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창비
    2025-12-27
    검색기록 지우기
  • 생존
    2025-12-2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47
  • [어린이 책] 판타지로 돌아온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의 히어로

    [어린이 책] 판타지로 돌아온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의 히어로

    이리의 형제1 허교범 글/산사 그림/창비168쪽/1만 3000원추리소설 ‘스무고개 탐정’을 무려 14권(본책 12권, 게임북과 탐정수업책 포함)까지 이끌어 간, 어린이 독자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허교범 작가가 새 시리즈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판타지다. 인간과 또 다른 종족이 섞여 사는 가운데 자신이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믿는 ‘노단’, 노단과 같은 종족이지만 평범한 삶을 꿈꾸는 ‘유랑’, 그리고 나약함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연준’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하늘 아래 유난히 사랑스러운 도시’, 하유랑시를 무대로 선과 악의 경계를 부수는 여정을 시작한다. 세 인물은 매력적이지만 저마다 아픔을 가지고 있다. 노단은 10년이 넘도록 병원 신세를 면하지 못한 아이로 무리에서 가장 약하다. 하지만 날카로우면서도 불타오를 듯한 기운으로 인간의 신체와 의지를 조종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생명을 연장하고 부하를 늘리기 위해 하유랑시를 자신의 ‘영토’로 삼고자 한다. 이런 노단의 첫 목표인 연준은 학원 레벨테스트에서 B반으로 떨어진 것을 고민하는 미약한 소년이지만 노단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의지를 지녔다. 정체를 숨기고 최대한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하는 유랑은 향수를 뿌려 자신의 냄새를 숨긴다. 시리즈의 시작인 만큼 작가는 많은 궁금증을 남기며 책을 마감한다. 이번에는 과연 몇 권까지 이어질지 벌써 기대를 모은다.
  • “장르문학 비주류”는 옛말… 상금 1억원에 게임화까지

    “장르문학 비주류”는 옛말… 상금 1억원에 게임화까지

    장르문학이 문학계 비주류를 넘어 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원석을 발굴하기 위한 장르문학 공모전이 크게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억대 상금을 내걸거나 수상작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영화, 게임, 웹툰 등 2차 콘텐츠 제작까지 약속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장르문학은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판타지, 무협, 로맨스, SF나 호러 공포물 등 다양하다. 과거에는 특정 마니아에 의해 향유됐다면 최근에는 문학계의 실질적인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장르문학 공모전은 김초엽, 천선란 작가 등을 배출한 ‘한국과학문학상’이다. 허블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이 상은 올해 5회 수상 작품집까지 출간된 상태며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함께 수상작의 영상화를 추진한다. 아작 출판사가 주관하는 ‘문윤성 SF 문학상’은 올해 3회째로 1965년 SF 장편소설인 ‘완전사회’를 발표한 문윤성 작가를 기념해 제정된 SF 문학상이다. 영화 제작사 쇼박스, 웹툰·웹소설·전자책 플랫폼 리디 등이 후원사로 참여하며 작품에 따라 영상화, 웹툰 제작으로 이어진다.창비 출판사는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와 함께 ‘영어덜트 소설상’ 공모전을 3회째 개최했다. 이 공모전은 10대부터 30대까지의 독자를 위한 본격 장르물 혹은 장르적 요소가 가미된 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당선작은 창비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하며 카카오페이지와 논의해 유료 연재를 진행한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오는 16일부터 CJ ENM, 해피북스투유 및 투유드림과 함께 장르문학 공모전 ‘리노블 시즌 1’을 연다. 상금 규모는 1억원에 달한다. 이 공모전의 캐치프레이즈는 ‘다시 소설에서, 다시 웹툰으로, 다시 영화로’일 정도로 다양한 2차 콘텐츠 확산을 특전으로 내건다. 밀리의 서재와 CJ ENM은 선정작에 전자책, 오디오 및 영상 콘텐츠 제작 기회를 제공하며, 웹툰 제작사인 투유드림과 출판사 해피북스투유는 각각 웹툰 및 종이책 출간을 추진한다.
  • “권력이 된 시험능력주의, 우리 사회에 과도하게 작동”

    “권력이 된 시험능력주의, 우리 사회에 과도하게 작동”

    “시험이 능력을 가르는 가장 공정한 방법이란 인식과 명문대 입시와 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을 선호하고 밀어주는 기제는 우리 사회의 노동 차별과 노동 배제로 이어졌습니다. 좁은 ‘병목’을 통과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패배의 상처만 입게 되죠.” 사회학자인 김동춘(63) 성공회대 교수가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능력주의’를 구조적으로 해부한 신간 ‘시험능력주의’(창비)를 출간했다. 김 교수는 31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을 통과한 ‘시험 선수’ 엘리트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시험능력주의가 이제 권력이 됐으며, 우리 사회는 과도할 정도로 시험능력주의가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에서 김 교수는 시험 합격의 이력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것이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생각은 단순히 교육 문제가 아닌 지위 배분과 권력 재생산, 노동시장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구조적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시험 성적으로 서열화된 구조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명된 학생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나는 노력해서 지금의 자리를 얻었다’는 고소득 전문직들의 폐쇄성과 이들에게 유리한 지위 세습의 길을 열어 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는 기본적으로 (쉽게 해고될 수 있는) ‘노동자 안 되기’의 전쟁”이라며 “최상위권 학생들이 너도나도 안정적인 의사나 법조인이 되려는 쏠림 현상은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신자유주의와 관련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졸 기술인력이 모자람에도 우리 사회가 노동자로서 자존감을 갖고 살아갈 길 마련에 소홀해 이제 산업과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며 “결국 명문대 위주, 수도권 쏠림 현상 등과 맞물려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느냐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시험에 매달리는 이유는 시험 외 다른 공정한 절차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에 대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과 명문대 학생들의 분교 차별에 대해 김 교수는 “취업과 명문대 입학에 대해 반은 성공한 것으로 보고, 그 성공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진단한 뒤 외환위기 이후 약화된 연대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복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능력주의를 완화하면 연고주의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주의의 완전한 극복은 어렵다”며 “시험능력주의가 아닌 실적에 따른 능력주의로 평가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대학 입시에 비해 고용 과정에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제 사람을 뽑을 때도 비용을 많이 들여 능력을 가려내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권력이 된 시험능력주의…우리 교육 문제는 ‘노동자 안되기’ 전쟁”

    “권력이 된 시험능력주의…우리 교육 문제는 ‘노동자 안되기’ 전쟁”

    “시험이 능력을 가르는 가장 공정한 방법이란 인식과 명문대 입시와 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을 선호하고 밀어주는 기제는 우리 사회의 노동 차별과 노동 배제로 이어졌습니다. 좁은 ‘병목’을 통과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패배의 상처만 입게 되죠.” 사회학자인 김동춘(63) 성공회대 교수가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능력주의’를 구조적으로 해부한 신간 ‘시험능력주의’(창비)를 출간했다. 김 교수는 31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을 통과한 ‘시험 선수’ 엘리트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시험능력주의가 이제 권력이 됐으며, 우리 사회는 과도할 정도로 시험능력주의가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책에서 김 교수는 시험 합격의 이력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것이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생각은 단순히 교육 문제가 아닌 지위 배분과 권력 재생산, 노동시장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구조적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시험 성적으로 서열화된 구조 속에서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명된 학생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나는 노력해서 지금의 자리를 얻었다’는 고소득 전문직들의 폐쇄성과 이들에게 유리한 지위 세습의 길을 열어 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는 기본적으로 (쉽게 해고될 수 있는) ‘노동자 안 되기’의 전쟁”이라며 “최상위권 학생들이 너도나도 안정적인 의사나 법조인이 되려는 쏠림 현상은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신자유주의와 관련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졸 기술인력이 모자람에도 우리 사회가 노동자로서 자존감을 갖고 살아갈 길 마련에 소홀해 이제 산업과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며 “결국 명문대 위주, 수도권 쏠림 현상 등과 맞물려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느냐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시험에 매달리는 이유는 시험 외 다른 공정한 절차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불신의 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에 대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과 명문대 학생들의 분교 차별에 대해 김 교수는 “취업과 명문대 입학에 대해 반은 성공한 것으로 보고, 그 성공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진단한 뒤 외환위기 이후 약화된 연대주의와 공동체주의 복원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보수적 공정 담론에는 연고 채용 등 비정규직 채용에 만연한 편법 실상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대의에만 의존한 문재인 정부의 정교하지 못한 정책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김 교수는 능력주의를 완화하면 연고주의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주의의 완전한 극복은 어렵다”며 “시험능력주의가 아닌 실적에 따른 능력주의로 평가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대학 입시에 비해 고용 과정에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제 사람을 뽑을 때도 비용을 많이 들여 능력을 가려내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홀로 된 아이 다독이는 ‘즐거운 상상’[어린이 책]

    홀로 된 아이 다독이는 ‘즐거운 상상’[어린이 책]

    죽음은 어린이 책에서 다루기 힘든 주제다. 하지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죽음을 회피하지 않는다. 죽음을 전면에 등장시키고 남은 아이의 마음을 다독인다. 작가의 대표작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 화재로부터 동생을 구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형 요나탄, 기침으로 언제나 침대에 누워 지내다 형이 있는 사후세계 낭기열라로 간 카알처럼 말이다. 린드그렌의 단편 동화 ‘엄지 소년 닐스’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밖에 없던 누나가 죽고, 혼자 남은 베르틸은 아빠와 엄마가 직장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쓸쓸히 지낸다. 그때 베르틸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엄지 크기의 소년 닐스가 등장한다. 린드그렌의 20주기를 추모하며 ‘엄지 소년 닐스’가 그림책으로 국내 출간됐다. 이 단편을 표제작으로 한 동화집은 스웨덴에서 1949년 출간됐고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바 있지만, 그림책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웨덴에서 일론 비클란드의 그림을 입힌 책이 1956년에 출간됐으니 66년 만이다.닐스는 베르틸에게 마법의 주문을 알려 준다. ‘꼬꼬마 휘리릭!’ 주문으로 베르틸은 닐스만큼 작아졌다가 다시 커지기를 반복한다. 마법을 통해 베르틸은 닐스와 함께 미트볼 한 알을 배부르게 나눠 먹고 젤리 접시 속에 들어가 함께 목욕을 즐긴다. 홀로 있을 땐 무력했던 베르틸이지만 닐스를 만난 뒤 땔감을 구하는 것도, 청소를 하는 것도 혼자 척척 해낼 수 있는 존재임이 드러난다. 누나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은 더이상 슬픔의 물건이 아니다. 누나의 인형의 집 침대와 인형 잠옷은 차가운 바닥에서 자던 닐스에게 포근하고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닐스와 만난 베르틸은 비로소 자신의 힘으로 집을 가꾸는 기쁨을 느끼고, 따뜻한 정을 나눈다. 닐스가 초대한 상상의 세계에서 독자는 죽음, 슬픔, 외로움 속에서 어린이가 혼자 있지 않기를, 상상으로 ‘아주아주 따스한 것’을 품고 위안을 찾기를 바랐던 린드그렌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아몬드’ 출간 5년 만에 100만 부 돌파

    ‘아몬드’ 출간 5년 만에 100만 부 돌파

    손원평(43) 작가의 장편 소설 ‘아몬드’가 출간 5년 만에 국내 판매 100만 부를 돌파했다. 출판사 창비는 2017년 출간돼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아몬드’의 100만 부 돌파를 기념해 새로운 표지의 특별판을 출간했다. 손 작가는 ‘다시 쓰는 작가의 말’에서 “중학교 때 ‘아몬드’를 읽은 독자가 벌써 대학생이 되었다거나 군대를 전역했다는 소식 같은 걸 듣는다”며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내 아이도 읽는다’ 같은 글을 보게 될 날을 떠올려 본다”고 적었다.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는 “출간 때부터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며 독자들에게 다가간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또 “책을 안 읽던 청소년들이 제 책을 읽고 ‘책이 재미있다’는 이야길 많이 해 줬는데 독서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청소년과 어른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것이 보람이자 자랑스러움”이라고 덧붙였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다. 인물들이 타인과 관계 맺고 슬픔에 공감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탁월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미국, 스페인 등 20여개국에 번역 수출됐으며 특히 국내 못지않은 인기를 끈 일본에서는 2020년 아시아권 최초로 일본 서점 대상의 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국내외에서 뮤지컬과 연극으로도 재탄생됐다.
  • 손원평 장편 ‘아몬드’ 100만부 돌파…특별판 출간

    손원평 장편 ‘아몬드’ 100만부 돌파…특별판 출간

    손원평(43) 작가의 장편 소설 ‘아몬드’가 출간 5년 만에 국내 판매 100만 부를 돌파했다.출판사 창비는 2017년 출간돼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아몬드’의 100만 부 돌파를 기념해 새로운 표지의 특별판(사진)을 출간했다. 손 작가는 ‘다시 쓰는 작가의 말’에서 “중학교 때 ‘아몬드’를 읽은 독자가 벌써 대학생이 되었다거나 군대를 전역했다는 소식 같은 걸 듣는다”며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내 아이도 읽는다’ 같은 글을 보게 될 날을 떠올려 본다”고 적었다.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는 “출간 때부터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며 독자들에게 다가간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또 “책을 안 읽던 청소년들이 제 책을 읽고 ‘책이 재미있다’는 이야길 많이 해 줬는데 독서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청소년과 어른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것이 보람이자 자랑스러움”이라고 덧붙였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다. 인물들이 타인과 관계 맺고 슬픔에 공감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탁월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미국, 스페인 등 20여개국에 번역 수출됐으며 특히 국내 못지않은 인기를 끈 일본에서는 2020년 아시아권 최초로 일본 서점 대상의 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국내외에서 뮤지컬과 연극으로도 재탄생됐다.
  • 방구석 소리꾼 들으소… 판소리 강인함 믿으소

    방구석 소리꾼 들으소… 판소리 강인함 믿으소

    내가 소멸된다는 상상에 아쉬움예솔이부터 생활인까지 담아내8시간 춘향가 완창 절절함 기억“고독한 시간들, 버티는 힘 될 것”서로 다른 크기와 색깔의 네모들이 삐뚤빼뚤하지만 서로를 받치고 지탱하며 탑을 쌓듯 위로 향한다. 이런 그림이 그려진 표지로 감싼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보이지 않는 축적을 믿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쌓이는 것의 힘, 그것의 강함과 무서움을 안다.” 소리꾼 이자람(43)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첫 책 ‘오늘도 자람’(창비)을 냈다. “개인적 이야기를 시시콜콜 할 필요가 없고 할 이야기가 있으면 무대에서 하면 된다는 생각에 인터뷰도 잘 안 했다”던 그다. 그런데 어린 시절 ‘예솔이’로 방송 활동을 하던 때부터 뛰어난 소리꾼이자 밥 한 끼 잘 차려 먹는 것에 집중하는 생활인의 모습까지 놀라울 만큼 자세한 속 이야기를 내보인다.25일 만난 이자람은 “코로나19로 ‘소멸’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면서 “내가 이대로 소멸된다고 상상하니 작품 이야기가 관객들과 나의 기억 속에만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다”며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기억 속에 있는 팩트들을 그때의 감성과 지혜로 기록한 파블로 네루다의 자서전이 책을 쓰는 동력이 됐다”고도 했다. 작가가 거닐던 숲으로 함께 걸으며 이야기하는 느낌이 좋았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곳곳에 새겨진 이자람의 기억을 함께 걷는 동안 가장 많이, 길게 만날 수 있는 건 역시 소리꾼으로서의 시간들이다. 최근 신곡 ‘막달라 마리아’를 낸 아마도이자람밴드 활동도 활발히 해 왔고 세계를 들썩인 창작 판소리를 꾸민 작창가이자 정통 연극 무대에도 오른 종합공연예술인인 그가 “추리고 추린 것”임에도 책의 대부분이 판소리 이야기다. 스승들과의 각별한 인연, 고등학교 3학년 때 ‘심청가’ 4시간 완창에 이어 스무 살에 장장 8시간 ‘춘향가’ 완창을 하며 몇 달간 온몸이 바스라지는 듯 시달린 ‘소리앓이’,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작품을 따온 ‘사천가’와 ‘억척가’로 세계를 누빈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이어진다. 다만 화려한 완성물이 아닌 그를 위해 노력한 빼곡한 시간들 위주다. 주변에서 ‘이잘함’이라 부를 만큼 다재다능한 그의 안에는 결국 소리와 함께 다져 온 시간들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매일 한 시간 이상 소리 연습을 하는 그에게 판소리는 ‘밥’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고, 밥을 먹어야 힘이 나죠. 맛있는 밥을 먹으려면 그만큼 노력도 들여야 해요. 밥맛도 그때그때 다르고 새롭기도 하죠. 그럼 밴드 활동은 커피나 빵일까요?” 물론 ‘빵순이’인 그는 빵과 커피도 매일 채워 줘야 한다며 웃음을 더했다. 무엇보다 소리꾼들이 책을 꼭 읽어 줬으면 한다고도 했다. 그는 “선생님들께 판소리를 귀하게 여기라고 배웠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귀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들이는 힘과 노력에 비해 피드백도 적다”며 “방구석에서 혼자 괴롭게 연습할 소리꾼들에게 ‘나도 그렇단다. 넌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자람은 “항상 지금의 내가 최상의 상태라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남들은 세계를 누비던 때를 전성기라 하겠지만 무대에서 풀어낼 다음 이야기를 꿈꾸며 매일 연습하고 다지는 ‘루틴’을 해내는 게 그에겐 더 소중하다. 요즘은 미뤄 둔 박사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에 몰두한다며 한숨을 쉬면서도 “지금이 정말 보석 같은 시간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다음 작업이 훨씬 더 깊고 풍부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덧댔다. “무언가를 훈련하고 쌓아올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어디서든 일어설 수 있어요. 혼자 고독하게 싸운 시간들이 모두 버티는 힘이 돼요.”
  • [책꽂이]

    [책꽂이]

    네안데르탈(리베카 랙 사익스 지음, 양병찬 옮김, 생각의힘 펴냄) 과연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유일한 주인일까. 이 책은 4만년 전 절멸한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안내서다. 저자는 협동과 이타심, 상상력, 미적 감각이 호모 사피엔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첨단 과학기술과 고고학적 연구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삶과 사랑, 예술, 죽음을 재구성했다. 660쪽. 3만원.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펴냄) 60년 가까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습관처럼 모아 온 클래식 레코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는 ‘중구난방 컬렉션’이라고 말하지만 클래식 팬으로서의 진지한 애정이 가득하다. 리스트 속에서 하루키 소설에 등장했던 흔적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다. 356쪽. 2만 5000원.워런 버핏의 위대한 부자 수업(존·타일러 롱고 지음, 배지혜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워런 버핏의 성공에는 기업을 보는 안목도 안목이지만 그가 10대 때부터 다져 온 ‘금융 문해력’이 큰 역할을 했다. 수십 년간 버핏의 ‘가치투자’를 가르쳐 온 저자가 독자들이 실생활에 버핏의 팁을 적용해 자산을 불릴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한다. 616쪽. 2만 6000원.잠자는 추억들(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문학동네 펴냄)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가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발표한 첫 작품이다. 청년기에 스치듯 만난 사람들과 바스러져 가는 그 시절에 대한 기억, 우연히 연루된 사망 사건을 되짚어 가는 자전적 소설이다. 스물한 개의 짧은 장(章)은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 독자는 탐정이 돼 주인공의 과거를 추적한다. 152쪽, 1만 4000원.루호(채은하 지음, 창비 펴냄) ‘사람으로 변신한 호랑이가 우리 곁에 살고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에서 시작한 한국형 판타지 동화다. 사람과 동물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가는 존재와 사람으로 변신한 동물을 괴물이라고 부르는 사냥꾼 사이에 박진감 넘치는 대결이 펼쳐진다.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224쪽. 1만 800원.연금 부자 습관(강성민 지음, 좋은습관연구소 펴냄) KBS 라디오 PD로 일하며 공인회계사, 은퇴설계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한 특이한 이력을 가진 저자가 인생 후반전 연금 부자가 되는 노하우를 담았다. 저자는 2019년부터 ‘강PD의 똘똘한 은퇴설계’라는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며 여러 재테크 전문가들을 만났다. 그렇게 모은 지식을 자신의 은퇴설계에 적용했다. 228쪽. 1만 6500원.
  • 부커상 받은 한강 ‘채식주의자’ 15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와

    부커상 받은 한강 ‘채식주의자’ 15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와

    한강(52) 작가의 대표 소설 ‘채식주의자’가 출간 15년 만에 새로운 장정의 개정판으로 나왔다. 2007년 출간된 이 소설은 2016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부커상(당시에는 맨부커상) 국제부문, 2018년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아 한국 문학의 입지를 한 단계 확장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출판사 창비는 ‘채식주의자’가 현재까지 100만 부 가까이 판매됐으며 40개가 넘는 국가에 판권이 수출됐다고 전했다. 책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소설 3편을 하나로 연결한 연작 소설집이다.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나무가 되기를 꿈꾸며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환상적이면서도 괴이한 상상력이 결합해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보여준다.2010년부터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번역 출간됐고, 2015년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 2016년 미국 호가드 출판사가 펴내며 해외 유력 매체의 호평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이라고 평했다. 인간 본질과 이면의 ‘고통’에 천착해온 작가는 다시 쓴 작가의 말에서 “출간 후 15년의 시간이 세찬 물살처럼 흐르는 동안, 고백하자면 이 책에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며 “세간의 관심도 오해도 뜨겁고 날카로워, 혼자서 이 소설을 써가던 순간들의 진실과 동떨어진 것이 되어버린 듯 느낀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귀밑머리가 희어지고 어느 때보다 머리가 맑은 지금, 나에게는 이 소설을 껴안을 힘이 있다. 여전히 생생한 고통과 질문으로 가득 찬 이 책을”이라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는 오는 9월 연극으로 제작돼 국립극단 무대에 오른 뒤 12월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해외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창비, 도서 제작·판매정보 확인 가능한 저자 조회 사이트 첫 운영

    창비, 도서 제작·판매정보 확인 가능한 저자 조회 사이트 첫 운영

    출판사 창비가 국내 출판사에서는 처음으로 도서 제작과 판매, 인세 지급 현황을 저자가 직접 조회할 수 있는 저자 조회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23일 알렸다. 저자 조회 사이트에서는 저자들이 자신의 책의 쇄별 발행부수와 매월 실출고부수, 쇄별 인쇄 지급 내역 전부를 조회할 수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베타 버전 상태로 2020년 이후 신간을 발간한 저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PC와 모바일 버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후에는 대상 저자와 조회 범위를 더 넓힐 계획이다. 그동안 창비는 발행 내역을 저자들에게 서면으로 제공해 왔다. 창비 측은 “저자 조회 사이트는 단순 판매정보뿐 아니라 한 도서의 모든 판본과 발행내역, 출고내역을 언제든지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조회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시스템”이라면서 “같은 작품이라도 다양한 판본으로 제작되는 최근 출판 트렌드와 디지털 인쇄 활성화로 소량의 도서 발행이 가능한 출판 환경 변화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자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해 상호 신뢰관계가 구축돼 저자가 창작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출판계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 관행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3월 21일은 세계 시의 날…코로나19 이후 시집으로 위로받는 독자 더 늘었다

    3월 21일은 세계 시의 날…코로나19 이후 시집으로 위로받는 독자 더 늘었다

    오는 21일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시의 날이다. 내면을 풍요롭게 하고 마음의 순화를 이뤄내는 시의 역할을 기억하고 보호하자는 취지로 매년 3월 21일을 기념하게 됐다. 서점가에서도 시는 여전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시집 판매율은 지난 2017년에 비해 25.4%나 늘었고, 출간된 시집의 수도 5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17년 2267권의 시집이 독자들과 만났고 이후 2018년 2576권, 2019년 3069권, 2020년 3102권, 지난해 3257권이 새로 나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시집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년 대비 판매 증가율은 2017년 -5.4%, 2018년 -7.6%였다가 2019년 8.3%, 2020년 12.9%, 지난해 10.9%로 조사됐다. 예스24 측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 깊어지는 내면의 불안함을 덜고 희망을 얻고자 시집을 찾는 이들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시집을 주로 중년층이 많이 구입했지만 이제는 20대도 즐기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20대의 시집 구매 비중은 13.3%로 2017년(8.9%) 대비 약 5% 올랐다. 지난해 시집을 가장 많이 구매한 연령대는 40대(32.1%)로 40대 여성(22.8%)이 특히 많았다. 이어 50대(24.9%), 30대(18.4%), 20대(13.3%) 순으로 시집을 찾았다. 젊은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감각과 시상으로 삶의 이면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젊은 시인들의 책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2010년 중반부터 소셜미디어(SNS)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인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2030대와 공감대를 넓혔고 직관적인 글귀를 담은 시 게시물을 SNS에 올리는 등 MZ세대 사이의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했다. 박준, 글배우 등 젊은 시인들의 시집과 에세이도 주목받는 추세다.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고, SNS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글배우 작가의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도 출간 뒤 주목받았다. 나태주, 류시화, 이해인 등 시인들의 작품은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쉽고 간결한 시어로 소박하고 따뜻한 자연의 감성을 전해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나태주 시인의 작품은 시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 50위권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박형욱 예스24 소설·시 MD는 “나태주, 류시화 시인의 시집과 같이 기성 시인들이 서정적인 글귀로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시집 도서들이 여전히 보편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면서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민음사, 창비 등에서 출간하는 시리즈 시집이 독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모으는 흐름에서 최근 런칭한 ‘걷는 사람 시인선’, ‘아침달 시집’ 등 새로운 시지르도 젊은 시인들의 새로운 감각과 즐거움 담긴 시집들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로이터 “300만명 모여 사는 평양에서 ‘미사일 실패’ 침묵 놀라운 일”

    로이터 “300만명 모여 사는 평양에서 ‘미사일 실패’ 침묵 놀라운 일”

    ‘300만명이 거주하는 평양의 상공에서 미사일이 폭발한 지 24시간 넘게 흘렀는데도 북한 관영 매체들에 어떤 사진과 목격담도 나타나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로이터 통신이 북한 주요 관영매체들이 전날 미사일 발사 관련 소식을 17일 일절 다루지 않은 것에 대해 새삼스럽게 놀라워 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대신 다음달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경축 분위기를 띄우는 데 골몰했다. 전날 쏜 탄도미사일이 발사 후 공중 폭발한 것을 대내외에 발표하면 기술적 결함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침묵을 지킨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인권 활동가들은 북한이 완벽하게 통제된 사회임을 다시 한번 여실히 보여줬다고 했다. 북한이탈 주민들의 해외 정착을 돕는 단체 ‘리버티 인 NK’의 박석길 씨는 트위터에 “북한이 얼마나 버르장머리 없고 노골적인지, 우리는 그저 ’북한은 늘 그러니까‘ 하면서 무덤덤해져선 안된다”고 적었다. 그는 “런던이나 이스탄불, 서울이라면 얼마나 많은 뉴스와 동영상, 사진, 목격담이 쏟아질지 상상해보라. 그러나 평양이었다. 단 하나의 사진이나 동영상도 나오지 않는다. 2022년 아시아의 한 나라 수도 상공에 대규모 폭발이 있었는데도 완벽하게 블랙아웃”이라고 어이없어 했다. 앞서 북한은 16일 오전 9시 30분쯤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쐈지만, 발사 직후 고도가 20㎞에도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 전문 매체 NK 뉴스는 평양 주민들이 대형 항공기가 내는 소리와 비슷한 커다란 폭발음과 곧이어 커다란 충격음이 들렸다고 전해왔다고 보도했다. 평양 외곽에 파편이 떨어지는 것을 봤다는 얘기도 있었고, 평양 상공에 붉은 색 구름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봤다는 얘기도 나왔다는 것이다. 매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사진도 확보했다며 “사진을 보면 평양 상공에 로켓이 지그재그로 움직인 흔적(연기)이 남아 있고 그 끝부분에 ‘붉은’ 연기 덩어리가 있다. 작은 연기 흔적이 지상을 향해 직선으로 이어져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NK 뉴스는 제공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NK 뉴스에 따르면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EIP)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흔히 ‘재앙적 실패’라고 일컫는 이미지와 일치한다”며 “통상 ‘붉은 오렌지 색깔의 연기’는 미사일에 탑재된 액체 연료 때문에 발생하고, 인체에 매우 유해하다”고 말했다. 이 매체가 전한 대로 평양 곳곳에 미사일 파편이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안보 및 전략연구소의 우지 루빈 선임연구원은 평양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 근처에서 ICBM 미사일을 쏘아올리는 시험이 너무 위험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북한은 평안남도 북창비행장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가 몇 초 만에 폭발, 덕천의 건물들에 떨어져 피해를 입힌 일이 있었다.
  • “한국 여성, 좌절할 필요 없어… 어려워도 변화는 계속된다”

    “한국 여성, 좌절할 필요 없어… 어려워도 변화는 계속된다”

    尹당선인 여가부 폐지 공약 관심“한국 남성들, 여성 자유 희망하길” 가정폭력 탓 가출부터 40년 회고“위험·폭력 노출된 삶 전달하고파배제·혐오, 전면적 사회 변혁 필요”“페미니즘은 젠더에 초점이 맞춰져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2014년 책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를 통해 ‘맨스플레인’(mansplain) 현상을 비판하며 여성의 대변자로 떠오른 미국의 여성학자 리베카 솔닛(61). 그는 첫 회고록을 낸 기념으로 15일 한국 언론과 가진 온라인 간담회에서 “페미니스트인 것이 자랑스럽다”면서 “페미니즘의 지향점은 남성 배제가 아니라 그동안 배제됐던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하게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솔닛은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창비)에서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떠난 1981년부터 지난 40년을 되짚었다. 이미 여러 저서에 자신의 이야기를 녹이긴 했지만 이 책에선 좀더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한 여성으로서 맞닥뜨려야 했던 시간들을 끄집어냈다. 회고록의 원제는 ‘비존재의 기억들’(Recollections of My Nonexistence)이다. 솔닛은 “30여년에 걸쳐 페미니즘과 여성 폭력에 대한 많은 글을 써 왔지만 아직도 충분히 다 얘기하지 못했다”면서 “여성이 위험과 폭력 속에 끊임없이 노출돼 있다는 것을 오히려 평범하고 일반적인 삶을 산 제 개인사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평범하다고 말한 건 그의 친구처럼 이별을 통보했다고 연인에게 칼부림을 당하거나 살면서 한 번도 강간을 당한 적이 없었고, 아직 살해되지 않았기 때문에 붙일 수 있는 표현이다. 그는 길에서 누군가 자신에게 침을 뱉거나 몸을 강제로 잡아끌고, 집 앞까지 따라오는 스토킹을 당했지만 그런 피해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더 부자 동네로 이사 가라”든가 “옷을 섹시하게 입지 말라”, “총을 갖고 다녀라” 등의 ‘조언’을 들었다. 솔닛은 이런 것들이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배제와 비존재라고 설명했다. 배재와 비존재는 정치, 경제, 문화까지 모든 분야에서 일어난다. 그는“이런 배제나 혐오는 여성들이 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전면적인 사회 변혁이 필요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약속하며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솔닛은 관심을 보였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며 그는 한국 여성들에게 “너무 좌절할 필요도, 멈출 필요도 없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변화와 진전은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여성이 동등한 위치를 갖는다 해서 남성의 것을 빼앗는 게 아니다”라며 “한국 남성들도 여성이 더 자유를 누리고 존중받는 세상에서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것을 희망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바로 봐도 거꾸로 봐도… 토마토는 ‘토마토’예요[어린이 책]

    바로 봐도 거꾸로 봐도… 토마토는 ‘토마토’예요[어린이 책]

    “어떤 말은 잘 구운 바게트 냄새로 바꾸고 싶었다. 어떤 말은 베란다에 널어놓은 아이의 옷으로 바꾸고 싶었다. 어떤 말은 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싶었다.” 시인의 말은 소리가 모양이 되고 모양은 냄새가 된다. 멀찍이 작아졌다가 가까이 커진다. 폭신하게 안겼다가 냄새를 풍기고 우당탕 사라진다. 첫 동시집 ‘나는 법’ 이후 5년 만에 동시집 ‘토마토 기준’(문학동네)을 들고 찾아온 김준현(35) 시인 이야기다. 2013년 본지 신춘문예 시로 등단한 이후 2015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당선, 2020년 현대시 상반기 신인추천작품상 평론 부문 수상 등 시, 동시, 평론 분야까지 섭렵하며 활발히 기량을 뽐내고 있다. 잡지 ‘동시마중’의 편집위원으로 일하며 동시 문화를 이끄는 그답게 새로운 실험이 동시집에 가득하다. “시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이 덩어리로 어린이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동시집은 어린이의 오감을 자극한다. 그동안 말놀이 시들이 주로 청각적인 요소를 다뤘다면 그의 말놀이는 시각적인 형태로 다가온다. ‘킁킁’ 밑의 이응 두 개는 콧구멍이 되고(여름 냄새) 어색한 두 나무 사이는 띄어쓰기를 많이 해서 표현한다(나무). 시력검사표를 그대로 가져온 것처럼 글씨가 점점 작아지기도(시력 검사) 하고 기러기 떼를 말줄임표로 연상시킨다(기러기 점선). 그는 “동시에 대한 편견 중에 의성어가 많고 유치하다는 말이 있다”며 “다양한 감각이 조화롭게 섞여서 읽을 때도 말맛이 있었으면 좋겠고 또 시각적으로도 재밌어 보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동시가 가볍지 않은 이유는 말을 가뿐하게 굴리면서도 그 의미망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표제작인 ‘토마토 기준’ 역시 그런 매력이 흠뻑 들어가 있다. 토마토를 가로와 세로로 나열한 표지는 가로로 읽어도 세로로 읽어도 똑같은 토마토,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똑같은 토마토의 모습과 닮아 있다. 내 눈에는 전부 그게 그거 같은데 빛에 비춰 보며 이리저리 굴려 보며 꼼꼼히 고르고 있는 엄마의 손과 눈동자가 그려지는 듯하다.이 책은 특이하게 평론가 서평 대신 먼저 읽은 어린이들의 감상이 실렸다. 다수의 어린이가 ‘나도 이런 적 있는데’라며 그의 시에 공감을 표했다. “‘작은 일에 감동받고 잘 우는 내가 어른인가’라는 의심이 있다”는 그가 계속 어른스럽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다.
  • 손원평 소설 ‘아몬드’, 뮤지컬로 재탄생…4월 개막

    손원평 소설 ‘아몬드’, 뮤지컬로 재탄생…4월 개막

    BTS도 읽은 베스트셀러 소설 ‘아몬드’가 뮤지컬로 새롭게 탄생한다.제작사 라이브는 창작뮤지컬 ‘아몬드’가 오는 4월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막을 올린다고 10일 밝혔다. 라이브의 창작뮤지컬 공모 프로그램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를 통해 2019년부터 개발한 작품으로 강병원 프로듀서, 김태형 연출, 이성준 작곡가, 서휘원 작가 등이 합류했다. 앞서 2017년 3월에 출간된 소설 ‘아몬드’는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라는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속도감 넘치는 사건, 그리고 주인공을 둘러싼 다양한 캐릭터들을 매력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 문체’라는 호평을 받아왔다. 작품은 ‘아몬드’라 불리는 뇌 속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알렉시티미아’라는 선천성 질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윤재’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윤재’의 유일한 가족인 엄마와 할머니는 그가 사회에서 평범하게 살 수 있도록 ‘감정’을 학습시키지만, 불의의 사고로 윤재를 한순간에 떠나게 된다. 혼자 남은 ‘윤재’가 주변인들과 겪는 갈등과 화해를 통해 그의 특별한 성장을 감동적으로 담고 있는 이 소설은 공감이 결여된 현시대의 독자들로 하여금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한다. 원작자인 손원평 작가는 “‘아몬드’가 새롭게 뮤지컬로 만들어지게 돼 기쁘다”며 “훌륭한 배우들과 멋진 음악, 재치 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무대 위에서 뮤지컬로 새롭게 태어날 ‘아몬드’가 관객의 마음에 묵직하고 상쾌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아픈 다리를 잊은 채, 함께 날다

    아픈 다리를 잊은 채, 함께 날다

    “괜찮아. 어스름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아.” 다리가 아파서 걷지 못하는 예란은 온종일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블록 쌓기를 한다. ‘다시는 못 걷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날 어스름 나라에 사는 백합 줄기 아저씨가 창을 똑똑 두드린다. 예란은 그와 함께 스톡홀름의 뿌옇기도 하고 푸르스름하기도 한 어스름 속을 날아 어스름 나라로 간다. 그곳에서 예란은 아픈 다리를 잊은 채 전차와 버스를 운전할 수도, 마음껏 달리고 춤출 수도 있다. 세계적인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1949년 발표한 단편 동화는 어린 시절 그와 만난 인연이 있는 화가 마리트 퇴른크비스트의 그림을 통해 재탄생한다. 해 질 녘 신비로운 시간의 하늘 색, 고즈넉한 시가지의 풍경은 어스름 나라가 당신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 [책꽂이]

    [책꽂이]

    네 건의 역사 드라마(정진석 지음, 소명출판 펴냄) 언론사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가 1904년부터 1910년까지 발행된 항일 민족지 대한매일신보를 둘러싸고 한국과 영국, 일본이 관련된 4건의 국제재판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 각국의 외교 기밀문서와 통감부 비밀 기록, 당시 신문기사까지 방대한 자료를 발굴해 국제관계 사법사, 외교사, 의병 투쟁사, 국채보상운동 등 역사의 흐름을 정리했다. 580쪽. 4만 3000원.아무도 죽지 않은 밤(프랭크 하일러 지음, 권혜림 옮김, 지식서가 펴냄) 응급의학 전문의로 25년간 일한 저자가 응급실에서 만난 수많은 환자들과 의사, 간호사 등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들의 삶을 투명하게 비춘다. 다양한 사연을 지닌 환자들의 아픔을 포함해 의료진의 책임감과 피로감 등을 냉철하게 풀어내며 삶의 숭고함을 일깨운다. 324쪽. 1만 6500원.地오그래피(남영우 지음, 푸른길 펴냄) 땅 위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을 지형·대륙별로 정리해 지리와 역사의 인과관계를 설명한다. 중위도의 잘생긴 땅, 해안선의 만입 상태가 풍부하고 평지와 산악의 굴곡이 다양한 땅에서 걸출한 문명과 문화가 꽃피웠다는 사실은 인류가 아무 땅에서나 살지 않았고, 역사와 함께한 모든 땅에 이유가 있음을 알려 준다. 352쪽. 2만 5000원.기적의 와인(미엔코 마이크 그르기치 지음, 박원숙 옮김, 가산출판사 펴냄) 1976년 와인 시음회 ‘파리의 심판’에서 우승한 ‘샤토 몬텔레나’를 빚어낸 미국 양조업자의 자서전이다. 크로아티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과 조국의 공산화 위기를 넘기고 건너간 미국에서 일궈 낸 ‘기적’의 순간들을 되돌아봤다. 384쪽. 2만원.호수의 일(이현 지음, 창비 펴냄) 성장하는 이들의 마음을 세밀히 살펴 온 작가의 성장소설. 열일곱 살 주인공 호정이 은기와 만나 경험하는 설렘과 사랑, 각자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담았다. 혹독한 사춘기를 보낸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일으키며 치유의 순간을 길어 올린다. 360쪽. 1만 4000원.일회용 아내(세라 게일리 지음, 안은주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2018년 휴고상 수상 작가의 SF소설. 여성과학자 에벌린 콜드웰은 자신을 닮은 복제인간과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혼란에 빠진다. 작가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며 가정폭력과 가스라이팅, 인간 사이의 통제와 지배를 조명한다. 404쪽. 1만 5800원.
  • [2022 신춘문예 당선작] 설이 온다/전성현

    [2022 신춘문예 당선작] 설이 온다/전성현

    몇 년 전,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해 영국의 한 지방 도시에서 3개월 체류한 적이 있다. 작가센터에 도착해 짐을 푼 당일부터 시내를 다니며 지리를 익혔고 남아 있는 성터를 보며 오래된 역사를 더듬었다. 지금은 골동품점이나 문화센터가 되어 버린 교회당 건물 안을 살펴보기도 했고, 시청 앞 노상에서 한국 식자재들을 발견하고는 반가워하기도 했다. 새롭고 이국적인 모습들에 정신없이 보내다 열흘이 넘어갈 즈음 깨달은 사실이 있다. 살면서 지금까지 혼자서 타지에 머문 적도, 여행을 떠나 본 적도 없다는 걸 말이다. 혼자 있는 걸 퍽 좋아한다고 여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예측 못 한 불안한 감정이 몰려왔다. 공간의 낯섦이나 미숙한 언어 소통에서 오는 두려움이 아니었다. 타지에서의 경험이 못 견딜 만큼 힘들지 않았고 외국인과의 교류가 불편할 만큼 부담되지도 않았다. 자주 가족과 연락하고 개인적으로 진행 중이던 일정도 챙겼지만, 불안이 해결되지 않았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자리에 누워도 일과가 마무리되지 않은 느낌, 땅에서 발을 떼고 있는 듯한 기분에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지낸 시간보다 앞으로 지내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이 버거웠다. 체류 기간을 다 채울 수 있을지 걱정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기도 했다. 작가센터에 먼저 온 시인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그분이 말했다. 타지에서 지내는 건 원래 힘든 일이라고. 그래서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내 말을 투정으로 여기지 않고 진지하게 귀 기울여 준 시인의 위로 덕분인지 아니면 나의 불안함이 여느 사람도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였는지, 그날 이후 조금씩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남은 일정을 챙기며 다시 현지 프로그램에 관심을 두었다. 여러 지역 도서관과 서점 그리고 문학 프로그램을 찾아다녔고 여건이 되면 여행도 떠났다. 그러던 중 자녀를 한국으로 유학 보냈다는 한인 가이드를 만나게 됐다. 취업 후 결혼까지 한 딸과 가이드는 매일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았지만, 그리움이 다 채워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영상통화를 해도 항상 보고 싶단다. 그때 알았다. 내가 왜 한동안 힘들었는지를. 왜 일과를 끝내고도 마무리하지 못한 기분이 들었고, 부유하는 느낌에 불안정해졌는지를 말이다. 일상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늘 가족과 나누던 언어, 함께하던 공간이 사라지면서 끝맺지 않은 하루하루가 쌓이고 있었던 거다. 그리움이라는 건 전화기 화면 너머로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다고 해소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를 수고한 뒤 흘린 땀 냄새를 이해하고 식사를 함께하며 음식 맛을 공유하고, 서로의 안색을 살피면서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어야 충족되는 것이었다. 코로나19로 만남이 불편한 시대를 살게 되었다. 지난 2년간 평범한 만남과 일상을 잃어버린 채 우리는 얼마나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삶을 이어 가고 있었을까? 그런 가운데 또다시 새해가 되었고 설이 오고 있다. 명절이 올 때마다 부모님이나 자녀가 각자의 자리에서 익숙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걸 상기하게 된다. 한때 나를 품었던 고향의 내음과 바람, 사람들로 북적이던 시장에서 따뜻하고 말랑한 가래떡을 뽑던 방앗간과 전 부치던 냄새가 풍겨 오던 이웃집들, 새 옷을 입고 좋아하던 아이의 웃음소리와 올해는 말썽부리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라며 1000원짜리 세뱃돈을 쥐여 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까지, 손길과 눈길이 닿았던 모든 것이 그립다. 겨울이 가까워져 오면 나는 습관처럼 동지를 기다린다. 동지가 지나면 해가 길어질 거라는 믿음 때문에 겨울을 나는 힘이 생긴다. 동지가 지났으니 다시 낮이 길어지겠지. 언제나처럼 계절이 바뀌겠지. 불완전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기에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변했을지언정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잡고 뺨을 비비며 서로의 등을 두드려 줄 날도 오겠지. 그날이 올 것이다. 언제나처럼 익숙한 감정의 언어와 온도로…. 우리에게 다시 설이 온다. ■전성현 동화작가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로 등단했다. ‘잃어버린 일기장’으로 제1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받았으며, 지은 책으로 ‘사이렌’, ‘두 개의 달’, ‘어느 날, 사라진’, ‘일 년 전 로드뷰’ 등이 있다.
  • 콜센터 여성노동자에게 흡연실이란… 4분짜리 천국

    콜센터 여성노동자에게 흡연실이란… 4분짜리 천국

    특정 직업을 가진 특정 성별 노동자들의 흡연율이 평균보다 다섯 배 높다면, 게다가 흡연실에서 선택지를 “흡연이냐, 아니면 여기서 뛰어 내리느냐뿐”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단순히 개인적 요인으로 볼 수 없는 문제다. ‘사람입니다, 고객님’은 문화인류학자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가 금연 상담 의사로 한 콜센터에 파견되어 이어 온 콜센터 현장 연구와 심층 인터뷰를 담았다. 여성 하청·비정규직 노동자가 대부분인 콜센터 직원들은 질병을 달고 산다. 두통, 만성피로, 수면장애, 허리 등 근골격계 질환은 일상이다. 특히 흡연자가 매우 많다. 저자가 관찰한 한 업체는 37%의 흡연율을 나타냈다. 비슷한 시기 일반 성인 여성 흡연율은 6.2%다. 서울 금천구가 조사한 2012년 구로디지털3단지 내 7개 업종 여성 노동자 건강실태에서도 콜센터 상담사 흡연율은 26%로 가장 높았다. 콜센터 흡연실의 특징은 여성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드나든다는 점, 혼자보다 무리 지어 간다는 점, 흡연 시간이 4분 이내로 짧다는 점 등이다. 시간에 쫓기듯 담배를 피우는 이들의 흡연실은 ‘4분짜리 천국’이었다. 이 같은 특징과 높은 흡연율은 단순히 흡연이라는 행위를 넘어 콜센터라는 공간과 노동 조건을 질문하게 했다. 상담사들은 스스로를 불판 위 마른 오징어, 혹은 일회용 배터리라 표현한다. 악성 고객, 실적을 압박하는 상사, 상담사를 하대하는 원청 직원, 잠재적 경쟁자가 돼 버린 동료 등 송곳으로 둘러싸인 환경이 질병을 유발한다. 하루 휴식시간 단 20분에 콜이 밀리면 화장실 이용도 사치다. 산업화의 상징인 구로공단 ‘공순이’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콜순이’로 바뀌었을 뿐 갑질과 실적 압박, 감시시스템에 의한 통제는 그대로다. 저자는 그동안 콜센터에 대한 논의가 고객 갑질과 상담사 감정노동에 한정돼 있었다고 지적한다. 대신 콜센터 산업 자체가 가진 구조적 문제로 시야를 넓히고 저임금·고강도 노동에 여성이 적합하다는 편견도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를 만들고 생활 운동모임을 하는 등 삶을 되찾기 위한 상담사들의 노력에서 희망을 본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