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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에 묻힌 진실 뭍에 떠오른 질문

    바다에 묻힌 진실 뭍에 떠오른 질문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이충진 지음/이학사/165쪽/9000원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조병희 등 지음/한울/264쪽/2만 2000원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정혜신·진은영 지음/창비/294쪽/1만 3800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의 국가적 비극 앞에 국민들은 망연자실했다. 하늘에 해경 헬리콥터가 떠 있고 텔레비전이 생중계를 하는 중에 아이들이 눈앞에서 스러져 갔다. 그럼에도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었던 우리 사회의 불합리함과 비윤리성, 무력함은 대한민국의 지성들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뼈아픈 성찰의 결과물들이 세월호 1주년을 맞아 서점가에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그날 이후 나의 일상은 송두리째 무너졌다”고 고백하는 이충진 한성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우리가 반드시 숙고하고, 긴 호흡으로 대해야 할 문제들을 철학의 눈으로 성찰했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에서 그는 국가, 시장, 도덕, 한국사회의 특성 등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중요하게 떠오른 몇가지 사항들을 철학적 시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가 먼저 주목하는 것은 ‘국가란 무엇인가?’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가 목격한 대한민국은 홉스가 생각했던 ‘국민을 보호하는 기관’도 아니었고, 루소가 생각했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권력’도 아니었다. 심지어 ‘국가는 국민의 부모와 다름없다’는 전근대적 국가도, ‘부모가 아이를 보살피듯 국민을 보살펴야 한다’는 공자의 국가도 아니었다고 한탄한다. 저자는 세월호 침몰에서 확인된 대한민국의 실체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질타한다. 세월호 침몰 이전의 국가권력 또한 철저히 선택적으로 작동해 국가권력이 모든 국민의 이익을 위한 공적 권력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대신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소수만의 국가였다고 주장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월호 침몰 ‘이후’의 한국사회다. 저자는 이름 없는 다수에게서 희망을 본다. 인간 존엄성을 중시하는 사회, 자유·평등·연대라는 근대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 인간 친화적인 공동체, 그곳을 향한 그들의 노력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음에 일말의 희망을 건다. 이 교수는 ‘외면’이 아닌 ‘대면’으로, ‘망각’이 아닌 ‘기억’으로 ‘세월호의 이후’를 만들자고 간곡히 호소한다. ‘지금 여기’의 철학에 대해 질문하는 게 과제해결의 출발점이며 세월호 이후를 우리의 건강한 미래로 만들 때 비로소 세월호 슬픔을 진정성 있는 슬픔으로 보존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는 세훨호 참사를 사회학의 시각에서 분석한 책이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장덕진 소장(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을 비롯한 8명의 저자들은 사회학자이자 살아남은 이로서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던진 무거운 질문에 답을 찾아간다. 저자들은 수많은 생명들을 무기력하게 떠나보내고 나서 진상규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의 곳곳에 우리 사회의 ‘공공성’ 문제가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밝히며 공공성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얽혀 있는 문제점을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세월호 참사로 대표되는, 한국에서 반복되는 재난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회과학적 개념과 분석법을 동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공공성 및 위험관련 지표를 분석하고 세계 가치관 조사 자료를 활용해 각국 국민들의 가치관을 분석했으며 비교대상이 된 나라들의 현지 전문가 50명을 만나 인터뷰도 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성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공공성의 하위영역에 속하는 공익성(30위), 공정성(30위), 공민성(29위), 공개성(28위)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또 세계 가치관 조사를 통해 본 한국인은 ‘우리보다 나 자신의 성공을 중요하게 여기고, 타인을 배려하기보다 나의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지지’하는 경향을 강하게 띤다. 저자들은 공공성이 높은 국가에서 위험수준이 낮고 위험관리 역량은 높다는 사실을 검증한다. 더불어 위험수준과 위험관리 역량은 공공성 성격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점도 밝힌다. 저자들은 한국이 심각한 공공성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배제적 자유주의 공공성의 성격이 강해 위험에 취약하다고 진단하고, 공존의 가치가 공유되고 사회적 합의의 틀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한국 사회는 세월호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는 안산에 치유공간 ‘이웃’을 마련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아픔을 보듬고 있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정혜신이 시인 진은영과 사회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할 지를 놓고 나눈 대화이다. 두 사람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 새겨진 상처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살피며 재난과 폭력을 겪은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과 이웃들, 나아가 우리 모두의 아픔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이들은 모든 피해자들이 슬픔을 온전히 완료할 수 있도록 이웃과 공동체, 사회 전체가 마음을 함께 나누고 서로에게 치유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4·3문학 대표 소설가 40년 문학인생 오롯이

    4·3문학 대표 소설가 40년 문학인생 오롯이

    제주 4·3 사건의 은폐된 진실을 파고드는 데 주력했던 제주 출신 소설가 현기영(74)의 중·단편전집(전3권·창비)이 나왔다. 등단 4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1978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순이 삼촌’을 발표하며 문단 안팎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오랫동안 금기시돼 실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4·3 사건’을 최초로 파헤쳤기 때문이다. 학살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환청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농약을 먹고 자살하고 마는 순이 삼촌을 통해 제주 현대사의 비극을 그렸다. ‘4·3 소설’의 최고봉이자 ‘4·3사건’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첫째 권 ‘순이 삼촌’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10편의 소설이 실렸다. ‘순이 삼촌’ ‘도령마루의 까마귀’ ‘해룡 이야기’ 등 4·3 사건의 비극을 다룬 초기 3부작이 돋보인다. 지식인의 고뇌와 개인의 무력감을 그린 ‘아내와 개오동’, 소시민의식을 역설적으로 비판한 ‘동냥꾼’ 등 작가의 사회의식이 잘 드러난 작품도 있다. 둘째 권 ‘아스팔트’에는 ‘잃어버린 시절’ ‘아스파트’ 등 ‘4·3 소설’ 외에도 제주 출신 영세민의 애환을 그린 ‘귀환선’, 식민지 잔재가 온존하는 교육현장을 고발한 ‘나카무라씨의 영어’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이 실렸다. 셋째 권 ‘마지막 테우리’에는 “단편소설이 요구하는 모든 요소를 고루 갖춘, 우리 단편문학 역사에 빛날 명작”(염무웅 문학평론가)이라는 극찬을 받은 표제작을 비롯해 자전적 소설 ‘위기의 사내’, 당대 현실을 다룬 ‘야만의 시간’ 등 7편의 소설과 장편 ‘변방에 우짖는 새’를 각색한 희곡이 수록됐다. 최원식 문학평론가는 “현기영은 제주도 문제를 민족 내부의 종속 지역에 대한 문제로 보면서도 민족사의 심상부로 끌어들임으로써 보편적 차원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며 “그의 문학이 제주도의 것일 뿐 아니라 우리 민족문학의 중대한 자산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군사독재의 공포정치 속에서 두려움에 떨면서, 자기검열에 찌들면서, 어떻게든 ‘아니다’고 말해보려고 부심하는 모습들…. 중·단편전집 발간을 계기로 작품들을 되돌아보니 젊은 날의 그 생생한 열정, 분노, 두려움, 우울증이 부럽다”고 회고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호박죽 할머니가… 구미호?

    호박죽 할머니가… 구미호?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김애란 지음/박세영 그림/창비/92쪽/9000원 미라와 아라 자매, 미라 친구 경모가 구미호로 불리는 호박죽 할머니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호박죽 할머니는 호박죽을 잘 끓여 붙여진 별칭이다. 할머니는 지리산 자락 끝 외딴 낡은 집에서 혼자 산다. 집도 텃밭도 호박 넝쿨로 뒤덮여 있다. 할머니가 구미호가 된 건 말썽 피우는 아이들을 혼내면서 할머니가 한 말 때문이다. “내 꼬랑지가 몇 갠지 알어야? 자그마치 아홉 개여. 모르는 게 없단 말이지. 자꾸 성가시게 하면 간땡이를 빼 먹어 버릴랑께.” 그때부터 아이들은 할머니가 무서워 할머니 집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미라와 아라 자매는 1년 전 아빠와 지리산 자락으로 옮겨 왔다. 엄마는 돈 벌러 나가 함께 살지 않는다. 아빠는 송어도 키우고 약초도 키운다. 늘 함께하던 아빠가 하룻밤 집을 비우게 됐다. 송어 잘 키우는 법을 배우러 도시로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아빠는 하룻밤만 호박죽 할머니 집에 가 있으라고 했다. 자매는 둘이 가기엔 너무 무서워 경모도 불러 함께 간다. 세 아이는 가슴을 졸이며 할머니 집에 들어서는데…. 아이들 앞엔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옛이야기 ‘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독창적으로 되살렸다. 옛이야기에선 밤톨, 맷돌, 지게, 멍석 등 사물들이 호랑이에 맞서 할머니를 구한다. 돈 벌러 집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어린 자매와 몇 년째 소식 없는 아들을 기다리는 할머니가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는 대목에선 뭉클함이 묻어난다.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저학년 부문 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스토리 진행이 탄탄하고 읽으면서 그려지는 장면들이 아주 선명하고 동화답다. 유머가 있고 멋진 환상이 있고 또 현실이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이 이야기가 한적한 밤, 누군가 아이를 품에 안고 들려줘도 좋을 옛날이야기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초등 저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일상 속 위기를 포착하다

    일상 속 위기를 포착하다

    “2~3년간 책상에 앉는 게 너무나 두려웠다.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했다. 혼란스럽기만 했다. 이번 소설집을 묶을 무렵 슬럼프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작가로서 의욕도 다시 생겼다.” 올해로 등단 20년을 맞은 소설가 전성태(46)가 6년 만에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작가 인생 최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2009년 ‘늑대’ 이후 네 번째 소설집 ‘두 번의 자화상’(창비)을 냈다. 작가는 “부족하지만 작가로서 각오를 새롭게 다지게 한 소설집”이라며 “한번 호흡을 고르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했다”고 했다. 소설집엔 12편의 단편이 실렸다.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 두 가지 시도를 했다. 하나는 일상을 짓누르는 불안이나 위기를 잡아내려 했다. ‘소풍’, ‘낚시하는 소녀’, ‘로동신문’, ‘성묘’, ‘망향의 집’,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등이 일상성을 건져 올린 작품들이다. 치매를 모티브로 한 최근작 ‘소풍’은 작가가 앞으로 지향해 갈 주제나 문제의식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와 같은 일상이 우리 삶에 침륜하듯 들어와 있는데 그걸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며 “가족의 단란한 풍경 속에 들어와 있는 여러 일상의 위기들을 잡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단편소설에 적용되는 현대라는 시간을 20~30년 전까지 확대하려고도 했다. 현대문학에서 장편소설은 현대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데 반해 단편소설은 모든 걸 현재화시켜야 한다는 명목 아래 현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만 다루는 데 대한 거부감의 표출이다. 시점을 아예 과거로 못 박은 작품 ‘영접’이 대표적이다. ‘영접’은 전두환 전 대통령 취임 때를 시간적 배경으로 했다. “눈앞의 시간대인 2~3년을 보통 당대라고 하는 데 대해 불만이 많았다. 소설은 보폭을 더 넓혀야 한다. 단편도 현대의 풍경을 과거 20~30년 전까지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국화를 안고’의 주제의식도 새겨볼 만하다. 사회적 죽음에 대한 공명(共鳴)을 다뤘다. “글을 쓰고 난 뒤 글쓰기 전에 답답했던 게 해소되는 느낌이 든 작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그의 죽음에 국화를 한 송이 바치는 느낌으로 썼다.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 작품을 다시 봤는데 처음 썼을 때 들었던 죽음에 대한 공명이 되살아났다.” 제목 ‘두 번의 자화상’엔 작가의 초심이 반영돼 있다. 갓 작가가 됐을 때 20년마다 ‘길’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통해 문학에 대한 자화상을 그려보겠다고 다짐했다. 첫 소설집 ‘매향’에 단편 ‘길’이 수록돼 있다. “이번 작품집에도 쓰려 했는데 지난겨울 원고 쓸 무렵 아버님께서 돌아가셔서 쓰지를 못했다. 올해나 내년쯤 쓰려 한다. 운이 좋으면 20년 뒤 60대 중반에, 운이 더 좋으면 80대 중반에 하나씩 쓰려 한다.” 슬럼프를 딛고 일어선 작가의 창작열은 뜨겁다. 현대사를 다루는 3부작 장편과 ‘소풍’처럼 우리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일상을 짓누르는 어떤 문제들을 단순한 방식으로 잡아내는 단편들을 준비하고 있다. “20대 땐 많은 걸 희생하고 작가의 길을 간다고 생각했는데 희생하고 지금까지 온 게 아니라 정말 원하고 가고 싶은 길을 왔다. 문학도 작가의 삶의 형식이기 때문에 나이를 먹는다. 작가 생활은 많은 실패를 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만회하는 과정이다. 인생에 단 한 편은 없다. 겸손한 실패로 점철되는 게 문학 인생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아이들의 걸음마, 성장통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아이들의 걸음마, 성장통

    베스트셀러 작가 김중미·황선미의 작품이 나란히 나왔다. 두 작품 모두 어린이나 청소년의 성장을 다뤘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는 청소년 장편소설 ‘모두 깜언’(왼쪽·창비)을 냈다. ‘깜언’은 ‘고맙습니다’라는 뜻의 베트남어다. 내면에 상처를 안고 사는 강화도 농촌 여중생 유정이의 성장소설이다. 다문화 가정, 자유무역협정(FTA), 구제역 등 농촌 사회의 여러 이슈를 사실적으로 담았다. 서로 연대하고 고마워할 줄 아는 농촌 공동체 속 인물들의 따뜻한 마음이 훈훈한 감동을 자아낸다. 작가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누구나 크고 작은 결핍을 갖고 있다”며 “결핍은 사람과 사람을 맺어 주는 매개가 되고 서로 사랑하게 하는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쓰는 데 인천 만석동에서 13년이 걸렸고 이번 작품을 쓰는 데도 강화에서 13년이 걸렸다. 작가는 2001년 인천 만석동에서 강화 양도면으로 이사했다. 그는 “강화가 내 삶의 자리로 들어오는 데 10년이 넘게 걸렸다”며 “13년이 돼서야 농촌 이야기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선미는 성장동화 ‘고작해야 364일’(오른쪽·forbook)로 돌아왔다. 364일 먼저 태어난 형 ‘윤조’ 때문에 설움의 나날을 보내는 동생 ‘명조’의 성장 드라마다. 할머니, 아빠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는 형 때문에 명조는 늘 불만이 팽배해 있다. 명조는 가족과 친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깨우쳐 간다. 조금은 아프고 억울한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단단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는 걸 배워 간다. 작가는 “누구나 조금씩은 감추고 싶은 게 있는데 그것 때문에 비뚤어진 어른이 된다면 너무 속상하다”며 “감추고 싶고 모자라는 부분을 다독이고 채워 가면서 자기 표현에 당당하고 다른 사람 앞에 멋지게 서는 개성적인 아이들로 커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00년 출간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100만부를 돌파했다. 2012년엔 폴란드의 ‘최고의 책’으로, 지난해엔 영국 워터스톤스와 인디펜던트지, 북셀러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선셋 리미티드(코맥 매카시 지음, 문학동네 펴냄) 서사가 아니라 등장인물인 ‘흑’과 ‘백’ 두 남자의 대화만으로 이뤄진 ‘극 형식’의 소설. 미국 뉴욕을 지나는 급행 통근열차 ‘선셋 리미티드’에 자살하려고 뛰어든 ‘백’과 그를 구한 자칭 수호천사 ‘흑’의 대화로 구성됐다. 인간의 운명, 삶과 죽음, 행복과 고통, 환상과 현실, 유신론과 무신론 등 생을 떠나지 않는 한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철학적인 문제들을 담았다. 작가는 ‘서부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며 해마다 노벨문학상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전작인 ‘더 로드’나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 영화로도 제작됐다. 144쪽. 1만 1000원.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헤르만 헤세 지음, 김영사 펴냄) 헤세가 쓴 3000여편의 서평과 에세이 가운데 가장 빼어난 73편을 가려 뽑았다. JD 샐린저, 카프카, 토마스 만, 도스토옙스키 등 세계문학 고전부터 공자, 노자, 붓다, 우파니샤드, 바가바드기타 등 동양 걸작까지 두루 실렸다. 헤세는 스물세 살인 1900년부터 세상을 떠난 1962년까지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서평을 썼다. 420쪽. 1만 4000원. 끝의 시작(서유미 지음, 민음사 펴냄) 보통 사람들이 한두 번씩 경험하는 이별의 아픔과 상처,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슬프고 담백하게 담아냈다. 특유의 서사성과 서정성이 돋보인다. 기존 작품들에서 보였던 세태 반영적 성격이 준 것도 특징이다.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작가상을, ‘쿨하게 한걸음’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았다. 사자, 포효하다(유순하 지음, 문이당 펴냄) 빛나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생명처럼 긴요한 희망이 아예 불가능한 불모 상태에서 지향마저 불확실한 항해를 할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희망은 무엇인지, 그 희망은 어떻게 획득될 수 있는지를 들려준다. 312쪽. 1만 3000원.
  • “304개의 고통, 셀 수 없는 슬픔… 기록으로 기억해요”

    “304개의 고통, 셀 수 없는 슬픔… 기록으로 기억해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펼쳐진 농성장 천막 들머리 앞의 숫자는 ‘273’이었다. 4·16 세월호 참사를 맞은 지 273일째다. 잊지 않겠노라던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대통령은 지난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여러 번 만났다”고 당당히 얘기했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이하 작가기록단)가 세월호 유가족 13명의 기억을 기록한 인터뷰 모음집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펴냄)을 출간했다. 김순천 작가 등 12명으로 꾸려진 작가기록단은 이날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이후 유족은 물론 남겨진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과정을 담담히 전했다. 작가기록단에는 영상팀과 사진팀, 구술과 기록 관리를 위한 학자팀이 모였고 윤태호·최호철 등 8명의 만화가도 참여했다. 김순천 작가는 “인터뷰 내내 울다가 한 글자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고 돌아온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304명에게는 304개의 고통이 존재한다. 이 13명의 인터뷰는 평범한 유가족들이 얼마나 잘 견뎌 왔는지에 대한 삶의 기록”이라면서 ‘숨도 잘 쉬어지지 않는 울음’을 터뜨리는 유가족을 인터뷰했던 이야기를 이어 갔다. 김 작가는 “이 책은 각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책은 단원고 2학년 4반 김건우 학생 어머니가 아들 건우를 떠올리며 공황장애를 이겨낸 얘기로 시작된다. 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앞에 무릎을 꿇은 남편의 뒷모습을 지켜본 2학년 5반 이창현 학생의 어머니 최순화씨 얘기 등을 담았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책의 제목처럼 아이들이 돌아오는 금요일이 오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작가기록단은 오는 29일 경기도 안산을 시작으로 다음달 5일 조계사, 9일 대구에서 북콘서트를 갖는다. 또한 추가로 출간할 2차 기록집에서는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등까지 인터뷰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상스럽게, 애달프게… 삶을 그리워하다

    상스럽게, 애달프게… 삶을 그리워하다

    2010년 1월 30일 비보가 날아들었다. 심호택 시인(원광대 불문학과 교수)이 전주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내용이었다. 엊그제 시인들 모임에서 만났는데 하루아침에 세상을 등졌다니 살고 죽는 게 허깨비 같았다. 산다는 건 결국 풍선을 부는 게 아닐까. ‘한번은 터지는 것/우연한 손톱/우연한 나뭇가지/조금 이르거나 늦을 뿐/모퉁이는 어디에나 있으므로.//(중략) 어린 풍선들은 모른다/한번 불리기 시작하면 그만둘 수 없다는 걸./뽐내고 싶어지지/더 더 더 더 커지고 싶지./아차/한순간 사라지네 허깨비처럼/누더기 살점만 길바닥에 흩어진다네.’(풍선) 시인 김사인(59·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의 온갖 애환을 시로 대신해 노래하고 운다. 동료의 갑작스러운 죽음에서 인간 욕망의 덧없음을 통곡했다. ‘만신’처럼 동시대 삶의 애환을 절규하기도 하고 신바람 나서 풀기도 한 시들이 한 권으로 묶였다. ‘어린 당나귀 곁에서’(창비)다. 2006년 두 번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이후 9년 만이다. 시인은 “‘조금 더 서로에 대해 연민을 갖고 서로를 애틋해하고 작은 거라도 조금 더 나누는 삶이 왜 이렇게 어렵고 안 되는 걸까’, 그런 안타까움, 그런 삶에 대한 그리움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시인의 바람은 ‘보살’에 함축돼 있다. ‘그냥 그 곁에만 있으믄 배도 안 고프고, 몇날을 나도 힘도 안 들고, 잠도 안 오고 팔다리도 개뿐허요. 그저 좋아 자꾸 콧노래가 난다요.(중략) 양말도 한번 더 빨아놓고 싶고, 흐트러진 뒷머리칼 몇올도 바로 해주고 싶어 애가 씌인다요.’ 상스러운 말로 애환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문 앞에서 그대를 부르네./떨리는 목소리로 그대 이름 부르네./(중략) 대답 없자 비로소 큰 소리로 욕하네/개년이라고.’(빈집) ‘몸은 하나고 맘은 바쁘고/마음 바쁜데 일은 안되고/일은 안되는데 전화는 와쌓고//(중략) 바로 이때 나직하게 해보십지/에이 시브럴-’(에이 시브럴) “요리할 때 향신료를 가미하면 평범하던 식재료들이 확 살아난다. 문맥의 앞뒤 분위기 속에서 욕이 내는 향신료적인 맛, 그걸 통해 살려낼 수 있는 생기, 시 전체에 부여하는 긴장감을 기대하면서 썼다.” 시집 속 시들 가운데 표제를 삼은 여느 시집들과 다르다. 시집에 ‘어린 당나귀 곁에서’라는 시가 없다. “시집을 준비하는 동안 ‘어린 당나귀’라는 이미지와 말이 화두처럼 맴돌았다. 한편으론 무구하고 철없는 느낌도 있고 한편으론 당나귀는 근사한 말과 달라 비애, 슬픔 같은 것도 한 자락 있는 것 같다. 내 자신의 이미지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면이기도 하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됐다. 1·2부는 누군가 시를 보여 달라고 했을 때 조금은 덜 부끄럽게 보여줄 수 있는 시들이고, 3부는 사회적 삶이나 역사적 현실에 대한 느낌들을 담은 시들이다. 4부는 유소년기와 고향 등 시인의 개인사가 묻어나는 시들이다. “시집엔 내 삶도 묻어 있고 비슷한 또래 이웃들의 삶도 묻어 있는 시들이 있다. 약간의 대표성이라도 갖는다면 밥값이라고 할 것이고 개인의 사담으로만 읽힌다면 실패한 시다.” 시인은 1987 첫 시집 ‘밤에 쓰는 편지’를 냈다. “첫 시집 이후 두 번째 시집을 낼 때 원고를 통째로 분실해 19년 걸렸다. 참말 또는 산말을 하기 위해 피 말려가며 애쓰는 게 시 쓰는 일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9~10년 애를 써서 시집 한 권 공들여 묶는 게 나한텐 자연스럽고 적절한 속도인 것 같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자본주의의 위기, 그 이후를 논하다

    자본주의의 위기, 그 이후를 논하다

    자본주의는 미래가 있는가/이매뉴얼 월러스틴 외 지음/성백용 옮김/창비/408쪽/2만원 ‘자본주의 체제는 없어질 것인가, 지금 위기를 딛고 영속할 것인가.’ 500년 지속된 자본주의의 위기가 거론되고 불안한 미래의 예증이 다발함은 새삼스럽지 않다. ‘자본주의의 미래는 있는가’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사회학자 5명이 위기의 자본주의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한 책이다. 화자는 이매뉴얼 월러스틴과 랜들 콜린스, 마이클 맨, 게오르기 데를루기얀, 크레이그 캘훈. 주로 자본주의 체제의 비판적 성찰로 눈길을 끌어 온 이들이다. 이들은 일단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데 동감한다. 5명 모두 세계가 수십 년간 계속될 험난하고 어두운 시기에 들어섰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최후의 위기, 즉 자본주의의 종말 여부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하나는 지금의 체제가 필연적 위기 국면이고 2050년을 전후해 ‘자본주의 이후’로의 이행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른 측은 그와 달리 지금의 불안정·불평등이 자본주의 붕괴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엇갈린 주장과 달리 석학들의 현재 진단은 한결같이 어둡다. 그 진단에 따른 인류의 선택지도 두 갈래로 나뉜다. (위계질서와 착취, 양극화 특징을 그대로 갖춘) 지금보다 더 나쁜 체제이거나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민주적이고 평등한 전대미문 체제의 갈림이다. 그 전망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큰 충격과 도전으로 닥칠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이후는 죽음 같은 정체기도, 영원한 유토피아도 아닐 것이다.” 그런 전망에 얹어 석학들이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압축되는 듯하다. ‘곧 닥칠 도전의 시기,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능성의 선택은 전적으로 인간 사회의 노력과 의지에 달렸고 준비하는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74년 인생 통해 엿본 인간 정약용의 모든 것

    74년 인생 통해 엿본 인간 정약용의 모든 것

    다산의 한평생/정규영 지음/송재소 역주/창비/289쪽/1만 7000원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대학자 정약용(1762~1836)은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다산(茶山) 외에 열수, 사암, 자하도인, 문암일인, 철마산초 등 여러 개의 호를 썼다. 그중에서도 가장 선호했던 것은 사암이다. 사암(俟菴)은 중용 29장에 나오는 내용에서 따온 것으로 “백세 뒤의 성인을 기다려 물어보더라도 의혹이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500권에 이르는 자신의 저술에 대한 당당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책은 다산의 고손자 정규영(丁奎英, 1872~1927)이 1921년 다산의 가계와 행적을 연월순으로 기록하고 대표 저술의 주제와 서문을 수록한 ‘사암선생연보’(俟菴先生年譜)를 완역한 것이다. 유년부터 서거할 때까지 다산의 행적을 연대순으로 정리한 연보는 ‘자찬묘지명’ 이후 공백으로 남았던 15년이 정식으로 완성됐다는 의미를 지닌다. 출생부터 서거할 때까지 다산의 굴곡 많은 한평생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책은 방대한 다산 저술이 언제 어떻게 이뤄졌는지, 다산 사상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일대기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정규영은 다산이 남긴 저술에 특히 주목했다. 그는 다산의 생애를 두고 “육경사서(六經史書)의 학에 있어서 ‘주역’은 다섯 번 원고를 바꿨고 그 나머지 구경(九經)도 두세 번씩 원고를 바꿨다”고 썼을 만큼 저술에 전념한 측면을 강조했다. 다산이 남긴 대표 저술의 서문도 거의 수록하고 있어 연보만으로도 다산 학문의 전반을 파악할 수 있다. 정규영은 다산의 가계와 행적을 상세히 기록하면서 배경 설명 또한 충실하게 달아 18세기 말~19세기 초 정치적 상황, 다산의 관직 생활과 인간관계, 유배 전후 상황, 인간적 면모, 만년의 집필 활동 등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역사적 사실들을 제공하고 있다. 한문학자이자 다산 전문가인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유려한 번역과 함께 알찬 주석을 달았다. 송 교수의 ‘다산시 연구’도 개정증보판으로 함께 출간됐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책 사재기 근절에 일조… 인생 하반기 문학 정리”

    “책 사재기 근절에 일조… 인생 하반기 문학 정리”

    “지난해 출판사의 사재기 문제 제기 이후 국회에서 ‘사재기법’이 통과되는 등 사재기를 근절하는 데 일조했다. 더 이상 ‘사재기’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사재기 논란에 휩싸였던 소설가 황석영(71)의 ‘여울물 소리’가 창비에서 재출간됐다. 지난해 5월 사재기 파동으로 절판된 이후 18개월 만이다. 황 작가는 2012년 등단 50년을 맞아 자음과모음을 통해 ‘여울물 소리’를 내놨다 출판사의 사재기 의혹이 불거지자 절판 선언을 했다. 지난 1년간 작가는 초판본을 손질했다. 그는 “작품 중간에 천지교를 해설하는 관념적인 내용이 길어서 그 부분을 덜어내는 등 정리했더니 훨씬 깔끔해졌다”고 말했다. ‘여울물 소리’는 황 작가의 생애 하반기 문학을 정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울물 소리’로 하반기 문학을 끝내고 이젠 ‘만년 문학’으로 넘어가려 한다”는 그는 “여태껏 이뤄 놓은 것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젊을 때로 돌아가 새로이 실험하고 현실과 다시 마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내년 중단편 소설을 새로 펴낼 계획이다. ‘여울물 소리’는 격동의 19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이야기꾼이자 혁명가인 주인공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권(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국토와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바꿔 놓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저자의 일본 답사기 완결편으로 교토의 명소를 소개한다. 저자가 틈날 때마다 일본 속 한국 문화의 자취를 따라 일본 각지를 답사해 온 경험과 성과를 망라한 일본 답사기는 1권 ‘규슈-빛은 한반도로부터’, 2권 ‘아스카·나라-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 3권 ‘교토의 역사-오늘의 교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로 이어졌다. 용안사의 석정(石庭)을 표지에 담은 4권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는 일본 역사와 문화의 정수가 모여 있는 교토 구석구석에 남은 한반도 도래인의 발자취와 함께 우리의 기술과 문화를 토대로 문화를 꽃피운 그들의 이야기를 오늘날 우리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고려불화부터 윤동주, 정지용의 시비까지 일본에 새겨진 한·일 두 나라의 오랜 문화 왕래의 자취를 따라간다. 468쪽. 1만 8000원. 세계사를 바꾼 헤드라인 100(제임스 말로니 지음, 황헌 옮김, 행성B:잎새 펴냄) 1면 헤드라인은 가장 중요한 기사 내용을 짧고 명료한 단문으로 함축한 것이다. 책은 170여년간 근현대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결정적인 사건과 역사적 인물들을 100개의 실제 신문 헤드라인을 통해 전한다. 책은 국제적인 전쟁, 자연재해, 범죄, 과학적 발견 등과 관련한 헤드라인 외에 충격, 불안, 환희 등 대중의 감정적 파장을 이끌어 낸 헤드라인을 시간순으로 배치하고 이에 대한 역사적 의미, 언론의 평가나 대중의 반응, 이후 역사와 인류의 삶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오스트리아 황태자 피격’(1914년 6월 29일 뉴욕타임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시작 ‘이스라엘 건국’(1948년 5월 14일 팔레스타인 포스트), 미국과 소련이 벌인 우주개발 경쟁을 극적으로 보여 주는 ‘소련이 우주로 위성을 쏘다’(1957년 10월 5일 뉴욕타임스) 등 근현대사를 아우른다. 384쪽. 1만 7000원. 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인 10(서경덕과 한국사 분야별 전문가 지음, 엔트리 펴냄)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 태어나 영웅의 삶을 살다 뜻깊은 유산을 남기고 간 10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안중근, 김구, 윤봉길, 안창호, 헤이그 특사, 세종대왕, 이순신, 정약용, 윤동주, 백남준이 주인공이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 한국의 영웅 알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인물별 전문가들이 집필에 참여했다. 지난해 독도, 일본군 위안부, 동북공정, 야스쿠니 신사, 약탈 문화재 반환, 독립운동 인물 및 역사, 한글, 한식, 아리랑 등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한국사 10개 키워드를 엮은 ’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사 10’을 잇는 인물편. 자유와 독립을 위해 투쟁한 운동가,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 거장이라 불리는 예술가를 물었을 때 누구를 먼저 떠올리는가, 당신의 대한민국은 누구인가 등의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376쪽. 1만 6000원. 바이 디자인(데얀 수직 지음, 이재경 옮김, 홍시 펴냄) ‘사물의 언어’로 잘 알려진 데얀 수직 런던 디자인뮤지엄 관장이 쓴 개념사전. A부터 Z까지 알파벳순으로 39가지 단어를 선정해 우리 시대의 디자인, 건축, 예술, 패션을 이해할 토대가 될 기본 개념들을 짚었다. 저자의 폭넓은 식견과 명쾌하고도 예리한 분석력이 돋보인다. 앤디 워홀이 진짜로 가짜인 이유, 패션과 유행의 변화를 읽는 법, 위대한 건축물부터 우리의 삶을 바꾼 건축가들의 이야기, 비완벽을 추구하는 디자인의 역설, 코닥은 사라지고 제록스는 살아남은 이유, 빨래집게처럼 작지만 혁명적인 디자인 걸작들에 얽힌 이야기가 거침없이 쏟아진다. 19세기 만국박람회부터 우리 시대를 만든 사물들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3D프린팅, 비디오게임, 유튜브, 비판적 디자인, 디자인 아트 등 디자인의 새로운 영역들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640쪽. 1만 6000원.
  • 백석문학상에 전동균 시인

    백석문학상에 전동균 시인

    제16회 백석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전동균(52)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우리처럼 낯선’(창비)이다. 전 시인은 1986년 ‘소설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거룩한 허기’ ‘우리처럼 낯선’ 등을 냈다. 백석문학상은 백석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고(故) 김영한 여사가 출연한 기금으로 1997년 10월 제정됐다. 최근 2년 내에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한다.
  • 그림으로 읽는 詩, 동심이 새록새록

    그림으로 읽는 詩, 동심이 새록새록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넉 점 반이다.”/“넉 점 반 넉 점 반.”/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중략)/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니나니 나니나/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읽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번지는 윤석중의 시 ‘넉 점 반’이 오종종한 얼굴, 깡총한 단발머리가 앙증맞은 소녀를 만났다. 해외 도서전에 나가면 그림만 보고도 해외 출판사 관계자들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 달라”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우리시그림책’(창비) 시리즈의 세 번째 권 ‘넉 점 반’(그림)이다. 이 시리즈는 프랑스, 스위스, 일본, 중국 등 세계 6개국에 팔렸다. 2003년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첫 권으로 한 우리시그림책 시리즈가 최근 ‘강아지와 염소 새끼’까지 15권으로 11년 만에 완간됐다. 백석, 윤동재, 윤석중, 천정철, 권정생 등 우리말과 삶의 질박한 정서와 동심을 담은 시인들의 동시 7편과 전래 동요 6편, 어린이가 직접 지은 시 2편이 밑거름이 됐다. 여기에 이영경, 김병하, 김용철 등 국내 대표 그림책 작가들이 직접 시인의 고향, 작품의 배경지 등으로 발품을 팔아 취재한 결과를 독창적인 캐릭터, 순박하고 아름다운 색감, 다채로운 기법으로 그려 낸 기획이다.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는 “이야기를 뒤따라가는 서사와 달리 시는 주관적, 능동적으로 세계를 받아들이며 의미를 만들어 가는 장르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해방감을 준다. 어린이들이 시의 내면까지 들어갈 수 있는 건 상상의 폭을 넓혀 주는 그림 때문에 가능했다”며 기획의 의의를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우리 시는 사라져 가는 우리 역사나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풍부한 매개체”라며 “번잡하고 폭력적인 언어, 학습 언어에 갇혀 자라난 어린이들이 평온한 소리와 언어로 아름다운 세계를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그들만의 잔치 ‘비엔날레’

    그들만의 잔치 ‘비엔날레’

    짝수해인 올해 전국 각지에서 5개의 대형 비엔날레가 동시에 열리면서 ‘비엔날레 피로증후군’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크고 작은 미술행사까지 가세한 탓에 ‘비엔날레 공화국’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정작 이름 한번 들어보지 못한 행사도 한둘이 아닌 데다, 대다수 비엔날레의 수준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국고 보조를 받는 전국의 5대 비엔날레가 거의 같은 시기에 봇물을 이뤄 ‘그들만의 잔치’라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자연미술에 초점을 맞춘 제6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일찌감치 지난 8월 말 개막해 충남 공주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다. 종합비엔날레로 불리는 제10회 광주비엔날레와 제8회 부산비엔날레는 지난 4일과 20일 각각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또 ‘사진의 기억’과 ‘달그림자’를 주제로 한 제5회 대구사진비엔날레와 제2회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지난 12일과 25일 개막했다. 이 가운데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비엔날레는 오는 11월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여기에 격년제 예술행사로 지난 2일 개막한 제8회 미디어시티서울이 열리고 있고, 오는 11월에는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모색하는 대전비엔날레가 개막한다. 이 같은 흐름은 내년 4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가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이코리아전북비엔날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프로젝트 대전,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평창비엔날레 등 다른 행사들까지 합하면 국내에서는 연중 비엔날레가 끊이지 않는다. 격년제 미술제인 비엔날레는 국내의 경우 전국적으로 10여개로 추산된다. 비엔날레라는 이름까지 붙진 않았으나 비슷한 형태의 ‘미술제’나 ‘미디어 아트’ 등을 합하면 20개에 육박한다. 전 세계적으로 비엔날레가 20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절대 과잉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이름만 그럴 듯할 뿐 외국 작가 몇 명의 작품을 들여와 비엔날레라고 부르는 적지 않은 행사들에 미술계의 경계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판을 벌여놨으나 신통치 않은 결과에 실망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존재감이 없어진 행사도 적지 않다. 2000년대 중반 개막해 2010년 문을 닫은 인천여성비엔날레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행사는 3만명 안팎의 관람객을 모으다 국비지원이 끊긴 직후 자취를 감췄다. 운영 미숙과 예산 부족, 입장객 부풀리기 등은 이들 비엔날레의 대표적 부작용이다. 대다수 지자체 수장들이 공적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행사를 주도하면서 정부에 터무니없는 국고보조금을 요구하거나 산하 재단이나 조직위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수십만명의 입장객이 들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1명의 유료 입장객이 통합권을 이용해 세 곳의 각기 다른 전시장을 돌아볼 경우 이를 3명의 유료 입장객으로 중복 집계하거나 해수욕장에서 부설 전람회를 열고 해변을 찾는 피서객을 모두 입장객으로 산정하는 촌극이 벌어지기까지 한다. 갈수록 떨어지거나 정체되는 비엔날레의 작품 수준은 피로감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관람객 숫자가 예전만 못한 까닭은 광주나 부산과 같은 대형 종합비엔날레조차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 좁은 땅에 이렇게 많은 비엔날레가 존재해야 하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개운한 맛이 없다”는 비판은 한창 진행 중인 5대 비엔날레에도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광주비엔날레는 비교적 주제가 명확하게 표현됐으나 아쉬움이 남고, 부산비엔날레는 다소 난해하며 방향성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진일보한 움직임을 찾기 힘들고, 창원조각비엔날레는 2년 전의 이정표가 올해도 그대로 방치돼 있을 만큼 불친절한 전시라고 평가했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새로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장기적인 계획이 빠져 있다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에 위탁해 현재 진행중인 5대 비엔날레에 대한 평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3월 보고서가 완성되면, 국고 보조금 결정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국내 비엔날레들은 뚜렷한 목적성 없이 관성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작지만 알찬 미술축제를 이어가는 폴란드 그단스크시의 사례처럼 비엔날레를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여는 국내 지자체들은 각 지역에 걸맞은 예술행사가 무엇인지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지식의 반감기(새뮤얼 아브스만 지음, 이창희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메소팩트’란 시간에 따라 서서히 변화하고 진화하는 진실을 뜻하는 신조어다. 이 용어를 처음 소개한 새뮤얼 아브스만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지식이 생성, 확산, 전이, 소멸되는 과정에 주목했다. 저자는 대학의 논문 인용과 대출 통계 등을 살펴본 결과 지식의 효용은 방사성동위원소의 반감기 곡선과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고 주장한다. 각 학문의 반감기를 따지자면 물리학이 13.07년으로 가장 길고 경제학(9.38년), 수학(9.17년) 등이 뒤를 이었다. 물이 고체인 얼음으로 변하는 순간 급격한 변화가 수반되듯 지식의 발달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 이에 기반한 큰 변화가 일어나며 인류가 달에 아폴로11호를 쏘아 올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책은 지식 자체를 습득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변화하는 지식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340쪽. 1만 6000원. 맑스를 읽다(로베르트 쿠르츠 엮음, 강신준·김정로 옮김, 창비 펴냄) 독일의 사상가인 저자가 마르크스의 대표 저서 20여편을 분석해 오늘날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을 고민한 책이다. 책은 지금의 자본주의는 이미 파산선고를 받았음에도 대체 방안이 없어 명맥만 유지될 뿐이며 마르크스의 이론은 오늘날 더욱 유효해졌으나 그에 대한 해묵은 오해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세기의 거대 변혁 과정에서 마르크스 이론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것은 선진국 노동운동가들이 ‘자본’ 등 마르크스 이론을 견강부회한 오류 탓이라는 것. 책은 ‘자본’ ‘경제학 철학 초고’ ‘잉여가치론’ 등 마르크스의 대표 저술 20여편을 분석해 주요 이론을 8개 주제로 나눠 정리했다. 자본주의 생산 양식의 특징, 노동사회의 위기 진단과 그에 대한 비판을 전반부에서 다룬다. 자본주의의 야만성, 자본주의 위기의 역사적 흐름, 세계금융위기 발생 과정도 되짚고 현재의 자본주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536쪽. 2만 5000원. 가면권력(한성훈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6·25전쟁 시기에 민간인 학살로 얼룩졌던 국민보도연맹 사건과 거창 양민 학살 사건에 대한 진실과 진상 규명 운동 등을 집중 조명했다. 국가에 의해 ‘학살’이 이뤄진 과정과 관련 사실들을 사회인문학적 시각으로 고찰했다. 1999년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문제에 관심을 가진 후 희생자, 가족, 가해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시민단체(민간인학살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를 직접 조직한 저자인 만큼 책은 온전한 역사 현장의 기록이다. 역사적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 치열하게 발품을 판 저자는 이승만 정부의 최고위층, 검찰, 경찰 등 국가 기관이 어떤 역할을 하며 가해자가 됐는지, 또 희생자들은 어떻게 내부의 적으로 내몰렸는지를 되짚는다.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사회, 진실을 덮는 사회적 침묵과 국가의 무책임, 정치의 책임윤리 등을 함께 고민한다. 458쪽. 2만 3000원. 나에게는 중동이 있다(박상주 지음, 부키 펴냄) 20여년간 일간지 기자로 뛰었던 저자가 아프리카와 중동을 발로 뛰며 현지에서 성공한 한국인 17명을 심층 취재해 책으로 엮었다. 아프리카 이야기는 ‘나에게는 아프리카가 있다’에 담았다. 중동편의 경우 역경을 딛고 성공해 현지에 정착한 이야기 8편이 실렸다. 선원으로 일하다 모로코에서 배추와 무를 재배하고 방앗간으로 성공한 이종완씨 부부, 이슬람권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태권도 사범을 거쳐 섬유용 계면활성제 제조업 사장으로 변신한 조경행씨, 배구 선수 출신으로 바레인에서 식당 경영에 성공한 오한남씨 등의 성취담이 옆에서 지켜본 듯 생생하게 소개된다. “취업 고민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책이었으면 한다”는 게 저자의 말. 아프리카편에서는 잠비아 등지에서 가발 사업으로 연간 1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김근욱씨 이야기 등이 등장한다. 239쪽. 1만 4800원.
  • [문화 In&Out] 책을 켭시다?

    출판시장의 ‘아마존’과 ‘반스앤노블’은 닮은 듯 닮지 않았다. ‘포식자’로 불리는 아마존은 1995년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해 온라인 쇼핑몰 등 인터넷 상거래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킨들, 파이어폰 등 디지털 기기로까지 범위를 넓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중 한 곳으로 성장했다. 반면 반스앤노블은 1873년 찰스 M 반스가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소규모 서적회사로 문을 열었다. 1971년 서적교환소를 운영하던 레오나르도 리지오가 이곳을 인수했고, 1980년대 이후 출판시장 쇠퇴를 기회 삼아 오히려 급성장했다. 뉴욕 등에 잇따라 초대형 서점을 열면서 1000여곳의 체인 서점을 힐링공간으로 마케팅했다. 아마존과 맞짱을 뜬 것은 1997년. 독일 베텔스만과 함께 온라인서점인 반스앤노블닷컴을 열었다. 일단 1라운드에선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이 반스앤노블의 누크에 압승하며 승부가 갈리는 듯했다. 반스앤노블은 올 상반기 디지털 기기 사업 철수를 발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다시 반스앤노블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새로운 형태의 전자책 태블릿을 개발, 시장에 내놓으면서 지금은 전세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전자책 시장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진 않았다. 글로벌 시장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지만 그래도 이용자들의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책 시장 규모는 5838억원으로 전체 도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다. 세계 수준(13%)에 비해 크게 낮지만 향후 5년 내 전자책이 종이책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란 일반 독자들의 응답은 절반에 육박한다. 실제로 지난달 창비 등 국내 출판사 25곳은 종이책과 디지털 서비스를 연계하는 융·복합 통합 서비스 ‘더책’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종이책 판매가 주를 이뤘던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들은 전자책을 종이책처럼 낱권 판매하는 것은 물론 연간 회원제 가입을 통해 권수에 상관없이 다운로드받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아마존 킨들의 핵심 개발자인 제이슨 머코스키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출판시장)에선 2016년까지 독자 2명 중 1명이 어떤 형태로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포함한) 전자책 단말기를 이용해 책을 읽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낙관적 전망 속에서 출판인들이 정작 두려워하는 건 출판시장의 교란이다. 외국의 사례처럼 아마존 등 대형 온라인 서점의 낮은 가격정책(9.99달러)이 문제가 되기보다 무료 콘텐츠 난립이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국내 음원시장의 불법 다운로드와 맥락이 비슷하다. 문제는 이를 온라인 서점들이 부추긴다는 것이다. 최근 한 국내 온라인 서점은 ‘금주의 무료 이(e)북’ 등 판촉행사를 통해 무료로 전자책 콘텐츠를 내려받게 한 뒤 이를 종이책 판매 순위와 합산해 종합순위를 매겨 물의를 빚기도 했다. 기존 출판계는 ‘변종 사재기’라며 반발했으나, “전자책 저변 확대를 위한 취지였다”는 옹색한 변명만 나왔다. 출판계에서 ‘문화 지체’를 언급하는 동안 전자책 시장이란 현실은 너무 성큼 다가와 있는 듯 보인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녹슬어 버린 인생 그래도… 빛난다

    녹슬어 버린 인생 그래도… 빛난다

    “잘 살고 간다, 화장 뿌려, 안녕.” 이승에서의 마지막 시간, 시인의 아버지는 달력 뒷장에 한 줄의 유언을 남겼다. 손택수(44) 시인은 이 한 줄로 시집을 묶었다고 말한다. ‘나무의 수사학’ 이후 4년 만에 낸 네 번째 시집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창비)이다. “그는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탁월한 중매쟁이다. 그는 늘 무엇과 무엇 사이에 관절 튼튼한 접속사로 존재한다”는 함민복 시인의 평대로 시인은 애잔한 가족의 내력, 정신적으로 곤궁한 사회와 자기 내면, 어김없는 자연의 섭리 등에서 감각하고 사유한 깨달음을 세상에 내어놓는다. 지난 3월 실천문학사 대표직을 내려놓은 시인은 강원도 원주 토지문학관으로 들어갔다. ‘내 속 다 내어주고 비루하게 벌가벗긴/빈껍데기가 되어’(23쪽) 돌아간 그는 몇해간 끊고 지낸 ‘시(詩)살이’를 다시 시작했다. 이 기간에 지은 시들이 새 시집을 이뤘다. 그래서인지 이번 시집에서는 손택수 시의 ‘원형질’이라 할 만한 고향, 가족, 자연에서 수혈받은 정서와 상상력 외에도 ‘닿을 수 없는 꿈들을 옆에 둔 채’(17쪽) 아파하고 녹슬어 버린 자신에 대한 성찰이 유독 두드러진다. ‘아무래도 내 생은 좀 심심해진 것 같다/꿈을 업으로 삼게 된 자의 비애란 자신을 여행할 수 없다는 것/닦아도 닦아도 녹이 슨다는 것/녹을 품고 어떻게 녹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녹스는 순간들을 도끼눈을 뜬 채 바라볼 수 있을까’(녹슨 도끼의 시) 그러고는 ‘서식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를 뜯어 먹는 올챙이’(물속의 히말라야)처럼 발버둥쳐야 살아남는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공연하고 쓸모없는 일들의 가치와 미덕을 우러른다. ‘내게도 공연한 일들이 좀 있어야겠다/일정표에 정색을 하고 붉은색으로 표를 해놓은 일들 말고//가령,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모종대를 손보는 노파처럼/곧 헝클어지고 말 텃밭일망정/흙무더기를 뿌리 쪽으로 끌어다 다독거리는 일//(중략)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이 쓸모없는 일들 앞에서 자꾸 부끄러워지는 것이다’(공연한 일들이 좀 있어야겠다) 돌아가신 아버지,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죽음에 대한 연작 시(‘죽음의 형식’ 1~5) 형태로 나타나는 동시에 묵은지, 지게, 꽃 등 일상의 사물과 자연에도 반복적으로 투영된다. ‘꽃이 피면 죽는 게 아니라/죽음까지가 꽃이다’(대꽃)는 인식에서나, 절명의 순간 동백나무 가지 꺾는 소리를 닮고 싶어 하는 마음이 그러하다. ‘암투병 중인 수녀님이 선물로 동백가지를 끊는다/뚝, 아무런 망설임 없이/마치 오랜 동안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단번에 가지 꺾이는 소리/세상 뜰 때 내 마지막 한마디도 저와 같았으면/비록 두려움에 떨다가도 어느 순간/지는 것도 보람인 양/가장 크고 부드러운 손아귀 속에서 뚝/꽃보다 진한 가지 향을 뿜어낼 수 있었으면’(이해인 수녀님의 동백가지 꺾는 소리)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한국 시민운동이 걸어온 길, 걸어갈 길

    한국 시민운동이 걸어온 길, 걸어갈 길

    한국의 시민운동은 현대사의 굴곡과 맞물려 태동, 발전해왔다. 이 땅의 많은 시민운동 단체들은 권력의 감시자로서, 고발자로서, 혹은 개혁가로서 사회 변화와 시민 권리 찾기의 첨병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지금 시민운동 단체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않다. 1994년 9월 10일 참여민주주의와 인권이 실현되는 민주사회 건설을 목표로 생겨난 참여연대. ‘한국 대표 시민운동 단체’로 꼽히는 참여연대 창립 20주년을 맞아 시민운동을 되돌아보는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사건으로 보는 시민운동사’(차병직 지음, 창비 펴냄)와 ‘감시자를 감시한다’(조대엽·박영선 엮음, 이매진 펴냄)이 그것. ‘사건으로’가 굵직한 사건들 속 시민운동 단체의 활약에 주목한 책이라면 ‘감시자를’는 참여연대의 역사를 짚어 향후 시민운동이 갈 길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사건으로’는 이른바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대표적인 시민운동 20개를 반추했다. 사법부 최대 스캔들로 요란했던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부터 2000년 대선정국을 뒤흔든 낙천·낙선운동, 경제민주화의 씨앗을 뿌렸다는 소액주주운동,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와 1인시위에 얽힌 사연들이 세밀하게 소개됐다. 창설 당시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으로 투신해 20년간 참여연대에서 활동해 온 저자가 가감 없이 들춰낸 시민운동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저자는 책에서 “한국현대사를 거대한 이데올로기의 전장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많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운동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소외된 작은 권리를 찾기 위한 일반 시민들의 치열한 싸움이었다”고 회고한다. 그에 비해 ‘감시자를’는 참여연대의 20년 역사와 활동에 초점을 맞춰 한국 시민운동을 전망했다. 참여연대에 직·간접적으로 몸담아 활동해온 15명의 전문가가 참여연대의 태동부터 활동 성과, 향후의 방향을 촘촘히 분석 평가한 참여연대 보고서인 셈이다. 책은 우선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부패방지법 제정 등 입법 성과는 물론 1996년 13만명의 노인들이 노령수당을 받도록 판결을 이끌어내는 등 그간 사회운동의 첨병 역할을 자임해 온 참여연대의 성과를 높이 산다. 그러면서 ‘고장 난 나라의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고민과 제언을 담고 있다. 그 고민과 제언들은 참여연대가 ‘시민을 감싸는 작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반영하고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통로가 되도록 신발 끈을 조여 매야 한다는 목소리로 수렴된다. “대변하고자 하는 개인들이나 집단의 이해관계를 왜곡하거나 그들을 대표하고 관철시키는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를 편향되게 대변하거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면 참여연대는 더 이상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고 존재 의의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종이책이 디지털과 결혼했어요

    종이책이 디지털과 결혼했어요

    ‘종이책의 한계를 뛰어넘어라.’ 종이책의 생존이 날로 위협받고 있다. 관련 지표만 몇 개 들여다봐도 위기상황은 뚜렷하다. 우리나라 성인이 한 해 읽는 책은 평균 9.2권(문화체육관광부 2013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불과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13 하반기 출판산업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신간 발행 부수는 2만 8292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2081종), 같은 기간 발행 실적이 있는 출판사 수는 4259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35.8%(2374개사)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종이책의 한계를 넘어 활로를 찾는 시도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11월 21일부터 도서정가제(온·오프라인 서점 모두 책 정가의 15% 이내 할인만 허용)가 시행될 예정이라 업계에서는 자구책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출판사들은 재고를 털고 가자는 차원에서 대폭 할인 판매를, 인터넷 서점들은 장기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승부를 벌이는 과정에서 마케팅 역량을 총동원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종이책에 다채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품어 내거나, 전문가가 책을 꾸러미 지어 줌으로써 다종다기한 출판 시장에서 책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는 큐레이션(미술관·박물관 등에 전시되는 작품을 기획하고 설명해 주는 큐레이터에서 나온 신조어. 원하는 콘텐츠를 수집해 공유하고 가치를 부여해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서비스 등이 선보이고 있다. 창비, 문학과지성사, 김영사 등 국내 25개 출판사들은 지난달 초 종이책에 근거리무선통신(NFC) 태그를 부착해 거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오디오북, 동영상, 전자책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더책’ 서비스를 출범시켰다. 다른 재생 장치나 인증 절차 없이 해당 애플리케이션만 스마트폰에 깔면 된다. 서비스를 개발한 미디어창비 측은 이를 “종이책과 디지털 서비스를 결합한 책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 주는 사례”라며 “스마트폰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독서 인구가 감소하며 침체된 종이책 시장에 활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전국 공공도서관, 초등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 배포한 364종의 어린이책 외에 창비에서 출간한 단행본 3종이 NFC 태그를 달고 더책 서비스(현재는 오디오북, 동영상 콘텐츠만 가능)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2일부터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단행본은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등인데 시범용으로 내년 1월 말까지 책만 사면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출범 한 달이 지난 현재 성적표는 긍정적이다. 영화 개봉의 호재를 맞은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은 하루 평균 태그 이용 횟수가 1400건, 누적 이용 횟수가 2만 1000여건(지난 4일 기준)에 이를 정도로 독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동참하겠다는 출판사들도 늘고 있다. 성인 단행본 출판사는 6곳이 이미 추가로 계약하거나 참여를 문의해 왔고, 어린이책 출판사도 7곳이 이미 자사 책의 오디오북 녹음을 진행 중이거나 참여를 논의 중이다. 가욱현 미디어창비 본부장은 “참여 의사를 밝힌 출판사들은 ‘디지털 서비스에 몸을 싣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며 “시범용으로 내놓은 단행본의 판매가 계속 증가 추세이고 업계에서도 참여하겠다는 곳이 점점 느는 등 디지털 콘텐츠가 종이책의 활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 본부장은 “현재 출판사들은 도서 판매 외에 수익이 없지만 더책 서비스가 안착되면 도서 외에 여러 부가 콘텐츠를 함께 개발해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출판시장에 활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린이책 분야에서도 전집 시장 등이 고사하자 디지털 콘텐츠로 종이책의 부활을 꾀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교육·출판업체인 웅진씽크빅은 지난달 11일 종이책 구매와 북 패드를 통한 디지털 콘텐츠 이용 혜택을 더한 회원제 독서 프로그램 ‘웅진북클럽’을 선보였다. 매월 11만 9000원을 내면 2년간 책 300여권을 살 수 있고 북패드를 통해 3000여개의 디지털 콘텐츠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식이다. 패드 화면에 카드가 뜨면 그중 이용자가 마음에 드는 키워드가 적힌 것을 클릭한다. 뒤이어 노래가 나오고 관련 책으로 연결해 주는 1300여 가지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펼쳐진다. 유민정 웅진씽크빅 차장은 “미술관에서 큐레이터가 설명해 주면 그림에 대한 이해나 감상하는 즐거움이 더 깊어지듯 책만 전자책으로 옮기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는 주제어에 따라 책을 골라 주는 큐레이션 기능을 넣었다”며 “게임은 스스로 찾아 하면서도 책은 읽지 않은 요즘 아이들에게 종이책만 읽고 독후 활동하는 것보다는 새롭고 즐거운 독서 체험을 제공해 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런 큐레이션 서비스는 출판사뿐 아니라 유통업계에도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서점 인터파크도서는 지난달 문학 담당 MD, 북DB 콘텐츠 전문가 등이 직접 책을 골라 묶어 보내주는 문학 큐레이션 서비스 ‘노블박스’를 시작했다. 독서량이 줄어들면서 스스로 어떤 책을 읽어야 될지 모르겠다는 독자들이 많아지면서 마련한 ‘특별 조치’(?)인 셈이다. 한 달에 1만 9000원을 내면 전문가들이 고른 문학책 4만~5만원어치의 책을 주는 노블박스 서비스는 지난달 선착순 300명으로 제한해 진행한 결과 사흘 만에 준비한 수량이 ‘완판’될 정도로 호응이 컸다. 11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편법 할인’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서점 측은 “작가와의 만남 신청 시 참석 혜택, 최신 도서 트렌드나 추천도서 정보 제공 등 차별화된 추가 서비스를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노력들이 종이책의 본질적인 구제책이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종이책의 외연을 확장시키기 위해 종이책의 물성은 그대로 놔두고 디지털기기·콘텐츠와 접목해 확장성을 키워 내는 것은 주목해 볼 만하다. 하지만 종이책을 매개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제한적이라 성공할지는 미지수”라며 “무엇이 독자의 지지를 받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일부 서비스는 도서정가제의 회피책에 불과하다는 등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종이책과 디지털 콘텐츠의 결합으로 출판사가 자기 콘텐츠의 매력을 높이려는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일부 서비스는 이를 통해 가격 자율성을 확보해 보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며 “종이책을 매개로 하는 디지털 콘텐츠 이용은 접근성이 제한적이고 디지털 콘텐츠 부가가 종이책 판매에 큰 영향이 없다는 과거 사례를 볼 때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종이책이 어떻게든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야 된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시도들은 앞으로도 다양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종이책이 갖는 고전적 의미의 독서 가치는 버리지 않으면서도 급변하는 독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것이 출판사들로서는 책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만큼 중요해졌다”면서 “출판사들이 보유한 콘텐츠를 어떻게 다양하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것은 출판업계가 꾸준히 풀어 가야 할 과제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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