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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진정한 정당개혁이란/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진정한 정당개혁이란/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달 재·보궐 선거에 참패한 한나라당이 당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을 개혁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30석을 차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야당보다 계속 높았으나 최근 들어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했으니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당명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 대비하여 과거 공천심사위에서 하던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국민참여형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현행 제도 대신에 과거처럼 대선 후보가 당 대표를 맡을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친박은 이 제도가 박근혜 전 대표를 불러내어 정치적 책임을 지우려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젊은이가 당대표를 맡아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새로 선출된 황우여 원내대표는 감세정책 철회, 대학 등록금 반액 추진 등 서민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인물 교체, 제도 개선, 정책 변화를 통해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과연 우리들은 이러한 개혁 노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우리들은 민주화 이후 정당들의 개혁 경쟁을 여러 차례 보았으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였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지지 세력은 새천년민주당을 뛰쳐나와 국민 참여의 진정한 손발이 되겠다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었으나 실패하였다. 당시 강준만 교수는 신당 창당을 위해 국민개혁당을 해체하는 것을 준열하게 비판했으나 유시민 대표는 갖은 교언영색으로 창당을 정당화했고 그의 열린우리당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새천년민주당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당 개혁의 기치 아래 소위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하여 흥행에 성공하였으나 이 제도를 통해 대선후보가 된 노무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을 버렸다. 이뿐이 아니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은 ‘젊은 피 수혈론’을 앞세우고 자신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를 없애고 천년 가는 정당을 만든다며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했으나 10년도 못 가고 해체되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한나라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의 조순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탄생하였다. 사실 신한국당은 김영삼 대통령이 1995년 지방선거 패배 후 1996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전략상 간판을 바꾸었다. 이처럼 민주화 이후 지난 20여년간 한국의 정당은 다가오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당 개혁의 깃발을 내걸고 창당을 하거나 당명을 바꾸었다. 그 결과 한국 정당은 파리 목숨처럼 단명하였다. 그리하여 한국의 여당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반드시 없어지는 매우 신기한 법칙이 등장하였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각각 공들여 만들었던 민자당, 신한국당,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은 예외 없이 대통령의 임기 이후에 사라졌다. 이제 한나라당의 운명도 과거 여당과 똑같은 신세가 될 것인지, 예외가 만들어질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우리들은 정당이 진정으로 개혁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개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정당 개혁을 수없이 외쳤으나 아직도 한국 민주주의의 최대 문제점은 정당이라는 점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왜 아직도 한국 정당은 개혁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가. 그것은 한국 정당이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고 삐딱한 얼굴에 분칠만 한 탓이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1년 정도 효과가 나는 화장품이나 덕지덕지 바르기 때문이다. 진정한 정당 개혁이란 지도자의 손에서, 정치인들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는 정당을 주권자인 국민의 손에 되돌려 주는 일이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당을 위해 일하는 국민들이 많아져 아무도 함부로 당을 해체하거나 다른 당과 통합하거나 간판을 바꾸는 일이 일어나지 않고 수백년을 견디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이 진정한 당 개혁을 통해 미국의 민주당이나 공화당, 영국의 보수당이나 노동당처럼 반석 위에 우뚝 서기를 바란다.
  • [사설] 복수노조·타임 오프제 후퇴 안 된다

    한나라당이 정책 파기를 선언한 한국노총과의 관계 복원을 위해 ‘노동현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새 원내지도부가 한국노총과 상견례한 자리에서 노조전임자 문제와 관련한 타임 오프제(근로시간 면제 제도)와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여러 문제점에 대한 정책적 건의를 받았다는 게 이유다.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노조전임자 임금과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를 노사 자율에 맡길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지난달 재·보선을 앞두고는 김영훈 민주노총위원장과 시국공동선언문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노동·정치투쟁을 병행하겠다고 여권을 압박했다.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한나라당 TF의 논의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현행 노조법의 근간을 흔드는 타협은 용인돼선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타임 오프제와 오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인 복수노조 허용 및 교섭창구 단일화는 13년에 걸친 산고(産苦)의 결과다. 당시 한국노총도 참여한 노사정 합의에서는 중소사업장의 노조가 주축인 한국노총의 어려움을 헤아려 조합원 수가 적은 사업장에는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는 노조전임자를 더 배분했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은 국제노동기구(ILO)조차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교섭대표가 결정되면 결사의 자유에 합치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지난달 말 현재 타임 오프제 도입 사업장이 87%에 이르고 복수노조 시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략적 판단으로 노조법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은 노동개혁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타임 오프제와 복수노조 시행으로 손해를 보는 측은 대기업 강성노조와 상급노조의 직업 노동운동가들밖에 없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결과에서 드러났다. 여권은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양대 노총의 노조법 무력화 시도를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구태로 힐난해 왔다. 그런데 재·보선에서 참패했다고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꿔 노사관계 선진화의 큰 물길을 과거로 되돌리겠다는 것인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거듭 당부한다.
  • 64vs90…11일 與의총 비대위 격돌 예상 당 세력구도 재편 의미·전망은

    64vs90…11일 與의총 비대위 격돌 예상 당 세력구도 재편 의미·전망은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와 소장파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11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주도권을 이어 가려는 소장파와 반전을 노리는 친이계의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의총에서 다뤄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는 차기 당권 승부의 전초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6일 원내대표 경선은 당의 권력 지도를 180도 바꿔 놨다. 소장파와 친박(친박근혜)계는 ‘신주류’로 부상했지만 응집력은 떨어져 앞으로도 한목소리를 낼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구주류가 된 친이계는 흩어지는 현상이 빚어졌으나 재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경선 표심으로 확인된 ‘64(구주류) 대 90(신주류)’이라는 세력 구도가 갖는 의미와 전망 등을 친박계 서병수 전 최고위원과 친이계 원희목 전 당 대표 비서실장에게 들어봤다. ■친박 서병수 전 최고위원 “총선 위기 표출됐을 뿐 신주류 세력화 는 없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황우여 후보가 받은) 90표에 계파적 의미는 담겨 있지 않다.” 친박계 서병수 전 최고위원은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승패 개념으로만 보면 갈등 구조가 된다. 절충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치이며,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도 마찬가지”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서 전 최고위원은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내년 총선 패배 우려에 대한 의원들의 위기감이 표출된 것”이라면서 “소통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책을 생산, 집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90표’에 담긴 의미는 변화와 쇄신을 원하는 의원 간 물리적 통합일 뿐, 세력화를 위한 화학적 융합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친박계와 소장파가 ‘신주류’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의미가 없는 표현”이라면서 강한 어조로 부정했다. 서 전 최고위원은 “특정 세력끼리 연대한다면 이는 또 다른 계파 정치이자 피아를 구분하는 정치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계파를 초월해서 90표에 64표까지 더해져야 내년 총선 승리는 물론 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최고위에서 결정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의원총회를 통해 새롭게 구성하고, 당 대표 권한 대행을 비대위원장이 아닌 원내대표가 맡아야 한다는 소장파의 요구에 대해서도 서 전 최고위원은 선을 그었다. 서 전 최고위원은 “당헌·당규가 있으니 규정에 충실해야 하지만, 관련 규정이 애매한 만큼 최고위에서 의결한 사항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다만 쇄신파의 요구나 원내대표 경선에서 드러난 표심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비대위에 포함되면 안 될 사람이 있다면 교체하는 등 절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황우여 원내대표와 정의화 비대위원장이 만나 조정·절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대위 권한과 역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 전 최고위원은 “비대위는 2개월 동안 운영될 한시 기구일 뿐이며, 바꿔 말하면 2개월 안에 새 지도부가 탄생한다는 것”이라면서 “비대위 역할을 최소화하는 게 낫고, 쇄신 문제에서도 손을 떼는 게 바람직하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고 불필요한 오해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시 기구가 당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은 되지도 않고 될 수도 없다.”면서 “쇄신은 새롭게 구성되는 지도부가 맡아야 한다.”고 ‘쇄신 조급증’을 경계했다. 여권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원인으로는 소통을 꼽는다. 서 전 최고위원은 “변화와 쇄신 요구가 권력 투쟁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계파에 따라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운다면 국민들을 한 번 더 실망시킬 수 있다.”면서 “진정으로 위기의식을 느낀다면 친이(친이명박)계든 친박(친박근혜)계든 쇄신파든 당내 모든 세력, 사람이 함께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친이 원희목 의원 “靑 무시하는 점령군 승리 도취 땐 망조” “90표의 연합군이 점령군 행세를 하면 ‘이재오’ 하나를 작살낼 수 있을진 모르지만 또 다른 이전투구를 낳게 될 것이다.” 지난 10개월 동안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온 원희목 의원은 10일 소장파의 ‘권력화’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원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승리감에 도취될 때 망조가 온다.”면서 “(소장파 등 쇄신 연대에서) 내부적인 주도권 다툼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90표’의 허상을 꼬집었다. 원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64표’라는 응집력으로 뭉친 친이(친이명박)계의 “포지티브적인(발전적인) 견제”도 예고했다. 그는 “친이계의 기가 많이 빠져 있긴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로 돌아서거나 소장파로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면서 “당내 견제 세력이 사라진다면 총선 승리도, 정권 재창출도 없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또 황우여·이주영 신임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이 부자 감세 철회 방침을 내세우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데 대해서도 “대통령을 깡그리 무시하고 가겠다는 건 점령군의 행태”라면서 “당장 지지율 몇 퍼센트 더 받을진 몰라도 정권을 부정하는 여당은 망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집중된 ‘책임론’도 경계했다. 그는 “이 장관이 너무 기가 꺾여도 (대권 경쟁 구도에 있는) 박근혜 전 대표한테 좋은 게 아니다. 선의의 경쟁 구도를 갖춰야 발전할 수 있다.”면서 “포지티브적 견제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대로 무식하게 한 길로 가면서도 어떤 전환점 같은 데서는 항상 이 장관이 책임을 뒤집어써 온 측면이 있다.”고 두둔했다. 원 의원은 다만 친이계의 ‘반격’을 예견하는 시선에 대해선 “모든 걸 힘의 논리로만 보려는 편향된 시각”이라며 부정했다. 그는 “재·보선 참패나 경선 패배나 모두 국민과 시대의 요구”라면서 “순응할 때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이어 “또 권력을 잡으려 한다면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면서 “지금은 모든 걸 버리고 죽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선 실패에 따른 친이계 좌절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오는 7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친이계가 당권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낮다고 내다봤다. “이 장관이 특임장관직에서 사퇴하더라도 당 지도부로 돌아오진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누가 대표로 나오겠다고 하는 사람도 없다.”면서 “대신 당 지도부에 맞는 사람, 모든 걸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후원을 하거나 지지할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친이계의 향후 진로에 대해선 “아버지가 ‘이명박’인데 딴 데 가서 ‘나 아니요’는 못 하지 않느냐. 기가 많이 꺾였지만 추스르고 다시 집약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면서 “당내에 경쟁 구도가 활성화되어야 정치적 분위기를 선점할 수 있고, 총선·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씨줄날줄] 속죄양/주병철 논설위원

    속죄양(scapegoat)은 고대 유대에서 종교적인 의미로 속죄일(贖罪日)에 많은 사람의 죄를 씌워 황야로 내쫓던 양을 일컫는다. 정치적으로는 남의 죄를 대신 지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말할 때 인용한다. 나치 치하의 유대인이나 미국의 흑인 등이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속죄양을 교묘히 악용한 사람 중 한명이 아돌프 히틀러였다. 탁월한 대중연설가인 히틀러의 연설은 대부분 유대인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유대인과 그들을 돕는자를 없애야 한다며 1차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일의 속죄양’을 찾던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고 꿈을 이루려 했다. 동양에도 속죄양과 비슷한 고사성어가 있다. 삼국지의 마속편에 나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나쁜 의미보다는 좋은 의미로 더 자주 사용돼 왔다. 중국 촉(蜀)나라의 제갈량(諸葛亮)이 마속의 재능을 아껴 유비(劉備)의 유언을 무시하고 중용하였으나 자신의 지시를 어기고 전투하다 참패한 마속의 목을 베어 군의 본보기로 삼았다는 얘기다.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엄정하게 법을 지켜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현대판 ‘공명정대’쯤 된다. 우리나라에선 신라 김유신의 고사가 이에 해당된다. 한창 나이 때 천관녀라는 기생한테 빠진 김유신이 어느날 술에 취해 말 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말이 천관녀가 있는 기생집 앞에 멈춰 서 있는 것을 보고 말의 목을 벤 뒤 천관녀를 다시는 찾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에는 제갈량과 김유신의 처신에 대해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아랫사람 혹은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례로 해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저축은행 부실대출 문제를 계기로 금융감독원의 낙하산 감사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그제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신한은행 감사 내정자에서 사퇴하면서 “내가 낙하산 감사 문제의 ‘속죄양’이면 좋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대신증권 감사 임명 절차가 진행 중인 윤석남 전 금감원 국장도 감사직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무슨 일이 터져 더 이상 덮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속죄양이 나타나 두들겨 맞는 ‘마녀사냥’의 전형적인 패러다임을 다시 보는 것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하지만 금감원 전직 간부 1~2명이 무릇 속죄양을 자처한다고 해서 금융당국의 원죄가 씻어질 수는 없는 일. 속죄양은 죄가 없는 사람이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쓸 때 통용되는 얘기다. 굳이 따진다면 죄를 지은 사람이 제대로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게 속죄양의 본뜻이 아닐까 싶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이재오 “배신당한 건 한번으로 족하다” 지역구서 거취 고심

    이재오 “배신당한 건 한번으로 족하다” 지역구서 거취 고심

    이재오 특임장관이 9일 칩거에 들어갔다. 집무실에도 나오지 않았다. 평상시처럼 이른 아침 지하철을 타고 출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층 체력단련실에서 1시간 동안 운동만 하고는 다시 지역구로 발길을 돌렸다. 이번 주에는 약속된 일정만 소화하고 대부분 지역구에 머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희생양이 직업 아니다” 이 장관은 자신의 거취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27 재·보선 참패와 지난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패배의 책임이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는 데 따른 부담감이 꽤 크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유럽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오는 이달 중순쯤 거취 결정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측근은 “임명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긴 하지만 당사자로서 본인의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장관의 직업이 ‘희생양’은 아니지 않으냐.”고 푸념했다. 이 장관 역시 경선 이후 사석에서 “배신은 한번으로 족하다. 희생양도 한번이지, 희생양이 직업은 아니지 않으냐.”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선 전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허 참 그게 아닌데’라고 웃어넘겨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면에 원내대표 경선 결선투표에서 중립진영인 황우여 후보 쪽으로 돌아선 이상득계에 대한 서운함이 묻어났다. 이 장관은 2008년 5월 18대 국회 첫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이상득 의원과 갈등을 빚다가 미국행을 택한 바 있다. 이 장관은 다만 특임장관직 사퇴를 현실 정치 복귀 코스로 설정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측근은 “이 장관의 고민은 국정운영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차원”이라면서 “물러나더라도 당지도부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측근 “여의도 돌아가지 않을 것” 한 친이계 의원도 “‘여의도 정치’에 매몰되어선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서 “국민의 뜻을 좇아 좋은 정책을 만들고 체감할 수 있게 하다 보면 자연히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특임장관직에서 사퇴하더라도 세를 결집해 당권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당분간 민심 현장에서 큰 정치를 향한 밑그림을 그릴 공산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사설] 한나라당 나눠먹을 거면 비대위 왜 만들었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퇴진에 앞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안 대표는 어제 퇴임 기자회견에서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지만 반성이 보이지 않는다. 물러나는 지도부들이 숙덕공론해서 정의화 위원장과 나머지 위원들을 인선하고, 그것도 계파 나눠먹기식으로 짜는 데 급급했다. 이 때문에 소장파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서는 등 오히려 갈등만 낳고 있다. 비대위가 쇄신과 변화의 출발점이 되려면 기존 지도부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안상수 대표는 비대위 구성의 경우 최고위원회의 권한 사항이라고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당헌·당규에 합당한 것인지 논란을 빚는 데다가 내용면도 적지 않은 하자를 안고 있다. 4·27 재·보궐 선거 참패를 계기로 한나라당이 새 질서를 추구하려면 새 사람이 새 틀을 짜야 한다. 최고위원들 가운데 일부는 전당대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인책 대상들이 지도부를 다시 맡겠다는 것도 마뜩잖은 일이다. 이도 모자라 비대위 인선까지 좌지우지한 것은 과욕이자 몰염치다. 비대위원 면면을 보면 친이계 7명, 친박계 3명, 중립 3명 등이다. 최고위원들은 그제 저녁에 모여 전형적인 나눠먹기식으로 비대위를 급조했다. 당내 세력분포라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한 고육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는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꼼수가 엿보인다. 그들은 비교적 계파색이 옅고, 평소 강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인사들을 주축으로 해서 비대위를 구성했다. 또 비대위의 권한을 최고위원회의 통상업무 및 전당대회 준비 관련 업무로 한정했다. 두 가지 점만 봐도 비대위의 역할을 전당대회 준비기구로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비대위가 자신들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약체로 만들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런 비대위로는 쇄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비대위에는 대권·당권 분리규정 개정,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 등 예민한 사안이 산적해 있다. 그러려면 비대위는 계파를 초월해 쇄신을 주도할 인사들로 짜여져야 한다. 비대위라는 변화의 첫 단추를 꿰려면 먼저 의원총회를 열어 정 위원장 추인여부를 정해야 할 것이다. 정 위원장이 추인받는다면 그의 주도로 비대위원 인선을 다시 해야 한다.
  • [서울광장] 시장실패 정부실패/오병남 논설실장

    [서울광장] 시장실패 정부실패/오병남 논설실장

    정부는 시장 실패(market failure)를 말하고, 시장은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를 우려한다. 정부의 시장 개입과 시장의 반발이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내세우며 고환율 정책 등으로 기업, 특히 대기업을 지원했는데 정작 대기업은 돈을 쌓아놓고 오히려 빚까지 얻어 몸집만 불렸다고 불만이다. 물가 불안을 감수하면서 수출을 지원하고, 출자총액 제한을 풀고, 법인세도 내렸지만 기대했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소극적이어서 부의 불균형(양극화)만 심화됐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시장 실패를 근거로 한 정부의 시장 개입은 본격화됐다. 친서민-공정사회-동반성장에 이은 이익공유제, 공적 연기금 주주권 적극 행사 등 일련의 움직임은 ‘큰 정부’를 지향하는 듯한 신호를 주기에 충분했다. 기름값과 통신비 인하를 겨냥한 기업 옥죄기도 같은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인식이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시장은 과연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일까. 정부의 집요한 압박으로 내려간 기름값이 이내 되돌아 가고,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이 부실 건설업체의 퇴출만 더디게 한 데서 보듯 우리 경제의 여건이나 규모를 감안할 때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 역사적으로도 시장 실패를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개입은 정부 실패를 낳은 경우가 적지 않다.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다. 시장은 이기적이다. 도덕과 규범이 아니라 이윤을 좇는다. 그래서 늘 옳은 것만은 아니다. 자원과 소득 분배의 왜곡 등 이른바 시장 실패가 나타나기도 한다. 때문에 정부가 시장이 착한 기능을 하도록 개입하는 것이 정당성을 갖는다. 1930년대 대공황과 독·과점 강화, 1973·78년 1·2차 오일쇼크 등은 시장 실패의 대표적 사례다. 재정 확대를 통한 대공황 탈출(뉴딜정책)에 성공한 이후 정부의 시장 개입은 확대된다.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정부의 몸집을 불리고 규제만 양산한 채 효율성의 하락을 부르기 일쑤였다. 이른바 정부 실패인 셈이다. 우리나라처럼 정부의 입김이 센 나라에서는 정부 실패가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시장 실패를 바로잡겠다며 시장을 계획한 사회주의·공산주의가 비효율의 덫에 걸려 몰락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정부 실패인 셈이다. 4·27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함으로써 여권의 위기감은 더 커졌다. 내년 총선과 대선 등을 염두에 둔 정치논리가 시장에 끼어들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하지만 정부든 기업이든 월경(越境)의 유혹을 떨쳐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부는 법과 제도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자율을 보장하되 공동선을 위협하는 이기적 선택을 ‘심판’하는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게임의 룰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규제를 만들기보다는 과감히 풀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게 옳은 길이다.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2010년 183개국 중 16위를 차지했지만, 창업·재산권 등록 등에서는 여전히 국제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투자는 누가 강요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기업, 특히 대기업은 지난 50여년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누린 온갖 혜택을 깊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마치 모든 것을 자신들의 노력만으로 이룬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감당하기 어려운 저항을 부를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양극화로 사회가 위험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서민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쓴소리와 호소는 그래서 매우 유효하다. 사회적 책임과 기업가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시장 실패도 정부 실패도 선진국 문턱에 선 대한민국이 비켜가야 할 일들이다. obnbkt@seoul.co.kr
  • 비주류 뜨고 친이계 입지 약화… 쇄신·변화 바람 몰아칠듯

    비주류 뜨고 친이계 입지 약화… 쇄신·변화 바람 몰아칠듯

    한나라당이 ‘이재오’를 버리고 변화를 택했다. 6일 한나라당의 새 원내대표 경선결과는 ‘황우여-이주영’ 후보의 승리보다는 친이(친이명박)계 주류를 이끌어 온 이재오 특임장관의 패배에 방점이 찍힌다. 이 장관은 이번 경선에서 ‘안경률-진영’후보를 후원하며 주류의 결집을 다독였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소장파가 주도한 ‘주류 2선 퇴진론’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 역학관계뿐 아니라 당·청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고됐다. ●소장·중진·친박, 승리 견인 당초 약체로 분류됐던 ‘황·이’ 후보는 1, 2차 경선에서 각각 64표, 90표를 끌어모으며 경선 내내 수위를 지켰다. 예상치 못했던 승리는 소장파와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이 이끌고, 친박(친박근혜)계의 암묵적인 지지가 떠받쳤다. 무엇보다 ‘반(反) 이재오’ 기류가 황 후보의 당선을 견인했다. 당내에선 이 장관이 지난 재·보선기간 동안 친이계 모임을 주도하는 등 선거에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내비쳐 민심의 반감을 샀다는 책임론이 거셌다. 개혁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 한 의원은 “재·보선 참패 뒤 주류의 전횡을 막지 못하면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는 위기감이 쇄신에 대한 공감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전날 밤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안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는 소문도 부작용을 낳았다. 이 장관은 측근인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과 함께 이날 투표에도 참여했다. 한 소장파 의원은 “(이 장관이)끝까지 당권을 틀어쥐려다가 된서리를 맞은 격”이라고 말했다. 경선전 막판에 친이계 주류에서 제기된 ‘박근혜-이재오’ 공동대표론이 친박계를 자극한 것도 친이계의 패인으로 분석된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지난 주말부터 황 후보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다. 1차에선 지역별로 투표하더라도 결선에선 표를 모으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황·이 후보는 중립 진영 중에선 친박 성향으로 분류된다. 1차 투표에서 3위로 탈락한 ‘이병석-박진’ 후보가 얻은 33표 가운데 26표가 결선 투표에서 황 후보 쪽으로 쏠린 것도 이런 기류를 방증한다. 결과적으로 ‘이재오계’ 입장에선 비주류는 물론 결선에 돌입할 경우 전략적 연대를 기대했던 ‘이상득계’에게마저 버림받은 격이다. 당내 역학구도의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친이 주류의 입지 약화가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친이계는 상당한 충격에 빠졌다. 이 장관 역시 결선 투표 직후 제주 평상포럼 특강을 위해 투표장을 나서며 내내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그의 한 측근은 “이제는 친이 주류가 위기에 내몰렸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이상득 의원도 고향 후배인 이병석 후보의 탈락으로 예전만 못한 입지를 드러냈다. 이 의원은 다만 경선 직후 “(결과는) 괜찮다. 나는 당내 현안에 대해선 일체 관여하지 않기로 한 사람이다.”라며 애써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친박계와 소장파 등 비주류는 운신의 폭을 넓힐 기회를 얻었다. 당장 민본21과 재선급 모임인 ‘통합과 실용’ 등 소장파 의원 33명은 경선 직후 여세를 몰아 연합 결사체인 ‘새로운 한나라’의 출범을 선언했다. 앞으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오는 7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도 쇄신 바람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친이계의 위축으로 ‘박근혜 역할론’이 연착륙할 공간도 넓어졌다. 내년 총선에 대한 당내 위기감은 박 전 대표 쪽으로의 기울기를 가속시킬 수 있다. 당·청 관계의 변화도 예고된다. 황 신임 원내대표는 경선 내내 ‘수평적 당·청관계 설정’을 약속해 왔다. 이창구·홍성규·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쇄신 원동력? 찻잔 속 태풍?

    한나라당 초·재선 의원들이 당 쇄신을 위해 한데 뭉쳤다. 쇄신의 원동력이 될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 40여 명은 4일 당 쇄신 방향을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결성됐던 ‘초선 쇄신모임’ 의원들이 주축이 됐다. 여기에는 소장파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들은 물론 수도권 의원들도 포함됐다. 앞서 3일에는 정두언·나경원 최고위원과 남경필·김정권 의원 등이 회동을 갖고 당 쇄신을 위한 연석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들은 재선 이상 중도·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통합과 실용’의 주축 멤버들이다. 재선의 차명진 의원과 초선인 김태호 의원 등도 참여하기로 했다. 정 최고위원은 “초선 의원과도 연대해 쇄신 모임을 확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초선 의원 모임을 주도한 정태근 의원도 “민본21, 통합과 실용 같은 소모임을 쇄신이라는 공감대 아래 모을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소장·개혁파 의원들이 사실상 ‘연대 투쟁’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계파의 틀을 깨지 못할 경우 쇄신 요구는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쇄신론은 2009년 4·29 재·보선 참패, 지난해 6·2 지방선거 완패 이후 번번이 제기됐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사그라졌다. 시험대는 6일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가 될 전망이다. 한목소리를 내면 쇄신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그러나 원내대표 선거에서 계파 간 시각차를 재확인한다면 쇄신 동력은 약화될 수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주류 vs 비주류’ 한나라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 출사표

    ‘주류 vs 비주류’ 한나라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 출사표

    한나라당의 새 원내대표-정책위의장에 도전하는 안경률-진영, 이병석-박진, 황우여-이주영(가나다순) 의원이 3일 일제히 출마 선언을 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불거진 여권 쇄신 방향을 가늠할 수 있어 주목된다. 특히 당 주류와 비주류 간 경쟁 구도가 형성돼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및 대표 선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경률·이병석 의원은 모두 친이(친이명박)계이지만, 안 의원은 친이재오계로 분류되고, 이 의원은 친이상득계에 속한다. 주류가 분열돼 나온 셈이다. 안 의원은 탄탄한 ‘조직 표’가 강점이고, 이 의원은 대구·경북 의원 및 영남권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비주류 중립 후보인 황 의원은 소장·중립파 및 일부 친박계가 우호적이다. ■ 안경률·진영 安 “그릇 많이 깨봤다… 정책 주도 자신있다” “고위 당·정·청 9인 회동은 물론 실무 당정회의의 논의 구조를 뜯어고치겠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안경률 의원은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폭탄 선언식 정책 발표로는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데 한계가 있고, 정부보다는 집권 여당이 중심에 서야 할 정책도 적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안 의원은 친이(친이명박)계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 대표도 맡고 있다. 원내 수석부대표와 사무총장 등을 역임한 주류 핵심 인물이다. 안 의원은 “대통령과 가깝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대통령에게) 세게 해도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다.”면서 “설거지도 그릇을 많이 깨 본 사람이 잘하듯 주류로서 정치 1선에 선 경험을 살려 정책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8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다. 공부하고 눈치보는 데 시간을 다 보낼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다른 비주류 후보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4·27 재·보선 패배에 따른 당 쇄신 방안은 조만간 꾸려질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의원은 “비대위에서 당헌·당규 개정, 공천 개혁 등 당 쇄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면서 “비대위에 세대·계파별 대표의 참여를 보장하고, 지역을 순회하며 여론을 수렴하는 모습도 보여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주류 퇴진론’과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끌고가야 하는데, 그럼 누가 일하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서는 “당의 소중한 자산들이 도와야 한다. 다만 어떤 형태로 참여할지는 당사자와 논의해야 한다.”고 긍정적 입장을 각각 나타냈다. 안 의원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는 진영 의원이다. 안 의원은 “친이·친박(친박근혜) 간 계파 대립을 더 이상 도외시할 수 없다.”면서 “저는 친이계 핵심인데 친박계 핵심이었던 진 의원을 파트너로 삼아 통합의 가교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진 의원은 복수의 원내대표 경선 후보들에게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진 의원은 “(정책위의장으로서)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은 정치 본질에 대한 훼손이자 모독”이라면서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이병석·박진 李 “재보선은 정책 실패 … 靑과 대립 부적절” “여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몸을 곧추세우고 대립각을 세우는 게 진정한 지도자처럼 비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3선의 이병석 의원이 3일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지며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4·27 재·보선 패배 뒤 거세게 몰아치는 당내 쇄신 바람몰이에 대해선 확고한 소신과 방향점을 제시했다. 그가 내놓은 진단은 ‘정책 실패’, 처방은 ‘정책 개발’이다. 이 의원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서민들의 꿈, 중산층의 꿈을 현실화하는 적절한 정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 참패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이번 경선에서 ‘당 정책위의 위상 재정립’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서민과 중산층의 꿈을 이뤄주는 정책, 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관철시키는 당·정·청 구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당내 일각에선 이 의원을 두고 ‘영포 라인’ ‘이상득 의원의 아바타’라며 힐난하기도 한다. 화를 낼 만도 한데 이내 차분히 해명하는 그의 태도는 얼핏 ‘달관’한 듯했다. “동향이고 중·고교 선후배 사이이니 이상득 의원과 친한 것은 천륜”이라면서도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당의 쇄신과 변화를 이끌어가겠다는 원내대표 후보의 충정을 계파·계보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서도 신중했다. 그는 “우리가 함부로 개입해서 얘기할 여지가 없다. 박 전 대표가 판단할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며 “인위적인 틀에 끼워 맞추는 것에는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이재오 책임론’을 두고는 준엄한 태도를 보였다. “(이 장관이 선거 기간에 의원들과 회동하며 선거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을 비친 것은) 국무위원으로서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다.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친이재오계 대표 주자 격으로 출마한 안경률 후보와 중립 진영의 지지를 받는 황우여 후보에 대해선 “물이 깊지 않은데 배를 띄울 수 있겠느냐.”면서 “당내 여러 인프라 자원과 네트워킹이 되어야 대야 협상, 청와대와의 공조 등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박진 정책위의장 후보는 “서로 소통·화합할 수 있는 당을 만들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콘텐츠 개발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황우여·이주영 黃 “3년간 실패한 지도부… 읍참마속 쇄신을” “계파 대리인들이, 3년 동안 실패한 세력이 다시 지도부에 선출된다면,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변했다고 생각하겠습니까.” 4선의 황우여(인천 연수구) 의원은 늘 온건파로 분류됐다. 그러나 원내대표에 도전하면서 ‘날 선’ 언어를 쏟아냈다. 그는 “총선·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읍참마속’의 쇄신이 필요하다.”면서 “비정상적인 줄 세우기와 소통 단절의 장막을 쳐 왔던 주류 세력의 2선 후퇴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단언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최근 강조한 ‘주류 역할론’에 대해서는 “낯 두꺼운 변명”이라면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 앞에 우리 당은 또다시 맷집 자랑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는 이 장관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안경률 의원을 겨냥한 공격이다. 황 의원은 또 다른 경쟁자인 포항 출신의 이병석 의원을 향해서도 “영포 라인이 더 이상 정권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의 최대 원군은 수도권 중심의 소장파이다. 친박(친박근혜)계도 우호적이다. 초·재선 소장파 모임인 ‘민본 21’은 이미 “안경률, 이병석은 안 된다.”고 성명을 낸 바 있다. 따라서 황 의원은 이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는 “소장파들이 64세인 나를 지지하는 이유는 공천권을 볼모로 한 계파 싸움을 끝내 달라는 것”이라면서 “‘청와대 거수기’라는 오명을 씻어 달라는 소장파의 요구는 합당하고, 그 속에 당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친박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친박계가 나를 친박으로 안 본다.”며 선을 그었다. 소장파들이 그에게 정말로 표를 몰아 줄까? 황 의원은 “알 수 없다.”면서 “친이(친이명박)계 중에서도 나를 찍는 분이 있을 것이고, 소장파 중에서도 안 찍는 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립지대의 중앙광장을 형성하지 않으면 우린 망한다.”고 덧붙였다.원내대표 출마를 포기하고 황 의원과 짝을 이뤄 정책위의장에 도전하는 이주영(3선·경남 마산갑) 의원은 확실한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부자 정당, 웰빙 정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과감한 민생 정책을 펼치겠다.”면서 “부자 감세 철회를 통해 보육정책과 생애·맞춤형 서민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정부 정책은 당이 앞장서서 막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명콤비 김무성·박지원 차기 당대표에 오르나

    명콤비 김무성·박지원 차기 당대표에 오르나

    한나라당 김무성(왼쪽)·민주당 박지원(오른쪽) 원내대표 체제가 저물고 있다. 두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취임한 이후 대화와 상생의 정치를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독 ‘최선’과 ‘차선’이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지난해 6월 세종시 수정안 처리와 집시법 개정안 처리 과정이 대표적이다. 당시 민주당은 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반대했던 방침을 철회하는 대신 스폰서 검사 특검을 얻어냈다. 한나라당은 집시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 방침을 접었고 청와대의 세종시 수정안 처리 주문을 소화했다. 하지만 연말 예산안 정국과 영수회담 국면에선 정치적 우정에 금이 가기도 했다. 두 원내대표는 각각 상도동과 동교동계의 뿌리를 잇는 정치인이다.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어렵사리 ‘친정’으로 돌아온 동병상련의 처지다. 법사위, 운영위, 정보위 등 3개 상임위에서 함께 활동했다. 두 원내대표의 다음 여정도 비슷하다. 각각 차기 당 대표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한때 친박(친박근혜)계의 좌장으로 불렸고,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당 내홍과 당청 갈등을 다독이려면 김 원내대표가 가진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보선 참패에 따른 책임론, 소홀해진 친박계와의 관계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박 원내대표는 탁월한 정치력으로 제1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대여 협상력을 발휘하는 데 박 원내대표의 몫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관리형’ 당 대표가 요구되는 시기에 ‘개성 강한 정치색과 특정 지역(호남) 출신’이라는 점은 그리 유리한 기반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오는 6일, 민주당은 13일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구혜영·홍성규기자 koohy@seoul.co.kr
  • [서울광장]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는 국민이다/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는 국민이다/최광숙 논설위원

    최근 영국에서 열린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왕실의 전통에 따라 치러진 그 결혼식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동화 속 나라의 이야기 같은데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왕실이 주는 독특한 매력과 위엄 때문일 게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우아한 기품과 근엄함, 카리스마로 따지면 세계 어느 왕실 패밀리와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몇년간 여야를 통틀어 여론조사 1위를 줄곧 지켜온 저력도 갖췄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천당 아래 분당’ 선거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승리하자 오히려 박 전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 탄탄해지는 듯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지지표까지 박 전 대표로 쏠린다는 여론조사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러니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 역할론이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지 모른다. 선거 전략상 틀린 얘기도 아니다. 대중적 지지도는 물론이고 좌절한 당을 추스릴 리더십을 그 이상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참패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내가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한나라당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동안 청와대만 바라보다 인기가 추락하니 이젠 박 전 대표만 쳐다보는 격이다. 이러다간 내년 총선에서 전멸할 것이라는 수도권 의원 등 대다수 의원들의 위기감이 부른 박근혜 구원투수론은 집권 여당·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치를 잘해 돌아앉은 국민의 마음을 잡겠다는 굳은 결의는 없다. 어떻게 하면 내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 수 있을까? 계파 간 기득권에만 골몰한다. ‘원칙공주’라며 사사건건 박 전 대표를 맹비난하던 홍준표 최고위원은 그중 압권이다. “지금은 박근혜 시대이고, 나는 박 전 대표의 보완재”라고 말했다고 하니 내년 총선 걱정이 턱밑까지 차 있음이 틀림없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회초리를 든 것은 특정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우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 대한 매서운 경고다. 변화·쇄신하라는 주문이다. 손 대표가 선거 후 “안 바꾸면 생존하지 못한다.”고 당의 혁신을 강조했다는데, 그것이 바로 국민의 뜻이다. 오로지 인기 스타에 기대어 표 구걸할 생각만 하는 한나라당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과거 1997년, 2002년 대선에서도 이회창 대세론에 안주하다 김대중·노무현 후보에게 정권을 내준 사실을 잊었는가. 박근혜라는 미래의 권력에 취해 당을 개혁하고 쇄신하지 않는다면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배신자의 이미지를 이번에 완전히 걷어내고 민주당의 유력 주자로 자리 잡은 손 대표는 그리 가벼이 볼 상대가 아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힘이 있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텃밭 김해을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국민참여당 후보가 졌다고 유시민 대표가 납작 엎드릴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한번 졌다고 당이 부정당하는 건 아니다. 포기하지 않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손 대표와 유 대표가 야권 연대의 틀 안에서 각자 놀다 대선 직전 단일화에 성공해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후보가 야권 단일화로 드라마틱한 순간을 연출했던 것처럼 말이다.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민심의 바다에 뛰어들어라. 한나라당과 청와대에 성난 민심이 어디로 물줄기를 틀지 모른다. 이 정권도 1년 10개월밖에 안 남았다.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청와대와 당의 관계, 당 운영 방식 등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다음 총선·대선에서 또다시 유권자들의 ‘응징 심리’가 발동할 수 있다. 도대체 한나라당은 어디서 구원투수를 찾고 있는가? bori@seoul.co.kr
  • 황우여·이주영, 원내대표 후보 단일화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친박(친박근혜) 성향 중립 진영인 황우여·이주영 의원이 2일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황 의원이 원내대표로 출마하고 이 의원은 정책위의장으로 나선다. 4·27 재·보선 참패 뒤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친이(친이명박)계 2선 퇴진론’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친이(친이명박)계 안경률·이병석 의원과 함께 4파전 구도를 형성했던 두 의원의 단일화는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주영 의원은 오후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당 쇄신을 바라는 민심과 당내 여론을 받아들여 단일화 요구를 수용했다.”면서 “앞으로는 당 정책위의장 후보로서 황 후보의 원내대표 당선을 위해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황 의원도 “이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후보에서 물러서는 대신 정책 지원을 맡아 주기로 했다.”면서 “국민의 요구를 온전히 담아낸 정책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친이계 “朴·李 공동대표 체제로” vs 친박·소장파 “계파 해체·주류 퇴진을”

    친이계 “朴·李 공동대표 체제로” vs 친박·소장파 “계파 해체·주류 퇴진을”

    ‘봇물이 터졌다.’ 한나라당은 2일 국회에서 의원 연찬회를 열어 4·27 재·보궐 선거 패배에 따른 당 쇄신 방안에 대한 ‘끝장 토론’을 벌였다.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열린 이날 연찬회에서는 위기의 원인과 해법 등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가 확연한 입장차도 드러냈다. ●주류 “당력 결집” 비주류 “주류 퇴진” 위기 극복 해법으로 주류인 친이명박(친이)계는 ‘당력 결집’을 내세웠다. 반면 친박근혜(친박)계와 소장파 등 비주류는 ‘주류 퇴진’에 초점을 맞췄다. 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주류 독식에 의해 국정이 운영되다 보니 오만불손해졌다.”면서 “계파를 해체하고, 주류는 2선으로 퇴진해야 하며, 개혁적 인사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장파 김성식 의원도 “2선 후퇴하라는 소리는 안하지만 공간을 열어 달라.”면서 “예컨대 이재오 특임장관이 교육부장관으로 옮기면서 인사권을 놓아주는 방향이 어떻겠느냐.”며 주류 핵심인 이 장관을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MB에 NO라 말하는 사람 없다” 이에 대해 친이계 이군현 의원은 “당력을 모으는 게 우선”이라면서 “공동 대표 체제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연찬회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력을 모으려면 계파가 없어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친이계 좌장인 이 장관과 친박계 대표인 박근혜 전 대표가 공동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주류 배제론’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친이계 안경률 의원도 “친이가 뭘 잘못했느냐. 집단지도체제인 만큼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연찬회에서는 당·정·청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도 쏟아졌다. 차명진 의원은 “이번 재·보선 참패에서 드러난 민심은 정권에 대한 심판인데, 아직도 대통령이 옹고집을 부리고 있으니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진형 의원은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장관에게 전화를 걸면 콜백이 없다.”면서 당·정·청 소통 부재를 꼬집었다. 임동규 의원은 “당이 청와대만 쳐다보고, 대통령 정책에 노(No)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남경필 의원도 “분위기가 이대로 진행되면 내년 총선에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심한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백가쟁명식 당 쇄신론 ‘봇물’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한 ‘새판짜기’ 아이디어도 봇물을 이뤘다. 초점은 우선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방식에 모아졌다. 대의원이 아닌 전체 당원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줄서기 관행 등을 근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전(全) 당원 투표제,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장파 김용태 의원은 “당헌·당규를 개정, 내년 총선 전에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프라이머리를 개최하자.”면서 “국회의원 공천도 현역 의원의 경우 당 지지도에 비해 후보 지지도가 낮을 경우 자동 탈락시키고,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권도 포기하는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세대별 대표를 구성원으로 하는 ‘국민쇄신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요청했다. 강석호·안효대 의원 등은 “보수 대연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래 권력’인 차기 대선주자들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신지호 의원은 “당 지도부와 최고위원회의에 실질적인 힘을 가진 분들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바타 정치를 끝내야 한다. 대선 후보로 나올 분들이 당 중심에 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김성식 의원은 “대선주자를 끌어들이자는 논리는 내년 총선 판을 모면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도 “박 전 대표가 나서면 당·청 관계에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내년 총선에 앞서 자연스럽게 나설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체 의원 171명 중 140여명 참석 날 선 공방은 연찬회 시작 전부터 이뤄졌다. 민본21은 회동을 갖고 주류 퇴진을 촉구했다. 정태근 의원은 회동 후 “청와대가 중심이 된 정책이 민심 이반 상황을 가져온 것이니 이를 수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연찬회 도중에는 홍준표 최고위원과 정몽준 전 대표가 각각 기자들과 만나 ‘대권·당권 분리’ 규정 개정 여부를 놓고 장외 공방을 벌였다. 대선후보 경선출마자는 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당 대표 등 선출직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홍 최고위원은 “당권·대권을 분리한 이유는 공정한 경선을 위한 것”이라면서 “이를 합치자는 주장은 경선이 필요없다는 것이며, 조급함에서 비롯된 함진아비 정치”라고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여당은 계속 여당 한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라면서 “선출직 당직을 맡은 분이 대선 후보가 돼야 좋다고 국민들이 결정했을 때 당 내부 규정 때문에 못한다면 그런 모순이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당 원외위원장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쇄신 논의가 의원 중심으로 이뤄져 국민과 당원들의 요구를 제대로 수렴할지 우려된다.”면서 “논의는 의원총회가 아닌 당원협의회에서 진행돼야 한다.”면서 장외 공방전에 가세했다. 그러나 이날 연찬회는 저조한 참석률 등으로 김이 빠진 모양새도 연출했다. 연찬회 시작 당시만 해도 전체 의원 172명 중 140여명이 출석했으나, 발언이 이어질 때는 100명 안팎의 의원들만 자리를 지켰다. 게다가 주류 핵심인 이 장관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등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때문에 연찬회장을 빠져나오는 의원들 상당수는 “이래서야 당이 바뀌겠는가.” 또는 “실천력이 있을지 회의적이다.”라는 등 자조적인 반응이었다. 연찬회 내용 중 일부 민감한 표현은 브리핑에서 빠지는 등 ‘각색 의혹’을 낳기도 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연찬회에 앞서 “비공개로 하는 대신 여과 없이 브리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 자신의 발언을 기자들에게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전달한 내용과 브리핑 내용이 차이가 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홍성규·장세훈 허백윤기자 shjang@seoul.co.kr
  • [4·27 재보선 후폭풍] 힘받은 이회창 “보수 뭉치자”

    야권연대가 4·27 재·보선에서 위력을 발휘한 가운데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보수대연합론을 또다시 제기했다. 이 대표는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건전한 정권을 다음에 세우기 위해서는 건전한 보수 세력들이 공조하고 뭉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야권연대에 대해 “진보는 진보대로, 순수한 국가 미래를 위해 연대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해서 하는 것이라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여야를 떠나 진보나 보수, 이러한 이념적 입장에서 크게 연대나 공조를 이뤄가는 것은 아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보수세력이 약속을 짓밟고, 법치를 무시하고, 신뢰를 떨어뜨리면 보수정권 재창출은 어렵다.”고 경고하는 등 ‘건전한 보수’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진보세력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 보수의 가치를 공유하는 정당과 정파, 시민단체도 연대를 서둘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보수의 참패로 끝난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에도 보수대연합론을 꺼냈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등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정계개편의 촉매제가 될지 주목됐으나, 생산적인 논의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4·27 재보선 후폭풍] 하루만에 숨죽인 한나라 의총

    [4·27 재보선 후폭풍] 하루만에 숨죽인 한나라 의총

    “다들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 말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했던 한 초선 의원의 전언이다. 4·27 재·보선 이후 이틀째 열린 의원총회는 전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전날 25명이 발언대에 서서 재·보선 패인 및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 성토했지만 이날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 국회 의사일정에 대한 입장이 주를 이뤘다. 한·EU FTA 비준안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의 처리 반대 방침에 맞서 “강행처리라도 해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일부 의원들이 주장했지만 “단독 처리는 하지 말자.”는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결국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하고 일방적인 처리는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우리가 단독으로 처리했을 경우에 모든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하고 정치적 선전·선동의 대상이 다시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재·보선 결과에서 드러난 민심이 의원들에게 얼마나 큰 압박으로 다가왔는지를 보여 준 셈이다. 소장파를 비롯한 다수 의원들의 의견에 따라 차기 원내대표 경선 일정도 미루기로 했다. 다음 달 2일로 예정됐던 경선은 6일에 실시하기로 했다. 다음 달 3일 원내대표 경선 공고가 이뤄진 뒤 6일 오전 10시부터 경선을 시작할 예정이다. 후보들은 정견발표에 토론회까지 거쳐야 한다. 그러나 소장파 의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당의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면서 경선 연기를 요구한 것에 비하면 겨우 나흘 뒤로 미뤄진 것은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당초 원내대표 경선을 치르기로 했던 2일에는 국회에서 의원 연찬회를 열기로 했다. 연찬회가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의 향방에 대한 격론의 장이 될 전망이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열기로 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4·27 재보선 후폭풍] 한나라 의원 3인이 말하는 ‘黨 쇄신’ 방향은

    [4·27 재보선 후폭풍] 한나라 의원 3인이 말하는 ‘黨 쇄신’ 방향은

    4·27 재·보궐선거 패배로 지도부가 총사퇴를 선언한 한나라당이 고민에 빠졌다. 등 돌린 민심을 다시 어떻게 돌려놓을지,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당 대표를 누구로 내세울지 등을 놓고 백가쟁명식 해법이 쏟아지고 있다. 논쟁의 근저에는 앞으로 짜여질 ‘새판’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중도적 입장에서 당 쇄신을 주장해 온 소장파 등 계파별 입장을 인터뷰를 통해 들어 봤다. ■ 소장파 김성태 의원 “박근혜 카드만이 살길… 전대출마 해달라” “도대체 얼마나 더 당이 위기에 빠져야 나설 것인가. 박근혜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 나와야 한다.”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의’ 공동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29일 당 쇄신의 주체이자 결정체로서 ‘박근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의원은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의 전대 출마는 진정한 위기 상황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카드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친박계 일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당 운영권을 보장해야 나설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 김 의원은 “소극적인 모습”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당헌·당규에 따라 당권을 확보하고 행사하면 된다. 당권을 갖고 정부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막으면 된다.”면서 “대통령이 권한을 넘겨줘야 할 수 있다는 식의 구시대적 논리를 이젠 우리 스스로 뛰어넘어야 한다는 게 쇄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4·27 재·보선 패배의 원인을 “이명박 정부의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국정운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에 대한 뼈아픈 자성”, “이 대통령의 당에 대한 인식 전환”을 쇄신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 대통령도 정권을 만들어 준 당을 위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의원들이 굴레에서 벗어나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더라도 그걸 거부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의 “남 탓하는 정치인은 성공 못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이번 재·보선 참패의 진정한 의미를 곱씹고 당·정·청의 일대 혁신을 부르짖는 사람들에게 던진 메시지”라고 해석한 뒤 “(이 대통령은)이런 엄중한 시기에서도 MB정권의 성공만을 위해 거수기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맞받았다. 그는 분당을 공천 분란의 두 축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비난의 대상에 올렸다. “이들이 내놓은 입장들이 당의 분란과 국민적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또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특정 계파끼리만 모이고 하는 걸 어느 국민이 비판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민본21’은 안상수 대표를 몰아붙여 새 원내대표 경선일을 당초 오는 2일에서 6일로 연기시키고, 의원연찬회 소집을 관철시켰다. 김 의원은 ‘바람직한 새 원내대표·비대위원장·당 대표상’에 대해 “청와대를 향해 할 말을 하고 필요하다면 결기를 모아 대응하는 소신과 배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청와대에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의 구심점이 없다는 비난에서 대해서도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만 하다 보니 리더십이 사라진 것”이라면서 “이젠 초계파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본21부터 탈계파를 결의하겠다.”고 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친박계 현기환 의원 “朴대표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위기의 한나라당을 구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것은 진정성이 결여된 정치공학적인 주장이다. 주류 역할론이나 세대 교체론도 마찬가지다.” 4·2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한나라당에서 부상하는 ‘박근혜 역할론’과 관련, 친박계 현기환 의원은 2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호되게 회초리를 맞고도 친이·친박 따지는 사람들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박 전 대표 등 차기 대선주자들이 당 운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부정적이다. 지금은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주자들은 오는 6월부터 당직을 맡을 수 없다. 현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통해 국민들이 상상한 그림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를 맡고,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을 주도하는 것이었다.”면서 “그동안 주류가 당권을 독식하다가 이제 와서 상황 논리에 근거해 특정인이 당직을 맡도록 당헌·당규를 바꾸자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위인설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신 “박 전 대표를 포함한 여권 대선주자들에게는 올 하반기 이후 총선·대선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 국민과 접촉할 수 있는 활동 공간을 만들어 주면 된다.”고 제안했다. 따라서 당 쇄신안의 핵심은 인물 교체가 아닌 정책 변화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 의원은 “누가 당직을 맡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중요하며, 서민경제 살리기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면서 “청와대는 민심의 창구인 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경청한 내용은 정부를 통해 집행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인물, 청와대·야당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중립적 인사가 나서야 한다.”면서 “당 대표든 원내대표든 세몰이 식으로 의원들을 줄세워 계파를 따지면 망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제도보다는 운영을 잘못해서 특정 계파가 독식하는 구조가 됐던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주류 배제론’에 힘을 실어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언급이 개인적 견해인지 친박계 중론인지를 묻는 질문에 현 의원은 “친박계는 이심전심으로 컨센서스(동의)가 있으며, 이로 인한 행동이나 태도에도 어느 정도 일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충격이 아니다. 이미 예견된 패배였다. 따라서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국가경제 위기는 극복했을지 몰라도 서민경제는 나아진 게 없다. 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서민들이 느낀 소외감과 박탈감이 이번 선거 결과로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정부와 여당에 실망한 마음을 가감없이 표출했으니, 이제 수습의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면서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친이계 권택기 의원 “뺄셈정치로 당력 소모땐 더 큰 버림 받아” “어느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로에게 삿대질하면서 뺄셈정치를 하는 순간 국민들로부터 더 큰 버림을 받을 것이다.” 한나라당 친이계 권택기 의원은 29일 4·27 재·보선 결과를 두고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주류 책임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의 책임에 대해서는 “객관적 사실을 두고 서로 책임을 이야기해야지 마녀사냥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여당으로서의 국정 안정에 대한 책임과 170석 넘는 거대 당으로서의 성숙된 변화를 원할 것”이라면서 “그런데 또 계파간의 싸움처럼 특정인에 대해 책임론을 제기하면, 국민들에게는 제대로 된 반성이 아니라 또다시 희생양을 찾는 것으로 비쳐진다. 이분법적으로 가는 순간 큰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장파 등에서 친이 주류를 ‘청와대 아바타’로 비유하며 “새 지도부에 나서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주류가 잘못했다는 것은 일정부분 통감한다.”면서도 “여당으로서 국정운영에 대한 무한 공동책임을 질 중심축은 있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단지 이명박 정부를 만들었다고 해서 주류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명분이 없으면 못 한다.”면서 “더 큰 명분을 갖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면 그들이 주류가 돼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대신 지금의 책임을 어떻게 질지는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스스로가 돌아보면 나를 비롯해 모두가 각각의 아바타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권 의원은 또 “지금 한나라당이 가장 주목해야 할 핵심적인 문제는 중산층의 이반과 30~40대와의 괴리”라면서 “중산층을 두껍게 하기 위한 정강정책들을 재검토해야 하고 그에 맞는 소통통로를 만들어야 진정한 세대교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젊은 지도부·세대교체론이 마치 원로 퇴진론으로 비쳐지는 데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당의 중진과 원로그룹들이 받쳐주는 세대 중심축을 만드는 동시에 정두언·나경원·원희룡·남경필 의원, 3선 이상 또는 당 최고위원을 지냈던 사람들 가운데 30~40대와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제대로 만들어서 그 의견을 당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게 변화의 가장 큰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재·보선 이후 청와대 개편 움직임에 대해서 “지금 시점에서 청와대에 ‘순장조’만 남기는 게 바람직하며, 되도록 당과 편하게 이야기할 사람들이 돼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민심을 직접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을 통해 한 단계 걸러 가는 민심을 아는 게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오 장관의 당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안 갖고 있는 걸로 안다. 당에 들어오면 또 친이·친박 양대 진영의 싸움 구도로 몰릴 텐데 본인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오겠느냐.”면서 “‘박근혜 역할론’처럼 이 장관이 옷 벗고 와서 당을 추슬러 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는 깊은 고민을 하겠지만 지금은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들어올 수 있는 공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박재범 칼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할 때

    [박재범 칼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할 때

    국민의 시선을 모았던 4·27 재·보선 결과가 드러났다. 여당이 충격적으로 참패했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전례 없이 높았다. 시기적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탓이다. 이제 관심은 국정에 미칠 파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집권 후반기의 정국전개 양상은 ‘증후군’이라 할 정도로 패턴화되고 있다. 임기 후반기에 치러진 재·보선 등 선거 이후 여야 가릴 것 없이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해졌다. 여당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것이 모여 국정의 난맥이 초래됐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최저수준의 지지율을 보였고, 바로 직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작 10%대 초반에 머물렀다. 세 번씩이나 반복된 현상을 보면 뭔가 정치구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시작은 영웅적이지만 끝은 만신창이다. 그러나 임기 후반기의 정권은 구조 개선을 이뤄낼 에너지가 부족하다. 따라서 국정을 맡은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 닥치게 되더라도 담담한 심정을 잃지 않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설령 진정성을 의심받아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끼게 되더라도 평정을 잃지 않고 소통과 설득에 나서는 것이 긴요하다. 오로지 국정의 중심으로서 공직사회의 고삐를 손에서 놓지 않되 국민의 목소리에 겸손하게 귀 기울임으로써 국익을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미 경제학자 겸 저널리스트 허버트 스타인은 ‘대통령의 경제학’에서 ‘새로운 대통령의 출현은 언제나 희망을 준다.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아 보인다.’고 했다. 이 말은 취임 당시의 포부를 현실화하는 일이 대체로 불가능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그는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설득시켜 더 크고 지속적인 국가이익을 위해 (국민들에게 현 시점의) 희생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일’이라고 했다. 임기 후반기 대통령이 택해야 할 길을 엿보게 해준다. 노 전 대통령 때처럼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는 식으로 푸념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 소극적 태도로 비춰지거나, 오히려 국민을 우습게 본다는 식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대통령과 참모진이 국정을 꽉 쥐고 가야 하는 이유는 내년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이 있고,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임기도 끝난다. 3대 세습 중인 북한이 강성대국을 선포한 해이기도 하다. 일본도 대지진 피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른다. 국익을 지키기 위해 준비하고 염려해야 할 사안이 쌓여 있다. 여건이 어려울수록 초심을 되새겨야 한다. 제2의 IMF 위기를 세계적으로 가장 잘 극복했다는 수치상의 실적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정권이 탄생하게 된 시대정신은 정부 스스로 잘 규정했다. 반부패, 공정, 국격 등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나아가 통일의 초석도 다져야 할 때이다. 이로써 이명박 대통령은 긴 역사의 호흡에서 건국,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선진국 진입의 기틀을 다진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다. 이 일에 힘을 모을 때 레임덕 시비를 건너고, 내년 새로 떠오를 정권에 좀 더 형편이 나아진 나라의 운영권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용은 ‘소기위이행(素其位而行) 불원호기외(不願乎其外)’라고 했다. 리더는 현재 처한 위치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하고 제자리 밖의 다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불쾌하다고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거나 사세가 불리하다고 눈앞의 이익에 따라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것은 소탐대실일 뿐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중산·중년층이 돌아선 까닭에 대해 무엇보다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조만간 청와대와 정부 등 체제 정비가 이뤄진다. 규모와 인선의 기준은 과연 국민이 맡긴 일을 제대로 해낼 역량과 품성이 인정되느냐의 여부라고 본다. 이번 개편이 한반도의 환경 변화에 불안감을 갖고 초심을 새롭게 가다듬는, 젊은 사고방식의 청장년층을 폭넓게 활용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주필 jaebum@seoul.co.kr
  • 이재오 “국민 원하는 것 실천하는 게 중요”

    이재오 “국민 원하는 것 실천하는 게 중요”

    이재오 특임장관은 29일 한나라당의 4·27 재·보선 참패와 관련, “선거에 지고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잘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걸 생각하는 것이 더 급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충남 예산 충의사에서 열린 매헌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의거 79주년 기념 및 제38회 윤봉길 문화축제 기념식에 앞서 지역 기자들과 만나 “선거에서 지고 이기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장관은 선거 기간 동안 당내 친이(이명박)계 모임 주도, 경남 김해을의 특임장관실 직원 수첩 분실 사건 등으로 다소 곤혹스러운 입장인 점을 감안한 듯 선거 이후 현안 언급을 가급적 자제하며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장관은 평소 즐기는 트위터에서도 침묵을 지켰다. 전날 독도에 대한 감상과 미국 찰스 랭글 하원 의원을 만난 사진만 올린 데 이어 이날도 지난달 미국 방문 때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만 올렸을 뿐이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박근혜 “재보선 패배 책임 통감”

    박근혜 “재보선 패배 책임 통감”

    한나라당 박근혜(얼굴) 전 대표는 28일 4·27 재·보선 결과에 대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이번 선택은 한나라당 전체의 책임이며 저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특사로 유럽 3국을 방문하는 박 전 대표는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정당과 지역을 떠나서 진정성 없이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향후의 ‘역할론’을 묻자 “여태까지도 제 위치와 입장에서 노력해 왔지만 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새로 구성되는 당내 비상대책위원회의 요청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구체적인 것은….”이라면서 “당에서 많은 토론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박 전 대표가 이처럼 선거 결과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08년 이후 치러진 재·보선과 지난해 지방선거 등 여당이 참패했을 때마다 질문이 이어졌지만 박 전 대표는 특별한 의견을 비치지 않았다. 지난 2009년과 지난해 선거에 잇따라 패배하면서 ‘박근혜 총리설’을 비롯한 다양한 역할론에 대한 의견이 당 안팎에서 무수히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측근들을 통해 부정적인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 2009년에는 총리설에 대해 직접 “그런 얘기는 흘려버리면 된다.”며 부인하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박 전 대표의 “더욱 노력하겠다.”는 발언이 앞으로의 움직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당장 박 전 대표가 어떠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은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다만 “의총 등에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견이 많아지면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의 출국길에는 의원들 30여명이 나와 박 전 대표를 배웅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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