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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WINE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그리고 붉은 빛 가득한 레드 와인의 향연. 메독의 가을은 마녀가 빚어낸 사랑의 묘약처럼 유혹적이고 향기로웠다. 메독의 8개 아뺄라씨옹으로 떠난 일주일의 여정 동안 매일 조금씩 다채로운 메독 와인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었다. 1 수확을 모두 마친 포도밭. 하나둘 낙엽이 지고 있다 2 중세시대 고성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샤또 라스꽁브 3 전통과 현대 기술을 조화롭게 이어가는 샤또 씨싹 4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의 숙성고. 오크통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고품격 스펙트럼을 지닌 와인 성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북쪽, 지롱드Gironde 강 서쪽 하구에 형성된 메독 지역Medoc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다. 보르도 공항을 벗어나 처음 만난 메독의 첫인상은 평화로운 ‘시골 마을’ 이었다. 이미 수확을 마친 포도밭은 무척 한가로워 보였고 듬성듬성 낙엽마저 지고 있었다. 포도밭 너머로 드문드문 서 있는 고성古城들이 그나마 심심한 풍경에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메독은 원래 중세시대 귀족들의 사냥터로 숲과 늪지대, 거칠고 메마른 황야가 펼쳐진 별 볼일 없는 땅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토양은 포도를 재배하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고 16세기에 들어서 비로소 그 가치를 알아본 귀족과 상인들이 하나둘씩 포도원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후 포도 재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점차 고품질 와인들이 생산되었고 1855년 등급 제정과 해외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메독 와인은 단번에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샤또 마고, 무똥 로칠드 같은 스타급 와이너리들이 이 지역에 속해 있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와이너리도 수없이 많다.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메독 와인이 월드 클래스 와인으로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메독와인협회의 까뜨린 블리망Catherine Vlimant은 무엇보다 ‘포도 재배에 적합한 모래와 자갈, 점토질이 고루 섞인 특별한 떼루아’를 그 비결로 꼽았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경작하는 품종은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yvignon으로 메독의 척박한 토질에 완벽히 적응해 그 어느 곳보다 수확량이 높고 품질 좋은 열매를 생산해 낸다고. 진한 색상과 약간 떫은 맛이 특징인 까베르네 쇼비뇽은 메독 와인의 특징 중 하나인 풍부한 타닌과 꽉 짜인 구조감을 만드는 데 주효하게 쓰인다. 특히 숙성 잠재력이 뛰어나 빈티지(생산년도) 높은 와인을 만드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메를로Merlot로 부드럽고 풍부한 과일향이 까베르네 쇼비뇽과 조화를 이루며 강한 타닌 맛을 좀더 편안하고 온화하게 순화시켜 준다. 두 품종을 주원료로 와이너리마다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까르므네르Carmenere 등을 소량 블렌딩하는데 그 비율과 양조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와인이 탄생된다. 몇몇 와이너리에서 쇼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이용해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로 메독에서는 100% 레드 와인을 빚어내고 있다. 메독 와인이 오랜 세월 명성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건 물론 ‘떼루아Terroir, 포도 재배의 모든 조건’ 덕이 크지만 그 뒤에 감춰진 1%는 바로 ‘사람’이다. 몇 세대에 걸쳐 대물림되어 온 숙련된 양조 기술과 최상급 와인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메독 와인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또 다른 공신이다. 까다로운 규제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지켜 나가고 있는 AOC원산지 통제 명칭를 토대로 메독의 와인은 와이너리마다 서로 다른 스펙트럼으로 다양성을 추구한다. 메독의 8개의 AOC가 닮은 듯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1, 2, 3 와인 시음을 통해 각 와이너리 특유의 향취와 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시음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와인과 와인잔 4 샤또 오브르똥 라리고디에르에서는 시음 후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 5 뽀이약 마을의 포도밭 전경 6 포도밭을 누비며 가는 기계차 7 포도밭 토양에 따라 재배되는 포도 품종이 달라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메독을 대표하는 와인 마을 마고 Margaux 뽀이약 Pauillac 언젠가 한껏 분위기를 낸다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한 적이 있다. 와인 이름도 빈티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단어 하나가 ‘마고Margaux’다. 와인에 대해선 생초짜였던 시절, 그래도 유명한 와인 한번 마셔 보자고 고른 게 바로 마고 와인이었던 거다. 마고는 메독에서 가장 유명한 AOC이다. 최상급 와인에 주어진 그랑크뤼 끌라쎄 등급을 획득한 와이너리가 21개로 가장 많다 보니 자연히 메독을 대표하는 와인 마을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마고 하면 많은 이들이 샤또 마고Chateau Margaux만을 떠올리는데 이곳에는 약 74개의 와이너리가 운영되고 있다. 샤또 마고가 톱클래스 와이너리이긴 하지만 이 이외에도 가볼 만한 와이너리가 많다는 이야기다. 특히 샤또 라스꽁브Chateau Lascombes는 중세시대 지어진 아름다운 고성에서 숙박하며 그랑크뤼 끌라쎄 2등급에 빛나는 고품격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특별한 와이너리다. 마고에서는 드물게 메를로 비율이 까베르네 쇼비뇽보다 더 높은 와인을 선보이는데 그래서인지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매년 가을 100~150명 정도 인부들이 일일이 손으로 포도알을 따는데 방문했을 때엔 이미 수확을 마친 터라 그 장관을 놓친 게 못내 아쉬웠다. 대신 성에서 보낸 하룻밤은 그야말로 특별했다. 새벽녘 창문을 열고 내려다본 이슬에 촉촉이 젖은 포도밭 전경이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니 말이다. 합리적 가격대의 마고 와인으로 샤또 오브르똥 라리고디에르Chateau Haut-Breton Larigaudiere도 가볼 만하다. 다만 지갑 단속은 단단히 해야 한다. 와인 테이스팅 후 바로 구매가 가능해 몇 번 시음하다 보면 자꾸만 지갑이 열린다. 일행 중 4명이나 지갑을 연 것이 비단 분위기 탓만은 아니었을 거다. 메독 중앙부에 있는 뽀이약에도 마고와 견줄 만한 걸출한 와이너리들이 많다. 그중 샤또 랭츠 바즈Chateau Lynch-Bages는 1855년 등급 제정 당시 그랑크뤼 끌라쎄 5등급을 받았지만 2등급에 비견할 만한 품질을 갖춘 와인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미리 예약하면 가이드가 동행해 와이너리 구석구석을 안내해 주고 시음도 준비해 준다. 연간 48만병의 와인을 생산하는 대규모 와인 양조장과 저장고도 볼 만하지만 옛 양조 도구들을 빠짐없이 전시해 놓은 박물관 같은 공간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와이너리 투어 후 주변 바즈 마을Village de Bages을 산책하는 즐거움도 꽤나 쏠쏠하다. 예쁜 카페에서 식사하고 앙증맞은 소품들이 가득한 기념품 숍에서 쇼핑하는 동안 여행의 기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1 샤또 퐁레오에서 생산된 와인들 2 비밀 창고처럼 꾸며진 양조장 입구 3 닭고기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 레드 와인 4 신식 스테인레스 큐브를 이용하는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 5 나폴레옹 3세 시대 양식으로 지어진 멋진 샤또 건물 반짝반짝 빛나는 메독의 보물 리스트락 Listrac 물리스 Moulis 생줄리엥 Saint-Julien 리스트락에 있는 샤또 퐁로Chateau Fonreaud와 레스따즈Lestage는 와인도 와인이지만 나폴레옹 3세 시대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로도 유명한 곳이다. 아름다운 고성에서 빚어낸 와인은 어떨까. 자신을 ‘포도 농사꾼’이라 소개하는 오너는 정말 평범한 시골 아저씨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와인은 결단코 평범하지 않았다. 입 안 가득 상큼함이 퍼지면서 남아 있던 아침잠을 한달음에 모두 날려 버렸다. 이런 와인이라면 아침부터 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 이날 점심은 물리스 AOC에 속한 두 명의 여성 와이너리 오너와 함께했다. 샤또 라 갸릭Chateau La Garricq의 마르띤느 까즈뇌브Martine Cazeneuve와 샤또 뒤쁠레스Chateau Duplessis의 마리로르 뤼르똥Marie-Laure Lurton 두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 여성 와이너리 오너 가운데서도 여러모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른바 ‘메독의 여인들’이다. 음식에 곁들여 나온 두 종류의 샤또 와인은 부드럽고 향긋한 풍미에 갖가지 아로마를 쏟아내는 것이, 식사 내내 끊임없이 수다를 풀어내는 두 여인과 꼭 닮았다. “물리스 와인은 구조감이 강해 양조 과정이 좀 까다롭죠. 와인이 너무 무겁지 않도록 발효부터 숙성, 블렌딩 비율까지 늘 신경써야 하거든요. 대신 나이가 들수록 마시기 좋은 와인이랍니다. 안타까운 건 와이너리 규모가 작아 브랜드화 시키는 게 늘 어려운 숙제죠.” 마르띤느 까즈뇌브 오너의 설명에 마리로르 뤼르똥씨는 작은 끄덕임으로 동조했다. 아닌게아니라 물리스는 메독에서도 가장 작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 제대로 소개된 없는 물리스의 와인은 알고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을 자랑하는 메독의 숨은 보석이다. 사실 이번 와인 여행에서 큰 수확을 꼽자면 물리스 와인의 발견이다. 샤또 브라나스 그랑 뿌조Chateau Branas Grand Poujeaux에서 맛본 와인은 물리스 와인의 매력을 확실히 느끼게 했다. 소박한 여주인처럼 어떤 꾸밈이나 장식도 하지 않은 단아한 여인네 같은 느낌이었다. 반면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에는 마치 포인트를 준 듯 작은 반짝거림이 느껴졌다. 이곳은 포도를 발효시킬 때 뭉쳐진 껍질을 위에서 눌러 으깨 주는 전통적인 방법을 쓴다는데 이런 양조 기술의 차이가 모두 맛으로 연결되는 게 아닐까. 물리스 와인의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생줄리엥에 있는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에 닿았다.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Chateau Leoville Poyferre는 루이 13세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서 깊은 와이너리다. “포도알을 알콜 발효시키기 전 일정 기간 저온 상태에서 유지시켜 둡니다. 이 과정을 통해 진한 색과 풍부한 과일향을 얻을 수 있지요.” 오너인 디디에 꾸블리에Didier Cuvelier씨가 자신있게 설명했다. 직접 시음을 해보니 과연 자랑할 만했다. 와인에서 품격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안쪽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만든다고 하니 앞으로 더 재미난 와이너리 투어가 기대된다. 1 크뤼 브루주아인 샤또 뚜르 까스띠용의 2009년산 와인. 맛이 아주 부드럽다 2 음식을 곁들인 특별한 시음회 3 오크통에서 햇 와인을 뽑아내고 있다 4 먼 옛날 역사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허물어진 망루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전원 풍경에 담긴 뜻밖의 선물 생떼스떼프 Saint-Esteph 메독 Medoc 오메독 Haut-Medoc 크뤼 아르띠장은 메독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와인 명칭이다. 소유주가 와인의 전 과정을 모두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만든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운 좋게도 여정의 마지막 즈음 생떼스떼프에 있는 크뤼 아르띠장 와이너리인 샤또 라 뻬르Chateau La Peyre를 방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크뤼 아르띠장이 그렇듯 이곳도 가족이 경영하는 소규모 와이너리다.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마침 바람결에 실려 시큼한 향이 코끝으로 전해져 왔다. 햇와인이었다. 이제 막 발효를 마친 2012년 산 와인이 아담한 저장고 안에 꽉꽉 채워져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규모가 큰 와이너리에는 없는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시음을 마쳤다. 와인은 산도가 좀 높은 편이었다. 신기한 건 같은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빈티지에 따라 신맛의 정도가 달랐다. 와인 애호가들이 왜 그토록 빈티지에 열을 올리는지 직접 체험해 보니 그 차이가 느껴졌다. 메독 와인은 장기 숙성이 가능한 덕에 오래 둘수록 더 깊은 맛이 난다. 알수록 더 매혹적인 와인이다. 메독과 오메독은 서로 반대쪽 끝에 자리해 있다. 지롱드강 상류 지역에 펼쳐진 광활한 오메독에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와이너리들이 많다. 샤또 씨싹Chateau Cissac도 그중 하나. 전통적인 방법과 현대식 양조 기술을 적접히 배합한 이곳의 운영 철학은 와인에서도 그대로 배어난다. 입 안을 꽉 채우는 구조감과 그 위에 덧입혀진 다양한 향미가 메독 와인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옛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는 오래된 건축물도 멋스럽다. 메독에 있는 샤또 뚜르 까스띠용Chateau Tour Castillon은 이번 여행길에 방문한 마지막 와이너리. 가이드인 송현주 선생이 “지금까지 본 풍경보다 훨씬 시골 같을 거예요” 하고 미리 귀띔했다. 정말 그러했다. 시골스럽다 못해 야생의 언저리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거칠 것 없는 시야, 거리감 없는 강가, 언덕 위로 넘어가는 포도밭…. 시골집 식탁에서 이뤄진 와인 시음은 오히려 만찬(?)에 가까웠다. 와인은 음식과 궁합을 맞춰 봐야 한다며 몇 가지 음식이 푸짐히도 차려졌다. 와인에 취한 건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취한 건지, 이제껏 쥐고 있던 긴장감이 스르르 풀려 나갔다. 와인을 테마로 피크닉, 산책, 콘서트 등 여러 가지 투어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니 이를 어쩐다. 여행의 마지막에 메독을 다시 와야 할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정은주 취재협조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www.sopexa.co.kr ▶Travel to Medoc 항공 에어 프랑스(www.airfrance.co.kr)를 이용해 파리를 거쳐 보르도 공항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인천에서 파리까지는 약 11시간, 파리에서 보르도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린다. 또는 파리에서 보르도까지 기차(www.raileurope-korea.com)도 운행된다. 약 3시간 30분 소요. 보르도에서 메독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숙소 메독에서 묵어 갈 만한 숙소로는 골프 뒤 삐앙 메독Golf du Pian Medoc과 를레 드 마고Relais de Margaux, 꼬르데이양 바즈Cordeillan Bages를 추천한다. 골프 뒤 삐앙 메독과 를레 드 마고 두 곳은 골프 코스 안에 자리한 호텔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샤또 랭츠 바즈에서 멀지 않은 꼬르데이양 바즈는 외관은 오래된 고성 느낌이지만 심플하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인테리어가 특히 인상적이다. 외부에 야외 풀장과 사우나, 피트니스 센터를 갖추고 있다. spot 또넬르리 나달리에 Tonnellerie Nadalie 메독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크통 제조회사로 1902년 설립돼 5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가을이면 프랑스 산림청 나무 경매를 통해 참나무를 공수해 오며 미국산 참나무도 소량 사용한다. 오크통에 사용되는 나무는 오랜 기간 젖고 마르고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 작업만 2년 넘게 걸린다. 또넬르리 나달리에는 메독 지역을 비롯해 보르도 등 프랑스 전역과 해외 유명 와이너리에 오크통을 공급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하면 일반인 방문도 가능하며 가이드 안내에 따라 오크통 제작 과정을 둘러볼 수 있다. www.nadalie.fr spot 라 와이너리 La Winery 프랑스 와인은 물론 전세계 와인을 취급하는 숍과 전문 시음 공간, 레스토랑, 피크닉과 공연장 등을 갖춘 와인 예술의 메카다. 와인셀러에는 보르도 지역이 50%, 프랑스산이 40%, 세계 와인이 10% 비율로 진열되어 있다. 1년에 5만5,000명 정도 방문하는데 그중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메독의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와인을 사거나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아도 야외 피크닉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 메독에 가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www.winery.fr 와인 등급 그랑크뤼 끌라쎄 메독 와인은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메독을 포함해 보르도 최고급 와인에게 주어지는 그랑크뤼 끌라쎄(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뉜다)는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메독에는 60개의 그랑크뤼 끌라쎄 와이너리가 있으며 이 등급 순서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딱 한 번 1973년 샤또 무똥 로칠드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바뀐 적이 있다). 이에 반해 크뤼 부르주아는 매년 심사를 통해 품질 좋은 와인들을 선별해 등급을 매긴다. 가장 독특한 카테고리는 크뤼 아르띠장. 아르띠장Artisan이란 우리로 치면 ‘장인匠人 정도 되는데 이 명칭을 단 곳은 소유주가 포도 재배부터 양조, 판매까지 직접 맡아서 해야 한다. 크뤼 아르띠장 와이너리는 메독에서도 44곳밖에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음악 흐르는 두 바퀴 여행… 400년 산전샘서 갈증 싹~

    동천강변에서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음악이 흐른다. 지난 5월 중구가 주민과 동천강 둔치 이용객을 위해 설치한 음향 시설에서 클래식과 댄스, 발라드,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난 4월에는 이곳에서 국악과 무용, 재즈, 오케스트라의 향연이 열렸다. 한국예총 울산시연합회가 이틀 동안 중구보건소 맞은편 동천강 둔치에서 울산예술 연합 공연을 개최했다. 첫날에는 국악협회와 연예협회 회원들이 차례로 나와 모둠북과 재즈음악 등을 선보였고, 둘째 날에는 음악협회와 무용협회 회원들이 출연해 체임버오케스트라 연주와 밸리댄스 공연 등을 했다. 또 2010년 10월에는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전거 연습장이 들어섰다. 자전거 연습장은 탄성 포장으로 만들어졌다. 연습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중구 관계자는 “동천 자전거 연습장은 태화강과 동천강변에 조성된 자전거 전용도로와 연계돼 생활 속 복합 휴양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산전샘은 400여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병영성 안팎 주민들과 병사들에게 식수로 제공될 만큼 물맛이 좋았을 뿐 아니라 여름에는 차고, 겨울에는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따뜻했다고 한다. 또 석양이 지는 산전에는 머리를 땋은 처녀들이 물동이를 이고 줄지어 성내로 오갔고, 해방 뒤에는 이 샘의 수질을 안 미군부대에서 식수로 사용했다. 멀리 부산과 대구에서도 샘물을 실어 갔다고 전한다. 산전샘은 1967년 병영산전 양수장 개발 이후 물줄기가 고갈돼 방치되다 1985년 땅에 묻혀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2002년 5월 복원됐다. 또 외솔큰길 주변에는 조선시대에 쌓은 병영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경상좌도의 병마절도사가 머물던 병영성은 조선 태종 17년(1417년)에 쌓은 해발 45m 이하의 낮은 구릉을 이용해 골짜기를 두른 타원형 성이다. 초기에는 여장(성벽 위에 낮게 쌓은 담)을 비롯한 기본적인 시설을 갖췄지만, 세종 때 국방력 강화를 위해 성을 보호하고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 옹성(성문 방어용 성)·적대(옹성과 성문 방어용 돌출 시설)·해자(성벽을 둘러싼 못) 등 다양한 방어시설을 설치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당시 성의 둘레는 3723척(약 1.2㎞)이고 높이는 12척(약 3.7m)이었으며, 성 안에는 우물·도랑·창고 등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울산시와 중구는 병영성 복원 사업도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외솔큰길 주변의 병영은 예로부터 호국 정신이 뿌리 깊은 곳으로 유명하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장애시설 원장이 상습 성폭행”… 전북판 도가니?

    전북 전주시의 대형 사회복지법인에서 7명의 지적장애여성을 대상으로 성추행과 성폭행이 장기간 자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성폭력예방치료센터 등 전북지역 66개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전북도청 광장에서 성폭력대책위 출범식을 갖고 A복지재단의 성폭력 사건 수사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A복지재단 설립자 친인척인 J(44)씨와 K(54)씨가 1992~2009년 지적장애 2·3급인 여성 7명을 원내 강당방, 창고, 교실, 화장실 등에서 지속적으로 성폭행하고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A복지재단 성폭행 주장은 ‘도가니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시행된 ‘장애인 생활시설 인권실태 조사’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을 통해 제기됐다. 대책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성폭력피해자 상담과 인권실태를 조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지난 7월과 10월 경찰에 고발했고 피해자들은 성폭력예방치료센터에서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 상담 결과 설립자의 처조카인 J씨는 1992~2001년 복지재단 특수교사로 재직하면서 당시 17~25세였던 피해 여성 4명을 협박과 회유를 해가며 성폭행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대책위와 상담에서 “안 할려고 했는데 끝내 무섭게 하면서….”, “귀찮게 하고 속상하게 하고 아프게 했다.”고 피해사실을 진술했다. 피해자들은 또 “자꾸 무서운 꿈을 꾸며 겁이나 죽겠다.”고 호소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J씨가 다른 선생님들한테 말하지 마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말했다. J씨는 고교시절부터 재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함께 시설 안에서 생활했고 고교 졸업 후 특수교사 자격증을 따 피해여성들을 돌보는 교사로 재직했다. 이후 J씨는 미국으로 유학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2009년부터 재단 산하 복지시설 원장으로 재직하다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올 1월 사직했다.또다른 재단 산하기관 원장인 K씨(설립자의 조카)는 2009년 11월 지적장애여성 3명을 화장실로 끌고가 성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지난 10월 고발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전주덕진경찰서는 “현재까지 피해를 주장하는 7명 중 6명의 피해자 진술 조사를 마쳤다.”며 “피해 시기나 장소 등이 명확하지 않아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지능이 4∼5세 수준이어서 피해 진술을 받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5t 트럭 2499대·운송비 324억원… 30년만의 ‘정부 대이동’

    5t 트럭 2499대·운송비 324억원… 30년만의 ‘정부 대이동’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은 누가 뭐라 해도 정부과천청사였다. 1982년 12월부터 경제·사회 정책의 개발과 국토개발의 밑그림이 과천에서 그려졌기 때문이다. 2002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으로 시작된 정부 부처의 이동은 지난 9월 국무총리실 이전을 시작으로 현실화됐다. 이번 주부터는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이 세종시로 이사를 간다. 혹자는 “총리실 이전이 행정수도 이전의 정치적 제스처라면, 핵심 부처의 이사는 행정권력 이동”이라고 평가한다. 2일 부산하게 짐을 싸고 있는 과천청사의 이사 현장을 들러봤다. “이삿짐은 많은데 시간이 없습니다. 이사 날의 절반 정도는 밤샘 작업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일 오전 8시 30분. 정부과천청사의 국토해양부 건물 후문에 이사 차량이 일렬로 늘어섰다. 이삿짐을 나르는 CJ대한통운 직원들의 손발이 바쁘다. 청색 합성수지 상자에는 각종 행정 문서들이 가득하다. 다 중요한 정부기록물이다. 박스 겉면에는 담당 부서의 명칭과 이전 위치 안내문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40분쯤 지났을까, 5t 트럭 한 대가 금방 찼다. 운전기사는 현장 책임자에게 출발시간을 알리고 시동을 걸었다. 군사작전처럼 일사불란하다. 오전 9시 12분. 국토부 이사 현장을 지휘하는 문병덕 CJ대한통운 차장은 “이삿짐이 대부분 중요한 문서들이라 출발과 도착 시간을 분 단위로 체크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외에 연말까지 세종시로 이전하는 주요 부처는 총리실과 재정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이전 인원만 5498명이다. 국토부와 재정부의 이사는 CJ대한통운이 맡았고 총리실과 농식품부는 한진이 진행한다. 과거 정부 이사는 대한통운이 전담했지만 최근 공개입찰제가 도입되면서 다른 물류업체들도 정부 물량을 분담하고 있다. 국토부 이삿짐은 많은 업무량만큼 5t 트럭 기준으로 665대나 된다. 이는 1차로 세종시로 이사하는 13개 부처 물량 2499대(5t 기준)의 26.6%에 해당하는 것이다. 재정부는 370여대, 농식품부는 200여대가 투입된다.국토부 관계자는 “기록물이 다른 부처에 비해 많고, 옮겨 가는 공무원도 많기 때문”이라면서 “항공·해양·도로 관제 시스템을 합하면 이삿짐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비용도 엄청나다. 13개 부처의 총 이전비는 전자정부지원사업비 70억원과 특수장비 운송비용을 포함해 총 324억원에 이른다. 국토부의 경우 특수장비 이전을 제외한 일반 이사비만 5억 6020만원이다. 재정부의 이사비도 5억 4805만원이나 된다. 85㎡ 규모의 아파트 기본 이사비용이 약 1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일반 가정 1100가구가 이사를 갈 수 있는 규모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재정부의 경우 국토부보다 물량이 적지만 이사품목에 고가의 미술품이 20여점 있어서 무진동 차량이 투입되는 탓에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이동인 만큼 지켜야 하는 원칙도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기록문서와 창고의 기자재들이 옮겨 가고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는 업무에 필요한 컴퓨터와 문서 파일, 집기류가 이동한다. 과천청사 관계자는 “주중에 이사를 하게 되면 업무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라면서 “선발대로 이사를 가는 부서는 장관의 눈치를 2주일간 안 본다는 장점도 있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비밀문서는 더 까다롭게 다룬다. 일반적으로 비밀문서는 이사 첫날이나 마지막날에 이동하게 된다. 이사 중간에 비밀문서를 옮길 경우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문 차장은 “혹시나 분실되거나 파손됐을 때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은 물론 운송업체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 이사의 특징은 그 흔한 사다리차가 없다는 것이다. 운송업계 관계자는 “과천 청사의 창문이 너무 좁아 사다리차를 사용할 수 없다.”면서 “엘리베이터를 통해 옮기지 못하는 큰 짐은 계단을 통해 하나하나 옮기는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이사와 함께 새 사무실의 자리가 어떻게 배치되는지도 공무원들에게는 관심사다. 한 서기관급 직원은 “국·실과 과별 위치는 정해졌지만 사무실 내부 배치는 아직 유동적”이라면서 “부서장의 자리를 어디로 할 것인가와 함께 자기 자리가 어디가 될지에 직원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천에 버리고 가는 짐은 없다. 과천청사 관계자는 “가정집처럼 새집에 들어간다고 새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모두 싸가지고 가야 한다.”면서 “문서도 보존기한이 정해져 있고 기한이 지난 것들은 이미 파기했기 때문에 현존 물품을 그대로 세종시로 옮긴 뒤 일부 추가로 필요한 품목만 구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19세기 말 유럽서 5년간 공연 ‘한류’ 발레 ‘조선에서 온 신부’ 全악보·줄거리 발굴

    19세기 말 유럽서 5년간 공연 ‘한류’ 발레 ‘조선에서 온 신부’ 全악보·줄거리 발굴

    일본에 침략당한 조선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5년간 장기 공연됐던 발레의 악보와 줄거리를 모두 확보했다. 이는 2003년 ‘아트뱅크’의 윤형원 대표가 작곡가 요제프 바이어(1853~1913)의 발레곡 ‘조선에서 온 신부’ 중 ‘두 번째 접속곡’의 피아노 편곡 악보를 확보한 지 9년 만의 쾌거다. 당시 악보의 출간 연대를 토대로 발레 공연이 1897년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지만 작품의 줄거리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은 29일 박희석 박사(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박사 후 과정 연구원)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클래식 전문 출판사 창고에서 4막 9장 전곡 악보와 표지, 포스터 등을 모두 확보했다고 밝혔다. 총 543쪽 분량의 악보와 함께 발레 줄거리가 쓰인 15쪽의 문서도 함께 발견됐다. 이번 발굴은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학과장 이은정 교수)와 보쿰대 한국학과가 공동 진행하는 해외 한국학 중핵 대학 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줄거리는 일본의 침략을 받은 조선의 왕자가 나라를 구하려고 전쟁터에 나가고 그를 사랑하는 조선 여인이 함께 전장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다. 사업단은 “당시 동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유럽에서 일본 배경의 오페라 ‘나비부인’(1904)이나 중국 소재 ‘투란도트’(1926)에 앞서 한국 소재의 공연이 사랑받았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공연은 1897년 5월 당시 궁정오페라하우스(현 국립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이후 5년간 정식 레퍼토리로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모았다, 흩어진 범죄 DNA…잡혔다, 미제사건 실마리

    모았다, 흩어진 범죄 DNA…잡혔다, 미제사건 실마리

    서울 금천구 독산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하 유전자감식센터는 ‘범죄자들의 DNA 은행’이라고 불린다. 매년 10만건이 넘는 DNA 감정 의뢰를 처리하기 위해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했던 국과수 본원 유전자감식센터를 확장 이전한 곳이다. 2010년 ‘DNA 보관법’ 개정으로 흉악범 및 강력범죄 현장에서 채취된 DNA 실물 및 분석정보를 통합, 영구 보관하는 일이 이곳의 주된 업무다. 25일 독산동 유전자감식센터를 찾았다. 범죄자들의 DNA 은행인 독산동 센터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DNA 감정 의뢰. 발신 서울 금천경찰서’. 유전자감식센터에 투명한 비닐봉지 하나가 배달됐다. 봉지 속에는 한 남성의 구강 세포를 채취한 면봉이 들어 있었다. 연구원이 조심스레 면봉 일부를 잘라 DNA 채취 작업을 시작했다. 면봉 속 DNA는 바로 유전자 증폭기(PCR)로 보내졌다. 유전자 증폭기는 소량의 DNA를 분석 가능할 정도의 양으로 늘려주는 기계다. 잠시 후 모니터 위에는 개인 식별이 가능한 13개의 선이 나타났다. 이른바 DNA 지문(DNA fingerprint)이다. DNA의 염기서열 중 반복해서 나타나는 이 13개 구간이 완벽히 일치하면 과학적으로 동일 인물로 판정한다. “결과가 잘 뽑혔어요.” 연구원이 전산망에 DNA 정보를 입력하자 ‘유전정보 일치 3건’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남자의 DNA는 과거 발생한 3건의 특수강도강간 사건 현장에서 채취된 DNA와 완벽히 일치했다. 해당 DNA의 주인은 경찰을 폭행해 구속된 중국 국적의 교포 이모(45)씨. 2004, 2006, 2008년 서울 관악구 등에서 여성 혼자 있는 집에 침입해 강간한 뒤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 단순 공무집행 방해범이 연쇄강도 강간범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센터는 외부인의 접근이 철저히 봉쇄돼 있다. 자칫 보관 중인 DNA 샘플에 외부인의 DNA가 섞이면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는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센터 안은 온도부터 습도, 먼지 하나까지 봉쇄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대형 냉동 창고가 있다. 액화 질소를 이용해 영하 20.6도 속에서 범죄자들의 DNA를 보관하는 DNA 스토리지 시스템이다. 가정용 대형냉장고 10대 정도(가로 5대, 세로 2대)를 연이어 붙여놓은 듯한 크기지만 용량은 기대 이상이다. 대당 가격이 5억원인 DNA 스토리지는 최대 2000만명의 DNA 샘플을 보관할 수 있다. 기계 속에는 과거 범죄 현장 등에서 수집한 정액이나 침, 타액 등에서 뽑아낸 숨은 범죄인의 DNA 정보가 새끼손가락 반만 한 크기의 하얀 튜브에 담겨 보관된다. 빠른 검색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모든 정보는 13자리 영문숫자 조합으로 코드화한다. 현재 영구 보관을 위해 정리를 마친 DNA 정보는 8만 2864건. 국과수는 앞으로 수십만 개에 이르는 성폭행범의 DNA와 현장 증거물을 정리해 보관할 예정이다. 이경룡 독산동 유전자감식센터 팀장은 “범죄자 DNA 은행이 완전히 구축되면 흉악범이 재범을 저지를 경우 현장에서 발견된 1ng(나노그램, 10억분의1g)의 미세 증거만으로도 범인을 특정할 수 있게 된다.”면서 “수년간 미제로 묻힌 사건 속 범인들을 법의 심판대 위에 세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케네디가 죽지 않았다면 세상은 더 나아졌을까?

    케네디가 죽지 않았다면 세상은 더 나아졌을까?

    자동차(영화 ‘백 투 더 퓨처’)나 파란 전화박스(영화 ‘닥터 후’)를 타고 떠나는 요란한 시간 여행을 상상했다면 실망할 게 뻔하다. 드라마 ‘닥터 진’의 주인공처럼 급작스럽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장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은 전 세계 3억명의 독자를 지닌 이야기꾼 ‘스티븐 킹’(65)이 촘촘하게 엮어 놓은 서사의 그물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사건을 바꾼다면 세상은 더 나아질까’라는 작가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소설 ‘11/22/63’(황금가지 펴냄)은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자 불황과 냉전, 전쟁의 공포로 치닫던 시기에 희망을 제시한 존 F 케네디의 암살을 막는다면 어떻게 역사가 달라질 것인가 하는 그럴듯한 가정을 소설적 상상력으로 흥미롭게 풀어 간다. 소설의 주인공인 35세의 영어교사 ‘제이크 에핑’은 사실 작가의 분신이다. 미 메인주 출신으로, 세탁공장 인부와 건물 경비원을 전전하다 작은 공립학교의 영어교사로 일했던 작가는 역시 메인주 출신의 궁핍한 영어교사 에핑을 내세워 자전적 얘기인 양 소설을 서술한다. 어느 날 에핑에게 동네 음식점 주인이자 친구인 앨이 비밀스럽게 시간 여행을 제안한다. 앨의 음식점 창고에 1958년 9월 9일 오전 11시 58분으로 고정된 시간대의 한 곳으로만 여행이 가능한 통로가 자리한다는 것이다. 반신반의하던 에핑은 몇 시간 동안 과거를 돌아보고, 그날 밤 앨로부터 1963년 11월 22일 벌어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막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폐암 말기인 앨은 암살을 막기위해 1958년부터 1963년까지 무려 5년이란 시간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케네디가 죽지 않았다면? 작가는 후임 대통령인 존슨과 닉슨에 의해 베트남전이 확전되지 않았을 것이고 6만명의 미군과 수백만명의 베트남인이 목숨을 부지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러시아인 아내를 수시로 폭행하는 떠돌이 건달에 불과했던 암살범 오스왈드를 사전에 제지하거나 배후 세력을 알아내는 대안이 제시된다. 하지만 주인공이 미래에 영향을 주는 작은 일이라도 바꾸려 들면 의문의 사건이 끊임없이 터져 이를 방해한다. 외줄을 타듯 위태로운 상황과 기나긴 시간의 기다림을 뚫고 주인공은 마침내 역사의 진실에 한발 다가서는데…. ‘미저리’ ‘미스트’ 등 스티븐 킹의 다른 작품들처럼 마치 영화 속 스릴러를 보는 듯한 흡인력이 돋보인다. 2권은 새달 초에 나온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연평도 포격 2년] 섬 곳곳 주택개량 한창… 연습 포성에도 당시 공포에 몸서리

    [연평도 포격 2년] 섬 곳곳 주택개량 한창… 연습 포성에도 당시 공포에 몸서리

    “그래도 대대로 살아온 이곳이 좋지요. 북한이 또다시 도발할까 두렵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달리 갈 데가 없지 않습니까.”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의 포격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이곳 주민들은 김장을 하고 굴을 캐는 등 생업에 열중하면서 겨울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포격 이후 육지로 피란 나와 “다시는 연평도에 들어가기 싫다.”며 인천시에 정주할 곳을 요구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포탄에 집이 날라가 연평초등학교에 임시로 마련된 조립식 목조주택에서 머물다 지난해 말 새로 지어진 자택으로 돌아온 김모(57·여)씨는 “‘예전처럼 섬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십년 넘게 삶의 터전이었던 섬을 떠날 순 없었다.”면서 “시간이 약인지 새집에 들어온 뒤 예전 생활을 되찾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의 주민등록 인구는 포격 당시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22일 현재 2065명으로 2010년 1756명보다 300여명 증가했다. 장흥화 연평면 부면장은 “순수한 거주민이 늘어났다기보다는 군부대 증원으로 군 간부 가족들이 연평도로 이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을은 한눈에 보기에도 산뜻해져 있었다. 포격으로 파손돼 새로 지어진 32채 외에도 180채의 노후주택이 리모델링되었기 때문이다. 50채는 주택개량이 아직 진행 중이다. 30년 이상된 노후주택은 정부지원금과 자부담 8대2 비율로 개량할 수 있다. 이 밖에 통합 초·중·고교, 상가, 숙박업소의 신축이 한창이어서 마치 마을이 공사현장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중장비의 굉음이 들린다. 외지서 500여명의 공사인력이 몰려드는 바람에 여관·민박집의 방도 동이 났다.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에 신축되는 통합학교 건설현장에서 만난 최모(42)씨는 “우리도 공사장 인부 수를 잘 모를 정도로 공사인력이 많다.”면서 “숙박업소가 꽉 차 가정집 방을 빌려 잠을 자고 있다.”고 밝혔다. 포격 2주년을 맞아 23일 준공되는 안보교육장은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안보교육장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734㎡ 규모의 안보교육관과 피폭가옥 3채로 구성된다. 피폭가옥은 포탄을 맞아 철저히 부서진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되었는데 앞에는 ‘포격 1∼2분 전까지 사람이 있던 집입니다’라는 팻말을 붙여 놓아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주택 지붕은 포격에 날아갔는지 앙상한 철골 뼈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고 그을린 가스통, 종잇장처럼 구겨져 나뒹구는 가재도구는 그날의 참상을 말해주는 듯했다. 연평도를 상징하는 꽃게잡이는 지난달 중순 이후 조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꽃게 수가 갑자기 줄어들면서 이달 말까지 예정된 가을철 조업이 중단되고 지금은 바다에 나가도 어구 수거작업을 하는 정도라고 한다. 선주인 유모(50)씨는 “봄에는 꽃게가 많이 잡혔어도 크기가 작아 제 값을 못 받았는데 가을에는 그나마도 나오지 않아 올해 꽃게농사는 엉망”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부둣가에 나가 5만원의 일당을 받고 그물에서 꽃게를 떼내는 작업을 하던 주민들도 덩달아 돈벌이를 못하고 있다. 가을조업이 시작된 9월 이후 두 달간 연평도 꽃게 어획량은 87만 820k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량 감소했다. 어획고도 56억원에서 30억원으로 줄었다. 마을 여성들은 연평도 인근 갯벌에 나가 굴을 캐 그런대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은 ‘조금’ 때라 오후에 나가 서너 시간 굴을 캐면 하루 7만~8만원을 벌 수 있으니 제법 짭짤한 돈벌이인 셈이다. ‘거문여’로 불리는 곳에서 만난 김모(73) 할머니는 “하루 6㎏ 정도의 굴을 캐는데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안정적이지는 못하다.”면서 “그래도 하루 3만 7000원 받는 취로사업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을에 복귀한 뒤 대체로 일상적인 삶을 찾아가고 있지만 잠재된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연평도에 주둔하는 군이 사격연습을 하면 2년 전의 악몽이 떠올라 놀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민모(50·여)씨는 “며칠에 한 번씩 포소리가 들릴 때마다 군부대 연습이려니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밖에 나가보곤 한다.”면서 “면사무소에서 사전에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방송을 하지만 못 들을 때가 많다.”말했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불시에 연평도를 방문했을 때는 갑자기 헬기들이 섬에 들이닥쳐 놀란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강박증과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옹진군은 정신건강 전문의 등 의사들을 주기적으로 연평도에 보내 우울증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에게 상담과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김병문 연평초등학교 교장은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밝아졌지만 상처가 완치된 것은 아니다.”라며 “학생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유관 부처와 많은 사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연평도에 2박 3일 머물면서 느낀 것은 섬 사람들의 마음이 삭막해져 있다는 점이다. 이웃끼리 왕래나 대화가 포격 전보다 줄어들었고 대화를 하더라도 깊은 얘기는 되도록 삼가는 분위기다. 외지 사람들이 말을 붙이기는 더욱 힘들다. 지난 10여년간 6차례나 연평도를 찾았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박모(53·여)씨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포격사건 이후 이웃끼리 덜 친하게 된 것 같다.”면서 “어쩌다 이웃과 얘기를 나눠도 깊이 있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선거가 다가왔지만 이곳에서는 정치나 대선 후보들에 대해 얘기하는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이모(56)씨는 “지난번 대선 때만 해도 누가 낫느니 하면서 말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정말 하기 어려운 얘기”라고 전제한 뒤 포격으로 부서진 집 신축이 주민 간 반목의 원인이 되었다고 귀띔했다. 전에 허름했던 집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말끔한 양옥으로 단장되자 이웃들이 시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민들 간에는 ‘로또를 맞았다’는 빈정거림도 나왔다. 실제 집과 창고가 신축된 주민은 “이웃의 눈총으로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밝혔다. 인심이 흉흉해진 데에는 당국에 대한 불만도 작용하는 것 같다. 성조차 밝히기를 거부한 주민은 “포격사건 이후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발표해 섬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폭격 맞은 집이 새집으로 된 것 말고는 좋아진 것이 없다.”고 비꼬았다. 주민들은 가정용 보일러에 쓰는 기름에 대해 면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반 등유가 드럼당 39만원인 것에 비해 면세유는 21만원에 불과해 면세유를 공급받을 경우 생활비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최모(54)씨는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지만 정부가 주민들에게 정주환경을 보장한다며 섬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으면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민 1인당 월 5만원의 정주생활지원금이 지급되지만 생활에 큰 보탬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주민들은 나아가 의료시설과 생활편의시설 부족을 하소연한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00명이 넘어 보건소 만으로는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당국이 섬에 작은 병원이라도 하나 세워주거나 주민이 군부대 의무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모(51)씨는 “목욕탕 하나 없어 목욕을 하려면 인천으로 나가야 하는 현실에서 주민들에게 위험을 감수하면서 섬에 살라고 하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이지만 내재된 불안과 불만, 포격 2주년을 맞은 연평도의 현주소다. 연평도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프로농구] 모비스 질식수비 ‘태풍’ 삼켰다

    [프로농구] 모비스 질식수비 ‘태풍’ 삼켰다

    모비스가 ‘명품 질식 수비’를 선보이며 마침내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모비스는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83-58 완승을 거두고 6연승을 달렸다. 12승(4패)째를 거둔 모비스는 이날 경기가 없었던 SK를 끌어내리고 올 시즌 처음으로 단독 1위에 올랐다. 1라운드에서 오리온스에 당했던 패배(62-66)도 설욕했다. 모비스의 질식 수비가 빛난 경기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10개 구단 중 최소인 평균 65.2실점을 기록한 모비스는 1쿼터부터 철벽 수비로 오리온스를 틀어막았다. 오리온스는 1쿼터에서만 두 차례나 ‘샷 클락’(공격 제한시간)을 소진하고도 슛을 던지지 못했다. 리그 최고 가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전태풍이 공격 활로를 찾지 못한 채 내리 두 차례나 3점슛을 던졌지만, 모두 림을 빗나갔다. 반면 모비스의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함지훈은 각각 6득점을 넣으며 오리온스 진영을 누볐다. 2쿼터도 비슷했다. 모비스는 속공으로 쉽게 득점을 올린 반면, 오리온스는 상대 수비에 막혀 번번이 공격에 실패했다. 당황한 오리온스는 ‘턴오버’(실책) 8개를 연발하며 무너졌다. 오리온스가 2쿼터까지 올린 득점은 단 16점. 2009년 12월 1일 SK가 KT&G(현 KGC인삼공사)전에서 기록한 15득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점수다. 전반에만 42-16으로 무려 26점이나 벌어졌다. 오리온스는 3쿼터 초반 전정규가 연속 7득점하며 분위기를 살리려 애썼지만, 모비스의 파상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비스의 ‘판타스틱4’ 문태영(18득점)과 양동근(8득점), 함지훈(8득점), 김시래(7득점)가 고른 활약을 펼쳤고, 용병 듀오 라틀리프(20득점 10리바운드)와 커티스 위더스(14득점)도 펄펄 날았다. 부산에서는 서장훈이 부상 투혼을 보인 KT가 KGC인삼공사를 81-75로 꺾고 연승을 달렸다. 8승(8패)째를 거두며 .500 승률을 맞춘 KT는 5위로 올라 오리온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경기 종료 30여초 전까지 2점 차로 아슬아슬하게 앞서던 KT는 막판 제스퍼 존슨과 조동현의 슛이 잇따라 들어간 덕에 승리를 낚았다. 존슨(26득점)이 공격을 이끌었고, 신인 김명진은 상대 김태술을 잘 막아내며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서장훈(6득점)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김태술과 부딪쳐 입술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반창고와 거즈를 입에 문 채 출전하는 투혼을 보였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서울시내 대형마트들 주류코너 꼭꼭 숨긴다

    앞으로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는 술을 사기가 불편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객 동선과 떨어진 구석진 곳에 주류를 배치하고 박스 진열도 금지하는 등 ‘주류 접근성’을 최소화하는 각종 조치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청소년 등 가족 단위 쇼핑객이 많은 시내 대형마트 63개 매장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주류 접근성 최소화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을 띠는 것은 아니지만 대형마트들도 사회적 책임 준수 입장에서 이를 함께 협의했다. 가이드라인은 우선 주류 매장을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위치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류 매장은 다른 매장과는 별도로 공간을 나눠 벽으로 구분하고 따로 출입구까지 설치해야 한다. 매장 여건상 공간 분리가 불가능할 경우는 주류 매장을 고객 동선, 출입구 등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해야 하며 특히 식품 매장과는 인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모든 주류는 낱개 및 묶음 판매를 원칙으로 하되 박스 단위로 술을 사고 싶다면 매장이 아닌 창고로 직접 가서 술을 받아 와야 한다. 판촉을 위한 사은품 증정, 끼워 팔기, 전단지 배포, 동영상·가판대·술병 모형 광고도 불가능해지며 광고는 주류 매장에 설치하는 540×394㎜ 이내 포스터 및 패널 광고만 가능하다. 다만 재고 정리를 위한 할인 판매는 가능하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씨줄날줄] 골목상권과 소비자 보호/오승호 논설위원

    세계 1위 유통업체 월마트가 우리나라에 진출한 것은 외환위기 발생 이듬해인 1998년. 월마트는 당시 한국의 소비자들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시기여서 싼 제품을 무조건 좋아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월마트의 핵심 역량인 EDLP(Everyday Low Price·매일 염가판매) 전략을 그대로 구사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창고형 할인점 방식을 고수했다. 결국 적자가 누적되면서 2006년 철수했다. 한국 시장에서 실패한 월마트는 일본 유통시장에서는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처럼 가격인하 정책은 유지하고 있다. 월마트의 경영 이념인 ‘절약’이 일본 소비자들의 성향과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 4위의 글로벌 유통기업인 영국 테스코가 미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도 소비자에서 찾을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소규모 슈퍼마켓을 진출시켰지만 일주일에 한 차례씩 장보기를 하는 미국인들의 소비 패턴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소비자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대형 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를 통한 골목상권 보호 문제로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정부 따로, 정치권 따로’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지난 16일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 제한(밤 10시~다음 날 오전 10시)과 의무휴업일(월 최대 3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식경제부가 대형 마트 등의 대표들과 회의를 열고 매월 2회 의무휴업, 인구 30만명 이하 도시의 대형 마트 출점 자제 등 굵직한 합의를 이끌어 낸 지 불과 하루 만이다. 법 개정안의 상임위원회 통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 진전에도 불구하고 대형 마트나 SSM에 대한 허가제가 도입되지 못한 점을 들어 추가 대책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반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무시한 전형적인 포퓰리즘법이라며 반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회적 약자인 영세 상인은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 편익을 생각하지 않는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을 제한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밤늦게, 또는 휴일에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상생하기 어렵다. 전통 시장의 주차시설, 신용카드 결제나 환불 시스템, 친절 등 자생력을 키울 필요성도 규제 못지않게 절실하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고졸 생산직 초임 대졸의 82%… 4년째 상승

    고졸 생산직 초임 대졸의 82%… 4년째 상승

    대졸과 고졸 사원 간의 임금 격차가 47만원까지 좁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졸 채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처우가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종업원 100인 이상 542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2년 임금조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대졸의 평균 초임은 255만 4000원으로 고졸 생산직(208만 4000원)보다 47만원 많았다. 대졸 초임 대비 고졸 생산직 초임 수준은 2008년 이후 4년 연속 상승했다. 2008년 78.6%였던 대졸 대비 고졸 임금은 매년 소폭 상승해 올해 81.6%를 기록했다. 대졸의 상승 속도보다 고졸의 상승 폭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다만 고졸 사무직(187만 5000원)의 4년간 초임은 73~75%로 아직 큰 변화가 없었다. 경총 관계자는 “올해 4월 기업들의 채용 계획을 조사했을 때에도 고졸 채용 증가율은 5.2%로 대졸 2.4%의 두 배가 넘었다.”면서 “생산직을 중심으로 고졸자의 처우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산업별로는 금융 및 보험업의 대졸 초임이 305만 600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운수창고업과 통신업(260만 2000원), 제조업(256만 7000원), 도·소매업(253만 8000원), 건설업(246만 5000원)이 그 뒤를 이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빼빼로데이의 비극’ 20대男, 11일 여친 이별 통보에 살해

    서울 동작경찰서는 헤어지자는 여자 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박모(29·회사원)씨에 대해 살인 및 시체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12일 오후 7시 40분쯤 서울지하철 7호선 상도역 인근에서 여자 친구 A(24)씨를 만나 자기 차에 태운 뒤 마음을 돌리지 않으면 자해하겠다고 위협하다 뜻대로 안 되자 A씨의 목과 가슴 등을 28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신을 차에 싣고 경기 고양시 집으로 돌아온 박씨는 다음 날 태연히 회사에 출근해 “전처가 교통사고를 내 사고 수습을 하러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여행용 가방을 구입, A씨의 시신을 그 안에 넣고 사흘간 아파트 지하 창고에 방치했다. 지난해 이혼한 박씨는 올 4월부터 A씨와 연인 사이로 지내 왔으며 범행 전날인 11일 ‘빼빼로데이’에 메신저로 이별 통보를 받자 다음 날 헤어지자는 이유를 알고 싶다며 A씨를 불러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박씨가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과도 6자루를 미리 구입한 점 등으로 미뤄 이별 통보에 앙심을 품고 계획적으로 살인을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부부가 장물 팔고… 직원이 창고 털고 스마트폰 절도 기승

    스마트폰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교적 현금화하기 쉽고 장물업자가 팔아넘기면 값을 후하게 쳐준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16일 창고에 보관 중이던 휴대전화 500여대를 훔친 LG U+ 유통점의 영업과장 박모(30)·윤모(32)씨를 절도 혐의로, 이들로부터 훔친 휴대전화를 사들인 장물업자 이모(35)씨를 장물취득 혐의로 구속했다. 박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9월까지 총 18회에 걸쳐 자신들의 근무지인 서울 창동의 LG U+ 유통점 창고에서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3 등 휴대전화 544대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은 장물업자 이씨에게 최신 스마트폰은 대당 30만∼40만원, 구형 휴대전화는 대당 2만원에 팔아 5000여만원을 챙겼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 등은 평일 특정 시간이나 휴일에는 휴대전화를 보관하는 유통점 창고가 빈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분실 신고가 접수된 휴대전화는 100대 정도”라면서 “박씨 등은 휴대전화를 팔아 남긴 돈을 모두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말했다. 훔친 스마트폰을 국외로 밀반출한 장물업자들도 꼬리가 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불법개통·분실 스마트폰을 사들여 해외로 팔아넘긴 진모(38)·이모(35·여)씨 부부 를 상습 장물취득 혐의로 구속했다. 진씨 등은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포털 사이트에 ‘연체·해지폰을 매입한다.’는 광고를 올려 택시기사 등으로부터 불법 개통됐거나 분실된 스마트폰 276대를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수집한 스마트폰은 중국 본토와 홍콩 등으로 밀반출돼 대당 10만~15만원 정도에 팔려 나갔다. 경찰은 이 부부의 영업 장부에서 압수한 스마트폰 276대 외에 1000여대의 스마트폰 거래 기록을 추가로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한 스마트폰 가운데 유심칩이 꽂혀 있는 경우는 이전 번호를 조회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6) 군산 창길과 해망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6) 군산 창길과 해망로

    전북 군산시 내항의 서쪽 끝에 위치한 창길은 내륙 쪽에서 바다를 향해 남북으로 곧게 이어져 있다. 조선시대까지의 영화와 일제시대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의 길이다. 중앙로의 군산 동산중학교 앞에서 시작해 해신동 주민센터, 119 안전센터, 군산해양경찰서를 거쳐 동서로 뻗은 해망로와 만나서 한 블록쯤 더 가면 도선장과 조우한다. ‘창고 길’이라는 이름처럼 창길과 이 일대는 조선시대, 일제 강점기 쌀을 보관하던 미곡 창고가 있었던 곳이다. 고려 말에도 전국 12조창 가운데 한 곳인 진성창이 이곳에서 4㎞ 남짓 떨어진 성산면 창오리 창안마을에 있었다. 창길 21에 위치한 군산해양경찰서. 이곳에는 조선 중종 7년이던 1512년 세워져 칠읍 해창 또는 군산창으로 불리던 쌀 창고가 있었다. 전북 일대 고을에서 가을에 세금으로 쌀을 거둬 군산창에 보관하다가 다음해 2~3월쯤 배로 실어 한양으로 옮겼다. 창길을 중심으로 한 군산창은 활기찬 항구 도시였다. 영조 때 편찬 된 속대전에는 “군산창에는 쌀을 실어나르는 조함이 18척, 이를 관리하던 조군이 816명 있었다.”고 적고 있다. 그들의 가족들을 포함하면 최소 3000여명의 인구가 이곳에서 상주했다고 여겨진다. 가을이면 수확한 쌀을 사고팔기 위한 상인들과 일확천금을 꿈꾸던 상인들이 모여들어 주막과 객주들은 붐볐으며 놀이패들과 구경꾼들로 도시는 활기를 띠었다고 전한다. 일제 강점기에도 군산이라는 지위는 더욱 두드러졌다. 군산은 식민지 조선의 쌀과 원료를 일본으로 수탈해 가던 수송 기지였다. 일제는 군산항의 큰 조수 간만의 차를 극복하고 효율적으로 쌀을 가져가기 위해 바닷물의 높낮이에 따라 다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뜬다리 부두(부잔교)를 건설했다. 뜬다리 부두 앞 내항 일대에 쌀 저장창고를 만들었다. 이 일대는 쌀을 저장하는 지역이란 뜻으로 장미동으로 불렸다. 쌀의 저장과 반출이 늘면서 일본인들의 진출과 활동이 활발해졌다. 1920년대부터 쌀가공 수출업으로 재미를 본 일본 상인들은 쌀의 집결지라는 점을 이용해 창길 부근인 영화동에 정미 및 양조 공장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퇴락해 가는 나지막한 건물들에 맛집과 술집들이 가득한 영화동과 그 주변을 따라 정종공장과 양조장들이 세워졌다. 철공소, 고무 공장, 농기구 제작소, 제염소 등이 잇따라 들어섰다. 1934년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반출된 쌀의 양이 200만석을 넘어섰다는 기록은 이 지역의 성격을 상징한다. 인구가 늘고, 일본 자본의 진출이 많아지면서 해안을 따라 동서로 뻗으며 도선장 사거리에서 창길과 엇갈리는 길이 만들어진다. 일본인들의 상업중심지가 들어서는 ‘본정통’이다. 일본인들에게 혼마치라고 불렸던 이 길이 지금의 해망로다. 도선장 사거리에서 해망로를 따라 지금은 해망로 264의 한국전력, 옛 군산세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옛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채만식 소설비,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등이 늘어서 있다. 창길은 동서로 이어지는 해망로와 중앙로 사이에 있는 셈이다. 일제 강점기 이 지역은 일본인들에게 부와 성공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고, 열려 있는 희망의 도시였다. 1935년 공식 인구 3만 7000여명 가운데 1만명이 일본인이었다는 것이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 준다. 번화한 상업거리인 본정통의 배후지인 영화동 일대는 조선시대 해군기지인 군산진과 쌀 수송 창고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1899년 개항 이후 조계지역을 만들면서 일제가 조선의 자취를 완전히 밀어버리고 새로 금을 그어 재개발을 했다. 조상대대로 이 지역에서 살아오던 조선인들은 내쫓겼고, 조상들의 묘까지 이장당했다. 일본인에게 밀려난 조선인들은 산비탈 움막에 살면서 부둣가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 갔다. 채만식의 ‘탁류’는 고향에서 밀려나 식민지 산업의 도구로 전략한 1930년대 조선인들의 무력함과 힘겨움을 그렸다. 본정통의 조선은행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쌀 선물시장인 미두 취인소가 있었다. 채만식은 그의 소설 곳곳에서 이곳으로 밀려들어 온 조선의 지주와 양반들이 미두 취인소에서 일본 자본가들에게 농락을 당하면서 패가망신해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는 모습들을 그려 놓았다. 옛 미두 취인소 터에는 미두장을 기념하는 비석만 덩그러니 서 있다. 군산항의 주요 기능이 외항으로 옮겨 가고, 1995년 시청 등 주요 시설들도 창길과 영화동을 감싸고 있던 중앙로의 사옥을 버리고 조촌동으로 이사하면서 일제 강점기부터 영화를 누리던 창길과 해망로 그리고 내항 일대 등 구도심은 쇠락을 거듭해 왔다. 2.09㎢(약 63만평) 규모의 해상매립지 역시 바다를 건너 마주보고 있는 서천시 쪽의 강력한 반대로 개발이 미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산시는 구도심의 부흥을 위해 근대문화중심 도시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군산시 한상욱 토지정보과장은 “창길과 해망로 등 구도심을 문화의 메카로 만들고, 새만금 사업의 진전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활용해 구도심의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망로를 따라 이어지는 일제시대 유산들은 지난 2009년부터 ‘근대문화벨트지역’으로 단장되고 있다. 100억원을 들여 일제강점기 당시의 건물들을 복원하고 있다. 올해말까지 금융박물관, 갤러리, 공연장, 고서 전시장으로 거듭난다. 해군기지이자 조운을 위한 항구였던 군산의 모습을 시대별로 재현하고 당시 유물과 유적들을 모아 놓은 군산 근대역사박물관도 지난해 문을 열었다. 군산시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문화 유산을 활용해 근대문화 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퇴락해 가는 구도심을 살리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군산 내항을 중심으로 한 근대문화벨트지역과 함께, 군산시는 옛 개항장과 조계지 외각의 문화유산들을 엮어 관광문화 자원으로 개발하는 ‘근대역사경관지역’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흥동 히로스 가옥 등 일본식 가옥들과 국내 유일의 일본식 불교사찰 동국사, 해망굴 등을 잇는 지역은 창길과 해망로와 함께 중국인과 일본인들에게도 관심을 끌기 시작한 군산의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글 사진 군산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27회에는 부산 서구 임시수도기념로를 소개합니다.
  • 3050 ‘감성 터치’ 극장 비수기 혁명

    3050 ‘감성 터치’ 극장 비수기 혁명

    극장가에 비수기가 사라지고 있다. 영화계의 비수기는 각급 학교가 개학하고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3~5월과 연말 성수기를 앞둔 10~11월. 이 시기에는 관객 수가 급감하고 화제작도 많지 않아 극장가가 침체됐다. 하지만 요즘은 비수기에도 성수기 못지않은 관객이 몰려 흥행작이 쏟아지고 있다. 더 이상 계절적인 요인은 영화 흥행의 변수가 아니다. 영화의 완성도와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방학, 연말연시 등 특정한 시기에만 극장을 찾던 관객들의 관람 패턴이 변하고 있다. ●영화의 질적 성장… ‘화려한 비수기’ 올해 10~11월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비수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늑대소년’이 36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멜로 영화 1위를 넘보고 있고 꽃미남 살인범과 그를 쫓는 형사의 추격전을 실감나게 그린 ‘내가 살인범이다’(8일 개봉)도 4일 만에 72만명을 돌파하는 등 11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늑대소년’은 주말에 하루 50만명이 넘는 관객이 극장으로 몰렸다. 수능 특수와 15세 관람가를 감안하더라도 이는 여름 성수기에 맞먹는 숫자다. 지난해 10~11월에는 박스오피스 1위 영화가 평일 7만~10만명, 주말 20만~30만명 정도 극장에 몰렸다. 하지만 올해는 1위 영화가 평일 하루 15만~20만명, 주말에는 40만명 이상 동원해 ‘전통적인 비수기’의 개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18일 개봉한 ‘용의자X’는 150만 관객을 넘겨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007 스카이폴’은 영국 첩보물의 고전적인 품격을 자랑하며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도 10월 비수기에 꾸준히 관객을 끌어모아 1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가 올해만의 경향은 아니었다. 지난해 비수기에 접어드는 9월 22일에 개봉한 ‘도가니’가 다소 무겁고 어두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466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어 10월에 개봉한 ‘완득이’도 예상 밖으로 5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비수기를 활용해 그동안 묵혀 왔던 ‘창고 영화’를 방출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려는 ‘19금 영화’들이 쏟아지던 관행도 올해는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상반기도 마찬가지다. 봄 비수기인 3~5월의 경우 예년에는 국내 화제작이 없다 보니 해외에서 몇 년씩 묵힌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올해는 3월에 개봉한 ‘건축학개론’이 410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역대 멜로 영화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5월에 개봉한 ‘내 아내의 모든 것’ 역시 로맨틱 코미디로서는 드물게 450만 관객을 동원해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성수기인 설 연휴를 피해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도 469만명을 동원하며 ‘중박’을 쳤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처럼 극장가에 비수기가 사라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관객층의 확대를 꼽았다. 10~20대가 영화의 주 타깃이던 과거에는 방학 등 학생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 비수기가 정해졌다. 하지만 최근 30~50대 관객이 주된 영화 관람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기를 타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CJ엔터테인먼트의 박루시아 과장은 “최근 극장가에 30~50대 관객이 급증하면서 그들의 감성과 취향에 맞춘 영화들이 흥행했다. 작품만 좋다면 시기에 관계없이 주말 등을 활용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비수기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급사, 개봉시기 눈치작전 치열 따라서 배급사들의 개봉 전략이 더욱 섬세해지고 세분화되고 있다. ‘여름엔 코미디’ 같은 계절이나 장르에 따른 공식이 사라졌다. 관객들의 성향과 대중문화의 트렌드에 따른 시의성, 경쟁작과의 대진표 등에 따른 맞춤형 개봉 전략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한 영화 배급사의 관계자는 “요즘은 개봉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해졌기 때문에 개봉 시기를 확정해 놓지 않고 경쟁작들의 눈치를 보다 막판에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쇼박스나 NEW처럼 극장을 갖고 있지 않는 배급사의 경우 경쟁이 덜한 비수기에 경쟁력 있는 작품을 내놓아 입소문 효과를 통해 장기전으로 가는 흥행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쇼박스 마케팅팀의 이현정 팀장은 “그동안 비수기를 타지 않았던 영화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유일했지만 국내 영화도 작년 하반기부터 비수기 구분이 사라진 것 같다.”면서 “배급사에서도 시기에 관계없이 흥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개봉 시기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성공하는 영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기에 경제적인 여유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극장가는 호황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형 멀티플렉스의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문화 생활을 그만두기 힘든 사람들이 대체재로 영화를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비수기’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NEW 마케팅팀의 박준경 차장은 “예전에는 개봉 시기를 성수기로 먼저 잡고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개봉했지만 요즘은 영화의 완성도가 높아야 개봉한다.”면서 “개봉 시기에 따른 특정한 매뉴얼과 공식이 사라졌다. 이제는 볼 만한 영화가 없는 시기가 비수기”라고 강조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현대車, 브라질에 남미 첫 생산라인

    현대車, 브라질에 남미 첫 생산라인

    현대차가 브라질 공장을 준공하면서 10년 만에 해외 생산 네트워크 구축의 방점을 찍었다. 이로써 현대차는 2002년 중국 1공장 준공 이후 미국과 중국, 인도, 터키, 체코, 러시아에 이어 브라질까지 모두 7개 나라의 생산 공장을 갖추게 됐다. 현대차는 지난 9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피라시카바시(市)에서 현대차 브라질공장(HMB)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브라질 생산과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준공식에서 “브라질 공장 준공을 계기로 10년 만에 글로벌 생산 체계 구축을 마무리했다.”면서 “브라질은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번 생산 공장 가동 이후 시장 상황을 봐 가면서 투자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추가 공장 신설 등을 시사했다. 다만 정 회장은 브라질 이외의 해외 생산 기지 추가 구축 계획은 당분간 없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가 700여만대 정도를 내수와 수출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데 이 중 해외 비중이 80% 정도”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해외 생산 기지로는 중국 베이징의 기아차 3공장만이 남았는데 현재로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브라질 공장은 현대차의 남미 지역 첫 번째 완성차 공장으로 2010년 10월 착공에 들어가 25개월 만에 공사가 마무리됐다. 총 7억 달러(약 7700억원)가 투자된 이 공장은 139만여㎡(42만평)에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등의 완성차 생산 설비와 부품, 물류 창고 및 차량 출하장 등 부대시설이 들어섰다. 공장 운영이 본격화되는 내년부터는 연간 생산량을 15만대로 늘리고 SUV 형태의 ‘HB20X’와 ‘HB20의 세단형 모델’(차명 미정) 등 ‘HB20’에서 파생된 다양한 현지 전략 차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브라질 공장 준공으로 현대차는 기존 ▲미국 30만대 ▲중국 100만대 ▲인도 60만대 ▲터키 10만대 ▲체코 30만대 ▲러시아 20만대에 브라질 15만대를 더해 모두 265만대의 해외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브라질 공장 준공으로 현대차는 7개국 10개 공장에서 26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면서 “특히 세계 4대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한 브라질 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아버지·어머니~ 아! 그립습니다

    올겨울에도 만만치 않은 ‘한파’(寒波)가 예상되는 가운데 부모님을 그리는 따스하고 애잔한 목소리가 담긴 시집 3권이 출간됐다. 2004년 등단한 박연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문학동네 펴냄)는 울림의 진폭이 남다르다. ‘아버지를 병원에 걸어놓고 나왔다/얼굴이 간지럽다/아버지는 빨간 핏방울을 입술에 묻히고/바닥에 스민 듯 잠을 자다/개처럼 질질 끌려 이송되었다/반항도 안 하고/아버지는 나를 잠깐 보더니/처제, 하고 불렀다….’(뱀이 된 아버지)처럼 섣부른 추측이 망설여질 만큼 한편 한편의 시는 담담하게 흐르지만 감출 수 없는 진한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 아버지를 오랜동안 병구완 한 시인의 독특한 인생 역정에서 나온 것이다. 2008년 창비신인시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백상웅 시인의 ‘거인을 보았다’(창비 펴냄)의 ‘거인’ 역시 부모님이다. 평생 오른손으로만 일하다가 팔을 굽히지 못하게 되었을 때 아버지는 멀쩡한 왼손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각목을 절구에 찧어서 질긴 실을 뽑아내듯 딱딱하고 팍팍한 어머니의 삶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묻어난다. ‘옷을 만들어 시집을 왔다는/어머니의 말, 각목으로 알아듣고는/나는 옹이가 빠져 구멍이 난 저고리를/생각했다, 그땐 각목이 귀했을지도 몰라./옆집 창고에서 빌려왔을지도 몰라.’(각목) 등단 30주년을 맞은 고운기 시인의 ‘구름의 이동속도’(문예중앙 펴냄)에선 무심하면서도 아픈 삶의 인연들이 모두 드러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부터 만나고 헤어진 여성들에 대한 단상까지…. 하지만 바람결에 흔들리는 단소 소리처럼 애틋하게 읽히는 건 역시 부모님에 대한 흔적이다. ‘저물 무렵/중환자실로 엄마가 오고 언니가 오고 동생이 오고/이모와 이모부가 오고/약속하지 않았는데도 모인 식구들을 한번 둘러보더니/조용히 눈을 감았단다…집에서 치른 그의 아버지의 장례식.’(다시 여자 K)에선 만나고 헤어진 한 여성의 얘기를 통해 자신의 추억으로 남의 슬픔을 대신해 울어 주고 위로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13개 광역지자체 면세점 1곳씩 허용

    서울, 부산, 제주를 제외한 전국 13개 광역지방자치단체(세종시 제외)에 시내 면세점이 들어선다. 관세청은 5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 진흥을 위해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신청 공고’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시내 면세점은 서울(6곳)과 부산(2곳), 제주(2곳) 등 시내 면세점이 설치된 지역을 제외한 광역자치단체다. 관세청은 광역단체별로 1개씩 허용할 방침이다. 신청 대상은 중소·중견 기업이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의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과 공기업(지방 공기업 포함)은 제외됐다. 신규 시내 면세점은 공공성이 강화된다. 매장(331㎡ 이상)과 창고(66㎡ 이상) 등의 기본 조건과 함께 매장 면적의 40% 또는 825㎡ 이상을 국산 제품과 지역 상품 판매 촉진을 위한 전용 매장으로 설치토록 했다. 희망자는 특허 신청서와 사업 계획서, 건물 등기부등본 등을 갖춰 다음 달 4일까지 사업지 관할 세관에 접수하면 된다. 관세청은 특허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외국인 방문객과 관광 인프라 등 주변 여건, 사업 지속 가능성, 보세화물 관리 역량 등을 심의해 이르면 연말까지 사전 승인 여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노석환 관세청 통관지원국장은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선정하는 한편 국산품 비중을 강화해 소비 조장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고성 ‘명태 특화산업’ 활기

    ‘명태의 고장’ 강원 고성에 명태 전문 음식점과 냉동·냉장보관창고가 들어서 명태특화산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고성군은 1일 고성명태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 개발과 상품화를 위해 올해 초 공모로 선정된 ‘고성명태 전문요리점 한수위’를 최근 죽왕면 오호리 봉수대 해변 맞은편에 설립해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전문 음식점 ‘한수위’ … 요리 개발 군 보조 60% 등 모두 1억 668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한수위는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과 주차장, 명태건조시설 등을 갖췄다. 한수위는 고성태로 만든 수육과 맑은 전골, 매운탕, 내장탕, 찜, 탕수육 등 요리류와 식해 백반, 조림 백반, 알탕, 회 냉면, 회 막국수, 해장국 등 식사류를 내놓는다. 또 해양심층수로 만든 북어, 명란젓, 고성태 아가미 식해, 고성태 김치 등도 판매하고 있다. ●냉동·냉장 창고 이달 말 준공 이와 함께 고성명태 가공산업의 핵심 시설인 냉동·냉장보관창고가 이달 중 준공될 예정이다. 모두 65억원이 투입돼 지난해 11월 착공한 냉동·냉장보관창고는 거진읍 송포리 일대에 3315t의 저장능력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된다. 지상 1층의 냉동·냉장실은 2015t의 저장능력을 갖추고 생물을 원형 그대로 냉장할 수 있는 코일 시스템이 도입됐으며 지상 2층의 냉동·냉장실은 유니쿨러 시스템으로 냉동 명태를 1차 가공한 코다리나 북어 등 명태가공품을 1300t 저장할 수 있다. 이 창고가 완공되면 러시아와 부산에서 들여 온 냉동명태를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게 돼 냉동명태 가공산업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달 중에 해풍명태 건조장 조성을 마무리하고 운영에 들어가 내년 초까지 모두 589t의 해풍건조 고성명태를 생산할 계획이다. 고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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