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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받은 親李 ‘주류본색’

    한나라당 주류인 친이 진영이 기운을 되찾았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강경파인 안상수 원내대표가 다른 후보들과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완승에 가까운 승리를 거둔 것이 ‘보약’이 됐다. 친박 진영의 눈치를 살피며 피해의식에 빠져있던 모습은 사그라졌다.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화합을 외치던 친이는 이제 ‘주류 책임론’을 말한다. 이는 후속 원내 지도부와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에서 친이가 요직을 맡아 당과 국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안 원내대표도 “정권의 책임을 진 쪽은 주류”라면서 “주류가 열심히 해서 국민과 당내 심판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 쪽 한 의원도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제야말로 우리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도 원내대표 경선 직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사무총장 인선을 매듭지으려고 했지만 지난 21일부터 8일간 일정으로 호주를 방문 중인 박희태 대표의 귀국 이후로 인선을 미뤘다. 당초 친이 원내지도부가 선출되면 사무총장에 친박계 인사를 중용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분위기가 바뀐 탓이다. 친이가 다시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사무총장에도 친이계 임태희·정병국·장광근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친박 쪽의 반응은 싸늘하다. 재·보선 참패 후 친이 쪽이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꺼내들며 화해의 손짓을 내밀더니 상황이 바뀌자 다시 ‘주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의원은 “지금까지 주류가 독식하고 독주하지 않았느냐.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지난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주류에 대한 경고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친이·친박 갈등의 골 깊어질 듯… 여야 强 vs 强 구도

    21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이 친이 쪽인 안상수 의원의 승리로 끝나면서 당내 친이·친박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안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모두 강성(强性)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여야 관계가 ‘강(强) 대 강’의 격돌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당 운영이 친이 중심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경선에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했음에도, 황우여·최경환 후보는 1차 투표에서 47표를 얻는 데 그쳤다. 친박 쪽의 표심(票心)도 온전히 챙기지 못한 것이다. 친이가 ‘이제는 친박 없이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친이 쪽의 한 의원은 “친박과 화합하더라도 얻을 게 없다는, 친이 쪽의 판단이 이번 경선 결과로 나타났다.”면서 “이같은 생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박 쪽은 “또 뒤통수를 맞았다.”며 격앙돼 있다. 현기환 의원은 “친이·친박 간 진정한 화합 운운하더니 투표 결과는 친이 쪽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줬다.”면서 “친이 쪽에서 앞으로도 친박에 다른 자리를 제안하거나, 또 다른 화합을 모색하려 들겠지만 이번 경선 결과를 보면 애드벌룬만 띄워 놓고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경선 후유증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으론 4·29 재·보선 참패 이후 화합 필요성이 거세게 제기된 만큼 원내 지도부가 일단 친박 쪽을 안고 가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안 원내대표도 이날 당선 소감에서 “박 전 대표에게 감사드린다.”면서 “내 몸을 바쳐 당의 화합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여야간 긴장감도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6월 임시국회부터 미디어 관련법을 비롯해 쟁점법안을 둘러싼 여권의 ‘속도전’이 예상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원내대표 경선에서 분출된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에 부응하고 쟁점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강성 카드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우제창 원내 대변인은 “국회가 청와대의 하청기관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면서 “더 이상 밀어붙이기식 속도전은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주현진 허백윤기자 jhj@seoul.co.kr
  • [사설] 與 안상수 원내대표 상생의 정치력 펼치길

    한나라당이 어제 4선의 안상수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최우선적으로는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계파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과정서도 나타났던 계파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친이·친박을 아울러 완전한 화합을 이뤄내는 데 몰두해야 한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쇄신특위가 가동 중이기는 하나 한나라당이 집권여당다운 면모로 일신하라는 게 그를 원내대표로 선출한 의원들의 뜻이자 국민들의 기대일 것이다. 당장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 등의 저지방침을 밝히고 있는 야당을 설득해서 합의를 도출해 내는 상생의 정치력 발휘가 요구되고 있다. 원내대표를 두번째 맞는 안 원내대표는 강한 스타일로 분류되고 있어 야당과 충돌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는 “끝까지 인내하겠지만 유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으며 어떤 경우에는 단호하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어 가는 집권여당의 원내대표인 만큼 야당과 타협과 협상을 통해 미디어법이 원만하게 통과되도록 정치력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원내대표 경험을 바탕으로 유연하면서도 원칙을 잃지 않는 리더십이 기대된다. 한나라당 지지는 4·29 재·보선 참패 이후 급락했다가 약간 회복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안 원내대표가 “당의 공천 잘못”이라고 밝혔듯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김성조 정책위의장과 함께 정부와의 정책혼선을 말끔히 씻어야 한다. 계파 갈등 해소의 가교역할을 위해 오늘 당장 나서도 빠르지 않을 것이다.
  • 민주당 ‘뉴플랜’ 정체성 싸움 비화

    민주당 ‘뉴플랜’ 정체성 싸움 비화

    “불분명한 정체성으로 당을 공리공담(空理空談)에 빠뜨렸다.”, “정체성 확립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민주당내 주류와 비주류가 19일 또다시 맞붙었다. 새로운 정체성과 노선 설정을 위해 마련된 ‘뉴 민주당 플랜’이 불씨가 됐다. 이날 오후 ‘뉴 민주당 플랜’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마련된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전체회의에서다. 앞서 뉴 민주당 비전위원회(위원장 김효석)는 지난 17일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을 뛰어넘는 ‘현대화의 길’을 새 노선으로 삼고, 사람 중심의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평등을 확대하는 ‘기회의 복지’를 2대 발전전략으로 설정한 ‘뉴 민주당 플랜’ 초안을 발표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군더더기를 떼고 살을 붙여 ‘새로운 민주당’을 선언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당내 주류와 비주류간 논쟁이 ‘대안 야당’과 ‘선명 야당’ 사이에서 겉돌고 있는 데다 치열한 당 주도권 싸움과도 맞물려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이날 토론회도 시작부터 ‘색깔 논쟁’으로 시끄러웠다. 비주류 모임인 민주연대가 포문을 열었다. 공동대표인 이종걸 의원은 ‘뉴 민주당 플랜’ 초안을 “실패한 신자유주의를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 한나라당과 다를 게 없다.”며 비난했다. 초안에 담긴 ‘성장을 위한 시장 자율 확대’도 성토 대상이 됐다. 이 의원은 “우리 사회의 최대 문제인 양극화 심화는 신자유주의 확대와 시장·기업의 무분별한 자유에 따른 것임이 드러났고, 미국도 그 정책노선을 수정하고 있다.”면서 “막연하고 애매한 개념과 미사여구를 나열해 불필요한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서종표 의원은 “한나라당과 비슷한 게 있다고 해서 ‘한나라당의 2중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을 한나라당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정책·인물별로 새로운 흐름을 담은 새 상품을 내놓고 국민이 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옛 민주계인 박상천 의원은 “‘현대화’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개념이 다의적인 만큼 ‘중도개혁주의’라고 표현하자.”면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산층 하부를 끌어올 수 있는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앞서 추미애 의원도 비판에 뛰어들었다. 추 의원은 이날 광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뉴민주당 플랜’은 한나라당의 재·보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민주당 지지율의 원인을 ‘유권자의 보수화’에서 찾는 잘못된 인식에 따른 것”이라면서 “지도부가 개혁 실패로 중산층·서민의 이탈을 초래한 책임과 반성을 외면하고 있다.”며 당 쇄신을 주문했다. 이에 정세균 대표는 토론회에서 “초안은 답안지가 아니라 문제지”라면서 “함께 참여해 비판하고 의견을 제시해 답안지를 만들자.”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다음달 9일까지 7대 권역별로 전국 순회 당원 토론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해 6월 중순에 ‘뉴 민주당’을 선언할 계획이다. 홍성규 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설 자리 좁아진 386

    민주당내 386 그룹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18일 원내 운영과 협상의 실무를 맡을 신임 원내 수석부대표에 ‘친정동영계’인 우윤근 의원을, 원내 대변인에 문희상 국회 부의장과 가까운 강성종 의원을 내정했다. 각각 서갑원·조정식 의원이 맡던 자리다. 386의 쇠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지난 15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386이 지원한 김부겸 의원이 낙선하면서부터 예고된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이다. 386의 퇴장은 이 원내대표가 대변하는 비주류의 ‘주류 색깔 지우기’와 동전의 앞뒷면을 이루고 있다. 뉴 민주당 플랜의 초안이 17일 공개되자 이를 주도한 386 그룹은 현 지도부와 함께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호남 출신의 김영진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실패한 개혁, 통합민주당의 통합으로 인한 대선·총선 참패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며 쓴소리를 냈다. 4·29 재·보선과 검찰의 친노(親) 사정수사를 계기로 386이 당내 계파 갈등과 이념 논쟁에서 계속 수세에 몰리고 있는 셈이다. 정치컨설팅업체 포스의 이경헌 대표는 “민주당내 386이 권력 쟁취를 위해 갈라지고,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면서 정작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는 대의보다 권력을 지향하는 잘못에 빠져 있다.”면서 “치열한 평가와 반성이 선행돼야 현실 정치에서의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사설] ‘뉴민주당플랜’ 성숙한 정치로 이어지길

    민주당이 어제 당의 새로운 가치와 정책 방향을 담은 ‘뉴민주당플랜’ 초안을 내놓았다. ‘더 많은 기회’와 ‘더 높은 정의’, ‘함께 사는 공동체’를 3대 가치로 삼고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를 2대 발전전략으로 제시했다. 뒤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앞으로는 지구촌 무한경쟁시대에 걸맞은 발전전략을 펼쳐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재집권 실패도 모자라 지난해 총선에서마저 참패하고, 그 뒤로도 10%대의 지지율에 주저 앉은 현실에서 새로운 정당으로 탈바꿈하지 않고는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배어 있다. 선언 초안이 지적했듯 21세기 지식정보시대에서는 좌·우, 진보와 보수의 낡은 이분법을 뛰어 넘어야 한다. 약자를 도외시하는 무책임한 성장도 있을 수 없으며, 분배만을 강조하다 공도동망(共倒同亡)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비록 초안에서이기는 하나 탈(脫) 이념을 선언한 것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좌우, 보혁의 낡은 이념구도를 벗어 던지고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지향하는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균등 및 확대를 통해 중산층과 서민을 끌어 안겠다고 밝힌 점도 평가할 일이다. 분배가 소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한나라당의 작은 정부론에 맞서 큰 정부론을 내세운 점도 눈길을 끈다. 뉴민주당플랜은 갈 길이 멀다. 당장 당내 비주류 진영에선 ‘한나라당 2중대 선언’이라거나 “중도개혁의 가치를 외면했다.”는 등의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내일부터 초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정세균 대표측 주류와 정동영 전 대표측 비주류간 주도권 싸움으로 비화하면서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시대 흐름에 부합하려는 초안의 정신이 훼손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 당내 민주화를 어떻게 구현하고, 폭력으로 위협받는 의회주의를 어떻게 지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 [글로벌 시대] 한중일은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해야/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글로벌 시대] 한중일은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해야/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1792년 영국왕의 사절 조지 매카트니가 청나라의 건륭제를 만나러 수만리 바다를 건너 황제의 여름 휴양지 열하에 도착했다. 황제를 배알하려는데 굴욕스러운 의전 문제가 생겼다. 황제에게 세 번 엎드리고 아홉 번 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천하의 중심으로 여기던 중국의 위세는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반세기 후 영국은 사절 대신 군함과 대포를 앞세우고 중국을 유린했다. 중국은 서구열강의 도도한 동진정책에 밀리고 심지어 오랑캐로 여기던 일본에마저 참패해 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해 갔다. 더불어 중국인의 자존심도 무참히 허물어졌다. 중국의 민족주의는 이런 몰락과정에서 자주독립과 자존심을 되찾자는 운동으로부터 출발했다. 한편 명치유신 이래 서구의 기술과 제도를 도입하여 급속히 근대화를 이룩한 일본은 식민정책도 모방해 조선과 중국을 삼키려 했다. 일본의 민족주의는 망해가는 중국과 달리 욱일승천하는 국력을 배경으로 일본 중심의 아시아·태평양을 건설(대동아공영권)하자는 도전적 열기로부터 배태되었다. 21세기에 접어든 오늘날 중·일의 민족주의는 확연히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백년의 잠에서 깨어나 다시금 비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미국, 일본, 독일 다음 세계 4위인 중국의 경제규모가 2040년쯤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의 군사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칭다오에서 개최된 해상 열함식은 세계로 뻗어 가는 중국의 군사력을 상징한다. 일본의 민족주의도 우경화 경향을 보이는 전후세대를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전후세대는 과거사를 반성하기보다 오히려 히로시마 원폭과 같이 자신도 과거사의 희생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들은 일본도 정상적인 국가, 즉 정치대국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군사력도 증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 핵문제와 로켓 발사는 일본 우익의 재무장 요구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문제는 부상하는 중국과 경제대국 일본의 민족주의가 경쟁 내지 대립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일 사이에는 과거사문제, 일본의 우경화와 군비증강, 중국을 겨냥한 미·일 동맹, 타이완문제, 댜오위다오 영토분쟁, 일본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진출 문제 등 난제가 수북하다. 이 모든 근저에는 21세기 아·태지역의 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도사리고 있다. 중·일 민족주의와 관련, 우선적으로 경계해야 할 두 가지 위험변수가 있다. 첫째, 중국 정부가 중화민족주의를 대내외 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외적으로 동북공정의 예와 같이 국제이슈에 민족주의 이념을 투입함으로서 장차 국제분쟁을 자초할 우려가 있다. 대내적으로 중화민족주의와 공산당 장기집권의 당위성을 교묘히 엮어서 통치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장차 민족주의의 열기가 정부 통제를 벗어난다면 예상치 않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일본 집권당의 우경화와 민족주의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태도다. 전후 장기집권해온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온건, 중도세력은 점차 도태되고 우익인사가 당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우익은 국내 인기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과거사, 군사재무장 등을 거론함으로써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있다. 두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한국으로서 중·일 민족주의가 대립하거나 충돌하게 되면 악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중·일 양국의 민족주의가 폐쇄적 중화나 대동아공영권 식으로 흐르지 않고 호혜평등과 근린협력에 입각한 열린 민족주의로 발전해 나가도록 중간자적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 역시 민족주의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는 만큼 우리 스스로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포옹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 민본21, 여론조사 공개 압박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이 15일 여론조사로 다시 당을 압박했다. 지난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당에 ‘전면 쇄신’의 화두를 던진 데 이은 후속 행동이다. 당시 쇄신 요구가 본질을 비켜났다는 비판 때문인지 이번에는 민감한 ‘인사’ 문제를 건드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거취까지 다뤘다. 여론조사 응답자들은 압도적인 수로 이 의원에게 정치 활동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84.8%나 됐다. 이 가운데 40.2%는 ‘의원직 사퇴’까지 주문했다. ‘큰 문제가 없었으므로 현재처럼 계속 활동’을 고른 응답자는 7.2%에 그쳤다. 민본21은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이 항목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여론을 명분으로 이 의원을 압박하는 결과를 낳았음은 분명해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 오피니언’을 통해 전국 16개 시·도의 성인남녀 1000명을 전화조사했다. 신뢰구간은 95%, 표본오차는 ±3.1% 포인트다. 조사 결과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짐을 일정 부분 덜어냈다. 응답자의 62.6%는 ‘박근혜 쪽을 포용하지 못한 친이명박 쪽’에 계파 갈등의 책임을 물었다. 친박 책임론을 제기한 응답자는 20.8%였다. 친박계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려다 무산된 책임도 친이 쪽에 있다는 응답이 53.6%, 친박 쪽에 있다는 응답은 22.3%였다. 박 전 대표에게는 37.4%가 ‘당에 조건 없는 협력’을 촉구했다. 28.0%는 ‘당 대표로 나서 당무를 관장’하라고 했고, 26.8%는 ‘친이계의 태도에 따라 협력’을 주문했다. 또 응답자의 31.0%는 재·보선 패배의 원인을 ‘한나라당 내 계파 갈등’에서 찾았다. ‘당의 잘못’은 29.6%,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은 28.6%였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강경파 vs 온건파… 친박계 표심은 어디로

    강경파 vs 온건파… 친박계 표심은 어디로

    우여곡절 끝에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의 막이 올랐다. 21일로 예정된 경선은 안상수·정의화·황우여 의원의 3파전으로 진행된다. 변수는 친박의 표심이다. 원내대표 주자들이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으로 친박 인사들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이유다. 이번 경선 결과는 미디어 관련법 등 쟁점법안이 몰린 6월 임시국회는 물론 향후 대야 및 당정 관계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6월 입법전등 당정 관계 가늠자 특히 한나라당이 강경파를 원내대표로 뽑느냐, 온건파를 내세우느냐에 따라 기류가 엇갈릴 수 있다. 집권 2년차인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구상과도 맞물린다. 정 의원은 당내 화합의 적임자를 자처한다. 그러면서도 ‘유연하지만, 유약하지 않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강재섭 전 대표의 최측근인 이종구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영남·수도권 조합을 이룬 셈이다. 결선 투표가 실시되면 3위 후보의 지원을 기대한다는 속마음도 내비쳤다. ●정의화-이종구, 안상수-김성조 안 의원은 강성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대화와 타협을 강조한다. 친박계인 김성조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웠다. 마찬가지로 영남과 수도권의 조합이다. 안 의원은 “집권 2년차는 선진화 1기 정권인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황우여, 최경환에 러닝메이트 제안 황 의원은 변혁과 화합을 기치로 내걸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중립을 지켰다는 점에서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과 친이·친박 진영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패자인 박근혜 전 대표 쪽과도 아픔을 같이한다는 마음 자세로 지냈다.”고 주장한다. 황 의원은 수석정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에게 러닝메이트를 제안했다. 최 의원은 적극 검토 중이다. 계파 화합과 정책 일관성에서 최적의 카드라는 게 황 의원 쪽 설명이다. 당사자들의 포부에도 불구하고 당내 분위기는 미지근하다. 재·보선 참패에 따른 내홍에 경선 연기론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후보간 합종연횡으로 과열 양상까지 보이는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과 대비된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섣부른 자신감과 막연한 기대감의 충돌

    [김형준 정치비평] 섣부른 자신감과 막연한 기대감의 충돌

    한나라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단합과 쇄신을 위해 청와대와 박희태 대표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친박 김무성 의원 원내대표 추대 카드’가 박근혜 전 대표의 싸늘한 반대로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김무성 추대론’을 반대하는 이유로 “당헌 당규에 따라 원내대표 경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특유의 원칙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재·보선 패인을 당내 분란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로 보인다. “당이 잘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언급에서 보듯이 ‘김무성 카드’는 재·보선 패배를 서둘러 봉합하려는 주류 측의 임기 응변책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사를 살펴보면 집권 여당 내에서 대통령과 유력 대권후보 간의 갈등과 대립은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러한 갈등이 집권 말기에 분출되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갈등은 집권 초기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이례적인 것이다. 이것은 박 전 대표의 자신감과 이 대통령의 기대감이 융합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 볼 때 지역과 이념이 없는 취약한 통치 기반을 갖고 있다. 반대로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영남과 보수는 대선 경선과 총선 공천 파동을 거치면서 박 전 대표가 확고한 대표성을 갖게 되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지역과 이념에 비해 지지 강도가 약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현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민심은 급속하게 이반되고 덩달아 정부에 대한 심판은 강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면 치를수록 현재 권력이 미래 권력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또한 친이 주류와 야권에 박 전 대표에게 대항할 만한 대권 후보가 부상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박 전 대표의 자신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편 친이 주류는 집권 초기부터 권력 배분을 둘러싸고 원로그룹, 이재오계, 소장그룹 등으로 파편화된 반면 친박 비주류는 똘똘 뭉쳐 있는 것도 박 전 대표의 거침없는 행동을 가능케 하는 동인이다. 한마디로 박 전 대표는 현 상황을 92년 대선에서 여당인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가 노태우 대통령을 압박해 정권을 쟁취했던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이 대통령은 입법 과정과 각종 선거에서 박 전 대표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자신의 권위가 도전받고 있지만 97년 대선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역할 모델로 삼고 있는 듯하다. 집권 여당의 이회창 후보는 대세론을 앞세워 김 전 대통령을 업신여기면서 강하게 압박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김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보복할 것 같은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는 것보다 야당인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퇴임 후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이 후보 지지를 철회한 것이 패배의 핵심 이유였다. 친이 측은 한국의 대통령은 대선에서 누구를 당선시킬 수 있는 힘은 없지만 누군가를 떨어뜨리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굳게 믿는 듯하다. 이는 87년 이후 네 번의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과 갈등을 일으킨 여당 대선 후보가 성공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기대고 있는 것 같다. 여하튼 박 전 대표의 섣부른 자신감이 책임감 결여를 낳고 이 대통령의 막연한 기대감이 정치력 부재를 가져오면서 한나라당 내 화합과 소통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멸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듯한 친이·친박에게 조기 전당대회 개최나 인적 쇄신은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 없다. 그보다는 “저쪽이 무릎을 꿇고 망해야 우리가 승리한다.”는 오만과 증오 속에서 독버섯처럼 솟아나는 배제와 어둠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것이 좋든 싫든 정권 창출에 함께 참여했던 세력으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시론] 실패한 정당정치 되살리려면/서경교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 교수

    [시론] 실패한 정당정치 되살리려면/서경교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 교수

    4·29 재·보선 결과로 인해 정치권이 어수선하다. 선거가 치러진 5개의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한 석도 얻지 못했고, 제1야당인 민주당은 1석, 지난 총선에서 원내 진출에 실패했던 진보신당 1석, 무소속 3석이라는 결과로 재·보선은 종결됐다. 대의민주정치에서 선거란 민심을 얻기 위한 경쟁이자 상대가 있는 경쟁이므로 당연히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민심이란 항상 유동적이다. 따라서 한 번의 재·보선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은 ‘정당정치의 참패’였다. 대의민주정치를 확립한 서구에서의 정당은 ‘정치적 주의·주장·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정권획득을 통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모인 정치적 결사체’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은 그 출발에서부터 이러한 정의에 부합하는 정치적 결사체로 기능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의 정당은 ‘정치적 신념이나 주장보다는 정치권력 획득이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특정 지역이나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모인 정치적 결사체로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상충되거나 갈등관계가 심화되면 언제라도 탈당하거나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 있는 매우 느슨한 형태의 집단’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동안 치러진 수많은 선거과정에서 급조됐다 없어진 군소정당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집권 여당들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가장 가까이는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급조됐다가 불과 5년의 대통령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없어진 열린우리당이 좋은 예다. 그러니 한국 정치에서 정당이란 그야말로 ‘무늬만 정당’이지 대의민주정치 핵심요소로서의 정당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존재한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일까? 해결책은 있다. 정당정치를 견인하는 두 바퀴라 할 수 있는 ‘정당’과 ‘유권자’가 정말 새롭게 거듭나는 것이 가장 핵심적 해결방법이다. 먼저 바람직한 정당정치를 확립하기 위해 한국의 정당들은 정치의 본질을 뼛속 깊이 되새겨야 한다. 정치는 다수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의민주정치의 기초가 되는 정당들도 먼저 국민들을 생각하는 정치 결사체가 돼야 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가문의 영광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닌, 지역구민들이나 유권자인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을 명예롭게 여기는 사람들이 정당의 구성원이나 공직의 후보가 돼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정당정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역할과 기능 역시 매우 중요하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정치의 본질에 충실한 정당과 후보자들을 가려낼 수 있는 유권자들이 있어야 사이비 정당과 정치인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제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엉터리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휘둘린다면 한국의 정당정치는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결국 대의민주주의의 성숙도는 유권자인 국민의 수준과 정비례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해결책을 실천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정당정치라는 수레를 끌고 나가는 ‘정당’과 ‘유권자’라는 두 수레바퀴가 균형을 이루며 제 역할과 기능을 다할 때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한국의 정당정치는 비로소 희망이라는 한 줄기 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서경교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 교수
  • “한나라당도 못 살리면서 민생 살린다고?”

    “한나라당도 못 살리면서 민생 살린다고?”

    4·29 재·보선 참패에 따른 한나라당의 민심 수습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다. 재·보선에서 민심은 여권이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라고 경고했지만, 정작 한나라당은 준엄한 심판을 또 다시 해묵은 친이·친박 갈등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국민은 “배가 고프다.”고 하는데 한나라당은 “밥 짓기를 같이 하나, 혼자 하나.”를 두고 싸우는 형국이다. 친이는 “손을 내밀어도 친박이 잡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친이 쪽 한 의원은 12일 “친박에게 당을 통째로 갖다 바쳐야 하느냐.”고 비난의 화살을 친박 쪽으로 돌렸다. 친박은 “우리가 자리를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시혜를 베푸는 척한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인다. 한 친박 의원은 “우리는 야당보다 더 못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한나라당은 10년 만에 정권을 잡았지만 친박에게는 ‘잃어 버린 15년’이 진행 중이라는 허탈감이 묻어 난다. ‘제1야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친박계’라는 자조도 흘러 나온다. 친이·친박은 ‘비무장지대’를 만들어 놓고 서로에게 공격을 자제하는 어정쩡한 휴전 상태를 유지한 지 오래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살리기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친박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권 핵심에서는 친이만으로도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는 여권의 위기 속에도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팔짱만 끼고 있다. ‘이미지 정치’, ‘나홀로 정치’에 매몰된 듯하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두나라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아무도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도리어 선거 때마다 공천을 놓고 내홍을 겪으며 정당정치의 위기를 넘어 파탄 지경까지 자초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자고 당 일각에서 기껏 내놓은 것이 민생과 동떨어진 조기 전당대회 정도다. 각 계파의 이해득실만 계산하며 내부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재·보선 패배 직후 가장 먼저 전면 쇄신을 요구한 ‘민본 21’의 공동간사 김성식 의원은 “분란의 틈에 숨어 국정기조와 운영방식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쇄신파나 비주류에 책임을 돌리려 한다.”면서 “국정쇄신과 인적쇄신이라는 애초의 원칙을 다른 방향으로 몰아 가는 건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야당이 여당 걱정을 더 한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당 5역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국민을 잊어 버리고 오직 내부의 친이·친박 갈등에 몰두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의 ‘창업주’이기도 한 이 총재는 “한나라당이 집권당이고, 정국의 주도적 영향력을 미치는 여당인 만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전문가들의 충고도 따끔하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나라당’도 못 살리면서 ‘민생’을 살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한나라당은 이미 2005년 혁신안을 통해 공천 문제 등 민주적 시스템을 잘 갖췄다. 그것만 잘 지켜도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학과 교수는 “재·보선이 보여준 민심을 여당이 잘 봐야 한다.”면서 “민심은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기조를 수정하라고 하는데 한나라당은 민심과 무관하게 권력투쟁만 일삼고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빨리 지긋지긋한 파벌정치를 청산하고 여당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朴,PK에 깜짝놀랄 액수 뿌렸다” “있는 사람들이 더한 경우” 멀쩡한 우리말 동화책 영어판 내기 盧 수십만달러 “추가 수수” “원래 포함된 것” ‘트와일라잇’ 속편 대본 쓰레기통에 ‘터미네이터 4편’ 청출어람 고대 총장 “건설대학 세웠으면” 박지성 “리버풀의 추격 즐기고 있다”
  • [사설] 한나라 쇄신, 갈등 조기 수습에 달렸다

    한나라당 쇄신위원회가 어제 발족했지만 쇄신 방향을 놓고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쇄신위는 공천개혁과 당·청 소통, 당 화합방안과 당 운영개선 등의 해법 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조기전당대회를 통한 쇄신론이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고, 이 주장은 현 지도부를 빨리 교체하자는 것이다. 박희태 대표는 당권 경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조기전당대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거듭날 수 있다면 조기전당대회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하지만 조기전당대회는 지도부·소장파간 새로운 갈등을 초래할 소지가 있고 인적 교체로 쇄신될지도 의문이다. 한나라당의 근본 문제는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계파 갈등에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카드가 사실상 무산된 것도 뿌리 깊은 갈등과 불신에서 비롯된다. 박근혜 전 대표가 미국방문 길에서 “친박이 발목을 잡은 게 뭐가 있느냐.”며 친박 때문에 선거에 떨어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한 것은 상호 불신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친이·친박 갈등이 한나라당의 효율적인 정국운영의 걸림돌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박희태 대표는 어제 귀국한 박근혜 전 대표와 하루라도 빨리 직접 만나 갈등을 해소하는 큰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한나라당은 쇄신 요구가 촉발된 4·29 재·보선 참패의 원인부터 되새겨야 한다. 친이·친박의 갈등에다 집권여당답지 못한 정책조율 실패, 국민과의 소통 부재가 아니었던가. 소장파 요구대로 지도부 교체로 어물쩍 쇄신안을 포장하는 정도로는 민심을 잡기 어렵다. 쇄신은 갈등의 조기수습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4·29 재보선 이후 여야 거물들 행보] (5)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였다. 우선 4·29 재·보선 참패의 수습책이 그의 몫이다. 하지만 당의 화합을 강조하며 야심차게 꺼내든 ‘친박 원내대표 추대’ 카드가 친이·친박간 갈등을 증폭시키며 무산됐다. 지도력 없는 여당 대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11일 “여권내 권력구조상 박 대표의 역할은 봉합이 아니라 미봉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무총장을 인가하려던 당초 일정을 유보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상의하는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겠다는 설명이다. 친박 원내대표 카드를 놓고 정작 중요한 박 전 대표와의 소통을 소홀히 한 탓에 일이 어그러졌다는 원성을 자초한 때문으로 보인다. 사무총장 인선도 친이·친박의 눈치를 살펴 결정해야 할 처지다. ‘실권 없는’ 대표임을 보여주는 일단이다. 박 대표는 조만간 박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고리로 한 친이·친박간 대화의 노력이 무산되면 더 이상 지도력을 행사할 수 없는 난감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친박이 발목을 잡아서 안 된 게 뭐가 있느냐.’며 친박 포용론에 부정적인 만큼 만나봐야 달라질 것도 없다는 전망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가와 박 전 대표의 거부 사이에서 박 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내년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연내로 앞당겨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은 박 대표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이다. 10월 재·보선을 통해 원내 입성을 노려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박 대표로서는 관리형 대표의 한계를 보이는 데 그칠 것인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우호적인 여론도 있다. “권력을 가져 봤어야 책임도 지라고 하지.(진수희 의원)”, “청와대의 국정기조 운영방식과 박 전 대표를 동반자로 만들지 못한 주류에게 핵심 책임이 있다.(김성식 의원)”, “그래도 어수선한 정국을 떠받치고 갈 수 있는 분은 박 대표뿐이다.(조윤선 의원)” 등이다. 그러면서도 좋든 싫든 이번 사태의 수습 과정에 대표의 직을 결국 걸게 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박 대표는 시종 화합론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선 이후 우리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쇄신과 단합의 행진은 힘차게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연초 올해의 사자성어로 제시한 석전경우(石田耕牛·돌밭을 가는 소)의 자세를 견지한다는 각오다. 최근 사석에서도 “우리의 목표는 보수 정권의 재창출”이라면서 “화합 이외의 명제는 없다. 그것만이 나도 살고, 당도 살고, 보수정권도 사는 길”이라라고 주장했다. 친이·친박으로 흐트러진 갈등의 돌밭을 화합의 옥밭으로 가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박근혜의 역공… “친박이 발목 잡은 게 뭐가 있느냐”

    여권 핵심의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카드로 정치적 선택에 내몰렸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역공에 나섰다. 방미(訪美) 중인 박 전 대표는 10일(한국시간) “친박이라는 분들이 당의 발목을 잡은 게 뭐가 있느냐.”며 4·29 재·보선 참패와 ‘김무성 추대론’을 계기로 불거진 친박 책임론을 정면 반박했다.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추대’에 반대한 것을 두고 친이 진영을 중심으로 ‘책임 회피’, ‘권력 투쟁’ 등의 해석이 나오자 불쾌감과 결기를 내보인 셈이다. 박 전 대표가 귀국하는 11일 이후 친이-친박간 계파 갈등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심한 듯 “‘친박 때문에 당이 안 되고 있다.’, ‘친박 때문에 선거에 떨어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 말이 되는 것을 가지고 말을 해야 하는데 전제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친박의 비협조’를 4·29 재·보선 참패나 국정 혼선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여권 주류의 인식을 문제삼으면서 ‘추대 거부’의 명분을 쌓은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정치 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전 대표는 “특별한 게 없다.”면서 “이제까지 해온 대로, 덧붙일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 이후 박희태 대표가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만나겠다고 하면 안 만날 이유가 없다.”면서 “원내대표 문제는 이미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덧붙일 말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어떤 공천이든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에 따라 해야 하지,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공당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박 전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 대표가 재·보선 수습책으로 내세운 ‘단합’ 메시지와 정면 충돌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친박 추대론’의 당사자인 김무성 의원은 이날 국회 국방위 활동차 터키로 출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원래 생각대로 (원내대표를) 안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철저한 당인으로서, 역할이 주어진다면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며 원내대표 제안을 수용할 뜻이 있었음을 밝혔다. 박 전 대표의 반대 입장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정치란 맺힌 것을 푸는 것”이라면서 “이번 일로 친이·친박간 골이 깊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그 골을 메우기 위한 해결책도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며 현재의 갈등 구조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4·29 재보선 이후 여야 거물들 행보] (3) 정몽준 한나라 최고위원

    [4·29 재보선 이후 여야 거물들 행보] (3) 정몽준 한나라 최고위원

    “한나라당은 엉성한 친목단체다.” 한나라당이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직후 정몽준(얼굴) 최고위원이 낸 쓴소리다. 당이 친이·친박으로 나뉘어 계파싸움에만 몰두하다 재·보선에서 참패했다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입당한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계파갈등을 비판해 왔다. 친이·친박 구도 자체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만을 ‘정치적 상수(常數)’로 규정하는 프레임이라고 정 최고위원은 보고 있다. 이 구도에서는 정 최고위원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마땅치 않다. 큰 꿈을 품고 있는 정 최고위원으로서는 이 구도가 흔들리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정 최고위원 쪽의 한 관계자는 8일 “이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나오지도 않는다.”면서 “‘친이·친박’ 구도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친박·비박(非朴)’ 구도가 맞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이 차기 대선의 ‘상수’인 박 전 대표에 대항할 ‘비박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이런 측면에서 정 최고위원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게도 “언젠가는 함께 일하고 싶다.”며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최고위원 쪽은 “두 사람은 16대 국회 당시 국회 교육위에 소속돼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며 ‘인연’을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 전 최고위원을 평소 ‘이재오 선배’라고 부른다. 정 최고위원의 외곽조직과 이 전 최고위원의 외곽 지지그룹이 연대를 모색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아직 대중 득표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지난 울산 북구 재선거에 그렇게 공을 들인 것도 당내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차세대 주자로서의 가능성을 높이고 친이·친박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대중적 지지가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내 기반이 없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정 최고위원 쪽이 항상 “이 대통령도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울산 북구 재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정 최고위원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한다. 선거 현장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며 약점인 당 기여도를 높였고, 유세 현장을 돌며 당내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혔다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재·보선에 이어 당에 불어닥친 쇄신과 화합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다시 정치보폭을 넓히기 위한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쇄신책의 일환으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 방식을 바꾸자며 당헌·당규 수정을 요구했다. 친이 쪽이 호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박 전 대표가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대로 하자.”는 것과 대비된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자격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회 및 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정 최고위원은 귀국 후인 10일 당 쇄신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친이와 친박의 균열 속에서 정 최고위원이 입지 확대를 위한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사설] 박 전 대표 국정안정에 힘 보태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유독 원칙을 강조해온 정치인이다. 어제는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원내대표는 당헌·당규상 경선을 하게 되어 있다. 추대로 미리 결정하는 것이 절차상 논란이 있음을 지적할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국정안정이라는 커다란 명제를 무시하는 자세가 바람직한지 돌아봐야 한다. 굳이 원칙을 내세우려면 당 밖에 친박(親朴) 세력을 유지하는 게 옳으냐부터 따져야 한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친박연대가 따로 살림을 차린 것을 사실상 방기했다. 4·29 경주 재선거에서도 한나라당 후보 지원활동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친박을 표방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데 도움을 줬다. 당 안팎에 확고한 친박 세력을 유지함으로써 정치적 입지는 강해졌을지 몰라도 정당정치의 근본원칙을 흔들고 있다. 이번의 원내대표 경선도 그렇다. 과거에도 경선을 앞두고 합종연횡이 항상 있어 왔다. 친박계의 김무성 의원이 단일후보로 입후보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게 그리 무리한 일은 아니다. 만약 끝까지 그에 반대하는 후보가 있다면 당당히 경선을 하면 그뿐이다. 그런데도 말이 나오자마자 박 전 대표가 일거에 선을 그어버린 것은 원칙을 내세우되 다른 정치적인 속내가 있다는 의구심을 살 만하다. 사전조율에 미흡했던 한나라당 지도부와 청와대 정무팀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벌써 몇번째 이런 시행착오가 벌어지고 있는가.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박 전 대표가 자꾸 어깃장을 놓는 것은 스스로에게 손해라고 생각한다. 박 전 대표는 집권여당의 핵심 일원이다. 한발 떨어져 반사이익을 챙기려 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와 당지도부가 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박 전 대표쪽에서 먼저 대화에 나서야 한다. 재보선 참패에도 불구, 한나라당이 화합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박 전 대표에게도 돌아갈 것이다.
  • ‘김무성 추대 카드’ 쇄신·화합 묘수될까

    ‘김무성 추대 카드’ 쇄신·화합 묘수될까

    ■ 당·청 ‘재보선 패배 수습’ 회동 의미 4·29 재·보선의 참패에 뒤이은 한나라당의 쇄신안이 6일 윤곽을 드러냈다. 당내 친이·친박 간 분열이 국정 운영의 부조화와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이라는 진단에 따라 쇄신안의 핵심은 ‘단합’에 맞춰졌다. 쇄신의 내용 자체보다는 당직 인선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친박 계열인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론’이 부상했다. 쇄신의 내용은 이번 주 안에 가동될 당내 쇄신특위를 통해 도출키로 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간 대화의 화두는 쇄신도 중요하지만 단합도 중요하다는 것”이라면서 단합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원내대표 선출이 국회와 당내 사안이므로, 청와대는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박 대표도, 일부 의원들이 원내대표 경선을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는 점을 의식한 듯 이날 회동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지 자체를 모호하게 했다. 회동에서 이 대통령과 박 대표는 정치 현안의 대강을 모두 훑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가 쇄신특위 위원장과 사무총장 등의 인선 내용을 보고했고, ‘당에서 알아서 하라.’는 재가까지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쇄신특위 위원장은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3선의 원희룡 의원이 맡을 것으로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사무총장에는 친이계 몇몇 중진들과 함께 친박에 가까운 정갑윤 의원도 거론된다. 이날 회동으로 청와대는 당장 재·보선 패배 책임론이라는 급한 불을 껐다. 후속 대책의 ‘공’도 당에 넘겼다. 박 대표를 비롯한 여권 주류는 이를 다시 쇄신특위에 넘기고 한숨을 돌리게 됐다. ‘김무성 추대’가 성사만 되면 한동안은 ‘곰이 넘는 재주’만 지켜 보면 된다는 분위기다. 반면 친박계는 당장 고민에 빠졌다. 이 대통령과 박 대표가 먼저 손을 내미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 상황에서 마냥 ‘진정성’을 확인하자고 버티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이 ‘추대’라는 모양새만 갖춰진다면 원내대표 자리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김 의원의 거취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김무성 원내대표’는 친박계 대표주자라기보다 의원 개인의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를 ‘동반 책임’의 위치로 끌어들이겠다는 여권 주류의 구상이 당초 기대한 정도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친이-친박간 전선이 쇄신특위로 옮겨지는 시나리오와 맥을 같이 한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오는 10월 재·보선도 여당이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또 다시 승리가 불확실하다는 판단이 서면 재·보선에 앞서 조기 전당대회 주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여권의 ‘쇄신 카드’가 불과 몇 개월 뒤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모험처럼 감행되고 있는 ‘친박 원내대표 추대론’이 여권 주류에 시간벌기에 그칠지, 사태를 풀어 가는 묘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사설] 친이·친박 화해로 국정 바로 세워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어제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고 4·29 재·보선 완패의 수습책으로 당 쇄신과 화합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계파 갈등과 정책혼선이 민심이반을 초래했고, 재·보선 참패로 이어졌다는 성찰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이 집권 여당답게 냉철한 자기반성을 통해 환골탈태할지를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한나라당은 화합을 통한 쇄신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당내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의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자는 주장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당내 대통령 경선의 산물인 친이(친이명박)·친박계는 2년이 지났지만 망령처럼 한나라당을 지배하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계파 갈등의 한계는 경주 재선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언제까지 계파 갈등이나 하고 있을 것인가.친박계는 김무성 의원 원내대표 추대설에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원내대표 자리를 친박계에 준다고 해묵은 계파 갈등이 사라질지 의문스럽다. 당원협의위원장 정리 같은 사안도 친이·친박 계파 갈등의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 박 대표는 쇄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쇄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장파 그룹 의원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은 쇄신의 주체가 현 지도부가 아니라 당 쇄신특위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내홍 소지도 없지 않다.한나라당에서 더 이상 친이·친박이라는 계파 얘기가 나오지 않기 바란다. 두 계파 모두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이제 당에는 계파 소리가 안 나올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명실상부한 화합과 쇄신을 이뤄내지 못하면 안정적인 정국운영은 물론이고 연말 재·보선,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본다. 집권 여당이라는 하나의 계파로 뭉쳐 거듭날 때 비로소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친박 포용론’이 열쇠… 누가 빗장 여나

    4·29 재·보선 참패 이후 한나라당 쇄신론의 핵심이 ‘친박계 포용론’으로 집약되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가 이에 부정적인 데다 한나라당이 당·청 관계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현실에서 당 주도의 쇄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쇄신의 폭과 강도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6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의 회동 결과가 쇄신론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5일 소장파 의원들의 쇄신 요구에 “지난 번 제가 당 대표를 할 때 다 했던 일”이라면서 “쇄신안이라고 다시 나오는 것은 지켜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천하고 지켜지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방미(訪美)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내 정상화, 공천시스템 투명화, 상임위 중심 국회 운영 등 소장파가 주장하는 쇄신방안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 초청으로 가서 뵌 것”이라면서 “날짜며 내용이 왜 사실과 다르게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친박 중진인 김무성 의원의 원대대표 추대론에는 아예 언급을 피했다. 박 전 대표로서는 자신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친이 쪽에서 포용론이나 쇄신안이 회자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포용의 대상인 박 전 대표가 기본적인 신뢰의 결여를 지적하고 있는 마당에 당 지도부의 쇄신안이 추동력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친박 쪽이 당 쇄신이든 화합이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는 소장파 모임 ‘민본21’이 요구한 전반적인 당 쇄신 대신 부분 쇄신 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당직 개편에서 친박계를 배려해 포용의 모양새를 취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대통령이 국정을 장악한 상황에서 당으로서는 이같은 절충을 재·보선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여길 수 있다.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도 부분 쇄신을 통한 사태 수습 쪽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다. 이들은 6일 오전 모임을 갖고 구체적인 쇄신 방안을 논의한다. 한 관계자는 “사무총장과 임명직 당직자가 사표를 내고 원내대표도 새로 뽑기로 했는데 조기전당대회까지 치른다면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면 쇄신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민본21’이 제시한 개혁과제에 대해 남경필·정두언·정병국·원희룡·권영세 의원 등 개혁 성향의 원조 소장파가 당·청 회동 결과를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비례대표 의원 21명도 4~5일 강원도 속초에서 워크숍을 갖고 쇄신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옥임 의원은 “일정한 변화와 화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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