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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극장의 ‘강제 광고’/황수정 논설위원

    극장에 가면 ‘대한뉴스’라는 걸 봐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꼼짝없이 앉아서 봐야 했던 그 뉴스는 정책 홍보용이었다. 대통령 얼굴과 태극기, 애국가가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영화가 아닌 다른 상영물을 강제로 봐야 했던 셈인데, 반골 기질의 관객은 그때도 있었다. 그 무렵의 극장 기사를 뒤져 보니 재미있다. 20분쯤 극장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 대한뉴스가 끝나고서야 입장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영화관은 작은 피안(彼岸)의 공간이다. 관람권 값에는 일상 잡사를 두어 시간쯤 맡아 주는 대가도 들어 있다. 공간의 특성상 사람들은 어지간해선 무장해제의 아량을 발휘해 준다. 뭔가 불편하고 부당하다는 느낌이 들어도 한눈을 감는다. 대한뉴스가 극장에서 사라지기까지는 30년 걸렸다. 정권 홍보물이라는 비판도 높았지만 그보다는 더이상 뉴스의 기능을 못 했던 까닭이 컸다. 라디오, 텔레비전이 세상 구석구석으로 확산됐던 터다. 뉴스를 계속 극장에서만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불평을 하면서도 관객들은 대한뉴스를 더 오래 참고 봤을지 모른다. 영화관의 광고가 법정에 서게 됐다.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등 시민단체들이 국내 최대의 극장 업체 CGV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와 위자료 청구 공익소송을 제기했다. 관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광고를 상영했으니 수입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CGV의 극장 광고 매출은 막대하다. 지난해 수입은 80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쯤이다. 사정이 이러니 관람권 값을 지불했는데 왜 꼼짝없이 광고를 봐야 하느냐고 불평하는 관객이 많아진다. CGV도 할 말은 있다. “교통 체증, 주차 등으로 늦어지는 관객을 위한 배려”라고 해명한다. 뒷말이 많자 관람권에 ‘영화는 10여분 뒤 상영된다’는 문구도 넣었다. 롯데시네마도 극장 전광판에 비슷한 문구를 내보낸다. 극장들은 “광고를 없애면 관람권 값이 인상될 수 있다”는 협박(?)을 한다. 우리나라 영화표 값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상대적으로 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광고를 빼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 시대가 바뀌면 관객을 대하는 극장의 태도는 재고될 필요가 있다. 영화 상영 직전까지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온갖 광고를 입맛대로 골라 챙겨 보는 세상이다. 밀폐 공간에서 강제되는 상업광고 시청은 유효 기한이 다한 이야기다. 관객들의 인내를 더 강요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실제로 극장 광고 상영금지 청원은 해외 시민단체들도 꾸준히 하고 있다. 2004년에 같은 소송이 있었다. 그때 법원은 극장의 손을 들어 줬다. 강산이 한 번 바뀐 지금, 어떤 결론이 날지 궁금하다. 이건 어떤가. 정말 기발한 광고를 만들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뒤에 보너스 필름처럼 붙이는 것은? 그래도 앉아서 봐 주는 광고라면 시비 걸릴 일이 없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성명·회견·촛불… 보혁 맞짱 집회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한 지 이틀째를 맞은 13일 보수·진보단체들의 관련 집회가 잇따랐다. 보수 단체들은 정부 발표에 ‘적극 환영’ 의사를 밝혔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공교육 살리기 학부모연합 등 6개 보수단체 회원 250여명은 13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한국사 국정교과서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행 검인정 교과서들이 반국가, 친북, 자학사관으로 점철돼 있어 ‘다양성’이라는 명분으로 수용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난 지 오래”라며 “휴전 중이라는 특수성까지 고려하면 더이상 현행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교육 현장에서부터 대한민국의 훌륭한 역사를 일깨우고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첫걸음이 바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라고 역설했다. 앞서 오후 1시쯤에는 자유청년연합, 자유통일연대 회원 1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좌편향 역사 교과서는 계급투쟁론에 근거한 민중 사관을 우리 아이들에게 교묘하게 주입시키고 있다”며 “검인정 교과서의 사실 오류 및 형평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만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야말로 사회통합적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진보 단체들도 집회와 성명 등을 통해 국정교과서 반대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오후 7시쯤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민족문제연구소 등 400여 진보 성향 단체의 연대기구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참여 단체 중 하나인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정치적 편향성과 학문적 전문성이 의심되는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의 단체도 성명을 냈다. 참여연대는 이날 낸 성명서를 통해 “국정교과서 강행은 역사에 대한 해석을 국가가 독점하고 국민들의 역사관을 획일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최근 몇 년 동안 역사 교과서 문제로 혼란이 야기되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교육부가 검정체제 운영을 소홀히 한 데에 원인이 있으므로 이를 보완해야지 국정체제 회귀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돈 없는 할매는 ‘도둑 구경’밖엔…” 누가 국가 하천에 가림막을 쳤나

    “돈 없는 할매는 ‘도둑 구경’밖엔…” 누가 국가 하천에 가림막을 쳤나

    “무료였던 유등축제에서 입장료를 1만원이나 받으면 시민의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진주남강유등축제 유료화가 역풍을 맞고 있다. 특히 유등축제를 여는 남강 일대를 가림막으로 둘러 막은 행위는 지나친 상업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경남 진주시는 오는 11일까지 열리는 남강유등축제에 처음으로 성인 1만원, 학생은 5000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경로할인은 없었다. 다만 진주시민에게는 축제 중 평일에 무료 입장할 수 있는 초대권을 1인당 한 장씩 나눠 주었다. 시는 정부의 축제 일몰제 정책으로 축제지원금이 줄어 자구책으로 유료화를 했다고 밝혔다. 시는 남강유등축제에 유등 제작을 비롯해 모두 35억원이 들어간다고 했다. 2011년에는 국비 8억원과 도비 2억원 등 10억원이 지원됐으나 올해는 국비 2억원으로 대폭 줄었고 도비도 절반이 줄어 1억원 등 3억원이 됐다. 유료화가 불가피했다는 항변이다. 이창희 시장도 “남강유등축제는 대한민국 최우수 축제와 대표축제, 글로벌육성 축제에 선정되고 미국·캐나다에 수출된 명품 축제이니 입장료를 내고 볼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일 축제가 개막되자 십자포화처럼 불만이 쏟아졌다. 특히 류재수 시의원이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 결정적이었다. 비난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시골서 남강유등축제를 구경 왔던 할머니들이 비싼 입장료로 가림막 밖에서 애태우다가 서로 무릎을 꿇고 동료에게 유등을 구경하게 하는 사진이었다. 류 의원은 “어젯밤(지난 5일) 시골에서 오신 열 명의 할머니 관광객들을 보면서 참담했습니다. 돈 내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말라는 놀부심보에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래서 뭘 얻겠다는 겁니까”라고 적었다. 그는 “옳은 정책이라도 시민들에게 충분히 이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시의 유등축제 유료화 결정은 그러지 못했다”며 “축제가 끝나고 나면 시의회에서 점검을 하겠다”고 말했다. 조한진 진주참여연대 사무처장도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유료화를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진주남강유등축제 및 시 홈페이지에도 유료화를 비판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 한 시민은 “남강은 국가 하천인데 시가 맘대로 조망권을 차단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불꽃놀이도 하늘에 천막을 쳐 가려 놓고 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관광객은 “아름다운 유등을 보게 하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 텐데 가림막으로 막아 놓으니 아름다운지 알 수가 없어 관람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야박하다”며 “남강유등축제의 좋은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남강 주변 상인들도 “유등축제 기간에 한 해 수입을 올렸는데 올해는 유료화로 손님이 크게 줄고 돈도 쓰지 않는다”며 유료화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진주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낙향해서 터 잡고 세상과 소통하는 ‘전국구’ 예술인들

    낙향해서 터 잡고 세상과 소통하는 ‘전국구’ 예술인들

    지난 4월 말 충남 논산시 탑정호 호숫가에 있는 2층짜리 집 뜰에서 올해 세 번째인 ‘와초문학제’가 열렸다. 와초(臥草)는 영화 ‘은교’의 원작 소설가 박범신의 호. 박 작가가 낙향한 곳이 가야곡면 조정리 집필관이다. 축제가 열리면 작가는 수백명의 방문자와 함께 문학과 고향 얘기를 오랫동안 나눈다. 탑정호의 아름다운 풍치 속에서 사람들은 온종일 문학의 향기에 취했다. ‘전국구’ 예술가들이 지역 문화를 이끄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름값을 무기로 낙후된 지역의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관광객이 늘어나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세속과의 절연을 선언한 중국 도연명과 달리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역문화의 내·외연을 넓히는 덕분이다. 자발적이든, 자치단체가 유치하든 그들의 낙향은 은둔이 목적이 아니다. 과감한 낙향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눈부신 통신의 발전도 한몫한다. ●박범신,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논산일기 박범신은 29일 “고향은 내 생명과 문학이 태어난 모태”라며 “원래 논산은 기호학의 본산이고 문화도 유서 깊은 곳인데 논산훈련소 등으로 이미지가 삭막해졌다. 고향을 ‘문화논산’으로 되살리고 싶다”면서 “‘작가 아무개가 산다’는 것만으로 문화적 업그레이드가 됐다. 요즘은 전국적 관광지가 돼 소설을 쓰려면 거꾸로 서울로 피난(?) 갈 지경”이라고 웃었다. 그는 10월 24~26일 세 번째 인문학 탐방도 연다. ‘소풍’을 타이틀로 참가자들과 탑정호 둘레길을 돈다. 수백명의 독자들이 소풍 올 것을 기대한다. 그는 지난해 시에서 처음 주최한 황산벌 청년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맡는 등 2011년 말 낙향 후 지역문화 고급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낙향 덕분에 그 지역이 작품에서 숨쉬게 된다. 박 작가는 “소설 ‘소금’의 배경이 당초 부산이었는데 낙향하면서 논산 강경으로 바꿨다”고 귀띔했다. 논산생활을 담은 에세이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논산일기’도 썼다. 다음 작품인 ‘당신’도 배경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논산을 연상시킬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객주’ 작가 김주영, 청송에 머물며 청송 관련 소설 집필 중 서울신문에 ‘객주’를 연재했던 작가 김주영(76)은 1년 전부터 고향인 경북 청송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다. 1년 전 문을 연 ‘객주문학관’을 찾는 관람객을 맞기 위해서다. 도우미 역할에 직접 강의도 한다. 관람객이 두 번, 세 번 다시 찾는 이유다. 질펀한 장이 섰던 작가의 고향은 벌써 고품격 문학 명소로 바뀌고 있다. 청송군은 지난해 6월까지 75억원을 들여 진보시장 인근에 문학관을 짓고 김 작가의 집필실 ‘여송헌’을 두었다. 작가 스스로 문학관을 이끌게 한 것이다. 김 작가를 찾는 문인과 문학 청소년들이 머물도록 카페와 숙박시설도 지었다. 낙향했다고 해서 창작열이 식지 않는다. 김주영도 최근 청송에 머물면서 청송과 관련된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작가 이외수(70)가 춘천에서 강원 화천 감성마을로 옮겨 둥지를 튼 지 10년째다. 지난해 암 투병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지만, 씩씩하게 견뎌내고 있다. 작가는 산천어축제는 물론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산천어축제 하이라이트인 선등(仙燈)문화제 이름을 직접 지어 홍보하는 등 곳곳에 작가의 열정이 묻어 있다. 전국 꿈나무 문인을 위해 ‘세계 평화·안보 문학축전’를 열고, ‘이외수문학상’을 제정해 첫 수상작도 냈다. 배추, 멜론, 옥수수 등 마을 농산물 판매에도 팔을 걷어붙여 왔다. ●‘섬진강변살이 하는’ 전북 임실군의 김용택 ‘섬진강 시인’ 김용택(68)은 요즘 전북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고향에 집을 짓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08년 8월 교직을 떠나 전주의 아파트에 살았지만 도무지 정도 안 들고 도시 삶이 사는 것 같지 않아서다. 오는 11월쯤 이사한다. 그는 “집을 지으면서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유유자적하다 보니 다시 삶의 의미를 찾은 것 같아 기쁘기 그지 없다”면서 “공사가 끝나면 새 집에 노모를 모시고 시작 활동에도 힘을 더 쏟겠다”고 전했다. 시인 이진우(50)는 올해 초 세 번째 시집 ‘보통씨의 특권’을 냈다. 이씨는 “시집을 찬찬히 읽어 보면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 시인은 잘 나가던 서울생활을 접고 2000년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로 낙향해 15년째 살고 있다. 이씨는 통영이 고향이다. ●‘마음이 닿는 곳이 고향이다‘ 추리작가 김성종, 시인 박남준 추리문학의 대부 김성종(74)은 고향이 전남 구례지만 부산으로 낙향했다. 서울에서 집필에 몰두하다 머리를 식히러 가끔 내려온 해운대 앞바다와 안개에 반해 1981년 둥지를 옮겼다. 1992년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추리문학관을 지었다. 국내 사설문학관 1호다. 작가는 이곳에서 여전히 집필 활동이 왕성하다. 창작교실을 열어 후진도 양성한다. 관람객이 하루 30~40명씩 찾는다. 부산을 추리문학의 ‘메카’로 키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생활 중 10여권의 장편 추리소설을 쓴 김성종은 “작가의 상상력은 끝이 없고, 때와 장소를 초월한다”고 했다. 그는 장편 ‘계엄령의 밤’, ‘도망 간 여자’, ‘1973년 여름, 베를린 안개’ 등 세 편을 동시에 쓰고 있다 시인 박남준(58)도 고향인 전남 영광 법성포가 아닌 지리산 자락으로 내려와 ‘지리산 시인’이 됐다. 2003년 9월 경남 하동군 악양면 동매마을에서 13년째 살고 있다. 평사리 끝 마을, 끝 집이다. 양철지붕이 덮인 10평 남짓한 작은 토담집에서 살지만 많은 지역 문학행사에서 강의를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7번째 시집 ‘중독자’도 “지역에 사는 예술인들이 지역문화 발전에 힘을 보태야 한다”며 지역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제천에 판화가 이철수, ‘서귀포 작가’ 이왈종 대중적 인기에서 앞서는 작가와 시인 외에도 낙향한 예술가는 많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목판 화가 이철수(61)는 1987년 충북 제천시 백운면 평동리로 내려왔다. ‘울고 넘는 박달재’ 아랫마을이다. 아내와 농사를 지으며 판화를 새기는 반(半)농사꾼으로 살다 지난해 새 직업(?)이 생겼다. 제천참여연대 공동대표다. 1980년대 판화로 시대와 맞섰던 그로서는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화가는 “지역사회에서 시민들의 작은 목소리는 매우 소중하다. 나도 시민의 한 사람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화가는 지난해 11월 지역에서 판화전을 열어 수익금을 제천참여연대에 기부했다. 서울은 물론 독일, 스위스 등에서 개인전을 열어온 것과 비교해 성에 안 찰 수 있지만, 그는 정성을 쏟았다. 2007년에는 주민 대표로 마을에 들어서는 리조트 반대운동을 벌이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은 낙향 이후에도 여전하다. 그는 매일 아침 일상과 생각들을 담은 ‘나뭇잎 편지’에서도 치솟는 집값과 전·월세에 걱정하는 집 없는 자들을 위로했다. 회원이 무려 8만여명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 이왈종은 고향인 경기도 화성을 떠나 서귀포시에 거주한 지 오래됐다. 경기도 출신이지만, 이제 ‘제주도의 화가=이왈종’을 연상한다. 제주도 출신으로 제주도에서 활동한 서양화가 강요배와 함께 서울화단을 좌지우지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 화백은 지난 15일 서귀포시청에 유니세프 후원금 300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완주에 막사발 작가 김용문, 부여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막사발 작가로 유명한 도예가 김용문(60)은 2013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둥지를 틀었다. 전라선 이설로 폐쇄된 옛 삼례역에서 세계막사발미술관을 운영한다. 임정엽 전 군수가 그의 작품 세계를 인정해 미술관, 창작실, 장작 가마를 제공하겠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작가는 그해 8월 완주 세계 막사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자신이 교수로 있는 터키 하제테페국립대 제자들과 함께 전시회를 했고, 지역 작가 도예전도 열었다. 요즘에는 방학 때 도예체험 교육을 한다. 관광객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진다. 일제강점기 때 쌀 수탈의 기지 역할을 했던 삼례역이 소박한 서민들의 전통 도자기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66)은 충남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 청년회원이다. 집 ‘휴휴당’을 지어 놓고 ‘5도 2촌’ 생활을 하지만 유 전 청장 덕에 마을이 유명해졌다. 유 전 청장은 수년 전부터 서울에서 관람객을 이끌고 부여로 역사탐방을 온다. 정림사지 5층석탑 등 부여의 백제유적을 직접 미학적으로 설명해 인기가 높다. 유 전 청장과 역사탐방을 왔던 김용택 시인이 ‘껍데기는 가라’의 시인 신동엽 생가 등 부여 문학탐방을 하고, 민중화가 임옥상 등이 자신의 특기와 연관시켜 역사탐방에 나서면서 연쇄 효과를 낳고 있다. 이미영 부여문화원 팀장은 “이 때문에 백마강 유람선 이용객이 많이 늘었다고 선장이 말하더라”고 전했다. 논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임대차보호법 엉성… 임대계약 갱신신청권 도입을”

    “주택임대차 정책을 중앙정부 몫이라고 손 놓고 있으면 안 됩니다. 서울시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 있는 지방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22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전·월세 시장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지방정부 역할론’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문제가 되는 전·월세 시장 불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시의회가 마련했다. 김 변호사는 “독일·프랑스는 물론 미국 뉴욕에도 주택임대차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우리는 엉성한 임대차보호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독일의 표준임대료제도와 프랑스의 분쟁조정제도, 뉴욕의 임대료 통제·안정화제도를 소개한 뒤 “임대료 통제정책의 경우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임대계약 갱신청구권은 시장의 자유를 덜 침해해 도입을 고민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관은 “가이드라인에 도배는 누가 해야 하는지, 주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수리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등 집주인과 세입자 간 다툼의 원인 문제에 대해 세세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원 광운대 교수는 “주택 시장이 매매 중심에서 임대 중심으로 옮겨 가는 만큼 실거래 데이터 분석을 통한 표준임대료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제 서울시의원은 “시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간 금융상품의 전세금보장보험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미경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은 “월세 중심으로 변하는 임대차 시장에 대응하고 임차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의회 차원에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한노총 노동개혁 의결] 모호한 취업규칙 완화… 노사 분쟁 씨앗 되나

    지난 13일 노사정이 잠정 합의한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가 정부의 가이드라인으로 현실화될 경우 법적 해석을 놓고 사용자와 노동자 간에 분쟁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작성 또는 변경할 때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는 요건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법 규정을 그대로 둔 채 정부가 완화된 행정지침을 내놓을 경우 사용자는 지침에 무게를 두고, 반대로 근로자는 법을 앞세워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인 강문대 변호사는 14일 “현재는 사용자가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명문화돼 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적었다”면서 “앞으로는 법과 지침의 괴리로 양측 간 다툼이 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가 사측에 대항해 소송을 할 여지 자체가 가로막힐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현재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행정지침을 통해 ‘의견을 청취하면 된다’ 등으로 완화할 경우 노동자가 문제 제기를 할 근거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간사는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는 사측 마음대로 정부 가이드라인을 남용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영기 노무사는 “이번 합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다른 건까지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노조 없는 일반 사업장은 현재도 사측이 우월적 지위로 형식상 동의를 받고 끝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근로자의 권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노사정 대타협 이후] 모호한 취업규칙 완화… 노사 분쟁의 씨앗되나

    지난 13일 노사정이 잠정 합의한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가 정부의 가이드라인으로 현실화될 경우 법적 해석을 놓고 사용자와 노동자 간에 분쟁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작성 또는 변경할 때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는 요건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법 규정을 그대로 둔 채 정부가 완화된 행정지침을 내놓을 경우 사용자는 지침에 무게를 두고, 반대로 근로자는 법을 앞세워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인 강문대 변호사는 14일 “현재는 사용자가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명문화돼 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적었다”면서 “앞으로는 법과 지침의 괴리로 양측 간 다툼이 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가 사측에 대항해 소송을 할 여지 자체가 가로막힐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현재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행정지침을 통해 ‘의견을 청취하면 된다’ 등으로 완화할 경우 노동자가 문제 제기를 할 근거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간사는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는 사측 마음대로 정부 가이드라인을 남용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영기 노무사는 “이번 합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다른 건까지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노조 없는 일반 사업장은 현재도 사측이 우월적 지위로 형식상 근로자의 동의를 받고 끝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근로자의 권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버스·지하철·주차료… 줄줄이 오르는 공공요금

    버스·지하철·주차료… 줄줄이 오르는 공공요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끝난 지난해 중순부터 버스·지하철 요금과 쓰레기봉투값 등 공공요금이 우후죽순처럼 오르고 있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개월째 0%대라고 발표했지만, 체감물가는 다르다. 서울시 관계자는 17일 “25개 자치구 중 14곳이 쓰레기봉투 가격을 인상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구가 가격을 올린다”면서 “현재 360원인 생활쓰레기봉투(20ℓ)의 평균가격을 460원으로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기존보다 4배까지 가격을 올린 구도 있다. 또 지난 6월 27일부터 지하철 요금은 1050원에서 1250원으로, 시내버스는 1050원에서 1200원으로 올랐다. 한 달에 지하철을 25일 탄다고 가정하면 왕복요금은 1년에 12만원이 늘어난다. 4인 가족의 1년간 추가 부담은 48만원이 된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서울·파주·고양시민의 화장료를 기존 9만원에서 최대 16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시에 건의했다. 의회를 통과하면 내년 초에 인상한다. 서울동물원도 입장료를 성인 1명당 3000원에서 최대 6000원까지 올리겠다고 시의회에 보고했다. 현재 일요일 및 공휴일에 요금을 받지 않는 43개 한강공원 주차장의 유료화 계획도 나왔다. 주차료는 최초 30분은 1000원, 10분당 200원이 유력하다. 무료였던 청계천 자전거 대여료가 1인당 3000원 유료로 바뀌었다. 남산 1, 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를 현행 2000원에서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공요금 상승은 지방도 마찬가지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광역좌석버스비는 2100원에서 2500원으로 19% 올랐다. 전남도는 오는 24일부터 도시가스요금을 평균 4.8% 인상한다. 순천시는 이달부터 쓰레기 종량제봉투 가격을 24% 올렸다. 대구시의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달부터 9.82% 올랐고 상수도 요금도 내년부터 10% 오를 예정이다. 울산 시내버스 업계도 요금을 현행 1200원에서 1430원으로 19.1% 올려 달라고 시에 요구했다. 가구주에 부과하는 주민세도 대폭 올랐다. 인천시와 문경·상주·영천 등 경북의 15개 시·군 등에서 4000~6000원 선이던 주민세를 1만원 선으로 올렸다. 전남도 이미 올랐고 경기도는 내년에 인상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쓰레기봉투 가격은 20년 만에 올리는 것이고 서울동물원도 2003년부터 같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는 공공사업의 적자를 더이상 세금으로 보전하기 힘들다고 앓는 소리다. 이에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원가절감 노력 없이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재벌개혁 촉구”

    “재벌개혁 촉구”

    10일 오전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최근 롯데사태 관련하여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노동자, 시민, 청년, 중소상공인 단체들이 연대하여 롯데재벌 항의방문 및 재벌개혁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 “재벌의 기형적 지배구조 개선 지금이 기회”

    “재벌의 기형적 지배구조 개선 지금이 기회”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재벌 개혁을 촉발하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여당은 관련 법을 손질해서라도 재벌기업의 후진적인 지배행태를 개선하겠다고 벼른다. 그러나 법적인 강제를 통해 민간기업의 지배구조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 권한을 강화하고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5일 정부와 여당은 다음날 당정협의를 열어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제히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롯데를 잡겠다고 법을 건드리면 애꿎은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과잉 입법을 우려했다. 소수 지분을 가진 오너가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는 수단인 순환출자의 고리는 롯데가 전체기업의 90.6%인 416개를 갖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를 가진 기업은 롯데를 포함해 11개에 불과하다. 법을 개정해도 실효성이 적다는 얘기다. 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기업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들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공단처럼 롯데그룹 7개 상장사의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경영권 분쟁에 따른 이미지 추락으로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며 기업에 지분 구조 공개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주주권에 의한 기업 견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전자·서면 투표제,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다중대표 소송 및 집단소송 등의 빠른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김선웅 변호사는 사외이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상장회사 가운데 규모가 큰 곳은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규모가 작은 기업은 25%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하고 있다”면서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사외이사 수를 늘려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활동이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시청 국장 아빠 밑에서 아들은 보충역…‘캥거루 군복무’

    29일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이 병무청 등을 통해 취재한 결과 지난 5월 31일 기준으로 4급 이상 고위공직자 직계비속 가운데 현재 사회복무요원과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보충역으로 복무 중인 인원은 모두 231명이었다. 이미 보충역으로 복무를 마쳤거나 복무 예정인 인원 1693명까지 합치면 전체 고위공직자 직계비속 복무 대상자 1만 7669명 중 10.9%다. 동일 연령대 성인 남성의 보충역 비율은 5.4%다. 고위공직자 아들들이 일반 국민에 비해 현역보다는 보충역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경우가 두 배 정도 많다는 얘기다. 보충역(신체검사 4급) 중 가장 인원이 많은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기간은 24개월이다. 21개월인 현역(신검 1~3급) 복무 기간보다 3개월 많다. 보충역 대상자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려면 본인이 인터넷을 통해 결원이 발생한 관공서나 공공기관에 직접 지원해야 한다. 관련 정보는 병무청 사이트 등에 미리 공고된다. 면접 등을 거치지 않고 지원 선착순으로 선발된다. 더 큰 문제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고위공직자 직계비속의 경우 일반적인 사회복무요원에 비해 월등히 양호한 환경에서 군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지자체 고위공직자 부모를 둔 사회복무요원 59명 중 18명이 부모와 같은 기관이나 유관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공직 사회는 상대적으로 위계질서가 철저한 데다 지자체일수록 해당 지역 공직자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4급 서기관은 중앙 부처에서는 과장급에 불과하지만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높게는 부단체장으로 ‘일인(단체장)지하 만인지상’에 해당한다. 지자체 고위공직자 부모를 둔 자식들이 ‘캥거루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병무청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고위공직자에 한정해 자식을 부모와 동일한 기관에 사회복무요원으로 배치하는 것을 제한하는 ‘상피제’를 내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가 5급 이하일 때는 직계비속이 같은 기관에 근무하는 게 전혀 문제가 안 된다. 5급은 구청이나 군청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과장급이다. 아들이 복무하는 도중 부모가 4급 이상으로 승진해도 아들 근무지를 재배치하지 않는다. 상피제에 어긋나게 부모와 자식이 같은 근무처에서 일해도 해당 공직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 실효성도 떨어진다. 이강호 경기 안양시 안전총괄국장의 아들은 같은 지자체 소속 도서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도서관은 사회복무요원들에겐 주민센터 등과 더불어 선호 근무처로 손꼽힌다. 이 국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아들이 병무청에 희망 근무지를 적어 내지 않아 우연히 같은 기관에 배치됐다”며 “아들의 장래 희망이 사서이긴 하지만 도서관장이나 팀장과 같이 일한 적도, 식사를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양호 인천교육청 협력관의 아들도 같은 교육청 산하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협력관은 “아들이 학교 등에 배치됐으면 했지만 우연히 도서관으로 빠진 것”이라며 “해당 도서관장이 10년 전 같은 부서에서 상관으로 근무했던 분이지만 내가 (아들 근무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일수록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기관에서 근무하는 데 대한 경각심이 낮았다. 윤순학 전남 강진군청 주민복지실장은 2013년 5월부터 2년간 아들과 함께 출퇴근했다. 윤 실장은 “내가 속한 지자체에서는 대부분의 사회복무요원이 해당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근무한다”며 “직원들에게 따로 부탁한 건 전혀 없고, 되레 아이 성격이 워낙 유순해 직원들에게 ‘혹독하게 대하라’고 당부했다”고 해명했다. 이승화 경남 산청군의회 의원의 아들은 해당 지자체 소속 문화원에서 근무 중이다. 이 의원은 “아들이 ‘문화원에 남자 직원이 거의 없어 힘든 일은 혼자 다 한다’, ‘이럴 바엔 차라리 더 편한 선거관리위원회로 갈 걸 그랬다’는 등 볼멘소리를 한다”면서 “문화원 직원들도 ‘아들이 고생이 많다’고 하지만 내가 (근무지 이전 등) 해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밝혔다. 지자체 고위공직자들은 ‘지역에서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곳이 적어 어쩔 수 없이 사회복무요원인 아들과 함께 근무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요양원이나 병원 등 복지나 보건의료 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관공서만 찾다 보니 ‘한 지붕(같은 청사) 가족’이라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사회복무요원제도를 운영하는 목적은 일차적으로 사회복지 등 사회의 서비스 업무를 돕는 것이고 행정업무 지원은 이차적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피제 대상이 되는 기관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군·구 등 기초단체는 특별시나 광역시 등 광역단체의 소속 행정기관으로 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서울시 고위공직자의 아들이 서울의 한 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라도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광역단체 고위공직자들은 종종 해당 기초단체 부단체장 등으로 옮겨 간다. 기술직 공직자는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가 함께 발령을 내기도 한다. 기초단체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해당 단체에 자식을 사회복무요원으로 보낸 광역단체 고위직 아버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고위공직자 부모와 자녀를 대상으로 상피제를 도입하는 취지인 ‘복무 부실 방지’를 위해서는 상피제 대상을 광역단체까지 넓히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상피제 대상이 되는 공무원 급수를 4급에서 5급으로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병무청 역시 고위공직자가 솔선수범해서 병역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확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상피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은미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4급이라는 기준 자체가 공직 사회에서 볼 땐 합리적이겠지만 5급 이상 공직자라도 직무상 편의를 줄 수 있는 위치라면 이는 공정성이 훼손된 것”이라면서 “급수 제한 없이 상피제를 전체 공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 시청 국장 아빠 밑에서 아들은 보충역… ‘캥거루 군 복무’

    29일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이 병무청 등을 통해 취재한 결과 지난 5월 31일 기준으로 4급 이상 고위공직자 직계비속 가운데 현재 사회복무요원과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보충역으로 복무 중인 인원은 모두 231명이었다. 이미 보충역으로 복무를 마쳤거나 복무 예정인 인원 1693명까지 합치면 전체 고위공직자 직계비속 복무 대상자 1만 7669명 중 10.9%다. 동일 연령대 성인 남성의 보충역 비율은 5.4%다. 고위공직자 아들들이 일반 국민에 비해 현역보다는 보충역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경우가 두 배 정도 많다는 얘기다. 보충역(신체검사 4급) 중 가장 인원이 많은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기간은 24개월이다. 21개월인 현역(신검 1~3급) 복무 기간보다 3개월 많다. 보충역 대상자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려면 본인이 인터넷을 통해 결원이 발생한 관공서나 공공기관에 직접 지원해야 한다. 관련 정보는 병무청 사이트 등에 미리 공고된다. 면접 등을 거치지 않고 지원 선착순으로 선발된다. 더 큰 문제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고위공직자 직계비속의 경우 일반적인 사회복무요원에 비해 월등히 양호한 환경에서 군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지자체 고위공직자 부모를 둔 사회복무요원 59명 중 18명이 부모와 같은 기관이나 유관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공직 사회는 상대적으로 위계질서가 철저한 데다 지자체일수록 해당 지역 공직자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4급 서기관은 중앙 부처에서는 과장급에 불과하지만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높게는 부단체장으로 ‘일인(단체장)지하 만인지상’에 해당한다. 지자체 고위공직자 부모를 둔 자식들이 ‘캥거루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병무청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고위공직자에 한정해 자식을 부모와 동일한 기관에 사회복무요원으로 배치하는 것을 제한하는 ‘상피제’를 내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가 5급 이하일 때는 직계비속이 같은 기관에 근무하는 게 전혀 문제가 안 된다. 5급은 구청이나 군청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과장급이다. 아들이 복무하는 도중 부모가 4급 이상으로 승진해도 아들 근무지를 재배치하지 않는다. 상피제에 어긋나게 부모와 자식이 같은 근무처에서 일해도 해당 공직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 실효성도 떨어진다. 이강호 경기 안양시 안전총괄국장의 아들은 같은 지자체 소속 도서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도서관은 사회복무요원들에겐 주민센터 등과 더불어 선호 근무처로 손꼽힌다. 이 국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아들이 병무청에 희망 근무지를 적어 내지 않아 우연히 같은 기관에 배치됐다”며 “아들의 장래 희망이 사서이긴 하지만 도서관장이나 팀장과 같이 일한 적도, 식사를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양호 인천교육청 협력관의 아들도 같은 교육청 산하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협력관은 “아들이 학교 등에 배치됐으면 했지만 우연히 도서관으로 빠진 것”이라며 “해당 도서관장이 10년 전 같은 부서에서 상관으로 근무했던 분이지만 내가 (아들 근무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일수록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기관에서 근무하는 데 대한 경각심이 낮았다. 윤순학 전남 강진군청 주민복지실장은 2013년 5월부터 2년간 아들과 함께 출퇴근했다. 윤 실장은 “내가 속한 지자체에서는 대부분의 사회복무요원이 해당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근무한다”며 “직원들에게 따로 부탁한 건 전혀 없고, 되레 아이 성격이 워낙 유순해 직원들에게 ‘혹독하게 대하라’고 당부했다”고 해명했다. 이승화 경남 산청군의회 의원의 아들은 해당 지자체 소속 문화원에서 근무 중이다. 이 의원은 “아들이 ‘문화원에 남자 직원이 거의 없어 힘든 일은 혼자 다 한다’, ‘이럴 바엔 차라리 더 편한 선거관리위원회로 갈 걸 그랬다’는 등 볼멘소리를 한다”면서 “문화원 직원들도 ‘아들이 고생이 많다’고 하지만 내가 (근무지 이전 등) 해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밝혔다. 지자체 고위공직자들은 ‘지역에서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곳이 적어 어쩔 수 없이 사회복무요원인 아들과 함께 근무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요양원이나 병원 등 복지나 보건의료 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관공서만 찾다 보니 ‘한 지붕(같은 청사) 가족’이라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사회복무요원제도를 운영하는 목적은 일차적으로 사회복지 등 사회의 서비스 업무를 돕는 것이고 행정업무 지원은 이차적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피제 대상이 되는 기관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군·구 등 기초단체는 특별시나 광역시 등 광역단체의 소속 행정기관으로 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서울시 고위공직자의 아들이 서울의 한 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라도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광역단체 고위공직자들은 종종 해당 기초단체 부단체장 등으로 옮겨 간다. 기술직 공직자는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가 함께 발령을 내기도 한다. 기초단체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해당 단체에 자식을 사회복무요원으로 보낸 광역단체 고위직 아버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고위공직자 부모와 자녀를 대상으로 상피제를 도입하는 취지인 ‘복무 부실 방지’를 위해서는 상피제 대상을 광역단체까지 넓히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상피제 대상이 되는 공무원 급수를 4급에서 5급으로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병무청 역시 고위공직자가 솔선수범해서 병역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확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상피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은미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4급이라는 기준 자체가 공직 사회에서 볼 땐 합리적이겠지만 5급 이상 공직자라도 직무상 편의를 줄 수 있는 위치라면 이는 공정성이 훼손된 것”이라면서 “급수 제한 없이 상피제를 전체 공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세 번째 수사… ‘親국정원’ 공안2부, 민간인 사찰 의혹 풀까

    세 번째 수사… ‘親국정원’ 공안2부, 민간인 사찰 의혹 풀까

    국가정보원과 함께 대공 수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가 결국 국정원을 겨냥한 칼자루를 뽑아 들게 됐다. 물론 그 칼이 날카롭게 벼려진 칼인지 이빨 빠지고 무뎌진 칼인지는 수사 진행 과정과 결과가 말해 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7일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의혹’ 고발 사건을 공안2부(부장 김신)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정원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2012년 대통령 선거 개입 사건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이어 세 번째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이 국가 정보기관의 안보업무와 관련돼 있다는 점과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된 2002년, 2005년 국정원 도청 사건 수사를 공안2부가 담당했던 점 등을 종합 검토해 사건을 배당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우선 고발인인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고 시민단체가 추가 고발할 내용과 사건을 병합, 검토한 뒤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새정치연합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소프트웨어 수입 중개업체 나나테크 등을 고발했다. 이와 별도로 참여연대 등 8개 시민단체도 국민고발인단을 모집하고 있으며 오는 30일 고발장을 낼 예정이다. 검찰이 밝혀야 할 핵심 의혹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 사찰 여부다. 국정원은 “내국인 사찰은 절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국정원과 이탈리아 해킹팀의 이메일에는 의심할 만한 대목이 곳곳에 있다. 최근 자살한 국정원 임모 과장이 삭제한 해킹 프로그램 자료에 대한 확인도 검찰의 몫이다. 삭제됐던 데이터를 100% 복구했고 내국인 사찰 내용은 없다는 국정원 주장을 검증해야 한다. 또 임 과장이 해당 자료 삭제 권한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데이터가 지워진 경위도 파악해야 한다.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의 자료 요청에 소극적인 상황이라 검찰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력을 동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공안 파트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등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초 공안 검사 사이에선 사건 배당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됐다. “국민들이 국정원과 검찰 공안부를 같은 편으로 보고 있는 마당에 수사를 아무리 잘한들 믿어 주겠냐”는 것이다. 2002년 국정원 휴대전화 도청 의혹을 공안2부가 수사했으나 무혐의 처분했던 것을 2005년 특수1부와 공안2부가 수사팀을 구성해 다시 수사한 전력도 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공·테러 분야를 담당하며 국정원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공안1부가 아닌 정치·선거 사건을 전담하는 공안2부가 사건을 맡은 것도 성역 없는 수사에 대한 검찰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공정성 논란은 수사 진행 내내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안부의 특성상 지휘 라인이 국정원 파견 근무를 경험한 ‘친(親)국정원’ 검사들로 이뤄져 있다는 점은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정부 가계빚 대책] “소득 증대·주거 대책·DTI 강화 등 근본 처방 빠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2일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 대해 소득 증대, 주거 대책,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의 근본적인 처방이 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른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DTI를 비수도권까지 확대하거나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되는 LTV를 상가와 토지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최후 수단으로 금융기관별로 대출 한도를 정하는 가계부채 총량제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도 “DTI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상한선도 현 60%에서 40%까지 내려야 가계부채 총량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 소득 증대 방안”이라며 “소득 요건을 강화해 서민과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은행 문턱이 더 높아졌는데 이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득 증대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왔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조 연구위원은 채무 재조정 절차에 들어갈 때 공공기관 일자리를 알선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금융기관의 재무적 건전성에만 관심을 기울인 반쪽짜리 대책”이라며 “가계부채 해법을 종합적 시각에서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늘고 있는 만큼 다각적인 주거 대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 교수는 “전월세 대책에서 임대주택이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책”이라면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보증금이 오르는 속도가 너무 가파르고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소득 증빙이 어려운 계층을 위해서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대출 지원을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DTI 강화는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라는 견해도 있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고 소득 심사를 까다롭게 한 것은 DTI를 일부 강화한 것”이라며 “한번 완화된 DTI를 다시 일률적으로 강화하면 위험도가 커지기 때문에 직접적인 규제보다 낫다”고 진단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득 심사 요건을 강화한 것은 DTI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복지적 관점에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현장 블로그] 檢 ‘독이 든 성배’ 국정원 수사 손사래

    [현장 블로그] 檢 ‘독이 든 성배’ 국정원 수사 손사래

    “성완종 사건 수사도 끝났고, 휴가도 가서 한숨 돌리고 우리 자체 업무 좀 하나 했는데 돌아가는 게 또 영 불안하네요.” 한 검찰 간부가 털어놓은 푸념입니다. 요즘 검사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화 주제가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의 불법 해킹 의혹입니다. 국정원이 대선을 앞둔 2012년 12월 이탈리아 보안 전문업체 해킹팀으로부터 20개 회선의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 내국인 불법 사찰에 활용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입니다. 물론 국정원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요. 문제의 프로그램은 나라 밖의 대공 혐의자 정보 수집과 해킹 연구에 사용했다고 국정원은 해명했지만 지난 18일 이 임무를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 임모(45)씨가 자살하면서 의혹은 한층 커진 상황입니다. 검찰의 속내는 복잡합니다. 야당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자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번 의혹이 제기된 직후부터 각종 언론보도와 정치권의 공방, 국정원의 해명 등을 빼놓지 않고 모니터링하고 검토·분석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수사의 ‘수’자만 나와도 손사래를 쳐 왔습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에 이어 우리 검찰 조직까지 정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검찰 간부도 “현 단계에서는 수사에 착수할 단서도, 명분도 없다”고 했습니다. 검찰 특수부에서는 “단서가 없는데 어떻게 수사를 하느냐”는 현실론을 제기합니다. 국정원과 여러모로 협업 관계에 있는 공안부는 “국정원의 정상 업무 범위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역성을 드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특수부든 공안부든 혹은 특별수사팀이든 누군가는 ‘독이 든 성배’를 들게 될 공산이 커졌습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전·현직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적 의혹이 쏠린 상황에서 검찰이 이를 무시할 수는 없을 거란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이달 초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 발표로 불거진 ‘정치인 면죄부’ 비난이 아직 식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로서는 새로운 먹구름을 바라보고 있는 셈입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전문성 강화”vs“손실 우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전문성 강화”vs“손실 우려”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내 공사화하기로 가닥을 잡고 12일 구체적인 조직 등 내용을 공개했다. 500조원을 웃도는 거대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고자 해외투자 활성화 등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가입자 대표 중심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하는 내용도 담겼다. 개선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심의위원회가 국민연금정책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연금재정을 책임지는 기구로 격상된다. 현재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민간출신 위원장을 필두로 8명의 민간위원, 당연직 공무원 2명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된다. 가입자대표 및 전문가 등 20인으로 구성된 현재의 조직 구성이 크게 바뀌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국민연금기금 운용체제 개편안을 만든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화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기금운용 수익률을 연평균 1% 높이면 보험료율을 2.5% 포인트 인상하는 것과 비슷한 재정안정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수익률을 끌어올려 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려면 해외 투자를 전략적으로 늘려야 하지만, 현재 기금운용본부는 이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사연은 “기금운용본부를 금융조직체계로 전환하려면 공단과의 분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석한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전문성을 확보하는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국민연금공단에서 예산과 인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해외 투자를 늘리면 위험이 커져 오히려 기금운용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수익률 극대화와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기금운용 지배구조에서 가입자를 배제하겠다는 의도”라면서 “고위험 추구로 연금의 장기 재정안정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원종현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1% 포인트 초과수익 추구 시 변동성은 약 3배, 손실확률은 약 200배 이상 위험이 증가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위험자산에 많이 투자한 세계 주요 연기금의 손실은 20% 안팎에 달했다. 구창우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갈등이 있는 곳엔 달려갑니다”…시민들에게 말 거는 소통 행정

    “갈등이 있는 곳엔 달려갑니다”…시민들에게 말 거는 소통 행정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 7월 1일 취임하면서 ‘오로지 시민행복, 반드시 창조대구’를 시정 비전으로 내걸었다. 권 시장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현장소통시장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일부 비판적인 시각도 있으나 지역별 주요 현안과 관련해 이해 당사자와 대화는 물론 토론을 통해 해결 방안의 모델을 제시해 왔다는 호평이 21일 현재 이어지고 있다. 긍정적인 시각은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나선 게 아니라 해당 지역 국회의원, 기초자치단체장, 지방의원, 시민단체, 이해관계인 등이 함께 참여했다는 데 큰 점수를 주고 있다. 현안 해결 여부를 떠나 시장 면담 욕구에 대한 시민의 응어리 해소, 이를 통해 시정 변화와 혁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점도 성과였다는 것이다. 그동안 추진한 현장소통시장실은 모두 57차례에 이른다. 여기에서 현안 관련 건의 262건을 받는 등의 성과를 이끌어 냈다. 첫 현장소통시장실은 지난해 7월 15일 칠성시장에서 열렸다. 당시 칠성시장은 대형 식자재마트 입점을 두고 상인과 건물주, 식자재마트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시장 주변 곳곳에 식자재마트 입점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고, 대구시와 북구청 등을 상대로 수차례에 걸쳐 마트 입점 불허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건물주는 식자재마트의 경우 허가가 필요 없는 자유업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입점을 막을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평행선을 달리던 상인과 건물주는 현장소통시장실에서 해법을 찾았다. 건물 1층엔 식자재마트 대신 커피숍, 정육점, 베이커리, 슈퍼마켓 등 시장 상권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업종들이 들어서기로 했다. 또 2층 전체는 식당으로 활용된다. 내년부터 대구시는 건물 일부를 임차해 냉동 창고를 만든 뒤 시장상인연합회에 운영을 맡길 예정이다. 또 대기시간이 1~3시간이나 되던 차량등록사업소 서부분소는 지난해 9월 1일 열린 현장소통시장실에서의 건의대로 민원실을 확장했고, 북부민원분소도 추가 개소했다. 대구 4차 순환도로건설로 훼손 위기에 처한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천연기념물 1호) 보존 방안도 현장소통시장실에서 나왔다. 4차 순환도로 안심~지천 구간(23㎞)은 2008년 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에 들어가 2013년 10월 실시설계를 마무리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올 하반기 착공해 2020년쯤에는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도동 측백나무숲 인근 4공구 동구 지묘~둔산동 구간(4.67㎞)을 놓고 도로공사와 주민은 적잖은 마찰을 빚어왔다. 주민들은 공사 구간이 측백나무숲과 너무 인접해 있고, 산악구간 터널화도 반영되지 않아 천연기념물 훼손은 물론 주민 피해가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반면 도로공사는 주민들의 의견대로 하면 400억원 이상의 추가 사업비가 들고, 안전성 확보도 어렵다며 난색을 표해왔다. 이에 따라 권 시장은 지난해 9월 16일 동구 도동 측백나무숲 주차장에서 현장소통시장실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국토교통부에 4공구의 설계 변경을 요청하고, 추가 예산문제도 정치권과 힘을 모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해법을 도출해 냈다. 현장소통시장실의 또 하나의 성과는 대구의 40년 숙원사업인 안심연료단지 이전 작업 추진이다. 권 시장은 현장소통시장실에서 안심연료단지 폐쇄 및 이전문제 해법은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찾겠다고 했다. 또 기존 지구단위계획에 인근 지역을 추가,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연내에 마련하기로 했다. 도시개발사업은 202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 현장소통시장실에서 해결한 것은 ▲상리동 음식물류 폐기물처리시설 악취해소 보완대책 마련 ▲화원동산 관리권 달성군으로 이관 관리주체 일원화 ▲테크노폴리스 내 급행노선 증편 ▲칠곡시장 활성화 사업 지원 ▲고성동 주거환경개선 사업 공영개발 추진 협의 ▲쪽방상담소 인력충원 ▲팔달신시장 쓰레기처리비용 개선 등이 있다. 물론 현장소통시장실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가 현장소통시장실에 참석한 주민 205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설문조사한 결과 86.8%인 178명이 좋았다고 답했다. 또 10.8%인 22명은 보통이라고 대답한 반면 미흡했다는 주민은 2.4%인 5명에 불과했다. 좋았다고 대답한 이유에 대해서는 “시장이 현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주는 유례없는 일로서 그 자체가 감동적이었다”, “시장과 직접 현장에서 대화하고 토론하니 친근감이 든다”, “성의 있는 답변으로 궁금증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현장소통시장실의 계속 운영 여부에 대해서는 96.6%(198명)가 계속 운영하는 게 좋다고 한 반면 3.4%(7명)만이 그만두는 게 좋다고 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대구시민센터는 “시장이 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시민 중심 행정의 모델이다. 혁신적이고 신선하며, 전체 민의를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구참여연대와 대구YMCA도 “현장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도 자체가 좋았다”, “종전 행정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 최고봉이다”고 평가를 하면서도 “정책이 나올 만한 곳, 주제가 있는 곳을 찾아 운영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현장시장실 운영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 내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했다. 권 시장은 “앞으로 민원발생지역이나 취약지역 등을 중심으로 현장소통시장실을 운영할 방침이다. 또 청년 및 예술단체, 택시 및 버스 운전기사, 상인 등 직능단체와 협회 등을 대상으로 테마별로 운영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현안 건의사항에 대해서는 예산과 정책에 반영해 실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씨줄날줄] 눈 뜨고 코 베이는 극장 ‘갑질’/황수정 논설위원

    다가올 삼복더위에 가장 만만한 피서지는 뭐니 뭐니 해도 영화관일 것이다. 1만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진 세상에 극장이야말로 ‘문화 보루’ 같은 곳이다. 그럼에도 번번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곳도 극장이다. 영화 관람이 이제 우리에겐 특별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생활 소재로 밀착됐기 때문이다. 생활공간의 일부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관리의 강도가 따라 높아져야 함은 당연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불공정 거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간판 극장 업체 3곳. 이들이 독과점 수준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따져 보겠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올 초 신고서를 제출한 결과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다음 아고라에 토론 공간을 열어 관객들의 목소리를 모았다. 불공정 거래 혐의가 집중 성토되는 대상은 팝콘과 음료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시중 극장에서 유통되는 큰(라지) 사이즈 기준 팝콘의 원재료 값은 613원. 극장에서 5000원에 팔고 있으니 원재료의 8배로 뻥튀기된 셈이다. 요즘 웬만한 블록버스터는 3D로 만들어지는 현실에서 극장의 3D 안경 끼워 팔기도 문제로 꼽힌다. 3D 영화의 입장권 값은 일반 관람료보다 최고 5000원까지 더 비싸다. 3D 영화니까 제작비가 더 많이 들었겠거니 생각할 뿐 내막을 제대로 아는 관객은 별로 없다. 추가 요금은 전용 안경 값. 관객들은 수거함에 안경을 반납할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3D 안경을 향후 재활용하는 관객에게 극장은 안경 값만큼을 입장료에서 빼줘야 옳다. 따져 보면 얄미운 극장 측의 꼼수는 많다. 공지된 영화 상영 시간이 작품 아닌 광고를 트는 시간을 명시한 것도 엄연한 눈속임이다. 텔레비전처럼 채널을 돌릴 수도 없으니, 관객이 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는 원천 봉쇄되는 것이다. 영화를 가장 많이 보러 가는 주말에 정작 ‘시네마 포인트’를 쓰지 못하게 막아 놓은 것도 멀티플렉스의 일방적 횡포다. 멀티플렉스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그쪽 관계자들은 “팝콘 값은 원재료에 운송보관비, 인건비 등을 반영한 것”이라며 억울해한다. 팝콘 값으로 보전하지 못하면 입장료는 지금의 두 배가 될 거라는 얘기도 한다. 그 자체로는 전혀 엉뚱한 호소는 아니다. 그러나 유효기간을 넘긴 논리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연간 국내 영화 관객 2억명 시대다.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평균 영화 4편을 본다. 멀티플렉스 3곳의 시장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90%를 넘었다. 계열사 투자 영화에 스크린 몰아주기 시비로 가뜩이나 눈총을 받는 극장들이다. 공정위가 방망이를 꺼내 들기 전에 3사가 머리 맞대고 ‘담합’ 아닌 ‘고민’을 해야 할 때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인터넷은행’ 연내 1~2개 시범인가… 기업도 50% 지분 소유

    ‘인터넷은행’ 연내 1~2개 시범인가… 기업도 50% 지분 소유

    삼성·LG 등 재벌을 뺀 일반 기업도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50%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올해 안에 시범 인터넷은행이 1∼2개 탄생한다. 1992년 평화은행(우리은행에 흡수합병) 이후 23년 만에 새 은행이 등장하는 셈이다. 일단은 법 개정 없이 시범인가 형태로 추진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산업자본의 은행자본 소유를 최대 4%로 규제한 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사실상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허무는 것이어서 국회 통과 과정에서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인터넷은행 자체의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이런 내용의 인터넷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만 예금·대출 업무 등을 취급하는 은행이다. 인건비와 점포 유지비 부담 등이 덜한 만큼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 금리 및 각종 수수료 인하 효과 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관건은 누구에게 이런 은행을 허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금융위는 삼성·LG·SK 등 상호출자 제한 대상인 재벌 계열사 1684곳(6월 1일 기준)만 빼고 모든 일반 기업(산업자본)에 최대 50%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인터넷은행’에 한해서다. 다음카카오, 다우(키움증권), 미래에셋 등은 ‘인터넷은행 1호’ 자리를 넘볼 수 있게 됐다. 네이버는 인터넷은행에 관심이 없다. 재벌이 아니더라도 대주주의 사금고화는 차단해야 하는 만큼 관련 규제는 강화했다. 대주주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한도가 일반 은행은 자기자본의 25%까지이지만 인터넷은행은 10%까지만 가능하다.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도 인터넷은행은 사들일 수 없다. 문턱(최저자본금)은 시중은행의 절반인 500억원으로 낮췄다. 이런 조건을 달아 금융위는 연내 1∼2개 인터넷은행을 시범인가할 방침이다. 9월에 일괄 신청을 받은 뒤 10~11월 심사를 거쳐 12월에 예비인가, 내년 상반기에 본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우선은 현행 법 아래서 시범인가를 내주겠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따라서 시범은행에 참여하는 기업은 은행 지분을 4%까지만 가질 수 있다. 나중에 법 개정이 이뤄지면 50%까지 허용이 가능하다. 은산분리 논쟁 소지가 커 정면 돌파보다는 우회 공략 전술로 풀이된다. 시범 인터넷은행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은산분리 완화 반대 주장을 누그러뜨리는 데다 국회에서의 법 개정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는 계산이 엿보인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한 번 예외를 허용하면 순식간에 (산업자본에) 은행 빗장이 열리게 될 것”이라며 ‘반대 투쟁’을 예고했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인터넷은행은 시범사업에서 끝날 공산이 높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이 나온다고 해도 직접적인 부가가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면서 “핀테크의 핵심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참여가 관건인데 은산분리 조항은 국회에 넘겨둔 채 시범인가만 먼저 내주는 것은 성과 보여 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절절포’(규제 완화는 절대 절대 포기 안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의 영업범위는 일반은행과 똑같다. 최대한 ‘먹고살 길’을 열어 줬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지만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인 일반 은행과의 차별화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인터넷은행의 경쟁 상대는 저축은행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들어오면 경쟁이 유발돼 소비자 혜택이 기대된다”면서도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및 저축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온라인 쇼핑몰 등과의 제휴를 통해 특화된 사업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전자상거래에서 출발한 일본의 라쿠텐은행은 고객이 라쿠텐몰에서 결제하면 할인과 포인트 혜택을 준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SKT 요금제 2만 원대로? “실제론 3만원대 요금제” 의혹 제기 터져나와

    ‘SKT 요금제 2만 원대로’ SKT의 새 요금제가 최저 2만 원대로 발표된 가운데 가계 통신비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통신사 간 담합 의혹도 제기됐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9일 성명에서 “월 2만 9900원 음성 무제한 요금제의 경우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실제 지불해야 할 요금은 월 3만 2890원으로 ‘2만원대’라는 말이 무색하다”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일본에는 부가세를 포함해도 한국 돈으로 2만 6000원 수준인 2700엔 요금제가 있다”며 “일본의 국민소득과 소비자 물가를 감안할 때 이동통신 3사의 요금은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300MB에 불과한 기본 제공 데이터와 데이터 추가 구매시 과도한 비용은 불합리하다”며 “기본요금 폐지가 함께 이뤄져야 실질적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이밖에 타사 가입자도 자사 와이파이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와이파이 상호접속 허용, 공공 와이파이 확대, 중저가 단말기 보급 확대 등이 이른 시일 내에 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앞서 이달 14일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저가 상품에서 무선 통화를 무제한 열어놓은 대신에 데이터 제공량을 줄였으므로 실질적인 요금 인하 효과가 없다”고 논평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KT와 LG유플러스의 요금제에 대해 “두 회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비교하면 가격과 데이터 제공량이 비슷해 담합을 의심하게 한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SKT는 최저 2만원대(부가세 제외)의 요금에 유·무선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 이용하면서 필요한 만큼 데이터 사용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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