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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배우·관현악단, 합창극으로 만나다

    명배우·관현악단, 합창극으로 만나다

    “배우의 대사 연기가 돋보이는 ‘극’을 강조해 드라마나 연극의 특성을 살리는 ‘합창극’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판소리나 굿에서 볼 수 있는 전통을 21세기에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국립합창단이 오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내 첫 합창극 ‘마지막 눈사람’을 초연한다. 뮤지컬 ‘광주’, 오페라 ‘1945’, 음악극 ‘적로’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든 극장 음악 전문가 최우정(54) 작곡가가 작곡을 맡았다. 최승호 시인의 ‘눈사람 자살 사건’ 등 여러 작품을 엮은 텍스트 ‘마지막 눈사람’에 음악을 붙이고 배우 김희원(51)이 내레이션을 맡아 국립합창단과 호흡을 맞춘다. 국내에선 처음 선보이는 방식이다.서울대 음대 교수인 최우정은 최근 서울신문과 만나 “내레이션을 하는 합창은 많지만, 이번 공연은 단순히 시를 읽는 게 아니고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협연자의 표정과 목소리, 자세 등 연기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평소 친분이 있는 최승호 시인의 시에 감명받은 팬으로서 이를 음악으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눈사람’은 빙하기 지구에 홀로 남은 눈사람의 독백을 통해 문명의 폐허 위에 서 있는 한 존재의 절망과 고독, 허무를 다뤘다. 다른 눈사람들은 모두 녹아 사라졌지만, 빙하기라 녹고 싶어도 녹을 수 없다. 서곡과 12개의 막, 후주곡까지 합쳐 70분간 공연한다. 최우정은 “집단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우리 개인의 이야기는 없다”며 “홀로 있는 존재인 눈사람 자체가 내 개인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합창을 맡은 국립합창단원(56명) 이외에 음악은 트럼펫·트롬본·튜바 등 금관 7중주를 핵심으로 하는 서울 비르투오지 챔버 오케스트라(34명)가 함께한다. 그는 “동양에서 ‘뿌우뿌우~’ 하고 울리는 전통 관악기는 제의·제사에 많이 사용했다”며 “‘마지막 눈사람’이 멸망한 지구에서 의식을 하는 것 아닌가 상상했다”고 설명했다. 최우정은 영화 ‘아저씨’에서 악역으로 인기를 끈 김희원을 직접 섭외했다. 이들은 1994년 동숭아트센터에서 ‘우리극 연구소’가 생겼을 때 인연‘’을 맺고 연극 ‘허재비 놀이’를 같이 했다. 최우정은 “희원이는 무용을 하다 연극계에 들어와 몸도 좋고 연기도 잘한다”며 “음악과 무대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눈사람’ 역할을 맡기에 적격”이라고 했다. 최우정은 “다음 작품으로는 화려한 무대와 배우보다는 음악과 텍스트에 집중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가난한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드라마 특성 살린 ‘마지막 눈사람’…판소리 전통 21세기에 계승”

    “드라마 특성 살린 ‘마지막 눈사람’…판소리 전통 21세기에 계승”

    “배우의 대사 연기가 돋보이는 ‘극’을 강조해 드라마나 연극의 특성을 살리는 ‘합창극’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판소리나 굿에서 볼 수 있는 전통을 21세기에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국립합창단이 오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내 첫 합창극 ‘마지막 눈사람’을 초연한다. 뮤지컬 ‘광주’, 오페라 ‘1945’, 음악극 ‘적로’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든 극장 음악 전문가 최우정(54) 작곡가가 작곡을 맡았다. 최승호 시인의 ‘눈사람 자살 사건’ 등 여러 작품을 엮은 텍스트 ‘마지막 눈사람’에 음악을 붙이고 배우 김희원(51)이 내레이션을 맡아 국립합창단과 호흡을 맞춘다. 국내에선 처음 선보이는 방식이다. 서울대 음대 교수인 최우정은 최근 서울신문과 만나 “내레이션을 하는 합창은 많지만, 이번 공연은 단순히 시를 읽는 게 아니고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협연자의 표정과 목소리, 자세 등 연기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평소 친분이 있는 최승호 시인의 시에 감명받은 팬으로서 이를 음악으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눈사람’은 빙하기 지구에 홀로 남은 눈사람의 독백을 통해 문명의 폐허 위에 서 있는 한 존재의 절망과 고독, 허무를 다뤘다. 다른 눈사람들은 모두 녹아 사라졌지만, 빙하기라 녹고 싶어도 녹을 수 없다. 서곡과 12개의 막, 후주곡까지 합쳐 70분간 공연한다. 최우정은 “집단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우리 개인의 이야기는 없다”며 “홀로 있는 존재인 눈사람 자체가 내 개인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합창을 맡은 국립합창단원(56명) 이외에 음악은 트럼펫·트롬본·튜바 등 금관 7중주를 핵심으로 하는 서울 비르투오지 챔버 오케스트라(34명)가 함께한다. 그는 “동양에서 ‘뿌우뿌우~’ 하고 울리는 전통 관악기는 제의·제사에 많이 사용했다”며 “‘마지막 눈사람’이 멸망한 지구에서 일종의 의식을 거행하는 것 아닌가 상상했다”고 설명했다.최우정은 영화 ‘아저씨’에서 악역으로 인기를 끈 김희원을 직접 섭외했다. 이들은 1994년 동숭아트센터에서 ‘우리극 연구소’가 생겼을 때 인연을 맺고 연극 ‘허재비 놀이’를 같이 했다. 최우정은 “희원이는 무용을 하다 연극계에 들어와 몸도 좋고 연기도 잘한다”며 “음악과 무대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눈사람’ 역할을 맡기에 적격”이라고 했다. 서울대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작곡을 전공한 최우정의 인생은 1992년 산울림극장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음악극 ‘바보 각시’를 보고 나서 전환점을 맞는다. 클래식 음악만 알던 그가 호소력을 지닌 이 작품에 감명받아 우리극연구소에 들어가 활동을 하게 돼서다. 그는 “당시 클래식이 서양의 옛날 것을 소비만 하고 있다는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음악이 연극과 융합된 작품을 통해 한국 전통을 살아 있는 언어로 창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덕분에 지금까지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을 즐겁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돌아봤다. 최우정은 “일기 쓰듯 매일 작품을 쓰고, 작곡가 이전에 음악 애호가가 되자’는 신조로 살려고 한다”며 “다음 작품으로는 화려한 무대와 배우보다는 음악과 텍스트에 집중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가난한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범 내려오고 대취타 울리는’ 한국음악의 저력 오롯이 돌아본 책

    ‘범 내려오고 대취타 울리는’ 한국음악의 저력 오롯이 돌아본 책

    문득 돌아보니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낮선 우리 음악의 멜로디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판소리 수궁가의 ‘범 내려온다’ 대목이 대선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가 하면, 세계가 귀 기울이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인 슈가는 조선 왕실의 행진음악인 대취타를 편곡해 지난 5월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 오르고 영국 오피셜 차트에도 올랐다. 소수의 마니아층만 즐기던 국악이 영화, 드라마 음악에 사용되고, 이런 국악의 인기는 JTBC의 오디션 프로그램 ‘풍류대장’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펼쳐지는 전통음악의 의미 있는 변신을 오롯이 담아낸 책이 출간됐다. 음악인류학 박사로 전통예술과 음악, 여행, 그리고 인문학에 대한 비평과 저술을 활발히 이어가는 음악평론가 현경채의 새 책 ‘오늘, 우리의 한국음악’이다. 평론가 겸 연출가 윤중강은 “음악인류학자의 시선과 음악평론가의 안목이 아름답게 공존하고 있다. 한국음악이 어떻게 ‘세계음악’이 되어 가고 있는지 그 해답을 행간에서 제시하는 책”이라고 반겼다. 사람들은 요즘 국악이 힙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어느날 젊은이들이 힙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전통음악의 뿌리에 힙한 구석이 있었음을 살펴본 책이다. 선입견 뒤에 놓인 국악 이야기를 당당하고도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거문고 연주자이면서 서울대 교수, ACC월드뮤직축제 예술감독인 허윤정은 “현상으로 다가온 국악의 본질을 알게 해 주는 책”이라고 짚었다. 간략히 책을 들춰보자.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에서 나오는 노래다. 토끼를 찾으러 차가운 물을 헤엄쳐 온 힘을 다 써버린 별주부 자라는 마침내 저 멀리에서 토끼를 발견한다. 그런데 ‘토 선생’하고 부른다는 게 그만 힘이 빠져 ‘호 선생’으로 발음이 새버린다.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은 호랑이가 몸에 좋다는 자라로 만든 용봉탕을 먹고 싶은 마음에 신이 나 한달음에 산을 내달리는 모습이 노랫말에 담겼다. 17쪽 [조선 팔도가 들썩들썩,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2015년부터 독자적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나래는 철저하게 유교의식을 기반으로 한 음악 장르 ‘판소리’에서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전통 판소리에서도 스승에게 배운 것만을 노래하지는 않는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장기를 잘 담아내는 부분을 직접 만들어 기존 판소리에 첨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소리 소리꾼들의 작가주의 정신은 오랜 전통이다. 59쪽 [그때, 옹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 이나래의 <옹녀>] 경기굿으로 판을 벌린 신승태의 <마이뇨 - 뒷전거리편> 공연으로 가보자. 마이-뇨Mi-nyo는 민요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소리꾼 신승태만의 장르이다. 여기서 말하는 ‘뒷전’은 시간상으로 본식인 열두거리의 굿이 끝난 후를 의미한다. 즉, 손님들이 다 돌아가고 나서 굿판에 놀러 온 사연 많은 각종 잡신을 위한 애프터 파티인 셈이다. 그래서 뒷전거리는 조금 더 사적이고 직설적이다. 109쪽 [경기굿으로 한판 놀아보자 신승태의 <마이뇨 ? 뒷전거리편>] 불 아니 땔지라도 저절로 익는 솥과 여물을 먹이지 않아도 잘 걷는 말과 길쌈 잘하는 기생첩과 술 샘솟는 주전자 등 이 다섯 가지를 가진다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는 노랫말은 해파리의 몽환적인 보컬과 신시사이저가 만나 그루브를 낳으며 <부러울 것이 없어라>로 재탄생했다. ‘술 샘솟는 주전자와 명품 운동화가 가득 담긴 신발장을 갖고 싶다’는 혜원의 바람과 늙지 않았으면 하는 민희의 소원을 담은 현대적인 내용이 돋보인다. 173쪽 [정가의 새로운 변신 - 해파리의 <부러울 것이 없어라>] <종묘제례악> 전곡을 감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단 <희문>에 집중해 보자. 보태평의 첫 번째 곡인 희문은 참으로 쓰임이 많은 곡이다. 조상의 혼백을 맞이하는 영신례에서도 연주되고, 폐백을 올리는 전폐례에서도 연주 되며,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초헌례에서도 연주된다. 2분 10초 길이의 <희문>을 네 배나 느린 템포로 연주하여 9분여 길이로 된 음악이 바로 <전폐희문>인데, 귀로 들었을 때는 원곡과 다른 음악으로 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느리게 연주되는 속도감 안에서 밀도와 장엄함이 더해져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204쪽 [<종묘제례악>은 누가 만들었을까?]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힙합과 국악이 만나 뜻밖의 조화를 이룬 경우가 있어 흥미롭다. 힙합과 국악이 만나 새로운 음악을 만든다는 시도의 차원을 넘어서 한국의 전통적인 곡조와 노랫말을 응용한 한국적인 힙합이 가요 순위 프로그램 의 차트에 오르기는 신기한 경험은 슈가의 <대취타>로 방점을 찍었지만, 힙합과 국악이 만난 첫 번째 시도는 황병기가 작곡한 <아이보개>의 가야금 선율을 샘플링해 자신의 힙합 음악 속으로 사용한 가수 원선OneSun의 <서사>라는 음악이다. 277~278쪽 [힙합hiphop과 국악]현경채 평론가는 여행을 통해 나라의 가치는 독창성으로 만들어지며, 특히 차별된 음악 문화는 그 나라의 경쟁력임을 길 위에서 체감했다. 한국음악의 변화 흐름을 공연 현장의 최전선에서 함께하며 대학에서는 한국음악과 아시아음악 전문가로 강의하고, 정부의 국악 정책 자문·심의위원으로 참여한다. 국악방송 FM국악당 진행자, 이데일리문화대상 심사위원, ACC월드뮤직축제 자문위원, 서울문화재단 기금심의 평가위원, 한양대학교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 가야금을 배웠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국악작곡과 이론을 전공했다. 대만 국립사범대학에서 민족음악학 석사학위를, 한양대학교에서 음악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장과 2장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판소리와 아리랑을 마중물로 두고, 창극과 각 지방의 민요까지 들을거리를 확장한다. 3장에서는 무속음악, 시나위와 산조, 사물놀이를, 4장에서는 정가와 가사, 그리고 왕실 음악을 순서대로 담았다. 단어로만 접하던 한국음악의 큼직한 갈래를 마음 가는 곳부터 펼쳐 읽어보자. 책에 QR 코드가 있어 오늘을 대표하는 우리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판소리와 EDM의 만남, 무당의 굿 노래와 흑인노래의 콜라보레이션은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오늘날 국악판에서 이미 일어난 일이다. 차곡하게 쌓은 국악의 순수 예술 영역을 기반으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일구며 판을 확장해온 이들이 꾸준히 고민하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온 것이 이제 물 위로 드러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음악을 살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한국음악이 품은 미래는 더욱 다채롭게 멀리 뻗어나갈 것”이라고 단언한다. 들어가는 말에 저자가 국악고에 진학하게 된 과정, 국악인이 아니라 우리 음악 평론가로 살아간 과정, 책을 쓰는 과정에 겪은 이들, 후배들에게 앞으로의 10년을 맡기는 심경 등도 흥미롭다.
  • 웹툰을 창극으로, 로봇을 지휘자로…국립극장 확 달라졌어요

    웹툰을 창극으로, 로봇을 지휘자로…국립극장 확 달라졌어요

    웹툰을 창극화하고 로봇을 지휘자로 내세우는 등의 파격적 실험으로 무장한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국립극장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달 31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이어지는 시즌의 신작 26편, 레퍼토리 10편, 상설공연 14편, 공동 주최 11편 등 모두 61편의 공연을 소개했다. 이번 시즌은 ‘다양성’과 ‘공존’에 방점을 찍는다. 가장 눈에 띄는 시도는 내년 6월 30일 국내 최초로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시리즈Ⅳ ‘부재’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협력해 안드로이드 로봇인 에버6를 지휘자로 세운다. 연구원 관계자는 “지휘 동작을 캡처해 악보에 따라 다양한 곡에서 응용할 수 있도록 구현할 뿐 아니라 단순히 박자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지휘자의 감정, 의도에 따라 동작 크기 등이 달라지도록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창극단은 웹툰을 창극화한 신작 ‘정년이’를 내년 3월 17일부터 26일까지 선보인다. 1950년대 여성 국극(창극) 배우들의 성장기를 그린 동명의 웹툰과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동시대 공연예술 장르로서 창극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줄 예정이다. 창단 60주년을 맞은 국립무용단은 오는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2022 무용극 호동’을 무대에 올린다. 송범 초대 국립무용단장의 1974년 ‘왕자 호동’과 1990년 ‘그 하늘 그 북소리’를 잇는 새로운 무용극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뮤지컬로 유명한 이지나 연출가가 연출과 극본을 담당한다. 이 연출은 “호동은 대한민국 대다수가 아는 인물이지만, 2022년에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며 “뮤지컬 연출가인 만큼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국립극장은 작은 키가 고민인 쌍둥이 형제의 유쾌한 성장담을 그린 소설가 박지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음악극 ‘합★체’ 등 이번 시즌 4개의 무장애 공연을 제작한다.
  • “사랑과 전쟁… 시대 관통하는 주제 담은 판소리 무대 뜻깊죠 ”

    “사랑과 전쟁… 시대 관통하는 주제 담은 판소리 무대 뜻깊죠 ”

    적벽가·춘향가 엮어 새 작품 구성전통악기에 기타로 생동감 높여“‘적벽가’와 ‘춘향가’는 지금 시대를 관통하는 전쟁과 사랑 이야기를 담았죠. 소리꾼의 진면목을 발휘해 평화의 소중함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전하고자 합니다.” 젊은 소리꾼의 참신한 소리판을 선보이는 국립창극단의 기획 시리즈 ‘절창’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관객들을 만난다. 오는 25~26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다. 지난해 ‘수궁가’로 인기를 끌었던 ‘절창Ⅰ’에 이어 이번 ‘절창Ⅱ’에서는 판소리 ‘적벽가’와 ‘춘향가’를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 하나의 새로운 작품으로 선보인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절창Ⅱ’의 주역 남인우(48) 연출가와 소리꾼 민은경(40), 이소연(38)은 “판소리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판소리의 동시대성을 탐구하는 무대에 올라 뜻깊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절창’은 아주 뛰어난 소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민은경과 이소연은 각각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춘향가’와 ‘적벽가’의 이수자로 지난 3월 창극 ‘리어’에서 ‘코딜리아’와 ‘거너릴’ 역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창극단 입단 동기인 소연씨는 어떤 고음으로도 극장을 꽉 채워 나가는 목소리를 지녔죠. ‘절창’에서는 기존 창극과 달리 판소리의 기본 요소인 창, 아니리, 발림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어 전통 판소리의 경계선에 있는 것 같아요.”(민은경) “무대에 굳건히 뿌리내린 것처럼 단단한 은경 언니의 소리가 부러워요. 이번에 소리꾼으로 일인 다역을 하면서 전통 판소리에 대한 관객의 갈증을 해소하는 가교 역할도 하겠습니다.”(이소연) 100분간 공연하는 ‘절창Ⅱ’는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을 소재로 한 ‘적벽가’의 서사를 순차적으로 전개하고 그 흐름에 맞춰 ‘춘향가’의 장면을 뒤섞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특히 ‘적벽가’는 영웅을 중심에 둔 중국 원작과 달리 이름 없는 병사들의 고통을 통해 전쟁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한다. 남 연출가는 “예컨대 ‘적벽가’에 등장하는 불화살 싸움과 ‘춘향가’에서의 뜨거운 사랑, 적벽으로 끌려가는 군사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춘향가’의 ‘이별가’ 등 연관 소재를 교차시키며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연씨뿐 아니라 은경씨도 ‘적벽가’를 일부 부르고, 반대로 소연씨도 ‘춘향가’를 일부 부른다”며 “여기에 고수와 거문고, 타악기, 피리 등에 이어 서양 악기인 기타까지 동원해 생동감을 더한다”고 덧붙였다. 이소연은 “은경 언니가 부르는 조조 역할도 재미있다”며 “악인인 것 같지만 미워할 수 없는 조조 캐릭터로 확장하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거들었다. 민은경은 “아니리 때 해설자로서 삼국지 이야기를 간단하고 친절하게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사랑과 전쟁을 담은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웃었다.
  • 정절·순종 잊어주세요…내 ‘춘향’은 다릅니다

    정절·순종 잊어주세요…내 ‘춘향’은 다릅니다

    “고전에서 춘향이는 정절의 상징으로만 묘사되잖아요. 춘향이는 현재로 치면 고등학생 정도의 어린 소녀란 말이죠. 춘향과 몽룡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현재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감동을 줄 수 있을지 분석해 보니 고쳐야 할 게 많더라고요.” 판소리 영화 ‘서편제’(1993)로 널리 알려진 배우이자 문화관광부 장관(2006~07)을 지낸 김명곤(70) 연출가는 판소리 ‘춘향가’를 재해석하는 일로 바빴다. 국립창극단이 4일부터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년 만에 선보이는 창극 ‘춘향’의 연출을 맡아서다. 2일 해오름극장에서 만난 그는 “조선 양반들의 봉건적이고 남성지배적 사상에 맞게 그려진 판소리 속 춘향 캐릭터를 깨고 적극적이면서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여인으로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춘향’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몽룡(김준수·김수인)과 춘향(이소연·김우정)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다. 하지만 둘이 하룻밤을 보내기 전 몽룡이 춘향모 월매(김차경·김금미)의 요청에 의해 작성한 혼인서약 증서를 춘향은 “우리 어머니도 이런 증서에 목숨 걸다가 버림받았다”며 과감히 찢어버린다. 이에 대해 김 연출가는 “얌전하고 순종적인 여성이 아닌 신분 높은 도련님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인물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원작에서는 몽룡이 남원을 떠난 뒤 몇 년간 편지 한 통 없는 무심한 인물로 묘사됐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봄에 만나고 헤어졌다가 과거에 빨리 급제해 가을에 내려오는 설정으로 시간을 압축했다. “현실적 제약보다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 진실된 마음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김 연출가의 설명이다. 창극 ‘춘향’은 유수정 명창의 구성진 작창에 김성국 음악감독의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다. ‘사랑가’, ‘이별가’, ‘어사출또가’ 등 주요 대목에서는 신시사이저, 기타, 드럼 등 서양 악기가 입체감을 불어넣는다. 김 연출가는 “요즘 젊은이들은 창극을 연극 보듯 보려 하지만, 창극의 핵심은 노래”라며 “예전의 ‘귀명창’(판소리 감상 능력을 제대로 갖춘 관객)들은 많이 사라졌지만 서양 오페라가 ‘아리아’에 집중하듯 창극도 노래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져 뛰어난 노래를 많이 부를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문학가를 꿈꿨던 김 연출가는 대학 연극반 시절 판소리에 빠져 인생이 바뀌었다. 명창 박초월(1917~1983)에게 판소리를 배운 그가 유명해진 것도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을 맡은 ‘서편제’가 한국 영화 사상 처음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다. 김 연출가는 “‘서편제’와 균형을 맞추고자 ‘동편제’도 영화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연극·영화 배우, 연출가에 국립극장장, 장관을 두루 거친 그는 “영원한 창작자로 남고 싶다”며 “배우, 연출가, 작가, 소리꾼이 모두 포함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작품이 수십 개가 있어 일찍 죽을까 봐 겁이 난다”며 “죽기 전에 치우천왕이나 단군 같은 고대 민족 신화를 대서사극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 “정절·순종 강조하는 봉건 질서 속 ‘춘향’ 캐릭터 대신 주체적 여성 그렸죠”

    “정절·순종 강조하는 봉건 질서 속 ‘춘향’ 캐릭터 대신 주체적 여성 그렸죠”

    “고전에서 춘향이는 정절의 상징으로만 묘사되잖아요. 춘향이는 현재로 치면 고등학생 정도의 어린 소녀란 말이죠. 춘향과 몽룡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현재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감동을 줄 수 있을지 분석해 보니 고쳐야 할 게 많더라고요.” 판소리 영화 ‘서편제’(1993)로 널리 알려진 배우이자 문화관광부 장관(2006~07)을 지낸 김명곤(70) 연출가는 판소리 ‘춘향가’를 재해석하는 일로 바빴다. 국립창극단이 4일부터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년 만에 선보이는 창극 ‘춘향’의 연출을 맡아서다. 2일 해오름극장에서 만난 그는 “조선 양반들의 봉건적이고 남성지배적 사상에 맞게 그려진 판소리 속 춘향 캐릭터를 깨고 적극적이면서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여인으로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춘향’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몽룡(김준수·김수인)과 춘향(이소연·김우정)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다. 하지만 둘이 하룻밤을 보내기 전 몽룡이 춘향모 월매(김차경·김금미)의 요청에 의해 작성한 혼인서약 증서를 춘향은 “우리 어머니도 이런 증서에 목숨 걸다가 버림받았다”며 과감히 찢어버린다. 이에 대해 김 연출가는 “얌전하고 순종적인 여성이 아닌 신분 높은 도련님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인물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원작에서는 몽룡이 남원을 떠난 뒤 몇 년간 편지 한 통 없는 무심한 인물로 묘사됐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봄에 만나고 헤어졌다가 과거에 빨리 급제해 가을에 내려오는 설정으로 시간을 압축했다. “현실적 제약보다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 진실된 마음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김 연출가의 설명이다. 창극 ‘춘향’은 유수정 명창의 구성진 작창에 김성국 음악감독의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다. ‘사랑가’, ‘이별가’, ‘어사출또가’ 등 주요 대목에서는 신시사이저, 기타, 드럼 등 서양 악기가 입체감을 불어넣는다. 김 연출가는 “요즘 젊은이들은 창극을 연극 보듯 보려 하지만, 창극의 핵심은 노래”라며 “예전의 ‘귀명창’(판소리 감상 능력을 제대로 갖춘 관객)들은 많이 사라졌지만 서양 오페라가 ‘아리아’에 집중하듯 창극도 노래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져 뛰어난 노래를 많이 부를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문학가를 꿈꿨던 김 연출가는 대학 연극반 시절 판소리에 빠져 인생이 바뀌었다. 명창 박초월(1917~1983)에게 판소리를 배운 그가 유명해진 것도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을 맡은 ‘서편제’가 한국 영화 사상 처음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다. 김 연출가는 “‘서편제’와 균형을 맞추고자 ‘동편제’도 영화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연극·영화 배우, 연출가에 국립극장장, 장관을 두루 거친 그는 “영원한 창작자로 남고 싶다”며 “배우, 연출가, 작가, 소리꾼이 모두 포함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작품이 수십 개가 있어 일찍 죽을까 봐 겁이 난다”며 “죽기 전에 치우천왕이나 단군 같은 고대 민족 신화를 대서사극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 역병과 싸우며 의술 펼친 조선의 여성 영웅, 창극 ‘별난 각시’

    역병과 싸우며 의술 펼친 조선의 여성 영웅, 창극 ‘별난 각시’

    국립민속국악원이 개원 30주년을 맞아 신작 창극 ‘별난 각시’(포스터)를 다음달 13일과 14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처음 선보인다.‘별난 각시’는 안동 하회 ‘각시탈’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하회별신굿을 토대로 마을을 지키는 서낭신 전설을 새롭게 해석하며 ‘신’(神)이 된 각시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희생으로 마을 공동체에 닥친 역병과 두 집안의 갈등을 극복하는 내용의 원작(서연호 고려대 명예교수의 ‘창극 각시탈’)에 전승 설화에는 없는 캐릭터들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또 두려움에 맞서 끝까지 역병과 싸우며 의술을 펼친 주인공 진이를 통해 새로운 여성 영웅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극작가이자 배우인 홍원기 연출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邪)의 의미가 담긴 탈춤은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지낸 안무가 정은혜 충남대 무용학과 교수가 새롭게 해석했다. 또 음악감독 김영길 명인을 필두로 소리꾼 박애리가 작창을, 김백찬이 작곡을 맡았다. 진이 역에는 박경민, 허도령 역에는 김대일, 안도령 역에는 윤영진, 단춘이 역에는 이지숙, 민의원 역에는 정민영 등 국립민속국악원 대표 소리꾼과 단원들이 출연한다. 홍 연출은 “이번 공연이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에 갇혀 한없이 메말라 버렸을 관객들의 가슴을 흠뻑 적셔 줄 단비가 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극 특성화 기관인 국립민속국악원은 1992년 개원 이래 30년간 총 400여회 공연을 개최했다.
  • 셰익스피어와 만난 노자… 창극으로 재해석한 비극 ‘리어왕’ [공연리뷰]

    셰익스피어와 만난 노자… 창극으로 재해석한 비극 ‘리어왕’ [공연리뷰]

    “상선(上善)은 약수(若水)일러니 만물을 이로이 하되 다투지 아니하고 모두가 저어하난 낮은 곳에 처하노라.” 국립창극단이 지난 22일부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창극 ‘리어’는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 비극 ‘리어왕’(1605)을 우리 고유의 말과 소리로 새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리어의 대사에서 보듯 배삼식 작가가 삶의 비극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대표되는 노자의 사상과 조화롭게 엮어 냈다. 정영두 연출가는 물살에 휩쓸려 가지 않으려는 듯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2막 180분(인터미션 15분 포함)에 걸쳐 그려 낸다. 리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왕국을 세 딸에게 나눠 주기로 한다. 하지만 리어의 환심을 사려 한 첫째 딸 거너릴, 둘째 딸 리건과 달리 막내딸 코딜리어는 진심 어린 조언과 충언만 전해 왕국에서 추방당한다. 리어의 충신 글로스터는 서자인 에드먼드의 음모에 속아 자신의 적자이자 장남인 에드거를 적대시한다. 권력을 얻은 리어의 두 딸이 자신을 눈보라 치는 벌판으로 내쫓자 그제야 막내딸 코딜리어의 진심을 깨닫는 리어, 두 눈을 잃고 비로소 에드거에 대한 오해를 푸는 글로스터의 이야기는 작품의 두 축을 이룬다. 작품은 권선징악과 무관하게 인물 각자의 욕망을 다층적으로 그려 내는 데 초점을 뒀다. “천지(天地)는 불인(不仁)이라. 불인한 천지여 자연이여 내 어머니여!”라는 에드먼드의 대사 등에서 인간의 본성을 자연을 대입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난다. 물의 다양한 속성은 시청각 효과에서 두드러진다. 리어의 감정에 따라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을 비롯해 서사의 흐름에 따라 물이 찼다가 빠지거나 용솟음치며 철썩이기도 하는 풍경을 섬세하게 구현했다. 등장인물들은 무대 위 연못에서 첨벙대거나 허우적대며 격렬하게 싸운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잔잔했던 물이 흔들리거나 반사되면서 왜곡되는 모습이 인간 본성을 보는 느낌이다. 지속적으로 흐르는 물은 되돌릴 수 없고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속성을 나타내며, 욕망을 지닌 인물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장면은 삶의 공허함을 강조하는 듯하다. 고정관념을 깬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30대 초반의 젊은 소리꾼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각 리어와 글로스터 역을 맡았지만 판소리 기본기가 튼튼한 만큼 나이 든 역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 국립창극단의 ‘작은 거인’ 민은경은 애처로운 코딜리어와 익살스러운 광대를 오가는 1인 2역 연기로 극과 극의 매력을 펼친다. 관객들의 박수갈채와 함께 막이 내린 이후에도 단순 명료한 창극 운율에 맞춘 목소리들이 여운으로 남는다. 공연은 오는 30일까지.
  •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왕’에 노자 ‘물’의 철학을 입혀 남는 여운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왕’에 노자 ‘물’의 철학을 입혀 남는 여운

    “상선(上善)은 약수(若水)일러니 만물을 이로이 하되 다투지 아니하고 모두가 저어하난 낮은 곳에 처하노라.” 국립창극단이 지난 22일부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창극 ‘리어’는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 비극 ‘리어왕’(1605)을 우리 고유의 말과 소리로 새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리어의 대사에서 보듯 배삼식 작가가 삶의 비극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대표되는 노자의 사상과 조화롭게 엮어 냈다. 정영두 연출가는 물살에 휩쓸려 가지 않으려는 듯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2막 180분(인터미션 15분 포함)에 걸쳐 그려 낸다. 리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왕국을 세 딸에게 나눠 주기로 한다. 하지만 리어의 환심을 사려 한 첫째 딸 거너릴, 둘째 딸 리건과 달리 막내딸 코딜리어는 진심 어린 조언과 충언만 전해 왕국에서 추방당한다. 리어의 충신 글로스터는 서자인 에드먼드의 음모에 속아 자신의 적자이자 장남인 에드거를 적대시한다.권력을 얻은 리어의 두 딸이 자신을 눈보라 치는 벌판으로 내쫓자 그제야 막내딸 코딜리어의 진심을 깨닫는 리어, 두 눈을 잃고 비로소 에드거에 대한 오해를 푸는 글로스터의 이야기는 작품의 두 축을 이룬다. 작품은 권선징악과 무관하게 인물 각자의 욕망을 다층적으로 그려 내는 데 초점을 뒀다. “천지(天地)는 불인(不仁)이라. 불인한 천지여 자연이여 내 어머니여!”라는 에드먼드의 대사 등에서 인간의 본성을 자연을 대입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난다. 물의 다양한 속성은 시청각 효과에서 두드러진다. 리어의 감정에 따라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을 비롯해 서사의 흐름에 따라 물이 찼다가 빠지거나 용솟음치며 철썩이기도 하는 풍경을 섬세하게 구현했다. 등장인물들은 무대 위 연못에서 첨벙대거나 허우적대며 격렬하게 싸운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잔잔했던 물이 흔들리거나 반사되면서 왜곡되는 모습이 인간 본성을 보는 느낌이다. 지속적으로 흐르는 물은 되돌릴 수 없고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속성을 나타내며, 욕망을 지닌 인물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장면은 삶의 공허함을 강조하는 듯하다. 고정관념을 깬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30대 초반의 젊은 소리꾼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각 리어와 글로스터 역을 맡았지만 판소리 기본기가 튼튼한 만큼 나이 든 역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 국립창극단의 ‘작은 거인’ 민은경은 애처로운 코딜리어와 익살스러운 광대를 오가는 1인 2역 연기로 극과 극의 매력을 펼친다. 관객들의 박수갈채와 함께 막이 내린 이후에도 단순 명료한 창극 운율에 맞춘 목소리들이 여운으로 남는다. 공연은 오는 30일까지.
  • 동서양 고전 입힌 춤과 노래… 국립극장 ‘봄빛 무대’

    동서양 고전 입힌 춤과 노래… 국립극장 ‘봄빛 무대’

    한국 고전 ‘춘향전’에 서양 발레를, 서양 고전 ‘리어왕’에 우리 고유의 창극을 접목시키면 어떨까. 봄을 맞아 국립극장에서 동서양이 접목된 공연을 잇달아 볼 수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창작발레 ‘춘향’(위)으로 올해 시즌의 문을 연다. 2007년 초연한 ‘춘향’은 한복의 선과 색을 통해 은은한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작품의 백미는 춘향과 몽룡이 펼치는 세 가지 유형의 파드되(2인무)다. ‘초야 파드되’(긴장과 설렘), ‘이별 파드되’(슬픔과 절망), ‘해후 파드되’(기쁨과 환희)로 이어지는 춤은 차이콥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 환상 서곡 ‘템페스트’ 등과 어우러져 연인의 감정 변주를 슬프고 아름다운 몸짓으로 담아낸다. 이별 장면의 여성 군무는 폭발적 역동성과 장엄함이 느껴지고, 과거 급제와 어사출두 장면의 남성 군무는 극강의 카리스마와 에너지를 발산한다. 사흘간 5회차 공연이 진행되는데 주인공 춘향과 몽룡은 4인 4색 커플로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손유희와 이현준, 홍향기와 이동탁, 한상이와 강민우가 각각 맡았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을 창극으로 재구성한 ‘리어’(아래)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립창극단은 ‘리어’를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리어’는 시간이라는 물살에 휩쓸려 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2막 20장에 걸쳐 그려 낸다. 배삼식 작가는 삶의 비극과 인간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일컬어지는 노자의 사상과 엮어 냈다. 리어와 세 딸, 글로스터와 두 아들의 관계를 통해 서로의 욕망을 대비시키면서 세대와 관계없이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한다. 고요한 가운데 생동하는 물의 세계를 꾸미기 위해 무대에는 20t의 물이 채워질 예정이다.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이 변화하며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의 정서를 드러낸다. 서사를 이끄는 리어와 글로스터는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각 맡았다. 작창가 한승석은 ‘장기타령’이나 ‘배치기’, ‘청사초롱’, ‘투전풀이’ 등의 민요를 빌려 소리 색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 창극으로 재탄생한 서양 고전 ‘리어’…“마주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에 대한 얘기”

    창극으로 재탄생한 서양 고전 ‘리어’…“마주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에 대한 얘기”

    “‘리어’는 우리 모두 잊고 싶어하고, 가능하면 피하고 싶어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요.”(배삼식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이 우리 고유의 언어와 소리로 풀어낸 창극으로 재탄생한다. 유수정 예술감독이 이끄는 국립창극단은 창극 ‘리어’를 다음 달 17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리어’는 삶의 비극과 인간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일컬어지는 노자의 사상과 엮어냈다. 리어와 세 딸, 글로스터와 두 아들의 관계를 통해 서로의 욕망을 대비시키면서 2막 20장에 걸쳐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한다. 극본을 새롭게 집필한 배삼식 작가는 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작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잔혹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셋째 딸 코딜리아가 살해당하고 리어왕이 죽음에 이르는 것처럼 이야기가 우리가 기대하는 인과응보나 권선징악과는 정반대로 흘러간다”고 말했다. 이어 “노자에도 ‘세계는 우리가 원하는 것처럼 어질지 않다’는 구절이 있다. ‘인의예지’라는 틀 안에 삶을 우겨넣으려는 도덕과 윤리가 지나치면 억압이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읽혔다”고 설명했다. 배 작가는 “잔혹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 애쓰고 분투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안쓰러워하고 가엾어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이 이야기가 의미 있을 것”이라며 “삶의 진면목은 명명백백하지 않고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그곳에 있다고 노자도 생각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배 작가의 극본은 한승석·정재일의 음악과 만나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작창과 음악 감독을 맡은 한승석은 상하청을 넘나드는 음과 부침새(장단의 박에 이야기를 붙이는 모양)를 다채롭게 활용한다. 작곡을 맡은 정재일은 국악기와 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13인조 구성의 음악과 가상악기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앰비언트 사운드를 조합해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한 감독은 “증오와 광기, 파멸, 음모, 배신 같은 정서를 판소리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음악적 확장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무대는 고요한 가운데 생동하는 물의 세계로 꾸며져 거대한 자연 앞에서 연약한 인간의 존재를 보여준다. 달오름극장 무대에 수조를 설치해 20t의 물로 채운다.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이 변화하며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의 정서를 드러낸다. 이태섭 무대디자이너는 “물이 흔들리고 반사되고 왜곡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표현한다”면서 “배우들이 움직이면서 물을 튀기기도 하는데 자연이 결코 어질지 않다는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이지만 30대에 불과한 김준수(31)와 유태평양(30)이 각각 리어와 글로스터 역을 맡은 점도 눈길을 끈다. 정영두 연출은 “젊은 단원이라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지만 두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의문이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김준수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생각하면서 관객의 공감과 이해를 끌어낼 수 있는 리어를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 20년 만에 선보이는 왕기철의 ‘흥보가’ 완창

    20년 만에 선보이는 왕기철의 ‘흥보가’ 완창

    국립극장은 ‘맑고 힘 좋은 소리’로 유명한 왕기철(59) 명창이 다음 달 1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박록주제 ‘흥보가’를 공연한다고 17일 밝혔다. 판소리 ‘흥보가’ 예능보유자였던 한농선 명창을 사사한 왕기철 명창이 국립극장에서 20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흥보가’ 완창 무대다. 박록주제 ‘흥보가’는 섬진강 동쪽 지역에서 발달한 동편제의 명맥을 잇는 소리다. 힘 있게 내지르는 소리와 분명하고 강한 말끝 등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왕 명창은 16세에 소리를 시작했다. 박귀희 명창으로부터 가야금 병창과 소리를 배운 이후 정권진(심청가)·김소희(춘향가)·조상현(춘향가, 심청가)·한농선(흥보가)·김경숙(적벽가)·왕기창(흥보가) 등 여러 명창을 사사했다. 2001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부문 장원(대통령상)과 이듬해 KBS국악대상 판소리 부문 대상을 받으며 명창 반열에 올랐다. 1999년 국립창극단 입단 후 14년간 창극 ‘춘향전’, ‘심청전’, ‘흥보전’, ‘수궁가’, 창작 창극 ‘제비’ 등 수많은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2017년부터는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교장으로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이기도 하다. 왕 명창은 2002년 6월 생애 처음으로 ‘흥보가’ 완창 공연을 발표했지만 앞서 4월 작고한 스승 한농선은 미처 이 무대를 보지 못했다. 왕 명창은 “개인적으로 각별했던 ‘흥보가’를 국립극장에서 20년 만에 다시 선보이려니 감회가 새롭다. 교육자로서 몸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과 책임감이 크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공연은 광주시립창극단 김규형 예술감독과 고수 김학용이 함께하며,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이 해설과 사회를 맡는다.
  • 설에는 송가인이 뜬다…김준수와 ‘조선팝어게인’ 무대에

    설에는 송가인이 뜬다…김준수와 ‘조선팝어게인’ 무대에

    올해 설 연휴에는 트로트 최고 스타 송가인이 뜬다. KBS 2TV는 다음달 1일 송가인의 무대를 담은 ‘조선팝어게인 송가인’을 방송한다고 8일 밝혔다. 방송에서는 송가인이 창극, 판소리 등 국악뿐 아니라 ‘리사이틀 쇼’를 통한 트로트까지 다양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어머니 송순단 명창과 진도씻김굿을 부르는 모습을 방송에서 처음 공개한다. KBS는 “국악에 단단히 뿌리 내린 실력을 바탕으로 판소리, 민요, 창극 등 국악뿐 아니라 트로트와 창작국악이 어우러진 특별한 리사이틀 무대로 시청자 여러분과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가인은 중학교 2학년 때 국악을 시작해 중앙대 국악대학을 졸업했다. 이번 무대에도 국악인들과 컬래버 공연을 선보인다. 스승인 박금희 명창, ‘국민 소리꾼’ 남상일 명창이 함께 무대에 오르다. 특히 JTBC ‘풍류대장’에 출연하기도 했던 ‘국악계 아이돌’ 김준수, 국악밴드 AUX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 무대를 선보인다. 이외에도 동갑내기 소리꾼들과 남도민요와 창극을 노래하고 KBS 국악관현악단, 세종 채향순 전통예술단도 함께 공연을 장식한다. ‘조선팝어게인 송가인’ 공개 방청은 오는 10일 오후 6시까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 KBS국악대상 대상에 국립창극단 소리꾼 김준수…역대 최연소 수상

    KBS국악대상 대상에 국립창극단 소리꾼 김준수…역대 최연소 수상

    올해 KBS국악대상 대상 수상자로 국립창극단 단원인 소리꾼 김준수(30)가 선정됐다. 1982년부터 시작된 KBS국악대상의 역대 최연소 수상자다. 중앙대학교 음악극과를 졸업한 김준수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수궁가 이수자로,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판소리 금상 및 국립국악원 온나라 전국국악경연대회 일반부 금상을 수상했다.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창극 ‘흥보展’ 속 흥보, ‘트로이의 여인들’ 헬레네, ‘춘향’의 몽룡, ‘배비장전’ 배비장, ‘패왕별희’ 우희 등을 노래하며 우리 소리의 다채로운 멋을 알렸다. 또 유태평양과 함께 수궁가를 보다 젊고 참신하게 소개한 ‘절창’에서 판소리 기량을 선보였고 방송과 뮤지컬 무대 등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국악의 대중화에 힘썼다는 호평을 받았다. 최근 종영한 JTBC ‘풍류대장’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준수는 “올해 초 어머니가 암 판정을 받으면서 활동을 중단하고 어머니를 보필하려고 했는데 어머니께서 활동을 이어가라고 하셨다”면서 “어머니 덕분에 올 한 해 열심히 달려오다 보니 상을 받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우리 소리를 많은 분들께 알리고 올곧게 제 뿌리를 지켜나갈 수 있는 소리꾼이되도록 정진하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KBS국악대상에서는 또 가악상에 박진희 국립국악원 정악단원, 민요상은 김무빈 국가무형문화재 서도소리 이수자, 연주관악상은 김선호 이음회 대표, 연주현악상에 박순아 서울대학교 국악과 강사가 이름을 올렸다. 작곡상은 함현상 작곡가, 무용상은 장현수 국립무용단 부수석, 단체상은 판소리공장 바닥소리, 출판 및 미디어상은 나우판코리아가 수상했고 특별공로상은 국악계 1세대 작곡가인 고 정철호에게 돌아갔다.
  • 여름 폭염에도 머플러… 60여년 세월 갈고닦은 코시국 달래는 속풀이

    여름 폭염에도 머플러… 60여년 세월 갈고닦은 코시국 달래는 속풀이

    국립극장 ‘완창 판소리’ 30회 최다 출연코로나로 2년 만에 송년 무대 다시 올라 좋은 소리 만드는 ‘득음’ 순간 끝이 없어운동선수 몸 관리하듯 찬물도 안 마셔 불 꺼진 방서 맹훈련 ‘연습실 귀신’ 별명“멋있는 소리엔 추임새로 응답해 주시길”“옛 어른들 말씀대로 한마디로 ‘난리가 난 일’인데 어떻게 할 수가 없죠. 우리는 소리를 못 해서 난리가 났지만. 그래도 큰일이니 잠시 숨을 가다듬고 다시 그 좋은 시간들을 마련하면 좋겠어요.” 매년 12월 국립극장 ‘송년판소리’ 무대를 통해 관객들과 한 해를 마무리했던 안숙선(사진·72) 명창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송년 무대를 한 차례 건너뛴 아쉬움을 담담하게 말했다. 여전히 답답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나마 이제야 ‘좋은 시간’을 다시 가질 수 있게 된 안도도 담겼다. 벌써 2년 가까이 힘겨운 시간을 보낸 서로를 위해 안 명창은 오는 18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해학이 가득한 흥부가와 흥겨운 남도민요로 위로를 건넨다.안 명창은 1986년을 시작으로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무대 30회 최다 출연 기록을 세웠고 2010년부터는 해마다 송년 무대를 함께하며 깊고 진한 성음으로 판소리에 담긴 희로애락을 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만난 그는 “판소리 다섯 바탕을 다 쉬지 않고 해놓으니까 누가 급하게 빠지면 제가 했더니 이제 ‘완창판소리’ 하면 ‘안숙선’을 떠올려 주시고 좋은 명창 선생님들이 많은데도 ‘송년판소리’를 독점하게 된 것 같다”면서도 “저야 쉬지 않고 연습을 많이 하게 되니 흐뭇하고 좋다”고 말했다. 국가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면서 판소리 다섯 바탕 완창에 창극까지. 60년이 훌쩍 넘도록 소리를 갈고닦은 명창은 “나이에는 어쩔 수 없나 보다”라며 세월 앞에 새삼 겸손해졌다. “만정 김소희(1917~1995) 선생께서 ‘나이 오십이 될 때까지 좋은 소리를 들려드려라’ 강조하셨지요. 그 뒤엔 옛날처럼 무대에서 온몸을 다 사용한 좋은 목소리를 낼 수는 없으니 자신을 추스르면서 하라고 하셨는데, 정말 마음대로 안 돼서 이제 그 뜻을 이해하죠. 잘해야 하는데 걱정이 되면 좀 꾀소리를 내기도 해요.” 관객들에겐 깊고 청아한 그의 청이 한결같이 들리지만 “제 자신은 안다”며 스스로를 평생 채찍질했다. 사계절 내내 머플러로 목을 감싸고 탄산음료나 차가운 물은 일절 마시지 않으며 목을 지켜왔고, 불 꺼진 국립창극단 연습실에서도 소리를 멈추지 않아 오래도록 ‘연습실 귀신’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루만 쉬어도 금방 티가 나니까 끊임없이 해야만 한다”며 달려왔고 청을 잘 잡는 날엔 아직도 “신이 난다”고 한다. 안 명창은 “소리가 다 만들어졌다고 자만하는 것은 곧 소리를 그만둔다는 이야기”라며 좋은 소리를 만드는 ‘득음’의 순간에도 끝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한여름에도 목을 감쌀 땐 ‘무슨 죄를 지어서 이 고생을 하나’ 싶기도 하다”면서도 “운동선수들이 몸을 관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웃음도 지었다.다만 그의 세월은 또 다른 힘으로 굳어졌다. “몸의 힘은 부족해지는 대신 시김새나 짜임새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여유는 생겼어요. 이렇게 말없이 소리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힘을 비축하고 공력을 많이 들여야 살이 통통하게 찌고 속이 꽉 찬 좋은 소리가 되지요.” 안 명창은 그의 뿌리이기도 한 만정제 흥부가로 알찬 속을 겹겹이 풀어 낸다. 김소희 명창에 의해 전수된 유파로, 섬세하고도 간명하게 이야기를 그려 가며 권선징악의 교훈을 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주 경쾌한 자진모리부터 한없이 슬픈 진양조, 그사이 엇모리, 중중모리, 중모리 등 다채로운 이야기와 감정을 가득 담은 것이 흥부가요, 판소리”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관객들에게 당부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추임새를 안 해 주시면 기운 떨어져서 할 수가 없어요. 참 멋있는 음악인 소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셔야 합니다.”
  • 2년 만에 ‘송년판소리’ 여는 안숙선 명창 “통통하고 겹겹이 싼 좋은 소리 얻는 ‘득음’의 순간엔 끝이 없지요”

    2년 만에 ‘송년판소리’ 여는 안숙선 명창 “통통하고 겹겹이 싼 좋은 소리 얻는 ‘득음’의 순간엔 끝이 없지요”

    “옛 어른들 말씀대로 한마디로 ‘난리가 난 일’인데 어떻게 할 수가 없죠. 우리는 소리를 못 해서 난리가 났지만. 그래도 큰일이니 잠시 숨을 가다듬고 다시 그 좋은 시간들을 마련하면 좋겠어요.” 매년 12월 국립극장 ‘송년판소리’ 무대를 통해 관객들과 한 해를 마무리했던 안숙선(72) 명창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송년 무대를 한 차례 건너뛴 아쉬움을 담담하게 말했다. 여전히 답답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나마 이제야 ‘좋은 시간’을 다시 가질 수 있게 된 안도도 담겼다. 벌써 2년 가까이 힘겨운 시간을 보낸 서로를 위해 안 명창은 오는 18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해학이 가득한 흥부가(흥보가의 표준어)와 흥겨운 남도민요로 위로를 건넨다.안 명창은 1986년을 시작으로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무대 30회 최다 출연 기록을 세웠고 2010년부터는 해마다 송년 무대를 함께하며 깊고 진한 성음으로 판소리에 담긴 희로애락을 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만난 그는 “판소리 다섯 바탕을 다 쉬지 않고 해놓으니까 누가 급하게 빠지면 제가 했더니 이제 ‘완창판소리’ 하면 ‘안숙선’을 떠올려 주시고 좋은 명창 선생님들이 많은데도 ‘송년판소리’를 독점하게 된 것 같다”면서도 “저야 쉬지 않고 연습을 많이 하게 되니 흐뭇하고 좋다”고 말했다. 국가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면서 판소리 다섯 바탕 완창에 창극까지. 60년이 훌쩍 넘도록 소리를 갈고닦은 명창은 “나이에는 어쩔 수 없나 보다”라며 세월 앞에 새삼 겸손해졌다. “만정 김소희(1917~1995) 선생께서 ‘나이 오십이 될 때까지 좋은 소리를 들려드려라’ 강조하셨지요. 그 뒤엔 옛날처럼 무대에서 온몸을 다 사용한 좋은 목소리를 낼 수는 없으니 자신을 추스르면서 하라고 하셨는데, 정말 마음대로 안 돼서 이제 그 뜻을 이해하죠. 잘해야 하는데 걱정이 되면 좀 꾀소리를 내기도 해요.”관객들에겐 깊고 청아한 그의 청이 한결같이 들리지만 “제 자신은 안다”며 스스로를 평생 채찍질했다. 사계절 내내 머플러로 목을 감싸고 탄산음료나 차가운 물은 일절 마시지 않으며 목을 지켜왔고, 불 꺼진 국립창극단 연습실에서도 소리를 멈추지 않아 오래도록 ‘연습실 귀신’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루만 쉬어도 금방 티가 나니까 끊임없이 해야만 한다”며 달려왔고 청을 잘 잡는 날엔 아직도 “신이 난다”고 한다. 안 명창은 “소리가 다 만들어졌다고 자만하는 것은 곧 소리를 그만둔다는 이야기”라며 좋은 소리를 만드는 ‘득음’의 순간에도 끝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한여름에도 목을 감쌀 땐 ‘무슨 죄를 지어서 이 고생을 하나’ 싶기도 하다”면서도 “운동선수들이 몸을 관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웃음도 지었다. 다만 그의 세월은 또 다른 힘으로 굳어졌다. “몸의 힘은 부족해지는 대신 시김새나 짜임새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여유는 생겼어요. 이렇게 말없이 소리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힘을 비축하고 공력을 많이 들여야 살이 통통하게 찌고 속이 꽉 찬 좋은 소리가 되지요.”안 명창은 그의 뿌리이기도 한 만정제 흥부가로 알찬 속을 겹겹이 풀어 낸다. 김소희 명창에 의해 전수된 유파로, 섬세하고도 간명하게 이야기를 그려 가며 권선징악의 교훈을 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무대에선 제자이자 후배인 정미정, 김미나, 박애리, 김준수가 함께한다. “아주 경쾌한 자진모리부터 한없이 슬픈 진양조, 그사이 엇모리, 중중모리, 중모리 등 다채로운 이야기와 감정을 가득 담은 것이 흥부가요, 판소리”라고 그는 설명했다. 놀부 매맞는 대목이나 흥부 애원, 중타령 등을 나즈막하게 풀어 내는 작은 목소리에도 힘이 가득했다. 명창은 이어 관객들에게 당부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추임새를 안 해 주시면 기운 떨어져서 할 수가 없어요. 참 멋있는 음악인 소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셔야 합니다.”
  • 정철호 판소리 고법 보유자 별세

    정철호 판소리 고법 보유자 별세

    80년 넘도록 국악계에서 활동한 청강(靑江) 정철호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고법(鼓法) 보유자가 지난 27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98세.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고인은 판소리 명창으로 유명했던 고 임방울 문하로 1938년 들어가 소리를 연마했다. 1947년 남원 전국 명창대회 판소리 부문 장원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고, 고 김재선에게 북 치는 법을 배워 1996년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거문고산조 명인이었던 고 한갑득에게 거문고를 사사하기도 했다. 1999년 청강판소리고법보존회를 열어 제자를 양성해왔다. 아쟁을 보급하고 전통가무악 전국제전 등 국악대회를 운영하며 국악 부흥을 위해 노력했다. 판소리 고수 겸 명창, 아쟁 연주자, 민속음악 작곡가 등 국악의 여러 분야에서 두루 명성을 떨쳤다. 후배들이 2018년 고인의 국악 인생을 집대성한 ‘정철호 신민요 작곡집’, ‘정철호 신작 판소리 창극 작곡집’, ‘정철호 아쟁 산조 작곡집’을 냈다. 보관문화훈장, 동리국악대상, 세종문화상, 방일영국악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양타연 씨와 아들 택수·택준 씨, 딸 준희 씨가 있다. 빈소는 은평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 30일 오전 9시. (02)2030-4444.
  • 전주는 멋있다…전주는 맛있다

    전주는 멋있다…전주는 맛있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 아, 듣기만 해도 얼마나 예스럽고 고즈넉한 곳인가. 가을과도 딱 어울린다. 단청에 익숙하기 때문일까. 가을 단풍의 색은 전주의 고옥(古屋) 느낌을 그리도 닮았다. 한옥마을. 전국에 한옥들이 모여 있는 곳은 많다. 예전부터 내려오던 곳도 있고 새로 조성한 곳도 많다. 서울만 해도 북촌과 남산골, 익선동, 은평에 한옥마을이 있다. 대구 옻골, 달성한옥마을과 대전 이사동, 강원 강릉 오죽과 왕산, 고성 왕곡마을, 충북 청주 오창, 충남 아산 외암, 경북 경주 교촌과 송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양동마을, 안동 하회마을, 전남 순천 낙안읍성, 영암 구림마을 등 한옥마을이야 전국에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전주 한옥마을이 가장 특별한 이유는 전주라는 큰 도시의 도심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기와 처마가 이리저리 이어진 곡선이 마음에 편안함을 준다. 그 아래 숨어 있는 골목이야말로 전주한옥마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리저리 돌다 갑자기 끊기는 막다른 골목을 어디 요즘 사방격자 도시에 익숙한 도시인들이 알겠나? 차 한 대 들어가지 못할 만큼 좁은 골목은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세대들도 이 ‘불편한’ 마을을 찾아온다. 전주 한옥마을이 가진 저력이다.●경기전~전주향교~한벽당~전동성당 ‘쉼’있는 마을 통칭 한옥마을이라 부르지만 행정구역상 명칭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이다. 인근 구도심과 함께 전주 역사문화벨트에 속한다. 경기전을 끼고 전주향교, 한벽당, 전동성당을 품은 이 평평하고 너른 마을을 오목대와 이목대가 둘러쌌다. 그 간극을 길게는 100여년 가까운 한옥 고택들이 채우고 있다. 실핏줄 같은 골목이 이들을 연결하니 비로소 마을 자체가 숨을 쉰다는 느낌을 준다. 곳곳에 나지막한 담장과 그 위로 삐죽 튀어나온 기와집 처마들이 옆집과 파도처럼 줄줄이 이어진다. 자고 일어나면 수직과 수평으로 이뤄진 직선의 세상에서 살다 온 이들에겐 그 얼마나 생경한 풍광일까.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곡선미를 자랑하는 한옥 지붕 아래서 대대로 살아온 우리에겐 정말 숨통이 트이는 ‘곡선 처방’이다. 수직 스트레스에 대한 ‘백신’ 같은 곡선을 눈으로 받아 마음에 항체를 형성한다. 전주 한옥마을에 찾아가면 아직 잔여 백신이 잔뜩 남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옥마을엔 한복을 입은 이들이 한가득 골목을 메우며 용의 눈에 점을 찍는다. 가을 노염을 피해 곡선 처마 아래 몸을 숨긴 한복 차림의 젊은 관광객들. 길을 걷는 양반님네 행차, 추노꾼과 함께 꼬치구이를 사 먹는 관기(官妓) 차림까지 있다. 물론 현대화된 것도 있고, 저승사자인지 군관인지 정체(신분)를 알기 어려운 차림새도 섞였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곡선 거리에 곡선 옷이 다닌다. 또 한 차례 눈이 쉬어 가는 순간이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고”(새마을운동 노래 2절) 근대화 시절, 개발은 절대 미덕이었다. 철근 콘크리트 앞에서 기와 역시 적폐였다. 만지면 손을 벨 만큼 반듯반듯한 직선의 교차 속에 대한민국의 ‘새마을’이 곳곳에 들어섰다. 이후 최근까지 거침없이 줄곧 이어진 신도시와 부동산 개발 열풍 덕분에 모든 국민이 서로 비슷한 집(집값은 아주 다르지만)에서 살게 됐다. XY좌표로 아파트를 표시해도 되고 몇 열의 몇 번째로 집을 지목하는 콘크리트의 매트릭스에 길들여졌다.●일제와 개발 맞서 100여년 전통 지킨 전주의 힘 그런데 어떻게 전북의 중심지 전주에는 이런 한옥마을이 오롯이 남았을까. 전통과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전주 시민의 성향이 이를 지켜낸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모든 중세 및 근대도시에도 한옥마을이 있었지만 교조적 개발주의의 광풍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았다. 을사늑약(1905년) 이후 일본인들이 대거 전주에 들어왔다. 전주 부성 밖에 모여 살았다. 서문 밖 전주천변에 일본인 마을이 형성됐다. 대개 이 시기의 대도시 읍성들이 그렇듯 행정 편의상 성곽이 허물어지고 풍남문만 남았다. 상업에 종사하던 일본인들이 성안으로 들어와 점포를 냈다. 다가동과 중앙동에 일본인 상가가 생겨났다. 1930년대에는 전주부성 내부 공간 역시 개발에 의해 격자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이 생겨났다. 전주 시민들은 슬금슬금 밀려드는 일본인 거주지 확장에 맞불을 놓을 요량으로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집을 짓고 모여들었다. 마치 테마파크에서 일부러 조성한 각각의 구역처럼 풍경이 나뉘게 됐다. 일본식 가옥촌과 한옥마을, 서양식 선교사촌으로 나뉘고 태조의 어진을 모신 조선 경기전과 비잔틴 로마네스크 혼합양식 전동성당이 맞보고 섰다. 유교의 향교와 서양식 학교도 이곳에서 한데 어우러졌다. 한옥도 양식이 혼재됐다. 성곽이 있던 태조로를 중심으로 경기전 인근의 가옥들은 일식 가옥에 조선식 기와를 얹은 혼합 양식이다. 내부 역시 중간에 복도가 있는 등 일본식 건축기법을 보여 준다. 반면 전동성당 뒤쪽 한옥과 향교 쪽 가옥들은 전통 한옥이다. 복합 한옥 공간이라 건축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한옥마을에 사는 이들에겐 큰 갈등의 시기였다. 꽤 너른 대지에 비해 단층인 한옥 특유의 구조 탓에 공간이 부족한 데다 차량이 보급되면서 주차하기도 불편했다. 생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혹여 이웃집 한옥이 양옥으로 개축하면 도미노가 이뤄졌다. 덩달아 화장실을 들인 개량 한옥으로 바꾸거나 번듯한 2층 양옥집을 올리는 경우도 생겼다. 비싼 기와 대신 볼품없는 플라스틱 기와로 올린 사례도 많았다.●볼거리·먹거리·놀거리… KTX 타고 청춘들 명소로 2000년대 후반 들어 한옥마을을 보존하기 위해 전주시가 정비에 나섰다. 낡아빠진 ‘양옥’을 철거하고 신축 한옥을 늘려 나갔다. 인근에 관광지가 밀집해 있는 한옥마을만 제대로 정비해도 예향 전주의 고유한 색깔을 살릴 수 있으리라 판단한 전주시의 판단은 주효했다. 주5일 근무제 시행 후 인기 관광지로 떠올랐으며 2011년 전라선 KTX의 개통으로 전주역에 고속열차가 정차하자마자 20~30대 젊은층의 최고 관광명소가 됐다. 2016년 연간 1000만 관광객을 돌파했고 여행잡지 론리플래닛에서 ‘1년 안에 가봐야 할 아시아의 10대 명소’로 전주가 선정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현재 전주시는 한옥마을에 관광트램 도입 계획을 진행 중이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한 관광트램은 순환선이며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케이블카 같은 관광시설이다. 경기전~전동성당~전주천~전주향교~오목대 등을 찬찬히 둘러보는 노선이라고 한다. 원래부터도 전주는 ‘한’ 스타일의 도시다. 한정식, 한지, 한선(韓扇) 등 한옥 이외에도 우리 전통을 지켜온 곳이다. 또한 예(禮)를 따지며 예(藝)를 추구하는 전주 사람들의 풍류는 남달라, 다른 어느 지역의 정서와는 딱히 비교하기 어렵다. 마주치면 눈인사라도 나눠야만 할 것 같은 한옥마을의 비좁은 골목에서 자란 정(情)이 가득한 덕이다.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기도 잘한다. 가져와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전주식’으로 재해석한다. 카카오 열매를 갈아 만든 수제 초코파이가 전주에서 그리도 맛이 좋아지고, 17세기 초 지은 경기전 너머로 보이는 20세기 초의 전동성당이 퍽 어울리는 이유다. 동문 사거리에서 출발해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넓어진다. 걸음을 멈추고 칼국수, 도넛, 회오리감자, 지팡이 아이스크림, 비빔밥 크로켓(고로게) 등 주전부리를 챙겨 먹으면 위장도 커진다. 몇백 년 세월이 조성한 마을이다. 한옥마을을 지켜보는 오목대와 이목대를 살짝 다녀오면 한옥마을의 전경이 눈에 든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숍과 전시관, 체험관이 있어 둘러보는 데 한나절쯤은 거뜬히 걸린다. 낮 풍경도 좋지만 해질 녘부터 가랑비처럼 푸른 밤이 내리면 한옥마을이 아름다운 야경으로 갈아입는다. 고풍스러운 가로등과 담장, 기와지붕이 밤하늘과 그렇게도 어울릴 수가 없다. 특히 달이라도 활짝 뜬다면 운치가 좋아 당장 한옥 숙박을 찾아 짐을 풀고 대청마루에 앉아 달 삼매경에 빠져들고 싶다.●한옥스테이서 단청 밤풍경·풀벌레 소리와 1박2일 게스트하우스와 한옥스테이가 곳곳에 많은데 조용히 하룻밤 묵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침 가을 풀벌레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니 뜨끈한 구들장에 몸을 누이고 단단히 여독을 풀 수 있다. 심심하면 전시관이나 숍에서 한지 공예품을 둘러보고 출출할 때 국수나 한 그릇 챙겨 먹으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난다. 최명희문학관, 한지문화관, 강암서예관, 완판본문화관, 전통술박물관, 김치문화관 등을 둘러보면 좋다. ‘위드 코로나’로 재개되는 행사가 많다. 가끔 마당창극이나 풍물 등 공연도 펼쳐질 테니 이를 꼼꼼히 챙겨봐도 좋다. 골목 어귀에 서 있으면 왠지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 아는 사람을 만날 것 같다. 대도시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같이 느끼는 게 인지상정일 테다. 몰아치듯 다가온 가을, 날은 쌀쌀하지만 마음은 푸근하다. 졸졸 흐르는 전주천 개울을 따라 한벽루까지 걷는다. 야속한 비가 섞인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한벽루 앞 평상에는 칼칼한 오모가리(민물고기 매운탕)를 앞에 두고 역시 서늘한 소주를 마시는 이들이 눈에 띈다. 도심 한복판 개천변에 평상 술판이라니. 한 상 차려 걸터앉아만 있어도 절로 흥이 나는 곳이다. 어둑해질 무렵. 어느새 나도 우리가 됐다.●50년 된 노포 갈까, 원도심 ‘객리단길’ 갈까 ‘전주에서의 밥걱정’이야 재벌과 연예인 걱정만큼 부질없다. 한정식, 비빔밥, 콩나물국밥, 피순대 등 전주 대표 메뉴부터 칼국수(베테랑분식)에 물짜장(영흥관), 석갈비 등 단품 메뉴도 한가득이다. 삼천동, 평화동, 서신동, 효자동 등에 막걸리집들이 몰려 있다. 서신동 옛촌막걸리는 내공이 보통 아니다. 바깥에 어디 방송프로에 소개된 집이라 붙여 놓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집은 미국 뉴욕타임스, 일본 NHK, 중국 CCTV 등에 나온 집이다. 체험 상차림을 고를 수 있어 막걸리를 많이 마시지 않아도 음식을 착착 내온다. 고기나 생선, 해물 반찬 등을 상이 떡 벌어지게 차린다. 삼천동 막걸리 골목 다정집은 그날 장을 봐 온 찬거리로 맛있는 안주를 내는 집이다. 관광객보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집이다.거한 상차림이 싫다면 쫀득한 족발 맛집이 있다. 효자동 권씨네족발은 국내산 생족을 특제 간장에 부들부들 삶아내 족발 특유의 야들한 식감을 최대한 끌어낸 맛으로 유명하다. 취향에 따라 앞다리와 뒷다리를 고를 수 있으며 집에서 담은 깻잎지에 싸 먹으면 궁합이 좋다. 커다란 족발에 비빔막국수와 신동진흑미주먹밥을 곁들인 파티메뉴도 있어 집에서 주문해 먹기에도 딱이다.한벽루는 50년째 한옥마을 전주천변에서 오모가리탕을 줄곧 해 온 노포다. 화려한 상차림과 더불어 각종 민물고기 매운탕과 민물새우탕을 끓여 낸다. 부드러운 시래기도 넉넉히 들었고 따로 밑국물을 잡아 국물의 풍미가 좋다. 서늘한 가을 바람 불어오는 평상에 앉아 매콤시원한 탕 한 그릇에 식사를 겸해 한 잔 걸치기 딱 좋다.영흥관은 50년째 영업해 온 중식 노포다. 전주 명물인 물짜장을 잘한다. 물짜장은 춘장을 쓰지 않고 각종 해물과 채소를 전분소스로 볶아낸 면이다. 그래서 수이자장(水炸醬)이다. 매콤한 소스에 손반죽으로 쫄깃한 면을 비벼 먹으면 전주여행의 즐거움이 더하다. 바삭하게 튀겨낸 두툼한 고기 튀김에 달큼한 소스를 끼얹은 탕수육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한옥마을은 풍남문 남부시장과 이어지고 또 객사길로도 이어진다. 전주 원도심 중앙 객사길은 상권이 밀집한 곳이다. 요즘은 카페와 식당이 그득한 ‘객리단길’로 불리며 한옥마을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전주국제영화제 거리로부터 이리저리 이어진 길에는 눈여겨 찾아볼 곳이 꽤 많다. 서울 명동처럼 이름난 국수와 보리밥을 파는 집, 메밀국수로 소문난 집, 갈비집 등 수십 년을 이어 온 노포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바리스타와 소믈리에가 차린 트렌디한 커피숍과 와인 레스토랑 등이 생겨나 공존하고 있다. 전주 행원은 100년 가까운 고택 카페다. 풍남문 옆 골목에 있다. 은행나무 정원이란 뜻을 가진 행원(杏園)은 일제강점기 일본식 건축법이 녹아든 한옥이다. 따로 마당 없이 ‘디귿’ 자 건물을 짓고 중정(건물 가운데 있는 정원)과 못을 두었다. 이곳은 전주 예술인의 성지였다. 1928년 조선요리를 팔던 식도원으로 출발했지만, 요정을 거쳐 한정식집으로 운영되다 2017년 전북전통문화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바뀌었다. 행원은 전통차와 음료뿐 아니라 판소리와 국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뒀다. 글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낭만의 전통춤 ‘허행초’ 재탄생

    낭만의 전통춤 ‘허행초’ 재탄생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무용단이 28~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동무동락 시리즈 ‘허행초’(虛行秒)를 선보인다. 동무동락은 매년 가을 우리 전통춤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이다. 올해는 한국무용가 최현의 춤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은 ‘허행초’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연한다. 최 선생은 조택원, 송범을 잇는 신(新)무용가로 꼽힌다. 2002년 별세 전까지 무용극과 창극, 마당극, 뮤지컬 등 100여편을 안무했다. 섬세한 여성미와 품격, 동양적 남성세계를 풍성하게 그려냈고 ‘동양 문인화의 정신세계’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예술활동으로 ‘이 시대 마지막 낭만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번 무대는 ‘춘향전’, ‘태평무’, ‘살풀이춤’, ‘북춤’ 등도 새롭게 펼친다. 최 선생 부인인 최현우리춤원 원필녀 고문에게 고증과 지도를 받았다. 그가 출연했던 정승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의 안무작 ‘고로초롬만 살았으면 싶어라’ 속 춤사위도 재현한다.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은 “정중동의 깊은 호흡에서 나오는 한국 춤의 진수를 보여 주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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