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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세 생일맞은 빈 라덴 美 추적활동 강화 ‘선물’

    종적을 감춘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10일 50회 생일을 맞은 가운데 다시 그의 행방과 움직임에 관심이 뜨겁게 일고 있다. 미국은 빈 라덴의 유력한 은신처인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에 미 중앙정보국(CIA)요원을 추가 배치하는 등 빈 라덴을 사살 또는 생포하기 위한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빈 라덴이 산악 지대의 눈이 녹기 시작하는 3월에 은신처를 옮길 가능성이 높으며, 지금이 빈 라덴 추적에 최적기란 설명이다.미국은 2001년 9·1테러 사건 직후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고 빈 라덴의 행방을 추적해 왔지만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빈 라덴은 2004년 말 공개된 비디오테이프를 끝으로 철저하게 종적을 감춰 건강이 나쁘거나 사망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 돌았다. 하지만 알 카에다와 동맹관계인 탈레반의 지도부는 빈 라덴의 생존을 주장했다. 탈레반 대변인 물라 하야탈라 칸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그와 교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앞서 미 국가정보국의 마이클 매코넬 신임 국장은 상원에서 “빈 라덴은 파키스탄에서 알 카에다 훈련캠프 재건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증언했다.최근 파키스탄을 방문했던 스티브 카페스 CIA 부국장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정찰위성 사진 등의 증거물을 제시하며 빈 라덴 체포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빈 라덴의 생일을 축하하는 찬양글이 이슬람 웹사이트들에 쇄도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맨해튼 침공’이란 제목아래 9·11테러 동영상을 올린 추종자도 있었고, 빈 라덴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시와 서약문들도 게재됐다고 AP는 전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데스크시각] ‘민족’은 죄가 아니다/ 김종면 문화부 부장급

    ‘카지노 자본주의’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경제학자 수전 스트레인지는 “세계화 속에서 국가는 퇴장하고 내셔널리즘도 후퇴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 또한 “국민국가의 쇠퇴와 더불어 내셔널리즘도 쇠퇴한다.”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석학들의 진단이 무색하게 민족주의의 파고는 더욱 높아져만 가고 있다. 동아시아 몇몇 나라들의 ‘국가 기획’ 역사·문화 프로젝트만 봐도 오늘의 화두는 여전히 민족주의임을 알 수 있다. 요즘 중국에서는 동북공정에 이어 청나라 역사를 집대성하는 ‘청사공정(淸史工程)’이 대대적인 국책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동북공정의 핵심 인물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만큼 청사공정 역시 자국의 역사를 정치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제2의 동북공정’인 셈이다. 국가주의 이념은 문화예술 분야까지 스며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거장 장이머우 감독은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들여 만든 영화 ‘황후화’를 통해 완전히 중화제국의 충실한 이데올로그로 변신했다. 인생이 있고 철학이 있던 그의 영화가 한갓 국가권력과 손잡은 애국주의의 포로가 되다니…. 국수주의적인 민족이념이 문화를 오염시키기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극우세력의 대표주자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가 제작한 영화 ‘널 위해 죽으러 간다’가 오는 5월 일본에서 개봉된다고 한다. 자살특공대 가미카제를 찬양하는 영화다. 소설 ‘요코 이야기’의 역사왜곡 파문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유력 정치인이 또 목적있는 영화를 만든 것이다. 올해 75세의 이시하라는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www.sensenfukoku.net) 이름이 선전포고일 정도로 도발적이다. 그런 ‘극단형’ 인간이 3선 지사에 도전하고 ‘행동하는 보수’로 활약하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남의 나라의 일그러진 국가주의 문화의 한 단면을 굳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다. 최근 우리는 ‘민족’과 관련된 두가지 사단을 겪었다. 하나는 진보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가 민족이라는 명칭을 빼려다가 무산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류스타 비를 탄생시킨 프로듀서 박진영이 “한류에서 민족주의 성향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은 일이다. 작가회의의 경우 민족이라는 이름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지만 명칭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대의 변화에 맞게 문학적 실천을 담보해 내느냐 하는 것이다. 한류 문제는 보다 본질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은 최근 ‘아시아 문화산업 시장조사’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류는 정점을 지나 성장의 둔화를 겪는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 해결책을 어디서 찾을까. 다양한 콘텐츠 개발없이 ‘한국’이란 브랜드에만 매달려서는 물론 한류를 이어가기 어렵다. 하지만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도 밝혔듯이, 우리 문화를 널리 소개하는 것을 단순한 민족주의로 폄하하는 것은 잘못이다. 더욱이 한류의 한복판에 있는 사람이 “한국엔 민족주의로 먹고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단견이요, 제 얼굴에 침 뱉기다. 문제는 소통을 거부하는 배타적 문화민족주의, 정신적인 가치를 경제적 잣대로만 재단하려는 천박한 문화상업주의, 남의 문화를 지배하려는 오만한 문화패권주의에 있다. 한류 스타를 두고 ‘걸어다니는 기업’이니 매출을 얼마 올렸느니 하며 법석을 떠는 사이, 반(反)한류·혐(嫌)한류의 기운은 시나브로 싹튼다. 민족은 하늘에서 떨어진 천둥벌거숭이도, 땅에서 갑자기 솟아난 천덕꾸러기도 아니다. 우리가 끝내 기대지 않을 수 없는 소중한 언덕이다.‘민족’은 죄가 아니다. 김종면 문화부 부장급 jmkim@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8) 일본 만선사가들이 본 병자호란, 누르하치, 그리고 만주 Ⅱ

    [병자호란 다시 읽기] (8) 일본 만선사가들이 본 병자호란, 누르하치, 그리고 만주 Ⅱ

    만선사관(滿鮮史觀)의 등장은 19세기 말부터 본격화된 일본의 대륙 침략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만선사가였던 이나바 이와기치는 1937년 자신의 회갑을 맞아 쓴 글에서 ‘자신은 학문을 위한 학문을 했던 것이 아니라 당시의 ‘지나 문제’에 자극을 받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려고 만주와 청의 역사를 연구하게 되었다.’고 술회했다.‘시대적 요구’란 다름 아닌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중일전쟁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조선과 중국 침략의 당위성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만선사가들은 ‘일본이 옛날부터 만주와 맺었던 각별한 인연’을 거론하고, 일본의 대륙 침략은 ‘침략’이 아니라 ‘새로운 동아시아를 건설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강변했다. ●일본과 만주의 인연 강조 이나바 이와기치를 비롯한 만선사가들에게 대부(代父) 역할을 했던 인물은 나이토 고난(內藤湖南)이었다. 아키타(秋田) 출신인 그는 젊은 시절 오사카 아사히(朝日)신문의 논설위원을 지내는 등 주로 언론계에서 활동했다. 그는 1903년 만주를 시찰하고 돌아와 러시아와 일전(一戰)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고,1905년 러일전쟁 승리 이후에는 외무성의 촉탁으로 만주에서 행정조사 업무를 담당했다. 이어 외상 고무라 주타로(小村壽太郞)의 고문이 되어 대륙 경영의 방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나이토는 교토(京都)제국대학에 사학과가 개설된 1907년부터 동양사 담당교수로 강의하는 한편 정세파악과 사료수집을 목적으로 여러 차례 조선과 중국을 방문했다.1925년에는 조선사편수회(朝鮮史編修會)의 고문을 맡기도 했다. 일본의 만주침략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던 관학자(官學者)이자, 이른바 ‘교토 지나학(支那學)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의 영향 아래서 이나바 이와기치와 같은 만선사가가 나온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나이토는 1905년, 이나바가 ‘만주발달사(滿洲發達史)’를 출간하자 서문을 써주었다. 그는 그 글에서 “부여는 남만주철도의 종점인 창춘(長春) 서쪽의 눙안(農安) 지역에 있었으며” “고구려가 멸망할 당시 일본과 지나의 세력이 처음으로 조선과 만주 방면에서 접촉했고, 그때부터 일본은 만주에 대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운명을 지니게 되었다.”고 썼다. 나이토는 또한 발해가 일본과 활발하게 교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부여가 남만주철도 종점 부근에 있었던 사실, 고대 일본이 고구려·발해와 접촉했던 사실 등을 일본과 만주 사이의 ‘인연’으로 강조했던 것이다. 만선사가들은 또 다른 ‘인연’도 끄집어냈다. 임진왜란 중인 1592년 12월, 함경도를 점령했던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는 두만강을 건너 여진족을 공격했던 적이 있다.1936년, 이케우치 히로시(池內宏)는 이 사실에 주목하여 ‘가토의 공격은 흉포한 야인들에게 일본의 무위(武威)를 과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나바 또한 이 사례를 일본이 만주와 맺은 각별한 인연으로 강조한다. ●만주사변과 이나바의 청(淸)찬양 1931년 9월18일, 봉천(奉天-선양)에 있던 일본 관동군은 중국 군벌 장학량(張學良)의 병영을 기습하여 만주사변을 일으켰다. 관동군은 순식간에 창춘, 지린 등지를 점령하고 이듬해 2월까지는 진저우(錦州), 치치하얼(齊齊哈爾), 하얼빈 등 만리장성 바깥의 만주 전체를 손에 넣었다. 관동군은 1931년 11월, 톈진(天津)에 머물던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宣統帝)를 비밀리에 뤼순(旅順)으로 옮겼다. 푸이는 1932년 3월1일, 만주국(滿洲國)의 집정(執政)이 되고,1934년에는 황제로 즉위했다. 관동군은 치밀한 각본에 의해 만주를 탈취, 괴뢰국가 만주국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만주국이 건국되자 이나바도 바빠졌다. 만주를 탈취한 데 대한 국제여론이 나빠지자 이나바는 새로운 명분을 만들어냈다.1934년, 이나바는 ‘만주의 역사가 경(經·날줄)과 위(緯·씨줄)가 맺어지면서 전개되어 왔다.’고 전제한 뒤, 역사상 만주에서 ‘경(-주체)’의 역할을 담당한 것은 몽골족과 만주족이지 결코 한족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나바는 특히 청을 만주 역사의 주역으로 평가했다. 이나바는 또한 청의 강희대제(康熙大帝)야말로 ‘300년 동양평화’의 기초를 다진 성군(聖君)이라고 찬양했다. 강희제가 1689년 네르친스크 조약을 체결하여 러시아의 극동 진출을 견제했던 것을 들어 그를 ‘대제’ ‘성군’으로 치켜세웠다. 만주의 안녕, 나아가 동양 평화의 기초는 만주족이 놓은 것이지 한족과는 관계가 없다는 인식이었다. 여러 민족의 ‘경위(經緯)작용’을 통해 발전해 온 만주의 역사에 이제 새로운 주체가 나타났다. 이나바는 그것이 바로 일본 민족이라고 강조했다. 만주국은 만주의 역사에 새롭게 등장한 ‘경’이므로 ‘위’에 불과했던 한족의 지나는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일본은 더욱이 강희대제의 핏줄을 이은 푸이를 황제로 앉혔으므로, 만주국의 등장은 ‘침략’이 아니라 ‘동양평화를 위한 대업의 계승’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이나바, 중일전쟁 그리고 한국사 이나바는 만주사변 직후 교토제국대학에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했다. 논문은 통과되어 1934년 서울에서 출판되었다.‘광해군시대(光海君時代)의 만선관계(滿鮮關係)’가 바로 그것이다. 400쪽에 이르는 이 책에서 이나바는 조선과 만주의 관계사를 개관하고, 임진왜란 직후 명·청이 대립하던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려 애썼던 광해군을 찬양했다. 나아가 서인(西人)들이 인조반정을 일으켜 광해군을 폐위시킨 것을 비판했다. 이나바는 왜 광해군을 찬양했을까? 물론 명청교체기(明淸交替期)에 광해군이 보인 외교역량은 볼 만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나바가 당시의 조선을 과연 독자적인 주체로 보았을까 하는 점이다. 광해군이, 이나바가 그토록 좋아했던 청과 청의 시조인 누르하치와 사단을 피하려 했기 때문에 찬양한 것은 아닐까? 이나바의 광해군 평가는 조선사를 만선사관의 틀에서 보려는 시각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1937년 7월, 일본군은 베이징과 톈진, 상하이에 대한 총공격을 개시했다. 중일전쟁의 시작이었다. 만주사변 때와는 달리 중국의 국민당과 공산당은 합작하여 항일(抗日)저항을 선언하고, 전쟁은 중원 전체로 확산되었다. 중일전쟁을 일지사변(日支事變)이라 불렀던 이나바는 다시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해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 냈다. 역사상 한족이 아닌 이민족들이 중원에 들어가 새로운 왕조를 세웠던 사실과 의미를 부각시키는 것이었다. 일본군이 황하와 양자강 유역까지 전선을 넓히자 이나바는 ‘이민족의 중국 통치는 한족의 발달을 촉진시켰다.’는 언설을 들고 나왔다.1939년에 나온 ‘신동아건설(新東亞建設)과 사관(史觀)’이란 책에서,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북위(北魏)의 예를 들어 ‘이민족의 중국 통치는 퇴폐한 풍조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썼다. 일본군의 침략을 ‘퇴폐한 중원’을 정화시키는 ‘방부제’로 정당화한 것이다. 이나바의 언설은 계속된다.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명군이 조선에 들어왔고, 그 틈을 타서 누르하치가 만주지배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1934년 관동군은, 신해혁명(辛亥革命)으로 폐위된 선통제를 만주국의 황제로 앉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누르하치의 ‘은인’이고, 관동군은 푸이의 ‘은인’이 되는 셈이다. 나아가 누르하치의 후손들이 중원으로 진격하여 ‘강희대제의 위업’을 이룬 것처럼 일본군도 이제 ‘새로운 동아시아(新東亞)’를 건설하기 위해 중원으로 진군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선사관에 의해 한국사의 자주성은 부인되었다. 한국사는 그저 일제가 집어삼킨 만주 역사의 부속물일 뿐이었다. 세월이 흘러 만주는 중국으로 돌아갔고, 다시 세월이 흘러 중국은 강대국으로 재림하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한국사의 범주를 축소시키려 덤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만선사관과 동북공정이 지닌 패권적 아카데미즘을 넘어서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학자들의 분발과 위정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북한지폐 세뱃돈으로 확산

    `북한 돈이 설날 복돈?’100원짜리 북한 지폐 등 북한 돈이 설을 전후해 세뱃돈과 복돈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수집가들 사이에서 팔리던 북한 돈이 최근 중국 등을 통해 ‘기념품(?)’으로 국내에 들어와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 화폐 가치가 거의 없는 북한 돈은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약 150∼200원이 1달러 정도(암시장 거래환율)로 평가된다. 북한 돈을 소지하는 것이 현행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김일성 초상화와 주체사상탑 등 혁명사상을 담은 지폐들이 호기심 차원을 넘어 널리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설인 지난 18일 대학생 박모(24)씨는 중국 여행 중에 구입한 북한돈을 조카들에게 세뱃돈으로 나눠줬다. 그는 “지난달 중국 패키지 여행 중 기념품점에서 북한 지폐를 판매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서 샀다.”면서 “함께 여행을 간 10여명도 ‘세뱃돈으로 주겠다.’며 북한 돈을 3∼4장씩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카들이 안보기념관 등에서만 보던 북한 돈을 받아들고 무척 신기해했고,‘북한에서 한달 월급이 100원’이라고 전하자 마치 큰 돈을 받은 것처럼 좋아했다.”고 말했다. 설을 이틀 앞둔 지난 16일 회사원 안모(36)씨는 거래처에서 온 연하장을 뜯어보고 깜짝 놀랐다. 연하장에 새해 인사와 함께 100원권 북한 지폐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하장에는 “구하기 힘들었던 만큼 지갑 속에 ‘복돈’으로 간직하시고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안씨는 “처음 보는 북한 돈이 신기하기는 했지만 북한 돈이 기념품으로 전락해 남한 사회에 퍼지고 있다는 게 씁쓸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오모(47)씨는 지난해 10월 중국 출장을 갔다가 베이징 공항 택시 정류장에서 조선족으로 보이는 한 남자에게서 북한돈 3세트를 1만원에 구입, 최근 지인들에게 선물했다.그는 “북한 돈 100원이면 북한 근로자 한달 월급과 맞먹는 돈이라고 하는데 의심스러웠지만 재미삼아 바꿨다.”면서 “아직도 진폐인지 위폐인지는 모른다.”고 전했다. 여대생 소모(25)씨도 백두산 여행을 갔다가 국경도시 투먼의 기념품 가게에서 북한 돈을 구입해 친구들에게 선물했다.고 전했다. 경찰 보안과 관계자는 “중국 공항 매점과 기념품 판매점 등지에서 기념품으로 판매되는 것이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국가보안법상 찬양 및 고무의 목적이 없다면 북한 화폐를 소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에 저촉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북한 돈에는 김일성 초상화와 만경대 김일성 생가, 주체사상탑, 천리마 동상 등 이념적인 것이 새겨져 있어 수집 차원을 넘어 확산될 경우 아이들에게 왜곡된 역사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임일영 류지영기자 argus@seoul.co.kr
  • [책꽂이]

    ●태평양전쟁의 사상(나카무라 미쓰오 등 지음, 이경훈 등 옮김, 이매진 펴냄) 1941년 12월8일, 일본 해군 항공대와 특수 잠항정이 하와이 진주만에 있는 미국의 태평양 함대를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된 태평양전쟁. 이 전쟁을 주도하던 세력이 그린 ‘큰 그림’이 바로 대동아공영권이다. 이 책은 일본인이 생각하는 전쟁의 성격을 드러내주는 이 이름을 둘러싼 역사적·지적 배경을 엿볼 수 있는 1차자료다.1940년대 초에 있었던 좌담 ‘근대의 초극’과 ‘세계사적 입장과 일본’,‘총력전의 철학’ 등을 통해 일본정신의 기원을 살펴본다.1만 6500원.●나폴레옹의 영광(리처드 홈즈 지음, 김지원 옮김, 청아출판사 펴냄) 프랑스 혁명 기간에 등장한 나폴레옹은 피라미드, 마렝고, 아우스터리츠, 예나, 바그람, 보로디노 등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나폴레옹 전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런 승리를 바탕으로 당시 나폴레옹의 제국은 포르투갈에서 모스크바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베스트셀러 ‘웰링턴:강철의 공작’을 쓴 저자는 나폴레옹의 탄생부터 몰락까지 흥미진진하게 다룬다.3만 5000원.●보살-유럽과 아시아 문화를 한 몸에 담다(최영순 지음, 운주사 펴냄) 인도에서 탄생한 보살상이 실크로드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여정과 그 과정에서 보살상에 반영된 다양한 문화를 분석. 고대 보살 복식을 전공한 저자에 따르면 보살상이 처음 조성된 인도의 보살은 요즘처럼 보관을 쓰지 않고 터번이나 다른 형태의 관을 썼다. 보살상은 인도의 간다라와 마투라, 두 도시에서 거의 동시에 조성됐다. 저자는 간다라 인근 고대 실크로드 불교 유적지인 바미안 보살의 보관에 사산조 페르시아 왕관 문양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사산조 페르시아는 3∼7세기 이란의 화려하고 강력한 문화를 가진 왕조다.7500원.●칸딘스키와 클레의 추상미술(김광우 지음, 미술문화 펴냄) 칸딘스키와 클레는 회화의 거장이었을 뿐 아니라 역량있는 교육자이기도 했다.1933년 나치의 점령으로 폐쇄된 독일의 바우하우스에서 함께 재직하며 친구로서, 추상미술을 일군 동반자로서 두 사람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바우하우스는 짧은 기간동안 존속했지만 20세기 가장 유명한 미술학교로 디자인과 산업기술 간의 관계를 확립한 기관. 이 책은 이 두 화가의 예술세계를 다룬다. 칸딘스키는 “색은 키보드이고, 눈은 망치이며, 영혼은 끈이 달린 피아노다.”라는 말을 남겼다.2만 8000원.●바리에떼-문화와 정치의 주변풍경(고종석 지음, 개마고원 펴냄)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저자의 에세이집. 저자는 20세기 역사에서 얻은 교훈은 “모든 순수한 것에 대한 열정이 위험하다는 점”이라며 “세계시민주의의 실천 전략은 불순함의 옹호”이므로 “섞인 것이 아름답다.”고 강조한다. 바리에테(varit)는 프랑스어로 ‘다채로움’이란 뜻.1만 2000원.●화가와 시인(보들레르 지음, 윤영애 옮김, 열화당 펴냄) 보들레르는 시인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전에 미술평론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보들레르는 때론 앵그르의 완벽한 기교에, 혹은 쿠르베의 힘찬 터치에 매료되고 데생화가 도미에를 찬양하기도 했지만, 그가 가장 감탄한 화가는 외젠 들라크루아였다. 이 책엔 ‘1845년 미술전’ ‘생 쉴피스 성당의 들라크루아 벽화들’ 등 5편의 들라크루아론이 실렸다. 보들레르의 비평은 그 자신의 미학적 보고서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1만 3000원.
  • 그리스 로마 서사시로 고전읽기의 해법 제시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는 같은 사물이나 인물이 늘 같은 말로 표현돼 있다. 예컨대 가만히 앉아 있는 아킬레우스를 묘사할 때에 ‘발 빠른 아킬레우스’라고 하는 식이다. 왜 그런 어색한 표현을 쓴 것일까. 서양고전학을 전공한 강대진(서울대 강사)씨는 그의 저서 ‘고전은 서사시다’(안티쿠스)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것은 이른바 ‘공식구(formula)’라 불리는 것으로, 음송시인이 운율을 맞추기 위해 외우고 있던 구절을 필요할 때마다 반복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탄탄한 구조를 지닌 고전작품이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하지만 정작 그 구조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짜여져 있는지는 잘 모른다. 저자는 그리스·로마 서사시의 구조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작품들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네이스’의 전반부 4장은 ‘오디세이아’를 본받아 이동과 모험을 그린 것이며, 후반부 4장은 ‘일리아스’를 따라 전투내용을 담은 것이다. 두 작품의 소재가 모두 ‘저승여행’이라는 점도 같다. 요컨대 ‘아이네이스’는 호메로스를 모방하면서도 그 내용을 변형한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그리스·로마 서사시를 통해 구체적인 고전 읽기의 해법을 제시한다.‘시인은 과거의 행복과 현재의 고통을 대조한다.’ ‘이야기가 등장하는 순서는 시간 순이 아니다.’ ‘때로는 모순적인 내용이 나란히 놓인다.’ ‘시인은 로마 역사를 찬양하지 않는다.’ 등등.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전을 직접 읽고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에게 내린 계시의 말을 독자에게 결론으로 들려준다.“들어서 읽어라!” 1만 8000원.김종면 기자 jmkim@seoul.co.kr
  • 선군정치 찬양글 인터넷 게재 여성 시민운동가에 집유4년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최호식 판사는 13일 인터넷 매체에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시민운동가 최모(34·여)씨에 대해 징역2년에 집행유예 4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이메일 내용과 접속기록 등을 보면 최씨가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이를 찬양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이는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우리 사회가 점점 성숙해지고 있어서 표현의 자유나 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최씨의 형을 유예한다.”고 덧붙였다.모 시민단체 상임연구위원인 최씨는 2003년 이후 진보단체 홈페이지에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린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기소됐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여의도in] 한나라 ‘인터넷 북풍’ 경계

    한나라당은 9일 대선을 앞두고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북한 찬양 문서가 급증한 것과 관련,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사법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일종의 ‘인터넷 북풍(北風)’을 경계하고 나선 셈이다. 당 국제위원장인 황진하 의원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지난 한달 동안 인터넷에서 나타난 북한 찬양문서가 3009건으로 평상시의 약 4배에 달한다.”면서 “이 글들은 친북 성향 수준이 아니라 김일성·김정일 사상과 업적을 기리고, 대남혁명투쟁을 선동하는 내용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이어 “이들 글에는 대선을 앞두고 반(反) 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북한 신년공동사설과 비슷한 내용도 다수 게재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정부 들어서 북한과 추종세력의 사이버 사상전이 본격화한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검찰과 경찰은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고 성토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사회플러스] 전교조 “北찬양 교사 구속 인권침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8일 서울지부 전 통일위원장 최모(43)·김모(48)씨 등 2명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선군정치를 찬양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된 것에 대해 인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전교조는 “구속된 두 교사는 통일교육을 담당하는 도덕과 사회 과목 교사로 이들이 북한 관련 사진을 올리거나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수사하는 것은 헌법 제22조(학문과 예술의 자유)와 제11조(평등권)를 위반하는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 부시·김정일 ‘속 닮은꼴’

    김정일과 부시는 일란성 쌍둥이처럼 비슷한 닮은꼴? 키 작고 배 나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훤칠하고 날씬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두 사람은 외모에선 완전히 다르게 보이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영낙없는 닮은꼴이라고 존 페퍼 국제관계센터(IRC) 국제담당 국장이 7일 지적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페퍼 국장은 이날 공동소장으로 있는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에 실은 ‘부시와 김정일’이란 글에서 두 사람 다 ‘국민의 대표’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모두 특권층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둘 다 출생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정일은 출생지를 옛 소련이 아닌 백두산으로 우기고 있고 민족주의자 가계임을 내세운다. 부시 역시 코네티컷서 태어난 귀족혈통이란 점보다는 ‘텍사스 소년’임을 부각시키려 한다. ‘우리 대(對) 그들’이란 대결적 사고 틀도 공통점이다. 성급하고 불안정한 행동의 선호도 같다.페퍼는 “앞으로 2년 동안 두 사람은 경쟁적으로 세계를 대재앙에 처하도록 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부시와 김정일은 명목상 군 최고통수권자지만 군부 신임을 받지 못하며, 권좌에 오르기 전까지 제대로 된 리더십도 갖추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부족한 카리스마도 비슷하며 큰 산과 같은 아버지의 그림자를 벗어나려 애써야 하는 운명도 같다.페퍼는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은 이라크전쟁(부시)과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김정일)이란 지난 4년간 지구상 최악의 외교악재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두 사람은 성격면에서도 자신을 위대하다고 여기고 찬양과 아첨에 굶주린 ‘구제불능의 자기도취자’로, 스스로 역사를 만드는 중요한 인물이라고 과대평가하고 있어 위험성을 더하고 있다고 페퍼 국장은 꼬집었다. 그러나 페퍼 국장은 “부시가 더 압도적인 국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김정일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지적하면서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 앞으로 이란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북한의 미사일 및 핵 실험이 실패였다.”면서 “김정일의 과대망상증은 모독적인 말로 일부러 청취자들을 화나게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일해공원 NO 전국확산

    일해공원 NO 전국확산

    경남 합천군이 밀레니엄 기념사업을 한다며 도비 30억원 등 98억원을 들여 조성한 ‘새천년 생명의 숲´을 준공 3년도 안돼 ‘일해공원’으로 바꾸기로 하자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남에 이어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전두환공원 반대 대책위’를 결성, 반대운동에 동참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도 합천군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며 명칭변경을 요구하고 나서 불똥이 정치권으로 튀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합천 시민단체 불복종 운동 네티즌들은 합천 농산물 불매운동과 황강마라톤대회 불참운동을 벌이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합천군청 홈페이지에는 일해공원 명칭결정을 비난하는 글 1000여건이 올라 있다. ‘전두환공원 반대 경남대책위’는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을 ‘시대의 폭거’로 규정하고 이에 앞장선 합천군수와 부군수, 합천군의회, 합천군 실·과장, 암묵적 지지를 표방한 한나라당을 ‘시대의 오적’으로 지목한 뒤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경남대책위는 1일 한나라당 중앙당사를 항의 방문하고 2월 초에는 대규모 반대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편 경남도는 파문이 확산되자 지난달 31일 합천군의 일해 공원 명칭 변경에 대해 도비가 당초 목적대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조사한 뒤 이를 어겼다고 판단되면 도비 30억원을 환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대한노인회 합천군지회 등은 군의 결정을 지지했다. ●광주·전남, 시민단체 반대 운동 광주·전남 대책위는 31일 성명에서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이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모든 국민에게 비수를 꽂는 행위”라며 “합천군은 5·18 민중항쟁의 역사적 교훈을 망각하고, 민주주의를 배신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도 공동성명을 통해 “일해공원 명칭은 정의실현에 역행한 처사로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말도 안 되는 짓이다.”면서 “역사적·법적으로 전두환씨가 정통성있는 지도자가 아님에도 그를 기념하는 공원을 만드는 것은 합천군민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으로 파문 확산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성명에서 유감을 거듭 표시하고 공원 명칭 변경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합천군민을 모욕하는 일이자 전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광주학살의 책임자이자 민주주의를 왜곡한 독재자를 찬양하고 미화하겠다는 합천군의 망동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기로 하는 등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편 31일 경남을 방문한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민주화가 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다.”면서 “신중을 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합천군의 결정을 비판했다. 전국종합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바로잡습니다]

    ●바로잡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19일자 본지 9면에 보도된 ‘통일교육 우수 교육부총리상 교사 북 찬양혐의 긴급체포’ 기사와 관련,‘최모 교사가 2003년 교육부총리상인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왔습니다. 교육부는 우수통일교육 사례를 공모한 적이 없으며,2003년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교사는 최모 교사와 동명이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 전교조 교사2명 구속

    서울지방경찰청 보안2과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선군정치를 찬양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전교조 간부 김모(48)·최모(43) 교사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서울 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진동 판사는 영장실질심사 후 “경찰이 제시한 압수물에서 적어도 범죄사실 일부는 소명됐고, 이들 교사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해당 교사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관련 문서와 컴퓨터 본체 등을 확보해 출석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8일 체포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통일교육 우수 교육부총리상 교사 北찬양 혐의 긴급체포

    전국교직원노조 교사 2명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북한의 선군정치를 찬양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그러나 경찰에 체포된 교사 중 한명은 2003년 통일교육을 잘했다고 교육부총리상을 받은 교사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보안2과는 전교조 전 통일위원장 김모(48)교사와 최모(43)교사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8일 자택에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교조는 이날 교사들이 조사받고 있는 동대문구 서울경찰청 보안분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교사는 우수 통일교육 사례 공모에서 2003년 교육부총리상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면서 “이들이 올린 자료가 문제가 된다면 선군정치 관련 사진을 탑재한 ‘인터넷 평화학교’를 운영하는 교육부의 장관도 체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헌법재판소 현주소] (3) 令이 안선다

    [헌법재판소 현주소] (3) 令이 안선다

    헌법재판소의 영(令)이 안선다.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린 법률들을 국회와 정부가 몇년이 지나도록 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에서 위헌결정을 내린 법률은 위헌결정과 동시에 법률로서 기능을 상실한다. 이는 제2, 제3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10년 이상 방치한 것도 수두룩 헌재는 지난해 말까지 248개의 법률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결정을 받은 법률 중 16개 조항은 지금까지 정비되지 않고 있다. 16개 중 12개는 2005년과 2004년 위헌결정이 선고된 법률들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3개 조항,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2개 조항,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2개 조항, 대학교원기간임용제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9조1항 등이다. 존폐 논란을 빚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헌재의 위헌결정 이후 14년이 넘도록 개정되지 않고 있다. 헌재는 1992년 4월 국보법의 불고지죄와 찬양고무죄에 대한 구속기간 연장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헌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적인 대립과 이행 관계자간의 대립으로 개정이 늦춰지면 또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는 헌법불합치 등 변형 결정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헌재결정에는 합헌과 위헌 결정외에도 한정합헌, 한정위헌, 헌법불합치 등 이른바 변형결정이 있다. 헌법불합치는 실질적으로는 심판대상 법률이 위헌이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일정기간 법을 존속케 하는 것이다. 폐지에 유예를 두는 것이다. 헌법불합치 등의 경우에도 입법주체인 국회나 행정부는 헌재가 제시한 기간내에 해당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또 한정합헌과 한정위헌도 위헌의 소지는 있지만 법률은 그대로 놔둔 채 ‘∼라고 해석해야지만 합헌’(한정합헌),‘∼라고 해석하면 위헌’(한정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명확한 법집행을 위해서는 이들도 개정돼야 한다. 헌법불합치 8개, 한정위헌 2개, 한정합헌 3개 조항 등이 개정 대상이다. 약사들이 법인을 구성해 약국을 설립하는 것을 금지한 약사법 조항은 헌재가 2002년 9월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이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약사법 조항이 입법자의 개정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밝혔고 이후 4번의 약사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문제의 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다. ●국회와 정부의 직무유기? 헌재는 2002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88년 설립 이후 위헌 결정(헌법불합치·한정위헌·한정합헌 포함)을 내린 법조항 269건 중 19.7%인 53건이 아직 개정되거나 폐지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 비해 미개정 법률의 숫자는 비록 줄었지만 미개정 조항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회는 오히려 “헌재나 법제처에 위헌 법률의 개정을 유도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하는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결국 국회나 소관 부처가 적극적인 개정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인데,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HRW “한국 국보법 폐지”

    세계적 인권 감시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가 11일 연례보고서를 통해 한국에 국가보안법 폐지와 개정을 제기했다.HRW 한국지부는 2004년에도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촉구했었다.HRW는 이밖에 양심적 병역거부자 수감, 사형제 존속,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망명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문제를 제기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북한에 대한 찬양·지원을 금지한 조항을 애매하게 표현, 과거 정부에서 반대자들을 체포하는 데 사용됐다.”면서 “특별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HRW는 “1997년 12월 한국이 사형집행의 비공식 유예를 선언했으나 폐지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Book Review] 미국의 뒷골목 있는 그대로 보다

    19세기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역사학자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1831년 미국의 감옥을 탐방하겠다며 미국 여행에 나섰다. 거기엔 물론 뉴잉글랜드 식민지에서 민주주의 혁명의 원형을 찾아보겠다는 뜻도 담겼다. 토크빌은 수개월 동안 미국에 머물며 미국 사회 곳곳을 돌아봤다. 그리고 불후의 고전을 남겼다. 현대 민주주의의 비전을 예견하고 대중독재의 출현을 경고한 ‘미국의 민주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저널리스트, 소설가, 영화감독이기도 한 베르나르 앙리 레비도 170여년 전 토크빌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 대륙을 누빈 뒤 한 권의 탁월한 저서를 남겼다.‘아메리칸 버티고(American Vertigo)’라는 책이다. 미국의 시사지 ‘월간 애틀랜틱’이 토크빌 탄생 200주년(2005년)을 맞아 제안한 ‘토크빌의 발자취를 좇는 여행’을 수락하고 책까지 쓰게 된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자신의 이름자를 딴 ‘BHL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화제를 모은 미국 탐사기 ‘아메리칸 버티고’(황금부엉이 펴냄)가 김병욱(성균관대 인문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씨의 번역으로 나왔다. 이 책은 여행기이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신변잡기적이거나 박물지적인 여행담과는 거리가 멀다. 스스로를 ‘반반미주의자(anti-antiamericanist)’라고 부르는 저자는 감상에 현혹됨이 없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텍스트를 정면으로 읽어낸다. 이를 위해 1년 동안 미국 전역을 돌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했다. 책에는 아메리칸 드림 속에 유대인에 대한 경쟁의식이 만만찮은 아랍인, 착한 시민도 애국자도 아니라고 강조하는 아미시 공동체의 노파, 동포들의 밀입국을 막는 임무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미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멕시코계 국경순찰대원 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저자는 장 자크 루소가 그의 저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말한 이른바 ‘나그네 철학자’라 할 만하다. 여행을 끝낸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자신의 위기와 운명에 대해 이토록 근심스럽게 파고드는 나라도 없고, 이토록 자신의 정체성에 현기증을 느끼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 국가적 우려의 정체는 무엇일까. 저자는 미국의 혼란과 불안의 징후 가운데 하나로 극단적인 빈곤영역의 팽창을 꼽는다.“할렘이나 보스턴 혹은 워싱턴의 저급 지구 등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가는, 사회가 결정적으로 내팽개쳐 버린 사람들과 미국에 산재한 감옥 수감자들”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맨해튼의 마천루를 사랑했고 미국적인 생활방식을 찬양했던 장 폴 사르트르는 매카시즘 열풍을 지켜보며 “미국이 광견병을 앓고 있다.”고 외쳤다. 저자는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하며 지금 우리가 차원은 다르지만 그 어두운 시절로 회귀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저자의 결론은 절망적이지 않다.“미국의 혼란과 역기능과 불안정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도 내부의 문명전쟁이나 분리의 위험이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토크빌은 미국을 “하나의 점으로 수렴되는 천 갈래 길을 숨긴 숲”이라고 묘사했다. 미국의 전체상을 온전히 알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반미·친미의 이분법을 너머 미국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만연체 문장에 사변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속도감 있게 읽힌다는 게 무엇보다 큰 강점이다.1만 65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합천군 ‘일해공원’ 명칭 논란

    조용한 시골 마을인 경남 합천군이 밀레니엄 기념사업으로 조성한 공원의 명칭을 놓고 시끄럽다. 공원 이름이 이 고장 출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결정되자 반대여론이 들끓고 있다. 합천군은 합천읍 황강변에 조성된 공원 ‘새 천년 생명의 숲’의 명칭을 변경하기 위해 최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1.1%가 일해공원을 선택했다고 3일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군내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5·18관련 단체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합천군위원회와 ‘민주적 공원명칭 선정을 위한 군민들 모임’ 등 군내 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일해공원’ 명칭 철회를 주장했다. 민노당 합천군위원회는 “광주학살의 최고 책임자이자 민주주의를 왜곡한 독재자를 찬양하고 미화하겠다는 합천군의 망동은 이유를 막론하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합천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이용원 칼럼] 노 대통령의 ‘말’과 ‘桃李不言’

    [이용원 칼럼] 노 대통령의 ‘말’과 ‘桃李不言’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말(언어)에 관한 철학을 상세히 공개했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서이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가진 수단 가운데 중요한 것이 인사권과 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정을 이끌어오면서 참 어려웠던 것이 소통의 문제라고 밝히고 “대화가 안 되더라도, 타협이 안 되더라도 말귀는 서로 통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같은 대통령 발언이 공개된 날은 1월2일이로되 실제 발언은 지난달 28일 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평통 자문회의에서 격정적인 언사를 토해낸 지 7일째 되는, 또 국무회의 석상에서 “그동안 참아 왔지만…앞으로는 할 말 다 할 생각”이라고 공언한 지 이틀 뒤인 시점이다. 따라서 ‘말과 소통’을 길게 언급한 그 발언은 그간의 ‘작심(作心) 발언’에 따른 사회적 반향에 대한 반박 또는 해명의 뜻으로 들린다. 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주요 수단으로 말을 꼽은 데 이의가 없다.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도 동의한다. 다만 노 대통령 스스로 밝힌 것처럼, 말은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로 목적은 아니라는 사실이 문제의 핵심인데 본인은 정작 이를 잊은 듯하다. 말이란 본질적으로 나 자신을 위해 기능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 존재한다. 아무리 내가 유익한 말을 해주더라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은 불필요한 행위에 불과하다. 아니, 그 정도로 그칠 일이 아니다. 말이란 잘 쓰면 약이요 못 쓰면 독이 된다. 흔히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고들 하지만, 이는 거꾸로 해석하면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진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통령의 말은 진솔하되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해야 한다. 그 말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격정적으로, 걸러내지 않은 말을 마구 토해내면서 국민에게 내 말을 이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태도는 현명하지 못한 짓이다. 노 대통령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몇몇을 예로 들면서 그들이 ‘말의 천재’이어서, 말을 많이 했기에 정치를 잘한 것처럼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본말(本末)이 뒤바뀐 해석이다. 그들이 정치를 잘했으므로 그 말이 빛난 것이다. 역사에 남은 지도자의 말이란 신중하게 선택되고 품격을 갖춘 것들이지, 솔직하게 감정을 뱉어내기만 한 것들이 아니다. 노 대통령이 소통을 원했는데 대화가 되기는커녕 말귀조차 통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다. 국민은 노 대통령의 말을 참고 들으며 애써 이해해야 하는,‘듣기 시험’의 대상이 아니다. 국민에게는 오히려 쉽게 이해되고, 때로는 감명과 희망·용기를 주는 지도자의 말을 들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동양 역사학의 비조인 사마천은 사기 열전에서 이광(李廣) 장군을 평하면서 ‘桃李不言 下自成蹊(도리불언 하자성혜)’라고 찬양했다.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밑에 자연스레 샛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달기에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들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말귀가 통하지 않는다고,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불평하기에 앞서 묵묵히 제 할 일을 실천하기 바란다. 그 실천이 아름답고 달아 정녕 국민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면,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국민이 제 발로 대통령 주변으로 몰려들 것이다. 남은 임기 1년1개월은 국민의 사랑을 되찾기에 짧은 기간이 아니다. ywyi@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52·끝) 에필로그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52·끝) 에필로그

    이것이 마지막 회의 글이다. 이미 1년이 경과했다. 그 동안 이 졸고들을 성실하게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올린다. 그리고 철학산책과 같은 칼럼을 기획해 주신 서울신문사에도 역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철학은 별로 대중성이 없는데, 이렇게 과감하게 신문 한쪽 지면을 할애한 것은 천학비재한 나에게 큰 짐이었고 동시에 행운이었다. 철학이 대상학이 아니고 사유학이라고 한다면(50회 글 참조), 서울신문사의 기획은 아마도 독자들에게 사유하는 철학의 맛을 알리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신문에 연재되는 철학적 글쓰기는 쉬우면서도 깊이가 우러나와 사색의 자료가 되어야 하는데, 나의 모자라는 재주로는 그런 복합적 요구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보려고 했으나, 평가는 독자들의 몫이겠다. ●철학공부는 전공 틀 벗어나 사유의 날개 펴야 내가 한 평생 철학공부에 매진해 오는 도중에 조금 깨달은 바가 있다. 한국의 일반적 철학의 풍토에 대한 자기 반성과 유사한 것이다. 철학은 과학과 달라서 전공의 벽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학은 대상학이기에 전공으로 세밀화될 수 있으나, 철학은 그렇게 공부해서 결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일반적 철학의 풍토가 너무 전공의 벽에 갇혀 사유의 날개를 펴지 못한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에 그 이름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철학자치고 좁은 전공의 벽에 갇혀 천착한 이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로 한국의 철학 풍토는 사유는 적게 하고, 개념적 지식을 쌓는 일을 능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지식은 과학지식처럼 실용성이 없어서 철학교실을 벗어나면 별로 여운을 남기지 못한다. 이것이 한국에서 철학의 소멸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셋째로 한국의 철학 풍토는 각자가 전공하는 그 영역의 이론을 중심으로 한국의 현실을 증발시키므로 늘 현재완료진행형인 한국의 역사적 업(業)은 은폐되고, 이론적 당위성만으로 한국현실을 재단하는 안이한 길을 간다. 불행히도 우리에게 늘 당위적 주장은 넘치도록 많으나, 우리의 운명적 업을 풀고 우리를 훨훨 자유스럽게 하는 철학적 지혜의 출현이 너무 아쉽다. 당위적 주장은 실제로 약이 안 된다. 우리를 행복하고 자유스럽게 하는 철학사상의 출현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괴이한 사설적(私說的) 처방전이 아니고, 한국의 역사적 운명 속에서 움텄으면서 그 운명으로부터의 해방을 인류의 깊은 지혜로 등록됨 직한 정신적 깊이를 지녀야 하겠다. 히말라야 고봉이 하루아침에 솟은 것이 아니고 점진적인 높이가 쌓여서 그렇게 되었듯이, 한국의 철학적 사유의 깊이도 그런 과정을 밟아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도 우리는 죽어서 다음 세대가 우리의 무덤 위에 높이 올라서게 하는 발판이 되어야 하겠다. 우리는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철학을 공부한다. 헤겔의 지적처럼 인간은 아픈 동물인지 모른다. 모든 철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두 가지의 종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지적되었다(50회 글 참조). 그 두 가지는 구성 철학과 해체 철학이다. 즉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도(道)는 구성과 해체의 두 가지 계열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왜 철학이 역사적으로 그렇게 다양한가? 그 까닭은 병을 낳는 시대적 역사적 인연들의 결합이 각각 다르게 출현하기 때문이다. 인연들의 결합이 제각기 다르더라도, 그 기본본질의 계열로 보면 단 두 가지가 있을 뿐이지만, 현실적으로 다양한 철학사상이 결합되어 나타난다. ●한국 철학의 業은 유교·순수주의 그래서 철학의 질병진단은 역사적 인연들을 무시하면 안 된다. 나는 인류가 그동안 너무 구성을 많이 축적해서 그 구성의 짐에 짓눌려 인류가 고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의 연재를 통하여 해체주의적 시각에서 철학적 산책을 걸어갔었다. 구성주의의 철학에서 보면, 내가 연재한 글들이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의 시대가 해체를 결행해야 할 그런 시절인연에 이르렀다고 믿는다. 더구나 한국의 역사적 업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이 무거운 업을 용해시켜 나가는 것이 한국철학의 길이라는 생각을 나는 한시라도 놓친 적이 없었다. 우리의 역사적 업보는 유교적 구성주의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는 유교시대를 살지도 않고, 그것이 생활의 희미한 흔적으로서만 남아있지만, 실로 우리의 집단무의식의 흐름에서 아직도 그것이 강력히 작용하고 있음을 나는 도처에서 느낀다. 유교적 구성주의의 업 가운데 나는 특히 대표적인 한국적 업이라고 여겨지는 순수주의를 예로 든다.‘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성낸 까마귀 흰빛을 새오나니/창파에 좋이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 누구나 다 아는 정몽주의 시조다. 순수성을 아끼고 찬양하는 의미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순수성의 가치가 우리의 무의식의 맥락에 연면히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윤동주의 ‘서시(序詩)’가 한국인이 가장 애송하는 시로 꼽히고, 서정주의 시 ‘동천(冬天)’도 한국적 서정의 순수함을 반영하기에 사람들에 의하여 널리 회자되고 있다. 순수함을 그토록 사랑하기에 한국문화는 잡된 것을 싫어하고 순정품을 고귀한 것으로 여긴다. 고려말기의 충신 우탁으로부터 조선 중기의 기생 송이에 이르기까지 150수의 시를 조사하면서, 순수성을 애착하는 시가 무려 50여수가 되는 것을 나는 보았다. 즉 이화/명월/광백/백월/광명/은한(銀寒)/고죽/청풍/창랑/시냇물/백로/백골/백운/매화/청산/풍월/청초/청운/은구(銀鉤)/연화/명주/송죽 등과 같이 깨끗하고 순수하고 절개를 지키는 의미를 상징하는 의미소들이 50여수의 시조를 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자기의 심신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순수성의 정신이 또한 역설적으로 매우 편협하고 배타적인 성향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닌다.20세기 프랑스의 의학철학자 캉길렘의 주장처럼 병은 정상적인 것의 부재나 고장이 아니고, 정상적인 생리의 과잉이나 과소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우리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순수성의 생리적 과잉이나 과소가 오히려 병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병은 저 순수성의 과잉에 기인하는 것 같다. 순수성의 과잉이 곧 흑백논리로 세상사를 재단하는 병이 된다. 순수성이 과잉적이면, 그 순수라는 원리적 가치에 사람들의 생각이 집착되어서 일체의 창조적 변용을 사람들이 잡된 것이라고 여기기 쉬워진다. 그래서 주어진 사상의 근본적 핵심에 사람들의 사고가 응결되어 버리면, 그것 이외에 다른 일체를 불순한 것으로 배척하는 생리가 또한 흐른다. 이런 교조적 순수를 지키려는 생리가 한국인의 사고방식에 근본주의적 사고방식(fundamentalism)을 뿌리내리게 하는 것 같다. 주자학이 한국에 유입되어도 근본주의적 주자학이 판을 치면서 주자학적 근본원리와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것을 이단으로 배척하는 사고방식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여 대단히 강력했다. 그래서 조선 유학사에서 양명학이나 순자학이 발붙일 여유가 없어졌고, 심지어 노장사상이나 불교는 공식적으로 완전히 추방되기에 이르렀다. 그것만이 아니다. 공산주의가 들어와도 일본공산당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서 가변적으로 융통성 있게 공산주의를 운영했었는데, 조선 공산당은 온전히 국제적 코민테른의 지시를 철칙으로 삼는 근본주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나는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도 근본주의적 태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민주주의의 불변적 정신을 살리면서 어떻게 가변적으로 유효하게 그 민주주의를 구체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애시당초부터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순수성을 훼손시키는 잡생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의 종교도 그런 근본주의의 요인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시대적 관습 새판짜기보다 수정 중요 한국만큼 종교를 근본적으로 바꾼 나라도 드물겠다. 불교국에서 유교국으로 조선시대에 바뀌더니, 지금에서는 기독교국으로 개변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보통 종교와 관습은 쉽게 바뀌지 않는데, 급변하게 종교가 바뀌었다는 것은 근본주의적 마음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구시대의 관습법도 완전히 뜯어고쳐야 직성이 풀리는 급진성을 노출하고 있는 것 같다. 근본주의와 성질 급한 급진주의는 같이 간다. 종교나 관습이 시대의 요구에 미흡한 점이 있으면, 구체적으로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수정하면 될 일을 근본적으로 새판을 짜려고 한다. 이것은 정당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한국처럼 정당이 시시각각 부침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우리의 정신문화는 이 근본주의적 요구 때문에 늘 외국 선진국의 수준에 기준을 둔 당위의 주장들로 채워져 있을 뿐, 이 땅의 사실과 운명에 따른 구체적 진단으로 병에 따른 약이 되는 사실적 처방과 상응하는 식견과 지혜가 움틀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신문화적으로 어떤 사상이 우리의 정신풍토의 병을 치유하는 약이 되는지 심사숙고하는 자기소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떤 사상이라도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는 오랜 숙고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상이 다 공허한 당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정신문화는 ‘유마경’에 나오는 ‘응병여약(應病與藥·병 따라 약을 줌)’의 철학을 견지해야 하겠다. 추상적 원론이 쉽게 흑백논리를 부르고, 그것이 우리의 급진적 급한 성격과 우리의 잠재적인 광기와 만나면, 미증유의 단순 소박한 추상적 구호가 광풍의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키면서 온 나라를 단순 무식하게 만들어 버릴 위험성을 띤다. 거기서 깊은 사유와 구체적 처방의 창의가 죽어버린다. 하이데거가 역사를 공동존재로서 민족에게 파송된 ‘공동운명’(common destiny)이라고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지식 아닌 유산을 깨닫는 것 역사는 각 민족의 공동업의 존재양식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역사의 반성은 각 민족의 공동마음의 생리와 병리를 읽는 순간이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지식이 아니라, 현재완료진행형으로 살아 있는 과거의 유산을 깨닫는 것이다. 그 공동운명으로서의 업이 곧 생리와 병리다. 생리와 병리는 분리되어 있지 않고, 생리 즉 병리다. 생리의 다과(多寡)가 곧 병리를 불러온다는 캉길렘의 지적을 잊지 말자. 역사의 치유는 과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우리에게 지나치고 모자라는가를 아는 자각에서 이루어진다. 그동안 우리는 한편으로 지나치게 과격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 지나치게 모자랐다. 이것을 뼈저리게 깨닫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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