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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아빠 안 싸우는 감옥이 차라리 편해”…친부 살해 중학생의 가족 비극[전국부 사건창고]

    “엄마·아빠 안 싸우는 감옥이 차라리 편해”…친부 살해 중학생의 가족 비극[전국부 사건창고]

    “아빠에게 어떻게 사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교도소에서 공짜로 재워주고 밥도 주는데 그게 어떻게 죗값을 받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무기징역이든, 뭐든 반성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범행 당시 중학교 3학년 A군) “성격이 순하고 공격적이지 않다. 친구들 장난을 잘 받아줘 친구 관계가 좋았다. 성적은 중간쯤 했고, 수업 시간에 딴짓하지 않았다.” (A군의 중3 담임교사) 엄마와 공모해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신 일부를 훼손한 A군과 그의 담임 교사는 수사와 재판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친구를 좋아하고 곧잘 웃었던 평범한 10대 소년은 어쩌다 제 손으로 아버지를 죽인 존속살해범이 되었을까. 29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1심 판결문 분석과 취재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부모의 극심한 불화와 불우한 가정환경이 어린 자녀를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A군은 “그냥 아빠가 죽으면 엄마·아빠 안 싸우니까…. 스트레스 안 받고, 동생도 울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감옥이 너무 편하다. 엄마·아빠가 안 싸우니까 너무 좋다”고 털어놨다.극심한 부부 갈등 끝 아내의 선택은 이혼 아닌 살해였다 A군의 엄마 B(43)씨와 아빠 C(살해 당시 50세)씨는 2005년 결혼했다. 부부는 아들 둘을 낳았으나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아 자주 다퉜다. B씨는 언어장애가 있었다. 부부싸움할 때마다 B씨는 ‘남편이 나를 모욕하고 비하한다’고 느꼈고, 분노는 점점 커졌다. 남편 C씨가 대리점을 운영하다 사업에 실패하면서 부부 갈등은 극에 달했다. B씨는 지난해 9월 18일 밤 대전 중구 모 아파트 자택에서 부부싸움을 벌이다 남편 C씨에게 소주병을 던졌다. C씨의 왼쪽 머리가 찢어졌다. 이틀 후인 20일 밤 부부는 또 다퉜다. B씨는 C씨가 술에 취해 “×× 같은 ×. 너랑 살아주는 걸 고마워해”라며 폭언하자 남편이 잠든 사이 주사기로 눈을 찔렀다. 이에 C씨는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아내를 위협했고, B씨는 두려움과 적개심에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 B씨는 같은해 10월 8일 오후 7시쯤 거실에서 잠자고 있던 남편 C씨를 아들 A군과 함께 흉기 등으로 살해했다. A군은 아빠의 시신을 화장실로 옮긴 뒤 일부를 훼손했다. B씨는 최면진정제 등 약물과 농약을 남편이 먹을 음식에 타 살해하려다가 실패하자 아들을 끌어들여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 B씨는 범행 전날 “아빠를 죽이자”고 제안했고, 아들 A군은 이를 받아들였다. 엄마의 범행 공모 제안 받아들인 아들“‘지옥’ 같은 부부 갈등 보고싶지 않았다” A군은 평소 아빠를 미워했다. C씨는 부부싸움을 할 때면 두 아들에게 “돼지 XX”라고 부르는 등 욕설을 자주 했다고 한다. 충남 아산에서 대리점을 운영할 때 가족과 떨어져 지내던 C씨는 아내와 아들에게 “두 아들을 보고 싶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노트에 “힘들 때마다 처자식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고 적었지만 그 속내를 어린 A군이 다 헤아리긴 어려웠다. 술에 취하면 폭언하는 아버지에게 A군이 마음의 상처를 받아 증오의 감정이 쌓였을 것이라고 경찰은 봤다. A군은 범행하던 날 한 살 어린 남동생(당시 14세)에게 “오늘은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A군은 과거 지적장애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남동생을 각별히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남동생은 이날 낮부터 피시방에 있다 이튿날 새벽에 귀가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동생은 사건 후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다.흉악 범죄가 급증합니다. 사건은 사회의 거울입니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그만큼 병들어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사건이 단순 소비되지 않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과 안전한 사회 구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범행 이튿날 오전 6시 32분쯤 B씨는 A군과 함께 남편의 시신을 이불로 싸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 싣고 충남 청양 친정으로 달렸다. “아이 아빠가 죽었다”며 자연사로 위장해 처리하려 했으나 친정어머니가 “119에 신고하고 병원으로 가라”고 하자 대전 자택으로 돌아왔다. 범행도구와 피 묻은 옷은 친정집 주변 야산에 버렸다. 모자는 이날 오후 2시 20분까지 C씨의 시신 처리를 고민하다 119에 “아빠가 방에서 나오지 않아 들어가 보니 피를 흘리고 위급해 병원에 데려가려고 차에 실었다”고 허위 신고했다. C씨의 시신에서 타살 흔적이 드러나자 A군은 “아빠는 가정폭력이 심했고, 이날도 엄마를 폭행해 말리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아빠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군 단독범행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만 15세 소년이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적어 보인다”고 기각했다. 영장 기각 후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 등을 벌여 A군과 B씨가 공모한 증거를 찾아내고 모자를 모두 구속했다. 아빠가 가정에서 폭언이 아닌 폭력을 일삼았다는 A군의 진술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A군은 “아빠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부풀렸다”고 실토했다.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나상훈)는 지난 4월 존속살해,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군에게 장기 15년~단기 7년을 선고했다. 만 19세 미만 소년범의 경우 형기에 상·하한을 둔 장기와 단기로 나누는 부정기형으로 선고한다. A군의 어머니 B씨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재판부 “아들 끌어들인 책임 커”母에 무기징역 선고아들은 장기 15년~단기 7년 재판부는 “소년은 미성숙해 주위 환경에 쉽게 오염될 수 있다”며 “A군은 부모가 눈앞에서 자주 부부싸움을 해 매번 말렸지만 부모의 갈등은 지속 반복됐다. A군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가 생긴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A군의 범행은 어머니 B씨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A군은 혼자 범행을 짊어지려고 했다”며 “B씨는 아들이 판단 능력을 갖추지 못한 나이인데도 자신을 더 따른다는 점을 이용해 범행에 끌어들였고, 아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벗어나고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경찰·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 판결문에서 A군은 “엄마·아빠가 싸우는 게 싫어 엄마를 도와준 것 같다. 아빠가 없어지면 상황이 더 나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A군은 불우한 가정환경에도 중학교 때 개근할 정도로 성실했다. 생활기록부에 ‘남에게 도움이 되는 걸 즐거워했다. 착한 마음씨가 있어 편안함을 느끼는 친구가 많았다’고 기록돼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A군은 조부모와 고모에게 사죄하고 평생 반성하며 성실히 살겠다는 반성문을 여러 차례 제출했다. 성인이 되면 과거를 털어내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교화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고 판시했다.반면 어머니 B씨에 대해 재판부는 “B씨의 행각은 잔인하고 극악무도하다. 급기야 아들마저 살인범으로 만들었다”며 “B씨는 숨진 남편 C씨가 술에 취해 거친 언사를 했지만 가정폭력을 일삼았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는데도 이를 강변했다.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는지도 의문이 든다”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B씨는 재판부에 100차례 넘게 반성문을 제출하고 1심 선고 전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시댁 식구들에게 사과한다. 가정의 불행은 나 혼자 짊어져야 했는데 아들에게 고통을 주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C씨의 노모는 “몇 번을 다시 생각해도 내 아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자기 자식을 살인자로 만들어 놓고 반성문을 자꾸 내면서 형량을 줄이려는 며느리를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오열했다. A군은 항소를 포기해 1심 형이 확정됐다. 엄마 B씨는 항소했고, 다음 달 18일 항소심 선고가 열린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A군은 좀 내성적이었지만 평범했다”면서 “아빠에게 적개심이 쌓인 상태에서 의지하던 모친에 이끌려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지중해 건너 두 죽음…튀니지 해변에 901명 익사체-남유럽 산불 시름

    지중해 건너 두 죽음…튀니지 해변에 901명 익사체-남유럽 산불 시름

    올해 들어 유럽행에 나섰다가 튀니지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주자가 901명이나 된다고 카멜 페키 튀니지 내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지중해 건너편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폭염에 산불 피해가 겹쳐 인명 피해가 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페키 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 해안경비대가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발견한 익사체가 901구라면서 이 가운데 튀니지인은 36명, 외국인은 267명이며 나머지는 신원 불명이라고 말했다. 200일 동안 매일 거의 매일 4~5명은 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는 뜻인데 한 번도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최근 튀니지 당국이 사막 한가운데 이주 희망자들을 방치하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는데 소형 보트에 의지해 지중해를 건너려다 변을 당하는 이들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튀니지는 리비아를 대신해 유럽행을 꿈꾸는 이주자들의 주요 출발지가 되면서 올해 들어 가난과 분쟁에 지친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와 중동지역 사람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이주 희망자들은 주로 튀니지 남부 해안 도시인 스팍스에서 인신매매범들이 운영하는 불법 이민선을 이용해 이탈리아행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 전복 사고 등의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이탈리아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주민이 7만 506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 1920명보다 두 배 넘게 급증했는데 이 중 절반 정도가 튀니지를 출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럽연합(EU)과 튀니지는 지난 16일 튀니지에 대해 현금을 지원하고 국경 관리 강화를 약속하는 포괄적 파트너십 패키지 이행에 합의했다. EU가 지난달 제시한 패키지는 경제난을 겪는 튀니지에 향후 9억유로(약 1조 2688억원) 상당의 거시경제금융지원 검토, 예산 1억 5000만 유로(2114억원) 즉각 지원, 튀니지 국경 관리 및 불법 이주민 수색·구조 등에 올해만 1억 유로(1409억원) 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한편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에 산불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 남유럽의 인명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 그리스 중부의 두 주요 도시인 볼로스, 라미아 외곽에서 산불이 발생해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보도에 따르면 볼로스 근처 5개 마을과 라미아 외곽 3개 마을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그리스에선 거의 매일 새로운 산불이 발생하면서 소방 당국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오아니스 아르토피오스 소방 당국 대변인은 “소방대원들이 현재 90건의 산불과 싸우고 있다”며 “이 중 61건은 지난 24시간 안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규모의 산불이 발생한 로도스섬에선 일주일 넘게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이 나라 휴양섬으로 꼽히는 로도스섬은 이번 산불 여파로 주말 동안 주민과 관광객 1만 9000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또 다른 휴양섬인 코르푸섬, 에비아섬에서도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하면서 주민들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스 산불은 매년 여름 자주 발생했지만, 올해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수백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추정되는 건조한 토양과 폭염, 강한 바람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아르토피오스 대변인은 그리스 ‘스카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달 13일 이후 전국에서 약 50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전날에는 에비아섬에서 산불 진화에 나섰던 소방 비행기가 추락해 탑승자 둘 모두 사망했다. 에비아섬 산불 현장에서 이틀 전 실종됐던 41세 양치기가 오두막에서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탈리아 남부의 산불도 걷잡을 수 없다.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반도 앞굽에 해당하는 칼라브리아와 시칠리아섬의 피해가 특히 크다. 시칠리아섬에선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주도인 팔레르모에 있는 국제공항이 일시 폐쇄됐다. 또 화염에 휩싸인 주택에서 두 노인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팔레르모에서만 이번 산불로 3명이 희생됐다. 안타까운 사연도 들려왔다. 이탈리아 일간 ‘일 파토 쿼티디아노’에 따르면 전날 팔레르모의 보르고 누오보 지역에선 조문객들이 주변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주택가까지 번져 한 주택에서 철야 기도 중이던 조문객들이 관을 놔두고 황급히 도망쳐야 했다. 소방관들이 출동했을 때는 관이 이미 잿더미로 변한 뒤였다.
  • 美연방법원, 바이든 난민정책 제동… 두 달 만에 폐기 위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새 이민 정책이 두 달여 만에 폐기 위기에 처하며 난민 정책에 대한 이중 잣대로 고민에 봉착했다. 난민 정책 역시 주요 이슈로 부각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내부 혼선이 커진 모습이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의 존 타이거 판사는 이날 미국시민자유연맹 등 시민단체가 낸 소송에서 지난 5월 12일부터 시행된 새 정책은 “내용과 절차 측면에서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판사는 새 정책이 이민법을 위반했다면서 구체적으로 “난민 신청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어떤 방식으로 들어왔든 미국 땅에 도착한 사람은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이민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한 시민단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원래 이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이른바 ‘42호 정책’ 만료에 맞춰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 불법 입국한 이민자들을 즉각 추방할 수 있는 42호 정책을 도입했는데 지난 5월 11일 부로 만료됐다.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멕시코 국경지대에는 중남미 출신 입국 희망자들이 쇄도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이들 중 불법 입국자들을 줄이기 위해 새 정책을 도입했다. 국경을 넘기 전 휴대전화 앱으로 망명 신청 일정을 잡게 하고, 불법으로 월경하다 적발되면 추방되고 5년간 재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정책에 불법 월경자 수는 상당히 줄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국경순찰대에 체포된 인원은 9만 9545명으로, 바이든 행정부 들어 최소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이 정책이 오히려 난민 신청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이민법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항소 준비 시간을 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을 수용해 14일간 판결 적용을 유예키로 했다. 이에 따라 당장 2주 뒤 멕시코 접경 지대에 불법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이든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법무부가 항소심을 기존 정책의 효력을 유지시켜 놓은 채 진행하면 당장 월경자가 급증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 24일 공화당 소속인 텍사스주의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멕시코와 국경을 이루는 리오그란데강에 철조망까지 달린 부표로 수중 장벽을 설치하자 이를 철거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 ‘오펜하이머’ 성관계 중 힌두 경전 낭송하는 장면 논란에도 인도 흥행

    ‘오펜하이머’ 성관계 중 힌두 경전 낭송하는 장면 논란에도 인도 흥행

    인류 최초의 핵폭발 실험을 이틀 앞두고 ‘원자폭탄의 아버지’가 인도의 힌두 경전을 낭송하는 모습은 뜻밖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인도에서 지난 21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에는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코주 사막에서 원자폭탄 실험을 앞둔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 박사가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 인류를 파괴하기로 결심한 인물이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로 쓰여진 힌두 경전 ‘바가바드 기타(거룩한 자의 노래)’를 몸소 영어로 옮겨 읊는다. 성관계를 하던 연인이 서가로 향해 경전을 꺼내 읽어달라고 하자 한 구절을 낭송한다. In battle, in forest, at the precipice of the mountains  On the dark great sea, in the midst of javelins and arrows,  In sleep, in confusion, in the depths of shame,  The good deeds a man has done before defend him 잠시 뒤 둘은 다시 침대로 향한다. 당연히 정통파 힌두교도를 자부한 이들은 발끈했다. 신성 모독이라며 해당 장면을 삭제해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놀런 감독은 언어를 익히는 데 천재적이었던 오펜하이머가 산스크리트어와 경전의 신비에 깊이 탐닉했으며, 일생일대의 실험을 앞둔 초조함을 달래는 장치로 이 장면을 삭제할 수 없었다. 인도의 영화 검열 당국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장면은 삭제되지 않고 개봉했으며 인도에서는 마고 로비 주연의 ‘바비’를 누르고 올해 할리우드 작품 가운데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고 영국 BBC가 25일 전했다. 그는 고대 인도 언어인 산스크리트어를 번역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캠퍼스에서 공부하면서도 자신이 기타(스승)로 불리길 바랐다. 2000년 된 바가바드 기타는 힌두교의 가장 위대한 신화 중 하나인 마하바라타의 일부인데 700편의 시가 실려 세계에서 가장 긴 시로도 꼽힌다. 그런데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으로 역사를 바꾼 이론물리학자는 긴장과 초조함, 옳은 길인지 확신할 수 없는 마음의 혼란을 다스리기 위해 성관계, 힌두교 경전 구절에 의지하는 것이다.카이 버드와 마틴 J 셔윈이 2005년 펴낸 전기 ‘American Prometheus: The Triumph and Tragedy of J Robert Oppenheimer’에 따르면 오펜하이머에게 산스크리트어를 가르친 사람은 아서 W 라이더였다. 오펜하이머가 이 대학 부교수로 부임했을 때는 스물다섯 살이었다. 그 뒤 수십년 동안 그는 미국의 이론물리학 학파를 만들어 이끌었다. 공화당원이었고 “혀끝이 날카로운 성상 파괴자(관습 파괴자, iconoclast)는 오펜하이머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오펜하이머는 라이더를 “정수(精髓)의 지성인”으로 “스토아주의자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말한다”고 묘사했다. 오펜하이머의 부친은 섬유 수입업자였는데 라이더가 “가장 따듯한 영혼을 엿볼줄 아는 금욕주의를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라이더는 오펜하이머를 “삶을 비관하지만 구원과 저주를 가르는 것은 결국 인간의 행동이란 점을 믿는 드문 인물”이라고 봤다. 목요일 저녁마다 산스크리트어 개인 강습을 했다. 형제에게 편지를 써 “다시 배우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고 했고, 친구들은 그가 고대 인도어에 집착한다고 느꼈다. 그를 학문의 길로 인도한 해롤드 F 처니스는 오펜하이머가 “신화와 암호 취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오펜하이머가 철학, 프랑스 문학, 영어,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때 건축을 공부하기도 했다. 고전 연구가, 시인, 화가로도 활동했다. “슬픔과 외로움을 주제로” 시를 썼고, TS 엘리엇의 “sparse existentialism”을 자신의 시 세계와 일치하는 것으로 여겼다.처니스는 “오펜하이머는 어려운 것들을 좋아했다. 그에게는 거의 모든 것이 쉬웠기 때문에 진짜 관심을 끄는 것들은 정말 어려운 것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언어를 익히는 데 천재적이었다. 그리스, 라틴, 프랑스, 독일 말을 익혔고 네덜란드어를 6주 만에 뗐다. ‘바가바드 기타’를 읽는 데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 경전이 “매우 쉽고도 아주 대단하다”며 친구들에게 “알려진 언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철학적인 노래”라고 말하곤 했다. 그의 서가에는 라이더가 선물한 핑크빛 표지의 그 책이 꽂혀 있었고, 오펜하이머는 복사해 친구들에게 선물했다. 1933년 부친이 그에게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선물했는데 오펜하이머는 가루다란 힌두 신화에 등장하는 커다란 새 신의 이름을 붙였다.왜 이렇게 오펜하이머는 기타와 카르마(운명과 지상의 소명) 언급에 집착했을까? 전기작가들은 20대 초반 윤리문화 재단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그가 “젊을적 배운 것에 대한 반항으로 자극 받은 것”이라고 짐작했다. 유대인의 후손으로서 합리주의와 휴머니즘 같은 진보적인 브랜드를 따랐던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인물이기도 했다. 오펜하이머만 힌두 텍스트를 존중했던 것은 아니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우리 현대 세계, 왜소하고 사소해 보이는 우리 문학과 비교했을 때 바가바드 기타의 놀랄 만하고 코스모적인 철학”에 탄복한다고 적었다. 심지어 나치 이론가인 하인리히 히믈러도, 마하트마 간디도 이 경전에 빠져들었다. 오펜하이머가 존경했던 WB 예이츠와 엘리엇 두 시인도 마하바라타를 읽었다.첫 핵폭탄 실험 후 하늘에 오렌지색 버섯구름이 만들어지자 오펜하이머는 다시 기타를 떠올렸다. 그로부터 한달 뒤 일본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두 폭탄이 낙하돼 수만명을 끔찍한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1965년 NBC 다큐멘터리 제작진에게 “세상이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몇몇은 웃었고, 몇몇은 울었다. 대부분은 입을 다물었다”면서 “나는 힌두 경전 바가바드 기타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비슈누는 왕자에게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팔을 이용해 왕자를 다독이며 ‘이제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네’라고 말한다. 이런 식이든 저런 식이든 그렇게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오펜하이머는 나중에 핵폭탄 실험장을 찾아 폭탄 파편의 겉면에 쌓인 먼지 위에 그 구절을 적었다. 이 낙서는 애리조나주 투손에 있는 피마 항공우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한 친구는 오펜하미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성직자 같은 과장”을 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수수께끼 같은 과학자는 분명 경전에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었다. 크리스천 센튜리 편집자들이 자신의 철학에 가장 심오한 영향을 미친 책들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하자 오펜하이머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첫째로 꼽고, 둘째로 ‘바가바드 기타’를 들었다.
  • ‘갓세븐’ 잭슨 특별 경호한 태국 경찰 9명 무더기 징계 [여기는 동남아]

    ‘갓세븐’ 잭슨 특별 경호한 태국 경찰 9명 무더기 징계 [여기는 동남아]

    태국 수완나폼 공항에서 K팝 보이 그룹 갓세븐의 멤버인 잭슨을 호위한 경찰관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팝스타를 특별 호위하느라, 일반인의 입국 절차가 오래 지연되는 사태를 빚었다는 이유에서다. 방콕포스트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지난 18일 태국 수완나폼 공항에 잭슨을 맞은 수백 명의 팬들이 운집해 출입국 관리소가 큰 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잭슨이 공항에서 입국 절차를 마치고 나오자, 공항 안팎에서는 수백 명의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행사 참석차 태국에 도착한 잭슨은 경찰관 9명의 호위를 받으며 출국장 라운지를 걸어 나왔다. 경찰들은 잭슨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리지 못하도록 호위했고, 수많은 팬들의 환호에 잭슨은 몇 차례 고개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잭슨 주변의 인파를 통제하느라 입국 심사대의 일반 승객들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승객들은 “경찰관들이 잭슨을 호위하는 특별 대우를 하느라 출입국 서비스가 오래 지연되었다”면서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출입국 관리국은 9명의 경찰관을 ‘비활동 보직(inactive posts)’으로 이동시킬 것을 명령했다. 사실상 경찰 업무에서 배제하는 징계 조치다. 잭슨은 홍콩 태생으로 2014년부터 K팝 보이 그룹 갓세븐의 멤버로 활동해 왔다. 지난해 11월 방콕에서 첫 솔로‘잭슨 왕 매직맨 월드투어’를 시작해 전 세계 7개 도시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인 예술가’ 중 한 명으로 뽑혔고, 지난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축구 경기에서 공연 후 태국에서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또한 태국에서 지난해 구글 최다 검색어에 선정되기도 했다. 
  • [단독] “아들아,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는 잠자듯 떠났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⑤]

    [단독] “아들아,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는 잠자듯 떠났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⑤]

    <5> 가족 그리고 죽음을 돕는 사람들 조력사망으로 가족이 떠나면 남은 가족은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갈까. 후회일까, 위안일까. 서울신문은 조력사망 이후 남은 가족의 심경을 듣고자 지난 8개월간 한국인 조력사망자의 가족들을 찾아 나섰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복수의 가족 중 한 분의 허락을 받아 인터뷰할 수 있었다. 한국 언론에서 조력사망자의 가족 인터뷰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8월 26일 호주 국적의 한국인 허모(당시 63)씨가 스위스 바젤에서 조력사망했다. 허씨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폐암 말기 환자였다. 두 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재발했고, 주치의가 말한 기대 여명도 이미 수개월을 넘긴 상태였다. 마지막 순간, 14년 만에 해후한 아들 한울(27·가명)씨가 곁을 지켰다.●씨도둑질은 못하는 법 ‘씨도둑질은 못한다’는 속담이 떠오른 건 한울씨가 보여 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이목구비부터 미소까지 부자는 닮아도 너무 닮았다. “아버지는 스위스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의연하셨어요.” 지난 5월 강원도의 한 소도시에서 만난 한울씨도 그랬다. 2년 전 여름 스위스에 다녀온 일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아버지를 만나고, 떠나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3박 4일의 여정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한울씨의 모습에서 사진 속 그의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다. 한울씨에게 ‘아버지가 곧 죽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2021년 8월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아버지는 기억 속 흐릿한 존재였다.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아버지와는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2007년 아버지를 만나러 호주로 가 한 달간 함께 살았던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늘 그리운 건 아니었지만 마음 한편으론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14년 만에 폐암 말기 아버지와의 만남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아들을 찾았다. 폐암 말기 환자가 된 아버지는 조력사망을 결정했고, 얼마 뒤 스위스에 ‘죽으러 간다’고 했다. “잘 자라 줘서 고맙다. 이제야 찾게 돼 미안하다. 용서를 빈다. 다만 나는 한시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는 메시지에 한울씨는 “전혀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이야기였다. 한울씨는 학교 수업시간에 ‘안락사’나 ‘존엄사’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접하면서 ‘이런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 막연히 생각했다고 한다. 그 선택을 아버지가 했다. 무려 1년 전부터 계획한 일이었다. 호주에 살고 있는 아버지와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도 스위스에 함께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버지도 차마 “같이 갈 수 있느냐”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동행을 제안한 건 어머니였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데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한울씨는 그날로 여권 발급을 신청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끊어 주었다. 조력사망 시행을 하루 앞두고 부자는 스위스 바젤에서 만났다. 한울씨는 네덜란드를 경유해 10시간 넘는 비행 끝에 아버지가 머물고 있던 호텔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직접 방문을 열고 아들을 맞이하며 “반갑다”고 말했다. 한울씨는 “스위스에서의 모든 일이 특별했지만 아버지와 처음 만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기억보다 훨씬 나이 들고 살도 많이 빠지고 수척해진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암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구나 싶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스위스에 머무는 동안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했다. 동행한 가족과 친구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아버지는 그 말을 꺼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선택을 되돌리길 바랐다. 한울씨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아버지의 지인은 “아들도 만나게 됐으니 포기하고 돌아가자는 식으로 말려 볼 생각”이라고 했다. 가톨릭 신자인 한울씨가 스위스로 가기 전 가까운 형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털어놓자, 그도 “신앙인으로서 조력사망은 찬성할 수 없다. 네가 아버지를 설득하라”고 했다. 한울씨는 복잡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말리고 싶은 마음보단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존중하고 싶었어요. 아버지가 암의 고통이 너무 컸다고 하셨거든요. 남은 치료는 암을 치유하는 게 아니라 연명하는 일뿐인데 그걸 더 받는 게 맞나 싶으셨대요. 건강한 저는 그 고통을 모르잖아요. 이미 마음을 굳힌 아버지한테 ‘더 참고 치료를 받으세요’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자는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병든 아버지는 못 보는 사이 청년이 돼 버린 아들에게 묻고 살았던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았다. 이혼하게 된 이유부터 떨어져 지내는 시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지갑에서 작은 사진 하나를 꺼냈다. 사진 속에는 서너 살쯤 되는 어린 한울씨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20년 넘은 오래된 사진이지만 구겨짐 없이 잘 관리된 듯했다. 아버지는 사진을 건네며 “한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힘겹게 병마와 싸워 온 이야기와 왜 스위스로 와야만 했는지를 차분히 설명했다. “한울아,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는 이 말을 또 했다. 당신은 끝이 정해진 시한부의 삶이라며 너무 걱정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말라고 당부했다. 그런 아버지에게선 죽음을 눈앞에 둔 자의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넌 아직 젊고 하고 싶은 것도 많겠지만 나는 더는 삶에 기대가 없단다. 살 만큼 살았어.” 밤은 이야기로 채워졌다.●그는 마지막 농담을 던졌다 마침내 26일 아침이 밝았다. 아버지는 전날 밤부터 먹지도 자지도 않았다. 한울씨는 “아버지도 긴장을 많이 하신 것 같았다. 전날 밤 잠을 한숨도 못 잤는데도 잠이 안 오더라고 하셨다. 지난날을 돌아보느라 그럴 수도 있고, 이제 계속 잘 건데 왜 자느냐 싶었을 수도 있고, 여러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바젤 외곽에 있는 조력사 장소로 가기 전 아버지의 호텔방에 사람들이 모였다. 아버지는 “연예인이 된 것 같다”는 농을 던졌지만 분위기는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한 사람씩 시계를 선물했다. 한울씨는 ‘남은 인생의 시간을 소중하게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조력사 단체에서 준비한 차를 타고 도착한 시설은 언뜻 보면 차고같기도 하고 목공소같기도 한 외관이었다. 아버지가 누워 있는 침대를 빙 둘러선 사람들 사이에서 흐느낌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한울씨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아버지는 눈을 감는 순간까지 감정의 동요를 일절 내비치지 않았다. 아버지는 조력사를 돕는 직원이 약물이 담긴 링거액을 걸고 “준비가 되면 밸브를 돌리라”고 안내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밸브를 돌렸다.●동행들에게 시계를 선물한 아버지 그 순간 한울씨는 몇 주 전 군에서 받은 공수훈련을 떠올렸다고 한다. 헬기를 타고 1800피트(548.64m) 상공에 올라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는 훈련이었다. 차례를 기다리며 먼저 뛴 동료들이 무사히 착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낙하산은 펴질 것이고, 죽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죽을까 봐 두려웠다. ‘내가 아버지였다면 저 밸브를 돌릴 수 있을까.’ 울음 소리가 커졌지만 한울씨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더 추억을 남겼다면 좋았겠다는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그 시점에선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아버지가 스스로 선택한 대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가신 모습이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냥 잠자듯 떠나셔서 그게 참 다행이에요.” 임종을 함께 지켰던 아버지의 지인들은 그 순간에 대해 “이미 절반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모습이었다”,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다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한울씨는 “어쩌면 더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신 걸 수도 있다. 본인마저 두려워하면 같이 온 사람들은 더 힘들 테니까”라고 말했다. 그 후 2년이 흘렀다. 한울씨는 그날 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는 중이다. 장교로 임관해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치료의 가능성이 있었다면 저도 (조력사망을) 반대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남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는 것보다 스스로 마무리하겠다는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해요. 그리고 제가 아는 누군가가 아버지와 같은 상황에서 동행을 요청한다면 저는 같이 갈 거예요. 마치 멀리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는 마음으로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조력사망 희망자들이 얘기하는 가족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아직 존엄을 지킬 수 있을 때 먼 이국 땅으로 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결정을 지지하는 가족도, 반대하는 가족도, 차마 반대는 못 해도 함께 가지는 않겠다는 가족도 있었다. 한울씨는 시간을 되돌려도 스위스에 가겠다고 했다. “남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는 것보다 당신이 할 수 있을 때 마무리하겠다는 선택을 존중해요. 그리고 당신의 마지막 말씀처럼 아버지는 자살한 게 아닙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기획취재부 유영규 부장, 신융아·이주원 기자
  • [단독] “나의 존엄한 죽음을 허하라” 조력사망 헌법소원 나선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⑤]

    [단독] “나의 존엄한 죽음을 허하라” 조력사망 헌법소원 나선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⑤]

    <5> 가족 그리고 죽음을 돕는 사람들 조력사망을 원하는 시민과 변호사 단체 등이 모여 조력사망 합법화를 위한 소송에 나선다. 조력사망 당사자를 필두로 단체 소송이 진행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24일 한국존엄사협회 등에 따르면 협회는 최근 조력사망 제도화를 위해 헌법소원 청구인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조력사망 도입을 주장하는 변호사 단체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의 상임대표 김현 변호사가 무료 변론을 맡는다. 방식은 크게 헌법소원과 위헌법률 심판 두 가지가 논의된다. 헌법소원은 조력사망 외에는 고통을 해소할 대안이 없는 난치성 환자가 국내에서는 조력사망이 허용되지 않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논리다. 위헌법률 심판은 가족의 조력사망에 동행했을 때 적용될 수 있는 형법상 자살방조죄 조항이 헌법에 위배하는지 여부를 가려 보자는 취지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조력사망을 원하는 당사자들이 헌법소원을 청구하거나 헌법재판소가 자살방조죄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화된 경우가 많다. 지난해 1월 조력사망을 입법화한 오스트리아는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던 환자와 췌장암으로 고통받던 아내의 자살을 도운 죄로 형을 선고받은 남성 등이 나서 촉탁살인죄와 자살방조죄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헌재가 자살방조죄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조력사망이 가능해졌다. 독일의 경우 조력사망을 원하는 환자들과 존엄사 단체, 일부 의사와 변호사들이 존엄사 단체에 적용한 ‘업무상 자살방조’ 처벌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연방헌법재판소는 2020년 2월 해당 조항이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의 물꼬를 틔운 2008년 ‘김 할머니’ 사례처럼 병원 측에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과 헌법소원을 함께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이번 소송에는 난치성 질환으로 극심한 통증을 달고 사는 이명식(62)씨 등이 조력사망을 희망하는 당사자로 직접 참여한다. 김 변호사는 “의사 직군에서도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찾고 있다”며 “존엄사로서 조력사망을 바라보는 헌재의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졌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단독] “아버지의 안락사를 존중합니다”...남은 가족의 이야기 [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 “아버지의 안락사를 존중합니다”...남은 가족의 이야기 [금기된 죽음, 안락사]

    국내 최초 조력사망 유족 인터뷰2021년 호주 국적 한국인, 스위스서 조력사망동행한 아들 한울씨가 회상하는 당시의 감정“자살하는 게 아니다” 수 차례 강조한 아버지“치료 가능성 없던 아버지 선택 존중” 조력사망으로 가족이 떠나면 남은 가족은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갈까. 후회일까. 위안일까. 서울신문은 조력사망 이후 남은 가족의 심경을 듣고자 지난 8개월간 한국인 조력사망자의 가족들을 찾아 나섰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복수의 가족 중 한 분의 허락을 받아 인터뷰할 수 있었다. 한국 언론에서 조력사망자의 가족 인터뷰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8월 26일 호주 국적의 한국인 허모(당시 63)씨가 스위스 바젤에서 조력사망했다. 허씨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폐암 말기 환자였다. 두 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재발했고, 주치의가 말한 기대 여명도 이미 수개월을 넘긴 상태였다. 마지막 순간, 14년 만에 해후한 아들 한울(27·가명)씨가 곁을 지켰다.씨도둑질은 못하는 법 ‘씨도둑질은 못한다’는 속담이 떠오른 건 한울씨가 보여준 한 장이 사진 때문이었다. 이목구비부터 미소까지 부자는 닮아도 너무 닯았다. “아버지는 스위스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의연하셨어요.” 지난 5월 강원도의 한 소도시에서 만난 한울씨도 그랬다. 2년 전 여름 스위스에 다녀온 일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아버지를 만나고, 떠나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3박 4일의 여정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한울씨의 모습에서 사진 속 그의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다. 한울씨에게 ‘아버지가 곧 죽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2021년 8월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아버지는 기억 속 흐릿한 존재였다.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아버지와는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2007년 아버지를 만나러 호주로 가 한달 간 함께 살았던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늘 그리운 건 아니었지만 마음 한 편으론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14년 만에 폐암 말기 아버지와의 만남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아들을 찾았다. 폐암 말기 환자가 된 아버지는 조력사망을 결정했고, 얼마 뒤 스위스에 ‘죽으러 간다’고 했다. “잘 자라서 고맙다. 이제야 찾게 되어 미안하다. 용서를 빈다. 다만 나는 한시도 너를 잊은 적은 없다”는 메시지에 한울씨는 “전혀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이야기였다. 한울씨는 학교 수업시간에 ‘안락사’나 ‘존엄사’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접하면서 ‘이런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 막연히 생각했다고 한다. 그 선택을 아버지가 했다. 무려 1년 전부터 계획한 일이었다. 호주에 살고 있는 아버지와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도 스위스에 함께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버지도 차마 “같이 갈 수 있느냐”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동행을 제안한 건 어머니였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데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한울씨는 그날로 여권 발급을 신청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끊어주었다. 조력사망 시행을 하루 앞두고 부자는 스위스 바젤에서 만났다. 한울씨는 네덜란드를 경유해 10시간 넘는 비행 끝에 아버지가 머물고 있던 호텔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직접 방문을 열고 아들을 맞이하며 “반갑다”고 말했다. 한울씨는 “스위스에서의 모든 일이 특별했지만 아버지와 처음 만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기억보다 훨씬 나이 들고 살도 많이 빠지고 수척해진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암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구나 싶었다”고 했다.“아들아,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는 스위스에 머무는 동안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했다. 동행한 가족과 친구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아버지는 그 말을 꺼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선택을 되돌리길 바랐다. 한울씨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아버지의 지인은 “아들도 만나게 됐으니 포기하고 돌아가자는 식으로 말려 볼 생각”이라고 했다. 가톨릭 신자인 한울씨가 스위스로 가기 전 가까운 형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털어놓자, 그도 “신앙인으로서 조력사망은 찬성할 수 없다. 네가 아버지를 설득하라”고 했다. 한울씨는 복잡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말리고 싶은 마음보단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존중하고 싶었어요. 아버지가 암의 고통이 너무 컸다고 하셨거든요. 남은 치료는 암을 치유하는 게 아니라 연명하는 일 뿐인데 그걸 더 받는 게 맞나 싶으셨대요. 건강한 저는 그 고통을 모르잖아요. 이미 마음을 굳힌 아버지한테 ‘더 참고 치료를 받으세요’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자는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병든 아버지는 못 보는 사이 청년이 돼버린 아들에게 묻고 살았던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았다. 이혼하게 된 이유부터 떨어져 지내는 시간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지갑에서 작은 사진 하나를 꺼냈다. 사진 속에는 서너살쯤 되는 어린 한울씨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20년 넘은 오래된 사진이지만 구겨짐 없이 잘 관리된 듯했다. 아버지는 사진을 건네며 “한 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힘겹게 병마와 싸워온 이야기와 왜 스위스로 와야만 했는지를 차분히 설명했다. “한울아,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는 이 말을 또 했다. 당신은 끝이 정해진 시한부의 삶이라며 너무 걱정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말라고 당부했다. 그런 아버지에게선 죽음을 눈앞에 둔 자의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넌 아직 젊고, 하고 싶은 것도 많겠지만 나는 더는 삶에 기대가 없단다. 살 만큼 살았어….” 밤은 이야기로 채워졌다.그는 마지막 농담을 던졌다 마침내 26일 아침이 밝았다. 아버지는 전날 밤부터 먹지도 자지도 않았다. 한울씨는 “아버지도 긴장을 많이 하신 것 같았다. 전날 밤 잠을 한숨도 못잤는데도 잠이 안 오더라고 하셨다. 지난 날을 돌아보느라 그럴 수도 있고, 이제 계속 잘 건데 왜 자느냐 싶었을 수도 있고, 여러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바젤 외곽에 있는 조력사 장소로 가기 전 아버지의 호텔방에 사람들이 모였다. 아버지는 “연예인이 된 것 같다”는 농을 던졌지만 분위기는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한 사람씩 시계를 선물했다. 한울씨는 ‘남은 인생의 시간을 소중하게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조력사 단체에서 준비한 차를 타고 도착한 시설은 언뜻 보면 차고같기도 하고 목공소같기도 한 외관이었다. 아버지가 누운 침대를 빙 둘러선 사람들 사이에서 흐느낌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한울씨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아버지는 눈을 감는 순간까지 감정의 동요를 일절 내비치지 않았다. 아버지는 조력사를 돕는 직원이 약물이 담긴 링거액을 걸고 “준비가 되면 밸브를 돌리라”고 안내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밸브를 돌렸다.그 후 2년…“아버지의 선택을 존중” 그 순간 한울씨는 몇 주 전 군에서 받은 공수훈련을 떠올렸다고 한다. 헬기를 타고 1800피트(548.64m) 상공에 올라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는 훈련이었다. 차례를 기다리며 먼저 뛴 동료들이 무사히 착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낙하산은 펴질 것이고, 죽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죽을까봐 두려웠다. ‘내가 아버지였다면 저 밸브를 돌릴 수 있을까.’ 울음 소리가 커졌지만 한울씨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더 추억을 남겼다면 좋았겠다는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그 시점에선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아버지가 스스로 선택한 대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가신 모습이 고통스러워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냥 잠자듯 떠나셔서 그게 참 다행이에요.” 임종을 함께 지켰던 아버지의 지인들은 그 순간에 대해 “이미 절반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모습이었다”,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다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한울씨는 “어쩌면 더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신 걸 수도 있다. 본인마저 두려워하면 같이 온 사람들은 더 힘들 테니까”라고 말했다. 그 후 2년이 흘렀다. 한울씨는 그날 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는 중이다. 장교로 임관해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치료의 가능성이 있었다면 저도 (조력사망을) 반대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남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는 것보다 스스로 마무리하겠다는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해요. 그리고 제가 아는 누군가가 아버지와 같은 상황에서 동행을 요청한다면 저는 같이 갈 거예요. 마치 멀리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는 마음으로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조력사망 희망자들이 얘기하는 가족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아직 존엄을 지킬 수 있을 때 먼 이국 땅으로 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결정을 지지하는 가족도, 반대하는 가족도, 차마 반대는 못해도 함께 가지는 않겠다는 가족도 있었다. 한울씨는 시간을 되돌려도 스위스에 가겠다고 했다. “남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는 것보다 당신이 할 수 있을 때 마무리하겠다는 선택을 존중해요. 그리고 당신의 마지막 말씀처럼 아버지는 자살한 게 아닙니다.”
  • 문성호 서울시의원, ‘국군포로 초청간담회’ 개최

    문성호 서울시의원, ‘국군포로 초청간담회’ 개최

    참전용사임에도 적국에서 강제징용, 체제선전용 볼모로 고통스러운 세월을 감내해야 했던 국군포로와 가족들의 생생한 전언을 통해 국군포로에 무지했던 우리를 깨우치는 자리가 마련됐다. 문성호 서울시의원(국민의힘·서대문구2)은 지난 20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국군포로가족회와 공동으로 ‘정전협정 70주년 맞이 국군포로 초청간담회’를 개최했다. 문 의원은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이했으나, 역사적 무지와 국가 차원의 무관심으로 방치된 국군포로 명예 회복 및 사후 관리 등 전반적인 사안들의 실상을 알리고, 현실적 대안 마련을 위해 관련 단체와 당사자들을 모시게 됐다고 밝혔다. 국군포로는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참전 또는 임무 수행 중 적국에 의해 억류 중인 사람 또는 억류를 벗어난 사람으로 6·25전쟁,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적국 포로가 되어 고초를 겪은 이가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6·25 정전협정 대상 외 대한민국으로 돌아온 국군포로는 80명으로 지난 2월 한재복씨가 별세하면서 현재 단 13명이 생존해 있다.국방부는 지난 2010년 북한에 있을 국군포로 생존 인원이 약 500명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탈북 국군포로의 증언을 기반으로 조사되어 정확성이 떨어지며, 정부 차원의 공식 조사는 진행된 바 없다. 국군포로로 북한에서 수십년을 살았으나 정작 국방부가 참전자 사망 처리해 전산상 사망 연도 이후 태어난 자녀가 이후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경우가 발생하는 등 전반적인 국군포로 관리와 체계가 부재하다는 지적이며, 국군포로로 강제노역을 지내다 귀환한 강희열 용사는 “북한에서 포로로서의 삶과 목숨을 걸었던 탈북 길만큼 아팠던 것은 남한의 무관심과 단순 탈북자로 인식되는 현실이었다”고 말했다. 국군포로 자녀였던 이복남씨는 “해를 보지 못하고 밤낮으로 노역하는 속에서도 하나 있는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자신의 고향인 이천으로 돌아가면 맛있는 쌀을 많이 먹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아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던 아버지를 잊을 수 없다”며 “아버지는 탈북을 시도하다 잡혀 사망하셨다”고 했다. 손명화 국군포로가족회 대표는 “나라를 위해 북한에서 싸우다 붙잡힌 국군포로는 최하층민으로 처절한 삶을 살지만, 고향땅 남한으로 돌아가면... 이라는 희망 하나로 살아갔다. 최하층민의 삶은 자녀들에게도 세습됐지만,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정부가 놓아주지 않았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손 대표는 “목숨을 건 탈북을 감행하면서도 남한에 도착해 국군포로 가족임을 증명하는 일도, 유해 송환 비용처리 문제까지 어느 하나 정부의 협조나 도움으로 순조로운 것들이 없었다”라며 “이제라도 국군포로 명예 회복을 위한 정부의 긍정적인 자세와 실질적인 움직임을 요청한다”고 말했다.문 의원은 정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한 만큼 국군포로 가족분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으며 공론화하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한편, 실질적인 정책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의원은 지자체 차원에서 국군포로와 가족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실태조사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국군포로 지원 조례’를 제정(2023. 3. 27시행)한 바 있다. 간담회에는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남창진 서울시의회 부의장, 정미경 변호사(18·19대 국회의원), 이종환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김규남·박춘선·신동원·신복자·유정인·이경숙·최재란 서울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 존엄한 죽음의 문 열기 전, 호스피스·돌봄 등 ‘복지의 문’ 넓혀야[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존엄한 죽음의 문 열기 전, 호스피스·돌봄 등 ‘복지의 문’ 넓혀야[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4> ‘조력사망은 최선이 될 수 없다’ 외치는 사람들 국민 80%는 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표를 던진다.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의료에 매달리는 대신 죽음을 준비함으로써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이 투영됐다. 하지만 한국에서 안락사나 조력사망은 여전히 입에 올리기 힘든 금기어다. 반대의 중심에는 종교계와 의료계가 있다. 그 무엇도 생명에 우선할 수 없으며 죽음은 인간이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실적 반대론자도 있다. 편안한 임종을 돕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돌봄이나 의료 복지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락사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죽음에 관한 결정은 한번 시행하면 돌이킬 수 없다. 논의 과정에서 깊고 넓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의료·돌봄 지원이 먼저병원 빅5 중 1곳만 호스피스 있어안락사 허용국 의료복지 잘 갖춰 존엄사 논의가 연명의료 중단, 의사조력사망 도입 등으로 확대될 때마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논리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죽음을 허용하기에 앞서 불충분한 의료 지원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의사협회와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의료계에서는 이와 같은 이유로 여러 차례 의사조력사망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의사 215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신문 설문조사에서도 의사들이 조력사망 도입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돌봄 및 의료 복지 강화가 우선’ (25.8%)이 꼽혔다. 실제 우리나라 호스피스 이용률은 극히 낮다. 중앙호스피스센터 통계를 보면 2021년 호스피스 이용률은 호스피스 대상 질환(암·후천성면역결핍증·만성 간경화·만성 호흡부전) 사망자의 21.5%에 그쳤다. 낮은 이용률은 인프라 부족 탓이 크다. 국내 ‘빅5’ 대형병원 가운데 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형식인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을 갖춘 곳은 서울성모병원뿐이다. 한 해 암 사망자 수(약 8만명) 대비 전국 호스피스 병상수(1600개)는 2%에 불과해 대기 번호를 기다리다가 죽는다는 이야기가 과장된 말이 아니다. 안락사를 법제화한 국가들 대부분이 호스피스 제도를 잘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2021년 11월부터 조력사망을 시행한 뉴질랜드는 지난해 말까지 조력사망을 신청한 814명 중 76.8%(625명)가 신청 당시 완화의료를 받고 있었다. 지난해 미국 오리건주에서 조력사망한 278명 중 91.4%(254명)도 호스피스에 등록한 상태였다. 다시 말해 이들 국가에서는 말기 환자 대부분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한 상태로, 말기 환자 5명 중 1명만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의 말기 의료 현실과는 사뭇 차이가 난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의료 선진국들은 연명의료 결정 대상을 말기 환자부터 식물인간 상태까지 단계적으로 제도를 확장해 나갔다”면서 “한국은 아직 임종 과정에서만 연명의료 결정이 가능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말기 환자나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 관한 중간 단계 논의는 건너뛴 채 조력사망 법제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끄러운 경사길취약계층 “짐 될까 봐 죽고 싶어”합법화 땐 ‘선택’에 떠밀릴 수도 의사조력사망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합법화될 경우 노인이나 장애인, 경제적 취약층이 죽음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사회적 돌봄 제도는 취약하고, 가족에 대한 부양 의무는 큰 한국에서 조력사망과 같은 안락사 제도가 한번 도입되면 ‘미끄러운 경사길’을 열어 놓는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국내 노인 빈곤율이나 자살률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또 65세 이상 노인 90.6%가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꼽았다는 점(2020년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도 노인들이 노년기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전 국민 무상의료 수준의 의료 복지가 갖춰져야 당사자가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2016년 안락사를 법제화한 캐나다의 경우 무상의료 체계가 확립돼 있어 적어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재헌 캐나다 웨스턴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캐나다에서는 노숙인도 일반인과 동일한 수준의 중환자실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서 “한국인이 안락사를 찬성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가족에게 간병 및 치료비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인 듯하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이 떠밀리듯 안락사를 택하는 일이 없게 하려면 탄탄한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사는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한 한국 사회에서 안락사를 도입한다면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죽음에 대한 생각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죽음을 쉽게 생각하는 풍토가 되지 않도록 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락사 찬성 80% 이면사전 연명치료 포기서 썼더라도막상 죽음 인정 못해 “살려 달라” 의료계에서는 조력사망 등 죽음에 관한 일련의 논의가 현실과는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2019년부터 이뤄진 세 차례의 국민 여론조사에서 80%가 안락사에 찬성한다고 응답했지만 당장 현실에서는 병원도, 환자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말기 환자를 주로 보는 의사들은 더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도 이를 받아들이고 죽음을 준비하는 환자와 가족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추가 치료가 무의미한 단계임에도 대다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로 전환하거나 연명의료를 결정하는 것을 치료를 ‘포기’하는 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자문형 호스피스를 맡고 있는 서세영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 놓은 분도 막상 말기 상황이 되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그 상황에서 새로 써야 하는 서류가 있으면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게 되는 것 같아서인지 상당히 주저하고 미룬다”면서 “건강한 상태일 때와 죽음에 이른 상황일 때 존엄사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가 많이 달라진다. 이런 점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온전한 사회적 합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 교수도 “간병하는 가족들 앞에서는 빨리 죽고 싶다고 말하다가도 의료진만 있으면 더 살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면서 “현실 앞에 서면 환자나 가족 모두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사의 역할죽음 돕는 일, 의사 윤리와 충돌사회적 합의 따라 변화 가능성도 의료계 반대가 심한 배경에는 의사의 역할 문제도 있다. 의사조력사망이 도입되면 의사가 환자의 죽음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환자를 살리는 데 초점을 둔 의사 윤리와 부딪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의사의 근본적인 목표는 환자를 살리는 것”이라면서 “조력사망은 의료가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는 것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근본 원칙을 뒤집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반대는 종교계처럼 절대적 원칙이 아닌 만큼 사회적 합의 수준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대 및 전공의 교육 과정에서 임종 관련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 교수는 “의사라도 직접 말기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가 아니면 임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부족하다”면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임종 관련 교육이 충분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해외발 ‘괴소포’에 전국 대혼란

    해외발 ‘괴소포’에 전국 대혼란

    정체불명의 국제우편물 관련 신고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전국이 큰 혼란에 빠졌다. 울산을 시작으로 수상한 국제우편물을 받았다는 신고가 2000건 넘게 접수됐다. 문제가 된 우편물들은 중국에서 출발, 대만을 경유해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해물질이 검출되지는 않았으나 당국은 유사한 우편물의 통관을 보류하기로 했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대만 등지에서 수상한 소포가 배송됐다는 112 신고가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총 2058건 접수됐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1647건에서 하루 만에 411건이 추가로 접수된 것이다. 경찰은 이 중 645건을 수거해 조사 중이다. 나머지 1413건은 오인 신고로 분류됐다. 소포에 엉터리 배송 주소나 전화번호가 적혀 있기도 했다. 2020년 2G 서비스 폐지와 함께 사라진 ‘017’ 등을 쓰는 전화번호를 기입하고 영문으로는 부산, 한글로는 인천 주소를 쓴 사례도 있었다. 주말 전국서 괴소포 소동빈 상자거나 값싼 생활용품 담겨방사능 등 위험물질은 검출 안 돼의심 2058건 중 오인 신고 1413건정부 공조 요청에 中 “최대한 협조”통관 보류·내용물 확인돼야 배달 외국인 또는 국내에 매우 드문 희귀 성씨의 이름이 수신자로 적혀 있는 소포도 있었다. 문제의 소포를 분석한 경찰은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수신자로 무작위 주소와 전화번호를 기재한 뒤 발송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641건 신고로 가장 많았다. 대형마트, 가정집, 공공기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송됐다. 서울 506건, 경북·인천 98건, 충남 94건으로 뒤를 이었다. 전북 84건, 대구 73건, 충북 71건, 부산·대전 70건, 전남 58건, 울산 51건 등 전국 각지에서 신고가 이어졌다. 지난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기체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배달된 뒤 신고가 빗발치고 있다. 21일에는 서울 명동의 중앙우체국에서도 유사한 소포가 발견돼 건물 안에 있던 1700여명이 한꺼번에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휴일에도 신고는 계속됐다. 충남 천안서북소방서 등에 따르면 22일 낮 12시 41분쯤 천안시 서북구의 한 가정집에 국제우편물이 도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군 폭발물 처리반과 천안시보건소 등이 출동해 우편물을 수거했으나 경찰은 “폭발물로 의심되거나 가스 검출 같은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신고된 소포는 립밤 등 저렴한 물건이 무작위로 들어 있거나 비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울산에서 우편물을 개봉한 관계자 3명에게 어지럼증이 나타났으나 국방과학연구소의 정밀 분석 결과 화학·생물·방사능 위험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노란색이나 검은색 우편 봉투에 ‘CHUNGHWA POST’, 발신지로 ‘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이라고 적힌 소포를 발견하면 열어 보지 말고 즉시 가까운 경찰관서나 112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만 정부는 “이번에 신고가 접수된 우편물의 최초 발송지는 중국”이라고 밝혔다. 중스신문망에 따르면 정원찬 대만 행정원 부원장(부총리)은 “형사국의 1차 조사 결과 이 소포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화물 우편으로 대만을 거쳐 한국으로 보내졌다”며 “이번 사건이 대만의 국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끝까지 추적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한 대만대표부도 “해당 소포는 중국에서 최초 발송돼 대만을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를 호소한 경우 소포 내용물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고, 국제 공조로 우편물 발신지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전날 울산 장애인복지시설에 배송된 소포의 정확한 발송지를 추적하기 위해 중국 공안에 공조를 요청했다. 외교부는 “중국 지역 공관을 통해 중국 외교부 및 해당 지방정부와 접촉, 신속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으며 중국은 우리 측 요청에 대해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알려 왔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이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주관으로 관계부처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온라인 쇼핑몰의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러싱 스캠은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무작위로 발송한 뒤 상품 리뷰를 올려 쇼핑몰의 판매 실적과 이용자 평점을 조작하는 행위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테러 행위라면 소포에 생화학 (위험) 물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발견된 것들은 값싼 생활용품”이라며 “이는 브러싱 스캠의 대표적 패턴”이라고 말했다. 다만 혹시 있을지 모를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경계를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성분 분석이 끝나야 하지만 위험이 있을 개연성은 남아 있다”면서 “해외에는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우편물을 보내는 범죄가 종종 있는 만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온 우편물은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2020년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서 보낸 정체불명의 소포가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소포에는 장난감 등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작물 씨앗이 들어 있었다. 중국발 ‘생화학 테러’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당시 미 농무부는 “브러싱 스캠 외 다른 행위로 볼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은 21일부터 국제우편물, 특송물품(해외 배송 택배)에 대한 긴급 통관 강화 조치에 들어갔다. 신고가 접수된 ‘미확인 국제우편물’과 발송지가 비슷하거나 엑스레이 검색 결과 내용물이 없는 ‘스캠 화물’ 등은 통관 보류 조치했다. 우정사업본부도 이미 국내에 반입된 우편물의 경우 확인된 건만 배달할 예정이다.
  • 대만발 ‘수상한 우편물’에 전국 곳곳 소동…‘브러싱 스캠’인가

    대만발 ‘수상한 우편물’에 전국 곳곳 소동…‘브러싱 스캠’인가

    울산을 시작으로 수상한 국제우편물을 받았다는 신고가 전국에서 나흘간 2000건 가까이 접수됐다. 문제가 된 우편물들은 중국에서 출발해 대만을 경유해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으나 당국은 유사한 우편물의 통관을 보류하기로 했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대만 등지에서 수상한 소포가 배송됐다는 112 신고가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총 1904건 접수됐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1647건에서 12시간 만에 257건이 추가로 접수된 것이다. 경찰은 이 중 587건을 수거해 조사 중이다. 나머지 1317건은 오인 신고로 분류됐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604건 신고로 가장 많았다. 대형마트, 가정집, 공공기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송됐다. 서울 472건, 경북 89건, 인천 85건, 전북 80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충북·대전·대구도 각 66건, 부산 64건, 전남 54건, 광주 49건, 울산 48건, 경남 33건, 제주 9건 등 전국 각지에서 신고가 이어졌다. 지난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기체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배달된 뒤 신고가 빗발치고 있다. 21일에는 서울 명동의 중앙우체국에서도 유사한 소포가 발견돼 건물 안에 있던 1700여명이 한꺼번에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휴일에도 신고는 계속됐다. 천안서북소방서 등에 따르면 22일 낮 12시 41분쯤 천안 서북구 한 가정집에 국제 우편물이 도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군 폭발물 처리반과 천안시보건소 등이 출동해 우편물을 수거했으나 경찰은 “폭발물로 의심되거나 가스 검출 같은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신고된 소포에는 립밤 등 저렴한 물건이 무작위로 들어있거나 비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울산에서 우편물을 개봉한 관계자 3명이 어지럼증 증상이 나타났으나 국방과학연구소의 정말 분석 결과 화학·생물·방사능 위험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노란색이나 검은색 우편 봉투에 ‘CHUNGHWA POST’, 발신지로 ‘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이 적힌 소포를 발견하면 열어보지 말고 즉시 가까운 경찰관서나 112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만 정부는 이번에 신고가 접수된 우편물의 “최초 발송지는 중국”이라고 밝혔다. 중스신문망에 따르면 정원찬 대만 행정원 부원장(부총리)은 “형사국의 1차 조사 결과 이 소포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화물 우편으로 대만을 거쳐 한국으로 보내졌다”며 “이번 사건이 대만의 국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끝까지 추적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한 대만대표부도 “해당 소포는 중국에서 최초 발송돼 대만을 중간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 쇼핑몰의 ‘브러싱 스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러싱 스캠은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무작위로 발송한 뒤 상품 리뷰를 올려 쇼핑몰의 판매 실적과 이용자 평점을 조작하는 행위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테러 행위라면 소포에 생화학 (위험) 물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발견된 것들은 값싼 생활용품”이라며 “이는 브러싱 스캠의 대표적 패턴”이라고 봤다. 다만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성분 분석이 끝나야 하지만 위험이 있을 개연성은 남아 있다”면서 “해외에는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우편물을 보내는 범죄가 종종 있는 만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온 우편물은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2020년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서 보낸 정체불명의 소포가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소포에는 장난감 등이라고 적혀있었지만, 실제로는 작물 씨앗이 들어있었다. 중국발 ‘생화학 테러’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당시 미 농무부는 “브러싱 스캠 외 다른 행위로 볼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은 지난 21일부터 국제우편물, 특송물품(해외 배송 택배)에 대한 긴급 통관 강화 조치에 들어갔다. 신고가 접수된 ‘미확인 국제 우편물’과 발송지가 비슷하거나 엑스레이 검색에서 내용물이 없는 ‘스캠 화물’ 등은 통관보류 조치했다. 우정사업본부도 이미 국내에 반입된 우편물의 경우 확인된 경우에만 배달할 예정이다.
  • [속보] 신림 흉기난동범 “난 쓸모없는 사람…반성한다”

    [속보] 신림 흉기난동범 “난 쓸모없는 사람…반성한다”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모(33)씨가 23일 “너무 힘들어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날 오후 1시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이 범행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조씨는 눈을 감은 채 ‘피해자와 유족에게 할 말 없느냐’ 등 다른 질문에는 “죄송합니다”라고만 말하고 호송차에 탔다. 이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뒤 ‘어떤 점이 그렇게 불행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 모든 게 예전부터 너무 안 좋은 상황이 있었던 것이 너무 잘못한 일인 것 같다”면서 “저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남성만 노린 이유가 있는지’, ‘범행은 왜 하셨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엔 “죄송합니다”라고만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소준섭 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씨의 영장심사를 한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오후 결정될 전망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 7분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상가 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남성 3명을 흉기로 찌르고 골목을 빠져나간 조씨는 인근 모텔 주차장 앞에서 또 다른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했다. 조씨는 첫 범행 6분 만인 오후 2시 13분쯤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병원에 실려 간 부상자 3명 중 1명은 퇴원해 통원 치료 중이고 나머지 2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당초 위독한 상태로 알려진 피해자도 고비를 넘겼다. 조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씨는 피해자 4명 모두와 일면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국적인 조씨는 과거 폭행 등 범죄 전력이 3회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 소년부로 송치된 수사경력자료는 1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당시 조씨는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마약검사도 실시했는데, 간이시약 검사 결과로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조씨는 경찰 조사 당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번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우리에게 남겨진 오답노트는/정신과의사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우리에게 남겨진 오답노트는/정신과의사

    아마추어 바둑 3단인 아버지는 바둑판 앞에 혼자 앉아 지난 대국을 복기하시곤 했다. 새로 한 판 두시지 왜 다 끝난 바둑을 다시 두시냐는 질문에 아버지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잘못 둔 부분이 있거든. 그걸 잘 들여다봐야 실력이 늘어.” 수험생인 아이가 늘 듣는 조언 중 하나도 “오답노트를 만들라“는 것이다. 새 문제를 많이 푸는 것도 중요하고 고민 끝에 정답을 맞힌 문제를 다시 보면 기분이야 좋겠지만, 진짜 실력은 자신이 틀렸던 문제를 연구해야 느는 법일 테니까.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 가고 있다. 약국 앞에 긴 줄을 서 마스크를 사던 시절도, 식당 갈 때마다 QR코드를 찍던 시절도 과거가 됐다.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떠나고 우르르 모여 회식을 한다. 지난 5월 5일엔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해제했고 우리 정부는 같은 달 11일에 사실상의 팬데믹 종료를 선언했다. 우리나라에서만 3200만건의 감염과 3만건 넘는 사망을 가져온 팬데믹은 이렇게 끝나는 것일까. 누구나 힘들었을 팬데믹 3년. 지방 공공 정신병원에서 보낸 3년도 무척 혹독했다. 병동은 코호트 격리와 해제를 반복했고 회진과 면담은 방호복을 입고 진행됐다. 심할 때는 전 직원이 주 3회 PCR 검사를 받았고 환자들은 2년 넘게 외출과 면회가 금지됐었다. 요양병원의 방역이 완화될 때도 정신병원에 대한 지침은 요지부동이었다. 팬데믹의 침체에서 벗어난 일상 회복은 공공병원 전체의 고민이다. 사태 초기부터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코로나19 환자의 80% 이상을 치료했던 공공병원들은 대부분 일반 진료를 중단하고 코로나 환자만을 진료해야 했다. 산부인과나 소아과 의사들까지 코로나 진료에 투입됐다. 많은 공공병원이 팬데믹 종료 선언 이후에도 병상 가동률이 50%를 밑돈다.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병원이 부지기수인데 정부의 재정 지원은 턱없이 모자라다.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이 정도로 버텨 낸 것은 분명 우리 의료 체계의 공이다. 하지만 감히 자축할 수 없는 이유는 그 3년의 세월 동안 의료 체계의 너무 많은 오답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오답의 많은 부분은 사회적 약자들 사이에서 발생했다.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들의 희생과 의료 취약자를 돌봐야 하는 공공병원의 희생을 갈아넣어 종식된 코로나라고 말한다면 너무 과한 걸까. 팬데믹의 상처는 현재 진행형이다. 어쩌면 팬데믹은 우리가 굳이 외면했던 우리 사회의 숱한 모순을 수면 위로 끌고 올라온 견인차였을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오답노트를 꺼낼 때다. 3년의 오류라는 바둑판 앞에 앉아 긴 복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긴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책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중의 한 구절을 생각한다. ‘미래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무엇이 아니다. 미래는 과거의 축적이 만들어 낸 현재가 밀고 나가는 세계다. 코로나19가 지나간 자리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미래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시작은, 팬데믹 시기 우리의 모습이 어떠했는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다.’
  • 악귀와 싸워 인간 구하는 카운터…재미·감동 구비, 일단 한번 보세요[웹툰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악귀와 싸워 인간 구하는 카운터…재미·감동 구비, 일단 한번 보세요[웹툰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경이로운 소문’(글·그림 장이)이 돌아왔다. 악귀를 잡는 카운터들의 활약을 그린 판타지물로 2018년부터 카카오웹툰에서 선보인 이 작품은 시즌 2, 시즌 0을 거쳐 올 3월부터 시즌 3을 시작했다. 2021년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될 당시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오는 29일 tvN에서 드라마 시즌2 방영을 앞두고 있다. 7년 전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한쪽 다리에 장애까지 얻은 주인공 소문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친구들과 함께 힘들지만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 발동해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소문은 카운터로서의 능력을 갖추게 된다. 저승세계인 ‘융’에 있어야 할 악한 영혼, 저승의 범죄자들이 이승으로 도망쳐 와 살아 있는 인간의 몸에 들어감으로써 그들의 정신과 육체를 공유하며 악행을 저지르게 된다. 일종의 빙의와도 같은 현상으로 그려지는데 이렇게 악한 영혼들과 하나가 된 인간들은 나쁜 짓을 저지르며 쾌감을 느끼고 점점 더 범죄의 강도를 높여가면서 악귀로 진화한다. 이러한 악귀들에게는 물리법칙을 아득히 뛰어넘는 초능력이 생겨나고, 이 때문에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악귀를 진압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융에서는 이런 악귀들을 잡기 위해 뇌사상태에 빠진 인간 중 착한 영혼들과 교섭해 그들의 몸에 깃들게 된다. 선택받은 인간들은 초능력을 얻은 상태로 다시 살아나 카운터가 되어 악귀 소환의 임무를 수행한다. 아무리 융의 능력을 받은 카운터라고 해도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자양분으로 하여 진화한 악귀를 잡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카운터들은 팀을 구성해 악귀 소환 임무를 수행해 나가고 소문은 카운터 A팀에 소속되어 도하나, 가모탁, 추매옥과 함께 악귀들과의 한판 대결을 벌인다. 시즌 1에서는 소문이 카운터가 되는 과정을 시작으로 소문 부모님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고, 시즌 2에서는 더욱더 강력해진 악귀들을 소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카운터들을 그려낸다. 이후 프리퀄 격인 시즌 0, 그리고 현재 시즌 3에서는 드디어 성인이 된 소문을 중심으로 카운터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다. 악귀이거나 카운터이거나 상관없이 모두 인간이었을 때의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채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의 의지로 악 또는 선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장이 작가는 악귀든 카운터든 간에 그들의 행동과 선택에 알맞은 당위를 부여하고 그에 따라 캐릭터들이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로 인해서거나 혹은 인간의 욕심과 탐욕에 의해서거나 우리는 늘 위기를 만나게 된다. 위기 앞에 놓인 힘없는 보통 사람들을 악귀들로부터 카운터들이 호쾌하게 구해 주는 웹툰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속 깊은 곳까지 후련해진다. 어떤 장르이건 좋은 작품의 조건은 재미와 감동, 두 가지다. ‘경이로운 소문’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소개말도 설명도 다 필요 없다. 일단 한번 보시라. 시즌 1의 1화를 여는 순간부터 멈출 수 없을 것이다.백수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팀장
  • “우리 미래 모습인 것 같아 두려워” 임용고시생 끝내 눈물

    “우리 미래 모습인 것 같아 두려워” 임용고시생 끝내 눈물

    “우리의 미래 모습인 것 같아 두렵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20일 추모하기 위해 학교를 찾은 교대생 이모씨는 “선배들이 힘들다고 했던 얘기가 이런 것이었는지 몰랐다”며 눈물을 쏟았다.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씨는 같이 온 교대생 2명과 함께 잠시 고개를 숙이고 묵념한 뒤 ‘너무 죄송하다’는 내용의 추모 글을 썼다. 이씨는 “올해 시험을 보는데 ‘합격해도 이렇게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타깝고 막막하다”고 울먹였다. 이날 교문 앞에는 지난밤부터 찾아온 추모객들이 붙여 둔 포스트잇과 조화가 가득했다. 포스트잇에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평안을 기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할 말을 모두 담기엔 포스트잇이 작은 듯 여러 장을 이어 붙여 쓴 추모 글도 있었다. ‘저희 아이를 항상 꼼꼼하게 챙겨 주시던 모습이 선하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는 교육부, 교육청, 사회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는데 도착한 순간 부끄러움이 몰려옵니다. 선배 교사로서, 나부터 진작 행동하지 않은 것이 너무 죄송합니다. 부끄럽습니다’ 등의 추모 내용도 있었다. 학교 주변은 전국 각지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보낸 500여개의 근조화환으로 가득 찼다. 이런 상황에도 학생들은 등교를 했다.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이번 일을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난 오후에는 검은색 옷에 검은색 마스크를 쓴 동료 교사들이 한 손에 국화를 들고 길게 줄을 늘어선 채 추모 순서를 기다렸다. 학교를 찾은 추모객만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 조치로 정문이 통제되자 추모객들이 “(문) 열어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에 학교 측은 정문을 개방하고 운동장 한쪽을 임시 추모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지난해 교단에 선 A씨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18일 오전이다. A씨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사망 경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특정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무겁고 슬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서울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이어 “고인의 사망 원인이 정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해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3일까지 강남서초교육지원청 내에 추모 공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 물속에서 숨 참다가… 의식 잃고 숨진 뉴질랜드 사진작가

    물속에서 숨 참다가… 의식 잃고 숨진 뉴질랜드 사진작가

    뉴질랜드의 한 아파트 수영장에서 숨 참기 기록을 세우려던 40대 남성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9일 뉴질랜드헤럴드에 따르면 영국에서 활동해온 사진작가 앤트 클로슨(47)이 지난 1월 오클랜드 북부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수영장에서 사망했다. 이 매체는 검시관 보고서를 인용해 클로슨이 수영장 물속에서 혼자 숨 참기를 하다가 뇌에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고 전했다. 휴가차 가족과 함께 부모의 집에 와 있던 클로슨은 영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이런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로슨의 아내는 그가 사고 전날 물속에서 숨 참기 3분 기록을 세웠다며 자신이 물속에 들어가 있을 때는 밖에서 누가 지켜보고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농담도 했다고 말했다. 클로슨은 다시 개인 기록에 도전하겠다며 사고 당일 혼자 수영장으로 내려갔지만, 아내는 그의 농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10분쯤 지났을 때 가족들은 창밖으로 클로슨이 아무런 움직임 없이 수영장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놀란 가족들이 달려가 어머니가 그를 물 밖으로 끌어 올리고 아내는 앰뷸런스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현장에 도착한 구급요원들은 사망 판정을 내렸다. 부검 결과 그의 혈액 등에서 우려되는 약물이나 알코올 등이 검출되진 않았다. 검시관 보고서에는 클로슨이 수영장 바닥에서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증거가 얕은 물에서 의식상실로 인한 익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기록됐다. 얕은 물에서 의식을 상실하는 일은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실신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한 수영선수, 프리다이빙 전문가, 작살로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도 흔하게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이다. 그의 소셜미디어(SNS)에 마지막으로 올라온 작품은 영국 리버풀 머시강(江)을 배경으로 도시의 산업 연기에 둘러싸인 쌍둥이 교회를 찍은 흑백의 항공사진이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클로슨은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지난 13년간 영국에서 거주해왔다.
  • 폭우에도 주말 교육행사 때문에…30대 비정규직, 출근하다가 참변

    폭우에도 주말 교육행사 때문에…30대 비정규직, 출근하다가 참변

    “출근을 안 할 수 있었으면, 그 버스를 안 탔으면, 그 길로 안 갔으면, 조금만 빨리 (지하차도에서) 나왔으면….”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사망한 조모(32)씨의 여동생은 17일 충북 청주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탓을 하자면 끝이 없다”며 허망한 심정을 드러냈다. 조씨의 어머니가 울음을 터뜨릴 때마다 그의 동생들이 어머니를 끌어안고 슬픔을 나눴다. 갑작스러운 비보를 듣고 장례식장을 찾은 조씨의 대학 동기, 동료 직원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빈소로 들어갔다. 청주 오송의 스타트업 육성 기관에서 비정규직 직원으로 근무한 조씨는 지난 15일 교육 행사 일정을 챙기기 위해 747번 급행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중 궁평2지하차도에서 사고를 당했다. 당시 이 버스는 폭우로 노선을 우회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독서 모임에서 조씨를 만난 뒤 친하게 지냈다는 A씨는 기자에게 조씨가 이태원·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쓴 글을 보여 주며 “사회적 약자·재난에 관심을 가진 차분하고 명석하고 착한 친구였다. 그랬던 친구가 버스 안에서…”라고 울먹였다. 직장 동료 B씨는 “남들을 먼저 챙기던 조씨는 아마 물이 차오르는 버스 안에서도 진정하라며 다른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먼저 대피하라고 도와주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사고 전날 청주에는 호우특보가 발효됐고, 16일까지 많게는 300㎜ 이상의 비가 올 수 있다는 기상청 예보도 있었다. 하지만 15일 교육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해당 강좌는 온오프라인 병행 교육으로 당초 15명이 오프라인 교육을 신청했다가 11명은 온라인으로 전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담당자들은 오프라인 강의 신청자들이 온라인으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비도 오고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을 것”이라며 “오송이 상습 침수 구역도 아니고 그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고 안타까워했다. 조씨가 주말에 홀로 출근한 것과 관련해선 “행사가 토요일에 진행될 때는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하지 않고 직원들이 번갈아 가면서 출근한다. 그날은 조씨가 담당하는 날이었는데 대행사 쪽에서도 아침에 2명이 서울에서 왔다”고 말했다. 충북도청 간부는 장례식장을 찾았다가 유가족으로부터 “18일 발인인데도 서로 책임을 미루기만 하고 사고가 왜 이렇게 일어났는지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며 거센 항의를 받았다.
  • 전날 호우특보 발효됐는데…주말 교육행사 때문에 홀로 출근했다가 참변[오송 지하차도 참사]

    전날 호우특보 발효됐는데…주말 교육행사 때문에 홀로 출근했다가 참변[오송 지하차도 참사]

    “출근을 안 할 수 있었으면, 그 버스를 안 탔어도, 그 길로 안 갔으면, 조금만 빨리 나왔으면…” 지난 15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사망한 조모(32)씨의 여동생은 17일 충북 청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탓을 하자면 끝이 없다”며 허망한 심정을 드러냈다. 조씨는 폭우가 쏟아지는 주말인데도 교육 행사 때문에 출근길에 올랐다가 청주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던 중 참변을 당했다. 오송의 스타트업 육성 기관에서 비정규직 직원으로 근무한 조씨는 지난 15일 제약·바이오 연구개발(R&D)·생산공정 교육 일정으로 747번 급행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던 중에 지하차도에서 사고를 당했다. 당시 이 버스는 폭우로 노선을 우회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독서모임에서 조씨를 만난 뒤 친하게 지냈다는 A씨는 이날 장례식장에서 기자에게 조씨가 생전에 이태원·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쓴 글을 보여주며 “사회적 약자나 사회적 재난 등 관심이 필요한 곳에 관심을 갖던 차분하고 명석하고 착한 친구였다”면서 “그랬던 친구가 버스 안에서…”라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 청주에는 호우특보가 발효됐고, 16일까지 많게는 300㎜ 이상 비가 올 수 있다는 기상청 예보도 있었다. 하지만 15일 예정됐던 교육은 취소가 되지 않아 해당 사업 전담인 조씨는 홀로 출근해야 했다. 해당 강좌는 온·오프라인 병행 교육으로 당초 15명이 오프라인 교육을 신청했다가 11명은 온라인으로 전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씨는 사고 직전인 지난 13일 생일을 맞았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조씨의 직장 동료 B씨는 “남들을 먼저 챙기던 조씨는 아마 물이 차오르는 버스 안에서도 진정하시라며 다른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먼저 대피하라고 도와주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고 울먹였다.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직원들은 ‘온·오프라인 동시 교육인데도 오프라인 교육을 꼭 했었어야 했는지’, ‘왜 선임 직원 없이 매니저급이 혼자서 주말에 교육을 진행했어야 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관 측은 오프라인 강의 신청자들이 온라인으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비도 오고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을 것”이라며 “조씨는 기본적인 시스템을 세팅하는 역할로 교육을 하는 대행사 쪽에서는 그날 아침 2명이 서울에서 왔다”고 했다. 기관 측은 또 “행사가 토요일에 진행될 때는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하지 않고 직원들이 번갈아가면서 운영한다”면서 “그날은 조씨 혼자 교육하는 걸로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애도기간이라서 장례를 지원하고 애도에 충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날 오전 4구의 시신이 추가로 인양되면서 오송 지하차도 사고 관련 사망자는 13명으로 늘었다. 침수 차량도 당초 15대에서 1대 늘어난 16대로 확인됐다. 앞서 사망자 5명이 나온 747번 급행버스 기사 50대 A씨의 시신도 이날 오전 1시 25분쯤 추가로 수습됐다. 사망자 중에는 신혼 2개월 차이자 임용 시험을 보려는 처남을 KTX역까지 데려다주려고 운전대를 잡은 서른살 초등학교 교사, 세 아이를 둔 40대 치과의사, 휴일에도 일을 하러 집을 나서던 70대 어머니도 있어 주위를 더 안타깝게 했다. 경찰은 실종자 수색이 마무리되는대로 충북경찰청 차원에서 전담수사본부를 구성해 도로와 제방 관리 책임 소재를 밝힐 방침이다. 경찰은 청주 미호강의 홍수 경보에도 300∼400m 거리인 궁평2지하차도에 대해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와 이유, 보고 체계를 조사할 전망이다. 홍수 경보를 발령한 금강홍수통제소와 도청, 시청, 구청 등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미호강의 제방관리가 참사의 원인이라는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다. 관련 공무원들이 도로와 제방 관리에 소홀한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되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입건될 것으로 전망된다.
  • “28초 통화가 母와의 마지막”…오송 침수 지하차도 잠수부 투입

    “28초 통화가 母와의 마지막”…오송 침수 지하차도 잠수부 투입

    ※오송 지하차도 인명피해 상황 업데이트15일 오후 1시 기준 30대 남성 1명 숨진 채 발견. 16일 오전 8시 기준 시내버스서 70대 여성 등 5명 숨진 채 발견. 16일 오전 9시 20분 기준 1명 숨진 채 발견. 현재까지 사망자 총 7명, 실종자 5명15일 폭우로 침수돼 차량 15대가 고립, 최소 11명이 실종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 소방당국이 잠수부를 투입했다. 소방당국은 16일 오전 5시 55분쯤 잠수부 4명을 지하차도 양방향에서 투입해 내부 수색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3시쯤 분당 3만ℓ의 물을 빼내는 대용량 방사시스템이 투입된 지 14시간여 만이다. 다만 40여분 간 진행된 첫 잠수 수색에선 차량이나 실종자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지하차도 내부에 흙탕물과 부유물이 많아 시야 확보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잠수 수색은 밤사이 이뤄진 배수 작업으로 지하차도 안쪽에 확보된 1m 공간까지 보트를 타고 가 잠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군과 소방대원 4개 조로 구성된 특수구조대는 번갈아 가며 잠수 수색을 이어갈 예정이다.소방당국은 전날부터 배수 작업을 벌였으나 빗물과 하천이 지하차도로 계속 유입되는 바람에 내부 수색은 진행하지 못했다. 지하차도가 온통 흙탕물로 뒤덮여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탓에 잠수부 투입 대신 고무보트를 이용해 물 위에서 수색 작업을 벌여왔다. 장시간 배수 작업과 물막이 공사를 병행한 결과 이날 새벽 지하차도 내 수위는 점차 낮아져 잠수부가 진입할 공간이 확보됐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입구 기준 수위와 천장의 간격 1m가 확보돼 잠수부가 들어갔다”며 “다만 온통 흙탕물이라 시야 확보가 어려워 수색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에서 오송 방향 입구에선 배수 작업이 빠르게 진행돼 입구 50m 지점에 있던 승용차를 인양했다. 차 안에서 탑승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 물에 잠긴 시내버스 일부도 모습을 드러냈다. 궁평 제2지하차도는 전날 오전 8시 40분쯤 갑자기 불어난 물로 침수되면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사고 직후 구조됐다. 경찰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11명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28초 통화가 母와의 마지막” “28초의 통화가 어머니와의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제발 기적이 일어나길…” 오송 지하차도 현장 지휘소 앞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이모(51)씨는 눈물을 삼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전날 오전 7시 11분쯤 오송의 한 아파트 청소를 하러 집을 나선 70대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청주에 있는 하천이 범람하고 있는데 아들이 사는 경기도 일산은 괜찮은지 묻기 위해서였다. 이른 시간이라 잠결에 전화를 받은 이씨는 어머니께 무사하다는 얘기만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그 이후 어머니와의 연락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씨는 친동생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뒤에야 어머니가 지하차도에 침수된 시내버스에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경찰이 물이 들어찬 버스 안에서 촬영된 사진 한장을 보여줬는데 꽃무늬 셔츠를 입은 어머니의 뒷모습을 봤다”며 “나한테 이런 일이 닥치리라고는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말끝을 흐렸다. 전날 오후 10시 30분 오송에 도착한 이씨 부부는 밤새 뜬 눈으로 현장을 지켰다.이씨 외에도 현장 지휘소에는 실종자 가족 10여명이 더디기만 한 구조작업에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었다. 이들은 현장 지휘소 한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경찰이 설정한 통제선 앞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잠수복을 입은 구조대원과 차량 장비가 지하차도로 들어갈 때마다 가족들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두리번거렸고, 쌀쌀한 새벽바람이 불 때면 담요를 몸에 두르고 바람을 막았다. 세종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40대 의사 아들과 통화가 안 된다는 며느리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나온 A씨는 전날 오후 3시부터 나와 식사도 거른 채 자리를 지켰다. 그는 “희망은 없지만 자리를 떠날 수 없다”며 “아들이 찬물 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A씨를 포함한 대부분의 실종 가족은 이번 사고는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청주 주요 하천에서 홍수 경보가 연이어 발령됐는데 도로 통제 하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누구 하나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 차량이 마음대로 통행한 거 아니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신을 침수된 버스기사 친형이라고 밝힌 이모(60)씨는 “지하차도가 저지대에 있는데 홍수 경보가 발령되면 차량이 침수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냐”며 “이는 관리 감독 소홀로 발생한 명백한 인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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