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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체육 교류, 예상 못한 큰 성과 나올 가능성”

    “남북 체육 교류, 예상 못한 큰 성과 나올 가능성”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행정부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방남하기로 하면서 남북 관계도 풀릴 조짐이다. 최근 나온 김연철(54)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의 ‘70년의 대화’(창비)는 이런 시점에 주목해야 할 책이다. 책은 이승만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70년 동안 역대 정권별 남북 관계와 대북 정책을 서술하고 평가했다.6일 만난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 간 ‘핑퐁 외교’가 그랬고, 미국과 쿠바의 야구 교류가 그랬듯 체육 교류는 얼어붙은 관계를 녹이는 데 상당히 유용하다. 이번 김 위원장 방문으로 악화됐던 북핵 국면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체육 교류에서는 정치색을 빼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상치 못했던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박근혜 정부가 2년 전 일방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개성공단을 예로 들어 볼까요. ‘바로 가동하자’는 식의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함께 실태 조사를 해보자’ 정도까지는 가능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우선 한국전쟁 전후를 시작으로 비슷한 정권을 묶어 7개 시대로 구분하고 7년 전부터 시대별로 논문을 썼다. 이를 마무리하고 내용을 추려 대중서로 내는 데에 2년이 걸렸다. 책에는 정상회담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좌초된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지,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1994년 6월 한국과 미국 사이에 어떤 말들이 오고 갔는지 등을 수록했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했고, 현재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 교수는 “남북 문제는 제재보다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대화가 단절됐던 이명박·박근혜 대북 정책을 강한 어조로 비판한 이유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통일부를 폐지해 외교통일부로 통합하려다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애초부터 ‘노무현 정부가 북방한계선(NLL)을 양보했다’고 주장하는 등 북풍을 이용했습니다. 통일을 외쳤지만 대화는 거부하고 압박을 가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였죠. 우리나라는 대북 정책이 국내 정치에 매몰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두 정부 모두 국내 정치를 위해 대북 정책을 펼쳤습니다.” 김 교수는 앞선 두 정부의 통일 정책이 ‘북한 붕괴론’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압박과 제재를 강화, 지속하면 북한이 자연스레 굴복할 것이란 논리였다. 하지만 상층부를 압박하겠다고 한 제재들은 오히려 북한 취약 계층의 피해로 돌아갔고, 북한에 핵 개발을 완성할 시간만 벌어 줬다. 그는 “두 정부 모두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주장했지만, 돌아보면 그렇지도 않았다”면서 “붕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순진하거나 정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선 두 정부의 과오를 참고로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인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정권이 악화시킨 남북 관계의 악영향이 문재인 정부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엔 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핵 문제는 더 복잡해졌고, 국민 여론도 좋질 않죠. 이번 평창올림픽은 남북 관계를 풀 천금 같은 기회입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민중의 역사를 기억하라(조시 맥피 편집, 리베카 솔닛 서문, 원영수 옮김, 지음, 서해문집 펴냄) 공산주의에서 민족해방, 자유주의, 무정부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적 활동과 역사적 순간을 포스터에 담아내는 ‘CPH’(Celebrate People’s History·민중의 역사를 기억하라) 프로젝트 20주년을 기념한 동명의 책으로 158개 포스터에 담긴 저항과 혁명의 이야기를 전한다. 336쪽. 2만 2000원.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반비 펴냄) 재일 조선인 작가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 현대법학부 교수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로마, 페라라, 볼로냐, 밀라노 등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방문해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했던 이야기를 묶은 여행 에세이다. 348쪽. 1만 8000원. 주부의 휴가(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로 유명한 일본 작가 다나베 세이코가 중년을 지나 노년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발견한 인생의 깨달음을 담았다. 작가는 정답을 얻으려고 발버둥치지 말고 쉬엄쉬엄 되는 대로 살라고 조언한다. 248쪽. 1만 2800원. 사물의 약속(루스 퀴벨 지음, 손성화 옮김, 올댓북스 펴냄)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안락의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자전거, 이케아 의자 포엥, 벨벳 재킷, 빈 서랍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평범한 물건의 면면으로부터 인문학적인 성찰을 이끌어 낸다. 256쪽. 1만 3800원. 토닥토닥 잠자리 그림책(전 3권)(김유진 글, 서현 그림, 창비 펴냄) 재기 발랄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가 서현과 동시를 써 온 김유진 시인이 아이들의 잠자리를 위해 만든 그림책으로 ‘오늘아, 안녕’, ‘이불을 덮기 전에’, ‘밤 기차를 타고’ 3권으로 구성됐다. ?36~40쪽. 각 1만 2000원. 와인 에피소드(윤영지 외 6명 지음, 백산출판사 펴냄) 한국와인협회 임원인 저자들이 와인과 영화·음악의 관계부터 와인 이외의 맥주·위스키 등 다양한 술에 얽힌 뒷이야기를 엮었다. 464쪽. 3만원.
  • ‘책읽기’로 새해 출발해 볼까요

    ‘책읽기’로 새해 출발해 볼까요

    많은 이들이 새해 계획으로 ‘지난해보다 책 더 읽기’를 세웠을 것이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이 든다면 사서들이 추천한 책은 어떨까. 국립중앙도서관은 매달 인문, 사회, 자연, 어문학 등 각 분야에서 사서들 추천을 받은 뒤 이를 심의해 ‘이달의 사서 추천도서’를 선정한다. 15일 국립중앙도서관에 따르면, 사서들은 2018년 첫 책으로 ‘서른의 반격’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8권을 선정했다.문학 분야에서는 영국 작가 로즈 트레마인의 ‘구스타프 소나타’(문학사상사)가 뽑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스위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주인공 구스타프가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부유한 유대인 안톤을 만나 우정을 나누며 성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대인 난민 유입, 중립국으로서의 처지 등 당시 스위스 상황을 엿볼 수 있다.국내 소설로는 ‘서른의 반격’(은행나무)이 선정됐다. 주인공인 88년생 김지혜가 우쿨렐레 수업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부당한 권위에 맞서는 이야기다. 첫 장편소설인 ‘아몬드’(창비)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손원평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사서들은 인문과학 분야에서 ‘스피치 세계사’(휴머니스트)와 ‘기억은 역사를 어떻게 재현하는가’(한울아카데미)를 선정했다. 스피치 세계사는 1908년 여성 참정권을 주장한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연설부터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당시 테레사 메이의 성명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의 굵직한 연설 50건을 소개한다.기억은 역사를 어떻게 재현하는가는 ‘역사화 문화’를 발간하는 문화사학회 논문 10편을 모았다. 사서들은 “역사 논쟁을 입체적인 시각에서 조명했다”고 평가했다.사회과학분야는 ‘인플레이션’(다산북스)과 ‘똑똑함의 숭배: 엘리트주의는 어떻게 사회를 실패로 이끄는가’(갈라파고스)가 뽑혔다. 인플레이션은 화폐가 생긴 지난 2000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실제 사례들로 설명했다.미국 정치평론가 크리스토퍼 헤이즈가 쓴 똑똑함의 숭배는 누구에게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본인의 노력에 따라 보상받는 ‘능력주의’의 맹점을 비판한다.자연과학분야에서는 미국 물리학자 마크 뷰캐넌의 ‘우연의 설계’(반니), ‘모든 것의 기원’(책세상)이 이름을 올렸다. 그는 ‘운이 좋다’고 평가받는 이들은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주장한다.모든 것의 기원은 데이비드 버코비치 예일대 교수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진행한 세미나를 엮었다. 최초 우주의 탄생부터 오늘날 인류와 문명까지 학생들의 호기심에 답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누드화도 인격체… 인권의 잣대로 본 예술

    누드화도 인격체… 인권의 잣대로 본 예술

    불편한 미술관/김태권 지음/국가인권위원회 기획/창비/276쪽/1만 6000원1년 전 인상파 화가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작품 ‘더러운 잠’을 두고 격한 논란이 일었다. 여성의 누드에 대통령의 사진을 합성한 것이었는데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여성 비하라고 비난했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그림 속 등장인물만 바뀌었을 뿐인데 어찌하여 하나는 현대미술을 태동시킨 명작으로 꼽히고, 다른 하나는 불쾌감을 일으켰던 것일까. ‘불편한 미술관’에는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미적 가치를 중요하게 보는 예술 작품에 인권이라는 기준을 적용해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그래서 새롭고, 때때로 불편하다.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표현의 자유는 과연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우리가 무심코 넘어가는 왜곡된 시선들까지 구석구석 파헤친다. 고대 그리스 조각부터 앤디 워홀의 메릴린 먼로 판화까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다양한 작품을 끌어와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여성 혐오, 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 동물권 등의 주제를 명쾌하고 알기 쉽게 풀어놓는다. 어떤 작품은 아름답지만 인권 감수성이 부족해 약자를 차별하거나 대상화하고 있고, 어떤 작품은 시대를 뛰어넘는 인권 감수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여성의 누드 작품을 대할 때 특히 남성들이 잘못 아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외설이냐, 아니냐의 기준은 노출이 아니라 여성을 인격체로 대했느냐 성적으로 대상화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앞서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더러운 잠’이 비난받았던 것은 풍자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여성의 몸 자체를 인격체로 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만평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목표가 되기도 했던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풍자와 혐오의 경계를 구분 짓기가 쉽지 않고, 어느 쪽이 옳거나 그르다고 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지만 그럼에도 표현의 자유에 지켜야 할 선이 있음을 저자는 암시한다. 인권은 어디에나 적용되는 기본 가치이기 때문이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올 서점가 ‘주옥같은 작품 ’ 쏟아진다

    올 서점가 ‘주옥같은 작품 ’ 쏟아진다

    윤흥길·박민규·은희경·하성란·조남주…중견·여성·스타작가 신작 잇따라 선보여줄리언 반스 등 외국작가도 새 작품 출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문학계에는 풍성한 한 상이 차려진다. 굵직한 자취를 남긴 원로·중견 작가들이 오랜만에 신작으로 독자들을 만나는가 하면 지난해 돋보였던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올해도 이어진다. 믿고 보는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대거 대기 중이다.우선 원로·중견 작가들이 오랜만에 신작을 내며 문학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는 올해 등단 50년을 맞은 윤흥길 작가다. 올 하반기 20년 만에 발표하는 5권짜리 대하 장편소설 ‘문신’(문학동네)에서 일제 말기 한반도를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꾼 성석제도 4년 만에 장편소설 ‘왕은 안녕하시다’(문학동네)를 상반기에 선보인다.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한 작품으로 조선 숙종조를 배경으로 우연히 왕과 의형제를 맺게 된 주인공이 시대의 격랑 속에서 왕을 지키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모험담을 특유의 입담으로 펼쳐 낸다. 윤대녕 작가는 ‘도자기 박물관’(2013) 이후 오랜만에 새 소설집을 펴낸다. 이승우 작가는 하반기에 산문집 ‘작가일기’(은행나무)로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독자들에게 꾸준하게 사랑받는 스타 작가들의 작품도 반갑다. 한동안 뜸했던 박민규 작가는 위즈덤하우스의 웹소설·웹툰 플랫폼인 ‘저스툰’에서 오는 3월부터 연재하는 ‘코끼리’를 가을쯤 단행본으로 묶어 낸다. 1970년대 지방도시 노름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장르적 성격의 장편소설이다. 입담 좋은 이기호 작가는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한정희와 나’를 비롯한 7편을 묶은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문학동네)를 상반기에 출간한다. 지난해 문학계를 강타한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는 올해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은희경 작가는 ‘태연한 인생’(2012) 이후 6년 만에 장편소설 ‘빛의 과거’(문학과지성사)를 하반기에 낼 예정이다. 계간 문학과사회에 연재 중인 작품으로 1970년대 여자대학교 기숙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8년 만에 장편소설을 내는 하성란 작가는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알게 된 인간의 비밀을 담은 ‘정오의 그림자’(은행나무)를 비롯해 창비의 네이버 블로그 ‘창문’에 연재한 ‘여덟 번째 아이’, 2010년 웹진 문지에 연재한 ‘여우 여자’(문학과지성사)를 줄줄이 펴낸다. 지난해 ‘82년생 김지영’으로 신드롬을 몰고 다닌 조남주 작가는 올해 선보이는 소설집(제목 미정·다산북스)에서 10대부터 70대 여성들의 삶을 다룬다. ‘너무 한낮의 연애’,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등 소설집으로 젊은 독자들로부터 주목받은 김금희 작가는 상반기에 첫 장편 소설 ‘경애의 마음’(창비)을,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로 7만 5000부라는 판매 부수를 올리며 화제를 모은 최은영 작가는 하반기에 두 번째 소설집을 선보인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서점에 진열된다. 서늘한 통찰력과 지적인 위트로 유명한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의 적나라한 연애소설 ‘단 하나의 이야기’(가제·다산북스)가 출간된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문학 세계로 주목받는 폴 오스터의 작품 중 가장 분량이 긴 소설이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품 ‘4 3 2 1’(열린책들)도 하반기에 출간이 예정돼 있다. 주인공 아이작 퍼거슨의 동시적이고 독립적인 4개의 삶을 다룬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최고의 소설로 꼽아 화제가 된 소설 ‘운명과 분노’의 작가 로런 그로프의 2012년 작품인 ‘아르카디아’(문학동네)도 독자들을 만난다. 1970년대 히피 문화가 득세하던 시절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대안공동체 ‘아르카디아’에서 자란 ‘비트’라는 남자의 40년간의 삶을 좇는다. 2016년 별세한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제0호’(열린책들)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열린책들), 오르한 파무크의 ‘빨간 머리의 여인’(민음사)도 줄줄이 출간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백지연의 생각의 창] 만두 빚는 시간

    [백지연의 생각의 창] 만두 빚는 시간

    나이가 들어 새롭게 알게 된 음식 중에 납작만두가 있다. 대구 지역의 별미라는 납작만두를 처음 본 순간 ‘이것을 무슨 맛으로 먹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름 그대로 만두 안에 당면 몇 가닥 외에는 거의 속 재료가 없었다. 얇고 반들반들하게 구워진 납작만두는 파와 양파, 고춧가루, 양념간장과 함께 먹어야 한다. 납작만두는 만두 속이 바깥의 싱싱한 채소와 양념으로 대체되는 독특한 맛을 갖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별것 없는 듯한 그 허전한 맛이 나름 중독성이 있어서 대구에 갈 일이 있으면 으레 교동 시장의 납작만두 가게를 찾게 된다. 가게의 할머니들이 구워 주시는 기름진 납작만두는 집에 가져가면 좀처럼 재현되지 않는 고유한 맛을 지니고 있다. 철판에 진한 기름을 두르고 여러 장의 만두를 빠르게 굽는 할머니의 손맛은 직접 가서 먹어야 느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독특한 풍미의 납작만두를 좋아하게 됐지만 만두를 생각하면 여전히 그 속에 풍성하게 들어 있는 김치, 두부, 고기, 부추, 당면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이 대체로 그렇듯이 김치와 만두, 잡채나 송편은 여러 가지 노동을 필요로 한다. 만두만 하더라도 두부와 김치의 물기를 꼭꼭 짜고 재료들에 간을 적절히 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만두피까지 따로 만들면 일은 더 늘어난다. 만두소 역시 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자칫하면 굉장히 싱거워지거나 입안에서 여러 재료의 맛과 간이 겉돌기 쉽다. 잘 빚어 놓고 한번 쪄서 식혀 놓지 않으면 터져 버리기 쉬운 은근히 까다로운 음식이 바로 만두다.만두 빚는 이야기를 하면 슬며시 떠오르는 소설의 한 장면이 있다. 황정은의 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창비·2014)에는 김장철이 다가오기 전 묵은 김치를 비우는 연례행사로 사람들이 모여 만두를 빚는 장면이 나온다. 만두를 빚는 사람은 모두 네 사람이다. 집주인인 순자와 아들 나기, 그리고 예전에 세입자로 한 공간에 살았던 소라와 나나 자매다. 이렇게 가족과 세입자 이웃이 함께 어울려 해마다 만두를 빚게 된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이들의 만두 빚기에는 곡진한 사연이 담겨 있다. 소라와 나나 자매는 어린 나이에 끔찍한 산재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낯선 곳으로 이사 간다. 어머니 애자는 남편을 잃고 난 후 삶의 의욕을 놓아 버리고 딸들을 돌볼 힘을 갖지 못한다. 이사 간 집에는 공동 세입자로 과일 행상을 하는 순자와 그의 아들 나기가 살고 있었다. 배고픈 소라 자매가 쉰 떡을 쪄서 먹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순자는 자신의 부엌에 데려와 아이들에게 밥을 차려 준다. 순자는 아이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자존심을 지켜 주면서 말없이 도시락을 싸서 신발장 위에 놓아 둔다. 홀로 아들을 키우면서 생계를 잇는 고단한 형편이면서도 순자는 매일 도시락 싸는 것을 잊지 않는다. 김장철이 오기 전 순자와 함께 묵은 김치로 만두를 빚는 시간은 자매가 은근히 기다리는 연례행사가 된다. 성인이 된 소라 자매가 엄마를 대신해 사랑을 준 순자와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일은 “즐겁고 애틋하고 두렵고 외롭고 미안하고 기쁜 마음”을 벅차게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소라 자매가 순자의 이름 한 글자를 따서 붙인 ‘순만두’는 특별한 레시피가 없다. 만두소는 “고기 듬뿍, 두부 듬뿍, 김치를 듬뿍 사용해 만드는데 듬뿍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아주머니의 손어림”에 따르고, 만두피는 나기가 정성껏 반죽해 만든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땀 흘리며 만두를 만들고 찌고 쟁반에 놓고 만둣국을 끓여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누군가와 스스럼없이 나누는 따뜻한 음식만큼 마음을 녹이는 것은 없다.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는 인사로 ‘언제 한번 만나서 밥 먹자’라는 말을 종종 건네곤 한다. 습관처럼 미래를 기약하는 이 말이 형식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밥을 먹자’는 말만큼 정답고 폭넓게 쓰이는 말도 없을 것이다. 부디 새해에는 반복적인 노동에 지친 의례적인 식사만이 아닌, 편안한 마음으로 음식을 나누는 귀한 시간들이 조금씩이라도 늘어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 [부고]

    ●문희갑(전 대구시장)씨 부인상 이명용(단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김태웅(오가닉브릿지 대표이사)권영준(시저스파트너스 대표이사)씨 장모상 3일 대구 동산의료원, 발인 6일 오전 8시 (053)250-8145 ●이성진(코스콤 전자인증사업부 차장)성욱(공군 중령)미숙(개금여중 교사)씨 모친상 차갑성(성창비나 대표)박상균(어부공방 대표)씨 장모상 최세경(안양시청 주무관)씨 시모상 2일 김해전문장례식장, 발인 5일 오전 7시 (055)331-4444 ●김시소(전자신문 기자)시우(ECM특허법률사무소 대표)씨 부친상 2일 서울대병원, 발인 5일 오전 9시 (02)2072-2016 ●유지연(그린포트 대표이사)지성(한국알콘 전무)지한(삼성물산 상무)씨 모친상 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5일 오전 7시 (02)3410-6912 ●금기룡(소인국테마파크 대표)기창(연세의대 교수·연세암병원 부원장)씨 모친상 이정숙(미소들병원 간호사)윤유선(서대문구보건소 의사)씨 시모상 신형철(순천향의대 교수)씨 장모상 3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5일 오전 9시 (02)2227-7580 ●나기식(산업은행 부장)완식(씨앤코스타 대표)성윤(중흥건설 부장)씨 모친상 3일 광주금호장례식장, 발인 5일 오전 9시 (062)227-4381 ●이준희(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 의장)성원(SK이노베이션 근무)씨 부친상 3일 울산중앙병원, 발인 5일 오전 8시 (052)226-1400 ●유흔우(동국대 철학과 교수)씨 모친상 2일 부산시민장례식장, 발인 5일 오전 8시 (051)636-4444 ●김준식(가톨릭관동대 특임부총장)임철수(한국신문협회 경영사업부장)박기용(경향신문 제작국 과장)씨 장인상 3일 인천국제성모병원, 발인 5일 오전 10시 1600-4484 ●이용준(전 주이탈리아 대사)관준(사업)씨 부친상 3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5일 오전 9시 (02)2258-5940
  • [이주의 어린이 책] 개구지고 해맑은 자화상 윤동주·일주 형제의 동시

    [이주의 어린이 책] 개구지고 해맑은 자화상 윤동주·일주 형제의 동시

    민들레 피리/윤동주·윤일주 지음/조안빈 그림/창비/112쪽/1만 1000원 ‘누나!/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흰 봉투에/눈을 한 줌 넣고/글씨도 쓰지 말고/우표도 붙이지 말고/말쑥하게 그대로/편지를 부칠까요.//누나 가신 나라엔/눈이 아니 온다기에.’(편지)서설(瑞雪)처럼 티 없는 동심의 이야기가 닮은 듯 다른 형제의 시편에 담겼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윤동주(1917~1945)와 그의 동생 윤일주(1927~1985) 성균관대 건축공학과 교수의 동시를 모은 시집이 나왔다. 1935~1938년 윤동주가 쓴 동시 34편과 1955년 ‘문학예술’로 등단한 윤일주의 동시 31편을 모은 ‘민들레 피리’다. 윤동주 시인은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전인 평양 숭실중학교 시절부터 연희전문학교 문과 1학년까지 동시를 썼다. ‘윤동주 평전’을 쓴 송우혜 작가는 “한국문학사의 보석 상자인 윤동주 시집에 가만히 숨어 있는 존재들이 그의 동시들”이라며 “그의 시에는 그가 겪은 인생 자체가 들어 있다고 한다면, 그의 동시에는 그가 겪은 삶의 행복이 담겨 있다”고 서문에 썼다. 그 말대로 윤동주의 동시에는 개구지고 해맑은 소년의 얼굴이 들어 있다. ‘서시’, ‘자화상’ 등에서 나타나는 염결한 청년 이미지만 생각해 온 독자라면 새로운 발견이랄 만하다. 엄마에게 빗자루로 볼기짝을 맞고 빗자루를 숨겼다 또 야단맞는 모습(빗자루)이나 동생이 이불에 싸 놓은 오줌 자국을 보고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갸우뚱하는 모습(오줌싸개 지도)이 담백하고 맑은 언어로 시가 됐다. 형의 시심을 이으면서도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한 윤일주의 작품에서는 형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 읽힌다. ‘눈 감고 불어 보는 민들레 피리/언니 얼굴 환하게 떠오릅니다./날아간 꽃씨는/봄이면 넓은 들에/다시 피겠지./언니여, 그때엔/우리도 만나겠지요.’(민들레 피리)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시 만지고 퍼뜨린 17년… 그에게도 詩요일이 왔다

    시 만지고 퍼뜨린 17년… 그에게도 詩요일이 왔다

    박신규(45) 시인에게 시는 짓기보다 만지고 퍼뜨리는 게 먼저였다. 창비의 17년차 문학 편집자(현 편집전문위원)로 200여권의 시집, 소설을 엮어 온 게 첫째. 시앱 ‘시요일’의 기획·운영을 이끌며 6개월 만에 10만명의 독자를 시의 자리로 불러 모은 게 둘째였다.●20년 쓴 시… 외로운 시절 진혼하다 고은의 ‘만인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공지영의 ‘도가니’, 황석영의 ‘바리데기’, 창비 세계문학 등 무수한 화제작을 빚어낸 그가 자신의 서사를 들려준다. 시를 쓰지 못하는 허기가 외려 동력이 됐을 시집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창비)를 통해서다. 20대 습작 시절부터 최근까지 써 온 100여편의 시 가운데 골라낸 60편에서 흐르는 시인의 성찰은 간명하지만, 줄곧 아파 온 개인과 사회의 속내를 꿰뚫는다. “20여년간 써 온 시들을 묶어 놓고 보니 ‘삶과 죽음 앞에 한없이 낮게 엎드려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되네요. 한 시절이 아니라 그립고 외로운 여러 시절을 이제야 진혼하고 떠나보냈다는 기분이 듭니다.” ‘차라리 죽여 달라, 사일 만에 깨어나 어머니에게 악쓰다가 혼절한 병실, 고열에 녹아 내 온몸을 흐르다가 수술 자국 틈으로 새어 나오던 말,/‘앙구찮응게’/수만번 듣고 발음해도/도무지 통역할 수 없는, 앙구찮응게/밟혀서 눈에 잘 띄지 않아서/들꽃 같은 사람들/나지막이 호명하며 살다가/내가 수의로 꺼내 입고 간 그 말//(중략)//밀리고 서럽고 걷어차이고/삶은 또 지속적으로 뻔하였다’(물끄러미 혀에 가닿는 그 말)●시가 오면 신들의 눈짓 본 듯 떨렸다 이념의 폭력적 대립, 인간의 야만, 외세의 개입, 집단학살 등 우리 현대사의 모든 얼굴이 압축돼 있는 제주 4·3 사건을 옮긴 시편(환상박피, 불카분 낭), 생과 사의 흐릿한 경계를 어루만지게 하는 시편(떠도는 손, 필연하고 모다들 살아지는 것잉게), 편집자로서의 자화상을 그려 낸 시편(저만치에 배후 세력들)들은 한 편 한 편이 저마다 곡진한 서사를 이룬다. 책 만들기와 시 쓰기는 균형 잡기가 어려운 일이다. 그는 “책을 만든다는 건 상상력을 양보하는 일이니 시 쓰기와 충돌하는 면이 있다”면서도 “일과 생활에 매몰됐다 시가 오는 순간엔 하이데거의 말을 빌리면 ‘신들의 눈짓’, ‘존재의 눈짓’을 발견한 듯한 떨림이 느껴진다. 정해진 마라톤 코스를 뛰다 지쳐 갈 때 길가에 핀 소박한 들꽃을 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앱 ‘시요일’… 시 읽히는 사회 꿈꾼다 시인은 시를 사람들 사이로 퍼뜨리는 작업에도 몰두하고 있다. 지난 4월 창비에서 첫선을 보인 시앱 ‘시요일’의 콘텐츠를 운영하는 그는 ‘스마트폰 속 시’가 일상을 바꾸는 울림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종이책 시 독자가 대개 30~40대라면 시요일은 전체 이용자(10만 5000명) 가운데 21%가 10~20대라는 점, 해외 이용자가 전체의 10%라는 점, 시요일 ‘오늘의 시’에서 호응이 높은 시들은 종이책 판매로도 이어진다는 점 등은 시의 저변 확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신호들이다. 내년 초에는 1990년부터 23년간 집대성한 ‘고시조 대전’ 4만 6000여편을 추가하고 이용자가 좋아하는 시로 자신만의 시집을 엮는 POD(고객이 원하는 대로 책을 제작해 주는 것) 서비스도 선보여 시와 소통하는 장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시를 읽으며 스미는 상상력과 감수성은 눈에 보이는 성과는 아니에요. 하지만 개인과 사회를 바꾸는 큰 힘일 수 있죠. 시를 일상적으로 접하면 덜 폭력적이고 배려심이 넘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시요일’이 더 널리 퍼졌으면 하는 이유입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가볍게, 예쁘게… 문고판의 귀환

    가볍게, 예쁘게… 문고판의 귀환

    내용도 무겁지 않은 중·경장편 소설 담아열린책들·사계절·창비 등 시리즈 출간 커피 두 잔 가격… 장벽 낮춰 새 독자 공략 손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 커피 두 잔 값의 가격,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 좋은 세련된 디자인, 무겁지 않은 소재와 주제….최근 출판사들이 잇따라 새로 선보이는 중·경장편 소설 시리즈들의 공통점이다. 형식에서나 내용에서나 일상에서 손쉽게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도록 한 최근 짧은 소설 시리즈들은 1970년대 삼중당문고로 기억되는 ‘제2의 문고본 시대’를 다시 열고 있다. 해외문학 전문 출판사인 열린책들은 최근 200쪽 안팎으로 가벼움과 일상성을 기치로 내건 ‘블루 컬렉션’을 서점가에 내놨다. 아멜리 노통브의 ‘오후 네시’, 카롤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 등 프랑스 작가들의 중편 소설 8편을 1차분으로 소개했다. 원고지 400~700매가량의 책은 가로 120㎜, 세로 188㎜로, 손에 쥐기 가뿐하고, 파란색을 기조로 한 세련된 도안을 책표지마다 들여보내 시선을 끈다. 김영권 열린책들 주간은 “요즘 각종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독자들의 손에서 멀어지고 있는 책을 좀더 친근하고 가볍게 만들어 다시 손에 쥐여 주려는 의도”라며 “1차분은 프랑스 작가를 중심으로 했지만 미국, 영국, 독일 등 국적의 경계를 넘어 주말 TV에서 편안히 보기 좋은 ‘바게트 영화’처럼 재미도 있고 만족감도 주는 이야기들로 문학에의 진입 장벽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문학과 멀어진 독자들을 문학으로 이끄는 징검다리를 놓는다는 의도다.출판사 사계절도 소설을 읽지 않는 20~30대 독자들에게 ‘문학이 가진 위안의 힘’을 수혈한다는 취지로 ‘욜로욜로’ 시리즈를 펴냈다. 창비도 100쪽을 넘지 않는 분량에 가로 122㎜, 세로 188㎜ 크기 판형으로,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로 내놨다. 출판사 작가정신은 국내 작가들의 중편소설을 소개했던 ‘소설향’ 시리즈를 다시 부활시켰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나온 ‘소설향’ 시리즈는 당시 침체된 문학 출판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기획된 시리즈로, 장편의 중압감, 단편의 동어 반복을 떨치도록 변화를 꾀한 것이었다. 이번 1차분은 최윤의 ‘숲속의 빈터’, 함정임의 ‘아주 사소한 중독’ 등 과거 출간작에 새 옷을 입혔으나 앞으로는 젊은 작가들의 새 중편들도 포함해 시리즈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김종숙 작가정신 편집장은 “영상매체의 발달과 경기 불황,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독자들이 소설을 오래 읽을 여유가 없어지면서 최근 출판사들이 중편이나 경장편 시리즈를 잇따라 기획하는 듯하다”며 “당대 사회 모습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로 포착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새로 발굴해 지속적으로 펴낼 계획”이라고 했다. 이처럼 최근 짧은 소설 시리즈가 연이어 나오는 데는 성장·경쟁 중심의 속도 사회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이에 따라 독자들의 독서 호흡이 짧아진 영향이 가장 크다. 또 드라마 보듯 부담 없이 책을 펼쳐 위안과 치유 효과를 얻고, 이왕이면 SNS 사진용으로도 좋은, 작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찾는 젊은 독자들의 취향 등에 맞춤한 기획이라는 게 출판계의 중평이다. “출판계가 과거 소설을 읽던 ‘사라진 독자들’을 찾아나선 것”(장슬기 사계절 기획편집부 과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웹콘텐츠에 익숙한 젊은층들이 문학만이 지닌 진지한 서사로 넘어오려면 징검돌이 필요한데 최근 펴나오는 중편, 경장편 소설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편집은 새롭게, 분량은 가볍게, 가격은 커피 한두 잔 값으로 부담을 줄여 독자들에게 낮은 포복으로 다가가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아동문학 평론가·소설가 김이구씨 별세

    아동문학 평론가·소설가 김이구씨 별세

    아동문학 평론가이자 소설가로 활동해 온 김이구 씨가 31일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59세.195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국문과와 서강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 ‘문학의 시대’ 4집을 통해 소설가로,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한국아동청소년문학학회 부회장을 지냈고 아동문학전문지 ‘창비어린이’ 편집위원으로 일했다. 1984년 창작과비평사에 편집사원으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상무이사를 거쳐 최근까지 창비교육 상임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평론집 ‘어린이문학을 보는 시각’, ‘우리 소설의 세상 읽기’, ‘해묵은 동시를 던져 버리자’와 동화집 ‘궁금해서 못 참아’, 소설집 ‘사랑으로 만든 집’, ‘첫날밤의 고백’ 등을 남겼다. 2015년 이재철 아동문학평론상, 2007년 ‘올해의 출판인’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 한강성심병원. 발인은 2일. (02)2633-4455.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아동문학평론가이자 소설가 김이구씨 별세

    아동문학평론가이자 소설가 김이구씨 별세

    아동문학평론가이자 소설가로 활동해온 김이구(金二求)씨가 31일 오전 10시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59세.195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국문과와 서강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 ‘문학의 시대’ 4집을 통해 소설가로,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학평론가로 각각 등단했다. 고인은 아동·청소년문학과 국어교육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한국아동청소년문학학회 부회장을 지냈고 아동문학전문지 ‘창비어린이’ 편집위원으로 일했다. 1984년 창작과비평사에 편집사원으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상무이사를 역임했고 최근까지 창비교육 상임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로 문학운동에도 힘을 보탰다. 평론집 ‘어린이문학을 보는 시각’, ‘우리 소설의 세상 읽기’, ‘해묵은 동시를 던져 버리자’와 동화집 ‘궁금해서 못 참아’ 등의 저서를 남겼다. 소설집으로 ‘사랑으로 만든 집’, ‘첫날밤의 고백’ 등이 있다. 2015년 이재철 아동문학평론상, 2007년 ‘올해의 출판인’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 아내와 딸이 있다. 빈소는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 3호에 차려졌다. 발인은 2일. ☎ 02-2633-4455.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재미 정치학자가 본 한국 정치… ‘보수’는 왜 왜곡되었나

    재미 정치학자가 본 한국 정치… ‘보수’는 왜 왜곡되었나

    세계의 정치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남태현 지음/창비/388쪽/1만 8000원 지난해 서울 광화문은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었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혀를 차면서도 가슴을 졸였다. 좌우로 대립하다 나라가 쪼개진 악몽을 배웠거나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부는 갈렸지만 대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정치가 가장 낡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정작 한국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건 여전히 정치 논리라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한데 안에서 갈등과 대립을 지켜봐야 하는 이들과 달리 밖에서 보면 꽤 흥미로운 현상이었을 법도 하다. 새 책 ‘세계의 정치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미 정치학자가 밖의 시선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책은 여러 나라의 정치 상황이나 민족주의 발현 등을 설명하는 데 꽤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 이슬람국가(IS), 사회주의를 내세워 성공한 스웨덴과 실패한 베네수엘라의 사례 등 나라와 대륙을 가리지 않고 예리하게 분석해 내고 있다. 그런데 많은 이의 시선이 쏠리는 대목은 단연 한국의 정치 상황이다. 특히 한국적 보수주의의 해부다. 저자가 정작 말하고 싶은 부분도 이 대목이지 싶다. 사실 한국의 보수주의는 남루하다. 있기는 한 걸까 싶을 만큼 허약하다. 그래서 조롱당하고 공격당하기 일쑤다. 이른바 ‘태극기집회’에 등장한 성조기가 그 예다. 많은 사람은 태극기집회에 난데없이 성조기가 등장한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자는 이를 보수 이데올로기가 사회적으로 발현된 것으로 풀이했다. 미국은 한국전쟁을 겪은 혈맹이자 지금도 한국의 안보를 좌우하는 나라다. 저자의 표현대로 “(보수주의자들에게) 고마움의 대상을 넘어 경배의 대상이자 보수 가치를 떠받치는 초석 같은 존재”다. 그러니 반미는 곧 종북이고, 미국의 존재는 어디서나 당연한 것이다. 이 같은 보수 이데올로기의 발현이 성조기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오랜 군사독재를 거치며 공산주의를 그저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이해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했다. 북한의 정신으로만 이해하기를 강요당했다는 것이다. 뒤집어 보면 이는 이데올로기로서의 보수가 제대로 서지 못한 이유와 정확히 일치한다. 저자는 “한국의 정치 이데올로기 시장은 과점도 아닌, 독점에 가깝게 왜곡된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경쟁 자체가 제거됐으니 보수 이데올로기가 발전할 동력을 잃게 됐고, 정치 논의 역시 반북과 경제발전, 종미 등만 부르짖는 수준에 머물게 됐다는 것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비평 제약받던 1980년대, 사회 변혁 싹 틔운 무크지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비평 제약받던 1980년대, 사회 변혁 싹 틔운 무크지

    1966년, 1970년에 각각 창간한 두 계간지 ‘창작과비평’(창비), ‘문학과지성’(문지)이 1980년에 동시에 폐간됐다. 모든 언론 보도와 간행물을 국가가 직접 검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유, 정의,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지식인들의 손과 발을 영원히 묶어 둘 수는 없었다.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법의 테두리를 피해 동인지와 무크지를 만들어 냈다. 1980년대 중반까지도 순수 문학 잡지마저 출판에 제한을 받게 되자 새로운 형식을 가진 매체가 절실해졌다. 무크(Mook)는 매거진(magazine)과 북(book)의 합성어로 1970년대 초 미국 출판계에서 처음 등장했다. 잡지처럼 시리즈로 출간하지만 발행에 일정한 간격이 정해진 것은 아니며 내용 구성은 단행본처럼 꾸미는 것이 특징이다. 부커진(bookazine), 매거북(magabook) 등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현재는 부정기 간행물로 순화해 사용한다.가수로 예를 들자면 저 유명한 ‘나훈아-남진’처럼 탄탄한 독자층이 있었던 창비와 문지가 동시에 폐간되면서 우선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할 지면이 없어졌다는 큰 문제에 부딪혔다. 이에 사회가 통제되던 또 다른 시기인 일제강점기 시절 생겨났던 동인지 운동에 다시 힘이 실렸다. 창비는 잡지가 폐간된 이듬해인 1981년 신예 작가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지면을 만들어 준다는 의미로 신작 시집 시리즈를 해마다 한 권씩 펴냈다. 첫해에 내놓은 시집 ‘우리들의 그리움은’에는 신경림 시인의 장시(長詩) ‘남한강’을 시작으로 시인 열세 명의 작품을 실었다. 이것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자 다음해에는 참여 시인을 스물한 명으로 늘린 ‘꺼지지 않는 횃불로’를 펴냈다. 1982년에 나온 두 번째 신작 시집 시리즈에는 훗날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명이 붙게 될 김용택의 섬진강 연작시 네 편이 실렸다. 당시 국민학교(초등학교) 교사였던 김용택씨가 시인으로 이름을 알린 첫 책이다.문지는 1982년부터 매년 한 권씩 ‘우리 세대의 문학’이라는 무크지를 발행했다. 이를 발판 삼아 1988년 봄에는 ‘문학과사회’ 창간호를 선보였다. 잡지 앞쪽에는 “사회 변화와 문학적 인식”이라는 제목으로 성민엽, 홍정선, 임우기, 정과리 등이 쓴 글을 실었다. 폐간됐던 잡지의 핵심 인물이었던 평론가 김현의 문학비평이 한쪽 지면을 차지했고 고은, 오규원, 이성복 등의 시가 실렸다. 소설은 이청준, 이인성, 김성동의 작품이 들어 있다. 또한 이렇게 구성된 계간지 문학과사회 창간호에서 특별한 점은 1980년대 줄곧 이어 오던 무크운동의 의미를 평가한 글이 기획서평이라는 이름으로 꽤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폐간됐던 잡지들이 하나둘 다시 돌아오는 시점에서 지난 10년간 각지에서 벌여 온 무크운동을 한기, 허석렬, 송기호 등이 글로 정리했다.1980년대에는 실로 다양한 무크들이 생겨났다 없어지기를 반복했는데 어쨌든 그 운명 자체가 부정기 간행물이었기 때문에 책 한 권을 만들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마음에 다지고 있었을 것이다. 책을 살펴보면 어떤 것이든 그런 다짐과 용기 같은 것이 느껴진다. 1983년 9월에 제1권을 펴낸 청사출판사의 무크 ‘민중’은 “시대적 이성의 회복을 추구하는 부정기 사회비평지”라는 특징을 표지 제목 아래에 크게 새겼다. 책의 첫 시작은 고은 시인의 서시 ‘별’로 장식했다. 시에는 “제3세계 젊은이들에게”라는 부제를 달았다. 특집 기사로 “칠십 년대, 그 모순의 극복을 위하여”라는 주제 아래 1970년대의 사회변혁운동의 여러 모습을 정리했다. 2010년에 작고한 리영희 선생은 30여 쪽에 걸쳐 “한반도는 초강국들의 ‘핵볼모’가 되려는가”라는 제목으로 국제 정세를 분석한 글을 실었다. 소련이 해체된 오늘날 상황이 약간 달라지기는 했어도 한반도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핵무기를 둘러싼 각 국가의 신경전을 이미 1980년대에 예리한 시각으로 내다보고 있으니 그 현안이 놀랍다.팔십 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출판에 대한 법의 규제도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폐간된 잡지와 똑같은 이름으로 1985년에 무크를 발행했던 창비는 허가 없이 잡지를 발행했다는 이유로 출판사 폐쇄 조치까지 받았으나 1988년에는 다시 이름을 찾아 복간호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규제가 완화돼 발행되는 잡지의 내용과 성격도 비교적 다양해졌다. 1986년 풀빛출판사에서 창간호를 펴낸 ‘겨레와 어린이’는 “어린이의 참삶을 위한 부정기 간행물”이라는 특징을 내세웠다. 창간 특집 기사로 “오늘의 현실과 어린이 문학”이라는 주제를 잡았는데 첫 글은 이오덕 선생이 문을 열었다. 1960년대 김현, 김승옥, 김치수와 함께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했던 최하림 시인은 “톨스토이 민화에 나타난 교육사상 고찰”을 기고했다. 그 외에 동화작가 권정생의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서정오의 “할아버지의 보물” 등 동화도 함께 실렸다. 풀빛출판사는 지금까지도 어린이 책 쪽에 큰 힘을 기울이고 있다.여성운동 또한 계속해서 힘을 받으며 목소리를 키워 나갔다. 한국 여성문학연구회는 1989년에 ‘여성과 문학’ 제1집을 창간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여성 관련 문학작품과 논문들을 정리하는 노력을 시작했다. 팔십 년대 여성 작가의 작품을 여성 비평가의 눈으로 해석한 글을 특집으로 마련했고 김보희, 박희진 교수는 버지니아 울프 문학을 여성학적으로 재조명했다. 연구회 회원이기도 했던 유안진, 강은교, 신달자, 오정희 등의 시와 소설이 그 뒤를 이었다. 채숙희 교수는 시몬 드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유명했던 ‘계약결혼’에 대한 논평을 썼다. 이 외에도 1980년대에는 실로 많은 무크들이 존재했지만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모두 실패한 실험이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발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들이 그 뒤를 받치고 있어야 한다. 실패와 성공이라는 결과론을 떠나서 다양한 시도들이 공정하게 인정받는 사회가 돼야 아름다운 공동체라고 부를 만하다. 격동의 한 시기를 마감하고 뒤를 이어 다가온 1990년대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문민정부의 시대였고 문화와 경제가 크게 발전했던 때이기도 하다. 나는 이 당시에 창간했던 두 잡지를 무척 아낀다. 하나는 1991년 겨울 초입에 첫 호를 선보인 ‘녹색평론’이다. 멈출 줄 모르는 산업화의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에 환경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제시한 용감한 잡지다. 또 다른 잡지는 1994년 겨울에 창간한 ‘리뷰’(REVIEW)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문화대통령’ 서태지를 표지 모델로 쓴 문화비평 잡지다. 지금도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헌이 서태지를 인터뷰했고 박상우, 한강, 김소진의 소설을 함께 실었다. 비록 지금은 더이상 나오지 않는 잡지지만 이 역시 돌아보면 대중문화비평이라는 넓은 밭에 뿌려진 귀중한 씨앗이었다. 지금도 여러 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크고 작은 잡지들이 있다. 이들에게 성공과 실패의 잣대는 의미가 없다. 모두가 하나의 씨앗이기에 저마다 소중하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 [책꽂이]

    [책꽂이]

    국가와 윤리(김우창·박성우·주경철·이상익·최장집 지음, 글항아리 펴냄) 네이버문화재단이 후원하는 강연 프로젝트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에서 나눈 이야기를 모은 첫 번째 책으로 저명한 학자 5명이 ‘윤리란 무엇이고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했다. 440쪽. 1만 9500원. 종교와 군대(강인철 지음, 현실문화 펴냄) 종교사회학을 연구해온 저자가 한국전쟁을 계기로 도입된 군종제도의 역사와 정당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유형의 군종 모델을 모색한다. 368쪽. 2만원. 오늘도 비출산을 다짐합니다(송가연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며 맞벌이를 해도 독박가사,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현실적인 이유를 짚는다. 368쪽. 2만원.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지리(개리 풀러·T M 레데콥 지음, 윤승희 옮김, 생각의길 펴냄) 볼리비아의 감자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 음식이 되었는지, 카카오가 왜 신들의 열매인지 등 세계 지리학과 음식의 오랜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280쪽. 1만 5000원. 한글 대표 선수 10+9(김슬옹·김응 지음, 이수진 그림, 창비교육 펴냄) 신숙주, 주시경, 이극로 등 한글의 참뜻을 지키고 세종의 한글 창제 정신을 이어 온 조선 시대 인물 10명과 근현대 인물 9명의 일화를 담았다. 224쪽. 1만원. 한국고전번역원 ‘우리 고전 속 역사·인물·지혜 이야기’ 3종(김용인 외 2명 지음, 전기윤 외 2명 그림, 한국고전번역원 펴냄) ‘아빠와 함께하는 한강 역사 여행’에서는 한강 유적지의 역사적 의미를, ‘책만큼은 버릴 수 없는 선비’에서는 조선 후기 독서광 이덕무의 글을, ‘그만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소’는 장애를 딛고 능력을 펼친 조선시대 인물 6명을 소개한다. 각권 116~136쪽. 각권 8000원.
  • 삶과 자연의 결정적 순간, 짧은 언어 긴 여백에 담아

    삶과 자연의 결정적 순간, 짧은 언어 긴 여백에 담아

    “시란 행간과 여백을 통해 더 많은 것을 표현하며, 이 표현되지 않은 침묵과 함축이 내부로부터 어쩔 수 없이 리듬을 생성시킨다.”이시영(68) 시인이 지난해 펴낸 산문집 ‘시 읽기의 즐거움’에 쓴 말이다. 최소한의 언어가 거느린 여백. 그 침묵과 함축의 공간에서 스며 오르는 시적 감흥와 리듬은 그의 열네 번째 시집 ‘하동’(창비)을 미리 내다본 듯하다. 올해 시력 48년을 맞는 시인이 ‘호야네 집’ 이후 3년 만에 펴낸 새 시집에는 “인생과 자연의 결정적 순간”을 그대로 결빙한 2~4줄의 단시들이 자연이 생래부터 터득한 이치와 범속한 세상사의 속살을 꿰뚫는다. ‘대추나무에 대추들이 알알이 달려 있다/스치면서 바람만이 그 노고를 알 것이다’(노고) ‘형의 어깨 뒤에 기대어 저무는 아우 능선의 모습은 아름답다/어느 저녁이 와서 저들의 아슬한 평화를 깰 것인가’(능선)1990년대부터 단시 실험에 골몰해 온 시인의 새 시편들에는 순수한 감정이 생동한다. 특히 시 ‘무제’(‘겨울 속의 목련나무에 꽃망울이 맺혔다/세상엔 이런 작은 기쁨도 있는가’)를 두고 시인의 오랜 지기인 염무웅 문학평론가는 “시를 잊고 삶을 얻은 것”이라며 “큰 이야기에 묻힌 작은 이야기들의 귀환을 정성스레 갈무리하려는 시인의 뜻, 바로 그 근처가 산화(이시영 시인의 호) 단시의 둥지”라고 짚었다. 시인의 시선은 일상의 찰나에만 머물지 않는다. 1948년 여순사건으로 즉결처분된 매형의 죽음을 돌아보며 국가의 폭력을 건조한 어투로 상기시키는가 하면, 1970년대 고은 시인과 그를 감시하던 형사까지 함께 둘러앉아 먹던 아우죽(시 ‘아욱죽’)을 그리워해도 본다.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에서 ‘하얀 헬멧’의 품에 구조된 생후 3주 된 아기의 숨결(인샬라!)까지 굽어살피면서, 관심글로 지정한 세월호 유족 어머니의 트윗을 그대로 시(2014년 9월 19일)로 들여보내는 등 시대와 장소를 아우르며 통증을 공유한다. 동화작가 권정생, 김남주 시인 등 동료 문인들의 죽음 앞에서 삶의 자세를 다시 곧추세우는 시편들은 문학과 시대 앞에 염결한 시인의 태도를 엿보게 한다. ‘임종이 임박했다는 새벽 전화를 받고 고려병원에 달려갔을 때의 일이다. 황달이 퍼져 샛노란 눈빛의 김남주가 주변을 돌아보며 외쳤다. “개 같은 세상에 태어나 개처럼 살다가 개처럼 죽는다. 부탁한다. 남은 너희들은 절대로 이렇게 살지 마라!” 그의 숨이 끊어지고 난 뒤 병실 복도에 나와 나는 나에게 다짐했다. 빗방울 하나에도 절대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다고!’(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생각함)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공부, 평생을 두고 나를 짓는 일

    공부, 평생을 두고 나를 짓는 일

    모든 이가 스승이고, 모든 곳이 학교다/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창비교육/252쪽/1만 5000원우리 사회에서 맹목적이고 의미 없이 쓰이는 말들 가운데 하나가 “공부하라”다. 먹고살기 팍팍하고 희망조차 없는 나라로 비유되는 ‘헬조선’의 한편에는 ‘공부 중독 사회’가 자리를 잡고 있다. 서열화된 입시 환경 속에서 공부는 생존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최근엔 ‘진짜 공부’를 꿈꾸며 인문학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인문학이 일반인들한테 관심과 인기의 대상이 되는 건 세상이 그만큼 각박하고 위험해졌다는 걸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우리 시대 11명의 멘토(신영복, 김신일, 김우창, 최재천, 박재동, 홍세화, 김제동, 채현국, 박영숙, 조은, 조한혜정)의 인터뷰를 통해 진짜 공부란 무엇이고, 잘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를 탐색해본다. 첫 장을 여는 순간 공부에 대한 의미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지난해 타계한 고 신영복 교수의 마지막 인터뷰다. 앞날 창창하던 20대 젊은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으로 수감, 20년 20일을 수인(囚人)으로 보내고 출소했다. 하루하루의 깨달음, 즉 공부가 감옥 생활을 견디는 힘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지식을 넓히기보다 생각을 높이려 안간힘을 써야 하며,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삶 속에서 깨닫는 능력이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멘토들의 삶의 이야기를 좇다 보면 자연스레 공부는 ‘평생을 두고 나를 짓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지배 담론과 기득권에 저항하며 사회를 움직여온 힘 역시 공부가 모여 만들어낸 집단지성으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이주의 어린이 책] 아이 눈에 비친 ‘내가 모르는 보물’

    [이주의 어린이 책] 아이 눈에 비친 ‘내가 모르는 보물’

    숲에서 보낸 마법 같은 하루/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이세진 옮김/창비/48쪽/1만 3000원아이에게 활기란 잃어버린 단어가 됐습니다. 엄마와는 속내를 터놓지 않은 지 오래됐고요. 여름방학 동안 머무를 시골집은 ‘세상의 모든 따분함을 모아놓은 곳’ 같습니다. 그저 묵묵한 걸음으로 엄마의 뒤를 따를 뿐이고요. 일에 바쁜 엄마 뒤에 누워 애꿎은 화성인들만 죽일 뿐이지요. 그마저도 게임기를 빼앗아 가는 엄마의 성화에 관두고 맙니다. 아이에겐 남은 선택지가 없습니다. 세상의 무기력이란 무기력은 다 끌어모은 듯한 표정으로 집 밖을 나설 수밖에요. 숲은 아이의 마음처럼 어둡고 침울합니다. 그때 거센 빗속에서도 젤리처럼 몰랑한 더듬이를 쉴 새 없이 뻗어내는 달팽이가 아이의 호기심을 건드립니다. “여기 뭐 볼 거 있을까?”란 조심스러운 물음에 확신을 더하죠. “그럼, 있고말고.” 아이는 비에 젖은 땅을 움켜쥡니다. 땅속에 씨앗, 뿌리, 열매 등 ‘내가 모르는 보물’들이 가득하다는 걸 알게 되죠. 먹구름을 뚫고 쏟아지는 햇살에 심장 박동은 커지고요. 아빠의 부재 이후 즐거움을 느끼는 감각도 엄마와의 교감도 잃어버린 아이에게 숲에서의 하루는 큰 걸음입니다. ‘아빠가 찾아내 주던 세상’에만 머무르다 ‘스스로 발견하는 세상’의 낯선 찬연함을 알게 됐으니까요. 왜 몰랐을까요. 조약돌 하나만 눈에 대봐도 빛나는 세상이 비친다는 것을요. 매번 뻔해 보이는 주변을 조금 다르게 느껴 보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될는지 모릅니다. 4세 이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촛불시위는 ‘연대의 힘’ 보여준 사건”

    “촛불시위는 ‘연대의 힘’ 보여준 사건”

    ‘여자들은 자꾸…’ 등 세 권 동시 출간 “미국의 반전 운동가 조너선 셸은 혁명의 발원지는 결국 사람들의 심장이라 했죠. 보통 사람들이 연대를 통해 차이를 없애고 함께 두려움을 극복하는 순간이 변혁의 순간이 되는 걸 우리는 역사 속에서 많이 봐왔어요. 평범한 일상에서 놓치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연대의 순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의 예가 바로 한국의 촛불시위였죠. 그 결과 정권 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요. (트럼프 정권의) 미국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비법을 전수해 주세요.”(웃음)정치·철학·역사·문화를 넘나드는 통찰력 있는 에세이로 유명한 미국 저술가이자 사회운동가인 리베카 솔닛(56)이 “정의와 자유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힘이 여러 방식으로 펼쳐지는 나라에서 책이 출간돼 영광”이라며 “(미국의 정권 교체에도) 행운을 빌어달라”며 눈을 찡긋했다. 25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사옥 50주년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다. 이날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창비), ‘걷기의 인문학’(반비·개정판), ‘어둠 속의 희망’(창비·개정판) 등 세 권을 한꺼번에 펴낸 솔닛은 세계적인 페미니즘 저자로 꼽힌다. 솔닛은 “세 권의 책 모두 기존의 고정관념에 시야가 가려 보지 못했던 이야기에 대한 탐색이자 오래된 이야기를 깨뜨린다는 점, 저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특히 절판됐다 이번에 재출간된 ‘걷기의 인문학’에 들여보낸 새 서문에서 그는 한국의 촛불시위와 중동 전역을 휩쓴 아랍의 봄 시위 등을 “공적 공간에서 육체적으로 한데 모이는 경험,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경험,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걸어가는 경험”이라고 일컬으며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아름다운 힘의 경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간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에서 데이트 폭력, 여성 혐오 살인, 디지털 성범죄 등 다양한 주제로 침묵을 거부하고 발화하기 시작한 여성들에 대해 짚은 그는 현재 미국 백악관도 여성 혐오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성 혐오의 문화, 백인 우월주의가 팽배해 있는 곳, 남성성을 강화해 여성을 과거의 성 역할로 복귀시키려는 곳이 바로 현재 미국의 백악관입니다. 여성의 성기를 움켜쥐었다는 얘기를 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그로테스크하고 부끄러운 상황이죠.” “책을 통해 여성을 구시대적 성 역할에 얽어매려는 시도 등 여성에 대한 도전이 강화된 상황에서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가, 행복한 삶이 인생의 목적에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다”는 그는 소셜 미디어라는 새로운 도구와 전략으로 무장한 새 세대의 페미니즘 물결을 낙관했다. “역사를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 우리가 승리하는 중이라는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요즘도 전 세계에선 끔찍한 여성 인권 유린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성 차별 문제는 수천년간 지속돼 왔어요. 이걸 50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다 해결할 순 없죠. 좌절해선 안 됩니다. 제 한평생 봐온 것은 여성의 삶이 변화하고 개선되어 왔다는 겁니다. 한국의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여성 BJ에 대한 살해 위협 등 한국의 여성 혐오 현상만 봐도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위협을 느끼고 있고 페미니스트들의 작업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증거예요.” 그는 페미니즘이 인권 운동의 한 부분이란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기 살상, 가정 폭력, 빈곤, 사회적 불평등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페미니즘 운동의 진정한 의미이죠. 이처럼 페미니즘은 다양한 불평등 이슈와 교차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 문제와 통합해 접근한다면 페미니즘 운동은 궁극적으로 여성의 해방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해방을 이끌 거라 믿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25년째 답사기 굴레… ‘궁궐의 도시’ 서울 다뤄”

    “25년째 답사기 굴레… ‘궁궐의 도시’ 서울 다뤄”

    “1993년 첫 책이 나올 때만 해도 3권까지 쓰곤 본업(미술사가)으로 돌아가고 싶었죠. 그런데 북한을 가게 되면서 팔자가 그렇게 안 됐어요. 답사기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든 게 우리 지역은 왜 안 써 주느냐는 항의가 심해요. 올해로 25년째, 국토의 반을 써 왔는데 아직도 안 쓴 게 더 많네요. 20권쯤 쓰면 끝나지 않을까요(웃음).”전국에 답사 열풍을 일으킨 유홍준(68) 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가 사반세기 만에 서울로 들어섰다. 8권의 국내 편과 4권의 일본 편을 합쳐 380만부가 팔린 스테디셀러답게 9, 10권인 서울 편은 이미 예약판매만 8000부에 이른다. 16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유 전 청장은 “문화재청장을 3년 반 했기 때문에 미세하게 알 수 있었던 게 많아 국민들이 같이 알아야 할 걸 쓰다 보니 뜻밖에 어려워졌다”면서도 “이 책을 읽고 현장에 가 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란 마음으로 썼다”고 했다. 네 권으로 구상한 서울 편 가운데 먼저 나온 1권은 창덕궁, 창덕궁 후원, 창경궁 등 궁궐 이야기, 2권은 한양도성과 자하문 바깥의 별서 등에 얽힌 서울의 매력과 내력을 짚었다. “세계적으로 일본 교토는 ‘사찰의 도시’, 중국 쑤저우는 ‘정원의 도시’로 공인돼 있죠. 하지만 세계 어디를 가 봐도 궁궐 5개가 모여 있는 도시는 서울밖에 없어요. 영욕의 세월이 얽혀 있지만 다른 나라, 도시와 다른 특성을 보여 주는 우리의 자랑이라 할 수 있죠. 궁궐에 대한 책은 많지만 대부분 건물 이야기에 그치는 데 반해 조선시대 그곳에서 국가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았는지 스토리텔링에 주력했습니다.” 화재로 그를 문화재청장 자리에서 불명예 퇴진하게 했던 숭례문 이야기는 서울편 3권에 담길 예정이다. “(숭례문 화재 사건은) 실화도 아니고 방화인 데다 지방자치단체에 관리 책임이 있으니 마지막엔 억울했죠. 포커에서 돈 잃었을 때는 빨리 털고 가야지 개평이나 얻을까 하고 있으면 추해지니 빨리 나간 거죠. 사람들은 숭례문이 불타서 없어졌다고 잘못 알고 있지만 중환자실에서 고쳐 살아난 거예요. 당시 참여정부가 언론과 불편한 관계에 있어 기사의 상품적 가치가 원없이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편에 이어 중국 편 답사기도 함께 집필 중인 그는 “속을 알 수 없는 중국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선 과정에서 광화문 대통령 공약 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유 전 청장은 “청와대 집무실 광화문 이전과 광화문광장 변경 등은 현재까지 결정된 건 없다”며 “다음주쯤 사업 규모와 방향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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