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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병찬 칼럼] ‘동맹론’ 표방한 ‘속국론’을 경계한다

    [곽병찬 칼럼] ‘동맹론’ 표방한 ‘속국론’을 경계한다

    지난 13일 워싱턴에서 열린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송영길 의원과 김무성 의원 사이에 벌어진 입씨름이다. “한·미의 견해가 다르면 설득하고 바로잡는 자주적 자세를 견지해야 진정한 의미의 한·미 동맹이 가능하다.”(송영길) “문재인 대통령의 과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 섞인 반응이 계속되고 있다. … (9·19 평양선언 군사분야 합의는) 미국의 신뢰도 잃었다.”(김무성)여러 매체는 이 입씨름을 한결같이 ‘자주론과 동맹론의 충돌’이라는 제목 아래 주요하게 보도했다. 참여정부 시절 외교안보 라인에서 맞서던 두 부류의 당국자들에게 주어졌던 명칭을 그대로 붙인 것이다. 당시 ‘동맹파’는 정부 수립 이래 변함없이 지켜 왔던 미국 중심, 미국 주도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장하던 부류였고, ‘자주파’는 ‘미국 추종’에서 벗어나 동북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강조했던 부류였다. 송영길, 김무성 의원의 입장은 모두 한·미 동맹의 기조 위에 있다. 김 의원이 전통적 방식대로 ‘미국에 맞춰 가자’는 것이었다면 송 의원은 ‘차이가 있으면 설득해 좁혀 가자’는 것만 다를 뿐이었다. 송 의원의 주장은 참여정부 시절 이른바 자주파와는 결이 다르다. 지난 7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일의 러시아 가스 수입을 두고 “독일이 러시아의 포로가 됐다”고 빈정거렸다. 그러자 메르켈 총리는 “우리에게는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정책 결정권이 있다”고 대꾸했다. 둘 다 나토 동맹국이다. 건강한 동맹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 일방의 관점과 형편에 따라 가치와 방향과 속도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 주권 국가로서 상호 안보이익을 최대화하는 지점을 찾아 나가는 관계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은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 10년을 제외하고 정부 수립 이래 ‘미국 중심’, ‘미국 주도’의 틀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이 박탈당한 대한제국과 일본의 관계에 비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정상적 동맹이라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른바 ‘동맹파’의 속내를 잘 드러낸 캐치프레이즈가 있다. 지난 5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했을 때 수구 정치권과 언론이 내세운 것이었다. “미국과 한 몸이 돼야 한다.” “문 대통령이 운전자석을 유지하면서 비핵화와 평화를 달성하려면 미국과 강력한 한 팀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미·북 중간에 서서 어설픈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은 자칫 일을 그르칠 수 있다. … 지금은 한·미가 한 몸이 되어… 빠른 시일 내 핵폐기를 결심하도록 해야 할 때다.” 여기서 ‘한 몸’이란 대등한 결합이 아니다. 겨우살이가 참나무에 붙어 살듯 하라는 것이다. 그건 결합이 아니라 기생이다. 한 몸이 되라고 목청을 높인 바로 다음날 믿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복원했다. ‘겨우살이 동맹파’에게는 된서리였다. 하지만 ‘건강한 동맹’이 지향할 자세가 무엇인지 잘 보여 주는 교훈이었다. 당시 북·미 정상회담과 함께 북·미 협상이 중단됐다면 한반도의 정세는 6개월 전의 ‘전쟁 위기’로 돌아갔을 것이다. 사실 이들에게는 ‘겨우살이 혹은 예속적 동맹론’이란 표현도 아깝다. 지난 8월 유엔사(주한미군사령관이 사령관을 맡고 있다)는 남북 정상의 판문점 공동선언에 따라 실시하려던 남북의 경의선 북측 구간 점검을 막았다.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강경화 외무부 장관에게 따졌다. 미 재무부는 우리 7개 시중은행에 대해 우리 정부를 거치지 않은 직접 대북 사업 계획 여부를 추궁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승인 없이는 대한민국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자리에서 ‘승인’이란 말을 세 번이나 강조했으며, 그때마다 대한민국 주권은 여지없이 뭉개졌다. 그때마다 김무성 의원으로 통칭되는 ‘동맹론자’들은 미국의 그릇된 태도를 비판하거나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 정부를 몰아세웠다. ‘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가.’ ‘왜 미국의 지침에 따르지 않는가.’ 김 의원은 대한민국의 주권을 앞장서 수호해야 할 헌법기구인데도 말이다. 구한말 송병준은 ‘한일합방론’을 주장하며 활개 치고 다녔다. 고종 앞에서 대놓고 협박하기도 했다. 110년 뒤 이 나라에서 다시 그 꼴을 본다. 예속론자가 동맹파를 자처하고, 속국론이 동맹론의 껍데기를 두르고 있다. kbc@seoul.co.kr
  • 檢 수평 문화는 언제쯤…‘이의 제기 절차’ 이용 검사 0명

    문무일 검찰총장이 도입한 ‘검사 이의 제기 절차’ 제도가 시행 9개월이 지나도록 이용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부 지시나 지휘와 의견이 다를 경우 기록하게 돼 있는 ‘검찰 의사결정 지휘·지시 기록 절차’ 제도는 이용이 늘어났다.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사 이의 제기 절차´ 제도는 지난 1월 시행 이후 지난달까지 이용한 검사가 전혀 없었다. 문 총장은 취임 이후 검찰의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수평적 구조로 바꾸겠다고 공언했고, 참여정부 시절 검찰청법 개정으로 신설된 검찰 이의제기권이 행사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었다. 그러나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도 이 제도는 이용하지 않았다. 한 검사는 “이의 제기를 하게 되면 기록이 남게 되고, 대검찰청에도 올라가는데 섣불리 이의 제기를 할 검사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상부의 지시나 지휘와 담당 검사 간 의견이 다를 경우 의무적으로 기록하게 돼 있는 ‘검찰 의사 결정 과정·지시 기록 절차´는 지난 4월 도입된 후 지난달까지 전국 59개 검찰청에서 1329건이 접수됐다. 이 제도는 구속이나 기소 여부, 어떤 죄명을 적용할지 등을 두고 이견이 생길 경우 기록하는 절차다. 지난 5월 강원랜드 수사 외압 항명 파동 당시만 해도 이용 실적이 전혀 없었지만, 이후 대검에서 제도 활용을 독려하면서 실적이 늘었다. 대검 관계자는 “이의 제기 절차의 경우 상부의 지시가 부당하거나 법령에 위반되는 경우에 제한되다 보니 이용하는 검사가 없는 것 같다”며 “제도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검찰 이의제기 이용 0건…의사결정 기록 절차는 1329건

    검찰 이의제기 이용 0건…의사결정 기록 절차는 1329건

     문무일 검찰총장이 도입한 ‘검사 이의제기 절차’ 제도가 시행 9개월이 지나도록 이용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부 지시나 지휘와 의견이 다를 경우 기록하게 돼 있는 ‘검찰 의사결정 지휘·지시 기록 절차’ 제도는 이용이 늘어났다.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사 이의 제기 절차‘ 제도는 지난 1월 시행 이후 지난달까지 이용한 검사가 전혀 없었다. 문 총장은 취임 이후 검찰의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수평적 구조로 바꾸겠다고 공언했고, 참여정부 시절 검찰청법 개정으로 신설된 검찰 이의제기권이 행사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었다. 강원랜드 수사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도 이 제도는 이용하지 않았다. 한 검사는 “이의제기를 하게 되면 그 기록이 남게 되고, 대검에도 올라가는데 섣불리 이의제기를 할 검사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상부의 지시나 지휘와 담당 검사간 의견이 다를 경우 의무적으로 기록하게 돼 있는 ‘검찰 의사 결정 과정·지시 기록 절차’는 지난 4월 도입된 후 지난달까지 전국 59개 검찰청에서 1329건이 접수됐다. 이 제도는 구속이나 기소 여부, 어떤 죄명을 적용할지 등을 두고 이견이 생길 경우 기록하는 절차다. 지난 5월 강원랜드 수사외압 항명 파동 당시만 해도 이용 실적이 전혀 없었지만, 이후 대검에서 제도 활용을 독려하면서 실적이 늘었다. 대검 관계자는 “이의제기 절차의 경우 상부의 지시가 부당하거나 법령에 위반되는 경우에 제한되다보니 이용하는 검사가 없는 것 같다”며 “제도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노란 넥타이’ 유시민 “언젠가 할 줄 알았지만…공직에는 다신 안 나간다”

    ‘노란 넥타이’ 유시민 “언젠가 할 줄 알았지만…공직에는 다신 안 나간다”

    유시민 작가가 15일 새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사장 취임이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이 아니냐는 여러 언론의 의혹 제기에 유 이사장은 “임명직 공직이 되거나 공식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다시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날 노란넥타이를 매고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이·취임식에 나타난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 링컨 미국 대통령을 존경했다는 말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링컨 대통령은 특정 정파에 속한 대통령이었지만 역사 안에서는 미합중국과 국민 전체의 지도자로 받들어졌다”면서 노 대통령을 떠올린 그는 “노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와 번영, 사회 정의 실천에 노력했던 대한민국 지도자로 국민 마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내년 노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서 재단이 우리 사회의 더 많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만들고 시민의 정치 참여와 사회적 연대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분들의 뜻과 지혜를 모아 나가겠다”면서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과 서울 노무현 센터 건립 사업도 계획대로 잘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왜 자리를 수락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언젠가는 저도 재단을 위해 봉사해야할 때가 올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이사장 한번 해야지’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권하셨다”면서 “노 대통령 모시고 일했던 사람으로서 지금 사양하는건 도리가 아니겠다고 생각해 맡았다”고 답했다. 유 이사장은 특히 “앞으로도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한다”면서 “임명직 공직이 되거나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제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임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날로 위원장 임기를 마감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재단을 유 작가에게 넘겨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유(시민) 작가는 노 대통령을 모시고 2002년 선거부터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가치와 철학을 가장 잘 실천한 휼륭한 공직생활 잘 해왔다”면서 “지금 자유분방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제가 이 무거운 자리 맡기게 되서 죄송하다.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이 자리 맡아서, 또 중요한 일을 보람차게 잘 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감사의 말을 전했다. 노무현재단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유 작가를 이 대표의 후임 이사장으로 낙점했다. 약 지난 4년 동안 재단 이사장을 맡아 온 이 대표는 당직 취임 후 사임 의사를 밝히고 후임으로 유 작가를 낙점, 직접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와 유 이사장은 이날 오후 경남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9·13 부동산 대책 한달] ‘종부세 강화’ 개정 진통 예고…정부, 수도권 공급·공시가 현실화 카드 만지작

    정부·여당이 ‘9·13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 법 개정이 이뤄지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여권이 이번 대책의 효과가 미미하면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정부는 수도권 공급 확대 및 공시가격 현실화 카드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9·13대책 후속 조치로 종부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3주택 이상 또는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2주택 이상을 갖고 있을 경우 최고 세율을 3.2%로 올리는 내용이 골자다. 참여정부 때보다도 최고세율이 0.2% 포인트 높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2023년까지 총 6조원이 넘는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야당에서 “세금 폭탄”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부터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종부세법 개정안이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돼 ‘우회로’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시장의 관심은 벌써부터 정부가 추가 검토하는 부동산 대책에 쏠리고 있다. 우선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도 오른다. 금리 인상 카드 역시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거론된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들이 집값 급등 원인으로 저금리를 지목하면서 정부가 사실상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밖에 재건축 가능 연한을 현행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는 방안과 정비사업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 확대 등도 거론된다. 한편 9·13 부동산 대책의 다른 한 축인 전세대출 규제는 오는 15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는 은행 등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청약을 받은 경우 기존 집을 6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계약이 취소되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文대통령 “강정마을 사태 깊은 유감” 사면복권 적극 검토… 사실상 첫 사과

    文대통령 “강정마을 사태 깊은 유감” 사면복권 적극 검토… 사실상 첫 사과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서 도민들이 겪게 된 아픔을 깊이 위로하며, 강정마을 주민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지 건설 반대 과정에서 사법처리된 이들의) 사면복권이 남은 과제인데 관련 재판이 확정되는 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지난 11년간 극심한 갈등을 빚은 강정마을을 직접 찾아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실상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2007년 참여정부 때 기지 건설이 결정됐던 만큼, 보수정권 9년간 일방통행식 사업 추진으로 갈등이 깊어졌다고는 해도 ‘결자해지’를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열린 ‘2018 국제관함식’에 참석해 “제주는 평화의 섬으로, 이념 갈등으로 큰 고통을 겪었지만 강인한 정신으로 원한을 화해로 승화시킨 곳”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곳 해군기지를 전쟁 거점이 아닌 평화 거점으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남북은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선언했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며 “결코 순탄하지 않겠지만 끝끝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관함식 소식이 전해지자, 제주는 다시 들끓었다. 정부도 부산·진해 등에서 여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다. 문 대통령은 관함식 뒤 강정마을 간담회에서 “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로 인해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주민공동체가 붕괴되다시피 했다”고 밝혔다. 대선후보 시절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가 주민 등에게 청구한 34억여원의 구상권 청구 철회를 공약했고, 지난해 12월 정부는 소송을 취하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강정마을 다시 분열시키는 국제관함식”…제주해군기지 앞 반대 집회

    “강정마을 다시 분열시키는 국제관함식”…제주해군기지 앞 반대 집회

    지난 11년 동안 정부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국가폭력과 지역사회 분열 등의 심각한 피해를 입은 강정마을 앞에서 11일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서 제주도민들이 겪게 된 아픔을 깊이 위로하며, 강정마을 주민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관함식 개최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전부터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관함식 개최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여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18 국제관함식 반대 평화의섬 제주 지키기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의 바다, 세계 평화를 품다’라는 국제관함식의 슬로건은 위선이고 거짓”이라면서 “남북 정상이 만나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논의하는 시기에 정작 제주해군기지에서는 핵 무력을 자랑하는 모순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또 문 대통령이 이날 강정마을을 방문하기로 한 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공동행동은 “문 대통령이 강정을 찾아 화려한 미사여구로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한들, 이미 찢겨져 버린 강정마을 주민들의 마음의 상처는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국제관함식 추진 과정에서 청와대가 주민들에게 했던 회유와 갈등 조장의 과정을 돌아보면, 오늘 대통령이 하는 말 역시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번 국제관함식 반대 투쟁 과정에서 해군의 폭력을 다시 확인해야만 했다. 군대가 직접 나서 신고된 집회를 방해하고, 주민과 활동가들을 사찰하고, 불법 채증하는 모습은 지난 정권과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이는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이자 인권 침해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국군기무사령부)가 민간인을 사찰한 불법 행위가 밝혀지고 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높았으나 여전히 군은 바뀌지 않았다. 해군의 불법 행위에 대해 우리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강정마을 공동체를 다시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은 국제관함식을 반대한다. 평화의 섬이 되어야 할 제주가 제주해군기지를 기점으로 동북아시아 군비 경쟁의 거점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이며, 진정한 평화의 외침”이라고 호소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7년 5월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입지로 결정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마을 주민들의 분열과 국가폭력이 시작됐다. 그동안 기지 건설 반대 시위를 하다가 700여명의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가 연행됐다. 정부는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지 건설을 강행했고, 결국 제주해군기지는 2016년 2월 완공됐다. 이후 해군은 반대 주민들을 상대로 공사 지연을 이유로 약 34억원의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철회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를 사면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이후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구상권 청구 소송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2016년 당시 원희룡 제주지사와 도의회,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기지 건설 반대 활동으로 연행된 마을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에 대한 특별사면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지금까지 사면·복권이 이뤄지지 않은 채 2년을 훌쩍 넘겼다.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은 “지난 11년 강정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로 피눈물을 흘려왔다. 그런데 국제관함식 때문에 11년째 이어져온 주민갈등이 다시 100년 갈등이 되게 됐다”면서 “국제관함식이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되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서울 초선 구청장에게 듣는다] “1호 결재 ‘취약시설물 점검’… 힐링·성장도시 노원 만들 것”

    [서울 초선 구청장에게 듣는다] “1호 결재 ‘취약시설물 점검’… 힐링·성장도시 노원 만들 것”

    “4년 뒤 구민들이 저를 평가하면서 노원의 미래도 잘 대비했고 일상생활 속에서 소소한 기쁨을 주려고 노력했던 구청장으로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이 구상하는 구정목표는 성장동력 확보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 구청장은 광운대역 개발이나 창동차량기지 이전 등 대규모 지역발전 프로젝트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면서도, 무더위쉼터와 반려견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작지만 꼭 필요한 사업에 대해선 “힐링도시 노원”을 강조했다. 다음은 7일 서울신문과 가진 일문일답.→초선 구청장으로서 100일을 맞는다. -100일이면 약 3개월이다. 솔직히 3년은 지난 것 같다. 태풍 ‘쁘라삐룬’과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공식 업무 첫날 아침부터 건물 붕괴 위험지역을 돌아다녔다. 1호 결재 역시 취약시설물 일제점검이었다. 중랑천이 8년 만에 넘쳤는데 그걸 복구할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동네 봉사단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구청 공무원들 300여명이 힘을 보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사람 손이 무섭다는 것도 느꼈고 구민들과 구청 공무원들에 믿음도 커졌다. →24시간 어르신 무더위쉼터가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말 그대로 재난이나 다름없는 폭염 속에서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왔구나 생각하니 구청장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하루 19명이었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연인원 2000여명이 이용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혁신사례로 소개해주는 과분한 칭찬도 받았다.→시의원으로서 8년을 일했다. 구청장이 된 뒤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시의원은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다. 시의회 있을 때 서울시나 구에서 왜 복지예산에 좀 더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구청장으로서 실제 예산편성을 주도하게 되니 구조적인 제약에 좀 더 주목하게 된다. 전체 예산 가운데 국고보조사업에 들어가는 게 60%가 넘는다. 국고보조사업은 대부분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처럼 국가사무인데도 자치단체가 일정액을 부담해야 한다. 인건비나 시설비처럼 반드시 필요한 것까지 떼고 나면 막상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구정 철학과 가치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신경이 많이 쓰일 듯하다. -올해 하반기에 가장 중요한 업무가 아닐까 싶다. 구청장으로서 첫 예산안이다. 어린이집이나 사회복지관 같은 현장도 많이 다니고 얘기도 많이 듣고 있다. 간담회와 토론회도 꾸준히 열고 있다. 이런 과정 자체가 구정철학을 담는 작업 “4년 뒤 구민들이 저를 평가하면서 노원의 미래도 잘 대비했고 일상생활 속에서 소소한 기쁨을 주려고 노력했던 구청장으로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이 구상하는 구정 목표는 성장동력 확보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 구청장은 광운대역 개발이나 창동차량기지 이전 등 대규모 지역발전 프로젝트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면서도, 무더위쉼터와 반려견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작지만 꼭 필요한 사업에 대해선 “힐링도시 노원”을 강조했다. 다음은 7일 서울신문과 가진 일문일답. 인 동시에 업무를 파악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구청 공무원들을 소탈하게 대하는 게 인상적이다. -구민들과 만나는 것만 소통 전부는 아니다. 구청 일이라는 게 1500명 가까운 구청 공무원들이 마음을 모으지 않으면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국장 책임제와 격무부서 공모제를 도입했다. 국장을 중심으로 창의적으로 일하도록 하고 어려운 업무에 더 많은 보상을 해주자는 취지다. 연말에는 구청장이 현장 안내원을 맡는 1박 2일 워크숍도 해볼 계획이다.→구민들과 많이 만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취임 100일 동안 다닌 곳을 다 더하면 대략 100곳가량 된다. 구청장 일이라는 게 구민 만나서 얘기 듣는 게 첫 번째 아닐까 싶다. 19개 동을 다니며 업무보고했는데 민원사항이 300건 넘는다. 바로 해결할 건 해결하고 추진 중인 건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달 말 탈축제를 비롯해 다음 달까진 축제와 체육대회가 많다. 운동을 좋아하니까 조기축구회를 비롯한 생활체육을 같이하면서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만나려고 한다. →다양한 지역발전 현안이 산적해 있다. -광운대 미래복합도시 조성에 걸맞은 문화 여가공간이 되도록 강북 예술의 전당 건립을 추진하려 한다. 수락산에 서울시 최초로 휴양림을 세우고 불암산 힐링타운 조성도 준비 중이다. 경기도로 이전하는 창동차량기지에는 과감하게 발상을 전환해 테마파크 유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도봉구 창동에 서울아레나가 들어서면 노원까지 이어지는 작은 할리우드를 조성할 수도 있다. 서울 동북권에 아직 학생체육관이 없는데 마들스타디움에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구 차원에서 미래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논의를 해나갈 계획이다. →10·4선언 11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평양을 방문했는데. -참여정부 의정비서관실에서 5년 보내면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준비에 참여했다. 2007년 고 노무현 대통령이 노란 군사분계선을 넘는 아이디어를 낸 덕분에 훈장도 받았다. 노원구는 경원선이 지나는 구간으로서 남북 협력시대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 조직 개편을 하면서 문화예술과에 남북 교류를 전담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지난 4~6일 평양을 방문해서 다양한 문화 체육 교류 방안을 제안했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남북 교류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박남춘 인천시장 “서해가 평화의 바다 되는 데 일조”

    박남춘 인천시장 “서해가 평화의 바다 되는 데 일조”

    인천시는 2일 박남춘 인천시장이 평양에서 열리는 10·4 남북 정상선언 1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4~6일 북한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참석은 노무현 재단에서 오랫동안 이사로 활동하고,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는 등 10·4 선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평가받은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남북 합의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 및 평화수역 설치 등 인천과 관련 있는 의제들이 다수 포함된 점도 반영됐다. 박 시장은 “10·4 정신이 제대로 계승되고 발전돼 서해가 평화의 바다가 되는 데 일조하겠다”면서 “평화와 번영의 도시 인천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하는 시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축과 관련된 사업으로 남북공동어로수역 조성, 서해 5도 해상 파시(바다에서 열리는 시장) 운영, 백령공항 건설, 인천∼남포·해주 간 해운항로 개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또 통일에 대비한 기반 조성사업도 추진한다는 방침 아래 영종도∼신도∼강화도 간 연도교 건설, 강화군 교동도평화산업단지 조성, 남북한 중립구역인 한강 하구 역사·문화·생태 관광 활성화 등을 구상하고 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박성수 송파구청장, ‘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 참석 위해 방북

    박성수 송파구청장, ‘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 참석 위해 방북

    서울 송파구는 박성수 송파구청장이 오는 4~6일 노무현재단이 주도하는 ‘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 평양을 방문한다고 2일 밝혔다.방북단은 정부와 지자체를 대표하는 30명의 당국 대표와 종교계·문화 예술계를 포함한 민간방북단 85명 등으로 구성된다. 박 구청장은 노무현재단 감사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노무현재단 이사장) 및 20여명의 정당 관계자, 방송인 김미화와 가수 안치환 등 문화 예술계 인사들과 함께 평양을 찾는다. 박 구청장은 “자치구 차원에서도 10·4 선언의 평화와 공동번영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올 2월부터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감사를 맡고 있으며, 2007년 참여정부 시절 법무비서관을 역임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沈 “모든 정권서 임용 전 자원봉사”… 文 자서전서 “노동법 위반”

    沈 “모든 정권서 임용 전 자원봉사”… 文 자서전서 “노동법 위반”

    자서전 운명서 “한 달 지나야 정식 임명 그때까지 급여 없이 일해… 말도 안 돼” 심재철 “사우나는 업무추진비 제한 업종 군인 위해 사용해도 지침 무시하면 안 돼”청와대 직원들이 부당하게 회의참석수당을 챙겼다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청와대가 지난 28일 “임용 전 지급한 정책 자문료”라고 조목조목 반박하자, 심 의원은 30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꼼수 수당”이라고 맞받아쳤다. 앞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비서관·행정관이 수령한 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정식 임용 전에 받은 정책 자문료”라며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청와대로서는 당장 업무를 수행할 방법이 없어 해당 분야 민간인 전문가로 정책자문단을 구성해 자문 횟수에 따라 정식으로 자문료를 줬다”고 말했다. 이는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론에 따른 것이었다. 참여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낸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정부 출범 때 한번에 많은 사람을 신원조회하다 보니 정부 출범 후 거의 한 달 반이 지나서야 정식 임명이 가능했다. 문제는 그때까지 근무를 했는데도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것이었다”며 “말이 안 되는 일이었고 노동법에도 위반되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인수위 외의 정부 출범 준비활동 자체가 제도화돼 있지 않았다. 보수도 지급되지 않았고, 사무실 임차비용 등 활동경비도 전혀 지급되지 않았다”며 “국가를 위한 핵심 업무에 그런 제도적 공백이 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청와대는 정부 출범 직후 신원조회 기간 무보수 근로를 당연시한 제도를 개선할 방안을 강구해 왔다. 그러나 심 의원은 “정식 임명장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신분은 민간인이나 대통령 당선 순간부터 사실상 비서진의 역할을 했다”며 “노무현 정권을 비롯한 모든 정권에선 정식 임용되기 전까진 공무원이 아니니 수당을 받지 않고 자원봉사를 했다. 나는 그런 불일치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 ‘지난 2월 22일 사용한 미용 관련 비용은 평창동계올림픽 때 경호팀 직원이 추위에 고생한 경찰과 군인을 위로하려고 사우나를 다녀온 것’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에 대해 “정부에서 작성한 예산집행지침은 업무추진비를 쓸 수 없는 ‘의무적 제한업종’으로 ‘위생업종(사우나)’을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새만금개발공사 초대 사장에 강팔문씨

    새만금개발공사 초대 사장에 강팔문씨

    국토교통부는 새만금개발공사 초대 사장에 강팔문 전 화성도시공사 사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최근 설립 등기를 마친 새만금개발공사의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강 신임 사장은 옛 건설교통부에서 신도시 건설과 산업단지 조성, 국토 균형발전 등의 업무를 맡았다. 특히 참여정부 당시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으로 2005년 8·13 부동산 대책 입안에 깊이 관여하기도 했다. 공사는 새만금 공유수면 매립권 현물출자 1조 1000억원, 정부 현금출자 500억원 등 총 설립자본금 1조 1500억원으로 출범했다. 공사는 국제협력용지 일부를 선도 매립 사업으로 추진하고, 사업 재원 마련과 새만금 활성화를 위해 관광 사업, 재생에너지 사업 등 다양한 수익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공사는 혁신경영본부, 매립사업본부, 신전략사업본부 등 3본부 체제로 운영되며, 정원은 80명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조계종이 새로운 불교 모습 제시해야”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 당선 소감

    “우리 종단과 불교계의 엄중한 현실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원행 스님은 28일 총무원장 당선 직후 총무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일어서서 새로운 불교의 모습을 제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원행 스님은 “조계종단이 변화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기 중 승가복지와 종단화합, 사회적 책임 수행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실천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원행 스님은 특히 스님들에 대한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전액지원 방안 마련을 비롯해, 노스님들을 위한 교구별 복지관 건립 지원, 종단화합을 위한 소통과화합위원회 발족, 전국비구니회의의 종법기구화를 제시해 주목된다. ------------- 당선 소감 전문. 존경하는 종정 예하와 제방 원로 대덕 스님 여러분! 그리고 사부대중 여러분! 감사합니다. 소납은 오늘 대한불교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으로 여러분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선의 기쁨보다는 우리 종단과 불교계의 엄중한 현실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과거 우리 한국 불교와 조계종은 중생들에게 한없는 자비를 베풀고, 사회의 어둠을 밝히는 일에 앞장서는 한편, 전통문화 계승과 창달에 이바지 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종단은 변화하는 사회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탈종교화 현상으로 출가자 및 불자 수는 감소하고 있고, 조계종단 안팎으로 많은 견해대립과 갈등이 존재합니다. 불교의 사회적 위상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새로운 불교의 모습을 제시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종단 과제 해결을 위해 크게 세 가지를 제시합니다. 승가복지와 종단화합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 그것입니다. 먼저 승가복지입니다. 승가복지가 되어야 승가 공동체의식과 소속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스님들에게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을 전액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승가소속감을 높이겠습니다. 교구중심제를 위한 첫 사업으로 교구본사와 협의하여 노스님들을 위한 교구별 복지관 건립도 지원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종단화합입니다. 소통과화합위원회를 만들어 어떠한 의견일지라도 총무원이 먼저 듣도록 하겠습니다. 저부터 열린 자세로 소통하겠습니다. 또한 전국비구니회의를 종법기구화하여 비구니스님의 의견을 직접 듣겠습니다. 다음은 사회적 책임입니다. 남북불자교류협력에 우리 종단이 앞장 서겠습니다. 지난 참여정부시절 남북불교계공동으로 복원했던 금강산 신계사를 중심으로 템플스테이 등 적극적인 남북평화사업에 나서겠습니다. 또한 불교문화발전특별위원회를 신설하여 불교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 나아가 현대사회에 맞는 불교문화창조에도 힘쓰겠습니다. 또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불교계의 참여를 촉진하여 사회에 책임있는 모습을 다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사회에 회향하는 명실상부한 대승불교의 모습으로 사회적 위상을 높이겠습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저 원행은 종정 예하와 제방 원로스님들의 뜻을 잘 받들고, 사부대중의 공의를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총무원장 직무를 해나가겠습니다. 오로지 사부대중만을 믿고, 사부대중과 함께, 안정과 화합 그리고 위상제고를 위한 원력을 만들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1년만의 데자뷔’ 김현종은 또 그자리에 있었다

    ‘11년만의 데자뷔’ 김현종은 또 그자리에 있었다

    #2007년 6월 30일, 미국 워싱턴의 하원 의사당.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역사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서명을 했다. 2006년 2월 3일 김 본부장과 로버트 포트먼 당시 USTR대표가 협상 개시를 선언한 지 약 1년 4개월여 만. #2018년 9월 24일, 미국 뉴욕의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가 한·미 FTA 개정협정에 서명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다. 지난 1월 5일 워싱턴에서 첫 공식 회의를 가진 이래 8개월여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제가 이것을 두번 해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FTA 가정교사’로 불렸고, 참여정부 당시 진보진영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논쟁적 이슈였던 한·미 FTA 체결을 주도했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4일(현지시간) 한·미 FTA 개정안 서명이 매듭지어진 소회를 이처럼 농담을 섞어 밝혔다. 이번 한·미 FTA 개정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고조된 미·중 무역전쟁은 물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 및 유럽연합(EU) 간 FTA 협상 등 전세계가 ‘통상 쓰나미’에 휩싸인 가운데 가장 먼저 타결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날 뉴욕 쉐라톤 타임스퀘어호텔에 한국 취재진을 위해 마련된 프레스센터에 브리핑을 위해 들어선 김 본부장은 지난 2007년 첫번째 한·미 FTA 협정 서명 당시와 꼭같은 노랑, 빨강, 보라, 녹색 등이 검정색과 사선으로 배색된 넥타이와 양복을 입고 나타났다. 그로써는 11년전 그날이 떠올랐기 때문일 터.김 본부장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양국의 안보와 통상 모두 안정적으로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한미 FTA 개정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는 개정안에 서명하기 전에 미국의 ‘자동차 232조 조치’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국익증대 차원에서 서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정절차를 2019년 1월까지 완료되도록 합의했다. 10월 안에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며 “만약 국회에서 비준동의가 되지 않아 개정안 발효가 지연되면서 양국의 분쟁이 발생할 상황이 된다면, 서로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후에는 미국의 자동차 232조 조치에서 한국이 제외되도록 하는 데 통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또한 “저는 첫번째(2007년)도 그랬고, 두번째도 마찬가지인데 한·미 FTA를 깰 생각을 하고 협상에 임했다”고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내가 (미국 측에) 이걸 왜 깨겠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며 “한·미 FTA라는 것은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통과의례의 하나인데,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것인지 깨는 것이 더 유리한 것인지 계산을 해 봤을 때 우리 민족으로서 ‘퀀텀점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계량화가 안 되는 차원에서도 통상 분야에서는 퀀텀점프를 할 수 있으면 그만큼 유리할 수가 있지 않을까 이런 계산을 했기 때문에 나는 깰 생각도 있다는 것을 상대방한테 설명을 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와는 달리 소규모, 타결 가능한 패키지로 가자. 국익·국격·국력 증대 차원에서 크게 손해 보지는 않는 것이고, 우리의 ‘레드라인’을 다 지킬 수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오늘 서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은 지난 3월 한·미가 공개한 합의 결과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미국이 한국산 픽업트럭을 수입할 때 붙이던 관세를 20년 더 유지해 2041년에 없애기로 했다. 양국은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의 소송 남용을 제한하고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을 보호하기 위한 요소를 협정문에 반영했다. 김 본부장은 김병연 전 노르웨이 대사의 아들로 미국 윌브럼 앤드 먼스 고교를 나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를 받은 미국통이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법률자문관을 지냈고, 민간인으로서 처음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돼 참여정부 때 한·미 FTA 협상을 이끌었다. 2007~2008년에는 유엔 대사를 역임했고 2009~2011년에는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 사장을 맡아 ‘삼성맨’으로 변신했다. 2016년에는 2월 4·13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됐고, 인천 계양갑에 출마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활된 통상교섭본부장(차관급)에 전격 기용되면서 또한번 주목을 받았다. “통상 책임자의 숙명은 다중인격자가 돼야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는 협상의 달인으로 유명하다. 2007년 당시 협상 막바지 무렵 자동차와 반덤핑 분야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짐 싸서 워싱턴으로 돌아가라”며 미국 측을 강하게 압박을 한 일화는 유명하다. 뉴욕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서울광장] 집값 대책 혼선 빚은 그대들, 옐로카드다/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집값 대책 혼선 빚은 그대들, 옐로카드다/김성곤 논설위원

    잘 조율된 각본에 의해 움직이는 줄 알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25일 취임하자마자 각종 부동산 대책을 거침없이 주문한다. ‘종합부동산세 강화’(8월 30일)와 ‘공급 확대’(9월 3일)에 이은 ‘토지공개념의 현실화’(9월 11일) 주문 등이 그것이다. 지침을 받은 듯 정부는 ‘9·13 대책’에서 다주택자 종부세 최고 세율을 3.2%로 올리는 등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강력한 세제 대책을 내놓았다. 여기에 서울 등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서 3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포함했다. 다만, 서울시와의 조율을 거쳐서 오늘 발표하겠다고 했다.대책 발표 전 청와대 회의에서 김수현 사회수석이 대책의 수위를 높이는 등 최종 조율을 했다고 한다. 1주택자 종부세와 양도세 강화 등은 김 수석의 지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안을 대폭 수정했다고 한다. ‘청와대 대서소 논란’이 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여당의 실세 대표가 지침을 주고,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의 설계자인 김 수석이 최종 조율한 모양새다. 강성 여당 대표와 청와대 수석의 등장에 시장은 아연 긴장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잘 짜진 각본이 아니라 ‘중구난방’이었다. 전용면적 85㎡ 이상의 주택에 대해 전량 가점제로 한다고 했다가 1주택자들의 반발을 사자 뒤로 물러선 데 이어 대출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 노른자위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던 대책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반대로 갈지자걸음을 했다. 관심들이 많아서 어지간하면 박사다. 이른바 ‘부동산 국민 박사’다. 실물투자를 해본 주부를 만나면 얼치기 전문가나 담당 공무원도 혼쭐이 난다. 밥상머리에서는 물론 술잔을 앞에 놓고도 갑론을박이다. 문재인 정부 2년차 접어들어 뛰기 시작한 집값 대책을 놓고도 갑론을박이다. 국민 전문가들이야 말싸움 수준이지만, 고위 정책입안자나 집행자들의 다툼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정부·여당에 흠집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당 대표와 청와대 사회수석, 수도 서울의 시장, 기재부와 국토부 장관이 얽혀 있다. 사공은 많아 힘들은 쓰는데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헛심을 쓴다. 백미는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공방이다. 국토부는 그린벨트를 활용하자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는 미래 후손을 위한 유산으로 보존해야 하고, 개발해도 집값만 올린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여기에 지난 6월 용산·여의도 개발 계획 발표로 서울의 집값 상승을 유발했다는 비난을 받은 뒤 이를 접는 과정에서 쌓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 대한 박 시장의 앙금까지 겹쳐 감정싸움 양상이다.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참여정부 때 이명박 서울시장의 뉴타운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서울시 대변인이나 부시장 등이 나서면 국토부 주택국장 등이 나서서 반박하는 일이 하루가 멀다 않고 반복됐다. 이명박 대통령 때에는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뉴타운 해제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들 갈등의 공통점은 서로 당을 달리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부에 한나라당 출신 시장이나 한나라당 정부에 민주당 출신 시장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같은 당의 부처와 서울시가 이처럼 첨예하게 맞서는 것은 전례가 없다. 마치 다른 당처럼 싸운다. 엘리트 공무원까지도 편을 갈라서 수장의 입맛대로 근거들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중재자가 없다. 대책을 주무른 청와대도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주든지 중재를 하든지 해야 하는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공급 확대에 불을 지핀 여당 대표도 뒤로 한발 물러서 있다. 박 시장과 김 장관, 이 대표까지 이번 문재인 대통령 방북단에 포함돼서 다녀왔다. 거기서까지 낯을 붉히진 않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처럼 이들도 좋은 결론을 냈길 바란다. 가부는 오늘 대책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린벨트에 대한 미래세대 차원의 접근과 집값이라는 민생 차원의 접근이 충돌할 수는 있다. 서로 명분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국민에게 몽니로 혼선으로 비쳐선 안 된다. 이는 곧 정책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그렇게 보면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지금은 정부의 강력한 대책으로 시장이 움츠러든 상태다. 여기에 적절한 공급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쪽짜리 대책으로 전락하고 만다. 틈이 생기면 집값은 이를 파고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갈등의 당사자들은 모두 옐로카드를 받아 마땅하다. sunggone@seoul.co.kr
  • 지방으로 짐 쌀라, 떨고 있는 금융 공기업들… “경쟁력 하락 우려”

    지방으로 짐 쌀라, 떨고 있는 금융 공기업들… “경쟁력 하락 우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하면서다. 정부는 실제로 이전을 추진할 기관을 분류하는 중이다. 국책은행 등 금융 공기업들은 지방 이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융 산업 특성상 금융 당국, 시중은행 본사, 주요 기업 등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전한 금융 공기업 직원 중에서는 그 지역에 정착해 만족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한국거래소 부산 본사에 근무하는 최모(38) 과장은 “복잡한 서울에서 사는 것보다 부산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옛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 등 4개 기관이 합해지면서 2005년 본사를 부산으로 옮겼다. 거래소는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15년 해제됐다. 2006년 입사한 최 과장은 서울 사옥에서 일하다가 2012년 아내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왔다. 최 과장은 “아내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산에서 새 직장을 찾기로 결심하기까지 쉽지는 않았지만 부산에서 아이들을 키우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 과장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됐고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2년 뒤 입주할 예정이다. “처음 이사 왔을 때 회사에서 전세 지원을 해 줘서 신혼집을 어렵지 않게 구했어요. 서울보다 물가가 싸고 출퇴근 시간도 20분 정도로 짧아서 생활하기엔 훨씬 좋습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지요.” 반면 또 다른 지방 이전 금융 공기업에 다니는 윤모(45) 차장은 “교육 때문에 아이들과 아내는 서울에 있는데 5년째 가족과 떨어져 살다 보니 점점 지치는 게 느껴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합숙소에서 지내고 금요일 오후가 되면 KTX를 타고 상경한다. 본가를 서울에 두고 홀로 내려온 직원들이 워낙 많아 금요일엔 오후 5시 30분에 마치고 월요일은 오전 10시 30분까지 출근할 수 있게 탄력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이전할 때 젊은 직원들은 아예 부부가 함께 내려와서 사는 경우도 있었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자녀들 학교 문제 때문에 함께 내려오기가 힘들었죠. 최근 아내에게 중학생이 된 첫째가 말을 안 듣기 시작한다며 아빠가 옆에 있어야 되겠다는 얘길 들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혁신도시 인구·지방세수 3000억 ‘껑충’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2004년 참여정부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수도권 과밀을 억제하고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자는 취지다. 당시 공공기관 153개를 10개 혁신도시로 분산 이전하기로 했고 그중 현재 150개(98%)가 이전을 완료한 상태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광주·전남), 한국에너지공단(울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충북) 등 남은 3개 기관은 내년 12월까지 이전을 마칠 계획이다.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인재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실제로 혁신도시는 지역발전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2014년 5만 9000명이었던 혁신도시 인구는 지난 6월 기준 18만 2000명으로 늘어났다. 지방세 수입도 2012년 222억원에서 지난해 329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1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은 부설기관 8개를 포함해 총 162개다. 서울 124개, 경기 30개, 인천 8개로 전체 공공기관(부설기관 포함) 361개 중 약 45%다. 아직 절반에 가까운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전이 42개로 가장 많았다. 그 밖에 부산 23개, 세종 22개, 대구 16개, 울산 9개, 광주 5개 등이었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참여정부 이후인 2008년 3월부터 새로 설립된 공공기관 중에서도 51.4%가 수도권에 있다”면서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력 이탈 심각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2월 전북 전주로 옮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의 노후 자금 635조원을 굴리는 중요한 기관이지만 지방 이전 후 인력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금운용본부장도 1년 넘게 공석이다. 세계 주요 연기금이 수도나 금융 중심지에 운용본부를 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홀로 이주’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3일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혁신도시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혁신도시 이주 형태에서 ‘단신 이주’가 전체의 55.4%를 차지했다. 가족 단위로 옮긴 경우는 39.9%였다. 배우자의 직장 문제와 자녀의 교육 문제가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또 10개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 평균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2.4점에 불과했다. 부산(61.6점)이 가장 높았고 경북(56.8점), 강원(54.4점), 전북(54.0점), 경남(53.9점), 울산(52.6점) 등의 순이었다. 만족도가 가장 낮은 곳은 충북(40.9점)으로 집계됐다. 홍 의원은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당초 혁신도시의 조성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정주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금융시장 특수성 인정해야” 금융권은 이번 공공기관 지방 이전 재추진에 금융 공기업도 포함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KIC), 서민금융진흥원 등의 금융 공기업이 서울에 있다. 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는 부산으로, 신용보증기금은 대구로 2014년 이전을 마쳤다. 국책은행들은 특히 긴장하고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지방에 근거를 둔 기업이라도 재무팀은 모두 서울에 있기 때문에 영업을 하는 은행 조직은 지방에서 일하기 힘들다”면서 “만일 지방으로 옮긴다면 직원의 절반 이상은 매일 서울 출장 중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은행은 전체 직원 중 55%에 해당하는 1900여명이, 기업은행은 15%인 2000여명이 서울 본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금융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국책은행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는 “설마 은행도 포함될까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긴 하지만 확정 명단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당정에서 옮기라고 하면 옮길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이전 공공기관을 선정할 때 해당 기관이 왜 그 지역에 있어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단순히 지역개발 효과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같이 가면 시너지가 나는 기관들이 있는지, 지역 여건과 어울리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고민한 흔적 없이 나눠 주기 식으로 이전을 추진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균형 발전도 중요하지만 금융 시장의 특수성은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유불리를 진중하게 따져 보지 않으면 인력 이탈과 경쟁력 하락 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지방으로 짐 쌀라, 떨고 있는 금융 공기업들…“경쟁력 하락 우려”

    지방으로 짐 쌀라, 떨고 있는 금융 공기업들…“경쟁력 하락 우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하면서다. 정부는 실제로 이전을 추진할 기관을 분류하는 중이다. 국책은행 등 금융 공기업들은 지방 이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융 산업 특성상 금융 당국, 시중은행 본사, 주요 기업 등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전한 금융 공기업 직원 중에서는 그 지역에 정착해 만족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한국거래소 부산 본사에 근무하는 최모(38) 과장은 “복잡한 서울에서 사는 것보다 부산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공공기관이었던 2005년 본사를 부산으로 옮겼다. 거래소는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2006년 입사한 최 과장은 서울 사옥에서 일하다가 2012년 아내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왔다. 최 과장은 “아내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산에서 새 직장을 찾기로 결심하기까지 쉽지는 않았지만 부산에서 아이들을 키우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 과장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됐고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2년 뒤 입주할 예정이다. “처음 이사 왔을 때 회사에서 전세 지원을 해 줘서 신혼집을 어렵지 않게 구했어요. 서울보다 물가가 싸고 출퇴근 시간도 20분 정도로 짧아서 생활하기엔 훨씬 좋습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지요.” 반면 또 다른 지방 이전 금융 공기업에 다니는 윤모(45) 차장은 “교육 때문에 아이들과 아내는 서울에 있는데 5년째 가족과 떨어져 살다 보니 점점 지치는 게 느껴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합숙소에서 지내고 금요일 오후가 되면 KTX를 타고 상경한다. 본가를 서울에 두고 홀로 내려온 직원들이 워낙 많아 금요일엔 오후 4시에 마치고 월요일은 오전 10시 30분까지 출근할 수 있게 탄력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이전할 때 젊은 직원들은 아예 부부가 함께 내려와서 사는 경우도 있었지만 윗직급으로 갈수록 자녀들 학교 문제 때문에 함께 내려오기가 힘들었죠. 최근 아내에게 중학생이 된 첫째가 말을 안 듣기 시작한다며 아빠가 옆에 있어야 되겠다는 얘길 들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혁신도시 인구·지방세수 3000억 ‘껑충’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2004년 참여정부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수도권 과밀을 억제하고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자는 취지다. 당시 공공기관 153개를 10개 혁신도시로 분산 이전할 것을 추진했고 그중 현재 150개(98%)가 이전을 완료한 상태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광주·전남), 한국에너지공단(울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충북) 등 남은 3개 기관은 내년 12월까지 이전을 마칠 계획이다.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인재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실제로 혁신도시는 지역발전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2014년 5만 9000명이었던 혁신도시 인구는 지난 6월 기준 18만 2000명으로 늘어났다. 지방세 수입도 2012년 222억원에서 지난해 329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1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은 부설기관 8개를 포함해 총 162개다. 서울 124개, 경기 30개, 인천 8개로 전체 공공기관(부설기관 포함) 361개 중 약 45%다. 아직 절반에 가까운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전이 42개로 가장 많았다. 그 밖에 부산 23개, 세종 22개, 대구 16개, 울산 9개, 광주 5개 등이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여정부 이후인 2008년 3월부터 새로 설립된 공공기관 중에서도 51.4%가 수도권에 있다”면서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력 이탈 심각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2월 전북 전주로 옮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의 노후 자금 635조원을 굴리는 중요한 기관이지만 지방 이전 후 인력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금운용본부장도 1년 넘게 공석이다. 세계 주요 연기금이 수도나 금융 중심지에 운용본부를 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홀로 이주’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3일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혁신도시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혁신도시 이주형태에서 ‘단신 이주’가 전체의 55.4%나 차지했다. 가족 단위로 옮긴 경우는 39.9%였다. 배우자의 직장 문제와 자녀의 교육 문제가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또 10개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 평균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2.4점에 불과했다. 부산(61.6점)이 가장 높았고 경북(56.8점), 강원(54.4점), 전북(54.0점), 경남(53.9점), 울산(52.6점) 등의 순이었다. 만족도가 가장 낮은 곳은 충북(40.9점)으로 집계됐다. 홍 의원은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당초 혁신도시의 조성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정주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금융시장 특수성 인정해야” 금융권은 이번 공공기관 지방 이전 재추진에 금융 공기업도 포함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KIC), 서민금융진흥원 등의 금융 공기업이 서울에 있다. 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는 부산으로, 신용보증기금은 대구로 2014년 이전을 마쳤다. 국책은행들은 특히 긴장하고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지방에 근거를 둔 기업이라도 재무팀은 모두 서울에 있기 때문에 영업을 하는 은행 조직은 지방에서 일하기 힘들다”면서 “만일 지방으로 옮긴다면 직원의 절반 이상은 매일 서울 출장 중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은행은 전체 직원 중 55%에 해당하는 1900여명이, 기업은행은 15%인 2000여명이 서울 본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금융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국책은행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는 “설마 은행도 포함될까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긴 하지만 확정 명단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당정에서 옮기라고 하면 옮길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이전 공공기관을 선정할 때 해당 기관이 왜 그 지역에 있어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단순히 지역개발 효과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같이 가면 시너지가 나는 기관들이 있는지, 지역 여건과 어울리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고민한 흔적 없이 나눠 주기 식으로 이전을 추진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균형 발전도 중요하지만 금융 시장의 특수성은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유불리를 진중하게 따져 보지 않으면 인력 이탈과 경쟁력 하락 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백파의 자전적 육필수기 ‘삶과 운명’] “60·70년대 많은 기업인 상담… 세종시는 국운 견인할 구심점”

    [백파의 자전적 육필수기 ‘삶과 운명’] “60·70년대 많은 기업인 상담… 세종시는 국운 견인할 구심점”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대한민국의 근대화 내지는 산업화 시기는 빈곤 문제를 해결한 시대로 이해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계획에 따라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뤘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는 ‘아시아의 용’으로 세계시장에 화려하게 부상했다. 현재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대기업의 모태가 된 수많은 신생기업도 나름의 역량을 축적하며 비상할 준비를 갖춰갔던 시기이다. 그리고 그들이 인재 등용과 사업 방향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 ‘운명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상담 활동을 펼치며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인물이 바로 백파 윤대현 원장이다. 백파 원장은 근대화의 경제성장기 밑거름이 된 각종 국가 기간산업과 기업들의 대규모 사업부지 선정, 사업전략 수립에 ‘수경학에 기초한 예언적 상담’으로 깊이 관계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대표적이다. 세종시도 빠뜨릴 수 없다. 그에 따르면 미래를 바꾸는 힘은 ‘기적’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지혜와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예정된 ‘희망’이다. 희망을 위해 운명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대한민국 근대화의 산증인 삶을 이어 온 백파 원장의 활약상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대한민국 국운, 세종시가 구심점 될 것”백파 원장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것은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이다. 이미 1973년도부터 지금의 세종시가 들어선 자리인 당시 공주군 장기면, 의당면, 연기군 금남면, 남면 등 일대에 나라의 수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정계에 전달해 왔던 백파 원장. 당시의 복잡한 사정에 의해 수도 건설은 미뤄졌지만, 이 일대는 항상 수도 이전 최적지로 정치권의 관심을 받아왔고,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 이르러 현실로 이어지게 되었다. 세종시가 자리한 땅은 1500년 전 백제의 두 번째 수도였으며, 조선 건국기에는 서울보다 유력한 왕도의 후보지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후 남도의 물자를 한양으로 연결하기 위한 금강 뱃길의 종착점 역할을 했으며, 대한민국 건국 후에는 남북을 잇는 중요도로와 철도가 지나는 요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백파 원장은 “역사적 배경을 보더라도 세종시의 탄생은 결코 한시적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닌, 수천 년의 시간을 거쳐 준비해 온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세종시야말로 대한민국의 국운을 견인할 구심점이 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세종시가 수도 이전 최적지임을 전달” 오늘의 시대, 백파 원장의 세종시와 깊은 인연은 박정희 대통령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됐다. 부산 군수기지 사령관으로 부임해 근무 중 육영수 여사가 백파 원장의 소문을 듣고 찾아와 상담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산소를 주로 상담했는데, 수경학 역술가로 정평이 나는 역할을 했다. 백파 원장은 “그때부터 인생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군인 몇 명이 찾아 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5·16 군사정변을 일으킨 사람들이었다. 정변을 일으킬 날짜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1월 1일 날 받았다가 2월 9일로 받았고, 여의치 않자 5월 16일로 확정해 군대를 동원했다. 그 당시는 정보부 시절이었기 때문에 일반 손님을 받지 못했고, 감금 아닌 감금으로 오직 그분들만 상담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로써 정보부장인 이후락 씨도 상담하러 오는 등 “상당히 높은 사람으로 성장”했고, “수도 이전 부지로 세종시가 최적지임을 박정희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백파원장은 회고했다. 대기업 창업 1세대들과의 인연 백파 원장에 따르면 1960~70년대 우리나라 기업들이 성장을 일구어 나갈 때 수많은 기업인이 백파 원장을 찾았다. 사업상 진행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다. “그 당시 대기업 혹은 그룹이라는 말은 상상도 못 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들로 성장하는 것이 놀라웠다”며 “그분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이고, 가장 기억에 남는 분들 중 한 분을 꼽으라면 ‘고 정주영 회장님’이라고 말했다. 정주영 회장이 자동차 공업사를 차려놓고 기름 담는 드럼통을 잘라 자동차 보닛을 고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정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태국의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공사비를 받지 못했는데, 어느 날 찹쌀 2박스를 사가지고 찾아왔다. 그리고는 “오야, 백 선생 내가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당신이 윗분(박정희 대통령)에게 말씀을 잘 드려서 태국에 공사한 것이 돈을 못 받게 되었으니 그곳에서 도로공사에 사용하던 장비를 한국으로 가져오면 참 좋겠다. 정말 내가 말하기는 망설여지는데 백선생이 애로를 이야기해주면 좋겠네”라고 했다. 다행히 순조롭게 되어 정 회장은 태국에서 장비를 가져올 수 있었고, 그 후 연대에서는 60년대 초에 충북 단양군 매포면 삼곡리 가평산에 처음으로 시멘트 공장을 착공했고, 현대 시멘트상표는 호랑이 얼굴 상표로 하자고까지 결정했다. 백파 원장에 따르면 정 회장이 울산시 동구 양정동에 자동차 공장을 만들기 위해 그 일대를 그 당시 동장이던 유태영 씨를 통해 공장 부지를 매입했다. 그곳은 개흙이 많아 고기 붕어가 아주 많던 곳이었다. 그 당시 자동차 공장을 만들어 정주영 씨와 함께 많이 다녔기에 그 당시 윤병기 씨, 이양섭 씨, 유태윤 씨 등 많은 분이 백파 원장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연포 현대조선소를 만들 때도 제 발이 안 닿은 자리가 없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조선소를 만들어 초대 조선소 사장인 백충기 씨는 정 회장이 믿었던 분이다. 경부고속도로를 만들 때는 지리학적으로 산맥을 자르지 않으려 하다 보니 커브길이 많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백파 원장은 “누구보다도 정 회장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런 정 회장과의 인연으로 백파 원장은 “지금도 아산병원에서 저를 많이 돌봐주시고 치료비 한 푼 받지 않는 도움을 받고 있으니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산병원의 무료 치료에 감사” 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의 인연은 한성실업이라는 자그마한 회사를 창업할 때였다. ‘앞으로 무슨 사업을 해야 되겠느냐’는 상담이 계기가 됐다. 당시 백파 원장은 “당신은 머리는 좋으나 항상 시초는 목(木)에 대한 사업을 하여야 한다”고 했고, ‘목 사업은 무엇입니까’하고 묻기에 “옷 장사를 하라”고 했다. 그러자 김 회장은 웃으면서 ‘옷 장사를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물었고 백파 원장은 “다음에 다시 만나 뵙도록 하자”고 하고 헤어졌다고 그때를 회고했다. 백파 원장에 따르면 그 후 김 회장은 ‘와이셔츠 장사를 하려는데 사업이 되겠느냐’고 왔고, 그 사업을 하라고 했지만 사업자금이 부족했다. 이때 김 회장과 경기고 동창인 이우복 씨가 자신의 경기도 수원 밑 병점 집을 팔아 도와주었고, 김 회장은 와이셔츠 장사부터 반짝이 배월남치마 등을 작업해 사업을 상당히 성장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대우 그룹은 만들어졌고 그 인연으로 이우복 씨는 대우 그룹 부회장이 되었다. 백파 원장에 따르면 그 당시 우리나라 건설업이 한창 성장할 때 자동차 회사마다 덤프트럭의 수요를 공급이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덤프트럭을 주문하면 보통 1년 이상을 기다려야 출고가 될 정도였다. 그때 백파 원장 주위에서 건설업을 하는 분들이 덤프트럭이 빨라 나와야 차질 없이 공사를 할 수 있다고 하기에 김 회장에게 부탁을 하게 됐다. 그러자 김 회장은 김용섭 사장에게 바로 연락해 3일 만에 5대를 출고시켜 줬다. 백파 원장은 김우중 회장이 펴낸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자서전을 보면 자신과의 인연 관계도 언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까운 분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개탄스러운 마음뿐”이라고 대우그룹 해체를 안타까워했다. 정리 홍의석 객원기자 hong5960@seoul.co.kr ▶다음호에 계속 ※이 연재 내용은 필자 개인의 주장임을 밝혀둡니다.
  • [사설] ‘9·13대책’ 이후 관망세 주택시장, 공급 대책에 달렸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치솟던 집값이 오름세를 멈춘 것은 다행이지만, 이 대책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릴까 우려된다. 야당은 벌써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3.2%로 올리고, 3억~6억원 이하 과표구간을 신설해 0.7%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 등을 ‘세금폭탄’이라고 명명했다. 종부세나 양도소득세 강화 등은 국회에서 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순탄치 않아 보이는 이유다. 집값이 안정되려면 정부가 오는 21일 내놓기로 한 아파트 공급 대책이 중요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개발제한구역인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고,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주택공급 용지를 사전에 유출하며 문제를 일으켜 지연되기는 했지만, 세제와 금융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만큼 중요한 게 서울 등 노른자위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참여정부 5년 동안 서울에서 18만 2000가구의 주택이 공급된 반면, 이명박 정부 때에는 14만 2000가구, 박근혜 정부 때에는 16만 가구만 공급됐다. 세월만큼이나 주택도 노후화했다. 지금의 집값 상승이 이전 정권의 공급 부족과 기존주택 노후화와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의 시내 유휴지를 활용한 공급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그린벨트 개발을 반대한다면 그것을 대체할 만한 재개발과 재건축, 또 상업지 내 주거비율을 높이거나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들도 적극 검토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회 입법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정부 원안을 상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에 앞서 야당과 충분히 협의했으면 한다. 보유세를 올리는 만큼 야당의 요구대로 취득·등록세 등 거래세 인하는 고려해야 한다. 거래세 인하로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감소가 우려된다면 국세인 종부세 등을 일부 이전하는 방법도 찾아볼 수 있다. 야당이 수권 정당을 꿈꾼다면 망국병에 가까운 부동산 광풍을 잡으려는 정부·여당의 시도에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 서민의 주거 불안은 부메랑이 돼 돌아갈 것이다.
  • [색다른 인터뷰] 박근혜·MB 때보다 후퇴한 대입 개편안…이게 교육인가

    [색다른 인터뷰] 박근혜·MB 때보다 후퇴한 대입 개편안…이게 교육인가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은 교육계 대참사다. 이게 교육인가.”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지난 15일, 서울 청계광장에 촛불이 켜졌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언론이 ‘진보 교육단체’로 규정한 곳들이 모였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 되찾기 국민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연대해 이날부터 11월 10일까지 매주 토요일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촛불 정부’가 대통령의 교육 공약을 포기하자 이를 되살리기 위해 교육 단체가 촛불을 든 건 역설적이다. 국민운동을 주도한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도 대입 제도를 이처럼 퇴행적으로 돌리진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상대평가 유지 및 수능 전형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한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안’은 공약 파기이자, 20여년간 차근차근 쌓아 온 교육 개혁의 방향을 정반대로 되돌린 것이라는 게 송 대표의 판단이다. 집회 하루 전인 14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던 그는 “1년에 학생 30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 언제까지 방관해야 하느냐”며 펑펑 울었다.→‘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상대평가·경쟁적 줄세우기 방식인 수능에 오히려 힘을 실어 줬다는 점에서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 지금 기업들은 혁신 역량이 있는 인재를 뽑으려 하는데 그 핵심이 협업 능력이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는 상대평가는 협업을 가로막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스티브 발머가 회장일 때 직원을 상대평가했다. 상위 20%는 인센티브를 주고 하위 10%는 퇴출시켰다. 결과는 참혹했다. 직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욕심에 정보를 동료와 공유하지 않았다. 구글과 경쟁하는 대신 동료끼리 싸웠다. MS는 2013년 상대평가를 중단했다. 세계적 기업들은 이제 절대평가로 인사 관리를 한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협업능력 등 혁신 역량은 초·중·고교 때부터 키워야 한다. 상대평가 체제 속에서는 그 능력을 키울 수 없다. 수능과 학교 시험을 절대평가로 바꿨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 대입 개편안은 상대평가제를 고수했다.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개편안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후퇴한 것인가. -그렇다. 1995년 김영삼 정부가 했던 5·31 교육개혁 이후 23년간 ‘아이들을 표준화된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세우는 대신 다양한 능력에 따라 여러 줄을 세우고, 암기 지식 대신 미래사회에 필요한 능력을 키워 주자’는 기조로 교육 정책이 만들어져 왔다. 관료들도 세계적 흐름을 아니까 이를 거스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도 ‘2015개정교육과정’을 만들어 융·복합 능력을 키우도록 문·이과 구분 등 칸막이를 없앴다. 교육과정 변화로 수업 내용·방법이 달라졌으니 평가 제도도 이에 맞게 고쳤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결정으로 수능은 상대평가로 남긴 채 수능 위주 선발 비율을 더 늘렸다.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대신 수능 대비 EBS 문제풀이를 하게 됐다. →수능 비율을 높여 대입 공정성을 강화해 달라는 요구가 어느 때보다 컸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 않은가. -공정하기로 따지면 시험 출제는 학교보다 국가가 하는 편이 낫고, 채점은 사람(교사)보다 기계가 하는 게 낫다. 수능은 국가가 낸 시험을 기계가 채점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불과 10년 전 참여정부 때만 해도 국민들은 수능보다는 교사가 평가하는 내신으로 대학 가는 방식을 더 원했다. 지난 10년 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첫째, 국민들이 보수정권 시절 횡행한 권력형 비리를 겪으면서 “모든 곳에는 무임승차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양극화가 심각해졌는데 패자를 위한 복지 정책은 강화되지 못해 그야말로 정글사회가 됐다. ‘살인적인 경쟁을 감수할 테니 공정하게만 평가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두 번째는 국민들이 내신 전형의 발전된 형태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믿지 못하게 됐다. 비교과 요소가 복잡하고 어려운데, 정보를 얻는 게 쉽지 않고 준비할 게 너무 많았다. 내신 교과 평가도 못 미더운데 간간이 학생부 비리가 터졌다. 그래서 공정한 듯 보이는 수능 위주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졌다. →국민의 바람을 볼 때 대입 개편 방향이 꼭 틀렸다고 할 수 없지 않나. -국민의 공정성 요구는 맥락이 있고, 정당하다. 하지만 국가는 이를 일차방정식이 아닌 고차방정식으로 이해하고 처방을 내놨어야 한다. 공정성 요구와 함께 한국을 둘러싼 세계적 상황, 국가의 미래 전략, 관련 교육정책들과의 연계 등을 고려해 답을 찾았어야 한다. 길이 없지 않다. 예컨대 학종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상 경력·자율동아리 등 학생부의 비교과 요소를 걷어내면 된다. 이 부분은 수능 지지자와 학생부 전형 지지자끼리 합의가 됐다. 하지만 교육부가 숙의제를 통해 정한 새로운 학생부 형태는 이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수능 점수가 좋은 일부 아이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방식의 공정은 옳지 않다. 학령인구가 주는 마당에 모든 아이가 각자의 재능에 따라 살아갈 힘을 보장해 주는 쪽으로 교육하는 게 진짜 공정이다. 공정을 바라는 사회 요구는 대입만 건드려서는 풀 수 없다. 기업 채용 절차 때 관련 법 제정을 통해 출신학교 차별을 없애고 실력에 따라 선발하며, 권력형 부정 등 채용 비리는 단호하게 처벌하고, 직업 간 임금격차를 최소화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2022 대입 개편안 결정 이후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감지되나. -‘2015 개정 교육 과정’이 현 고1부터 적용되면서 교사들은 (학생 참여형 수업 도입 등) 수업 방식을 바꾸려 했는데 대입 개편안 발표 이후 멈칫하고 있다. ‘대입에서 수능 영향력이 커지면 그냥 예전처럼 5지선다 문제풀이 수업만 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또 고교학점제(대학처럼 학생이 희망진로·적성에 따라 원하는 수업을 듣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제도)를 시범 실시하는 연구·선도학교 105곳의 교사도 힘이 빠졌다. 학점제에 맞춰 커리큘럼을 짜놨는데 학점제 도입이 3년 연기된 데다 공부해야 하는 수능 선택 과목이 늘어 대입에 더 불리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입이 이런 방향으로 가면 고교는 문 닫아야 한다. 수능에 최적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곳은 인강(인터넷강의) 사교육 업체다. →대입 제도 개편 때 보인 혼란은 정권 내부 능력 부족 탓인가. -여러 경로로 확인해 보니 청와대는 혁신 교육에 대한 철학도, 로드맵도 없고 이를 실현할 인력도 없다. 청와대 사회수석실이 부동산·여성·노동 등과 함께 교육까지 담당한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부동산 전문가다. 교육은 부동산 문제보다 해결이 10배 더 어렵다고 한다. 경험 없는 사람이 ‘학력고사 시대가 좋았어’라거나 ‘정시 확대하면 최소한 표는 깎아 먹지 않겠다’는 생각에 이런 결정을 했다고 본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잘못은 무엇인가. -김 장관이 교육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을 몰랐던 게 아니다. 그런데 청와대에 보고할 때마다 (수정하라는 상징적 의미의) 빨간 줄이 쳐져서 왔다고 한다. 김 장관의 잘못은 이때 자기 직을 걸고 싸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통령 통치를 보좌하겠다는 마음이 커서 각을 세우지 못했다. 교육부 장관으로서 정치가 아닌 아이들을 지켰어야 했다. →새 교육부 장관 후보자인 유은혜 의원에게도 기대가 없나. -유 의원이 생각하는 정책 방향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유 의원 역시 갈등에 맞서는 타입이 아니다. 지금은 통찰력을 가지고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소신껏 일하는 교육 수장이 필요하다. 여전히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다. 현 정부 들어 교육수석이 없어졌는데 살려야 한다. →교육 정책의 흐름을 다시 돌릴 수 있다고 보나. -쉽지는 않다. 아이러니하지만 희망이라고 한다면 세계 흐름이나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과 우리 교육 정책이 너무 달리 간다는 점이다. 이렇게 퇴행의 길로 가다 보면 깨닫게 될 것이다. 기업이 창의적이고 소통·협업 능력을 갖춘 인재를 바라는데 이를 키워줄 학교 교육만 반대로 갈 수는 없다. 지금 교육 정책은 포식자가 무서워 모래에 고개를 처박은 타조와 같다. →‘숙명여고 내신 유출 의혹’ 이후 학부모들이 매일 집회를 여는데 어떻게 보나. -교육계 비리는 다른 영역 비리보다 훨씬 심각하게 봐야 한다. 교육자의 비리로 발생하는 피해는 다음 세대까지 간다. 교사가 잘못하면 ‘학교 선생님인데 좀 봐주지…’ 하는 인식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자 비리가 밝혀지면 다른 건보다 몇 배 더 혹독하게 처벌해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한 비리에 연루된 교사가 있다면 파면시키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 사립학교는 재단을 바꿔야 한다. 다만 일부 비리를 근거로 ‘교사는 주관적으로 평가하지 말고 컴퓨터로만 평가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교사가 의사나 법관처럼 전문성에 기반해 평가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어진다. 비리 처벌과 교사의 평가권은 나눠 생각해야 한다. →아이를 입시지옥으로 밀어 넣고 싶은 부모는 없다. 그러나 입시에 실패하면 아이들이 평생 차별의 지옥에서 살아갈까 봐 두려워한다. -입시지옥에서 아이를 건져내면 그 아이가 그냥 멍하니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밟는다. 생각이 깊어지며 독립적 의사 결정을 할 줄 알게 된다. 미래 사회가 원하는 인재도 이런 아이들이다. 기업의 평균 수명은 8년 정도라고 한다. 갑자기 길거리에 나앉았을 때 다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정신의 힘을 갖추는 게 곧 실력이다. 이는 초·중·고교 때부터 길러야 한다. →단체 창립한 지 올해로 10년 됐는데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가. -대한민국에서 입시 경쟁 탓에 죽는 아이가 한 명도 없는 세상, 사교육비 1만원도 쓸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 목표를 말하면 사람들은 “말이 되느냐”고 냉소한다. 그러나 북미·남미·유럽 등 다른 나라는 이미 다 누리는 세상이다. 서울의 한 사교육 과열 지역에 아파트를 보러 가면 부동산 업체들이 “이 동네에서 (투신) 사고가 없는 아파트는 찾기 어려워요”라고 한다더라. 한 해 300여명의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기성세대는 아이들이 경쟁 속에서 죽어 가도록 한 가해자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송인수는 누구인가 1964년 강원 원주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 닭장사를 하던 어머니를 거들면서 공부해 한 국립 사범대 영어교육학과에 입학한다. 졸업 뒤에는 서울 신림고·삼성고·구로고 등을 돌며 13년간 교사로 일했다. 학생들에게 불법 찬조금을 걷는 문제를 두고 부장 교사와 갈등을 빚는 등 교직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한다. 2000년 기독교 신자인 동료 교사들과 ‘좋은교사운동’을 만들었고, 2003년 퇴직 뒤 같은 단체 대표를 맡아 본격적으로 교육 운동에 뛰어들었다. 2008년 6월에는 당시 참교육학부모회장이었던 윤지희씨와 의기투합해 ‘묻지마식 사교육 관행’을 없애려는 목적으로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세웠다. 사걱세는 구호 대신 실증적 데이터에 기반해 사교육 문제를 비판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에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울 내용을 방과후수업 등에서 미리 배울 수 없도록 한 법) 제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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