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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사냥하러 옵서예”

    제주시는 수렵관광철을 맞아 다음달 1일부터 내년 2월까지 4개월간 수렵장을 운영한다고 24일 밝혔다. 수렵장은 한라산국립공원과 해발 600m 이상, 문화재보호구역, 도서지역, 해안선에서 600m 이내 지역, 도로에서 100m 이내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이다. 수렵시간은 일출 후부터 일몰 전까지이며 포획할 수 있는 야생동물의 종류와 수량은 1인 1일 기준으로 수꿩, 까마귀류, 오리류 각 3마리와 멧비둘기 1마리로 제한된다. 다만 참새와 까치는 무제한 포획이 허용된다. 수렵장 사용료는 엽총은 10만∼60만원이며, 공기총은 3만∼12만원이다. 제주시는 외국인과 국내 수렵인들의 편의를 위해서 제주종합경기장 야구장 1층에 있는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제주도지부와 합동으로 통합사무실을 운영하며 이곳에서 수렵면허증을 발급한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미스·외환은행」 차복희(車福姬)양-5분데이트(166)

    「미스·외환은행」 차복희(車福姬)양-5분데이트(166)

    옆사람까지 떠들려 즐겁게 만들어 버리는 다람쥐처럼 귀여운 인상. 거기다 연신 검지손가락 끝을 입술에 갖다대면서 장난스럽게 웃는 버릇이 한층 애티나는 귀여움을 더해주는 아가씨. 외환은행 저축개발부에 근무하는 이번 주 표지 「모델」 차복희양(20)의 얼른 들어오는 인상이다. 하고있는 일은 월남에서 송금되는 돈을 가족들에게 지불한다거나 그밖의 잔 사무를 처리하는 것. 재작년에 서울사대부고를 졸업한 뒤 그해 6월에 외환은행 시험을 봐서 취직했단다. 3남2녀중의 맏딸인데 아버지 차영환(車永煥)씨(49)는 국제대학 경영학과 교수. 주특기는 짐작대로 『웃는 것』이라는 대답. 새하얀 얼굴에 크고 예쁘게 맺힌 쌍꺼풀과 어울려 주위의 시선을 많이 모을것 같다. 사진기 만지기도 무척 좋아해서 행내 촬영대회에서는 준특선과 입선을 한꺼번에 차지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색깔은 검정이나 흰색같은 확실한 것. 어중간한 것은 아주 싫어한다. 「마가레트」꽃이 제일 마음에 들고 육개장이나 매운탕 같은 매운 음식을 즐긴다. 감명 깊었던 시는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 별명은 어릴 때 부터 하도 많을 정도지만 기억에 남는 것으로만은 「참새」「짹짹이」「짤짤이」등. <원(媛)> [선데이서울 72년 1월 9일호 제5권 2호 통권 제 170호]
  • [Seoul In] 어린이용 구정홍보 책자 발간

    성북구(구청장 서찬교) 어린이 교육용 구정홍보 책자인 ‘두근두근 성북여행’을 펴냈다. 부제는 ‘참새가 들려 주는 우리 삶터 이야기’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구청에서 하는 일 등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꾸몄다. 쪽마다 사진과 삽화, 도안 등 비주얼 자료를 충분히 활용했다. 홍보담당관실 920-4300.
  • [열린세상] 베이징올림픽 이후의 동북아 평화/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열린세상] 베이징올림픽 이후의 동북아 평화/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의 향배가 주목된다. 마침 이달 말에는 중국 주석 후진타오의 방한도 예정되어 있다. 조선이 일본에 합병된 것이 1910년 8월이니,100년이 됐다. 베이징올림픽의 의미를 여러 가지로 따져 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중국의 위상이 예전과 달라지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한·일합병 100년과 중국의 부상, 다음 100년, 아니 가까이 다음 10년 아시아의 질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100년 전 대한제국 말기와 비교해 지금의 동아시아는 어떠하며, 환갑을 넘긴 대한민국은 안녕하고, 안녕할 것인가. 제국주의 열강의 아시아침탈이 가속화되던 1880년대, 당시 청의 개화파 지식인이었던 주일 외교관 황준헌이 수신사 김홍집에게 ‘조선책략’을 전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황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국제정세에서 조선의 살길로 ‘친중(親中), 결일(結日), 연미(聯美)’를 제안한다. 전략적 주적은 러시아였다. 당시 제국주의 최강자인 영국은 논외로 하고, 중국과 친하고, 일본과 맺고, 미국과 이은 뒤 조·중·일 3국이 연대해서 주적 러시아를 견제하자는 말이다. 1900년을 전후한 동아시아권에서 아시아주의, 아시아연대론, 조·중·일 ‘삼국공영론’ 등은 상당히 인기있는 화두였다. 일본이 내세웠던 ‘동양평화론’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1905년 러일전쟁시 일본은 조선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내걸었고, 고종을 비롯해 조선의 민초들 역시 러시아에 맞서 일본에 각종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청이 ‘아시아의 환자’ 노릇을 하는 동안, 동아시아를 놓고 벌인 일본과 러시아간의 패권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일본이었다. 상당수 조선의 지식인은 이 러일전쟁을 황백인종간의 인종전쟁으로 파악하였고, 일본은 그러기에 황인종의 현실적 대안이 되기에 충분한 것으로 받아 들였다. 하지만 이토 히로부미 등이 내세운 동양평화론이 결국은 조선의 독립이 아니라 조선의 합병으로 귀결되었을 때 그 동양평화, 아시아연대란 결국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 이데올로기 그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안중근은 유명한 미완의 옥중유고 ‘동양평화론’을 통해 이토류 동양평화론의 허구를 맹렬히 성토하고, 결국 이것이 동양평화의 파괴를 불러 왔음을 웅변한다. 물론 지금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안중근의 논설이 다분히 ‘인종론적’이고, 이토와 일왕을 애써 구분하며, 동학운동을 폄훼하는 등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동양평화론의 행동플랜으로 당시 일본이 차지한 여순항을 조·중·일 3국이 공동관리하고, 공동의 군대를 창설, 공동의 화폐를 발행하는 일종의 ‘동아시아 공동체’를 주창했음은 그 자체로 놀랍게 ‘현대적’이다. 100년 전과 지금이 다름은 자명하다. 우선 대한민국은 대한제국이 아니다. 구한 말과는 달리 남북은 분단되어 있다. 러시아가 한·중·일 공동의 주적도 아니며, 미국은 동아시아의 ‘키다리아저씨’도 아니다. 티베트, 위그르 등 ‘아시아의 화약고’를 안고 있지만, 올림픽 이후 중국이 ‘아시아의 환자’는 아니다. 과거 러, 일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다퉜다면, 지금은 중, 미가 그렇다. 여기에 남북한, 일, 러를 더하면 ‘동양평화’로 가는 방정식이 훨씬 복잡해진다. 이 상황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친미로만 될 일이 아니다. 게다가 남북이 서로 불통이라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자칫 황준헌이 ‘조선책략’에서 경고한 바, 연작처당(燕雀處堂) 곧 ‘집이 불타는 줄도 모르고 처마 밑 참새와 제비가 즐겁게 노는’ 형국일 수도 있다. 올림픽 이후 동아시아는 100년 전 ‘아시아주의’를 훨씬 뛰어넘는 대담한 역사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일본의 극우 군국주의, 한반도의 분단 너머에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소통과 연대를 상상해 본다. 여기에 중국의 시민사회와 새로운 지식인의 출현마저 기대하면 과욕일까.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부고] 민족시인 다르위시 사망

    팔레스타인은 지금 슬픔에 잠겨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대변한 민족시인 마무드 다르위시가 지난 9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67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나빌 아부 르데나 대변인은 “오랫동안 심장질환을 앓아온 다르위시의 병세가 지난 주말 갑자기 악화되어 미국 휴스턴의 한 병원에서 타계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최고의 지성으로 알려진 다르위시는 1960년대부터 시적 이미지가 뚜렷하고 상징이 뛰어난 저항시를 발표해 왔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점령 아래 매일 신분증 제시를 강요받는 상황을 그린 ‘아이덴티티 카드’로 초기부터 주목받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민족투쟁에 관한 상징적 표현을 담은 그의 시는 노래로 만들어져 불리기도 했다. 다르위시는 1941년 팔레스타인의 갈릴리지역 알-비르와에서 태어났다.1948년 이스라엘에 강제 편입된 지역이다. 점령지에서 청년시절을 보낸 그는 일찍부터 민족문제에 눈을 떴다. 이스라엘 공산당에 가입하고 정치투쟁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스라엘 당국의 탄압도 시작됐다. 1971년 레바논으로 망명했다. 이후 튀니지, 이집트, 프랑스, 미국 등지를 전전하며 창작과 정치활동을 계속했다.1988년에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의 팔레스타인 독립선언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3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상 합의에 항의해 PLO에서 탈퇴했다. 그는 21권의 시집을 냈다.‘올리브잎새’(1964년),‘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1966년),‘참새들 갈릴리에서 죽다’(1970년)가 대표적이다.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가 주는 로터스(Lotus)상을 김지하(1975년)에 앞서 1969년 수상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기후변화가 낯선 새를 불렀다

    기후변화가 낯선 새를 불렀다

    지구온난화가 대한민국의 ‘조류(鳥類)지도´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연구원은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2000년 이후 국내에서 69종의 미기록 조류가 새롭게 관찰됐다고 7일 밝혔다. 연구원은 미기록 조류의 관찰 원인을 분석한 결과 ▲태풍 등 기상에 의한 것 48% ▲서식지역 확대에 의한 것 29% ▲지구온난화에 의한 것 16% ▲원인 미상 7% 등인 것으로 확인했다. 또 철새 이동시기인 5월과 10월에 각각 18종과 11종이 관찰된 것으로 나타나 일부 철새들이 지구온난화로 서식지를 북쪽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기록 조류는 소형 참새목이 59%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도요목(18%), 매목(10%), 두견이목(4%), 기러기목(3%) 등의 순이었다. 또 흑산도와 홍도, 가거도, 어청도, 소청도 등 서해안에서 53종(76.8%)이 관찰돼 서해안 지역이 철새 이동에 중요한 지역임이 재확인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관찰 원인 가운데 ‘원인 미상’을 제외한 93%는 지구온난화와 직·간접적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봉화 수해 시신 1구 추가 발견

    지난 24,25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봉화군 일대의 복구작업이 28일에도 계속됐다. 경북도는 복구 작업 3일째인 이날 오전부터 1950여명의 공무원과 봉사단체 회원, 포클레인 127대, 덤프트럭 53대 등 193대의 중·대형 장비를 투입해 복구 작업과 실종자 수색작업을 펼쳤다. 이날 공무원 등 500여명이 투입된 실종자 수색에서 집중호우때 주택 붕괴로 실종됐던 이모(64·여·춘양면 서벽리)씨의 시신이 3일 만에 실종지점에서 700m 떨어진 하류지점에서 발견됐다. 실종자는 춘양면 애당2리 속칭 ‘참새골’에서 실종된 무속인 정모(48·여)씨 등 3명으로 줄었다. 복구작업이 계속되면서 호우 당시 도로 등이 씻겨 내려가 고립됐던 춘양 애당리 일대는 이날부터 사람이 걸어 통행할 수 있게 됐으며, 도로 등의 복구 작업도 계속됐다. 앞서 경북도와 봉화군은 지난 27일 수해 현장을 찾은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신속한 피해복구를 위해 봉화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봉화군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재난지역으로 선정돼 신속히 복구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봉화군은 28일 이번 집중호우로 5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으며, 주택 193동이 파손되거나 침수돼 188가구 37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농경지 627㏊가 침수 또는 매몰·유실됐고, 한우 20마리, 돼지 48마리, 꿀벌 180군 등이 피해를 입어 이날 오전 10시 현재 60억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했다. 도로 101곳, 교량 13곳, 상수도 1곳, 철도 1곳도 파손됐다. 봉화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중부 폭우로 5명 사망·13명 실종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25일 경북 북부지방에 최고 200여㎜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8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전국적으로는 5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실종됐다. 경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봉화지역 강우량이 221.5㎜를 기록하는 등 경북에 평균 76㎜의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낮 12시10분쯤 봉화군 춘양면 의양1리를 지나는 영동선 철길 둑이 무너지면서 둑 아래 집을 덮쳐 우순낭(77), 권영희(54)씨 모녀가 숨졌다. 폭우로 지반이 약해진 철길 둑이 50m 정도 무너지면서 영동선(영주∼강릉) 영주역∼통리역 구간(95㎞)이 전면통제돼 열차가 태백선으로 우회하고 있다. 또 오후 3시30분쯤에는 춘양면 애당리 속칭 참새골 계곡에서 황모(40·서울)씨 등 4명이 실종돼 경찰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 앞서 오후 3시11분쯤 춘양면 서벽리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이모(64)씨의 집을 덮쳐 이씨와 딸(20)이 실종됐다. 기상청은 26일 오전까지 강원 영동지역에 최고 120㎜의 집중호우가 더 내린 후 장맛비는 주춤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은 이날 강원도 삼척에 호우경보를, 강원·충북·경북 지역에는 호우주의보를 내렸다.26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강원 영동 50∼120㎜, 경북 30∼70㎜, 충청·경남 20∼50㎜, 서울·경기·강원 영서·서해5도서 10∼40㎜, 전남북·제주도 5∼30㎜ 등이다. 대전 박승기·서울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남장여인에 홀린 아기엄마

    남장여인에 홀린 아기엄마

    9월7일 경남 진주경찰서엔 한통의 색다른 고소장이 들어와 경찰은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할지 몰라 목하 고민중.1백44명의주민들이 연명날인까지한 이 고소장의 내용은 슬하에 3남1녀를 둔 중년의 유부녀가 연하의 남장여인과 사랑에 빠져 남편과 자식을 팽개치고 가정을 버려두고 있으니 남장여인을 처벌하여 되돌아 오게해 달라는 것. 주민들이 남장여인 고발…증거없고, 처벌법 못찾아 온동네 참새아낙네들의 입에 벌써부터 오르내리고 있는 이 동성애의 주인공은 진주시 신안동 고순길(高順吉)씨(43·가명)의 아내 김선희(金善姬)여인(39·가명)과 떠돌이 남장여인 하점생(河点生·24·가명). 9일 경찰에 불려온 하양은『내가 남장을 하고 있어 남들은 동성연애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전혀 엉뚱한 소리이며 김여인과는 의형제를 맺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고씨는『6월 어느날 자기집 건넌방에서 두여자 남녀사이처럼 부등켜 안고 뒹굴며 교성을 지르는 것을 문틈으로 들여다 보았다』고 맞섰다. 또 하양이 세들었던 평거동3반 남(南)모씨 부부도 이들의 괴상한 정사를 알아채고 쫓아 냈다고 증언하고 있어 경찰은 심증은 가나 명확한 증거가 없는데다가 처벌할 법적근거마저 찾지못해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다. 두 여인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4월 어느날, 김여인이 동네 아낙네들과 어울려 양산통도사에 봄놀이 간 자리에서였다. 하양은 마침 이때 이 마을에 떠돌아 들어와 품팔이를 하던중 장구를 잘 치며 노래도 잘 불러 봄놀이의 흥을 돋구기 위해 한 자리에 끼였던 것. 여기서 김여인이 하양의 장구와 노래솜씨에 반했던지 그뒤 두여인의 사이는 갑자기 가까와져 의형제를 맺었다. 밭일, 농장일, 도로공사장일등 닥치는 대로 날품팔이를 해온 하양이 동네에서 10리나 떨어진 천전국민학교 울타리 공사장에 품팔이를 다닐때의 일이었다고 한다. 두여인이 사귀기 시작한지도 2달째에 접어든 어느날, 김여인의 간청에 못이겨 고씨는 방이 둘뿐인 초가집 건넌방을 하양에게 빌려주는데 동의했다. 남편과 자식 돌보지 않고 며칠밤씩 외박하기 일쑤 고씨가 아내의 행동에 대해 수상한 낌새를 느낀것은 하양이 고씨집에 들어오자마자부터였다. 별일도 없이 매일밤 하양의 방에 밤이 깊도록 있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걸핏하면 건넌방에서 신음소리가나고 그러면 부리나케 아내가 달려가 밤이새도록 돌아오지 않는게 아내가 무엇이라 변명해도 이해할수 없었다. 그러던중 어느날 한밤중 잠결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에 문틈으로 하양의 방을 들여다 보았더니 망측한 짓이 벌어지고 있더라는 것. 그래도 못본체하고만 있다가 하양을 쫓아 내기로 결심한 것은 며칠뒤의 일. 공교롭게도 하양과 고씨가 함께 배탈이 났는데, 아내는 하양만을 손수레에 싣고 병원으로 데려갔다가 돌아오면서 자신에게는 약한봉지 사다주지않더라는 것. 그래서 아내가 여우에 홀렸다고 믿지않을래야 믿지 않을 수 없더라는 것이다. 고씨집에서 쫓겨난 하양은 평거동과 신안동의 이집 저집으로 옮겨 다녔고, 김여인은 하양을 따라, 다니며 마치 남편 대하듯 밥도 지어주고 빨래도 해주며 온갖 정성을 다했다. 남편과 3남1녀의 자식들은 거의 돌보지 않고 하양에게 달려가기가 일쑤였다. 이렇게 아내의 외도(?)가 잦아지자 집안이 엉망이 된것은 뻔한 일. 어머니를 잃다시피한 자식들 걱정, 꼴이 아닌 집안살림에 울화통이 터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같은 여자에게 미쳐 대장부인 남편을 마다한 아내와 아내를 홀려간 하양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그래도 아이들과 집안일을 생각하여 아내와 하양을 만날때마다 아내가 제발 가정에 돌아오도록 애원했으나 아내의 나들이는 더욱 잦아져 낮이고 밤이고 불쑥 나갔다가 밤늦게나 새벽에 들어와 또 말없이 나가 버린다는 것. 때로는 며칠밤씩을 집에 돌아오지 않기가 예사라고 한다. “내 처 찾아내라” 남편 격분「정부(情夫)」아닌「정녀(情女)」와 난투도 한번은 나들이 차림을 하는 아내에게『어디 가느냐?』고 묻자『친정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기별이 와서 간다』고 대답하길래 억지로 친정인 하동까지 따라가 보았더니 장모는 위독하기는 커녕 쟁쟁하기만 하더라고. 그래도 고씨는 이 창피한 일을 사직당국에 호소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나 8월23일 마침내 그럴수만은 없게하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이날 어느 선술집에서 하양을 만난 고씨가 며칠째 집을 돌아오지 않는 아내의 행방을 따져 물었다. 『당신 부인이 어디갔는지 어떻게 내가 아느냐』고 시치미를 딱 잡아 떼는 하양을 격분끝에 술집밖으로 끌고 나와『내처를 찾아내라』며「택시」에 태우려다 주먹다짐이 벌어지고 만것. 이 싸움끝에 고씨도 머리가 깨져 피투성이가 됐지만, 아무리 남장여인 이지만 분노한 남자를 어떻게 당하랴 하양도 심하게 다쳐 중안동 어느 병원에 입원했다. 이 사건으로 하양이 전치2주의 진단서를 떼어 고씨를 걸어 폭행죄로 고소하자 고씨도 하양을 처벌해 달라고 고소한 것. 하양과 싸운뒤 고씨는 이웃의 귀뜀으로 본성동 성내여인숙에 있는 아내를 큰 아들(17)을 시켜 집에 데려왔으나, 김여인은 이튿날 새벽 또 집을 뛰쳐나가 영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아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고씨는 부모때부터 지금의 초가집에서 살아왔다. 20여년전 이웃마을에서 식모살이 하던 김여인과 결혼 3남(17살, 12살, 10살) 1녀(15)를 낳아 넉넉잖은 살림살이지만 그런대로 단란한 가정을 꾸려왔었다. 15년동안 말단공무원으로 근속해온 고씨는 그동안 모범공무원으로 내무부장관의 표창등 많은 표창도 받았으나 아내가 집을 뛰쳐나간뒤부터는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하양은 사천군 서포면이 고향. 아버지는 아직 고향에 살아있으나 어머니는 6살때 잃었다. 하나뿐인 언니(38)는 출가하고 없어 생활고로 2년전에 가출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진주(晋州)=김용기(金容基)기자> [선데이서울 71년 9월 19일호 제4권 37호 통권 제 154호]
  • “사랑해”에 죽음 부른 10대의 체면

    “사랑해”에 죽음 부른 10대의 체면

    속이고 속은 사춘기의 사랑이 끝내 끔찍한 살인극을 빚고 말았다. 젊은이들의 철없는 불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절실했던 사랑이었다. 불우한 직업 소년 소녀가 너무나 목마르게 사랑을 구하던 끝에 거물급정치인의 아들로, 또는 고등학교학생으로 둔갑해버린 6개월동안의 사랑의 전말. 분수 어긴「데이트」즐기며 서로 정체 밝히기를 꺼려 8월 20일 하오 4시쯤 강원도 춘성군 서면 덕두원리 삼악산 흥국사계곡에서 있었던 일. 아랫마을에 사는 성창운씨(成昌運)(30)가 이곳을 지나다 소녀의 비명소리를 듣고 계곡으로 달려갔다. 한 소년이 돌을 집어 들고 가지않으면 쳐죽이겠다면서 미치광이처럼 덤벼들었다. 할 수 없이 도망쳐 내려온 성씨의 신고로 파출소 순경과 주민들이 달려갔다. 계곡에는 아랫도리가 벗겨진 소녀가 얼굴은 돌에 맞아 짓이겨진채 죽어 있었고, 그 옆에 피투성이가 된 소년이 극약을 먹고 쓰러져 있었다. 원고지에 적힌 소녀의 시가 낙엽처럼 흩어진 가운데서. 구두닦이소년 김재만군(金在萬)(18·가명)과 통근「버스」차장 김실혜(金實惠)양(17·가명)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월 15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로타리」에서 구두닦이를 하던 김군은 이날 저녁 모처럼 일을 일찍 끝낸뒤 말끔히 목욕을 하고 다정한 차림으로 N극장에 갔다. 상영중인 영화는『두아들』. 천애의 고아인 김군은 화면의 형제들의 기구한 어린시절이 마치 제 일처럼 느껴져 저도 모르는 사이에 흐느꼈다. 다정한 손길이 김군의 어깨를 흔들었다. 옆에 앉은 예쁜소녀가 하얀 손수건을 내밀었다. 『첫눈에 반해버렸어요. 인정이란 모르고 살아오다 난생처음 따뜻한 정을 느꼈어요』이렇게 하여 시작된 사랑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몰려나오는 인파사이에 낀 이들은 어느새 손을 꼭 마주잡은 다정한 애인들이 되어 있었다. 가슴이 뛰어 아무 이야기도 주고 받지 못했다. 그날밤은 서로 이름조차 물어보지 못하고 헤어졌다.『다음 일요일에 다시 만나자』는 간곡한 약속만 남기고. 안타깝게 더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김군의 가슴속에서는 소녀의 모습이「구원의 여인상」으로 자리를 굳혀갔다. 두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해서든지 소녀를 잡아두고 싶다는 일념으로 그의 가슴은 가득했다. 너무나 불우한 자신의 처지를 알면 소녀는 달아난 버리라는 불안이 자꾸 고개를 쳐 드는 것이었다. 소녀의 가슴속도 역시 마찬가지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극장안에서 처음 만난후 버젓하게 정객 아들 행세 소년과 소녀는 약속이나 한 듯 서로 거짓말을 했다. 소년은 M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했다. 학교에서는 대의원으로 뽑혔다고 은근히 자랑했다. 이에 대해 소녀는 J여고 1학년이며 장차 여류시인이 되는게 소원이라고 자기 소개를 했다. 「데이트」가 잦아짐에 따라 김군의 거짓말도 날개 돋친듯 비약해 갔다. 아버지는 정계의 거물 K씨라고 했다. 『평소 그분을 너무나 존경했기 떄문에 얼떨떨한 김에 그런말이 튀어 나오고 말았지요. 거짓말을 한 이상 끝까지 속이는 수밖에 없었읍니다』그래서 그럴듯한 연극까지 했다. 다과점에서「데이트」를 할 때는 집에 전화걸기가 일쑤였다. 번호를 5단위까지만 돌리고는『x비서요, 나 재만인데 아버지 들어 오셨어요. 오시거든 돈 2만원만 받아놨다 줘요. 내가 꼭 필요하니』하고 수화기를 놓고는 의기양양하게 자리에 돌아오곤했다. 김양이 남긴 일기장에 의하면 이때 소녀의 꿈은 마냥 부풀었으나 불안한 꿈이었다. 대정객의 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자부와 이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자신의 처지를 숨겨놓은 불안 때문에 참새같이 좁은 가슴은 터질 듯 했다. 대정객의 아들로 둔갑한 구두닦이 소년은 피땀흘려 한푼 두푼 모아뒀던 돈을 아까운줄 모르고 마구 써댔다. 「크라운」승용차를 세내어 도봉산, 의정부 등지로 타고 다니며『아버지가 사준 내차』라고 뽐내기도 했다. 거짓 놀음 괴로와 하다가 “헤어지자”에 “차라리 죽자” 이렇게 즐거운 세월속에서 5월의 어느날 밤, 두 젊은 남녀는 안양의 어떤 여관방에서 기어이 금단의 사과를 따버리고 말았다.『이젠 김양은 영원한 내차지』라는 김군의 속셈이었다. 이제까지의 모든 거짓을 털어 놓았다.『너를 내것으로 만들기 위한 부득이한 수단이었으니 용서하라』고 고백했다. 고히 간직해온 소녀의 꿈이 산사태처럼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거짓도 고백해버릴 용기는 나지 않았다. 소녀의 철없는 자존심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납품팔이를 하는 김모씨(47)의 7남매중 세째딸인 김양은 겨우 야간중학을 졸업하고 지난해 가을 귀엽게 생긴 얼굴하나를 밑천으로 안양에 있는 모회사 통근「버스」안내원으로 취직했던 것. 그래서 대정객의 귀염동이 아들보다 구두닦이 소년을 마음 놓고 더 사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소박한 꿈도 곧 깨지고 말았다. 김군이 함께 부산으로 도망쳐『나는 구두닦이를 하고 너는 가정교사를 하면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졸라대기 시작한 것이다. 고등학교 문턱에도 못가본 자기더러 어떻게 가정교사노릇을 하란 말인가? 딱한 일이었다. 김양의 속셈을 헤아릴길 없는 김군은『구두닦이라니까 싹돌아 섰구나』하는 자격지심까지 겹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강제정사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번만 만나고 깨끗하게 헤어지자』면서 마지막「데이트」를 한게 지난 달 20일. 농약 1봉지를 사 주머니속에 감춘 김군은「택시」를 대절, 김양을 데리고 춘천으로 달렸다. 등선폭포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삼악산 흥국사 계곡에 들어가 사온「캔」맥주를 마셨다. 얼근하게 취한 김군이 마지막 한번을 요구했다.『깨끗하게 헤어지자』고 김양이 거절했을 때는 김군은 이미 성한 사람이 아니었다. 9월 8일 살인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군은 아직도 김양이 가짜 여고생이었는 줄을 까맣게 모른채였다. 춘천(春川)=김선중(金瑄中)기자 [선데이서울 71년 9월 19일호 제4권 37호 통권 제 154호]
  • “아웅산 수치 여사를 풀어줘라”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63) 여사가 19일 강요된 침묵 속에 생일을 맞았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측근들과 해외 망명단체를 중심으로 여사에 대한 석방 촉구와 안녕을 비는 편지 보내기 등 지구촌의 수백만명이 행사를 펼쳤다고 보도했다.AP는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주의동맹(NLD)의 한 당원이 사원을 찾아가 그녀의 부친 아웅산 장군 무덤에 새로운 날을 축원하는 뜻으로 노란 국화 64송이를 바쳤다고 덧붙였다. 망명단체가 운영하는 ‘버마(미얀마의 옛 국명)를 구출하라(Save Burma)’는 여사가 전화도 이용하지 못하고 들어오는 편지 한 통도 검열받는 등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상태로, 방문객이라고는 정기 건강검진을 위한 의료진뿐이라고 밝혔다. AFP는 이날 여사가 갇힌 바닷가 자택을 찾아갔다가 경찰관들에게 쫓겨 NLD 당사로 이동했던 시민 7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연금을 해제하라. 사이클론에서 생존한 것마저 고통이다.”고 외쳤다. 당사 앞에 모인 100여명은 여사 석방을 빌며 참새 63마리를 하늘로 날려 보냈다. 탄 슈웨(75) 국가평화개발위원장이 이끄는 군부는 지난달 초 나라를 할퀴고 지나간 사이클론 나르기스 대참사로 불거진 국제사회 압력이 몰고 올 파장 때문에 연금해제를 겁내고 있다.지난해 9월 말 민주화 시위 때 찾아온 승려들에게 수치 여사가 집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눈물을 비쳐 한 달 넘도록 불길이 번진 일도 군부에는 떠올리기 싫은 악몽으로 남았다. 1988년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여사는 이듬해부터 19년 가운데 12년 7개월(238일) 연금에 묶였다. 군부는 법률에 가택연금 최대 연수로 규정한 5년을 지나 2003년 5월부터 내리 6년 넘도록 풀지 않았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수해 제로’

    ‘수해 제로’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지난 28일 노량진 1구역. 동작구 김경규 부구청장은 터파기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 “빗물에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급경사 지역에 덮개를 씌워 작업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흙탕물이 혹시나 주택가로 유입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상도4동 ‘1동1마을 공원’ 공사 현장에선 흙과 모래를 걸러내는 ‘침사조’의 확대와 배수로 정비를 요청했다. 김 부구청장과 동작구 간부진은 이날 건설 현장 4곳을 방문해 안전 시설을 점검했다. 이번 합동 순찰에서 공사장 주변의 지반 침하와 균열, 위험 절개지의 토사 유출, 축대 담장·옹벽 등의 균열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동작구가 장마철을 앞두고 ‘수해 제로(0)’에 도전한다. 29일 동작구에 따르면 오는 10월15일까지 5개월간을 수방 관련 재해예방 기간으로 정하고,7개반 54명으로 구성된 재난안전 대책본부를 가동한다. 우선 사고 다발 지역을 중심으로 안전 예방에 나선다. 상도동 성대시장 주변의 침수방지 공사 등 수방 관련 공사 13건을 장마철 전에 완료하기로 했다. 또 흑석·노량진·대방·신대방 빗물펌프장의 운영 상태를 확인하고,2143곳의 저지대 주택도 수시로 점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상습 침수 위험지역으로 알려진 대방천(상도동 성대시장∼대방동 참새어린이공원)에 총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0년까지 정비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올해 실시 설계를 마무리하고 폭 3.5m, 높이 2m 규모의 하천박스를 설치한다. 아울러 29㎞ 길이의 ‘하수관거’(큰 하수도관)와 2만 1132개의 빗물받이에 대해서도 준설작업을 실시해 다음달 이전에 모두 끝낼 예정이다. 수방피해를 막기 위한 주민 홍보에도 열심이다. 홍보물과 옥외 전광판,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수해 안전대책을 알린다. 수방시설물(펌프장·수동문)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다음달 15일부터 10월15일까지 수요일마다 노량진펌프장 체험기회를 마련했다. 또 복구비를 실질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풍수해 보험 가입도 추천할 방침이다. 풍수해 보험은 정부와 구청이 전체 보험료의 61∼68%를 지원한다. 자연 재해로 주택이나 온실, 축사 등이 피해를 보면 피해액의 최고 90%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장마철 보건·위생 관리를 위해 재래시장과 집단 급식소 등 203곳에 식중독 예방을 점검한다. 김우중 구청장은 “올 여름도 국지성 집중호우가 많다고 예보된 만큼 취약 지역에 대한 집중 감시를 실시간으로 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해가 단 한 건도 없는 동작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큰 부자는 德에서 나온다

    큰 부자는 德에서 나온다

    중국 화베이(華北)지방 산시성(山西省)의 핑야오구청(平遙古城)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곽도시이다. 명·청 시대의 상점거리가 남아 있는데, 현대적인 은행의 할아버지뻘로 1823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표호(票號) 일승창(日昇昌)도 여기 있다. 오늘날 은행의 3대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예금·대출·환업무를 모두 취급한 표호를 만든 사람들이 바로 진상(晉商)이다. 표호는 고객의 돈을 받은 다음 법적으로 보호도 받을 수 없는 환어음만 한 장 써주었다. 그 어음이 다시 돈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을 것인지는 오로지 표호의 신용에 달려 있었는데, 진상은 ‘의(義)로서 이(利)를 제약한다.’는 원칙으로 수백년 동안 신용을 지켜와 표호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고 한다. ●속임수 쓰지않는 신용제일주의 실천 ‘중국 거상에게 배우는 부의 전략’(량샤오민 지음, 서아담 옮김, 김영사 펴냄)은 중국의 10대 상방(商幇) 가운데서도 으뜸이라는 산시성 진상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지은이는 베이징대학 교수 출신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로 경제이론을 엮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대중친화적 경제학자이다. 진상의 역사는 춘추시대(BC8∼BC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晉)나라에 계연(計然)이라는 상인이 있었는데, 장사를 하여 큰 돈을 벌었고 ‘재산을 모으는 이치(積著之理)’라는 상업이론을 세웠다는 사람이다. 진나라는 현재의 산시성이고, 계연은 진상의 원조가 되는 셈이다. 진상은 대량의 소금, 곡물, 비단, 철기를 비롯하여 일용잡화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분야가 거의 없었다. 또 러시아 및 몽골과의 차 무역으로도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참새가 있는 곳에 산시 사람들이 있다.’는 중국 속담은 바로 진상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음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밀가루 1근 팔면서 실제 1근 2냥 줘 진상이 다른 상인 조직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시대적인 조건에 맞는 효과적인 제도를 창안해 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승창은 주식제도를 시행했는데, 출자금 3만냥에 한 주는 1만냥으로 모두 30주가 있었으며 공로주도 30주가 있었다. 여기에 진상의 엄격히 제도화된 내부 관리나 운영방식 역시 현대 서양의 선진기법에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진상이 시행했던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현대기업들도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진상은 ‘작은 부자는 머리에 의존하고, 큰 부자는 덕에 의지한다.’는 말을 증명이라고 하듯 속임수를 쓰지 않는 상업윤리를 실천했다. ●학교 건립… 가난한 사람엔 구원의 손길 치아오지아다위엔(僑家大院)이라는 대저택을 남긴 교씨의 가게는 주변 가게들이 대부분 저울을 속이는 데도 밀가루 1근을 팔면서 실제로는 1근 2냥을 주었다. 교씨는 다른 가게 주인들로부터 바보라고 놀림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소비자들은 교씨의 가게에서만 밀가루를 샀고, 다른 가게들은 문을 닫아야 했다. 잔머리를 굴리면 잔돈푼은 벌 수 있을지 몰라도 큰 돈은 벌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달았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렇게 부자가 된 진상은 결코 인색하게 굴지 않았고, 사회적인 책임감이 있었다.”면서 “백성의 고통에도 관심을 가져 길을 닦고, 다리를 놓고, 학교를 세우고, 가난한 사람을 구제했으며 위험과 재난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 달려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으니 오늘날의 졸부들은 부끄러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고 있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서울시, 생태계 교란 외래종 제거

    서울시는 삼성 에버랜드와 함께 27일 강동구 고덕동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번지고 있는 ‘생태계 교란 외래식물’ 제거 행사를 갖는다. 시와 에버랜드 직원, 생태보전시민모임 회원 등 60여명이 생태경관보전지역 내에 서식 중인 돼지풀과 서양등골나물, 환삼덩굴 등 토종 생물의 생육을 방해하는 식물들을 제거한다. 밤섬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도 외래식물 제거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식물들은 여름 전인 5월 말이 뿌리째 뽑아 제거하기에 적합한 시기”라면서 “시민들도 주위에서 해당 식물을 보면 자발적으로 제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 외래 동식물은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파랑볼우럭, 큰입배스,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무,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등 10여종이다. 이들은 토종 동식물의 서식을 위협하거나 파괴해 방사나 사육, 무단이식 등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비둘기 조심”…서울시 ‘AI 행동요령’ 발표

    ‘비둘기가 손이나 몸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12일 서울시가 발표한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따른 ‘시민행동요령’에 따르면 가장 위험한 행동은 AI에 감염된 조류를 손 등으로 만지는 것이다.AI는 공기, 물 등으로도 전파되지만 접촉에 의한 감염이 가장 흔하기 때문이다. 공기 감염의 경우는 사람이 감염된 조류의 바로 옆에 있어도 거의 감염되지 않을 정도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비둘기나 참새 등이 AI에 감염된 사례가 없지만, 조류를 손으로 만지는 등 접촉은 금물이다.”고 말했다. ●모이 주면서 손으로 만지는건 금물 집에서 키우고 있는 애완용 조류는 AI에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AI는 철저하게 감염 조류에 노출될 경우에만 전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완용 조류를 가까운 가축병원 등에서 예방 검진을 해보는 것은 괜찮지만 섣불리 집 밖으로 버리는 행동은 불필요하고, 또 오해를 살 수 있다. ●애완용 조류는 거의 감염 안돼 일부 시민들은 동물원 방문도 기피하고 있으나, 동물원 사육동물이 AI에 노출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동물원에서는 사육사들이 수시로 돌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인 AI는 열이 굉장히 약하다. 따라서 감염된 닭이라고 해도 불에 조리를 해먹으면 전혀 문제가 없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서울은 지금 ‘鳥심鳥심’

    서울은 지금 ‘鳥심鳥심’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서울 송파구 문정·장지지구로까지 확산돼 서울시가 시내 전역의 가금류를 거둬들여 땅에 묻었지만 시민들의 ‘AI 공포’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내 구청, 동사무소 등에는 집에서 키우는 잉꼬나 동네 비둘기를 처리해 달라는 민원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12일 오전 9시35분쯤 광진구 중곡동 한 주택 옥상에 비둘기 1마리가 움츠린 채 꼼짝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이웃 주민 원모(18)양이 구청 비상대책반에 신고했다. 구청 방역반은 비둘기 사체 주변에 소독약을 뿌린 뒤 집게로 사체를 봉투에 넣고, 다시 한 번 주변을 소독했다. 원양은 “전에는 동네 골목길이나 건물 옥상에 비둘기가 많아도 별 관심이 없었으나 지금은 매우 불결하고 위험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광진구청에는 20∼30분 간격으로 중곡동의 또 다른 주택가에서 참새 1마리가 신고됐고, 능동 도로변에서도 비둘기 2마리 사체가 신고됐다. 주민 박모(40)씨는 “전에는 비둘기 사체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는데, 지금은 절대 손을 대지 않고 신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6일 동안 광진구청에는 총 45건의 방역 민원이 접수됐다. 한국수의과학검역원은 12일까지 10만건 이상의 AI정밀분석 의뢰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주위에서 죽은 새를 무조건 신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약으로 죽은 야생조류까지 검사의뢰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검역원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의뢰가 들어오면 모두 다 검사를 한다.”면서 “시민들이 자신의 애완조류를 어떻게 처분하느냐고 문의가 오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황금연휴는 ‘공포연휴’로 막을 내렸다. 이모(50)씨는 이날 손자를 데리고 석촌호수에 갔다가 유유히 호수를 헤엄치는 오리 10여마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곧바로 손자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김씨는 “언론에서는 모두 살처분했다고 하는데 왜 아직 오리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촌호수공원 측은 지난 8일부터 오리 살처분에 나섰지만 아직 모든 오리를 잡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과천 서울대공원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도 한산했다. 서울대공원은 조류 중 홍학만 바리케이드 뒤에서 시민들이 바라보도록 했다. 지난 11일 3만 6000여명이던 관람객은 12일 5000여명에 그쳤다. 휴일이면 5만명 이상이 찾는 어린이대공원 역시 1만여명만 찾아 한산했다. 한편 서울시는 문정·장지지구 내에 불법 사육농가의 실태 파악과 관리에 소홀했던 송파구에 대해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영원한 YMCA맨’ 전택부 선생이 말하는 스승 스코필드 박사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영원한 YMCA맨’ 전택부 선생이 말하는 스승 스코필드 박사

    ‘아, 스코필드 박사님/호랑이 할아버지 사모합니다./병상에 누워계실 때 찾아가 문안 드리면 ‘난 호랑이가 아니요, 고양이요’/임종이 가까워져서 찾아가 문안드리면/‘난 고양이가 아니요, 참새요.’하며 눈시울을 적시던 호랑이 할아버지, 지금도 할아버지를 사모합니다.’ 올해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가 38년 전에 떠난 스승을 그리워하며 쓴 추모시 중 일부이다. 스코필드 박사는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Frank W.Schofield)로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서 의료, 선교, 독립운동 보도 등의 활동을 한 영국 출생의 캐나다인이다. 한국의 3·1운동을 적극 지지해 ‘34번째 민족대표’로 불렸고,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지난달 10일, 주한 캐나다대사관 1층 로비에서 스코필드 박사를 기리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스코필드 박사가 1970년 4월12일 81세로 세상을 떠날 때 그의 임종을 끝까지 지켜봤던 오리 전택부(93) 선생은 이날 행사장에서 ‘호랑이 할아버지, 영원히 사랑합니다’라고 다시 한번 읊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이날은 또 ‘호랑이 스코필드 동우회’(회장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발족식도 함께 열려 캐나다 대사관 신축건물 1층을 ‘스코필드 홀’로 명명했다. 행사에는 데이비드 피터슨 캐나다 토론토대 총장, 김국주 광복회 회장, 김한중 연세대 총장 등의 인사가 참석했다.‘호랑이 스코필드’는 한국명 ‘석호필(石虎弼)’의 ‘호(虎)’와 그의 강직한 성품을 기리는 뜻에서 이름 지었다. ‘영원한 YMCA맨’으로 불리는 오리 전택부 선생. 그는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두 사람이 있다. 스승 스코필드 박사와의 각별한 사제지간의 정이 그 첫번째. 그리고 ‘스승의 은혜’의 노랫말을 지은 아동문학가 강소천이다. 소천과는 한 고향에서 태어나 학교를 같이 다녔다. 함흥 영생고보 시절, 소천은 일본인 교사의 조선학생 차별대우에 항의해 동맹휴학을 주동했다가 퇴학당한 친구 오리 전택부를 통해 항일사상을 길렀다. 둘은 6·25전쟁으로 헤어졌다가 휴전 직후 서울에서 다시 만났는데, 오리는 기독교계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잡지 ‘새벗’의 주간으로 있었다.1955년 오리가 ‘사상계’로 옮길 때 소천을 새벗의 주간으로 추천할 정도로 절친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에서 노년을 보내는 오리를 만났다. 그의 아호는 ‘전택부’의 오리 ‘부(鳧)’에서 따왔다. 어린 시절 오리의 부모가 귀엽다는 이유로 “오리야, 오리야!”라고도 불렀다. 한자로는 ‘나의 동리’라는 뜻에서 ‘오리(吾里)’로 적는다. 그의 집에 들어서자, 맨 먼저 벽에 걸린 김동리 선생의 친필 ‘낙도안덕(樂道安德)’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궁금해 하자 오리는 “1975년 YMCA총무를 퇴임하면서 ‘무슨 재미로 사나’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했을 때 동리가 축사한 뒤 직접 써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코필드 박사는 우리보다 더 우리 민족을 사랑하고 아꼈다며 스승을 회상했다. “2001년 4월20일, 주한 캐나다 대사관 주최로 스코필드 박사의 유품 전시회가 있었지요. 이때 보관해왔던 유서원문과 유품을 기증했습니다. 나더러 조사(弔詞)를 하라고 하기에 (앞에 언급된)‘호랑이 할아버지 사모합니다.’라고 읊었더니 그걸 전시장에 액자를 만들어 내걸더군요.” 스코필드 박사와의 인연은 오리가 서울YMCA총무를 맡았을 때였다. 당시 전택보 YMCA 이사장이 빈털터리나 다름없는데다 소아마비로 다리까지 불편해 절뚝거리는 스코필드 박사에게 승용차를 선뜻 선물했다. 이때 스코필드 박사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 YMCA를 왕래했고 오리는 그를 스승으로 모셨다. ▶3·1운동 때 스코필드 박사는 어떤 역할을 했나요. “그 분이 1916년 선교사로 한국에 왔다가 3·1만세 때 죽거나 다친 많은 시민들을 위해 구호활동에 앞장섰습니다. 당시에는 세브란스병원 의과대학 교수였지요. 특히 경기도 화성군 제암리 사건 때 일본의 만행을 세상에 폭로했지요. 오늘 새로 밝힐 것도 있습니다. 그해 4월15일 3·1운동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 병사들이 제암리 외에 화성군 수촌마을까지 급습했습니다. 교회당과 집집마다 사람을 가둬놓고 불을 질렀지요. 무차별 총질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와 불도 못 끄고 마을의 42가구 중 40가구의 식구들이 대부분 불에 타 죽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스코필드 박사는 자전거로 수촌마을을 오고가며 부상자들을 치료했지요. 이로 인해 스코필드 박사는 국외로 추방됐는데 ‘끌 수 없는 불꽃’이란 책을 써서 한민족의 의거를 세계만방에 알렸지요. 광복 이후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서 훈장을 받았습니다.” 오리는 이같은 스코필드 박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1976년 4월19일 수촌마을에 3·1운동 기념비를 세웠다. 이때 직접 비문을 지었다.‘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인생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하더니, 여기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와 의좋게 오래 살며, 길이 길이 낙원을 이루리라.’ ▶스코필드 박사는 동물도 무척 아꼈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하루는 침통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기에 까닭을 물었더니 ‘내 동생이 죽었어.’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캐나다에서 동생소식이 왔나요?’라고 다시 물었더니 ‘아니야, 내 동생이 창경원에 있잖아. 창경원에 문제 많아요, 그래서 내 동생이 죽었어.’라고 해요. 그날 아침 신문에 호랑이 한 마리가 죽었다는 신문을 보고 슬퍼했던 것입니다.” ▶유서에는 무엇이 담겨 있었나요. “모 고아원에 돈 얼마 주고,YMCA에는 얼마 주고, 누구누구에게는 얼마를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갑을 열어봤더니 미화로 2500달러밖에 없었는데 주라는 돈은 4000달러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돈을 더 보태 유서대로 했지요. 평생 가난하게 살면서도 그 분은 많은 학생들과 고아들에게 돈을 주면서 ‘돈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라고 하셨지요.” 스코필드 박사는 월남 이상재 선생을 무척 존경했다고 한다. 그리고 캐나다 출신 선교사 게일(G.S.Gale·연동교회 창설자)과 에비슨(O.R.Avison·세브란스의전 창설자) 등이 토론토대학의 선배이자 한국 YMCA창설자였기 때문에 오리에게 YMCA회관 재건에 쓰라며 30달러,50달러씩 돈을 자주 주었다고 한다. “돌아가실 때까지 그분은 서울대 관사에서 혼자 사셨지요. 자식 얘기가 나오면 ‘한국에 아들과 딸들이 많이 있잖아요.’라고 했습니다. 연금과 지지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여생을 보냈지만 1년 내내 옷 한 벌 사 입지 않고 그 돈을 모았다가 불우 이웃을 위해 썼습니다.” 오리는 스코필드 박사의 유지를 제대로 받들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몇번 되뇌었다. 오리는 서울에서 살다가 두 달 전에 도곡리로 이사를 왔다. 서울여대 교수로 있는 아들이 새로 집을 지어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는 것. 오리는 “아들이 어릴 적 우리 고향집처럼 지었어.”라면서 “나는 일제때 공산주의자였지…, 문익환, 장준하 등도 다 내 친구이고 후배였는데 먼저 갔어.”라고 덧없는 세월을 잠시 떠올린다. 그는 최근 ‘에세이문학’ 봄호에 자신의 마지막 글 ‘상사화의 비밀’이라는 수필을 썼다고 했다.100세까지 건강하게 사시라고 하자 “(인심)쓰는 김에 넉넉하게 200살로 하면 안 되겠나.”며 웃는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마당까지 배웅나온 오리는 “참, 스승의 날이라고 했지, 독립운동가였던 여천 이용설(1895∼1993) 선생 있잖아. 그분도 스코필드 박사를 스승으로 무척 존경했다고 꼭 좀 써줘.3·1운동으로 일본 경찰에 쫓길 때 스코필드 박사가 많이 도와주셨거든.”이라고 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누드 브리핑] 서초구에 주부모니터 경계령

    구정 감시에 주부들이 한몫하면서 ‘주부경계령’이란 말도 들린다고 하네요. 곧은 성격의 이호조 성동구청장이 배꼽 때문에 난감한 처지가 된 사연이 궁금합니다.●주부 240명이 물가 등 감시 “서초에 가면 주부를 조심하라.” 서초구가 구정의 각 부문에 지역의 주부를 중심으로 한 구정감시단을 운영하면서 공무원들 사이에 이런 ‘농반진반의 괴담’이 돈다고 합니다. 서초에서는 소비자 물가부터 불법 쓰레기투기, 불친절 공무원 등에 대한 감시에 주부모니터 요원 200명이 활동하고 있는데요.8일부터는 마을버스 문제를 감시할 주부 40명이 추가로 투입된다고 합니다. 서초 지역에서 운행 중인 마을버스는 총 143대인데요. 주부들은 탑승객으로 가장해 마을버스를 탄 뒤 차량의 청소 상태부터 운행 실태까지 점수를 매겨 구청에 제출합니다. 운전자들이 불친절한 언행을 사용하는지, 신호위반 등의 난폭운전을 하지는 않는지, 배차간격을 지키고 안내방송은 실시하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지요. 이제 모니터요원만 240명에 이르고 있으니 ‘주부경계령’이 떨어질 만도 합니다.●훈장형 청장님과 배꼽 댄스 이호조 성동구청장은 직원들에게 단정한 복장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옷차림은 입는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기 때문에 옷은 반듯하게 입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지요. 그런 그에게 배꼽 노출 패션이란 그야말로 상스러운 행동이 아닐 수 없겠지요. 그런데 구민 걷기대회가 열린 지난 4일 곤란한 일이 터졌습니다.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열린 축하행사에 20대 여성들로 이루어진 밸리댄스 동호회가 출연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구청장의 눈앞에서 배꼽을 훤히 드러낸 채 정열적인 춤사위를 선보였던 것이죠. 1000명이 넘는 구민들이 참석한 자리라 박차고 일어설 수도 없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정면을 응시하기도 어려운 노릇이었을 텐데요. 훈장님 같은 이 구청장은 연방 헛기침을 하면서 먼 산만 바라보았다고 구청의 ‘참새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이노근 구청장 ‘1인 3역’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늘 바쁩니다. 요즘은 한 발짝 더 나아가 혼자 3역을 한다고 합니다. 구청장 업무를 꼼꼼히 살피는 것 외에도 박사 과정을 차질없이 밟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작가 영역까지 넘보고 있지요. 그야말로 주경야독입니다. 이 구청장은 경기대에서 매주 화·수요일 저녁에 수업을 받습니다. 또 이달 말까지 기행문 ‘운주사 기행열전’을 출고하기로 하고 틈틈이 글을 쓰고 있지만 출판사와의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성격상 구청장의 현장 방문도 적지 않은 편이라 몸이 세 개라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잠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는데요. 직원들은 일도 좋고, 공부도 좋지만 건강을 너무 소홀히 한다고 걱정이 많습니다.시청팀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헐~ 웰빙 바람에 바나나도 못 먹네”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헐~ 웰빙 바람에 바나나도 못 먹네”

    ‘고릴라 입에 들어가는 바나나를 뺏어라.’ 서울대공원 동물원 유인원관에 특명이 떨어졌다. 지난달부터 로랜드 고릴라 한 마리당 하루 1㎏씩 주던 바나나의 양을 차츰 줄이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이다. 고릴라가 제일 좋아하는 바나나를 줄이란 말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게 하라는 말과 같다. ●특명 바나나를 줄여라 8일 동물원에 따르면 ‘바나나 줄이기’는 고릴라의 건강을 위한 일종의 식단조정이다. 고리롱(♂·1969년생)과 고리나(♀·1978년생)가 하루 소비하는 먹이량은 각각 4㎏ 정도다. 사과, 바나나 등 과일이 2.3㎏, 배추·셀러리·양배추·고구마·당근 등 채소류가 1.8㎏, 여기에 영양균형을 위해 매일 계란 4알과 우유 0.6ℓ가 제공된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 진갑 다 지난 고릴라 부부를 위해 몸에 좋은 웰빙식단의 제공이 필요했다.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칼로리와 양을 맞춘 식단이 아닌 나이와 체중, 영양 밸런스 등을 과학적으로 계산한 식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체식단은 준비과정만 1년이 넘게 걸렸다. 일본 우에노와 캐나다 토론토, 타이완 타이베이 동물원 등에 자료를 요청했고 다른 나라의 고릴라 식단도 두루 분석했다. ●두부나 귀뚜라미도 먹어 보렴 나이 든 녀석들이라 당분 등이 지나치면 필요 없는 군살이 붙기 쉽고 당뇨도 우려된다. 반면 단백질과 비타민 등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동물원 측은 매일 2.3㎏씩 주는 과일의 양을 줄이는 대신 셀러리, 양배추 등 채소량은 늘리기로 했다. 또 부족한 단백질을 채워줄 영양식으론 살아 있는 메뚜기가 선택됐다. 이외에 사람에게도 좋다는 두부, 브로콜리, 오이, 버섯 등 소위 웰빙건강식도 넣어줄 예정이다. 하지만 몸에 좋은 것이 입에 달지는 않은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 식탐이 많아 남편 밥상까지 넘보는 고리나도 양배추가 남으면 모자처럼 머리에 쓸지언정 더 먹지는 않았다. 먹으라는 귀뚜라미를 보고 달아나기 일쑤인데 200㎏이 넘는 녀석들이 2.5㎝도 안 되는 곤충에 놀라 도망 다니는 모습은 누가 봐도 난센스다. 어쨌든 동물원측은 5월까지 계속 메뉴를 바꿔 가면서 건강식단을 짤 계획이다. 동물영양사 최정락씨는 “결국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식단을 차려 주는 것이 목표”라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먹이를 제공한 뒤 선택권은 동물에게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 화랑가 세계 거장들 봄 전시 붐

    서울 화랑가 세계 거장들 봄 전시 붐

    올봄 국내 화랑가는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국제 미술시장에서 작품성, 상업성을 두루 인정받은 ‘블루칩’ 작가들을 대형 화랑들이 앞다퉈 유치하고 있는 분위기이다.‘거장’이란 수식어로 지면을 통해 이름만 들어온 유명작가들이 줄줄이 서울에 도착했다. 진정한 미술애호가라면 올 4,5월은 무척이나 분주해질 듯하다. ●안젤름 키퍼 ‘거장의 묵시록’ 독일의 신표현주의 거장 안젤름 키퍼(63)가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에 대표작을 풀어놓았다.1995년,2001년에 이어 국내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리기는 세 번째. 요셉 보이스 이후 독일이 낳은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키퍼는 1970년대 나치정권이나 유대인 역사 등 당시는 금기시된 주제를 다루면서 현지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독일 대표로 참여하면서 그는 세계적인 작가로 급부상했다. 그가 천착해온 주제는 종교와 신화, 인간과 우주, 생명과 죽음, 하늘과 땅 등으로 요약된다. 종교적 엄숙함을 배경으로 그의 작품들은 사진, 납, 고사리, 나뭇가지, 흙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 ‘물성’을 최대한 생생히 살려낸다는 게 특징.‘땅위의 하늘’(380×560㎝)을 비롯한 대형 회화 9점, 씨앗에서 다시 씨앗으로 돌아가는 양치식물의 생명주기를 대형 패널 20개에 담은 작품 ‘양치식물의 비밀’과 납으로 만든 책 등 설치작품 2점이 선보인다. 새달 24일까지.(02)733-8449. ●‘대지의 화가’ 크리스토·장 클로드 부부 ‘대지예술’이란 1960년대 후반 미국과 영국에서 일어난 미술 경향. 지구 환경 자체를 예술작품의 장으로 활용해 공간변화를 시도한다. 익숙한 공공건물이나 자연환경을 포장(wrapping)함으로써 전혀 낯선 공간으로 바꿔버리는 ‘대지의 화가’ 크리스토 자바체프(73) 작품을 청담동 박여숙화랑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퐁네프 다리, 베를린 국회의사당 등을 포장해 세계적 주목을 끌어온 이들 부부는 전시를 앞두고 직접 내한해 작품에 유별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들 작품이 완성되기까지는 길게는 20년이 걸리기도 한다.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추진하는 ‘마스타바 프로젝트’와 미국 콜로라도주의 ‘아칸소강 프로젝트’. 피라미드 이전의 이집트 무덤 형태를 재현하는 마스타바 프로젝트는 UAE 아부다비에 40여만개의 스테인리스 오일 드럼통을 높이 150m, 폭 300m 규모로 쌓는 대형 작업이다. 아칸소강 프로젝트는 약 60㎞ 길이의 아칸소강에 천을 덮어 씌우는 작업. 이번 서울전시에서는 두 프로젝트의 준비과정인 드로잉과 콜라주 작품 28점을 보여준다. 크리스토는 “바람 등 혹독한 외부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특수한 페인팅이 필요한데, 요즘은 독일에서 그런 까다로운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며 복잡한 작업과정의 한 면모를 소개하기도 했다.22일까지.(02)549-7574. ●아네트 메사제 회고전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설치미술가 아네트 메사제(65) 작품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와 있다. 1970년대부터 직물, 거울, 봉제인형 등 평범한 소재들로 회화 조각 사진 드로잉 등 장르를 넘나든 작가로 유명하다. 안온한 느낌과는 거리가 먼, 때론 섬뜩한 분위기의 비밀공간 같은 이미지 속에 혼란스러운 삶의 모습을 은유해 담았다.1971년작 ‘기숙생들’,1987년작 ‘나의 트로피’,2000년작 ‘소문’,2004년작 ‘카지노’ 등 60여점의 대표작품들을 전시했다. 붉은 실크로 꾸민 가로 세로 12m의 공간에 컴퓨터 장치를 설치해 기묘한 분위기를 드러낸 작품 ‘카지노’는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의 화제작이었다. 파리의 거리에서 발견한 죽은 참새에다 색색의 털옷을 만들어 입혀 유리장 속에 정렬한 ‘기숙생들’ 역시 강렬한 이미지의 작가세계를 압축해 보여주는 작품이다.6월15일까지.(02)2188-6309. ●줄리안 슈나벨 아시아 순회전 재주 많은 괴짜 줄리안 슈나벨(55)의 전시를 놓친다면 진짜 미술애호가라 할 수 없다. 영화 ‘바스키아’‘잠수종과 나비’ 등을 연출한 감독으로도 알려진 그는 캔버스 대신 도자기가 붙은 표면, 동물가죽, 벨벳, 타르가 칠해진 천 등 독특한 질감의 바탕에 화려한 색채, 공격적 스타일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미국 뉴 페인팅(New Painting)의 선두 주자. 이번 전시는 처음 열리는 작가의 아시아 순회전.1980년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접시회화(Plate Painting) 등 대표작 30여점이 소개되고 있다.20일까지 사간동 갤러리현대.(02)734-6111. ●“의자가 예술!” 론 아라드 산업 디자인에 관한 한 세계최고로 꼽히는 론 아라드(57) 개인전이 국내 처음으로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무대 디자인, 조경 디자인까지 두루 섭렵해온 작가는 상식을 뒤집는 기발하고도 혁신적 디자인의 의자작품들을 내놓았다. 등받이 각도와 의자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1983년작 ‘박스인4무브먼트(Box in 4 movement)’, 강낭콩 모양 젤리를 반으로 접은 듯한 2006년작 ‘보디가드(Bodyguard)’, 벼루를 비틀어 세운 듯한 2007년작 ‘애프터소트(Afterthought)’ 등 한정판 10점을 포함한 30여점이 나와 있다. 수억원짜리 별난 의자 앞에서 ‘저것도 예술이야?’ 속엣말을 할라치면, 작가는 단언한다.“그건 틀림없는 예술이다!” 20일까지.(02)720-1020.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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