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찬미
    2025-11-06
    검색기록 지우기
  • 청소년
    2025-11-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89
  • [공주형 미술세계] 르누아르전 ‘목욕하는 여인들’ 리뷰

    [공주형 미술세계] 르누아르전 ‘목욕하는 여인들’ 리뷰

    7월의 게릴라성 폭우였다. 미술관을 코앞에 두고 급습을 당했다. 폭우의 기세에 우산을 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입구를 향해 힘껏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르누아르 전시장 안은 바깥 세상과 달리 적요했다.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며 ‘피아노 치는 소녀’ 앞을 지나, 민트색 치맛자락의 황톳물 얼룩을 신경 쓰며 ‘책 읽는 여인’을 거쳐 비로소 몸도 마음도 폭우의 급습에서 자유로워질 즈음 나는 열세 점의 여성 누드그림 앞에 서 있었다. “만약 신이 여성을 창조하지 않았다면 화가가 되었을는지 모르겠다.” 여성은 르누아르가 열렬히 찬미한 주제였다. 특히 그는 여성의 누드를 도자기 장식가로 활동하던 초기에서 인상주의를 거쳐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향해 나아가던 말기까지 꾸준히 그렸다. 여성 누드는 그에게 예술의 기본이자 실험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장미를 그리면서도 여성의 누드를 위한 피부색을 연습하고 있다고 말할 만큼 이 주제에 대한 화가의 몰두는 대단했다.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르누아르가 사랑했다던 여성은 화가 개인 취향을 반영이라도 하듯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림에 등장한다. 허리는 길고, 엉덩이는 펑퍼짐하며, 근육이 없는 다리는 통통하고, 팔은 두껍다. ‘골반이 너무 과장되었다. 팔다리가 너무 우람하다.’며 동료들과 평론가들은 쉴 새 없이 비난했다. 하지만 그는 양보하지 않았다. 건강한 여체야말로 영감의 근원이었으므로. 르누아르의 비너스와 님프가 서양 미술의 역사상 유래가 없었던 것은 몸집 크기만이 아니다. 이들은 가장 행복하기도 하다. 세상만사 근심 걱정이 하나 없어 보인다. 이 뮤즈들이 현실에서는 허드렛일을 하던 요리사, 청소부, 보모였다는 점이 놀랍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모델과 그림뿐 아니라 화가와 예술 사이에도 존재했다. 1910년 이후 그가 그린 여성 누드화들은 178㎝의 화가가 병마와 싸우며 47㎏의 체구로 완성한 것들이었다. 모델들은 여신의 자세를 취하다 돌연 바지를 다림질했을 것이고 양말을 깁다 물의 요정으로 분했을 것이다. 노년의 화가는 보다 부드러운 선으로 여성의 누드를 그리다 예상치 못한 고통에 호흡을 가다듬었을 것이고 휜 손목 때문에 손톱이 살을 파고들지 않도록 거즈를 감다가 여성의 알몸에 적합한 장밋빛을 떠올렸을 것이다. 현실과 이상은 달랐지만 결코 충돌하지 않았다. 오히려 결핍된 현실을 예술로 채워 지상 낙원을 구현하고자 했던 그의 붓질은 말년에 속도를 더해갔다. ‘고통은 지나간다. 아름다움은 남는다.’ 고통에서 비롯된 아름다움을 잠시 맛본 나에게 현실의 작은 불편함들은 충분히 즐길 만한 것이 되어 있었다. 기세가 여전한 폭우 속에서 머리카락에 감기는 빗방울은 새벽녘의 이슬처럼 영롱했고 치맛자락에 튀어 오르는 황톳물은 쇼팽의 강아지 왈츠처럼 경쾌했다. <미술평론가>
  • 국제기구전문가 합격자 5명 발표

    외교통상부는 16일 국제기구 인력을 뽑는 ‘2009년 국제기구 초급전문가(JPO) 선발시험’ 최종 합격자 5명과 예비 후보자 5명을 발표했다. 최종 합격자는 정주현(28)·김수지(28·여)·김찬미(27·여)·김서진(27·여)·김희승(29·여)씨로, 연내 국제기구에 파견돼 근무하게 된다.JPO는 우리 국민의 국제기구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유능한 인재를 선발, 국제기구에 파견하는 제도로, 정부가 경비를 부담한다. 1996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해까지 모두 63명의 JPO를 선발해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아동기금(UNICEF), 유엔난민기구(UNHCR), 유엔환경계획(UNEP) 등 21개 국제기구에 파견했다. 파견 기간이 끝난 JPO 54명 가운데 44명이 국제기구에 진출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싱그런 오월 그분들의 글향기가…탄생 100주년 문인들 조명 활발

    싱그런 오월 그분들의 글향기가…탄생 100주년 문인들 조명 활발

    5월 햇살을 받으며 서울 청계천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멋을 아는 멋쟁이다. 잘 차려입은 한 벌 옷도 빛나고 넥타이도 참 단정하다. 하지만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소설가 구보 박태원(1909~1987)만큼 서울 청계천을 사랑한 멋쟁이가 있을까. 양복에 넥타이는 기본이요, 최신유행 아이템이던 대모테 안경에 단장까지 쥐고 1930년대 모던보이 구보는 청계천 광교와 수표교 사이를 거닐었다. 7일 구보가 사랑하는 청계천 변에 서 있는 프레스센터에서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가 열렸다. 박태원은 물론이요, 시인 모윤숙과 신석초, 소설가 김내성, 안회남, 현덕, 평론가 김환태, 이원조 등 1909년생 문인들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벌어졌다. 또 ‘문학의 밤’ 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치러졌다. 심포지엄은 1930년대에 문학지형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조발제를 맡은 최원식 인하대 교수에 따르면 1930년대는 “한편에서는 ‘순수문학의 황금시대’로 찬미했고, 다른 편에서는 탈이념의 수렁에 빠진 시기로 애도”했던 시기. 하지만 최 교수는 1930년대를 “두 경향이 날카로운 긴장의 형태로 대화하며 상호진화를 거듭한 시기”라고도 평가했다. 이날 다룬 8명의 1909년생 문인들은 그 치열하던 1930년대 문단에서 모두 하나씩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이다.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으로 익히 유명하다. 박태원 주제 발표를 맡은 강상희 경기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의 이분법을 무색하게 만듦으로써 한국 소설사의 평균 키를 크게 웃도는 높이를 확보했다.”고 그를 평가했다. 평론가 김환태는 예술을 중심에 둔 인상주의 비평을 창안한 순수문학주의자다. 이원조와 함께 ‘1930년대 순수문학논쟁’에 참여한 인물. 김환태와 이원조의 순수문학논쟁을 주제로 발표한 하정일 원광대 교수는 이 논쟁을 ‘계몽론 대 자율성론’, ‘파시즘에 대한 상반된 대응’, ‘이식성을 보는 다른 시각’이란 세 측면에서 보고 분석했다. 김내성은 국내 장르 소설의 아버지격인 인물이다. 그는 ‘마인(魔人)’을 비롯한 추리소설로 1930년대 대중소설계를 휘어잡았다. 최근 장르 문학의 활성화로 그가 재조명 받고 있는 가운데, 조성면 인하대 교수가 그의 작품세계를 훑어내렸다. 식민지 시기 대표적 여성 시인인 모윤숙과 고전적이고 목가적 세계를 그린 시를 많이 남긴 신석초도 두말할 필요가 없는 거물급 문인들이다. 이날 행사에는 주제 발표를 맡은 연구자들 외에도 소설가 박태원과 시인 신석초의 유가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같은 날 오후 7시에는 서울 산림문학관에서 ‘문학의 밤’ 행사도 개최했다. 여기서는 현덕의 ‘남생이’, 김내성의 ‘마인’을 원작으로 한 판소리 및 연주, 마임 공연 등이 벌여졌으며 김내성, 박태원, 현덕 등 1909년생 문인들의 유가족이 참석해 생전 문인들에 얽힌 추억들을 나눴다. 한편 같은 날 이화여대에서는 ‘영운 모윤숙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려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김용직 서울대 명예교수, 시인 김남조 등이 참석했다. 또 오는 7월에는 이화여대에서 ‘박태원과 세계문학, 세계문학 속의 박태원’이란 주제로 구보학회의 학술대회도 열린다. 구보는 10월 말 그가 사랑하던 청계천에서도 만날 수 있다.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바탕으로 한 화가들의 그림 20여점이 청계천을 주제로 한 다른 작품들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씨줄날줄] 108배/김성호 논설위원

    108번뇌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번뇌를 통틀어 말한다. 우리 몸의 눈·귀·코·혀·몸·뜻의 육근(六根)이 색깔·소리·냄새·맛·감각·법(法)의 육진(六塵)과 결합해 생기는 36종의 번뇌에 전생·금생·내생의 3세를 곱해 얻어지는 번뇌의 숫자다. 108배란 이 108번뇌를 여의기 위해 몸을 낮춰 경배하는 수련이다. 몸을 땅에 가장 가까이 닿게해 마음을 낮추는 하심(下心)의 반복적 의식이다. 불교의 108배가 나를 향한, 나부터의 낮춤 의식이라면 기독교, 이슬람교의 예배는 초월적 존재를 향한 경배다. 미사, 기도며 하루 5번 메카를 향해 드리는 이슬람교의 예배는 모두 신의 찬미, 감사의 상징이다. 믿음을 더 공고히 하고 믿는 사람끼리의 신앙적 결합을 확인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중생구제를 위한 하심이건, 초월적 존재를 향한 경배이건 따져 보면 모두 나를 낮춘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 특성에 따른 내 종교의 확고한 교리 탓에 다른 종교와의 의식 교류나 융합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다른 신이나 대상을 통해서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다원주의나 일부 종교간 프로그램 교류며 친분쌓기가 간혹 있다. 하지만 의식의 접합은 어림없는 얘기다. 10여년 전 ‘교회 밖에서도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해 파문당한 감리교의 목사는 단적인 예일 것이다. 지난해 온 나라를 요동치게 만든 종교편향의 격류도 따지고 보면 이 교리와 의식의 철저한 배타성을 바탕에 깔고 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개신교 목사며 신자들이 법당에서 108배로 예배를 드리는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인터넷 카페 형식으로 운영하는 예수동아리교회가 부처님오신날 다음 날인 3일 서울 화계사 법당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그동안 불교에 가한 무례함에 대한 참회예배라고 한다. 이 예배는 찬송과 성경봉독 같은 기독교 전통의 의식 없이 108배만 올리는 예의와 배려를 내세웠다. 화계사는 법당을 선뜻 내주었다고 한다. 비록 우리 개신교의 주류 교회는 아니지만 나와 남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공동선(善)을 향해 달음박질 친 ‘낮춤의 혁명’이 신선하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문화마당] 문화로 꽃피는 녹색성장 꿈꾸며/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문화마당] 문화로 꽃피는 녹색성장 꿈꾸며/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는 그리스 지중해의 외딴섬 앞 아름답고 짙은 바다를 배경으로 감미로운 노래인 ‘난 꿈이 있어요’로 시작한다. 또한 주인공인 도나의 딸 소피가 자유와 꿈을 찾아 이 바다로 낭만적인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그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1970년대 초 혜성처럼 등장한 스웨덴 출신의 전설적 그룹인 아바의 환상적인 음악과 함께 젊은 시절의 자유에 대한 갈망, 상처와 현실, 그리고 식지 않는 사랑으로의 끝없는 추구와 항해를 그려내고 있다. 거의 동시에 가졌던 세 연인과의 자유로운 혼전관계, 누가 아버지인지도 모르는 애를 홀로 키우는 엄마, 결혼식에서의 급작스러운 파혼 선언, 개개의 감성에 충실한 개인주의와 즉흥주의의 파급 등 영화 ‘맘마미아’는 1960년대 말에 유럽에서 탄생한 ‘68세대’의 파격적 생활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68세대는 이처럼 이전의 전통적 생활양식과 사회 철학을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특히 당시는 극단적 냉전시대였고 베트남전 등의 전쟁 기운이 세계도처에 감돌고 있었다. 서구사회에서는 젊은이들의 반전데모가 극심하였고 기술발전이 가져다 준 대량살상과 전쟁에 대한 회의가 증폭되어 갔다. 68세대는 이런 상황을 극복할 만한 새로운 대안적 사회를 찾아 나서게 된다. 이는 1970년대 초의 석유파동과 지구환경 파괴에 대한 ‘친환경 녹색운동’을 태동시킨다. 이 운동은 생활전반에 퍼져 나갔고 급기야 독일에서는 1979년에 환경보호와 반핵운동을 그 정치적 중심철학에 둔 ‘녹색당’이 창당된다. 이러한 녹색운동의 포문을 연 것은 무엇보다도 독일의 건축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72년의 독일 뮌헨올림픽 경기장이다. 이곳에는 주경기장, 실내체육관, 실내수영장 등의 스포츠시설, 호수 그리고 동산 등의 공원을 조성하였다. 설계를 맡은 ‘베니슈와 파트너(Behnisch&Partner)’는 자연과 완전히 동화되는 유기적 형태의 스포츠종합공원을 배치하였다. 특히 스포츠시설들의 구릉형 건축선과 가볍고 자연스러운 형태는 찬탄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구조건축가 ‘프라이 오토’의 경량 막구조는 전 세계의 이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마치 잠자리의 날개나 나뭇잎을 연상시키는 막구조의 지붕형태는 언제 보아도 경이롭기만 하다. 이뿐 아니라 여러 개의 스포츠시설과 외부 공간을 연속적으로 덮고 있는 막구조는 인공적으로 만든 ‘건축적 자연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 건축은 68세대가 지향한 다양한 언어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은 인간, 자연, 기술의 반목이 아닌 서로 간의 조화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서는 산업이 죽음과 파괴의 도구가 아닌 삶을 위한 인공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또한 인간의 휴식, 웰빙, 인간성 회복에 기여함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막구조의 생물학적 투명성은 음침한 독재와 전쟁을 극복한 빛나는 민주주의 정신을 찬미하고 있다. 이처럼 녹색운동은 문화와 삶의 철학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즉 녹색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개발, 4대강의 생태적 개발사업 등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를 통해 신성장경제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 흐름을 살펴볼 때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진정한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녹색 부처의 설립, 투자, 기술개발, 산업진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서 설명한 대로 녹색운동은 삶과 사회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문화운동이어야 한다. 심지어 녹색문화운동은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전반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녹색강국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 [씨줄날줄] 어미 반달곰/강석진 수석논설위원

    지리산 반달곰이 한 달 사이에 낭보와 비보를 차례로 전했다. 지난달 초순 관리명 NF-10과 NF-8로 명명된 반달곰 2마리가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하더니, 그 가운데 NF-10이 지난달 31일 탈진해 죽은 채로 발견됐다. 태어난 지 3개월쯤 된 새끼는 오간 데가 없다. 바위굴이 많은 너덜 지대라 어느 구석엔가 들어갔을 수 있겠지만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말이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젖을 먹이는 것만 해도 체력소모가 극심했을 어미 반달곰이 동면굴에 눈 녹은 물이 흘러들어 바닥이 차가워지자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낙엽을 긁어 모으고, 나중에는 동면굴을 옮기려다 탈진하고 만 것으로 보고 있다. 루이자 올컷은 ‘어머니’라는 시에서 모성을 찬미한다. “수고와 시간의 충격을 견디어 내는 마음/ 실망을 무시하는 희망/ 염려를 정복해 버리는 인내/ 용기와 숭고한 충성/ … / 보잘것없는 매일의 욕구를 고상하고 영웅적인 행동으로 결합시키는/ … 스파르타 정신”이라고. 짐승이지만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 반달곰의 힘든 투쟁은 위와 같은 찬미를 받아 마땅했으리라. 이제 NF-10이 죽음으로써 2004년부터 방사된 반달곰 27마리 가운데 야생에 살아남은 개체는 14마리가 됐다. 원래 지리산에 있던 원종개체 5마리와 함께 이들은 지리산 반달곰 복원의 꿈을 이어간다. 2012년이면 최소존속개체군 수준인 50마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무에 걸려 희생당하는 등 예기치 않은 죽음으로 50마리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어느 시인이 “신은 착한 사람을 정말로 힘이 붙도록 노고와 괴로움과 상처로써 괴롭힌다.”고 말한 것처럼 자연은 복원 사업이 쉽게 성공하도록 해주지 않는다. 복원센터 이배균 복원연구팀장은 “애틋하지만 자연을 자연으로 바라보고 싶다. 그들은 애완동물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라고 말한다. 야생 곰의 삶과 죽음을 자연의 순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미와 새끼 반달곰은, 자연은 훼손하기는 쉬워도 복원은 어렵다는 교훈을 남기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KBS ‘이미자 노래인생 50년’

    KBS 1TV 가요무대는 2일 오후10시 창립특집으로 ‘이미자 노래 인생 50년’을 방송한다. 이날 방송에서 이미자는 자신의 히트곡 ‘동백아가씨’를 시작으로, ‘흑산도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사의 찬미’, ‘기러기아빠’ 등을 열창한다. 또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신곡 ‘내 삶의 이유 있음은’을 마지막 곡으로 부른다.
  • [김수환 추기경 추모] 위령기도 창 음률로…영복 비는 토착의식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대성당을 찾는 조문객들은 성당 안에 들어서자마자 잔잔하게 울려펴지는 독특한 노랫소리에 묘한 느낌을 갖는다. 천주교 아닌 다른 종교를 가진 일반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겐 낯설기만 한 이 노래는 바로 ‘연도(煉禱)’라고 부르는 기도노래이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천주교의 장례에서만 볼 수 있는 이 ‘연도’는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해 바치는 위령기도(慰靈祈禱)를 창((唱) 음률에 얹어 부르는 소리. 전통의 우리 창과 그리스도교의 기도문을 절묘하게 융합한 것으로, 천주교가 이 땅에 전래된 이래 토착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 천주교회가 채택해 쓰고 있는 대표적인 산물이다. 전통적으로 천주교 교회에선 초대교회부터 죽은 이를 위해 기도를 바쳐왔으며, 지금도 각국 천주교계는 지상의 삶을 마친 영혼이 하느님 품에서 영복을 누리기를 기원하는 전통 의식을 전례에 포함시키고 있다. 천주교 교리상 죽은 이를 위한 기도는 사도신경의 ‘모든 성인의 통공(通功)’ 교리에 근거하고 있으며 그 기도형태인 우리 ‘연도’도 시편 129·50편, 성인 호칭 기도 및 찬미기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허영엽 신부는 “교회는 지금 세상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뿐 아니라 천국의 성인들, 연옥에서 단련받는 이들까지 포함하는 공동체인 만큼 하느님 백성이 서로 공을 나누고 통교(通交)할 필요성을 갖는다.”며 “우리 고유의 전례인 연도는 비단 천주교 교회의 보편적인 기도뿐 아니라 희생과 사랑에 바탕한 토속적인 문화를 담은 특이한 전례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례식에 앞서 19일 있은 입관식도 한국 천주교회만의 독특한 의식. 시신을 씻고 옷을 입히는 ‘염습’이 한국의 장례 양식과 동일한 형태로 진행돼 외국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멕시코판 플레이보이 모델에 ‘성모’ 연상 논란

    멕시코판 플레이보이 모델에 ‘성모’ 연상 논란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멕시코판이 12월호에 ‘성모’를 연상케 하는 표지사진을 게재, 종전이 없는 판매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수일 만에 8만 부 이상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12월호 멕시코 플레이보이에서 표지 모델로 실린 주인공은 현지 모델 마리아 플로렌시아 오노리. 갈색 머리·푸른 눈의 미녀인 그는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복장과 유사한 소품을 이용해 성모 마리아의 인상이 물씬 풍기는 세미누드 사진을 찍었다. 표지사진을 포함해 플레이보이에 실린 그의 사진은 모두 8장이다. 표지에는 ‘마리아, 우리는 당신을 찬미합니다’라는 제목까지 달렸지만 천주교신자들의 반발과 비난이 걱정되는 듯 플레이보이 관계자들은 이번 누드가 성모를 컨셉트로 잡은 게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관계자는 “많은 독자들이 이번 사진을 성모를 컨셉트로 한 누드로 보고 있지만 작가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그러나 “게재된 사진에는 ‘복 받은 이여, 빛이 그대의 피부에 닿을 때, 독자들의 눈이 그대의 눈과 만날 때 축북 받을지어다’ 등 종교적인 색채가 확실한 텍스트가 함께 실려 있다며 성탄절이 낀 12월을 맞아 플레이보이가 특정 종교를 상업주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황성옛터’ 가수 이애리수씨 생존

    가요 ‘황성옛터’를 부른 가수 이애리수(李愛利秀·본명 이음전·98)씨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경기 일산 백송마을의 한 아파트형 요양시설에서 3년 전부터 간병인과 자녀, 손자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다. 한국인 왕평이 작사하고 전수린이 작곡한 ‘황성옛터’는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상을 담은 가사와 구슬픈 곡조로 큰 사랑을 받았다. ‘희망가’(1921), ‘사의 찬미’(1926) 등도 초창기 대중가요지만 대부분 일본곡이나 유럽곡을 개사한 것으로 한국인이 작사·작곡한 대중가요로는 ‘황성옛터’를 최초로 보는 견해가 많다.1910년 개성에서 태어난 이씨는 9세에 극단에 들어가 배우 겸 가수로 활동하다 18세에 ‘황성옛터’를 불러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한참 인기를 구가하던 그는 22세에 연희전문 재학생이던 남편 배동필씨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혼, 2남7녀를 낳았고 이후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그 밤을 다시 낚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밤은 오랫동안 낮의 이면이었다. 밤은 공포의 대상, 미지의 시간이었다.17세기 초 영국 시인 토머스 미들턴은 밤에 대해 “잠자고 먹고 방귀 뀌는 것밖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미국 버지니아 공대 역사학 교수인 로저 애커치는 그의 저서 ‘밤의 문화사’(조한욱 옮김, 돌베개 펴냄)에서 역사의 절반이지만 철저히 무시돼 온 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그는 20년간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밤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살핀다. 풍부한 사례와 도판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중세말에서 19세기 초까지 밤문화 총망라 저자는 중세 말에서 19세기 초까지 폭넓게 다루되 근대 초기(1500∼1750년)에 초점을 맞춘다. 때때로 고대 세계를 근대 초기의 관습·신앙과 비교하기도 한다. 지역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지중해까지 유럽 대륙 전역을 포괄한다. 이처럼 광범위한 시공간에 걸친 밤의 ‘거의 모든 것’은 주제별로 재구성됐다. 밤은 산업혁명 이전의 사람들에게는 위험한 시간으로 인식됐다. 악령과 범죄, 화재와 약탈이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다는 현실적·미신적 위협이 사람들을 억눌렀기 때문이다. 물론 밤은 한편으로 일상적 의례와 규제들이 ‘극적으로’ 변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밤중의 회합과 밀애, 가장무도회와 지하선술집, 수다 가득한 바느질 모임 등이 그러했다. 요정과 마녀, 무시무시한 계시가 살아숨쉬기도 했다. 요컨대 해가 저물면 성, 권위, 인간관계, 자연, 마법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180도로 바뀌었던 것이다. ‘밤의 혁명’은 과학적 합리주의와 함께 왔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18세기 초부터 자본주의의 성장과 함께 밀려온 계몽주의는 과거에 대한 환멸을 낳았다. 이성과 회의주의가 마법과 미신을 이기면서 대부분의 도시 가정은 밤을 덜 무서워하게 됐다. 두려움과 신비의 대상이던 밤공기는 이제 찬미와 황홀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19세기 들어 가스등과 직업 경찰의 발전으로 밤에도 자유와 활기가 넘치게 됐다. 저자는 “개선된 조명 때문에 가정의 내부까지도 행인에게 더 잘 보였고, 이웃집을 엿보기 위해 밤에 산책을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한다. 국가는 통행금지, 야경대원 순찰, 야간 보행자 법령 등 다양한 제도로 밤의 활동을 억압했다.1068년 영국 정복왕 윌리엄은 영국 전역에 8시 통행금지를 실시했고, 비슷한 제약이 중세 유럽 도처에서 가해졌다. 중세 이후에야 통행금지령이 조금 느슨해져 시간이 저녁 9시나 10시로 늦춰졌다. 저자는 “정책이 관대해진 것은 밤의 위험이 줄어서가 아니라, 이같은 제약을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통행금지 시간이 지나서도 곳곳에서 밤을 즐기는 사교행위가 지속됐다. ●“밤의 마법과 미신 떨친 건 과학적 합리주의 덕분” 책은 밤의 노동, 신분에 따른 수면 양태, 침실문화 등 다종다양한 밤의 흔적들에 대해 탐색한다. 미시사, 사회사, 민중사의 성격을 띤 흥미로운 이야기 책이라 할 만하다. ‘낮의 연장선’이 돼 버린 현대의 밤에 대한 성찰도 빼놓을 수 없다.“밤하늘에 남아 있는 아름다움, 어둠과 빛이 바뀌는 주기, 낮의 빛과 소리로부터의 규칙적인 안식처. 이 모든 것이 더 밝아진 조명에 의해 손상될 것이다.” 밤을 의미있는 시간으로 만들기보다 어둠을 제거하는 쪽에만 신경을 쏟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따끔한 일침이 될 만한 대목이다.2만 5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회장기 사격 태릉서 열기로

    ‘금메달의 영광도, 외부와의 갈등도 일단 잊고 다시 한 번 과녁 정조준!’ 제24회 회장기 전국사격대회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5일부터 11일까지 태릉종합사격장에서 예정대로 치러지게 됐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진종오(29·KT)는 물론, 메달을 놓친 이호림(20·한국체대), 김찬미(19·기업은행) 등 올림픽 대표들을 포함한 327개팀 2250명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의 대회다. 한국 사격은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16년 만에 금메달 표적을 명중시켰다. 하지만 들뜬 마음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태릉사격장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며 오갈 데 없는 ‘세입자 신세’를 절감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난해말 대한사격연맹과 맺은 합의에 근거해 사격장 철거를 요구한 것. 합의에 따르면 지난달 말로 태릉종합사격장은 폐쇄, 이전되어야 했다. 자칫 이번 대회 자체가 무산될 위기였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클레이 사격장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태릉사격장 사용을 임시로 3년 연장해 주기로 했다.”고 한 걸음 물러서며 대회가 열리게 됐다. 문화재청은 클레이사격장이 환경부, 검찰, 노원구청 등과 모두 걸려 있는 사안이라 사용연장은 절대 불가”라며 “사격연맹이 끝내 이 제안을 거부한다면 태릉사격장 전체에 대한 사용허가 종료 통지 공문을 보내고 검찰 고발, 행정대집행 등 조치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MB 리더십코드 처칠·대처 모델로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책을 한 권씩 선물했다.‘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돌파의 CEO 윈스턴 처칠’(실리아 샌디스·조너선 리트먼 공저)이다. 지난 달 말 휴가를 떠나면서 청와대 직원들에게 나눠 준 책이기도 하다. 큰 제목은 물론 목차에 적힌 소제목들은 이 책이 어떤 내용이고, 뭘 말하는지 가늠케 한다.‘관습에 도전하라.’‘위협을 저지하라.’‘결코 항복하지 말라.’‘혁신을 찬미하라.’‘시련은 자신감을 불러온다.’ ●이대통령 `심기일전´ 의지 표명광복절을 기점으로 국정 드라이브의 페달을 세게 밟기 시작한 이 대통령의 결의가 읽힌다. 쇠고기 촛불시위로 뭇매를 맞은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불러 넣으면서 본인 스스로도 심기일전의 의지를 다짐한 것이다. 최근 이 대통령의 입에서는 처칠 말고도 대처와 레이건이 자주 거명된다. 지난 18일 인터넷 포털 야후와의 인터뷰에서도 “영국 대처 총리나 미국 레이건 대통령도 초기에 나보다 더 어려움을 겪었으나 결과는 더 좋았던 것을 보며 위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들에게서 받은 것은 지지율 10%대까지 떨어졌던 처지에서 비롯된 동병상련만은 아닌 듯하다. 처칠과 대처, 레이건 모두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대명사들이다. 처칠은 승산이 없어 보이던 독일과의 전쟁을 앞두고 피와 땀, 눈물, 그리고 수고를 국민들에게 호소했고, 결국 전세를 뒤집었다. ●盧 전대통령의 `링컨론´과 대비영국 대처 총리는 고질적인 노동계 파업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한 끝에 노동시장의 질서를 바꿔 놓았다. 수도와 통신까지도 민영화하는 등 철저한 시장주의를 관철하기도 했다.레이건 역시 ‘위대한 미국’을 기치로 정부의 축소, 시장의 확대를 추구했다. 그리고 이들 세 명은 ‘성공’을 이뤘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무현이 만난 링컨’을 직접 펴낼 정도로 링컨을 롤 모델로 삼고, 탄핵 기간엔 대처의 일대기 ‘마거릿 대처’와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을 읽었던 것과 대비된다. 두 사람 모두 역경을 극복한 성공에 초점을 맞춘 듯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노 대통령이 ‘어떤 리더십이냐.’에 관심을 뒀다면 이 대통령은 ‘무엇을 위한 리더십이냐.’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처의 무관용과 레이건의 신자유주의는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법치’와 ‘녹색성장’의 국정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이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내부회의에서도 “어떤 정책이든 반대 없는 정책이 어디 있겠느냐. 눈이 많이 올 때는 맞아야 하지만 정책이 바르고 국가를 위한 것이라면 당당하게 펴나가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더십 코드` 실용´서 `단호´로 전환청와대 관계자는 “경축사에서 밝혔듯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흔들리지 않는 원칙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했다.”면서 “민의를 보다 적극 국정에 반영하되 원칙을 흔드는 행위에는 단호히 대응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이 대통령의 리더십 코드가 취임 초의 ‘탈(脫)이념의 실용 리더십’에서 ‘보수의 가치에 기반한 단호한 리더십’으로 바뀌어 가는 양상이다.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태양의 서커스 ‘환희’로 다시 온다

    태양의 서커스 ‘환희’로 다시 온다

    태양의 서커스가 다시 한국에 온다. 1984년 창단된 태양의 서커스는 전통 서커스와 극적 요소, 조명, 음악 등으로 아트서커스의 정수를 선보여온 캐나다의 공연단체. 이들은 지난해 첫 내한공연인 ‘퀴담’으로 공연흥행 1위, 관객 17만명, 매출 15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관객들에게 서커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들의 아홉번째 작품 ‘알레그리아’가 10월15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빅탑 무대에 오른다. 스페인어로 환희, 기쁨이라는 뜻의 ‘알레그리아’는 1994년 초연해 전세계 65개 도시 1000만명이 관람한 작품. 제목처럼 인생의 즐거움과 희망을 찬미하는 이 서커스는 ‘퀴담’의 연출자 프랑코 드라곤이 서커스단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연출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의 김용관 대표는 “‘퀴담’이 ‘다크 쇼’였다면 ‘알레그리아’는 제목처럼 밝고 화려한 쇼”라며 “빌보드 월드뮤직 차트에 55주간 오를 만큼 특히 음악이 태양의 서커스 레퍼토리 가운데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알레그리아’는 17개국의 최정상급 음악가 55명으로 움직인다. 작품은 마치 위병교대식을 보듯 신·구세력이 교체되는 정황을 그린다. 신세계로 대표되는 에리카와 구세계를 상징하는 플러가 대립하다 마침내 에리카가 승리하는 모습을 통해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밀란 로키치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부사장은 “태양의 서커스 작품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라며 “북한의 공중곡예에서 영감을 받은 공연이나 한국의 널뛰기에서 착안한 동작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을 위해 주최 측은 2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천막극장을 잠실종합운동장 내에 설치할 계획이다.‘알레그리아’는 이번 아시아 투어를 끝으로 15년간의 순회공연을 마무리한다. 공연시간 2시간30분.5만∼20만원.(02)541-3150.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Local] 광주, 올림픽 메달리스트 포상

    광주시는 11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광주지역 출신 선수에게 메달별로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시체육회 등 유관기관의 ‘국제 및 국내 체육대회 입상자 포상 규정’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하고 환영행사도 가질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메달은 100만원, 은메달은 70만원, 동메달은 50만원이 지급된다. 시가 자체 파악한 연고 선수는 김덕현(광주시청·세단뛰기), 김찬미(기업은행·공기소총), 이보나(우리은행·더블트랩), 장용호(광주시체육회·우슈), 최준상(삼성전자·마장마술), 이춘헌(주택공사·근대5종), 정영호(국군체육부대·레슬링 자유형 66㎏급) 등 6개 종목 7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Beijing 2008]황금 주말 첫메달이 궁금하다

    [Beijing 2008]황금 주말 첫메달이 궁금하다

    ● 민호 메치고 찬미 쏘고 운명의 날이 밝았다.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 체중 감량에 실패한 탓에 동메달에 머무르며 피눈물을 흘렸던 유도 남자 60㎏급의 최민호(28·한국마사회)에게 9일은 특별한 하루가 될 것이다. 결승이 오후 6시부터 열려 첫 금메달의 영광은 사격의 김찬미에게 내줄지도 모르지만, 최민호에겐 메달 색깔이 중요할 뿐 순서는 큰 의미가 없을 터. 최민호는 9일 낮 12시(현지시간)부터 예선을 시작한다. 대진운은 좋지도, 그렇다고 나쁜 편도 아니다. 전날 조추첨에 따라 최민호는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뒤 2회전에서 미겔 앙헬 알바라킨(아르헨티나)을 만난다. 비교적 무난한 상대여서 체력을 아낄 수 있는 대목. 예상대로 8강에서 맞붙게 된 일본의 히라오카 히로아키와의 한 판이 메달 색깔을 결정할 전망이다. 남은 변수는 부상이 어느 정도 회복됐느냐다. 최민호는 출국 직전 오른쪽 새끼발가락 염증이 재발했다. 출국 직전 응급치료와 베이징 도착 이후 꾸준한 치료로 통증은 사라지고 부기도 빠졌다. 다만 경기 당일 상대와의 격렬한 신체 접촉과정에서 재발할 우려가 있는 데다 이를 자꾸 의식하게 되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8일 오전 베이징 슈팅레인지홀. 결전의 순간이 임박했지만 사대에 올라선 그의 표정과 방아쇠에 걸린 손끝에선 흔들림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9일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한국 대표팀의 첫 금메달을 노리는 김찬미(19·기업은행)가 주인공. 김찬미는 9일 오전 9시30분 48명이 나서는 본선(40발·만점 400점)에 출전,8위 안에 진입할 경우 본선 성적을 안고 2시간 뒤 시작하는 결선(10발·만점 109점)에 나서 첫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종합대회 첫 메달의 압박은 사격 국가대표들에게 숙명과도 같은 것. 엄청난 중압감 탓에 베테랑도 총끝이 흔들려 메달을 놓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여갑순(34·대구은행)이나 시드니올림픽 깜짝 은메달의 주인공 강초현(26·갤러리아) 모두 메달 획득 당시 18세였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자신만만하게 방아쇠를 당길 수 있어 메달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번 대회에선 김찬미가 여갑순과 강초현의 뒤를 이을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만 스무살도 채 안 됐지만 김찬미의 실력은 이미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아테네올림픽 챔피언이자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인 중국의 두리(27)에게 딱 1점 차 뒤진 2위에 올랐을 정도. 베이징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태환·양궁효녀 나서고 4년 전 아테네에서 실격의 쓴잔을 들었던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이 9일 저녁 8시28분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벌어지는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올림픽 수영 사상 첫 금메달 시동을 건다.5개 조로 나눠진 예선에서 박태환은 3조 4번 레인을 따라 물살을 가른다. 세계 랭킹 1위 그랜트 해켓(호주)이 마지막 5조 4번 레인을,2위 라슨 젠슨(미국)이 4조 4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박태환의 바로 옆 5번 레인에는 세계 6위이자 한때 그의 라이벌이었다가 지금은 경쟁에서 멀어진 장린(중국)이 기회를 노린다. 올림픽을 앞두고 해켓의 전 코치를 영입, 박태환의 기록에 근접하는 등 열을 올리고 있지만 더 이상 경쟁 상대가 아니란 분석. 박태환으로선 8명이 나서는 10일 결선 진출을 위한 페이스와 전략 조절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상위 랭커보다 먼저 경기를 치르는 탓에 함부로 힘을 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양궁이 10일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에서 열리는 여자 단체전 8강전을 시작으로 금메달 싹쓸이에 도전한다. 특히 여자 단체전은 88 서울올림픽 이후 5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는 효녀종목이다. 믿음이 큰 만큼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4엔드 6발씩 24발을 쏘는 단체전에선 주현정(26)-윤옥희(23)-박성현(25) 순으로 나선다. 과감하게 활을 쏘는 게 장점인 맏언니 주현정이 궂은 일을 맡게 되는 셈이다. 한국선수단 ‘비장의 무기’ 윤진희는 역도 여자 53㎏급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중국의 라이벌 리핑(20)이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윤진희가 장미란보다 먼저 금메달을 목에 걸지 기대된다.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에는 이호림(20), 김윤미(26)이 과녁을 정조준한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금메달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다. 아테네 대회에서 덴마크와 두 차례 연장전 끝에 승부던지기에서 무릎을 꿇은 여자 핸드볼은 9일 오후 4시45분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러시아와 맞붙는다. 전급들은 36세의 오성옥 등 30세를 넘긴 노장들이 대다수. 반면 러시아는 주전 피봇 록사카 로멘스카야가 32세로 가장 나이가 많고 여자 핸드볼 선수 중 최장신인 200㎝의 골잡이 옐레나 폴레노바는 25세의 펄펄 뛰는 나이. 전력과 체격, 나이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이 열세다. 하지만 한국은 노련함과 투지를 조화시켜 러시아의 벽을 넘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병규 유영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오늘의 한국경기 (한국시간) ■ 배드민턴 남녀단식 64강(이현일 등 오전 10시) ■ 펜싱 여 사브르 개인(김금화, 이신미 오전 11시) ■ 사이클 남 개인도로 결승(박성백 낮 12시) ■ 유도 여 48㎏(김영란 오후 1시) ■ 사격 남10m공기권총 결승(진종오 등 오후 1시) ■ 역도 여 48㎏ 결승(임정화 오전 11시) ■ 농구 여 예선 러시아전(오후 5시45분) ● 내일의 한국경기 (한국시간) ■ 사이클 여 개인도로 결승(구성은 등 오후 3시) ■ 펜싱 남 에페 개인전(김승구 등 오전 10시) ■ 핸드볼 남 예선 독일전(오후 4시45분) ■ 하키 여 예선 호주전(오후 7시) ■ 유도 여 52㎏(김경옥) 남 66㎏(김주진 이상 오후 1시) ■ 테니스 남 단식 1라운드(이형택 오전 11시30분)
  • 지구촌 ‘감동의 축제’ 막오르다

    100년을 기다려온 13억 중국인의 비상이 시작된다.‘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을 표방한 제29회 베이징올림픽이 8일 오후 8시(한국시간 오후 9시) 주경기장인 베이징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에서 100여개국 정상과 9만 1000여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려한 개회식을 갖는다.205개국 1만 1400여 선수들이 28개 종목 302개의 금메달을 다투는 17일간의 열전에 들어가는 순간이다. 이번 대회는 1964년 도쿄,1988년 서울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여름 축제로 반만년 황허(黃河)문명의 저력을 바탕으로 세계로 새롭게 비상하는 중국인의 저력을 웅변하게 된다. 대회 준비에만 400억달러(약 40조원)를 쏟아부은 중국은 개회식에 1억달러를 들였다. 조직위원회는 최종 점화자를 극구 숨기고 있지만 중국의 ‘체조 영웅’ 리닝(45)이 막판 급부상하고 있다. 금메달 10개 이상,2회 연속 세계 톱10을 목표로 내건 한국은 7일 밤 친황다오(秦皇島)에서 열린 카메룬과의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첫 경기에서 1-1로 비겨 남은 두 경기에서 사력을 다하게 됐다. 이날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서울 청계광장에 마련한 대형 스크린 2대를 통해 길거리 응원이 펼쳐졌다. 본격적인 금메달 레이스는 9일 시작된다. 사격 남녀 공기소총 10m의 진종오와 김찬미, 유도 남자 60㎏급의 최민호가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베이징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1등 할끼다”… 태극전사들의 출사표

    “1등 할끼다”… 태극전사들의 출사표

    “영광은 노력하는 자만의 것이다.” “국민의 응원에 멋진 경기로 보답하겠다.”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한 태극전사들이 개막을 눈 앞에 두고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 경기에 임하는 자신들의 각오를 다졌다.사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라온 그들의 각오를 살펴본다. ●‘난 잘할수 있어’파 양궁 임동현 선수 “베이징에서..만세를 할 수 있도록!!”,펜싱 남현희 선수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을 믿을 때!” ,복싱 김정주 선수 “영광은 노력하는 자만의 것이다.” 등 자신에 대한 다짐을 하며 자기최면을 걸었다. 특히 태권도 차동민 선수는 “‘그대의 발이 심히 지칠 때¸링 가운데로 발을 끌고 가서라도 1회전만 더 싸워라.”는 글로 굳건한 각오를 내비쳤다. ●‘하나님 믿습니다’파 축구대표팀의 기성용 선수는 “주님 정말 간절합니다.후회 없도록 꼭”이라고 기도했고,김동진 선수는 ‘너희는 가만히 있어.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라고 구약성서 시편 46편 10절 문구를 인용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사격의 김찬미 선수는 “저희 하나님이 좀 ‘짱’이시거든요^^ㅋㅋㅋ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로 신세대 특유의 발랄함을 과시했다. ●‘팬들 감사해요’파 팬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통해 선전을 다짐하는 선수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농구 신정자 선수는 “처음 나가는 올림픽 후회 없이 열심히 하고 돌아올 것”이라며 “끝까지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야구 장원삼 선수는 “머(뭐) 있습니꺼∼∼1등할끼다.”라고 구수한 사투리로 배짱 있는 플레이를 다짐했다. 또 지난 5일이 생일이었던 탁구 유승민 선수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생일을 축하해주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 뒤 “여러분들의 응원에 멋진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밝혀,탁구 최강자인 중국 왕하오 선수의 벽을 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말보다 행동- 단답파 긴 글이 아닌 짧은 문장을 남김으로써 오히려 강렬한 인상을 준 선수들도 있었다. 리듬체조 신수지(베이징 아자아자~!^^),체조 김대은(승리는 습관이다),사격 김유연(금메달! 必!) 하키 강문권(메달로 보답하겠습니다♥) ●박태환과 김연아 베이징올림픽 대표 아이콘인 수영 박태환 선수는 미니홈피에 별다른 인사말을 써놓지는 않았다.하지만 피겨 김연아 선수와 일촌평을 나누며 ‘파이팅’을 다짐했다. 박태환이 ’나 낼(내일) 출국해~!!‘라고 써놓자,김연아는 ’그렇구나.다 잘 될거라 믿어!! ㅋㅋ화이링^^‘이라며 선전을 당부했다. 태극전사들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다짐과 인사에 대해 네티즌들은 “베이징에서도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화답하며 선전을 기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선화의 대가’ 수안 스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선화의 대가’ 수안 스님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던가. 이제 ‘그분’과 만날 시간이 왔다. 아침 찬물로 세수하고 맞이하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고 한다. 천지사방이 푸르름으로 가득하고 퍼붓는 정열의 햇살로 온통 찬란해진다.98세에 작고한 피천득 시인은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라고 찬미했다. 어디 이뿐이랴. 어버이, 스승,‘나를 닮은’ 아이들이 새삼 생각나게 한다. 그럴 것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석가탄신일, 성년의 날 등 기념적인 날들이 이어진다. ‘마음을 모아 고요히 생각하는 일’(禪), 그리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축하(奉祝)하는 일이 더욱 많아진다. 5월과 무관치 않은 한 스님을 만나보자. 곧 칠순임에도 여전히 ‘개구쟁이 어린이’처럼 지낸다. 무장무애(無障無), 아무 거리낌 없이 ‘하하하’ 크게 웃어대는 모습은 영락없는 천진한 부처 같다. 그는 어머니와 어린이들을 ‘말할 수 없도록’ 그리워해 그림(禪畵·선화)을 그리고 시를 쓴다. 내공이 워낙 깊은지라, 주위에서는 ‘선화의 대가’라고 칭송한다. 10년 전쯤이다. 스님이 양저우(揚州)박물관장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하루는 양저우시장이 저녁자리를 마련했다. 때마침 선화의 대가가 양저우에 왔다는 소문을 듣고 글씨와 그림에 관한 한 ‘무림의 고수’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장쩌민(江澤民) 주석의 어릴 적 은사도 참석했다. 술잔이 몇순배 돌고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중국의 한 원로화가가 붓을 잡더니 즉석에서 물소그림을 그렸다. 이어 그 화가는 붓을 한국의 스님에게 건넸다.‘화답’을 청했던 것. 뒤질세라 스님은 주먹쥐듯 네 손가락으로 붓을 잡았다. 원래 악필(握筆)인 스님은 창호지에 원을 그리고 점을 몇군데 쓱쓱 찍었다. 불과 몇분 후 붓을 내려놓자 약속이나 한 듯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발그레한 볼에, 미소짓는 복덩이 동자상이었다. 양저우시장이 즉석에서 “공부 잘하도록 우리 아들 방에 걸어놓으면 너무 좋겠다.”고 하자 스님은 기꺼이 선물했다. 그러자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줄을 섰다. 스님은 이날 밤 새도록 붓을 잡았다. 스님과 관계된 일화는 많다. 프랑스 상원의장 초청으로 뤽상부르궁전 의장공관에서 전시회를 열어 프랑스와 우리나라 화가들을 놀라게 했다. 이밖에도 베를린, 카사블랑카, 남미 등 세계 각지의 유서 깊은 도시를 돌며 전람회를 열어 많은 화제를 뿌렸다. 얼마 전에는 유니세프(UNICEF)에서 발행하는 엽서에 그의 작품이 소개되기도 했다. 스님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는 해외팬들도 적지 않다. 법문 스타일도 독특하다. 야단법석(野壇法席)에서 마무리할 때 ‘우리의 소원은 성불’을 불러 신도들을 울리기도 한다. 국내 불교계에서는 중생을 연민하고 구제하는 일에 남달라 ‘관세음보살’이라고 표현한다. 스님이 머물고 있다는 통도사(通度寺)의 축서암(鷲棲庵)을 찾았다. 조선 숙종 때 창건된 암자로 영축산(靈鷲山·혹은 영취산)의 옛 이름 축서산에서 비롯된다. 400여년이라는 축서암의 세월 가운데 근래 30년을 문제(?)의 스님이 살아서인지 축서암은 거대한 화실처럼 느껴졌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붉게 핀 자목련이 원숙한 여인처럼 금방이라도 유혹할 듯 낯선 손님을 맞이한다. 암자 뒤로는 온갖 푸른나무들이 병풍처럼 쭉 늘어서 넋을 놓게 했다. 그렇게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기자양반인가? 읍내(서울)에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촌구석까지는 뭐할라고 왔노.”라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온다. 선화의 대가 수안(殊眼) 스님이었다. “차나 마시고 가게.” 합장을 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쥐 두마리가 ‘입춘대길’이라는 글을 떠받치는 그림이 창문에 붙여져 있었다. “왜 ‘수안’이라고 했습니까?” “내 속가의 성이 ‘문(文)’이야. 그리고 문수보살(文殊菩薩)의 수(殊)에다 ‘문수의 안목을 키워라’해서 안(眼)을 넣었지.” “만화방창, 이 봄에 유혹을 느끼지 않나요?” “허허허, 봄이 되면 관광버스 타고 놀러가는 사람들 많지.” 연근차 몇잔을 마셨다. 스님은 평소 길을 떠날 때 차보따리를 끼고 다닌다. 스님이 마실 차, 그리고 스님과 만날 사람을 위한 차를 준비한다. 그게 바로 풍류의 시작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수무향(眞水無香)의 ‘풍류차’를 권하면서 ‘어차피 인생살이가 다반사(茶飯事)이지요.’라고 한다. 차를 마시던 스님이 갑자기 기자의 얼굴을 보더니 “어라, 머리만 안깎았군.”이라고 했다. 전생이 스님인가? “호 하나 지어주랴? 고을 제(濟)에서 삼수는 빼버리자, 그리고 산에 기대 살아야 하니 산(山)을 넣어 제산(齊山)으로 해삐리라.‘재산’으로 들릴 수도 있으니 기분이 좋다. 하하하.” 얼핏 ‘개구쟁이 스님’의 장난기로 들려올 법도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토굴생활 등 혹독한 수행으로 ‘대긍정(大肯定)’의 경지까지 오른 ‘큰스님’의 말씀 아닌가. “대긍정은 어떤 것인가요?” “별거 아니야, 긍정과 부정도 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야. 부정이 많다 보면 그림자가 많아져. 캄캄한 방에 전깃불 켜는 것도 수행이지. 스위치 하나로 어둠과 밝음, 즉 긍정과 부정이 생기거든. 흐르는 물이 굴곡을 탓하는 거 어디 봤는가?” “요즘 세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너무 바빠, 그렇게 살 필요 없어. 별로 들 것도 없으면서 왜 무겁게 짊어지고 쫓기면서 살아? 아나 다 놓아삐리라. 집착은 곧 노예인 것이야. 장독대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하는 어머니를 생각해봐. 요즘은 어머니도 고향도 다 잊고 살아가. 지혜는 없고 지식과 정보의 노예로 다들 전락했어. 그러니까 고급인력들이 빈둥빈둥 놀고 자빠졌지.” 스님의 시 중에 ‘사모곡’이 있다.‘누가 지었을까 어머니 이름 석자/기쁠 때 불러도 어머니 슬플 때 불러도 어머니/아무리 불러도 싫지 않은 그 이름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아기가 됩니다.’ 스님은 ‘진리는 곧 어머니’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자비원’을 통해 무의탁 노인을 돕는다. 또 부산 지역 지체장애아동들에게 매년 휠체어 100대씩 사서 선물하는 등 수십년째 선행을 베풀고 있다. 길을 가다가 거지를 만나면 주머니를 뒤져 몇푼의 돈을 꺼내 건네주는 일도 다반사이다. 스스로 ‘수행화가’라고 표현하는 그는 17세 때 출가 직후부터 석정 스님을 스승으로 전각과 선화를 익혔다. 그의 그림은 어린이, 어머니, 초가집 등 토속적 냄새가 짙게 담겨 있다. “출가한 지 50년 됐습니다. 그동안 후회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나요?” “비바람이 부는데 파도가 안 일어날 물이 어디 있겠어. 성불하려면 비워야 해. 가득차 있으면 뭘 담겠나?” 인터뷰를 마치면서 석가탄신일을 맞아 법문 하나를 정중히 부탁했다.“춘래초자청(春來草自靑), 봄이 오면 풀이 절로 푸르기 마련인데 괜히 욕심 보탤 거 없어. 심청사달(心淸事達)이야. 마음이 맑으면 모든 일이 잘 풀려. 부정과 긍정도 다 흑백논리야. 최선을 다해도 나중에 부끄러운데 눈속임을 하면서 살면 얼마나 영혼이 부끄럽겠나. 내 자식이 귀하면 이웃 자식도 귀하고, 사회와 국가도 귀하지 않겠나?”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수안 스님은 1940년 경남 통영에서 출생,57년 석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64년 월하 스님에게 비구계 수지하고 이후 통도사 송광사 백련사 묘관음사 등에서 수선안거에 정진했다. 77년 이리역 폭발사고 때 이재민돕기 선화전을 열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85년 파리 초대전,86년 중앙승가대건립기금마련 전시회,89년 두달간 유럽순회전 등 유럽과 러시아, 남미 등에서 전시를 가져 독특한 수행력을 과시했다. 특히 불우어린이와 장애인, 무의탁노인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내놓는다. 그림전시도 ‘중생돕기’ 차원이다. 이달 초에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세상을 담는 그릇-발우전’에 공동전시를 가졌다.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양반의 ‘자리 짜기’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양반의 ‘자리 짜기’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를 보면 아내는 물레로 실을 뽑고 있다. 무명을 짜기 위해서다. 무명을 짜는 것은 여러 목적이 있다. 조선 후기 양반이 아닌 상민은 16세부터 60세까지는 군역을 지고, 직접 군대에 가는 대신 군포를 바쳐야 한다. 백성들에게서 군포를 받아내는 것이 얼마나 가혹했던지, 죽은 사람에게 군포를 물리는 백골징포니 젖먹이 어린아이도 군포를 내라는 황구첨정이니 하는 소리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성의 남편은 양반이니, 아마 군포를 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오른쪽 아랫부분의 자리를 짜는 남자다. 자리와 돗자리는 같다고 해도 그만이지만, 굳이 구별하면 할 수도 있다. 돗자리와 자리의 재료가 왕골이거나 골풀이라는 점은 같다. 하지만 돗자리는 베를 짜듯 날줄을 미리 걸어두고 바디를 움직여 짠다. 자리는 고드랫돌에 날줄을 감아두고 왕골 가닥을 더하고 고드랫돌을 앞뒤로 옮겨가며 짠다.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와 김득신의 그림 ‘병아리 훔치기’는 모두 고드랫돌이 보이니, 돗자리가 아닌 자리 짜기인 것이다. ●조선 후기로 오며 경제적 기반 잃은 양반 속출 각설하고, 자리를 짜는 사람은 사방관을 쓰고 있다. 사방관은 양반이 아니면 쓰지 못한다. 그런데 양반이 웬일로 노동을 하고 있는가. 양반 노릇을 하자면, 한문을 읽고 쓸 줄 알고, 좋은 풍경을 만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면 한시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성리학을 이해해야 하고 ‘소학’을 익혀 점잖은 말과 행동이 몸에 배어야 한다. 여기에 봉제사(조상의 제사를 지냄), 접빈객(손님 접대)을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모든 양반다움을 실천하려면, 토지와 노비 소유라는 경제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 토지와 노비가 없으면, 자연히 양반 행세를 할 수가 없다. 한데 조선 후기로 오면서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양반이 속출하였다. 대부분의 양반은 육체적 노동을 기피하였지만, 이 그림에서 보듯 일하는 양반도 있다. 당연히 이 자리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자리를 짜는 데 생계가 달려 있을 것이다. 양반이 자리를 짜는 그림은 김득신의 ‘병아리 훔치기’에서도 볼 수 있다. 고양이가 병아리를 물고 달아나자, 마루에서 자리를 짜고 있던 남자가 담뱃대를 휘두르며 마당으로 뛰어나오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마당에 자빠져 있는 것은 이 사내가 짜고 있던 자리다. 사내의 오른손 아래에 있는 검은 물건은 바로 사내가 쓰고 있던 사방관이다. 역시 양반으로서 자리를 짜고 있었던 것이다. ●이원익이 귀양살이 하며 짠 자리 영의정 되자 보물로 생각이 트인 양반들은 자리를 짜는 것을 천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원익은 훌륭한 재상으로 알려진 분이다. 광해군 때 영의정으로 있다가 인목대비를 폐하자는 이이첨 일파에 대해 반대하다가 쫓겨났다. 심심하니 할 일이 없다. 이원익은 정치가이지 학자가 아니다. 이미 벼슬이 오를 대로 올랐고, 책도 읽을 만큼 읽었다. 귀양살이는 한편으로는 오랜만의 휴가다. 이 휴가에 무엇을 하겠는가. 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자리를 짜기 시작한다. 노동이라고는 해 보지 않은 사람이었으니, 솜씨랄 것도 없다. 한심한 작품이 나왔으나, 손수 노동한 결과물이라 소중하기 짝이 없다. 아는 사람에게 선물을 하기 시작했다. 받기는 했지만, 그 한심한 물건을 즐거이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 한데, 인조반정이 일어나고 이원익이 다시 재상이 되자, 그가 짰던 한심한 물건은 영의정이 짠 자리가 되어 보물처럼 여겨졌다는 것이 아닌가. 자리도 누가 짜는가에 따라 이렇게 보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어떤 분에게 듣고 과연 그랬을까 했는데, 장현광의 문집 ‘여헌집’에서 “완평(完平, 이원익)은 여주 호장(戶長)의 집에서 귀양살이를 하면서 자리를 짜고 있다.”는 기록을 보고 허언이 아님을 알았다. 이런저런 기록을 보면 양반들이 생활고에 몰리면 더러 자리를 짜기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문인인 김낙행은 공부를 많이 한 분인데,‘직석설(織席說)’이란 글 한 편을 남기고 있다. 번역하자면,‘자리 짜기의 이로움’ 정도의 뜻이 된다. 어느 날 김낙행의 아내는 남편이 그저 밥만 축내고 하는 일이 없다면서 형제간을 돌며 왕골을 얻어와 자리를 짜란다. 이웃 영감까지 불러 짜는 방법까지 전수시킨다. 아내의 말을 이기는 남편은 드문 법. 내키지 않았지만 해 본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갈수록 손이 익고 재미가 난다. 이런저런 고민을 아주 잊고, 밥을 먹거나 소피를 보거나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가 아니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로지 자리 짜기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는 드디어 자리 짜기의 찬미자가 되어 자신은 앞으로 죽을 때까지 자리를 짜겠노라 선언한다. 급기야 자리 짜기의 여섯 가지 이로움을 설파한다. 첫째, 자리 짜기란 노동을 하기 때문에 공밥을 먹지 않는다. 둘째, 집 밖으로 공연히 나들이하는 일이 줄어든다. 셋째, 무더운 여름날 졸음을 잊을 수 있다. 넷째 공연한 근심거리에 마음을 쓰지 않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섯째, 잘 짠 자리는 늙으신 어머니께 올려 어머니를 편히 모실 수 있고, 좀 거칠게 된 것은 자신과 아내, 아이들이 깔기도 하고, 또 어린 계집종에게 주어 흙바닥에서 자는 것을 면하게 한다. 여섯째, 그러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자신처럼 살림살이가 딱한 사람에게 나누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리로 인한 깨달음인데, 아주 괜찮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다시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로 돌아가자. 자리를 짜고 있는 남자 위쪽에 아이가 글을 읽고 있다. 큰 책을 펴 놓고 작은 막대기로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고 있다. 이제 막 글자 공부에 들어간 꼬맹이인 것이다. 서당에서 혹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을 소리 내어 다시 읽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아이가 아랫도리를 벗고 있다. 아마 가난 때문일 것이다. 자리 짜는 아버지, 아랫도리를 벗은 아이라. 이 그림처럼 조선후기 양반사회의 분화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그림은 없다. 가난한 양반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짜게 되었다. 하지만 양반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사방관을 쓰고 있다. 벌거벗은 아들의 독서는 아직 양반의 길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해방 이후 한국 사람들의 무서울 정도로 집요했던 교육열은 양반으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으려 했던 자리를 짜던 아버지, 길쌈을 하던 어머니의 열망에서 혹시 나온 것은 아닌가. ●정조 때 자리 짜던 장인들 열에 여덟·아홉은 유랑민으로 지금 세상은 자리 또는 돗자리라는 것을 쓸 기회가 많지 않지만, 조선시대에 자리는 생활필수품이었다. 지금은 맨바닥에 앉아서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집에서도 소파에 앉아서 지낸다. 또 결혼식 등의 의식이 있어도 모두 의자에 앉는다. 하지만 조선시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모두 바닥에 앉아 생활하고, 의식이 있어도 모두 바닥에서 한다. 앞서 김낙행의 글에서도 보았지만, 노비의 경우 흙바닥에서 잠을 자는 것이 예사였으니, 자리가 생활필수품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리가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은 역시 국가와 왕실이었다. 고려와 조선은 장흥고란 관청을 두고 국용(國用)·왕실용 자리를 관장했다. 관장한다는 것은, 지방에 공물로 배정한 자리를 받아들여 보관하고 사용할 때 내어주고 하는 것이다. 지방에서 장흥고에 바치는 자리의 양은 얼마나 되었을까? ‘세종실록’ 7년 8월 22일조에 의하면,1년에 5148장을 바치고 1년에 소용되는 것은 2216장이라고 하였다. 자리는 모든 지방에서 다 바치는 것이 아니었다. 주로 경상도 안동 일대, 즉 순흥·예천·영천(榮川)·영천(永川)·풍기·의성·용궁 일대가 자리의 주 생산지였다. 여기서 매년 2월,8월에 장흥고와 상의원에 자리를 바쳤던 것이다. 장흥고가 일반 자리를 받는 곳이라면, 상의원은 꽃무늬를 넣은 매우 고급스러운 자리, 예컨대 용문석이나 만화석 등을 거두는 곳이었다. 그런데 안동 일대에서 자리를 짜서 바치면 장흥고나 상의원에서 퇴짜를 놓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자리를 짜는 석장(席匠)들이 땅을 팔고 집을 팔아 열에 여덟, 아홉이 유랑민이 되었다고 한다(‘정조실록’ 5년 12월28일조). 돗자리에도 이렇게 슬픈 역사가 어려 있다. 한데 요즘은 중국산 수입 자리 때문에 자리 짜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하니, 더 딱한 일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