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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든 정의 TECH+] 무선 전력 전송기술로 질병과 싸운다

    [고든 정의 TECH+] 무선 전력 전송기술로 질병과 싸운다

    -배터리 없이 몸 안에서 작동하는 센서 개발 지난 몇 년간 스마트폰에 적용된 신기술 가운데 무선 충전 기술이 있습니다. 매번 케이블을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불편함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스마트폰을 충전기 옆에 둬야 하는 건 별로 변한 게 없다는 지적도 있죠. 이는 현재까지 무선 전송 거리가 짧기 때문입니다. 만약 무선 전력 기술이 수십cm가 아니라 수 미터에 걸쳐 안전하게 전력을 전송할 수 있다면 그 응용범위는 매우 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케이블 없이 연결하는 가전 기기는 물론 도로에 매립하는 방식의 무선 충전 장치로 전기 자동차가 배터리 걱정 없이 다닐 수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의료용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연구자가 우리 몸 안에서 병을 찾아내는 마이크로 센서나 병변을 치료하는 마이크로 로봇, 질병이 있는 장소에만 약물을 투여하는 스마트 약물 등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가능한 크기를 줄여야 하는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배터리입니다. 일단 기기가 몸 안에서 작동하려면 동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사용되는 캡슐 내시경도 배터리 없이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만약 배터리를 생략할 수 있다면 더 작고 삼키기 쉬운 캡슐 내시경이 가능할 것입니다. 동시에 몸 안에서 소화되거나 녹아 사라지는 로봇을 개발할 때도 배터리가 없다면 한결 더 쉬워질 것입니다. MIT, 브리검 여성 병원, 찰스 스타크 드랩퍼 연구소 등 다기관 연구팀은 돼지를 이용한 동물 모델을 통해 식도, 위, 대장에서 10초마다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이 센서는 30mW의 저전력으로 작동하며 장기간 몸 안에 있으면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센서가 배터리 없이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는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100-200mW의 전류를 몸속 2-10cm 안쪽까지 전송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서 이를 테스트했습니다. 몸속으로 계속해서 전력을 공급한다면 걱정되는 것은 거리뿐만이 아니라 유해성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어떤 조직 손상이나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전송 거리를 더 늘릴 필요도 있고 사람에서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도 더 필요하지만, 사람 몸 안에서 작동하는 마이크로 로봇의 실용화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 사회를 그린 SF 영화나 만화에서 우리 몸 안에서 종양이나 병원균과 싸우는 로봇이 등장합니다. 지금은 상상의 존재지만, 이런 신기술의 도움을 받아 언젠가는 이것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달콤한 사이언스] “눈은 마음의 창” 진화 비밀 풀었다

    사람의 신체 부위 가운데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은 다름 아닌 ‘눈’이다. 이 때문에 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은 눈을 ‘마음의 창’이나 ‘영혼의 창’이라고 불렀다. 미국 연구진이 실제로 인류 진화의 역사에 있어서 눈이 마음의 창으로 진화해 온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56가지 감정·정신 표현 실험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신경과학과와 코넬대 인간생태학과 공동연구진은 눈이 ‘본다’는 기능적 차원에서 진화를 시작했지만 마음을 표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소통 수단으로 자리잡게 됐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고 18일 밝혔다. 이 연구는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심리과학’ 4월호에 실렸다. 진화학자 찰스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이라는 책에서 인간과 동물들 사이의 감정 표현에도 진화적 연속성이 있으며 인간의 각 감각기관은 외부 환경을 인지하는 기능으로 시작해 점차 내부의 감정을 담아내 사회적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단계로까지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70% 눈만 보고 정신상태 구분 연구팀은 다윈이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으로 규정한 슬픔, 혐오, 분노, 기쁨, 두려움, 놀람 등 6가지를 표현한 눈 부분 사진과 차별, 호기심, 지루함 같은 50개 특정 정신상태를 표현하는 눈 부분 사진을 준비했다. 28명의 실험참가자는 600회씩 눈 사진만 보고 특정 감정을 알아내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모든 실험참가자가 6가지 기본 감정에 대해서는 눈만 보고도 정확하게 구분해 냈다. 50가지 정신상태에 대해서도 눈의 크기, 눈썹의 기울기와 곡선, 코 윗부분과 눈 아래 주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70% 정도 맞힌 것으로 나타났다. 애덤 앤더슨 코넬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눈이 단순히 사물을 보는 기능을 넘어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드러내는 한편 상대의 감정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美 현대미술 발전 견인차… 문화거리 창출 ‘걸작 둥지’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美 현대미술 발전 견인차… 문화거리 창출 ‘걸작 둥지’

    뉴욕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휘트니미술관은 ‘미국 미술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최고 기관’이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미국 미술의 수집, 보존, 해석, 전시를 사명으로 하는 휘트니미술관은 세계 최고의 20세기 미국 미술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미술의 최근 발전을 조망하는 휘트니 비엔날레를 열고 있으니 그럴 만한 자격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휘트니미술관은 2015년 5월 첼시 지역에 프리츠커상에 빛나는 건축계 거장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근사한 새 건물을 지어 재개관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 새 둥지를 튼 휘트니미술관은 하이라인파크와 함께 뉴욕 여행에서 꼭 찾아야 할 명소가 됐다.동시대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20세기와 현대 미술을 폭넓게 소개하는 이 미술관은 뛰어난 여류 조각가였던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1875~1942)의 예술가를 향한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설립됐다. 거트루드 휘트니는 미국 철도왕 밴더빌트의 손녀로 태어나서 역시 엄청나게 부유한 휘트니 가문의 아들과 결혼한 ‘다이아몬드 수저’였다. 심지어 뛰어난 조각가이기까지 했던 거트루드 휘트니는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 문화반란자들의 중심지였던 그리니치빌리지에 1907년 작업장을 마련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들과 어울리면서 그녀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니고 실험적인 작품을 하는 미국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거나 판매할 길이 없어 곤궁한 삶을 산다는 것을 알게 됐다.# 캔틸레버식 입구… 건물 외부는 대형 공용 공간 휘트니는 1914년 그리니치빌리지의 작업실 옆에 ‘휘트니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전통 학계가 외면한 동시대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쇼케이스를 마련해 주었다. 젊은 예술가들 중에서 특히 로버트 헨리를 중심으로 모인 ‘애시캔(쓰레기통)파’ 화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자신의 전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중요한 모던아트 수집가가 됐다. 컬렉션 작품이 500점을 넘어서자 1929년 휘트니는 자신의 소장품을 기부금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거절당하자 직접 새로운 미술관 설립을 구상한다. 유럽의 예술가들에게 경도된 당시 분위기와 미국의 실험적인 아티스트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 태어날 새 미술관의 목적은 미국의 아티스트와 작품만을 다루는 것이었다. 1930년 휘트니는 25년간 모은 600여점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토대로 미술관을 설립하고 1931년 그리니치빌리지 웨스트 8번가에 휘트니미술관을 개관했다. 그녀는 1942년 사망할 때까지 미국 미술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미술관은 1954년 확장을 위해 웨스트 54번가로 이전했다가 이 장소도 비좁아지자 1966년 맨해튼의 부자들이 모여 사는 매디슨 애비뉴 75번가에 마르셀 브로이어가 디자인한 미술관 건물로 이전했다. 피라미드를 거꾸로 세운 모양의 브로이어 빌딩은 폐쇄적 외관 때문에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부자 동네라는 지역의 덕을 톡톡히 봤다. 기존 54번가에서는 모마(뉴욕현대미술관)의 그늘에 가려 있던 휘트니미술관이 매디슨 애비뉴로 이사 오면서 급성장했다. 1974년 부임한 톰 암스트롱 관장은 뛰어난 기획력으로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터뜨려 일일 관람객 수가 3000~5000명까지 늘자 증축 필요성을 제기한다. 1991년 새 관장에 부임한 데이비드 로스는 이사회를 설득해 증축 논의를 급진전시켰고 건축가로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지은 렌조 피아노를 선임했다. 휘트니의 소장품이 2만점을 넘어선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전시공간의 확보였다. 서측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블룸버그 시장은 휘트니에 시가 소유한 첼시의 거대한 땅을 공시지가의 절반값에 줄 테니 하이라인 초입부에 새 미술관을 짓자고 제안한다. 휘트니 이사회는 소호의 갤러리들이 이전하면서 예술거리로 새롭게 뜨고 있는 첼시 지역의 위상을 감안해 뉴욕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새 미술관이 첼시 지역의 예술계와 연동하고 뉴욕 서측 지역 다운타운의 활성화에 부합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소장품을 공공에게 열어줄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다. 매디슨 애비뉴의 증축안에서 하이라인 남쪽 입구의 위치로 설계 방향을 바꾸게 된 렌조 피아노는 새 건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새 미술관 디자인은 휘트니미술관의 필요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이 놀라운 부지의 특징을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부지의 생명력을 살리는 동시에 다채로운 특징을 돋보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캔틸레버(공간에 삐죽하게 나온 지붕 혹은 테라스) 식의 입구를 채택한 것으로 건물 바깥 부분을 안전한 대형 공용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하이라인 공원 아래에 위치한 이 모임 공간에 서면 건물 입구와 웨스트사이드 쪽 대형 창문을 통과해 허드슨강 너머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에서 물, 공원, 산업구조 공간, 다양한 사람까지 한번에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조화되는 한가운데에 새 건물과 미술 경험이 있습니다.”# 비대칭적 외관, 주변 빌딩·고가철도와 잘 어울려 브로이어 건물에서의 역사는 2014년 10월 20일로 마감하고 휘트니미술관은 2015년 5월 1일 갠즈보트가 99의 새로운 건물에서 재개관했다. 하이라인의 남쪽 끝 지점,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새 휘트니미술관은 총 9층 높이에 실내 전시면적만 4600㎡(약 1400평)에 이른다. 렌조 피아노는 특유의 투명성과 개방성으로 미술관 건물을 설계했다. 미술관의 중심이 되는 전시공간을 건물 중앙에 위치시키면서 건물 전체를 수직으로 삼등분해 저층부는 거리와, 중층부는 하이라인과, 상층부는 외부 테라스 공간과 접하도록 했다. 6층부터 8층까지 야외 테라스를 두어 서측으로 허드슨 강변을, 동측으로는 맨해튼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해 질 녘 테라스에서 보는 허드슨 강과 맨해튼의 경치가 장관이다. 비대칭적인 외관은 고층건물과 고가철도로 이루어진 주변 경관과 잘 대응해 튀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이고 조각품 같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갠즈보트가를 따라 펼쳐진 캔틸레버식 입구는 하이라인공원 남쪽 출입구에서부터 ‘라르고’라는 실외 모임공간을 이룬다. 새 건물에는 전시공간 외에도 최신식 시설을 갖춘 교육센터와 함께 영화와 비디오 상영, 공연을 할 수 있는 다용도 블랙박스 무대를 갖추고 있다. 허드슨 강이 내려다보이는 170개 좌석 규모의 극장, 보존 연구소, 도서관 열람실도 있다. 뉴욕 요식업계 거물 대니 마이어의 유니언스퀘어호스피탤리티가 운영하는 1층의 레스토랑 ‘언타이틀드’(무제)와 8층의 ‘스튜디오 카페’도 식도락가라면 가볼 만하다. # 재개관 2년째… 도심 문화지형 완전히 변모시켜 미술관 소장품은 영문 명칭대로 미국 미술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미술의 거장 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 클래스 올덴버그,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프 쿤스, 찰스 레이, 리처드 에스테스, 에드워드 호퍼 등 미국에서 활동한 20~21세기 예술가 3000명의 작품 2만 1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에서는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기획전과 특별 기획전, 실험적인 작가들의 초대전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겨울~봄 시즌에는 8층에서 추상미술 작가 카르멘 레레라 회고전, 7층과 6층 전시실에서는 휘트니 소장품 중에서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인물을 다룬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꾸며진 ‘휴먼 인터레스트’전이 열렸다. 장 미셸 바스키아의 ‘할리우드 아프리칸’, 앤디 워홀이 미술품 수집가 에델 스컬의 표정을 담은 ‘에델 스컬의 36회’, 에드워드 호퍼의 자화상, 이란 출신 예술가 시린 네샤트의 자화상이 눈길을 끈다. 5층에서는 1905년부터 최근까지의 예술영화 흐름을 보여 주는 전시가 열렸다. 미술관 입구에는 연일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이 서 있다. 첼시 마켓에서 식사를 하고 온 뉴요커, 하이라인파크에서 산책을 하고 오는 사람, 예술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 등 다양하다. 재개관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새 휘트니미술관이 외형뿐 아니라 다운타운의 문화 지형까지 완전히 바꿔 놓았다는 것은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고서치 대법관 후보 법사위 통과했지만 7일 상원 인준 통과 여부가 ‘진짜 전투’

    민주당 “본회의서 저지 총력”… 공화당은 ‘핵 옵션’ 카드 고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금요일에도 워싱턴을 바라보며 상황 파악 전화를 할 것인가.”(기자) “정상회담이 있지만 금요일 (워싱턴이) 어떻게 될지 볼 것이다. 대법관 인준에 문제는 없다.”(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3일(현지시간)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언론의 관심은 6~7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보다 7일로 예정된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 여부에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기간 중 고서치 지명자의 상원 인준 통과 여부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준이 불발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고서치는 이날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 표결에서 찬성 11표, 반대 9표로 가까스로 통과돼 상원 본회의 표결로 넘어갔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7일 상원 본회의 표결을 거쳐 고서치 인준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에 이어 7일에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통해 이를 저지하겠다고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한 토론 종결 투표를 하려면 찬성이 60표에 달해야 하는데 전체 52명에 찬성 의사를 밝힌 민주당 4명을 더해도 56명에 그치기 때문이다. 민주당 상원 법사위 간사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은 “지명자가 모든 국민을 위한 법과 제도적 권리를 수호할지 평가하는 게 우리 임무”라며 “지명자(고서치)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화당도 ‘비장의 무기’인 ‘핵 옵션’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이던 2013년 말 민주당이 도입한 핵 옵션은 토론 종결 투표 기준을 찬성 51표로 완화하는 것으로 공화당의 단독 인준이 가능해진다. 공화당 찰스 그래즐리 상원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로 결격 사유 없는 지명자의 인준을 방해하고 있다”며 핵 옵션 사용을 시사했다. 그러나 공화당 일부에서는 자신들이 반대했던 핵 옵션을 사용하면 여·야가 완전히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씨줄날줄] 침몰선의 인양과 활용/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침몰선의 인양과 활용/서동철 논설위원

    런던을 찾아 해양제국 영국의 진정한 역사를 보려면 영국박물관이 아니라 국립해양박물관에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템스 강변의 그리니치 왕립박물관 단지의 해양박물관에는 전성기 해양제국의 역사가 담겨 있다. 영국인들에게 더욱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곳은 런던 남동쪽의 포츠머스다. 포츠머스 역사조선소에는 국립해군박물관과 왕립해군잠수함박물관, 왕립해병대박물관 등이 몰려 있다. 무엇보다 메리로즈박물관이 있다.헨리 8세(1491~1547)는 당대 최신 전함을 지어 메리로즈호라 이름 붙였는데, 1545년 포츠머스에서 멀지 않은 솔렌트 해협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침몰했다. 찰스 왕세자를 회장으로 하는 메리로즈재단은 만 12년 동안의 노력 끝에 1982년 570t의 메리로즈호를 인양했다. 배 안의 부재를 수습해 무게를 줄인 다음 철골로 보강하고 벨트로 묶어 크레인으로 끌어올렸다. 메리로즈박물관은 이 배가 건조된 바로 그 자리에 세워졌다. 스웨덴의 바사호 인양은 이보다 앞선다. 구스타프 2세는 1628년 길이 62m에 배수량이 1300t에 이르러 당시로서는 초대형 전함인 바사호를 건조했다. 하지만 바사호는 진수되자마자 스톡홀름 내항에 가라앉고 말았다. 무거운 함포를 상갑판에 집중 배치하면서 무게중심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사호는 해양 고고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며 1961년 통째로 인양됐고, 이후 선체와 내부 유물을 전시하는 바사박물관이 세워졌다. 해양 고고학이라면 우리도 할 말이 있다. 전남 신안 증도 앞바다에서 1975년 원나라 무역선이 발견됐고, 이듬해부터 1984년까지 수중 발굴 조사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도자기 등 유물과 선체를 인양했다. 목포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는 신안선을 유물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인양된 고려시대 선박과 유물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고고학의 영역에서는 학술적 가치가 있다면 아무리 큰 비용이 들어도 인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침몰선은 경제적 이유로 인양하지 않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우리나라도 1983년 이후 연안에 침몰한 선박 가운데 2158척을 건져 내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진도 팽목항 앞바다의 세월호 인양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인양하고 있는 것은 고고학적 가치 이상의 역사성 때문이다. 순조롭게 인양해 무사히 목포항까지 옮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한 이후에는 선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더울수록 치아 작고 콧구멍 크게 인간 진화”

    “더울수록 치아 작고 콧구멍 크게 인간 진화”

    美·벨기에·아일랜드 연구팀 “인류 코 모양 차이 기후변화 탓” 美·네덜란드 대학연구진도 “지구 더워지면 포유류 몸 작아져”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영국의 진화학자 찰스 다윈은 1835년 남미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행하면서 섬에 사는 핀치새 13종의 부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윈은 핀치새들의 부리 모양이 먹이 종류에 따라 다른 것을 보고 진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자연선택설을 주장하고 비둘기 교배실험 등을 통해 부리 모양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핀치새 부리모양 연구로 진화론 뒷받침 이후 미국 프린스턴대 진화생물학자인 피터,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는 1973년부터 지금까지도 갈라파고스 제도의 작은 섬 대프니메이저에서 2000여 마리의 핀치새를 연구하고 있다. 핀치의 몸무게, 깃털 색, 부리 크기, 먹이 종류, 짝짓기 습관과 상대 등을 모두 데이터로 만들어 2009년 다윈의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미국 과학저술가 조너선 와이너의 ‘핀치의 부리’라는 책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미국과 스웨덴 국제연구진은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핀치새 15종 120마리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ALX1이라는 유전자에서 나타나는 변이 때문에 부리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해 다윈과 그랜트 부부의 연구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진화론의 핵심은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따라 진화한다는 ‘자연선택설’이다. 식생의 변화에 따른 적응이 진화인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PLOS 유전학’에는 사람의 코 모양도 기후변화에 따른 진화의 산물이라는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지역 혈통별 3D 얼굴 촬영 특징 비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 벨기에 UZ루벵,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칼리지 공동연구진은 추운 고위도 지방과 더운 저위도 지방 사람들의 코 모양이 기후에 따라 달라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남아시아, 동아시아, 서아프리카, 북유럽 혈통을 가진 476명의 3차원(3D) 얼굴 사진을 촬영해 특징을 비교했다. 그 결과 따뜻하고 습한 지역에서 살았던 민족은 콧구멍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은데 반해 북유럽처럼 춥고 건조한 환경에 사는 민족은 상대적으로 좁은 콧구멍을 가진 것이 발견됐다. 고위도 지방에 사는 사람의 콧구멍이 좁은 이유는 몸에 좋지 않은 차고 건조한 공기를 최소한으로 흡입함으로써 콧속 수분 함량과 온기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아슬란 자이디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유전학 교수는 “현재 인류의 코 모양 차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자연선택으로 결정됐다”며 “그렇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과학과 의학이 등장하면서 기후에 대한 적응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뉴햄프셔대, 콜로라도칼리지, 미시간대,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 공동연구진도 기후변화와 인류의 변화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1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포유류의 몸집은 작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포유류 몸집 작아지자 치아도 작아져 지금으로부터 5600만년 전 지구는 갑자기 평균온도가 5~8도 급상승하는 팔레오세-에오세 최고온기(PETM)를 맞게 됐다. 원래 온도로 되돌아가는 데 10만년 이상 걸렸는데 이 과정에서 지구상 수많은 생명체가 사라지고 포유류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됐다. 살아남은 포유류들은 모두 몸집이 작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몸집과 치아 크기가 직접 연관성을 갖는다는 데 착안했다. PETM 전과 후의 말 치아 화석을 비교한 결과 PEMT 이전보다 이후의 치아화석이 30% 정도 작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이후 PETM 때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더워진 5300만년 전 에오세 최고온기 2기(ETM2)에도 이전보다 14% 정도 치아의 크기가 작아진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기에 몸집이 작아지는 현상은 포유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진화반응으로 해석했다.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고생물학자 조너선 블로흐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후변화가 포유류의 크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구 온난화를 통해 미래에 동식물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동시에 기후변화의 가장 확실한 결과는 포유류의 체격 변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찰스 바클리 ‘팔불출 아빠’에게 돌직구 날렸다가 된통 당한 사연

    찰스 바클리 ‘팔불출 아빠’에게 돌직구 날렸다가 된통 당한 사연

    미국프로농구(NBA) 레전드 중 가장 잘 떠드는 것으로 이름 높은 찰스 바클리가 아들 삼형제 자랑에 여념이 없는 라바 볼에게 돌직구를 날렸지만 ‘손해 보는 장사’가 됐다. 바클리는 15일 아침(이하 현지시간) ESPN ‘마이크 앤 마이크’ 전화 인터뷰를 통해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유망주로 NBA 신인드래프트 전체 3순위 안에 지명될 것이란 평가를 듣는 론조 볼을 비롯해 고교에 재학 중인 두 아들 등 삼형제와 한묶음으로 신발 광고계약을 맺으려면 10억달러는 지불해야 한다고 떠들어댄 라바 볼을 향해 일대일 농구 대결을 제의했다. 바클리는 볼에 대해 “일단 그가 (대학 시절) 한 경기 평균 2득점을 기록했다는 걸 알게 됐어. 그는 내가 우승해보지도 못했다고 했어요. 혼자 속으로 ‘집에 가서 이 녀석을 구글링해야겠어. 왜냐하면 내가 볼이 어딘가에서 코트를 지배하고 챔피언십을 땄는데도 그의 전성시대를 놓쳤을지 모르잖아’라고 생각했어. 난 늙었고 뚱뚱해 농구를 하기는 어렵지만 볼에게 일대일로 붙어보자고 할거예요. 그거 어때요?”라고 농을 했다. 이어 “난 그가 몇 살인지도 모르는데 아마 내나이쯤이겠지. 하지만 한 경기 2득점을 기록한 친구가 일대일에서 날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야. 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워싱턴주의 한 대학과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엔젤레스캠퍼스(CSLA)에서 농구를 했던 라바 볼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날 뒤늦게 ESPN의 ‘스포츠센터 코스트 투 코스트’에 등장해 바클리의 도전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그는 “바클리가 일대일로 붙어보자면서 내가 경기당 2득점을 기록했다고 말했어. 누가 신경이나 쓴데? 그는 이제 몸집이 너무 커져 일대일로 대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어. 그냥 TNT 방송 같은데 나와 도넛이나 먹어대는 게 낫다”고 비아냥댔다. 이어 과거에는 바클리를 좋아했으나 이제는 아들 삼형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고 여전히 ‘팔불출’임을 과시했다. 둘째 아들 리안젤로는 다음 시즌 UCLA에 진학할 예정이며 셋째 아들 라멜라는 2년 더 고교에 재학해야 한다. 볼은 마지막으로 바클리를 향해 결정타를 날렸다. “그럼에도 그는 행복해질거야. 내가 크리스피 크림 도넛 몇 개 보내주면 나랑 다시 친구가 될거야.” 1992~93시즌 NBA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에 11차례나 올스타에 선발됐으며 2006년 NBA 명예의전당에 입회한 바클리가 아들 삼형제를 앞세운 팔불출에게 제대로 당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미니멀한 삶과 장식 과잉의 아르누보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미니멀한 삶과 장식 과잉의 아르누보

    연전에 아버님을 여의고 어머님을 요양원으로 모셨다. 단출한 삶을 사셨다고 생각했던 어른들의 세간을 정리하면서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것들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낡은 앨범과 서랍 속 잡동사니 하나까지 소중한 기억이고 추억의 실마리가 됐다. 세간을 정리하는 시간보다 그것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영화 ‘여름의 조각들’(L’Heure D’t, 2008)도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어머니의 죽음 후에 유품을 정리하고 살림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겪는 삼형제의 갈등과 그 화해의 방법을 그리고 있는데 사람들의 삶이란 동서양이, 잘살고 못살건 간에 너무도 닮아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영화는 오르세미술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어머니의 유산을 정리하며 각자의 처지와 입장 때문에 갈등하던 자식들이 상속세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많은 그림과 아르누보풍의 세간을 오르세에 기증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세금을 돈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 미술품으로 내는 것이다. 사실 외국 주요 미술관의 소장품 대부분이 세금을 대신해 기증된 작품들이다. 루브르가 소장한 페르메이르의 ‘레이스 짜는 여인’도 로실드가문이 상속세를 대신해 기증한 것이다.어머니 엘렌은 75세 생일을 맞아 한집에 모인 파리와 중국, 미국에 따로 사는 자식들에게 자신의 삶을, 삶의 찌꺼기를 정리하고자 한다. 하지만 자식들은 의례적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하다 서둘러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다시 고향집에 모이고, 구석구석에서 어머니의 삶의 흔적과 화가였던 삼촌의 기억들을 찾아낸다. 19세기 중반 동양의 산수화처럼 풍경을 주제로 삼았던 바르비종파의 대표적인 화가로 신고전주의에서 근대 풍경화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한 코로의 풍경화를 비롯해서 독특하고 신비로운 환상의 세계를 그린 상징주의 선구자 르동의 마거릿꽃 그리고 아름답고 품위 있는 아르누보풍의 생활용품들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을 이룬다. 이 물건들은 어머니에게는 귀한 삶이었고, 자식들에게는 애틋한 추억이지만 손자들에겐 별 의미 없는 물건일 뿐이다. 생일날 자식들을 보내고 어머니는 혼자 말한다. “내가 떠날 땐 많은 것들이 함께 떠날 거야”라고. 그리고 “이젠 아무도 재미있어 하지 않는 일들만 남을 것”이라고.어머니는 코로의 그림이 걸려 있는 거실에서 루이 마조렐의 식물문양이 돋보이는 아르누보의 상징인 마호가니 책상을 쓰며, 오스트리아 빈 공방에서 분리파 양식의 가구를 만든 건축가 요제프 호프만의 수납장에 어린 시절 아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보관해 놓았다. 이름 없는 야생화라 할지라도 유리공예로 유명한 펠릭스 브라크몽이나 수잔 랄리크, 앙토넹 돔의 화병에 꽂아 식탁에 올려놓아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차 한잔을 마셔도 단순한 선이 되려 장식적인 절제된 은공예가 게오르그 옌센이 만든 차세트를 사용했다. 어머니는 장신구 디자인을 하는 딸 아드리엔(쥘리에트 비노슈)에게 이를 주고 싶어 했다. 이런 어머니 앞에서 딸은 1830년 설립된 크리스토플사의 연꽃 문양 은쟁반을 들고 어린 시절 비 오는 날 연잎이 쟁반에서 피어나던 추억을 어리광 부리듯 이야기한다. 어느 구석에선 깨어진 드가의 조각상이 비닐봉지에 담겨 나오고. 어머니의 소박하지만 품위 있는 삶을 지켜준 것들은 다름 아닌 이런 아르누보 스타일의 세간, 도구들이었다. 이런 작은 사치는 이혼하고, 화가인 삼촌을 뒷바라지하며 사는 한 여성의 무거운 삶을 이겨내는 힘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삶이 예전보다 풍요해졌지만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도 아마 넓은 집과 큰 자동차에 대한 집착 때문일 것이다. 작지만 의미 있는 문화가 있는 삶, 예술이 있는 저녁을 살며 아름다운 것들에 눈을 돌리는 미니멀한 삶을 산다면 얼마든지 누구보다 행복해질 수 있을 텐데 말이다.어머니가 사용하던 세간들은 거개가 ‘새로운 예술’이란 의미의 아르누보풍 공예품들이다. 아르누보운동은 역사적인 전통을 버리고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하고자 했다. 이들은 예술이란 높고 이상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 속의 예술이며 삶의 일부라야 한다고 믿었다. 이런 아르누보운동은 벨기에에서 시작해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갔는데 프랑스에서는 이를 발전시켜 ‘900년 양식’을 완성해 최전성기를 이루었고 이를 ‘기마르 양식’이라고도 불렀다. 독일의 ‘유겐트스틸’이나 이탈리아의 ‘스틸 리버티’,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에서는 ‘아르테 호벤’, 오스트리아의 ‘제세션’, 영국과 미국에서는 ‘모던스타일’이 모두 같은 범주의 예술 활동이었다. 이는 짧게는 1890년쯤부터 1910년쯤까지 또는 20세기 전반까지 유럽은 물론 미국까지 유행한 ‘범세계적인’ 양식이다. 아르누보는 그림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과 직접 관련이 있는 공예와 건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그림은 물론 가구, 유리공예, 보석,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용 포스터 등등의 장식미술을 통해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청춘’, ‘근대’, ‘자유’, ‘새로움’ 이라는 뜻을 지닌 아르누보는 주로 식물에서 모티브를 따와 곡선을 사용한 것이 특징인데 그래서 ‘꽃의 양식’, ‘물결양식’ 또는 ‘당초양식’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아르누보는 새로운 세기를 향하면서도 옛것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영혼의 자각 시대라고도 한다. 이런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작가로는 ‘장식미술’을 처음으로 강의한 윌리엄 모리스를 비롯한 수공예운동가 그룹과 찰스 레니 매킨토시, 헨리 반 데 벨더, 설리번, 안토니 가우디, 엑토르 기마르 등이 있다. 순수회화에는 영국의 라파엘전파, 블레이크, 상징주의와 나비파 화가들과 클림트와 알퐁소 무하, 뭉크, 로트레크가 있다. 공예가로는 낭시를 아르누보의 중심으로 만든 에밀 갈레, 르네 랄리크,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 그리고 영화 속에서 소품으로 등장하는 가구와 화병, 쟁반을 만든 이들이 그들이다. 아무튼 기록과 보존이라는 미술관의 사명과 이를 통해 문화라는 공공재의 의미 그리고 개인의 삶의 깊이를 아르누보와 병치시킨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다. 그리고 그 틈에서 가족의 의미, 추억의 자리, 삶에서 남는 것, 또 남기는 것들을 잔잔하면서도 진지하게 다룬다. 누군가는 떠나고 그 자리에 남은 물건들 그리고 남은 것들을 두고 일어나는 현실적인 문제와 새로운 세대에게는 단지 아무 의미 없는 물건이라는 현실이 무겁게 다가온다. 내가 떠난 자리, 나의 삶의 찌꺼기로 인해 다음 세대들이 불편해한다면 글쎄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조바심이 인다. 하지만 그들에게 내가 ‘아르누보처럼 아름답게’ 남고 싶어 하는 욕심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 英 로열패밀리가 절대 쓰지 않는 단어 9가지

    英 로열패밀리가 절대 쓰지 않는 단어 9가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영국 로열패밀리가 대중 앞에서 절대 쓰지 않는 단어가 있다? 영국의 인류 사회학자인 케이트 폭스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을 통해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왕세손비 및 이들 대변인의 언어적 특징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폭스 박사에 따르면 영국의 로열패밀리는 상류층으로서 지켜야 할 격식과 품위 및 타인에게 모범이 되는 건전한 언어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를 위해서 절대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있다. ◆멈, 대드(Mum, Dad)-‘멈’(Mum)은 영국에서 엄마를 뜻하는 ‘머미’(Mummy)와 같은 뜻으로 비격식 표현이다. ‘대드’(Dad)는 아빠를 뜻하는 ‘대디’(Daddy)에서 온 말인데, 로열패밀리는 ‘Mum’과 ‘Dad’ 대신 ‘Mummy’와 ‘Daddy’를 쓴다. 실제로 찰스 윈저 왕자는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 기념 공식 연설에서 그녀를 ‘Mummy’라고 칭했다. ◆토일렛(Toilet)-화장실을 뜻하는 ‘Toilet’은 프랑스어에서 기원한 것으로, ‘천박한 말투’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다. 때문에 로열패밀리는 ‘Toilet’ 대신 유사 단어인 ‘루’(Loo) 또는 ‘래버토리’(Lavatory)를 쓴다. ◆파든(Pardon)-영국 여왕 앞에서는 점잖게 되물을 때 쓰는 ‘Pardon’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F’로 시작하는 상스러운 비속어만큼이나 사용이 금지돼 있는데, 이 단어가 로열패밀리 안에서는 악담 혹은 저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대신 ‘홧’(What?) 혹은 ‘소리’(Sorry)로 바꿔 써야 한다. ◆포션(Portions)-음식의 일부분이나 분량을 표현할 때 쓰는 단어인 ‘Portion’은 상류층과는 격식이 맞지 않는 ‘저급한’ 단어로 인식되기 때문에, 로열패밀리 등 상류층에서는 이를 ‘Helping’(헬핑·식사 때 한 사람 몫으로 덜어주는 음식의 양 혹은 그릇)으로 바꿔 쓴다. ◆퍼퓸(Perfume)-향수나 향 등을 뜻하는 ‘Perfume’ 혹은 ‘프래그런스’(Fragrance)는 고급 단어로 인식되는 ‘센트’(Scent)로 바꿔 쓴다. ◆라운지(Lounge)-로열패밀리는 거실을 표현할 때 ‘Lounge’를 쓰지 않는다. 대신 오래 전부터 상류층이 주로 사용해 온 ‘드로잉룸’(Drawing room), ‘시팅룸’(Sitting room), ‘리빙룸’(Living room) 등을 사용한다. ◆디너, 티(Dinner, Tea)-일반적으로 ‘Dinner’는 정식으로 차린 저녁 식사를, ‘서퍼’(Supper)는 일몰 즈음 먹는 간단한 저녁 식사를 의미한다. 예컨대 상류층 사람들은 오후 4시 정도에 차(Tea)를 마시고 저녁(Dinner)을 8시 정도에 먹었는데, 노동자 계급은 4시 정도에 일을 마치고 돌아와 차는 마시지 않고 곧바로 배부르게 식사를 해야 했다. 상류층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시간이 노동자 계급에게는 저녁을 먹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Tea=Dinner’라는 공식이 생겼고, 이후 상류층은 ‘Tea’, ‘Dinner’ 대신 ‘Supper’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나눔의 힘 시민의 쉼’ 기부의 씨앗… 불모지에 피운 예술꽃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나눔의 힘 시민의 쉼’ 기부의 씨앗… 불모지에 피운 예술꽃

    20세기 초까지 예술의 중심 무대였던 유럽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황량해졌다.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예술가들을 두 팔 벌려 맞아들인 곳이 미국이었다. 자본이 원활하게 흐르고, 모더니즘 정신이 깃든 20세기 초의 뉴욕은 멋진 신세계였다. 부유한 사업가들은 유럽에서 망명 온 예술가들의 후원자가 됐고 그들 작품의 컬렉터가 됐다.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속속 문을 열었고, 뉴욕은 단번에 자타 공인 현대미술의 메카가 됐다. 그 화려한 명성대로 도시의 곳곳에서 세계적인 미술관들을 만날 수 있는 뉴욕으로 예술 산책을 떠나 보자.뉴욕에는 다른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과거와 현재, 예술과 자연, 기계와 인간이 극적으로 조화를 이룬 데서 비롯되는 것이리라. 센트럴파크의 동쪽을 따라 길게 나 있는 5번 애비뉴의 ‘뮤지엄 마일’을 따라가 보면 뉴욕이 과연 자연과 예술의 도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5번 애비뉴의 80번 스트리트에서 84번 스트리트까지 4개의 블록을 차지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그 백미다. #150년의 세월… 5만여평에 300만점 전시 약칭으로 ‘더 메트’(The MET)라고 불리는 이 미술관의 사명은 ‘기원전 8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물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권과 시대를 망라하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예술적 위업을 나타내는 작품을 수집하는 것’이다. 고대의 근동,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의 조각품부터 중세 미술, 근대 유럽의 회화, 동시대의 현대미술, 다양한 장식미술과 의상 등 장르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소장품을 지닌 이곳은 규모나 소장품의 내용 면에서 미국이 자랑하는 백과사전식 종합미술관이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런던의 영국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박물관, 베를린의 박물관섬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이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유럽에 비해 너무나 빈약한 예술적 토양에서 소박하게 시작했으나 15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미술관 건물과 소장품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5만 7500평의 면적에 300만점에 이르는 경이적인 규모가 됐다. 방대한 소장품을 연구하고 관리하기 위한 학예부서만도 17개 부서로 나뉘어 있으며 1800여명의 풀타임 직원과 9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일하고 있다.#민간 주도… 백과사전식 종합미술관 탄생 더욱 놀라운 것은 이처럼 커다란 미술관이 정부의 지원 없이 시작돼 운영된다는 점이다. 유럽의 미술관과 박물관들은 군주의 후원과 왕조의 유산을 기반으로 출발해 국가의 지원을 받지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순수하게 민간 주도로 만들어졌고 시민들의 기부와 기증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시작은 미미했다. 파리에 머물고 있던 변호사 존 제이는 1866년 7월 4일 지인들과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모임에서 독자적인 박물관의 설립을 제안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뜻에 동참하기로 맹세했고 그로부터 4년 후인 1870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탄생했다. 1880년 현재의 위치인 센트럴파크에 캘버트 복스와 제이컵 레이 몰드가 지은 신고딕 양식의 간소한 미술관 건물이 개관했다. 여전히 소장품은 유럽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비해 너무 초라했다. 메트의 소장품 컬렉션은 1872년 철도사업가 존 테일러에 의해 작품이 기증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유럽의 박물관과 같은 소장품을, 그것도 진품을 구입하기엔 턱없이 예산이 부족해 세계적 걸작의 복제품과 석고 모형을 수집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1902년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뉴저지주 패터슨에서 기관차 제조업을 하는 사업가 제이컵 S 로저스가 미술품 구입비로 500만 달러를 기부한 덕분에 메트로폴리탄은 수많은 진품 걸작을 구입하며 미술시장의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한다. 메트로폴리탄이 자랑하는 피터르 브뤼헐의 ‘추수하는 농부들’, 빈센트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 폼페이 벽화와 중동의 유물 등 많은 걸작은 ‘로저스 기금’으로 구입한 것이다. 당시 혁신적이었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공공미술관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가치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다. 1913년에는 벤저민 올트먼이 뒤러의 ‘성 안나와 함께 있는 성모와 아기예수’를 비롯한 1000여점의 수집품을 유증했다. 1929년에는 호러스 해브마이어가 엘 그레코의 ‘톨레도 풍경’ 외에 드가, 마네, 세잔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대거 기증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개인 컬렉션 중 하나인 로버트 리먼 컬렉션은 1967년 유증됐다. 중세부터 모더니즘에 이르는 2600점의 작품 가운데 시모네 마르티니의 ‘성모자상’, 한스 멤링의 ‘수태고지’, 엘 그레코의 ‘학자 성 제롬’, 르누아르의 ‘피아노 앞의 두 소녀’ 같은 걸작들이 로버트 리먼 윙에 전시돼 있다. 20세기 초 걸작품 구입에 매진했던 수집가들의 통 큰 기부 덕분에 메트는 명실공히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했고 기부 전통은 수세대에 걸쳐 계승되고 있다.#건물의 확장… 센트럴파크와 어울림 무게 외형의 변화도 드라마틱하게 진행됐다. 메트가 세계적인 규모의 박물관·미술관으로 성장한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이는 1904년 관장으로 부임한 J P 모건(1837~1913)이었다. JP모건의 설립자이자 전설적 금융가인 그는 당대 유명한 예술품 컬렉터이자 예술 후원자였다. J P 모건은 관장에 부임하면서 대대적인 증축 작업에 들어갔다. 프랑스 국립미술학교인 에콜드보자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제1호 유학파 건축가 리처드 모리스 헌트에게 증축 작업을 맡겼다. 5번가에서 바라보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 정면은 리처드 모리스 헌트의 설계로 지어졌다. 이어 북쪽 날개 부분과 남쪽 날개가 찰스 매킴과 미드, 화이트의 설계로 각각 19011년과 1913년 완공됐다. 현재의 미술관 정문 파사드와 입구는 1926년 완성됐다. 1954년 대규모 개축으로 근대적 스타일의 전시장을 완비했다. 센트럴파크 내의 건물 증축은 미술관 개관 100주년을 맞은 1970년 케빈 로시에 의해 새롭게 단장됐다. 아일랜드 출신의 건축가 로시는 감상자들이 느끼는 박물관 피로증의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1층 북쪽 끝부분을 유리로 만들어 센트럴파크의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 박물관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로시는 헌트의 건물 앞에 기다란 계단광장을 만들어 진정한 박물관 거리를 조성했다. #한국실 등 동서고금 넘나드는 수많은 공간 계단을 올라 메인 출입구로 들어가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로비가 나온다. 미국은 모든 게 다 크다고 하는데 미술관도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로비는 세 개의 정사각형 평면에 세 개의 돔 천장을 갖추고 있는데 건물을 설계한 리처드 모리스 헌트의 아들인 리처드 하울랜드 헌트가 내장을 맡았다고 한다. 긴 로비의 왼쪽으로 가면 그리스·로마관, 오른쪽은 이집트관, 정면 계단으로 오르면 유럽 회화관으로 인도한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고 복도를 통해 다른 건물의 수많은 전시실로 연결된다. 15~19세기 대가들의 작품을 포함하고 있는 소묘와 판화 컬렉션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 옆으로 유럽 회화 작품들이 시기별로 구분돼 전시돼 있다. 미국 회화관에서는 유명한 에마누엘 로이체의 ‘델라웨어강을 건너는 워싱턴’과 존 싱어 사전트의 ‘마담X’를 볼 수 있다. 2층과 3층에는 고대 근동, 아랍, 터키, 이란, 중앙아시아 및 후기 남아시아 미술이 전시돼 있고 그 반대편에서 아시아 미술을 볼 수 있어 시공을 넘나들며 세계 일주하는 기분으로 감상이 가능하다. 한국실에는 귀한 고려불화 수월관음보살상과 조선시대 달항아리도 있다. 소장품이 너무 많아서 한 번 방문으로 모두 감상하는 것은 무리다. 시간을 잘 배분해서 꼭 보고 싶은 작품을 찾아가 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미술관 안내지도를 보면 가장 빠른 시간에 메트를 관람하고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과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루트를 붉은 점선으로 표시해 놓았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선거연령을 정하는 방법(울산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과 장재완 주임)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춰야 한다는 정치권 안팎의 목소리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지난 2월 6일자 신문기사에는 “선거연령을 18세로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전국 성인의 절반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문조사 관련 기사도 있었다. 반대의견도 40%를 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인하 반대론자의 주장을 살펴보자. 19세가 되어야 성년으로서 자기 판단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가 된다. 덧붙여 현재와 같은 교육시스템 하에서 선거연령을 낮추면 대학을 준비하느라 가장 바쁜 고3에게 혼란과 부담을 주게 된다. 선거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은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한 정략적 발상이다.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병역법에서는 만18세 이상이 징집대상이고 공무원법도 만18세로 하고 있다. 그 밖에 만18세가 되면 결혼과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다. 이처럼 대부분의 법률은 만18세 이상을 대한민국의 성인으로 보는데 선거권만 없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또한 OECD 34개국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만19세이며, 몇몇 국가에서는 선거연령을 만16세로 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 추세다. 따라서 학생을 미성숙한 인격체로 보아 학교라는 틀 안에 가두고 통제하려는 행위는 그만두어야 한다. 그런데 왜 선거연령은 만19세로 정했을까? 1950년대 이후 선거권 연령은 만20대였다. 2005년이 되어서야 만19세로 낮추었다. 당시 19세로 결정한 것은 여·야의 ‘18세 개정안’과 ‘20세 유지안’의 타협의 산물이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어이가 없게도 선거권 행사 당사자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서도 없었다. 이제 10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려 한다. 먼저 반대론자에게 묻고 싶다. 만19세가 되어야 정상적인 선거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가? 10년 전에는 20세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세월이 흐르면 이유없이 선거능력이 향상되는가? 아니면 선거권을 시간이 지나면 줄 수 있는 선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찬성론자에게도 묻고 싶다. 만일 만18세가 가능하다면 만17세도 가능하다는 주장은 왜 하지 못하는가? 몇몇 국가에서는 만16세도 가능하다고 주장했지 않는가! 그렇다면 당신들은 만17세는 독자적 판단력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묻고 싶다.! 만18세는 독자적 판단력이 있다고 확신하는가? 좋은 쪽으로 생각해 어른의 입장에서 학생의 학습권을 걱정하거나 선거권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해주어야 할 것은 따로 정해져 있다. 어린 학생들이 민주주의와 참여의 중요성을 깨닫고 올바른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은 태어나지 않는다. 다만 만들어질 뿐이다.’ 미국 시민교육센터 사무총장 찰스 퀴글리를 소개한 기사의 표현이다. 퀴글리는 “시민교육이란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정부를 감시하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정치에 참여하는 기술과 태도를 가르치는 것”이라며 “민주시민 교육을 받은 학생의 85%가 나중에 투표에 참여한 반면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은 35%만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미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한 학생들이 정치의 의미와 현사태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른들이 나설 때이다. 학생들이 민주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정규교육과정을 편성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도록 해주어야 한다. 민주시민의식이란 새로운 DNA를 가진 세대가 우리 공동체에 편입되어 가져올 신선한 바람이 너무나 기다려 진다. 울산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과 장재완 주임
  • [시론] 트럼프발 글로벌 위기와 한국 경제/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시론] 트럼프발 글로벌 위기와 한국 경제/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지구촌을 혼란에 빠뜨렸다. 당선 이후 주가, 금리, 달러 상승으로 기대감을 드러냈던 전 세계 금융시장도 반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당선 연설의 안정감과 이후 행보가 시장에 긍정적으로 비쳤던 반면, 취임 이후에는 선거 기간에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이에 따라 세계 경제는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인가, 그리고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트럼프의 취임 연설과 이후 일련의 조치를 볼 때, 트럼프 미국의 지향점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이른바 미국 최우선이다.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다. 이는 교역 상대국들의 ‘불공정한’ 저가 제품 탓에 자국의 산업과 기업이 손해를 입었고 일자리도 줄어들었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트럼프 정부는 불법 이민자들의 유입도 일자리 감소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불공정한 무역협정 및 상대국의 조치를 바로잡아서 만성적인 무역 적자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글로벌 가치 사슬이 급격히 바뀌고 있고 미국 실업률이 이미 완전 고용 수준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트럼프의 구상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하지만 취임 초기 미국 우선 대외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심각성을 넘어 위기의식을 느끼게 한다. 여전히 초강대국인 미국이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헤게모니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데서 오는 불안 때문이다. 헤게모니는 한 국가의 경제·군사적 우월성과 세계를 이끌려는 의지에서 나오는데 미국은 자국 최우선주의로 의지를 버렸고, 중국은 의지는 있지만 아직 능력이 없다. 저명한 정치경제학자인 찰스 킨들버거는 1920년대 말 전 세계 대공황의 원인을 헤게모니의 부재에서 찾았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은 관세를 수단으로 한 극심한 무역전쟁을 치르며 제로섬도 아닌 공멸의 길로 들어섰다. 결국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참화에 빠져들었다. 킨들버거에 따르면 당시 영국은 의지는 있었지만 능력이 없었고 미국은 능력은 있었지만 의지가 없었던 헤게모니의 부재 상태였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너무도 닮았다.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 국가의 역설적 상황을 표현한 트리핀 딜레마라는 게 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GDP의 24% 정도에 그치지만, 달러는 전 세계 외환 거래의 88%, 외환보유고의 64%를 차지한다.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경상·자본 거래를 위한 예비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실제보다 더 많은 달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 체제는 미국에서 끊임없이 달러가 공급돼야 유지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자국 상품보다 외국 상품을 더 많이 소비하는, 즉 경상 적자가 요구된다. 적자가 반가울 리 없는 기축통화 국가로서는 딜레마인 셈이다. 미국이 자국 최우선으로 적자를 해소하겠다고 나서면 현 체제는 유지될 수 없다. 대안이 필요하다. 중국이 아직 미국의 대안이 아니라면, 그 대안은 2009년 중국이 제안했듯이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것이다. 또는 제2의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 가치의 하락을 유도할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대안과 그 이행 과정은 G20, G7, 적어도 G2의 긴밀한 협력을 전제로 한다. 현재의 대립과 갈등을 감안할 때 매우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대외의존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트럼프발 글로벌 위기가 현실화된다면 실물 및 금융 양 측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1월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등에 힘입어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지만 추세 반전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회복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수출 제조업은 현지 생산 확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경제적 관점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던 서비스업 육성을 통해 내수 기반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 “트럼프 反이민 행정명령, 자해다” 미국 의회 반대 목소리

    “트럼프 反이민 행정명령, 자해다” 미국 의회 반대 목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미국 의회의 반발이 커세지고 있다. 민주당 뿐만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도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여당인 공화당의 중진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29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자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들은 증오의 종말론적 사상을 거부하는 대다수의 무슬림”이라며 “이번 행정명령은 의도했든 아니든, 미국에 무슬림이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지적했다. 또 “그래서 이 행정명령은 우리의 안보를 개선하기보다는 테러리스트 모집을 더욱 돕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우리는 영주권 소지자들이 조국이라고 부르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되며,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것으로 광범위한 심사에서 판명 난 난민들에게 등을 돌려서도 안 된다. 그들은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지적했다. 척 슈머(뉴욕)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뒤집는 입법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그는 “공화당 몇 명의 지지를 얻으면 행정명령을 뒤집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벤 세스(네브래스카),매케인 상원의원 등이 이미 트럼프의 명령에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명령은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자 우리를 더욱 비인간적으로, 미국을 더욱 불안하게, 미국인을 덜 미국인답게 만들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우리와, 우리가 대변하는 것에 반하는 행정명령을 거둬들일 것을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의 ‘큰 손’인 석유 재벌 코흐 형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찰스, 데이비드 코흐 형제가 이끄는 정치·정책 네트워크는 29일 캘리포니아 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상반기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화당 기부자들의 모임인 코흐 네트워크의 공동의장 브라이언 훅스는 “이 나라에 공헌하고 가족을 위한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자 미국에 온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고도 미국민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무슬림 7개 국가 국민의 잠정적인 미국 입국 중단 조처는 잘못된 접근이며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환영한 역사에서 엄청난 이익을 누렸고 이것이야말로 자유롭고 열린 사회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만진의 도시탐구] 국회의사당 건물을 폭파하자

    [최만진의 도시탐구] 국회의사당 건물을 폭파하자

    ‘웨스트민스터’라고도 불리는 영국의 국회의사당은 그 나라 국민의 긍지와 자랑 그 자체다. 1860년쯤 화재로 소실된 웨스트민스터 궁전 자리에 지어진 이 건축물은 마치 하늘을 찌르는 것 같은 뾰족 지붕 형태를 가진 수려한 고딕 양식이다. 여기에는 빅벤으로 잘 알려진 시계탑과 빅토리아타워도 있어 더 눈길을 끌며 영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의회민주의의 탄생지이며, 토머스 모어나 찰스 1세의 사형 판결 등이 행해졌던 역사적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몰려들기는 헝가리의 국회의사당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웨스트민스터에서 영감을 받아 1902년에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의 혼합 양식으로 건립됐다. 이는 헝가리의 1000년 정주 역사를 기념하고 혼란스러웠던 과거를 청산하며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표출하고자 하는 혼과 염원이 담긴 것이었다. 이를 위해 건축 재료와 공사 기술 그리고 인력을 오로지 헝가리의 것에만 의존했다. 오늘날에도 시민의 사랑을 담고 역사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낭만과 추억의 다뉴브 여행 최고 목적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독일의 국회의사당은 최고의 건축적 화두를 던져 준 것이라 말할 수 있는데, 원래 1894년에 지어진 독일 제2제국의 의사당을 통일 후에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이 건물의 방점은 지붕 중앙에 설치한 유리 돔이다. 이는 바로 아래에 있는 본회의장으로 햇빛과 신선한 공기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그 속에는 둥근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시민들이 도시를 전망하면서 건축적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여기에는 민주적 소통, 투명성, 시민의 감시와 참여 등의 심오한 건축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이에 비해 히틀러가 계획했던 제3제국 의사당은 괴물처럼 끔찍한 것이었다. ‘인민의 궁전’이라 불리던 이 건물은 히틀러가 제1제국으로 지칭한 로마신성제국 시대의 양식을 빌려온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중앙에 무려 300m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둥근 지붕을 가진 것이다. 또한 사면은 수직으로 길게 뻗은 열주가 이 돔을 받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 거대한 중앙 돔은 히틀러와 나치 정권의 영원한 세계와 권력을 상징한다. 돔을 에워싸고 있는 기둥은 이에 복종하는 신민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나치 정권이 독일 인민과 함께 전 세계를 무력으로 지배해야 한다는 팍스로마나의 정신을 합리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계획은 2차 대전의 종전으로 다행히 말소됐으나, 어떻게 된 일인지 1970년대에 대한민국의 땅에서 국회의사당으로 버젓이 태어나게 됐다. 어린 시절 서울로 여행 갔던 필자는 여의도에 짓고 있던 이 거대한 건축물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우리 의사당 건축에서는 민주, 소통, 경외감, 민족 자긍심 등의 언어를 찾아볼 수 없다. 집은 주인의 양식과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우리의 국회의사당은 국민을 신민으로 삼고 그 위에 군림하려는 히틀러의 정신을 무의식적으로 계승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독일을 점령한 연합군은 나치를 영원히 추방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제일 먼저 한 것은 나치 거점 도시였던 뉘른베르크의 전당대회장에 설치돼 있던 히틀러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를 단호하게 폭파한 것이다. 우리도 이제 어두운 독재 정신을 내포하고 있는 국회의사당 건축을 추방하고 없애 버릴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유리처럼 투명하며, 맑고, 시민에게 친근하며, 민족정신과 미래를 담아내는 21세기의 새집을 하나 지어 봄이 어떨까?
  • ‘종의 기원’ 다윈도 놀란 월리스의 위대한 탐사

    ‘종의 기원’ 다윈도 놀란 월리스의 위대한 탐사

    말레이 제도/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지음/노승영 옮김/지오북/848쪽 “땅에 발을 내딛기만 하면, 내가 다시는 배를 타나 봐라.” 1848년 밑창이 뚫린 배에서 그는 50번도 더 다짐했다. 당시까지 그만큼 아마존 깊숙한 곳까지 가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채집했다. 영국에 내리기만 하면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었다. 아뿔싸, 귀국선엔 화재가 발생했고 구조선은 구멍이 났다.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이렇게 끝났다면 우리는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1823~1913)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디로 갈까?” 1852년 월리스는 서른이 되었다. 전형적인 영국 흙수저인 월리스는 다시 돈이 될 만한 것을 채집해야 했다. 일단 아마존은 제외했다. 거기는 이제 옛 동료 헨리 월터 베이츠의 영역이었다. 말레이 제도가 떠올랐다. 동서로 6400㎞, 남북으로 2900㎞ 너비에 흩어진 2만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이다. 모두 합하면 남아메리카 대륙 면적과 비슷한 넓이로 대부분 열대우림으로 덮인 화산지대다. 각 섬의 차이를 연구하면 명성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1854년 4월 말레이제도에 도착한 월리스는 곧장 탐험을 시작했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찬물로 목욕하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커다란 수집 상자를 어깨에 메고 그물망과 집게, 코르크 마개를 달아 목에 걸 수 있게 만든 두 가지 크기의 표본병을 항상 챙겼다. 때로는 장총을 들기도 했다. 채집에서 돌아오면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소독하고 말리는 작업을 했다. 1862년 1월 말레이제도를 떠날 때까지 8년 동안 96차례의 탐사여행을 하면서 이 섬에서 저 섬으로 2만여㎞를 돌아다녔다. 항상 그의 목적은 채집. 수만 점의 곤충을 비롯해 포유류, 파충류, 조류, 패류 등 12만 5000점이 넘는 표본을 모았다. 이 가운데 1000여 종은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신종이다. 월리스날개구리처럼 월리스 이름이 붙은 종만 해도 100종이 넘는다. 1855년 보르네오에서 우기를 보내면서 어떤 통찰을 얻었다. 쉽게 말하면 오래된 나뭇가지에서 새로운 잔가지가 나오듯이 오래된 종에서 새로운 종이 나온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이 창조한 그대로라고 믿던 시절에 이런 깨달음을 얻고 또 발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월리스가 처음 깨달은 사실이 아니다. 찰스 다윈이 이미 20년 전에 품은 생각이다. 하지만 다윈은 감히 발표하지 못했다. 전형적인 금수저 출신으로 부와 명성을 누리던 다윈에게는 평판이 중요했다. 하지만 월리스에게는 걱정이 없었다. 그는 평판은 고사하고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월리스는 지구 환경과 생명을 연관지어 관찰했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유산이다. 그는 지구와 생명 둘 다 진화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주장에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론을 세울 시간이 있으면 채집이나 열심히 하라는 핀잔을 들었을 뿐이다. 정작 중요한 발견은 우연히 일어난다. 경로를 벗어난 월리스는 발리에서 30㎞ 떨어진 롬복으로 갔다. 그런데 거기에서 석 달간 머무는 동안 발리에서 보던 새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폭이 불과 30㎞에 불과한 해협 건너로 새들이 퍼지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월리스는 발리와 롬복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있다는 이론을 세웠다. 선의 동쪽과 서쪽에 다른 새가 산다. 서부에는 원숭이, 호랑이, 코뿔소가 있지만 동부에는 그 어떤 영장류나 육식동물도 살지 않고 캥거루 같은 유대류뿐이다. 이 선을 우리는 월리스 선이라고 부른다. 이 선으로 말미암아 월리스는 생물지리학의 창시자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찰스 다윈과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월리스의 고민은 종이 어떻게 진화하느냐는 것이었다. 다윈은 오래전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상태였다. 1858년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고열에 시달리며 다 쓰러져가는 집에 누워 있던 월리스에게 ‘인구론’의 주장이 떠올랐다. 월리스는 깨달았다. 그는 열이 내리자마자 며칠 만에 논문을 완성했다. ‘변종이 원형에서 끝없이 멀어지는 경향에 대하여’가 바로 그것. 그는 논문을 저널에 보내기 전에 찰스 다윈에게 먼저 보냈다. 그후에 일어나는 일은 너무나 유명하다. 결국 다윈이 커밍아웃한다. 월리스가 다시 배를 타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다윈도 없었을 것이다.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되고 10년 후인 1869년 월리스는 ‘말레이 제도’를 발표하면서 다윈에게 바친다. “개인적인 호감과 우정의 징표로서, 또한 당신의 천재성과 업적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표하고자 이 책을 헌정합니다.” 이제 2년만 있으면 ‘말레이 제도’ 출간 150주년이다. 훔볼트에서 다윈을 거쳐 다이아몬드로 이어지는 생물지리학 전통의 빈칸이 비로소 채워졌다. 당장 읽지 않더라도 서가에 꽂아놔야 하는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동식물, 지명, 인명 색인에 많은 노고가 녹아 있다. 노승영의 번역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 [프로농구] 부산서 3대3 어떻노

    [프로농구] 부산서 3대3 어떻노

    토종 VS 용병 현란한 테크닉戰 오는 22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리는 2016~17시즌 KCC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3대3 경기가 첫선을 보인다.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홍보하는 차원이다. 올스타전 초유의 4년 연속 최우수선수(MVP)를 겨냥하는 김선형, 최준용(이상 SK), 김종규(LG), 송교창(KCC) 등 국내 선수 팀과 마이클 크레익(삼성), 제임스 메이스(LG), 오데리언 바셋(오리온), 키퍼 사익스(KGC인삼공사) 등 외국 선수 팀이 10분 동안 코트 절반에서 격돌한다. 현란한 테크닉을 뽐내기에 오히려 적합하고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KBL은 기대하고 있다. 팬들의 관심이 높은 덩크 콘테스트 국내 선수 부문에는 ‘루키’ 최준용과 송교창, 2015년과 2016년 ‘덩크왕’ 정효근(전자랜드)과 김종규 등이 나선다. 외국 선수 부문에서는 찰스 로드(모비스)와 바셋, 크레익, 사익스 등이 맞선다. 최고의 슈터를 가리는 3점슛 콘테스트에는 이정현(인삼공사), 임동섭(삼성), 김선형, 허웅(동부) 등 10명이 참가한다. 시즌 꼴찌 kt의 연고지이며 ‘야구 도시’로 이름 높은 부산에서 열려 KBL로선 관중 동원에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다행히 부산과 경남 팬들의 반응이 좋아 기대를 부풀린다. 그런데 같은 날 프로배구 올스타전이 충남 천안에서 열려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21일 올스타전 출전 선수들이 팬들과 함께 서울역을 출발,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 ‘복면가왕’ 이벤트 등을 함께 벌인다. 또 센텀시티 신세계백화점과 광복로 삼거리에서 올스타 선수들이 직접 홍보전도 펼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축가에만 50억원…러 재벌 3세 수백 억대 결혼식

    축가에만 50억원…러 재벌 3세 수백 억대 결혼식

    러시아의 한 재벌이 자신의 손녀딸에게 초호화 결혼식을 열어주고 축가에만 50억 원이 넘는 거액을 써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랜드마크 런던 호텔에서 열린 한 러시아 재벌 3세의 결혼식에 엘튼 존과 머라이어 캐리가 참석해 축가를 불렀다고 전했다. 이 호텔의 가장 비싼 객실의 숙박 비용은 1450파운드(약 207만원)나 한다. 초호화 결혼식으로 화제를 모은 주인공은 아이린 코간이라는 이름의 19세 여성. 그녀의 할아버지는 총자산 200억 달러(약 23조5300억 원)를 보유한 러시아 사업가 발레리 코간(65)이다. 그는 동유럽에서 가장 큰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신부 아이린과 동갑내기 신랑 다니엘 케비의 결혼식 직후 9시간에 걸쳐 열린 화려한 파티에는 러시아 재계 인사와 연예인, 그리고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최근 립싱크 논란을 일으켰던 팝의 여왕 머라이어 캐리는 이날 축가 무대에서 ‘마이 올’, ‘잇츠 라이크 댓’, ‘위 빌롱 투게더’ 등을 불렀다. 머라이어 캐리의 이번 축가 비용은 250만 파운드(약 35억5000만원)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축가 무대에는 기사 작위까지 받은 영국 가수 엘튼 존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파티에서 총 12곡의 축가를 불렀다. 축가 비용은 100만 파운드(약 14억5000만 원) 미만으로 알려졌다. 그중 ‘타이니 댄서’를 부를 때는 “이곡은 아이린을 위한 것이다. 그녀는 정말 훌륭한 댄서임을 알았다”면서 “왜냐하면 난 아래쪽에서 그녀를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찰스 영국 왕자에게 식사 초대를 받았던 할리우드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 또한 이번 결혼식에 초대됐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마이크를 잡고 러시아 재벌 손녀딸을 위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뿐만 아니라 이날 파티에는 수많은 러시아 연예인이 참석해 공연을 펼쳤고 마지막은 영국 DJ 겸 작곡가인 마크 론슨의 디제잉 무대로 막을 내렸다. 이날 신부가 입은 드레스는 영국에서 가장 비싼 패션 브랜드 중 하나인 ‘랄프 앤드 로소’에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브랜드는 영국 디바 셰릴 콜이 입었던 검은색 웨딩드레스로도 유명하다. 또 이 드레스 브랜드는 팝스타 비욘세나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 등의 유명인사가 드레스를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신부가 입은 드레스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참고로 이 브랜드의 최고가 드레스는 32만 파운드(약 4억 5600만원)로 알려졌다. 이날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공개한 사진 중에는 신랑신부는 지상에서 최소 3m 높이에 있는 무대에서 초대형 웨딩 케이크를 자르는 모습도 있다. 또한 메뉴표 사진도 있는데 철갑상어알을 곁들인 농어구이, 건조숙성 비프스테이크 등 총 9가지 코스 요리가 제공된 것으로 확인된다. 총 결혼식에 들인 비용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수백 억원 이상을 투입해 치렀으리라는 평가다. 한편 이번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손님이라면 재미있겠지만, 내 결혼식이라면 무작위로 유명인사들을 부르고 싶을지는 모르겠다”, “무분별한 돈 낭비다”, “머라이어 캐리는 이번에도 립싱크를 하고 있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인생은 도전”… 잘나가던 그들, 모험을 꿈꾸다

    [글로벌 인사이트] “인생은 도전”… 잘나가던 그들, 모험을 꿈꾸다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붉은 닭의 해’인 정유년, 미국 워싱턴에서 일하는 한인 30대 여성 두 명을 각각 만났다. 마침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게 된 이들이다. 워싱턴DC 의료컨설턴트에서 닷컴벤처 사업가로 변신한 송경민씨와 미 의회 보좌관 직을 떠나 전 세계 24개국을 돌며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록 사업에 나선 한나 김씨가 주인공이다. 올해 모두 34세가 되는 그들은 “삶에 대한 열정 없이는 단 하루도 무의미하다”며 “주변의 시선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이고,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변에서 모두 부러워하는 안정적 직장을 뒤로하고, 앞날을 알 수 없는 모험을 시작하는 그들의 특별한 도전기를 12일(현지시간) 들어봤다. ■창업 CEO 된 의료 전문가 닷컴벤처 사업가 변신 송경민씨 “의료전문가가 왜 엉뚱하게 닷컴벤처를 차리냐구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제 인생이니까요.” 워싱턴DC에 있는 보건정책컨설팅사 ‘에이밸리어헬스’에서 잘나가던 컨설턴트 송경민(34)씨는 요즘 밤낮없이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의료 분야에 몸담은 지 15년 만에 사업가로 변신, ‘업종 변경’을 시도하는 중이다. 그것도 의료 관련 사업이 아니라 미국 내 3000만명이 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물물 교환 및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벤처 창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판 ‘중고나라’ 성격으로, 특히 이동이 잦은 대학 관계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살림살이와 책 등을 사고팔고, 학업과 생활에 유용한 인턴·아르바이트 등 각종 정보과 조언을 나눌 수 있는 사이트를 올해 상반기 중 오픈할 예정이다. 왜 대학생 대상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일까. 그는 “2011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대학원에 유학을 와서 보건학과 경영학(MBA)을 복수전공했는데, 2년 동안 여기저기서 인턴을 하고 방학 때 기숙사에서 나와야 해서 이사를 여섯 번이나 다녔다”며 “유학생 등 친구들이 귀국할 때 가구 등을 빨리 처리하기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학생들끼리 안심하고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MBA 동창과 함께 지난해부터 이 같은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잘 몰랐던 컴퓨터 프로그래밍부터 체계적으로 배워 직접 사이트를 만들고 있으며, 상반기 중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모교인 존스홉킨스대 등 동부 대학 학생회 등과 손잡고 학생들의 직접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사이트의 유용성 여부가 검증되면 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구체적 펀딩 및 마케팅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는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제휴 대학을 넓히는 등 대학생 온라인 장터의 ‘넘버 원’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액 연봉의 컨설턴트를 관두고 경쟁이 치열한 벤처 창업에 뛰어든 그를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해준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인생 자체가 변화를 위한 도전의 연속이었다”며 “변화에 끌려가기보다 변화를 주도하자는 것이 삶의 모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대 출신’으로도 평범하지 않았다. 2008년 의대 졸업반 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인턴 활동을 했으며, 보건정책에 관심을 갖게 돼 졸업 후 남들과 달리 인턴·레지던트의 길로 가지 않고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서 예방접종관리 책임연구원으로 2년간 근무했다. 이어 보건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결심한 뒤 임상이 아닌 정책을 하려면 리더십 등 경영을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MBA까지 전공했다. 대학원 졸업 후에도 백신을 개발하는 제약회사 ‘머크’에서 일하면서 제약과 정책을 접목시켰고, 2013년 워싱턴 보건정책컨설팅사로 옮겨 ‘오바마케어’ 등 미국의 보건정책을 컨설팅하는 등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계속 도전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 영주권도 받았다. 그는 “시대가 급변해 인공지능(AI)이 의사 등 많은 직업의 일을 대체할 텐데, 기술 발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도전해 변화를 이끌어가고 싶다”며 “기술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벤처 창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통해 후배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해 주는 멘토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평화 메신저 된 의원 보좌관 한국전 참전용사 기록 한나 김씨 “저 멀리 떠나요, 그것도 오랫동안. 더 보람 있는 일을 하려구요.” 지난해 11월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 하원 건물에서 열린 대표적 ‘지한파’ 찰스 랭걸 민주당 하원의원 은퇴식에서 만난 한나 김(34) 랭걸 의원실 비서실장 겸 공보국장은 랭걸 의원을 떠나보낸 뒤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 랭걸 의원을 지난 7년간 보좌하면서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일 제정, 재미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안 등 한국 관련 굵직한 법안 통과 실무를 주도해 온 그는 워싱턴에서 벗어나 한국전 참전국들을 직접 방문해 참전용사들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구체적 계획이 궁금했다. 오는 19일 ‘먼 여행’을 떠난다는 그를 최근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다시 만났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 온 그는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마친 뒤 랭걸 의원실에서 활동하기 전부터 6·25전쟁과 남북 분단 상황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인 6·25전쟁에서 희생한, 이제는 고령인 참전용사들이 없었다면 한반도의 평화도, 내 자신의 꿈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것이 그가 2008년 참전용사들을 예우하고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모임 ‘리멤버727’을 조직한 계기였다. ‘727’은 1953년 6·25전쟁 휴전협정이 체결된 날로, 미국에 휴전일을 제대로 알리자는 의도도 작용했다. 그는 해마다 7월 27일이면 참전용사 등 수백명과 함께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 모여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한반도 평화를 염원했다. 그런 그가 이 모든 활동을 당분간 내려놓기로 했다. 80대 고령에도 왕성한 활동을 벌인 랭걸 의원의 바쁜 보좌관이자 민주당 공보국장협의회 의장, 리멤버727 대표로 워싱턴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였던 그다. 그는 “한국전 참전국 21개국과 러시아, 일본, 중국 등 모두 24개국을 4개월 동안 돌며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등을 방문하고, 각국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기록하려고 한다”며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잊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아직도 휴전 상태인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한국의 자유를 위해 싸웠듯 통일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회에서 보좌관 등으로 계속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그는 오랫동안 생각해 온 ‘참전용사 기록 프로젝트’를 위해 사비를 털어 19일 캐나다를 시작으로 5월 8일 부산 유엔기념공원 방문까지 4개월 동안 배낭을 메고 6개 대륙에 걸쳐 16만㎞를 걸어다닐 예정이다. 부족한 자금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지금까지 1만 달러(약 1200만원) 가까이 모았다. 그는 또 각국 현지 한인회 등에 참전용사들과의 만남을 위한 통역 및 현지 촛불 집회 등을 위한 도움을 부탁하고 있다. 그는 “참전국 21개국 외 러시아와 일본, 중국 방문은 화해를 위한 것”이라며 “중국 선양에 있는 한국전 관련 기념관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6·25전쟁과 한반도 분단은 뼈아픈 역사이지만 이들 국가와의 화해도 통일을 위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인 2세로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메신저가 되겠다는 그는 “젊은 세대가 통일에 대한 믿음을 버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김욱동 창문을 열며]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김욱동 창문을 열며]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17세기 영국 내전이 의회파의 승리로 끝나면서 찰스 1세는 처형당했고, 찰스 2세는 추방당해 프랑스의 루이 14세에게 몸을 의탁했다. 의회파는 올리버 크롬웰을 호국경으로 삼아 영국 연방을 세웠다. 그러나 크롬웰이 사망한 뒤 공화정은 붕괴했고, 왕당파는 찰스 2세를 왕위에 앉혔다. 1660년 영국은 다시 왕정 국가로 되돌아갔다. 찰스 2세는 왕위에 앉자마자 아버지 찰스 1세의 복수 계획을 은밀하게 세웠다. 처형에 가담한 판사들과 법정 관리 58명을 리스트로 만들었다. 13명은 국왕 시해죄로 사형시키고, 25명은 종신형에 처했는데, 나머지 20명은 처벌을 피해 도망쳤다. 악명 높은 ‘블랙리스트’의 역사는 바로 찰스 2세가 처벌자 명단으로 적어 둔 이 살생부에서 시작한다. 우리말로 ‘흑색 명단’이라고 옮길 수 있는 블랙리스트란 경계가 필요한 요주의 인물들이나 위험 인물을 일목요연하게 적어 놓은 목록을 말한다. 이 용어에 왜 하필 검은색을 뜻하는 ‘블랙’이 들어가 있을까. 영어 관습에서 좋지 않거나 부정적인 용어에는 하나같이 ‘블랙’이 들어간다. 가령 법에 저촉되는 물건을 사고파는 암시장은 ‘블랙 마켓’이라고 부르고, 코미디라도 뒷맛이 씁쓸한 코미디는 ‘블랙 코미디’라고 부른다. 어찌 이뿐이랴. 같은 거짓말이라도 악의에 찬 거짓말은 ‘블랙 라이’, 비밀 범죄조직은 ‘블랙 핸드’, 공갈이나 협박은 ‘블랙 메일’이라고 부른다. 이와 반대로 흰색을 뜻하는 ‘화이트’가 들어가는 말은 하나같이 좋거나 긍정적이다. 예를 들어 ‘화이트리스트’란 허용되거나 식별된 실체를 모아 놓은 목록을 말한다. 가령 회사나 기관에서 화이트리스트에 올라 있는 인물들은 여러 모로 혜택을 받는다. 같은 거짓말이라도 ‘화이트 라이’라고 하면 의사가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하는 것 같은 악의 없는 거짓말을 말한다. 블랙 마켓과는 달리 화이트 마켓은 공인받은 시장을 뜻한다. 그러고 보니 흔히 사상의 집이라고 일컫는 언어에서부터 흑인 차별이 무척 심한 듯하다. 최근 들어 다문화주의의 거센 물결을 타고 미국에서 흑인들이 이런 부정적인 용어에서 ‘블랙’이라는 말을 빼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다지 무리가 아닌 듯하다. 최근 현 정부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 때문에 문화계는 물론 온 사회가 떠들썩하다. 오죽하면 특별검사팀에서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겠는가. 이 블랙리스트에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서명자들을 비롯해 세월호 시국선언을 한 문학인들,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한 문화인들 등 모두 9500명 정도가 포함돼 있다. 내로라하는 예술인들이 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채식주의자’로 2016년도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도 이 명단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블랙리스트가 비단 문화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근 특검팀은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블랙리스트가 모든 분야에 걸쳐 폭넓게 작성됐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청와대의 거의 모든 수석비서관실이 분야별로 정부 지원 배제 대상자 명단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앞으로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다. 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인들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령 고은 시인은 “나는 대선 후보 따위나 지지하고 반대하고 하는 시인이 아니다. 시인의 위엄을 위해서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이 명단에 오른 것이 오히려 ‘영광’이라고 밝혔다. 안도현 시인도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중에 내 이름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명단을 살펴보았다. 참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는 숲과 같다. 숲에 온갖 생물이 서식하면 할수록 그 숲은 그만큼 건강하다. 한 숲에 특정한 한 종류의 식물만 자라면 좋을 것 같지만 생태학적으로는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나무가 다른 생물들과 함께 어울려 살 때 건강하다. 이 점에서는 문화도 마찬가지여서 여러 경향의 문화가 서로 공존할 때 그 문화는 그만큼 풍요롭기 마련이다.
  • 암 앓던 美여성의 네 쌍둥이 기적 출산기

    암 앓던 美여성의 네 쌍둥이 기적 출산기

    네 쌍둥이를 자연임신할 확률은 70만 분의 1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네 쌍둥이를 임신한 여성에게 암이 재발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암에 걸려서도 뱃속의 아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엄마가 있어 화제다. 미국의 NBC방송과 US위클리는 7일(현지시각) 암 생존자인 한 여성이 네 쌍둥이를 자연임신한 후 다시 암 환자가 된 비극적인 사연을 소개했다. 켄터키주 포트캠벨의 케일라(29)와 찰스 부부(26)는 지난해 12월 30일 네 쌍둥이의 부모가 되었다. 그러나 케일라는 보통 산모와는 달랐다. 그녀는 2016년 1월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은 암환자였다. 평소 끈질긴 가려움과 고질적인 기침으로 괴로워했고, 1년 반을 오진으로 고생하다 종양이 흉곽의 3분의1로 퍼져있고 림프절 또한 비대해져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5개월 간의 화학요법 후 병이 차도를 보이기 시작했을 때, 뜻밖에 임신 소식을 접했다. 케일라는 "우리는 아마 치료 후에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들었다"며 "초음파 검사를 하러 갔더니 4명의 건강한 심장이 뛰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 기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남편 찰스 역시 "내가 경험한 가장 놀라운 일이면서도 우리에게 일어난 최고의 순간"이라 말했다. 기쁨도 잠시, 11월이 되자 케일라를 옥죄였던 암이 재발했고 결국 아이의 건강과 암 치료를 위해 의료진은 임신 30주째에 제왕절개 수술에 들어갔다. 그리고 찰스, 마이클, 빅토리아, 릴리안이 무사히 태어났고 현재 신생아집중치료실에 머물고 있다. 케일라는 "나는 네쌍둥이는 물론 에단(12)과 하퍼(2) 두 아이의 엄마"라면서 "자식들과 남편에게 내가 얼마나 강한 엄마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가 5년 안에 생존할 확률이 50%라고 말했지만 반드시 이겨내 여섯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인스타그램(kaylagaytan8)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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