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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격 CA TV시대 개막/프로덕션 설립붐

    ◎전직방송인 24명 모여 「제3채널」가동/광고공사·체육공단도 자회사 발족채비/“프로그램공급 전망 밝다”… 군소업체도 진출 모색 다채널미디어시대를 앞두고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프로그램 공급을 위해 각 업체의 프로덕션설립이 한창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최근 CA­TV용 프로그램제작과 방송스튜디오,기자재임대사업을 목적으로 자회사 「한국방송문화사업주식회사」의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전직 방송인 24명이 중심이 된 종합영상 커뮤니케이선전문프로덕션 「제3채널」이 여의도 대하빌딩 5층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지난17일 개업,본격적인 프로그램제작에 돌입했다. 또 국민체육진흥공단은 CA­TV의 스포츠부문 프로그램공급을 전담하기 위해 이미 2년전부터 사업준비단을 구성,타당성 조사를 해왔는데 올6월까지 1백50억원 규모의 자금으로 기초준비를 완료하고 공보처의 정식 허가를 얻는 7월부터는 본격적인 방송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밖에 군소독립프로덕션들도 오래전부터 프로그램공급업의 전망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는 7월로 CA­TV가 본격 가동되고 제2·제3의 민방설립이 추진되는 등 매체가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를 뒷받침할 최근의 움직임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희대 커뮤니케이션조사연구소가 목동·상계동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이 지역에서 시범방송돼온 CA­TV의 이용성향을 조사분석한 결과 가장 큰 불만요인으로 「프로그램부족」을 꼽았다는 점에서도 CA­TV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프로그램 개발이 가장 큰 과제임을 알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지난 15일 자회사준비단을 구성 이기흥전무를 단장으로 임명했고 서초동에 사옥건설을 위해 대지를 구입하는 등 7월 자회사 발족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기존 제도권 방송을 제1채널로,독립프로덕션을 제2채널로 규정한 「제3채널」은 자신들의 영역을 완성도 높은 종합영상제작에 두고 「기존방송사가 하지 않는 것,할 수 없는 것을 한다」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KBS기획제작국 특집부장을 지내다 지난해 퇴직한 윤기호씨를 대표로 김태기 홍순호 채수일 김상원씨 등 주로 KBS 교양국·예능제작국·드라마제작국 등에서 PD로 활동하다 퇴직한 12명과 이규동(전 예술의 전당 기획실장)송두희(전 동숭아트센터 기획담당)등 기획관리직 5명,번·통역요원으로 신한규(불어),김남숙(일어)등 4명과 조연출 3명이 참여해 종합적인 인력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들은 현직에서 쌓은 경력을 토대로 교양·오락·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방송물을 제작,MBC·KBS·SBS 등 기존방송사에 외주프로그램으로 제공할 뿐 아니라 CA­TV의 개막에 따른 준비와 각종 홍보·교육·오락 등의 행사를 기획하고 비디오제작 등 다방면에 걸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한 「제3채널」은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창의력을 최대한 살린 제작,사전제작 후판매 원칙,전사원이 동등한 자격으로 경영과 제작에 참여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 호암상 수상 김진의교수/서울대 물리학과(과학에 산다:44)

    ◎“「노벨상 유력」자꾸 거론돼 부담”/새 소립자 「가벼운 액시온」이론 첫 발표/세계 물리학계서 실험입증노력 활발/“작은 성취·창의력 키워주는 교육풍토 절실” 『노벨상 이야기를 들먹이지 않는 조건이라면 언제든 좋습니다』 지난 2월25일 상금 1억원의 제2회 호암상 과학기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서울대 김진의교수(45·물리학)는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대뜸 이런 단서를 달았다.「첫 한국인 노벨상감」「국내에서 가장 유망한 노벨상후보」등 별명처럼 그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들에 어지간히 쑥스러워 진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여러번 생각끝에 노벨상을 이야기 하지 않고 김교수의 학문세계와 우리 과학계의 현주소를 논의한다는 것은 결국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그만큼 우리나라의 노벨상 콤플렉스는 뿌리 깊고 상대적으로 김교수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고 할수 있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지난 79년 이른바 「아주 가벼운 액시온」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소립자 이론을 미국물리학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피지칼 리뷰」에 발표,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당시 그가 속해 있던 펜실베이니아 대학등 세계 물리학계는 이른바 「강한 상호작용」에서 CP대칭성(입자­반입자의 대칭성및 패리티 대칭성)의 모순 해결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동양에서 온 33세의 청년학자가 이 문제를 일거에 풀수 있는 전혀 독창적인 가설을 제시했던것이다. 물리학자들의 오랜 연구결과 물질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는 소립자이며 입자들 사이에는 4가지 상호작용(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이 존재한다는게 밝혀졌다.과학자들은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와 입자들 사이의 힘의 법칙을 알면 우주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수 있다고 생각하고 4가지 힘을 통합해 하나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이중 한 연구분야가 양성자와 중성자 사이의 강한 상호작용을 구명하려는 양자색소역학(QCD)이다. 그러나 양자색소역학에는 70년대 중반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즉 자연에 나타나는 모든 물리현상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CP대칭성이 이론과 실험치에서 달리 나타났던것. 학자들은 이 모순을 해결하기위해 액시온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입자를 상정했으나 실험결과 그런 액시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밝혀졌다. 김교수는 이때 아주 가볍고 보통물질과도 상호작용이 거의 없는 새로운 개념의 액시온을 창안,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현재 김교수의 논문들은 전세계적으로 2천4백회 이상 인용되고 있으며 권위있는 학자들이 쓴 대학원수준의 교과서는 반드시 그의 논문을 소개하고 있을 정도로 정평을 얻고 있다. 『미국에서 제 이론을 실험적으로 입증하려는 연구를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플로리다대학,페르미연구소,로렌스 리버모아 국립연구소,로렌스 버클리 연구소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6년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가벼운 엑시온의 존재 확인은 은하계의 씨앗 역할을 했을것이라는 엑시온 우주론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고 우주의 진화연구에도 실마리를 제공할것으로 기대된다. 김교수는 양자물리학의 명문인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브라운대 연구원을 거쳐 80년 귀국한 후에도 4년간 CERN연구소연구원 미시간대 초빙교수등으로 나가 있는등 해외체제기간을 많이 가져왔다.늘 세계적 조류를 함께 하고 자신을 돌아볼수 있어서다. 김교수는 해외를 오가면서 우리 나라의 기초과학투자가 80년대 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고 느낀다.처음 귀국했을땐 상당한 노력을 감지 할수 있었으나 요즘은 공학쪽 비중이 너무 커지고 있다는것이다. 학생들의 면학자세도 김교수가 안타깝게 여기는 부분이다.『우리 학생들은 질문을 잘안하고 스스로 공부해서 알아보려는 자세가 안보입니다.웬만한건 다알고 있다는듯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막상 리서치를 시켜보면 외국 학생들보다 뒤떨어져요』김교수는 이 문제를 어려서부터의 교육환경과 교육방식에 기인한것으로 분석하면서 가정에서라도 입에 떠먹여주는 식의 교육보다 작은 성취와 의문에 대해서도 칭찬하고 북돋아 창조력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과학적 업적을 내는데는 기본적인 실력과 연구분위기,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약간의 모험심이 필요합니다 특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험심은 젊었을때 가장 왕성하므로 젊은 연구자에게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할것같습니다』김교수는 세계적인 과학적 발견들이 20대 30대의 젊은 과학자들에 의해 수행돼 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젊은 과학도들에게 안정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것이라고 덧붙였다.
  • 어디서든 「도덕적 본보기」 돼라/김종운 서울대총장 졸업식치사

    ◎「소외된 사람」 잊지 말아야 진정한 지도자 지난 몇년사이 사회주의체제의 붕괴에 따른 국제질서의 변화로 이제 세계는 국가이기주의의 물결속에서 우리에게 의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도 민주화가 진전되고 있기는 하나 권위주의적 사고가 곳곳에 잔존해 있으며 무분별하게 밀려든 외재문화로 전통적 미덕인 예절과 도의가 쇠퇴하고 향락과 무절제가 만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군다나 반세기동안 갈망해온 통일을 목전에 둔 중대한 시기이기도 합니다.국민적 단합으로 정치력과 경제력을 향상시켜 외세를 배척하고 우리가 통일의 주체가 되어야할 때입니다. 이처럼 국내·외로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는 시국에 사회로 나아가는 여러분의 사명과 임무는 막중합니다.여러분은 천박한 풍조에 들떠 표류하려는 우리사회의 방향타가 되고 닻이 돼야 합니다.또 창의력과 추진력으로 우리 민족을 번영으로 이끄는 견인차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이제 사회초년생이 되는 여러분이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여러분의 가치의 척도로 삼지 않기를 바랍니다.남과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의 방식대로 살아야 합니다°자기실현을 위한 꿋꿋한 노력,그것을 위한 분투적인 삶만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또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십시오.한 인간의 지극한 노력이 세계를 바꿔놓은 사실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무슨일을 하든지 그곳에서 도덕적 수범이 되십시오.이 사회에 가장 요구되는 것은 지식이 아닌 도의입니다.시대의 양심을 대표하던 학생신분에서 벗어나 비판해온 기성세대의 일원이 되는 지금 사회의 소금이 되기 위해서 여러분은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나라와 겨레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아왔습니다.제도의 미비로 사회발전에서 소외된 가난한 이들을 돕는 책무가 여러분에게 있습니다.이들에 대한 배려를 마음에 품고 있을때 비로소 지도자로서 완성된 자질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영예로운 학위를 받은 졸업생여러분에게 다시한번 축의를 보내며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 외언내언

    『중국은 등소평의 개혁이 계속될 경우 서구민주주의와는 다를지 모르나 반드시 일종의 복수주의 내지는 입헌정치에 이를 것이다.현재의 노선을 계속 추구한다 하더라도 10년후엔 소련보다는 자유롭고 훨씬 풍요로운 나라가 되어 있을것이다』천안문사건 1년후쯤인 90년 5월 전 미국무장관 키신저 박사가 한 예측이다.◆무슨 근거로 그런 예측을 했는진 몰라도 지금와서 보면 맞아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소련은 소멸되고 러시아등은 경제파탄과 정치갈등으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을 겪고 있다.그러나 중국은 천안문충격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안정과 착실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8%전후의 고속성장을 계속하고 있으며 무역은 연16%의 증가로 작년의 수출이 한국을 앞질렀다.◆그리고 2년반동안이나 동면의 침묵을 지켜온 등소평이 마침내 기지개를 켜고 나섰다.『오직 경제개혁을 통해서만 인민의 창의력을 활성화시키고 경제발전과 생활수준의 향상을 기할 수있으며 사회주의 우월성을 입증하고 서방의 붕괴기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반대자는 모두떠나라』고 호통을 쳤다.◆한숨돌린 중국개혁 제2단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오는 8월로 88회 생일을 맞는 등소평이 노구를 이끌고 지난 1월18일이후 무한·상해·심수등을 돌면서 호통을 치고 강조를 한데 이어 중국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천안문사태 이후 많이쓰던 「안정제일」「화평연변」「사상무장」등의 단어가 개혁절정의 조자양시절에 많이 쓰던 「쾌속개혁」「심화확대」「사상해방」등의 용어에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사회주의 포기가 아니라 수호를 위해서라는 것이 명분이다.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을 흡수해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체제」건설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그러노라면 정치민주화도 불가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그것은 역사의 방향이다.중국은 북한의 스승이자 교과서.북한도 개방과 개혁을 서두를 수밖에.중국정도의 자신도 없으면 손을 드는것이 상책아닐까.
  • 정주영씨 일문일답

    ◎기존 정치권과 제휴할 생각없어/금권정치 않고 선거자금은 공개/중국 동행인사 몇몇 참여 밝혔다 정주영 전현대그룹명예회장은 4일 상오6시40분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서 출근하려다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자 응접실로 들어가 20여분간 차를 마시며 신당창당계획등을 밝혔다. 정씨는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현대사옥 12층 사무실에 나왔다가 상오10시쯤 어디론가 외출했다.정씨와의 일문일답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은퇴하고 새로운 일을 하겠다고만 발표했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은퇴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일단 경제계에서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앞으로 그룹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그럴 시간도 없다.새로운 일이란 정치생활이다. ­정치참여를 결심한 동기는. ▲막대한 자금이 드는 이번 4대선거에 우리 신당까지 끼어들어 자금살포등 혼란을 줄것이라는 항간의 이야기가 있으나 우려할 필요가 없다.16세부터 20년간 농사와 공사판잡부·광산인부·쌀배달일을 했다.36세부터 50세까지는 중소기업을 하면서 돈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중동공사에서 보통사람이상의 창의력으로 성공하는 바람에 대기업을 키울수 있었다.이같은 풍부한 경험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참신한 정치를 하고 싶었다. ­지원대상이 될 참신한 인물은 어떤 사람들인가. ▲3선개헌,유신 등을 통해 당시 정치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떠난 인물들이다.또 관계건 여·야출신이건 간에 정치가 창조적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실망을 품고 정치를 떠났던 사람들이다. ­참신한 인물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본인들이 희망에 따라 발표할 것이다. ­창당 일정은. ▲여·야 등 기존정당의 공천을 받는 쉬운 길을 가려는 사람도 있다.그래서 공천이 끝난 시점에서 확정하겠다. ­그럼 창당시기는 이달 하순쯤으로 보면 되는가. ▲그렇게 보면 된다.중순쯤 발표하고 월말쯤 창당할 계획이다. ­지구당 창당 등에는 시간적으로 촉박한데 기존정치권과 제휴할 생각은 없는지. ▲어렵지만 독자적으로 하겠다.제휴할 생각은 전혀없다. ­현대그룹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에 참여한다고들 하던데. ▲그 처럼 좁은 시각으로 가시밭길을 가지는 않는다.안일하게 살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어렵게 번돈을 정치에 함부로 뿌려 선거풍토를 흐리고 싶지는 않다.일각에서 얘기하는 금권정치는 하지 않겠다.운동원의 활동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만 지원하고 정치자금도 공개할 계획이다. ­총선과 대통령선거 등에 직접 나설 의향은 없는지. ▲먼저 말한대로 참신한 인물들만 직접 지원할 생각이다.총선후 도지사 등 지자제선거에도 후보를 내고 대통령후보는 국민의 여론에 따라 당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선택하겠다.나는 총선과 대선에 직접 나서지도 않을 것이며 총재직도 생각이 없다. ­이미 63명의 발기인 명단이 마련됐다고 하는데. ▲그건 억측이다. ­현대그룹을 떠난 이명박씨와 이내흔씨도 지원대상인가. ▲그 사람들 생각에 달렸다. ­신당창당에는 많은 혼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측근에서 하지 말라고 말려 망설였었다.그러나 당을 만들지 않으면 현정치 상황에서 당선이 어렵다는 조언을 받고 창당을 결심했다. ­신당의 정강은 정했는가. ▲나중에 발표하겠다.현대당이니 재벌당이니 하는 억측은 말아달라.정치풍토 쇄신에 앞장서겠다.지난해 7월 중국에 같이 갔던 인사들중 몇몇이 개인적으로 우리당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정치적 조언을 해주는 인사들도 많이 있다. ­북방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경영에서 떠난 만큼 기업가의 입장으로는 나서지 않겠다.그러나 정치인의 입장에서 길이 있다면 적극 나서겠다.
  • 농어촌의 미래,젊은 일꾼들(사설)

    27일,서울신문사에서는 「농어촌청소년대상」의 시상식이 있었다.암담한 현실만이 가득차 우울하기만 한 것으로 인식되는 우리농어촌 여건에서도 이렇게 빛나고 희망을 주는 청소년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위안이었다. 26일에만 해도 서울에서는 농민들이 주축이 된 2만명의 집회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미국쌀 수입을 저지하고 쌀값을 보장하여 농민의 살길을 열게 하라는 것이 그들이 내건 구호였다.정부가 미국의 개방압력에 밀려 「살농정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이 분노하는 이유다.개방정책에 대한 농어민들의 분노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을 우리도 알고 있다. 그러나 무역에서 전체국민의 살 길을 찾아야하고 시장경제체제에 편입하여 국제경쟁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형편이므로,우루과이 라운드에 대응하고 개방경제에 대비하기 위해 농산물시장의 개방도 수용해야 하는 것이 또한 우리의 피치못할 현실조건이다. 농민의 현실도 딱하지만 전체국민의 살 길도 함께 찾아야 하므로 정책을 펴 나가기에 매우 어려운입장에 처해 있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시대의 농어민은 그 나름대로의 지혜를 살려 대응해 나가는 슬기를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농어촌 청소년대상을 계기로 드러난 젊은 일꾼들이 소중하고 대견한 것은,그들의 슬기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아주 요긴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집단이 되어 과학화하고 기계화한 영농법으로 전체 농어촌을 개혁해 가고 무공해 유기농법등을 끊임없이 개발하여 고소득작물을 생산하며 유통구조를 개선하는등,갖가지 지혜로 대응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곳곳에서 땀흘리고 있음을 알게 한다.정부와 농민이 다함께 피치못할 형편에 처한채 무한정 갈등만 거듭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 땀흘리는 농어촌 젊은이들의 경험은 보석처럼 빛나는 것이다.이들이 시사하는 것은 창의력을 가지고 근면을 다해 협심해서 노력하는 것으로 압축된다.낡은 생각 낡은 기술로는 노력을 아무리 기울여도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고,근면과 성실을 다하지 않으면 기술이나 지원이 별 의미가 없다.이런 이치는 도시나 농촌의 모든인생에 해당된다. 정책 또한 가능성 없는 약속으로 임기응변을 계속하기보다는 「미래의 농촌」을 대비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또한 격앙된 농민을 부추겨 한풀이식 시위만을 증폭시키는 재야운동권인사들의 행동도 이제는 지양되어야 한다.정치적 이슈가 퇴색된 것을 기화로 농어민의 불만에 불을 댕겨 저항세력으로 결집하려는 의도가 역력한 이런 행태는 무엇보다도 농어촌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지 못한다.미래의 농어촌을 위해 살 길을 찾는데 모든 기운이 모아진다면 분명히 길은 있을 것이다.젊은 일꾼들의 행적이 그것을 웅변하고 있다.
  • 재벌/“부의 집중 방치땐 경제공동화 초래”

    ◎「현대추징」 계기로 본 실상과 개선책/전문가 대담/이필상/이규억/30대 그룹서 제조업 매출액 40%를 독점/기술개발 보다 재테크에 몰두… 배분갈등 증폭시켜/징세제도 개혁 통해 소유분산 유도해야/일선 2차대전이후 경영·소유 완전 분리… 경제민주화 크게 기여/“60년대 금융·세제혜택 많아 받았어요/성장주도 「청교도정신」 실종 안타까워”/이 교수/“기업간 협력보다 상호경쟁에만 집착/재벌들 집단이기주의 너무 지나쳐요”/이 박사 우리 경제가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벌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해야 된다는 여론이 높다.현대그룹 정주영명예회장 일가의 거액탈세사건을 계기로 부의 무단세습과 문어발식 기업확장등 재벌의 각종 경제적 폐해를 치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촉구되고 있다.오늘날 우리나라 재벌의 문제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지를 한국개발연구원(KDI)이규억선임연구위원과 고려대 이필상교수로부터 들어본다. ▲이필상교수=국민경제를 위한다는 차원에서 오늘날 우리나라 재벌의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벌이 좋은 일도 많이 했지만 부의 세습등 적지않은 문제를 노정시켜왔습니다.지난 60년대 자원이 빈약한 상황에서 정부는 성장을 위해 재벌에 금융·세제상의 혜택을 주었습니다.이 과정에서 정부는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재벌을 기반으로 했고 재벌은 이를 빌미로 각종 이권을 독점하고 경제권을 장악했습니다. 물론 재벌이 그간 경제성장을 일궈낸 공도 있지만 의도와 달리 너무 비대해져 국민경제에 주는 피해 또한 막심합니다.또 국민의 돈이 재벌에 편중됨으로써 일반국민과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자금혜택을 받을 수 없었지요. 재벌이 국민의 돈으로 기술개발을 했다거나 국적있는 상품을 만들었다면 문제가 다르나 대부분의 재벌들이 쉽게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조립산업에 치중하고 땀흘리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국민을 더욱 실망스럽게 한 것은 재벌이 부동산투기에 앞장서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겼다는 점입니다.결국 돈의 흐름이 왜곡되고 이것이 부의 분배를 악화시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습니다. 부의 집중과 불로소득으로 기업의 투자의욕과 근로자의 근로의욕이 떨어지는 경제공동화현상마저 일어나게 됐습니다.재벌이 성장의 역군이 아니라 경제를 병들게 하는 악의 사탄이 된 것입니다.이번 현대그룹의 사건을 계기로 부의 세습을 막고 국민을 희생시키는 재벌위주의 정책도 궤도수정을 해야 합니다. ▲이규억박사=재벌과 대기업은 구분해야 합니다.문제는 대기업이 아니라 대기업들이 독·과점적인 시장위치를 갖고 있으면서 특정집단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제조업의 경우 이들 대기업집단이 전체 매출액의 35∼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불과 30여명의 재벌총수가 우리나라 제조업을 좌지우지하는 셈이지요.가능한 많은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장점인데 불과 30명정도가 경제를 좌우하는 것은 개인으로서는 좋을지 모르나 국가로서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경제의 힘이 한곳에 집중되면 이를 상쇄하기위한 정치적인 힘도 커지게 마련입니다.일본의 군벌이 등장하게 된 배경도 사실은 재벌을 견제하기위한 것이었습니다.그러나 결국 재벌과 군벌이 유착관계로 변했습니다.이렇게 재벌과 정치적인 힘은 서로 부딪치기도 하고 유착되기도 합니다.요즘 우리나라도 이러한 힘이 서로 반목하는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재벌은 재벌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그룹이라는 한 울타리에 안주해 다른 기업집단과 기술공동개발등에 기피증을 보이고 있습니다.최근에 조성된 한 석유화학단지에 진출한 재벌들이 공장진입로를 서로 다르게 냈다고 합니다.같은 길을 이용해도 될 것을 그룹의 체면,재벌총수의 고집때문에 이렇게 불필요한 경쟁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셈이지요. 우리의 재벌이 공정한 경쟁보다는 이렇게 집단이기주의화하고 있는 것도 하루빨리 극복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교수=기업이 경쟁력강화를 위해 커야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우리의 재벌은 생산품과 생산요소·시장등 생산기반을 독점,물건은 비싸게 팔고 근로자에게는 임금을 적게 줌으로써 독점이윤을 챙기는 반사회적인 행태를 보여왔습니다.쉽게 돈벌고 기술개발은 하지 않아 산업발전에 역행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총자산4천억원이상인 61개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우 계열주·친인척·계열기업등이 갖고 있는 내부지분율이 무려 47%로 개인기업과 다를바 없습니다.더욱 문제인 것은 61개재벌의 9백15개 계열사가운데 공개회사는 25%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이번 현대그룹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국민경제를 불건전한 방향으로 끌어온 재벌이 국민경제와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박사=소유와 관련해 말씀드리면 재벌이 소유분산을 경영권박탈과 같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소유의 분산은 기업공개등을 통해 기업주의 지분을 낮춰나가는 것이며 이는 경영권상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개발초기에는 소유분산이 어려웠습니다.주로 은행돈이나 해외차입으로 부족자금을 끌어다 쓰다보니 기업은 커지고 소유분산은 이루어지지 않았지요.물론 몇년전부터 기업공개로 소유집중이 다소 완화되고 80년공정거래법의 제정이후 상호출자해소등에 힘입어 다소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장사를 천시하는 경향으로 재벌을 보는 눈이 곱지 않았지만 이제는 국민사이에 자본주의적 사고가 자리를 잡아 재벌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어야 합니다.국민에 뿌리를 두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유분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는 정부가 하라고 해서 될일이 아닙니다.정부는 소유분산이 촉진될 수 있도록 기존의 제도를 정비하거나 새로운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철저히 집행해야 합니다. 이와 별개로 재벌의 상속이 어떻게 이루어 지느냐에 따라 소유집중도가 완화될 수도 있습니다.일부 재벌기업에서 나타나듯 2세들에게 창업주의 소유집중이 분산되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평소 주식을 분산해나가다 정당한 세금을 내고 상속하는등의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점차적으로 소유분산이 촉진될 수 있지요. ▲이교수=소유와 경영이 먼저 분리된뒤에 소유분산이 이루어지는 단계적인 방법이 좋다고 봅니다.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기 위해서는전문경영인이 들어서야 합니다.전문경영인의 역할도 돈관리에서 벗어나 사회를 위해 일한다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합니다.그다음에 소유를 국민에게 분산시켜야 합니다. 소유와 경영이 집중된 데는 재벌들의 욕심도 있지만 정부가 각종 금융세제상의 혜택을 준 제도상의 문제때문이기도 합니다.정부는 지난86년 증시활황때 기업공개를 유도했지만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세들이 공개전에 계열사가 갖고 있는 공개예정기업의 주식을 싼값에 사들여 공개후 비싼 값에 팔아 넘기는 방법으로 5∼6배의 자본이득을 얻었던 것과 같이 오히려 공개명목으로 소유를 집중시킨 결과를 야기시켰습니다. ▲이박사=우리네 재벌의 기업풍토도 문제가 있습니다.일본의 대기업들이 집적회로를 개발했을 때 당시 5대 대기업이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한 적이 있습니다.그러나 우리기업풍토에서 이같은 재벌간의 기술공동개발노력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인력이나 기술,자금력에 제한을 받고 있으면서도 자기네 그룹내에서만 개발하려고 고집하지요.이는 재벌의 총수들이 자사이기주의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2차대전후 맥아더장군이 일본의 재벌을 해체하면서 일본재벌의 소유집중은 해소됐습니다.당시 일본 재벌의 주식을 살만한 사람이 없어 은행이 대거 취득했는데 이후 일본의 재벌은 미쓰이 미쓰비시와 같이 이름은 있지만 주인은 없어졌습니다.또 전후에 탄생한 혼다와 마쓰시다도 한 개인의 창의력으로 커졌지만 일반대중의 돈을 끌어 기업을 하다보니 주식이 분산됐습니다.국민의 기업이 된 것이지요. 그러나 이렇게 소유가 분산됐지만 이들 기업의 창업주와 기업이 자연스럽게 연상될 만큼 국민의 인식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우리의 재벌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이러한 차원에서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이교수=재벌의 문제는 먼저 제도적인 측면에서 개혁이 있어야 합니다.「현대사건」을 계기로 소유권과 부의 세습문제가 시정돼야 합니다.극단적으로 표현해 현대의 경우 「재수없어 걸린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모든 재벌이 마찬가지입니다. 기업들이 어떻게 자본거래를 하는지 알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이를 위해 비공개기업의 소유권음성거래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이 기회에 금융실명제 도입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현대·한진과 같이 사후에 다스리는 식으로는 곤란합니다.사전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박사=재벌에 대해 기업윤리만을 들어 도덕심에 호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돈버는 것을 욕할 수는 없습니다.돈버는 방법을 알고서도 안하면 바보지요.이윤추구동기는 인정돼야 합니다.이윤추구동기에 시비를 붙게 되면 본말이 전도되기 쉽습니다. 이윤추구를 제약하는 조건,즉 정책과 제도를 개선해나가면서 기업윤리를 강조해야지,정책이나 제도는 개선하지 않은채 윤리만 강조해서는 안됩니다.정부는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통해 기업이 떳떳하게 장사하고 깨끗한 돈을 벌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이런 점에서 금융실명제의 도입과 효율적인 징세행정의 확립도 따라야 합니다.또 정경유착을 가져올 소지가 높은 정부의 불필요한 인·허가나 규제조항도 없애야합니다. ▲이교수=재벌문제의 해결은 경제흐름의 민주화에 있습니다.경제흐름의 민주화는 바로 돈흐름의 민주화입니다.기업내용이 건실한 중소기업들이 돈을 쉽게 끌어쓸 수 있고 공평한 금융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하며 재벌을 위한 통화공급도 자제돼야 합니다. ▲이박사=오늘날 재벌은 문제는 정치·경제·사회문제가 함께 어우러져 빚어낸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때문에 재벌의 문제를 잘 처리한다는 것은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고 사회적 동질성을 높이는 것이지요. 또 통일을 앞두고 우리체제가 우월하다는 내부적인 자신감도 갖추어야 합니다. 이는 경제정의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 외언내언

    공산주의체제의 최대약점은 인간개인의 창의성과 경쟁심고취가 어렵다는데 있다고 흔히 말한다.고취는 커녕 약화시키고 말살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개인은 무시되고 국가가 모든것을 결정해버리기 때문이다.개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모든것은 국가계획에 따라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것이 공산주의체제인 것이다.◆특별한 과오가 없는 이상 평생직장이 보장되며 분배는 평등하다는 매력적인 이야기로 한때 많은 세상사람들의 호감을 사기도 했다.그러나 체제의 장점으로 선전되던 그점이 바로 함정이었던 사실을 오늘의 공산권붕괴사태는 보여주고 있는 것.공산체제는 빈곤의 평등을 이룩하고 「거지국가」들만 양산했다는 빈축이 그럴듯한 형편이다.◆이래선 안되겠다고 시작한것이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핵심은 인간개조.70년의 공산주의체제가 만들어 놓은 「공산주의형 인간」을 「자본주의형 인간」으로 개조하는 일이다.무기력하고 기계적이며 수동적인 사람들에게 능동적이고 창의적이며 경쟁적인 정신의 불을 지필수 있느냐의 여부야말로 페레스트로이카 성패의 열쇠라고 고르바초프는 말한적이 있다.◆개혁이 중단된 상태인 중국에서 노동자들의 종신취업제를 폐지하는 대신 직장선택권을 부여하는 노동제도의 개혁을 추진키로 했다는 소식이다.근로자의 무사안일을 막을 경쟁을 도입하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쟁심과 창의력을 자극하겠다는 것.즉 「자본주의형 근로자」상 모색인 것이다.◆사회주의를 고수하기 위해서도 페레스트로이카는 필요하며 그 내용은 어떤것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움직임이다.중국을 다녀온 사람이 중국에서 허용되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고 놀랐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이제 직업선택의 자유소식이다.국가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아닌가.같은 사회주의 체제수호라도 북한과는 너무도 다르다는 느낌이다.
  • 옐친의 소련/공산독재 막 내리다:4

    ◎시장경제로의 「험난한 실험」 돌입/서방지원 받아도 상당기간 혼란 예상/국민들,과도기적 고통 감수할지 의문 고르바초프가 추진해온 페레스트로이카(개혁)는 어디까지나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소유를 철폐하고 인간에 의한 인간착취의 기반을 제거해버린 10월혁명의 연속선상에 놓인 사회주의체제 내에서의 개혁추구였다.비록 서방세계와 트로츠키주의자들로부터 자본주의화라는 칭송과 비판을 각각 받기는 했지만 부패한 관료주의에 점진적인 메스를 가함으로써 관료들에게 빼앗겨버린 인민들의 권력을 되찾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이는 사회주의를 발전시키자는 것이었을 뿐 사회주의의 포기는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관료주의 제거노력은 사회전반에 걸쳐 뿌리깊게 퍼져있는 관료 특권층들의 반발에 직면해 개혁을 지지부진하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페레스트로이카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소련의 극심한 경제난은 수년이 지나도록 개선될 조짐을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됨에 따라 페레스트로이카의 추진과정에도 영향을 미쳐 궤도수정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상당부분 유토피아적인 당초의 목표가 개혁진전의 자체논리에 의해 자본주의식 시장경제로의 급진적인 전환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분출된 것이다. 6년이 넘는 페레스트로이카 시행기간동안 소련경제가 나아진 것은 거의 없다.그결과는 죽도 밥도 아니었다.생활필수품 부족과 실업자 증가 등 오히려 예전보다 악화됐을 뿐이다.어떤 형태의 개혁에서든지 수반될 수 밖에 없는 과도기적 혼란이기는 하겠지만 혼란의 끝이 안보인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경쟁도 창의력 발휘도 없는 사회주의의 틀을 벗어던지지 못한데 따른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결국 기득권층의 불만이 폭발된 불발 쿠데타를 계기로 페레스트로이카는 변질이 불가피해졌다.사회주의의 완성이란 측면에서의 페레스트로이카는 소련 공산당의 해체와 함께 종말을 고했다고 하는 편이 오히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자본주의로의 전환을 향한 급진개혁을 의미하는 새로운 용어가 나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새로운 실세로 자리를 굳힌 옐친 러시아공화국대통령은 급진개혁만이 살길이라는 입장이다.고르바초프식의 점진개혁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옐친 자신은 사회민주주의자임을 자처해왔기 때문에 그가 추구하는 급진개혁이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주의로 향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주의 테두리내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꾀하는 것인지 아직 분명치 않은 점은 남아있다.그러나 지금까지 그의 언행을 살펴볼때 사회주의 지향적인 측면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오히려 자본주의 예찬론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당장 국영기업과 농장을 매각해 사유화시키고 1백% 자율권을 부여하며 국가보조금을 폐지해 수요와 공급의 시장경쟁원리에 의한 가격자유화를 실시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고 보면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부인한 사회주의와는 일단 거리가 멀다.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상당수 국영기업을 보유하고 철저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북구식 사회민주주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사회보장제도나 국영기업 대량육성 등에 대한 옐친의언급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옐친은 사회주의식 시장경제라는 고르바초프의 어정쩡하고 애매한 개념을 부정하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옐친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선 현재는 자본주의자로 분류해도 될 것 같다.정치적인 면에서는 현재의 소련 공산주의가 소수 특권층만을 위해 실현돼있다고 맹렬히 비난하면서 다당제를 주장하는 등 민주주의적인 면모를 지닌 것만은 틀림없다. 북구의 사회민주주의와 일부 제3세계국가에서의 자본주의 독재체제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주의와 독재의 관계가 그러하듯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간에 선택적 친화력이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일단 소련의 향후 진로가 민주자본주의로 정립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일지도 모른다. 소련의 앞날은 경제개혁의 성패에 달렸다.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이 자리를 잡기까지에는 수십년이 필요하다.경제체제 전환에 따른 막대한 자금수요가 서방세계의 시기적절한 지원에 의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엄청난 대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미국은 아직도 소련에 대한 일말의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있는 상태이고 독일은 통일 뒷처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으며 일본은 북방영토문제가 걸려있는 등 현재 서방세계의 대소경제지원여건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서방의 원조가 원활히 이뤄진다 하더라도 상당기간의 혼란은 불가피한데 과거 70여년간 적당히 일하는데 익숙해있는 소련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이같은 과도기적 고통을 묵묵히 참아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왜곡된 평등의식을 지닌 상태에서 이미 억만장자가 출현하는 등 시장경제에 따른 빈부격차를 감수할 것으로 장담하기도 어렵다. 각부문에서의 경제회생노력이 톱니바퀴처럼 조화를 이뤄나가지 못하고 삐끗한다면 엊그제 쿠데타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소련국민들이 하루아침에 과거회귀로 돌변,「자본주의의 꼭두각시」를 타도하자고 나설지도 모른다.공산주의라는 실험을 실패로 끝낸 소련은 이제 또다른 실험의 문턱을 막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 구동독 주민들,시장경제 적응 “몸살”/동·서독 경제통합 1돌 점검

    ◎“직장은 주어진것” 인식… 직업의식 실종/기업 민영화 박차속 2백여 업체 도산/“양독경제 동일궤도 진입까지 3∼10년 소요” 7월1일은 동서독이 경제통합을 이룬지 만1년이 되는 날이다.동서독 경제·사회통합협정이 발효됨에 따라 1년전 구동독국민들은 당시 화폐가치가 없는 동독마르크화를 서독의 마르크화와 1대1로 교환했으며 많은 국민들은 통화통합으로 구동독 계획경제의 비능률적인 구조가 시장경제로 바뀌면서 경제형편도 서독수준으로 뛰어 오를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그로부터 만 1년이 지난 오늘 구동독주민들은 당시의 기대가 너무 성급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며 구동독의 경제가 서독의 수준이 될려면 3년,또는 1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차분한 생각을 갖게 됐다.경제통합당시의 들떴던 분위기는 이제 어느곳에서도 찾아볼수 없으며 통일후 드러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현실적인 독일국민들의 기질이 각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제통합이후에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저조한 동독경제의 부양속도,구동독국민들의시장경제 적응력,물가상승·증태등의 국민부담증가등이 지적되고 있다. 구동독지역의 경제부양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과제는 종전 국가소유 기업들의 민영화이다.민영화대상 8천여개의 기업중 지금까지 사유화된 것은 3분의1정도에 불과하나 올들어 그 속도가 크게 빨라지고 있다.민영화작업을 맡고있는 트로이한트의 사장 빌기트 브로이엘여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올들어 이들 기업들을 인수하려는 신청건수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6월30일 현재 1백60억마르크의 매각수익을 올렸으며 최근에는 하루 15∼20건의 처분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트로이한트는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올해와 내년에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밝히고 93년까지면 트로이한트의 민영화업무가 실직적으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처분자금은 기업의 경쟁력강화에 중점적으로 투자되고 있어 올해 수익금중 90억마르크가 이 분야에 직접 투입돼 큰 효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민영화작업과정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2백60여개 기업이 도산하는 바람에 50여만명의 실업자가생기는 부작용도 뒤따랐다. 구동독국민들이 창의력 발휘와 책임이 뒤따르는 시장경제에의 적응문제도 큰 과제다.동독기업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서독의 60%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이때문에 처음에는 동독국민들이 더많은 임금을 받기위해 서독기업으로 몰려 들었으나 이들은 서독기업분위기에 적응을 못해 스스로 사직을 하는 예가 많다. 동독국민들은 직업은 선택하는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는 사회주의의 습관에 젖어 직업의식을 발휘하지 못하고 시간만 때우는 식으로 근무하고 있어 의식전환이 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화폐통합이후 동독기업과 국민들은 정부로 부터 각종 보조금을 받아 생활형편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6월의 물가인상률은 지난 10년간의 최고치인 3·5%에 이르고있다. 독일의 행정부·국회등이 수도 베를린으로 옮기는데만 1천억마르크가 소요되는등 통일비용은 앞으로도 계속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화폐통합이후 이미 동구권을 중심으로 마르크화 경제권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화폐통합의 부작용도 긍적적인 평가속에 포용되고 있다.
  • 사고력중점,교과서밖서 많이 출제/대입「능력시험」이렇게…교육부설명회

    ◎「벼락치기」 안 통해… 다양한 독서가 필수/수학 개념이해 영어원서도 읽도록 교육부는 8일 하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중앙교육연수원에서 시·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및 장학담당 장학관회의를 열고 오는 94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새 대학입시제도방안을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교육부에서 이준해 장학편수실장과 모영기 대학정책실장이 나와 그 동안의 개선경위 및 앞으로의 시행과정 등을 조목조목 풀이했다. 회의내용 가운데 새로 채택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관한 부분을 문답식으로 풀이해본다. ­현행 학력고사와 어떻게 다른가. ▲단편지식을 내용으로 한 암기력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라 고차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여러 교과에서 소재를 활용하여 ▲언어 ▲수리·탐구 ▲영어 등 3영역에 걸쳐 문제를 다룬다. ­과외수업을 통해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탈교과서,통합교과적으로 출제하기 때문에 과외가 거의 불가능하고 또 필요하지도 않다. 고차적인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문항이 출제되므로 단기간의 집중적인 주입식·암기중심의 과외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문항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3개 영역별로 관련 교과의 대학교수들이 연구토의·학습을 통해 공동작업으로 문항을 개발한 뒤 고등학교 교사의 검토과정을 거쳐 완성하게 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따라 출제되나 교과서에서 그대로 출제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교과목에 있는 국어·수학·사회·과학 등의 교과별로 출제되지 않고 2개 이상의 교과 등이 직접·간접으로 관련되어 있는 소재를 활용하여 출제한다. ­학생들은 이 시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다른 시험과 달리 수학능력시험은 「벼락치기」 공부나 「찍기」 공부로는 단기간내에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고 장기간의 학교수업을 통해 사고력을 신장시키고 창의력을 개발해야만 뜻한대로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따라서 학교수업에 충실하는 것만이 최선의 대비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사들은 학생들은 어떻게 지도해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암기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사고력을 신장시키고 창의력을 개발시킬 수 있는 수업을 해야 한다. ­수학능력시험점수를 높게 받으려면. ▲「언어영역」은 국어·사회·역사·지리·물리·화학·생물·음악·미술 등의 교과관련 소재를 활용해 우리말로 된 문장의 어휘력·독해력·언어추리력 등을 측정하므로 문학·과학·역사·철학·음악·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많이 하고 독후감을 쓰는 방법 등을 토대로 언어능력을 신장시켜야 한다. 「수리·탐구영역」은 수학·과학에 관한 기본개념이나 원리 및 공식의 유도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며 현장학습·조사활동 등을 통해 탐구능력을 기른다. 「영어영역」은 영어로 된 문장의 이해력·독해력·언어추리력을 측정하므로 영어로 씌어진 책을 쉬운 것부터 많이 읽어 영어에 친숙해지도록 하고 영어독해능력을 기른다. ­수학능력시험을 두 번 치르게 된 이유는. ▲건강과 같은 신체조건이나 실수 때문에 생기는 불이익을 최대한 줄이고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이다.
  • 부작용의 극소화가 열쇠다(사설)

    오랫동안 혼미를 거듭하던 대학입시제도가 최근까지의 시안을 다시 한 번 수정한 방법으로 드디어 확정되었다. 45년 이후 10번째 개혁으로,확정되는 데만 6년이 걸렸다. 그렇게 어렵사리 정해졌지만 개선에 대한 기대보다는 새로운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 높다. 내신성적의 반영비율이 상향조정되었고 특별활동이나 봉사활동 행동발달사항까지 포함시키게 하고 있다. 특히 내신성적의 반영만은 「필수」로 묶어놓았다. 15등급으로 늘어나 실질반영효과를 10% 선에 이르게 한 것도 특징이다. 고교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을 시정하고 자주성을 확보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 동안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켜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고등정신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객관성이 높은 선발자료를 국가가 제공하여 두 번의 기회를 수험생에게 제공해준다는 전제 아래 실시하기로 했고 시행여부의 결정권은 대학에 맡기고 있다. 대학별고사는 3과목 이내에서 대학이 자율로 치를 수 있게 하고 있다. 실시여부 반영비율 모두를 역시 대학의 선발권 재량에 맡긴다는 것이다. 요켠대 고교교육은 고등학교가 자주성을 발휘해서 하고 대학은 대학 재량대로 뽑고 싶은 학생을 뽑을 자유와 권한을 누리게 하고 국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관리를 지원한다는 것이 새 제도의 이상이다. 고교교육이 대학입시 성과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과열된 치맛바람의 영향에서 의연히 자주성을 잃지 않은 채 불신받지 않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전제가 성립된다면 이 제도는 타당하고 올바른 성과를 낼 수 있다. 대학이 성숙하게 입시의 자율관리를 할 수 있고 부정의 소지나 유혹을 물리치고 확고한 자율능력을 유지한다면 또한 이 제도는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국가가 평가관리와 각급 학교 교육운영의 감독을 충실하게 이행하면 이 제도의 우려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무엇보다도 수험생과 그 학부모가 대학진학의 태도를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고,신중하게 적성에 맞는 선택을 하고,분에 맞지 않는 욕심 때문에 과열수단을 부리지 않는다면 이만한 입시제도가 실패할 까닭이 없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유감스럽게도 어느 하나 정상적인 기대를 하게 해주지 않고 있다. 고교 교실은 불신받고 있고 대학들의 선발부정에 대한 의혹도 깊다. 치맛바람은 거세고 과외로 입시의 문을 넓혀보려는 욕망이 극한에 달해 있다. 사회는 아직 학력 위주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가의 평가관리 지원에 대한 기대도 부정적이다. 그 때문에 실시하기도 전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충천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와 수험생·학부모·대학당국이 일제히 새로운 제도에 대한 새로운 적응방법의 모색에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형편이므로 결국은 새로운 부담과 혼선에서 오는 비명이 팽배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행의 입시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없다. 입시 위주의 「찍기교육」에만 길들여져 창의력도 고등정신 양성도 불가능하게 된 고교교육을 바로잡아야 한다. 고교교육을 정상화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회복하게 하여 국가발전에 가장 효율적인 인력을 양성하고 건전한 시민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입시제도의 개혁은 불가피하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미래지향적인 제도를추구하고 부작용을 극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우선 서둘러야 할 일은 이 낯선 제도에 대한 적응능력을 배양하는 일이다. 그것은 교육당국이 주력해줘야 할 일이다. 그리고 어차피 이제부터의 입시나 교육은 편법이나 과열이나 부정으로 유지될 수 없는 시대가 되어간다는 인식에 대학도,고교도,교사도,학부모도,수험생도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완의 방향도 거기에 모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기업인출신 서울시장 탄생할까/재계,내년선거에 독자후보 추대 움직임

    ◎김우중씨 비롯,정주영·김선홍씨등 거론/일부선 “정경유착” 심화시킬뿐” 우려의 소리도 내년에 있을 서울시장선거에서 기업인중 한사람을 후보로 내세우자는 조심스런 움직임이 재계일각에서 일고있어 관심. 이같은 기업인의 정계진출은 각계각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하는 가운데 재계가 앞으로 비업무용부동산 강제매각조치와 같은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위한 세력확장설과 국민들의 정치권불신에 따라 참신한 인물의 등장을 바라는 세대교체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전경련과 재계에 따르면 현재 후보로 꼽히는 인사는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김선홍 기아자동차 회장 등이다. 이들은 저마다 맨손으로 오늘날의 그룹을 성장시킨 입지전적인 인물들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김우중회장의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권후보구도와도 연계,이미 정치권에서 거론된 바 있어 재계에서는 서울시장후보로 적격이라는 것.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김회장의 경우 『최근 국내의 보수적인 자유주의자들 사이에서 그 가능성과 함께 공감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전하고 김회장의 천부적인 성실성과 창의력을 높이 평가. 또 최근 발간단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는 제목의 자전적 에세이가 1백만부를 돌파하는 등 젊은 세대에서 김회장에 대한 경외심과 인기도가 확산되고 있고 북방정책과 관련한 그의 행보가 정치적 역량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 김회장은 이같은 주변의 분위기와 관련,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며 펄쩍 뛴 것으로 알려졌으나 후보추대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는 두고볼 일. 정명예회장은 평소 사석에서 서울시의 건설행정을 비판하며 『서울시 건설국장을 해보고 싶다』고 밝혀 고령임에도 강한 집착을 과시. 또 연초 관훈클럽 간담회에 참석,『이 나라를 맡길 만한 정치지도자가 없다』며 안타까워한 점을 고려할 때 입후보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선홍 기아그룹 회장은 업계인사로서 개각 때 심심찮게 상공장관으로 거명된데다 빈사상태인 기아를 「봉고신화」를통해 회생시킨 한국의 아이아코카로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기업인의 입후보설은 전적으로 개인의 사업역량 및 퍼스낼리티에 따른 지명도에 의존하고 있어 실제로 출마하기 까지에는 넘어야 할 난관들이 적지않다. 우선 이들이 해당그룹의 총수로서 도덕적 취약성과 함께 「문어발확장」 「부의 독점」 「정경유착」이라는 부정적 재벌이미지를 탈색시킬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또 성공적인 정치인으로의 변신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일반인들의 의구심을 털어낼지도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불구,서울시장후보로 이같은 기업인이 나설 경우 한표를 던지겠다는 일반인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사회분위기를 감안할 때 그 가능성은 반반으로 점쳐지고 있다. 재계는 이들 역시 입후보 하기 위해서는 재벌총수로서의 신분과 소유그룹과의 관계정리는 물론 재산현황을 공개,「깨끗한 정치」를 추구하겠다는 정지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현재의 국내기업풍토를 볼 때 기업인의 정계진출이자칫 정경유착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견해도 적지않아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 고급인력과 기초과학교육(사설)

    첨단기술인력의 심각한 부족상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정부부처간에 대책회의가 한창이다. 서울과 수도권 소재대학 정원의 증원문제와 인구정책,국토의 균형발전 정책들이 충돌을 빚으며 결론이 쉽게 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결론을 내지 않을수 없는 상황에 있는것 같다. 인구와 국토정책도 중요하지만 경쟁력이 마모된 우리 산업의 현실을 생각하면 품질수준이 높은 첨단인력을 양성하는 쪽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타정책은 거기에 맞추어 보완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이 시점에서 유감스러운 것은 지난날의 정책이 이토록 몇년의 미래에 대한 대비도 예언능력도 없이 추진되어 왔나하는 생각이다. 인구정책이나 국토정책이 어제 오늘 생긴 것도 아닌데 그 추진단계에 알맞게 인력수급 정책도 추진되어 왔다면 오늘과 같은 어려움을 줄여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지금부터라도 장단기적 계획이 수립되어 실천전략으로까지 연결되어가야 할 것이다. 한편 첨단인력 양성에 따르면 또다른 측면의 문제를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추진중인 이공계대의 증원이나 위탁교육 논의는 그 전단계인 초중고과정의 기초과학 교육정도에 대한 의문은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 과연 첨단과학분야의 대학교육기회만 늘리면 제조업계가 요구하는 첨단인력이 그대로 양성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불행하게도 우리에게서는 매우 비관적이다. 우리 모두가 기억하듯이 소련이 미국에 앞서 스푸트닉 인공위성의 발사를 성공시킨 것은 유년기로부터 시작된 기초과학교육의 우위로 거둔 승리였다. 따라서 미국이 이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맨먼저 착수한 일은 초중고 교육과정의 개편이었고 국민학교 수학과 과학교육의 보충이었다. 우리의 형편은 어떤가를 지금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교육은 대학과정의 요약이 고교교육이고 고교과정을 쉬운 풀이가 중학교육인 정도밖에 안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초과학교육의 과정은 그런 것으론 안된다. 인지발달 단계에 따라 창의력의 개발 동기유발,과학적 사고의 훈련과 태도 양성,지식교육들이 종합해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보면 교과서는 실험실습을 하지않으면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실정은 그걸 따를 수가 없게 되어 있다. 학급당 인원은 너무 많고 실습기재나 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훈련된 교사도 태부족이고 보조교사도 없다. 그래서 설명이나 그림으로만 학습을 대신하고 결과를 암기하는 것으로 평가에 임하게 한다. 거기에 입시교육이라는 커다란 장애까지 가로놓여 있다. 「점수따기」가 어려운 과목은 학생도 선택하지 않고 교사도 뒷전으로 돌린다. 과학교육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물리과목만해도 고등학교에 학생이 선택하는 이공계 지망의 학생이 1% 미만인 것이 현실이다. 과중한 업무와 입시성과를 높이도록 압박받는 교사들은 그나마 심화학습을 할 생각도 못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은 국제과학 학력도달평에서 최하위에 속한다는 결과를 부르고 말았다. 과학에 대한 투자는 정치적으로 화려한 효과도 주지않고 가시적 성과를 금방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런 노력없이는 절대로 승산이 없는 것이우수인력의 양성이다. 첨단인력양성에 대한 관심과 정책의 수립은 여기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 임규운 서울고법원장(신임 법원장급 16인의 얼굴)

    ◎행정제도 개선의 브레인 작달막한 체구에 늘 웃는 얼굴로 대인관계에 모난 데가 없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을 역임하면서 폭넓은 창의력으로 사법행정제도 개선의 브레인 역할을 했다. 서울민사지법 원장으로 재직하면서도 집중심리제의 도입을 시도하는 등 제도 개선에 노력. 취미는 테니스·낚시·등산 등 다양하며 신필재여사(55)와의 사이에 2남2녀.
  • “대미 우호관계 긴밀 추진/무역마찰 소지 사전에 제거”

    ◎신임 이외무 귀국 이상옥 신임 외무장관은 30일 『한미 양국간 무역마찰 문제는 무역고 증가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 문제발생 소지를 제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장관은 이날 상오 장관으로 부임하기 위해 전임지인 제네바로부터 대한항공편으로 귀국,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미국은 안보뿐 이나라 외교·무역·경제 등 여러면에서 가장 중요한 우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미국과의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관은 향후 외교정책의 방향과 관련,『기존 외교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최대한의 창의력과 신축성을 발휘해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국가행정체계에 “일대 변혁”(「새 전개」 지자제:2)

    ◎중앙·지방 분산 따른 기구개편등 민감한 반응/병무·국토관리등 7개 행정부문 일원화 검토 30년 만에 부활되는 지방자치제 실시를 앞두고 정부는 자치시대의 본질을 살리기 위한 갖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지방행정조직 및 운영은 앞으로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내무부 및 일선 행정공무원들은 신분상 변동문제로 내심 동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사 및 기구개편◁ 지자제 실시에 앞서 정부가 가장 고심하는 부문은 중앙행정과 지방행정의 조정에 따른 기구개편 및 인원 재배치·지방공무원 신분문제이다. 지금까지 지방행정을 담당해온 내무부 공무원들은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에 배치된 국가공무원의 신분변화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국가공무원은 모두 2만5천여 명인데 지자제가 실시되면 대부분이 자치단체장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방직으로 교체 또는 전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국가공무원 축소배치 문제와 관련,마련하고 있는 방안은①비관리직(6급 이하)은 지방공무원으로 배치하고 일정관리직 이상만 국가공무원으로 배치 ②직급에 관계없이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명확히 구분,국가사무를 담당하는 직위에만 국가공무원 배치 ③지방자치단체를 구분,시도에는 국가공무원을,시군구에는 지방공무원을 배치 ④모든 지방자치단체공무원을 지방공무원으로 일원화 배치 등 4종류가 있으나 어느 경우든 대폭적인 신분변화를 수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방안 중 가장 반발이 심할 것으로 보이는 방안은 「지방공무원 일원화」이지만 정부는 이 방안 채택이 실현화될 경우 후속 「무마책」으로 시도의 과장급 이상 공무원에게는 직급을 1단계씩 올려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각 방안에 따른 장·단점을 분석,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또 92년 상반기 지방자치단체장선거가 실시되면 현재의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인 15명의 시·도지사와 2백60명의 시장·군수·구청장의 처리문제도 골칫거리의 하나이다. 정부가 이와 함께 행정체계 재편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중앙정부의 통제력 상실을 보완하기 위한 행정의 일관성 유지방안이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부단체장 임명방법」이 최대의 현안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이는데 여야간에는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단체장이 임명하고 광역자치단체는 실시 첫해에는 중앙정부가 임명하되 그 다음해부터는 자치단체장의 추천을 받아 임명토록 합의가 돼 있으나 정부는 완전한 임면권행사를 내부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자칫 분할통치에 따른 행정의 일관성 결여가 국가적 낭비로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가능하면 행정 전문가인 부단체장은 「장악」을 해야 하며 이는 곧 지역당 구도 폐해를 사전방지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 정부측의 논거이다. 정부관계자들은 외국의 경우처럼 사무총장·행정관리관제를 도입,이들을 부단체장에 임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방재정력 확충◁ 지역특성에 맞는 새로운 세원발굴과 지방세수 증대방안이 집중 연구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지역특성적 세원이 있을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자주적으로 지방특유의 지방세를 설치,특정목적이나 용도의 재원으로 조달할수 있게 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검토될 수 있는 과세대상으로는 ▲수력발전 ▲어업권 보유 ▲임축산물 반출 ▲광고물 부착행위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법정 외 지방세의 설치방안은 헌법상의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대한 위헌여부 논란이 예상돼 정부는 우선적으로 신세원의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또 자치단체간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소비세·주세·전화세 등 지방세 성격의 국세 중 일정세목의 수입 일부를 지방에 양여,도로정비·낙후지역 개발 등 특정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재정취약단체에 대한 실제수요액을 충실히 보중해줄 수 있도록 지방교부세 배정기준을 개선할 계획이며 국가보조금제도를 실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보조금 예산의 편성은 자치단체로부터의 신청에 의해 예산을 편성하는 보조금신청주의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수수료와 사용료를 인상,현실화하며 국가수입 중 지방수입화가 가능한 수수료와 사용료에 대해서는 관계법령을 개정,세외수입의 지방재원으로 전환시켜주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황을 파악하고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평가제를 통해 자치단체들이 빠른 시일내에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이론적 지원을 해주는 방안을 적극 연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능이양 및 관련법령 정비◁ 정부는 업무추진 과정상 대부분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수행할 수밖에 없거나 지방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자치단체의 창의력 발휘 등 자율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자치단체에 위임한다는 대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병무 ▲보훈 ▲국토관리 ▲산림 ▲농촌지도 ▲어촌지도 ▲노동 등 7개 행정부문이 연구과제로 선정돼 관할 특별지방행정기관(지방청)과 자치단체간의 업무주체 및 업무영역에 대한 재조정작업이 한창이다. 한 예로 병무행정의 경우 계획·감독업무와 종결처분업무는 지방병무청 및 지청에서 맡고 있으나 이에 관련되는 실질업무는 시·군,읍·면·동에서 하고 있어 지휘감독체계의 이원화현상을 보임에 따라 시·도민방국에 흡수통합시키는 방안과 시·도에 병무국을 신설,흡수하는 방안이 아울러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또 그 동안 자치단체의 기반조성과 관련,중앙권한 중 자치적 성격의 사무와 주민편익증진사무 등 3백40건을 선정,지방공업단지 지도감독권과 의료보험조합 예산안 승인권 등 1백47건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했으며 나머지 1백93건도 지방이양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지난 88년부터 지자제관련 법령정비작업에 착수,그 동안 지방예산 편성 등에 관한 지방재정법과 지방교부세법·지방세법 등 지자제 실시의 4대 기본법령을 개정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규칙 중 시도와 연관된 2백7종,시군구의 1백81종 등 일반자치법규 3백88종을 끝냈다. 또 앞으로는 지방의회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한 의회 회의규칙,의회 출석답변 공무원의 범위조례,의회청원심사규칙,자치단체 사무감사 및 조사절차 등에 관한 조례 등 6∼7종의 자치법규에 대해서는 시안을 작성,지방의회 구성 2개월 전까지는 정비를 마칠 계획으로 있다.
  • 노대통령 모스크바대학 연설 요지

    ◎냉전의 벽을 넘어,평화와 번영을 향하여/“한·소,불행한 과거 씻고 역사의 새 장 열 때” 나는 이 대학이 세계에 낡은 냉전체제를 종식시키고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새로운 물결을 일게 한 페레스트로이카의 기수였음을 생각하며 여러분 모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로구노프 총장과 트로핀 부총장 그리고 교수 여러분과 이 대학이 새로운 사고를 이끌었으며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많은 개혁의 지도자들이 이 대학으로부터 배출되었습니다. 수많은 위대한 사람들의 예지와 영감이 숨쉬는 이 대학은 이 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의 진보를 이끌고 인류사를 풍요롭게한 지성의 요람입니다. 이 대학이 낳은 문호 곤차로프는 러시아인으로서 첫 한국견문록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그가 한국인의 특성을 이야기하는 속에서 오늘의 만남을 예견한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1854년 푸차친 제독을 수행하여 러시아인으로 처음 한국땅을 밟았던 그는 길에 깊이 패인 수레바퀴 자국들을 보고 한국인이 근면하고 생활력이 강한 것을 알았으며 신기하게도 가난한 사람까지 시를쓸만큼 학식이 있었다고 썼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인들은 그들에게 질문을 했을 때 진실을 말한다. 그들은 그 어느 것도 기탄없이 이야기한다…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이런 일은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한국인들은 유럽에 무난하고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한국이 이룬 급속한 발전의 원동력은 바로 그가 지적한 우리 국민의 높은 교육수준과 근면성,그리고 개방성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이야기한 한국인의 특성이 본격적으로 발휘되기까지는 한 세기를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한 세기동안 우리 민족은 강대세력의 침략과 냉전의 대결속에서 험난한 수난의 역정을 걸었습니다. 냉전은 1950년 한반도에서 전쟁으로 폭발했습니다. 3년 넘게 지속된 이 전쟁에서 모든 것이 폐허화되고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고 피를 흘렸습니다. 1960년대 초 한국이 경제 사회개발을 시작했을 때 자원·자본·기술… 우리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여기에서 일어섰습니다. 국민의 가슴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불을 지펴 모두가 국가건설에 나섰습니다. 그로부터 26년 뒤 서울에서 「인류화합의 큰 축제」가 열렸습니다. 30년 전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던 낙후된 농업국가가 세계 12위의 무역국가로 탈바꿈했습니다. 한국은 이제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1백40년 전 문호 곤차로프가 한국인이 학식이 있다고 한 것은 우리의 오랜 교육전통을 말합니다. 한국의 가난한 농민들은 전쟁을 치른 어려움 속에서도 농토와 소까지 팔아 자녀를 대학에 보냈습니다. 가난의 세월을 그들의 세대에서 끝내겠다는 국민적 의지의 한 단면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대학은 여러분의 대학과 같이 진리와 학문,과학기술과 시대의 흐름… 모든 면에서 가장 앞서가려 합니다. 소련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그 좋은 예입니다. 한국의 대학은 이처럼 다양성을 꽃피우나 국가발전의 힘을 녹여내는 용광로가 되어왔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던 한국의 오늘은 자질이 우수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국민들의 힘으로 이루어졌습니다.교수,학생여러분. 한국은 본격적인 개발계획을 추진해온 지난 28년간 연평균 8.6%의 빠른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한국의 고도성장은 창의력 높고 부지런한 우리 국민의 노력이 정부의 효율적인 개발정책과 조화를 이루어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성공적인 개발로 2차대전 이후 외채를 줄여나간 유일한 개발도상국입니다. 한국은 아직 선진국도 아니며 강대한 나라도 아닙니다. 우리가 이루려는 목표가 성취된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아직도 많은 어려움과 도전을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기안에 국민소득 1만5천달러 수준의 번영하는 선진국이 되는 소망을 이루려하고 있습니다.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가 어려움과 도전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장래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비관적인 이야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는 결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우리나라보다 2백배가 넘는 광대한 국토와 여기에 무한한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달과 우주를 정복하는 첨단의 과학기술과 세계 초강대국의하나가 된 국력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페레스트로이카를 승리로 이끌 모든 것을 갖고 있습니다. 소련은 지난 10월말 경제개혁안을 채택하여 시장경제로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나는 우리의 개발경험에 비추어 이와 같은 개혁이 소련경제의 밝은 앞날을 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새로운 친구인 한국은 소련의 개혁을 지지하고 성원할 것입니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은 소련을 자유와 번영의 길로 이끌 뿐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인류사회의 진보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야 뽀옴뉴 추우드노예 므그노 베니예 뻬레 더 므노이 야비일라시 뜨이 (나는 기적의 순간을 기억합니다. 그것은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은 우리 두 나라의 새로운 만남을 시인 푸슈킨이 노래한 「기적의 순간」처럼 경이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 소 관계의 정상화는 우리 겨레에게 그토록 큰 고통과 비극을 가져다 준 냉전체제의 종막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전쟁과 분단의 땅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재촉할 것입니다. 우리 두 나라간에는 지난 시대 86년간의 단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식민세력의 침략과 냉전체제의 대결 때문이었습니다. 2차대전이 끝날 즈음 미·소 두 나라는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른 북위 38도를 따라 선을 그었습니다. 이 선이 남북의 우리 동포와 한·소 두 나라 국민 모두를 서로 가르는 냉전의 높은 벽으로 굳어졌습니다. 스탈린시대 나라를 불바다로 만든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1983년에는 소련 공군기에 의해 우리 민간여객기가 피격을 당했습니다. 한·소 양국은 어두웠던 지난날이 불행을 씻고 이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합니다. 한·소간의 새로운 시대는 모든 나라,모든 국민이 화해와 협력으로 평화로운 세계를 이루려는 우리의 북방정책과 페레스트로이카가 합치하는 공동의 철학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을 만나며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평화와 번영… 인류가 가진 공동의 이상을 다함께 실현해 나갈 수 있다는 신뢰와 신념을 가집니다. 한·소 두 나라간에 선린우호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일은 부자연하고 비정상적인 과거를 청산하고 이성이 지배하는 역사,인간성을 회복하는 역사,현실을 현실로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새로운 역사의 창조를 뜻하는 것입니다. 오늘 나와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갖고 두 나라가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해 나갈 것을 밝혔습니다. 이것은 몰타 미 소 정상회담으로부터 「한 지붕속의 유럽(European Common House)」을 이룬 평화의 새 질서가 유라시아대륙의 동쪽으로 미쳐오고 있음을 말하는 의미깊은 진전입니다. 한국은 이제 이 지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았습니다. 한반도문제의 해결방향은 분명합니다. 현실을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남북한이 교류협력하는 관계를 이루면 같은 민족간의 화해는 빠른 속도로 진전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과 경쟁·대결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동반자의 관계를 이룩해 나가려 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고립을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소련이 우리와 좋은 관계를 발전시키는것과 똑같이 북한과 기존의 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랍니다. 북한은 그들의 오랜 폐쇄노선으로부터 나와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관계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 세계에 넘치는 개방과 개혁의 물결을 북한만이 거스를 수 없습니다. 이 새로운 질서에 참여하는 것은 북한이 그들의 발전을 위해서도 해야 할 일입니다. 특히 양국의 경제구조는 상호 보완적이어서 교역과 경제협력관계는 크게 확대될 것입니다. 한국 경제는 소련이 필요로 하는 많은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은 소련의 선진과학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소련의 앞선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류협력의 증진은 비단 경제분야에 그치지 않고 모든 분야에 걸쳐 우리 모두에게 결실과 보람을 안겨줄 것입니다. 나는 양국의 대학이 적극적인 교류를 추진해 나가고 있는 것을 반갑게 생각합니다. 그것은 학문을 향상할 뿐 아니라 학자와 젊은 세대간의 이해와 우의를 증진하여 우리 모두의 더 밝은 내일을 약속해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특히 모스크바대학을 중심으로 소련 학계가 한국에 관해 어느 나라보다 깊고 광범한 연구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것을 마음 든든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더욱 평화롭고 번영된 세계를 향하여 모두가 행복을 누리는 저 밝은 21세기를 향하여 손잡고 나가는 동반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스끄바,베치나야 찌베 슬라바(모스크바여,영광이 영원하여라)! 발쇼예 쓰빠시바(대단히 감사합니다).
  • 동구 모자라는 자본 시장경제 주춤/개혁실험 1년의 실상과 과제

    ◎헝가리학자 바코스 진단/화폐태환성 떨어져 외자유치 부진/인플레 가속 막게 예산분배구조 개선 급선무/「사원지주제」등 확대 통해 사유화 추진 바람직 동구 각국이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을 서두르고 있다. 동구경제의 시장화 노력은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헝가리와 폴란드는 경제의 분권화,개방화 등을 주장하는 시장화 노력을 이미 20여년전부터 여러 차례 시도해왔다. 부분적으로는 이런 시도들이 성과를 얻기도 했다. 기업의 경영자율성이 보장되고 가격자유화,임금의 물가연동제도 부분적으로 도입되었다.그러나 과거 이런 노력들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예외없이 침체와 후퇴의 길로 다시 빠져들고 말았다. 과거 경제개혁들이 실패로 끝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산의 사유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동구 경제개혁은 이 사유화를 동반하고 있다. 혹자는 경제의 효율성과 사유화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실제로 NICs(신흥공업국)는 대부분 정부의 강력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괄목할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동구에서는 중앙통제 계획경제로 인해 개인의 창의력이 말살당했고 사유재산권의 박탈은 개인의 인권까지 빼앗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 동구의 경우는 시장력을 키우는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 만드는 작업이다. 과거 사유화는 정치ㆍ이념적으로 금기사항이었다. 그것은 국가소유제를 근간으로 하는 공산당의 기본이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논리였다. 공산당의 권력독점이 포기되고 정치적인 대변혁을 거친 후에야 사유화에 관한 논의는 비로소 시작될 수 있었다. 동구 각국이 사유화 도입에 대한 기본원칙은 모두 받아들인 상태이지만 시행의 폭과 속도를 싸고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헝가리와 폴란드는 1989년에 새 기업법을 도입,개인회사설립을 허용하고 외국인도 1백% 지분을 가질 수 있게 했다. 본국으로의 과실송금과 제3국과 직교역도 허용했다. 체코는 새해 1월부터 사유화법이 발효될 예정이고 소련은 새 경제개혁안에 이 사유화계획을 포함시켰다. 불가리아ㆍ루마니아는 아직 사유화법안을 마련치 못한 상태이다. 동구의 사유화작업에가장 큰 장애는 자본부족이다. 서구에서는 개인과 정부사이에 자본의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동구에서는 국가소유기업을 사들일 개인 돈이 없다. 예를 들어 헝가리와 폴란드의 경우 개인저축액이 국가 총자산의 10∼15%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저축액은 대부분 아파트나 자동차ㆍTV 같은 내구재를 겨냥한 것이다. 외국의 자본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도 못하다. 사유화를 촉진하는 자본조달의 한 방법으로 ESOP(일종의 사원지주제)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국가자산의 20∼25%를 해당작업장의 노동자들에게 매각하는 것이다. 시장화,사유화는 다른 여러 요인들이 함께 충족될 때 비로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요인들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본 및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의 도입이다. 금융시장 도입의 관건은 화폐의 태환화이다. 폴란드는 지난해부터 민간외환거래소를 합법화시켰고 공식환율과 암시장의 환율이 같아졌다. 헝가리는 향후 2년내 포린트화의 태환화를 이룬다는 계획이고 체코는 새해부터 국내화폐의 태환화를 성사시키기로 했다. 루마니아ㆍ불가리아ㆍ소련도 가까운 시일내에 태환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방물품의 수입자유화가 이루어져가고 있어 헝가리와 폴란드는 현재 50%,체코는 내년부터 50%를 수입자유화시킬 방침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이미 상당 수준 화폐의 태환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들 나라의 무역회사들은 상업은행에서 외화를 구입해 수입대금을 지급한다. 가격자유화의 경우 헝가리와 폴란드는 이미 상당부분 시행중이고 체코를 비롯한 여타 국가들도 내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부가세와 개인종합소득세도 이미 도입됐다. 정부는 가격자유화를 실시하더라도 통화정책과 세제를 통해 어느정도 통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헝가리와 폴란드의 경우를 놓고 볼 때 가격자유화는 급격한 인플레를 가져온다. 나는 인플레의 실제 주범을 국가재정의 불공정한 지출과 기업의 비능률적인 수익분배로 본다. 기업의 수익분이 재투자보다 임금인상에 더 많이 소비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국가통제가격을 인상해 재정적자를 줄이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기업의 사유화가 이루어지면 무리한 임금인상으로 인한 인플레도 자연히 억제될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연금ㆍ사회보장기금ㆍ주택기금에 들어가는 세출을 과감히 줄이는 국가예산구조의 근본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헝가리ㆍ폴란드ㆍ체코는 조기 예산개혁안을 이미 마련했다. 사유화가 진행됨에 따라 필연적으로 노동시장이 생성될 것이다. 이미 헝가리와 폴란드에서는 금년들어 실업률이 급상승했다. 정부에서는 전업을 위한 재교육기관과 직업중개소를 늘려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서방국들과 취업협정도 맺어나가고 있다. 동구국들은 최근까지도 코메콘체제를 통해 소련경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말부터 이 협조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소련의 에너지공급이 줄어들고 이 체제가 기술개발에 장애가 됐기 때문이다. 동구국들은 현행 세계시장가격에 비해 상당히 싼 값으로 에너지와 연료를 소련으로부터 공급받는 반면 자국 상품은 비교적 좋은 값에 소련으로 수출해 왔다. 따라서 거래선을 다변화할 경우 동구국들은 당장 15억∼20억달러 정도의 손실을 보게 된다. 헝가리ㆍ폴란드ㆍ체코는 이미 EC가입을 선언했고 나머지 나라들도 곧 이들의 뒤를 따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여건으로 보아 가까운 시일내에 EC 정회원국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 당장 협조관계를 맺기는 EFTA(유럽자유무역연합)와 「펜타고날레」 5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펜타고날레는 문화ㆍ교통ㆍ환경보호 및 경제협력을 목적으로 조직된 오스트리아ㆍ체코ㆍ헝가리ㆍ이탈리아ㆍ유고 5개국 협력체이다. 동국국들과 이들 기구간에는 거대 독일의 영향력에 대한 공통적인 견제심리가 작용해 협조관계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 동구에서 추진되는 시장경제화는 분명 자본주의로 가는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들이 추구하는 자본주의는 과연 어떤 형태의 자본주의가 될까. 아직 이에 대해 뚜렷한 청사진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독일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나 스칸디나비아 모델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본다. 시장경제체제가 운용되되 광범위한 보장장치를 통해 이의 부정적인 요소들은 해소시켜나가는 체제를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주의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보와 조화,사회복지라는 보다 나은 미래에의 비전을 여전히 갖고 있다.
  • “풍요는 부럽지만 자존심 상해”

    ◎동독 간호원이 말하는 「경제통합」 그뒤/“고용기회등 동독 여성우대제에 미련/임금차이 많아 샐러리맨 「대이동」 우려” 『체면이 있지 어떻게 첫날부터 돈을 찾아요』 동베를린의 간호원 코르넬리아퓰릭(30)은 동서독 마르크화의 등가교환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한편으로 서독방식으로의 경제통합에 일면의 반감을 내보였다. 간호원 경력 13년 만에 월 1천5백마르크의 수입으로 비교적 무난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독신녀 퓰릭은 최근 서독의 한 친지를 방문했을때 『동독은 당연히 서독방식으로 합쳐져야 한다』 『걱정마라,우리가 책임지마』 등의 말을 듣고 상당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동서베를린의 경계지점인 구 찰리검문소로부터 약 20㎞ 떨어진 동베를린 근교 헬러스도르프의 그녀 아파트는 20평 남짓 비교적 수수한 아파트였지만 본래는 슈타시(동독 비밀경찰)의 고위급 간부와 「연줄」이 있어야 입주가 가능했던 중급이상의 수준이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동베를린 시가를 조금 벗어나자마자 아파트군이 등장했으나 대부분 관리부실인듯 초라한 인상이었으며 주변엔 잡초가 무성해 일면 삭막감을 느끼게 했다. 또 겉은 그럴싸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벽의 재질이나 도배,가구 등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퓰릭의 아파트는 방 2개,화장실,주방으로 구성돼 있는데 고물가구점에나 있음직한 나무침대,나무의자들이 「사회주의」 생활의 질을 그대로 방영해주고 있다. 서독 비스바덴 출생인 퓰릭은 베를린장벽이 설치되기 직전 동독으로 이주한 예외적인 케이스이다. 서독으로부터의 이주는 부친이 사회주의자였기 때문. 그녀의 부친은 「이상」을 안고 동독으로 이주했으나 이내 체제의 경직성에 실망,좌절에 빠지고 말았다고 전한다. 간호원으로서 오랜 직장생활탓인지 피부에 흉터가 많고 또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단호한 인상을 주는 퓰릭은 자신이 이같은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이상적 사회주의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퓰릭은 동서독 경제통합에 대해 우선 종전의 동독체제가 개인의 자유와 창의력을 도외시했던 만큼 서독체제로의 이행은 우선 생활수준을 높여줄 것이라고 긍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그러나 새로운 체제로의 적응이 힘든 장년,노년세대들은 자칫 체제에서 「탈락」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동독에서는 지금까지 고용의 기회와 보수면에서 남녀 차별이 거의 없었으나 경제통합으로 여성근로자들이 불리하게 됐다면서 1년간의 출산 유급휴가 등 구체제의 여성우대제도에 미련을 나타냈다. 그녀의 월급여 1천5백마르크는 최근에 급격히 인상된 것. 지난해만해도 1천마르크 수준이었으나 올 총선에서의 인금인상 공약이 있은 후 5백마르크나 대폭 올랐다. 퓰릭은 이같은 대폭 인상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신과 유사한 경력의 서베를린 간호원이 월 3천2백마르크를 받고 있음을 지적,양쪽간에 임금차이가 남아있는 한 동독 간호원들이 서독쪽으로의 「이동」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자신은 그러나 현재 집세가 월 80마르크에 불과한 데다 모든 공공요금이 91년까지 동결되기로 되어있어 통합으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더라도 별 타격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쪽의 풍요가 부럽기는 하지만 현재도 사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는 퓰릭은 이어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모두 결점이 있으며 이를 초월한 「진보적 사회주의」가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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