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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양정철의 처신/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양정철의 처신/이종락 논설위원

    김대중(DJ)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권노갑씨는 1998년 초 정부 출범 직후 일본으로 망명 아닌 망명을 떠났다. 이후 한화갑 원내총무 등 동교동계 참모들이 권씨의 귀국을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당시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견제로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권씨는 그해 12월 31일 조용히 김포공항으로 들어와 물밑에서 정치활동을 재개했지만,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이 참패하자 정동영 의원 등이 주도한 정풍운동의 희생양이 됐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던 이재오 전 의원은 MB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정권 2인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과 본선 때 MB 캠프의 좌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2008년 18대 총선에서 4선 도전에 실패한 뒤 떠밀리듯 미국으로 떠났다. 이 전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의 권력다툼 희생양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는 약 10개월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낭인’ 생활을 하다 2009년 3월 귀국한 뒤 2010년 7·28 재보선에서 승리해 여의도로 복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권노갑과 이재오에 비견될 인물은 단연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양정철 원장이다. 양 원장은 7년 전 문 대통령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인 뒤 2012년 총선과 대선, 2017년 대선 등 문 대통령이 주인공이 된 모든 선거운동의 기획을 주도한 ‘호위무사’였다. 문재인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인데도 그는 정부 출범과 동시에 돌연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뉴질랜드와 일본 등을 떠돌았다. 그도 권노갑과 이재오의 경우처럼 정치 일선에 복귀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고, 결국 지난 14일 내년 총선의 공천과 정국주도 전략을 짜는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했다. 동시에 양 원장에 대한 당내외 견제도 시작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양 원장이 지난 21일 서훈 국정원장과 서울 강남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4시간 이상 만난 장면이 한 인터넷 매체에 보도됐다. 양 원장은 “지인들과 함께한 사적 모임”이라고 밝혔지만, 그는 서 원장 이외의 동석자나 대화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양 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여당의 싱크탱크 수장이 국가 최고 정보기관장과 만난 것 자체가 비판의 소지가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국정원의 정치 개입 차단을 약속한 상황에서 총선 전략을 짜는 여당 인사와 국정원장의 만남은 부적절하다. 양 원장은 “제가 공익보도 대상도 아니다”라고 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뉴스 밸류가 높은 인물이다. 권력을 쥐고 있을수록 처신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면교사는 이전 권력자들을 통해 배울 수 있다.
  • 佛, 마크롱 정치적 타격… 英, 강경 브렉시트 우려

    佛, 마크롱 정치적 타격… 英, 강경 브렉시트 우려

    佛 집권당, 노란조끼 책임… 극우에 밀려 英, 브렉시트 혼란에 여당·제1야당 심판 ‘신생’ 브렉시트당, 양 거대 정당 꺾고 1위유럽의회 선거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유럽 각국 정치판이 요동쳤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은 각국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집권 여당 또는 기존 거대 정당이 세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영국에서는 여당인 보수당과 제1야당인 노동당이 몰락했다. BBC에 따르면 유럽의회의 영국 73석 가운데 현재 64석이 확정됐다. 강경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세력인 브렉시트당이 최대인 29석을 가져갔다. 노동당은 10석, 보수당은 3석에 그쳤다. 브렉시트 난맥상에 지친 영국 유권자들의 표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프랑스 집권당 ‘레퓌블리크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는 21석으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국민연합(RN)에 근소하게 뒤졌다. RN은 22석을 가져갔다. 유권자들이 6개월 넘게 이어진 ‘노란 조끼’ 시위의 책임을 마크롱 대통령 및 집권당에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96석으로 유럽 최대의 의석이 걸린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1위를 지켰으나 의석은 종전 34석에서 29석으로 5석 감소했다. 극우 독일을위한대안(AfD)은 이번 선거에서 종전 7석보다 4석 많은 11석으로 자리를 늘렸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으며 이를 무시하거나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는 10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기겠다”며 조기 총선 계획을 밝혔다. AP에 따르면 선거구의 3분의1 이상이 개표된 가운데 집권당 시리자는 23.86%를 득표, 33.3%를 득표한 제1야당 신민주당에 크게 뒤졌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인도 총선 개표 시작…나렌드라 모디 재임에 ‘바싹’

    인도 총선 개표 시작…나렌드라 모디 재임에 ‘바싹’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6주간 이어져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축제’로도 불리는 인도 총선 개표가 23일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나덴드라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국민당(BJP)이 주도하는 국민민주연합(NDA)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총선 개표가 10% 정도 이뤄진 가운데 전국 542개 선거구(543개 중 보궐선거구 1곳 제외) 중 319개 지역에서 BJP 주도의 NDA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의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중심의 통일진보연합(UPA)은 81개 지역에서 선두를 달리며 NDA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인도 선관위는 이날 전국 542개 선거구 100만여 투표소에서 수거한 전자투표기(EVM)를 토대로 개표 작업에 돌입했다. 검표원은 각 기기의 봉인을 뜯어 결과를 확인하며, 개표 작업은 인도 전역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진행된다. 과거엔 정오 무렵 총선 결과의 윤곽이 나왔으나 올해 2만여 투표소의 전자투표기에 대해 인쇄된 투표 결과지와 대조·검표하는 작업이 추가되며 5~6시간 이상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역대 최고치의 투표율을 보이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유권자 수는 9억여명으로 이 중 5억 8400만명이 이번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총선 투표율은 67.1%(잠정치)로 2014년 총선 투표율(66.4%)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총선 종료 직후 출구조사 업체들은 여당의 압승이 유력하다는 예측을 앞다퉈 내놓았다. BJP 주도의 NDA가 연방하원 542석 중 절반을 뛰어넘는 287~340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일부 매체는 BJP가 단독 과반 의석 확보까지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2014년 총선 당시 모디 총리의 BJP가 돌풍을 일으켰던 것에 버금가는 수준의 압승이 예상되자 여당 측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반면 INC 중심의 UPA 의석은 70~132석 수준으로 예상됐다. 과반은 커녕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참패할 것이라는 분석이 어느정도 들어맞는 모양새다. 야당 측은 이에 실망감을 감추며 출구조사에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모디 총리의 정적 중 한 명인 마마타 바네르지 웨스트 벵골주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출구조사 같은 잡담거리는 믿지 않는다”고 전한 바 있다. 모디 총리는 이번 선거 유세에서 지난 2월 파키스탄과 군사충돌 후 안보 이슈를 적극적으로 개진했고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의 감성을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번 선거에서 인도 사회의 종교·계층·지역 양극화를 더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골적인 힌두·국가 우선주의 호소 전략은 잘 먹혀 들었다. 반면 이슬람, 하층 카스트가 주요 지지 기반인 야권은 실업 문제, 농촌 빈곤 등 민생 관련 이슈를 집중 제기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권아솔, 3분44초 만에 만수르에게 참패 “다시 일어서겠다”[종합]

    권아솔, 3분44초 만에 만수르에게 참패 “다시 일어서겠다”[종합]

    ROAD FC(로드FC) 100만불 토너먼트의 승자는 만수르였다. 18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진행된 굽네몰 로드FC 053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권아솔(33, 팀 코리아 MMA)은 프랑스의 만수르 바르나위(27, TEAM MAGNUM/TRISTAR GYM)에게 1라운드 기권패라는 굴욕적인 성적을 냈다. 초반부터 벽으로 밀려난 권아솔은 다시금 주도권을 잡아내기 버거워보였다. 만수르는 오직 권아솔의 얼굴만을 겨냥해 때렸고, 권아솔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 제압 당한 채 수십 대의 안면 공격을 견뎌내던 권아솔은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이로써 만수르 바르나위는 새로운 ROAD FC 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상금도 모두 가져갔다. 로드FC 팬들은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권아솔의 모습은 몹시 실망스러웠다며 적나라한 질타를 보내고 있다. 경기 종료 직후 진행된 백스테이지 인터뷰를 통해 권아솔은 “감각이 떨어진 건지 잘 못한 건지 부족했던 것 같다. 지금은 만수르가 나보다 강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열심히 해서 빨리 도전할 거다. 다시 일어서겠다”고 전했다. 대결을 지켜봐 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욕 많이 해달라. 욕먹어도 싸다”고 자책했다. 앞서 권아솔과 만수르는 지난 15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몸싸움을 벌인 바 있다. 권아솔이 만수르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몸으로 밀쳤고 뒤로 물러나던 만수르가 권아솔의 얼굴을 손으로 밀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 이어 17일 열린 공식 계체량 행사에서도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권아솔이 만수르 바르나위에게 가까이 몸을 붙이자, 만수르 바르나위가 권아솔의 뒷목을 잡고 반격한 것. 한바탕 난투극이 벌어졌고, 심판진의 제지로 상황은 겨우 진정된 바 있다. 두 사람의 신경전으로 더욱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이번 대회는 권아솔의 싱거운 패배로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ROAD FC는 6월 15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굽네몰 ROAD FC 054를 개최한다. 메인 이벤트는 ‘미들급 챔피언’ 라인재의 1차 방어전으로 상대는 ‘리치’ 양해준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바른정당계, 손학규 면전서 “사퇴하라”…孫 “어려움 뚫고 나갈 것”

    바른정당계, 손학규 면전서 “사퇴하라”…孫 “어려움 뚫고 나갈 것”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가 17일 손학규 대표 면전에서 직접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단 손 대표가 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하며 향후 당대표 거취 문제를 놓고 내부 강대강 대치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유승민계를 대표해 원내대표 경선 승리를 거머쥔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손 대표를 향해 “후배를 위해 용단을 내려달라는 게 원내대표 경선 의총에서의 민심”이라며 “당 전체가 불행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큰 어른으로서 용단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했는데 우리 당의 노력이 힘을 받고 지지를 얻으려면 당 내부가 조속히 정비되고 정상화 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어제 당 대표가 같은 당 동지를 수구보수로 매도하면서 의원들의 총의를 패권주의라고 비난한 것은 참으로 의아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화합과 자강, 혁신하자고 약속하면서 민주평화당이든 자유한국당이든 통합하는 일도 총선 연대도 없다고 못 박았는데 누가 수구보수이고 패권주의냐”고 덧붙였다. 바른정당 출신으로 그동안 최고위회의 보이콧을 이어온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손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하 최고위원은 “정치 역사에서 당 지도부가 선거참패와 당 분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일은 많았다”며 “오 원내대표가 손 대표의 사퇴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손 대표에 대한 불신임이고 탄핵을 의결한 선거”라고 주장했다. 하 최고위원은 “손 대표 체제로는 자강·화합·개혁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저희 최고위원들도 손 대표와 함께 물러나 백의종군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임명 무효, 정책위의장·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 인사의 최고위 과반 동의 등을 긴급 안건으로 제안·의결할 것을 요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새길을 모색하는 과정에 손 대표께서 담백하게 임해 주시고 대범한 용기를 보여달라”며 “위화도 회군의 용기와 야심이 한 왕조의 기틀을 열었듯이 용기 있는 결단이 당의 새 전기를 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권 최고위원은 “의원들이 화합·자강을 결의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수구보수라는 말로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왜 하느냐”며 “우리 당이 좋은 모습을 보이기 원한다면 지도부 총사퇴 밖에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집중 포화에도 손 대표는 자진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손 대표는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퇴하지 않고 어려움을 뚫고 나가겠다”며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 이를 통해 바른미래당을 살리고 총선 승리로 가겠다는 게 내 입장”이라고 했다.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철회와 주요 당직자 인선 요구에 대해 손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은 협의를 통해 임명한 것이니 완전히 적법한 절차를 밟은 것”이라며 “다만 최고위에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에 대한 임명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했더니 ‘오늘만은 발표하지 말아달라’고 해서 받아들였다”고 했다. 손 대표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손 대표가 평화당과 손잡고 유승민 의원을 축출하려 했다’는 발언한 데 대해 법적 조치를 요구한 것과 관련 “정치권에서 법정에 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며 “박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흔들려는 발언을 삼가해 달라”고 촉구했다. 손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퇴를 촉구했던 13명 정무직 당직자에 대한 해임 처분을 취소하기로 했다. 손 대표는 “앞으로 우리 당이 하나가 돼서 국민에게 제3의 길, 중도정당으로서 총선에 나가서 우리 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승리할 길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미중 스파이 분쟁 끊이지 않는 이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미중 스파이 분쟁 끊이지 않는 이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 스파이 역사는 유구하다. 스파이를 역사무대에 올린 주인공은 ‘병법의 대가’ 손무(孫武·BC 545~470)다. 그는 ‘손자병법’에서 그 효용성을 강조하며 5종의 간첩, 즉 ‘오간’(五間)을 소개했다. 적국 사람을 활용하는 향간(鄕間), 적국 관리를 이용하는 내간(內間), 적국 스파이를 역이용하는 반간(反間), 적국에 침투해 혼란을 일으키는 사간(死間), 적국 기밀을 빼내오는 생간(生間)이 그들이다. 스파이의 원조는 월(越)나라 서시(西施)가 꼽힌다. 오(吳)나라와의 전쟁에서 참패한 월왕 구천(句踐·BC 520~465)은 온갖 수모를 당한다. 구천이 복수의 칼을 갈 때 그의 책사 범려(範蠡)가 미인계를 제안했다. 그는 전국을 돌며 찾은 ‘천하일색’ 서시를 간첩으로 낙점했다. 가무(歌舞)와 남자 유혹법, 정보 수집 등에 대해 3년간 특별훈련을 받은 그는 손짓 하나로 남자의 혼을 빼놓을 정도였다. 오왕 부차(夫差)는 서시에게 마음을 빼앗겨 호화 궁궐을 짓고 주색에 빠져 정사에 소홀했다. 구천은 마침내 오나라를 멸했다. 20세기 국공내전 때 여성 스파이 선안나(瀋安娜·1915~2010)도 돋보인다. 고교 때 공산당 간첩 화밍즈(華明之)를 만난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배운 속기를 활용해 국민당에 침투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기밀취급 속기사로 발탁돼 1급 정보에 접근했다. 당시 문서는 모두 속기로 기록한 까닭에 국민당 기밀을 꿰뚫었다. 15년간 국민당 기밀을 송두리째 공산당에 넘겼다. “장제스(蔣介石)가 아침에 어머니 욕을 하면 저녁에 마오쩌둥(毛澤東)의 귀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간부를 지낸 진우다이(金無怠·1922~1986)도 걸출하다. 베이징대를 졸업한 그는 출중한 영어 실력으로 미 영사관에서 일하다 공산당에 포섭됐다. CIA로 옮겨 해외정보분석관을 거쳐 아시아 총책까지 지냈다. 6·25전쟁 중 미군 작전 기밀을 중국에 빼돌렸다.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포상금까지 받은 그의 ‘완벽한’ 위장이 벗겨진 것은 1985년 정협 주석을 지낸 위정성(兪正聲)의 형이자 중국 정보기관 간부 위창성(兪强聲)의 망명 탓이다. 망명 대가로 미국에 스파이 정보를 몽땅 넘긴 것이다. 중국 스파이 문제로 미국이 시끄럽다. 전 CIA 요원 리전청(李振成)이 중국에 기밀을 팔아넘겼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그는 이를 대가로 10만 달러와 평생 보장을 약속받았다.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 론 한센도 80만 달러를 받고 중국 간첩으로 암약했다고 시인했다. 중국은 정보 수집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보기관 침투는 물론 컴퓨터 해킹, 군수업체 투자, 사이버 절도, 정보 접근 가능 중국계 인사 포섭 등 갖은 불법 행위를 저지른다. 미 백악관 관리는 “러시아는 빠르고 강한 허리케인이다. 중국은 진득하고 느리면서도 구석구석 침투하는 기후변화”라고 비유하며 양국 스파이를 비교하기도 했다. 굳이 국제정치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스파이는 필요악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익과 기술 발전에 그만큼 ‘가성비 높은’ 수단을 찾기 힘들다. 다만 발각돼서는 안 된다. 미중 대결이 첨예할수록 간첩을 둘러싼 창과 방패의 싸움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khkim@seoul.co.kr
  • [서울광장] 바른미래당, 이럴 거면 갈라서라/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바른미래당, 이럴 거면 갈라서라/이종락 논설위원

    우리나라 정당사는 양당정치가 주류를 이뤘다. 진보정당은 민주당, 신민당, 신한민주당, 평화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 더불어민주당의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 왔다. 반면 보수정당은 자유당,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으로 명멸했다.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정치가 이뤄지다 보니 제3당의 존재가 미미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김영삼(YS) 총재가 이끌던 통일민주당이 김대중(DJ) 총재의 평화민주당에 밀려 3당을 차지한 게 명실상부한 다당제시대를 연 계기가 됐다. 이어 1992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이끄는 통일국민당과 1996년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이 제3당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또 양당 체제가 이어지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38석을 차지해 제3당으로 부상했다. 당시 거대 양당에 대한 거부감으로 국민의당이 선전할 수 있었다. 국민의당은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바른정당계와 합쳐 바른미래당으로 지난해 2월 재탄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중도를 표방하며 제3지대를 지향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껏 받았다. 하지만 창당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의 현주소는 어떤가. 4·3 보궐선거 참패 후 지도부 책임을 놓고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가 충돌하더니 지난달 말 패스트트랙 정국이 이어지며 사생결단식 대결을 벌이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4일 지도부 총사퇴와 ‘안철수·유승민 공동체제’ 출범을 요구한 정무직 당직자 13명을 무더기 해임했다. 이에 유승민·안철수 연합군 의원 15~16명이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당이 쪼개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대세를 이룰 정도다.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제3당은 최소한의 국민적 명분을 확보했거나 정치적 지분을 가졌을 때만 출현할 수 있었다. 통일민주당은 야당을 대표하는 YS가 DJ와 결별하면서 세를 이뤘다. ‘정주영당’은 정치 공방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경제전문가 등장을 원한다는 틈새를 파고들어 탄생했다. 영호남의 대결에 멍든 충청도의 ‘뿔난 민심’이 자민련의 세력을 키웠다. 진보와 보수 싸움에 진저리가 난 국민이 제3지대의 정치를 염원하며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존립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제3당은 거대 양당이 놓치고 있는 걸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지난 1년간의 바른미래당의 활동을 따져 보자. 바른미래당이 최저임금이나 국민연금 등 민생 문제를 놓고 거대 양당과 싸웠나, 아니면 개헌 문제를 들고나와 맞섰나. 정국을 주도할 어젠다는 눈곱만치도 볼 수 없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캐스팅보트 역할만 하려 했다. 그런데도 당내에서는 국민의당이 평화민주당과 다시 합칠 거라느니, 안철수·유승민의 보수 통합이 다시 돼야 한다느니, 손학규는 ‘굴러온 돌’에 불과한다느니 이런 정치공학만 난무하고 있다. 내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가 이합집산과 권력투쟁만 벌이고 있는 중이다. 선거제 개편안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으로 상정된 뒤 거대 양당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원래 의도와 달리 양당제가 오히려 강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일 발표한 정당별 지지도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전 주보다 각각 2.1% 포인트, 1.5% 포인트 상승한 40.1%와 33.0%를 기록했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0.1% 포인트 떨어진 5.2%,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각각 1.6% 포인트, 0.4% 포인트 내린 6.2%와 2.3%를 기록했다. 제3당의 존립 기반은 국민의 지지밖에 없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이 망했고, 이인제의 국민신당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바른미래당의 운명은 지분협상에 달려 있지 않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뜻을 어느 정당보다 의미 깊게 활용해야 한다. 목숨 걸고 싸워야 할 것은 당내 주도권이 아니고 개혁입법이나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은 5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당 자산과 정당보조금(1분기 24억 7000여만원) 때문에 어정쩡한 동거를 이어 가는 것 같다. 제3당으로 존립해야 할 명분과 정치권의 지분, 국민의 지지 등이 크게 약화하고 있다. 이러려면 차라리 갈라서는 게 떳떳하다. jrlee@seoul.co.kr
  • 달라진 손학규… 사퇴촉구 바른미래 당직자 13인 즉각 해촉

    달라진 손학규… 사퇴촉구 바른미래 당직자 13인 즉각 해촉

    기존 온건 이미지 대신 냉혹한 카리스마 불명예 퇴진 땐 더이상 정치적 재기 불가손학규(얼굴) 바른미래당 대표가 달라졌다. 온건한 정치지도자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냉혹한 카리스마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 3일 전현직 원외위원장들 100여명과 함께 지도부 총사퇴 요구 결의문을 발표한 바른정당 출신의 현명철 전략홍보위원장과 임호영 법률위원장 등 정무직 당직자 13명을 해촉했다. 결의문 발표 이후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즉각 해임한 것이다. 지도부 사퇴를 하태경 의원은 “정치학살의 날”이라고 했고 지상욱 의원은 “사당화 행위는 중단하고 떠나라”고 반발했다. 그럼에도 손 대표는 꿈쩍하지 않는다. 손 대표는 과거 민주당 대표 시절 자기 사람을 지도부와 주요 당직에 심지 않는 등 갈등을 피하고 계파 간 화합을 도모하는 온건한 정치 양태를 보여 왔다. 선거에서 지면 남은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산으로 들어가 칩거하는 등 인내하며 때를 기다렸다. 하지만 지난 4·3 보궐선거 참패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내분에 따른 당 일각의 사퇴 요구가 빗발치는 지금 손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공격을 가차 없이 응징하고 있다. 손 대표는 왜 달라진 걸까. 손 대표 측은 만약 사퇴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자칫 당이 자유한국당과 통합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실제 유승민 전 대표는 최근 “한국당이 개혁 보수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면 오늘이라도 당장 합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손 대표가 어차피 바른미래당은 갈라져 보수와 진보로 재탄생하는 구도를 염두에 두고 분당에 대비하는 전략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손 대표 개인의 정치적 상황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나이로 볼 때 지금의 불명예 퇴진은 더이상의 재기를 불가능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손 대표가 강경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이미 손 대표는 2014년 재보궐 선거에서 낙선한 뒤 정계에서 은퇴했고, 2017년 은퇴를 번복한 뒤 정계에 복귀했다는 점에서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선당후사라는 말도 있지만 이렇게 물러나면 망신”이라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영국 지방선거, 브렉시트 혼돈 속 양대 정당 참패

    영국 지방선거, 브렉시트 혼돈 속 양대 정당 참패

    지난 2일(현지시간) 실시된 영국의 지방선거 개표 결과,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의 의석수가 대폭 감소했다. 대신 유권자들은 자유민주당을 비롯해 군소정당에 힘을 실어줬다. 스카이 뉴스, BBC 등에 따르면 잉글랜드 248개 지역 개표를 완료한 결과, 중앙정부 집권당인 보수당은 총 44개 집권 지역을 잃었고, 지방의회 의석수도 1334석 감소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 역시 6개 집권 지역과 82석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유민주당은 약진했다. 자유민주당은 모두 10개 지방의회에서 새롭게 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지방의회 의석수는 무려 703석 늘었다. 녹색당 역시 집권 지역은 없지만 의석수는 194석 증가했다. 한편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은 145석을 잃었다. 이밖에 무소속으로 당선된 지방의회의원은 606명 증가했다. 영국의 지방선거는 총 의석수보다는 지난 선거 대비 의석수나 집권 지역이 얼마나 늘었는지 여부로 선거 승패를 가른다. 영국은 각 지방의회서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이 집권해 행정까지 책임을 진다. 스카이 뉴스 등 현지 언론은 브렉시트 혼란과 관련해 양대 정당에 실망한 유권자의 표심이 이번 지방선거 투표 결과에 드러났다고 봤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15년 선출된 지방의회의원을 대체하기 위한 선거다. 잉글랜드 248개 지역에서 8400여명의 지방의회의원과 6명의 시장을 선출했다. 북아일랜드에서는 전체 11개 지역에서 460여명의 지방의회의원을 가려냈다. 이날 웨일스 보수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테리사 메이 총리는 “유권자들이 보수당과 노동당에 브렉시트를 완수하라는 아주 간결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ITV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하원이 브렉시트 교착상태를 푸는 돌파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세미의 인생수업] 단골가게

    [유세미의 인생수업] 단골가게

    쌀쌀한 밤 그 가게 앞을 지날 때면 언제나 창 건너 주방에서 펄펄 끓는 가마솥이 보였다. 돼지 뼈와 부속물이 밤새 뽀얀 김을 올리며 국물을 우리는 중이다. 노곤한 얼굴로 국을 휘젓는 사람은 H순대국 주인. 3대째라는 이 집은 꽤 후미진 위치에 테이블 몇 개 놓고 장사한다. 직접 고아 낸 국물에 야들야들 구수하게 삶아 낸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순대국을 보노라면 ‘고생했다, 괜찮다, 그 정도면 잘한 거다’ 뭐 그런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음식 한 그릇이 약보다 사람을 더 치유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던 H순대국에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 주인이 주방에서 국자를 든 채로 쓰러졌다는 비보와 함께 간판은 그대로인데 어느 낯선 부부가 주방을 차지했다. 그러나 아침부터 줄 서던 손님들은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보고 발길을 끊었다. 뿌옇고 탁한 국물로 호소하던 부부는 내장탕을 비장의 무기로 꺼내 들었으나 참패했다. 이에 더욱 당황했는지 맥락 없이 김치돼지찌개를 신메뉴로 선보이다 결국 H순대국집은 장렬히 전사해 버렸다. 순대국집 옆에는 J정육점이 있다. 늦둥이까지 3남매를 둔 40대 남자 홀로 하는 가게다. 이상하리만큼 최근 몇 년 동안 이 동네는 정육점들의 춘추전국시대였다. 한 집 건너 정육점, 그 맞은편에 다시 돼지고기 폭탄 세일 간판이 걸렸다. 그 정글 속에 J 주인이 살아남은 이유는 여기밖에 고기집이 없냐고 욕먹어도 세일 한번 없이 고기 품질에만 집착한 까닭이다. 얼마나 좋은 고기인지 그에게 붙잡히는 순간 난감하게 듣고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단 뛰어 들어가며 급한 척 고기를 낚아채 서둘러야 J 주인의 고기 자랑을 피할 수 있다. 그 건너 건너에는 비슷한 성향의 과일 가게 주인도 있다. 그 집의 금기어 “이 딸기 달아요?”, “비싸네요”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이 과일이 얼마나 특등품인지 다 듣고 나서 고개를 크게 끄덕이기 전까지는 딸기를 살 수도 없다. 그래서 고수들은 그냥 달라고 한다. 아무 말 없이. 그 가게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단한 단골가게 주인들의 공통점은 자기 일이 세상에서 제일 귀하다 여기는 태도다. 그 일이 재미있어서는 물론 아니다. 그 일로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 고귀한 이유는 없다. 자식들의 밥이 되고 학비가 되는 일은 혼신을 다해야 한다는 지혜로운 장사 철학 때문에 그들은 오랫동안 단골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하기야 사람 사는 세상의 민낯이 전부 드라마다. 통돼지 삼겹살집 H. 바로 건너편에 돼지갈비 무한 리필집이 개업하자 동시에 무한 리필로 맞불을 놓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치명상을 입었다. 감성 넘치는 이자카야로 집 근처 한잔의 품격을 높여 주던 S가 매출이 저조하자 생뚱맞은 파전, 두부김치를 스페셜로 내놓는 바람에 단골들의 공분을 사기도 한다. 젊은 엄마들끼리 맥주잔을 부딪치며 한치를 씹다가도 쩔쩔매는 맥줏집Y 여주인을 위해 주방에 뛰어들어 골뱅이를 무치는 모습은 어쩜 그리 정겨운가. 그뿐이 아니다. 우울증 치료 때문에 시작했다는 T 덕분에 아파트 입구에 영화에나 나올 법한 카페도 있다. 커피 값이 비싸 그런지 손님이 없어 폐점할까 조마조마하지만 날로 얼굴이 환해지는 T를 보면 카페 존재 이유가 충분한 듯해 마음이 놓인다. 모든 이에게 공평한 삶의 조건은 무엇일까. 돈이 있든 없든, 배웠든 그렇지 않든 누구나 자신만의 지혜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아닐까. 그것은 삶의 자세를 가볍게 낮추고 마음을 다해 치열하게 내 인생의 순간을 채워 가는 이만이 누릴 수 있는 인생의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글이 지독히도 써지지 않는 날, 동네를 하릴없이 걷다 세월 속에 낯익은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며 오늘도 봄볕 같은 위로를 받는다.
  • 安, 손학규 사퇴 사실상 지지… 바른미래 자강론 현실화되나

    安, 손학규 사퇴 사실상 지지… 바른미래 자강론 현실화되나

    독일에 체류 중인 안철수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의견에 사실상 지지 입장을 밝혔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안 전 의원까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안 전 의원과 유승민 의원을 앞세운 ‘바른미래당 자강론’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안 전 의원 측근으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당내 상황이 어렵고 복잡해서 지난 토요일(20일) 안 전 의원과 통화를 했는데 본인은 한국 정치 상황을 잘 모르니 현장에 있는 분들이 함께 의논하고 지혜를 모아서 잘 판단해 달라는 얘기가 있었고, 바른미래당의 통합정신이 훼손돼선 안 된다, 지금은 어렵지만 한국정치를 바꾸기 위한 소중한 정당이라는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안철수계 인사들이 지난 18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손 대표 자진사퇴’로 의견을 모은 가운데 안 전 의원이 ‘현장에서 잘 판단해 달라’는 발언을 한 건 지도부 교체 필요성에 뜻을 함께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현시점에 통합정신을 강조한 것은 바른미래당 창당 주역인 자신이 손 대표 사퇴 후 직접 등판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이 의원은 “지난 창원 성산 보궐선거 참패는 손 대표가 당을 이끌면서 당 지지율이 답보 또는 하락한 것이 누적돼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에 이대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며 “위기 돌파를 위해선 통합정신의 복원이 필요하고 안철수·유승민 두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했다. 안 전 의원과 유 의원의 재등판을 통한 자강론에 힘이 실리면서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의 보수통합설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지금은 다른 당과의 통합을 논할 때가 아니라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때”라며 “일단 힘을 키워 놔야 총선 후보를 낼 수 있고 향후 정계개편 국면에서도 바른미래당이 중심에 설 수 있다”고 했다. 앞서 19일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총선 전에는 한국당과 함께한다는 것을 확실히 약속하겠다. 가능하면 (바른미래당의)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하자 하태경 최고위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 의원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럴 사람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출신인 하 최고위원이 이 의원과 선을 그은 건 안철수·유승민 ‘투톱’ 재등판에 기대를 걸고 있는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WTO역전패 등 악재에 아베정권 첫 보선 패배 ‘충격’

    WTO역전패 등 악재에 아베정권 첫 보선 패배 ‘충격’

    한국과의 수산물 분쟁에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역전패 당한 아베 신조 정권이 지난 21일 실시된 오사카와 오키나와의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이 전패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22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자민당이 지원한 후보들은 전날 중의원 오사카 12선거구와 오키나와 3선거구의 보궐선거에서 각각 지역정당 오사카유신과 범야권의 후보에게 참패했다. 단 2개의 의석에 대해 실시된 보궐선거인데도 일본 언론들이 ‘그늘’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자민당의 위기를 강조한 것은 이번 패배가 아베 정권 출범 후 사실상 첫 보궐선거 패배이기 때문이다. 2012년 아베 정권 출범 후 실시된 7차례 보궐선거에서 아베 정권은 후보를 내지 않은 한 차례를 제외한 6차례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자민당 차원에서 보면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지난 2009년 10월 이후 무려 10년만이다. 아사히 신문은 “그동안 국정 선거에서 항상 승리하면서 구심력을 유지해온 아베 정권에 그늘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아베 정권은 그간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때마다 이를 정권의 토대를 다지는 데 활용했다. 선거에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인 아베 총리에게는 ‘선거의 아베’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아사히는 이번 보궐선거의 2패는 ‘지역사정’으로 보고 정리될 상황이 아니라며 “좋지 않은 흐름”이라는 자민당 간부의 말을 전했다. 자민당은 지난 7일 실시된 광역 자치단체 단체장 선거에서는 시마네현과 후쿠오카현에서 같은 보수성향의 후보에 밀려 패배했다. 이달 들어 ‘손타쿠’(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 파문으로 쓰카다 이치로 국토교통 부대신이, ‘복구(부흥)보다 정치인이 더 중요하다’는 망언으로 사쿠라다 요시타카 올림픽 담당상이 잇따라 경질됐다. 후쿠시마 인근산 수산물을 둘러싼 WTO 무역 분쟁에서는 예상치 못하게 한국에 역전패를 당했고,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대행이 소비세 증세 연기 발언을 했다가 논란을 초래했다. 아사히는 1차 아베 정권 당시 각료들의 사임 도미노 끝에 패배했던 2007년 참의원 선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보궐선거에서 패배를 거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선거 결과에 대해 이날 기자들에게 “대단히 유감스러운 결과”라면서 “자민당 모두가 결과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우군’ 안철수계도 등돌려…벼랑끝 몰린 손학규 대표

    ‘우군’ 안철수계도 등돌려…벼랑끝 몰린 손학규 대표

    4·3 보궐선거 참패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거센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당내 최대 주주인 안철수계마저 지도부 총사퇴 기류에 동참하면서 손 대표가 벼랑 끝에 몰린 처지가 됐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전·현직 지역위원장, 정무직 당직자 90여명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회동을 갖고 당 지도체제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현재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 105명 중 국민의당 출신은 약 60명인데 이날 회동에는 20여명이 참석하고 9명이 위임장을 제출했다. 당시 회동에 참석했던 한 지역위원장은 2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역위원장들의 얘기를 들어본 결과 다수가 손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보궐선거 패배도 문제지만 당 대표 취임 이후 손 대표가 이뤄낸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했다. 안철수계는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손 대표의 당선을 도왔던 핵심 지지 기반이다. 하지만 손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문제에만 매몰돼 당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데다 창원 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중당에조차 뒤지는 성적을 거두자 ‘이대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안철수계가 완전히 등을 돌릴 경우 바른미래당의 또 다른 창당 주체인 유승민계와 공동전선을 구축하게 되는 만큼 손 대표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질 전망이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번 주부터 당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는 지역위원장 연판장도 돌릴 예정이다. 손 대표는 정치적 승부수를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손 대표는 이르면 22일 최고위원회의를 전후해 현재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영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의 불참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최고위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지난 19일 김수민 의원의 지역사무소 개소식에서 “거대 양당에 기웃대지 말고 제3의 길을 굳건히 가면 국민은 우리에게 마음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박주선 “민주·한국 대신할 제3정당 빅텐트로 국민 선택지 넓혀야”

    박주선 “민주·한국 대신할 제3정당 빅텐트로 국민 선택지 넓혀야”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이 19일 cpbc라디오 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대신할 정당을 세워야 한다며 ‘제3지대론’ 의지를 밝혔다. 최근 박 의원은 민주평화당 내 몇몇 인사들과 회동해 논의해 왔다. 박 의원은 “제3지대 빅텐트를 마련하면 호남에서 국민의당 돌풍을 재현할 수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며 “이념의 벽을 허물고 민생을 해결하려는 실용의 가치에 중점을 두는 정당을 반드시 세워서 국민들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의 도리”라고 말했다. 당내 지도부 사퇴론에 대해선 “선거에서 졌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보면 일리가 있지만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4~5%인 상황에서 후보자의 득표율은 당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며 “대표 또는 지도부 사퇴가 능사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전날 의원총회에서 “대안으로서 바른미래당이 주도해서 제3지대에서 빅텐트를 쳐서 국정농단, 신적폐 무능정당을 대신할 선택지를 국민에게 만들어줘야 할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당내 바른정당계 인사들이 제3지대론에 대해 “해당행위”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박 의원은 “당을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고 발버둥치는 사람에게 이것을 해당해위다(라고 할 수 있냐)”며 “오히려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어도 태평성대로 이대로 가자고 무책임한 발언을 되풀이 하는 사람들이 해당해위다”라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조기 등판론에 대해서는 “그분에게 매달릴 정당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지방선거 참패한 이후 불과 10개월 밖에 안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3시간 30분 고성·막말… 갈등만 확인한 바른미래 의총

    3시간 30분 고성·막말… 갈등만 확인한 바른미래 의총

    유승민 “바보같은 의총 문제 있다” 반발 안철수계 인사들, 손학규 사퇴 공식 요구바른미래당이 18일 오전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를 놓고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손학규 대표 사퇴와 ‘제3지대론’을 둘러싼 계파별 이견이 노출되면서 정면 충돌했다. 지난 4·3 보궐선거 참패에서 손 대표 책임에 대한 인식 차이가 표면적 갈등 이유라면, 내면적으로는 안철수 전 의원 중심의 국민의당계와 유승민 의원의 바른정당계 간 태생적 차이가 당의 진로를 놓고 분출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분당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날 회의는 바른정당계인 하태경·지상욱 의원이 지도부의 비공개 회의 방침에 반발해 공개 발언을 요구하며 시작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지 의원은 “공개 질의를 하자. 민주적으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만 지도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손 대표에게 ‘찌질하다’고 비판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언주 의원은 의총장 진입을 막는 당직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는 당직자를 향해 “이러려고 당원권을 정지시켰냐”고 고함을 질렀다. 그는 마침 회의장에 도착한 이혜훈 의원을 따라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비공개 회의에서 손 대표는 “당 혼란에 죄송하다. 단합하자”며 “여러 정계개편설이 있지만 거대 양당 체제 극복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손 대표에게 “제대로 된 중도보수 야당을 만들자고 했는데 지리멸렬한 상태가 됐고 여당의 눈치를 보는 2중대로 전락했다”며 “즉각 당 대표직을 그만두라”고 소리쳤다. 유의동 의원도 “당의 리더십 교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 의원은 발언권이 없다”고 제지했다. 박주선 의원도 “대표를 흔드는 건 좌시할 수 없다”고 받아쳤다. 또 바른정당계 일부 의원들은 손 대표가 제3지대론 작업의 일환으로 호남을 주축으로 한 신당을 준비하는 행보에 대해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주고받은 끝에 김 원내대표는 회의 시작 1시간이 지나서야 더불어민주당과 논의한 공수처법안에 대해 설명할 수 있었다. 경찰 고위직·판사·검사에 대한 기소권을 남겨 두고 나머지 사건에 대해선 기소권을 분리하는 공수처 중재안을 민주당과 잠정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양당이 공수처 중재안에 합의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부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회의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유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인사들은 최종 합의가 된 것이 아니라면 의원총회에서 의결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결국 의원 22명이 참석해 3시간 30여분간 진행된 회의는 갈등의 골만 드러낸 채 끝났다. 유 의원은 “최종 합의됐다는 것은 양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구체적 안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바보같이 의원총회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안철수계 원외 지역위원장들 중 일부는 서울 마포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손 대표의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이들은 “독일에 있는 안 전 의원과도 상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사설] 청와대 독주에 민주당이라도 국민 눈높이 살펴라

    문재인 대통령이 거액의 주식 투자 논란에 휩싸인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반대로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자 그제 중앙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대통령은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오늘까지 회신해 달라는 주문까지 했다는 것은 보고서가 오지 않더라도 다음날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메시지로 봐야 할 것이다. 이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정국 경색 장기화 등에 따른 여론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 정국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게 청와대의 속사정인지 모르나 현실이 그렇다. 지난 15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응답(54.6%)이 적격(28.8%)이라는 대답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그런데도 “적격”이라며 밀어붙이는 청와대 대응 방식은 대다수 국민 눈에 곱게 비칠 수 없다. 청와대 인사 검증팀이 왜 존재하는지 따지는 것도 이쯤되면 벽 보고 이야기하는 편이 차라리 낫겠다는 답답증이 든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통 불능의 터널을 빠져나갈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청와대 독선을 탓하는 여론이 아무리 거세도 집권당의 중재 역할은 갈수록 기대난망이다. 개각 인선 과정에서의 청와대 독주에 실망을 넘어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민심을 여당은 못 보는 것인지 안 보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균형감각을 좀 잡으려나 싶던 것은 4.3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다음날 하루뿐이었다. 각종 ‘청와대 리스크’를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내부 자성을 하더니 그새 말짱 도루묵이다. 이 후보자 자격 논란에도 청와대에 제대로 된 인사 검증을 촉구해 민의를 살피려는 제스처는 전무하다. “이 후보자가 주식 부자라서 기분이 나쁜가”라는 둥 여론과 배치되는 방어까지 하고 있다. 이 와중에 민주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내년 총선에 차출하겠다며 소매를 걷었다. 대체 여론의 눈치를 눈곱만치라도 살피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국민 정서를 감안한다면 인사 검증에 실패한 책임을 묻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데, 되레 꽃가마를 태워 총선에 모시겠다니 할 말을 잃는다. 총선 채비로 공천 경쟁까지 불붙으면 민주당이 청와대에 쓴소리할 일은 더더욱 만무해진다. “민주당의 유일한 카드는 한국당을 제1 야당으로 둔 것”이라는 시중 우스개가 있다. 민의를 살피겠다는 각성 없이는 총선 잔치판을 아무리 크게 벌여도 좋은 성적표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그야말로 김칫국부터 마시는 일이다.
  • 이해찬 “내년 총선 260석 획득 목표로 준비”

    이해찬 “내년 총선 260석 획득 목표로 준비”

    한국당 “4·3보선 민심 오독한 황당무계”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7일 내년 총선과 관련해 “125명의 원외위원장이 모두 당선되면 우리가 240석이 되고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260석쯤 된다”고 말했다. 현재의 선거제 아래서 총 300석 가운데 87% 의석을 얻는 압도적 승리를 챙긴다는 포부인 셈이다. 이 대표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국원외지역위원장 임시 총회에서 “(지역구)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민주당 의석 128석을 모두 사수하고 원외위원장 모두를 당선시킨다는 계산이다. 이 대표는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압승해 지역 기반이 굉장히 좋아져 충분히 꿈꿔 볼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또 “공천으로 분란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우리 후보자가 없는 지역이 아니면 전략공천을 안 하겠다”고 했다. 이후 이재정 대변인은 “민주당이 내년 총선의 목표를 특정 의석수로 설정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바가 아닌, 독려 차원의 덕담”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4·3보궐선거 참패 후 민심을 어떻게 오독하면 저런 말을 할 수 있는가”라며 “황당무계 목표도 우습지만 그렇게 되려면 제발 경제 살릴 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바른미래당내 ‘바른정당+한국’ ‘국민의당 출신+평화’ 가능성

    바른미래당내 ‘바른정당+한국’ ‘국민의당 출신+평화’ 가능성

    ① 한국·평화 지난 보선서 통합 이유 확인 평화 “세력 더 키우면 호남서 당선 기대” ② 바른미래 안철수·유승민 주축 자강론 “안·유 힘 모으면 양당구도 깰 희망 있어” ③ 바른미래·평화 통합 ‘제3지대’ 형성 진보·보수 노선 차이 극복이 큰 걸림돌지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부 의원의 탈당설, 호남 지역구 의원과 민주평화당 인사들 간 회동 등이 이어지면서 바른미래당과 평화당발(發)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다양하게 회자되고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출신은 친정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출신은 과거 한 식구였던 평화당과 다시 합치는 경우다.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한국당과 평화당 모두 지난 보궐선거를 거치며 바른미래당을 품어야 하는 이유를 재확인했다. 특히 한국당은 창원 성산 국회의원 선거에서 석패하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보수통합이 필수라는 점을 깨달았다. 한 바른정당계 의원은 “결국 총선 국면에 돌입하면 지역구 내에서도 보수통합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평화당도 전주시 라선거구(서신동) 기초의원 재선거에서 민주당을 제치고 당선자를 내며 희망을 얻었다. 세력만 더 키우면 호남 내에서만큼은 당선자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만큼 자연스럽게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에게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크다. 지난 16일 정동영 대표 등이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과 만찬 회동을 가진 건 그래서 주목을 받았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손학규 대표가 물러나고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가 앞에 나서는 바른미래당의 자강론이다. 유 전 대표는 지난 9일 “변화가 없이 덩치만 키우는 식의 통합은 국민에게 외면받을 것”이라며 한국당과의 통합론에 선을 그었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안 전 대표의 복귀설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한 국민의당계 의원은 “이번이 정치인생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두 전 대표가 힘을 모은다면 희망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4·3 보선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지역 기반이 약한 바른미래당이 거대 양당 구도를 뚫고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의 당 대 당 통합을 바탕으로 한 제3지대 형성이다. 하지만 제3지대 형성은 이미 바른미래당 창당 당시 드러났던 진보와 보수의 노선 차이 극복이라는 험난한 과제를 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희박한 시나리오로 간주된다. 당시 유 전 대표는 “햇볕정책을 버려라”, 박지원 의원은 “대북 강경노선을 포기하라”며 맞섰다. 지난 대선에서 ‘제3지대 빅텐트’ 구상이 실패한 전례도 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하태경, “안철수 만나러 갈 것…손학규 체제로 가면 안락사”

    하태경, “안철수 만나러 갈 것…손학규 체제로 가면 안락사”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6일 “독일에 가서 안철수 전 의원을 만나보려고 하는데 그 전에 일단 내부 상황이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바른정당계 쪽과 안철수계의 인식이 거의 같다”며 “대다수 당협위원장과 당원의 생각은 ‘손학규 대표 체제로 가면 안락사다’”라고 전했다. 4·3 보궐선거 참패 이후 바른정당계 인사의 지도부 사퇴 요구를 손 대표가 거부하면서 당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유승민 전 대표와 함께 창업주라 할 수 있는 안철수 전 의원의 역할론이 나오는 것이다. 안 전 의원은 지난해 9월부터 독일 뮌헨에 있는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방문 연구원 신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조기 복귀 가능성에 대해 안 전 의원 측근은 “안 전 의원이 지금 돌아올 필요 없다는 생각이 대다수”라며 “내년 총선에선 복귀해 기여할 수 있겠지만 최대한 늦게 돌아오는 것이 좋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손 대표 사퇴론을 둘러싼 대립은 오는 18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도부의 거취를 놓고 당이 혼란에 빠지면서 일부 의원의 탈당설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복당설이 불거진 정운천 의원은 “원론적인 이야기였고 심사숙고 중이다”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차명진 ‘세월호 유가족’ 비난 이어 정진석도 “징글징글” 막말

    차명진 ‘세월호 유가족’ 비난 이어 정진석도 “징글징글” 막말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유가족들을 향해 “징하게 해쳐먹는다”고 막말을 쏟아낸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하루 만에 해명글을 냈지만, 같은 당 정진석 의원 역시 “징글징글하다”는 글을 올리면서 파문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차명진 전 의원은 문제의 글을 올린 지 하루 만인 16일 오전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렸다. 차명진 전 의원은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과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분들께 머리 숙여 용서를 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책임자로 고발당했다는 뉴스를 보고 흥분한 나머지 감정적인 언어로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했다”면서 “세월호 희생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 같아서 순간적인 격분을 못 참았다. 저의 부족한 수양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차명진 전 의원은 “가족들의 아픈 상처가 저로 인해 도졌다는 생각에 괴롭고 송구스럽다”면서 “깊이 반성하며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페북과 방송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자유한국당 부천소사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21대 총선에 출마할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진 “세월호 유가족들, 징하게 해쳐 먹는다” 차명진 전 의원은 전날 저녁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고 막막을 쏟아냈다. 이어 “그들이 개인당 10억의 보상금 받아 이걸로 이 나라 학생들 안전사고 대비용 기부를 했다는 얘기 못 들었다”면서 “귀하디귀한 사회적 눈물비용을 개인용으로 다 쌈 싸먹었다. 나 같으면 죽은 자식 아파할까 겁나서라도 그 돈 못 쪼개겠다”고 썼다. 이어 “문제는 이 자들의 욕망이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면서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 황교안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보통 상식인이라면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할 텐데 이 자들은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좌빨들한테 세뇌당해서 그런지 전혀 상관없는 남 탓으로 돌려 자기 죄의식을 털어버리려는 마녀사냥 기법을 발휘하고 있다”고 했다. 차명진 전 의원은 “자식 팔아 내 생계 챙긴 거까진 동시대를 사는 아버지의 한 사람으로 나도 마음이 아프니 그냥 눈 감아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애먼 사람한테 죄 뒤집어 씌우는 마녀사냥은 사회를 병들게 하고 해당자를 죽이는 ‘인격살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의심스러운 거 있으면 당신들이 기레기들 꽉 잡고 있으니 만천하에 폭로하라. 대신에 그거 조사해서 사실무근이면 지구를 떠나라. 지겹다“고 맹비난했다. ●정진석 의원도 “징글징글하다” 막말 차명진 전 의원의 해명에도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이 거의 비슷한 표현으로 유사한 취지의 글을 올려 논란을 부채질했다. 정진석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고 적으면서 “오늘 아침 받은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안상수 의원도 이날 정 의원 글에 ”불쌍한 아이들 욕보이는 짓들이죠“라는 댓글을 달며 그를 거들었다. 논란이 일자 정진석 의원은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그를 향해 비판이 쏟아졌다. 정진석 의원은 최근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가 선정하는 ‘국회를 빛낸 바른 정치언어상’ 중 품격언어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렇지만 그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세월호처럼 침몰했다”고 답변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2017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자 “노무현의 자살이 이명박 때문이란 말인가.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뒤 부부 싸움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라는 글을 올리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은 해당 글이 문제가 되자 “유가족한테 한 발언이 아니다. 정치권에 세월호를 정쟁으로 이용하려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파문이 커지자 자유한국당은 당 중앙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정진석 의원과 차명진 전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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