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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테 처녀작 국내 번역 출판

    ‘신곡’의 저자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의 처녀작 ‘새로운 인생’(박우수 옮김, 민음사)이 국내에 번역돼 나왔다. 당초 원문을 번역했던 이는 영국의 화가이자 시인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1828∼1882). 르네상스의 대표 시성(詩聖) 단테에 감화돼 자신의 이름마저 단테로 바꾼 주인공이다. 책은 단테 자신이 27세까지의 삶을 기록한 일종의 자서전이다. 단테의 영혼을 뒤흔들어 놓았던 운명의 여인 베아트리체가 주인공이라 할 만큼 청춘의 고뇌, 사랑에 대한 찬미로 충만해 있다.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해 인간의 죄악과 구원 문제에 천착한 말년의 대작 ‘신곡’과는 판이한 향취의 ‘청년 단테’를 느낄 수 있는 초기작이다. 1부 ‘새로운 인생’은 책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제목처럼 단테는 사랑의 여인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난 아홉살에 새로운 인생을 발견한다. 갓 아홉살이 된 베아트리체와 첫 대면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청년 단테는 온갖 가슴벅찬 수사로 전율한다.“심장의 은밀한 방 안에 기거하고 있던 생명의 기운이 너무나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해서 가장 미세한 혈관까지도 더불어 떨리기 시작했다.” 철학의 깊이나 규모의 미(美)는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평생 작품의 동력이 됐던 여인에 대한 고민과 번뇌에는 전성기 대작들에 버금가는 감동과 의미가 담겼다. 베아트리체에게 띄운 소네트(14행 연가)들이 그의 회고와 함께 소개됐다.‘새로운 인생’에서 신성한 존재로 은유된 베아트리체는 ‘향연’에서는 세속적인 여인,‘신곡’에서는 단테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안내자로 나오는 등 꾸준히 그의 작품에 등장한다. 단테를 더 깊이 보게 하는 덧글들이 알차다.2부에는 보카치오가 쓴 ‘단테의 생애’,‘새로운 인생’을 영역한 로세티의 생애가 실렸다.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本社후원 韓·日수교 40주년 세미나

    本社후원 韓·日수교 40주년 세미나

    지난 19일 고려대 LG포스코관에서는 ‘일본역사교과서와 역사인식’을 기획테마로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신문이 후원하고 한국일본학회가 주최한 제70회 학술대회의 역사문화 파트 가운데 하나였다. 그동안 어학·문학 위주의 연구를 진행해오던 한국일본학회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일본학회는 1600명을 넘는 규모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일본학 연구자 모임이다. 그러나 그동안 제대로 된 활동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일감정 탓에 일본을 연구한다는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일부 작용했다. 이번 역사문화 토론회의 좌장이자 새 학회장에 선출된 성균관대 구태훈 교수는 “한국인으로서 일본학을 연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겨봐야 한다.”면서 “한·일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겠다.”고 밝혔다. 2001년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쇼샤(扶桑社)교과서 파문은 여러 결과를 낳았다. 일본 우익에 대한 비판은 물론, 우리의 근현대사 연구성과와 역사교과서에 대한 자성론까지 낳았다. 그러나 올해 3∼4월로 예정된 일본 문부성의 역사교과서 검정 때 이런 파문은 또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일본학회가 마련한 ‘일본역사교과서와 역사인식’ 토론회가 19일 오후 고려대 LG포스코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 앞선 주제 발표에서 서울시립대 정재정 교수는 0.039%의 채택률에 그친 후쇼샤 교과서 대신 50%이상의 채택률을 기록한 도쿄교과서를 분석, 도쿄교과서도 후쇼사 못지않다는 결론을 내려 눈길을 끌었다. 경기대 김기봉 교수는 미조구치 유조의 ‘인식의 공유’에 빗댄 ‘문맥의 공유’를 내세워 한국적인 대응을 비판, 참가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세종대 오성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이외에도 고려대 최덕수 교수, 경복고 현명철 교사, 경기대 남상호 교수,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김종식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영순 교수, 역사문제연구소 이신철 연구원이 참가했다. 김기봉 역사교과서에 대해 수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일본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접근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운동’으로서가 아니라 ‘학술’로 접근해야 한다. 정재정 냉전 이후 유일하게 동아시아에서만 내셔널리즘이 강고하다. 더구나 관련 나라가 모두 연동되어 있어 실타래를 풀기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가 역사교과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단, 문제를 볼 때는 일본 교과서 시장의 경쟁관계라는 자본의 논리와 납치·수교·미국의 압박으로 얽힌 대북관계문제 같은 정치적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 남상호 후쇼샤 교과서 처음에 나오는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이라는 글이 문제다. 역사상대주의를 천명하고 있는데 굉장히 기술(테크닉)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을 편의적으로 적용한다는 데 있다. 오성 개인적으로 보편주의를 내세워 일본을 비판했더니 일본학자들이 굉장히 냉소적이어서 놀란 적이 있다. 역사에서 보편적 인식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 김기봉 사실과 해석을 나눠 생각해야 한다. 사실은 연구해서 바로잡으면 된다. 그러나 해석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후쇼샤 서문은 랑케의 역사주의 입장과도 비슷한데 아주 훌륭한 문장이다. 우리 역사책은 그렇지 않다. 우리 역사책은 객관성을 전제로 두는, 신(神)의 사관을 내세우고 있다. 주입식 역사교육은 비판받아야 한다. 김종식 기본적으로 일본역사 해석은 문부성 편수관들이 맡고 있다. 신의 관점을 비판했는데 행정관료인 편수관이 일본에서는 신이다. 좋은 지적이지만 일본 역사교과서 역시 편수관이 짜준 틀 내에서만 움직인다는 게 문제다. 정영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필리핀에는 후쇼샤 내용이 그대로 실린 교과서를 쓴다. 인도네시아 학자들은 아예 ‘역사학 자체가 해석학’이라면서 ‘우리는 말할 권리가 없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 일본연구자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지 않나 하는 고민이 앞선다. 이신철 운동과 학술의 병행을 얘기했는데 물론 학문적 접근도 중요하다. 그러나 홀로 서있는 학문은 없다. 강제동원의 경우 피해자는 해마다 죽어가고 일본은 자료를 숨긴 채 죽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뛰어넘어 인식을 공유하자는 것인가? 보편주의도 마찬가지다. 강대국과 약소국의 보편주의는 다르다. 이라크전을 보면 잘 드러난다. 그 대신 ‘평화공존’을 내세워야 한다. 지금 일본측과 접촉해보면 머리 좋은 청년들은 우익단체에 다 가고 진보단체에는 노인들밖에 없다. 진보진영이 새로운 것을 찾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해서다. 반면 피스보트 같은 평화단체에는 젊은이들이 넘친다. 이들은 동남아 각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그 와중에 일제시대 피해자들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과거사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한다. 우리도 이런 걸 제시하지 못한 채 반일만 내세우다가는 자멸할 수 있다. 김기봉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민족주의는 포기해야 한다. 일본도 여러 측면이 있다. 일본 우익이면서도 욘사마에 열광하는, 그런 복합적인 존재다. 이런 사람들과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해야 한다. 오성 예전에 후쇼샤 서문을 보고 개인적으로 역사학 훈련이 덜 됐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하니 당혹스럽다. 최덕수 내세우는 명분·이론과 드러나는 사실·역사상을 구분해야 한다.2001년 후쇼샤 교과서를 보고 일본 우익이 굉장히 두려워한다는 인상을 받아 안심한 적이 있는데 계속 그렇게 간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정재정 학자들이 흔히 접하는 일본인들은 일본사회의 비주류이고 별종이며 사회적 영향력은 거의 없다. 그걸 알아야 한다. 보통의 일본인은 내셔널리즘만 나오면 입을 다문다. 여기에다 천황제 얘기까지 나오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일역사공동연구회에 몸담고 있는데 이 모임의 일본 학자들은 그래도 중도쪽을 택한 ‘국제파’들인데도 대화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역지사지는 굉장히 어려운 말이다. 국제사회의 여건도 좋지 않다. 김종식 비관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일본은 지역운동이 굉장히 발전해 있다.2001년도 지역운동과의 연계가 상당히 힘을 발휘했다. 이들과 밀착해야 한다. 이신철 두 개의 칼을 떠올렸다. 시민·지역단체와는 ‘평화공존’으로 연대를 이끌어내야겠지만, 정치적으로는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달려들어야 한다. 어떤 장기적인 방향성으로 민족주의에서 탈피하자는 것은 그 자체로는 정당하지만 현실 운동과는 거리감이 있다는 생각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日근대화 이론가 후쿠자와 유키치 ‘동아시아와의 연대’ 사상가 아니다” 한국일본학회 비판 일찍이 근대를 향한 욕망에 경도된 춘원 이광수가 “하늘이 일본을 축복하셔서 이러한 위인을 내리셨다.”고 평가했던 일본 근대화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메이지시대 사상가임에도 일본에서는 여전히 일본의 미래를 제시했던 계몽사상가이자, 게이오 대학을 설립한 교육가로서 이름 높다. 그러나 한국에서 후쿠자와는 ‘탈아론(脫亞論)’으로 제국주의를 정당화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 후쿠자와에 대한 이런 평가를 달리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후쿠자와의 제국주의적 측면은 비판하되 그의 사상사에서 ‘동아시아와의 연대’ 부분을 부각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제국주의를 노골적으로 찬미했던 후쿠자와의 메이지의 중·후기 글들이 후쿠자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 일본 우익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는 주장도 한몫했다. 이런 관점은 아시아주의 혹은 아시아연대 문제를 고민하는 일부 연구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한때’에 불과했더라도 후쿠자와는 정말 일본과 동아시아와의 연대를 주장했을까. 고려대 일본학 연구센터 박삼헌 연구원은 ‘근대 일본의 대외관과 위기론의 구조’라는 글을 통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후쿠자와 사상사에 대한 기존 연구가 아시아와의 ‘연대-개혁-탈출’로 변해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고 정리한 뒤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서구열강의 압도적인 힘 앞에 노출된 상황에서 아시아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순차적으로 변해갈 수는 없다.”면서 “후쿠자와의 연대는 진정한 연대라기보다 불쌍하다는 연민과 우리도 저들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는 반면교사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후쿠자와 논의의 출발점은 강대한 서양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동아시아와의 연대를 주장하지만 내용은 중국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었고, 동아시아의 개혁 대상은 조선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개화파의 조선개혁이 실패하자 터진 청·일전쟁을 후쿠자와가 ‘문명과 야만의 전쟁’으로 규정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의 탈아론은 서구문명을 따라잡자는 것만이 아니라 아시아 침략을 당위로 삼는 논리인 셈이다. 박 연구원은 특히 “이미 메이지 초기 문헌에서 이런 논리가 등장했다.”고 말해 후쿠자와 저작의 진위논란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서울대 최장근 교수 역시 “메이지유신 직후 일본은 홋카이도와 유구(오키나와)를 통합했고 이것이 제국주의 팽창으로 이어졌다.”면서 “후쿠자와의 논리는 팽창을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성균관대 구태훈 교수는 “개항 직후 일본은 교린하는 아시아의 소국이냐, 아니면 대국지향이냐 하는 국가 진로를 두고 심각히 고심했다.”면서 “결국 일본은 대국지향을 선택했는데 이런 근대국가설계 논란과 함께 묶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탑골의 따뜻한 맛집들

    [뒷골목 맛세상] 탑골의 따뜻한 맛집들

    지난 해 11월에 열린 민족문학작가회의 30주년 기념식에서는 약간 색다른 공로상이 발표되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한 술집 주인에게 공로상을 주기로 한 것이었다. 이 공로상은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아 끝내 시상을 하지 못하고 말았는데, 기념식에 참석한 문인들은 한결같이 안타까운 빛이 역력했다. 공로상의 주인공은 한복희라는 이로 탑골이라는 카페의 주인이었다. 카페 탑골은 이름 그대로 탑골공원 뒤편 골목에 자리해 있었는데,1980년대부터 주로 문인들을 위시한 예술인들이 마치 제집 안방처럼 무람없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탑골을 드나들던 문인들로는 위로는 시인 신경림·민영·김지하, 작가 황석영을 비롯해서 시인 이시영, 작가 박범신·김성동이며 나를 거쳐 아래로는 시인 강형철·이영진·박철·김사인, 작가 김영현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작가회의에 적을 둔 문인들로서는 한두 번 이곳을 드나들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였다. ●술집 주인에 공로상… 한가닥 미안한 마음 달래 미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문인들이 드나들었다고 해서, 작가회의가 굳이 탑골 주인에게 공로상까지 마련한 것은 아닐 터이다. 지금에 와서도 1980년대의 탑골시절을 돌이키면, 저 암흑 같은 시절을 과연 탑골이 없이 제대로 견딜 수 있었을까 하고 의구심이 들고는 한다. 이를테면 탑골이야말로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져 허우적대는 문인들에게는 참으로 제집 안방처럼 아무 때나 무람없이 찾아들어 술이며 안주로 배를 채우고, 더 나아가 지친 몸을 기대고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15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문인들이 한낱 술집 주인에 불과한 한복희씨에게 기꺼이 공로상을 주기로 한 데에는, 너나없이 그이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한 가닥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한 문인들이 얼마든지 외상으로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고, 게다가 술청의 아무데나 쓰러지는 식으로 잠자리까지 해결할 수 있는 곳은 탑골 말고는 달리 없었으리라. 탑골이 문을 닫은 후에, 오죽하면 문인들 때문에 결국 탑골이 망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1980년대의 탑골 풍경에 대해서는 시인 이시영이 ‘김사인의 흰고무신’이라는 산문시에서 다분히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날 밤은 모든 것이 예정된 것처럼 보였다. 폭우 속을 뚫고 김사인이가 왔었고 흰고무신을 신고 있었고, 새로 막 시작된 술자리가 새벽으로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천둥소리 속에 밖에서 누가 희미하게 나무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설연이가 귀를 쭝긋 세우고 달려가 문을 열었더니 송기원과 나의 처가 거센 빗줄기 속에서 기세등등 들이닥치고 있었다.“복희년 나오라고 그래!” 바로 그때였다. 나와 송 사이에서 묵묵히 고개를 떨구고 있던 사인이가 갑자기 일어나 문밖으로 내빼는데 흰고무신 신은 발이 비호처럼 빨랐다. 그리고 빗속을 번개처럼 가르며 사라졌다. 복희씨가 졸린 눈을 뜨기도 전에, 송과 나의 처가 시퍼렇게 걷어붙인 팔을 풀기도 전에 일어난 아주 순식간의 일이었다.’ 1980년대라면 개인적으로는 30대에서 40대로 접어든 언저리의 나이이다. 그리고 이미 살아낸 삶은 물론이려니와 또한 앞으로 살아내야 할 적잖은 부피의 삶이 너무 무거워서 비단 술에 취하지 않아도 거의 날마다 어쩐지 걸음이 비틀거리던 나이이다. 그렇듯 비틀거리는 걸음은 때로는 지극히 퇴폐적인 행태로, 때로는 황폐한 스캔들로 나타나 탑골 주변에 숱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그러나 스스로 돌이켜보면 그렇듯 퇴폐적이고 황폐한 나이에 내가 그나마 사람냄새를 풍길 수 있었다면 그것은 순전히 탑골 덕분이었다. 나의 사람냄새 속에는 분명히 탑골의 따뜻하고 넉넉한 분위기와 주인되는 이의 너그러운 품성이 깃들어 있을 터이다. ●골목 어느집이든 2000~3000원이면 한끼 해결 기이하게도 탑골공원 주변에는 카페 탑골 비슷한 분위기의 식당들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돈을 버는 장사라고 여기기에 앞서, 우선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앞서는 식당들이다. 탑골공원 담벼락을 끼고 돌아 낙원상가가 시작되는 어름에서 카페 탑골로 들어가는 바로 입구에 있는 유천식당(02-764-2835)은 아예 간판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영업합니다’ 하고 무슨 구호처럼 써놓았다. 식당에 들어가서 한 그릇에 2500원짜리 설렁탕이나 돼지머리국밥을 시켜보면 그 구호가 결코 빈말이 아닌 것을 알 수가 있다. 설렁탕이며 돼지머리국밥은 양도 양이지만 맛 또한 여느 5000원이나 6000원짜리 식당보다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한 그릇으로 양이 부족한 이라면 시쳇말로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하다. 밥보다 술이 우선인 손님이라면 한 접시 수북이 쌓아올린 3000원짜리 돼지고기에 소주 한 병이나 막걸리 한 주전자면 충분하다. 이 유천식당이 탑골공원 뒷골목에 한 그릇에 1500원짜리 추어탕의 소문난추어탕집이나 2000원짜리 황태해장국의 황태식당이나 2000원짜리 선지해장국의 고향집 등을 있게 한 원조격이다. 유천식당의 주인되는 문용춘씨는 80이 가까운 나이인데, 여전히 정정한 몸으로 주방을 맡고 있다. 벌써 40년이 넘게 한 자리에서 설렁탕과 돼지머리국밥만으로 식당을 해온 그이는 평안남도 덕천에서 1·4후퇴때 월남한 피란민 출신인데, 어릴 적부터 하도 배고프게 자라서 자신만이 아닌 남들까지 실컷 배불리 먹이는 것이 소원이었고, 그 소원이 자연스럽게 식당을 하게 했다. 일찍이 할아버지로부터 비롯하여 자신은 물론 자신의 아들까지 벌써 4대째 독실한 천도교 집안인 그이는 자신이 만드는 음식 속에는 ‘사람이 하늘이다’는 천도교의 인내천(人乃天)사상이 들어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이로서는 식당을 처음 열었을 때 한 그릇에 500원이었던 설렁탕 값이 4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2500원으로 오른 것이 못내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한 모양이었다. 그런 그이는 평생토록 집 한 채 마련해본 적이 없이 지금도 일산의 백석동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10년동안 가정식 백반 한상에 2500원 고수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에서 내려 4번 출구를 나와 낙원오피스텔 쪽으로 20m쯤 걸어오면 길 건너편에 낙원장모텔과 세느장모텔 골목이 있다. 이 낙원장모텔 골목을 굽어돌면 수련집이니 찬미식당이니 남양식당이니 하는 난데없는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끝에 바로 이 골목에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이 있게 한 원조격인 부산집(02-744-2331)이 숨어 있다. 부산집 또한 돈 버는 장사에 앞서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의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우선인 집인 것은 마찬가지다. 가정식백반에는 병어조림이며 조기조림에서부터 미역무침, 김, 콩나물, 갓김치, 배추김치 같은 반찬들이 수북수북 나오고 미역국에 고봉밥까지 곁들여 한 상을 이루는데, 이 푸짐한 한 상에 2500원이라는 사실이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 이 집 또한 밥이며 반찬이 손님의 양에 따라 얼마든지 리필이 된다. 부산집에는 가정식백반 이외에도 3000원짜리 돼지갈비탕이 있는데, 만일 몸은 물론 마음까지 함께 허한 이라면 마땅히 돼지갈비탕을 권하고 싶다. 돼지갈비탕도 반찬은 가정식백반으로 나오는데, 주인의 인정이 함께 전해 와서 허한 마음이 저절로 채워질 터이다. ●국수보다 해물이 더 많이 들어간 칼국수 얼핏 주방을 올려다보면 전통 한옥의 대청마루에 떠억 하니 자리잡은 주방 한 가운데에서 주인되는 이영자씨가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온다.“뭐 좀 더 드려?” 환갑 언저리에 이른 그이의 넉넉한 자태와 반말 비슷한 말투가 어쩐지 마음 한 쪽에 따뜻하게 스며오는 것을 느끼며 수저를 들면, 자칫 목이라도 멜 것 같은 기분이 되고 만다. 그이는 10년 전에 이 골목에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을 차린 후에 단 한번도 값을 올린 적이 없이 그대로 지켜내고 있는 고집불통이기도 하다. 모르기는 해도 단골손님들의 이제 그만 밥값을 올리라는 주문은 한마디로 내칠 것이다.“올려서 뭐하게?” 역시 지하철 5호선의 종로3가역 4번 출구를 나와 낙원오피스텔 앞으로 오면 건너편에 희망상회가 있는데, 바로 그 골목에 찬양집(02-743-1384)이라는 칼국수집이 있다. 찬양집 또한 돈 버는 장사에 앞서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의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우선인 것은 당연하다. 주인되는 김옥분씨는 환갑 언저리에 이른 고운 자태인데, 어쩌다 반가운 단골손님이라도 오면 처녀같은 수줍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진한 표정이기도 하다. 나로서는 카페 탑골 시절부터 비롯하였으니 20년 가까운 단골이기도 한데, 나보다 오랜 단골손님들 중에는 800원부터 시작한 칼국수값이 지금 3500원으로 올랐다는 것에 대해 누구 하나 토를 다는 이가 없다. 오히려 칼국수 한 그릇에 국수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듯한 갖은 해물들을 대하다 보면, 이것을 정말로 3500원만 받아도 장사가 될까 하는 걱정을 앞세울 뿐이다. ■사랑의 칼국수 ‘찬양집’ 찬양집에 가면 1990년대 초에 내가 어느 일간지 칼럼에 썼던 이 집에 대한 기사가 그대로 스크랩되어 벽에 걸려있다. 이제 노랗게 빛이 바래 글씨조차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기사를 힐끔거리다 보면, 비틀거리던 40대 언저리의 내가 그대로 되살아오는 기분이기도 하다. ‘종로3가에서 낙원상가로 빠지는 한옥 뒷골목에 내가 잘 가는 칼국수집이 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살리느라고 벽을 빙 둘러가며 송판을 붙여 탁자를 대신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골목길에까지 탁자를 마련하였다. 내가 이 칼국수집을 다니기 시작한 지도 5년 남짓 되었다. 주로 몇 십년을 다니는 이 집의 단골들의 경력에 비하면 나는 어쩌면 단골이랄 수도 없을지 모른다. 내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병적인 감정 중의 하나로, 이따금씩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싫어서 못 견디는 순간이 있다. 한편으로는 어디 발길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에라도 정을 쏟고 싶은 마음 여린 순간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이 칼국수집을 찾는다. 그리하여 칼국수가 마련되는 동안 주인아주머니가 밀가루반죽을 밀어 칼국수를 만드는 것을 구경하다가 마침내 칼국수를 먹는다. 그렇게 칼국수를 먹으면서 이따금씩 한두 방울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언제 그렇듯 못견뎌 했냐 싶게 기분이 좋아져 있다. 스스로는 역시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까지 생각한다. 물론 칼국수 만들기에 바쁜 주인아주머니는 손님에게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터럭만큼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나 혼자서 칼국수 한 그릇에 그렇듯 감동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집이 지니고 있는 선의(善意)이다. 자, 우선 칼국수 한 그릇에 들어가는 재료 좀 보아라. 화학 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은 채 멸치를 끓여 우려낸 국물에는 커다란 대합 한 마리에, 맛살조개에, 미더덕에, 미역에, 호박에, 감자에, 깻잎에, 김가루에… 이런 건더기들이 오히려 수제비보다 많을 지경이다. 그리고 2000원만 내면 양은 먹을 수 있는 한두 그릇도 좋고 세 그릇도 좋다. 독실한 신앙인인 주인아주머니는 살아가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죽을까 하던 어느 날 기도 중에 예수님이 나타나 바로 칼국수집을 해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라고 일렀다는 것이다. 나 같은 무신론자 비슷한 사람에게도 이런 경우 예수는 참 재미있는 분이다.’
  • 천주교 미사곡 판소리로 作唱한 왕기철 명창

    천주교 미사곡 판소리로 作唱한 왕기철 명창

    기억이 생생하다. 열여섯살이던 1979년 여름 어느날. 고향 신태인 역에서 무작정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 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서울. 종로3가 단성사 뒤편 ‘판소리 학원’ 간판을 매단 낡은 건물 앞에 섰을 때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까까머리 중학생 촌놈의 기를 있는 대로 죽여놓던” 낯설고도 도도했던 도심 공기. 그래서 더 오기가 났을까. 청무같이 짙푸른 청춘을 한줌 미련없이 소리꾼으로만 보냈다. ‘판소리 학사 1호’(한양대 국악과 졸업) 명창 왕기철(41·국립창극단 소속)씨. 그날 그 아침처럼 그에게 세상의 공기는 여전히 낯설 때가 많다. 국악이 주류에서 자꾸만 밀려나는 현실이라 무대에 설 때마다 늘 세상사람들의 편견을 설득하고 달래야 한다.‘판소리 미사’란 이색무대를 창안해 지난 11일 국립극장에서 직접 공연한 것도 그래서였다. ●세계문화유산 지정된 보물 같은 소리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는 판소리가 돼야만 하니까요. 가톨릭 인구가 얼맙니까. 또 판소리가 어떤 소린가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보물 같은 소리 아닙니까. 판소리 가락으로 올리는 미사. 판소리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끌어모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싶더군요.” ‘판소리 미사’라는 엉뚱하고도 기발한 무대를 처음 기획한 것은 올 봄. 아프리카, 유럽쪽의 미사곡들을 우연히 듣게 됐다. 장엄하면서도 애조띤 계면조가 우리 판소리와 꼭 닮았다는 데서 무릎을 쳤다. 곧바로 두달여 동안 작창(作唱)에 몰두했다. 지난 7월 국악작곡가 이상균씨의 편곡을 거쳐 마무리된 판소리 미사는 국악·양악 합창이 섞인 크로스오버 스타일.“대아쟁을 콘트라베이스로 대체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양악을 흡수했다.”는 그다.‘자비송’(Kyrie) ‘대영광송’(Gloria) ‘거룩하시도다’(Sanctus) ‘찬미송’(Benedic tus) ‘사도신경’(Credo) 등이 판소리풍으로 그렇게 탄생했다. 덮어놓고 전통방식만 고집해 국악이 설 땅을 스스로 좁혀선 곤란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판소리 울타리를 넓히기 위해 자신의 음악세계와 관객을 끊임없이 실험한다. 지난 9월엔 ‘21세기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가’란 제목의 창작 풍자 판소리를 발표해 대책없는 실업난을 꼬집었다. 판소리를 미사에 적용했듯 불교와 이어보기도 했다. 지난해 불교음악 ‘염’에 출연해 판소리의 유연성을 또 한번 입증해 보였다. ●불교음악·판소리 접목 ‘호평’ 국립창극단에 입단(1999년)한 지 올해로 5년.‘공인 소리꾼’이 되기까지를 돌이켜보면 참 무모했다 싶은 순간들도 많았다. 판소리와 인연을 틔운 것부터 그랬다. 그에게 소리꾼의 길을 열어준 이는 아홉살 위인 삼촌같은 형(왕기석·2000년 작고·전 국립국악원 단원). 쓸 만한 제자 하나를 찾아보라는 박귀희(가야금 명창) 선생의 말에 형은 다짜고짜 전북 부안 고향집의 그를 서울로 불러올렸다.8남매에서도 일곱번째. 그때는 소리가 뭔지도 몰랐다.“홀어머니가 근근이 꾸려가는 궁핍한 시골살림에 입 하나 덜 요량에서 멋모르고 상경한 셈”이라며 조용히 웃어보인다. “그래도 행운아였죠. 박귀희 선생께 그렇게 가야금을 배우면서 곧바로 서울국악예고에 입학하게 됐으니까. 가야금 병창을 해내려면 소리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선생께서 저를 박초월 명창께 보내신 거였어요.” ●‘판소리 학사 1호’ 별칭 한양대 국악과에 판소리 전공이 처음 생기던 1981년 그는 장학생으로 입학했다.‘판소리 학사 1호’란 별칭은 그렇게 따냈던 것이다. ‘학사 출신 명창’이 되기까지는 그렇게 맺힌 데 없이 풀렸다. 하지만 학비가 없어 힘들었던 기억만큼은 지금도 머리가 절로 도리질쳐 진다. 학비를 벌겠다고 안 해 본 장사가 없었다. 짬짬이 리어카를 몰고 다니며 붕어빵도 팔았고, 고향에서 가져온 김을 팔러 낯선 골목을 누벼보기도 했다. 박귀희 선생은 평생 잊지 못할 은인이었다.“학비를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웠던 대학 3학년때 박귀희 선생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냥 주저앉고 말았을 것”이라는 그는 “보다 못한 선생님이 당시 문예진흥원장을 직접 찾아가 사정을 호소해 장학금을 타주셨다.”고 돌이켰다. 소리인생을 시작한 지 어느덧 25년.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은 국악 강사로 지내기도 했다.1985년 졸업하자마자 서울국악예고 판소리 교사로 취직했다.1998년까지 정확히 13년 9개월을 ‘판소리 선생님’으로 살았다.“판소리를 전공해서 따박따박 월급을 받는, 그만큼 안정된 직장도 드물었지요. 그런데 어느날 문득 조급증이 났어요.‘나는 뭐냐, 진짜 소리꾼은 무대에 서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군요.” 그 든든한 직장을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박차고 나왔다. 곧바로 국립창극단 완판창극 ‘춘향전’에 이도령으로, 이듬해인 99년 봄에는 다시 완판창극 ‘심청전’의 심봉사로 줄줄이 주인공에 캐스팅되는 행운을 안았다. 후회는 해본 적이 없다. 아니, 군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중학교 3학년인 둘째딸(윤정·면목중)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아빠의 길을 따라 걷겠다고 나섰다. 지난 99년엔 국립국악원이 올린 ‘완판 심청전’에서 아기 심청을 맡아 그와 나란히 무대에 섰다. 딸 자랑에 침이 마른다.“지난해 12월에도 큰 무대에 섰었어요. 어린이 창극 ‘춘향이와 몽룡이의 사랑이야기’에 몽룡 역에 캐스팅돼서 박수 많이 받았지요.” 올해 공연된 창작판소리 ‘10대 애로가’에도 주인공으로 출연했고, 이번 ‘미사 판소리’에도 국악합창단으로 노래했다. 국립창극단이 간판으로 내세우는 ‘부녀(父女)소리꾼’인 셈이다. ●‘미사 판소리’ 유럽에도 전하고 싶어 국악계에서는 소문난 판소리 형제가족이다. 동생 기석씨도 국립창극단원이다. 작고한 형의 딸 해경씨도 서울국악예고 판소리 강사. 기석씨의 초등학생 딸도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 “우려했던 ‘미사 판소리’ 첫 공연은 성공적으로 마친 셈입니다. 하지만 일회성으로 그치게 하진 않을 생각이에요. 국내에서 홀대받는 판소리가 오히려 해외무대에선 신비의 소리로 박수갈채를 받는 현실을 주목합니다.” 내친김에 미사 판소리를 유럽인들의 입맛에 맞도록 좀더 다듬어볼 요량이다. 새해에는 유럽무대 곳곳에서 그의 소리로 ‘판소리 미사’를 올리는 장면을 상상해볼 일이다. 현재 서울국악예고와 중앙대 국악대에서도 강의한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우즈·박세리 불러온 라온건설회장

    [재계 인사이드]우즈·박세리 불러온 라온건설회장

    13,14일 양일간 세계 골퍼들의 이목이 제주도로 쏠린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골프 여왕 박세리, 오렌지탱크 최경주 등이 참가하는 ‘MBC라온건설 인비테이셔널’빅매치 게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내 어느 클럽도 해내기 어려운 ‘빅 이벤트’를 성사시킨 라온건설 손천수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손 회장은 “큰 대회를 통해 한국과 제주도를, 선진 골프클럽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돼 무엇보다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라온골프클럽은 시설이나 운영 등에서 세계 어느 골프클럽과 비교해 빠지지 않는다.”면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빅 매치 게임을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온클럽은 지난달 정식 오픈한 신생 골프장.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경기를 치러본 경험도 없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이끌어낸 손 회장에게는 더없는 영광이다. 하지만 완벽한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밤잠을 설쳐야 했고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메인 스폰서를 맡아 전 세계에 알려질 라온건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라온은 경남지역에서 토목·건축 등으로 탄탄한 기반을 다진 중견 업체. 지난 1986년 설립된 ㈜서광이 모태이며 2002년 제주도 라온골프장 건설 공사를 수주하고 지난해 마산 지역 중견업체인 찬미건설을 인수합병하면서 상호를 라온건설㈜로 바꿨다. 시공능력 평가 186위(도급 한도액 613억원)업체로 도로·학교·터널 공사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다. 지난해 35건의 크고 작은 공사를 수주했다. 손 회장은 “세계 100여 나라에 중계될 예정이어서 라온 골프클럽은 물론 제주도를 널리 알리고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홍보 효과가 기대된다.”며 흥분했다. 모든 골퍼들이 즐거워하는 골프장을 갖고 싶어했다는 손 회장은 골프장 이름을 ‘즐거움’을 뜻하는 순수 한글인 ‘라온’으로 정했다고 한다. 라온골프장은 골프 영웅 콜린 몽고메리가 설계한 회원제 27홀로 80실 규모의 골프텔 ‘라온빌리지’와 4계절 푸른 잔디를 자랑한다. 눈·안개 때문에 라운딩을 못하면 회원에게 전체 여행 경비를 돌려주는 ‘머니 백 개런티’제도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초등학생 국토사랑 글짓기대회

    초등학생 국토사랑 글짓기대회

    서울신문사와 국토연구원이 공동주최하고 삼성물산(주) 건설부문과 국민은행이 협찬했으며,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지리교육학회가 후원한 제9회 ‘초등학생 국토사랑 글짓기’대회에서 정두영(전북 이리 남창초등 6년)군이 개인부문상(국토연구원 원장상) 대상을 차지했다. 금상은 전시현(경북 포항 대흥초등 1)군과 김두하(서울 휘경초등 4)군에게 돌아갔으며, 은상은 최현아(인천 경인교대부설초등 2), 전대원(전남 목포 북교초등 2), 이종혁(충북 청주 증안초등 3), 김영명(경기 용인 양지초등 4) 어린이가 각각 받았다. 전국 196개 학교에서 2931편이 응모한 이번 대회에서 정군은 기행문 ‘국토대장정을 하며 본 두 세상’을 써내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전군과 김군은 각각 ‘우리도 살고 싶어요’와 ‘멋진 여행지, 청계천’으로 금상을 받았다. 이밖에 동상 50명과 우수상 300명이 선정됐다. 단체부문상(서울신문 사장상)에서 대상은 경북 포항제철동초등학교, 금상은 서울 휘경초등학교, 은상은 충주 중앙초등학교가 받았으며, 지도교사상(삼성물산(주) 건설부문 기관장상)은 대상에 김정호(포항제철동초등) 교사, 금상에 이현희(서울 휘경초등) 교사, 은상에 주대생(거제 계룡초등) 교사가 뽑혔다. 국토사랑 글짓기대회는 우리의 미래를 가꿔나갈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삶의 터전인 국토와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수상자 명단은 서울신문 26일자 30면과 국토연구원(www.krihs.re.kr) 홈페이지에 실렸다. 시상식은 31일 오전 11시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국토연구원 강당에서 열린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대상수상작 지난 여름방학에는 친구와 둘이서 청소년 자연탐험학교 주관으로 양양에서 서울까지 260㎞를 종단하는 14일간의 국토대장정을 다녀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과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다는 것이 겁나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권유와 국토대장정이란 매력에 끌려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참여한 168명의 또래들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었고 나처럼 지방에 사는 아이들은 별로 없었다. 입소식을 마치고 처음 쳐본 텐트속에서 첫날밤을 맞이했다. 둘째 날부터 걷기 시작한 우리는 얘기도 나누면서 걸었지만 왠지 보통 걷는 것과는 달리 훨씬 힘들었다. 평소에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고 많이 걸어본 나도 기운이 쑥쑥 빠지는 것 같았다. 처음엔 입맛에 맞지 않아 조금밖에 먹지 않았던 밥도 날이 갈수록 잘 먹게 되었고, 텐트를 치는 기술도 나날이 늘어 빨리 치게 됐다. 변화라면 걸을 때 말이 없어진 것이다. 지치지 않으려면 힘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였고 그냥 묵묵하게 걷다보니 생각하는 것도 많아졌다. 가족 생각도 나고, 별 생각이 다 났다. 내가 사는 곳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평야지대라서 교과서에서 배웠던 국토의 7할이 산지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여기서 실감했다. 우리가 걷는 길은 비록 아스팔트길이었지만 강원도 지방은 보이는 것이 산 아니면 계곡 천지였다. 힘들어하는 우리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시원한 그늘을 가진 산과 풍부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은 우리가 서울에 입성하는 날까지 내내 따라다녔다. 책에서만 읽었던 ‘금수강산’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일정의 중간쯤에는 래프팅도 하며 짜릿함을 느끼며 찌는 듯한 무더위를 식히기도 하였다. 이렇게 시원하고 맑은 물이 풍부하게 흐르게 하는 것도 잘 가꾸어진 큰 산이 있기 때문이다. 산은 우리 몸속의 허파와 같고 계곡을 흐르는 풍부하고 깨끗한 물은 젖줄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산과 계곡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숨막히게 하고 목마르게 하는 것이니 될 수 있으면 그대로 보존하는데 힘 써야 한다. 자연을 잘 가꾸지 못한 결과로 생태계가 파괴되면 나중에는 인간들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만다. 텔레비전에서 본 어마어마하게 큰 산을 파헤쳐 황토 흙이 보일 때는 사람 몸에 난 징그러운 상처같았다. 그렇게 되면 그 곳에서 자라던 아름드리 나무들도 다 사라질 텐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수 십년도 넘게 자란 나무들을 베어내고 수 천년을 내려온 땅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꾸는 개발은 두 번 세 번, 아니 여러번 생각해 본 뒤에 해야 할 일이다. 물이 부족하다고 무턱대고 댐을 건설하려는 것도, 수많은 농경지나 산지, 조상 대대로 살아온 마을까지도 물에 잠기게 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보다 생활수준이 높은 선진국 국민들보다 물 소비량이 더 많아서 생긴 일이니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물을 아껴 써서 댐 건설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표지판에 가끔씩 ‘서울’이 보이기 시작하자 계곡이 먼저 일찌감치 사라지고 산들은 점점 멀어져갔다. 서울에 들어오니 매캐한 공기부터가 우리를 불쾌하게 했고, 뿌연 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과는 차원이 달랐다. 어제까지만 해도 산과 들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걸었는데 서울에 도착하니 보이는 건 빌딩과 아파트뿐이었다. 이번 국토 대장정을 마치며 두 세상을 경험해 보았다. 제9회 전국 초등학생 국토사랑 글짓기대회 입상자 명단 ●개인상 대상 정두영(전북 이리 남창초등 6) 금상 전시현(경북 포항 대흥초등 1) 김두하(서울 휘경초등 4) 은상 최현아(인천 경인교대부설초등 2) 전대원(전남 목포 북교초등 2) 이종혁(충북 청주 증안초등3) 김영명(경기 용인 양지초등4) 동상 (50명) (서울)최명석 이정원 한유리 임경환 천지연(부산)김태현 (대구)정다은 이석현 우혜주 (인천)김민아 전다빈 (울산)최가은 (경기)최민정 홍순지 고승준 박진훈 황정윤 신지원 김하은 (강원)정유라 이지인 (충북)박민정 (충남)홍종훈 김은지 (전북)소 원 곽지영 강수경 채미화 이다빈 이현지 이건아 김맑은샘 (전남)주연우 김은혜 (경북)진재석 권소현 정다정 서우현 이진희 임진철 문혜영 강채량 오채은 정연진 배지윤 (경남)박수미 권수완 (제주)강우철 현지연 고미화 우수상(300명) (서울)조수연 김세림 진수현 전희상 정윤정 문현석 안혜리 김슬기 성 현 이경민 김효진 장윤하 최한솔 송해나 박용재 구본승 권혜란 윤석현 문준원 함해영 변규원 노민영 김진우 인은지 유소정 성의현 홍지혜 박수현 손경은 김수호 서재한 손일진 유혜원 윤 활 홍대근 이민형 김성빈 (부산)강윤지 장희정 박재영 윤지현 홍진희 황소희 조현지 이수민 이지영 (대구)우지훈 김종원 김지민 민승환 노재영 설지윤 인성규 박정은 한수민 이준욱 박인규 강태욱 박상빈 김하린 이준엽 김민지 이동근 조윤정 이연해 정난희 최규진 김수진 김형준 김동환 신혜원 (인천)류영채 조윤주 이현섭 배여리 김효진 (대전)김나은 유효림 이서연 권수진 윤덕진 주대환 박준환 조선화 (울산)황채은 안혜빈 이승희 (경기)조승원 허지은 박유진 문성원 박준철 추연우 서동섭 최호연 이건우 고성효 곽예은 김 빈 박준수 홍석채 김지민 박준범 임새람 김미지 황정민 이정원 이정주 박상미 이의재 김보경 김영은 윤선주 유지연 이승희 최유림 유지연 정재우 추현진 김은지 우혜승 이준호 김영훈 이성호 김선영 김나래 조건휘 전승미 안수현 김선우 이영현 배서연 김근우 김상우(강원) 손수빈 김서예 한수희 위수미 조은별 김예현 김준미 정다영 이승현 진한아 (충북) 윤현지 이주희 최지호 김민지 함윤수 안지영 임소영 우단비 이서영 변아라 송은선 김은환 홍수현 유지희 조은정 (충남)나예지 김수민 구희선 윤혜민 신배규 박정은 이가현 최경현 김영경 김진희 권서연 남소현 이정은 신예림 조수지 김민지 성채린 조수환 김희연 박누리 오솔미 김하정 이윤서 이은정 정한나 정선주 여범기 박은정 (전북)김성진 김영현 최인호 정승연 강예일 전다솜 문원영 박찬미 이지양 김세희 김채현 이상훈 김나영 류용준 최 빈 서수진 정병수 이유라 신은경 전태미 송수한 임소라 이새롬 최수정 김혜진 이에스더 김진호 한지혜 서현히 서연호 고해경 김아라 김다희 김빛나 (전남) 문준호 박안나 박준영 고예은 방수영 양시라 김소연 임은이 문혜림 위연욱 이창신 조은빛 주수민 이유린 김영우 김은진 임송이 최슬기 (경북)이승주 김지나 황현정 남영신 김정우 이혜림 최병진 홍윤영 김재혁 최나영 임민정 김성하 유현주 김명지 박제원 전유정 이호성 권희영 권민정 도호경 서지원 박미정 장지우 정수진 이동희 손성민 석효정 김소연 이누리 진재현 손다솔 유상록 정경선 장형수 박동호 이수진 신유섭 조민지 (경남) 정아현 박지민 우효은 이여명 이예영 장유정 손재영 이미진 이경영 김채린 전혜리 양화영 김종화 김정근 지민정 (제주)오한해 한희주 현수연 김미연 최지은 김홍유 강서연 김리선 ●단체상 대상 포항제철동초등학교(포항) 금상 휘경초등학교(서울) 은상 중앙초등학교(충주) ●지도교사상 대상 김정호(경북 포항제철동초등학교) 금상 이현희(서울 휘경초등학교) 은상 주대생(경남 거제 계룡초등학교)
  • 중국 고대사 최대의 미스터리-­진시황제/쓰루마 가즈유키 지음

    중국이 오늘날과 같은 정체성을 형성한 것은 전국시대를 통일하면서부터다.그 주역은 역시 진시황제다.중원을 처음으로 통일해 대제국을 건설하고 스스로 황제라 칭한 진시황제.그러나 진시황제와 그의 시대는 숱한 고사와 전설로 신화화되어 있다.진시황은 과연 분서갱유를 저지른 무자비한 폭군인가.정말 여불위의 자식인가. ‘중국 고대사 최대의 미스터리-진시황제’(쓰루마 가즈유키 지음,김경호 옮김,청어람미디어 펴냄)는 사료와 문헌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분석을 통해 시황제의 실체를 밝힌다. ●폭군인가, 여불위의 자식인가 시황제는 전국시대(기원전 403∼221년) 말 진나라의 왕자로 태어났다.13세에 왕위에 올라 처음 25년 동안은 전국시대 진나라의 왕으로,후반 12년 동안은 통일제국 진의 황제로 군림하다 50세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이러한 시황제에 관한 기록은 중국 전한시대의 역사가 사마천이 쓴 ‘사기’에 남아 있다.사마천은 시황제를 폭군으로 적었다.‘사기’의 ‘진시황본기’엔 시황제는 승상 이사의 제언에 따라 기원전 213년 분서(焚書)를 명령했고,다음해에는 학자 460여명을 땅에 묻어 죽인 것으로 되어 있다.이 사건은 훗날 시황제를 깎아내리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그러면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중국고대사를 전공한 저자(54·일본 가쿠슈인대 교수)는 시황제를 둘러싼 신화와 전설의 옷을 벗겨내고 역사의 진실에 한걸음씩 다가선다. 먼저 ‘사기’의 한계를 지적한다.‘사기’는 시황제가 죽은 기원전 210년으로부터 1세기가 지난 뒤 한대인(漢代人)의 관점에서 한(漢)왕조의 정통성을 찬미하기 위해 쓴 역사서다.그런 만큼 진시황의 실상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저자는 시황제 당대의 시대상을 복원하기 위해 15년에 걸쳐 시황제릉과 병마용갱 등 유적지를 답사하고,수호지 진묘 죽간,용강 진간,마왕퇴 백서,장가산 한묘 죽간,한대 화상석 등 다양한 출토자료들을 검토했다.전국시대 진나라의 사서인 ‘진기’,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현존하는 중국 최고의 종합 지리서인 ‘수경주’ 등 각종 문헌사료들도 폭넓게 활용했다. ●분서갱유는 정책의 일환 이렇게 해서 저자가 얻은 결론은,시황제가 분서령을 내린 것은 유가를 탄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시 정치정세에서 현실을 비방하는 학자들의 언동을 처벌하고 대외전쟁을 치르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이는 의약서나 농학서 등 실용서들이 대부분 분서 대상에서 제외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저자는 한대의 유가들이 분서령의 부정적인 면을 부풀리면서 시황제의 분서갱유 정책이 유가탄압 사건으로 변질됐다고 강조한다. ‘사기’의 ‘여불위전’은 진왕 정(훗날의 진시황제)의 출생 비밀에 관해 상인 여불위가 자초(진나라 장양왕)의 장래를 내다보고 자신의 자식을 임신한 여자를 자초에게 바쳤다고 전한다. 진시황제는 흔히 사마천의 기록대로 여불위의 자식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저자는 그것은 진나라의 정복에 반감을 가진 동방 사람들이 진 왕실의 정통성을 흔들기 위해 한 말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사마천 스스로도 사실(史實)과 전설의 내용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듯이,전설에서 사실을 분리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시황제를 유능한 군주이자 폭군으로 묘사하고 있는 ‘진시황본기’나 ‘진본기’등 시황제 관련 문헌사료들의 내용은 상당 부분 실상과 거리가 있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이 책은 2200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간극을 뛰어 넘어 시황제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하나의 작은 시도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盧대통령 “권력엔 쓴맛·신맛·떫은맛 있다”

    盧대통령 “권력엔 쓴맛·신맛·떫은맛 있다”

    |모스크바 박정현특파원|러시아 방문 이틀째인 21일 노무현 대통령 내외는 바쁜 일정을 보냈다. ●정상회담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던 ‘북핵’이 한·러 공동선언에는 빠져 관심을 모았다.공동선언에는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양국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6자회담 틀 내에서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언급됐다. 정우성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확립된 원칙이 있기 때문이며,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의 진전을 통해 북핵문제가 조속히 해결되도록 상호협력을 강화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북핵’을 거론했다.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남북한 3자간에 에너지와 교통프로젝트를 하는데 관심이 있다.”면서 “3자협력은 경제적으로 유익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전망이 크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러시아의 일간지 이즈베스티야 20일자에 실린 특별인터뷰 기사에서 권력의 맛에 대한 질문에 “제가 생각하기로는 권력에는 쓴맛도 신맛도 떫은 맛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여가를 어느정도 즐기느냐는 질문에 등산·골프·볼링을 예로 들면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아내와 함께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시베리아를 거쳐 모스크바로 여행을 하고 싶다.이것은 제 소원이 아니라 아내의 소원이고,저도 당연히 동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이날 오후 모스크바 시내 푸슈킨 박물관에서 열린 ‘톨스토이 기념 야스나야 폴랴나 문학상’(톨스토이 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내조외교’를 펼쳤다.‘톨스토이 문학상’은 러시아의 톨스토이 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문학상으로서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권 여사는 축사를 통해 “톨스토이의 휴머니즘과 평화 사상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면서 “지금도 노 대통령은 제게 ‘러시아 문학의 찬미자’라고 하곤 하는데,사실이 그렇다.”고 말했다.“저는 러시아가 처음이지만 왠지 낯설지가 않은데 이는 톨스토이,도스토예프스키,푸슈킨을 통해서 우리에게 너무도 친근한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hpark@seoul.co.kr
  • 8000만원짜리 보신탕?

    순수혈통 진돗개를 몰래 잡아먹은 50대 남성 등 3명이 개 주인에게 수천만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S렌터카업체 임원인 이모(62)씨는 지난 12일 오후 자신의 진돗개 ‘찬미’가 묶여있던 주차장 한쪽에 찬미는 없고,핏자국만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놀란 이씨는 주차관리원인 김모(56)씨가 그날 아침 전화로 “개에 된장을 바르자.”고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리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에 신고를 했다. 김씨 등은 경찰에서 “다른 직원 2명과 함께 개를 쇠파이프로 때려 죽인 뒤 차에 싣고 부근 계곡으로 가 보신탕을 끓여 나눠먹었다.”고 털어놨다.이들은 찬미가 진돗개인 줄 알면서도 “개 한 마리가 얼마나 하겠느냐.”며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살짜리 암컷 진돗개인 찬미는 5대째 내려온 순수혈통으로 수천만원이나 한다고.이씨는 “협회에 알아보니 찬미의 ‘몸값’은 8000만원이 족히 넘는 최상품이라고 했다.”면서 “순종 진돗개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는 풍토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민사소송을 내 개 값을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도쿄都 ‘왜곡교과서’ 첫 채택…정부 “유감”

    도쿄都 ‘왜곡교과서’ 첫 채택…정부 “유감”

    |도쿄 이춘규특파원·서울 이지운 기자|일본 도쿄(東京)도(都) 교육위원회가 내년 4월에 개교할 첫 도립 중·고 일관교육학교인 하쿠오(白鷗)고교부속중학교가 사용할 역사교과서로 우익단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후소샤(扶桑社)판을 채택키로 결정했다. ‘새역모’의 후소샤판 역사교과서는 난징(南京)학살과 조선인 및 군대위안부 강제연행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침략전쟁을 정당화해 2001년에 이미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신봉길 대변인은 “일본의 자국중심주의적 사관에 입각해 과거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있는 ‘후소샤’ 교과서를 채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논평했다.그는 이어 “일본 스스로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인식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를 찾는 노력을 보다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새역모’가 일본 문부과학성에 검정을 신청한 내년도 개정판은 2001년 외교 파문을 일으킬 당시 난징학살과 조선인 및 위안부 강제연행 등에 대해 모호하게나마 일본의 잘못을 인정했던 부분을 아예 삭제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 교과서는 특히 ▲한국합병이 동아시아를 안정시켰다 ▲식민지배가 조선 근대화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식의 국수주의적 주장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대동아전쟁으로 표기 ▲임나일본부 존재 기정사실화 등을 비롯해 곳곳에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26일 오전 도쿄도 제2청사에서 열린 도쿄도교육위원회 회의에서 6명의 위원중 5명이 후소샤판 채택에 찬성했다. ‘새역모’는 외교문제를 일으켰던 2001년에 자신들이 만든 교과서가 “학생수 기준 10%가 채택토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실제 채택률은 0.1%도 되지 않았다. 올해 이 교과서를 사용한 공립학교는 도립양호학교 2개와 에히메(愛媛)현에 있는 농·양호학교 5개 등 모두 10개다.‘새역모’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에히메 교과서재판을 지지하는 모임’의 오쿠무라 에쓰오(奧村悅夫)는 이날 결정에 대해 “학생들에게 전쟁 찬미사상 주입을 목표로 한 것”이라며 “도쿄도 교육위원회의 결정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새역모’ 어떤 단체인가 1997년 도쿄대학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교수와 전기통신대학 니시오(西尾)교수 등이 중심이 돼 만든 우익단체로 ‘자유사관에 입각한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taein@seoul.co.kr
  • [이런 책 어때요]

    ●김인배, 동학농민혁명의 선두에 서다/이이화·우윤 지음 동학농민혁명은 조선 말기인 1894년(고종 31년) 외세의 수탈과 정치·사회제도의 문란,경제적 파탄이라는 삼중고를 겪던 농민들이 새 세상을 갈구하며 일으킨 민중봉기다.약 300만명의 농민이 참여해 그 중 3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이 항쟁은 그동안 ‘동학란’으로 불려오다 지난 2월 ‘농민군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발발 110년 만에 ‘동학농민혁명(갑오농민전쟁)’으로 재평가됐다.이 책은 동학농민혁명 당시 영호대접주라는 영남과 호남을 아우르는 동학의 최고 책임자로 활약했던 김인배의 삶을 다룬다.1만 1000원. ●마쿠라노소시(枕草子)/세이쇼나곤 지음 일본 수필의 효시로 꼽히는 작품.우리말로 옮기면 ‘베갯머리 서책’이라 할 수 있다.11세기 초 세이쇼나곤이라는 이름의 궁녀가 천황비인 데이시(定子) 중궁을 보필하면서 보고 들은 일을 자유로운 문체로 써내려간 수필집으로,헤이안 시대(794∼1192년) 수필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일본 고전소설의 대표 작품인 ‘겐지 이야기’가 왕조시대의 귀족적인 미학을 그대로 구현해 내향적이고 은근한 반면,‘마쿠라노소시’는 자연과 사람을 밝은 마음으로 찬미하며 솔직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302개의 장단(章段)으로 이뤄져 있다.2만 2000원. ●기사도의 시대/타임라이프 북스 지음 중세 유럽(800∼1500년)의 기사들은 전시든 평상시든 기사도라고 하는 상세한 윤리지침의 지배를 받았다.기사들 중엔 영주에 대한 충성의 대가와 동료 기사들과의 마상시합에서 획득한 노획물을 통해 부유하고 강력한 지주가 된 사람들도 적잖았다.이탈리아의 인문주의자들은 다소 경멸적인 어투로 ‘중간시대’,즉 중세라고 불렀지만 이 시기는 역동적인 시기임에 틀림없다.중세는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이룩한 위업의 토대가 됐다.이 책은 중세인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복잡하고 순수한 중세의 이상,신앙의 깊이,예술의 장엄함 등을 살펴본다.2만 5000원. ●덩샤오핑/벤저민 양 지음 불굴의 의지로 중국의 21세기를 설계한 지도자 덩샤오핑 평전.재미 중국인 학자인 저자는 덩샤오핑은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이 실패해 3000만명이 굶어죽는 참상을 보고 충성스러운 마오쩌둥의 지지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중국의 국체인 공산주의마저 실용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바라본 인물이 바로 덩샤오핑.자기 손으로 이룩한 공산주의를 생시에 스스로 청산한 그는 개혁 개방정책을 추진,‘웬만큼 여유있는(小康) 사회’라는 새로운 비전을 현실로 관철시켰다.“단호하게 대처하고 재주껏 이용하라.”는 게 덩샤오핑의 외교지침이다.1만 8000원. ●내멋대로 출판사 랜덤하우스/베네트 서프 지음 미국의 유명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의 설립자 베네트 서프의 자서전.1927년에 설립된 랜덤하우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유진 오닐,월리엄 포크너,싱클레어 루이스 등을 비롯해 거트루드 스타인,트루먼 커포티,제임스 미치너,아인 랜드,윌리엄 스타이런 등 20세기 미국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책을 펴내 명성을 날린 출판사.책에는 미국 출판계와 문학계의 뒷 얘기들이 실렸다.아내에게 구박받으며 불행한 생을 마감한 유진 오닐,고집불통이었던 싱클레어 루이스,허름한 옷차림에 구멍난 양말을 신고 다녔던 월리엄 포크너 등의 일화가 흥미롭다.2만 5000원.
  • [18일 TV 하이라이트]

    ●왕꽃 선녀님(MBC 오후 8시20분) 초원은 한강 다리에 올라 부용화가 써준 부적을 갈기갈기 찢어 뿌린다.한편,소정은 행자와 얘기하다 초원이 업둥이라는 사실을 실수로 말해버린다.시애를 찾아가 초원이 핏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행자는 근본도 모르는 업둥이를 며느리로 들일 뻔 했다며 노발대발한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 30분) 참여정부 출범 1년 반.역대 어느 정부보다 과학기술과 기술혁신에 대한 정책 의지가 강해 제2의 과학기술입국을 내세우고 있다.과학기술 정책의 추진방향을 놓고,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 보좌관과의 대담 시간을 마련한다.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지나친 편식과 과식을 즐기는 아이,대소변을 못가리는 아이 등 아이들의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잘못된 것 같아 걱정이라는 부모들이 많다.이처럼 아이들이 잘못된 생활습관을 가지게 되는 원인은 무엇인지,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인생극장〈오 마이 갓〉(iTV 오후 10시50분) 술에 죽고 술에 사는 대포는 술 때문에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술을 끊기로 결심한다.하지만 회사 직원들의 유혹에 술한잔 하고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다.소변이 급하다는 핑계로 차를 몰고 도망을 친 대포.다음날,경찰들이 대포의 집으로 들이닥치는데…. ●소풍가는 여자(SBS 오후 8시55분) 선재에게서 반지를 받은 혜숙은 자신이 없다며 반지를 사양하고 밖으로 나간다.집에 온 혜숙은 찬미에게 새아빠가 생기면 어떨 것 같냐고 묻고,찬미는 아빠는 미국에 있다고 말한다.비밀을 무기삼아 송이는 병태를 약올리고 쏘냐에게 병태 이름을 못부르게 만든다. ●풀하우스(KBS2 오후 9시50분) 혜원과 지은때문에 혼란스러운 영재.영재는 지은에게 민혁을 좋아하고 싶으면 자기에게 묻지 말고 맘대로 하라고 한다.지은은 그런 영재가 원망스럽다.지은은 민혁에게 영재가 밉지만,영재 때문에 행복하기도,가슴 아프기도 하다고 고백한다.그런 지은 때문에 민혁 역시 가슴이 아프다. ●금쪽같은 내 새끼(KBS1 오후 8시25분) 진국,은수와 미행을 눈치챈 박부장은 서로 쫓고 따돌리는 추격전을 벌이고,박부장은 결국 진국과 은수를 따돌린다.영실은 진국과 은수의 추적을 알게 되고,희수는 영실과 박부장의 통화내용을 듣게 된다.입원 중이던 선자는 눈을 건드리는 바람에 상태가 악화돼 응급처치실로 향한다.
  • 여성의 근대, 근대의 여성/김경일 지음

    ‘오,태양이 낳은 딸들!/깨어진 문명의 오직 하나인 메시아!/만인의 한갓 희망이/애타는 희망이/오직 네 신선한 호흡에 있다/높이 쳐든 얼굴에/자신있는 걸음걸이에/붉게 익은 두뺨에/튼튼하고 근육 굵은 팔뚝에/또 풀무에 다듬은 너의 성애에/새벽같이 깨고 땅같이 자라는 모성에/무엇보다도 더욱,오래 버려졌던 참여성의 힘에/오,거기,만인의 한갓 희망이 있다.’ 1924년 9월호 ‘신여성’지에 실린 요한의 ‘신여자송(新女子頌)’이다.1910년대에 처음 등장해 1920년대에 이르러 유행처럼 퍼져나간 신여성층을 향한 찬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신여성의 출현은,아닌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근대로 접어든 19세기 후반 이후 여성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로 꼽히는 일대 사건이다. ‘여성의 근대,근대의 여성’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20세기 전반기 식민지 조선시대에 혜성같이 등장한 신여성의 존재를 근대성에 입각해 분석한 연구서이다.신여성 관련 저서들이 자유주의 성향의 특정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거나 여성운동적인 관점에서 일반론으로 다뤘던 것에 비해 이 책은 신여성을 둘러싼 당시의 모든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의미들을 꼼꼼히 짚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신여성 담론서라 할 만하다. 저자는 1920년대에 두드러졌던 신여성에 대한 찬미의 원인을 근대에 대한 동경에서 찾는다.식민지 시기의 근대성은 전통과 근대,한국적인 것과 서구(일본)적인 것,또는 자아정체성과 타자의식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됐다.이 과정에서 신여성은 근대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존재였다.이를 테면 짧은 다리와 통통한 몸,쌍꺼풀없는 눈의 전통적 여성상 대신 길고 곧게 뻗은 다리와 늘씬한 키,단발머리를 당당히 내세운 신여성의 몸은 그 자체가 근대성의 표상이다. 저자는 식민지라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에 대한 고려도 빼놓지 않았다.식민성과 근대성이 결합된 교육을 통해 자기의식을 획득한 조선의 신여성은 민족의식과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과 분열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나혜석,윤심덕,김명순 등 자기 정체성에 눈뜬 신여성들의 면면과 신여성이 추구하는 성과 사랑의 유형,단발에 스카프를 두르고 종로거리를 활보하는 자유로움,카페 문화로 대표되는 소비와 향락의 이미지,그리고 이들의 자립에 밑바탕이 된 학교 교육과 직업 등에 대해 분석한다. 조선총독부통계연보 등 각종 자료를 인용한 풍부한 통계와 ‘신여성’‘여성’‘별건곤’등 1920·30년대 여성 잡지에서 발췌한 130여컷의 사진,삽화 등도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1만 6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올림픽 2780년의 역사/주디스 스와들링 지음

    ●올림픽, 아는 만큼 보인다 올림픽의 역사는 기원전 77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그러니까 올해 아테네 올림픽까지 따지면 그 역사는 2780년에 이른다.고대 올림픽은 원래 제우스신을 찬미하기 위한 종교행사로 출발했지만 종교적 의미는 점차 빛을 잃었다.392년 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가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정하고 이교도 숭배를 금지하면서 올림픽 경기는 마침내 394년 중단되고 말았다.올림픽이 다시 살아나는 데는 1896년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현대 올림픽이 탄생하기까지 100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예술작품과 마찬가지로 올림픽도 아는 만큼 보인다.올림픽 경기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단순한 규칙뿐만 아니라 그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때마침 나온 ‘올림픽 2780년의 역사’(주디스 스와들링 지음,김병화 옮김,효형출판 펴냄)는 그런 점에서 퍽 반가운 책이다.대영박물관의 그리스·로마 유물국 부국장인 저자는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평원의 유적과 박물관 소장 유물들을 분석,고대 올림픽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고대 올림픽의 기원과 의미,경기 종류와 규칙,올림픽 여성수난사 등 고대 올림픽에 관한 사항들을 폭넓게 다룬다. ●신의 경지에 이르려던 욕망의 표출 고대 올림픽은 신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운동경기를 통해 풀어준 축제였다.그리스인들은 신의 도움을 얻은 자만이 올림픽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믿었다.그러기에 선수들은 경기에 앞서 규칙을 지키겠다는 서약과 함께 신의 은총을 비는 공양을 최고신 제우스에게 올렸다.제우스에겐 황소 100마리를 바쳤다.이 대규모 희생공양은 축제 중간 날,즉 보름날 바로 다음날 아침에 치러졌다.고대 그리스인들은 일몰부터 다음 일몰까지를 하루로 계산했기 때문에 보름날과 희생공양일은 같은 셈이다. 고대 올림픽 경기 중엔 흥미로운 게 많다.호플리토드로미아,즉 갑주경주는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끌 만하다.25명의 주자가 참여하는 이 경주에서 선수들은 투구를 쓰고 정강이받이(종아리갑주)를 차고 원형 방패를 들고 달린다.절그렁 절그렁 소리를 내며 달리는 기묘한 광경은 상상만 해도 우스꽝스럽다.제우스 신전엔 지금도 그들이 사용한 방패 한 벌이 보관돼 있다. ●고대에도 올림픽은 ‘국경 초월한 잔치’ 고대 올림픽은 오늘날처럼 세계인이 참여하는 지구촌 잔치였을까.고대 그리스 올림픽 하면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한 작은 나라에서 열린 행사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당당한 국제 행사였다.고대 그리스는 미노아 문명 이래 지금의 터키,이집트,리비아,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 등을 무대로 한 지중해 지역의 초국가적 공동체였다.올림픽은 지역의 통합에 기여했다.올림픽 경기가 계속되는 동안 이뤄진 이른바 ‘올림픽 정전(停戰)’은 일시적인 것이었지만 그리스 도시국가와 식민국가를 통합시키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저자가 그려 보이는 고대 올림픽의 모습은 지금의 올림픽과 별로 다르지 않다.그 옛날에도 선수들은 과학적인 훈련방법을 택했으며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약물복용도 서슴지 않았다.고대 올림픽과 의사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경기 임원들 가운데 한 명은 으레 의사가 차지했다.‘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바람직한 운동경기용 식단과 상처에 대한 치료법을 남겼으며,명의로 이름을 떨친 고대 그리스 의학자 갈레누스는 검투사를 담당하기도 했다.4세기 후반 올림픽의 중요경기들이 중단되는 바람에 의술의 발전이 멈췄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1900년 이후에야 여성 참여 가능 올림픽과 여성도 의미있는 주제.고대 올림픽이 열린 올림피아는 금녀의 땅이었다.올림픽 축전에 대해 많은 기록을 남긴 지리학자 파우사니아스는 ‘그리스 이야기’에서 “올림픽 경기에서 발각된 여성은 모조리 깎아지른 듯한 티파에움 산에서 거꾸로 내던져졌다.그것은 고대국가 엘리스의 법이다.”라고 적고 있다.올림픽 경기에선 이처럼 여성이 배제됐지만 여성들만의 축제도 있었다.‘헤라이아’라고 불린 행사다.헤라 여신을 찬양하기 위한 이 대회도 올림픽처럼 4년마다 열렸지만 경기라고는 달리기 하나밖에 없었다.여성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은 1900년 이후부터.하지만 현대 올림픽 초창기 여성은 테니스(1900년),궁술(1904년)에만 참여할 수 있었다. 오늘날 올림픽은 상업주의에 빠져 본연의 정신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을 듣는다.고대 올림픽에서도 물론 뇌물과 스캔들,스폰서 제도,대중 선전 등이 힘을 발휘했다.최고 기량의 선수들은 우승을 노리는 도시국가에 ‘판매’되기도 했다. 올림픽이란 무엇인가.“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성공이 아니라 노력인 것처럼,올림픽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승리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다.핵심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다.” 현대 올림픽을 창시한 쿠베르탱 남작의 올림픽 정신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여행이야기/이진홍 지음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여행하지 않는 자는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를 읽을 뿐이다.” 성(聖) 아우구스티누스는 여행을 이렇게 찬미했다.여행은 관용과 겸손을 가르쳐 주고 세상의 이치에 눈뜨게 만든다.여행은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가장 본질적이고 오래된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살림출판사가 펴내는 살림지식총서 100호로 나온 ‘여행이야기’(이진홍 지음)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여행의 변천사부터 살핀다.고대의 인간은 생명을 유지하고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이동을 했다.이후 로마제국이 무너지고 치안문란과 도로의 황폐 등 악조건이 겹치면서 중세 십자군전쟁 때까지는 ‘여행의 공백시대’가 이어졌다.그러나 십자군전쟁은 유럽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고,여행과 모험의 취향을 자극했다.대항해 시대의 개막과 함께 외부세계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는 위대한 발견의 시기를 몰고온 것이다.바스코 다 가마는 인도항로를 개척했고,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세계정복의 선두주자로 나섰다.그러나 근대적인 의미의 여행,즉 관광으로서의 여행이 시작된 것은 19세기 말에 와서다. 여행은 문학의 원천이다.수많은 문학가들이 여행을 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찾고 그 세계를 문학 속에 풀어놓는다.여행이란 자유에 대한 갈망이며,또 다른 존재를 찾아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프랑스의 박물학자 테오도르 모노는 늙고 병든 상태에서도 사막의 부름을 외면하지 못했고,영국의 작가 스티븐슨은 습진에 걸려 움직일 수 없었음에도 텐트를 치고 산에서 야영을 즐겼다.영국의 귀족시인 바이런은 베네치아에서 이 도시를 잃은 슬픔을 노래했다.이 책에서는 끝없이 미지의 세계를 동경한 문학가들의 여행 이야기가 펼쳐진다.프랑스 소설가 폴 모랑의 말대로 우리는 오늘도 “존재하기 위해서,생존하기 위해서,떨쳐버리기 위해서” 여행을 하는가 보다.33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14일 TV 하이라이트]

    ●왕꽃 선녀님(오후 8시20분) 무빈을 만난 초원은 자신이 오해한 것을 설명한다.미영은 동하를 만나고는 있지만,마음을 주지는 않는다.동하는 미영이 자신을 필요할 때만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동하는 미영을 놓을 수 없다.몸살이 난 행자를 문병간 시애는 고민 끝에 정수와 초원을 이어주자는 말을 건네려고 한다. ●사이언스+(오전 8시30분) ‘실험실 현대화’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본다.전국 초·중·고등학교 과학실험실의 시설과 기자재를 개선하기 위한 교육 당국의 노력으로 과학 실험수업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하지만 과학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은 끊이지 않는데…. ●일과 사람들(오후 8시20분) 가업을 이어 새로운 농업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후계농업 경영인들을 만나본다.먼저 경기도 평택에서 10년이 넘게 호박 하우스를 관리,생산하고 있는 방선화씨를 만나본다.이어 전라북도 고창군에서 기능성 쌀인 ‘다이어트쌀’과 ‘황토쌀’을 재배하고 있는 나종창씨를 만난다. ●경찰 24시(오후 10시50분) 허위 비자 발급을 위해 2000년부터 현재까지 결혼을 아홉 번이나 한 용의자가 발견됐다.특이한 점은 결혼한지 한 달도 안돼서 모두 이혼을 했고,이혼 후 여자들은 모두 미국으로 출국한 것.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서서히 밝혀지는 비자발급 위조단의 실체, 그리고 사건의 결말은…. ●소풍가는 여자(오후 8시50분) 이혼 후 1년이 지난 혜숙은 해물탕집을 하며 살아간다.찬미는 친구들이 아빠 얘기를 하자 풀이 죽어 들어온다.한편 좌판을 벌여놓고 장사를 하던 쏘냐는 돈이 든 가방을 날치기 당한다.갈 곳이 없는 쏘냐는 병태를 찾아온다.송이모는 쏘냐를 데리고 있겠다고 말하며 풍길에게 윙크를 한다. ●대단한 가족(오후 7시) 첫날 밤만 14번째,14일 만에야 첫날밤을 치르게 된 준형,미형씨 부부의 말못할 사연은? 23살 꽃띠 아가씨 필기씨와 37세의 노총각 동주씨의 인연 만들기 대작전이 시작된다.자나깨나 암벽 생각,꿈에서조차 암벽 타느라 정신이 없는 승빈이네 가족.암벽 타면서 느끼는 가족사랑 이야기를 들어본다. ●청춘! 신고합니다(오후 7시30분) 부대 창설 51주년에 빛나는 화력전투 수행의 선봉 육군 산악포병부대 장병들과 함께 한다.‘병영퀴즈 여보세요’에서는 객석에서 뛰어 올라온 병사들의 숨가쁜 60초 전화퀴즈가 펼쳐진다.또 ‘어머님 전상서’코너에서는 홀로 남겨진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눈물겨운 편지 한 통이 소개된다. ˝
  • [2일 TV 하이라이트]

    ●토크쇼 임성훈과 함께(오전 9시45분)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고깃집에 일일 종업원으로 변장을 하고 나타난 이명박 시장.시민들의 불만을 직접 들어보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또 1940년에 완공된 시장 공관을 전격 공개한다.이명박 시장의 바쁜 일상을 따라가 본다. ●사이언스+(오전 8시30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도래를 앞당기기 위해 선정된 9대 IT 신성장 동력을 알아본다.9대 IT 신성장 동력이 포함된 ‘IT 8-3-9 전략’도 올해 정통부에서 시행하는 IT 관련 주요 정책이다.또한 올 상반기 제주도의 텔레매틱스 시범 도시 운영까지 앞두고 있다. ●예술의 광장(밤 12시) 서울발레시어터의 여러 작품 중에서 명작 두 편을 감상한다.첫 번째 작품은 사계(四季).각 장마다 서로 다른 유명 작곡가들의 음악을 사용하고 있다.두 번째 작품은 길이 만나는 곳(Chemins de Recontres).스토리보다는 무용수의 개성과 역동적인 표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인생극장 오 마이 갓(오후 10시50분) 어느 날 우연히 한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부유한 중년의 신사.그녀에게는 이미 남편과 아이가 있다.그러나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사랑이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다.그러던 어느 날 그녀 남편의 부도 소식을 듣는 그는 그녀의 남편을 만나 엄청난 제안을 하는데…. ●소풍가는 여자(오후 8시50분) 조 여사는 며느리를 달래보지만 혜숙은 용서가 안된다고 말한다.풍길을 찾아온 조 여사는 혜숙 덕에 윤호가 성공을 했다고 며느리를 칭찬한다.고모는 공치사를 하는 사부인을 이상하게 생각한다.고모는 찬미로부터 엄마 아빠가 매일 싸우기만 한다는 말을 듣고 걱정을 한다. ●4월의 키스(오후 10시) 재섭은 채원을 위해 정우를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가 기억을 찾아주기로 결심한다.도철은 재동에게 순영 앞으로 들어 놓은 생명보험 증서를 들이대며 이혼해 줄 수 없다고 버틴다.그러나 순영은 포기하지 않고 매일 재동의 집으로 가 온갖 일을 거들고 운봉은 그런 순영에 할 말이 없어진다. ●환경스페셜(오후 10시) 암컷 멧돼지는 수컷을 유혹하기 위해 꼬리를 치켜올리고,냄새를 풍긴다.약 4개월 후 암컷 멧돼지는 출산을 위해 무리를 이탈해 홀로 출산을 감행한다.베일에 가려져 있던 멧돼지의 출산준비과정과 출산,양육에서 진흙목욕,죽순 먹는 모습까지 멧돼지 생태의 모든것을 공개한다. ˝
  • [19일 TV 하이라이트]

    ●결혼하고 싶은 여자(오후 9시55분) 준호와 순애,그리고 지훈과 신영이 우연히 만나 더블데이트를 하게 된다.준호는 은근히 지훈에게 질투를 느끼고,신영은 순애에게 준호가 자기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지 넌지시 물어본다.얼마 후,신영,승리,순애와 같이 식사를 하던 지훈은 승리와 신경전을 벌인다. ●사이언스+(오전 8시30분) 우수한 과학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과학 영재 교육의 요람인 과학고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과학고는 자연 탐사,경시 대회,논문 작성 등 여러 가지 과학 탐구 활동들을 시행하고 있다.이공계 활성화 방안과 중·고 과학영재 육성방안 등을 서울 과학고 양교석 교장에게 들어본다. ●생방송60분 부모(오전 10시) 지난 99년 1월 경기도 양평에서 사라진 장성길(현재 16세)군과 지난 2002년 11월 서울에서 사라진 김은지(현재 7세)양 등의 부모가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해 아이를 찾아줄 것을 호소한다.시청자들의 제보 전화와 참여를 통해 실질적인 미아 찾기를 유도한다. ●인생극장 오 마이 갓(오후 10시50분) 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매우 극진했던 아들.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의 꿈을 꾸게 된다.매일 밤 아들의 꿈에 나타나 구슬프게 흐느끼다 사라지는 하얀 소복의 여인.이 여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소풍가는 여자(오후 8시 50분) 은지의 돌발적인 행동에 화가난 윤호는 은지의 뺨을 때린다.윤호는 찬미 엄마는 죄가 없다며 괴롭히지 말라고 한다.김천댁은 동네사람들 사이에 혜숙에 관한 이상한 소문이 퍼진다는 말을 듣고 걱정한다.한편 주사장의 부인은 혜숙을 찾아와 왜 꼬리를 치고 다니냐며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인간극장(오후 8시50분) 용재는 강효 교수가 이끄는 세종솔로이스츠 실내악단의 단원이다.세종의 한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용재.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서점에 들러 한글 교재를 산다.오리건에 돌아간 복순씨와 빌은 깨가 쏟아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강효 교수는 용재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 ●아주특별한 인연(밤 12시) 매년 12월이면 보르네오를 찾는 한국인 노부부 오정면·문달님씨.오지 사람들은 이 부부를 보르네오섬의 산타라 부른다.부부는 겨울 동안 오지 중의 오지를 찾아다니며 원주민들에게 농법을 가르쳐 주고 약을 나눠준다.노부부와 그 가족들의 삶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되새겨 본다. ˝
  • [5일 TV 하이라이트]

    ●수요예술무대(밤 12시45분) 영국 출신의 마이클 코플리와 이안 무어에 의해 1988년 창단되어 전세계 어린이들과 어른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클래식 버스커스(The Classic Buskers)’가 출연한다.싱어송라이터 하림과 솔로 활동으로도 사랑을 받고 있는 김윤아,밴드 롤러코스터의 무대도 준비되어 있다. ●스페셜,정통부장관 초청특강(오후 1시25분) 휴대 인터넷과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등의 8가지 신규서비스와 광대역 통합망,지능형 로봇 등 3가지 네트워크,그리고 9개 신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839프로젝트’. 진대제 정통부 장관을 초청해 ‘839프로젝트’의 모든 것을 직접 들어본다. ●연중기획〈미래의 조건〉(오후 9시40분) 한 부모가정,재혼복합가정,입양가정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가는 가정에서 과연 아이들의 인권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본다.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인정하고 아이들의 권리와 인격이 침해받지 않는 사회를 위한 방법과 우리의 자세는 무엇인지 모색한다. ●인생극장 오마이갓(오후 10시50분) 다방 마담이었던 어머니.철없던 시절에 진우는 그런 어머니가 싫었다.점점 반항만 하던 진우는 집과 가족이 싫어 연락을 끊고 군에 입대를 해버린다.그리고 모르고 있었던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된 진우는 그제서야 어머니로부터 감추어진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소풍가는 여자(오후 8시50분) 병태는 나이트클럽에서 쏘냐를 구하려다 싸움이 붙는다.혜숙은 경찰서로 달려가고, 병태를 데리고 나온 혜숙은 정신 좀 차리고 살라며 화를 낸다.혜숙은 합의금을 주려고 딸의 적금 통장을 깬다. 찬미의 통장이 해약된 것을 알게 된 조 여사는 미심쩍어하며 윤호에게 돈을 받았냐고 묻는다. ●4월의 키스(오후 9시50분) 고향에서 혼자 돌아온 정우는 채원에게 다시 만난 건 우연이 아니라며 과거 편지 이야기를 꺼내지만 채원은 지난 일이라며 정우를 밀어내기만 한다.채원의 흔들리는 모습을 본 재섭은 채원과의 결혼을 서두르고 정우를 신규사업팀에 자신의 직속으로 발령을 내겠다고 한다. ●낭독의 발견(오후 11시35분) 소설가 김훈의 작품 ‘칼의 노래’,‘밥벌이의 지겨움’,‘자전거 여행’을 영상과 낭독으로 만나본다.또한 김훈이 낭독하는 다른 이의 작품,서정주의 ‘수대동시’를 들어본다.늘 신인으로 살고 싶은 동시에 이 시대 최고의 문장가가 되고 싶다는 그에게서 문학 열정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
  • [기고] 교사자살 부추기는 교육현장/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 ·본사 명예논설위원

    교육현장에서 빚어지는 여러 갈등으로 인해 최근 교사나 관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급증하고 있다.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에서는 이렇다 할 뾰족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참담한 실정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데에는 교육현장 내부의 문제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교사들은 각자 소속된 해당 단체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반목하고 질시하기 일쑤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만 감싸고 돌며 교사의 인격이나 위신 등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최근 다양한 학내문제 때문에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잦다는 점에서,어쩌면 교육현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나 소속 구성원들이 이런 일을 방조하거나 조장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삶에 대한 본능과 죽음에 대한 본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한다.삶을 향하는 노력과 죽음을 향하는 노력은 인간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기에 어느 본능을 더 따르느냐에 따라 삶에 대한 태도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특히 죽음에 대한 본능으로 과도하게 집착하게 되면 자기 파괴적인 충동에 사로잡혀 자살을 선택할 수도 있으며,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밖으로 표출될 때에는 다른 사람들을 파괴시키고 죽음으로 내모는 극단적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음속에 자리잡힌 죽음이라는 씨앗은 어떤 환경적 여건으로 적당한 온도나 습도 등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뿌리를 내리고 왕성하게 자라기 시작한다.흔히 인간이 삶에 대한 목표를 잃었거나 심리적으로 심한 충격을 받아 자존심이 극도로 손상을 입었을 때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순간적으로 이 유혹의 지배를 받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 자살을 감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반대로,살아있는 순간마다 더 큰 기쁨과 행복을 추구하며 존재의 이유를 느낀다면 죽음에 대한 본능 대신 삶에 대한 본능이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며,삶의 환희를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다.자신의 삶을 깊이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순간순간의 삶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을 간직할 수 있게 된다.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살아갈 때 죽음에 대한 본능보다는 삶에 대한 본능이 더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교사들의 잇따른 자살을 막으려면 무엇보다도 교사들이 교직에 대한 강한 애착과 교단에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죽음에 대한 본능보다 삶에 대한 본능이 더 강하게 솟아날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교사와 교사,그리고 교사와 학생 및 학부모의 관계가 상호 동반자적인 관계로 변모될 수 있어야 한다.서로간의 불신과 적대감에서 빚어지는 인간관계와,여기서 비롯되는 심리적 빈곤과 정체성 상실을 더 이상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 주변에 불의의 사고나 선천적 질병으로 죽음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돌아보자.하물며 보잘것없는 동식물들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 않는가.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삶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고귀한 인간승리를 경험하며,이들에게서 죽음에 대한 본능보다 삶에 대한 본능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그러나 삶을 애호하기보다 죽음을 애호하는 분위기가 교단에서부터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학생들에게 삶에 대한 애착보다 죽음의 찬미를 느끼게 하는 정신적 충격을 준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최근의 현상을 탓하기 전에 우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끔 만드는 환경적 요인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자포자기의 삶을 조장하는 교육현장이 더 이상 살인의 추억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 ·본사 명예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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