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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란 넥타이’ 맨 文대통령, 10·4 선언 기념식서 “노무현 대통령님 그립습니다”

    ‘노란 넥타이’ 맨 文대통령, 10·4 선언 기념식서 “노무현 대통령님 그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공식행사에 나왔다.이날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에서 좌중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문 대통령이 착용한 ‘노란’ 넥타이였다. 노란 넥타이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의미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란색은 생전 노 전 대통령의 ‘상징색’으로 통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추모의 마음을 담아 이날 노란 넥타이를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축사에도 노 전 대통령을 향한 문 대통령의 그리움이 묻어났다. 문 대통령은 축사 말미에 “고뇌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던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립습니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신 분입니다. 언제나 당당했고,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단순히 고인을 향한 그리움의 표현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외교적·평화적 해결원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제기되는 지금, 노 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대하면서 보여준 ‘인내’를 다시금 되새기고 그 뜻을 이어받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011년 발간한 자서전 ‘운명’에서 “사실 5년 내내 대통령과 우리를 힘들게 만든 것이 북핵 문제였다”며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외교적으로 관리해 낸 노 대통령의 철학과 인내력과 정치력은 대단히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기술했다. 이어 “보수진영과 보수언론들이 마치 미국과 다른 견해를 갖게 되면 큰일 날 듯 걱정을 쏟아내며 공격했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뜻이 워낙 강하니, 결국 부시 행정부도 대북 강경일변도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결국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의 자서전에서 노 전 대통령의 대북 철학과 10·4 정상회담의 뒷이야기를 다룬 챕터의 제목이 ‘노란 선을 넘어서’다. 노란 선은 ‘군사분계선’을 의미한다. 여기서 문 대통령이 착용한 노란 넥타이에 담긴 두 번째 의미가 ‘군사분계선’을 의미함을 유추할 수 있다. 아무런 표시도 없던 군사분계선에 노란 선을 긋고 노 전 대통령에게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도록 한 사람이 바로 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를 회고하면서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효과는 대단했다. 군사분계선을 노란 페인트 선으로 그어놓으니 더 극적으로 보였다. 결국, 그 장면이 전 세계적으로 10·4 정상회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고 적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앞에서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6년 전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는 노 전 대통령의 소감을 자서전에 그대로 실었는데, 이번 10·4 정상회담 10주년 기념 축사에도 이 대목을 그대로 차용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일행의 모습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으로 사라진 후 자신도 노란 선 위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돌아왔다고 한다. 이날 기념식에는 권양숙 여사를 비롯해 참여정부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때 문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인 ‘3철’ 중 한 명으로 꼽혔으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이호철 전 민정수석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 내외와 같은 테이블에는 권양숙 여사와 이해찬 의원, 추미애 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백낙청 노무현재단 명예 이사장,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 이병완 노무현재단 상임고문, 문희상 의원, 한명숙 전 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자리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 의원은 인사말에서 “10·4 선언은 남북정상이 합의한 역사적 선언이기에 정부 주최가 당연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6·15와 10·4 선언을 무시하고 폄훼했다”며 전 정부를 비판했다. 건배사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추미애 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맡았다. 조명균 장관은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하여”라고 했고, 추미애 대표는 “촛불로 지킵시다, 한반도 평화를”이라고 건배사를 했다. 이정미 대표는 “평화만이 답이다”라고 건배사를 외쳤다. 이날 건배주로는 ‘봉하쌀 생막걸리’가 나왔다. 권양숙 여사는 문 대통령에게 노무현 대통령 탄생 71주년 기념 패키지 음반을 선물했다. 이 앨범은 523장만 한정판으로 제작됐으며, 문 대통령에게는 523번째 앨범이 전해졌다. ‘523’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5월 23일을 뜻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 대통령 “김정은 도발 멈추고 10·4 공동선언 정신으로 돌아와야”

    문 대통령 “김정은 도발 멈추고 10·4 공동선언 정신으로 돌아와야”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열린 ‘10·4 남북 공동성언’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10·4 정상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통일부와 서울시, 노무현재단의 공동 주최로 열린 ‘10·4 남북 정상선언’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우리는 북한의 핵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핵으로 맞서려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할 것”이라면서 “남북이 함께 10·4 선언이 여전히 유효함을 선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0·4 남북 정상선언(공동선언) 기념행사를 정부가 주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7년 공동선언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 집권기에 행사는 주로 노무현 재단 주최로 개최됐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도 여전히 기회는 열려 있다. 여러 번 밝혔듯 북한이 무모한 선택을 중단하면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은 항상 열려 있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발전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10·4 정상선언은 지난 2007년 참여정부 집권 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6·15 남북 공동선언의 적극적인 실현과 군사적 긴장 완화, 경제협력 사업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년 전 남북의 두 정상이 했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 제대로 이행됐다면 남북관계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한다”면서 “그 벅찬 합의와 감격으로부터 평화의 한반도를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남북이 10·4 정상선언을 통해 “남북 협력을 위한 군사적 보장과 신뢰구축 조치와 함께 북핵 문제 해결까지 합의했고,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와 다양한 경제협력을 통해 우발적인 무력충돌 가능성까지 원천적으로 없애고 평화번영의 길을 남북이 함께 개척하는 담대하고 창의적인 접근에도 뜻을 같이했다”면서 “저와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신(新) 북방정책 역시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10·4 정상선언은 노무현 정부에서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라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역대 정부의 노력과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면서 “박정희 대통령은 7·4 남북공동성명으로 통일 원칙으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을 대내외에 천명했고, 이 정신은 노태우 대통령의 남북기본합의서와 김대중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으로 이어졌고, 그 모든 성과를 계승하고 포괄하면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아 노무현 대통령의 10·4 정상선언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4 정상선언이 이행돼 나갔다면 현재 한반도 평화 지형은 크게 변해 있겠지만, 지난 10년 간 역대 정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고 남북관계는 박정희 대통령의 7·4 공동성명 이전으로 되돌아갔다”고 지적한 뒤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됐고, 북한의 핵·미사일은 고도화돼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가 치르는 엄청난 비용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10·4 합의 중 많은 것은 지금도 이행 가능하며, 특히 평화·군비통제 분야에서 합의한 군사회담 복원은 남북 긴장완화를 위해 시급하다”면서 “인도적 협력도 마찬가지로,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은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전국 1호’ 생활임금·도전숙…시민과 호흡하는 ‘성북 동행’

    [자치단체장 25시] ‘전국 1호’ 생활임금·도전숙…시민과 호흡하는 ‘성북 동행’

    김영배 성북구청장의 정책에는 ‘전국 최초’가 많이 붙는다. 비결을 묻자 대뜸 “50만 성북구민과 성북구청의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웬 제2의 ‘밥상 수상 소감’인가. 2005년 제26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황정민이 “스태프들이 차린 밥상을 그냥 맛있게 먹기만 했을 뿐”이라고 말한 수상 소감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된다. 김 구청장은 ‘운동장론(論)’을 펼친다. 자신은 “운동장을 마련했을 뿐”이며 성북구의 중심 키워드인 ‘동행’(同幸)의 모든 사례는 “시민에게서 나온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라는 게 정치권이나 행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본질적으로 시민 역량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성북구의 중심 가치인 동행과 관련된 여러 사례가 시민 속에서 뿌리내리는 게 굉장한 거죠. 구민들께 고맙다고 그리고 꼭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습니다.”성북구의 핵심 가치가 된 동행은 2015년 성북구 한 아파트에서 주민과 경비원이 체결한 계약서의 이름에서 나왔다. 당시 임금 인상으로 관리비 부담이 늘면서 곳곳에서 경비원을 해고했는데, 이 아파트에서는 반대로 입주민 주도로 전기료 절감 등을 통해 경비원 고용을 보장했다. 용역 계약서에도 주민과 경비원을 ‘갑·을’이라는 말 대신 동행이라는 표현으로 지칭하며 상생 의지를 확실히 했다. 김 구청장이 처음 동행을 이야기했을 때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정량 평가가 쉽지 않은 데다 선언적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동행 담론은 자발적이면서도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성북구에 가면 아동·청소년 동행 카드에 대한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동행 카드 사업은 가정 형편과 상관없이 지역의 중학교 1학년, 학교에 다니지 않는 만 13세 청소년 3900여명에게 연간 10만원의 포인트가 적립된 카드를 발급하는 것이다. 구는 4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그는 ‘건강한 딴짓’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한다.“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동청소년 삶의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꼴찌에서 두 번째였습니다. 과도한 입시경쟁에 내몰려서 끼를 발산하고 꿈을 찾을 기회를 박탈당한 우리 아동·청소년에게 스스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진로 탐색을 해 보라는 취지죠.” 동행카드 운영 결과를 살펴보면 학교 밖 아동 수는 정확한 파악이 어렵지만, 지역 중학교 1학년 학생(3446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약 89%인 3266명이 발급받았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가맹점은 서점(40%)이었으며 다음으로는 볼링장(35%), 영화관(19.5%) 순이었다. 성북구는 앞으로 동행카드 홈페이지에서 의견을 수렴, 특화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다. 2013년 유니세프로부터 우리나라 최초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은 지역답다. ‘생활임금제’ 역시 동행의 가치를 바로 보여 주는 사례다. 지난 13일 성북구는 내년 생활임금을 시급 9255원(월 193만 400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에서 발표한 내년 최저임금(시급 7530원)보다 22.9% 높다. 생활임금은 물가상승률과 가계소득, 지출을 고려한 실제 생활이 가능한 최소 수준의 임금으로 2013년 성북구, 노원구에서 최초로 도입한 후 여러 자치단체로 확대된 제도다. 생활임금은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평균임금과 서울시 생계비 가산율을 더한 것이다. 최근 전세가 상승 등으로 가계비 지출이 늘어남에 따라 현실에 맞게 반영했다. 서울시, 서울시의회 등도 성북구를 따라 생활임금을 도입했다. 김 구청장은 생활임금 도입이 “가장 보람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근로자에게 임금은 밥이고 밥은 하늘입니다. 왜 임금이 밥이냐. 우리에게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라는 ‘식구’라는 개념이 있잖습니까. 밥이 근로자의 인생을 지탱시키는 가장 큰 기둥이기 때문입니다. 임금이 기초가 돼야 정상적인 시민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자신은 “기반 조성을 했을 뿐”이라고 뒤로 물러선다. “공공분야는 가이드라인, 운동장을 깔아주는 기반 조성을 하는 존재죠. 지방정부가 생활임금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이런 임금 체계가 필요하다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뿐입니다.”어떻게 성북구가 서울시보다도 먼저 생활임금을 도입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김 구청장과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의 인연이 큰 역할을 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권순원 부위원장과 미국 유학 시절부터 안면이 있었는데, 그분이 성북구와 노원구에 생활임금 정책 제안을 해 왔죠. 권 교수의 제안을 받고 저도 진지하게 생활임금을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당시 경기 부천시가 먼저 도입하려고 했는데 조례를 만드느라 논쟁이 있었어요. 우리는 조례 없이도 구청장 행정명령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과감히 시행한 거죠.” 이후 성북구는 2015년 구 사업을 용역·위탁하는 민간영역에서도 생활임금을 준수하도록 조례를 만들었다. 김 구청장은 “성북구 청소근로자들의 이직률이 제로(0)”라고 자랑한다. “생활임금 도입 전에는 1년에 3~4명씩 바뀌었지만, 지금은 한 명도 그만두는 사람이 없습니다. 월급이 올라가다 보니 직장에 대한 만족도도 올라가고 결국은 구성원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죠.”김 구청장은 주거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그의 역점 사업인 ‘도전숙(宿)’ 역시 전국 최초 시도였다. 성북구는 2014년 도전하는 사람들의 숙소란 뜻의 도전숙을 선보였다. 창업인, 예술가 등 다양한 계층에 문호를 넓힌 공공임대주택으로 2014년 도전숙 1호가 생겼으며, 성북구와 서울주택도시(SH)공사는 내년까지 지역에 도전숙 10호까지 공급하는 게 목표다. 특히 성북구는 1인 창업자와 창업 예정자도 사무실 겸 숙소로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의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창업자들이 사업을 구상하고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사무공간과 주거공간을 함께 갖춘 도전숙은 청년의 주거와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혁신 정책으로 손꼽힌다.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김 구청장은 마을민주주의가 꽃피울 수 있게 노력할 생각이다. “제가 구청장하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시민이 지방정부의 주인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의사결정 구조를 바꾼 겁니다. 그게 마을민주주의, 주민참여예산제 등으로 나타난 거고요. 또 다른 하나는 지방정부의 역할과 관련해서 시민의 생활정치, 시민의 삶과 직결된 부분에 집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0분 동네 도서관, 산책로, 친환경 무상급식 등이 연장선이지요.” 그는 자신의 가장 큰 임무를 “시민들 속에서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학교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죠. 뿌리가 튼튼해야 어떤 바람에도 넘어지지 않고, 좋은 자양분을 줄기, 가지로 보내야만 아름다운 꽃이 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이 시대의 명령, 촛불의 명령인 거죠.” 최초를 몰고 다니는 김 구청장의 다음 행보는 여전히 생활정치에 있다. “선출직이기 때문에 선거가 중요한 평가의 장이기도 하고 도전의 장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정부 이후에 ‘내 삶을 바꿔 달라’는 요구가 상당히 높은 상황입니다. 다음 지방선거에서 더 나은 생활정치의 장을 여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김영배 구청장은 참여정부 靑행정관 거쳐…아동친화도시 추진 리더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고려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방행정 박사를 수료했다. 2003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2007년 행사기획 비서관을 지냈다. 2010년 민선 5·6기 성북구청장으로 당선된 후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추진 지방정부협의회 1, 2기 회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7월부터 더불어민주당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 장제원 “노무현 전 대통령 상여에 한풀이 하는 것 중단해야”

    장제원 “노무현 전 대통령 상여에 한풀이 하는 것 중단해야”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 상여를 부여잡고 한풀이 베이스 캠프로 삼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장제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이제 편하게 보내드리자”며 이같은 글을 올렸다. 앞서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부부 싸움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씨와 노무현재단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정 의원을 고발했다. 장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빚을 갚으라고 영수증을 내밀지 말라. 이는 정부를 실패로 몰고 가는 나쁜 짓이다. 부질 없는 복수심은 이제 거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24일에는 “(여권이) 노무현 대통령의 ‘노’ 자만 꺼내면 용서할 수 없는 역사의 죄를 지은 양 발끈하고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난리를 친다. 노무현 대통령은 성역인가”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무조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막는 게 아니다. 허위 왜곡 마타도어에 시민들이 분개하는 것이다. 진영으로 국민을 가르면 지금보다는 보수 쪽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반박했다. 조 교수는 “범죄의 증거를 없애려고 부관참시하는 사람들과 같이 행동한다면 범죄에 직접 가담한 적 없는 장 의원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꼴. 자당 대표나 설득해 청와대에 보내는 게 장 의원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4차 산업혁명,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4차 산업혁명,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정책을 하나로 표현하는 그럴듯한 슬로건이 있었다. DJ 정부의 벤처육성, 참여정부의 전자정부, MB 정부의 녹색혁명,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이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에 의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포럼에서 화두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역사적인 명확한 개념이라고 보기 어렵고 실체도 명확하지 않다. 아직은 유령이다. 일반적으로 시작과 끝이 분명히 드러날 때 역사적 개념이 붙는다. 지금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슈바프(WEF 창립자)의 저서 ‘4차 산업혁명’은 유독 한국에서만 베스트셀러다. 한국 언론만 야단들이다. 슈바프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온 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파나케이아(Panacea)쯤으로 오해한다. 심지어 대학의 입시광고에도 기업의 채용광고에도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인재”를 내걸고 있다. 단편적으로 부화뇌동하는 한국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고 있는 듯하다. 4차 산업혁명의 궁극적인 목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다. 기존 3차산업에서의 제조업은 로보틱스에 의한 자동화, 서비스업은 인공지능에 의한 자율화가 되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타트업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 기업들은 기술뿐만 아니라 인력, 제도, 자금 등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먼저, 기술에서는 스타트업의 특허출원이나 등록 그리고 특허 유지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대기업에 편중된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 편취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요구된다. 스타트업 기업의 창업 과정에서 겪는 또 다른 문제는 인력 확보의 문제이다. 창업보다는 대기업을 선호하는 청년들에게 스타트업 기업으로 훌륭한 인재가 모일 수 있도록 스톡옵션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무액면가제도를 활성화하고 스톡옵션의 세제를 개편하여 젊은이들에게 스타트업 기업의 성공이 부나 신분상승을 위한 희망사다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처럼 네거티브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엄격한 포지티브 시스템으로는 시장의 신규진입 장벽이 높아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나 산업생태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최근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와 같은 온라인전문은행들은 은행법 등 엄격한 포지티브 규제에 묶여 사업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었다. 현재, 4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단계별 지원 정책이 중소벤처기업부 등 개별 법률에 따라 분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부처 간, 정책·사업 간 협조·연계가 부족해 보인다. 기관 간 중복업무로 우량 스타트업 기업에 중복적으로 자원이 배분되는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따라서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역할분담을 통해 ‘빈익빈, 부익부’ 자원배분 현상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조달이다.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설립 1년 이내에 매출이 없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성장단계별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려면 경력이 짧고 상대적으로 자금투자에서 소외받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정책금융사들의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 4차산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민간 금융사들이 소비자금융보다는 산업투자금융의 참여 활성화를 꾀하여 우량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공급원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에인절투자 규모의 확대를 통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숨통을 터주어야 할 것이다. 국제금융위기 이후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는 직접금융에서 정책금융으로 변화되었다. 과거와 같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해 스타트업 기업으로의 자금 배분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 [장관 정책보좌관의 세계] 그들을 보는 엇갈린 시선…제대로 정착하려면

    [장관 정책보좌관의 세계] 그들을 보는 엇갈린 시선…제대로 정착하려면

    정책보좌관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장관 빽’도 못 들어가는, ‘청와대 윗선’이 내리는 ‘낙하산 자리’라는 시각과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장관의 정책 업무를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물론 현재까진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실제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정책보좌관에 임명됐다는 얘기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대부분 정치권 ‘낙하산’이었고, 업무 역시 국회와의 소통이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들은 정책보좌관 제도가 도입 의도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역할과 활동 규정 등을 보다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참여정부 때 장관의 전문적 정책 보좌 위해 도입 정책보좌관 제도는 참여정부 시절이었던 2003년 4월 처음 도입됐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정책보좌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 4급 이상에 해당하는 고위직인 정책보좌관은 ‘장관의 국정 업무를 돕고 공직사회 개혁을 보좌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애초엔 국무위원이 기관장인 부처만 정책보좌관을 둘 수 있었지만, 지난 1월 법이 개정되면서 장관급에 준하는 공무원이 기관장인 부처도 정책보좌관을 둘 수 있도록 설치 대상이 확대됐다. 전문적 정책보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법안 1조를 보면 “정책환경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각 부처의 정책을 보좌하는 담당관을 설치 운영하고, 각 부처의 정책수립능력 강화를 그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법률에서 정한 정책보좌관의 업무 범위는 이렇다. 우선 해당 부처 소관 업무 중 기관장이 지시한 사항에 대해 연구와 검토를 해야 한다. 또 정책 과제와 관련된 전문가나 이해관계자, 일반 국민 등의 국정 참여 촉진과 의견 수렴이며, 정책보좌 업무 수행기관과 업무 협조를 구해야 한다. 주로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정책연구 또는 관계기관 간 소통을 담당한다. 별정직으로 채용된 정책보좌관의 임기는 장관의 임기 만료에 따라 면직된다. #별정직 고위급… 선거 보은용 자리 챙겨 주기로 전락 그러나 과거 정책보좌관의 역사를 보면 법률에서 정한 직무가 무색한 경우가 많았다. 정책수립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보단 그저 대통령 혹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도와줬던 인사들의 한자리 챙겨 주기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2004년 국정감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8개 부처 정책보좌관 45명 가운데 27명이 전직 의원 보좌관이나 장관 지인, 청와대·대통령직인수위원회·정당 출신이었다.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한명숙 전 환경부 장관은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인물을 정책보좌관에 임명했다. 최근에도 낙하산 논란은 여전하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의원 시절 비서관을 정책보좌관직에 임명하기 전에 고용부 업무 전반에 관여시켜 논란이 인 것이 대표적이다. #“고시 출신 장관, 국회 출신 보좌관 시너지” 시각도 물론 ‘자기 사람’을 쓰면서 오는 효율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장관과의 즉각적 소통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일각에선 소수이지만 전문성을 발휘하는 정책보좌관도 있고, 고시 출신 장관과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정책보좌관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국회 보좌관 출신 정책보좌관이 평생 관료로서 살아온 장관의 정무적 판단을 도와주고 국회 업무를 보좌하면서 정책환경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공식에 공식 라인 위축… 활동 규정 투명하게 정립”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책보좌관 제도가 제대로 자리잡히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정부마다 그리고 부처마다 정책보좌관을 활용하는 정도가 다르고, 정책보좌관 제도를 통해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판단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고 설명한다.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보좌관을 선발할 때 공개적으로 뽑은 적도 없는 만큼 주관적 판단으로 뽑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국회 활동을 위해 정책보좌관이 임명됐다고 해도, 기존 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이 있는 만큼 업무의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장관이 정책보좌관이라는 비공식 라인에 지나치게 기대면 공식 라인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정책보좌관의 실질적 업무인 정책보좌에 힘을 실어 주려면 정책보좌관의 역할과 활동 규정이 더욱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관료 출신 장관이 국회 출신 인사를 정책보좌관으로 임명해 정무적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정책보좌관이 장관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준다면 의미가 있다”며 “행정과 정무가 상호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식으로 이뤄진다면 정책보좌관 나름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장관의 그림자 책사…문고리 권력 경계령

    장관의 그림자 책사…문고리 권력 경계령

    “장관 정책보좌관은 비서·보좌·정책·정무·공보 역할까지 다 하는 국회의원 보좌관에 비하면 정무 보좌관에 가깝죠. ‘늘 공무원’(늘공)과 장관 사이의 문고리 권력이 돼 신호등 역할만 하지 않는다면 장관 업무 수행에 정책보좌관은 필수입니다.” 정부 중앙부처마다 1~3명씩 일하는 장관 정책보좌관은 2003년 참여정부 시절 부처의 정책수립 능력 강화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장관과 함께 내려온 ‘낙하산 고위공무원’들은 정부 조직도에도 없는 ‘3차관’으로 불리며 장관의 분신으로 호가호위하거나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며 존재감을 거의 발휘하지 못했다. 공무원은 인사권을 쥔 장관의 판단에 정책보좌관들이 입김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에 이들을 견제하거나 경원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보좌관들은 그동안 임명된 17명의 장관 가운데 5명(김부겸 행정안전·도종환 문화체육관광·김영주 고용노동·김현미 국토교통·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회의원 겸직을 하는 만큼 의원 보좌관 출신이 압도적인 다수다. 이어 변호사 등 전문직이거나 전문직종 종사자,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대부분이며 서울시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는 이들이 많은 점도 눈에 띈다. 국회의원 보좌관 23년 경력의 이진수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통해 보좌관의 세계를 살펴보고,제도의 발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의원실 비서관을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내정해 임명 전 업무에 관여시켰다가 ‘문고리 국정운영’이란 논란을 일으킨 것은 장관의 업무 스타일 차이란 것이 이 보좌관의 해석이다. 흔히 신원조회라 불리는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 조회에는 보통 3~4주가 걸리는데 청와대 신임 행정관들은 공무원증을 발급받기 전인 신원조회 기간에 청와대에 먼저 가서 일한다. 이 기간에는 월급도 나오지 않지만 새 대통령의 업무 안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유노동 무임금’을 무릅쓴다. 이 행안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김부겸 장관의 국회 인사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내정됐다는 통보를 받았죠. 신원조회 기간에 업무를 하겠다고 했더니 김 장관이 ‘안 된다. 공무원은 그라믄 안 된다’고 말렸어요. 꼼짝없이 4주를 놀 수밖에 없었는데 그만큼 장관의 업무 파악이 늦어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업무공백 우려 조급증이 부른 고용부 문고리 논란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조대엽 후보의 낙마 사태로 다른 부처 장관보다 늦게 임명된 만큼 빨리 적응하기 위해 내정자에게 보좌 업무를 맡겼다는 것이다. 뒤늦게 임명된 김 고용부 장관이 통상임금 판결, 방송사 파업 등 현안이 터지자 조급하게 업무에 뛰어든 것이 논란을 일으켰지만, 고용부 일선 공무원들의 지적 가운데도 새겨볼 부분이 있다. 고용부 공무원들은 장관 정책보좌관 내정자가 실·국장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현장방문에 동행하며 장관 보고의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측은 “내정 상태인 보좌관이 업무 파악을 위해 배석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 행안부 보좌관은 장관 정책보좌관은 장관의 모든 업무가 책임이며 장관 이상으로 알고, 장관이 궁금한 걸 모두 조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무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공무원들에게 기자처럼 전화로 물어본다고 밝혔다. 정책보좌관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공무원의 경계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 환경부 공무원은 “30대 후반에 3급이 된 정책보좌관은 일반 공무원에게 허탈감을 불러일으킨다”며 “60년대생으로 행정고시의 문을 뚫은 고참 과장이 즐비한데 79년생이 3급으로 임명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환경부에서 별정직 3급 정책보좌관의 역할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장관이 필요해 채용한 게 아니라 당에서 내려보낸 인력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임 장관은 3급 별정직 정책보좌관에 4급 환경부 과장을 임명해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아니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시민단체 출신 장·차관을 정무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정책보좌관이 보좌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서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국회의원 보좌관에 비해 장관 보좌관은 역할의 범위가 대폭 줄어든다. 비서 업무는 기존 장관 비서실에서, 정책은 부처에서, 공보는 대변인실에서 하기 때문에 정무적 판단을 지원하는 것이 장관 보좌관의 주 업무다. 인사혁신처의 ‘별정직 공무원 인사규칙’에 따르면 장관은 정책보좌관을 임명할 때 보좌가 필요한 분야와 재직 때 중점 추진할 사업 등을 고려해 임용예정분야, 업무 내용 및 직무수행 요건을 미리 설정해야 한다. 정책보좌관의 민간 분야 근무경력을 정할 때 정무 분야는 의원 보좌관, 정당 경력자 등이 해당한다. 대외협력과 이해관계 조정 등은 시민단체와 주요 관련 단체 출신, 언론인 등의 경력이 인정된다. 장기적 계획수립 및 특정사업 추진은 학자 등 해당 분야 전문가 경력이 적합하다. 현재 임명된 29명의 장관 정책보좌관은 의원 보좌관 출신이 1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전문가 6명, 시민단체 출신이 2명, 변호사 1명, 검사 1명 등이다.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이후 민주당 당직자와 시민단체 출신이 서울시에 대거 진출했는데 장관 정책보좌관 가운데 윤천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좌관 등 5명이 서울시 관련 공직에서 일했다. 서울시 출신이 청와대에 많이 진출하고, 시 정책이 중앙정부 정책으로 여럿 채택된 것이 보좌관 인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의원 출신 장관의 보좌관이 부처에서 호가호위한 일이 아직 회자되는 사례도 있다. ‘대국대과’(大局大課)와 ‘작은 정부’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무원들이 많이 잘렸고, 그만큼 장관이 할 일도 많았다. 대외 업무로 바쁜 장관은 자신의 보좌관을 비서실장으로 앉히고 내정을 맡겼다. 공무원들의 인사와 모든 보고는 보좌관의 손을 거쳐야 했고, 자연히 거대한 문고리 권력이 형성됐다. 정치인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무원에게는 폭언과 욕설이 쏟아지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보고의 압박 때문에 한 공무원이 장관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이 보좌관은 “고성과 폭언은 삼가 달라”는 공무원 직장협의회의 요구에 사과 이메일을 돌렸다. # 장관 바른 판단 돕고 공무원 업무 효율성 높이기도 문고리 권력이 된 보좌관의 존재에 대해 한 고위공무원은 “폭주하는 업무의 가르마를 잘 타서 장관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돕고, 공무원들의 업무를 수월하게 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정책보좌관이 젊은 나이에 고위공무원이 됐다 할지라도 길어야 1~2년 일하는 별정직이란 사실을 공무원들이 간과한다”고 덧붙였다. 이 행안부 보좌관은 장관 정책보좌관이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해 ‘청문회 의원 불패’를 들었다. 5명의 국회의원이 청문회를 무사 통과해 장관이 된 것은 의원들끼리 ‘동료 봐주기’도 있지만, 보좌관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들은 일단 공세적 질문에 대한 답변 능력이 교수나 전문가 출신보다 훨씬 뛰어나다. 또 재산등록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고위공직자 배제 5대 비리(병역 면탈,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에도 보좌관이 있는 의원들의 방어능력이 좋다. ‘늘공’들은 정책과 관련한 서류 준비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관의 사생활은 알 수도 없고 질문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언론의 의혹 제기도 보좌관의 순발력이 있기에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관이 돼서도 당과 청와대, 언론과의 관계 형성에서 ‘늘공’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당과 전화 한 통화만으로 업무 파악이 가능한 매끄러운 의사소통, 청와대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수평적 의사소통은 결국 오랜 시간 장관과 손발을 맞춘 보좌관이 있어야 가능한 역할이라는 의견이다. 정부 업무 수행의 숨은 조력자인 장관 정책보좌관들은 스스로 호가호위하지 않겠다는 원칙만 지킨다면 개인의 발전은 물론 문재인 정부 성공의 견인차가 될 것이다. 서울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툭 하면 ‘방산 비리’… 국산 명품 무기 설 곳 잃는다

    툭 하면 ‘방산 비리’… 국산 명품 무기 설 곳 잃는다

    “이명박·박근혜 양대 보수 정부에 걸었던 기대가 컸던 만큼 방산인의 실망도 깊었습니다.”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이면에는 방산비리를 근절하고 방산 경쟁력을 육성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방사청이 출범한 지 12년이 된 지금 방위사업 부실과 방산비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리베이트만 없애도 국방예산 20%를 줄일 수 있다”며 방산업계를 품질 경쟁이 아닌 가격 경쟁에 치중하게 하는 최저가입찰제의 벽에 부딪히게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방산비리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며 대대적인 방산비리 수사를 정권 차원의 치적으로 삼기도 했다. 국내 방산업 전망이 어두워지자 주요 대기업이 방산업계를 떠나기도 했다. 삼성은 2015년 7월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과 삼성탈레스(한화시스템)를, 두산은 지난해 5월 두산DST(한화디펜스)를 각각 한화에 매각했다. 방산업계에선 정부가 자생적 방산생태계를 조성해 주진 못할 망정 자국의 방산업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는 곳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는 성토가 나왔다.방위산업은 정부가 지정한 방산물자를 포함한 무기체계 및 주요 비무기체계를 생산하거나 연구개발하는 산업을 일컫는다. 방산업체는 방산물자의 안정적인 조달과 엄격한 품질보증을 위해 정부로부터 지정받은 생산업체를 뜻한다. 방산업체뿐 아니라 그 협력업체, 무역업체, 시제업체 등 방산물자와 관련한 제조나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방산 관련 업체와 피복·식자재 등 군 생활에 소요되는 물품을 납품하는 군납업체, 수입·수출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무역대리점(오퍼상) 등 방위산업의 영역은 광범위하다. 현재 국가 지정 방산업체는 95개, 방산관련업체는 6000~1만여개, 군납업체는 수만개, 무역대리점은 2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방위산업은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자본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연구개발부터 전략화까지 장기투자가 필요하고 자금 회수에도 장기간이 소요된다. 또한 국가가 유일한 국내 수요자로서 시장을 제한하고 첨단무기체계 도입 등 운영·유지비용도 국가 예산 규모에 영향을 받는 산업이다.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무기체계를 다루다 보니 고도의 신뢰성과 정밀성을 요구하는 첨단 과학기술 산업이면서도 일반제품 생산분야보다 실패 확률이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각국은 방위산업을 단순한 기업의 이윤 추구를 넘어 국가 안보를 위해 지속 발전시켜야 할 필수산업으로 분류해 집중 육성해 왔다. 국내 방산업체도 이 같은 사명감과 애국심을 가져왔지만 최근 잇따른 방산비리로 인한 국민적 감정은 방위산업을 소모성 예산이자 부조리가 상존한다고 보는 부정적 인식이 만연해 있다.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된 ‘율곡사업’ 비리 수사는 30여년의 군사정권 동안 지속된 군 수뇌부들의 방산비리를 밝혀내며 국민적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1998년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미국 로비스트 ‘린다 김 사건’은 문민정부 시절 정·관계 인사에 대한 불법 로비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며 방위산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악화시킨 계기가 됐다. 지난 정부의 ‘통영함 사건’은 이 같은 방산업계에 대한 불신에 불을 붙인 격이었다. 신형 구조함이었던 통영함이 해외 도입 장비인 선체고정음탐기(HMS)와 수중무인탐사기(ROV)에 문제가 있어 인도가 지연되면서 2014년 4월 세월호 구조 현장에 투입되지 못해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해 10월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방산·군납 비리와 같은 불법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고 지적했고 한 달 뒤 정부는 1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한 대규모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을 출범했다.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의 기획으로 알려졌던 방산비리 수사는 전·현직 장성급 11명 등 77명을 기소하며 방산비리 액수를 약 1조원이라 발표했다. 그러나 통영함 납품비리 혐의로 임기 중 옷을 벗은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무죄가 확정됐다. 해군 해상작전헬기인 ‘와일드캣’(AW159) 도입사업비리 혐의를 받았던 최윤희 전 합참의장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됐던 특전사 ‘뚫리는 방탄복’ 사건도 관계자가 잇따라 무죄를 받으며 당시 합수단의 무리한 수사가 있었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과거 대형·권력형 국방비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만큼 비리 규모가 과장되거나 무리한 수사, 성과 부풀리기 등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광공영 사건’처럼 무기중개상이 해외 무기 도입 과정에서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군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각종 정보를 빼내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사건은 대부분 해외 무기 도입과 관련한 ‘해외 무기 도입 비리 사건’으로 국내 방산업체의 ‘방산비리’와는 무관하다. 2015년 합수단이 발표했던 ‘방산비리 규모 1조원’도 합수단이 문제를 제기한 해상작전헬기 등 11개 사업의 총사업비를 합친 금액이었고 실제 소송가액은 1225억원, 그중 현재까지 대가성이 확인된 뇌물수수액은 2억 6200만원에 불과했다. 방산업체들은 국내 무기체계 연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 실패와 성능 미흡을 비리로 인한 사업부실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항변한다. 한국형기동헬기 ‘수리온’의 전력화 과정이나 K2 ‘흑표’ 전차의 파워팩(엔진과 변속기) 국산화 과정, K11 복합소총이나 K9 자주포의 개발 과정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국내 방산업체는 국산화에 중점을 둔 방위사업 추진원칙에 따라 개발사업이 대폭 증가하면서 사업관리 리스크도 커졌다. 그래서 기술부족 상황에서 개발실패에 따른 경험 축적과 구매예산 절감을 위한 과감한 시도를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하는 ‘성실실패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그뿐만 아니라 방위산업 육성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절실하다는 의견이다.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한 K9 자주포는 터키, 폴란드, 핀란드, 인도와 성공적으로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추가로 북유럽 국가와 수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약 17조원 규모의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T38C 대체용 종합 훈련시스템 도입사업(APT)에 참여하고 있는 T50A는 경쟁 기종들보다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국산 명품 무기들이 국내에선 방산비리의 원흉으로 지적받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방산비리 척결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방위산업 육성’을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국방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실제 압도적 비리 액수는 해외 무기 도입 과정에서 비롯되고 우리 자체 무기 비리는 크지 않다”며 “그럼에도 군 전체가 방산비리 집단처럼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정확한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10년 가까이 반복됐던 방산비리 수사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은 단순한 비리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비리와 관련해서는 일벌백계해야 하지만 개발 과정의 성능 결함까지 비리로 몰아가는 것은 국력 낭비이자 국익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제 다시 방산인들은 방산비리 척결과 방위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새 정부의 행보를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軍기무사 “5·18 관련 자료 특조위에 모두 제출하겠다”

    군 고위관계자는 15일 국군기무사령부가 보관 중인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를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남김없이 제출해 진상규명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참여정부 시절 66권에 달하는 방대한 (5·18 관련)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며 “당시 민감하다는 이유로 제외했던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이번에 (특조위에) 다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자료를 제출한 이후 또 자료가 나오지 않도록 소상히 밝혀 한 점 의혹도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무사뿐 아니라 각 군에도 흩어진 자료가 있다”면서 “하나하나 검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고위관계자는 또 기무사 개혁과 관련해 “기무사는 군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면서 “기무사가 보안과 방첩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과감히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국방부를 담당하는 100기무부대를 해체하고, 합동참모본부를 담당하는 200기무부대에 통합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文대통령 왼쪽 뺨에 보라색 멍자국...왜 생겼을까보니

    文대통령 왼쪽 뺨에 보라색 멍자국...왜 생겼을까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제 64주년 해양경찰의 날’인 13일 인천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는 장면을 본 지지자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에 보라색으로 살짝 멍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이날 오후 ‘오늘의 유머’ 등 문 대통령 지지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행사 당시 문 대통령의 모습을 캡처한 사진이 올라왔다. 지지자들은 문 대통령의 왼쪽 뺨에 있는 멍 추정 흔적을 보고는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는 문 대통령이 최근 임플란트를 위한 기초 시술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시술 때문에) 어금니를 빼면서 생긴 멍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1일 “문 대통령이 8일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왼쪽 어금니와 윗니 두 개를 절개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난 관계자들도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 “대통령의 볼이 약간 부어있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2011년 출간된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참여정부 시절 치아를 10개 가량 뽑은 사실을 밝히고는 “나뿐만 아니라 이호철 비서관, 양인석 비서관 등도 치아를 여러 개 뺐다. (치아 건강과) 직무 연관성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했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현직 판사까지 불러 김명수 이념편향 따진 野

    현직 판사까지 불러 김명수 이념편향 따진 野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13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 사건 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고허가제, 상고법원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법관 수를 현재 13명에서 더 늘리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을 ‘나은 변화’로 규정했던 김 후보자가 사법 개혁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개혁 방안을 묻는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의 질문에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던 ‘전관예우’를 인정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자는 가장 큰 고민은 상고심 제도 개선에 있다면서 상고법원, 상고허가제를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법관 한 사람이 1년에 4만 건가량의 사건을 처리하면서 심급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상고허가제는 2심 판결의 상고를 제한하기 위해 1981년 도입됐으나 중요한 사건만 선별할 경우 모든 국민이 똑같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1990년 폐지됐다. 상고법원도 양승태 현 대법원장이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개인적으로는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부작용 탓에 한 차례 페지된 만큼 보완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또 “변호사협회의 법관 평가제도도 신뢰성과 공정성을 담보한다면 충분히 참고할 수 있다”고 말해 전날보다 한발 더 나간 모습을 보였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 제청권을 독립적으로 사용할 뜻도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원하는 대법관 인사가 적절하지 않은 경우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여야는 청문회 둘째 날에도 김 후보자의 ‘이념적 편향성’ 두고 공방을 이어 갔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국제인권법연구회장 출신 김 후보자를 대법원장 자리에 앉혀 사법부까지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김 후보자가 이념 편향성이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맞섰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현 정부에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참여연대, 민변 등 특정 단체 출신이 너무 많다”면서 “김 후보자가 그들로부터 대법원의 독립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에 몸담았던 조국 민정수석을 시작으로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 우리법연구회 출신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에 이은 김 후보자 지명이 문재인 정부 ‘사법 장악’의 정점이라는 것이다. 이에 김 후보자는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이라는 것은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밝혔다. 또 “(참여정부 때) 우리법연구회 출신 중 몇 분이 요직을 갔다는 것은 알지만 저는 그 당시 고등부장에 탈락하고 단독 부장판사로 전보됐다”며 코드 인사 의혹을 비켜 갔다. 이날 현직 판사로는 처음으로 증인 출석한 오현석 인천지법 판사는 김 후보자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오 판사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했고 최근에는 “재판이 곧 정치다”는 글을 내부통신망(코트넷)에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오 판사는 “후보자와 친분이 없고, 그분이 단식을 중단하라고 말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재판이 곧 정치라는 말은 정파적인 판결이 아니라 상호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속성이 있다는 의미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오 판사는 “법관 전용 게시판에서 판사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짧게 표현하다 보니 표현이 미흡했다”며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데스크 시각] 문재인 대통령답지 않은 ‘사드 이후’/임일영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문재인 대통령답지 않은 ‘사드 이후’/임일영 정치부 차장

    “훗날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에 대해 ‘나도 개인이었다면 반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는 불가피했다’라고 술회했다. ‘옳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도 했다. … 우리가 파병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파병할 수도 있다. 진보·개혁 진영이 집권을 위해선 그런 판단도 할 수 있어야 한다.”(‘문재인의 운명’ 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은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 참여정부의 고뇌와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켜본 이들의 설명이다. 애초부터 문 대통령에게 옵션은 거의 없었다.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때 천안문 망루에 올라 역대 최고의 한·중 관계를 뽐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설픈 ‘신균형외교’가 이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허물어지고, 쫓기듯 ‘사드 대못’을 박아 버리면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비가역적 사안이 됐다. 대선 국면에서 문 대통령은 “(사드는) 다음 정권에 넘겨 외교적 협상 카드로 써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미 동맹 합의이기에 없던 일로 할 순 없겠지만, 시간을 끌면서 ‘레버리지’로 삼으려 한 것이다. 북한이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지 않도록 중국이 통제한다면(북한은 4월 20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하려다 “핵실험 시 북·중 국경을 장기간 봉쇄하겠다”는 경고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도 환경영향평가를 앞세워 ‘시진핑(習近平) 2기’가 출범하는 10월 공산당대회까지 추가 배치를 미뤄 여지를 만들 것을 기대했다. 물론 김정은의 폭주가 시작되면서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됐다. 북한의 핵 개발이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 최고조에 이른 군사적 긴장이나 ‘예방전쟁’조차 불사하겠다는 미국의 압박과 공조를 고려하면, 추가 배치의 불가피함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추가 배치 결정 이후’가 외려 갈등을 키웠다. 대통령의 방러 기간 새벽에 ‘군사작전’을 하듯 밀어붙인 까닭을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 “최대한 설득한다. 밀고 들어가는 일은 없다”고 했던 청와대였기에 허탈함은 더 컸다. 한 번 단추를 잘못 끼우니 스텝이 계속 꼬였다. 대통령이 귀국한 다음날(8일) 오후 청와대는 고위 관계자의 백브리핑 형식을 빌려 ‘대통령이 사드 메시지를 고심 중’이라고 운을 띄웠다. 이미 성주 주민과 시민단체, 종교단체 집회에선 “적폐로 쫓겨난 정부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까지 비판 수위가 고조된 터. 지지층 여론도 심상치 않았다. 급기야 청와대는 이날 밤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는 대통령 메시지를 부랴부랴 내놓았다. 대국민 담화 형식을 취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했지만, A4 용지 두 장짜리 텍스트가 전부였다. 국민이 지난 5월 이후 감동과 위로를 받은 몇몇 순간이 있었다. 5·18 희생자 가족을 안아 주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세월호 유가족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대통령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이번에도 사드 추가 배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진솔하게 성주 주민과 사드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먼저였어야 했다. 그런데 순서도 뒤바뀌고, 형식도 문 대통령답지 않았다. 사드 추가 배치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으로 문 대통령의 정치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현장 목소리를 듣고 대통령이 정책 취지를 직접 설명하겠다는 콘셉트로 시작된 ‘찾아가는 대통령’이 필요한 건 지금이다. 성주를 찾지 못할 이유도 없다. argus@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 사드 메시지 발표 전 ‘어금니 2개 절개’…“격무 시달린 탓”

    문재인 대통령, 사드 메시지 발표 전 ‘어금니 2개 절개’…“격무 시달린 탓”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임시배치와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던 지난 8일 어금니 2개를 절개한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금요일 오후 대통령께서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왼쪽 어금니 윗니 두 개를 절개했다”며 “그리고 나서 사드 메시지를 다듬고 또 다듬어서 저녁 때 메시지를 냈다”고 말했다.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의 볼이 임플란트 ‘기초공사’ 탓에 약간 부어올라 있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문 대통령이 치아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인 ‘문재인의 운명’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으로 일할 당시 격무에 시달린 탓에 치아를 뽑은 경험을 적어 놓았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나는 첫 1년 동안 치아를 10개쯤 뽑았다”면서 “나뿐 아니라 이호철 비서관과 양인석 비서관을 비롯해 민정수석실 여러 사람이 치아를 여러 개씩 뺐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웃기는 것은 우연찮게도 나부터 시작해서 직급이 높을수록 뺀 치아 수가 많았다”며 “우리는 이 사실이야말로 (치아 건강에) 직무 연관성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적기도 했다. 14년이 지나 재차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것도 문 대통령이 최근 격무에 시달린 탓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을 비서동인 여민관으로 옮기고 나서 참모들과 수시로 토론을 하는가 하면 관저로 돌아간 후에도 밤늦게까지 보고서를 읽는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얘기다. 최근에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 등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돼 한치도 긴장을 풀 수 없는 데다 극동경제포럼 참석차 방문한 러시아 일정 1박 2일도 소화하는 등 강행군이 이어지며 체력적으로도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사다리, 문 대통령의 목엣가시/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사다리, 문 대통령의 목엣가시/황수정 논설위원

    수능 절대평가를 확대하려던 대학 입시안은 없던 일이 됐다. 아니, 교육부가 일단은 한 해만 미뤄 보자며 발을 뺐다. 한 수 물러 달라는 통사정이야 없었다. 하지만 거의 그런 셈이다. 서울 톨게이트를 한 번 빠져나가면 뜯어말려도 유턴 없이 부산까지 달리겠다는 운전 미숙, 고집불통은 주변을 골병 들인다. 졸속 입시안에 삿대질은 거셌어도 접어 줄 대목은 하나 있다. 백방으로 계산기를 두드린 다음의 과감한 손절매. 어떤 용기라 해 두자. 이즈음 주목받는 해외 베스트셀러 한 권이 있다. 미국에서 날아온 ‘힐빌리의 노래’다. 가난과 소외에 찌든 백인 하층민(힐빌리)인 저자가 명문 로스쿨을 나와 사업가로 성공하기까지의 소설 같은 회고담. 그러니까 미국판 ‘개천 용’의 이야기다. 무명의 저자는 겨우 서른한 살이다. 일자리도 희망도 씨가 마른 퇴락한 철광 도시가 고향이다. “운 좋으면 수급자 신세를 면하고 운 나쁘면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죽는 동네”에서 통계적으로는 용이 날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용이 된 청년은 “소외된 사람들의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분 상승은 어떤 느낌인지” 생생한 고발장을 던졌다. 베스트셀러의 배경은 선명하다. 가진 이들은 청춘의 용기가 흥미로웠을 것이다. 덜 가진 대부분의 독자들은 교육을 거쳐 개천을 벗어난 알고리즘이 눈물 나게 궁금했을 것이다. 책을 단숨에 읽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서다. 책 이야기는 이쯤 하자. 수능 절대평가를 극구 반대한 여론은 밑바탕에 불공정 입시의 불신과 앙금을 깔고 있다. 해마다 확대일로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보통 학부모들의 불만은 상상 이상이다. 절대평가로 시험 변별력이 떨어지면 학종의 비중은 그만큼 더 커진다. 감쪽같이 포장된 학생부로 며느리도 모르게 합격하는 요지경 학종 전형에 알레르기 반응들이 심각하다. 부모 경제력이 입시의 한 축이 된다는 것은 무너지는 계층 사다리의 이야기다. 학종은 망가지는 ‘사다리’의 문제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이번 입시안이 핵심 공약이었다. 예상 밖의 유예 결단은 지지율 자신감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박수 속에서는 무대 스텝이 잠시 꼬였다고 초조해지지 않는다. 이런 여유가 있을 때 청와대는 내친김에 집중할 숙제가 있다. 나사못이 빠져 도무지 발을 올릴 수 없게 된 사다리를 손보는 작업이다. 그 상징은 로스쿨 개혁이다. 금수저 학종을 근본부터 고치겠다는 의지라면 가능하다. 절대평가가 진보와 보수의 문제였다면 정부는 굳이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다. 진영 논리를 벗어난 여론은 파괴력이 무섭다. 직속기구로 만들어 직접 교육개혁을 하겠다던 국가교육회의의 의장직을 문 대통령이 슬그머니 내놓은 것도 그래서다. 교육 사다리를 둘러싼 갈등은 좀체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법하다. 로스쿨 개혁은 그럴수록 정면 돌파할 문제다. 사법시험은 폐지됐어도 법조인 진출 창구를 누구에게나 열어 달라는 요구는 식지 않고 뜨겁다. 금수저 학종 논란 와중에 성토는 더 높아졌다. 대선 공약인 특목·자사고 폐지만 하더라도 취지가 교육 기회의 균등한 보장이다. ‘돈스쿨’의 오명과 음서제의 불신을 털지 못하는 로스쿨은 그런데도 일관되게 개혁의 범주 바깥에 있다. 앞뒤 안 맞는 모순이다. 문 대통령은 노량진 학원가의 대선 유세에서 청년 공시생들에게 “로스쿨을 만든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정책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궁색했던 논리를 바꿔야 한다. 뒤집지 않아도 고칠 수는 있다. 그것은 진보의 자기 부정이 아니다. 진보의 가치를 확장하는 용기다. 대국민보고대회에서 문 대통령은 “댓글 제안 등 직접 민주주의를 국민이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민 집단지성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학종과 로스쿨로 무너지는 사다리에 댓글들이 얼마나 좌절하는지, 잠 안 오는 밤에 꼭 한 번 살피시라. 부러진 교육 사다리는 문 대통령의 목엣가시다. 한때 자기 확신으로 삼킨 ‘원죄’ 때문에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목엣가시. 그 가시를 빼야 한다. 농담에서나 나올, 국민 팔할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라면. 흥행 답례는 최소한의 예의다. sjh@seoul.co.kr
  • 산은 회장 이동걸·수은 행장 은성수

    산은 회장 이동걸·수은 행장 은성수

    산업은행 회장에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학 초빙교수, 수출입은행장에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7일 각각 내정됐다. 지난 6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내정에 이어 추가로 금융권 인사 퍼즐이 맞춰지면서 두 달 가까이 꽉 막혔던 금융권 인사에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 인맥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이 내정자는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금융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노무현 당선자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이 내정자는 참여정부에서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했고, 2007~09년 금융연구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 합류해 ‘경제교사’ 역할을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이 내정자가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은행의 당면 과제인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고 성장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을 속도감 있게 이끌어 나갈 적임자”라며 임명 제청했다. 최 금감원장 내정자에 이어 이 내정자가 산은 수장을 맡게 되면서 경기고는 금융권에 막강한 라인을 형성하게 됐다. 최 내정자는 이 내정자의 경기고 1년 선배다.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이 내정자는 경기고 동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 제청한 은 내정자는 군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상임이사를 거친 국제금융 전문가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기재부는 “은 내정자가 국내외 금융시장과 국회·정부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해운·조선 구조조정, 수출금융 활성화, 내부 경영혁신 등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로 서울대 경제학과 라인이 재주목받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서울보증 사장과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의 인선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무언의 소통… 칠판의 정치학

    무언의 소통… 칠판의 정치학

    7일 오후 서울 금천구청 9층 차성수 구청장의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풍경은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대형 칠판(화이트보드)이었다. 구청장 방에 웬 칠판일까. 궁금해서 다가가 봤더니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구체화할 수 없다면 가짜다.’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씨의 책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를 읽다가 차 구청장이 직접 발췌한 대목이다. 차 구청장은 “지난 7년간 기초자치단체장을 하면서 추상적이거나 원칙적인 얘기를 하는 정치나 행정은 의미 없는 속임수, 가짜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책의 주제와는 다소 동떨어진 해석일 수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정책이나 사업은 의미가 없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애독가인 차 구청장은 책에서 절실한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칠판을 통해 직원들과 공유한다고 한다. 그는 “윗사람이 직접 얘기하면 잔소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대신 청장실에 들어서는 누구나 칠판을 보고 스스로 감흥을 얻도록 무언의 메시지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칠판의 정치학’이라 할 만하다. ‘구체화할 수 없다면 가짜다’는 문구가 그를 사로잡은 것은 자전적 경험 때문이다.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로 오랜 시간 강단에 섰던 차 구청장은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수석을 맡았던 참여정부 시절 민관이 협력한 사회복지시스템을 만들라고 지시했는데 구청장이 돼서 살펴보니 그럴싸한 형식만 남아 있었다”면서 “민간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그저 관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형국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 교수를 하다가 청와대에 가면 가장 밑바닥, 현장에서는 어떻게 일을 하는지 예측이 안 된다”며 “어떤 것이든 국민의 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래에서부터 나온 아이디어에 바탕이 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는 ‘보텀업’(상향식) 방식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가장 최근의 ‘살충제 달걀 파동’ 사건을 예로 들었다. 차 구청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달걀 농장을 어떻게 다 점검할 수 있겠나”라며 “기준을 만들고 그에 따른 인력과 재정을 지자체에 나눠야 실질적인 관리 감독이 가능하다. 지금은 국민과 가장 맞닿아 있는 지자체가 그럴 권한도, 인력과 재정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애독가답게 차 구청장의 집무실엔 수백권의 책이 빼곡히 쌓여 있다. 교양서적은 물론, 구정에 도움이 될 만한 실용서적도 많이 읽는다. 특히 선진국의 지방자치나 풀뿌리 민주주의 성공 사례와 관련된 책은 백 리가 멀다 않고 구해서 읽고 구정에 적용하려 머리를 짜낸다. 그리고 감명을 받은 책은 직원과 주민에게 일독을 권한다. 지난주 구청의 신임 사무관들에게 추천한 책은 ‘민주주의의 정원’이다.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 연설문 담당 작가였던 에릭 리우와 사회 활동가 닉 하나우어가 정치를 아는 극소수가 필요 이상의 권력을 휘두르는 현실을 우려하며 썼다. 우리 모두가 정원사가 돼 민주주의를 가꿔야 한다는 얘기를 담고 있다. 차 구청장은 “정부가 획일적인 정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밑으로부터의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예컨대 각 지방정부에 노인 주거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냐고 한다면 금천구에서는 원룸 형태 임대 주택 1000채를 짓겠다고 말할 것”이라며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지자체가 있는데, 전국 어디에나 똑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지방선거를 통해 지자체장을 선출하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차 구청장은 책을 좋아하지만 책에 매몰되는 것도 경계한다. 그래서 현장을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그에게 독서는 이동 중이거나 업무 중 잠시 짬이 날 때 하는 ‘자투리 독서’일 때가 많다. 그렇다고 그 독서의 질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나폴레옹은 전쟁터 말 위에서 책을 읽었고, 마오쩌둥은 대장정의 와중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19세기 영국 총리 윌리엄 글래드스턴은 “나는 뜻밖에 생기는 1분을 그냥 흘려 버리지 않기 위해 항상 소책자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고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이은하 세무사의 생활 속 세테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줄이려면… 양도차익 적은 주택부터 팔아야

    지난달 발표된 8·2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정부가 주택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를 중과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8·2 부동산 대책에서 나온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의 내용은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내년 4월 1일 이후 양도 시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배제하고, 세율에서도 2주택자라면 일반세율(6~40%)의 10% 포인트를 가산하고 3주택 이상자는 20% 포인트를 가산하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다주택자 중과세와의 큰 차이점은 다주택자여도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이 아니라면 중과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전 지역과 과천, 성남, 하남, 고양, 광명, 남양주, 동탄 2, 세종시, 부산(해운대, 연제, 동래, 수영, 남, 기장, 부산진)이다. 즉 서울 한 채, 용인 한 채 모두 두 채의 주택을 가진 사람이라면 내년 4월 1일 이후 용인에 있는 집을 먼저 팔더라도 중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대책은 내년 4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내년 4월 1일 전에 양도하느냐, 이후에 양도하느냐에 따라 양도세 부담은 크게 달라진다. 양도일은 잔금일과 등기일 중 빠른 날이다. 내년 4월 1일 전에 파는 경우 현행 세법에 따라 다주택자라도 장기보유특별공제가 가능하고 일반세율이 적용된다. 단 투기지역에 주택을 가진 3주택자라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3주택 이상자가 투기 지역에 있는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대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8월 3일 이후부터 10% 포인트 가산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투기지역인 서울 강남에 두 채, 투기지역이 아닌 분당에 한 채, 총 세 채를 가졌다면 내년 4월 1일 전에 양도 시에도 처분 순서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투기지역이 아닌 분당 집을 먼저 팔면 중과가 적용되지 않지만, 투기지역인 강남 집을 먼저 팔면 3주택자가 투기지역에 있는 주택을 팔았기 때문에 세율이 10% 포인트 가산된다. 하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적용된다. 투기지역은 서울(강남, 서초, 송파, 강동, 용산, 성동, 노원, 마포, 양천, 영등포, 강서)과 세종이다. 투기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3주택 이상자라면 지금부터, 그 외의 조정대상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라면 내년 4월 1일 이후부터는 집을 파는 순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정대상지역 외 지역에 있는 주택이나 양도차익이 적은 주택을 먼저 파는 것이 유리하고 가구 분리된 무주택 자녀에게 증여 또는 부담부증여를 활용해 볼 수도 있다. 또한 임대주택등록을 한다면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세제상 혜택을 주기 때문에 검토해 볼 만하다.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 정책기획위원장 정해구 교수 위촉

    정책기획위원장 정해구 교수 위촉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권력기관 적폐청산’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해구(62)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5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전남 순천 출신인 정 위원장은 명지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진보적 학술단체인 ‘한국정치연구회’ 창립 멤버로 2002~2004년 회장을 맡았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연구위원으로 참여했으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에 합류해 ‘새로운정치위원회’ 간사를 맡아 정치 분야 공약을 마련했다. 현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도 정치행정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정책 지식과 현장 경험을 보유한 정책 전문가로, 뛰어난 균형감과 소통 능력으로 새 정부 국정과제를 추진·지원하고 중장기발전전략을 수립해 성공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文대통령 “인사자문회의 설치·인사DB 복구” 지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시급 여야 대표들과 회동 의사도 밝혀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인사추천·검증을 비롯한 인사 시스템의 전반적 보완 및 개선을 지시했다. 최근 ‘비상장 주식 대박’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여권과 지지층 내부에서도 비판이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탓에 1기 내각 인선 과정에서 부실 검증 논란 등이 잇따랐던 만큼 시스템 전반을 ‘복기’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까지 정부 초기의 급한 인사를 하느라 여유가 없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마쳤으니 지금까지의 인사를 되돌아보면서 인사 시스템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조현옥 인사수석 등에게 세 가지를 지시했다. 우선 인사수석실 산하에 인사 시스템의 보완과 개선 방안을 자문할 인사자문회의를 두도록 했다. 이어 “국민에게 약속드린 대로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협의해 인사원칙과 검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5월 말 이낙연·강경화·김상조 후보자의 ‘5대 인사원칙 위배’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청와대가 사과하고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조각을 서둘러야 하는 탓에 실질적인 후속 조치 마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또한 “인사수석실이 인사혁신처와 협의해 인사 추천 폭을 넓히고 다양화하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면서 “과거(참여정부 때) 중앙인사위원회가 상당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사장돼 버렸다. 인사혁신처가 데이터베이스를 되살리고, 국민추천제를 시행하고 민간의 인사 발굴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완하자”고 말했다. 최근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나 박성진 후보자와 관련,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청와대가 학계의 기초적인 평판조회나 검증도 거치지 않고 소수 추천에 의존해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여야 대표들과의 회동 의사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엄중한 안보 상황에 대한 초당적 대처, 또 생산적인 정기국회를 위한 소통과 협치를 위해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선 때부터 누구나 협치를 말해 왔고, (5월) 5당 원내대표 회동 때 야당 원내대표들도 흔쾌히 동의하고 환영했던 방안인데 아직 안 되고 있다”면서 “비서실과 정무수석실이 여당과 함께 야당을 설득하는 노력을 다시 한번 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다주택자 임대소득 파악 다세대주택 규정도 정리…떳떳한 사업자 양성해요

    다주택자 임대소득 파악 다세대주택 규정도 정리…떳떳한 사업자 양성해요

    부동산 시장에서 다주택자 규제가 연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양성화 방안도 ‘백가쟁명’식이다.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주택자는 엄연히 사적 임대시장을 떠받쳐 온 큰 축이다. 이들을 부도덕한 투기꾼으로 몰아붙이기에 앞서 수수방관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하겠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임대인의 횡포를 막고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사적 임대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주택임대사업 등록 유도를 꺼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택임대사업 등록 유도에 앞서 다주택자를 보는 시각,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관련 통계 구축,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뒤따라야 한다. 성공적인 주택임대사업 등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과제를 살펴본다.1 다주택자 개념 - 가구별 소유 현황 기준 다주택자 개념 정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겉으로는 가구당 2채 이상을 보유하면 다주택자로 분류된다. 주택 보유수는 개인별 소유 현황이 아닌 가구별 소유 현황을 기준으로 한다. 부부와 자녀 명의로 된 집은 가구별 주택수에 포함된다. 남편 명의로 된 집 한 채와 부인 명의로 된 집 한 채를 갖고 있다면 1가구 2주택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2주택자라도 임대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정부세종청사의 중앙부처 A차관은 서울과 세종에 주택을 보유한 2주택자다. 그는 최근 세종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놓았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 대책 이전에 매물로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고 있던 중에 차관으로 승진했고 ‘8·2 부동산 대책’을 맞았다. A차관의 경우 부부 공무원이다. 아내는 서울에서 근무한다. 그동안 서울 집은 아내가, 세종 집은 A차관이 사용했다. 세종 아파트는 부처 지방 이전에 따라 이사하면서 마련했다. A차관은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때 다주택자 보유자로 드러나면서 여론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직장이나 사업상 이유로 부부가 떨어져 거주하는 경우는 두 채를 모두 실제 본인 거주용으로 사용한다. B씨는 20여년 전에 고향 농촌 마을에 있는 농가 주택 한 채를 상속받았다. 이 주택에서는 현재 어머니가 살고 있다. 세종청사 파견근무 때는 어머니와 함께 거주했다. B씨는 30년 전 서울로 올라와 직장생활을 하면서 10여차례 이사를 거듭한 뒤 지금은 수도권(경기 성남시 판교)에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 주택과 판교 아파트를 갖고 있어 겉으로는 1가구 2주택자임에 틀림없다. A차관이나 B씨의 경우 임대소득과 집값 상승을 노린 투기와 전혀 관계 없는 2주택자이다. 하지만 아직은 다주택자 규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같은 잣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 방송국 PD로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C씨는 서울 용산의 한 재건축 대상 연립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거주하는 집에서는 15년째 살고 있고, 퇴직금으로 같은 단지에 전세를 끼고 소형 연립주택 한 채를 구입해 2주택자가 됐다. C씨는 8·2 대책이 발표되기 전 전세를 주고 있는 집을 매물로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다가 8·2 대책을 맞았다. 그는 8·2 대책에서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로 집이 팔리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2주택자가 됐다. 5년 전 정년 퇴직한 D씨는 서울에서 본인이 살던 집과 함께 퇴직금으로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를 한 채 더 마련해 임대수입으로 생활을 이어 가는 다주택자(재산가액 8억원)다. 대신 본인은 임대료가 싼 용인에 연립주택을 전세로 얻어 살고 있다. 퇴직 이후 별다른 수입이 없어 아파트 두 채에서 나오는 임대수입이 소득의 전부다. D씨는 노후 생계용 주택까지 같은 잣대로 다주택자 규제를 들이대는 것은 가혹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2주택자의 사연은 가지가지다. 임대소득과 집값 상승을 노린 다주택자가 있는가 하면 본의 아니게 2주택자가 된 경우도 많다. 2주택자라지만 별도의 임대소득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처럼 투기나 임대소득과 무관하게 다주택자가 된 경우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투기세력으로 몰아 붙이면 무리가 따른다. 다주택자를 규제하려는 취지는 임대소득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거나, 단기간 보유한 뒤 되팔아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다주택자를 무조건 죄악시하기에 앞서 개념을 분명히 정의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주택 보유현황만 놓고 다주택자로 몰아붙이거나 강도 높은 규제를 들이대기보다는 세밀한 규제 기준(정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실제 임대소득을 얻으면서도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다주택자를 가려내고, 이들을 규제하는 데 정책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주택을 보유하고 실제 임대소득을 올리는 것을 기준으로 다주택자 여부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2 다세대주택 관리 - 실제 임대용… 사실상 다주택자 이런 취지에서 여러 가구가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에 대한 규정도 정리해야 한다. 상가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실제 임대용으로 사용된다. 수도권 신도시에 공급된 상가주택의 경우 1층을 뺀 2~4층(다락방 별도)을 주거용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경기 안양 동편마을의 경우 상가주택은 1층만 상업용이고 2~4층은 주거용이다. 층마다 2~3가구가 거주할 수 있게 설계됐고, 실제 임대용으로 사용된다. 이런 상가주택도 법적으로는 한 채로 분류돼 1가구1주택자이다. 하지만 실제는 8~9가구에게 임대를 줄 수 있는 집이다. 소형 연립주택 한 채나 8~9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상가주택이 법적으로는 같은 한 채로 분류된다. 꼼꼼한 통계와 세밀한 구분 없이 단순한 주택 보유 현황만 놓고 다주택자 여부를 구분지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3 임대소득 통계구축 - 투기 차단·집값 안정 필수조건 다주택 보유 현황과 임대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시스템 확보도 필수적이다. 이는 다주택자 규제를 통한 투기수요 차단과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통계 시스템 없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주거복지 대책을 수립하기도 힘들다. 계약갱신청구권제나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개인별·가구별 다주택자 통계는 현재 구축된 주택보유 통계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다주택자들이 얻는 임대소득에 대한 통계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현재는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된 경우만 임대소득이 파악된다. 2015년 기준 무주택 가구주(임차가구)는 전체 가구의 44%에 해당하는 841만 2000가구다. 이 중 193만 7685가구(공공임대 125만 7461가구 포함)만 주택임대사업으로 등록된 집에 살고 있다. 세입자의 77%인 647만 4315가구는 상대적으로 보호가 약한 사적(미등록) 임대주택시장에 살고 있다. 사적 임대차 시장이 사실상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집주인 우위 시장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권리 균형이 깨지고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4 주택임대사업자 양지로 - 세금 감면 등 당근 줘야 다주택자를 떳떳한 임대사업자로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채찍과 당근이 함께 따라야 한다. 다주택자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재산세(취득·등록세)와 양도세 등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음에도 등록을 꺼리는 이유는 크게 4가지다. 부동산 보유 현황과 임대소득 노출에 대한 부담감, 소득세 인상, 건강보험료 같은 사회보험료 인상, 복잡한 등록 절차 등이다. 정부의 강력한 등록 유도가 따라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참여정부 시절 도입한 주택 실거래가 신고제와 같은 투명한 임대소득 통계를 구축해 개인·가구별 임대소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 임대 유형이 다양해 통계의 틀이 복잡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구축해야 한다. 통계가 마련되면 단순히 주택 임대소득을 들여다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는 데도 쓸모 있게 사용할 수 있다.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도 제대로 부과해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주택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조세 형평성 확보라는 큰 원칙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임대사업 절차를 간단히 정비할 필요도 있다. 현재는 단 한 채의 작은 집이라도 임대사업을 펼치려면 사업자가 일일이 시·군·구와 세무서를 들락거리면서 복잡한 신고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소규모 임대사업자의 경우 주민센터 등에서 간이신고를 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임대사업등록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세제도 함께 손을 봐야 한다. 장희순 강원대 교수는 “임대소득 이외에 다른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집주인에게는 세금을 달리 부과하고 임대주택사업 등록 의무화 대상과 소득세 부과 기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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