’는 한솔교육의 영어교육 프로그램인 ‘옥스포드 리딩트리’(www.onkidsnet.co.kr)를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의 생활영어와 기초적인 영어 듣기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나이에 맞게 그림을 보면서 생활 영어회화를 익힐 수 있다. 홈플러스 등에서 참여할 수 있으며, 매주 한 차례씩 12회로 구성돼 있다.1577-0060. 한국 몬테소리(www.montessori.co.kr)는 영유아 발달 단계를 고려한 교구를 중심으로 신체, 감각, 정서, 창의성 등을 발달시킬 수 있는 통합자극 프로그램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나이에 따라 베이비·리틀·빅 몬테소리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과 홈플러스 등에 월 8차례 강의가 마련돼 있다. 수강료는 5만∼9만원.080-464-3384. 아마데우스 클래스(www.amadeusclass.co.kr)는 신세계와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이마트 등에서 음악교실을 열고 있다. 노래와 율동, 소리탐구, 피아노 등 독자적인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의 감성과 지성, 감수성 발달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한 차례씩 모두 12회로, 수강료는 6만원이다.(02)589-5300.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아시아나, 5성급 항공사에 선정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산업전문 리서치 기관인 영국 스카이트랙스가 발표한 항공사 등급 순위에서 최고 등급인 ‘파이브(5) 스타’ 항공사로 선정됐다고 6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고객 서비스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별 다섯개의 의미는 서비스의 창의성에서 가장 앞서는 항공사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업체를 뜻한다고 아시아나측은 설명했다.
  • “은행 이런 인재를 뽑습니다”

    “은행 이런 인재를 뽑습니다”

    ‘이구백’과 ‘삼팔선’이 회자되는 요즘, 은행은 굴지의 대기업을 능가하는 최고의 직장이다. 비교적 높은 연봉에 십수년 넘게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100대1의 경쟁률을 훌쩍 넘기는 이유다. 그렇다고 학점이나 학벌 등만 갖고 입사하는 시절은 지났다. 창의력이나 열정, 글로벌 마인드 등 은행마다 각각의 특성에 맞는 핵심 덕목을 채용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민과 신한, 외환, 기업 등 채용을 앞둔 은행 인사담당자들이 꼽는 ‘인재상’을 소개한다. ●국민 - 창의성, 신한 - 열정 가장 중시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500명 내외의 신입행원을 뽑기 위해 2일까지 서류 접수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이 중시하는 인재의 최고 덕목은 창의성.‘리딩 뱅크’의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다양한 욕구에 부응해야 한다. 국민은행 인사부 최혁근 과장은 “금융뿐 아니라 시사 전반을 주제로 하는 프레젠테이션, 집단토론 때 응시자들에게 상식적인 기준을 갖고 자기만의 시각을 밝힐 수 있도록 유도, 창의력을 평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5월 중 채용 공고를 내 100여명을 뽑을 계획인 신한은행의 인재 선발 기조는 열정. 실력은 ‘기본 사양’이다. 신한은행 인사부 이영철 부부장은 “단순한 직장인이 아니라 내가 직접 신한을 경영하는 은행원이라는 열정을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조직의 발전을 위해 어떤 자세로 일할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묻는 차·과장급 실무자 면접 결과를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논리력 역시 중요한 기준이다. 이를 위해 면접 과정에서 ‘신한에서 당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 3가지와 비슷한 조건의 옆 사람이 떨어져야 하는 이유 3가지를 설명하라.’는 등의 난이도 높은 질문이 쏟아진다. ●외환 - 글로벌 마인드, 기업- 영업력 중요 외환 업무와 해외 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는 외환은행은 글로벌 마인드를 가장 중시한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열린공채. 지난 2005년 학력과 성별, 연령 등의 기준을 은행권 처음으로 파괴했다.40대 주부, 박사학위 소지자 등 다양한 인재가 입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외환은행 인사부 이상균 차장은 “임원면접에 앞서 보는 워크숍 평가를 통해 글로벌 인재로서의 사고와 진취적인 능력, 조직융합력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이번 신입 채용에서 영업력에 주안점을 둔다. 중소기업금융 전문에서 개인금융 등으로 보폭을 넓힌다는 은행의 기조가 담겨 있다. 기업은행 인사부 박태상 과장은 “영업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열린채용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동남아나 중앙아시아, 동유럽, 남미 지역 어학 우수자들도 우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금싸라기’ 철도부지 누구 품에 안길까

    “철도 부지 개발에 참여하세요.” 한국철도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철도 부지를 민간에 공개했다.10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공사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부대사업활성화에 나선 것. 공사가 공개한 철도부지는 전국 91곳,55만 8148평에 이른다. 정부의 출자를 받지 못한 중장기 3단계 108곳은 제외됐다. 철도공사가 자산 개발사업을 민간에 개방한 것은 민간의 창의성과 자본, 기술을 활용해 조기에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이루어진 대표적인 부대사업은 서울역, 영등포역, 용산역 등 민자역사 개발사업이다. 그러나 민자역사는 역 이용자 편의 및 도시기반시설 확충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수익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이다. ●서울역 북부 등 역세권 11곳에 관심 집중 지난 19일 정부 대전청사에서 열린 ‘자산개발사업 설명회’에는 282개 업체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건설업체가 40%에 달했고 디벨로퍼와 건축사, 컨설팅업체, 지방자치단체 등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사업 참여 방법에 대한 질의가 잇따랐고, 일부 업체에서는 이미 대상지역 평가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개발사업 계획과 부지 등을 홈페이지(www.korail.com)에 공개한 지 일주일도 안 돼 800회가 넘는 클릭과 자료 다운이 이뤄지는 등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역세권(그래픽 참조·11곳)과 철도 연변부지(14곳), 철도 폐선부지(16곳), 역사개발(50곳) 중 관심이 높은 분야는 역세권 개발이다. 상업성이 확보된데다 분산된 도시공간을 통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민간업체나 지자체가 눈독을 들인다. 동대구역 9만 7000평을 비롯해 대전역(8만 4000평), 순천역(4만 2125평) 등 11곳의 면적만 39만평에 달해 개발 여력도 높다. 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포스코건설 개발사업그룹의 최필국 팀장은 “부지의 안정적 확보가 담보된다는 매력이 있다.”면서 “다만 철도정책 및 지자체의 개발 계획과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민간의 자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0년까지 1조 6000억원 수익 기대” 철도공사는 공모나 기증보다는 민간이 개발계획을 제안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케이스 바이 케이스’를 적용한다는 유연성도 내비쳤다. 민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사업범위를 확대하는 철도공사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공사는 개발 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1조 6000억원 이상의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땅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상당수가 도시 개발 및 유동 인구 확보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고려돼야 할 사항이다. 용산역세권 개발에서 보듯 지자체의 지침도 세심히 검토해야 한다. 이철 사장은 “민간에 공정하고 투명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산개발의 활성화가 기대된다.”면서 “사업자는 공공성과 정책 방향 등을 고려해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용어클릭●철도부지 철도운영을 위해 확보하고 있는 땅을 말한다. 철도 역세권과 철도 연변부지, 철도 폐선부지가 있고 광의로는 역사(驛舍)도 포함한다. 연변부지란 역 시설을 포함하지 않는 나대지와 유휴부지뿐 아니라 철도운송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철도 부지 및 폐선부지를 뜻한다. 역세권 개발은 철도연변부지를 개발, 운영하는 사업으로 도시계획사업이다. 역사개발사업은 건물로 민자 또는 복합역사로 개발 운영하는 사업이다.
  • KAIST 입시 인성·창의성 평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서남표)이 올해 입시부터 성적중심에서 인성과 창의성 등을 중시하는 종합평가에 비중을 두고 신입생을 선발한다. KAIST는 2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입시제도 개혁안을 발표했다. 장순흥 부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성적만 갖고 신입생을 선발했지만 올해부터는 인성과 창의성 등 종합평가를 추가해 2개 항목을 비슷한 비중을 두고 뽑겠다.”고 밝혔다. 1차는 고교 성적, 생활기록부, 공인영어성적,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으로 최종 합격자의 2∼2.5배를 선발한다. 2차에서는 학업수행, 생활태도, 특기활동 등을 평가한다. 인성과 전문성 면접부분을 강화해 평가하고 문제풀이 능력보다는 문제파악 및 창의적 능력에 중점을 두고 평가를 하게 된다. 평가항목은 창의·논리·사회성, 탐구력, 자기관리 능력, 특정분야 영재성, 발표력이다. 장 부총장은 “성적이 0.1점,0.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무의미하고 변별력도 없다.”면서 “미래의 자원은 창의성이다.”고 강조했다.KAIST는 학생 1인당 교수 3명이 평가하고 교수들이 고교를 찾아 담임교사의 얘기를 듣는 등 현장에 직접 나가 파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장 부총장은 “외국에서는 성적이 아니라 추천서 등으로 학생을 뽑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학교가 아직 없다.”면서 “현 입시위주의 교육은 서로가 적으로 여겨 학생들의 인성파괴를 불러오고 사교육비의 과도한 지출 등 사회적 문제까지 낳고 있다.”고 말했다.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열린세상] 아이들을 자유경쟁 속에 길러야 한다고?/류재명 서울대 사범대 지리교육학 교수

    최근 3불(不)정책에 불이 붙었다.‘3불’이란 대학에 대한 세 가지(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사항을 말한다. 그런데 한국의 유명 대학들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3불을 없애야 한다면서 불을 지폈다. 그리고 여러 오피니언 리더들이 가세하여 입 바람을 불면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3불정책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지당하신 말씀’처럼 들린다. 일반 기업에 대해서도 정부의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라, 하는 마당에 자율성과 창의성이 생명인 대학 보고, 정부의 관리들이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는 식으로 시시콜콜 간섭한다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는 또 얼마나 간단명료한가.“대학이 국제 경쟁사회에서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를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성장의 가능성이 높은 똑똑한 신입생을 뽑아야 한다.”니, 어디 틀린 말인가? 그런데 금방 이런 질문이 생긴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들은 학교에서 새벽과 야간 ‘자율학습’하는 것도 불안하여, 온갖 학원 다니면서 ‘경쟁력’ 높이려고 ‘죽을 지경’이라고 하는데, 대학생들은 얼마나 공부 열심히 하고 있나. 매년 대학 입학시험 발표 때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인터뷰 기사가 나왔던 ‘수석’ 학생들은 대학 졸업 때 어떤 놀라운 창의적 논문으로 졸업을 하는가. 부모들이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외국 연수 가서 쌓은 영어 실력, 대학 졸업 때는 얼마나 더 늘었나? 논술 학원 다니면서 ‘글쓰기’ 연습 그렇게 많이 하던 학생, 대학 가서 ‘창의적 보고서’ 쓰기 얼마나 하고 있나. 입학생의 실력 따질 때는 소수점 한두 자리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던 대학들이 졸업생 배출 때에는 어떻게 하고 있나. 대학이 틈만 나면 중·고등학교 교육이 문제 있다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대학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에 열중하는 것이 정상이다. 대학 수학 능력을 기르는 일은 중등교육기관이 고민할 일이다. 대학에 본고사가 필요하다면, 입학생을 고르기 위한 시험보다는 졸업생을 고르기 위한 ‘졸업시험’을 더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닐까. 자신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대학의 이름으로 졸업하는 학생을,‘진짜 실력’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방법으로 골라 내보내는 일에 열정을 쏟아야 하는 게 도리 아니겠는가. 그리고 등급제가 필요하다면, 고교등급제가 아니라, 대학의 학과등급제가 필요한 것 아닐까. 사회적으로 어느 고등학교가 좋은 학교인지를 따지는 일보다 어느 대학의 어느 학과가 우수한지를 따지는 일이 더 의미 있는 일이다. 대학교육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는 미국에서는 어느 대학의 어느 학과가 좋은지를 알아볼 수 있는 ‘평가자료’를 쉽게 구해 볼 수 있다. 전국의 대학 학과를 평가한 그런 자료들은 어느 대학을 갈까, 고민하는 학생들이나 자녀의 진로에 관심이 높은 학부모에게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능력 있는 인재를 뽑고자 하는 기업에도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된다. 또 한편으로 세계의 학문을 선도하는 미국에선 같은 대학의 교수들 간에도 ‘능력’에 따라 ‘연봉’이 다르다. 대학 교수들 사이에는 등급이 있는 셈이다. 우리가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사회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낡은 규제를 철폐하고, 자유경쟁 체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어린 10대들을 자유경쟁의 마당으로 내모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자유경쟁’ 논리 하에서 인재를 길러야 한다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사람은 중·고등 학생이 아니라, 대학생과 교수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류재명 서울대 사범대 지리교육학 교수
  • ‘창의성’ 죽이는 6가지 상사 유형

    ‘창의성’ 죽이는 6가지 상사 유형

    기업의 경쟁력에 결정적인 힘이 되는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상사들은 어떤 유형일까. LG경제연구원은 22일 ‘이런 상사가 창의성을 죽인다’라는 보고서에서 “5년 만에 1억대가 넘게 팔린 애플의 아이팟이나,13년 만에 1억대 이상 팔린 소니의 워크맨 등 세계적인 히트상품에는 남들이 생각지 못한 창조적인 발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창의성은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결정적인 힘”이라고 강조했다.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6가지 상사 유형을 제시했다. ●유아독존형 부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내심이 부족하고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독선적인 성향이 강해 부하들의 입을 닫게 한다. ●눈뜬 장님형 구성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아이디어의 잠재가치를 제대로 활용, 성과물로 연결하는 능력이 없어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다. ●일 중독형 부하의 감정이나 기분 등 내적인 심리상태를 배려하지 못하고 오직 일밖에 몰라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죽인다. 이들은 지나치게 일 중심적으로 움직여 구성원들을 지치게 하고 피로를 가중시켜 조직 구성원의 탈진 상태를 불러온다. ●완벽주의형 작은 실수나 실패도 용서하지 않아 부하들의 생각과 행동을 실패 위험이 적은 보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직원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시도하는 창의적인 발상과 행동을 위축시킨다. ●복사기형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먼저 개척해 나가는 선도자적 실험정신이 부족하다. 내부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신이 없어 실행을 주저하다가 나중에 다른 기업들이 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따라한다. ●하루살이형 단기 성과 지향적인 업무 수행패턴을 갖고 있다. 사업모델이나 전략, 미래준비 등 큰 것을 고민하기보다는 기존의 사업틀 속에서 당장의 이익과 비용 관리 등 단기 성과 개선에 치중한다. 지시나 통제를 세부적으로 하며 보고 등 잡무를 늘려 창의성을 떨어뜨린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e권력’ 포털 대해부] UCC 84% 불법복제…저작권 침해 부추겨

    참여·개방·공유라는 ‘웹 2.0’ 정신을 잘 나타내는 UCC(User Created Contents·손수제작물)가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 중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UCC가 사용자복제콘텐츠(User Copied Contents) 경향을 띠고 있다.3일 저작권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UCC 현황조사’에서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창작물은 전체 UCC의 16.25%에 불과하고 83.75%는 저작권 침해물인 것으로 분석됐다. 저작권 보호에 둔감한 우리 사회 분위기 탓도 있지만 포털 등 온라인 서비스제공업체(OSP)의 ‘부추김’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권리자 삭제 요구’나 ‘기술적 보호 조치’ 등 저작권자의 권리가 크게 강화되면서 외국 저작권자로부터 국내 인터넷 서비스업체나 누리꾼들이 줄소송을 당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오는 6월29일부터 시행되는 저작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과정을 보면 포털들이 얼마나 저작권 문제를 기피하는지 보여준다. 우상호 의원 등이 2005년 말 저작권 침해에 대한 OSP의 책임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초안보다 크게 후퇴된 법안이 간신히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다. 문화관광부와 저작권심의위원회 등 관계자들은 “법안 심사 기간 동안 포털업체들은 국회 법사위를 상대로 엄청난 로비를 했다.”고 전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저작권법의 목적은 저작권을 보호해 창작 활동을 활성화하고,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쓰려면 합당한 대가를 치르라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포털들은 불법 저작물을 삭제하면 인터넷에 남는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법학과 이대희 교수는 “과거 저작권법은 주로 권리자와 침해자간의 문제였으나 인터넷의 발달로 OSP의 책임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저작권 보호와 누리꾼의 창의성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이란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CCL은 저작자가 어느 수준까지 저작권을 보호받기 원하는지를 콘텐츠에 표시한 뒤 저작물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주미진 간사는 “미국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CCL을 우리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홍보처, 밥그릇 키우려 법제화 추진?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정홍보처 폐지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정홍보처가 업무와 권한을 대통령령으로 명시하는 내용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특히 법안은 정부 부처의 고유 권한인 예산 편성과 인사 등에도 관여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홍보처가 참여정부 말 ‘밥그릇 키우기’를 위해 무리하게 법제화를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내부 규율을 굳이 법으로? 국정홍보처가 지난달 말 입법예고한 ‘국정홍보업무 운영 규정’에는 그동안 해오던 일과 몇가지 권한이 추가됐다. 홍보처의 업무는 ‘국정홍보업무의 강화에 관한 규정’으로 99년 제정돼 훈령으로 다뤄졌다. 문제는 훈령으로 다뤄지던 업무와 권한을 굳이 대통령령으로 법제화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훈령은 행정기관 내부 규율이지만 대통령령은 법령이므로 행정기관은 물론 일반 국민, 사법부에까지 효력을 미친다. 따라서 훈령에서 일반 법령으로 ‘격상’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름은 한글자 차이지만 효력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내용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법안 제8조에는 각 부처가 주요 정책에 대한 광고를 시행할 때에 내용, 시기, 예산 및 매체운용 계획을 미리 국정홍보처장과 협의하도록 했다. 제15조에는 주요 정책을 발표할 때 홍보 계획 및 발표 내용, 시기에 관해 홍보처장과 사전 협의토록 명시했다. 또 민간 홍보전문가를 채용할 때는 홍보처장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고 외신대변인을 두거나 교체할 경우 해외홍보원장(1급 상당)에 통보해야 한다. 현재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차관보급이다. 법안은 또 정책홍보관실장과 뉴미디어 담당관에 대해 홍보처장이 수시로 회의에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말이 안 먹히니 명문화하나” 일부 부처에서는 지난해 의견 수렴 과정에서 심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차관급인 국정홍보처장이 장관의 고유 권한인 인사와 예산 운용까지 손대려 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라면서 “지금도 홍보처가 하는 말이 잘 먹히지 않으니 명문화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홍보관계자도 “법안의 내용처럼 순수한 협의 수준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홍보처가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고 부처 입장에서는 자율성, 창의성, 시의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림대 한림과학원 유재천 교수도 “광고 매체 운용계획에 개입하려는 것은 특정 매체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지적했다.유 교수는 “홍보처는 국가 정책을 홍보하는 곳이지 인사나 예산 권한에 개입하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각 부처마다 추진 계획이 있는데 중앙에서 조종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라고 말했다.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99년에 만든 국정홍보 업무의 강화에 관한 규정은 변한 홍보 환경에 맞지 않는 것이 많다.”고 대통령령 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법안은 법제처에서 심사 중이다.장세훈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상계동 리모델링으로 ‘업그레이드’

    상계동 리모델링으로 ‘업그레이드’

    ‘상계동도 한번 날아보자.’ 서울의 대표적인 베드타운이자 서민주거지역인 노원구가 리모델링을 통한 외양과 이미지의 변신에 나선다. 노원구에는 상계동을 중심으로 지은 지 20년 안팎의 아파트들이 몰려 있다. 대부분 노후화됐지만 재건축을 하려면 10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리모델링. 주민들은 재건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대안을 찾다가 구청이 이를 주도하자 리모델링으로 기울고 있다. 오는 29일에는 노원구 주최로 217개 단지 입주자 대표와 공무원, 건설업체 관계자 등 1000여명이 모여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주민설명회’를 연다. 지자체가 나서서 리모델링 설명회를 갖는 것은 노원구가 처음이라고 19일 구 관계자는 설명했다. ●구청 리모델링 지원팀 구성 노원구에는 모두 238개 단지 1532개 동 15만 7078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노원구가 리모델링 대상으로 잡은 아파트는 53개 단지 663개 동 7만 8874가구에 달한다. 상계동 현대·보람·한양·미도아파트 등 4개 단지는 이미 시범단지로 지정됐다. 이들 아파트 리모델링에는 노원구가 재건축 아파트에 적용키로 했던 프리미엄 공동주택 단지 건축기준을 적용한다. 디자인, 외관과 스카이라인을 다양화 또는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문화시설 등을 넣으면 각종 인센티브를 준다. 노원구는 리모델링을 전담할 ‘리모델링 사업팀’을 구성, 법률 지원 등 행정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왜 리모델링인가 노원구에 있는 주공아파트 부지 등은 모두 3종 일반주거지역이다. 규정상 용적률이 250%에 달하고, 층고제한도 없지만 문제는 재건축 연한이다. 노원구 관계자는 “상계동 주공아파트는 상당수가 1988년에 지어졌는데 규정상 재건축을 하려면 32년이 돼야 한다.”서 “2020년에나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리모델링은 최근 연한이 20년에서 지은 지 15년이면 가능하도록 완화됐다. 또 가구당 전용면적을 최대 30%까지 늘릴 수 있다.33평짜리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최대 42평형까지 넓힐 수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복도식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엘리베이터를 추가로 설치하고 복도를 주거면적으로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재건축은 시공에만 3년여가 걸리지만 리모델링은 1년여 단축된다는 점도 이점이다. ●걸림돌도 적지 않아 재건축이 벽에 부딪히면서 리모델링이 뜨고 있지만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원구에 있는 아파트의 상당수는 지하주차장이 없다. 따라서 리모델링시 지하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 복도식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엘리베이터 설치비용도 만만치 않다. 말이 리모델링이지 재건축과 비슷하게 들어간다. 한 건설업체 임원은 “상계동에서 리모델링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 이후에는 주민들의 염려가 사라져 리모델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DS를 뚫어라”

    ‘DS를 뚫어라.’ STX그룹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다. 채용인원은 500명. 그룹이 출범한 이래 최대 규모다. 이번에도 강덕수(DS) 그룹 회장이 직접 면접에 나선다. 월급쟁이에서 그룹 오너로 ‘샐러리맨의 신화’를 창출한 강 회장이 우수인재 확보에 쏟는 애정은 남다르다. 사나흘씩 계속되는 신입사원 면접 강행군에 하루도 빠지는 법이 없다. 최종 관문인 셈이다. 강 회장이 거의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왜 지원했는가.”이다. 그룹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지도 꼼꼼히 살핀다. 그룹 역사가 길지 않은 까닭에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싫어하는 표현중의 하나는 ‘중견’이다.2등 기업들과 엮이면 평생 ‘2류’밖에 못 된다는 신념에서다. 사회적 유행어가 돼버린 “아직도 배고프다.”는 표현도 마뜩찮아한다. 신규투자를 통해 회사를 거의 새로 키우다시피 했는데 여전히 ‘인수 및 합병(M&A) 전문그룹’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서다. 문제는 강 회장 앞에 서기까지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룹이 자체 개발한 인성·적성 검사와 외국인이 진행하는 영어회화 면접, 집단토론으로 이뤄지는 1차 면접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희망자는 26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그룹 홈페이지(www.yourstx.co.kr)를 통해 지원하면 된다. 합격자는 ㈜STX,STX팬오션,STX조선 등 8개 계열사에 배치된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서울대 논술 이렇게 준비해라

    서울대 논술 이렇게 준비해라

    서울대가 최근 2008학년도 대입 모의논술 고사를 실시했다. 고등학교 교과서 지문을 적극 활용하고, 단계별 문항에서 여러 개의 논제를 해결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학원에서 배운 모범 답안식 글쓰기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인문계와 자연계 등 계열별 통합이 아닌 각 계열 안에서 교과별로 통합한 문제가 출제돼 학교 수업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대 모의 논술고사 출제 경향을 바탕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 2008학년도 서울대 모의논술고사 문항 바로가기 서울대 모의 논술고사를 보면 교과서를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교과서를 달달 외우거나 여러 참고서를 훑고 넘어가는 공부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를 공부하더라도 깊이 생각하는 공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은 학교 수업 무엇보다 학교 수업에 충실해야 한다.‘공자님 말씀’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동안 학생들이 소홀히 해온 ‘공자님 말씀’이 현실이 됐다. 학교 수업(내신) 따로, 논술 따로, 수능 공부 따로 하는 ‘따로국밥식’ 공부로는 시간도 부족할뿐더러 효과도 크게 떨어진다. 서울대 모의논술은 학교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을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지를 평가한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학교 수업을 기본으로 해서 깊이 있는 심화학습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판적 사고 습관이 첫걸음 학교 수업을 깊이 공부하려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 교사의 설명이나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어떤 반론이 있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교과서도 그냥 읽지 말고 ‘다르게 생각할 수는 없을까. 과연 그럴까. 나라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부단히 고민해야 한다. 이런 연습은 텔레비전을 보거나 교과서 외 책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다독(多讀)보다는 정독(正讀)이 훨씬 중요하다. ●논술 공부의 해답은 교과서에 있다. 서울대 모의논술을 보면 제시문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항이 많다. 특히 논술에 정답은 없지만 제시문을 꼼꼼히 분석해 보면 제시문 안에 정답을 추리할 수 있는 요건이 있다. 그만큼 제시문을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양질의 지문을 분석적이고 비판적으로 독해하는 연습이 필수적이다. 이 역시 해결책은 교과서에 있다. 고교 전 교과서 각 단원마다 나와 있는 심화학습 문제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심화학습 문제를 통해 문단 쓰기와 서술적으로 답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다. 실전 연습을 하고 싶다면 주요 대학의 기출문제 제시문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각 대학에서 엄선한 제시문이기 때문에 연습용으로는 가장 적당하다. 기출문제 제시문을 공부할 때는 문제 풀이가 아니라 지문 분석 연습용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한 문단이 6개의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면 이를 두 문장, 다시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이 경우 각 단락의 관점과 태도를 파악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 두자 주요 쟁점 분야나 주제별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회 교과에 나온 다양한 주요 개념들을 그대로 외우지 말고 ‘나만의 말’로 바꿔서 정리해 둔다. 이때에는 달랑 그것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현실 및 삶과 연관지어 정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요즘 자살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데 이를 삶과 죽음, 생명 등의 문제와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습관이 안 돼 있으면 이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 때는 교과별 교사용 지도서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도서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글 쓰는 방향 등이 잘 나와 있다. ●교사를 귀찮게 하자 서울대 모의논술에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200∼1000자 분량의 짧은 답안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서론­본론­결론’ 식의 기계적인 글쓰기에만 익숙한 경우가 많다. 이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짧은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합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글쓰기를 연습해야 한다. 이 역시 교과서 심화학습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심화학습을 통해 글을 쓰거나 주제별로 글을 써 봤다면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보여서 의견을 듣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교사를 자주 찾아가 귀찮게 하는 것이다. 여의치 않으면 교사가 아니라도 주변 어른에게 의견을 들어보는 정도로도 도움이 된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도움말:이석록 강남메가스터디 원장 ■ 창의적 사고력 측정 중점… 자연계는 ‘오픈 북’ 허용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2008학년도 서울대 모의 논술고사와 관련,“고교 지문과 교재를 활용해 암기 지식이 아닌 창의적 사고력 측정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정시에서는 모의논술 출제 경향이 유지되나. -통합 정도와 난이도를 유지하면서 모의고사에 나온 제시문 선택, 구성 방법, 문제 유형 등 몇 가지를 정시에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지식의 홍수 속에서 사는 시대에 지식의 내용을 묻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런 지식을 어떻게 변형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고자 했다. 교과서 내용을 외우려 하지 말고 어떻게 실제 생활에 적용 가능한지 내용을 익히라는 취지다. ▶어떻게 공부하면 되나. -심화학습을 해달라. 출제 문항들은 반 이상의 지문이 교과서를 활용했다. ▶창의성을 강조했는데. -심층적이고, 다각적이고, 독창적이어야 한다. 뚱딴지 같은 소리가 창의적인 것이 아니다. 남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그게 창의적이다. ▶계열별 통합문제 유형은 없는가. -난이도를 고려해서 당분간 과목별 통합만 실시할 생각이다. 계열별 통합 논술은 아직 이르다. 같은 계열 통합만 해도 못 가르친다는 교사가 많다. 이상적으로 좋다고 해도 시기가 있다. ▶문항수는 3∼4개지만 문항마다 논제가 여러 개다. -문제 하나를 풀이 단계에 따라 여러 논제로 쪼갠 것이다. 외운 답안을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단계별로 쓰게 하면 외운 것을 그대로 작성하지 못한다. ▶교과서를 참고하는 것도 허용했는데. -자연계에서 일부 ‘오픈 북’ 형태로 시험을 치르게 했다. 논술은 암기한 지식을 묻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교과서는 5권으로 제한했다. ▶정시에서도 ‘오픈 북’이 허용되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전례가 없어 망설이고 있다.(확정된다면) 인문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채점의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하나. -채점위원 3명 이상이 복수로 채점한다. 샘플을 뽑아 가채점한 결과를 놓고 토론을 벌인 뒤 채점 기준을 맞춰 채점에 들어간다. 만약 위원들 사이에 점수 차가 벌어지면 다시 채점한다. ▶채점 기준은 공개하나. -3월 중하순쯤 분석 결과를 발표하겠다. 채점 기준도 공개한다. 잘 쓴 답안을 공개할 생각도 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서울대 모의논술고사(인문계) 문항3 제시문 (제시문) 사람들은 대체로 수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 남자의 비율이 약 94%라고 했을 때 자신이 대한민국 남자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될 확률이 94%라 믿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대한민국 남자가 국회의원이 될 확률은 아주 낮다. 그런데 2002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카네만(Kahneman)과 그의 동료들은 사람들이 수치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판단오류를 범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판단오류는 교육을 잘 받은 사람에게서도 발생한다. (가) 에이즈를 야기하는 바이러스(HIV)의 발병률이 0.1%라고 하자. 한 과학자가 HIV 보균자를 탐지할 수 있는 검사를 개발하였다. 그런데 이 검사 방법이 완벽하지는 않다. 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보균자로, 음성이 나오면 비보균자로 진단하게 된다. 이 검사는 HIV 보균자일 경우에 검사 결과가 100% 양성으로 나오지만,HIV 비보균자인 경우에도 양성으로 나올 확률이 5%가 된다. 만약 어떤 사람의 검사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을 때, 이 사람이 HIV 보균자일 확률은 얼마일까. 이 질문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95%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정답은 2%이하이다. (나) 육군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인터넷 게임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임과 현실 속 폭력범죄의 연관성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범인은 평소 휴가 때 국산 온라인게임을 열심히 즐기는 ‘게임광’ 수준의 게이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범인이 게임을 광적으로 즐겼다면 내부구조가 사각형인 군 내무반을 같은 사각형 구조인 컴퓨터 화면 속의 가상현실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등 이번 사건과 게임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게임과 폭력성의 상관관계가 부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게임 내용이 갈수록 사실적이고 잔인해지면서 외국에서는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이 “범인들이 폭력게임의 영향을 받았다”며 유명 게임업체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학부모 단체나 종교 단체가 주도해 폭력적 게임에 대한 규제를 촉구하는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면서 게임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논제 1. 제시문 (가)에서 정답이 2% 이하인 이유와 사람들이 95% 이상이라고 잘못 판단하게 되는 이유를 각각 설명하시오.(300자 이내) 논제 2. 제시문 (나)의 신문기사는 게임이 청소년의 폭력범죄의 원인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터넷 게임을 하는 많은 청소년들은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커다란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학생이 폭력범죄에 미치는 게임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비행 청소년 1000명을 조사하였는데, 그 중 990명이 게임에 중독되었거나 중독될 위험이 있는 집단으로 분류되었다. 그는 이러한 결과에 근거하여 게임이 청소년 폭력범죄의 주범이라고 주장하였다. 논제 1에 근거하여 이러한 주장을 비판하시오.(400자 이내) 논제 3. 논제 2에서의 비판에 근거하여 게임과 폭력의 상호연관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시오.(500자 이내) (서울대의 문항 설명) ▲ 논제는 일상에서 접하는 수리적 해석의 오류. ▲ 수학1에서 다루는 두 사건의 종속 여부에 대한 조건부 확률의 개념을 일상 현실 속에서 적용하여 올바른 해석을 할 수 있는지를 보고자 하였음. ▲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대한민국 남자가 국회의원이 될 확률이 94%가 아니다)에서 수리적 원리를 찾아내고, 그 원리를 또 다른 사실관계(인터넷 게임과 현실 속의 폭력)에 적용하여 올바른 인과 관계를 파악하도록 세부 문항을 구성하였음.
  • 전자조달 서비스 최고점… 부동산 최하점

    전자조달 서비스 최고점… 부동산 최하점

    2006년도 정부업무평가 결과 부처 공통으로 추진하는 혁신관리, 정책홍보관리, 법적의무·권장사항 및 법제업무 등은 지난해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규제개혁, 고객만족도에서는 지난해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관리, 정책홍보관리↑ 혁신관리 분야는 평가대상 48개 전 기관이 혁신 3단계 이상 수준으로 진입해 혁신효과가 생산성·체감도 측면으로 파급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도전성과 실패관리(100점 만점에 56.7점), 개방성과 창조성(61.4점)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홍보관리 분야는 홍보기법과 채널이 다양화되고 콘텐츠의 창의성과 질적 수준이 향상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의 ‘분당규모 신도시 수도권 1곳 더 건설’은 사전 협의 없는 성급한 발표로 지적됐다. 언론의 건전비판 수용건수도 629건으로 지난해보다 11.7%가 증가, 오보 등 문제보도에 대한 피해 구제율이 87.8%에 달해 합리적인 대응관행이 정착된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대 언론 홍보는 총 3538회를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적의무·권장사항 및 법제업무 분야는 40∼45개 기관을 대상으로 평가했다. 사무보조원 등 비정규직 인력의 보수화 실적이 지난해보다 33.1% 증가한 58%로 나타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무리없이 수행한 것으로 평가했다. 정보공개 분야는 정보공개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져 충실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대통령 지시사항에 대해서는 51%만이 30일 이내에 추진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나타나 이행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지적됐다. ●규제개혁, 고객만족도↓ 반면 34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규제개혁 분야의 평균점수는 62.6점으로 지난해보다 0.8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규제 8029건 중 17.1%인 1374건을 정비해 양적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지만 중요 규제와 폐지 규제는 각각 2.4%,3.7%로 비중이 낮아 껍데기만 규제개혁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규제개혁에 따른 일반 국민의 만족도는 58.2점으로 전문가 만족도 67.7점보다 현저히 낮았다. 또 46개 기관 117개 정책에 대한 국민의 고객만족도 수준을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55.6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1.5점 떨어진 점수로 ‘보통’과 ‘약간 만족’의 중간 수준이다. 정책별로는 환경부의 ‘쾌적하고 살기좋은 생활환경 개선’정책(62.6점)과 조달청의 ‘전자조달서비스 고도화로 공공조달의 효율화 선도’정책(64.8점)이 각각 부·청 단위 기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재정경제부의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용과 성장잠재력 확충’정책(45.2점), 건교부의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생활 안정’정책(45.8점), 통일부의 ‘남북경제협력의 심화·발전’정책(47.7점)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국정홍보처의 ‘홍보수단 효율성 제고’정책(47.7점),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추진기반 확보’정책(49.7점)에도 혹독한 점수를 줬다. 재정 성과와 정보화 부문은 올 3월까지 자체평가를 실시한 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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