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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고 사는 이야기] 패스트푸드와 비만

    미국의 정치 사상 잡지인 ‘애틀랜틱 먼슬리’의 기자 에릭 슐로서는 저서 ‘패스트푸드 제국(Fast Food Nation)’에서 10대 청소년의 노동력 착취나 소규모 목축업자들의 존립기반 상실 등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을 정치 공학적 접근을 곁들여 신랄하게 비판하여 주목받았다. 그는 패스트푸드의 가장 직접적 폐해로 비만과 질병을 꼽았다.패스트푸드 광고에는 어김없이 탄산 음료가 함께 등장한다.세계에서 코카콜라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공간이 맥도널드가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패스트푸드점들은 탄산 음료 한 캔에 설탕 열 숟가락 분량의 당분과 함께 카페인까지 들어 있다는 사실에 눈을 감고 있다.한때 햄버거 고기에서 병원성 대장균(O-157)이 발견되었지만 업체들의 막강한 로비로 리콜이 저지되었다고 폭로하면서,이 책에 ‘패스트푸드가 우리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는 부제를 달아놓았다. 패스트푸드의 원조는 월스트리트의 동네식당.19세기 말 월스트리트가 형성되기 시작할 무렵,밥을 먹을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빴던 딜러와 뱅커들에게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점심대용으로 판매한 게 시초다.그러니 성격상 간단한 음식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는 업체들의 세트메뉴와 빅사이징 전략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헤비(heavy)한 음식으로 탈바꿈했다.요즘 패스트푸드점이나 여기서 파생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보면 햄버거와 음료수 한 잔 가격에 감자튀김을 덤으로 준다.닭 튀김에도 감자튀김과 비스켓,음료수가 세트로 묶여 나온다.조금만 더 돈을 내면 아이스크림까지 먹을 수 있다.게다가 주요리 옆에는 감자 튀김 등이 늘 따라나온다.1인분이라고 하기엔 양이 너무나 많다.대부분의 세트메뉴에는 열량이 1000㎉ 이상이 들어 있다.어른들이 필요로 하는 한 끼 칼로리의 1.5배가 넘는 음식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팔고 있는 것이다. 빅사이징 전략도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을 과식으로 이끈다.고기와 치즈를 각각 두 장씩 끼워넣은 소위 빅사이즈 햄버거는 열량이 800㎉에 달한다.종전 크기의 햄버거에 비해 칼로리가 두 배다.음료수는 250㎖ 캔 대신 500㎖ 혹은 1000㎖짜리 페트병에 담겨 팔리고 있다.사이즈가 커지기는 햄버거와 음료수뿐이 아니다.극장에서 많이 팔리는 팝콘도 200㎉가 든 작은 봉투에서 점차 700㎉짜리 대용량으로 변하고 있다.패스트푸드와 각종 간식거리의 크기가 이렇듯 커지면서 우리는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과식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26%가 비만이며 해마다 3%씩 비만인구는 늘어간다고 하는데,정말 이렇게 먹어도 되는 것일까? 세트메뉴보다는 단일 품목을 선택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하다못해 음료수라도 작은 사이즈를 골라야 한다.그래야만 최소한 비만과 질병을 멀리할 수 있다. 임경숙 수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 뉴스플러스 / 아랍권 분노 폭발하나

    바그다드 시가전이 본격화되면서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하자 아랍권들의 반전·반미 분위기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알 자지라와 아부다비 위성TV 등 아랍 언론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 공습까지 단행하자 이슬람 교도들은 물론 아랍권 지도자들조차 반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들 反美대열 합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9일 미국에 맞선 이라크인들의 투쟁을 칭찬하면서 “이번 전쟁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많은 이슬람교도들이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각료들은 이번 전쟁이 “전 세계에 종교적 호전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8일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라크측 희생자가 늘어나고 이라크 문명이 파괴되는 비극적 상황을 멈추기 위해 평화적 해결이 필요하다.”며 미·영 연합군측을 비난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도 이날 처음으로민간인 희생을 강력 비난하며 반전 목소리를 냈다.인도주의 활동을 활발히 벌여온 요르단의 누르 왕비도 영국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한 여성이자 어머니,그리고 인간으로서 나는 이라크 남성과 여성,어린이들에 대한 충격으로 고통받았다.”고 말했다. ●‘침묵' 요르단 국왕도 반전 목소리 아랍권 국회는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이란 국회 대변인은 이번 전쟁이 “시온주의 국가(이스라엘)를 지지하고 미군 장교를 이라크 지도자로 만들기 위한 전쟁”이라며 “이같은 행동은 이 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랍 언론들도 이라크 민간인의 희생을 중점 보도,아랍권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집트의 일간 알 아크바는 9일자 1면에 눈이 가려진 두 명의 이라크군 포로 사진을 싣고 이들이 미군에 의해 거칠게 다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알제리의 엘 카바르 신문은 1면에 이번 전쟁에서 다치거나 죽은 5명의 아이들 사진을 싣고 민간인 희생을 부각시켰다.또 “바그다드의 500만 시민이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영자지 아랍뉴스는 9일자 칼럼을 통해 이번 전쟁 이후 세계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 될 것이라며,미국이 ‘경제적 착취와 식민지 확장을 위해’ 민주주의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한편 바그다드에서 생방송을 해왔던 알 자지라 TV는 미군의 사무실 폭격으로,아부다비 TV는 사무실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미군 탱크로 실황중계가 불가능하다고 9일 각각 밝혔다.이들은 미군이 고의적으로 자신들의 취재를 방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
  • 민생침해 조폭 2238명 구속

    정부 교체의 시기와 경제위기 등 어수선한 사회분위기를 틈타 조직폭력배의 민생침해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조직폭력배는 흔히 알려진 기업이나 유흥업소 주변의 활동영역에서 벗어나 영세상인과 노점상 등 서민에게까지 폭력과 협박을 행사하며 금품을 뜯어내고 있다. ●영세상인과 노점상도 갈취 피해 경찰청은 4일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한 지난 2월10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50일 동안 갈취·폭력배를 일제히 단속해 모두 3631명을 검거,이 가운데 223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속된 폭력배에는 신흥 폭력조직 6개파 80명을 포함,조직폭력배 284명이 포함돼 있다.”면서 “관리대상으로 정해 감시하고 있는 전국 폭력조직은 208개파,4431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붙잡힌 조직폭력배 중 29명은 영세상인과 노점상을 상대로 갈취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야쿠자들이 기존의 활동영역에서 벗어나 영세업자들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는 등 이익이 적은 분야까지 손을 대고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범죄 유형 지난달 15일 서울 수색동 수색시장 일대에서 무허가 음식점을 하는 정모(53·여)씨 등 영세상인 15명은 ‘보호비’를 요구하며 폭력을 행사한 지역폭력배 8명에게 330만원을 빼앗겼다. 또 조직폭력배 64명은 건설사를 상대로 콘도미니엄,상가 등의 운영권을 갈취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교통사고를 위장,보험회사로부터 거액의 보험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충남 서산 일대 유흥업주를 협박해 업소보호비 등 명목으로 2억원을 갈취한 ‘서산식구파’ 9명 등 유흥업소를 상대로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빼앗거나 조직원을 종업원으로 고용시켜 금품을 착취한 조직폭력배도 많았다. 장택동기자 taecks@
  • [대한포럼] 분식회계는 계속된다

    SK글로벌이 어제 열린 주주총회에서 2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임원을 재선임했다.같은 날 그 임원은 서울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해 자신의 죄를 추궁당했다.한편에선 분식회계의 죄를 묻는 재판이 열리는데 다른 편에선 그 당사자를 임원으로 재선임한 것이다. 이것은 시장에 대한 만행이다.시장이 잘 발달한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그것이 위법이어서가 아니라 ‘시장의 보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분식회계를 한 기업은 그 사실이 공개되는 순간 주가가 폭락해 그냥 파산해버리기 때문에 임원을 연임시키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가 애당초 논란거리가 되지 못한다.엔론도 그랬고,월드컴도 그랬다.시장이 배척하는 사람에게 굳이 경영을 계속 맡기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시장을 졸(卒)로 보는 것이다. 분식회계에 관한 한 우리 시장은 죽어 있다.시장(기업주와 경영진,투자자를 모두 포함해서)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그 원인을 좀더 깊이 생각해보자. 최근에 한국과 미국에서는 대형 분식회계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다.그런데 분식회계를 보는 시각과 대응은 양쪽이 너무 다르다.먼저 4년전의 대우그룹 예를 보자.무려 42조원의 분식회계가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빚자 김우중 전 회장은 “업계의 관행인데 억울하다.대우그룹을 죽이려는 음모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분식회계를 자행한 임원을 재선임한 SK의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우리 기업들은 분식회계에 대해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최근 3년간 국내 10대 재벌 가운데 7개 재벌이 분식회계를 하다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이는 분식회계가 상습적이고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감독당국은 업계의 이런 실태를 누구보다 잘 안다.그러나 국민 여론이 비등할 때만 잠시 부산을 떨다가 시간이 흘러 여론이 잠잠해지면 적당히 땜질만 하고 넘어간다.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어떤가.엔론에 이어 미국 굴지의 컴퓨터 기업인 월드컴이 지난해 여름 회계부정으로 파산했다.당시 영국의 저명한 정치경제학자인 니얼 퍼거슨 교수(옥스퍼드대)는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카를 마르크스의 예언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경고했다.그는 분식회계를 탐욕스러운 CEO들이 회계법인과 짜고 소액 투자자들의 재산을 착취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그래서 분식회계를 뿌리뽑지 못하면 자본주의는 붕괴한다고 본다.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엔론사태가 9·11 테러보다 미국경제에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회계개혁법(Sarbanes-Oxley Act)을 제정했다.▲회계법인의 감사와 컨설팅 업무 동시 수행을 금지하고,▲회계부정행위를 한 자는 해당기업은 물론 다른 기업의 임원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 골자다.전자는 기업과 회계법인간의 유착관계를 끊기 위한 것이고,후자는 분식회계 관련자를 시장에서 영구 추방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정부가 최근 발표한 ‘회계제도 선진화’ 방안은 회계법인의 감사와 컨설팅업무 동시 수행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기업과 회계법인간의 유착 고리였다는 사실이 미국의 엔론사태에서 여실히드러났는 데도 말이다.그럼에도 그 고리를 남겨두겠다는 것은 당국이 진정으로 회계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소수의 기업주와 경영진이 짜고 다수의 투자자들을 속여 재산을 착취하는 행위를 당국은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자본의 부도덕성을 방치하는 한 자본주의는 꽃피울 수 없다.당국의 박약한 개혁의지와 무딘 정책대응이 지속되는 한 뿌리 깊은 분식회계 관행은 계속될 것이다. 염 주 영yeomjs@
  • 은행 돈 넘쳐 ‘고민’환매사태뒤 단기자금 20조 몰려 예금·대출등 경영 변화의 새바람

    시중금리가 바닥으로 떨어지고,단기자금이 넘쳐나면서 은행 경영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은행들의 경영여건은 좋지 않다.경기침체로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얼어붙으면서 돈이 금고에 쌓여 있어도 이를 굴릴 데가 별로 없다.이런 상황에서 단기예금을 중심으로 돈이 엄청 밀려들고 있다.특히 지난 11일 이후 SK 파문에 따른 투신사 펀드의 환매사태 등으로 무려 20조여원의 돈이 더 들어온 상태다.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로 수익을 내는 은행들 입장에서는 신규 예금을 거절해야 할 판이다. 은행들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온갖 꾀를 짜내고 있다.그 결과 은행별로 수신고의 증가와 감소가 엇갈리고,예금·대출 관행에도 독특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장기적으로 은행권 판도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안정적인 자금원 확보하라.” 최근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우리은행 이덕훈(李德勳) 행장은 적금 가입자를 늘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돈 끌어올 곳보다 빌려줄 곳을 찾기가 더 힘든 요즘 사정에 비춰보면 의아스럽지만 이유는 간단하다.단기부동자금보다는 적금과 같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원을 확보하라는 것이다.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여신,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역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일은행도 3개월짜리 거치식 예금 금리는 0.1%포인트 내린 반면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오히려 0.1%포인트 올렸다.시중자금이 단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인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은행측은 설명했다. ●은행별 수신고 들쭉날쭉 은행들의 전반적인 ‘예금사절’ 분위기 속에서도 외환은행이나 기업은행은 수신이 늘었다.외환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44조 1316억원에서 이달에는 21일 현재 46조 541억원으로 2조원 가량이 증가했다.반면 하나은행은 지난 2월 말 66조 5519억원으로,지난해 12월 말 67조 9283억원보다 다소 줄었다.기업은행 관계자는 “종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은행들을 중심으로 수신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금리가 낮은데다 금리예측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정기적금 대신 상호부금에 돈을 넣는사람도 크게 늘었다.조흥은행의 경우,월 불입액을 정하지 않고 돈이 생기는 대로 넣는 상호부금 수신고가 지난 2월 말 4383억원으로 1년 전(2614억원)보다 70% 정도 증가했다. ●이참에 외형 키운다 은행들이 일반 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있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출을 더 활발하게 하고 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대기업 대출은 1조원 줄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2조 5000억원 늘었다.강력한 심사기법을 통해 회수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곳에는 가급적 대출을 해준다는 방침이다.한은 관계자는 “향후 은행 경쟁력의 기초가 되는 자산 규모를 늘리기에는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밀착취재형 대출심사 “고급승용차 타고 은행 방문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출해주고,허름한 옷차림이라고 해서 대출을 거부하면 안된다.이들의 생활을 1주일간 면밀히 관찰한 뒤 대출하라.” 외환은행의 대출 지침 중 하나다.한 관계자는 “대출신청자의 동료에게까지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을 묻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하나은행의 소호(자영업자)영업팀 직원들은 주 4일 근무하고 있다.그외 시간은 고객과 밀착해서 영업을 하라는 뜻이다. 김태균 김유영기자 windsea@
  • [편집자문위원 칼럼]독자 부르는 ‘움직이는 신문’

    몇해 전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광고카피가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 적이 있다.전통적으로 사랑은 은밀하고 조용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길들여져 온 터여서 선뜻 공감이 가지는 않았지만,그 은밀하던 사랑도 때론 폭포수나 우레보다 힘찬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지난 한 주일 동안 대한매일의 변신 노력을 지켜보면서 ‘신문이 움직인다.’는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되었다.원래 활자매체의 속성이 일어난 사건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과거형에 가깝다면,전파매체는 동시성이 있다는 점에서 현재형으로 분류된다.이는 신문이 즉시성,현장성에 길들여진 요즈음 젊은 세대들로부터 점차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따라서 ‘움직이는 신문’은 떠나는 독자를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한다. 대한매일은 지난 3월1일부터 ‘한눈에 오늘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대대적인 지면개편을 단행했다.사회면을 전진배치하고 문화·스포츠 기사를 후면에 배치했으며,크게 ‘종합’,‘사람과 사회’,‘경제와 e세상’,‘라이프 & 스포츠’ 등 4개의 묶음으로 나누어 유사한 기사들을 한데 모았다.우선 1면 제호를 우측으로 밀고 제호 밑에 공간을 확보하여 매일 세가지씩의 이슈를 강한 붉은색의 이미지와 컷을 사용,전면에 소개함으로써 그 날의 핫이슈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무엇보다도 두드러진 것은 인터뷰를 대폭 늘려,움직이는 신문의 견인차 역할을 맡게 했다는 것이다.‘기획’ 타이틀 아래 관심의 초점이 되는 인물들을 철저히 해부한 메인 인터뷰는 그 내용이나 형식,사진까지도 아주 파격적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이번 개각에서 화제를 일으킨 김두관 행자부장관은 설렁탕집에서 인터뷰를 했고,강금실 법무장관의 경우는 이틀에 걸쳐 밀착 취재를 했다.또한 제각각의 타이틀을 내건 인터뷰도 많아졌다.‘사람과 사회’ 묶음의 ‘이사람’난에는 ‘폴리시메이커’라 하여 정책 결정라인에 있는 고위공직자를 인터뷰했고,또 ‘요즘 어떻게…’ 에는 박세환 동춘서커스단장,권성덕 원로배우 등의 요즘 사는 모습을 전했다.‘피플 인 포커스’에는 조계종 총무원의 첫 비구니 부장이 된 탁연 스님 등 새로운 일을 맡은 이색 인물을 소개했다.그리고 ‘라이프 & 스포츠’ 묶음에는 ‘이사람의 건강보감’이라 하여 유명인들의 건강유지법을 인터뷰와 밀착취재를 통해 자세히 소개했다. 이밖에도 대대적인 고위공무원 인사를 앞두고 정부 각 부처의 후속인사 후보군 등을 도표로 정리한 것은 기사의 신뢰도를 높임은 물론 자료적 가치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대구 지하철 사고를 계기로 사회 각 시설의 문제점을 짚어본 ‘다음은 어느 곳’도 시의적절한 문제제기로 볼 수 있다. 옥에 티라면 전체 면에 부여하고 있는 면제목 가운데 기사내용과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예를 들면 ‘퍼블릭’에는 ‘관가 돋보기’ ‘뉴스 인사이드’ ‘정책진단’ ‘신엘리트관료’ ‘외교관통신’ 등 정책내용이나 심층분석,관가의 뒷이야기 등 주로 공직사회에 대한 내용들이 다뤄지고 있는데 ‘퍼블릭’이란 이름은 잘 와닿지 않는다. 어쨌든 내일은 누가 나오나,무슨 기사가 나오나기다려지는 것만으로도 일단 ‘움직이는 신문’으로서의 첫출발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라 윤 도
  • 클로즈업/SBS ‘그것이 알고싶다’ 위기의 조총련계 민족학교 밀착취재

    재일교포들의 민족교육을 담당해온 조총련계 민족학교들이 흔들리고 있다.북한이 핵사찰 문제 등을 비롯,위기 국면을 초래할 때마다 자연히 ‘북조선의 재외교민 학교’로 인식되어온 이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과거 김일성 정권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은 것을 비롯하여 북한 편향적인 교육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오후 10시50분)는 위기를 맞아 변화하고 있는 일본내 조총련계 민족학교들의 실상을 짚어본다.교실 안에 걸렸던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를 내리고,민족교육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던 치마저고리마저 도마에 올랐다.북한 편향적 교육 내용은 이미 80년대 말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제작진은 일본 오사카에 있는 나카오사카 조선초중급학교를 밀착 취재해 실상을 알아봤다.제작 관계자는 “존폐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일본 민족학교의 문제뿐만 아니라,민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일용직 등치는 불법소개소,건설근로자 일당 6만원중 1만원이 소개료

    불법 직업소개소가 건설 일용 근로자들을 울리고 있다.대형 건설현장 근처에 무허가 직업소개소가 판을 쳐 구직자들로부터 소개요금을 과다하게 챙기는가하면 회원 형태로 운영하면서 근로자의 임금을 착취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상반기 직업소개소 4618곳을 대상으로 직업안정법 준수 여부를 점검한 결과 전체의 16.8%인 776곳이 관련 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5일 밝혔다.또 무허가 직업소개소 159곳을 적발,88곳을 폐쇄하고 71곳을 형사고발했다고 덧붙였다. ●무허가 88곳 폐쇄·71곳 형사고발 대형 건설현장 주변에 이동식 무허가 직업소개소를 차려두고 건설 근로자들을 소개하고 있다.또 무허가 직업소개소를 개설,구직자에게 회원으로 등록시켜 일자리를 소개해 준다는 명목으로 회비를 요구하는 행위도 많다.노동부는 무허가 업체 159곳을 적발했다. 충남 홍성군 A용역사는 무허가로 직업소개소를 운영,일용근로자들을 모아 건설현장 등에 일을 내보내고 소개비로 하루에 1만원씩을 받아오다 적발됐다.이 회사는 근로자들의 일당 6만원 중에서소개료로 16.6%인 1만원의 과다한 소개료를 근로자들로부터 착취해 왔다. ●소개료 40%이상 구직자 부담 등록된 업체라도 임금의 10% 이하인 법정 소개요금을 초과해 징수하는 업체도 있다.또 서면계약을 하지 않고 구직자로부터 소개요금을 징수하거나 서면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도 소개요금의 40% 이상을 구직자에게 부담시키는 경우도 있다.현행법상 직업소개요금은 구인자로부터 받는 것이 원칙이며,구직자로부터 받을 경우에는 서면으로 계약한 후 소개요금의 40% 미만을 받아야 한다. 강원 삼척시 B용역은 일용건설근로자들을 소개해 주고 임금 6만원 중 25%인 1만 5000원을 소개비로 챙기다 적발됐다.대학생 김모(25)씨는 “겨울 방학 동안 건설현장에서 일했지만 하루 임금 6만원 중 4만 5000원밖에 받지 못했다.”면서 “직업소개소가 과다한 소개료를 챙기는 것은 일종의 임금착취 행위”라고 말했다. ●일용 근로자를 회원형태로 관리 직업소개업자가 구인업체로부터 구직자의 임금을 일괄 수령,소개비 명목 등으로 일부 임금을 공제한 뒤 구직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이들은 일용 근로자들을 회원 형태로 관리,근로자들을 사실상 지배하에 두고 건설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노동부,11일부터 일제점검 노동부는 오는 11일부터 이달말까지 불법적인 직업소개 행위를 특별단속하기로 했다.특히 새벽인력시장·건설현장 등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자자체 및 경찰과 합동으로 적극적인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김용수기자 dragon@
  • 강금실 법무장관 밀착취재 이틀 “장관 독주없다… 오해·불안감 곧 사라질 것”

    부장검사 기수의 40대 여성 장관으로서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강금실(康錦實) 법무부장관의 업무 방침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3일 아침 일찍 과천 정부청사 장관실로 출근한 그는 취임 6일째를 맞아 법무,검찰의 개혁안을 구상하면서 회의를 주재하고 업무보고를 받느라 생의 가장 바쁜 하루를 보냈다.강 장관을 지난 2일 오후부터 3일까지 밀착취재했다. 강 장관은 3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이춘성 공보관의 보고를 받은 뒤 차관 인사에 대해 언급했다.정상명 기획관리실장이 내정됐지만 파격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요지였다.윗기수의 사표도 독려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강 장관은 젊은 여성 장관이 부임함에 따른 내부의 동요를 걱정하고 있는 듯했다.용퇴니 뭐니 하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강 장관은 신문 가판 구독을 중단시켰다.언론 대응방안도 새로운 각도에서 연구하라고 이 공보관에게 지시했다. 여성 법무장관이 아직 익숙지 않은 듯 이날 강 장관과 법무부 간부들이 통화할 때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했다.장관의 휴대전화를 바로 받지 못한 장윤석 검찰국장은 전화에 찍힌 (장관)번호로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다 “누구십니까.”라고 물었다가 “저,장관입니다.”라고 말해 몹시 당황했다고 한다.이 공보관도 한 여기자와 통화한 뒤 바로 이어 강 장관의 전화를 받고 또 뭐가 궁금해서 전화했느냐고 반말조로 얘기를 했다가 상대방이 “강금실인데요.”라고 대답해 ‘혼비백산’했다. 앞서 일요일인 지난 2일 오후 서울 삼성동 빌라 자택에서 강 장관을 만났다.거실에서 마주 앉은 기자에게 강 장관은 보통의 어머니요,아줌마처럼 보였다.화장기 없는 얼굴에 편안한 옷차림이 인상적인 강 장관의 모습은 행정에서도 격식을 따지지 않을 것처럼 섣부른 생각마저 들게 했다.그러나 소박한 외모와는 다르게 강단이 있어 보였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총장이나 차관,청와대 인사의 전화가 계속 걸려와 말을 잇기가 곤란했다.강 장관의 대답은 파격적인 인사만큼 파격적일 것으로 여겼던 예상을 빗나간 것이었다.강 장관은 “검찰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은 장관의 고유 권한으로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일부에서 제기된 장관의 수사 지휘권 폐지와 인사권 이양 주장을 단호하게 일축한 것이다.강 장관은 “개혁은 법에 있는 원칙대로 진행될 것이며 또 다른 정치권력을 휘두를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장관 독주의 개혁 드라이브가 검찰 조직을 흔들 것이라는 오해와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강 장관은 “장관이 검찰의 소신있는 수사를 보장하는 만큼 의심과 불안감을 버리고 본인을 이해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강 장관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신임 차관이 내정되지 않았나. 청와대로부터 차관 내정자를 통보받았다.‘개혁장관 안정차관’의 구도다.당초 대통령께 차관 인사는 순환보직 차원에서 검사장 인사와 같이 해야 한다는 의견을 건의했다.청와대가 종전과 달리 차관 인사를 직접 했다.개혁과 안정이라는 인사 구도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검사가 임명됐다. -검찰 인사방향은 기수파괴형인가. 검사장급 인사에 관심이 너무 쏠려 있다.그래서 인사 시기를 먼저 알리고,인사 방향과 원칙에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현재로선 자세한 언급은 할 수 없다.검사장급 인사는 10일 전후 이뤄진다.장관이 직접하는 인사다.검토할 사항이 많아 10일 이전은 힘들다.검사장 인사에 고심을 많이 하고 있고 여러 의견에 귀기울이고 있다. -법무·검찰 이원화와 관련해 총장의 인사권 행사 주장도 제기됐는데. 현행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의 대원칙을 바꿀 수 없다.법무부는 법무·행정을 위한 기관으로,검찰은 독립적인 수사기관으로 이원화하자는 것이다.장관의 인사권 행사는 검찰의 지휘감독 기관으로 당연하다.다만 인사평가제와 자문 역할에 머물고 있는 인사위원회에 심의 기능을 부여,장관의 인사권을 견제하도록 할 방침이다.이것으로도 장관의 인사를 충분히 감시할 수 있다.그러나 인사위원회의 의결기구화는 법에 맞지 않다고 본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갖고 있는 지휘권은 유효하다.총장에 대한 소극적 견제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장관이 지휘감독자의 역할을 당연히 해야 한다.단 지휘감독권은 행사하되 검찰수사에 대해 정치적으로 축소를 지시하거나 왜곡하는 등의 권력 남용은 없애겠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으로 검찰 내부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새로 임명되는 차관이 검찰 내부의 의사소통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검찰의 건의사항 등 각종 내부 의견을 차관이 맡아 전달한다.충분히 귀를 기울이겠다. -개혁의 방향과 원칙은 무엇인가. 법무부 문민화는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큰 프로세스이다.개혁도 법에 있는 원칙대로 하자는 것이다.장관이 기존의 다른 방향과 방식으로 가게 되면 검찰이 소신껏 수사를 할 수가 없다.장관이 또 다른 정치권력을 휘두르겠다는 것이 아니다.오해와 의심,불안감이 있겠지만 곧 사라질 것이며 이해하게 될 것이다. -외부인사 영입은 어떻게 추진되나. 현재의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해 당장은 힘들다.정책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국가 고용변호사 등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외부인사를 개혁 마인드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영입하는 것은 곤란하다.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판사로 13년을 보낸 강 장관은 개인변호사로 활동하다 후배 변호사들의 ‘러브콜’을 받아들여 법무법인 지평 대표를 맡았다고 한다.지평 양영태 변호사는 “강 대표는 젊은 후배들과 함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며 쾌히 승락했다.”고 말했다.2000년 4월 설립된 지평은 고속 성장중이다.변호사는 32명으로 늘었고 진행중인 소송사건도 400여건에 이른다.강 장관도 최근까지 5400억원짜리 소송을 비롯해 10여건을 맡아 왔다.강 장관은 지평에서 토론과 합의를 통해 주요사안을 결정했다.토론 후에는 대표를 포함한 변호사 18명이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지평 관계자는 “강 대표는 소탈하고 당당했다.”면서 “격식이나 권위적인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글이면 글,노래면 노래,말이면 말,못하는 게 없다고 한다.노래실력은 판사 시절부터 유명했다.가곡과 클래식도 멋들어지게 부른다.특히 ‘비목’을 잘 부른다고 한다.법원에서 행사가 열리면 대표로 노래 솜씨를 뽐내곤했다.한국춤에도 ‘일가견’이 있어 요청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춤사위를 펼쳐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고 지인들은 말한다.주량도 상당하다.맥주·소주는 물론 한때는 폭탄주도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선·후배들과 어울려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강 장관은 즉석 연설을 즐길 만큼 달변이다.취임식에서 준비된 원고없이 10여분간 거침없이 연설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목소리는 작지만 내용은 논리정연하다.지평 양 변호사는 “겸손하지만 당당하기에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몇년전 출판사를 운영하던 남편과 헤어져 독신이다.지금 살고 있는 삼성동의 G빌라는 언니 집이다.언니 식구들과 함께 산다.이혼한 이유는 남편의 출판사가 부도가 났기 때문이라고 한다.한때 남편이 진 빚을 대신 갚아주기도 했다.그러나 아직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강 장관은 책도 열심히 읽는다.요즘은 ‘대한민국사’와 ‘야생초편지’를 손에 쥐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대형사고로 본 우리사회/ 고도성장 ‘채찍’… 안전장치 ‘파열’

    대구지하철 참사는 방화범이 저지른 것이지만 그 대처과정에서 보여준 미숙함은 과거 숱하게 빚어진 우리 사회의 대형사고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안전무시의 성장위주 사회가 또한번 총체적 안전 불감증을 드러낸 것이다.서울대 사회학과 장경섭 교수가 한국을 ‘복합위험사회’로 규정하고 그 해결책과 함께 안전 확보에 따른 딜레마를 진단해봤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는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확률적 가능성이 현실화된 사건이다.방화범 문제는 접어두더라도,객차의 의자·바닥·천장을 온통 가연재로 설치한 일,화재가 났을때 승객 대피를 오히려 차단하는 지하철 역사,화재 경보를 무시한 상황통제실,화재 이후 기관사와 상황통제실이 함께 보여준 무대책 등이 겹쳐 일어났다.화재 경고를 무시한 또다른 열차의 진입과 실질적 승객 감금 행위,상황통제실의 계속된 무대책과 기관사 도주 유도 등도 가세했다.이 가운데 한가지만 막았어도 200여명이 극도로 비참하게 목숨을 잃는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런 비(非)상식적인 일들이한꺼번에 터진 것을 그저 대구 시민들만의 불운으로 돌릴 수는 없다.한국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비상식의 확률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는 대구지하철 화재뿐 아니라 그동안 끊임없이 발생한 대·소형 안전사고들에 의해 입증되었다.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대구·서울지하철 공사장의 폭발사고 등 초대형 구조물 사고가 잇따랐으며 교통사고율,산업재해율 등 일상적 안전사고 발생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가 있다.일전에 인천 씨랜드 화재참사로 어린 자녀를 잃은 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어 메달을 반납하고 외국으로 이주하기까지 했다. 이런 갖가지 위험요소로 시민의 안전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위협받게 되자,서구의 ‘위험사회’(risk society) 논의가 한국 지식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서구에서도 두 세기를 넘는 지속적 산업화와 경제성장으로 얻은 물질적 풍요의 이면엔 사고와 재난의 일상화라는 반갑지 않은 현상이 나타났다.서구인들은 원자력 관련 사고에서 유전자조작 식품까지 발전의 결과로 치러야 할 엄청난 비용에 직면해 있다.사고와 재난들이 더이상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일정한 확률로 발생하는 ‘일상성’의 한 부분이라는 지적이 위험사회론이다. 초고속산업화를 통해 단기간에 선진국 대열에 발을 들인 한국은 위험사회 증후군 역시 앞당겨 경험하고 있다.그런 한편 초보적 안전관리의 미비로 후진국형 재해들도 계속된다.장마때면 하천관리가 소홀한 도시들이 수중에 잠기고,난개발로 인한 산사태로 마을들이 흙더미에 묻히는 일이 반복된다.건설만 하고 관리는 하지않는 수많은 죽음의 도로들에서 만취 기사가 과속 운행한 대형버스들이 전복,수십명의 사상자를 내는 일이 이어진다. 일상화된 비리와 탈법 속에서 부실시공된 건축·구조물이 붕괴되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날림 사회형’ 재해가 널려있다.무엇이든 단기간에 최대한 건설·생산하고 소비하려다 보니 갖가지가 압축적으로 경험되는 ‘폭증 사회형’ 재해도 잇따른다.이런 재해들은 한국의 독특한 발전경험과 결부된 ‘한국형’ 재해다.한국은 선진국형,후진국형,나아가 한국 특유형의 갖가지 위험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위험사회’가 돼가고 있다.이 가운데 한국형 재해들이 특히 문제이다. 증사회형 위험은 한국의 근대화가 ‘외연적 경제성장’ 아래 짧은 기간 엄청난 경제·사회적 변화를 거치면서 이뤄진 때문이다.생산과정의 효율성·안전성을 개선하기 보다 노동력과 자연자원을 착취하는데 급급하다보니 재난과 오염이 급증한다.외연적 성장전략이 주효해 생산·건설·소비·교환활동이 세계에서 유례없이 급증했다.경제 활동량에 대한 안전사고의 발생확률이 일정하다면 경제활동이 늘어난 만큼 안전사고도 늘 수 밖에 없다.그런데도 안전문제 대처는 뒤로 미루고 경제성장에 따른 이윤·소득·세수 증가만 누리겠다는 일종의 ‘선(先)성장,후(後)안전’의 태도가 만연해 있다. 제·사회활동의 폭증에 따라 위험이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막으려면 활동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물리적 시설과 장치의 확충뿐 아니라 조직·문화적 관리역량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그러나 이 관리역량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일종의 ‘문화지체’(cultural lag)다.이는 생산라인처럼 가동시간을 늘리거나 속도를 높여서 일시에 보강될 수 있는게 아니다.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상당기간의 학습·훈련·적응이 필요하다.조직·문화적 역량이 갖춰진 상황에서도 활동이 증가하면 안전사고도 따라 늘 수밖에 없는데,역량도 갖춰지지 못한 한국사회에서는 안전사고의 더욱 심각한 폭증이 우려될 수 밖에 없다.위험폭증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급격한 산업구조 및 생활양식의 변화 자체가 위험과 재난의 폭증을 추가로 야기한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형성된 독특한 ‘속도 효율(speed efficiency)’ 문화의 이면에는 일종의 날림사회형 위험이 급증하게 됐다.일정 수준의 국가경제 성장과 국민소득 향상,특정한 국가시설의 건설을 최단시일내에 이룩하는 것이 집권정부 업적의 증표가 되면서 속도 효율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나타났다.기업 차원에서는 폭발적 경제성장과 산업구조변화에 대응해 가급적 개별 사업들을 최단시일내에 마무리짓고 서둘러 다음 사업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기업 성장전략이 만연했다.무모한 납기 및 공사기간 단축을 최선의 경영성과로 여기는 속도 효율의 문화였다. 정부와 기업의 속도 효율에 대한 집착이 안전문제에 대한 담합적 부실을 야기했다.국가적 수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생산업체들이 산업안전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풀(full)가동되는 것을 정부는 규제는 커녕 은근히 독려했던 것이 사실이다.심지어 대형교량 등 기간시설을 앞당겨 완공하기 위해 기업들을 재촉하는 것이 정부의 관행이었다.기업들도 이를 싫지 않게 받아들였다.설사 심각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인등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언제나 ‘산업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령 만능주의 풍토 속에서 주로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법령과 규정들은 제대로 지켜지기만 한다면 산업 및 생활 현장에서의 안전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대목도 많다.하지만 현실적으로 무시되거나 느슨하게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령과 규정들이 엄격하게 준수될 때 이또한 여러가지 예기치 못한 문제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업조직과 사회체계의 맹점을파악한 버스 운전사,지하철 노동자,통신회사 노동자 등은 준법투쟁이라는 상징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투쟁전략을 통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려 했다.그런데 준법투쟁을 통한 노동자들의 목표가 작업 안전성의 제고보다는 임금인상 등 다른 권익의 확보에 더 치중한다는 데 사회적 딜레마가 있다.결국 노사는 탈법 운행에 담합한 셈이다. ◆해결책 없나 한국인들은 선진국형,후진국형,한국특유형 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적인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따라서 안전사고의 예방과 대처가 어느 사회에서보다 중요하다.국가의 안전보장 및 관리업무가 국정의 최우선 사안의 하나이며,시민들과 기업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함과 동시에 자체적인 안전제고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생산노동자,농민,여성,아동,노인 등 자기보호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안전사고의 피해도 집중적으로 입게 되는 이중적 불평등의 문제도 국가적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이들은 그동안의 보수적인 정치·경제질서 속에서 자신들의 권익을 보상받기는 커녕 최근 발생한 각종 안전사고의 집중적 희생자가 되는 또다른 고난에 직면했다. 안전문제는 사회정의적 차원에서도 국가의 핵심적 공공사업의 영역인 것이다. 오염되지 않은 물과 공기를 마시고,안전하게 출퇴근·등하교를 하고 공공시설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국민복지적 차원에서 보장되어야 한다.보편적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국가관료,기업인,전문가,시민 개개인의 도덕적 각성과 문제의식 확립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발전이념을 재정립하는 것이 요구된다. 각종 사회적 위험 요인은 급속한 외형성장 등 물질적 팽창에 치중한 나머지 안전관리 소홀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안전복지 차원에서 경제발전의 공과를 재평가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노력을 재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최근 환경운동에서 제기한 ‘녹색 국민소득’(green GNP),‘녹색 급부’(green payments) 개념처럼 안전국민소득,안전급부 개념의 도입을 정책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경제활동에 수반되는 심리적·육체적 안전의 위협을 감안,국민소득의 변화를 재산정하는 것이 안전국민소득이다.사회의 여러부문과 집단이 수행하는 안전제고 역할을 파악,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안전급부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
  • [마당] 돈에 대한 생각

    조카가 시집을 가서 아기를 낳는 바람에 얼떨결에 할머니가 되어 버렸다.아무튼 할머니가 된다는 것은 애초부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 아기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이 비길 데 없이 커서 이제 와서 얘기지만 고 녀석이 할머니라고 부르는 소리가 예쁘기만 하다.그 아이가 사물을 인지해 나가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가고 말을 배우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그 떨리는 과정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때로는 겁이 나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하다. 지난 설에 집에 온 녀석이 세배를 한답시고 이마는 바닥에 대고 엉덩이는 치켜든 꼴로 절을 하는 것이다.웃음을 참으며 앞에 앉혀 놓고 덕담을 하고는 만원 지폐를 내밀었더니 얼른 손을 내밀어 받는 것이다.그 순간 내 머리 속에는 여러 형태의 돈의 이미지가 떠올랐다.이상하게도 뇌물 부정 착취 더러움 낭비 사치 등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오르고 돈에 눈이 벌겋게 된 탐욕스러운 사람들의 군상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았던 벽면을 꽉 채운 그림과 오버랩되면서 급기야 숨이 콱 막혔다. 밤에 자려고 누우니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왜 그랬을까? 그 아이에게는 돈이 그저 푸르스름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종이일 뿐이고 쓸 데도 없고 가치도 모르는데….그러고 보니 그 아이에게 주어진 돈이야 말로 가장 깨끗한 돈이 아닌가.그 작고 깨끗한 손이 자라 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어찌 헤쳐 나갈까 두려웠을까? 그래서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무서웠던 누구의 그림인지도 모르는 그 아비규환의 장면이 무의식 속에서 튀어나온 것일까? 나는 깨끗한 돈,가치있는 돈,돈이 주는 자유와 부자유 등등의 개념을 생각하며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잊고 있었는데 지난 주말 녀석을 보니 생각이 나서 물었다.할머니가 설날 준 세뱃돈 어쨌는데? 녀석은 나를 빤히 보더니 제 엄마 주머니를 끄집어 당기며 내놓으라는 몸짓을 한다.엄마가 천원짜리를 주니 휙 던지고 다시 떼를 쓰다가 동전을 주니 그것도 던져 버린다.하여 그 아이는 만원도 천원도 동전도 ‘돈’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어른들이 함부로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주머니에 챙겨 넣으니 뭔가 가치 있는 물건이라는 감을 잡았을 테고.어떤 아이는 돈이 없다는 엄마에게 은행에 가서 가져오면 되는 것 아니냐며 엄마를 바보 취급하기도 하고,누구누구 아빠는 돈이 많아 뭐든 다 해주는데 아빠는 뭐냐며 서럽게 울기도 할 것이다. 어른들이 잘 가르쳐야 한다.최초로 돈을 알게 되고 쓰게 되고 벌게 되는 인생의 순간순간에,놓치지 말고,신중하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알려 주어야 한다.깨끗한 사회,믿을 수 있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그 아이 하나하나가 행복하게 살도록,돈에 휘둘리지 않고 돈을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벌고 쓸 수 있도록 책임지고 가르쳐야 한다.그래서 나는 벼르고 있다.녀석이 말을 알아들을 때부터 행복한 구두장이 이야기도 해주고,우리 돈 2만원이 아프리카 5명 한 가족의 한달 식량이며, 단돈 만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를 살릴 수 있고,중국에는 돈을 구하기 위해 피를 파는 사람들이 있으며,반대로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호화 별장을 순례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돈을얼마나 가졌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지만 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행복과 기쁨이 달라진다는 것을.돈이 너를 지배하기 전에 네가 선수를 쳐서 돈을 지배해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김 혜 경
  • 성착취 청소년 법률지원단 발족

    변호사와 법대교수 등 법률전문가 54명이 성매매를 강요받는 청소년을 구조하기 위해 나섰다.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이승희)는 20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성착취 피해청소년 법률지원단’ 발대식을 갖고 성매매업소에서 성적 서비스를 강요당하는 청소년을 구조하기 위한 법률지원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법률지원단에는 전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강기원(姜基遠)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사 48명과 안경환(安京煥) 서울대 교수 등 법률학자 6명이 참여했다.이들은 청소년보호위원회와 함께 법률상담,신변보호,형사고발 등 폭넓은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발기인으로 참여한 전 청소년보호위원장 강지원(姜智遠) 변호사는 “법률지원단은 청소년을 불법고용해 성매매를 강요하는 업주에 대해 소송을 제기,1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상담전화(02)598-1318.
  • 이슈 따라잡기/외국인 고용허가제 찬반논쟁 팽팽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이슈다.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산업연수생 신분 대신 노동자로 인정,노동3권을 인정해주는 것이 골자다.대통령직 인수위가 올 하반기 시행을 검토하고 있고 노동부도 내년 시행을 목표로 준비중에 있다.그러나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즉각 시행을 주장하고 있으나 재계는 12일 도입반대 입장을 밝혔다.16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외국인 이주노동자 강제추방반대·연수제도철폐 및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재계를 비난했다.이처럼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를 둘러싸고 노사정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허가제란 40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산업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으나 이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률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따라서 이들은 폭행과 인권유린,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다.특히 대부분 불법체류자로 전락,범죄자 신세가 됐다.또 송출업무를 둘러싼 각종 비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생제와 달리 외국인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중기청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한국어 구사능력 등 일정한 자격기준을 만들어 이를 통과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력 풀을 만든 뒤 그 명단을 고용안정센터에 비치하면 각 기업이 고용하게 된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외국인 근로자는 국내 근로자와 동일하게 퇴직금·상여금이 지급되며,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이 보장된다.즉 연수생 신분에서 노동자 신분으로 승격되는 셈이다. ●노동부·인수위 입장 노동허가제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노동부는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노동부는 법무부·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오는 6월까지 고용허가제를 골자로 한 외국인력 관리법안을 만든 뒤 내년부터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인수위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고 보고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외국인 불법체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고용허가제를 당초 계획보다앞당겨 시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도입 반대 재계는 인건비 상승 등을 들어 도입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제5단체는 12일 ‘고용허가제 반대성명서와 공동건의문’을 통해 “외국 근로자들은 국내 근로자들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데도 임금을 똑같이 지급할 경우 생산성 저하로 국제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노동3권이 보장되면 노조설립과 집단행동 등으로 안정적인 기업활동이 어려워지며 가족동반이 가속화돼 사회복지비용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영수 기협중앙회 회장은 “신중한 검토없이 섣불리 도입하면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라면서 “현행 산업연수생제의 실효성있는 보완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즉각 시행” 노동계는 인권유린,노동자 착취,불법체류,임금체불,송출비리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고용허가제뿐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외국인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현대판노예제’인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의 즉각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대위는 13일 중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산업연수제는 이름만 기술연수생으로 붙여놓고 실제로는 작업장에서 일만 시키는 기만적인 제도”라고 주장했다. 공대위 박성희 간사는 “중기협은 연수생 도입과정에서 숱한 송출비리를 양산했고 또한 그 과정에서 매년 평균 100억원대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산업연수생제도를 즉각 철폐하고 합법적 외국인력도입제도인 고용허가제를 즉각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 성매매 청소년 42%가 재학생“인터넷 통해 만나” 59%

    원조교제나 매춘 등을 경험한 청소년의 절반 정도는 재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이승희)가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 ‘청소년,왜 성적 착취의 대상이 되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김애령 교수는 1,2차 신상공개와 관련된 성매수 대상 청소년 414명의 경찰·검찰진술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성매매 당시 가출하지 않은 청소년이 46.4%나 됐으며 58.0%는 학업을 중단한 반면,41.8%는 학업을 계속했다. 김 교수는 “인터뷰에 응한 한 17세 소녀는 학교 일과시간중 사복으로 갈아 입고 성매매를 하고 다시 학교로 들어왔던 경험도 있었다.”고 밝혔다. 성매매를 하게 된 계기는 ‘용돈·유흥비 마련’이 51.5%,‘생계비 마련’이 27.4%로 나타나 경제적 이유가 가장 많았다. 성매매를 하게 된 경로는 개인형은 ‘인터넷’이 58.7%,‘전화방’이 13.2%로,업소형은 ‘티켓다방’이 38.0%,‘단란주점’이 30.0%,‘보도방’이 14.0%로 조사됐다. 성 매수자는 20대가 30.1%,30대가 42.2%로 비교적 젊은 층이 많았다.같은 성매수자와의 성매매가 한 차례에 그치는 사례가 55.0%였지만 2∼5차례에 이르는 경우도 30.9%나 됐다. 박지연기자
  • [향락산업 퇴폐로 달리는 사회] 5.향락 환각의 탈피를 위하여

    “어딘가 포주와 폭력배가 서 있을 것 같아 붉은 불빛만 봐도 소름이 끼칩니다.” 지난 10여년간 성매매업소에서 일했던 박혜숙(29·가명)씨는 “매일밤 조직폭력배와 연결돼 있는 ‘삼촌’(포주)에게 쫓기는 꿈을 꾼다.”며 몸서리쳤다. 2001년 여름 전남 흑산도의 한 업소에서 일하던 그녀는 매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한달간 광주 서부경찰서 여자기동대와 연락을 취하면서 ‘작전일’만 손꼽아 기다렸다.박씨는 경찰에 “내일 당장 팔려나가게 생겼으니 구해달라.”고 요청했다.경찰은 새벽 첫 배를 타고 도착해 그녀를 탈출시켰다. 그러나 탈출은 성공하지 못했다.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왔더니 업주가 조직폭력배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던 것.박씨는 경찰서 바로 앞에서 2000만원짜리 ‘강제 차용증’을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박씨의 어머니는 보증인으로 도장을 찍었다.경찰은 “차용관계는 민사상의 문제”라며 도움을 주지 않았다.빚 독촉에 시달리던 박씨는 결국 흑산도에서 나온 지 채 보름도 못 돼 다시 포항 바닷가 어느 업소에서 일하게 됐다.그러다 ‘매매춘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와 연락이 닿아 탈출,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다. 박씨는 매춘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가 “믿을 사람이 없어서”라고 답했다.특히 선불금에 대해 경찰이 “당신이 쓴 돈이니 알아서 갚아라.”고 말하기 때문에 윤락여성들이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는 것.1분 지각하면 벌금으로 10만원씩 내고 하루 결근하면 50만원을 내야 하는 ‘착취’ 구조에서 빚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일을 할수록 빚은 늘기만 했다.박씨는 ‘차라리 몸으로 때우자.’며 자포자기하고 있는 매춘 여성들이 많다고 했다.그녀는 아직도 “결혼하면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는 업주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초조한 마음에 손톱만 깨물어 손톱이 자라지 않는다. 서울의 한 ‘쉼터’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박씨는 현재 모 산업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다.대학 사회복지과에 들어가 공부를 마치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돕는 것이 그녀의 소중한 꿈이다. 박지연 황장석기자 anne02@kdaily.com ◆'공창제' 도입 찬반 논란향락산업이 망국병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특정지역내 매매춘을 합법화하는 ‘공창제’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찬성론자는 현행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실효성이 없다며 특정지역에 한해 매매춘을 합법화하고 매매춘 종사여성을 국가가 직업인으로 인정,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속과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가 매매춘에 개입하면 매매춘 여성의 인권침해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특히 윤락여성 지원센터인 ‘새움터’가 지난해 성매매 종사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6.7%가 포주의 착취 등 인권유린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공창제에 반대했다. 강남대 지광준(池光準·58·법학과) 교수는 “이미 주택가 주변에도 사창가가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공창제를 반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 “수요자가 존재하는데 성매매를 무조건 막으면 성범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曺永淑·43) 정책실장은 “공창제 도입론은 물질 만능주의와 가부장제에 바탕한 지배심리를 합법적으로 보장받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구혜영기자 koohy@kdaily.com ◆대안을 찾아 “향락산업은 일종의 ‘풍선’이다.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팽창하기 마련이다.” 향락산업이 여성인권을 유린하고 건강한 근로정신을 퇴락시킨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하지만 법률적·도덕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향락산업은 확산일로를 치닫고 있다.향락의 생산과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적 요인들이 뿌리깊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룸살롱·단란주점 등 대표적 향락업소의 부가가치율은 60% 이상으로 추정된다.제조업이나 일반 서비스업에 비해 2∼4배가량 높다.값비싼 생산재나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금회전도 빠르기 때문이다. 향락산업의 일반적 특성과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한 총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미래는 어둡다. ●법률적·제도적 대책 향락산업을 규제하는 전통적 수단은 법률적 금지와 도덕적 단죄다.관련법령만도 ‘윤락행위방지법’‘식품위생법’ 등 10여개에 이른다.하지만 단속의 일관성이 없고 처벌의 강도도 약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현재의 단속 체계는 여성들의 인권침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매매춘 종사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공창’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그러나 아직까지 여성계의 중론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보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통해 성매매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새움터 전수경 사무국장은 “정부와 사법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성매매 범죄자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처벌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와 ‘성착취’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형사정책연구원의 김은경 청소년범죄연구실장은 “성매매 자체를 금지한 현행 정책은 도덕적으로는 옳지만 실효성이 적다.”면서 “관련자 모두를 일괄적으로 처벌할 것이 아니라 성매매를 알선해 이득을 취하는 중개업자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단속의 타깃을 성의 판매자와 구매자보다는 알선업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력한 조세정책으로 자금유입 차단해야 단속과 처벌의 강화만으로는 향락산업의 음성화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미아리를 치니 용주골이 뜨더라.’는 이른바 ‘김강자 효과’를 염두에 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조세를 통해 향락산업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철저한 세금추징으로 순이익을 감소시키면 자금유입 요인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조세연구원의 현진권 박사는 “향락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이르는 지하경제의 주요 자금원”이라면서 “정확한 소득파악을 위해 업소에는 주류구매 전용카드 사용을 의무화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대비·접대문화 개선 향락업소의 주수입원인 기업의 접대비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연간 5조원대에 육박하는 접대비만 규제해도 향락업소 이용자가 상당부분 줄 것”이라면서 “접대비에 대한 세제혜택을 축소하거나 접대비 지출이 많은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도적·행정적 노력도 사회의 관행과 문화를 바꾸려는 장기적 대책이 병행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청소년 직업체험센터 ‘하자센터’의 김찬호 박사는 “향락산업을 존속시키는 것은 ‘돈과 여자 없이는 거래가 안 된다.’는 기형적 접대문화와 향락의 주소비자인 남성 직장인들의 왜곡된 성의식”이라고 꼬집었다.김 박사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도구화하는 비뚤어진 성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직장내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체적인 향락산업방지책 마련을 정부는 여성부를 중심으로 성매매방지종합대책을 마련,관련업소 처벌과 함께 성매매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피해여성 보호활동을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여성부는 특히 향락업소 출신 여성들에 대한 자활지원이 중요하다고 보고 새움터 등 관련 시민단체들과 함께 생계·의료비 지원,일자리 제공 사업 등을 지난달부터 펼치고 있다. 국회에서 추진중인 성매매방지법 제정도 여성계의 큰 관심거리다.성의 구매자와 판매자를 동시에 처벌하는 현행 ‘윤방법’과 달리 성매매의 중간착취 고리인 알선행위를 근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향락산업의 폐해는 사회의 존립을 뒤흔들 정도로 위험수위에 달했다.”면서 “여성·조세·보건·교육·법무·복지 등 여러 부처가 협조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세영기자 sylee@
  • [향락산업 퇴폐로 달리는 사회] 3. 10대부터 아줌마까지 섹스산업으로

    IMF 외환위기는 주부들까지 향락업소로 내몰았다.경제가 다소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한번 빠져버린 구렁텅이에서 그들이 헤쳐나오기는 쉽지 않다.정신적인 수치와 고통을 감내한다면 상대적으로 손쉬운 돈벌이라는 점에서 향락업소에 발을 내딛는 평범한 여성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취재진이 노래방과 퇴폐이발소,화상대화방에서 만난 주부들은 예상대로 경제적 난관을 이겨내지 못하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실직과 이혼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여성들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바로 향락 유흥업소였다.그곳에서 주부들은 금전적인 면에서 바라는 만큼 보상을 얻기는 했지만 그들 자신과 가정은 전보다 더 피폐해져가고 있었다. 8일 밤 서울 강북구 수유지하철역 근처 H노래방을 기자가 찾아갔다.처녀같은 ‘아줌마 도우미’가 있다는 여주인의 말을 듣고 “불러달라.”고 했다.10분쯤 기다리니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들어와 근처 동네에 사는 조미애(가명·37)라고 소개했다.‘보도방’을 통해 이 일대 노래방을 돌며 일한다는 조씨는 ‘수고비’ 1만 5000원을 요구했다. 돈을 지불하자 조씨는 최근 인기있는 가수의 ‘랩송’을 부르며 흥을 돋우었다.조씨는 100점을 맞으면 ‘축하금’으로 1만원을 달라고 했다.이 돈에서 보도방 업자에게 2000원,노래방 주인에게 3000원을 떼어준다는 것이다. 노래방 도우미를 시작한 지 4개월된 조씨는 하루 10시간 남짓 노래방 7∼8곳에서 일을 한다고 말했다.5년전 IMF 한파로 남편이 실직한 뒤 이혼해 혼자 살고 있다는 조씨는 “빚 수천만원을 갚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2년 전에는 ‘묻지마 관광’에 일당 10만원을 받고 몸을 파는 아르바이트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조씨는 비슷한 처지의 주부들이 수유역 일대에만 100여명은 족히 되고 일부는 유흥주점에도 나간다고 했다.시간이 끝나가자 조씨는 춤을 추자며 손을 끌면서 귀엣말로 “2시간에 5만원만 주면 ‘2차’도 나갈 수 있다.”고 유혹했다. 비슷한 시각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이발소.이곳에서 만난 고윤자(가명·47·경기 광명시)씨는 5년 전 부도를 내고 도피중인 남편의 빚 2억 5000만원을 갚기 위해 ‘산전수전’을 다 겪고 있다고 말했다.면도와 안마를 해주는 고씨는 “나도 집을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자식들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식당 종업원이나 파출부 일도 해봤지만 빚을 갚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찾아간 이발소 생활은 자신도 모르게 윤락으로 이어졌다.혹시 자식들이 알까봐 인천·수원 등 집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다른 지역 이발소만 골라 출근을 했지만 비밀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해 가을 단속에 걸려 잠시 쉬고 있을 때 딸(22·대학 3년)이 출근을 재촉하는 이발소 전화를 받는 바람에 들통나고 말았다.딸은 펑펑 울어댔고 아들(14·중학 2년)은 결석과 가출이 잦아졌다.고씨는 “빚 갚기를 포기하고 아이들과 ‘야반도주’하는 길 말고는 방법이 없다.”면서 “엄마를 위로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 죽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고개를 떨궜다. 8일 오후 강남구 신사동 J화상대화방에서 만난 최은주(가명·35·종로구 효자동)씨는 7살 난 딸과 남편이 있다고 털어놓았다.실직한 남편 대신 돈벌이에 나섰다는 최씨는 “남자들과 성적인 대화를 나누고 알선업체로부터 월급 12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최씨는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계층이 오지만 폰섹스나 2차를 원하는 손님이 많다.”면서 “대부분 곧바로 옷 벗을 것을 강요한다.“고 했다. 최씨는 “그래도 얼굴이 보이는 화상방은 손님들이 상대적으로 체면을 지키기 때문에 전화방보다는 낫다.”면서도 “‘왜 이런 수치스러운 일까지 하게 됐나.’라는 생각에 하루에도 몇번씩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최씨는 “같은 알선업체에 소속된 여성 100여명 가운데 주부가 반 이상”이라면서 “상당수가 ‘2차’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영표 유영규 박지연기자 tomcat@kdaily.com ◆천호동 윤락녀의 하소연 “종일 장막같이 검은 커튼 뒤에서 손님을 기다리다보면 햇빛이 그리워져요.” 서울 미아리텍사스,청량리588과 함께 성매매업소가 밀집된 강동구 천호동 423 ‘천호동텍사스’.지난해 1월 김모(24·여)씨가 이곳에 온 것은 카드빚 300만원 때문이었다. 경기도 어느 농촌이 고향인 김씨가 “미용기술을 배우겠다.”며 상경한 것은 지난 97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식당 허드렛일을 해 매월 100만원을 벌었지만 방세 30만원을 내고,혼자 사는 아버지에게 30만원을 보내고 나면 생활이 벅찼다. 10만원,20만원씩 쓰기 시작한 신용카드 대금은 연체로 이어져 빚이 순식간에 불어났다.카드대금을 갚기 위해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다 결국 사채까지 얻게 됐고,빚 독촉을 견디지 못해 직업소개소를 찾았다. 선금 500만원을 받아 빚을 갚은 뒤 도착한 곳이 천호동이다.이곳에서 김씨가 매월 버는 돈은 300만∼400만원.선금으로 쓴 500만원은 석달 만에 갚았지만,10평 남짓한 원룸의 월세와 화장품·옷값 등 지출이 만만찮다.김씨는 이곳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대부분은 전세나 월세방에 살면서 출퇴근하는데 그 이유가 컴컴한 업소를 잠잘 때만이라도 탈출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독신으로 살 생각을 갖고 있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면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답답하다.지금도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늙은 아버지는 김씨를 옷가게 종업원으로 알고 있다.김씨는 “돌아가실 때까지 아버지께 알리지 않는 것이 효도하는 길”이라면서 “생전에 번듯한 일을 하는 걸 보여드리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황장석기자 ◆성매매 멍드는 외국인여성들 “돈을 모아 한국을 떠나야 하는데,마음의 병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2년 전 중국 옌볜(延邊)에서 온 동포 김영숙(가명·32)씨는 서울 영등포의 한 퇴폐이발소에서 일한다. 처음엔 식당일을 했지만 100만원의 월급으론 고향에 있는 남편과 7살짜리 아들의 생활비를 부치기에 너무나 빠듯했다.게다가 한국에 오기 위해 빌린 돈 1000만원 때문에 사채업자의 독촉에 시달리는 가족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석달 만에 식당일을 그만둔 김씨는 “선금을 주고,한 달에 300만원을 쥐어주겠다.”는 말에 ‘이상한’ 이발소에 발을 들여 놓았다.김씨는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지만 갈수록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대낮에도 낯 부끄러운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이전혀 딴세상 같다.”고 말했다.경기도 동두천의 한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여성 메리(가명·22).지난해 6월 예술·흥행(E-6)비자를 받아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손님 무릎 위에 앉아 ‘랩댄스’를 추며 웃음을 팔고 있다. 업주는 매월 한 잔에 10달러짜리 주스 200잔을 팔 것을 강요한다.할당량을 채우려면 한 차례에 150∼300달러를 받고 성매매 티켓을 끊지 않을 수 없다.그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숙소에서 달아나고 싶지만,한국인 ‘이모’가 따라 붙어 쇼핑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지촌내 자활공동체인 ‘새움터’ 등은 러시아 여성의 윤락업소 고용비율이 99년보다 최고 15배 늘어나는 등 외국인 윤락여성이 급증하고 있지만,성매매 강요·폭행·벌금착취·월급 안주기 등 인권유린 현상이 심각하다고 밝혔다.한국교회여성연합회 김정우(32·여) 간사는 “정부가 나서서 시민단체와 함께 외국인 윤락여성의 인권착취 실태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황장석기자 surono@kdaily.com ◆생계형 윤락 급속 확산 주부들이 ‘밤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환란’ 이후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생계형’ 윤락에 뛰어드는 여성들이 점점 늘고 있다.이대로 가다간 사회의 기반인 가정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윤락의 출발지인 ‘티켓다방’에 발을 들여 놓는 가출소녀,향락산업의 주 공급원인 20대 여성에 이어 가정을 지켜야하는 ‘안방주인’인 주부들까지 ‘노래방 노우미’ 등으로 나서 향락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단체인 ‘새움터’가 지난해 16∼59세의 윤락산업 종사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주부층인 30대 이상이 42%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윤락업에 종사하는 기혼여성을 ‘개인의 윤리성 결여’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정치·사회·경제적 약자인 여성이 ‘밤거리’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왜곡된 사회구조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향락산업의 비대화가 ‘새롭고 값싼’ 성에 대한 수요를 낳고,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생산·윤리지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향락산업에 종사하는 주부들은 노래방과 유리방,안마시설소 등에서 ‘삐삐 아줌마’,‘묻지마 언니’ 등으로 불린다. 거액의 카드빚을 대납해주는 서울 강남 등지의 업주에게 직접 찾아가거나 출장이 잦은 기업체 간부들을 대상으로 명함을 돌리며 ‘잠자리 아내’를 자청하는 사례도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서 ‘전화방’을 이용하는 여성의 41.3%가 가정주부로 조사됐으며,이가운데 49.3%가 “돈이 필요해서”라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여성문화 동인 ‘살류쥬’의 장정임(張貞任·55) 고문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은 기혼여성에게 더욱 불리한 형태로 이뤄졌고,어쩔 수 없이 윤락업을 택하게 된 여성들은 가부장제 구조에서 이중삼중의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정현백(鄭鉉栢·50) 공동대표는 “기혼여성은 취업시간과 형태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이들을 찾는 업소가 많다.”면서 “일반 여성은 성매매를 하지 않는 서구의 풍속에 비해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한 윤리의식이 지나치게 결여돼있다.”고 지적했다. 성매매 근절을 위한 모임인 ‘한소리회’ 사무국장 조진경(趙眞卿·35) 사무국장은 “윤리적 반성과 함께 윤락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한일민족문제학회 학술대회“日帝 조선인 노동자 송출작업 日정부·총독부·기업체가 주도”

    일제의 조선인 노동자 송출작업은 일본 정부와 조선총독부,일본 기업체가 관립(官立)직업소개소를 앞세워 주도했으며,이에 따라 강제연행에 따른 책임 소재도 지금처럼 일본 정부에만 국한시키기보다는 일본내 관련 기업체와 개인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일민족문제학회(회장 김광열)가 8∼9일 군산대에서 개최한 ‘2003 정기학술대회’에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학의 박사과정에 있는 한혜인씨는 ‘강제연행에서의 노동력 공출구조-총독부 정책과 부산직업소개소 역할을 중심으로’라는 주제연구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한씨는 “조선총독부는 1923년 부영(府營)으로 개설된 부산직업소개소를 40년 발효된 ‘조선직업소개령’에 따라 국영으로 전환,당초 사회정책시설이던 것을 국가 노무정책을 집행하는 통제기관으로 만들었다.”며 “이곳에서 조선 전역의 행정기관 및 경찰과 연계해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정부·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을 선발,송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직업소개소가 노무자를 효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1941년부터 45년 7월까지 모 일간지에 무려 759회의 광고를 게재했으며,경성 일대에서는 방송을 통해 ‘한달 수입 최고 250원’이라고 하는 등 사실이 아닌 노무조건과 노동환경을 선전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1939년 대기근 때는 조선총독부가 ‘한해구제책’이라는 미명으로 인력송출 규모를 더욱 확대해 ‘한해를 지배세력에 대한 반발’로 인식하는 조선의 민심을 수습하는 동시에 총독부가 부담해야 하는 ‘한해구제금’을 절약하는 기만책을 구사했다.”고 폭로했다. 일본내 기업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개별기업의 교활한 인력 송출 사례도 소개했다.한씨는 미쓰비시(三菱)다카지마(高島)광업소 노무담당자의 진술을 근거로 “홋카이도 탄광기선주식회사의 경우 부산에 노무자 모집과 수송을 전담하는 별도 출장소를 두고 뇌물과 접대로 노무자를 모집했으며,미쓰비시광업 나오지마(直島)제련소는 국내의 친일인물을 ‘교화주임’으로 선정해 인력송출을 맡겼다.”고 말해 일본 기업체의 개별적인 연행과 노동력 착취 사례가 적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씨는 “일제 강제연행의 책임은 일본 정부는 물론 책임 있는 기업과 개인에게도 물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당시 정책과 법령 밖에서 이뤄진 많은 강제연행의 경우 피해사례가 사장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사설]매매춘에 24조원을 쓰는 사회

    그동안 막연하게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우리나라에서 성매매로 오가는 화대가 연간 24조원대에 이른다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GDP의 4.1%로 농림어업 분야 총생산액과 맞먹는다.매매춘에 전업(專業)으로 종사하는 여성도 최소 33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나마 이는 사창가와 유흥주점,이발소 등 ‘소속’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10∼20명씩 여성을 확보해 놓고 공급하는 전국 1만개 이상의 ‘보도방’은 대상에서 제외됐다.인터넷 채팅을 통한 ‘부업’ 형태의 직접적인 성매매도 조사에서 빠졌다.이같은 성매매까지 포함하면 매춘 여성은 20∼30대 여성 800만명 중 최소한 50만∼60만명에 이를 것으로 형사정책연구원은 추정한다.15명에 1명꼴이다.매춘여성에 대한 통계는 다른 나라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그러나 우리 매춘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엄청나게 큰 것은 틀림없다고 한다. 매춘시장이 커진 이유에 대해서는 우선 우리의 접대 문화를 꼽는다.현재 우리 기업의 접대비는 연간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제 돈을 내고서는 이렇듯 성을 구입할 수는 없다.특히 우리는 한번을 접대하더라도 화끈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폭탄주'를 먹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음성적인 뒷거래로 해결하는 경제구조와 정경유착도 문제다.이를테면 주가조작이나 불법적인 기업 인수·합병에는 거액의 검은 돈이 오갈 수밖에 없다.이같은 돈이 향락산업 등에 흘러들어 흥청망청 쓰이고 있는 것이다.착취 구조도 해결해야 한다.윤락업계에 일단 빠져들면,업자들은 법적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교묘한 채권 채무관계를 만들어 빠져 나갈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크게 보면 무감각해진 성윤리와 물신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내 몸 내 마음대로 하는데 왜 상관하느냐는 식의 태도와 ‘명품’ 구입 열풍과 같은 사치풍조가 맞물려 젊은층을 중심으로 성 문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성 매매 범람은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한 분야에 대한 처방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정치·사회·경제·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부정부패 척결,지하경제 발본색원,한탕주의 배격,투명성 확산 등 개혁작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매춘 여성 모두가 우리의 딸이요,누이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한국서 살아온 이방인들 이야기/아리랑TV 휴먼다큐 ‘피플&피플’ 방영

    외국인에게 한국은 정착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이 깊다.화교가 발을 붙이지 못한 나라로도 한국은 1순위에 꼽힌다.몇년 사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입국했지만 착취와 학대 문제만 부각됐다.한국은 외국인에게 그저 척박하기만 한 땅일까? 아리랑TV는 6일부터 휴먼 다큐 ‘피플&피플’을 통해 한국 땅에서 적응하며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모두 26회 방영 예정으로,매주 목요일 오후11시20분(재방송 금요일 오전6시·낮12시20분) 안방극장을 찾아간다. 다큐는 대학교수부터 외국인 노동자까지 외국인들의 한국 생활에 초점을 맞췄다.한국땅에서 느끼는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동화되는 과정과,그들이 거둔 성공을 조명했다. 첫회는 미국 여성 트루디 김(65)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편.그는 5대 독자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30년째 노모를 모시며 사는 미국인이다.남편 김장환 목사가 좋아 먼저 청혼했고,그를 따라 한국에 들어왔다.주위에서 ‘한국은 못살고 심한 냄새가 난다.’고 말렸지만 듣지 않았다. 첫 보금자리는 작고 허름한 방 한칸.시어머님과 9명의 조카와 함께 신접살림을 시작했다.지금은 중앙기독초등학교내에 자신의 파이 가게도 운영하며 수익의 일부를 장애아동을 돕는 데 쓸 만큼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남편은 뒷동산에 무덤을 만들었다. 자신들이 죽으면 아들 내외가 아침 저녁 보러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그러나 트루디는 죽으면 무슨 소용이냐며 의아해 한다.40년 세월도 녹일 수 없는 두 나라의 문화적 갈등은 살면서 수도 없이 부딪쳐왔다.2회(13일)에서는 한국 염색공장 노동자로 일하는 전직 의사 출신의 우크라이나인 바실리를 소개한다.이어 서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느낌들을 ‘호랑이 나라’라는 책으로 엮은 미국인 데이비드 리치,된장찌개를 즐겨먹는 인도식당 아쇼카 사장의 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한다. 황의관 담당 PD는 “한국은 외국인들이 살기에 좋은 나라가 되려면 많은 점들이 개선되어야 하지만,배타적이고 닫힌 공간만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
  • 노벨상수상자 로렌츠 제시하는 현대문명이 범한 ‘8대 죄악’

    인간은 문명과 문화의 이름으로 어떤 과오를 범해 왔을까. 누구나가 그럴 것이라고는 여기면서도 명쾌한 답을 제시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이같은 문제에 대해 지난 73년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의 비교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1903∼1989)가 여덟가지 ‘죄악’을 구체적으로 들었다. 로렌츠는 최근 이화여대 출판부가 펴낸 ‘현대 문명이 범한 여덟가지 죄악’(양승태 옮김)에서 ▲인구 과잉 ▲생명공간의 황폐화 ▲인간간의 과도한 경쟁 ▲감정의 냉각 ▲유전적 쇠퇴 ▲전통의 와해 ▲세뇌 가능성의 증대 ▲핵무기 등을 구체적인 죄악의 사례로 꼽고 이를 ‘비인간화의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로렌츠는 저서에서 “다른 생명체를 일방적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 인간 자신에 대해서만 존엄성을 부여하고 집착한 결과 인구 과잉사태가 빚어졌다.”며 “좁은 공간에 많은 인간들이 밀집해 있는 상황은 간접적으로는 인간관계의 고갈과 차단을 통한 인간성 상실,직접적으로는 공격적인 행동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경제적 이익이나 편안함,쾌락추구 등 이른바 ‘문명적 삶’을 위해 삶의 공간이자 원천인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그는 “자연이 고갈되지 않는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고 충고한다. 인구과잉과 생태계의 황폐화는 결과적으로 인간들 상호간의 탐욕 추구를 위한 무한경쟁을 초래하며,이런 상황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냉각시켜 위기를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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