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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규제 행정의 허실/배종하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열린세상] 규제 행정의 허실/배종하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물가가 오르는데 정부는 뭐하고 있는가? 은행이 해킹으로 뚫리는데 원인은 찾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가?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고 건설회사가 줄도산을 하는데 정부는 무슨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 학교 폭력이 이렇게 심각한데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는가? 저축은행의 부실 여파가 연쇄적으로 퍼져 나가는데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주위에서, 언론에서 정부를 비판하거나 정부가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라는 독촉을 듣는다. 시간이 지나도 비판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시원스럽게 해결되는 것도 없으니 정부가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다. 세금을 쓰면서 국민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줄 모르는 비효율적인 정부이다. 정부는 과연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졌는가? 정부가 전지전능하면 몰라도 이 많은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러한 어려운 문제에는 늘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 정부는 경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엄단하겠다며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이대로 가다간 사회 전체가 큰 갈등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에 경제 민주화를 외치는 정부의 입장은 공감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국회는 대형 유통업체의 전통시장 영업을 제한하고 대기업이 골목상권에서 손을 떼게 하거나, 기업 총수와 임원의 연봉을 공개하고 대기업 계열사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벌을 강화하는 법을 추진 중이다. 대기업의 횡포가 얼마나 심했으면 이런 조치가 나오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정책 수단을 보면 거의 규제 일변도여서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나라에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규제 정책들도 보인다. 과도한 규제가 시장을 왜곡시키며, 기업의 경쟁력을 죽이고 성장 동력을 훼손할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오랫동안 불필요한 규제 철폐를 천명해 왔고 많은 규제를 없앴다며 실적을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규제는 더 늘어나고 있다. 해마다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법을 들여다보면 규제 덩어리가 아닌가? 없어지는 규제도 많지만 늘어나는 규제가 더 많다. 물론 필요한 규제도 있다. 하지만 정부보다 민간이 더 크고 시장의 힘이 지배하는 경제에서 규제로 행정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한가? 아무리 잘 만들어진 규제라도 규제의 망을 피해가는 구멍은 있고 그걸 또 귀신같이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 구멍을 막으려 하면 규제는 복잡해지고, 많은 규제는 일선에서 제대로 집행이 안 되는 악순환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정부의 힘은 막강하다. 대기업도 정부의 눈치를 보고, 시장의 노점상이나 골목의 포장마차도 관할 공무원이나 경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의 힘과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의 역할은 점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거나 정부에 많은 걸 요구하면 비정상적이고 초법적인 규제만을 양산하게 된다. 규제들이 제대로 효과를 내면 그래도 낫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비효율의 극치이다. 더구나 규제의 남발은 공직사회 부패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시장은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 중에 가장 훌륭한 제도라고 하지만 시장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어 정부의 역할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데 그쳐야 하고 시장이 최대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도 규제보다는 시장 원리에 더 가까운 조세 같은 수단이 바람직하다. 자식에게 “하지 마라”고 잔소리하는 것은 쉽지만 효과는 별로 크지 않다. 칭찬과 격려로 스스로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다. 자유로운 경쟁 속에 창의성이 발휘되고 도전정신이 발현되는 것이다. 창의성, 도전정신이야말로 발전의 원동력이다. 자유경쟁과 시장경제를 옹호한 경제학자 하이에크의 말을 빌리면, 정부가 모든 걸 해결해 주기 바라는 것은 ‘노예가 되는 길’(The Road to Serfdom)이다.
  • [열린세상] 미래창조과학, 미래창조문화/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열린세상] 미래창조과학, 미래창조문화/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창조경제의 개념을 두고 논의가 분분하다. 진통 끝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창조경제를 이끌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었다. 이후 모든 국가 정책에는 ‘창조’란 용어가 수식어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일찍이 없던 부처가 탄생하자 얼리 어댑터 기질이 강한 우리 국민들은 새 부처의 역할과 영향에 대해 숱한 기대와 해석을 쏟아냈다. 사람들은 미래창조과학이라는 전대미문의 언어 조립으로 인해 미래는 과학으로 창조된다는 암시를 받게 되었다. 미래부 차관이 “창조경제의 씨앗은 과학기술에서 나오는 상상력”이라 정의했고 “정보통신기술(ICT)이 창조경제의 비옥한 토양이 될 것”이라 했다. 그러한 멋진 표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과 경제를 바꾼다’는 식의 많이 들어본 듯한 설명 방식에 별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 세기의 문지방을 넘어오는 동안에도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 왔다. 올해 국가예산 342조원 중 교육과학기술부 예산은 전체 예산의 16%를 상회하는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은 1.1%에 불과하다. 이러한 극심한 불균형은 역대 보수정권 진보정권 할 것 없이 산업의 시대에도, 문화의 세기에도 요지부동의 구도가 되어 왔다. 척박한 토양에서 좋은 과일을 얻을 수 없듯이 그간 예술과 인문을 도외시해 온 우리 사회는 성장동력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한때 첨단기술 기반의 제품으로 세계를 제패했던 일본이 구글, 애플에 무릎을 꿇고 침체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창조적 혁신보다는 그들이 보유한 기술을 개선하는 방식을 통해 극한의 성능에 도달하고자 하는 선형적 개발모델을 고수해 왔다. 그러한 접근 태도가 미래에 대한 상상적 도약을 저해했고, 스스로 시대 변화의 속도에 둔감해졌다. 과학기술은 물질적으로 풍요의 시대를 열었지만, 위대한 과학적 진보는 기술 자체의 진화이기보다 사물과 현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는 창의적 사고를 통해 가능했다. 아름다움을 향한 열망과 인문학적 사유는 창의성의 원천이다. 창조경제를 설명할 때 대표 사례로 등장하는 해리포터의 성공은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상상력이 원료가 되고, 미디어 기술이 수단이 되어 열매를 거둔 것이다. 창조경제 실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모든 국면에서 창조적으로 발상하는 개개인과 그들의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는 유연한 사회 환경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첫째, 창조의 토양인 문화와 창조의 주체인 인간에게 투자하는 것이고 둘째, 새로움을 길어 올리는 힘인 문화와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힘인 과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다. 영국 문화미디어부(DCMS)의 보고서 ‘창조적 영국: 새로운 경제를 위한 새로운 재능’에 따르면 ‘창조적 영국’을 위한 최우선 전략은 개인의 창의성을 진작시킬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로 이를 조직적으로 관리하여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일이며, 세 번째 전략은 기술개발을 위한 혁신적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들은 범정부 차원의 ‘창조산업 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문화미디어부를 주무부서로 각 부처 간 유기적인 업무 분담과 협력을 유도했다. 우리에겐 신생 미래창조과학부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과거의 교육과학기술부·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지식경제부의 일부 기능이 결합돼 이식된 나무들처럼 몸살을 앓고 있고, 문체부와는 업무 분할을 두고 불협화음이 들린다. 과학과 문화의 벽을 허물고 통섭의 지식을 추구하는 에지(Edge)의 발행인 존 브록만은 문학, 예술, 과학기술을 포괄하는 통합적 지식세계인 ‘제3의 문화’가 미래사회를 이끌 것이라고 했다. 과학기술의 토양에는 문예정신이 있고, 그것을 작동케 하고 시장으로 연결하는 데는 디자인이라는 수단이 있다. 역사적으로 문화적 축적이 취약한 곳에서 과학의 진보가 있었던 예를 찾아볼 수 없고, 과학강국이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배후에는 수준 높은 창조적 집단이 포진되어 디자인을 매개로 혁신을 이루었다. 미래창조는 문화력에 과학기술력이 연합할 때 승수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인간 유전자, 기업 소유 될 수 있나

    인간 유전자의 특허권을 둘러싼 역사적 소송이 미국에서 최종 심판대에 선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미국시민자유연합(ACLU)과 공공특허재단이 생명공학 회사인 미리어드 제네틱스를 상대로 낸 인간 유전자 특허 취소 소송에 대해 15일(현지시간) 구두변론을 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9년 시작된 이번 소송은 미리어드사가 특허권을 보유한 2종의 여성 유전자가 지적재산으로 인정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1심은 ACLU 측의 손을 들어줬고, 2심에서는 미리어드가 승소해 대법원의 판결만을 남겨 두고 있다. BRCA1과 BRCA2로 불리는 2종의 유전자는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어드사는 여성 인체에서 추출한 이 유전자로 유방암 및 난소암 발병 가능성을 진단하는 상품을 만들어 회당 3340달러(약 374만원)에 독점 판매하고 있다. ACLU와 공공특허재단은 인간 유전자가 자연의 산물이라 현행 특허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리어드사는 특정 유전자를 분리하는 행위에 창의성이 필요해 특허권이 인정돼야 하며 개별 유전자가 자연 상태로는 인간의 몸 안팎에서 존재할 수 없어 인위적 산물에 속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의학협회와 미국인간유전체학회 등 의학·생명과학 단체들은 유전자가 특허권으로 묶이면 유전자 샘플 공유 등 연구활동이 위축돼 공익에 어긋난다며 미리어드의 특허권을 취소해야 한다는 서면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DNA 구조를 처음으로 규명해 노벨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도 동참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대기업 인재 제1덕목 ‘도전정신’

    대기업 인재 제1덕목 ‘도전정신’

    국내 100대 기업이 바라는 인재의 첫 번째 덕목이 5년 전에는 ‘창의성’이었으나 올해는 ‘도전정신’으로 바뀐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5일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인재상을 조사한 결과 1순위로 도전정신을 꼽은 기업이 88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인의식(78개사), 전문성(77개사), 창의성(73개사), 도덕성(65개사), 열정(64개사), 팀워크(63개사) 순으로 나타났다. 2008년 조사에서는 창의성(71개사), 전문성(65개사), 도전정신(59개사), 도덕성(52개사), 팀워크(43개사) 등의 순이었다. 5년 전에는 가장 중시했던 창의성이 지금은 4위로, 2위였던 전문성은 3위로 밀려나는 대신에 도전정신이 3위에서 1위로, 주인의식은 8위에서 2위로 올라선 것이다. 특히 업종별로 금융보험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전문성(90.5%)을 1순위로 꼽았다. 이 역시 불황을 감안한 보수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4대강, 전문가가 검증해야 중립·객관성 담보될 것”

    “4대강, 전문가가 검증해야 중립·객관성 담보될 것”

    “최근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현장에서 경험 위주로 작업하고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가해자에게 환경오염 피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묻는 법률을 만들 계획이다.” 정부는 환경피해 예방 및 구제에 관한 법률(환경책임법) 제정을 통해 환경오염 피해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구제기금도 마련하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사고 원인자가 보상과 배상을 하도록 하고, 비용은 보험회사가 책임지는 형태다. 아울러 같은 회사에서 일정 기간 내에 잇따라 사고가 나면 불이익을 주는 ‘3진 아웃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1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안 해결과 향후 환경복지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까다로운 업무 스타일 때문에 붙은 ‘독일 병정’이란 별칭은 옛말이다. 바쁘다 보니 ‘연필 깎을 시간도 없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다음은 윤 장관과의 일문일답. →취임 한 달 동안의 소회와 환경부 수장으로서 각오를 밝힌다면. -환경부 본부를 떠난 지 9년, 공직에서 물러난 지 4년 만에 다시 환경부에 돌아왔다. 환경부는 젊음을 바친 곳이기에, 돌아왔을 때에는 마음의 고향에 왔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한편으론 시대적 과업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 환경에 대한 현 세대들의 요구뿐만 아니라, 말 못하는 동식물과 후세대가 전하는 무언의 메시지까지 귀 담아 듣고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잇따른 화학물질 유출 사고에 대해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안은. -그간의 화학사고는 유독가스 분출로 짧은 시간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대응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기관 간의 역할을 분담하고, 대응 기관의 전문성도 확보해야 한다. 화학사고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사고 예방에서부터 대응, 피해 보상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효과적인 대책을 조속히 만들겠다. 먼저 사고 예방을 위해 낡은 시설에 대한 점검과 안전교육, 지도·감독 등을 강화하겠다. 유해 화학물질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선진국형 ‘장외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화학업체나 시설을 설치할 때 사고가 발생하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에 예측해 대응책을 만드는 것이다. 개발할 때 사전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보면 된다. 환경오염 피해 원인자에게 배상 책임을 지우고, 원인자 없는 환경오염 피해 사고에 대비해 환경오염 피해 구제기금도 조성할 계획이다. →피해 배상제도와 기금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화학물질 사고 발생과 허술한 사고 수습의 가장 큰 원인이 경영진의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다.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피해배상 책임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사고 발생 위험도가 높은 업종(69종)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해 원인자(가해자)가 피해를 책임 배상하게 하는 제도다. 원인자가 불명·부존재·무능력일 경우, 환경오염 피해 구제기금으로 피해를 구제토록 할 방침이다. 이른 시일 내에 특별법을 제정하겠다. 아마도 올해 중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법률 명칭은 환경책임법인데 ‘환경피해 예방 및 구제에 관한 법률’로 구체적인 대안을 담을 것이다. 경북 구미시 불산 유출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가 났을 경우 사고 기업이 그 피해를 배상하지 못해 세금으로 전액 지원했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피해액을 해당 회사가 배상하게 돼 경영진이 화학물질 관리에 신경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세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보험료의 일정 비율을 보조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 →새 정부는 ‘국민복지시대’를 강조한다. ‘환경복지’에 대한 열망도 높은데 실현 방안은. -환경복지는 환경 서비스 혜택을 누구나 동등하게 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를 위해 먼저 농어촌의 환경서비스 격차를 해소할 계획이다. 상수도를 대폭 확충하고, 폐비닐 등 농촌폐기물 수거를 강화하고, 발암성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지붕을 안전하게 철거하는 사업 등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겠다. 아울러 도시민도 대문 밖에서 손쉽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자연마당이나 생태놀이터와 같은 휴식 공간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실 논란이 계속 제기된다. 불신과 의혹을 없애기 위한 조치는. -불신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찬성이나 반대에 치우친 모범 답안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답을 도출해야 한다. 중립성·객관성·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점검·평가 주체를 선정해서 검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만 환경부나 국토교통부 등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 주체가 직접 검증을 수행하는 것은 신뢰성 측면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가 집단인 제3자가 주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4대강 사업의 검증·평가 추진 체계 등에 대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 그에 맞춰 환경부에서는 국민이 공감하는 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수도권매립지 매립 연한을 놓고 서울시와 인천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해결 방안은. -쓰레기 매립과 관련된 업무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권한이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책을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서울시와 인천시 그리고 경기도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협상 테이블에서 머리를 맞대고 큰 틀에서 무엇이 올바른 방향인지 결론을 내야 한다. →지난 정부는 민간단체와 대화 단절 등 갈등을 빚었다. 향후 시민·환경단체들과 관계 개선 방안은. -지난 정부 때는 환경단체에서 촛불시위 참여와 4대강 사업반대에 편향된 비정부기구(NGO) 활동 등으로 정부와 공식 대화가 단절되고, 보조금 지원 중단 등 갈등구조가 지속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민간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국정 현안 해결과 정책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환경단체와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 주요 환경단체 사무처장과 정책 토론 워크숍을 개최하고, 환경단체 대표자와의 면담 등을 활성화하겠다 →새 정부의 정책 핵심 키워드가 창조경제, 일자리 창출인데 환경부의 복안은. -창조경제는 기존 생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을 창출하고, 국민행복의 수준을 높여 나갈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하지만 환경 분야의 일자리는 이제까지 기업의 규모나 근무환경 측면에서 매력 있는 일자리로 여겨지지 않았다. 앞으로는 환경 서비스를 선진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도 늘려가며 환경과 경제의 창조적 선순환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 생활소음 저감이나 실내 공기질 개선과 같은 창조적인 환경산업을 육성하고, 국민의 안전과 복지에 기여하도록 하겠다.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1956년 충북 충주 출생 ▲충주공업전문학교(5년제), 한양대 기계공학 ▲건설부 시행 국가공무원 공채 7급 ▲ 제13회 기술고등고시 합격 ▲수질보전국장, 환경정책국장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 ▲국립환경과학원장, 기상청 차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객원 연구위원 ▲환경부 지원 ‘폐자원에너지화 온실가스 사업단’ 단장
  • “화학물질 사고 기업이 전액 배상해야” 윤성규 환경부 장관 단독 인터뷰

    “화학물질 사고 기업이 전액 배상해야” 윤성규 환경부 장관 단독 인터뷰

    “최근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현장에서 경험 위주로 작업하고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가해자에게 환경오염 피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묻는 법률을 만들 계획이다.” 정부는 환경피해 예방 및 구제에 관한 법률(환경책임법) 제정을 통해 환경오염 피해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구제기금도 마련하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사고 원인자가 보상과 배상을 하도록 하고, 비용은 보험회사가 책임지는 형태다. 아울러 같은 회사에서 일정 기간 내에 잇따라 사고가 나면 불이익을 주는 ‘3진 아웃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1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안 해결과 향후 환경복지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까다로운 업무 스타일 때문에 붙은 ‘독일 병정’이란 별칭은 옛말이다. 바쁘다 보니 ‘연필 깎을 시간도 없다’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다음은 윤 장관과 일문일답. →취임 한 달 동안의 소회와 환경부 수장으로서 각오를 밝힌다면. -환경부 본부를 떠난 지 9년, 공직에서 물러난 지 4년 만에 다시 환경부에 돌아왔다. 환경부는 젊음을 바친 곳이기에, 돌아왔을 때에는 마음의 고향에 왔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한편으론 시대적 과업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 환경에 대한 현 세대들의 요구뿐만 아니라, 말 못하는 동식물과 후세대가 전하는 무언의 메시지까지 귀 담아 듣고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잇따른 화학물질 유출 사고에 대해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안은. -그간의 화학사고는 유독가스 분출로 짧은 시간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대응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기관 간의 역할을 분담하고, 대응 기관의 전문성도 확보돼야 한다. 화학사고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사고 예방에서부터 대응, 피해 보상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효과적인 대책을 조속히 만들겠다.  먼저 사고 예방을 위해 낡은 시설에 대한 점검과 안전교육, 지도·감독 등을 강화하겠다. 유해 화학물질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선진국형 ‘장외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화학업체나 시설을 설치할 때 사고가 발생하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에 예측해 대응책을 만드는 것이다. 개발할 때 사전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보면 된다. 환경오염 피해 원인자에게 배상 책임을 지우고, 원인자 없는 환경오염 피해 사고에 대비해 환경오염 피해 구제기금도 조성할 계획이다. →피해 배상제도와 기금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화학물질 사고 발생과 허술한 사고 수습의 가장 큰 원인이 경영진의 안전 불감증에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피해배상 책임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사고 발생 위험도가 높은 업종(69종)에 대하여는 의무적으로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해 원인자(가해자)가 피해를 책임 배상하게 하는 제도다.  원인자가 불명·부존재·무능력일 경우, 환경오염 피해 구제기금으로 피해를 구제토록 할 방침이다. 이른 시일 내에 특별법을 제정하겠다. 아마도 올해 중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법률 명칭은 환경책임법인데 ‘환경피해 예방 및 구제에 관한 법률’로 구체적인 대안을 담을 것이다. 경북 구미시 불산 유출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가 났을 경우 사고 기업이 그 피해를 배상하지 못해 세금으로 전액 지원했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피해액을 해당 회사가 배상하게 돼 경영진이 화학물질 관리에 신경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세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보험료의 일정 비율을 보조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 →새 정부는 ‘국민복지시대’를 강조한다. ‘환경복지’에 대한 열망도 높은데 실현 방안은. -환경복지는 환경 서비스 혜택을 누구나 동등하게 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를 위해 먼저 농어촌의 환경서비스 격차를 해소할 계획이다. 상수도를 대폭 확충하고, 폐비닐 등 농촌폐기물 수거를 강화하고, 발암성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지붕을 안전하게 철거하는 사업 등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겠다. 아울러 도시민도 대문 밖에서 손쉽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자연마당이나 생태놀이터와 같은 휴식 공간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실 논란이 계속 제기된다. 불신과 의혹을 없애기 위한 조치는. -불신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찬성이나 반대에 치우친 모범 답안이 아닌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답을 도출해야 한다. 중립성·객관성·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점검·평가 주체를 선정해서 검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만 환경부나 국토교통부 등 4대강 살리기사업 추진 주체가 직접 검증을 수행하는 것은 신뢰성 측면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가 집단인 제3자가 주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4대강 사업의 검증·평가 추진 체계 등에 대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 그에 맞춰 환경부에서는 국민이 공감하는 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수도권매립지 매립 연한을 놓고 서울시와 인천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해결 방안은. -쓰레기 매립과 관련된 업무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권한이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책을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서울시와 인천시 그리고 경기도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협상 테이블에서 머리를 맞대고 큰 틀에서 무엇이 올바른 방향인지 결론을 내야 한다. →지난 정부는 민간단체와 대화 단절 등 갈등을 빚었다. 향후 시민·환경단체들과 관계 개선 방안은. -지난 정부 때는 환경단체에서 촛불시위 참여와 4대강 사업반대에 편향된 비정부기구(NGO) 활동 등으로 정부와 공식 대화가 단절되고, 보조금 지원 중단 등 갈등구조가 지속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민간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국정 현안 해결과 정책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환경단체와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 주요 환경단체 사무처장과 정책 토론 워크숍을 개최하고, 환경단체 대표자와의 면담 등을 활성화하겠다 →새 정부의 정책 핵심 키워드가 창조경제, 일자리 창출인데 환경부의 복안은. -창조경제는 기존 생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을 창출하고, 국민행복의 수준을 높여 나갈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하지만 환경 분야의 일자리는 이제까지 기업의 규모나 근무환경 측면에서 매력 있는 일자리로 여겨지지 않았다. 앞으로는 환경 서비스를 선진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도 늘려가며 환경과 경제의 창조적 선순환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 생활소음 저감이나 실내 공기질 개선과 같은 창조적인 환경산업을 육성하고, 국민의 안전과 복지에 기여하도록 하겠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1956년 충북 충주 출생 ▲충주공업전문학교(5년제), 한양대 기계공학 ▲건설부 시행 국가공무원 공채 7급 ▲제13회 기술고등고시 합격 ▲환경청, 환경처 근무(5급) ▲수질보전국장, 환경정책국장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 ▲국립환경과학원장, 기상청 차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객원 연구위원 ▲환경부 지원 ‘폐자원에너지화 온실가스 사업단’ 단장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열린세상] 창조경제의 역할과 한계/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창조경제의 역할과 한계/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난해 12월에 끝난 대통령 선거 이전에는 ‘경제민주화’를 놓고 여러 차례 공허한 논쟁이 전개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탄생과 더불어 경제민주화는 ‘원칙이 바로 선 경제’로 대체되더니, 최근에는 창조경제를 놓고 여당 내에서조차 한바탕 대격론이 있었다. 많은 국회의원은 지역구 주민들이 ‘창조경제’가 무엇이냐고 물어온다고 전한다. 응답자의 8.9%만 그 내용을 알겠다는 언론의 조사 결과도 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부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와 일자리,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논쟁을 정리했다. 경제민주화의 경우도 무엇을 경제민주화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를 논의하다 보면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정책의 종류와 범위가 분명해지듯이, 창조경제도 무엇을 창조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가 정해지면 추진하려는 정책을 보다 분명히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호킨스는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란 저서에서 창조경제를 지식과 정보를 생성하거나 이를 이용하는 일단의 경제활동으로 정의했다. 그는 창조경제에는 광고, 건축, 미술품, 공예품, 디자인, 패션, 필름, 음악, 공연예술, 출판,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 장난감과 게임, TV와 라디오 및 비디오 게임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유럽연합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위에 열거한 문화와 창조부문이 유럽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한 비율은 독일이 3.4%, 프랑스 3.1%, 영국은 2.4%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EU 회원국은 2%에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이끄는 자동차와 전자, 철강, 조선 산업은 이미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창조경제가 새로운 과제가 될 필요성은 크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창조경제란 ‘광범위한 지식기반 산업에서의 기술 융복합 과정을 통해 창조적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시스템’이라고 폭넓게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산업은 대부분 추격형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선도형 기술에 진입한 일부 산업도 기초 R&D 축적의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기술 수준에 대한 자기 비하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아직 내생적 자체 기술도 확보하지 못한 많은 산업부문에서 융복합 기술이란 환상을 좇아 허황된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창조창업기금’을 낭비해서도 안 될 것이다. 창조경제는 무지개처럼 멀리 있는 경제가 아니다. 그나마 경쟁력을 가진 부문에서 제품 혁신과 공정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창조경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창조경제가 잘못 추진되면 대규모의 낭비와 위험이 수반될 수 있다. 새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녹색성장정책이 요란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왜 내실 있는 실적물을 내놓지 못하고 유야무야한 결과에 도달했는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창조창업기금’의 조성이 논의되고 있다. 기금의 용도는 창조산업 참가자들이 특허 등의 지적재산(IP) 취득을 목표로 삼도록 유도하고, 지적재산 금융에 정부가 간접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1년 국가 간 지식재산 거래시장 규모는 2400억 달러에 달했으며, 2년 만에 20%나 성장했다고 한다. 그 한 예로 미국의 위스콘신대학 특허관리재단(WARF)은 특허를 수익화한 자금으로 24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으며, 2012년 9월 말 기준으로 1년간 평균수익률 17.09%를 기록했다고 한다. 정부가 모든 창조기업의 프로젝트를 직접 심사평가하려는 순간 창조기업은 비창조기업이 될 것이다. 창조기업과 창조적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는 전문적인 특허와 지적재산 평가전문 인력을 가진 IP 금융업체에서 하고, 정부는 이러한 IP 금융기관을 간접지원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할 때에만 창조경제에 대한 리스크가 줄고 낭비가 최소화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계획 실현계획(안)’과 ‘창조경제 실현특별법(가칭)’ 제정 과정에서 창조는 민간이 하는 것이지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님을 상기시켜 주길 바란다.
  • ‘선장’없는 미래부 ‘창조’없는 정책 남발

    ‘창조경제’의 총괄 사령탑을 맡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발부터 연속으로 삐걱거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다면서 창조경제의 개념을 물어보는 어설픈 문항을 제시하는가 하면 다른 부처와 산하기관들에 ‘창조경제에 맞춘 연구개발(R&D) 예산안’ 수립을 강요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 5일부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와 함께 ‘창조경제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이 설문은 과총 회원 등 100만명 이상에게 발송됐다. 미래부는 “창조경제는 창의성을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경제”라고 제시한 뒤 10가지 문항을 물었다. 하지만 문항의 대부분은 ‘창조경제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느냐’, ‘이전의 경제와 다르다고 생각하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등에 ‘그렇다’ 또는 ‘아니다’로 답하는 의미 없는 질문들로 가득 차 있다. ‘창조경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고 응답자들에게 되묻는 문항도 있다. 또 ‘미래부에 바라는 점’ 문항에서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현될 수 있는 환경’, ‘경제 성장과 복지의 균형’,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먹거리’ 등 정부가 당연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들 중 2개를 선택하도록 했다. 한 민간 조사기관 전문가는 “창조경제에 반대하는 답변이 일정 수준을 넘는다고 해서 정책 기조를 바꿀 것도 아니잖으냐”면서 “무의미한 조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설문 내용 등을 과총 측에서 알아서 한 것으로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부가 9일 공청회에서 제시할 예정인 ‘2014년도 정부 연구개발(R&D) 투자 방향 및 기준’도 알맹이는 없이 창조경제라는 구호만을 강조하고 있다. 미래부는 내년 국가 R&D 예산을 17조원 규모로 산정하면서, 4대 중점 추진 분야를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R&D’, ‘국민행복을 구현하는 R&D’, ‘창의적 과학기술 혁신역량 강화’, ‘정부 R&D 투자시스템 선진화’로 설정했다. 하지만 개별 분야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하지 않았다. 8일부터 진행하는 ‘전 국민 소프트웨어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역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모전 주제는 소프트웨어 정책의 법, 제도 개선, 창업, 인력양성 등에 대한 개선방안이다. 하지만 미래부는 지원자의 기술력을 평가해 연구비와 기자재 구입비 등을 5000만~1억원씩 지원하는 사업 참여 시 가점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시론] 창조경제는 말장난이 아니다/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시론] 창조경제는 말장난이 아니다/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창조경제가 화두다. 지금까지 그 어떤 단어도 이렇게 뜨겁게 등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공부 열기가 뜨겁다. 연구기관들은 보고서를 쏟아내고, 하루에도 몇 차례 포럼과 세미나를 알리는 메일이 날아온다. 그러나 자료 가운데 상당수는 함량 미달이다. 그동안 해왔던 이야기에서 몇 단어를 적당히 바꿔치기했다는 의심이 드는 보고서들도 적지 않다. 뭐라도 좀 얻어내 보자는 사심이 엿보이는 논의들도 보인다. 그래서 창조경제가 또 다른 하루살이 유행에 그칠지, 아니면 경제의 틀을 바꿀 큰 변화의 시작일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나라의 발전과정은 생산요소의 과감한 투자, 다시 말하자면 압축적 자본축적과정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특정한 산업영역을 정부가 선택하고, 그에 따른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자본주도형 성장을 이루어 냈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경험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낮아지는 현상을 겪었고,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없이는 더 이상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실업과 침체의 유령이 문 앞에서 계속 넘실거리고 있다. 과거 정부들이 지식경제 혹은 경제주체들의 혁신을 강조해 왔던 것은 바로 이런 인식의 산물이다. 한때 벤처기업 창업이 강조되기도 했고, 연구개발 예산에 대한 지속적인 확충이 이루어져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2위에 도달했다. 특허출원도 세계 4~5위를 다투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가 다른 경쟁국가들에 비해 혁신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창조경제 논의는 우리의 어제와 오늘에 대한 면밀한 검토에서 시작해야 한다. 과거 정책의 공과에 대해 숙고해 보지 않으면 비슷한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창의와 혁신에 도달하는 길이 매우 꼬불꼬불하고 희미하다는 점이다. 조직이론 연구학자들은 조직이 창의적인 결과물을 원한다면 역설적으로 단기적인 비효율을 감내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바 있다. 기업가 정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합리적인 방법으로는 성공확률을 계산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성공한 창업자들의 비결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말장난이 아니다. 창의성의 쉽지 않은 특성 탓에 웃지 못할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라고 다그쳐 직원들이 매일 야근한다는 권위적인 회사도 있다. 창업위험을 분산시켜 벤처기업 창업을 지원해줄 목적으로 만든 금융기관이 창업자의 부모와 일가친척의 집에까지 담보를 설정하는 바람에 인생위험이 몇 배로 증폭되는 사례도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과학자와 예술가, 창업자들에게 파격적인 대우와 좋은 문화를 제공해 새로운 지식과 혁신을 만들어 내도록 하자는 야심찬 계획인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에서 창업자와 예술가가 빠지더니 파격적인 대우와 좋은 문화도 빠져, 또 하나의 정부출연연구기관 설립으로 끝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이야기에 특별한 악역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 늘 해오던 방법대로 창의와 혁신을 다룬 것이 문제일 뿐이다. 정부와 관련된 많은 주체들이 창조경제라는 이름에 맞는 새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급히 만든 단기적인 사업에 창조경제라는 이름을 섣불리 붙인다면,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는 또 그렇고 그런 유행어로 전락될지도 모른다. 이번 정부가 역사적인 창조경제정부로 기록되려면 마음 단단히 먹고 시스템 실패를 일으키는 수많은 창의성의 적들과 한판 싸움을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한다. 학교에서, 기업에서, 공공부문 곳곳에 창의와 혁신이 숨쉬도록 만드는 일은 이번 정부에서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남의 기술 따라 말고 남의 성공 좇지 마라…그게 창의, 창조경제

    남의 기술 따라 말고 남의 성공 좇지 마라…그게 창의, 창조경제

    ‘창조경제’의 개념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 ‘기존 기술과의 융·복합’ 등 수많은 정의가 난무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전히 뜬구름 잡는 소리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뇌파 연구 전문 벤처 ‘뉴로스카이’가 창조경제의 개념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004년 설립된 뉴로스카이는 뇌파 측정·분석 기술을 컴퓨터 게임, 장난감 등에 결합하는 아이디어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벤처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금만 5000만 달러가 넘고 전 세계 약 2000개의 협력사를 갖고 있다. 뉴로스카이의 기술은 2009년과 2010년 ‘전미 기술 혁신상’을 수상했다. 특히 발견된 지 100년이 넘어 특허조차 나오지 않는 뇌파에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낸 독특한 사례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뉴로스카이의 공동 창업자는 한국인 이구형(60) 박사와 임종진(47) 박사다. 뉴로스카이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이 박사를 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열린 리더스 특강을 앞두고 만났다. 서울대와 미국 버지니아공대를 나온 이 박사는 LG전자에서 10년 이상 연구원으로 일하다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창업에 도전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 박사는 “한국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창의성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창의성인데 이를 생략한 채 창조경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취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하는 사회에서 과연 창업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면서 “사장이 되는 교육과 사원이 되는 교육은 분명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한국 기업들은 복장 자율화, 출퇴근 자율화가 창조성을 계발하는 방법인 것처럼 여겼지만 창조성은 결코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획일적으로 교육을 받으며 억눌린 창조성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강제적이고 집중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창조적 생태계의 대표적 모델로 꼽히는 실리콘밸리에 대해서는 “이곳에도 분명히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한다”고 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를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 비유했다. 수많은 슬롯머신이 있지만 그중에 돈을 벌 수 있는 기계는 10개 미만인 것처럼 성공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 가장 많은 건 가구점과 중고 상점인데 그만큼 망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점으로는 “아이디어에 대한 존중, 투자나 기술력에 대한 명확한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것”을 꼽았다. 이 박사는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이 성공하면 그 기술을 따라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다른 사람이 성공한 것은 피하려는 차이가 있다”면서 “이 차이가 실리콘밸리를 세계적인 창조 생태계로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에는 ‘공정 경쟁’ 장치의 마련을 주문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빼앗기거나 이용당하지 않고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건전한 경쟁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심판이 돼서 불법적인 부분이나 대기업의 과도한 횡포 등을 막아 공정 경쟁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주도의 정책은 정부의 방향이 바뀌면 한순간에 끝나 버리지만 결국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시장에 적합하고 시장을 바꾸는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창업자가 모든 것을 갖고 나누지 않으려는 한국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박사와 공동 창업자인 임 박사 역시 타이완계 전문 경영인에게 기업을 맡기고 현재는 기술 개발에만 주력하고 있다. 이 박사는 “파이를 나누는 것보다 파이를 키워서 기업을 공개하면 결국 내 몫도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남의 기술 따라 말고 남의 성공 좇지 마라 그게 창의, 창조경제

    남의 기술 따라 말고 남의 성공 좇지 마라 그게 창의, 창조경제

    ‘창조경제’의 개념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 ‘기존 기술과의 융·복합’ 등 수많은 정의가 난무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전히 뜬구름 잡는 소리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뇌파 연구 전문 벤처 ‘뉴로스카이’가 창조경제의 개념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004년 설립된 뉴로스카이는 뇌파 측정·분석 기술을 컴퓨터 게임, 장난감 등에 결합하는 아이디어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벤처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금만 5000만 달러가 넘고 전 세계 약 2000개의 협력사를 갖고 있다. 뉴로스카이의 기술은 2009년과 2010년 ‘전미 기술 혁신상’을 수상했다. 특히 발견된 지 100년이 넘어 특허조차 나오지 않는 뇌파에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낸 독특한 사례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뉴로스카이의 공동 창업자는 한국인 이구형(60) 박사와 임종진(47) 박사다. 뉴로스카이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이 박사를 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열린 리더스 특강을 앞두고 만났다. 서울대와 미국 버지니아공대를 나온 이 박사는 LG전자에서 10년 이상 연구원으로 일하다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창업에 도전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 박사는 “한국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창의성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창의성인데 이를 생략한 채 창조경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취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하는 사회에서 과연 창업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면서 “사장이 되는 교육과 사원이 되는 교육은 분명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한국 기업들은 복장 자율화, 출퇴근 자율화가 창조성을 계발하는 방법인 것처럼 여겼지만 창조성은 결코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획일적으로 교육을 받으며 억눌린 창조성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강제적이고 집중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창조적 생태계의 대표적 모델로 꼽히는 실리콘밸리에 대해서는 “이곳에도 분명히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한다”고 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를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 비유했다. 수많은 슬롯머신이 있지만 그중에 돈을 벌 수 있는 기계는 10개 미만인 것처럼 성공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 가장 많은 건 가구점과 중고 상점인데 그만큼 망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점으로는 “아이디어에 대한 존중, 투자나 기술력에 대한 명확한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것”을 꼽았다. 이 박사는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이 성공하면 그 기술을 따라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다른 사람이 성공한 것은 피하려는 차이가 있다”면서 “이 차이가 실리콘밸리를 세계적인 창조 생태계로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에는 ‘공정 경쟁’ 장치의 마련을 주문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빼앗기거나 이용당하지 않고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건전한 경쟁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심판이 돼서 불법적인 부분이나 대기업의 과도한 횡포 등을 막아 공정 경쟁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주도의 정책은 정부의 방향이 바뀌면 한순간에 끝나 버리지만 결국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시장에 적합하고 시장을 바꾸는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창업자가 모든 것을 갖고 나누지 않으려는 한국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박사와 공동 창업자인 임 박사 역시 타이완계 전문 경영인에게 기업을 맡기고 현재는 기술 개발에만 주력하고 있다. 이 박사는 “파이를 나누는 것보다 파이를 키워서 기업을 공개하면 결국 내 몫도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하려면 개념보다 실천방안 제시해야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하려면 개념보다 실천방안 제시해야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창조경제’가 늪에 빠졌다.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도,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선문답만 반복됐다. 여당에서도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고 창조경제 구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관계자들조차 ‘한국형 정책의 실패’를 떠올린다. 외국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정책이 ‘한국형’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되는 과정에서 핵심은 사라지고 실패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져 가고 있다. 창조경제라는 슬로건보다는, 현실적인 발전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창조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교수는 2일 “추격형 성장이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시도가 계속됐다”면서 “하지만 해외 사례에 ‘한국형’을 붙여 도입한 사례 중 성공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국형 정책의 실패는 1999년 독일의 막스플랑크·프라운호퍼 연구회를 본뜬 정부출연연구소 지배구조 개편에서부터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당시 정부는 기초연구를 응용연구와 연결해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목표에 독일식 체제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도입 과정에서 부처 간 이기주의, 정책 집행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독립적인 운영 대신 정부 산하 연구회로 타협했다. 그 결과 출연연 간 칸막이와 옥상옥 구조로 여전히 비효율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실리콘밸리 같은 과학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지만, 지역 안배 논란 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과학벨트의 모태가 된 은하도시포럼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문화·과학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구상이었는데 지금은 과학기술투자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연어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해 우수 과학자를 유치하려던 ‘브레인 500’ 역시 ‘전폭적인 지원과 신분보장’이라는 핵심 조항이 빠지면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라는 국제적 이슈를 한국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녹색성장’도 ‘성장’에 집착하다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남았다. 창조경제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당초 창조경제의 개념은 1990년대 중반 유럽 각국이 생산성을 쉽게 높이거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문화산업을 육성하는 데서 시작됐다. 2001년 영국의 경영전략가인 존 호킨스의 ‘창조경제’는 이런 경향을 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5단계론’으로 체계화했다. 사람들이 대량 생산, 대량 소비로 대표되는 하위단계의 욕구를 충족한 만큼 창조산업에서 새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도 이에 기반, 2008년부터 각국의 창조산업 동향과 경쟁력을 담은 ‘창조경제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호킨스와 UNCTAD는 문화를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꼽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창조경제의 정의와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입장이다. 창조경제를 모든 산업에 창조성을 도입하는 것으로 정의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무조건 외국과 다르게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몇 년 전부터 각 기업들이 조직 내 창의성이 중요하다며 구성원들에게 창의성을 강요하다가 실패했던 것과 똑같은 얘기를 정부가 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이론을 확장하면서 방법을 고민하기보다는 개념에만 매몰돼 벌어진 문제”라고 지적했다. 창조경제라는 기조 자체가 정부 차원에서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는 분석도 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의 성공이 A를 투입하면 무조건 B가 나오는 산업 덕분이었다면 창조산업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거나 전혀 다른 것이 나올 수 있다”면서 “국가 차원에서는 20~30년을 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5년 내에 할 수 있는 일은 최소한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인데, 정부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창조경제’ 주창자 인터뷰] 새 아이디어 자체가 새 직업이 되는 사회 그게 창조적 생태계

    [‘창조경제’ 주창자 인터뷰] 새 아이디어 자체가 새 직업이 되는 사회 그게 창조적 생태계

     지난 2월말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창조경제’는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를 상징하는 국정과제의 기조이자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기업에 이르기까지 당장 실천하고 추구해야할 절대적인 가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뜻이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에 대한 모든 글과 발표자료에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가 2001년 펴낸 책 ‘창조경제’(Creative economy)에서 처음 사용했다”는 것이다. 2009년 창조경영연구회를 조직, 이 개념을 한국에 처음 도입해 한국형 창조경제의 틀을 제공한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도 “호킨스의 개념에서 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신문은 호킨스와의 전화·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용어와 슬로건만 있을 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창조경제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호킨스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킨스는 “창조경제는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닌, 이미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창조경제를 이루는 것은 결국 경영인의 몫이지만, 한국처럼 정부가 산업 개발이 정부 주도로 이뤄졌던 나라에는 정부가 규제의 완급조절을 통해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조경제의 명확한 개념에 대해 논란이 많다. 도대체 창조경제란 무엇인가.  -창조경제의 핵심개념은 아이디어를 이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다. 과거의 경제는 주로 토지·대량고용·자본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왔다. 창조경제에서도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들이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투입과 산출, 시장가치는 토지, 대량고용, 자본보다는 아이디어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면, 디자이너는 작업실과 전시실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품의 가치는 이런 물리적 투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영역이다. 바이어들은 “작품이 마음에 드나”“작품이 멋진가”“작품이 기쁨을 주나”“작품이 뭔가를 깨닫게 해주나”를 묻고 그것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고 가격이 매겨진다. 결국 창조경제는 기술·자산·계약·관리·가격형성 등 가치사슬 자체가 모두 과거와는 달라진 아이디어가 지배하는 새로운 체제를 의미한다.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예술을 예로 들었지만, 창조경제는 무형자산 형태의 모든 결과물과 서비스에 해당되고, 농업과 제조업 등 나아가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중국에는 이미 농업분야에서 창의성, 창조성을 점검하는 기술전담반이 있고 현재 전세계 도시 설계와 관리의 핵심은 건축물의 수나 부동산 가격이 아닌, 창조성으로 재편된지 오래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은 가격경쟁력보다는 디자인으로 제품을 차별화하면서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개선해나가고,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존에 있었고, 그 개념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나이키가 신발을 파는 기업인가. 그들이 파는 건 스타일과 참신함이고, 이미지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반면 창조경제가 구현되기 어려운 분야도 있다. 반도체를 주문생산하는 공장은 반도체 설계자들의 트렌드를 구현하는데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디어의 발전 속도를 단순한 기술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2001년 출간된 창조경제는 영화, 예술 등 문화산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창조경제에 대한 첫 아이디어는 예술·문화·대중매체·디자인 영역에서 시작된 것이 맞다. 300년 이상 진행된 기존 산업구조의 개혁을 주장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검증하기 위해서는 테스트베드가 필요한데, 창조경제의 경우 이 분야들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은 창조적 생태계가 자리잡기 위한 좋은 시금석이 된다. “사람들은 미(美)를 이해하는가” “사람들은 더 잘 이해하기를 원하는가”“사람들은 우아함과 스타일에 가치를 두는가”와 같은 고민들은 생산자는 물론 고객의 태도와 행동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스티브 잡스는 소프트웨어 기술만큼이나 서예와 타이포그라피에 대한 지식에 큰 가치를 뒀다. 그렇다고 애플이 문화기업은 아니지 않은가.  →한국은 창조경제를 문화 뿐 아니라 산업전반으로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이 이론이 전 산업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우선 산업을 구성하는 한국사람 개개인이 삶의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이 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는 단순히 또다른 사업영역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방법상의 개념이다. 그 개념 자체에 매몰되면 안된다는 뜻이다. 창조경제는 모든 사람이 개발할 수 있는 재능이나 적성과 비슷하다.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면 창조경제는 절대 구현될 수 없다. 물론 쉬운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의료서비스와 교육 같은 분야는 분명히 창조성이 필요한 분야지만, 기본적으로 이를 바라보는 환자와 의사, 교사와 학생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창조성을 강조해도 변화할 수 없다. 다만 실리콘밸리처럼 전세계적으로 창조경제를 추구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떼를 이루거나 모이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이 창조경제가 만든 창조적 생태계의 대표적인 예다.  →한국 정부는 창조경제의 핵심은 정보통신기술(ICT)에서 찾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은 가장 창조적인 영역이다. 실제로 이 두 가지는 통신망 발달과 같은 거대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냈다. 특히 미디어와 통신은 몇년에 한번씩 법 체계가 바뀌고,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한다. 창조경제 개념을 적용해 그 결과를 검증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하지만 사회적인 관점에서 모든 일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의 ICT는 산업·기술 하드웨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로 대표되는 영역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창조경제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중 하나의 날개로는 날 수 없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드웨어를 이용한 창조경제는 사회적미디어·소셜 네트워크·사용자 생성 콘텐츠 등소프트웨어의 영역을 통해서 구현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의 지나친 강조는 너무 제한적인 시각만을 보여준다. 학교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만이 가진 코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은 소프트웨어가 기계공학만큼 중요하다는, 아니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당신이 주장했던 창조경제론은 영국에서도 그 성과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사회 전 산업으로 확장되는데 상당한 장벽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분명한 것은 대량생산으로 대표되던 산업사회는 분명 사람들의 개연적 표현과 창조성에 기반해 또다른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자. 지난 15년 동안 우리는 웹(인터넷)이 1.0에서 2.0, 현재의 3.0으로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을 목격해왔다. 중국의 경우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창조성 따위는 찾을 수 없는 단순한 모방과 주문생산공장이었지만, 지금은 전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여전히 중국이 뒤쳐져 있다고 느끼고, 사회가 변화하지 않는다는 여기면 이미 스스로 창조경제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한국처럼 역사적으로 산업이 정부 주도로 발전한 나라에서는 창조경제에 있어서도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회사 구조나 운영에 대해 혁신을 이끌어내기는 힘들다. 기업의 혁신은 어디까지나 경영인의 몫이다. 정부는 나라의 모든 정책이 창조적 생태계에 적절한지를 반드시 살펴보고 점검해야 한다. 물론 엄청난 영역이다. 생각나는 것만 꼽아도 교육·훈련·세금·사회보장·산업정책·텔레콤·연구개발·경쟁정책 등이 있다. 각각의 분야에 대해 정부는 개별적으로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간섭하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창조성을 발휘하는데 장애가 되는 규제를 치워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개방·공정한 경쟁·신생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정책 등이 창조경제에서 우선시해야 할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이렇게 하면 창조경제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고, 분위기를 고취시킬 수 있다.  →창조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창조경제는 개개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창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활동은 융통성이 없고 반복적인 형태로 이뤄진다. 결국 이같은 사람들이 대다수를 이루는 사회는 창조적이 되기 힘들다. 창조경제에서 개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창조경제의 완성은 나라와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만족이 충족될 때 구현된다.  →한국 정부는 창조경제의 주목적 중 하나로 ‘일자리 창출’을 들고 있다. 창조경제는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창조경제는 하나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결과물의 가치 역시 다르다. 영화 같은 문화산업의 결과물은 유일무이함에서 가치가 생긴다. 하지만 제조업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분야에서 결과물의 가치는 대다수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복사할 수 있고 팔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결국 창조경제는 다양하게 구현되고, 가치 역시 하나로 통일해서 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사회적 유연성으로 연결된다. 이같은 얘기는 ‘창조경제’의 속편격인 ‘창조적 생태계 : 생각하는 일이 적절한 직업이 되는 곳’(Creative Ecologies: Where Thinking is a Proper Job)에서 다룬 바 있다. 유연한 사회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 생각한 것이 곧바로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기존의 정해진 직업 구분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직업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창조경제 일자리 창출은 누군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아이디어가 곧 직업이 되는 것이다.  →당신 뿐 아니라 ‘메가트랜드’의 저자인 존 나이스비츠를 비롯해 전세계 석학들이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왜 중국인가.  -중국은 오랜 기간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경직된 사회에 머물러있지만, 급격히 서구적인 사고를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인들은 글로벌한 변화에 매료돼 있다. 특히 중국은 세계적인 트렌드를 중국만의 아이디어로 바꿔 발전시키는데 능하다. 이것이 결국 중국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본다.  →한국의 창조경제에 대한 조언하자면.  -한국 정부의 새로운 시도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ICT 산업을 비롯한 한국의 발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차례 스터디해본 바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나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ICT에 대한 다양한 보고서와 시장분석 등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한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큰 영향력을 얻어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새 정부는 이 같은 기존의 트렌드를 더 강한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할 것으로 본다. ICT가 2000년대 첫 10년에 가장 중요했다면, 두번째 10년은 창조성과 창의성의 시대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존 호킨스는 1945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킬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영국 건축협회학교(AA)에서 도시디자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런던시티대와 중국 상하이창의학교 방문교수로 있다. 2011년까지 컨설팅 업체 BOP컨설팅의 회장을 맡은 바 있다. HBO와 타임워너의 유럽 지역 TV 방송 책임자로 일했고 런던영화학교 회장, 국제통신학회 이사, 유엔 고문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1년 아이디어가 산업이 되는 새로운 경제사회를 그린 ‘창조경제’를 출간, 창조경제의 원조로 불린다. 이 이론은 영국 정부가 1998년부터 추진해 온 ‘창조적 영국 정책’을 체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킨스의 창조경제론을 접한 국내 벤처기업가와 교수들이 2009년 조직한 창조경제연구회의 결과물들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창조경제를 탄생시켰다.
  • 창의성 천재들에 대한 30년간의 연구보고서

    요즘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TV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프랑스 고등학교 3학년생의 일상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공부 현장은 학교가 아닌 파리의 노천카페였다. 그 카페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철학적 주제로 토론을 나누는 모습이 독특했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철학시험을 본다. 따라서 고3 수험생들에게 철학적 사유와 토론은 필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학생들은 매일 저녁 반드시 정장을 입고 함께 밥을 먹는다. 대화와 토론을 중시하는 전통과 학풍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카페가 아닌 학원이거나 고시원에서 ‘선생님’의 말을 노트에 받아적으며 코피 나도록(?) 밤늦게까지 암기한다. 입시철이 되면 큰 강당의 설명회 장소에는 발 디딜 틈 없이 꽉 채워진다. 과연 행복할까. 흔히 ‘2%가 부족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듣기가 걸쩍지근하다. 특히 승패를 가르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2% 부족하다’는 말만큼 치명적인 표현도 없다. 이기고 싶은 것은 본능이자 근원적인 욕망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렇기만 할까? 돌려서 생각해보면 ‘2% 부족’은 위대함을 만드는 매직넘버라고 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독서’를 생각해보자.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링컨, 워싱턴, 제퍼슨, 루스벨트, 아이젠하워, 케네디 등은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케네디는 특히 ‘뉴욕타임스’ 등 신문을 즐겨 읽었다. 하버드대학 졸업논문을 ‘영국은 왜 잠을 자는가’로 썼다. 이 논문으로 케네디는 일약 전국적인 인물이 됐다. 케네디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명 대통령들은 ‘2% 부족’을 대부분 독서로 메웠다. 전염병의 위험에서 인류를 구원한 파스퇴르는 2% 포인트를 채우기 위해 ‘끈기 있는 실험’을 지속했다. 신간 ‘최고의 공부’(켄 베인 지음, 이영아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는 부제로 ‘창의성의 천재들에 대한 30년간의 연구보고서’라고 내세웠지만 2% 부족을 위한 공부법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사실 공부라는 것은 방법과 시간을 할애하는 측면에서 누구나 비슷하다. 그러나 ‘2% 부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입학과 취업 등 눈앞의 목표에만 급급한 젊은이들에게 궁극적인 꿈을 이루기 위한 공부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법을 설명한다. 교수법 분야 세계 최고의 석학인 저자는 ‘좋은 점수만을 목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흥미와 자신감을 가지고 평생 배움을 계속해 나가지 못한다면 최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1986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더들리 허슈바흐, 2012년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유명 코미디언 스티븐 콜버트 등 100명의 창의적 리더들과 나눈 인터뷰와 30년 이상 연구를 바탕으로 2% 부족을 채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1만 5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음악듣는 공무원 교육

    서울시가 직원들의 창의적 의식 함양을 위해 문화 예술 교육을 강화하고자 서울대 음대와 손을 잡았다. 시 인재개발원은 27일 서울대 음대와 ‘민관 교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직원 교육에 음악·예술 관련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약에 따라 두 기관은 힘을 합쳐 인재개발원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중 음악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기로 했다. 또 시설 활용에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재개발원은 올해 문화 예술 공연, 동아리 강좌, 국악 강의 등 총 15개 프로그램을 서울대 음대와 함께 개발해 공무원 교육에 활용하기로 했다. 인재개발원은 이런 교육이 공무원의 창의성, 감성을 고양시키는 한편 음악 전공자들에게는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협약식에는 남원준 서울시 인재개발원장과 김영률 서울대 음대 학장 등이 참석했다. 남 원장은 “이번 협약으로 음악 전공자들이 사회 활동 기회를 얻게 됨은 물론 공무원들이 감성 교육을 받을 기회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한국 교복 순위 톱10 화제…日네티즌 반응이?

    한국 교복 순위 톱10 화제…日네티즌 반응이?

    최근 국내 한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에서 문자 투표를 통해 선정한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교복 톱10’이 한 일본 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일본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인터넷매체 ‘로켓뉴스 24’가 26일 자로 소개한 ‘이것은 있다! 한국의 멋진 교복 컬렉션 10선’이란 제목의 기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물론 일본 최대 포털인 인포시크 뉴스에도 소개되면서 일본 네티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매체는 “교복은 그 학교의 상징이기도 하다. 여자 교복이 예쁜 학교는 학생이 많은 경향이 있고 학교 측도 창의성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교복 취향을 선정하는 것은 이웃 한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면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서 공개된 영상 속 이미지와 함께 한국의 교복을 소개했다. 공개된 영상은 tvN ‘세얼간이’ 프로그램으로 국내 아이돌들이 후보에 오른 중고교 10곳의 교복을 입고 모델로 나선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전주예술고, 충남외고, 부산 성모여고, 서울공연예술고, 구리 교문중, 용인외고, 서울 경기여고, 한국전통문화고, 부산 성도고, 민족사관고 순으로 각 학교의 교복을 소개했다. 당시 실시간으로 진행된 문자 투표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복 1위에는 노란색 재킷이 눈에 띄는 서울공연예술고, 2위는 핑크색의 충남외고, 3위는 복고적인 느낌의 서울 경기여고가 선정됐다. 이를 본 많은 일본 네티즌은 한국의 교복도 아름답다는 호응과 함께 해당 기사를 리트윗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그 일부를 살펴보면 고교생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아이디 hina****)은 “뭐야 이거, 이것이 교복!? 도호(桐朋·일본의 명문 음대 부속 고교)의 교복과 비교해도 만만치 않잖아, 진심으로 바꿔달라고”라고 트위터를 통해 말했고, 케이팝 팬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아이디 twitk***)은 “서현이 입고 있던 교복, 심사 위원으로 은지원 선생님”이란 말과 함께 해당 글을 리트윗했다. 하지만 반한(反韓)감정이 실린 트윗도 간혹 눈에 띄었다. 한 네티즌은 “무엇이든 일본을 흉내…. 그건 그렇고 모두 같은 얼굴로 기분 나쁘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디자이너가 학원물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너무 봤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사진=유튜브 캡처(tvN)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해킹 사전예측 기술 개발… CIO 권한 강화”

    “해킹 사전예측 기술 개발… CIO 권한 강화”

    “해킹으로 인한 PC 마비는 경제활동 중단으로 연결됩니다. 정보시스템을 총괄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의 권한을 강화하고 해킹을 사전에 예측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도 집중하겠습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마련된 장관 후보자 임시 사무실에서 이뤄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후보자는 최근 언론사·금융기관 해킹사태와 관련, “해킹은 창과 방패의 싸움인 만큼 쉽지 않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선제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후보자는 ‘선도형 창조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 철학과 소신도 밝혔다. 그는 “장관이 되면 선진국을 좇는 추격형이 아닌 시장을 이끄는 선도형으로 미래부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창조경제의 두 축은 창의적인 연구 개발로 새 기술을 만들고 이를 사업화하는 것과 기술·지식을 통해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선도형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 분야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도형은 창의성을 발휘해 연구 개발하고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인 만큼 가치는 높지만 위험 부담은 크다”면서 “처음부터 대규모로 하는 것보다 아이디어를 통한 창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미래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젊은 사람의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지고 시장에서 성공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토지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나쁜 일을 한 것처럼 보도돼서 가족들이 속상해한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저커버그 “갤럭시S4 기대돼”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갤럭시S4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안드로이드는 점점 더 매우 좋아지고 있다.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를 좋아하는데 갤럭시S4가 4월 말에 나오면 써 볼 생각에 흥분된다”는 글을 올렸다. 저커버그는 이 글을 페이스북 기반 기부단체 코지스의 대표인 조 그린의 페이스북에 댓글로 남겼다. 그린은 “갤럭시S4를 갖고 싶은 강한 욕망을 느끼고 있다”면서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람들의 의견을 물었다. 저커버그의 댓글에는 4000여명이 ‘좋아요’를 클릭했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 갤럭시S4는 다음 달 출시를 앞두고 정보기술(IT) 전문지들로부터 잇따라 호평을 받고 있다. 이위크는 “논쟁할 만하지만 아이폰5에 비해 더 많은 창의성을 기기안에 가지고 있다”고 칭찬했으며 포브스는 “삼성이 갤럭시S4의 전면에 쓰기 쉬우면서도 인간적인 소프트웨어를 내세웠다”고 평했다. 포켓 링트는 “갤럭시S4가 많은 사람들이 다른 운영체계에서 안드로이드로 옮겨 가게 할 영감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열린세상] 미래창조과학부가 성공하려면/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교수

    [열린세상] 미래창조과학부가 성공하려면/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교수

    박근혜 정부는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에서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 조직으로 경제부총리제 도입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제안했다. 10년 넘게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고심에 찬 조치다. 창조적인 원천 과학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시킨 미래 전략과 실행의 핵심 부서가 벤처·중소기업의 활성화를 이끌어 일자리 창출과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을 앞당기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미래부 신설을 위한 첫 번째 실행 단계에서부터 순탄하지 않다. 방송통신 분야의 미래부 업무 이관에 대한 의견 차이로 여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고 초대 장관 후보자인 자랑스러운 한국인 김종훈 전 알카텔루슨트 벨 연구소 사장의 갑작스러운 중도 사퇴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새 정부의 핵심 부처 출항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박근혜호는 순항해야 한다. 멀지만 짧은 항해에 국민 모두가 동승해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호의 주력 거함인 미래부가 순항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해 본다. 첫째는 미래부 함장으로서 적합한 경륜과 혜안을 지닌 장관의 선임 문제다. 다행히 이틀 전에 최문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초대 미래부 장관 후보로 추천됐다. 장관은 기초과학을 이해하고 이를 응용해 공학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하며, 개발된 기술은 효과적인 기술 이전 생태계를 통해 벤처·중소기업에서 꽃을 피우게 해야 한다. 과학의 기초이론을 중시하는 기초과학과 인간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응용과학은 완전 독립적인 영역이 아닌 만큼 상호 협력하되 창의성을 중시하고, 기술혁신과 융합을 강조하는 창조경제에서는 선도적 기초과학의 중시 및 연계가 필요하다. 효과적인 기술 이전 생태계 구축 또한 매우 시급한 문제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기초원천 연구개발비가 미국의 10분의1에 불과하지만 기술 이전 전문조직의 활성화로 사업화 성공률은 미국의 10배 이상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 또한 세계 최고의 기술 이전 메카로 잘 알려져 있다. 미래기술을 가진 세계의 젊은이들이 대한민국 ‘K-밸리’에서 사업화 성공을 실현하기 위해 모여드는 날을 앞당겨야 한다. 둘째로, 미래부는 국민적 관심이 높고 책임과 권한이 큰 부서이지만 많은 권한을 지역 및 산학연 민간단체에 이양해야 한다. 핀란드는 국립기술청(TEKES)이란 산학연 활성화 조직을 통해 한때 핀란드 경제의 20%를 차지했던 노키아가 쓰러져도 강한 벤처·중소기업으로 대체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중앙에서 미래창조과학 정책에 대한 청사진은 그리되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과 관리는 지역의 특성과 지원체제에 맞추어야 한다. 관료의 수가 많아지면 담당관 본인의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 하향 방식의 행정 체제가 고착화되고 이러한 현상은 창의적 연구개발과 융합을 통한 자발적인 기업성장 생태계 구축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창조경제의 주체인 기업과 대학 그리고 연구소가 빠른 추격자에서 벗어나 선도적 창조자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다하려면 정부 간섭을 최대한 줄여 권한과 책임을 갖고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연구와 체제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특히 제조에서 서비스까지 사업영역이 다양하고 기술수준 또한 천차만별인 벤처·중소기업 정책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학자들을 위한 창의과학 정책은 미래 국가 기술 로드맵 중심의 일방적인 관리시스템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 국민의 역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자공학도 출신으로 그동안 다른 어떤 대통령보다 과학과 공학에 대한 이해가 클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재임 중 한 달에 한 번은 벤처·중소기업 신제품 연구개발 현장과 원천 기초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소를 찾아가 회의를 주재하고 현장의 기능기술자와 과학자의 사기를 북돋아 준다면 미래부의 위상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박근혜호에 승선한 우리 국민 모두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새 정부의 창조경제 실현에 적극 협조하자. 그리고 5년 후 우리는 표로써 창조경제의 성과를 평가해도 늦지 않다.
  • [김문이 만난사람] 창작 애니메이션 뽀로로 탄생 10년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김문이 만난사람] 창작 애니메이션 뽀로로 탄생 10년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오늘날 창의성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과연 무엇을 떠올릴까. ‘강남스타일’로 대박을 터뜨린 가수 싸이의 말춤? 아니면? 딱히 생각이 안 나거든 다음의 신상명세를 잠시 주목해 보자. ‘전 세계 130여개국에 수출되는 산업역군이다. 로열티만 매년 100억여원을 받는다. 프랑스 공중파 방송(TF1)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57%)를 기록했던 주인공이다.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에서도 많은 인기를 끈다. 연봉 120억원에 이적료가 3600억원에 이른다. 대한민국 우표발행의 주인공이며 한국방문의해 홍보대사 등 많은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누굴까. 바로 우리나라 토종 캐릭터인 ‘뽀로로’다. 5조 7000억원의 경제적 효과, 8000억원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가진 뽀로로는 비단 돈으로만 표현할 수 없다. 아이들한테는 큰 영향력을 가진 ‘뽀통령’이자 신적인 존재나 마찬가지인 ‘뽀느님’으로 불린다. 울던 아이들도 뽀통령이 나오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쪼르르 기어가 텔레비젼 앞에 앉는다. 무엇이 그토록 전 세계의 동심을 사로잡는 것일까. 동심뿐만 아니다. 지난 1월 극장판 뽀로로가 처음 나오며 아이를 둔 부모들의 마음까지 파고들었다. 특히 극장판 뽀로로는 어렵다던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루어냈다. 뽀로로가 올해 꼭 10살이 됐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미키 마우스’가 90살 가까이 됐다면 결코 늙지 않을 뽀로로는 과연 어디까지, 또 어떤 모습으로 미래를 이어나갈지 사뭇 궁금해진다. 뽀로로를 기획하고 스토리텔링과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있는 ‘뽀로로 아빠’ 최종일(48)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지난 11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 검은 뿔테 안경을 썼다. 앗, 뽀로로를 감싸안는 모습이 영락없는 ‘뽀로로 아빠’였다. 우리 나이로 치면 내년에 50세인데 30대로 보이는 ‘젊은 아빠’였다. 맨날 아이들과 놀고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짜내다 보니 젊어진 거냐고 했더니 그저 웃기만 한다. 자리에 앉으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 얘기부터 나왔다. 극장판 뽀로로 첫 데뷔작인 ‘뽀로로 극장판:슈퍼썰매 대모험’은 최근 미국의 메이저 배급사 그라인드스톤 엔터테인먼트와 북미 지역 배급권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그라인드스톤 이외에도 중동 걸프 필름, 브라질 플레이아르테 등 현지 메이저 배급사에 판매돼 글로벌 캐릭터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뽀로로 극장판’은 제작 기간 3년에다 80억원을 들인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93만명 관객을 동원했다. “미국 시장 진출은 궁극적으로 높은 부가가치의 창출을 의미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뽀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지요. 뽀로로가 미국에서 일부 한국어 채널로 방영이 되고는 있지만 앞으로는 영어 채널을 장기적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입니다. 아울러 (미국 시장에서)여러 캐릭터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요. 그동안 해외 여러 나라에서 반응은 좋았지만 사업적 효과로는 기대만큼 이어지지 않았거든요.” 뽀통령이 드디어 미키 마우스의 본고장인 아메리카 정복에 나섰다는 점에서 일단 귀추가 주목된다. 최 대표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올해 중 여러 캐릭터 사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면서 미국에서도 충분히 많은 캐릭터 사업을 벌여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처음에는 TV용으로 제작했지만 올해 극장판이 나온 데 이어 ‘뽀로로 테마파크’ 등 앞으로 여러 형태로 해외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해외에서 러브콜이 많이 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뽀로로는 또 탄생 10년을 계기로 달라진 것 중 하나가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기로 한 점이다. 뽀로로의 캐릭터 마케팅 역량을 ‘재능기부’로 활용한다는 것. 사회복지기관들과 손잡고, ‘우정’과 ‘협동’을 재미있게 가르친다는 뽀로로의 세계관과 철학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에게 나눔의 중요성과 기쁨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뽀로로는 이 밖에도 대한민국 전자정부, 한국방문의해, 어린이재단, 실종아동 홍보대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뽀로로의 역할과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탄생한 이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분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주변에서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을 뽀로로가 나오기 ‘전과 후’로 나누고 있다”면서 “뽀로로 관련 상품의 누적 매출이 1조원에 이르고 애니메이션의 ‘하청공장’에서 ‘창작 애니메이션의 요람’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일본 등이 주로 창작 애니메이션을 했다면 한국은 그들의 주문을 받아 하청제작을 주로 했는데 뽀로로 이후에는 180도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유아용 창작 애니메이션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뽀로로의 뒤를 이어 등장한 ‘폴리’, ‘코코몽’, ‘타요’ 등이 그렇다. 뽀로로는 어떻게 해서 탄생됐을까. “광고회사에 다니던 중 2001년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때였지요. 흔히 사람들은 뽀로로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획자가 어느 날 문득 떠올린 대박 아이템으로 생각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으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뽀로로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아이들이 한 번쯤 상상했거나 경험해 봤을 만한 소재들을 아이들의 시각으로 한번 풀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뽀로로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라든지 캐릭터, 영상, 방송, 사업 등 여러 가지들이 복합적으로 잘 이루어지면서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다”고 말한다. 뽀로로라는 이름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이름을 짓기 위해 많은 회의를 했는데 딱히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하루는 토요일날 집에서 쉬면서 아내와 모처럼 얘기를 하고 있었지요. 토요일에만 주로 집에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5살과 2살 된 아이들이 평상시에 못 보던 아빠의 시선을 끌려고 쪼르르 왔다 갔다 한다는 말을 아내한테 들었습니다. 바로 이거다 싶었지요. 그래서 펭귄의 P자와 쪼르르를 조합해 ‘뽀로로’(pororo)라고 정하게 됐습니다.” 또한 펭귄을 소재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한 것은 펭귄이 새이면서 하늘을 날지 못하고 마치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면서 착안했다. 또한 이러한 어린이(펭귄)에게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꿈(비행사의 헬멧과 안경)을 반영시키게 됐다고 설명한다. 뽀로로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어느 날 사업설명회에서 ‘뽀로로’라고 하자 앞에 앉아 있던 참석자 중 일부가 ‘포르노’라고 발음해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또한 여성 사업가를 소개받은 자리에서도 ‘뽀로로’ 발음을 포르노라고 착각해 난감했던 적도 있었다며 웃는다. 최 대표는 충남 부여에서 출생해 3살 때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무척 즐겼다. 중학교 때까지 동네 만화가게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어린왕자’ 같은 명작동화에 관심이 많았다. 이러한 습성은 대학 다닐 때나 직장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애니메이션을 아주 좋아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광고회사에 취직했고 10년 정도 근무하다가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이때부터 평소 꿈이던 애니메이션 기획에 본격적으로 매달렸고 수십 번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결국 뽀로로로 대박을 터뜨렸다. 평소 그는 ‘창작’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사람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독일병정’처럼 우직하게 관철시켜 나가는 고집이 있다. 뽀로로는 2011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창의성의 대명사’로 뽑혔다. ‘창의성’은 어디에서 나오느냐고 하자 “참담한 실패를 통해서 얻어진 ‘집요함’이라고 할 수 있다. 창의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날 수도 있지만 결국 정말 집요할 정도로 끈질긴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는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무실에서 지낸다. 퇴근 시간이 새벽 2시, 출근은 아침 9시에 한다. 일요일에도 회사에 자주 나간다. 이러한 패턴은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뽀로로는 ‘시즌 4’까지 끝났고 올해 안에 ‘시즈 5’를 선보인다. 다음 작품에 대해 묻자 “유아가 아닌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내용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성공의 조건’이 무엇이냐고 하자 다시 한번 ‘집요함’을 강조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한 우물을 파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애니메이션을 하다 보면 지독한 끈기로 놀라운 작품을 선보이는 거장들을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최종일 대표는 한국 애니메이션 기획자 1세대… 캐릭터 대통령상 3년 연속 수상 1965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3살 때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방송영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인 금강기획에 입사, 10년 동안 근무했다. 이때 애니메이션 ‘녹색전차 해모수’ 등을 기획했다. 2001년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2003년 ‘뽀롱뽀롱 뽀로로’를 출시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기획자 1세대’로 통한다. 별칭은 ‘뽀로로 아빠’다. 방송통신위원회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심의위원(2006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이사(2008년) 등을 지냈으며 현재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수요요정 미셸’ ‘뽀롱뽀롱 뽀로로’ ‘뽀로로와 노래해요’ ‘태극천자문’ ‘치로와 친구들’ ‘제트레인저’ ‘꼬마버스 타요’ 외 다수가 있다. 대한민국 캐릭터대상 대통령상(2006·2007·2008년),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상 문화관광부장관상(2003·2004·2008년)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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